선한이웃 2019년 05+06호

네버엔딩스토리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입에 달고 살던

남편의 마지막 인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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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 씨가 보기에 그날은 평소 건강하던 남편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

뇌사 장기기증인 故 정봉교 씨의 아내 김정희 씨

다. 정 씨는 제대로 고개도 들지 못할 만큼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결국 다시 찾은 병원에서 검사 결과 ‘소뇌 박피’라는 뇌 질환을 진

단받았다. 당시만 해도 크게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지만, 몇 주 뒤 그는 식물상태에 빠지게 됐다.

갑작스런 남편의 사고에 김 씨는 여러 병원을 오가며 극진한 간호

교회 주방에서 무거운 김치통을 꺼내야 할 때 가장 먼저 찾게 되 는 사람. 할머니 권사님들이 칼을 갈아달라며 들고 찾아오는 사

람. 故 정봉교 씨는 그런 사람이었다. 언제든 도와줄 마음의 준비 가 되어 있는, 늘 부담 없이 부탁할 수 있는 집사님. 고인이 생전 다니던 교회 성도들은 그를 이렇게 추억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故 정봉교 씨는 교회에서 수련회 중인 아이들을 위해 고기를 구워주고 있었다. 며칠 전 독감에 걸려 병원에 다녀오

긴 했지만, 평소 가벼운 질병에는 면역력을 키운다며 약도 복용하 지 않던 정 씨였기에 학생부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피 곤한 몸을 이끌고 교회로 향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아내인 김정 6

에 힘을 쏟았고, 그렇게 1년간 꾸준한 재활을 통해 정 씨는 의식을 되찾는 등 호전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회복될 것이란 기대도 잠시, 올해 초 그에게 갑자기 심정지가 왔다.

“그날 새벽에 자는데 남편한테서 숨소리가 나지 않는 거예요. 일 어나서 봤더니 이미 얼굴이 창백하고 손을 만져보니 차갑더라고

요. 급한 대로 직접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의료진을 불렀고 다행히 다시 숨을 쉬긴 했는데, 오랜 시간 숨을 쉬지 못해 결국 뇌사로 추 정된다는 판단을 듣게 됐어요.”

김 씨는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남편이 자신의 곁을 떠난다 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분명히 남편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곧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