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나이가 만 16세 이상이기에,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면 신청하렴.”이라는 말로 아이를 돌려보내려 했습니다. 생명을 나누려는 마음은 정말 예뻤지만, 지금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려면
보호자의 동의와 함께 가족관계증명서 등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후, 그 아이가 아빠의
손을 잡고 캠페인 부스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리고 아빠와 함께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 당돌한 소녀의 이름은 김효은. 얼마 전 소천하신 할아버지께서
“효은아, 잘 살아야 한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셨는데, 이 어린이가 생각하기에 잘 산다는 것은 ‘남을 도우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기기증 캠페인 부스를 보자마자 참여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말을 곱씹을수록 맞는 이야기입니다.
비싼 옷을 입는 것, 고급 승용차를 타는 것, 큰 집에 사는 것 등이 잘 사는 것이라 여겨질 때가 많습 니다. 그러나 긴 세월을 지나와 보니 잘 산다는 것은 화려해 보이는 외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이 얼마나 단단하고 행복한가에 달려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조금 적더라도 남을 도와 내 마음이 풍족해진다면 그것만큼 잘 사는 일이 있을까요. 11살,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오늘도 인생을 배웁니다. 내가 한 약속이 누군가의 삶에 희망을 전하고, 내 삶에 기쁨을 준다면 이것이 진정으로 잘 사는 길이 아닐까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이사장
발행인의 편지
우체통
“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습니다”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습니다. 벌써 3년이 지나고 4년 차
가 되었습니다. 2019년 4월, 그날이 없었다면 저는 적어
도 2년 전에 이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저는 3살 무렵 홍역을 앓고, 그 후유증이 폐에 남았습니다.
이후로는 줄곧 기침을 달고 살았고, 숨이 차서 산을 오
르거나 격렬한 운동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군대도 가지 못했습니다.
30년 넘게 이어진 투병 생활 중 가장 간절했던 것은 기
침과 가래 없이 편히 누워 잠을 한 번 자보는 것이었습
니다. 매일 가래를 한 바가지씩 토해내는 것이 일상이었
습니다. 증상이 심할 때는 눕지도 못한 채, 이불을 쌓아
놓고 기대어 쪽잠을 자야만 했습니다.
오랜 기간 병명도 알지 못한 채, 투병 생활을 이어가다
알게 된 정확한 병명은 기관지 확장증. 기관지가 본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영구적으로 늘어나 있
는 상태였습니다. 오랜 기간 점차 나빠졌던 저의 폐는
2017년 12월에는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악화되
었습니다. 걷는 것은 고사하고, 숟가락을 들어 올릴 힘
조차 없어 밥 한 공기를 먹는 데에 몇 시간이 걸릴 정도
로 체력은 바닥이 났습니다. 병원에서도 달리 방법이 없
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야만
숨을 쉴 수 있는 상황에서 입 퇴원을 반복하며, 하루하
루를 견뎠습니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폐 이식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두려움도 컸지만, 다른 길이 없었습니다.
2019년 4월, 저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한 기증인의
나눔을 통해 폐를 이식받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살아오면서 운동을 잘해서 상을 받아본 적도 없고, 칭
찬을 들어본 일도 없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 있는 편의점도 차
로 이동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기증인의 건강한 폐 덕분에 산에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하루에 10~15km를 걸어도 숨이 차지 않
아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은 모두 저에게 새 생명을 주
신 기증인과 또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가족분들 덕분
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장기기증과 이식
이라는 힘든 일이 가능하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께도 감
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기증인이 주신 건강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도 하나 생 겼습니다. 기타를 공부해서 전국을 다니며 길가에서, 지
나가는 사람들과 어울려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저의
생명이 이어지는 그날까지, 아름다운 선율에 기증인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전국 곳곳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
게 그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2022년 6월의 어느 날, 폐 이식인 전길권 드림
무더운 여름날에도
“ 사랑을 주고 떠난 당신, 항상 그립습니다”
뇌사 장기기증인 故 안경상 씨의 가족
정순이 · 안가은 씨 모녀
“엄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
고등학생이 된 딸이 어느 날 갑자기 정순이 씨에게
행복을 고백했다. 청소년들의 입에서
쉬이 나오지 않는다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듣고,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되묻자 딸은 “우리 반에서
아빠랑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사람이 딱 2명밖에
없더라. 근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나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딸과 친구처럼 문자로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퇴근길에는 어김없이 전화를 해 하루 일과를
공유했다는 아빠 안경상 씨.
때로는 편안하게, 때로는 든든하게 가족의 곁을 지켰던
그는 지난 2020년 4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경상 씨를 바닥에 눕혔다. 그리곤 119 구급대가 도
착하기도 전에 안 씨는 의식을 잃었다. “심근경색으
몇 번의 고비를 넘겼던 사람이었기에, 병원만
가면 다시 살아날 거라고 믿었어요. 그게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병원에서는 이미 뇌
동맥 파열로 인한 뇌출혈이 발생해 손을 쓸 수가 없
다며, 수술조차 시도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소견을 전했다. 몇 시간 전까지도 가족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이가 소생 가능성이 없는 ‘뇌사’로
추정된다는 말에 가족들은 깊은 절망과 큰 슬픔에 빠졌다. 평범한 일상에 예고도 없이 찾아온 너무나 큰 비극이었다.
생명을 나누겠다는 약속
우연히도 정순이 씨와 딸 가은 양은 안경상 씨가 쓰
예고도 없이 찾아온 비극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저녁이었다. 가족이 함
께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다 초등학생
인 아들과 놀아주던 안경상 씨가 다급히 아내 정순
이 씨를 불렀다. “여보, 119에 전화 좀 해줘. 오른쪽
이 말을 안 들어.” 마비가 온 몸을 가까스로 가누던
남편을 발견한 정 씨는 급히
러지기 한 달 전, 함께 본부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다. 장기기증을 약속하자는 제안을 먼저 한 사람
은 가은 양이었다. 평소 헌혈에도 참여하고, 봉사활
동 등에도 관심이 많았던 가은 양이 모바일을 통해
쉽게 장기기증 희망등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고, 이를 엄마 정순이 씨에게 알린 것이다. “저도 평 소 장기기증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흔쾌히 딸과 함께 약속을 했어요.” 이후 정 씨는 남
다.”라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본인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남편이 장기기증에 대한 뜻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남을 배려하던 너무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생명을
나눠주는 일을 기뻐했을 거예요.” 가족들의 고귀한
결정을 통해 2020년 4월 25일, 故 안경상 씨는 폐,
간, 신장 등을 기증하며 5명의 환자들에게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에 따스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 장례
식장에는 선하고 세심했던 고인의 모습을 기억하
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60대로 보
이는 한 여성분께서 조문을 왔는데, 저희 남편이 자
신을 엄청나게 잘 챙겨줬다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생전 남편이 인테리어 사업을 했는데, 현장에서 일
하던 분이었나 봐요. 평소 주변 사람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마음씀씀이가 깊은 사람이었어요. 지방에서
올라와 외롭게 지내는 직원들을 세심하게 돌보고,
사업이 어려워진 동료에게 거래처를 소개해주기도
할 정도로 정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하늘에 있을 당신을 그리며...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듬직한 버팀
목이 되었던 안경상 씨가 떠난 후, 가족들의 일상에
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전업주부로 지내던 정 씨
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을 시작했고, 가은 양도
대학에서 산업심리학을 전공하며 ROTC에 지원해
군사교육을 받고 있다. 군인을 꿈꿀 정도로 씩씩하
고, 강단이 있지만 주변 친구들이 아빠 이야기를 할
때면 어김없이 깊은 그리움이 밀려온다는 가은 양
은 20살 성년의 날을 맞아 안경상 씨에게서 받은
선물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아빠는 장난기가 많
은 성격이라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걸 쑥스러워하
셨어요.
‘잘하고 있다’는 아빠의 응원을 가슴에
품고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은 양과 마찬가지로 매순간 남편이 그립다는 정
순이 씨도 “출근을 하려고 밖을 나서면, 하늘만 봐
도 남편 생각이 나요. 저기 어딘가에서 우리 가족을
보고 있을 테니까요.”라며 “남편이 정말 좋은 아빠, 남편이었으니까 그 생명을 이어받은 분들도 가정
에서 좋은 아빠, 엄마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셨으
면 좋겠어요.”라는 뜻을 전했다.
가족들에게 더없이 행복한 추억을 남기고, 고통받
는 환자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귀한 생명을 남긴
故 안경상 씨의 나눔을 기억하며, 그가 전한 아름
다운 유산이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남을 배려하던
너무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생명을 나눠주는 일을 기뻐했을 거예요.”
1. 뇌사 장기기증인 故 안경상 씨와 가족들의 모습
2. 정순이, 안가은 씨 모녀
네버엔딩스토리
신장기증인 박병철 · 신장이식인 김춘단 씨 부부
김춘단 씨는 매일 새벽 5시면 몸을 일으켜 성경을
읽은 후,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시작한다.
바로 13년 전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을 위해 신장을
기증해준 순수 신장기증인 박순례 씨와 아내를 위해
기꺼이 가족교환이식을 진행하며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남편 박병철 씨를 위한 기도다.
1978년 직장동료의 소개로 아내를 처음 만나게 된
박병철 씨는 김춘단 씨의 단정한 성품에 반해 첫눈
에 사랑을 느꼈다. 김 씨 역시 박 씨의 수더분하고
착한 마음씨에 차츰 스며들었고, 두 사람은 1980년
3월 백년해로의 연을 맺었다. 결혼과 동시에 신앙생
활을 시작한 김 씨는 남편 역시 믿음의 길로 이끌었
다. 대방교회를 섬기며 누구보다 나눔 앞에 열정적
인 삶을 살았던 김 씨는 집안의 대소사를 살뜰하게
챙기며 시댁 식구들을 돌보는 일도 소홀하지 않았
다. 그러나 남부러울 것 없는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
던 두 사람에게도 비극이 찾아왔다. 아내 김춘단 씨
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콩팥에 다발성 물혹이 생기는 신장질환을 앓게 된
김 씨는 15년 동안이나 투병 생활을 이어갔다. 김 씨
는 투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혈액순환이
붓거나 저린 날이 많았고, 챙겨 먹어야 할 약
1
액투석을 준비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평소 엄마
를 끔찍하게 생각했던 자녀들이 나서서 신장기증을
위한 검사를 마쳤지만, 신장질환의 유전적인 영향이
있을지 몰라 기증은 불가능했다. 남편 박병철 씨 역
시 아내를 위해 신장을 기증하고 싶었지만, 혈액형
과 조직형이 모두 일치하지 않아 절망에 빠졌다. 그
러던 중 박 씨는 2009년 6월경 우연히 본부에서 진
행 중이던 가족교환이식에 대해 알게 되었다. 가족 교환이식이란, 혈액형 및 조직형 불일치 등으로 가
족에게 직접 신장기증을 할 수 없는 경우 환자의 가
족이 다른 기증인에게 이식을 받고, 기증하고자 하
는 가족은 또 다른 신부전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하
는 방식이다.
“남편이 나를 위해 가족교환 신장기증을 한다는 말
을 듣고, 처음에는 무척이나 반대했었어요. 사랑하
는 남편이 제 아픔까지 짊어지는 것 같아서요.” 하
지만 자신의 모든 걸 걸고서라도 아내를 살리고 싶
었던 박 씨의 선택은 무척이나 완고했고, 이내 본부
를 찾아 가족교환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
다. “아내는 투병 생활동안 많이 괴로웠을 텐데도 힘
들다는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잘 견뎌주었어요. 평
생 나를 돌봐준 아내에게 이제는 내가 보답할 차례
라고 생각해 기증을 마음먹게 되었죠.” 그리고 기적
이 일어났다. 그해 여름이 채 지나기 전, 김 씨가 안
산시 은혜와진리교회를 섬기던 박순례 씨로부터 신
장을 이식받게 된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나를 위해
신장을 기증해 준다니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요. 지
금도 그분을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삼성서울병원에 나란히 입원한 뒤 2009년 8월 11일,
김 씨의 신장이식이 먼저 이루어진 후 하루 차이를
두고 박 씨의 신장기증이 이루어졌다. 수술 직후를
기억하는 김 씨는 “사람이 한 번 죽었다가 다시 깨
어나는 느낌이었어요. 감사한 마음으로 더 잘 살아
야겠다고 다짐했어요.”라고 회상했다. 먼저 기력을
되찾은 박 씨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아내를 부지런히 찾아갔다. 이후 회사
까지 그만두고 간병을 자처한 딸의 지극한 간호 덕
분에 두 사람은 날로 건강을 되찾아갔다. “퇴원할
때 10년만 더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어느덧 세
월이 훌쩍 흘렀네요.”
건설회사 임원이었던 박병철 씨는 2013년 퇴직해
가정을 돌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요즘은 손자
녀석의 전담 기사이자 아내의 전담 비서로 행복하
게 살고 있어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아내의 건강은 신생아와 다름이 없으니 제가 잘 보
살펴야죠.” 하루하루가 선물 같다는 이들 부부는 몇
해 전 수술비 때문에 이식수술을 받지 못하는 이식
대기자들을 생각하며 후원에도 참여했다. 또한, 최 근에는 본부가 생존 시 신장기증인들에게 보낸 감 사선물을 받고, 그에 대한 인사로 특별 후원금도 보 내왔다. “만성 신부전 환자들의 고통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힘드시겠지만 희망을 잃지 마시고,
머지않아 건강을 되찾으시기를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나를 위해
신장을 기증해 준다니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요.
지금도 그분을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사랑을 나누다”
시신기증인 故 고문자 故 박순례 씨
최근 생전 장기기증 희망등록으로 생명나눔의 뜻을 품었던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마지막까지 베푸는 삶 살며 아름다운 영혼으로 잠들다”
지난 4월 18일, 향년 83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故 고문자 씨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했
다. 1940년,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난 故
고문자 씨는 모태신앙으로 일찍 하나님을 만나 일평생
사랑과 봉사,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아왔다. 특히 1998년
부터 시작한 성경 필사를 병세가 악화되기 직전까지 이
어왔을 만큼 신실한 신앙생활을 이어왔으며, 오랫동안
강남중앙침례교회를 섬기며 선교사역 후원에 힘쓴 것
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5년 자신이 섬기던 교회의 생
명나눔예배를 통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하며 마
지막 순간,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생명을 나누는 삶
을 꿈꿔왔다. 고인과 각별한 사이였던 조카 고순신 씨
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며 주변
을 더 밝은 빛으로 물들인 고모가 한없이 존경스럽다.”
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故 고문자 씨와 故 박순례 씨가 노환으로 인해 장기기증을 할 수 없게 되자 후대의 의학발전을 위해 시신을 기증하며 존엄한 죽음을 맞이했다. 시신기증인 故 고문자
에는 장기기증 의사표시 스티커가 붙어 있는 신분증이 들어있었다.”라며, “비록 노환으로 장기기증을 실천하
지는 못하셨지만, 시신을 기증하며 고통 중에 있는 환
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분명히 기뻐하실 것이다.”라고 전했다.
2022년 상반기 대학교 장기기증 캠페인
인식 개선, 대학생들이
앞장서겠습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위축되었던
대면 캠페인 활동이 점차 회복되면서 대학가에도
생명나눔의 바람이 다시 활기차게 불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을지대학교를 시작으로 ‘2022년 상
반기 대학교 장기기증 캠페인’의 막이 올랐다. 지난
2001년부터 매해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장기기증 캠페인은 대학별 자원봉사자 학생들의 자
발적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에도 각 대학의 자원봉사자 학생들은 본부와 함
께 장기기증 홍보부스를 설치하여 장기기증에 대한
교우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생명나눔의 소중함
을 알리는 홍보활동에 앞장섰다. 특히 OX 퀴즈를 풀
도록 안내해 장기기증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았고, 이를 통해 많은 대학생이 생명나눔에 대한
오해를 해소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에는
전국 31개 대학 총 4,449명의 학생이 장기기증 희망
등록에 동참하며, 장기이식만을 기다리는 이식 대기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 특히
4월 26일부터 3일 동안 장기기증 캠페인을 진행한
부산외국어대학교는 총 382명이 장기기증 희망등록
에 참여하며, 생명나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 밖에도 강릉원주대학교, 경남대학교, 경희대학교, 계명대학교, 군장대학교, 대경대학교, 대구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동대학교, 동명대학교, 성신여 자대학교, 명지대학교, 부산가톨릭대학교, 부산여자 대학교, 상지대학교, 서강대학교, 수성대학교, 신라 대학교, 신한대학교, 아주대학교, 예수대학교, 전북 대학교, 전북신학교, 전주기전대학, 전주비전대학교, 창원대학교, 창원문성대학교, 한일장신대학교, 항공
대학교가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약속에 함께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한 한
학생은 “어렵게만 생각했던 장기기증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배워갈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이었다.”라고 소
감을 전했다. 등록 후 장기기증 마스코트인 리보니
그립톡을 포함한 생명나눔 굿즈를 받아본 대학생들
은 앞으로 생명나눔의 숭고한 가치를 널리 알릴 것
을 약속했다.
본부는 대학생들의 생명나눔을 향한 선한 의지를 이
어받아 올해 하반기에는 더 활발한 장기기증 캠페인
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장기기증에 대한 부
정적 인식을 바로잡고 생명을 나누고자 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슈
이슈 in LIFE
전하는
장기기증 캠페인 이야기
“생명나눔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입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물리치료학과 3학년 이용석
얼마 전 한 친구가 혈액암 환자를 위해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기기증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직접 장기기증과 관련한 정보를 찾
아보았더니 그동안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이
사라지고 생명나눔의 선한 영향력에 대해 알게 되었습
니다. 그래서 저처럼 장기기증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
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의 인식을 개선해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번 캠페인의 봉사자로 자원하게 되었습니 다. 다행히 보건·의료계열 전공자들이 많다 보니 질병
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으로 많
은 학생들이 장기기증 희망등록 동참해 주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장기기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해서 참여하지 못할 뿐이지 올바른 정보와 긍
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만 형성된다면 누구나 생명나눔
에 함께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
를 위해 저 역시 함께하겠습니다.
“장기이식 대기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겠습니다”
성신여자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이희수
성신체인지사회봉사단 이룸나눔팀의 팀장을 맡은 저는 여러 봉사활동을 기획해 사회적 인식을 체인지시
켜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장기기증 캠
페인 역시 생명나눔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하여
11명의 봉사단원과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봉사에 앞서
단원들은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얼마나
간절히 나눔을 기다리며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계실지
를 생각했고,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드리자고 다짐했습 니다. 더 많은 학생들이 장기기증 홍보부스를 찾을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 안내하였는데, 장기기증에 대한
오해 때문에 낯설고 두려움이 가득했던 학생들의 얼
굴이 우리 봉사단의 설명 후 밝아진 것을 지켜보며 장
기기증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장기기증은 두려운 일이 아닙니다. 앞
으로도 더 많은 대학생이 이타심을 기르고, 생명나눔 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에 앞장서기를 바랍니다.
* 성신체인지사회봉사단은 교수·직원·학생으로 구성된 성신여자대학교의 공식 봉사단으로,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문화예술 봉사활동, 교육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기부 봉사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비극을 영원한
유산으로 바꾼
20살 장기기증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하원에서 알리예 링게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결의안은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진행하는 모든
교육 프로그램에 장기기증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결의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지난해 12월, 장기를
기증한 20세 여성 알리예 이사벨 링게의 가족들의 역할이 컸다.
특히 장기기증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에 큰 목소리를 낸 이는 알리예의
할머니 리 벡이었다. “12월 22일, 20살이었던 저의 손녀 알리예
이사벨 링게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던 중에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그녀는 하원 의원들 앞에서 생명을 구하고
떠난 알리예의 삶을 강하게 증언하며, 비극을 영원한 유산으로
바꾸었다.
지난해 12월 22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알리예는 다음날인 23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가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이었던 크리스마스에 장기를
기증하며 5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사랑하는
이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알리예의 가족들은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큰 슬픔 속에 잠겨 가장 고통스러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벡은 아끼던 손녀를 떠나보낸
되었다. 밝고 활기찼던 알리예의 생명을 이어받은 이식인과의 만남은 벡이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활동하는 데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에게 장기기증이 실제로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겪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제가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일하는 매 순간이 가치 있을 것입니다.”
한편, 현재 미국에서는 10만 6,173명의 사람들이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들 중 1,500여 명의 환자들이 루이지애나에
거주하고 있다. 루이지애나 장기구득기관은 모든 사람이
장기 및 각막, 그리고 인체조직 희망등록에 참여하며 생명을 구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뇌사 장기기증인 알리예 이사벨 링게
로즈디데이 특별 사진전
장미하다
2021년 5월, 고귀한 사랑을 나눠준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가족을 기억하기 위한 날인
‘로즈디데이(Rose D-day)’가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특별히 올해에는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가족과 이식인의 모습을 담은 특별 사진전
<장미하다>를 통해 생명나눔의 장대하고도
아름다운 가치를 전했다.
사진 촬영 재능나눔
따뜻한사진가 협동조합
김청현 작가
배우 박세완 씨
01 l 하늘에 닿은 사랑
뇌사 장기기증인 故 김기호 목사의 아내 서정 씨
사랑하는 남편이 떠난 후, 어린 두 아들 조이, 조엘 군을 홀로 키
운 서정 씨. 아이들은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지던 어린 시절을 지
나 늠름한 청년이 되어 이제 서정 씨의 곁을 지켜주고 있다. 서
정 씨는 저 높은 하늘에서 자신과 아들들을 바라보고 있을 남편
을 떠올리며, 그가 남기고 간 아름다운 유산이 가족들의 삶 속
에 찬란한 봄꽃처럼 피어나기를 바란다.
02 l 노인과 바다
뇌사 장기기증인 故 김광호 씨의 아버지 김일만 씨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들을 보내며, 아버지 김일만 씨 는 해양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살아서는 해보지 못한 세계 여행 을 맘껏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장례식이었
다. 아들이 떠난 지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들을 향한 그리움은 15년 전 그대로인 김일만 씨는 오늘도 연안부두를 찾
아 아들과 인사를 나눈다.
03 l 이 세상 어딘가에
뇌사 장기기증인 故 이종훈 씨의 어머니 장부순 씨
2011년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후,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장부순 씨. 사무치는 그리움에 아들과 추억이 가득한 대학로 일대를 홀 로 걷는 일이 많았다. 11년이 흐른 2022년 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선 장부순 씨는 ‘이제는 내가 행복해야 하늘에 있는 종 훈이도 행복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장부순 씨는 같 은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유가족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 으며, 생명나눔의 가치를 전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04 l 라일락 꽃향기
뇌사 장기기증인 故 오철환 씨의 아내 박미정 씨
봄이 되면 아파트 화단에 핀 라일락꽃을 꺾어서 박미정 씨의 코
끝에 흔들어줄 만큼 다정했던 남편 오철환 씨. 박미정 씨는 라
일락꽃이 피면 가장 먼저 남편을 떠올린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며 웨딩사진을 찍었던 수원성을 아들, 딸과 함께 다시 찾은
박미정 씨는 남편의 깊은 사랑을 떠올리며 라일락꽃이 흐드러
진 추억의 장소를 거닐었다.
05 l 위대한 유산
뇌사 장기기증인 故 박찬순 씨의 딸 이영신 씨 박찬순 씨는 75번째 생일을 중환자실에서 맞이했다. 의식 없이
누워있던 박찬순 씨의 귓가에 큰딸 이영신 씨가 휴대전화를 가
져다 댔다. “사랑하는 할머니,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생일 축하 노래가 흘러나왔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75번
째 생일을 보낸 박찬순 씨는 얼마 뒤,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
로 떠났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낌없이 나누고 떠난 박 씨의
모습은 가족들에게 큰 자긍심이 되었다.
06 l 소풍 가는 날
뇌사 장기기증인 故 최기영 군의 어머니 장미숙 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보낸 후, 비슷한 또래 아이들 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는 장미숙 씨. 어린아이들의 즐거
운 웃음소리로 가득 찬 회전목마 앞에서 하늘나라로 떠난 기영 군을 기리며, 아들의 생명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을 아이 들을 떠올린다.
07 l 마지막 산책
뇌사 장기기증인 故 김탄휘 군의 부모 김기성 · 용선주 씨
하루아침에 아들을 잃은 김기성, 용선주 부부에게 큰 위로가 된
것은 탄휘 군이 남긴 생명나눔의 사랑이었다. “탄휘가 저희의
결정을 미리 알았던 걸까요? 의식을 잃기 전날, 저와 산책하던
탄휘가 ‘저는 아빠의 결정을 존중하고, 아빠가 옳았다고 생각해
요.’라는 말을 해줬어요.” 슬픔과 고통의 시간 속에서 생명을 살
리는 고귀한 선택을 한 김 씨 부부는 다시 산책길에 올라 열정
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던 19살의 아들을 추억한다.
08 l 온기
뇌사 장기기증인 故 박진성 씨의 부모 박상규 · 김매순 씨
박상규, 김매순 부부는 아들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그 후 15년이 흐른 2022년 봄, 아
들이 거닐었던 연세대학교 교정을 다시 찾은 박 씨 부부는 “아
들이 찬란한 꿈을 꾸었던 공간이었어요. 그리고 이곳 병원에서
생명을 나누고 떠났어요. 아들의 모든 흔적이 깃든 곳이에요.”라
며 아들을 향한 그리움을 털어놓았다.
09 l 5명의 새로운 가족
뇌사 장기기증인 故 왕희찬 군의 아버지 왕홍주 씨
왕 씨 부부는 아들이 떠난 후, 1년간 희찬 군의 유해를 뿌린 강가
를 매일 찾을 만큼 극심한 슬픔에 빠졌지만, 100일 된 둘째 딸 수현이를 사랑으로 키우며 희찬 군의 빈자리를 채워갔다. 당시 갓난아기였던 수현이는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 캔버스 위 에 오빠의 생명을 통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을 이식인들의 행복한 모습을 그리며 그들의 삶을 응원한다.
10 l 동행
뇌사 장기기증인 故 강석민 군의 아버지 강호 목사
강호 목사는 아들을 떠나보낸 후, 도너패밀리 회장으로서 지하 철 5호선 충정로역 내의 ‘도너패밀리 사랑방’을 지키며 뇌사 장 기기증인 유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키 가 훌쩍 자란 이후에도 어린 시절 사용했던 자전거와 헬멧 등을 군소리 없이 사용했던 아들을 떠올리면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 하며 감사해했던 의젓한 아들이 생각나 가슴이 시리다.
11 l 이식인을 위한 기도
뇌사 장기기증인 故 김하람 씨의 아버지 김순원 목사
“영어를 배워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거예요.” 하람 씨가
어학연수를 위해 미국행을 택한 것은 더 많은 나눔을 위한 준비 였다. 그러나 미국에 도착한 지 1주일 만에, 그녀는 유명을 달리 했다. 밝고 선했던 딸을 떠나보내며 장기기증을 결정한 김순원
목사는 “사랑이 넘치던 딸이 남긴 소중한 생명으로 누군가가 건 강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라 며, 오늘도 어김없이 이식인들을 위한 간절한 기도를 이어간다.
12 l ID: 윤길아빠
뇌사 장기기증인 故 홍윤길 씨의 아버지 홍우기 씨
생전 아들이 사용하던 방에는 그가 쓰던 컴퓨터, 침대, 그리고 옷가지 등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들의 방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홍우기 씨는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장기기증 관련 문의 글에 일일이 답변을 적는 일로 하
루를 연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아들의 이름을 딴 ‘윤길아빠’라는 아이디로 활동 중인 그는 지난 6년간 약 3,000여 건의 장기기
증 관련 질문에 자신의 지식을 나눴다.
13 l 나눔 유전자
뇌사 장기기증인 故 성경자 씨의 아들 이상영 씨 휴일도 없이 식당 일을 했던 성경자 씨는 일을 마치면 매일 밤
남은 반찬을 싸 들고 영등포 쪽방에 사는 굶주린 어르신들을 찾
았다. 그 모습을 기억하는 아들 이상영 씨는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이어받아 나눔에 열정적이다. 초밥집을 운영하는 그는
오늘도 어려운 형편에 밥 한 끼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어르신
들을 모셔서 따뜻한 온기가 담긴 초밥 한 접시를 내어놓는다.
14 l 우리는 9남매
뇌사 장기기증인 故 임지담 군의 어머니 이단윤 씨
2020년 말, 12살의 첫째부터 2살의 막내까지 8남매를 이끌고 서울에서 거창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이단윤 씨. 이단윤 씨는 새 로운 보금자리에도 밝은 미소를 짓는 지담이의 사진을 곳곳에 두었다.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도 먼 훗날 지담이처럼 장기기 증을 할 거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줘요.” 이 씨는 아이들과 함께 지담이가 있을 파란 하늘을 향해 인사를 건넨다. “지담이 덕분
에 우리 가족이 참 행복했어. 정말 고마워!”
나눔
본부 등록자 뮤지컬배우 김현진 씨
로즈디데이 특별 사진전 <장미하다>의 현장이
한때 젊은 여성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본부 장기기증 희망등록자인 뮤지컬배우 김현진 씨가
생명나눔미션을 수행하는 나눔작가로 분한 데 이어
사진전 홍보까지 해준 덕분이었다.
그의 아름다운 마음을 닮은 팬들은 사진전을 직접
찾아 도너패밀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7월 16일 올해 그의 생일을 기념해 생명나눔 운동을
위한 후원까지 준비 중이다.
Q. 배우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7월 31일 막을 내리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막바 지 공연을 하고 있고요. 7월 19일부터 드림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빈센트 리버>에서 열일곱 살 소년 데이
비 역을 연기하며 배우활동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Q. 평소에도 장기기증에 관해 관심이 있으셨나요?
그동안 맡았던 역할 중에는 시한부 인생이나 어린 나이
에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도 있었어요. 이렇게 죽음에 대
해 생각해 보는 일련의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 게 장기기증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어요. 나로 인해
누군가가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다면, 삶에서 가장 값진
나눔이 될 것 같더라고요.
Q. 지난해 7월, 본부를 통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동참해 주셨어요.
작년 이맘때 생일을 보내며 정말 많은 분으로부터 과분
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
사랑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야겠다고 생
각하게 됐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기부는 무엇일 까 고민하다가 저 자신의 있는 그대로 나눌 수 있는 장기 기증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Q. 로즈디데이 특별 사진전에 나눔작가로 참여해
주셨는데,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사진을 찍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이곳저곳을 걸었어요.
걷는 동안 생명나눔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많은 이야기
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그러다 명동성당
도 가게 되었는데, 성당 앞 우체통이 눈에 들어왔어요. 불
현듯 도너패밀리들이 ‘사랑의 우체통’ 같다는 생각이 들
더라고요. 기증인이 생전 선한 의지를 품고 장기기증 희
망등록에 동참했더라도 그 사랑을 가족들이 전달해 주
지 않으면 전해질 수 없는 거잖아요. 우체통이라는 게 누
군가의 편지, 누군가의 마음을 전해주는 것인데, 도너패
밀리 역시 기증인의 사랑을 전해주신 분들이에요. 그 누
구보다 소중한 가족의 생명을 다른 이들을 위해서 흘려
보내는 너무나 귀한 역할을 해주셨어요.
Q. 로즈디데이 특별 사진전 전시관에 방문해 주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 사진이 어떻게 전시되고 있을지도 보고 싶었지만, 도
너패밀리 분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계실지가 가
장 궁금했어요. 전시장의 많은 작품이 기억에 남는데, 특
히 간을 이식받은 7살 꼬마 리원이의 활짝 웃는 사진을
보며 큰 감동을 했어요. 하나의 생명이 또 하나의 생명으
로 이어진다는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거든요. 한편으
로는 이 아이의 미소를 보며 도너패밀리들은 어떤 마음
이실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분들을 직접 뵐 수만 있다
면, 백 마디 말보다 용기를 내어주신 것에 정말 감사드리
고 존경한다는 의미로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싶어요.
Q. 배우님에게 ‘나눔’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를 보고 난 후 제 삶이
달라진 것 같아요. 상처받은 영혼이 나눔을 통해 희망과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제 자신도 누군가에
게 사랑을 전해주는 아름다운 연결고리가 되었으면 좋
겠다는 소망을 가지게 됐거든요. 세상에 누군가가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또 그들의 주변 누군 가가 행복해야 한다고 믿어요. 결국 우리는 모두 연결되 어 있어요.
Q. 작사가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분께 위로를 전하고 계세요.
2년 전 발매한 정규앨범 <Namgokga x Heavenly
Vol.1>의 가장 큰 주제가 사랑이었어요. ‘위로’라는 곡의
노랫말 중에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이 세상
가장 큰 위로, 내가 너를 사랑해’ 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과거에 사랑에 굉장히 목말라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면
서 사랑한다는 표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었
거든요. 그래서 노래를 통해서 누군가에게 사랑의 위로
를 전하고 싶었어요. 실제로도 가족이든 친구들이든 자 주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Q. 끝으로 배우님이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세상에 대해 배우고 깨달아갈수록 작품을 이해하는 마
음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더 많은 나눔
을 통해 세상을 열심히 배워갈 거예요. 좋은 공연을 통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고요. 또, 작
은 바람이 있다면, 데뷔 50주년에는 팬들과 함께 아프리
카로 우물을 만들러 가고 싶어요.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
면, 언제 어디든 가서 제가 받은 사랑을 나눌게요.
또 다른 우주를 선물하는 길, 생명을 나누는 장기기증
중앙일보 사회2팀 양수민 기자
몇 해 전 영화 <인터스텔라>를 극장에서 봤습니다.
인터스텔라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요. 혹자
는 ‘인터스텔라’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몇 가지가 있
다고 합니다. 주인공인 매튜 맥커너히가 다른 차원의
자신에게 ‘STAY’를 외쳤던 것, 수만 평의 대지에 심
어 키운 옥수수 밭이 불에 탔던 것, 거대한 모래폭풍
이 몰아쳤던 것 등이 대표적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주인공들이 탔던 인듀어런
스 호가 처음 우주에 간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새
까만 어둠, 그 어떤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진공 속에
서, 주위에 보이는 것은 반짝이는 별뿐이고, 내가 어
디로 가게 될지 예상할 수 없는 막연함에 영화관에
앉아있던 저까지 막막해졌던 게 생각납니다. 아무래
도, 우주는 평소에 자주 접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니
까요.
장기기증은 제게 ‘우주’같은 존재였습니다. 부끄럽지
만, 사후에 장기를 기증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
움이 있었습니다.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시간과 장소
에서 제 몸을 구성하고 있던 것들이 없어진다는 생
각을 하니 그랬습니다. 초등학교
으로부터 받은 것이므로 소중히 여겨야 함)’도 인식
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릴 적 저희 할머니께서 장
기기증을 고민하셨던 적이 있는데요. 할머니께 “장
기기증을 하지 말라.”고 만류했던 기억도 납니다.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던 막연한 두려움에 균열
이 생긴 건 지난 5월이었습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
동본부가 진행한, 장기기증인과 이식인의 사진전 ‘장
미하다’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5월 11일 개
막식엔 기증인들의 가족이 참석했습니다. 2011년 장
기기증으로 네 명의 생명을 구한 故 이종훈 씨의 어
머니 장부순 씨, 결혼하고 15년 만에 얻은 첫째 아들
故 왕희찬 군을 떠나보내며 다섯 명의 생명을 살린
아버지 왕홍주 씨, 4대 독자인 아들을 먼저 보낸 김
일만 씨 등입니다.
가족들은 “기증 결정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럼에도 결심을 한 건 “희망을 나
누기 위해서였다.”고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장
부순 씨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1년에 한 번 아들
이 마지막까지 있었던 성모병원에 간다. 거기 가면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들이 줄을 지어 늘어서 있다.
그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말입니다.
개막식에 참석했던 김리원 양과 그 가족도 줄을 지
어 늘어서 있던 사람들 중 하나였을 겁니다. 리원 양
은 생후 78일 만에 난치병인 담도폐쇄증 진단을 받
았습니다. 태어나고 14개월 동안 병원 근처를 떠나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많이 아팠다고 합니다. 그랬던
리원 양은 이제 내년이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밥도 잘 먹고, 운동장이나 들판도 잘 뛰어
다닌다고 했습니다. 한 ‘천사님’이 리원 양에게 건강
한 간을 선물해줬기 때문입니다. 저는 감히 생각했습
니다. 천사님이 리원 양에게 새로운 우주를 열어줬
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새 우주를 선물 받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분
들도 적지 않습니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대기자는 4만 6,749명으로, 2019년(4만 253명) 2021년(4만 5,830명)보다 증가
했습니다. 반면 연간 뇌사 장기기증인은 2016년 573명
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줄었습니다. 지난해엔
하루 평균 6.8명이 이식을 기다리다 숨졌다고 합니다.
더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우주를 선물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장기기증에 대한 막연한 두려
움을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 게 힘주어 말할 수 있는 것은 제가 그 두려움을 없앤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알게 되고, 기증인과 이식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2의 삶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는 걸 깨닫고 난 뒤
저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습니다. 저 같은 사람
이 많아져야 한다고 여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
기기증과 생명나눔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이
접해야겠지요. 본부에서 하고 계시는 생명나눔 교육, 기사를 통한 미디어 속 보도가 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새 퇴근길이 즐겁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집 1층
우편함을 들여다 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가득합니
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증과 스티커가 언제쯤 도착할
지, 매일 두근댑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이 같은 설렘을
느낄 수 있기를, 그리고 더 많은 분들이 새로운 우주
를 선물 받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앞
으로도 기사를 통해 장기기증과 생명나눔의 중요성
을 알리는 데 힘쓰겠습니다.
어머니,
김찬영 씨의 어머니
故 홍정순 씨
“어머니께서 본부에 후원하고 계셨는데, 지난주에 돌
아가셨어요.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고 싶어 저도 후원
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께
서도 기뻐하시겠지요?”
2011년 3월 28일, 본부 홈페이지의 후원 소감에 세상
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며 그 뜻을 이어가겠다는 한 후
원회원의 글이 올라왔다. 생전, “나보다 더 어려운 이
들을 도와야 한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장기부전 환
자들을 위한 후원을 이어오던 故 홍정순 씨는 2011년
뇌출혈로 갑작스레 쓰러지며 손 쓸 틈도 없이 세상과
작별했다. 고인의 맏아들이었던 김찬영 씨는 장례를
치른 후, “언젠가 내가 세상을 떠나게 되더라도 누군
가가 후원을 꼭 이어서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씀하시
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머니께서 애정을 가
지고 돕던 일을 자신이 이어가야겠다는 결심을 한 그
는 곧장 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 신청을 했다. 그
렇게 시작된 나눔이 올해로 벌써 11년이 되었다.
“2009년쯤인가, 어머니께서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
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때는 정말 대단한 결심을 하
셨다는 생각만 했는데, 이렇게 빨리 이별이 찾아올지
는 몰랐어요.” 경황이 없어 장기기증에 대한 약속을
지켜드리지는 못했지만,
후원회원 김찬영 씨
뜻을 조금이라도 실현해 드리고자 가족들은 의학발
전을 위해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에 고인의 시신을 기
증했다.
“어머니는 생명나눔을 향한 후원뿐 아니라 본인의 물
건을 정리해 아름다운 가게 등에 자주 기부하실 정도
로 일상에서 나누는 일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故 홍
정순 씨의 따뜻한 성정은 김찬영 씨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나와 내 가족만 잘 사는 세상이 아닌 어려운
이웃들에게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는 그
는 본부뿐 아니라 아동 결연 후원 등을 통해 여러 곳
에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또한 나눔의 유산을
남겨준 어머니처럼 자신도 자녀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 겸손하게 어려운 이웃을 돕는 가족이 되기를 바
란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제게 어머니는 친구 같은 분이셨어요. 지금도 고민이
생기면 마음속으로 어머니에게 말을 건네요. ‘어머니,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요. 제 곁에 계시지는
않지만, 하늘나라에서 여전히 저를 지켜보시리라 생
각하거든요.” 생명나눔이라는 따스한 길로 이끌어주
신 어머니를 떠올리면 온화하고, 포근한 훈기를 느낀
다는 그는 진심이 담긴 도움의 손길로 인정이 넘치는
세상을 꿈꾸던 어머니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다.
“ 너무 부끄럽습니다.
큰돈도 아니고,
적은 금액을
후원한 것인데... ” 후원회원 허만 씨
80년이라는 세월 동안 인자하고 겸손한 성품이 새긴
주름이 자연스럽게 내려앉은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번
졌다. 수많은 후원자 중 자신은 아주 적은 금액을 후원
하는 볼펜 한 점에 불가하다며 손사래를 치던 허만 씨
는 10년째 장기부전 환자들을 위한 따스한 온정을 건
네고 있다.
“2006년에 제가 출석하던 영신교회에서 생명나눔예배
를 드렸어요. 그때는 사업을 하다 실패해서 경제적으로
누군가를 도울 상황이 전혀 안 됐거든요. 그래도 사회
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장기기증 희
망등록을 했어요.” 이후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른 2013년, 형편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적은 금액이라도 병
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나눠야겠다는 마음에서
후원을 시작했다. 오랜 시간 묵묵히 나눔을 이어오던
그는 올해 초 본부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늘 함
께해주시는 깊은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시작하는 편지와 함께 도착한 것은 손목시계. 인터뷰를
하던 날에도 그의 손목에는 은빛 시계가 반짝이고 있
었다. “하는 것에
물을 받고 곧장 펜을 들어 본부에 감사 편지를 썼다. 고
맙다는 인사로 시작한 편지의 말미에는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생명나눔 운동을 위한 후원을 이어가겠다.’라
는 깊은 진심도 담겨 있었다.
“눈이 100개 있다면, 신장이 100개 있다면 얼마나 좋을
까라는 생각을 해요. 그럼 세상을 떠날 때 모두 나눠서
수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을 테니까요. 나눌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늘 안타까운 심정이에요.” 뉴스나 신문 등
에서 장기기증이 부족해 생명을 잃는 사람들의 이야기
를 들을 때면 애처로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장기기증의 가치에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80세의 나이에도 나눔을 쉬지 않는 그는 마지막으로
바라는 소망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조용하고 겸손하
게 남을 도우며 살다 마지막 가는 길에 생명을 나눠 세
상에 아름다운 작별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찬송가 3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이라는 찬송을 가
장 좋아합니다. 저같이 부족하고, 한없이 연약한 사람
을 하나님께서 불러주시고, 붙잡아주시고, 사랑해주셔
서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거든요. 그저 마지막 순간
까지 형편이 닿는 대로 그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어요.”
행복한
삶의 비결은 나눔
불국사토함산밀면 황준연 대표
불국사 인근 맛집으로 알려진 불국사토함산밀면은
3월부터 10월까지만 문을 여는 이색 음식점이다.
겨울철 넉 달이나 장사를 하지 않고도 단골손님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눔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느껴지는 황준연 대표를 만나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2015년 경상북도 경주시에 터를 잡은 불국사토함산밀
면은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까지 사랑
받는 소문난 맛집이다. 이 집 밀면은 황준연 대표가 매
일 아침 직접 재료를 배합해 그날 손님상에 내어놓을
만큼만 반죽한다. 황 대표의 정성으로 만든 면발에 양
념장과 고명, 살얼음 동동 띄운 육수를 더하면 맛있는
밀면 한 그릇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밀면 250그
릇을 모두 팔고 나면, 더 이상 욕심내지 않고 장사를 접
는 것이 황 대표의 경영 원칙이다.
밀면을 선택한 이유는 냉면보다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포만감을 주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황 대표의
밀면집은 보통과 곱빼기의 가격이 동일하다. “식당 인
근에 농사를 짓는 어르신들과 공장에서 육체적 노동을
하시는 근로자들이 많이 계세요. 이익을 조금 포기하
더라도 그분들이 배불리 드시길 바랐어요.” 황 대표의
넉넉한 인심은 손님들의 허기를 달래고 더위를 식혀주 기에 충분하다.
“나눔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모두 행복해지는 일
이잖아요.” 나누는 삶을 통해 인생의 참된 가치를 느낀
다는 황 대표에게는 생명나눔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09년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시면서 시각 장
애인들에게 각막을 기증하시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
어요.” 황 대표는 2012년 본부를 통해 장기기증 희망등 록에 동참한 데 이어 2015년 밀면집을 오픈하며 생명 나눔가게로도 후원을 시작했다. 가게의 가장 잘 보이 는 자리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서를 비치해 손님들에게
생명나눔을 알려왔다는 황 대표는 최근 후원금액도 증 액했다. “처음 후원을 시작하며 장사가 잘되면 후원금 액을 늘리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이제야 약속을 지키게 되었네요.” 장기기증 문화를 활성화하려는 본부의 노 력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황 대표는 앞으로도 생명나눔 운동에 기꺼이 함께할 것이 라고 전했다.
불국사토함산밀면
주소 경북 경주시 구정1길 8
전화번호 054-777-7227
운영시간 오전 1 0시 30분 ~ 오후 4시
라파의 집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물합니다
“ 환자들을 응원하는 깜짝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
“ 내 삶의 시원한 그늘이 되어 준
라파의 집 고맙습니다 ”
라파의 집에서의 편안한 쉼을 누리고 집으로 돌아온 뒤, 한동안 저를 향해 밝게 웃어주시던 의료진과 직원분들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제주 라파의 집에 계신 한 분, 한 분
이 정성껏 써서 보내주신 손 편지를 받고, 이 늙은이가 울
컥했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받아본 손 편지였거든요.
어느 하나도 소홀함 없이 맡은 일에 정성을 다하시는 간
호사분들, 라파의 집 건물과 정원을 예쁘게 손질하며 아
름다운 공간을 가꾸시던 사무실 직원분들, 끼니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깊은 손맛으로 만들어주시는 식당 직원
분들... 많은 사랑을 받고 돌아온 이후, 저는 만나는 사람
마다 라파의 집에서의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말하고
다닌답니다. 오랜 투병으로 지친 저에게 오랜만에 편안
후원회원들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을 통해
운영되는 제주 라파의 집은 오랜 투병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오던 만성신부전 환자들에게
아모레퍼시픽 위생용품 후원
지난 5월 31일, 제주 라파의 집의 환자들을 위한 뜻밖 의 선물이 도착했다. 선물 박스 안에는 칫솔 180개, 치
약 30개, 샴푸 8개, 보디워시 8개 등이 들어있었다. 깜
짝 선물을 보낸 곳은 아모레퍼시픽. 신장이 모두 망가져 혈액투석을 받아야만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만성신부 전 환자들을 응원하며, 그들의 건강을 위해 위생용품을 후원해 준 것이다. 특히 이번 물품 후원은 임직원 추천 을 통해 이루어져 의미를 더했다. 또한 2012년, 2014년, 2016년, 2019년에 이어 올해로 5번째 성사된 후원으로
기법 등을 교육한다. 교육에 참여한 도너패밀리는 향후 신규 도너패밀리의 심리 치유를 위한 동료 상담가로 활동하게 될 계획이다. 이를 위해 8월까지 총 8회차 교육을 진행하 며, 강의는 다년간 도너패밀리들의 심리지원상담을 맡아온 양은숙 상담교육박사가 맡았 다. 비슷한 아픔을 경험한 도너패밀리간의 상담은 서로 간의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규 도너패밀리들에게 효과적인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