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흐 파사칼리아 c단조, BWV 582
Johann Sebastian Bach Passacaglia in c minor, BWV 582
니시무라 프렐류드 ‘불꽃속의 비전’
Akira Nishimura Prelude ‘Vision in Flames’
레거 코랄
의한 판타지. Op. 52, No. 2
Max Reger Fantasy on the Choral ‘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 Op. 52, No. 2
박영희 오르간을 위한 <기도 중에> (2020) *세계초연
Younghi Pagh-Paan <In the prayer> for Organ Solo (2020) * world premiere
Franz Liszt Fantasia and Fugue on the Chorale ‘Ad nos, ad salutarem undam’ S. 259
Organ | 오르간 이민준
피아니스트 겸 오르가니스트 이민준은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모두 ‘성적
우수’로 입학하였으며 서울 중구 의회 의장상과 예원학교 공로상을 수상하며 ‘실기 우수’로 졸업하였다.
쇼팽 콩쿠르, 영창 뮤직 콩쿠르, 음악 춘추 콩쿠르, 스타인웨이 콩쿠르, 삼익·자일러 콩쿠르, 틴에이저 콩
쿠르 등 수 많은 국내 콩쿠르를 석권하며 국내 입지를 다졌으며,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개최된 오벌린 쿠
퍼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며 국제적 가능성 또한 인정 받았다. 13세에 금호 영재 콘서트 독주회로 정식 데
뷔한 이후, 독주 뿐 아니라 실내악 방면으로도 활발한 연주를 이어갔으며, 뉴칼레도니아에서 개최된 아
트페어 초청 연주, 독일문화원 초청 연주, 일본 도쿄예술대학 교류 연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세
종 페스티벌의 영 아티스트로 발탁되어 커티스 필드 홀에서 연주하는 등 국제적인 연주 활동 또한 활발
히 이어 나갔다. 2017년부터 현대차 정몽구 재단 문화예술장학생으로 발탁되어 후원 받았다.
오윤주, 박영주를 사사하며 피아노를 수학한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피아노 전공으로 김대진을 사 사하여 예술사를 졸업하였고, 오르간을 부전공하여 오자경, 유아라, 박준호를 사사했다. 이후 도독하여 독일 뤼벡 국립음대에서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 아르비드 가스트 문하아래 석사과정과 최고연주자과
정을 마쳤다. 2021년 도독 직후 스위스에서 열린 제10회 생모리스 국제 오르간 콩쿠르에서 우승과 동 시에 청중상을 수상하며 오르가니스트로서 주목받는 신예로 급부상하였고 이후 수많은 연주회를 부상 으로 받았다. 2022년에는 북스테후데가 오르가니스트로 일했던 뤼벡의 성 마리엔 교회에서의 독주회 를 시작으로 나움부르크, 묄른, 생 모리스, 주네브, 프리부르, 로잔, 뇌샤텔 등 역사적인 오르간이 있는 장 소에서 리사이틀을 가졌다.
국내에서는 2019년 롯데콘서트홀 기획공연 오르간 오딧세이에 출연하며 롯데콘서트홀에 데뷔하였고, 2023년 부천아트센터 개관페스티벌에서 생상스 교향곡을 연주하며 개관 연주자로서 부천아트센터 오 르간을 초연하였다. 명동대성당 오르가니스트직을 역임하였으며 2023년 제2회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 르에서 우승하며 국내외로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바흐 파사칼리아 c단조, BWV 582
J. S. Bach (1685-1750) Passacaglia in c minor, BWV 582
1705년,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당시에 큰 명성을 떨치고 있던 오르가니스트 겸 작곡가 디트리히 북스테후데 (Dietrich Buxtehude)를 만나기 위해 아른슈타트에서 북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뤼벡까지 걸어서 여행한 사실은 유명한 일화이다. 원래 4주간 계획된 이 방문은 결국 4개월에 걸쳐 지속되었고, 이는 바흐에게 큰 음악 적 전환점을 제공했다. 북스테후데는 오르간 음악뿐만 아니라 칸타타와 같은 교회음악, 즉흥 연주에 있어서도 당대 최고의 음악가로 평가받고 있었으며, 바흐는 이 경험을 통해 북스테후데의 음악적 기법과 북독일 스타일 을 깊이 배우게 된다. 이 여행 이후 바흐의 오르간 작품에서 북스테후데의 영향은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파사칼리아 장르는 그 중 하나이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파사칼리아 다단조 BWV 582는 오르간 음악의 걸작 중 하나로, 바흐의 대위법적 기교 와 예술적 깊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곡은 1708년에서 1712년 사이, 바흐가 바이마르에서 궁정 오르가 니스트로 활동하던 시기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며, 파사칼리아라는 전통적인 형식과 푸가를 결합한 대규모 의 작품이다.
파사칼리아는 반복되는 베이스 오스티나토 위에 다양한 변주가 쌓이는 형식을 가진 스페인 기원의 춤곡이다. 바 흐는 이 형식을 기반으로 자신의 독창적인 대위법적 기교를 더해, 단순한 춤곡 이상의 복잡한 음악적 구조를 창 조했다. 이 곡의 시작은 8마디의 베이스 오스티나토로, 이 주제 선율은 프랑스 작곡가 앙드레 레종의 미사곡에 서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주제는 곡 전체에서 반복되며 각 변주마다 다르게 변형된다. 총 20개의 변주로 이루어 진 파사칼리아 부분은 점진적으로 발전하며, 각 변주가 오스티나토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리듬적, 화성적 변 화를 보여준다. 처음 몇 변주에서는 비교적 단순한 리듬과 화음이 주를 이루지만, 곡이 진행될수록 성부의 수가 늘어나고 음악적 밀도가 높아지며 긴장감이 고조된다.
파사칼리아가 끝난 후에는 푸가가 이어진다. 푸가는 파사칼리아의 오스티나토 주제를 바탕으로 대위법적 기 법을 사용해 여러 성부에서 주제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바흐는 이 푸가에서 복잡한 폴리포니를 통해 음악적 긴 장감을 더욱 끌어올리고, 주제가 성부 사이에서 교차하면서 곡은 더욱 장엄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푸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시 파사칼리아의 주제가 명확하게 들리며, 작품의 처음과 끝이 하나로 연결되는 통일감 을 준다.
이 작품은 바흐가 파사칼리아와 푸가 라는 두 형식을 결합해 하나의 완성된 음악적 구조를 창조한 예로, 그의 대위법적 기교와 변주 기법의 정점을 보여준다. 특히 오르간을 위한 곡 중에서도 높은 기술적 요구와 음악적 표 현력이 요구되는 곡으로, 연주자에게는 도전이 되는 동시에 청중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파사칼리아와 푸 가 BWV 582는 바흐의 오르간 음악 중에서도 가장 웅장하고 심오한 작품 중 하나로, 오늘날까지도 오르간 레 퍼토리의 정수로 남아 있다.
니시무라 프렐류드 ‘불꽃 속의 비전’
A. Nishimura (1953-2023) Prelude ‘Vision in Flames’
작년에 타계한 작곡가 아키라 니시무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 작곡가 중 한 명으로, 그의 음악은 동양 철학, 불교 사상, 그리고 전통 일본 음악의 요소를 현대 서양 음악의 기법과 결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도쿄국 립예술대학에서 수학하였으며 작곡 외에도 아시아의 전통음악, 종교학, 미학, 우주론 등 다양한 학문에 대한 관 심을 가지고 공부 하였는데 이러한 경험과 그 영향은 그의 음악세계에 뚜렷이 나타난다. 도쿄음악대학의 교수 를 역임하였고 2004년 산토리 음악상을 비롯하여 일본 국내와 해외에서 여러차례 수상 하였으며 2007년에 는 일본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타케미츠를 기념하는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최근까지 여러 음악 축제로부터 작품 위촉을 받았다.
그의 ‘Vision in flames(불꽃 속의 비전)’은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불의 상징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니시무라 는 불을 정화와 파괴, 이와 동시에 재생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주 사용했으며, 이 곡에서도 그러한 이중적 의미 가 나타난다. 오르간이라는 악기의 특성을 극대화하며, 그 특유의 웅장한 사운드와 다채로운 음색을 통해 불길 의 격렬함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내적 성찰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한다.
전주곡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지며, 아주 작고 높은 음역의 소리가 빠른 속도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움 직이며 마치 원자 주위를 도는 전자의 움직임이 연상된다. 이내 이 소리는 점점 증폭되는 에너지를 표현하며 큰 덩어리의 모습을 띠는데, 처음 부분의 중반에는 여러 개의 음을 짓누르며 연주하는 클러스터 기법으로 인해 보 다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이 음다발 역시 아주 미세하게 시작하여 점차 증폭 되었다가 다시 감소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데 마치 불꽃의 크기가 변화하며 타오르는 모습을 묘사하며, 처음 부분은 모든 움직임이 멈춘 큰 음량의 코드가 연속으로 연주되는 부분에 다다른다. 이 거대한 음향은 점점 소멸하고 아주 작고 가늘은 소리로 변형되 어, 이어 등장 하는 멜로디의 배경으로 자리하게 된다. 이 저음역의 멜로디는 다소 원시적인 느낌을 주며 동양 적인 명상이 시작된다. 매우 자유로운 리듬 안에서 연주 되다가 이에 대답하는 듯한 선율이 고음역으로부터 아 래로 하강하여 한동안 노래한다. 이후로는 두세 개의 선율이 단계적으로 등장 하여 서로 간의 긴장감이 매우 천 천히 더해지고, 다시 재빠른 움직임이 시종일관 공간을 채우는 모습으로 점차 변해 간다. 운동성이 점차 격해지 며 음량 또한 다시 증폭되어 몰아치다가 격렬한 스파크로 곡은 마무리 된다. 쉴 새 없이 움직이며 타오르는 불꽃 의 역동적인 모습, 나아가 우주와 자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흐름을 표현하는, 표현의 대상이 명확하게 묘사 된 ‘청중에게 친절한’ 현대곡이다.
레거 코랄 ‘깨어나라고 우리를 부르는 소리’에 의한 판타지, Op. 52, No. 2
M. Reger (1873-1916) Fantasy on the Choral ‘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 Op. 52, No. 2
깊은 신앙심과 복잡한 음악적 사고를 잘 반영한 막스 레거의 코랄 판타지 ‘깨어나라고 우리를 부르는 소리’는 막 스 레거가 작곡한 코랄 판타지 중 가장 아름다운 코랄 판타지로 손꼽히며, 1599년 Philipp Nicolais의 코랄을 기 반으로 작곡 되었다. 이 코랄은 16세기 루터교의 교리와 밀접하게 연관 되어있고, 주로 대림절에 불려지며 우리 에게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칸타타 ‘깨어나라고 우리를 부르는 소리’ BWV 140번의 주제로 흔히 알려져 있다. 총 3절로 되어있는 이 코랄의 1절 ‘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깨어나라고 우리를 부르는 소리)’는 천 국의 신랑, 즉 그리스도의 재림을 상징하는 소리가 잠든 신자들을 깨우는 장면을 그린다. 신자들이 영적으로 깨 어있어야 하고, 그리스도의 재림을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두번째 절 ‘Zion hört die Wächter singen(시온이 파수꾼의 노래를 듣는다)’는 그리스도를 맞이하는 장면을 묘사한다. 여기서 시온은 신약에서 종 종 교회를 상징하며,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는 신부로서의 교회를 뜻한다. 파수꾼들이 노래하는 것은 그리 스도가 가까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이며, 시온은 신부로서 기쁨과 경외로 그를 맞이한다. 세번째 절 ‘Gloria sei dir gesungen(영광을 당신께 노래하리라)’는 천국의 혼인 잔치에서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구원받은 성도들 의 기쁨을 노래하며, 천사들의 찬송에 동참하는 신자들의 찬양을 표현한다. 레거의 이 작품은 음산한 무덤 속에 죽은 영혼들이 꿈틀대고 포효하는 서주로 시작된다. 하늘에서 희미하게 빛 이 내리며 깊은 어둠 속의 정적을 깨우고 낮은 속삭임처럼 먼 곳에서 점차 다가오는 무언가를 예고하듯 신비롭 게 울려 퍼지며 코랄이 시작된다. 레거는 이 주제를 자유롭게 변주하며, 점점 더 복잡하고 긴장감 넘치는 대위법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음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마치 잠들어 있던 세계가 서서히 깨어나 생동감 있게 움 직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코랄 선율의 등장은 단순히 노래의 재현이 아닌,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거대 한 음악적 풍경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음악이 한층 고조되고 두번째 절이 시작되면서 그리스도의 재림을 맞이한다. 코랄 멜로디에서는 트럼펫의 경쾌 한 소리가 들리고 파수꾼들은 노래를 한다. 천국의 문이 열리고 하늘에서는 빛이 쏟아지며 그리스도가 내려온 다. 레거는 오르간의 방대하고 폭발적인 사운드로 그를 격하게 환영하고, 그 다음 서정적이고 묵상적인 분위기 로 변환되며 그리스도는 성도들과 기쁨의 찬양을 부르고 성찬을 나눈다. 그 후 이어지는 푸가는
짜인 다양한 주제들이 서로 엮여 하나의 완전한 패턴을 이루는 모습을 보 여준다. 여기서 레거는 단순히 바흐의 푸가 전통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독창적이고 복잡한 음악적 언 어를 통해 푸가를 재창조한다. 각 성부는 서로의 목소리에 응답하고 다시 그것을 넘어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며, 마치 영혼이 신과의 대화를 통해 점점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느낌을 준다. 푸가의 절정에 다다르면, 모든 성부가 하나로 결합하며 장엄한 빛의 폭발을 이루고 코랄의 마지막 절, 3절이 시작되며 천국의 혼인 잔치 가 열린다. 마치 그동안 잠자고 있던 모든 감각이 깨어나고, 세계의 모든 비밀이 드러나는 것 같은 환희를 느끼 며 곡이 마무리된다.
박영희 오르간을 위한 <기도 중에> (2020)
Younghi Pagh-Paan (1945*) <In the prayer> for Organ Solo (2020)
작곡가 박영희는 한국 출신의 현대 음악 작곡가로, 동양과 서양의 음악적 전통을 독창적으로 융합한 작품세계 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작곡과 졸업 후 도독하여 프라이부르크 국립음악대학에서 학업을 이 어갔으며, 1980년 유럽 유수의 현대음악제 중 하나인 도나우에싱엔 음악제에서 관현악 작품인 ‘소리’를 발표 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작품은 1년 뒤 발표된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에 앞서 한국의 반독재 민주화 항거 를 반영한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박영희의 음악은 한국의 전통 음악과 철학, 종교 사상 등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표현 기법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 며, 소리의 질감과 침묵의 역할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는 명상적이고 철학적인 분위기 뿐만 아 니라 여성, 자연, 인간 존엄성에 대한 성찰도 담겨져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노을’, ‘생명나무’, ‘별빛아래..’ 등이 있으며, 모두 동서양의 문화적 경계를 넘는 독창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박영희는 독일 브레멘 국립음악대 학에서 동양인 여성 작곡가로서 최초로 작곡과 주임교수로 임명되어 후진 양성에도 기여했으며, 2020년 독일 예술원에서 시상하는 베를린 예술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그녀의 음악은 문화적 대화와 이해를 추구하는 중 요한 작품으로 남아 있다. 그녀는 어느 한 음악회에서 프랑스 작곡가인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의 음악을 듣고 감명을 받은 것이 종교적인 음악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메시앙은 자신의 음악이 ‘하느님의 자녀’ 라고 뜻했고, 하느님 께 찬양하는 곡을 쓰기 위해 가장 많은 인원 편성의 오케스트라와 한계를 도달하는 음량을 가지고 작곡하였다. 본래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녀는 이를 계기로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오직 하느님께 바치는 음악을 작곡하 였다. 2020년에 작곡된 <In the Prayer>(기도 중에)는 제 1회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의 위촉곡으로 선정되 었는데 당시 유감스럽게도 코로나 감염병 사태로 인해 본선 경연이 취소되었고 2회 콩쿠르 우승자인 이민준의 연주로 본 무대에서 세계초연으로 선보여지게 된다.
작곡가의 직접 표현에 의하면 “간단한 것 같지만 간단하지 않은 음들과 복잡한 박자, 까다로운 리듬”으로 시작 하는 이 곡은 작곡가가 시련을 겪을 때 기도를 하면서 생겨나는 ‘분심’을 주제로 작곡한 곡이다. 그녀는 삶이 지 치고 힘들 때 하느님께 기도를 청했는데, 그럴 때마다 하느님을 찬양 하는 것이 아닌 ‘탓’을 했다고 한다. ‘하느 님,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셔서 저를 이렇게 힘들게 합니까?, 너무 지치고 처절하게 외롭습니다’. 작곡가는 변 화무쌍한 셈여림과 매우 불규칙적인 리듬, 박자사용으로 이러한 분심을 악보로 표현했다. 매우 엄격하고 혼란 스러운 부분이 있는 반면 곡 중간에는 연주자에게 즉흥연주를 요하는 ‘improvvisare, ad libitum(즉흥적으로, 자유롭게)’ 부분이 나온다. 이곳은 성경에 나오는 “내가 너희에게 자유를 주노라” 라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작 곡자는 연주자에게 자유를 요했다. 하지만 이 자유는 완전한 자유가 아닌 한정된 자유를 뜻하고, 하느님 아래 서 기도를 하며 얻는 자유를 말한다. 이곳에서 연주자는 나만의 기도를 만들어야하고, 작곡자는 그 기도가 자신 의 기도와 만나기를 원한다. 연주자와 작곡자의 기도가 합쳐지고, 진정으로 하느님께 드리는 찬양이 탄생한다.
리스트 코랄 ‘슬픈 자여 이리로 오라’ 주제에 의한 환상곡과 푸가 S. 259
F. Liszt (1811-1886) Fantasia and Fugue on the Chorale ‘Ad nos, ad salutarem undam’ S. 259
화려한 피아니시즘을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라면 리스트의 음악은 너무나 익숙할 것이다. 피아노 연주회 를 지금의 연주 형태: 즉 연주자의 오른쪽 옆모습을 어두운 배경과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신비롭게 비추고 극한 의 기교와 감정전달을 통해 청중을 사로잡는 것으로 정착시킨 인물이 프란츠 리스트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헝가리 태생인 그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 하였고, 비르투오조 피아니스트 외에도 지휘자로, 또한 매우 많은 작품을 남긴 작곡가로서 활약하였다. 19세기 독일과 프랑스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자적인 음악세계 를 구축 하였으나, 당시 독일에서 제작된 오르간과 그의 오르간 음악은 사실 긴밀한 연관점을 찾을 수 있다. 그 가 사용한 새로운 방식의 화성기법이나 단 하나의 주제가 긴 길이의 음악으로 발전하는 순환구조 형식은 리스 트 이후의 음악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1849년 리스트는 파리에서 지아코모 마이어베어(1791-1864) 의 오페라 ‘예언자’를 듣게 되는데, 이 연주로부 터 받은 감명을 증명하는 세 개의 음악적 스케치가 존재한다. 이 오페라 중에는 재침례교도의 수도자들이 함께 노래를 하는 장면이 있고, 그들이 부르는 코랄이 바로 본 곡의 주제인 ‘Ad nos, ad salutarem undam(의역: 슬 픈 자여 이리로 오라, 구원의 물결로)’이며, 리스트는 곧 오르간을 위한 환상곡과 푸가 작곡에 착수한다. 연주시 간 30분이 넘는 대규모의 곡은 실질적으로 세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지며 각 부분을 이어주는 부분이나 마지막 종결부의 코랄을 생각하면 사실상 매우 여러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상상력과 오르간의 음향을 들려준 다. 1852년 독일의 브라이트코프 사에서 처음으로 출판 되었는데 오르간 솔로, 페달 피아노, 피아노 듀오를 위 한 버전이 각각 존재하는 것은, 그에게 피아노는 곧 오케스트라였듯, 머릿속의 음악을 펼쳐 보이는 데에 악기의 제한을 두지 않은 리스트 특유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카미유 생상은 본 곡에 ‘존재하는 오르간 레퍼토리 중 단 연 제일 뛰어난 작품’ 이라며 흥분했다. 사실 끊이지 않고 30분을 넘게 연주하는 규모의 오르간 곡은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 곡이 초연된 독일의 새로운 라데가스트 오르간의 가능성을 놀랍도록 효과적으로 이끌어 낸 것을 들은 청중들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첫 부분의 판타지는
보이는데, 오페라 서곡의 도입부 같은 서사적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리스트는 여기서 오르간이 가진
음향적 가능성을 극대화하며, 다양한 소리의 변화를 통 해 곡의 색채감을 풍부하게 한다. 시작부분은 마이어베어의 오페라 주제 선율을 모티브로 저음역에서 어둡게 시작하여 강렬한 화성 진행과 극적인 음향의 변주가 이어지면서, 매우 웅장하고 대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후 레치타티보가 이어지고, 계속해서 주제선율을 매우 다양한 방법과 화성으로 계속 제시한다. 계속되는 판타
두 번째 느린 아다지오 악장은 Ad nos 코랄을 저음에서 단선율로 조용하게 시작한다. 판타지의 강렬함과는 대 조적으로, 보다 서정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으며, 심오한 음악적 전개를 특징으로 리스트의 감정적 인 표현력이 극대화된 부분이다. 초반에는 다양한 여린 음색들로 주제를 반복하고, 그다음 오보에와 클라리넷 이 서로 대화하듯 주고받으며 주제를 노래하고, 주제가 점차 확장되었다가 다시 사그라든다. 그 후엔 멀리서 희 미하게 빛이 보이듯 반짝이고 신비로운 펼침화음 속에서 다시 주제를 반복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아다지오로 다 시 돌아오면서 다가오는 암흑을 예고한다. 이후 강렬한 감화음 코드와 페달의 물결치는 모티브가 나타나고, 거 대한 파도를 이룬 카오스는 마치 풍랑이 이는 바다의 한가운데를 표현하는 듯 하다.
마지막 악장은 부점리듬으로 구성된 제1푸가와, 빠르게 움직이는 대선율로서 비르투오조 피아니스트 리스트를 연상케 하는 제2푸가로 구성되어 있다. 예로부터 부점리듬은, 특히 프랑스 바로크 시대에, 왕의 행진이나 입장 시 음악에 사용된 리듬으로 모든 계층 위에 군림하는 힘과 권위를 나타내는데, 코랄 주제 멜로디와 다른 모든 성 부에서도 이 리듬을 차용하여 모든 것을 초월하는 존재, 이제까지의 혼란을
푸가는 첫 모데라토 부분과 흥미로운
첫 번째 푸가의 음량과 긴장감이 확대되고 한계점까지 축적 되었을 때, 새로운 국면을 제시하며 앞서 들은 팡파레가 다시 등장 하는 점이다.(비로소 이 팡파르는 ‘구원’ 의 주체, 혹 그 등장의 상징임을 알 수 있다.) 계속해서 제2푸가로 이어지는데, 리스트를 연상시키는 빠른 움직임의 선율은 쉴 새 없이 어느 곳에서나 몰아 치는 물결의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후반에서는 이 파도의 배경을 뒤로 하여 코랄 멜로디가 거대한 수직화음형 태로 등장한다. 이 리스트 및 바그너리안적 화성 사용은 곡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완성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 용한다.
최종적으로 곡은 매우 느린 템포의 웅장한 화성 코랄로 이어져, 마침내 ‘혼돈’에서 ‘질서’로 정돈된 순간의 감격 을 표현하고 있다. 리스트 특유의 큰 스케일과 영웅적인 색체, 음악의 위용이 잘 드러나고 있는 클래식음악 레 퍼토리의 수작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