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오르간시리즈 I. 이베타 압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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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ORGAN SERIES I IVETA APKALNA

PROGRAM

쇼스타코비치 오페라 <므첸스크의 멕베스 부인> 중 파사칼리아, Op. 29

D. Shostakovich Passacaglia from Opera <Lady Macbeth of Mtsensk>, Op. 29

바흐 <음악의 헌정> 중 ‘6성부 리체르카르’, BWV 1079

J. S. Bach ‘Ricercar à 6’ from <The Musical Offering>, BWV 1079

구바이둘리나 빛과 어둠

S. Gubaidulina Light and Dark

야나체크 <글라골리트 미사> 후주곡

L. Janaček Postludium from <Glagolitic Mass>

INTERMISSION

바흐 파사칼리아 c단조, BWV 582

J. S. Bach Passacaglia in c minor, BWV 582

바스크스 순백의 전경

P. Vasks White Scenery

바흐 샤콘느, BWV 1004 편곡 M. 켈러

J. S. Bach Chaconne, BWV 1004 Arr. M. Keller

© Girts Ragelis

IVETA

이베타 압칼나 Iveta Apkalna

세계 음악계를 선도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베타 압칼나는 2017년부터 독일 함부르 크 엘프필하모니의 클라이스 오르간의 상주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엘프필하모니 개관공연에서 클라이스 오르간을 초연하였다.

이베타 압칼나는 2007년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베를린필하모닉과 연주하며 데뷔하였고, 바이에 른 방송교향악단,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클리 블랜드 오케스트라,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을 비롯 마리스 얀손스, 마렉 야노프스키, 켄트 나가노, 구스타보 두다멜, 안토니오 파파노 경, 안드리스 넬슨스 등 지휘자들과 협연하였다. 루체른 페스티벌, 라인가우 음악 페스티벌, 루트비히스부르크 페스티벌, 슐레스비히-홀슈타인 페스티벌, 프라하의 봄 페스티벌 등 주요 페 스티벌과 유럽, 북미, 아시아 등지의 저명한 콘서트홀의 초청을 받고 있으며 2019년부터 노이브란덴부르 크 콘체르트키르헤의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10월 대만 가오슝 예술센터의 개관공연에서 새로운 클라이스 오르간을 초연하였고, 에사 페카 살 로넨의 작품을 세계초연하며 폴란드 카토비체 국립방송교향악단 콘서트홀(NOSPR)의 새로운 오르간을 초 연하였다. 2023년 3월, 이베타 압칼나는 대만 가오슝 웨이우잉 오르간 페스티벌의 예술감독로 위촉받아 아시아 최대의 오르간에서 다양한 공연을 성료하였다. 또한 현대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페테르 외트뵈시, 에 사 페카 살로넨, 페테리스 바스크스, 나지 하킴, 에릭 에센발즈, 티에리 에스카이쉬 등의 작품들을 초연하거 나 연주하였다. 대표적으로 2017년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함께 유럽 투어를 하며 페테르 외트 뵈시의 ‘멀티버숨’을 세계초연 하였고, 파스칼 뒤사팽의 ‘오르간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웨이브스’를 2020년 1월 켄트 나가노 지휘의 함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세계초연 하였다.

이베타 압칼나는 라트비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상인 라트비아 음악대상을 네 차례 수상하였다. 라트비 아 공화국 건국 100주년을 기념하여 이베타 압칼나는 라트비아 대통령으로부터 라트비아 최고의 민간 훈장 인 삼관 훈장을 수훈 받았고, 2015년 라트비아 문화부로부터 우수문화인상을 수상하며 라트비아 문화 홍보 대사로 임명되었다. 2008년 프랑스-독일 TV 네트워크 ARTE는 그녀에 대한 다큐멘터리 <오르간과의 춤> 이 방영되었다. 2005년 오르가니스트로서 최초로 에코클래식 올해의 연주자상을 수상하였다.

PROGRAM NOTE

쇼스타코비치ᅵ오페라 <므첸스크의 멕베스 부인>

중 파사칼리아,

Op. 29

D. ShostakovichᅵPassacaglia from Opera <Lady Macbeth of Mtsensk>, Op. 29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멕베스 부인> 중 파사칼리아, Op. 29는 매우 독특하고 맹렬한 인상의 작품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적 특징을 두루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이 오페라는 19세기 러시아의 한 여성 카테리나가 남편을 살해하게 되고 이로부터 도덕적, 사회적 혼 란이 파급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당시(1934년)의 정치, 사회적 맥락상 이 오페라는 매우 도발적인 작품이 아닐 수 없다. 특별히 주인공이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서 겪게 되는 강한 감정적 변화와 갈등이 줄거리의 중심에 놓이고, 성적 욕망, 살인, 권력의 남용과 같은 당시 소 비에트 정부의 이상적 기준에 맞지 않는 요소들이 부각되어 초연 시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매우 ‘고전적’인 옛 춤곡 형식인 파사칼리아는 반복되는 베이스 라인을 기초 즉, 일종의 무대로 한다. 그 위로 다양한 음 악의 구조 이른바, 여러가지 선율이나 화성, 다양한 리듬적 요소들을 결합시킨 형태를 이어나가는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러하여 일종의 변 주곡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쇼스타코비치는 현대적이고 개성적인 방식으로 이 파사칼리아를 재해석하여 오페라의 중반에 배치하였고 긴장감

과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 곡의 감상 포인트는 다음 몇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로, 상술한 바와 같이 파사칼리아라는 형식이 가지는 베이스라인의 반

복인데, 이 어두운 저음 선율의 지속은 불안정하고 처절한 느낌을 주게 된다. 이는 작품의 주제에 또한 잘 부합하여 카툴라 내면의 죄책감이나 갈등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두번째로는 불협화음의 등장과 급격한 변화를 통해 작곡가가 의도한 긴장감이 될 것이다. 이 긴장은 듣는 이를 압박하며, 작중인물 내면의 변 화와 갈등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매번 주제의 반복이 화성적, 선율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다음 회차로 넘어가는 가는 점인데, 이것은 전체적인 오페라의 줄거리를 거 울처럼 반영하며 매우 효과적이고도 훌륭한 암시를 이룬다.

PROGRAM NOTE

바흐ᅵ<음악의 헌정> 중 ‘6성부 리체르카르’, BWV 1079

J. S. Bachᅵ’Ricercar à 6’ from <The Musical Offering>, BWV 1079

설령 왜인지는 모를지라도 ‘바흐가 위대하고 훌륭한 작곡가’임은 그의 사후 270년이 넘은 현재에도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으니, 그것은 ‘진실’ 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바흐 연구가 중 몇몇은 그가 극도로 사적인 기록을 남기기를 꺼려했음을 유추해 내기도 했지만 그 삶의 행적을 보 면 여느 아버지와 다르지 않다. 바흐의 바람대로 슬하의 자식 중 몇몇은 성공적 커리어의 음악가로 성장했는데, 차남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Carl Philipp Emanuel(1714-1788)은 그 대표적인 인물로 프로이센 왕국 프리드리히 2세의 쳄발로 연주자가 되었으며, 이로부터 오늘 연주되는 < 음악의 헌정>이 비롯된다.

베를린 근교 포츠담에 ‘번민이 없는’의 뜻을 가진 상수시Sanssouci 궁전을 완성한 대왕은 당시 대위법의 일인자이자 건반 음악의 대가인 카를 필 리프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티안을 초대했고 1747년 5월 바흐는 이에 응하여 궁을 방문하게 된다. 프리드리히 2세는 예술을 지극히 사랑하는 인물로 카를 필리프 외에도 궁정악장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그라운, 당대 유명한 플루티스트였던 크반츠 등과 같은 유명한 음악가들을 고용 하였다. 왕은 바흐에게 하나의 선율을 주며 이를 기초로 6성부 푸가를 즉석에서 연주해줄 것을 요청했다. 자신의 연주에 만족스럽지 않았던 바 흐는 추후에 이 주제를 기초로 여러 스타일의 다양한 작품을 작곡, 동판에 인쇄하여 ‘삼가 폐하에게 음악의 헌정물을 바칩니다’라는 헌정사를 부 쳐 바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음악의 헌정>은 <푸가의 기법>, <b단조 미사>와 함께 바흐 말년의 역작으로 여겨진다.

리체르카르Ricercar란 ‘찾다’, ‘연구하다’의 뜻을 지닌 이탈리아 단어 ‘Cerca’로부터 유래한 말로서, 150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발원한 이후 다 성 폴리포니 음악으로 자리잡은, 보통 진지하고 엄격한 분위기를 가진 곡을 뜻한다. 단어의 의미처럼 곡은 주어진 주제에 다른 선율을 등장시 켜 대비와 조화를 이루는 소리를 만들고 이것을 어떤 방향으로 전개시킬지를 끝없이 스스로 탐색하는 듯한 진행을 보여준다. 단순히 하나의 선 율이 가진 선율적, 화성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러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소리 구조체의 논리적 진행’ 수준의 음악을 만드 는 것을 바흐는 좋아했고 스스로 최고의 음악예술로 여겼음이 분명해 보인다.(이처럼 구조적으로 맞물려 진행하는 구조적인 음악은 ‘건축적 이다’라고 표현되기도 하는데, 후에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1749-1832)는 ‘건축은 얼어붙은 음악’이라고 표현한 것 과 일맥상통한다.)

바흐 <음악의 헌정> 주제 (Ricercar à 6 중)

위의 주제가 홀로 등장하며 시작하는 ‘6성부 리체르카르’는 대위법적 기법을 사용해 하나의 주제가 여러 성부로 전개되는 형식을 취하며, 6개의 개별적인 목소리, 즉 6개의 성부로 구성된 복잡성을 가지게 된다. 이 곡은 바흐의 뛰어난 카논적 기법과 대위법적 기법을 통해, 각 성부가 서로 얽히면서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복잡하고 세밀한 텍스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폴리포니 악곡은 바흐 뿐 아니라 대부분의 작곡가들에게 기술적 면에서 가장 도전이 되는 것으로, 각기 제각각인 성부가 모여 이루는 유기적 화성의 진행이 반드시 논리적으로 펼쳐져야 하기 때문이다.

PROGRAM NOTE

구바이둘리나ᅵ빛과 어둠

S. GubaidulinaᅵLight and Dark

소피아 구바이둘리나(Sofia Gubaidulina)는 20세기와 21세기 초 러시아의 대표적인 작곡가 중 한 명으로, 현대 클래식 음악에서 매우 중요 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1931년 카자흐스탄 출생인 그녀가 작곡가로서 활동할 당시는 소련 체제였으므로 정치, 사회적 환경이 그녀의 음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바이둘리나는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에서 벗어나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접근을 시도했으며 매우 영적인 성격을 띠거나, 고통, 구속, 신앙, 그리

고 인간 존재에 대한 심오한 질문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신비주의와 기독교적 요소들이 두드러지며, 소리 자체에 대한 탐구로 인해 얻어진 추 상적인 구성 또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음악 양식과 음악 요소적 측면에서 전통과 혁신을 결합하였는데 종종 러시아 전통 음악, 특히 러시 아 민속 음악과 현대적인 음악 언어를 잘 결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부분의 현대음악은 친숙하지 않은 음향으로 인해 클래식 음악 입문자에게 다소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구바이둘리나의 ‘빛

과 어둠’처럼 매우 가시적인 표제를 가지고 있다. 이 표제에 따른 청취자의 자유로운 상상과 연주되는 음향을 적절히 대치 및 조화시키면 오히 려 수백년 전의 음악보다 더욱 쉽게 이해 되리라 필자는 생각한다. 제목에 나타나는 두 가지 뚜렷한 대조적인 요소, 빛과 어둠은 어떻게 음악적 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높은 음과 낮은 음, 작은 소리와 큰 소리, 빠른 움직임과 느린 움직임의 기준을 가지고 연주를 듣다보면 보

다 손에 잡히는 현대음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구바이둘리나는 또한 이 작품에서 매우 독창적인 음향 기법을 사용하며, 오르간의 특성을 극 대화하여 소리의 색채와 질감을 변화시킨다. 빛은 오르간이 가진 밝고 투명한 음색을, 반대로 어둠은 깊고 침울한 음색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이처럼 이 작품은 오르간의 풍부한 음향적 특성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작품으로 여겨지며, 음악적 실험과 감정적 깊이를 동시에 담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균형감을 가지는 음악작품으로 평가된다.

L. JanačekᅵPostludium from <Glagolitic Mass>

레오시 야나체크(Leoš Janáček)는 20세기 초 체코슬로바키아의 중요한 작곡가로, 대부분 20세기 초 작곡가들이 그러하듯 자국(체코)의 민 속 음악이 강하게 반영된 스타일과 그에 더해 현대적인 음악 기법을 적용하여 자신만의 독창성을 구축하였다. 특히 그의 작품들은 감정적으로 강렬하고, 리듬적이고 표현적인 면에서 역시 강한 인상을 준다.

특별히 그는 언어의 리듬과 음운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는데 체코어의 음절과 억양을 음악에 반영하여, 대사의 리듬을 음악에 결합시키기를 시 도했고, 그 결과 그의 음악은 매우 직관적이고, 음성적이며, 때로는 불규칙적인 리듬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표현의 강렬함이 더해졌다. 또한 짧 고 강한 인상의 동기들이 반복되는데, 이들은 감정의 고조와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만들고, 때로는 리듬과 템포의 변화를 통해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야나체크의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인 글라골리트 미사(Glagolitic Mass)는 1926년에 완성 되었으며, 상술한 바와 같이 국악적, 민속적인 성향 을 강하게 반영하여 독특한 음악적 스타일을 선보인다. 여기서 ‘글라골리트’는 9세기 슬라브 교회에서 사용된 고대 문자 체계인 ‘글라골리트 문 자’(Glagolitic script)를 의미하는데, 이 미사는 그 문자를 단지 하나의

후주곡Postludium은 보통 교회

PROGRAM NOTE

바흐ᅵ파사칼리아 c단조, BWV 582

J. S. BachᅵPassacaglia in c minor, BWV 582

현대에 가장 자주 연주되는 오르간 음악 중 하나인 바흐의 파사칼리아는 오늘 음악회에서 쇼스타코비치의 파사칼리아와 구조적으로 매우 훌륭 한 대칭을 이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풍스럽고 진지한 이미지를 가진 이 곡은 사실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처럼 강렬하며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실력과 역량을 드러내고자 했던 젊은 바흐의 열정이 두드러지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춤곡에서 발원하여 바로크 전성기에 이미 변주곡으로 자리잡은 파사칼리아는 대개 4마디의 주제를 가지고 있었으며, 주 로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기존의 주제선율’을 사용했다. (이는 마치 하나의 일반적인 주제로 여러사람이 제각기 다른 글을 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바흐는 당시의 프랑스 작곡가 앙드레 레종André Raison의 4마디 길이 선율을 차용하였는데, 이 4마디 뒤로 자신이 직접 작곡한 후반부 4마디를 더하여 파사칼리아 주제를 확장한다. 이렇게 당시의 파사칼리아보다 2배의 호흡을 기본으로 펼쳐지는 20개 변주의 인상은 기존의 것 보다 훨씬 큰 스케일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 곡의 시작부분은 당대의 대가 디트리히 북스테후데Dietrich Buxtehude(1637-1707)의 동일 조 성 샤콘느(파사칼리아와 매우 유사한 형식의 곡)의 도입부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작곡과 연주 모든 면에서 발견되는 복잡성과 그야말로 멋지고 드라마틱하게 그 복잡함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이 곡에는 반복하여 ‘진열’되어 있는데, 이것은 주로 자신의 곡을 직접 연주했던 (특히 아직은 무명의 젊은 음악가라면 더더욱 그랬을) 바로크시기의 특성 상 자신의 음악 역량을 입증하고자 했던 것을 아닐까 생각한다.

바흐의 파사칼리아 c단조, BWV 582 의 필사본 중 하나

대부분 바흐의 전기 오르간작품처럼 바흐의 친필원본은 전해지고 있지 않은 파사칼리아 BWV 582는 20개의 변주를 거친 후 역시 드라마틱 하고 복잡한 구조의 푸가로 이어지는데 따라서 영미권에서는 ‘Passacaglia and Fugue’로, 독일어 권역에서는 ‘Passacaglia’라는 명칭 만 으로 작품의 전체를 가르켜 사용한다. 푸가란 바흐 이전시대부터 존재했던 다양한 건반 폴리포니 양식, 즉 진지한 리체르카르, 경쾌한 칸초나, 자유로운 환타지아의 특성을 두루 아우르며, 이에 더하여 주제와 상관이 없는 자유로운 ‘에피소드’라 불리는 삽입구들이 곡의 중간중간에 배치 되어 더욱 다채로운 즐거움을 주는 작곡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작곡가가 원하는 것을 더욱 많이 집어넣을 수 있지만, 동시에 곡의 균형감과 통일성을 유지해야하므로 바로크 시기 이후 작곡가들에게 필수적인 소양이 되었으며 수많은 바흐의 작품 대부분에 등장하는 이러한 푸가 부분은 이후 작곡가들에게 거대한 도서관과도 같은 역할이 된다.

PROGRAM NOTE

바스크스ᅵ순백의 전경

White Scenery

바스크스는 라트비아 출신의 작곡가로 러시아와 구소련의 정치적 억압 속에서 활동하였는데, 그의 음악은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감정을 동 시에 표현하려는 성향을 강하게 띈다.

순백의 전경(White Scenery)은 1998년에 작곡된 바스크스의 주요 작품 중 하나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신비로운 경관에 대한 음악적 표 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연 및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데 집중하는 그의 작풍이 잘 반영된 이 곡은 단순하면서도 섬세한 선율과 구조를 통 해 평화롭고 순수한 느낌을 전달한다.

미니멀한 음악 요소가 주를 이루는 이 곡은 간결한 선율과 점진적인 음향의 변화가 특징이다. 바스크스는 음향의 ‘빈 공간’과 ‘침묵’을 강조하며, 이는 자연의 순수함과 고요함을 그려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느리게 반복되는 움직임에 아주 점진적인 변화가 더해지므로, 연 주자의 입장에서 각 음이 차지하는 여백과 그 흐름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특성은 청중에게 깊은 사색의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곡에서 오르간은 주로 잔잔하고 고요한 음향을 통해 긴장감 없이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앞서 우리는 완숙하고 장엄한 노년의 바흐(6성

으로 들어볼 바흐의 음악은 그가 1717년~1720년 사이 즉, 중년 시기에 쓴 작품으로서 작곡과 연주면에서 가장 내면적인 분야로 여겨지는 솔 로 악기를 위한 무반주 기악곡이다.

바흐가 바이올린을 위한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작곡했던 시기는 쾨텐에서 레오폴드 왕자의 궁정악장Kapellmeister으로 재직하던 시절 이다. 이곳은 당시 기독교 프로테스탄트 교파 중 칼비니즘의 영향으로 인해 교회에서의 음악 수요가 거의 없어지게 되었지만, 대신 높은 예술 적 식견을 갖춘 레오폴드 왕자의 후한 대우 덕분에 안정된 생활 속에서 음악가로서 매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며 행복한 시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있다.

샤콘느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파사칼리아와 비슷한 유형의 음악형식으로 본래 춤곡에서 발원한 느린 세박자를 가진 변주곡으로 분류되는 데, 파사칼리아의 반복되는 베이스 라인이 멜로디의 성격인 경우가 비교적 많다면 샤콘느의 저음 성부는 단순히 화성적 역할이 부여된다. 일반 적으로 세박자 계열의 곡은 ‘강-약-약’의 마디 내 단계적 액센트를 가지는데 바흐는 이에 반해 본래 약박인 두번째 박에서 곧바로 시작하고 이 에 따라 강한 액센트를 부여된다. 악보가 없이 듣는이의 입장에서 이 곡이 첫째 박이 아닌 둘째 박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아는 것은 곡의 감상과 해석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하므로 반드시 기억하기를 당부한다. 이처럼 리듬에 있어서의 ‘대법칙’을 거스르는 설정은 매우 격정적인 감정을 느끼게끔 하며 강렬한 인상을 주어 많은 해석을 낳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바흐가 이 곡을 작곡할 당시가 첫번째 아내인 마리아 바르바라Maria Barbara의 사망 시기와 겹치는 이유로 그가 경험한 개인적인 고통이나 상실감을 반영한 것으로 추측 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곡이 가지는 비통한 정서는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되며 장조로 전환되는 가운데 부분마저도 슬픔을 극복하는 듯한 승화의 과정으로 비춰진다.

원곡이 연주자와 매우 친밀한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통한

것이다.

Ⓒ Mathias Benguigui

Ⓒ Jan-Olav Wedin

Ⓒ Wiener Konzerthaus & Lukas Beck

Ⓒ Sangwook Lee

SEASON LINE-UP

요나스 카우프만 리사이틀

3. 4(화) 오후 7시 30분

요나스 카우프만 오페라 콘서트

3. 7(금) 오후 7시 30분

2025 오르간 시리즈 I. 이베타 압칼나

4. 2(수) 오후 7시 30분

2025 인 하우스 아티스트 <첼리스트 최하영> I

4. 30(수) 오후 7시 30분

클라우스 메켈레 & 파리 오케스트라

6. 14(토) - 6. 15(일) 오후 5시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 양인모

7. 5(토) - 7. 6(일) 오후 5시

2025 오르간 오딧세이

Ⅰ. 팬텀 오르간

2. 26(수) 오전 11시 30분

Ⅱ. 배틀 오르간

8. 20(수) 오전 11시 30분

Ⅲ. 엔젤 오르간

12. 17(수) 오전 11시 30분

2025 클래식 레볼루션 <스펙트럼> : 바흐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

8. 28(목) - 9. 3(수)

예핌 브론프만 피아노 리사이틀

9. 21(일) 오후 5시

2025 오르간 시리즈 Ⅱ. 켄 코완 10. 14(화) 오후 7시 30분

재닌 얀센 &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11. 4(화) - 11. 5(수) 오후 7시 30분

정명훈 &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11. 19(수) 오후 7시 30분

2025 인 하우스 아티스트 <첼리스트 최하영> Ⅱ 11. 26(수) 오후 7시 30분

2025 롯콘 마티네 I

<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 I

3. 20(목) 오전 11시 30분

<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 Ⅱ

4. 17(목) 오전 11시 30분

<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 Ⅲ

5. 15(목) 오전 11시 30분

2025 롯콘 마티네 II

<황수미의 사운드트랙> Ⅰ

9. 18(목) 오전 11시 30분

<황수미의 사운드트랙> Ⅱ

10. 16(목) 오전 11시 30분

<황수미의 사운드트랙> Ⅲ

11. 20(목) 오전 11시 30분

Ⓒ Lisa-Marie Mazzucco
Ⓒ Andrej Grilc
Ⓒ William Beaucardet
Ⓒ Gregor Hohenberg Ⓒ Dario Aco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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