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lo Jaemin Han
첼로 | 한재민
자신만의 해석으로 음악에 생명을 불어 넣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연주에는 즐거움과 즉흥성이 묻어 있다.” - 정명화
2006년생 첼리스트 한재민은 2021년 루마니아에서 열린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열다섯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 을 거머쥐었다. 같은 해, 두 달 뒤에는 제네바 국제 콩쿠르 3위 및 특별상을 받아 50년 만의 첼로 부문 한국인 입상자라는 영 예를 얻었다. 또한, 2022년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 결선에서 윤이상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1976)’을 연주해 우승을 차지했는데, 결선에서 이 협주곡을 연주해 우승한 건 콩쿠르 20년 역사상 첫 기록이었다. 그의 콩쿠르 석권은 일찌감
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2015년 오사카 국제 음악 콩쿠르, 2017년 헝가리 다비드 포퍼 국제 첼로 콩쿠르, 2019년 독일
돗자우어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1위를 휩쓸었다. 이 화려한 이력들은 그가 5세에 첼로를 시작한 지 10여년 만에 이룬 성과다.
한재민은 룩셈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구스타보 히메노와 함께한 한국 투어를 포함하여 KBS교향악단, 서울시향, 라트비아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저명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들과 협연했으며, 통영 국제 음악제에서 솔로 리사이틀 뿐 아니라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등과 함께 한 실내악 공연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2024/25 시즌, 한재민은 국내에서 르 노 카푸숑의 지휘로 로잔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2024년 롯데콘서트홀의 인 하우스 아티 스트로 선정되어 지난 3월 무반주 리사이틀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10월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토프 바라티, 피아니스
트 박재홍과 함께 3중주 공연을 비롯하여 12월에는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BBC 프롬스 코리아에서 신동훈의 첼로 협주 곡 “밤의 귀의” 아시아 초연이 예정되어 있다. 이에 앞서 11월에는 글래스고에서 동일한 작품으로 라이언 위글스워스 지 휘로 BBC스코틀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데뷔 무대를 선보인다. 이외에도 영국 오케스트라인 버밍엄 시립교향악단, 로 열 노던 신포니아와의 데뷔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한재민은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헤바우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북서독일 필하모니와 차이콥스키와 랄로로 두 차례 데뷔 공연이 있다. 또한, 미국에서의 데뷔를 앞두고 있는데 주목할만 한 공연으로는 LA 필하모닉,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함께 브람스 더블 콘체르토를 연주하며, 뉴욕의 상징적인 카네기 홀과 라 호야 뮤직 소사이어티에서의 공연 등이 있다. 그는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와 함께 국내에서의 리사이 틀과, 2025년 봄 취리히 챔버 오케스트라 데뷔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한재민은 2022년 도이치 그라모폰의 ‘라이징 스타’ 에 첼리스트로서는 처음으로 선정되어, 스테이지+ 플랫폼에서의 리 사이틀 외에 다수의 디지털 싱글 녹음을 선보였다. 또한 2024년 가을에는 다비드 라일란트 지휘의 국립 심포니 오케스 트라와 녹음한 윤이상의 첼로 협주곡 음반이 데카 레코드에서 발매되어 호평을 받고 있다.
현재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볼프강 에마뉴엘 슈미트 교수의 가르침을 받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정명 화, 이강호, 츠요시 츠츠미 교수를 사사했다. 다니엘 뮐러 쇼트, 미클로시 페레니, 율리안 슈테켈, 지안 왕, 루이스 클라렛, 에드워드 아론, 로런스 레서, 폴 캐츠 등 세계적인 명성의 첼리스트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하며 음악 세계를 넓히고 있다. 한재민은 삼성문화재단으로부터 조반니 그란치노 첼로를 대여받아 연주하고 있다.
Kristóf Baráti
바이올린 | 크리스토프 바라티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토프 바라티는 방대한 표현의 범위와 흠잡을 데 없는 테크닉을 가진 특출난 음악가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시적이면서도 음악에 대한 놀라운 해석으로 박수 갈채를 받았으며 “가장 높은 수준의 진정한 음색 탐미주의자”로 칭송 받았다.
최근 바라티는 할리우드볼에서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과,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연주하였 고, 2019년 그는 베르비에 페스티벌의 개막공연에서 솔리스트로 연주하였다. 바라티는 취리히 톤할레, 오슬로 필하모 닉,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 ORF 빈 방송교향악단, 몬트리올 교향악단, BBC 스코틀랜드 교향악단, BBC 필하모닉 그리고
헤이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연주하였다. 그는 러시아에서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함께 러시아 그리고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정기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그의 2020/21년 시즌 하이라이트는 부다페스트 페스티 벌과 베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공연, 바이에른 방송 관현악단과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데뷔 등이 있다.
정기적인 리사이틀을 비롯하여 실내악 연주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바라티는 미샤 마이스키, 유리 바슈메트, 엔리코 파 체, 장-에프랑 바부제, 졸탄 코치시와 킴 카쉬카시안과 같은 파트너들과 연주하였다. 그는 매년 백야 축제에서 연주하며, 2019년에는 시애틀 챔버 뮤직과 아스펜 음악 축제에서 데뷔하였다. 2016년 그는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바흐의 독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연주하며 센세이션한 데뷔를 했고 그 후로 매년 그 무대에 서고 있다.
바라티는 다섯 개의 모차르트 콘체르토, 클라라 뷔르츠와 함께한 베토벤과 브람스 전곡 소나타, 브릴리언트 클래식 레이 블의 이자이 소나타, 베를린 클래식 레이블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바흐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포함한 폭 넓은 음반을 발 매했다. 그의 유명 바이올린 앙코르곡 ‘레이디 함스워스의 영혼’ 음반은 2016년 발매되었고, 그라모폰 매거진은 “바라티 는 감미롭고 곡예에 가까운 수준의 최고의 연주를 들려주는 최고의 연주자”라 평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그곳에서 베네수엘라의 여러 주요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솔리스트로 연주하 였다. 바라티는 부다페스트로 돌아와 프란츠 리스트 음악원에서 공부하였고, 이후에 밀스타인과 메뉴인의 제자인 에두아 르드 울프슨에게 사사받았다. 현재 부다페스트에 거주하고 있는 바라티는 정기적으로 이스트반 바르다이와 함께 헝가리 전역에서 공연하며 카포스바르 국제 실내악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이기도 하다. 바라티는 시카고에 있는 스트라디바리우 스 협회가 제공해준 1703년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제작한 “레이디 함스워스” 바이올린으로 연주한다.
Jaehong Park
피아노 | 박재홍
2021년 페루초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4개의 특별상과 함께 우승을 거머쥔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가장 주목받는 젊은 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쌓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대진 교수를 사사한 그는 일찌감치 클리블랜드 국제 영 아티스트 피아노 콩쿠르와 지나 바카우 어 국제 영 아티스트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루빈스타인, 에틀링겐, 힐튼 헤드 외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도 상 위 입상하였다.
뉘른베르크 필하모니,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이탈리아 이포메리지 무지칼리 오케스트 라, 오케스트라 토스카니니,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유럽연합 유스 오케스트라를 포함한 국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그는 정명훈, 지아난드레아 노세다, 크리스티안 예르비, 마르쿠스 슈텐츠, 요엘 레비, 텅취 황, 오메르 메이어 웰버, 제임스 페덱 등과 호흡을 맞추며 음악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그라페네크 페스티벌, 볼차노 페스티벌, 토리노 링고토무지카 페스티벌과 볼로냐 무지카 인시에메 페스티벌을 포함한 유 수의 페스티벌에서 연주한 그는 런던 위그모어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도쿄 산토리홀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공연 장에서 연주를 선보이고, 젊은 거장 연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2024/25 시즌에는 KBS교향악단 정기공연,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앨범발매(Alpha Classics)를 비롯한 해외 유수의 공연장에서 연주들이 예정되어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비가’, 드보르자크의 ‘애가’, 그리고 차이콥스키의 ‘추모’... 한재민 첼리스트가 준비한 피아노 삼중주들에는 슬픔이 깃들어있다. 하지만 그가 이 곡들에서 듣는 메시지는 슬픔이 아니라 위로이다. “모두 제게 굉장한 위로가 되는 곡들이에요. 날씨도 쌀
쌀해지고 괜히 위로 받고 싶을 한가을이라 이런 프로그래밍을 하게 됐어요.” 이 위로에는 그리움이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움 가득한 곡들로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얼마 남지 않은 그리워질 한 해를 보낼 힘과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제 만 18 세하고 절반을 넘은 나이, 그러나 시간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절대 가볍지 않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이 바로 그와 비슷한 나이에 작곡
되지 않았던가! 한재민은 라흐마니노프로 자신의 그리움을 이야기하고, 40대의 드보르자크와 50대의 차이콥스키로 모든 세대에 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글 l 송주호(음악칼럼리스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비가적 삼중주 제1번 g단조
Sergei Rachmaninov Trio élégiaque No. 1 in g minor
꿈을 키워가는 젊은 시절에는 한 명쯤 마음속의 멘토 혹은 롤모델이 있기 마련이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에게 그 러한 인물은 바로 차이콥스키였다. 라흐마니노프는 아직 따끈한 차이콥스키의 관현악곡 <만프레드 교향곡>(1885)과 발레곡 <잠 자는 숲속의 공주>(1889)를 각각 1886년과 1891년에 피아노 이중주곡으로 편곡하여 연주하는 등,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거의 실 시간으로 흡수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여 <피아노 협주곡 1번>(1890~91)에 ‘Op. 1’을 명명하며 작곡 가로서 출사표를 던졌지만, 여전히 작품번호를 붙이는 데는 신중했다. <비가적 삼중주 1번>(1892)도 이 시기의 작품으로서 작품 번호를 받지 못한 곡 중 하나다. ‘비통하게’(lugubre)라는 지시어로 시작하고, 단일 주제로부터 파생된 순환구조를 가지며, 12개의 에피소드로 구분되고, 장송행진곡으로 마무리한다는 점 등으로 보아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삼중주>(1881~82)를 염두에 둔 것 으로 보인다.
이 곡은 만 18세였던 1892년 1월 18일부터 21일까지 모스크바에서 나흘 만에 작곡되었고, 30일에 작곡자의 피아노와 다비드 크 레인의 바이올린, 아나톨리 브란두코프의 첼로로 초연되었다. 차이콥스키의 삼중주는 오랜 동료인 니콜라이 루빈슈테인의 죽음을 추모한 것인데, 그렇다면 라흐마니노프의 삼중주곡은 누구의 죽음을 추모한 것일까? 이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다. 의도치 않게 차이 콥스키의 죽음을 추모한 ‘2번’에 대한 선견적 연습곡이 되었다.
두 현악기가 들릴 듯 말 듯 매우 조용하게 수군대듯이
안토닌 드보르작 피아노 삼중주 제4번 e단조, Op. 90 ‘둠키’
Antonín Dvořák
Piano Trio No. 4 in e minor, Op. 90 ‘Dumky’
‘둠카’란 본래 우크라이나 지역의 ‘두마’(duma)라는 서사시에서 온 말로, 류트와 유사한 ‘코브자’나 ‘허디거디’와 유사한 ‘리라’로 반 주하면서 노래(발라드)로 불렸다. 비극적인 내용으로 슬프고 우울한 분위기를 가지며 향수 어린 선율을 들려주는 애가(哀歌)지만, 이 단어는 슬라브 지역에 전해져 ‘사색’ 혹은 ‘명상’이라는 의미도 갖게 되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 에게 느린 악장은 곧 둠카였고, 종종 ‘둠카’를 곡이나 악장의 제목으로 사용하곤 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피아노 삼중 주 4번 ‘둠키’>(1890~91)이다.
‘둠키’는 ‘둠카’의 복수형으로, <둠키 삼중주>는 여섯 개의 둠카로 구성되어있다. 그런데 이 곡은 그의 다른 둠카들과 확연히 다르다. ‘둠카’는 주로 느린 악장이나 느린 부분에 사용되었으나, 이 곡에서는 춤곡 리듬으로 생기를 돋우기도 하고, 밝고 경쾌한 분위기인 경 우도 있다. 이는 둠카의 본래의 의미, 즉 노래하는 서사시라는 의미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아노 삼중주’라는 고전 장르 의 이름을 사용하면서도 그 어떤 측면에서도 고전 양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도 특이하다. 고전의 보편성에서 벗어나 작곡가 자신의 주관이 중심이 된 것이다. <둠키 삼중주>가 예술가로서의 드보르자크에게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악장 ‘더디게 장엄하게’는 비통해하는 피아노와 애잔한 첼로 선율로 시작한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의미 있는 선율은 바이올린 독주이다. 이 선 율은 밝아지는 부분에서 첼로가 다시 연주하는 등 악장 전체를 이끈다. 이 두 부분이 반복되고, 쉼 없이 다음 악장으로 연결된다.
2악장 ‘조금 천천히’는 첼로가 구슬픈 선율을 연주한다. 피아노의 화음 반복 연주는 ‘코브자’를 연상시키고, 첼로의 지속음은 ‘리라’를 연상시킨 다. 이어서 도약과 꾸밈음이 인상적인 리드미컬한 춤곡이 등장한다. 이 두 부분이 반복되고, 쉼 없이 다음 악장으로 연결된다.
3악장 ‘느리게’는 작은 종소리 같은 짧은 서주 후 피아노가 아무런 반주 없이 아련한 선율을 제시한다. 그러다 트레몰로로 쫒기듯 연주하고, 곧 첫 부분의 주제가 재현되며 평상을 되찾는다. 이때는 현악기가 약음기를 사용하여 더욱 차분하게 잦아든다.
4악장 ‘느리게 적절하게’는 발맞춰 걷는 듯한 피아노의 저음 리듬 위에서 첼로가 단조로운 선율을 연주한다. 바이올린의 경쾌한 제스쳐가 즐거 웠던 추억처럼 스쳐 지나간다. 발랄한 민속춤도 등장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꺼내보지만, 곧 첫 주제가 다시 재현되며 차분히 마친다.
5악장 ‘빠르게’는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로 가장 둠카답지 않은 악장이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화음 반주에 첼로가 첫 주제를 제시하고, 짧은 변주들이 릴레이처럼 이어간다.
6악장 ‘더디게 장엄하게’는 둠카의 분위기로 돌아왔다. 질문과 답이 오가고 잠깐 리라를 연상시키는 지속음 연주 후, 대조적인 여러 악구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활기찬 주제로 마친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피아노 삼중주 a단조, Op. 50 ‘위대한 예술가를 기리며’
Pyotr IIyich Tchaikovsky
Piano Trio in a minor, Op. 50 ‘A la mémoire d’un grand artiste’
“저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조합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 생각에 이 악기들의 음색은 어울리지 않아요. 피아노 나 소나타 등 어떤 형태든 피아노와 현악기로 편성된 음악을 듣는 것은 제게 고문입니다.” 1880년 10월 24일, 표트르 차이콥스키 (1840~93)는 피아노 삼중주 작곡을 제안한 후원자 나데즈다 폰 메크에게 단호한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콥스키의 은 마음을 잠시 바꾸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듬해 3월, 그의 스승이자 동료였던 니콜라이 루빈슈테인의 비보였다. 비르투오소 아니스트였던 그는 모스크바 음악원의 설립자로서 차이콥스키를 화성법 교수로 초빙하는 등 큰 도움을 주었다. 차이콥스키의 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해 혹독하게 비판하여 소원해지기도 했는데, 불과 3년 후에 이 곡을 자신의 레퍼토리로 삼고 최고의
가 되면서 돈독한 관계를 회복했던 차였다.
루빈슈테인의 죽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에 폰 메크 부인의 제안이 떠올랐다. 루빈슈테인을 상징하는
독주 수준의 뛰어난 연주력을 요구하면서, 다른 두 악기가 대응하는 구성은 적절해 보였다. 하지만 1882년 1월에 폰 메크
작품의 완성을 알린 편지를 보면 만족하지 못한 것 같다. “저는 이 곡이 삼중주로서 기술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형태보다는 형식에 맞춰 조정된 교향곡일 것 같아 두렵습니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공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래도 다행히 철회하지 않고 루빈슈타인 1주기인 1882년 3월에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초연되었고, 오늘날 차이콥스키의 내악곡으로서 자주 연주되고 있다.
1악장 ‘비가적 단편: 보통빠르기로 지켜서-적절히 빠르게’는 피아노의 펼친화음으로 요동하는 마음의 아픔을 아련한 첼로 주제로 억누르며 슬 픔을 노래한다. 그러다 피아노가 두터운 화음과 함께 밝고 강력한 제2주제를 제시한다. 소나타 형식으로 진행한 후, 제1주제에 의한 조 용한 코다에서 촛불이 서서히 꺼져가듯 마친다.
2악장 ‘주제와 변주: 느리게 활동적으로-마지막 변주와 코다’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제1부는 주제와 11개의 변주로 구성되어 루빈슈테인과의 추억들을 되짚어본다. 시대를 뛰어넘는 다양한 스타일로 차이콥스키의 세심한 설계와 뛰어난 작곡 실력을 보여준다. 제2부를 시작하는 마지막 변주는 활기차고 강렬하게 진행한다. 그러다 1악장의 비극적인 주제가 재현되고, 코다에서 억누르고 있던 슬픔을 토로한다. 이 윽고 ‘비통하게’(lugubre)라는 지시어로 장송행진곡이 연주된 후, 피아노만 홀로 남아 쓸쓸히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