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TE Concert Hall] 240409 Maxim Vengerov Violin Rec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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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NA OSETINSKAYA

© Fadi Khe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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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은
프로코피예프 5개의 멜로디, Op. 35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f단조, Op. 80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라벨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치간느 INTERMISSION 13’ 30’ 28’ 10’
POLINA OSETINSKAYA PROGRAM
© Davide Cerati
ARTISTS

막심 벤게로프, 바이올린

MAXIM VENGEROV, Violin

오늘날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칭송 받으며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현악주자인 벤게로프는 가장 바쁜 솔리스트이자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지휘자이다

1974년생인 그는 5세에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여 10세와 15세에 비에냐프스키 국 제 콩쿠르, 카를 플레쉬 바이올린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신동으로, 또한 세계적인 연주자로 이름을 떨 치기 시작하였다. 갈리나 투르챠니노바와 자크하르 브론 문하에서 수학한 그는 10세에 데뷔 음반을 발매 한 이후 멜로디아, 텔덱, EMI 등 유명 레이블에서 수많은 음반을 발매하였고 그래미상, 그라모폰 올해의 연

주자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 바이올린계의 총아로 각광받았다

2007년 그의 멘토이자 스승인 고(故) 로스트로포비치의 뒤를 이어 지휘자로서 발자취를 따랐고, 2010년

그슈타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초대 상임지휘자를 역임하였다. 2014년 6월, 벤게로프는 모스크바 이 폴리토프-이바노프 연구소에서 유리 시모노프 교수 문하에서 최우수 디플로마를 취득하였으며, 2년간의 오페라 지휘 프로그램을 이수하였다

최근 리카르도 샤이와 함께 라 스칼라 필하모닉과의 연주, 몬테카를로 필하모닉과 파리 필하모니의 상주음 악가로서 전 세계 리사이틀 투어를 성료하였고, 22/23 시즌에는 버클리, 캔자스시티, 뉴욕, 토론토 등지의

미국 및 캐나다 리사이틀 투어와 영국 내 11개 도시를 비롯한 몬트리올, 비엔나, 런던, 파리, 대만 등에서 협

연하였다 카네기홀에서 예프게니 키신, 스티븐 이설리스와 체임버 연주를 하였고, 미국 아스펜 브라보 베

일 페스티벌에서 리사이틀, 마스터클래스를 비롯하여 파비오 루이지 지휘로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하였다

클래식FM의 첫 솔로 상주 아티스트로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정명훈의 지휘로 차 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녹음하였고, 카네기홀 리사이틀 실황 음반을 발매하였다. 2023년 4월 진 행된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 또한 실황녹음되어 발매 예정이다.

막심 벤게로프는 음반 외에도 다양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하였으며 2012년 옥스퍼드 트리니티 칼리지 에 서 명예 펠로우십을, 2019년 런던 왕립음악원의 명예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몬테카를로 궁의 문화 공 로 훈장을 수여받았다

그는 1727년 제작된 엑스 크로이처 스트라디바리(ex–Kreutzer Stradivari)를 연주하고 있다.

© Yulia Plachotnikova
ARTISTS

폴리나 오세틴스카야, 피아노

Polina Osetinskaya, Piano

모스크바 출생의 피아니스트 폴리나 오세틴스카야는 5세에 데뷔하여 신동으로 각광 받았고, 7세에 모스 크바 음악원에 입학하였다 테오도르 쿠란치스, 로랑 프티지라르, 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 안드레이 보레이코, 드미트리 리스, 얀 파스 칼 토르텔리에 등 유수의 지휘자와 공연한 오세틴스카야는 쿼츠, 낙소스, 소니 뮤직, 벨에어, 멜로디아 등 레이블에서 음반을 발매하였다. 2019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데뷔 이후 카네기홀 연주는 성공적으로 호 평 받았고 이후 매 시즌 카네기홀 무대에 오르고 있다 23/24 시즌 폴리나 오세틴스카야는 지난 2월 베를린필하모닉 데뷔 솔로 리사이틀을 성료하였고, 런던, 독 일, 스위스, 이탈리아, 텔 아비브, 미국과 남미 등지에서의 연주를 앞두고 있다 미국과 남미 투어를 마치고 카네기홀에서 막심 벤게로프와의 리사이틀을 예정하고 있으며, 브르노 필하모 닉 오케스트라, 슬로바키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볼도바 국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연주가 계획되어 있다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로서 폴리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래 평화주의적 입장을 거 듭 표명해왔으며 이로 인해 러시아에서의 모든 공연 일정이 러시아 정부에 의해 취소되었다

© Fadi Kheir
PREVIEW
© Davide Cerati

드디어 막심 벤게로프를 만나는 날입니다. 벤게로프는 재작년 5월 KBS교향악단의 협연자로 내한한 적이 있지만, 단독 리사이틀은 2016년 이후 8년 만입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공백기를 감안해도 너무 오랜만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아마 많은 분들이 그의 무대를 학수고대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그를 다시 만난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오늘 공연에 앞서 이 부분을 잠시 짚어볼까 합니다.

1. 살아 있는 전설과의 재회 벤게로프를 만난다는 것은...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막심 벤게로프를 굳이 규정한다면 클래식 바이올린계의 리빙 레전드(Living Legend)’라고 할 수 있을 겁

니다 대개 노년에 이른 아티스트들에게 따라 붙는 이 수식어를 아직 중년인 벤게로프에게 붙이는 게 조금 어색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예브게니 키신, 바딤 레핀과 함께 ‘러시아의 3대 신동’ 으로 주목받았고, 이후 ‘젊은 거장’으로 각광받으며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그라면 충분한 자격이 있지 않을까요?

벤게로프는 옛 소련 시절 절정을 구가했던 ‘러시아 바이올린 악파’의 전통을 계승한 바이올리니스트로 유

명합니다. 동시에 ‘프랑코-벨기에 악파’의 전통에도 뿌리를 두고 있지요. 그런 연주의 원천은 20세기 초 황 금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린 시절 그를 매혹했던 음반들 속에 담겨 있던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와 레 오니드 코간, 야샤 하이페츠와 프리츠 크라이슬러 등의 연주들이 깊은 영향을 미쳤죠. 아울러 멘토였던 첼 로 거장이자 지휘자 로스트로포비치(슬라바)의 영향도 컸습니다. 슬라바는 옛 소련 및 러시아의 음악 전통 과 그를 더욱 긴밀하게 연결시켜 주었다고 하지요.

PREVIEW

2. 시련을 극복하며 진화한 아티스트

주지하다시피, 벤게로프는 2005년에 운동을 하다가 어깨 부상을 입는 바람에 한 동안 무대에 나서 지 못 했습니다 그는 ‘달갑지 않은 강제 휴식’에 들어갔고 팬들은 그의 좌절을 걱정했지요 하지만 그는 2007년부터 지휘자로 변신하여 연주활동을 재개했습니다. 또 비올라 연습을 병행하면서 과

거에는 상상하지 못 했던 새로운 음색과 표현의 가능성을 찾아냈죠 음악의 지평이 확대되었고, 인 생을 바라보는 시야도 한층 깊어졌지요.

마침내 2011년, 벤게로프는 바이올린 연주 무대에 복귀했습니다. 특히 2012년 런던 위그모어홀 (Wigmore Hall)에서 가졌던 리사이틀은 그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완벽하게 부활했음은 물론이 고 한층 진화한 아티스트로 거듭났음을 입증해 보인 상징적인 무대였죠. 이후 10년 가까이 과거 못 지않게 활발하고 보다 다채로워진 연주활동을 펼치며 그는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 Davide Cerati

3. 데뷔 40주년과 팬데믹을 넘어서며 성숙한 인간

작년 4월, 벤게로프는 런던에서 ‘무대 데뷔 40주년’을 기념하여

일련의 공연을 가졌습니다 원래는 2020년으로 예정됐던 공연

들이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 차례나 연기된 끝에 성사된

것이었죠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오보에 연주자인 아버

지와 합창 지휘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벤게로프는 겨우

다섯 살 때 신동 바이올리니스트’로 첫 무대를 가졌습니다 십대

때 영국으로 건너가 왕립음악원(Roval Acadery of Music)에

서 공부했고, 1990년 런던에서 열린 칼 플레시 국제 콩쿠르에

서 우승하며 스타에 올랐죠.

‘데뷔 40주년’의 문턱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맞닥뜨린 벤게로프

는 그 암울했던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일단 봉쇄기간 동안

모나코에 있는 자택에서 가족들과 더 친밀한 시간을 보냈죠. 그

리고 다른 아티스트들처럼 온라인 콘서트를 여는 한편, 자신의

웹사이트에 전 세계 학생과 청중에게 무료 마스터 클래스를 실

시간 스트리밍하는 교육 플랫폼을 개설해 운영했습니다. 그 시

간들은 아마도 그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들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자, 어린 시절부터 가져왔던 ‘음악은 정치

적, 지리적 소속에 관계없이 사람들을 연결하는 보편적인 방법’

이라는 신념을 지켜내는 시간이기도 했을 겁니다.

이제 공연이 시작되면, 벤게로프가 1727년산 스트라디바리우

스 엑스 크로이처 (ex-Kreutzer)’를 들고 나와 멋진 연주를 들려

줄 겁니다. 진하고 풍부한 음색과 탁월한 기교, 매력적이고 흡인

력 강한 표현을 특징으로 하는 그의 연주가 그 사이 얼마나 더 무

르익었는지 확인해보도록 하시지요. 그러면서 그 연주에 서려

있는 옛 거장들의 향취와 더욱 성숙해진 그의 예술적 인간적 면

모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Fadi
PROGRAM NOTE ©
Kheir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5개의 멜로디, Op. 35

S.Prokofiev Five Mélodies for Violin and Piano, Op. 35

이 소품집은 프로코피예프가 1920년에 썼던 ‘보칼리즈(vocalise)에 의한 5개의 가곡(Op.35)’에서 유래했다 그 가곡집은 이듬해 그의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의 시카고 초연에 참여하 게 되는 우크라이나 출신 소프라노 니나 코셰츠를 위해서 작곡된 것이었다. 그 무렵 프로코피예프는 미국에서 망명생활 중이었는데, 한편으론 미국 무대에 작곡가로서 안착하지 못해 낙담했고, 한편으

론 정치적 상황 때문에 고국 러시아로 돌아갈 길이 막혀 시름했다 그러다 캘리포니아를 여행하며 그

곳의 아름다운 자연에서 위로와 영감을 받았고, 마지막 가곡을 쓸 즈음에는 일기에 “해질 무렵 가장 아름다운 색깔로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얼마나 감탄했는지 적기도 했다

그로부터 5년 후, 파리에서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시게티의 연주에 감명 받은 그는 과거의

‘가사 없는 노래’를 바탕으로 일련의 바이올린 소품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10년 전 첫

번째 바이올린 협주곡을 쓸 때 큰 도움을 받았던 폴란드 바이올리니스트 파베우 코한스키에게 다시

한 번 조력을 구했다. 1925년 7월 파리에 있는 코한스키의 집을 방문하여 몇 시간 만에 다섯 개의 가

곡을 바이올린 곡으로 탈바꿈시켰는데, 피아노 반주부는 거의 그대로 사용하되 바이올린 독주부에

는 악기의 특성을 살린 다채로운 표현을 가미했다.

여기에 포함된 다섯 개의 소품에서는 프로코피예프 음악의 특성 중 강렬한 표현이나 그로테스크한

묘사보다는 몽환적인 낭만성과 신비로운 서정성이 두드러진다 제3곡을 제외하면 대체로 느긋한 템

포를 취하며 음악에서 느껴지는 온도감도 다소 미지근한 편이다. 다만 그 온화하고 은근한 흐름 속에 서도 프로코피예프 특유의 가벼운 유머, 짓궂은 장난기, 오묘한 뉘앙스 등은 도처에서 고개를 내밀 며, 때로는 극단적 제스처도 나타나 신선한 감흥을 유발한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f단조, Op. 80

S.Prokofiev Violin Sonata No. 1 in f minor, Op. 80

프로코피예프가 남긴 바이올린 소나타 두 곡은 순서를 따지기에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다. 먼저 작곡가는 1838년에 ‘제1번 f단조’에 착수했지만, 이 곡이 빛을 보기까지는 근 10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에 ‘제2번 D장조’가 먼저 완성되어 1944년에 초연되었는데, 사실 이 곡은 한 해 전

에 발표한 ‘플루트 소나타 D장조’를 편곡한 것이었다 그 편곡 과정에서 평소 가깝게 지내던 바

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가 작곡가를 부추기며 도움을 주었고, 나아가 오랫동안 서

랍 속에 잠들어 있던 첫 번째 바이올린 소나타의 작업을 재개하도록 자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두 곡이 탄생하는 데 오이스트라흐가 산파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 두 곡 가운데 첫 번째 소나타는 두 번째 소나타와는 대조적으로 어둡고 진지한

성향을 띠고 있다 아마도 작곡가는 이 곡에 엄혹했던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서 삶을 이어가야 했

던 한 예술가의 공포와 고뇌, 트라우마를 투영하며 위로를 구한 듯하다.

망명 시절 극심한 향수병에 시달리던 프로코피예프는 1936년 봄, 갈수록 불안해지는 유럽의 정

세와 서방에서의 굴곡진 경력을 뒤로 하고 마침내 러시아로 영구 귀국했다. 소비에트 당국으로

부터 정기적인 국외여행과 소련 음악계에서의 주도적인 위치를 약속받은 상태에서였다. 하지 만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아 소련의 정국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스탈린 독재체제가 확

립되면서 대숙청의 시대가 펼쳐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유형지로 끌려가거나 목숨을 잃었다. 프

로코피예프의 동료 몇 명도 체포되었고, 그 역시 당국의 비판과 압박을 피할 수 없었다 출국은

금지 당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스탈린의 철권통치 체제는 더욱 강화되었고, 문화예술

인들의 창작활동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서슬 아래 위축되거나 왜곡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밝고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먼 첫 번째 바이올린 소나타와 같은 작품을 완성하고 발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위험한 일이었을까? 오이스트라흐의 격려와 조력이 없었다면 이 곡은 완성 되지 못했을 것이다.

PROGRAM NOTE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고통과 고뇌의 시간, 그리고 그 모두를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간 용기 덕에 이 소나타는 이례적인 역작이 될 수 있었다 작곡가 미야스콥스키는 이 곡이 프로코피예프의 위대한 걸 작에 속한다고 말했고, 요제프 시게티도 열렬한 찬사를 보냈다. 이 강렬한 비르투오소 작품은 1946

년 10월 23일 오이스트라흐 바이올린과 레프 오보린의 피아노로 초연되어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고, 오늘날에는 프로코피예프 후기의 가장 중요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전곡은 ‘느리게-빠르게-느리게-빠르게’의 4악장 구성으로 바로크 소나타를 연상시키는데, 아마도

작곡가가 존경했던 헨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첫 악장은 음울한 분위기로 가득한데, 묵직한

종소리처럼 울리는 피아노가 바소 오스티나토(basso ostinato, 고집 저음)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가 운데 바이올린이 불안과 격정을 오가는 탄식을 이어간다 그 후반부에서 피아노가 꾸준히 꺼내놓는

화음들 위에서 바이올린이 빠르고 매끄럽게 질주하는 장면은 작곡가가 ‘묘지의 바람’으로 지칭하기

도 했는데, 모든 악장의 말미에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다음은 힘차고 신랄한 스케르초 악장인데, ‘망치질하는 모양’으로 불리는 첫 번째 주제뿐 아니라 서정과 냉소가 공존하는 두 번째 주제도 인상

깊다. 다음은 프로코피예프 특유의 오묘한 시정이 두드러지는 완서악장으로, 바이올린이 약음기를

끼고 연주하는 이 악장은 시게티가 보낸 찬사처럼 ‘마술적인 분위기’가 넘쳐난다 피날레 악장에서는

복잡한 리듬과 끊임없는 전조가 난무하면서 이제껏 억제됐던 열정과 활력의 에너지가 대폭발을 일 으키는 듯하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첫 악장 모티브의 순환적 회상과 ‘묘지의 바람’이 재연되는 가운 데 조용하고 서글픈 성찰로 마무리된다.

세자르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C.Franck

Sonata for Violin and Piano in A Major 프랑크는 이 곡을 동향(벨기에 리에주) 출신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이자이를 위해서 썼다. 당시 28세였던 이자이는 브뤼셀 음악원 교수로 재직하는 한편 콘서트 바이올리니스트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장차 ‘바이올린의 차르’로 일컬어지며 프리츠 크라이슬러, 조르주 에네스쿠, 자크 티보 와 같은 대가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게 될 비르투오소의 전설이 막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이 소나타의 초연은 1886년 9월 24일, 이자이의 결혼식에서 이루어졌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프랑크는 이 곡의 악보를 예식 당일 아침에 지인을 통해 축하 선물로 전달했고, 이자이는 하객으로 참 석한 피아니스트를 즉석에서 섭외하여 급히 리허설을 가진 후 다른 하객들 앞에서 직접 연주했다고 한 다. 그 후 이 소나타는 이자이의 평생 애주곡이 되었고, 그의 브뤼셀과 파리 공연에서 성공을 거둔 이래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누구나 연주하고 싶어 하는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결과적으로 이 소나

타는 프랑크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최고의 성공작이 되었다.

프랑크는 일찍이 프란츠 리스트의 딸인 코지마에게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해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었지만, 그 소나타는 28년이 흐르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그의 나이 예순이 넘어서야 비로소 빛을

본 그의 유일한 바이올린 소나타는 아마도 이자이에게서 받은 영감이 없었다면 잉태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이 곡을 살펴보면 여러 모로 이자이의 연주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작곡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나아가 어느덧 노년에 이른 대가가 젊은 친구의 결혼과 앞날을 축복하기 위해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제1악장은 ‘연애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제4악

장은 마치 신혼부부의 행복한 미래를 기원하는 듯한 밝고 활기찬 환상으로 가득하다

전곡은 ‘느리게-빠르게-느리게-빠르게’의 4악장 구성으로 바로크 시대 ‘교회 소나타’ 양식을 연상시

킨다. 아울러 곡 전체는 프랑크가 즐겨 채택했던 (리스트 풍의) ‘순환 형식’으로 묶여있다. 다시 말해 첫 악장의 제1주제를 비롯한 악곡의 주요 선율들이 이후 악장들에서 계속 나타나는 것이다 또 카논 기법 을 도입한 피날레에도 대위법을 선호했던 그의 취향이 드러나 있으며, 고난도의 피아노 파트에서는 그 가 걸출한 오르가니스트였다는 사실도 상기하게 된다 무엇보다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 강렬하 고 드라마틱한 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꾸준한 상승의 흐름을 이어가는 이 소나타는 ‘프랑코-벨기 에 악파’의 한 정점을 보여주는 걸작이라 하겠다

PROGRAM NOTE

모리스 라벨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치간느

M.Ravel Tzigane for Violin and Piano

이 곡은 라벨이 헝가리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옐리 다라니(Jelly d’Aranyi)를 위해서 쓴 것으로, 집시음악 스타 일을 모방한 ‘연주회용 광시곡(Rhapsodie de concert)’이다 라벨은 1922년 런던에서 열린 한 음악회에 참석 하여 다라니와 첼리스트 킨들러의 2중주를 들었다. 그 연주에 깊은 인상을 받은 라벨은 얼마 후 다라니에게 그녀 의 고향인 헝가리의 집시선율을 연주해줄 것을 부탁했고, 새벽까지 계속된 즉석 리사이틀을 통해서 라벨은 집시 음악의 이국적인 풍미에 흠뻑 매료되었다.

하지만 그때 얻은 영감은 한 동안 잠들어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824년 3월에 가서야 라벨은 출판업자 뒤

랑에게 편지를 보내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악보를 요청했고, 다시 3일 후에는 다라니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녀가 곧 있을 런던 공연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바이올린 곡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치간(Tzigane, 프랑스어로 ‘집시’라는 뜻)’은 그해 4월 26일 런던에서 다라니의 바이올린과 질-마르셰의 피아 노로 초연되었다.

이 곡에서 라벨은 민족음악에 대한 정확한 고증에 기초하기보다는, 헝가리 집시들의 바이올린 연주 스타일을 양 식화하는 노선을 택했다 그는 헝가리 민속음악을 연구했던 버르토크와 코다이의 작업에 열광했는데, 헝가리 민 요를 바탕으로 한 그들의 작품에서 라벨이 발견한 특징은 음고의 미세한 변주와 강렬한 표현, 그리고 특별한 소리 의 질 등이었다 다시 말해 이 ‘치간’은 그들에 대한 오마주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아울러 이 곡은 파가니 니의 ‘기상곡’이나 리스트의 ‘광시곡’을 영적으로 계승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라벨은 파가니니의 유명한 ‘무반 주 바이올린을 위한 24개의 카프리치오’를 염두에 두고 바이올린의 다양한 연주기교를 충분히 활용하려 했으며, 리스트가 ‘헝가리 광시곡’ 연작에서 그랬던 것처럼 집시음악의 정신을 형상화하고자 했다

곡은 우선 바이올린 독주에 의한 렌토의 긴 카덴차로 출발한다. 증2도 음계를 통해서 집시음악의 이미지를 드러 내는 이 카덴차는 처음엔 중얼대는 듯도 하고 속삭이는 듯도 하다가 점차 노래다운 선율로 발전한다. 이후 몰토 에스프레시보의 다른 노래가 나타난 후 중음 트레몰로로 넘어가면 피아노가 화려한 아르페지오로 가세하며 비 로소 주부로 진입한다. 피아노의 A음 연타로 시작되는 모데라토의 주부에서는 바이올린이 새로운 테마를 꺼내 놓는데, 이 테마는 사실 앞의 카덴차에서 암시되었던 것이다 이후 바이올린의 하모닉스와 피치카토를 배경으로 피아노가 테마를 연주하고, 다시 빠른 헝가리 춤곡 풍의 피아노 독주를 끼고 바이올린이 하모닉스, 더블스토핑, 트릴 등의 기교를 현란하게 펼친 후 토속적인 리듬감이 강조된 새로운 주제를 선보인다 마침내 전형적인 헝가리 민속음악처럼 차츰 템포가 빨라지며 화려한 연주는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곡은 그 정점에서 돌연 마무리된다.

Collaborative project of Seoul and Tokyo

Artistic Directors: Tsuyoshi Tsutsumi and Sung-Won Yang

3 WED — 5 FRI JULY, SEOUL 5 FRI — 7 SUN JULY, TOKYO 3 WED —7 SUNJULY 2024 주최ㅣ 1544.7744 www.lotteconcerthall.com 예매 및 문의ㅣ 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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