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September 13, 2019
<제4379호> www.newyorkilbo.com
THE KOREAN NEW YORK DAILY
2019년 9월 13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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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듯 닮은 듯’남북한 추석맞이… 성묘하고 물놀이장 나들이 북한은 추석 당일만 공휴일… 민족대이동은 없지만 가족·친지모여 송편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를 맞이 하는 남북한의 풍경은 같은 듯 다르 고, 다른 듯 또 닮아있다. 70년 넘는 분단의 세월 속에서 많은 게 달라졌다지만, 조상이 남겨 준 추석 풍요와 나눔의 전통을 소중 히 하는 마음만큼은 함께인 모습이 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일 추석 풍속에 대해“조상들의 무 덤을 먼저 찾아 풀도 베주고 그해의 햇곡식으로 만든 음식으로 제사를 지낸 것은 언제나 웃사람을 존경하 고 예절이 밝으며 의리가 깊은 우리 인민의 고상한 미풍양속의 반영” 이 라고 소개했다. 북한은 정권 수립 이후 봉건적 인 전통문화를 배척한다며 설 등 일 부 전통 명절을 없앴던 적이 있지 만, 성묘와 추석 전통만큼은 그대로 유지해 왔다. 북한에선 추석 전날부터 다음날 까지 3일을 공휴일로 하는 남측과 달리, 추석 당일만 공휴일이다. 가령 추석 당일이 일요일이어도 대체 휴일은 없다. 특히 성묘도 추석 당일 다녀오 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추석 당일 주민들의 성묘 편의를 위해 버스와 전철 등 대중교통 수단을 대폭 충원 하고 운영 시간도 늘리곤 한다. 평양과 지방의 주민들이 성묘를 할 수 있도록 여행증명서도 발급해 준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다만 지방 과 달리 평양에 대해서는 출입 통제 가 심해 여행증명서 발급이 쉽지 않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해 추석 당일 평양 능라도의 민족씨름경기장에서 최근에 열린 ‘제15차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녹화중계 영상을 세 차례에 나눠 방영하며 추석 분 위기를 띄웠다. 사진은 씨름경기 모습.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한국문화재 재단 주최로 열린‘어서와 추석 애(愛) 한국의집은 처 음이지’ 에서 북한 함경도·강원도식 차례상(위)과 서울서민식 차례상이 함께 전시돼 있다. 허진 북한요리연구가는 북한 차례상에 신위가 없는 점, 고사리나물 대신 고구마 줄기, 커 다란 송편 등을 차이점으로 꼽았다.
아 포기하는 주민들도 많다. 이 때문에 성묘를 가지 못하는 주민들은 같은 지역에 사는 가족· 친지들끼리 모여 집에서 음식을 나 눠 먹으며 명절을 보낸다. 예전에는 기일이 아닌 이상 추 석에 집에서는 거의 차례를 올리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차례를 지내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차례상 차림은 예법을 지키기보 다는 형편이 되는 대로 준비하는 편 이다. 노동신문은“추석명절의 독특 한 민족음식으로는 햇곡식으로 만 든 송편, 설기떡, 찰떡, 밤단자와 노 치(찹쌀가루와 엿기름가루 등을 이 용해 만드는 지짐) 등” 이 있다고 소 개했다.
북적이는 북한 문수물놀이장
노치는 평양과 평안도의 특식으 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이 지역 사 람들의 인기 먹거리는 송편이나 찰 떡, 설기떡이다. 한국처럼 조율이시(棗栗梨枾·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의 순서로
놓기) 등의 특정한 차림 순서가 없 고, 별도의 재기도 사용하지 않는 다. 마늘, 고춧가루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인식도 없다. 추석 차례 음식 준비 등의 명절 가사노동이 여성에게 몰리는 데 대
한 스트레스도 남쪽이 비해 덜하다. 한 탈북민은“북한 여성들은 직 장 일과 가사노동을 모두 짊어지는 슈퍼우먼 역할에 익숙해 있는 편이 라 명절 증후군이 덜하고, 풍성한 음식만 준비할 수 있다면 만족하는 편” 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 차원에서는 추석을 맞아 씨름, 그네뛰기, 줄다리기, 소 놀이, 거북이놀이, 길쌈놀이 등 다 양한 민속놀이와 오락 행사도 여는 데 가장 인기 있는 건 씨름경기다. 매년 추석 때 이틀간 능라도 민 족씨름경기장에서‘대황소상 전국 민족씨름경기’ 를 열고 이를 전국에 방영하며 우승자에게는 황소 등 푸 짐한 상품을 안긴다. 성묘를 가지 않는 주민들은 주 변 지역의 다양한 시설을 활용해 여 가를 즐기기도 한다. 북한 매체 보도를 보면 근래에 는 평양 주민들 사이 명절에 인근의 문수물놀이장이나 능라인민유원지 등에서 휴일을 만끽하는 모습도 ‘신풍속도’ 로 자리 잡는 듯하다. 명 절 연휴에 여행을 떠나거나 문화시 설 등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남한과 흡사하다. 김정은 체제 들어 물놀이장 같 은 주민들의 즐길 거리 시설들이 평 양에 집중적으로 건설됐는데, 최근 에는 지방으로도 확산하는 추세다. 한 탈북민은“북한 주민들에게 추석은 말 그대로 풍성한 음식 마련 을 뜻하는데, 올해 추석은 곡식이 여물기 전인 데다 태풍‘링링’ 으로 피해도 적지 않아 시름이 클 것 같 다” 고 말했다.
이런 분들 덕에 추석이 따뜻합니다… 구로구 봉사모임‘맘엔누리’ 홀몸 노인과 장애인들에 반찬 나눔 등 봉사활동 “밥은 지어먹을 수 있지만 반찬 하는 게 힘들다” 는 홀몸 어르신들 의 말에 엄마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봉사동아 리‘맘엔누리’ 의 이야기가 추석을 따뜻하게 만든다. 13일 구로구에 따 르면‘맘엔누리’ 는‘엄마들이 모여 함께 나누는 세상을 만들자’ 는의 미로, 2014년 마음이 맞는 초등학생 학부모 5명이 결성했다. 현재는 회 원이 20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홀몸 노인과 장애인들에 게 반찬을 만들어 나눠주고, 골목 축제를 열어 음식을 대접하는 등 봉 사활동을 펼친다. 그 중심에는 구로동에서 40여년
구로구 봉사동아리‘맘엔누리’ 의 봉사활동
살아온 강순희(60) 씨가 있다. 강씨는 2010년 손녀가 다니는 초
등학교의 녹색어머니회에서 활동 하면서 몸이 불편한 아들과 어렵게
살아가는 한 이웃의 사연을 알게 됐 고 이후 그들의 생활을 챙겨주게 됐 다. 이를 계기로 강씨는 뜻이 맞는 학부모들과‘맘엔누리’를 결성하 고 반찬을 만들어 나누는 봉사활동 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회원들은 5년째 매월 자비를 모 아 2주마다 김치, 불고기, 찜, 볶음 요리 등 반찬을 만들어 홀몸 노인과 장애인 등 20가구에 나눠주고 있다. 계절별로 떡국, 잡곡밥, 삼계탕, 송 편, 팥죽 등 음식도 대접한다. 회원들이 스스로 복지 사각지대 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구 위주 로 대상자를 발굴한다. 반찬을 나눠 주면서 이웃들의 집을 청소하고 대 화 상대도 돼 드린다. 몸이 불편한 이웃들을 병원에 데려가기도 한다.
구로구 봉사동아리‘맘엔누리’ 의 강순희 씨
추석을 앞두고 지난 9일에는 강 씨 집 앞에서 동네 이웃 50여명과 함께 송편을 빚고 나누는 골목축제 를 열었다. 강씨는“손녀를 키우며 시작했 던 봉사활동인데 이제는 손녀도 함 께 봉사한다” 며“나뿐만 아니라 가 족들도 이웃돕기에 나서 더 보람이
있다” 고 말했다.ㅍ 그는“봉사활동을 하며 힘든 순 간은 어르신들이 돌아가셔서 더 이 상 반찬을 전달할 수 없게 됐을 때” 라며” 처음에는 이웃에게 의미 있는 일이나 해보자는 작은 마음으로 시 작하게 된 봉사활동인데 이제는 정 이 들어 그만둘 수 없다” 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