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orea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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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2월 21일 화요일

디지탈·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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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암 치료기’ … 선진국들‘중입자 가속기’ 건설 중 전립선암 치료 생존율 93% …난치·말기암에도 탁월 94년 도입한 일본, 완치 줄이어

코 안쪽에 어린아이 주먹만 한 크기의 암 덩어리(왼쪽 사진 가운데 흰 부분·치료전)가 자라고 있는 34세의 일본인.중입자 치료 기로 16번 치료하자 26주 만에 암 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오른쪽·치료후). [일본방사선총합연구소 제공]

34세의 일본인 남성인 A씨는 코 안쪽에 어 린아이 주먹만 한 암 덩어리가 자라고 있는 환자였다. 암 3기였고 수술도 불가능했다. 그를 살린 것은 일본방사선총합연구소의 중입자가속기였다. 중입자가속기에서 빛 속 도의 70% 정도로 초고속으로 가속된 탄소 이온을 한 번에 몇 분씩 16번 쪼여 치료한

결과 거짓말같이 암 덩어리가 사라졌다. 5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A씨가 앓았던 것과 같은 난치암을 비롯해 재발암, 수술이 불가능한 암 등을 잡는 ‘꿈 의 암 치료기’로 중입자가속기가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에 이 가속기 건설 바람이 거세다. 현재 가동 중인 암 치료용 중입자가속기는

중입자나 양성자는 피부쪽에서는 방사선이 약하게 방 출 되다가 암 세포가 있는 곳에서 강하게 분출함. X선 이나 감마선은 정작 암 세포에 도달 했을 때는 약해 짐. 양성자는 중입자에 비해 암세포 살상력이 떨어짐.

일본에 3기, 중국과 독일에 각각 1기씩 모두 5기다.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것은 우리 나라를 비롯해 이탈리아·독일·프랑스·미국· 오스트리아 등의 9기에 이른다. 일본은 2기 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한국은 2016년 가동 목표다. 중입자가속기 가 설치될 건물 공사가 부산시 기장군 동남

권원자력의학원에서 한창이고, 기종 개발에 도 시동이 걸렸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중입자를 가속하는 부분은 한국이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고, 치 료 부문은 경험이 많은 선진국과 손잡고 개 발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정원균 중입자임상연구 부장은 “중입자 치료기는 건설비가 한 기에 약 2000억원에 달하는 등 고가이기는 하지 만 그 치료 효과가 워낙 뛰어나 선진 각국이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난치 암 환자를 살릴 수 있고, 한 국가의 의료기 술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 줄 수 있기 때 문이다. 가장 먼저 중입자치료기를 도입한 곳은 국책연구소인 일본방사선총합연구소 로 1994년 가동했다. 가동에 들어가자마자 각종 난치암 환자들 이 몇 번 치료받고 완치되는 ‘기적’이 일어 났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 긴가민가한 분 위기가 팽배했다. 암 완치라는 것이 5년 생존율로 보기 때문 에 치료 직후의 관찰로만은 믿기지 않아서 였다. 96년 당시 15세였던 소년은 엉치뼈 골 육종 3기로 수술이 불가능했었다. 엉치뼈도 녹아내렸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그해 방사 선총합연구소에서 16번의 치료를 받고 완치 됐다. 15년이 지난 지금 엉치뼈도 되살아났 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중입자가속기 중 유일하게

5년 생존율 통계를 낼 수 있는 곳인 일본방 사선총합연구소의 경우 5년 평균 생존율은 두경부암 68%, 폐암 56%, 간암 67%, 전립 선암 93%, 자궁암 53%, 골육종 80%, 대장 암 55%, 췌장암 44% 등이다. 한국의 2003~2007년 전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평균 57.1%다. 중입자치료기는 기존 X선 치료기에 비해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이 적고, 환자의 고통 감소 시간 절약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X선은 암세포를 향해 강하게 쏘아도 살 속 으로 들어가면서 비실비실해져 버려 암세포 살상력이 떨어진다. 반면 정상 세포에 해를 많이 입힌다. 그러나 중입자는 0.1㎜의 위치 까지 정확하게 암 세포를 조준해 목표 지점 에서 방사선을 폭탄처럼 터지게 할 수 있어 그런 부작용이 아주 적다. 또 X선은 두서 너 달 30~40회에 걸쳐 치료를 받아야 하고,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입자는 최장 10여 번이면 되고 고통도 거의 없다. 또 몸 속 25㎝의 깊이까지 치료가 가능하다. 암세 포 살상 능력은 X선이나 양성자에 비해 세 배나 강하다. 정 부장은 “중입자치료기는 기 존 방법으로 치료를 포기하다시피 한 고형 암 치료에 효과가 탁월하지만 위암이나 십이 지장 등 움직임이 있는 장기에 발병하는 암 에는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 다. 또 전이된 암은 중입자 가속기 만으로는 치료하기 힘들다. 치료비는 일본의 경우 약 3만 달러(약 3300만원)로 비싸다. 중입자(重粒子): 치료용 중입자가속기에 사용하는 중입자는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 의 원자를 말한다. 탄소·네온·아르곤 등이 중입자가속기용으로 연구됐지만 그중에서 탄소가 가장 암 살상 능력이 뛰어나다.

중입자 가속기 치료를 받기위해 치료기기를 이 용하는 암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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