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쿠로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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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2년. 일본. 도쿄내의 폐쇄구역 경계지점에 출입금지 테이프가 이리저리 감기며 임시텐트가 가설되고 있다. “공안은 언제 옵니까?” 비 오는 야간에 출동한 경찰입장에선 한 시간이나 대기하고 있는 것이 불만인 것이리라. “아마 이렇게나 시간이 끌리는걸 보면..” 신참의 불평에 답하던 고참은 입에 담으면 실제로 일어날까 자신의 추측을 끝까지 입에 담지 않았다. 시빌라로 인해 관리되는 이 도시에서 스트레스 케어는 삶의 근본을 차지한다. 일반 경찰들이 차단하고 공안을 기다려야 하는 범인이라 면 어지간한 악질임에 틀림없다. “설마..붉은 고양이가 오는겁니까!?” “말이 씨가 된다 하지마” 신참이 들떠서 내뱉는 말에 고참은 혀를 차며 속으로 나무랐다. “그들이 출동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언론통제 수준의 범죄라는거야” 공안 7계, 속칭 붉은 고양이라 불리는 집단은 현재 존재하는 감시


관들 중에서도 최고의 감시관이 속한 부대로 공무원들 사이에선 소 문이 자자했다. ‘붉은 고양이여도 상관없으니 이젠 좀 와달라고’ 임시 텐트까지 설치하고 바리게이트 드론들도 모두 배치한 상태다. 시빌라의 눈인 스캔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폐쇄지역에 숨어들어간 범인을 어찌 찾으려고 이리 늑장 출동하는지 범인 체포에는 1도 관 계가 없는 일반 경찰인 자신마저 궁금해질 지경이다. “왔어요 선배” 참다못해 담배를 꺼내려던 타이밍에 기자와 구경꾼들 인파를 가르 며 큰 자동차가 들어온다. 후생성의 아스클레피오스 지팡이 문양이 박힌 자동차는 그대로 텐트 옆에 주차하였다. “정말로 붉은 고양이잖아..” 붉은 양복을 입은 금발의 청년이 운전석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신 참 경찰관이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붉은색 양복 안에 있는 새하얀 셔츠가 텐트에 설치된 조명에 반사되어 살짝 눈이 부신다. “수고했어요...이제 들어가도...괜찮으니까..” 핸드폰을 만지면서 텐트로 들어온 감시관은 시선을 한 번도 핸드폰 에서 떼지 않은 채로 의자에 앉는다. 2명의 경찰관이 빠른 걸음으 로 걸어와 경례를 해오자 대충 손을 휘적거리는 것 마냥 경례를 한


다. ‘이 사람이 붉은 고양이 천재 감시관인가..’ 고참 입장에서도 소문의 붉은 고양이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이다. 감 시관은 핸드폰의 스캔기능을 키더니 텐트에 설치된 작전 테이블의 폐쇄지역 지도를 스캔한다. “저기..이 지도는 3년 전에 비행 드론의 스캔으로 촬영된 것이라 지 하도는 없습니다” “응...알고 있어요...그리고...들어가도 괜찮다고 아까..말 했는데” 자신이 작게 목소리를 내서 철수명령을 못 들은 거라 생각했던 켄 마가 아주 살짝 목소리를 더 낸다. “정말로 철수해도 괜찮습니까? 드론을 내부 투입해서 내부를 폐쇄 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그때 케이지라 부르는 짐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안에서 도미네이터 수송 드론과 붉은 양복을 입은 집행관 2명이 내린다. “어이 켄마- 리에프 이 녀석 너무 시끄럽다고-” “선배는 그럼 폐쇄구역에 가보신적 있어요!? 있는거죠!?” 은발에 장신과 이상하게 삐친 머리의 흑발 장신이 텐트에 들어온다. “여- 늦어서 죄송했습니다”


흑발의 남성이 텐트로 오는 사이에 맞았던 어깨의 빗방울을 털어낸 다. 붉은 양복의 매무새를 다잡던 그는 감시관의 어깨를 가벼이 주 무르며 백허그를 하듯 안아서는 양복 앞의 단추를 매어준다. “켄마 이래보여도 우리는 제법 세간에서 유명하다고- 붉은 고양이 부대라고 말이야- 희대의 천재 감시관이 이렇게 대충 입고 다니면 소문이 이상해진다고” “별로...소문 같은 건 신경 쓰지도 않고...양복은...애초에 불편하 고..” 투덜거리던 감시관의 고양이 같은 눈이 핸드폰 액정에 반사되어 어 둑하고 임시 조명에 기대어 밝기를 만들어내는 텐트 안에서 유독 빛나는 느낌을 준다. “저기...그리고 너희들...정말로 가도 좋으니까..” “네...네!” 은발의 리에프가 손을 흔들자 경례로 답하던 둘은 그대로 빗속의 인파를 해치며 사라졌다. ‘완전 괴짜 집단이잖아..’ 고참은 서에 복귀하면 할 만한 이야기가 생긴 것 같다고 생각하며 떠났다. -


“켄마 그보다 역시 사람은 안 보내는 게 좋지 않았어?” “맞아요 이곳, 지도는 옛날 정보지...거기에다가 제법 넓다고요! 바 다에 인접해있지만 직진으로 달리면 1시간은 걸릴 거예요!” 경관이 떠나가고 나서 의견을 내는 집행관들을 묵살하듯이 핸드폰 만 만지던 켄마는 핸드폰에서 하이톤의 전자음이 나자 핸드폰을 탁 자의 가운데에 두었다. “브리핑...시작할게” 핸드폰의 액정을 손으로 톡 누르자 입체형 지도가 펼쳐진다. “우왓!! 깜짝이야!!” 과하게 손을 퍼덕이는 리에프와 휘파람을 부르며 팔짱을 끼는 쿠로 오에 각각 눈길을 준 켄마는 작전을 말하기 시작한다. “범인은 시빌라에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자.....아마 해외에서 들어온 입국자들 중에 몇 있는 부적응자..였을 거라고 생각해..” “근거느은-?” 쿠로오의 질문에 켄마가 핸드폰을 잠시 손에 쥐어선 몇 번 화면을 꾹 누르고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범죄현장에서 여기까지 지하철을 타고 20거리...스캐너에서 찍힌 외국인 40명을 모두 조회해보았는데 범인은 없었어...”


“아니 켄마선배! 어떻게 범인 얼굴은 아십니까!? 시빌라에 미등록자 면 스캐너에도 정보는 안 남지 않슴까!” “그건 확실히..” 라며 작게 말한 쿠로오는 켄마의 눈을 주시했다. “응...도시 스캐너에는 조회해야할 사람이 너무 많고...미등록자면 애초에 정보도 없으니까...” 켄마가 입체화되어서 나오고 있는 지도에서 몇 가지 카메라 화상들 이 나온다. “폐쇄구역이어도...전기는 분명 존재하고...구형 감시카메라를 통해 범인을 찾았어...” “아하.. 사막에서 모래알을 찾는 건 귀찮으니 역으로 사람이 없는 폐쇄구역에 도망간 범인의 상황을 이용했구만.. 역시 우리 공안7계 의 척수이자 뇌” 쿠로오가 가볍게 헤드락을 걸어도 켄마는 비명없이 차분하게 브리 핑을 이어간다. “현재 범인은 여기서 400m 떨어진 14층 건물로 도주했어... 내부는 폐건물 수준으로 무너져서 카메라는 없으니까...” “찾는 건 저희 몫이군요 알았슴다!” 흥분한 리에프가 도미네이터 수송드론의 지붕을 손으로 쾅쾅 두드 린다.


“하지만 켄마 폐건물이라고 말했으니 말인데 그러면 도주로가 너무 광활한 거 아냐? 드론도 안 쓸거라며” “응....그건 생각이 있으니까...” 켄마가 수송드론에 자신의 지문을 인식시키자 내부가 열리며 도미 네이터들이 올라온다. 그 중 한 자루를 쥐어선 자신의 얼굴 쪽으로 들어 올린 켄마가 자신의 감시관들을 뒤돌아본다. “날 믿고 따라줘..” 도미네이터에서 나오는 푸른 조명이 눈에 반사되어 있는 모습이 아 름답다고 쿠로오는 생각했다. “여기는 검은 고양이.. 건물 3층까지 진입” “여기는 은사자! 4층에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건물의 지하도에서 켄마는 보고를 들으며 핸드폰을 매만지고 있었 다. 건물 입구에서 미리 스캔해본 단면도로 계단 위치를 확인한 켄 마는 그들의 경로를 지도 내에 표시하며 범인을 공략해나가기 시작 한다. “여기는 노란 고양이...검은 고양이는 5층에서...은사자는 옥상까지 올라가줘...” “OK~ 수고하라고 후배~” “아아! 왜 저는 옥상까지입니까 켄마선배!!”


소리를 최고로 줄인 이어스커프에서 들려오는 소리마저도 시끄럽다 고 생각한 켄마는 더 이상은 줄일 볼륨이 없다는 것에 살짝 표정을 찡그렸다. “쿠로...좌측 계단 쪽에 밀착해서 있어줘...” “아앙? 켄마 이 건물..계단은 좌측 우측에 한 개씩이라고?” “응...알고 있어..” 켄마는 핸드폰을 꾹꾹 누르다가 이젠 기다리면 된다는 지점에 이르 자 이내 다음에 발매되는 게임정보들을 검색하며 있었다. 그리고 잠 시 후에 사다리에서 내려오는 그림자를 보고 도미네이터를 겨누어 본다. -범죄계수 120 논 리셀 페럴라이저 신중하게 조준하여 대상을 무력 화하십시오‘역시 시빌라야’ 충열과 총구가 개방되어 더욱 푸르게 빛나는 도미네이터로 인해 지 하도가 신비한 빛에 감싸인 듯이 푸른 색채를 이룬다. “공안 7계 코즈메 켄마입니다... 앙드레 발티유씨... 절도와 상해 혐 의로 체포합니다” “어떻게..” 폐쇄구역에 까지 들어오고 심지어 미등록자인 자신을 추적한 것도 모자라 도미네이터까지 기동되고 있다는 여러 기현상에 금발의 범


인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감시카메라에 있는 당신의 얼굴정보....입국할 때 등록된 전자정보 로 조회해서....시빌라에 등록했습니다...” 시빌라에 등록하면 범인의 정보는 이후에 쉽게 얻는다. 그리고 그렇 게 얻은 정보를 토대로 시빌라는 범죄계수를 측정해준다. 과거에 스 캐너에 스캔되지 않은 그를 친절하게 다 수색한 시빌라는 그에게서 과거의 추가범죄까지 찾아내었다. “그리고...당신....제법 용의주도하니까...지하로 도망갈거라고 생각했 어요...” 큰 건물을 3명이서 봉쇄는 무리다. 하지만 도주로를 좁히면 유도는 가능하다. 감시카메라를 통해서 그가 선택한 도주경로를 보고 켄마 는 그의 도주방식을 유추한 것이다. “.........이거야 원....기계뇌가 시키는 대로 하는 인간들이란..” 여린 몸의 감시관을 훑어보던 그는 되는대로 방심을 유도해서 제압 을 노려보자란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그때 차가운 감촉이 자신의 등에 꾹 닿아온다. “당신이 모욕한 사람은...우리 7계의 척추이자...뇌이자..” 3층에서 내려온 쿠로오가 범인의 뒤에 도미네이터를 꾹 대고 있던 것이다. 계단에서 농땡이 피듯이 있던 집행관이 어느새 자신의 등


뒤에 있음에 범인은 다시 한 번 놀랐다. -탕 초단파가 자신의 등을 타고 전신에 흐르는 감각에 범인은 의식이 날라가서는 풀썩 쓰러진다. “제 애인입니다” “.........그거 부끄러워 쿠로” 앞으로 고꾸라진 범인을 제대로 눕힌 쿠로오가 도미네이터를 내려 놓는 켄마에게 다가간다. “부끄러워 하지마” 켄마의 목에 메인 붉은 넥타이를 손에 감으며 쿠로오가 살짝 그를 들어올린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니까” “.......진짜인걸 알아서..부끄러운거야” 살짝 발돋움한 켄마의 눈동자를 쿠로오는 뚫어지듯이 바라본다. “너의 눈은 모든 걸 비추는 눈이라 이뻐” “.......뭐야 갑자기..” 켄마의 눈 밑을 엄지로 꾹 누르며 훑던 그는 어두운 지하도에서 자


신의 애인을 자세히 보고 싶은지 도미네이터를 조명처럼 들어올렸 다. “쿠로....이제 좀...손 풀어줘...” “응 그래..” 넥타이를 잡던 손을 풀자 켄마는 넥타이를 다시 고쳐 매고는 소리 없이 살짝 째려보며 불평을 표했다. “어이! 리에프! 옆쪽 건물이다!!” “앗!! 알겠슴다! 아니 그보다 통신으로는 코드명으로 말해야죠!!” “네에네에 알겠습니다 사자님~~” 거짓말을 하던 쿠로오의 심중을 몰라 켄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 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옆쪽 건물 꽤 높았으니까 시간 생기잖아” “.....시간..?” “응 내가 애인과 사랑을 나눌 시간” 그를 가볍게 안아서는 벽 쪽에 밀착시킨 쿠로오가 도미네이터 총신 의 빛을 켄마의 목덜미에 비추게 하곤 입을 맞춘다. “.....들어가서 하면 안돼?” “도미네이터 조명으로 이럴 수 있는 건 출동했을 때잖아? 심지어 지하도라니 이런 기회는 좀처럼 없다고”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기 시작한 쿠로오의 마음은 좀처럼 움직이 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켄마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장단에 맞 추어 그를 마주 안는다. “생각해보니 그럴싸했지?” 무언의 동의로 안아주는 그의 셔츠 단추를 몇 개 풀어서는 넥타이 를 맨 목에 매어선 그의 목선을 손끝으로 훑는다. “아니....그냥 쿠로가...좋아하는 것 같으니까..지금 상황” “너랑 하는 건데 뭔들 좋지” 흐트러진 붉은 양복과 흰 셔츠 사이로 드러난 쇄골에 푸른 조명을 대고는 눈 위와 볼에 연신 입을 맞추던 그의 이어커프스에서 후배 의 집요한 보고가 이어진다. “열심히 일하는 후배를 보니 시간이 좀처럼 없겠는데?” 이어커프스를 벗어서는 양복 주머니에 넣은 쿠로오는 켄마의 이어 커프스를 이로 물어서 벗겼다. “.......어디까지 하려는 건데?” “거기까지 생각은 안했어” 자신의 입에 물고 있던 커프스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으며 쿠로오는 입술이 맞닿을 만큼 얼굴을 대었다.


“생각은 너의 몫이니까 잘 생각해봐” 도미네이터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적막한 지하도에서 크게 울리고 는 바닥에 나뒹구는 도미네이터의 희미한 푸른 조명 아래에서 둘이 서로를 안는다. “뭡니까 선배애!! 범인은 어디에서 찾았던 겁니까?!” 비가 어느덧 그친 폐쇄구역 입구에서 호송되는 범인을 보며 리에프 가 쿠로오와 켄마에게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급박하게 말해서 뛰어갔더니 선배 둘은 다 안보이고!! 어디서 범인 을 찾았던 겁니까!?” “너무 그렇게 구박하지 말아줘 사자씨- 우리 양복 꼬라지를 봐- 아 주 격전이였다고 격전-” 먼지와 흙이 가득 묻은 붉은 양복을 팔을 펼치며 보여주는 쿠로오 의 옆에서 켄마는 자신도 묻었다는 걸 보여주려는지 한 바퀴 빙글 돌았다. “....켄마선배 미묘하게 얼굴도 빨갛고...말도 없고...그런게..너무 뛰 어서 컨디션이 안 좋은거 아니에요?” “켄마는 원래 말이 없잖아” “아니아니 말이 아주 없진 않잖아요! 지금은 변명을 하는 타이밍이 라구요!!”


도미네이터를 수송케이스에 다시 수납한 켄마는 조용히 입을 열었 다. “딱히 변명할 일은 안했어...” “정마알?” 쿠로오가 한쪽 눈만 크게 뜨며 짓궂게 물었지만 켄마는 말없이 끄 덕이곤 운전석에 타버린다. “뭐예요? 뭡니까? 방금 그 묘한 시선은? 그보다 선배 켄마선배랑 둘이 뭘 하느라 출동지각을 한 거예요!? 애초에 생각해보면 그 때 문에 지각한 거 아님까!” “게임했어 게임- 켄마가 원채 게임을 좋아하잖냐” “에에..저도 게임 좋아하는데” “너는 못하는 게임이야 임마 2인용이라고 3인용은 난이도가 높아 져” 그렇게 투닥거리는 둘을 백미러로 지켜보던 켄마는 얼굴을 붉히며 핸들에 잠시 머리를 대었다. ‘둘 다 시끄러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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