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메르-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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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인 것 같아요” 감시기지 지브롤터에 있는 요원숙소에서 누워있던 메르시가 몸을 반쯤 일으켜서는 스캔카메라에 표시된 자신의 신체스캔 결과를 확 인한다. 자그마한 스마트폰 크기의 스캔카메라에는 그녀의 온도가 평균치보 다 조금 높다는 사실과 호흡기에 무리가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며 옆에는 복용을 권유하는 약의 리스트가 적혀있었다. “저는 어떤 임무를 맡으면 됩니까?” 그 목소리에 메르시는 스캔카메라를 내려놓고 자신의 침대 옆에 서 있는 흑인 여성을 올려다본다. “우선 조금 앉아서 이야기하면 안될까요 파리하?” “......” 코드네임이 파라인 그녀는 붉게 상기된 메르시를 한참 내려다보다 가 탐탁찮은 표정으로 자신을 위해 준비된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아마 기지 안에는 감기 같은 사소한 약의 약품은 이제 없을 거예 요”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대가 납득하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지만..’


자신이 오버워치에 나오고 이 기지는 수년간 방치되어 있었다. 윈스 턴이 관리는 하고 있었으나 사소한 시설까지 그의 관리는 뻗지 못 했으리라. “그냥 푹 쉬면 나을 테니까 그렇게 전장을 바라보는 전사의 표정은 그만둬줄래요?” “......알겠습니다” 긍정의 대답을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걱정이 떨쳐지지 않아 무표정 으로 파라는 메르시의 이마를 조심스레 쓰다듬는다. “아픈 연인을 바라 볼 때는 다 괜찮을 거라는 듯 미소를 지어주면 되는 거예요” 이마 위에 있는 손을 잡아 자신의 입술로 끌어와선 손등에 입을 몇 번 맞춰주고는 만에 하나의 감염을 대비해 침대 옆에 놓여있는 작 은 소독 스프레이를 뿌려준다. “응... 그럼 저는 혹시 감기약을 가지고 있는 동료가 있나 수색정찰 을 하고 오겠습니다” “수색정찰일 것까지야..” 쓴웃음을 지으며 메르시는 감기약을 꼭 가져오겠다며 결의를 다지 는 연인을 올려다본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심스레 입술을 포개고는 경례를 하며 달려가는 그녀를 보며 메르 시는 “다녀오세요” 라며 닫혀가는 자동문에 손을 흔들며 인사하였 다. -푹 쉬면되니까 이참에 파리하도 기지를 둘러보고 다른 요원들과 이야기해보고 그래요. 여기서 복무하는 게 꿈이었잖아요?재밍에 걸리지 않는 근거리 통신단말기에서 메르시의 메시지가 표 시된다. 파라는 그 메시지를 보곤 어찌 답해야할지 고민하다가 답을 달았다. -여긴 천둥새 현재 슬립스트림에게 목표를 구하기 위해 가는 중. 천사는 믿고 대기할 것자신이 이곳 지브롤터에 와있다는 건 탈론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정보이지만 메르시의 질병상태는 그들이 알 수 없는, 만 약 그들이 안다면 기습의 여지가 생기는 요소이다. 파라는 만에 하 나 통신이 감청될 것을 대비해 고지식하게 코드네임으로 명칭을 대 신해 보냈다. -혹시 지금 감기약을 구하려고 지중해를 횡단해서 이집트 기자까지 가려는 건 아니죠?그녀의 농담에도 고지식하게 “만약 외부에서 조달한다면 민간차림 으로 나가서 스페인으로 가는 게 더 효율적이겠지” 하고 생각하며


단말기를 두드리며 답장을 쓴다. -최선의 인력으로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겠음그녀는 감기여서 이 통신이 감청될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간과한 듯하다. 자신만은 제정신을 잡고 그녀를 보안을 지키는 것이 맞으리라. 파라는 더 이상의 대화는 위험할거라 생각해 단말기를 껐 다. ‘꽤 넓군’ 어릴 때 어머니에게 받았던 엽서에 있는 사진에는 기지가 작은 성 처럼 보였으나 막상 발을 디디며 걸어 다녀보니 기지의 규모는 제 법 크다. ‘어머니의 숙소도 있을까’ 메르시의 말에 따르면 이 기지는 오버워치가 궤멸되고 나서는 윈스 턴만이 관리해왔다고 한다. 어쩌면 이 기지 어딘가에 자신의 어머니 가 묵고 있던 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유독 기지 곳곳을 살펴보게 된다. “응? 파랑새씨 어디가?” 뒤에서 가벼운 목소리가 들리더니 푸른색 빛줄기와 함께 자신의 앞 에 작은 여성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좋은 오후입니다 옥스턴씨 다름 아니라..” “잠깐만!” 그녀의 가슴중앙에 달린 가속기가 빠르게 회전하는 찰나 푸른빛이 기지의 골목 사이로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그녀가 나타난다. 그녀의 손에는 음료수 캔이 2개 들려있었다. “하나 마셔!” “감사합니다” 반사적으로 거수경례를 하려다가 목례를 하고는 나노콜라 캔을 받 아든다. “전에 D.VA를 만났을 때 이 콜라 좀 많이 보내줄 수 있냐고 물어 봤거든! 그랬더니 엄청 보내줬지 뭐야?”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그녀가 나노콜라를 홍보하던 포스터를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하다. “아 할 말이 있던 거 아니었어?” “맞습니다 그게 뭐냐면..” 트레이서는 나노콜라를 따다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캔이 칙-하는 소 리가 나는 순간 어딘가로 사라졌다가 캔이 4cm쯤 떨어질 때 즈음 에는 다시 자리에 돌아와 캔을 잡아채곤 한 모금 들이켰다.


“감기약 혹시 있으십니까?” “감기약?” 캬-하는 소리를 작게 내고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네 그게.. 앙겔라..아니 닥터 치글러씨가..” “응! 메르시언니에게 가봐!” “아니 그러니까 그분이..” 다시 또 사라지더니 이번엔 나노콜라 한 캔을 들고 와서는 파라의 남은 손에 쥐어준다. “이 콜라도 주면서 감기약도 부탁해봐!” “아니 그게..” “난 위스턴 아저씨랑 스타크래프트6를 하기로 해서 이만! 사실 지금 5초만 자리를 비운다고 하고 나온거거든!” 이전에 단면도를 봤을 때를 떠올려 봐도 트레이서의 개인 숙소에서 지금 자신이 있는 외곽구역까지는 걸어서 족히 10분은 걸릴만한 거 리였다. “....알겠습니다” “OK! 메르시언니에게 안부 전해줘!” 작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녀가 종횡무진 빛줄기를 남기며 사라진 후 에는 파라만이 덩그러니 복도에 남아있었다. 시끄러운 대화 후에 찾 아온 침묵 탓에 멀리서 바다소리가 유독 귀에 잘 들려온다.


결국 나노콜라 2캔을 각각 손에 쥔 채 파라는 비행기가 들어있는 격납고에 발을 옮겼다. 입구에서부터 들려오는 망치소리에 파라는 소리를 크게 내었다. “토르비욘씨-” 입구까지 메아리치는 망치소리를 코앞에서 듣고 있을 테니 자신의 소리가 안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파라는 결국 망치소리의 근원을 찾아서 격납고에서 올라가면 있는 기술실까지 걸어 올라갔 다. “토르비욘씨-” “여 파라구만 무슨 일이야?” 무언가를 만들던 그가 하던 일을 멈추고 파라에게 다가온다. 어지럽 게 회전하는 왼손을 잠시 보던 파라가 입을 열었다. “혹시 감기약 있으십니까?” “그건 의사선생이 가지고 있겠지!” 기계집게로 된 왼손이 철컹거리며 부딪히는 소리를 낸다. “메르시씨가 아파서 왔습니다” “그녀가 없으면 여기에 없지 당연히!”


두갈래로 갈라진 수염을 기계가 아닌 오른손으로 쓰다듬는다. “애초에 난 이곳 기술실을 수리하고 복구하는 데에도 바쁘다고 그 런게 어디 있는지 알 턱이 없지” 그의 말을 듣고 보니 그가 고치고 있던 건 무기제작선반인 것 같다. “알겠습니다 그럼 혹시 약품실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습니까?” “그건 쉽지! 이 아기에게 물어봐!” 그가 가리키는 손끝에는 꽤 낡은 연식의 포탑이 있었다. “...........” “농담이네!” 그의 평소 언행을 보면 진담으로도 느껴져서 파라는 무표정으로 일 관하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그녀의 그런 싸늘한 시선에 더 이 상의 변명은 접어두곤 설계도가 말려있는 선반에서 설계도 한 장을 꺼내 벽에다 내걸었다. “이곳이 약품실이야” 지브롤터 기지의 청사진이 가리키는 곳을 뚫어지게 보며 머릿속에 집어넣은 파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거기에서 찾아보겠습니다”


“잠깐! 가기 전에 그 나노콜라 한 캔은 주고가!” 파라는 자신과 메르시는 한 캔을 두고 나눠 마시면 되리라고 생각 하며 그에게 흔쾌히 남은 하나를 주었다. “혹시 거기에 두통약이 있거든 가져다줘! 의사선생은 검사하기 전에 는 처방해주지 않을 거라며 안주고 있거든” “검사를 권장합니다” 고지식한 대답을 하며 파라는 목례를 하고는 기술실에서 나왔다. “....없군” 약품실을 샅샅이 뒤진 파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선반이 이리저리 무 너져 있어도 널브러진 약품의 양을 보면 누군가 이곳에서 약을 가 져간 적은 없어 보인다. 파라는 허탈한 듯이 발로 바닥에 구르는 약품들을 이리저리 치워서 자신이 앉을 구역을 만들고는 벽에 기대어 앉았다. ‘그녀가 아프면 신경써줄 사람이 없구나’ 의무관으로서의 그녀는 지나치게 우수하기에 주변 사람이 질병과 의료에 관해선 한 치의 의구심 없이 그녀에게 일임하고 있는 것이 리라. 하지만 그렇기에 그녀가 아팠을 때에는 허무하리만치 대처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


파라는 가슴 한편이 시려와 무거운 한숨을 몇 번 토해내곤 작은 수 첩에 이집트에 돌아가게 되거든 그녀를 위한 약품키트를 손수 만들 것을 적어둔다. “귀환했습니다” “왜 단말기는 꺼두었어요?” ‘임무에 집중하기 위해서 입니다’라고 말하면서 그녀는 의자에 앉아 메르시의 이마에 손을 올려본다. “그래서 약은 있던가요..?” “레나 옥스턴양과 토르비욘 린드홀름씨를 찾아가서 물어봤지만 모 두..” “모두..?” 당신을 찾으라고 하더군요. 란 말을 차마 내뱉지 못하고 파라는 잠 시 더듬거렸다. “가지고 있는 게 없다더군요 약품실에도 갔지만 없었습니다” “그렇겠죠.. 거긴 사람이 치명상을 입었을 때를 위한 약품만 있으니 까요”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막상 없다는 말을 들으니 메르시는 작은 한 숨을 쉬었다.


“대신 나노콜라를 받아왔습니다” “나노콜라를요..?” “네 옥스턴양이 D.VA양에게 부탁해서 받아왔다더군요” 단숨에 따서는 메르시의 손에 쥐어준다. “...따뜻하네요?” “죄송합니다! 너무 손에 꽉 쥐고 다녔었나봅니다!” 마시기 위해 상반신을 일으키는 메르시를 부축하며 파라는 콜라를 다시 받아내려는 듯 손을 뻗는다. “아뇨 괜찮아요 파리하의 온기가 느껴지는 맛이겠네요 그럼” 작게 한 모금 마신 메르시가 머리맡에 콜라를 둔다. “기지를 둘러보니 어땠어요?” “쾌적했습니다 궤멸되었던 기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머리가 헝클어지고 하얀 티셔츠만 입고 있는 그녀를 보자 의무실에 서처럼 가슴이 아파온다. “어쨌든 아프지 말아주십시오 마음이 아픕니다” “응 알겠어요” 마음을 담아 보내는 말에 메르시도 진심을 담아 답한다.


“그보다 파리하는 전장에서 감기보다 몇 백배는 심한 부상을 입으 면서 저보고는 감기에도 걸리지 말라는 건가요?” “그..그건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왜 어쩔 수 없죠? 조심조심해서 은엄폐를 하며 사격하면 부상을 줄일 수 있잖아요!” “랩토라 마크 VI는 폭격을 위해 개발된 전투 슈트입니다!” “훈련 받은 대로만 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입에 닳게 말하면서 정작 본인이 눈에 보이는 건 다 부수고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 지 않나요!?” “임무이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서로 말다툼을 하다가 미소가 번져 나오곤 결국 웃음이 터져 말싸 움이 끝나버린다. “우리 서로 아프지 말아요” “알겠습니다 앙겔라씨” “그냥 앙겔라라고 불러주면 좋을텐데” 목을 양 팔로 감아선 자신이 쓰러지듯 누우면서 파라 역시 옆에 눕 힌다. “이대로 같이 누워서 있어요” “알겠습니다” “호흡을 통해 옮을 수 있으니까 등을 마주대고 있어요 우리” “그건 거절하겠습니다” “고집부린다”


결국은 파라의 검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메르시는 자신의 품에 그녀 를 안아준다. 다음 날 모의훈련을 위해 임시교장에 전직 오버워치 요원들과 파라 가 모였다. “파라씨 몸이 불편하십니까?” 체구에 비해 지나치게 작아 보이는 안경을 고쳐 쓰며 윈스턴이 파 라에게 말을 건넨다. “감기에요” 메르시가 대신 답하자 트레이서가 나노콜라를 들이키곤 파라의 옆 으로 어느새 이동해선 등을 다독인다. “결국 어제 약을 못 찾았구나? 푹 쉬어” “그럴 수는 없습니다 훈련은 실전처럼 어떠한 상태에서도 전력을 다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자리..” 그리 말하다가 크게 재채기하자 메르시가 작은 티슈를 꺼내 그녀의 부리처럼 생긴 노란 바이저 안쪽에 튄 침들을 닦아준다. “아니아니 어제 내가 들었을 땐 의사선생이 아프다고 들었는데..” “저는 다 나았어요”


토르비욘의 말에 메르시가 팔을 허리에 대며 작게 으쓱거린다. “옆에 있는 분이 다 가져가주셨거든요” “아니.. 가져갈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하루 종일 껴안으며 감기가 옮을 수 있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자신이 더 심하게 걸릴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 해리포터 지팡이로는 안되는거야?” “카두케우스 지팡이랍니다 레나씨 그리고 이 지팡이는 손상된 조직 을 치료할 뿐 바이러스를 치료하진 못해요” 해리포터라니 분명 라인하르트에게 고전영화를 추천받아서 알게 된 것이 틀림없다. 메르시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타액을 닦았던 티슈의 반대 면으로 노란 부리부분의 먼지를 닦아준다.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작게 웃으며 바이저에 입술을 맞추자 립스틱 자국이 남는다. 그것을 지우려고 티슈를 쥔 손을 들어오는 메르시를 제지하며 파라는 렙토 라 슈트를 조작하여 현재의 시각정보를 저장해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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