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소식지와 홈페이지, SNS로 전해지는 고양여성민우회 활동에 애정어린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표지설명
올해도 어김없이 3.8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여성대회가 청계광장에서 열 렸다. 참여한 많은 여성들 속에 고양여 성민우회 깃발이 푸른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히 휘날렸다. 여성들의 삶도 그날의 하늘빛처럼 푸르를 수 있기를.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의 행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1월 18일
24차 정기총회를 치루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거리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3~5월
3회에
6월 14-15일 8월 12-14일
킨텍스 야시장에서 바자회를 열었습니다.
3월 5일
고양성폭력상담소
슈퍼비젼을 진행했습니다.
성폭력피해자쉼터 하담
그것이 왜 여혐범죄냐고?
“왜 그 문제를 꼭 여성의 문제로 봐야 해?
아니 왜 여혐으로 보아야 해?”
“ …… ”
또 한 여성이 살해되었다.
몇 달 사이에 다섯 명의 여성이(화성, 거제, 강남역, 강남, 하남에서) 사귀던 남성으로부터 살해된 이후, 이번엔 광진구에서 또다시 교제 살인이 발생한 것이
다. 여성 살해 사건이 끝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 모두
는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살인 사건이다. 여성에 대
한 범죄가 폭력적이고 잔인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범죄 빈도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2023년 한 해에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피
의자만 1만 3939명이라고 한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남편과 애인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최소 138
명이 살해되었다고 한다. ‘젠더 성평등 시대’에 과히
놀라운 숫자가 아닌가!
여성 살해 사건을 두고 혹자는 그것이 ‘왜 여혐범죄 냐’고 반박한다. 이러한 사건들은 단지 ‘원한 관계’이 거나 ‘묻지마 살인’이라고. 그냥 ‘조현병 환자의 우발
적 범행’이라고. 이 문제를 젠더 갈등으로 혹은 여성 혐오(여혐)로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말한다. 굳이 일
련의 사건들을 여성 혐오로 해석함으로써 젠더 갈등 을 부추기지 말라고 비판한다. “왜 남성을 모두 잠재 적 범죄자 취급하냐.” “한 범죄자가 살인을 저질렀다 고 온 남성을 모욕하지 말라.”고.
많은 사람들은 ‘혐오’라는 단어를 부담스러워한다.
누가 여성을 ‘혐오’하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는 왜 여
성 혐오라는 말을 사용하는가? 성평등에 기반한 양
육과 교육을 받아 온 젊은 세대 여성들은 자신의 욕 구와 입장을 거침없이 주장하고 생각과 의견을 논리 적으로 표출한다. 그 결과 성평등이 실현된 듯 체감 하기도 한다. 남성들로 편중되었던 직종에서 여성들
의 진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혹자는 오
히려 여성은 여성 할당제와 같은 소수자 우대 정책으
로 오히려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도 말한다. 그런데도
이러한 여성 시대의 도래에 웬 여성혐오? 여성 혐오
가 있다고?
그러나 젠더 평등(?)을 누리고 있는 사회에서 여성
살해 사건들은 감소 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이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스토킹 범
죄와 데이트 범죄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 상
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단 혐오라는 말에 초점을 맞춰보자. 혐오란 무엇인
가? 혐오란 단지 싫어하고 미워하는 취향이나 태도
가 아니다. 혐오는 정치적 맥락에서 나온 개념이다.
혐오는 어느 특권 계층의 집단(다수의 집단)이 비특
권 계층(사회적 소수자)에게 차별의 속성들을 전가
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사회적 지배와
예속을 정당화하는 개념이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혐오가 인종 혐오이다. 가령, 혐오 발언은 편견에서
시작하여, 편견에 의한 행위, 차별, 폭력 그리고 제노
사이드로 이어지는 증오의 피라미드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혐오의 맥락에서. 여성 혐오는 어떠한가? “여자라 죽
였다.”(강남역 살인 사건, 2016년), “나는 페미니스트 가 싫다.”(2015년),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하다.”(2015년), “여성이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
미니스트”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2023년)
등등 혐오 발언들이 표출되어 왔다. 이러한 발언들이
여성 혐오 발언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여성을 차별하
고 배제해 온 사회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주체로 간주
하지 않고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대상화하고 타자화
해온 위계적인 젠더 체계 속에서 형성된 구조적 차별 행위이기 때문이다. 여성을 폄하하고, 조롱 멸시하
며, 차별하고 배격하는 것, 다시 말해서 타자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에 대한 편견은, 편견에 의한 행 위로, 차별, 폭력, 그리고 페미사이드로 이어진다.
여혐에 대한 이러한 이론적 접근이 사실 우리 마음 에 썩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문제를 이렇
게 돌려보면 어떨까? 2020년 5월 25일 미국의 백인
경찰이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과
잉 진압으로 사망케 한 사건이 있었다. 그로 인해 미
국 전역에서 플로이드의 죽음과 인종차별에 항의하
는 시위가 확산되었다. 이 사건을 단순히 미국의 한
경찰관이 다른 한 혐의자를 과잉 진압한 사건으로
만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
이 이 사건을 인종차별과 증오 범죄에서 나온 폭력적 행위로 보기 때문에 뉴스가 될 수 있었고 함께 분노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성 혐오 범죄도 단
지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을 살해한 사건으로 해석 할 수 없다.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구호를 외쳤더
니 ‘All lives matter’(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라는 보 편적 구호로 흑인 저항을 덮으려는 시도가 정당화될
수 없듯이 말이다.
회원다이어리
아이들이 혐오와 차별 대신
연대와 존중을
읽어나갈 수 있기를
새 학기가 되어 처음 아이들을 만날 때 성평등한 교
실을 꿈꾸는 교사라면 이런 말들 때문에 귀가 간지
럽다. 익숙하게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은~ 으로 말
을 시작하는 아이들. 남자와 여자로 구분되어 불리
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아이들. 심지어 아무 의미없
는 출석번호 마저 남자와 여자를 갈라놓고 남자는 1
번부터, 여자는 21번부터 시작하는 것이 당연한 학 교 공간.
매년 새 학기가 되어 십여 년간 아이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성별에 대한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허물고 싶
어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부터 해야 할지 고민이 될
때 책 한 권을 함께 읽기 시작했다. <소녀와 소년 멋
진 사람이 되는 법> 조금 큰 동화책 정도의 크기에
재미있는 그림이 가득한 책을 한 장 한 장 읽기 시작
하면 교사보다 더 먼저 아이들의 입에서 말들이 튀
어나온다.
“너무 아파서 울었는데
남자애가 왜 우냐고 그랬어요.”
“여자애가 가만히 좀 있지 왜 이렇게 뛰어다니냐고 뭐라고 해요.”
“친척들 만나면 너무 말랐다고 한 마디씩 해요.” ...
한 바탕 성토대회를 마치고 나면 아이들이 살아 온
십년이 긴 세월처럼 느껴진다. 올해는 남자라서, 여
자라서 해야하거나 하지 못하는 일이 없을테고, 남
자는~ 여자는~ 으로 시작하는 말은 선생님부터 쓰
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3월 첫 주의 온책읽기 수업이 끝난다.
벅찬 끝맺음으로 <소녀와 소년 멋진 사람이 되는 법>
을 읽고 난 후, 정신없는 3월 초를 보낼 즈음 한 가
지 공문이 계속 눈에 걸렸다. 개인 업무로 고양교육
지원청의 자료집계 요청을 보고 있는데 ‘성교육 도
서 폐기 목록’이라는 제목의 자료집계 요청이 계속
눈에 걸렸다. 도서관은 내 업무가 아니다 보니 몇 일
동안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쳐다만 보던 중 다른 지
역의 친구가 내가 본 성교육 도서 폐기 목록 자료집
계 공문이 작년에 보수단체가 보낸 유해도서 목록과
연관되어 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제야 실마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
‘성교육 도서 폐기 목록 자료집계’, 그리고 우리 학
교에서 ‘유해도서 목록’이라고 전해진 파일을 받은
금요일 오후는 퇴근조차 달갑지 않았다. 새로운 학
교에 근무한 1년 동안 열심히 신청해 장서가 된 성
평등, 성교육 도서들이 모두 ‘유해도서’로 분류되어
있었다. <소녀와 소년 멋진 사람이 되는 법>도 그 목
록에 올라 있었다.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는 주말을
보냈다. 잠도 설친 주말, 이 모든 일을 시작한 사람들
에게 짱돌이라도 던져야겠다 마음먹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짱돌을 준비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때려봐야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을테니 고양
교육지원청만 패기로 했다. 제일 잘 때려줄 것 같은
고양여성민우회 대표님께 전화를 드리고 전후 사정
을 설명드렸다. 고양여성민우회는 2023년 10월에 성
교육 도서 폐기를 공문으로 보냈을 때부터 대응을 해
왔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여 주셨다. 점심 즈음 공유
된 상황이었는데 퇴근 즈음 성명서가 만들어져 공유
되었다. 같이 분노할만한 선생님들께도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각 학교에서 폐기한 도서들이 있는지, 자
료집계를 보고했는지 확인을 부탁드렸다. 성평등 교
육 연구 교사 모임 <아웃박스> 선생님들이 백방으로
알아봐 준 덕분에 언론사 몇 곳에도 제보를 했다.
고양여성민우회의 성교육 도서 검열 중단 요구 성명
서는 SNS를 타고 연대의 파도를 만들어 냈다. 24시
간이 채 안되는 시간에 전국 305개 단체와 4398명의
교사/학생/시민이 연명에 참여했다. 몇몇 언론사들
이 경기도교육청을 취재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단체
와 개인의 참여 덕분에 경기도교육청의 성교육도서
폐기 시도는 조금 불편해졌다. 예정대로 자료집계는
진행되었지만 성교육 도서 폐기 시도에 분노한 개인
과 단체들이 연대하기 시작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
대 활동가 분들도 연락을 주셨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고 제안해주셨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전교조 선생님들의 반발 덕분에
성교육 도서가 다시 도서관에 꽂힐 수 있게 되었지
만 다른 학교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고양교육
지원청에 자료집계로 보고된 폐기 목록에 대해 정보
공개 청구를 했다. 정보공개 연장 결정까지 3주, 이
의신청 거부까지 또 3주가 지났지만 대답은 폐기 도
서 목록 비공개 결정이었다. 비공개 결정 요지는 폐 기 도서 목록을 공개하면 유해도서라는 낙인으로 출
판사와 작가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자승 자박의 논리였다. 유해도서를 폐기하라고 공문으로
교육청이 유해도서 낙인을 걱정하고 있다 니 결정문 통지를 보는 순간 쓴웃음만 지어졌다.
지난 5월, 강민정 국회의원을 통해서 폐기 도서 목
록을 받아낼 수 있었고, 2528권, 고양시에서만 184 권의 성교육 도서를 폐기했음이 밝혀졌다. 적게는
2~3권, 많게는 40여권의 책들이 도서관에서 ‘삭제’
되었다. 이번 사태가 아이들에게는 ‘성교육? 응 유 튜브에서 봐!’라고 혐오와 차별의 바다에 내던져지
는 꼴은 아니었을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성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다양한 책들이 도서관에 자리잡고, 아이들이 혐오와
차별 대신 연대와 존중을 읽어나갈 수 있길 고대한
다. 고양여성민우회와 함께.
신웅식 (회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고양유초등지회 조합원)
소모임리포트
운전하는 여성들을 위한
언니차프로젝트
경정비 원데이 클래스
“차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처음으로 보닛을 직접 열어 구성을 확인해 볼 수 있
던 것만으로도 흥분되고 좋았습니다.”
“궁금한 부분들을 알게되어 유용했어요! 조금 더 길
었다면 좋았겠다 싶었네요.”
지난 5월의 어느 토요일. 고양여성민우회 교육장과
지하주차장에서 언니차프로젝트 이연지 대표를 초
빙하여 차량 경정비 원데이 클래스가 열렸습니다.
핸드북을 기초로 자동차의 명칭과 구동방식, 계기판
보기 등 이론수업과 오일체크, 와이퍼와 같은 소모품
교체와 같은 실습을 다양한 차종에서 비교하는 방식
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접수 초반부터 많은 관심으로 일찌감치 조기마감되
어 경정비에 대한 초보 및 여성운전자들의 관심과 필
요를 알 수 있었습니다. 실습 인원의 한계로 15명이
모여서, 참여자분들의 자차를 한 데 모아놓고 직접
실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여성운전자 뿐만 아니라 초보운전자에게도 열어 모
집을 했음에도 남성운전자의 신청이 없는 점이 의아
했는데, 아는 지정성별 남성이 말하기를 남자들이 가
기엔 이미 알고 있는 너무 기초적인 내용들이라고.
여성들은 따로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접하는 내용들
이 남자들에겐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일 수 있
구나, 남성들이라도 전부 운전병출신이거나 공고출
신은 아닐텐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생각이 이
어지기도 했죠.
실습을 하면서는 운전하는 여성들의 정비에 대한 열
망과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와 스스로 재미도, 재능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원데이 클래스 이후 평소 다니던 카센터 사장님의 도
움을 살~짝 받아 제 차의 브레이크패드를 직접 교체 해보기도 하였답니다. 이만큼 해보니 또 저만큼이 보 이네요. 다음엔 또 뭘 해볼까요^^?
더 자세하고 생생한 후기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 실 수 있습니다!
차량 경정비 클래스 https://naver.me/F2ia771y
이정효 (침향, 고양여성민우회 부설 고양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신입회원 세미나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신입회원과 활동가들을 위한 자리로 신입회원 세미
나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함께 읽기가 진행되었 습니다. 신입회원들과 새롭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레었고, 함께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책에 담긴 ‘사건은 법 운용자의 개인적 인식에 크게
좌우된다.’라는 구절은 제가 아직 상담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아서 재판 방청 몇 번과 사례회의를 통해
다른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다 임에도, 너무
나도 공감이 되는 말입니다.
이어서 나오는 ‘이들의 의식의 변화를 위해 여성 운
동은 필수적이다.’ 라는 문장은 우리 고양여성민우회
가 여성 운동을 하는 이유 중 일부를 이 문장으로 설
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이 꽃이라는 말 자체가 아니라 말의 문맥을 문
제 삼는 것이 여성주의다.’ 여성주의를 이제 시작하
는 병아리 단계여서 이 문장이 알듯말듯하지만, 앞으
로 여성주의에 대해 더 공부해서 잘 알게 되면, 이 문
장을 완전히 이해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을 가져봅니다.
‘성교육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출산 과정에 국한할 필 요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섹스의 전제는 출산이 아니라 피임이다. 계획에 따른 출산은 피임에서 시작 돼야 한다.’ 고양여성민우회 소속 강사님들이 성교육 을 할 때 피임교육을 많이 담으려고 한다는 것을 알 고 있어서 교육 담당자로서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했 습니다.
저에게 인상깊었던 문장을 몇 가지 쓰고 보니, 책을
읽으면서 고양여성민우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는 느낌이 들어 스스로 뿌듯하고 신기했습니다. 책에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더 많이 쓰고 싶지만,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 이 책에
대해 궁금해 하실 수 있도록 여기까지만.
소식지를 읽는 모두가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시길 바
라겠습니다 !
강지윤(다람, 상담소 상근활동가)
페미니스트로서 열심히 노력하는 중입니다.
사무국장은 처음입니다만,
그런데 저보고
영화제를 운영하라고요?!
이 글이 실린 소식지가 나올 때쯤이면 민우회는 후원
바자회를 무사히 마치고 제12회 고양여성영화제 개
최를 앞두고 준비에 힘쓰고 있을 시기일 것입니다.
고양여성영화제는 2011년 2편의 영화 상영으로 시
작하여 2023년까지 4개 기관(고양여성민우회,고양
YWCA,영화협동조합시네쿱,고양영상미디어센터)의
컨소시엄으로 올 해 12회를 맞는 지역영화제입니다.
짧지않은 시간동안 일반 상영관에서 놓친 여성영화
걸작들과 보석같은 독립영화들을 상영하며 고양시
민들에게 사랑받아왔지요.
그런데 작년부터 고양시는 알수 없는 이유로 여성 영화제 예산을 전액 삭감해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시 예산이 없다고 영화제를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2023년부터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의 경기도 소규모
영화제 지원사업에 참여해서 영화제를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고양여성영화제는 소규모 영화제이다 보니 프로그램
팀, 초청팀, 홍보팀, 운영팀 등 별도 팀이 없이 사무국
에서 상영작 선정과 배급, 감독 초청, 극장과의 소통, 사전 홍보, 현장 모더레이터 등 모든 역할을 다 해내
야 합니다. 작년에는 이웃 여성단체인 고양YWCA가
영화제의 사무국을 맡아주었고, 올해는 고양여성민
우회가 영화제의 사무국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무국장도 처음이지만, 영화제 사무국 운영도
처음입니다. 처음엔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극장에
자주 가지도 않는 내가? 영화제를?’ 하지만 ‘선배 활
동가들이 십여년간 유지해 온 고양여성영화제를 내
대에서 멈출 수는 없다!’ 하는 책임감으로 경기콘텐
츠진흥원의 경기도 소규모 영화제 지원사업에 지원 했고, 무사히 선정되었습니다.
처음 느꼈던 걱정이 무색하게도 경기콘텐츠진흥원
에서 소규모 영화제 사업 참여 단체를 대상으로 실무 교육을 열어주고, 개별 멘토링까지 진행해 준 덕분에 이제 영화제 사무국을 운영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고양YWCA 남궁혜경 사무국장님과 영 화나눔협동조합 씨네쿱 조진화 선생님께서도 지난
영화제 개최 경험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계십니다. 신 입 활동가는 이렇게 선배 활동가들의 꾸준한 애정과 관심으로 성장해 나가나 봅니다.
2024년 제12회 고양여성영화제의 주제는 ‘여성의 시 선으로 약자들과 연대하다’입니다. 전형적인 여성영 화 외에도 퀴어, 노동자, 지역 차별 등 다양한 사회
적 약자들이 겪는 차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상 영작들을 준비했습니다. 최대한 많은 상영작을 관객
과의 대화를 할 수 있도록 감독님을 초청하거나, 영
화 해설자를 초청하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이 글
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영화 <마더 인 로>의 감
독님이시자 싱어송라이터이신 신승은 감독님의 초
청이 확정되었습니다!) 영화제는 작년처럼 고양백석
CGV, 고양영상미디어센터 공간에서 개최됩니다. 소
식지를 읽어보시는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를 부탁드립니다.
변지은(설이, 사무국장)
영화제 관련 각종 꿀팁 공유받습니다
새로운 고민의 시작“이건... 정책으로도 ‘마음먹기’로도 어려워 보이는데?”
상근활동을 마무리하기로 한 2022년, 하담은 떠나지만
퇴소인을 대상으로 하는 “하담플러스” 프로젝트를 해
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감사하게도 상근활동가와 이사
회에서 취지에 공감해주어 진행해 볼 수 있었다. “하담
플러스”는 퇴소 이후에도 연속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
다는 하담의 오래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인터뷰, 모임
등을 통해 하담 이후의 삶을 살피며 퇴소를 지원의 종결
이 아닌 새로운 연대의 계기로 삼고자 하였다.
총 9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2022.4~2023.6)는 퇴
소인 지원정책의 공백으로 인한 문제점과 지원방향을
당사자의 관점에서 들어보고자 기획하였다. 인터뷰이는
10대를 하담에서 보내고 성인이 되어 하담을 떠난 이들
로 원가족의 경제적, 정서적 지원이 전무하거나 거의 없
다는 특성을 공유한다. 이는 대다수의 하담인 특성을 반
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터뷰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하였고, 인터뷰 내용 중
자립적 삶을 방해하는 요인과 지원에 필요한 내용을 추
려 “자립의 시작, 새로운 가지를 뻗다”라는 제목으로 지
난 4월 간담회를 진행했다. 활동가, 회원분들 그리고 4
명의 인터뷰이가 참석해 주었다. 하담에서의 후속 회의
에서는 인터뷰 외의 사례를 통합하여 퇴소인 지원 방향
을 정리해 보았다. 주거나 생활비 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
의 보완 방법을 모색하고, 인터뷰이들의 제안을 검토하
여 하담의 자립지원 방향에 통합해보았다. 굽이굽이 하
담 뿐 아니라 모두가 밀고 당겨주어 진행할 수 있었다.
하담인들이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삶의 기술 부족
에서 오는 어려움은 지원 방향이라도 잡을 수 있지만,
그들을 ‘다르게’, ‘불쌍하게’ 보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한 어려움은 정책으로도 어렵고, 각자의 마음 먹기에만 기
댈 수도 없어 마음이 쓰인다. 독립 후 새로운 관계를 맺
으며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하지만 세상은 그녀들 을 ‘(친족)성폭력피해자’와 ‘시설거주인’이라는 한 시점
의 정체성으로만 바라보며 대상화하는 것 같다. 여기에
더해 ‘정상’가족을 기준으로 하는 우리 사회는 가족이
없는 하담인들을 정상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존재로
느끼게 한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차별적 시선으로 위축되는 하담인
들에게 필요한 것은 뭘까. 나에겐 새로운 고민의 시작이 기도 하다. 지금은 유사한 상황에 놓인 쉼터 생활인들이 읽을 수 있길 바라며 인터뷰를 엮어 소책자를 준비 중이
다. 인터뷰부터 소책자까지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 누고 싶어하는 하담인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로 나아가길 바란다.
끝으로 “나도 내 인생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나를 불쌍하다고 얘기하는 게 싫다”는 져니를 비롯하여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많은분들이 봐주시길 간절히 바라며,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하담플러스”는 가해자로부터 받은 합의금 전액을 후원하며 피해자들에 게 사용되길 바랐던 후원자가 있어 출발할 수 있었다. 덕분에 헤어짐이 아닌 또 다른 시작으로서의 퇴소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전하고 싶 다. 프로젝트 소식을 듣고 후원해 주신 ㈜어컴퍼니 이주영님께도 이 자리 를 빌어 감사드린다.
이미연 (밍, 하담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전... 활동가)
“피해자가 자기를 해석할 힘을 갖게 하는 상담”
“여성주의 상담의 핵심은 피해자가 본인의 상황을 제
대로 바라보고,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주체성을 회
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상담에서 그치지 않고, 법적
대처를 돕고, 법원모니터링까지 함께 하죠. 그러다보
니 상담 한건한건이 모두 나의 사건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올해 3월 1일부터 고양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
소장을 맡게 된 도마(고양여성민우회는 상근자 간의
위계 형성 지양을 위해 별칭을 쓰고 있다), 김미성 소
장은 여성주의 상담의 다름에 대해 강조했다. 김 소
장은 고양여성민우회 부설 피해자쉼터 ‘하담’에서 3
년 정도 있다가 성폭력상담소 상근자 활동을 2년 하
고 이번에 소장이 되었다.
김미성 소장은 어떻게 여성운동, 상담을 하게 되었을
여성주의 상담, 도움이 아닌 주체성 회복이 핵심
고양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김미성 소장(도마)
까. 이전까지 김 소장은 재무관련 회사에서 인사담당 자로 일을 했다. 2014년 무렵 업무 특성상 성폭력 예 방교육을 이수해야했다. 기왕 받는 김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민우회 교육을 소개받 게 되었다.
“그전까지 저는 특별히 여성의식이 있었던 건 아니었 고, 회사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어요. 그런데 교육을
받고 나니 보이더군요. 여느 날과 다름없는 점심식사 때였어요. 식당 TV에서 일본군성노예 관련 보도가 나오니까 부장님이 ‘도대체 언제적 위안부냐. 나라간 관계도 있는데 이제 그만 좀 하지’라고 하시는 거예 요. 그 부장님이 인성이 좋다는 평을 받는 분이었는 데. 저는 그 순간 거기 앉아있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 니다.”
아는만큼 보이기 시작했다. ‘미투’사건 보도를 보면
서 오히려 가해자나 남성을 향해 ‘불쌍하다, 재수 없
게 걸려서 인생 끝났네’하는 동료들의 이야기가 부
당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깨달음으로 직장생활이 불
편해지면서 ‘여성운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하담에서 주말 근무자를 찾는다는 소식
을 들었고, 2019년 상근활동가가 되었다. 그렇게 김
소장은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되었다.
성폭력피해자를 돕는 일은 어떤 것일까. “피해자를
돕는다는 표현보다는 함께 한다는 말이 맞습니다. 여
성단체의 피해자 지원은 피해자가 본인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본인의 피해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자기위
치를 해석하는 힘을 갖게 합니다. 대부분의 성폭력은
사회적 권력, 위계에서 발생합니다. 여성주의 상담은
사회적 권력 분석을 피해자와 함께 하는 것부터 시작
합니다. 그렇게 주체성을 회복한 피해자는 그 힘으로
평등한 시민으로 여성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상담소를 찾은 피해자와 상담자 사이에도 권력 관계
가 형성되고, 그런 관계를 알아보고, 평등의 경험을
갖게 하면서 피해자가 사회 안에 놓여있는 상황, 자
신을 해석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성폭력 피해
자 상담은 피해자 지원을 넘어 사회운동이 되어야한
다고.
피해자들을 도와 고소 동행, 재판방청을 하고, 전 과
정을 밀착해서 조력하다보면 활동가들에게는 ‘나의
사건’이 된다. 물론 처음부터 제대로 대처를 못해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무고를 당하는 경
우도 적지 않다.
김미성 소장은 “피해자들이 바로 성폭력상담소를 소
개받고, 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경찰서
에서 고소 접수 상담시에 성폭력피해자들에게 상담
소를 안내 해주거나 연결을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김 소장은 성폭력상담소의 활동을 제대로
알리고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경찰서에서 피
해자들에게 안내를 해주거나 연결을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상담, 법률 지원 말고도 할일이 많다.
“우리의 활동이 여성운동, 사회운동으로 연결되어야 하죠. 지역사회에 여러 시민단체들과 연대도 하고, 홍 보도 나서고, 활동을 알리는 토론회, 간담회도 마련하 고 싶어요. 힘들지만 해야겠죠.”
상담소는 올해 하반기 교제폭력, 스토킹범죄를 주제 로 거리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운동, 피해자
를 돕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김 소장은 “시민 단체에 회원으로 참여하고, 캠페인에 함께 해주고, 힘 을 보태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여성민우회를 알면서 삶을 해석하게 되었고, 이젠 나의 삶에서 여성운동을 분리할 수 없다”는 김소장.
그러한 깨달음이 오늘을 살아가는 원동력이라는 그 의 벅찬 내일이 궁금해진다.
인터뷰.정리 김진이(로켓단, 이사, 고양신문전문기자)
“어린
시절 피해자가 하담지기 됐어요”
치유•사회복귀
돕는
비공개
폭력피해자쉼터
고양여성민우회
부설 하담 (성폭력피해자 쉼터)
김은영 활동가
‘하늘을 닮은, 하늘을 담은’이라는 뜻의 하담. 비공개
생활시설로 피해여성들의 피해 치유와 일상의 회복
을 돕고 자립을 지원하는 생활공동체이다. 성폭력 피
해를 입은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생활할 수 있으며, 피해환경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다
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작년 9월 ‘하담지기(활동가)’로 입사한 김은영씨. 심
리상담을 전공하고, 아동, 성인 등 일반 심리상담 업
무를 10여년 이상 해왔다. 그가 성폭력상담, 피해자
지원 업무를 자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 시절 피해를 경험했어요. 그냥 잊고 살았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뒤늦게 제가 피해자라는
자각을 하게 되었어요. 아들만 둘인데 큰 아이가 자
기 몸을 어루 만지는 걸 보면서 갑자기 제가 너무 참 을 수가 없어서 아이 손을 때렸어요. 무언가 잘못 되 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 키우면서 피해자 자각
은영씨는 지하철을 타서 대가족 포스터를 보는데 거
기에 등장하는 할아버지, 남자 어른들이 다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다. 김은영씨는 스스로를 진단하고 상
담을 받기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 상담을 하면서도 성문제 관련 상담이 어
려웠어요. 상담을 하는 제가 수치심을 느끼고, 회피를
하기도 했는데 상담을 받아보면서 스스로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제 이야기를 해도 된
다는 걸 깨닫고 제 삶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입소자와 밤새며 공감하고, 꿈도 생겼다
입소자와 밤새며 공감하고, 꿈도 생겼다
여기까지 오기에 20여년이 걸렸다. 은영씨는 본인도
상담을 받으면서 “피해자였던 내가 그들을 더 잘 도
와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파주여성민우회에서 100시간 성폭력상담원 교육을 수강했고, 고양여성민우회에서 기회를 얻게
되었다.
피해자가 되어 거듭 상처를 받아온 피해자들과의 생
활은 힘들지만 너무 소중하다. 각자의 상처, 사연이 있다. 김은영씨는 “도망가지 말고, 부딪혀 보자”고 결 심하며 그들과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참 힘들었 구나”하는 공감이 되었다고 말했다.
하담지기, 고양여성민우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김
은영씨에게는 꿈이 생겼다. 김씨는 “누군가에게 본인 의 이야기가 도움이 된다면 최대한 솔직하게 말하려 고 한다”며 “하담에서의 활동까지 담아 피해자 스스 로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생활지원, 등하교부터 취업지원까지
하담은 성년, 미성년 모두를 위한 피해자쉼터이다. 현
재는 하담지기 5명에 입소자 5명이 있다. 미성년들은
어떤 이유로든 가정이나 보호받을 곳이 없는 이들이 온다. 친족으로 인한 피해자들도 있다. 잠자리, 식사 와 생활지원부터 정서적 지원, 상담,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을 하고 있다. 미성년들은 학교에 보내야 하고, 성인들은 취업이나 교육 지원도 한다. 얼마전에는 국 민은행의 지원으로 금융실무 교육을 하기도 했다.
최근 성인 입소자 1명이 성폭력상담원 교육을 이수하 고, 모 기업에 인턴으로 취업하고 퇴소를 했다. 입소 시에는 자기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우울해하기만 했
던 피해자였는데 하담에서 생활하며 밝고 명랑한 또 래의 모습으로 사회에 복귀했다. 하담에서는 다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