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문학 (사)한국문인협회밴쿠버지부 토요 기고
가로등 떠도는 섬
자명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고립되어 있는 지역
을 우리는 섬이라 말한다. 어느 곳은 썰물이
면 육지와 맞닿아 있다가 밀물 때면 수면위에
떠 있는 섬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망망대해에
고고히 떠 있는 섬을 외로움과 고독에 비유하
는가 하면 인고를 견디는 삶을 대변하기도 한
다. 물이 아니라도 우리 주변에는 섬처럼 떠
있고 고립된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된다. 수많
은 친구들이 있다고 하면서도 혼자가 되면 금
방 외롭다하는 모습이 그렇고, 사과밭 한가운
데 자두나무 한 그루의 모습은 흡사 섬과 다
를 바 없다.출근 시간이면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 할 정도로 인파로 가득한 서울의 을 지로역 입구는 밤이 되면 인파 속에 고립된 섬들이 만들어진다. 출근 시간 전후로 뿔뿔이 흩어져 어딘가에서 하루를 보낸 사람들이 하
나둘씩 모여들어 끼리끼리 작은 군락을 이뤄
섬들의 지형이 생긴 것이다. 그 섬들도 질서
가 있어 어떤 섬들은 가장자리를 잡고 두툼한
이부자리를 펴고 있는가 하면 찬바람이 들어 오는 입구와 가까운 섬들은 박스로 둘레를 치
고 자리를 잡는다.
이른 아침 세찬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는
날 나의 걷는 장소는 늘 지하도다. 호텔 근처
의 시청역을 출발해 을지로역 입구를 지나
동대문까지 가는 지하도에서 발견하는 떠도
는 섬들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늘어나고 연 령층도 더 낮아지고 있다. 여성 노숙자들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최근의 변화다. 이미 날
이 밝아오는데도 소주잔을 나누는 이들이 있
고 누군가는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 한때
는 귀한 자식으로 태어나 많은 사랑을 받으
며 성장했을 것이고, 한 가정의 사랑받는 아
빠, 엄마였을 것이다. 각자의 간직한 지난날
들의 시간은 찬란했고 화려했을 시간들도 분
명 있을 터.
최고의 명문대학을 나와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에서 일하다 캐나다로 이민 와 사업을 시 작했으나 일순간에 사업이 망해 노숙자가 되 었다는 어느 한국인의 사연을 방송에서 본 적 이 있다. 을지로역 입구와 광화문 지하도를 건널 때마다 마주치게 되는 노숙자들을 볼 때
마다 영상 속 그 이민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는 매일 같이 사람과 사람들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 대부분은 스마트 폰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쉼 없이 대화를 나눈
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손에서 스마트폰
을 놓지 않는가 하면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떨다가 헤어지면서도 “이따 문자해” 하면서
손을 흔든다. 매일같이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
면서도 혼자가 되면 무료하거나 심심해 수시
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우리는 을지로 지
하도에서 본 섬들과 분명 다른 삶을 살아가지
만 정신은 이미 스스로 섬을 만들어 놓고 바
다 한가운데 떠 있는지도 모른다.
지하도에서 마주한 섬들은 질풍노도의 시
기를 지나 찬란한 청춘을 꿈꾸며 밀물을 주도
하는 주인공으로 살아왔을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아직도 그 꿈을 놓지 않고 보통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경제서적을 읽는 모습이 진지함을 넘어 초연함 그대로였다. 아 직은 이순으로 보이지 않은 윤곽이 뚜렷한 한 여인은 태연히 널판지 박스 안에 기대어 오가
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애써 눈 길을 피해 그 곳을 지나오지만 군데군데 섬들 로 가득해 그들을 볼 수밖에 없어 지나칠 때 마다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근자, 여러 뉴스매체에서 발표하는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위하는 상품들이 점점 줄어드는 반면 1위를 갱신하는 사회적 이슈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 G20 국가 중에서 노인 빈곤, 자살률, 저출산, 고령화 속도, 이혼, 개인 빚 등은 단연코 1위 를 지속하거나 다른 나라들을 뛰어 넘고 있다 는 사실이다. 대통령도 쉽게 말하는 “한국은 경제 대국 10위권이며 IT 강국이다” 등을 내 세우며 자랑을 하지만 그 내면에는 불편한 진
실이 숨어 있음을 숨길 수가 없다. GDP 5,000 불 시대 보다 35,000불 시대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부자인 대한민국은 왜 이처럼 불편한
사실들의 1위는 크게 늘어나는 것인지 궁금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경제발전 속도와 성장의 크기만큼 커
플링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주제로 여러 방송에서 심도 있게 다룬 적이 있었다. 한국
은 외형적으로는 크게 부자나라가 되었지만
그 부의 과실은 1%인 부자들의 몫이 되었고, 빈부 격차는 더 커져 소외계층이 크게 늘었다 고 진단했다. 어느 국가에 비해 새로운 변화 를 앞서가고 사회복지시설 등도 비교할 수 없 을 만큼 날로 좋아지고 있지만 가족 동반 자
살과 젊은 층의 고독사가 늘어나는 이유는 한 국적 특유의 체면문화에서 맘을 열지 못하고 스스로 고립되어 소외된다고 한다. 남들과 비 교하며 예민해지고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하 는 것도 큰 문제라는 것을 방송에 출연한 패 널들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경쟁과 비교는 분명 긍정적인 면이 더 많 다. 남과의 비교 속에서 자극을 받아 삶을 발 전시키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쟁력을 키운 다. 타인의 성공을 거울삼아 발전의 계기로 삼기도 하지만 그것을 시기와 부정으로 보면 자신은 한없이 초라해지고 세상이 불공평하 게만 보인다. 어쩌면 더러는 남을 의식하고 비교하는 습관으로 인해 뚜렷한 이유 없이 스 스로 고립되어 섬으로 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보다 우월해 보이거나 다른 색채를 지닌 사람들과 섞이기 보단 떨어져 있고 싶은 심리 가 강하다. 열등의식을 자존심으로 착각해 스 스로 고립되어 섬으로 남는 사람들이 점점 늘 어나는 데서 비극적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는 심리학자의 말에 수긍이 간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서 섬처럼 떠도는 부류가 아닐 지라도 그들 못지않게 스스로 섬으로 떠 있는
사람들이 우리주변에는 수없이 많다. 평소엔 육지처럼 보이지만 밀물이 되면 비로소 떠도 는 섬으로 흔들리고 있을지 모른다.
늘샘 임윤빈 (사)한국문협밴쿠버지부회원
어둡고
긴긴 밤을
그대 왜 서 있는가
길고 긴 세월 동안 지칠 법도 하건만은
가신 님 오시려나 행여 떨며 기다리나
어두워 못 오실까 눈 밝혀 길 비추나
이 밤도 아니 오면 이제 그만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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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30일 토요일
vanchosun.com
vanChosun media B1
“이익 못 내는 기업인은 죄인… 안중근 의사의 기백으로 세계 누빈다”
【아무튼, 주말】
세계 1위 의류OEM 일군 김웅기 글로벌세아 회장
갤러리 가장 깊숙한 곳에 서예 작 품 한 점이 걸려 있었다. 김웅기(73)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은 “안중근 의 사가 뤼순 감옥에서 1910년 3월 26 일 사형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쓴 유 묵(遺墨)”이라고 했다. 일본 소장자
가 지난해 12월 경매에 내놓은 이 유
김환기 “우주” 132억에 낙찰 사형 전 쓴 安의사 유묵은 용과 호랑이 글귀에 전율… 모든 계열사 사장실에 걸어
38년 전 500만원으로 창업 이제 연매출 10조원 눈앞 쌍용건설 전주페이퍼 등 1등 할만한 매물 집중 인수
이익 환원은 기업의 의무 아이티에 공장 학교 세워
“코로나도 내겐 기회였다
출산지원금 좋은 아이디어”
www. MrOpenHouse.ca
묵은 김 회장이 19억5000만원에 낙 찰받아 1세기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 다.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龍乕 之雄勢豈作蚓猫之熊)’, 해석하면 ‘용 과 호랑이의 웅장한 모습이 어찌 지 렁이와 고양이의 모습에 비하겠는 가’입니다.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하 다 보면 애국심을 갖지 않을 수 없어 요. 안중근 의사를 글로벌세아그룹 의 정신적 지주로 모시고, ‘용과 호 랑이의 기세로 세계 속에 우뚝 서는 기업’의 표상으로 삼으려 합니다.” 김 회장은 의류업계에서 입지전 적 인물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 35세 에 퇴사한 그는 1986년 자본금 500 만원으로 글로벌세아그룹의 모태인 세아교역(현 세아상역)을 창업해 세 계 최대 규모 의류 주문자 상표 부 착 생산(OEM) 기업으로 키워냈다. 2007년부터 쌍용건설·나산·태림페 이퍼·STX 중공업 플랜트 사업부 등 을 잇달아 인수·합병(M&A)했고, 지 난해엔 자산 규모 6조원을 돌파하며 대기업으로 올라섰다. ‘플라잉 맨(Flying Man)’이라는 별명처럼 일흔이 넘은 지금도 세계 현장을 누비는 그가 출장길 기내에 서 틈틈이 휴대전화 메모장에 기록 한 글을 모아 경영 에세이 ‘세상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유묵 앞에 앉은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은 “안 의사를 정신적 지주로 모시고, 세계적 기업을 만들겠다”고 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중에게 알려진 건 김환기 작품 ‘우 주’(Universe 5-IV-71 #200)를 낙 찰받으면서다. 2019년 크리스티 홍 콩 경매에서 132억원이라는 한국 미 술품 최고 경매가 기록을 세웠다. 김 환기가 타계 3년 전인 1971년 완성 한 푸른색 대형 전면 점화로, 유일한 두폭화다.
-왜 ‘우주’에 끌렸나요?
“김환기 선생의 작품을 좋아해 몇
점 소장하고 있습니다. ‘우주’는 대표
적인 수작이라 어떻게든 환수해 국
지요. 약 2개월 동안 무료로 전시했
고 3만5000여 명이 감상했습니다.”
-미국 미술 잡지 ‘아트뉴스’ 선정 세
계 200대 미술품 컬렉터에도 포함됐
는데요. “작품 수를 세보지는 않았지만 제
법 되리라 생각합니다(웃음). 좋은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
고 행복감을 느껴요. 아무래도 국내
화가들 작품이 중심이고 단색화가
많습니다. 처음 구입한 작품은 구사
마 야요이의 ‘초록 호박’과 김창렬·
고 당당한 필치가 마음을 사로잡았 습니다. 대한민국 영웅의 정신이 깃 든 유묵이 110년 만에 돌아온다니, 천만금이 들어도 아깝지 않았어요. 조금 작게 영인본을 만들어 제 방과 모든 그룹 계열사 사장실에 걸어두 게 했습니다.”
◇아내가 반대했다면? “사업은 내 운명”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 고교 시절 재봉틀을 배워서 옷을 만 들고 고쳐 입었다”고 책에서 밝혔다.
-어렸을 때부터 옷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나 봅니다. “재봉틀 돌리는 게 재미있어서 자 투리 천을 가지고 독학했습니다. 어 머니께서 자주 바늘귀를 꿰어 달라 거나 북실을 감아달라 하셔서 자연 스럽게 섬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요. 대학에서는 섬유공학을 전공했 습니다.”
-졸업하고 주택건축업에 뛰어들었 다고요?
“어릴 때 적산가옥에 살면서 돼지 축사며 닭장이며 많이 지었어요. 군 제대 후 직장을 알아보는데, 누님이 집을 산다고 하길래 ‘내가 지어주겠 다’ 했죠. 해보니 너무 쉽더군요. 50 평 정도 되는 땅을 사서 4채를 더 지 어 팔았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시행 과 건설을 다 한 거죠. 계속했더라면 세아의 모기업이 건설회사가 됐을 거예요(웃음).”
-그만두고 충남방적 계열사에 취업 한 이유는 뭔가요. “겨울에 바람 불고 눈 오고, 여름 에 모기장 쳐놓고 자재를 지키는 게 여간 고되지 않더군요. 대졸자들은 좋은 회사 취직하는데 난 뭔가 싶었 죠. 그래서 손 떼고 직장에 들어갔습 니다. 그렇게 일하면서도 제 목표는 전문 경영인이 되는 거였어요.” -창업을 유일하게 지지한 사람이 아 내라고요?
나의 보물섬이다’(쌤앤파커스)를 펴 냈다. 서울 강남구 S2A 갤러리에서 만난 김 회장은 “기업가는 국가 발 전을 위해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이 오르도록 혼신의 힘을 바쳐 노력해 야 한다”며 “그렇게 경영하지 않는 기업가는 죄인”이라고 말했다.
내로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치열한 경합 끝에 낙찰받자 ‘이제 해 외로 내보내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
는 안도감부터 들었습니다.”
-2022년에야 작품을 일반에 공개했 습니다.
이우환·정상화 선생의 단색화였습 니다.” -저 안중근 의사 유묵에도 사연이 있나요. “경매 현장에 있던 갤러리 임원에
게 ‘살펴보시라’는 연락을 받았습니
◇김환기 ‘우주’ 한국 미술 최고가 낙찰 OEM·ODM(제조업자개발생 산) 위주로 사업해온 김 회장이 대
“어느 날 ‘국민 화가의 수작을 혼 자 감상하며 장롱 속 금송아지로 만 드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느꼈습 니다. 그래서 갤러리 S2A를 만들었
다. 회의 중 밖으로 나와 인터넷에서 유묵을 확대해 봤어요. 온몸에 전율
이 일더군요. 사형 집행을 며칠 앞두 고 썼다곤 믿기 어려울 만큼 시원하
“아내가 반대했다면 아마 사업을 포기하고 다른 회사에 취업했을 거 예요. 하지만 사업은 제 운명이니 결 국은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우연히 갤러리에서 만난 아내 김 수남 여사는 “가진 게 워낙 없었다. 망해도 잃을 게 없어서 허락했다”며 웃었다. 김성윤 기자
전문은 www.vanchosun.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지역별 부동산 평균가격 (2024년 2월 기준)
Squamish 연간 변동률(%)
$ 1,531,600 $ 638,900 단독주택 아파트 1.9 9.3
Burnaby 연간 변동률(%)
단독주택 $ 2,231,100 12.9
타운홈 $ 1,015,100 3.7 아파트 $ 810,500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