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토요일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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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 다가섰다. 이 추위에, 아무 말 없이, 왜 여기 계신 걸까. 두려움과 안도 사이에

서 터져 나오는 내 목소리가 긴 복도에 흩

어졌다. “아버님, 이 모자는요?” 내 말은 아

랑곳하지 않고 “애야, 이 모자를 쓰면 천

리 길도 갈 수 있단다.”라며 그는 아무 일

도 없었다는 듯 담담했다. 해마다 왜소해

진 그의 얼굴이 헐렁한 모자 밑으로 파묻

창밖으로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를 바라 본다. 불빛이 비어 있던 거리를 채운다. 헛 헛한 도시가 내 앞에 다가선다. 마음이 먹 먹하다. 불 꺼진 방문 틈 사이로 노랫소리

가 흘러나온다. ‘가면 어떠하리, 저 세월. 가면 어떠하리, 이 청춘.

저 빛나던 날들도, 어둠 내린 뒷마당에

시멘트로 틈도 없이 매끈한

다른 돌들을 하나씩 날라 와서 얼기설기 쌓은 돌담이

송무석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허정희

혔다. 짧아진 숨을 고르는 그의 숨결이 방

쉬었다 가세.

밴쿠버지부 회원

눈 내린 도시는 숨을 죽인 듯 고요하

다. 일 년에 한두 번 내리는 눈은 계절의

흐름을 잊지 않게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눈에 덮여 서서히 윤곽을 잃어가

고, 햇살은 구름에 가려 흐릿한 시간 속으

로 스며든다.

평일인데도 주말처럼 느슨한 오전이었

다. 커피를 내리고 시아버님 방으로 향했

다. 문은 열려 있었고, 적막이 방 안을 가

득 채우고 있었다. 단단하고 낯선 기운이

가슴을 눌렀다. 조심스레 스위치를 켰지

만, 희미한 불빛만이 방을 밝혔다. 침대는

비어 있었고, 늘 자리하던 온기는 사라진

채 냉기만 남아 있었다. 열린 방안에는 내

가 본 적 없는 낯선 공기가 빠르게 흘렀다.

서둘러 방을 나와 문 앞에 놓여있던 신발

장으로 달려갔다. 아버님의 신발이 보이

지 않았다. 바깥 기온은 영하로 내려갔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묘한 불안이 일었다.

급히 위치 추적기를 켜고 남편을 깨웠

다. 치매가 시작된 아버님을 대비해 우리

는 서로의 휴대 전화에 위치를 공유해 두

었다. 차를 운전할 때 남편은 나보다 내비

게이션의 말을 더 잘 들었고, 사라진 시아

버님을 찾아야 할 때는 내 직감보다 위치

추적기를 더 믿었다. 둘은 위치 추적기 움

직임에 온 신경을 모았다. 얼마 지나지 않

아 신호가 멈춘 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거

리였다. 두꺼운 외투를 챙겨 서둘러 나설

채비를 했다.

쿵ㅡ.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

니 시아버님이 서 계셨다. 잠옷 차림에 낯

선 모자를 쓰고 있었다. 순간 놀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참을 바라보다 조심

안의 공기를 흔들었다. 나는 그제야, 그가

여전히 이곳에 머물러 있음을 느꼈다. 모

자가 빌려 쓴 것처럼 기울어졌다. 벗어놓

은 모자에서 손끝으로 전해오는 거친 질

감이 아버님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세월이 빚은 고요한 피로

가 번져 있었다. 모자 밑으로는 붉은 핏

줄처럼 살아 있는 시간의 흔적이 서려 있 었다. 아버님은 피곤하시다며 “쉬었다 가

세…”라는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가셨

다. 그의 뒷모습은 마치 다른 세상으로 걸

어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시아버님이 늘 즐겨 쓰시던 것은 진초 록 베레모였다. 모자의 안쪽에는 빛바랜

이름표와 영연방 마크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참전용사 행사 때마다 그는 단정 히 모자를 고쳐 쓰셨다. 세월이 흘러 함께

하던 전우들이 하나둘 떠날수록, 모자는

기억의 조각이 되어갔다. 그에게 베레모 는 젊은 날의 명예이자 삶의 증표였다. 모 자에 달린 훈장의 색은 바래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생의 열기가 숨 쉬었다.

모자에는 한국전쟁의 역사가, 그리고 한 인간이 지나온 세월이 묻어 있었다. 참 전 용사들의 용기와 희생이 실처럼 엮여

있었고, 기억은 오래된 노래처럼 아버님

의 삶 속에서 이어졌다. 전쟁의 기억은 먼

이야기로 남았지만, 모자를 쓰는 순간 그 는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가는 듯했다. 6.25 가 휴전된 지 어느덧 72년이 지난 지금도, 밤이 되면 모자 속의 기억은 그를 흔들었 다. 꿈속에서는 적군의 총소리가 들리고, 전우의 아우성이 들려왔다. 낮이면 소리 는 바람이 되어 거리를 헤맸다. 어디론지 알 수 없는 길 위로, 쉼 없이 힘차게 걸었 다. 그의 뒷모습은 95세의 노인이 아닌, 그 때 그 청년이었다.

여보게,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세

그가 흥얼거리던 노랫소리가 불 꺼진

도시의 어둠 속으로 흘러나왔다. 흐르는

노랫말처럼, 삶이 잠시 쉬어가는 듯했다.

시아버님의 베레모에는 그의 삶이 고스

란히 남아 있다.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모

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마치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도 흔적이 남듯, 사람의 시 간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과거 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형 태를 바꾸어 살아남는 것인지도 모른다. 진하기도 하고 흐릿하기도 한 무늬로, 저 마다의 기억 속에 삶을 지탱하는 문양으 로. 나는 그가 단정히 쓰던 모자를 떠올릴 때마다, 그가 살아온 시간의 무게를 조금 씩 이해한다. 살아간다는

깨닫는다. 나는 문득, 내게 남은 나의 모자를 생각 해 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낡

가는 것들. 과거의 기억이 내 손끝에 스 미듯 남아 있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흔적을 남기고 있을까. 지나온 시간 이 어른거린다. 세월이 흘러 나의 젊음도 어느덧 노년의 문턱에 서 있다. 이제야 나 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며, 특별한

것 없이 지내온 삶이 감사하다. 노년의 백 발이 흩어질 때마다 바람을 맞아주는 모 자를 상상해 본다. 내 모자에는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쌓인다.

조용히 베레모를 옷장에 걸어 두었다.

세월이 흘러 빛은 바래겠지만, 그 안에 새 겨진 시간과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훗

날 누군가 이 모자를 본다면, 그가 걸었던

길과 남긴 숨결을 떠올릴 것이다. 그날이 오면, 그가 걸어가던 뒷모습이 문득 그리 워질 것이다.

듯 맞춰가면서 천천히 시간을 내어 쌓아야지 찬란한 현대 건축의 기술로는 쌓아 올릴 수 없어

큰아버지 식구들이 캐나다로 이민을 간다

큰어머닌 눈이 빨갛다 한수, 현수는 얼굴이 빨갛다

한수, 한수, 한수 현수, 현수, 현수

이름부터 자꾸자꾸 멀어진다

그런데 큰아버진 어딜 가셨지?

고개 돌려보니

공항 밖 화단에 앉아 계신다

가만가만 흙을 만지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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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is Ma의 부동산칼럼

지난 한 달간 주요 경제 및 금융 지 표의 변동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 습니다. S&P500과 NASDAQ 지수는

지난 한 달간 각각 2.0%, 4.6% 상승

하였고, 연초 대비해서도 15%, 21%

상승하며 이 상승세가 어디까지 지속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비

트코인은

통계를 살펴보면, 메트 로 밴쿠버 지역 거래량은 2255채로 지난해 10월 2632채보다 14.3% 감 소했습니다. 지난 10년간 평균 거래

량 대비 14.5% 적었습니다. 신규 리

스팅은 5438채로 지난해 10월 5452

채보다 0.3% 감소했고, 10년 평균 대 비 16.3% 증가했습니다. 주택별 HPI

Benchmark 지수는 단독주택 191만 6400달러, 타운하우스 106만6700달

러, 콘도 71만8900달러로 1년 전보

다 각각 4.3%, 3.8%, 5.1% 하락했으

며, 9월 대비해서도 0.9%, 0.3%, 1.4% 하락했습니다. 거래일수는 단독주

택 46일, 타운하우스 35일, 콘도 38 일입니다. 전체 리스팅 대비 판매량

비율인 Sales to Active Ratio는 단독 주택 11.3%, 타운하우스 17.6%, 콘도 15.5%로, 단독주택의 경우 Buyer’s Market이 계속되고 있으며, 시장 전

체로는 14.2%로 Balanced Market을

보이고 있습니다.

프레이저밸리 지역의 전체 거래량

은 1123채로 지난해 10월과 지난 10

년 평균 대비 16% 감소했습니다. 그

러나 이전 9월보다는 17% 증가했습

니다. 신규 리스팅은 2967채로 지난

해 10월보다 7% 감소했으며, 이전

“Balanced

Market”

9월보다는 14% 감소했습니다. HPI

Benchmark 지수는 단독주택 141만

1900달러, 타운하우스 78만6000달 러, 콘도 50만6400달러로 1년 전 대

비 각각 5.1%, 5.6%, 6.8% 하락했습

니다. 평균 거래일수는 단독주택 42 일, 타운하우스 37일, 콘도 42일입니 다. Sales to Active Listings 지수는 단독주택 8.8%, 타운하우스 13.9%, 콘도 10%이며, 시장 전체로는 11% 로 지난달 9%보다 상승했습니다. 지난달 칼럼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시장 지표를 보면 시장이 바닥을 다

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

보다 모든 지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통계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장이 다

시 Balanced Market에 진입하고 있

는 상황을 감안하여 광역 밴쿠버 부

동산 시장을 다시 한번 점검했습니

다.

지난 2005년 이후 현재까지의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면, 이전의

Buyer’s Market이 10월 들어 다시

Balanced Market에 진입했습니다.

Balanced Market은 전체 리스팅 대 비 판매된 비율이 12%~20% 수준이 거나 신규 리스팅 대비 판매된 비율

이 40%~60% 수준인 시장 상황입니

다. 10월 거래 상황을 보면 시장은

Balanced Market 초입에 해당됩니

다. 이제 이전 거래 가격에서 큰 변

동 없이 매매가 진행되고, 실제 매매 된 매물은 평균적으로 2개월 이내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의 체감적인 느낌은

여전히 침체된 분위기가 강합니다. 이는 강세 시장에 익숙한 밴쿠버 부 동산 시장의 특성 때문입니다. 실제 로 2005년 이후 250개월의 거래 현

황을 보면, 메트로 밴쿠버 지역의 경 우 Buyer’s Market은 8%에 불과했 고, Balanced Market이 39%, Seller’s Market이 53%로 강세 시장이 대부

분을 차지했습니다. Fraser Valley 지 역은 각각 10%, 42%, 48%로 조금 덜하지만, 광역 밴쿠버 부동산 시장

이 모두 강세 시장에 편중되어 있어 Balanced Market조차 약세로 느껴 질 수 있습니다. 시장의 바닥은 시간 이 지나야만 사후적으로 확인될 수 있습니다. 최근 두 달 동안 매주말 오픈하우 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픈하우 스를 보통 2시간 진행하지만, 한 명 의 바이어라도 더 맞기 위해 3시간 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3번 의 오픈하우스는 아무 쇼잉도 없이

www. MrOpenHous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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