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레 다가섰다. 이 추위에, 아무 말 없이, 왜 여기 계신 걸까. 두려움과 안도 사이에
서 터져 나오는 내 목소리가 긴 복도에 흩
어졌다. “아버님, 이 모자는요?” 내 말은 아
랑곳하지 않고 “애야, 이 모자를 쓰면 천
리 길도 갈 수 있단다.”라며 그는 아무 일
도 없었다는 듯 담담했다. 해마다 왜소해
진 그의 얼굴이 헐렁한 모자 밑으로 파묻
창밖으로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를 바라 본다. 불빛이 비어 있던 거리를 채운다. 헛 헛한 도시가 내 앞에 다가선다. 마음이 먹 먹하다. 불 꺼진 방문 틈 사이로 노랫소리
가 흘러나온다. ‘가면 어떠하리, 저 세월. 가면 어떠하리, 이 청춘.
저 빛나던 날들도, 어둠 내린 뒷마당에

시멘트로 틈도 없이 매끈한
다른 돌들을 하나씩 날라 와서 얼기설기 쌓은 돌담이
송무석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허정희
혔다. 짧아진 숨을 고르는 그의 숨결이 방
쉬었다 가세.
밴쿠버지부 회원
눈 내린 도시는 숨을 죽인 듯 고요하
다. 일 년에 한두 번 내리는 눈은 계절의
흐름을 잊지 않게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눈에 덮여 서서히 윤곽을 잃어가
고, 햇살은 구름에 가려 흐릿한 시간 속으
로 스며든다.
평일인데도 주말처럼 느슨한 오전이었
다. 커피를 내리고 시아버님 방으로 향했
다. 문은 열려 있었고, 적막이 방 안을 가
득 채우고 있었다. 단단하고 낯선 기운이
가슴을 눌렀다. 조심스레 스위치를 켰지
만, 희미한 불빛만이 방을 밝혔다. 침대는
비어 있었고, 늘 자리하던 온기는 사라진
채 냉기만 남아 있었다. 열린 방안에는 내
가 본 적 없는 낯선 공기가 빠르게 흘렀다.
서둘러 방을 나와 문 앞에 놓여있던 신발
장으로 달려갔다. 아버님의 신발이 보이
지 않았다. 바깥 기온은 영하로 내려갔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묘한 불안이 일었다.
급히 위치 추적기를 켜고 남편을 깨웠
다. 치매가 시작된 아버님을 대비해 우리
는 서로의 휴대 전화에 위치를 공유해 두
었다. 차를 운전할 때 남편은 나보다 내비
게이션의 말을 더 잘 들었고, 사라진 시아
버님을 찾아야 할 때는 내 직감보다 위치
추적기를 더 믿었다. 둘은 위치 추적기 움
직임에 온 신경을 모았다. 얼마 지나지 않
아 신호가 멈춘 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거
리였다. 두꺼운 외투를 챙겨 서둘러 나설
채비를 했다.
쿵ㅡ.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
니 시아버님이 서 계셨다. 잠옷 차림에 낯
선 모자를 쓰고 있었다. 순간 놀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참을 바라보다 조심
안의 공기를 흔들었다. 나는 그제야, 그가
여전히 이곳에 머물러 있음을 느꼈다. 모
자가 빌려 쓴 것처럼 기울어졌다. 벗어놓
은 모자에서 손끝으로 전해오는 거친 질
감이 아버님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세월이 빚은 고요한 피로
가 번져 있었다. 모자 밑으로는 붉은 핏
줄처럼 살아 있는 시간의 흔적이 서려 있 었다. 아버님은 피곤하시다며 “쉬었다 가
세…”라는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가셨
다. 그의 뒷모습은 마치 다른 세상으로 걸
어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시아버님이 늘 즐겨 쓰시던 것은 진초 록 베레모였다. 모자의 안쪽에는 빛바랜
이름표와 영연방 마크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참전용사 행사 때마다 그는 단정 히 모자를 고쳐 쓰셨다. 세월이 흘러 함께
하던 전우들이 하나둘 떠날수록, 모자는
기억의 조각이 되어갔다. 그에게 베레모 는 젊은 날의 명예이자 삶의 증표였다. 모 자에 달린 훈장의 색은 바래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생의 열기가 숨 쉬었다.
모자에는 한국전쟁의 역사가, 그리고 한 인간이 지나온 세월이 묻어 있었다. 참 전 용사들의 용기와 희생이 실처럼 엮여
있었고, 기억은 오래된 노래처럼 아버님
의 삶 속에서 이어졌다. 전쟁의 기억은 먼
이야기로 남았지만, 모자를 쓰는 순간 그 는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가는 듯했다. 6.25 가 휴전된 지 어느덧 72년이 지난 지금도, 밤이 되면 모자 속의 기억은 그를 흔들었 다. 꿈속에서는 적군의 총소리가 들리고, 전우의 아우성이 들려왔다. 낮이면 소리 는 바람이 되어 거리를 헤맸다. 어디론지 알 수 없는 길 위로, 쉼 없이 힘차게 걸었 다. 그의 뒷모습은 95세의 노인이 아닌, 그 때 그 청년이었다.
여보게,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세
그가 흥얼거리던 노랫소리가 불 꺼진
도시의 어둠 속으로 흘러나왔다. 흐르는
노랫말처럼, 삶이 잠시 쉬어가는 듯했다.
시아버님의 베레모에는 그의 삶이 고스
란히 남아 있다.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모
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마치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도 흔적이 남듯, 사람의 시 간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과거 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형 태를 바꾸어 살아남는 것인지도 모른다. 진하기도 하고 흐릿하기도 한 무늬로, 저 마다의 기억 속에 삶을 지탱하는 문양으 로. 나는 그가 단정히 쓰던 모자를 떠올릴 때마다, 그가 살아온 시간의 무게를 조금 씩 이해한다. 살아간다는
깨닫는다. 나는 문득, 내게 남은 나의 모자를 생각 해 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낡
가는 것들. 과거의 기억이 내 손끝에 스 미듯 남아 있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흔적을 남기고 있을까. 지나온 시간 이 어른거린다. 세월이 흘러 나의 젊음도 어느덧 노년의 문턱에 서 있다. 이제야 나 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며, 특별한
것 없이 지내온 삶이 감사하다. 노년의 백 발이 흩어질 때마다 바람을 맞아주는 모 자를 상상해 본다. 내 모자에는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쌓인다.
조용히 베레모를 옷장에 걸어 두었다.
세월이 흘러 빛은 바래겠지만, 그 안에 새 겨진 시간과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훗
날 누군가 이 모자를 본다면, 그가 걸었던
길과 남긴 숨결을 떠올릴 것이다. 그날이 오면, 그가 걸어가던 뒷모습이 문득 그리 워질 것이다.
듯 맞춰가면서 천천히 시간을 내어 쌓아야지 찬란한 현대 건축의 기술로는 쌓아 올릴 수 없어
큰아버지 식구들이 캐나다로 이민을 간다
큰어머닌 눈이 빨갛다 한수, 현수는 얼굴이 빨갛다
한수, 한수, 한수 현수, 현수, 현수
이름부터 자꾸자꾸 멀어진다
그런데 큰아버진 어딜 가셨지?
고개 돌려보니
공항 밖 화단에 앉아 계신다
가만가만 흙을 만지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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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is Ma의 부동산칼럼
지난 한 달간 주요 경제 및 금융 지 표의 변동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 습니다. S&P500과 NASDAQ 지수는
지난 한 달간 각각 2.0%, 4.6% 상승
하였고, 연초 대비해서도 15%, 21%
상승하며 이 상승세가 어디까지 지속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비
트코인은
통계를 살펴보면, 메트 로 밴쿠버 지역 거래량은 2255채로 지난해 10월 2632채보다 14.3% 감 소했습니다. 지난 10년간 평균 거래
량 대비 14.5% 적었습니다. 신규 리
스팅은 5438채로 지난해 10월 5452
채보다 0.3% 감소했고, 10년 평균 대 비 16.3% 증가했습니다. 주택별 HPI
Benchmark 지수는 단독주택 191만 6400달러, 타운하우스 106만6700달
러, 콘도 71만8900달러로 1년 전보
다 각각 4.3%, 3.8%, 5.1% 하락했으
며, 9월 대비해서도 0.9%, 0.3%, 1.4% 하락했습니다. 거래일수는 단독주
택 46일, 타운하우스 35일, 콘도 38 일입니다. 전체 리스팅 대비 판매량
비율인 Sales to Active Ratio는 단독 주택 11.3%, 타운하우스 17.6%, 콘도 15.5%로, 단독주택의 경우 Buyer’s Market이 계속되고 있으며, 시장 전
체로는 14.2%로 Balanced Market을
보이고 있습니다.
프레이저밸리 지역의 전체 거래량
은 1123채로 지난해 10월과 지난 10
년 평균 대비 16% 감소했습니다. 그
러나 이전 9월보다는 17% 증가했습
니다. 신규 리스팅은 2967채로 지난
해 10월보다 7% 감소했으며, 이전
“Balanc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