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8일 토(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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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6 조선일보

오피니언 오피니언

2015년 8월 8일 토요일 통일이 미래다

평화₩통일운동 시작한 철원의 궨시민들궩 무더위 강더위 강(强)추위는 ‘눈 오고 매운바람 부는

열린추위’다. 포럼순우리말 강추위는 사뭇 다 심한

르다.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 면서 몹시 진장 철매운 추위’다. 메마르도록 꽁 꽁 얼어붙어 한 수 위다. 강원대 정외과강(强)추위보다 교수 우리말 접두사 ‘강’은 ‘마른’ ‘물기 없는’을 춘천경실련 상임대표 뜻한다. 강된장은 찌개보다 되직하게 끓 인“통일아! 된장이다.평화야! 강술은 철원아!” 국·찌개 같은 술적 철원에 가면술을 쉽게가리킨다. 접하는 구호 심 강원도 안주 없이 마시는 흔 이다. 광복 70년인 올해에는 이 절절한 외 히 ‘깡술’ ‘깡소주’라고 한다. 그러니 ‘눈보 침의 울림이 더욱 강하고 진하다. 인근 라 몰아치는 강추위’는 틀린 말이다. 군 부대에서 들려오는 포성과 함께매우 생활하는 ▶무더위는 ‘습도와 온도가 높아 이곳 주민들로서는 평화와 통일이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다. 앞에가장 붙 큰 ‘물’이 축복이며 그런 만큼 절실하다. 통일이 은 ‘무’로 바뀌었다. 마찬가지로 무 되면 손발에 두루미와 오대쌀로 이 지역 좀은 물기가 많아유명한 슨 좀이다. 무 의 역사적 위상이 회복되고 지리경제적 지개는 물방울이 만든 지게(문·門)다. 반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도 면 강더위는 ‘오랫동안 비가 오지 크다. 않고 마침 철원의 뜻있는 주민들이‘DMZ 볕만 내리쬐는 심한 더위’다. 불더위, 불 평화통일운동본부’조직을 볕더위와 통한다. 그래서 ‘불볕준비하면서 무더위’라 통일과 평화를 위한 시민운동을 시작했 고 하면 앞뒤가 안 맞는다. 강더위는 그 다. 이 땅의 많은 농₩산₩어촌이 그러하듯 나마 건조해서 그늘에선 살 만하다. 사람 철원 건 군민들에게도‘시민’ 은 낯선 말일 잡는 푹푹 찌는 무더위, 요샛말로 ‘찜 듯싶다. 이런 토양에서 통일과 평화라는 보편적 거대 담론을 내건 시민운동이 뿌 리내린다면 밴쿠버 놀라운 일일 것이다. 아직 도 시에서조차도 성숙한 시민사회를 찾아보 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철원의 시 편집부 편집장 권민수 편집기자 윤상희 기자 문용준·박준형

통더위’다. 민사회가 시작한 평화통일운동을 관심을 ▶’맹호가 울 밑에서 가지고 지켜볼 이유는으르렁대도/ 충분하다. 나는 코 몇년 골며 전 잠잘 수 있고/ 긴 뱀이 처마 끝에 정부가 ‘통일항아리’ 를 만들어 걸렸어도 / 누운 채 꿈틀대는 꼴 볼 수 있 통일에 대비한 모금운동을 부산하게 전개 지만/ 모기 한 마리 왱 하고 귓가를 울리되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었는지 들려오는 소문도 없다. 현 정부는 ‘통일 대박론’이 잠시 우리를 들뜨게 하였 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들 지는 못한다. 정부가 하는 일들은 대체적 으로 그렇다. 통일을 준비하는 위원회도 만들고 대학들에 연구소도 새로 설치하여 통일 정책과 전략을 고민하지만 그런 고담 준론은 밤하늘의 별과 같아서 시민들에게 통일의 되지는 못한다. 면/ 기가밝은 질려등불이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 이제 시민이 나서야 한다. 국가 만능의 다….’ 다산 정약용이 쓴‘얄미운 모기(憎 신화가올여름 무너지고, 시장의‘보이지 않는 蚊)’다. 모기는 그리 그악스럽지 손’ 도 기대를 저버린 지금은 공공의 않다. 지자체마다 방역에 열심이기도 하일 에 시민의 참여와 협력이 반드시 지만 비가 덜 와 물웅덩이가 줄어든있어야 덕분 하는 거버넌스의 시대이다. 세월호의 이다. 7월 29일 장마 끝나기까지 비가 전큰 아픔과 메르스내려 공포가 모두의 자기 국 평균 240㎜ 평년시민 356㎜의 3분의 성찰 없이 정부의 대책만으로 예방될 수 2밖에 안 됐다. 있을 것으로 없다.가통 ▶비가 적은믿는 올해사람은 더위는거의 강더위에 일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시민들이 널리 공감하는 통일 이야기와 거기에 기초한 실천 노력이 없이는 어떤 통일 논의와 정 책도 사상누각일 뿐이다. 우리는 생각이 있어 행동하고, 행동의 Editorial Editor in Chief Minsoo Kwon Editor Sang Hee Yoon Staff writer Yong joon Moon ·Jun hyung Park

까웠다. 넘는만들어간다. 폭염이 닥 누적을5월 통해말부터 사회적33도 규범을 쳤어도 보송보송했다. 7월 시민들습도가 스스로낮아 상호학습을 통해 통일과 평균 기온도 22.4도로 평년과다듬는 비슷했다. 평화에 관하여 먼저 생각을 일이 그렇다고 고분고분 물러날 더위가 아니 중요하다. 오늘의 세계를 폭 넓게 이해하 다. 7월노력도 27일부터 그제까지 낮작곡 최 려는 뒤따라야 한다.평균 유럽의 고기온이 32.7도로 평년보다 2도나 높 가 슈만과 화가 모네는 알고 있어도 유럽 았다. 아침 최저기온도 27.8도에 이르러 통합의 기틀을 세운 슈만과 모네에 대해 평년 웃돌았다. 서는26.1도를 잘 모르지훨씬 않는가. 그리고된더위에 서로를 배 려하는 따뜻한 공동체를 일도 필 닭·오리·돼지가 50만마리만드는 넘게 죽었다. 요하다.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진영으로 그제 안동·의성·영천 기온은 39.3도까지 갈라져 서로 적대감만 커지고 있는 상황 치솟았다. 에서 북한과의 통일을하늘도 이야기하는 ▶어제 서울 광화문 불길을일이 머 무슨 사회적 동력을 얻겠는가. 북한의 리에 끼얹었다. 포도(鋪道)에서 뜨거운변 화가 있기 전에 우리 스스로 크게 기운이 훅 끼쳐왔다. 매미는 변해도 덥다 못해 변해야 한다. 맵다고 맴맴 댔다. 화로 안에 들어앉은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 듯한 더위도 오늘 입추 지나면 한풀 꺾 責)’ . 중국에서 명나라가 망하자 어느 일 거라고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창문학 “천하가 잘되고 못 되는 을자는 닫고 자야 하는 서늘한 밤이데에는 거짓말보 통사람도 책임이 있다” 고 역설하였다. 같이 찾아들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것 지금은 천하흥망이 바로‘시민의 이그러나 계절 바뀜이다. 그보다 매혹적인 기적 책임’ 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지도 도 드물다. 자가 아닌 깨어있는 시민이 좋은 세상을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만들 진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원 시민사회의 평화통일운동이 앞으로 내용을 채워나갈, 나름대로의 vanChosun Media 새 로운 통일 담론과 그 실천 노력이 벌써 궁금해진다. The Vancouver Chosun Daily is published by Vancouver Korean Press Ltd. at 331-4501 North Rd. Burnaby. B.C. Canada V3N 4R7.

主客 바뀐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보상

광고부 부장 장지년·오영한 디자인 한은경·송수진·김수아 동서남북 회계 강미진

Advertising Sales 그런데 이런 빗나갔다. Manager Brian 예상은 Jang·Young han Oh 삼성은 지난 3일 피해자 보상을 위해 사내 기금 Design Eun kyoung Han·Su jin Song·Sua 1000억원을 조성하겠다고 전격Kim 발표했 Accounting Mijin Kang 다. 민간 조정위원회의 권고에 백기(白

밴쿠버 ☎(604)877-1178 다는 것이다. 북미 toll조정위 free ☎권고안에는 1-855-348-1178 하지만 기업이 선뜻 한국 ☎ 070-4498-1939 수용하기 힘든 대목이 있다. 조정안에 따 온라인 마케팅 김종욱 일반 문의 르면 공익 법인은 사단법인 형태로 경실련 조형래 info@vanchosun.com 旗)를 든 셈이다. 삼성은 한 걸음 나아가 과 참여연대 등 시민 단체 주축으로 설립 디지털뉴스본부 Online Marketing Jong wook Kim 기사 제보 취재팀장 “본사 직원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도 피 하고 출연금의 30%인 300억원까지 운영 news@vanchosun.com 있으면 동일하게 보상하고 조속히 비로 쓸 수 있다. 또 이사진 7명과 사무국 Copyright 2015. Articles may not be reprinted 밴쿠버 조선일보는 Vancouver Korean Press 해가 광고 문의 without permission from대부분 the publisher. Ltd.가 발행합니다. 밴쿠버백혈병 조선일보 기사는 보상위원회를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근로자 구성해 연내 보상 상근 직원, 옴부즈맨, 상임 연구원 등 전체 ad@vanchosun.com 발행인 허락 중재한 없이 재발행이 금지돼 있습니다. 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8년간 끌어 인원이 피해 보상을 민간 조정위원회가 최소 20명이 넘는 데다 공익 기금 궨삼성은 공익 재단에 1000억원을 기부하 온 백혈병 피해자 논란을 조속히 끝내겠 이 모자라면 반도체협회에 기금 추가 조성 라궩는 권고안을 내놓자 산업계 전체가 다는 최고 경영층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 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놨다. 다시 말해 공 술렁거렸다. 이와 관련해 산재(産災) 신 이었다. 삼성의 발표에 대해 피해자 가족 익 법인은 피해자 보상이 끝나도 새로운 청을 한 삼성전자 근로자 57명 중 노동 들도“전향적 자세”라고 환영했다. 사업을 통해 조직을 유지할 수 있으며 기 당국과 법원에서 산재를 인정한 근로자 그러나 백혈병 피해자 보상 논란은 여 업은 끊임없이 자신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는 7명인데, 어떤 근거로 1000억원이라 전히 진행형이다. 왜일까? 또 다른 협상 조직을 위해 돈만 내게 생긴 것이다. 는 보상액이 산정됐는지 황당하다는 반 주체이자 삼성 백혈병 문제를 이슈화했 반올림이 사회적 약자인 백혈병 근로 응이었다. 한 통신 장비 업체 최고경영 던‘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 자 문제를 위해 노력해 온 열정은 인정한 자(CEO)는“1000억원은 웬만한 기업의 권 지킴이)의 반발 때문이다. 반올림은 4 다. 하지만 사단법인 설립을 고집하는 것 1년 매출액”이라며“솔직히 삼성이 일 일 공동 성명을 통해“삼성전자가 공익 이 자칫 외부에는 자신들을 위한 조직 이 부 진보 단체와 정치 세력의 뭇매를 맞 법인을 통한 사회적 의제 해결이라는 조 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 더라도 명확한 보상 기준을 만들어주기 정안의 핵심 내용을 정면 거부했다. 삼성 다. 한 중견 반도체업체 대표는“앞으로 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때만 해도 산업 의 신속한 보상은 기만이며, 이런 식이라 직업병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 삼성 수준 계에서는 아무리 삼성이라도 조정안을 면 (문제 해결이) 기약 없이 표류할 것” 의 보상을 요구할 텐데 이런 식이라면 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 이라고 경고했다. 반올림의 주장은 삼성 국에는 생산 공장을 둘 수가 없다”고 말 다. 삼성 내부적으로도“금액이 너무 커 이 사내 기금을 조성하지 말고 공익 법인 했다. 한국에 공장이 없으면 사단법인도, 서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는 분위 에 조건 없이 1000억원을 기부하면 공익 반올림도 존재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 기였다. 법인에서 보상과 재발 방지 사업을 하겠 아야 한다.

조선일보 제29420호

2015년 8월 8일 토요일

A27

롯데 신동빈 회장, 국민적 의심 풀어줄 책임 피할 수 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기 한 달 전인 지난 6월 30일 일본 L투자회사 12곳 모두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제1부터 제12까지 12개 L투자회사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 롯데의 지분(持分) 72.65%를 비롯해 부산 롯데호텔 46.54%, 롯데로지스틱스 45.34%, 롯데알 미늄 34.92%, 롯데물산 4.98%, 롯데푸드 4.34%의 지분을 보유하 고 있다.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신 회장이 L투자회사 대표이사가 된 것은 한국 롯데 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의미다. 신 회장은 보름 뒤인 7월 15일에는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 사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도 선임됐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을 모두 대표하는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후 신 회장은 형 신동주씨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일본 경영진의 지 원을 받아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까지 해임했다. 아버지를 대표 자리에서 밀어내는 경영권을 휘두른 것이다. 아직 공식 선 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신 회장이 사실상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 를 모두 거느린 그룹 총수에 등극했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롯데 그룹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과 의문 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해법을 내놓을 책임도 신 회장에게 있다. 이번 사태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롯데 그룹의 치부(恥部)와 문제점이 한꺼번에 노출됐다. 거미줄처

럼 얽혀 있는 순환출자 구조와 함께 정체불명의 일본 기업이 한 국 재계 순위 5위 롯데그룹을 좌지우지하는 지배구조상의 허점 이 드러났다. 그로 인해‘롯데는 알고 보니 일본 기업’이라는 정체성 문제까지 제기됐다. 총수가 손가락질로 임원들을 내쫓는 전근대적 경영 방식에다 협력업체에 대한‘갑질’같은 고질적인 비리(非理) 문제도 다시 부각됐다. 신 회장은 우선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의 지분 구조부터 밝히고, 한국 롯데의 정체성에 대한 국민의 혼란을 풀 어줘야 한다. 이는 양쪽 모두의 법적 대표를 맡고 있는 신 회장 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호텔 롯데의 기업 공개 등을 통해 한국 과 일본 롯데 사이의 지분 관계를 정리하는 일도 신 회장이 맡아 야 한다. 복잡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 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유통₩관광 등 서비스산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롯데에 기업 이미지는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신 회장이 직접 국민의 의 구심(疑懼心)을 풀어주지 않으면 그룹 이미지는 더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신 회장이 2018년까지 사원 2만4000명을 더 뽑겠다 는 발표로 정권의 화살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誤 算)이다. 롯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아야 한다. 신 회장은 이번 일에 그룹의 존망(存亡)이 걸렸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국관광공사 人事는 왜 매번 이렇게 구린내가 진동하나 국토해양부 차관 출신의 정창수씨가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내 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정씨가 관광산업의 기반이 되는 교통 ₩물류 분야를 오래 담당해 적임(適任)이라고 내정 이유를 밝혔 다. 황당한 설명이다. 정씨는 국토부 주택국장₩기획실장을 지 냈고 국무조정실 농수산건설심의관을 거쳤다. 그런 경력 가운데 뭐가 관광 업무와 관련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정씨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부동산 관련 정책 등을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정권 출범 직후인 2013년 6월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기용됐다.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한다면서 8개월 만에 돌연 사퇴했지만 새누리당 후보 경선 에서 탈락했다. 그 후에도 청와대는 작년 7월 정씨를 평창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내정했다가 체육계 반발에 내정을 철 회했다.‘스포츠와 아무 인연이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기느냐’는 반발이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관광 공사 사장으로 내정한 것이다. 정씨가 권력 핵심의 동아줄을 잡 고 있지 않고서야 좀체 보기 힘든 인사다.

선거에 차출됐다는 이유로 인천공항공사 사장 자리를 8개월 만에 걷어차버린 정씨는 공직자로서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하필 대통령이 공직 개혁을 부르짖은 날 관광공사 사장 자리에 앉히겠다고 발표한 사람들도 무책임하기는 마찬 가지다. 이런 인사를 보면 대통령이 하겠다는 공직 개혁은 애초 에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관광공사 사장 자리에는 대선 캠프 본부장을 지낸 변추석씨가 작년 4월 임명됐다가 1년도 안 돼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났 다. 작년 8월엔 역시 대선 캠프 출신인 자니 윤씨가 관광공사 감 사(監事)로 선임돼‘무슨 코미디 같은 인사를 하느냐’는 말이 나왔다. 관광공사 고위직 9명 가운데 4명이 새누리당에서 일했 거나 대선 캠프 출신이라고 한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로 타격을 받은 관광산업을 다시 일으켜세워야 한다며 지난달 9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관광 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래 놓고 캠프 출신의 비(非)전문가를 관광공사 사장에 낙하산을 태워 내려보내니 누가 정부의‘관광 진흥’의지를 믿어주겠는가.

서울시교육청이 궨교사 性추문궩 쉬쉬 덮은 이유 밝혀내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내 한 공립고교 교사의 작년 2월 여교 사 성추행 사건에 대해 거짓 해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 안 시교육청은 지난달 14일 피해 여학생이 담임 교사를 통해 교 육청에 민원을 넣은 뒤 이뤄진 감사 과정에서야 여교사 성추문 사건을 알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이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학교 교장은 노래방 에서 여교사를 성추행한 교사를 다른 학교로 전출시켜달라고 요구하는 사유서를 올 1월 5일자로 시교육청에 올렸다. 사유서 에는‘문제의 교사가 동료 여교사를 뒤에서 껴안는 등 과도한 신체 접촉에 의한 성추행 사건을 일으켰다’고 쓰여 있다. 그런데도 시교육청은 지금까지“가해 교사가 어떤 사유로 전 출됐는지는 모른다”거나“여교사 성추행 사건 내용이 충분히 보 고되지 않았다”고 해왔다. 사유서 내용이 공개되자 이번엔 그 사 유서는 인사 서류일 뿐 정식으로 성범죄를 보고하는 형식이 아 니라고 둘러댔다. 사유서에‘학교장 주의’로 종결된 것으로 나

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 다. 교사가 동료 여교사를 성추행한 사실이 들어 있는 이상 감독 기관으로서 뒤늦게라도 진상 조사에 나섰어야 마땅하다. 조사가 끝나면 가해 교사를 징계하고 고발했어야 한다. 그랬더라면 그 학교에서 성추행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다른 교사가 여학생을 성추행해 검찰로 넘겨 진 사실도 지난 4월 경찰에서 통보받았다. 피해를 당했다는 여 학생이 6명이나 됐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그때도 가해 교사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감사에 나서지 않았다. 시교육청 이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여학생과 여교사 20여명은 무방비 상 태에서 교사 5명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시교육청은 이제 와서 정식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둥 책임을 모면할 궁리만 하고 있다. 교육부나 감사원이 나서서 서울시교 육청이 왜 성추행 사건을 덮어버리려고 했는지 밝혀내고 책임자 를 문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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