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금요일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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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분가했다. 처음 집을 떠나 독립해서 살 아보겠다고 했을 때, 내 안의 일부가 떨어져 나 가는 것처럼 허전한 느낌이 훅! 들어왔다. 살인 적인 고물가, 렌트비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아이 가 지는 게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그런 염려스 러운 엄마 맘이 먼저였다. 장남에게 은연중 믿 고 의존해 왔던 내 기대어진 몸을 바로 세워야 하 는 게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6개월의 시 간이 지났다.

아이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지혜롭고, 묵 묵하고, 독립적인 개체로 자기 앞가림을 잘해 나 가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꼴쯤 만나면 오랜만 에 친정 찾는 자식들과의 상봉처럼 반갑고 마 냥 유쾌하다. 힘든 일이 왜 없겠나. 고물가의 시 대 밴쿠버에서의 살림살이 겪고 있어 익히 알 지만 쉽지 않다. 그래도 아이가 잘해 나가고 있 고, 나도 딸과 둘만의 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있 다. 아들이 차지하던 만큼의 물건들이 빠져나가 고, 먹거리가 빠져나가니 냉장고는 속이 보이 기 시작했다. 냉동 칸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훤해 졌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뭘 많이 쟁이고 살 았다는 게 빠져나간 자리를 보고 새삼 깨달아진 다. 아이러니하다…. 휑해 진 곳을 바라보면 묘한 안도감이 또 든다. 비워지고 빠져나간 자리는 큰 섭섭함도 없이 시 원하기만하다. 난 이제부터 눈에 보이는 것들 을 더 줄여가고싶다. 남은 날이 살아온 날들 삼 분 의 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덜어가는 물건들

은 짐이고 치우기엔 버거운 부피의 무게일 뿐 이다. 더구나 내가 가진 물건 중 변변한 것은 정 말 없다. Suitcase 하나 분량만큼 채울 수 있으려 나.

물질적으로 이루지 못한 삶이었다. 닥친 삶 을 열심히 살았지만, 부를 축적하는 재주가 없 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고 아프신 엄마를 대 신해 동생 둘도 건사해야 하는 처녀 가장이었음 을 늘 밑밥처럼 깔고, 훈장처럼 궁색하지 않을 변 명으로 드러냈다. 열심히 산 것만으로 세상의 기 준 성공에 못 닿았음을 퉁치려했다. 나에게 있 어 틀린 말은 아니다. 주저리주저리 얘기가 길어 진다.

여태 이룬 게 없는 내가 이제 뭔가를 이루겠다 는 포부를 드러내면 허상인것 같다. 매일 살아가 는 날을 일기처럼 기록해 보는 중이다. 산문 같

은 시로, 시 같은 산문으로, 자전적인 짧은 소설 로, 지나온 날을 돌아보는 일 말이다. 돈 버는 일이 되어 금광을 찾아가던 골드 러 쉬의 시대가 있었다. 돈 명예 이런건 나와는 소 원한 일이다. 캐고 캐서 극미량의 사금만큼이라 도 내 지나온 날들의 이야기를 글로 건져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아이들에게 그렇게 엄마 의 생각을 들려주고프다. 책갈피처럼… 기억 한 편에 저장된 낡은 흑백 사진처럼. 그러면 내 살아 온 날들의 소임을 다했다고 배짱 좋게 말할 수 있 을 것 같은. 딱 거기까지의 나이다.

소복이 쌓인 눈이

어느새 쌓인 눈이

하얗게 쌓인 눈이

봄이 왔다고

마음대로 눈물이 된다

숨죽여 울고

소리 내어 울고

가슴 치며 울어도

녹지 않는 마음이라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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