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토요일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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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투자> The Intelligent Compounder

조정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여여산방(如如山房)에서

나지막한 능선이 방패처럼 집을 감싸고

있다. 희미한 여명(黎明)이 산마루를 비출

때면 안개 속에 숨어있던 금대산이 서서

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토록 맹렬하던

매미들의 아우성도 짧은 생으로 잦아들고,

애벌레를 물고 날아다니는 박새와 곤줄박

이들이 분주히 숲속을 살피고 있다. 올망

졸망 매달려 장대비를 맞던 밤송이들도 풋

기를 거두고 씨알을 키우는 중이다. 가시

투구 속에서 단단하고 둥글게 몸을 만들어

홀연히 땅으로 떨어질 알밤들이다. 곡식과

과일이 무르익는 백로가 지난 울창한 숲에

뭇 생명들의 가을맞이가 한창이다.

가까운 거리의 사계절 산을 집안으로 차

경(借景)해 바라볼 수 있음은 큰 즐거움이

다. 아파트의 폐쇄된 공간에서 산을 마주

하는 거실 창은 풍경을 담아내는 큰 액자 다. 연둣빛 잎새들이 서로 스미고 어우러

져 몽환적인 파스텔화를 그리는 봄부터, 나뭇가지마다 눈꽃을 피워 비경의 수묵화 를 그려내는 겨울까지, 살아 숨 쉬는 숲속

풍경을 집안으로 끌어들인다. 가을빛이 도

는 산등성이에 눈길을 주다 집은 사는 이

의 모습을 담는다는 말을 곰곰 생각한다.

단출한 가구로 넓어진 공간과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산을 바라볼 수 있음에 자

족하며 단아한 집의 이름을 찾아본다. 집

의 이름을 짓는 것은 머무는 공간에 대한

고마움과 삶의 지향을 새기는 의지의 표 현일 것이다. 집은 이제 생존을 위한 기능

을 벗어나 신분과 재력을 가늠하는 잣대

가 되었지만, 위로와 휴식을 얻는 역할이

우선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먹고 자

는 공간이라는 실리성뿐 아니라 몸과 마 음을 재충전하여 내일을 설계하는 소중한 공간이기에. “소박한 집이 주는 안정감은 굳이 밖으 로 나돌며 무엇을 얻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라고 한 건축가의 전지적 관점은 부 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주변 경관이 편 안하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자리에 집 을 지어 고졸한 뜻을 담은 당호(堂號)를 지

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로 500 여 권의 방대한 저서를 남긴 다산 정약용 은 신유사옥(1801)으로 유배 길에 올라, 큰 형 정약현의 삶을 돌아보며 <수오재기(守 吾齋記)>라는 글을 남겼다. 정약현은 나를 지키는 서재라는 뜻이 담긴 ‘수오재(守吾 齋)’에서 학문을 연구하며 단정한 삶을 살 아, 환란에 휩쓸리지 않은 인물이었다. 다

산은 ‘어떻게 나를 지킬 것인가’하는 스스

로의 물음에, 잠시라도 자신을 살피지 않 으면 벼슬길에 종속되는 이익과 위세도 폐

단이 된다고 깨닫는다.

긴 고심 끝에 집의 이름을 ‘여여산방(如 如山房)’으로 지어본다. ‘여여’란 금강경의

32분 ‘불취어상

문현주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메주가 뜰 때

둥글게 사린 몸을 삶고 찧고 매달아

천형(天刑)의 조화(造化)에도 해 달 맞기 몇 삭(朔)인가

메말라 벙근 틈새로

고향(故鄕) 맛이 배어간다

뒷손 없는 푸대접에 너절하게 달아 말려

겉으론 데데해도 금이 간 깊이마다

베옷의 먹성(性)을 담는 토속(土俗)냄새 익어간다

비로 물이 불어난 시냇가에 몸 집이 큰 백로 한 마리가 외발로 서 있다. 언 제나 깨어 있기를 화두로 삼은 백로는 물 속을 응시한 채 삼매경이다.

풀 내음 은은한 우전차 한 모금을 넘기 니 잠시 우화등선(羽化登仙)이 된 듯 마음 이 가볍다.

뎅그렁…, 푸른 허공에 매달린 물고기의 맑은 화음에 귀를 기울인다. 여여함이 나 를 지키는 방패임을 아는 아침, 풍경소리 가 바람결에 청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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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다

속 쾌락-고통의 시소

금주를 다짐했지 만 ‘딱 한 잔만’이란 유혹에 넘어간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도 간식을 찾고, 필요 없는 물건이 쌓여가는데도 어느 새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다.

끊어야 할 것 같은데, 도저히 안 되

는 것이 있는지. 있다면 당신은 그것

에 중독됐다. 현대인은 술·담배·음

식·쇼핑·게임·SNS 등 수없는 중독

속에 산다. 너무 많이 먹고, 보고, 마시 고, 즐긴다. 스마트폰 터치 한 번이면

즉각적인 쾌락이 주어지는 세상, 그

중심엔 ‘도파민’이 있다. 인간의 뇌에

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은

‘쾌락 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분비

되면 쾌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뇌는

이 즐거움을 기억해 같은 행동을 반

복하게 만든다. 너무 강하게, 반복적

으로 분비되면 중독에 빠지게 된다.

최근 몇 년 새 한국 사회에선 이 도 파민이란 단어가 유행어처럼 번졌다. ‘도파민 폭발’ ‘도파민 충전’ 같은 표현 베스트셀러 ‘도파민네이션’

쪽으로 기울면 고통의 역습이 뒤따라 중독은 뇌를 망가뜨린다궧 스마트폰은 피하주사기 최악은 숏폼과 포르노

아동 옆 스마트폰 영상, 담배 피우는 것과 같다

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 ‘도파민 네이션’은 2022년 국내 출간 이후 20 만부 넘게 팔렸다. 그만큼 많은 이가 중독 문제를 체감하고 있고, 동시에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갈망이 큰 것 아닐까. ‘도파민네이션’은 30여 국에서 출 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 책의 저 자이자 25년간 중독 환자를 치료해 온 애나 렘키(58) 미 스탠퍼드대 정 신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중독 없이 사는 게 정말 어려운 시대죠. 우리 뇌 는 이 풍요로운 세상에 맞게 진화하

지 않았어요. 마치 선인장이 열대우

림에 던져진 것처럼, 과도한 도파민 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죠.” 그는 스마트폰을 ‘디지털 도파민 을 24시간 공급하는 현대판 피하주사 기’에 비유했다. 렘키 교수는 “중독에 빠진 뇌는 행복을 느낄 수 없고, 중독 은 뇌의 일부를 영구적으로 바꾼다” 고 경고하면서도, 이내 부드럽게 미 소 지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어요. 어 떤 중독이든, 단 한 달만 멈춰보세요. 그 뒤에는 잊고 지냈던 소소한 행복 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쾌락 뒤엔 반드시 고통이 온다 -중독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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