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금요일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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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

머리가 허연 사내 하나가 털이 하얀 강

아지 한 마리와 동네 골목을 산책 중이다.

산책하고 싶어 한 게 개였는지 사내였

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강아지가 앞장서고

사내가 뒤를 따른다. 강아지가 길모퉁이

에 멈춰 서 있다. 아랫도리를 낮추고 볼일

을 보는 개를 사내가 조용히 기다려준다.

꽁초 한 개비 마음 놓고 못 버리는 인간의

거리에 천연덕스럽게 응가를? 무슨 상관

이냐고, 갈 길이나 가시라고, 녀석이 흘끔

위 아래로 훑는다. 녀석이 일어선다. 사내

의 손이 점퍼주머니 안에서 꼼지락거리더

니 둘둘 말린 휴지와 꾸깃꾸깃한 비닐이

딸려 나온다. 바닥에 널린 똥 덩어리를 허

리 굽혀 주워드는 중씰한 저 사내, 자기 아

이들 기저귀 수발도 저리 극진하였을까.

아이 둘을 키워내는 동안 기저귀 한 번

봐준 적 없는 남자가 어느 날 저녁 코웃음

을 치며 들어왔다. 고교동창 몇 이서 술 한

잔을 하는데 옆자리 친구에게 자꾸만 전

화가 빗발치더라는 것이다. 눈치를 보니

빨리 들어오라 채근하는 전화 같아 신혼

도 아닌데 다 늙어 무슨? 하니 난감한 표

정의 그 친구 왈, 그날이 견공(犬公) 제삿

날이라는 거였다. 13년 동안 한 식구로 살

던 개가 지난 해 노환으로 돌아가셨는데

아이들과 추모행사를 하기로 했다는 것

이다.

“내 참 기가 막혀… 선산 벌초도 안 다니

는 녀석이…”

개 영정 앞에 촛불 켜 놓고 추도예배를

드린다는 말에 나 또한 함께 웃어버리고

말았지만 애견유치원에 애견 카페, 애견

호텔까지 성업 중인 우리 동네 개들이 들

으면 세상 변한 거 모르냐고 코웃음을 칠

지 모른다. 화려한 액세서리에 다이어트

사료는 기본이고 때맞추어 스케일링을 하

고 관절 영양제까지 복용한다는 아랫집

귀부인 말티즈 여사가 건너편 빌라에 사

는 숏다리 노신사 닥스훈트 공(公)을 만나

면 콧속말로 킁킁 속닥거릴 것이다. ‘케이

블에 도그 TV 생긴 거 알아요? 혼자 있을

때 시간 죽이기 딱이더라고. 인간들이 이

제야 좀 철이 드는 것 같아요.’

인간이 오늘날 이 행성의 패권을 장악

하고 우두머리의 위상을 공고히 하게 된

데에는 초창기 개들의 혁혁한 공헌이 있

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간이 맹수

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개와 편 먹은 다

음부터 였으니까. 야생늑대에서 길들여진

개들이 인간의 편에 서서 사냥감을 쫓고

사나운 짐승들을 영역 밖으로 축출하는

데에 일조해주지 않았다면 지구촌의 권력

구조는 지금과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 사실을 까맣게 잊고 개새끼니 개떡

이니 개망나니 같은 말로 시시 때때 자존

감을 뭉개고, 복날마다 개장국으로 함포 고복(含哺鼓腹)하는 인간들이야말로 개

쪽에서 보면 천하에 배은망덕한 파렴치한 들 아닐까. 개가 그런 욕을 들어야 한다면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 왕좌를 빼앗긴 호랑이나 사자, 질투심에 사로잡힌 여타

가축들에게서 일 텐데 말이다.

인간과 짐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인 간 쪽에 행사함으로써 뭇 짐승들에게 추 악한 배신자로 낙인 찍힌 개들에게도 반 역의 열매는 향기롭고 달았다. 인간과 함 께 노루나 사슴을 쫓음으로써 사냥감이 아닌 사냥조교로 신변안전을 보장받았고

시시 때때 떨어지는 떡고물로 끼니걱정을

면하게 되었다. 타고난 명민함으로 사냥

꾼이 아닌 사냥꾼의 마누라가 실세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해낸 그들은 안방마

님 품 안에 쏘옥 안길 수 있게 체구를 줄이

고 품종을 다변화함으로써 오늘날 야생늑

대의 개체 수를 현격하게 뛰어넘을 만치

종족번식에도 성공하였다. 뿐인가. 금세

헤어졌다 다시 만나도 십년이나 못 본 듯

열광적으로 뛰어오르는 호들갑 매너 덕에

인간의 침소에서 껌을 씹고 유기농 간식

을 깨작거리는 특권과 호사를 누리게 되

었으니 선견(先犬))들의 밝은 선견(先見)

이야말로 종족의 운명을 바꾼 건곤일척의

결단이었던 셈이다.

이쯤에서 이제 적인 듯 동지인 듯 아리

송한 이웃사촌 고양이 이야기도 짚고 가

야 할 것 같다. 고양이는 어떻게 우리 곁 에 왔을까. 불공대천의 ‘개새끼’들 때문에

제왕의 자리를 잃어버린 맹수들, 당장 마 을로 쳐 내려가 원수와 배신자를 요절내 고 싶었으나 전세가 턱없이 기울어버렸 다. 절치부심 복수만을 꿈꾸다가 졸개 몇 을 내려 보내 염탐이라도 해보자 했던 바, 호기심 많고

외딴 섬의 꿈

여기

녹아 내리는 곳에 누어

하늘 속

속 나무 내음

가 물 비린내 만수우환 꼭 짜서 바위 위에 널어 말리면

쨍쨍한 햇살 내음

그러나 마음은 썰물에 밀려나간

갯가에 묶여 있고

모래바람 날리는 은하수에는 노 저어 건너올 소식도 없네

섬 이쪽 끝에서 저쪽으로

획 책하는 그들은 비굴하게 꼬리를 흔들어 먹이를 탐하지 않는다. 함부로 무릎을 낮 춰 복종을 맹세하지도 않는다. 타고난 ‘밀 땅’의 고수답게 새침한 듯 까칠한 듯 내숭

을 떨며 길들지 않는 야성으로, 맹수의 품

위로 어슬렁거린다. 고양이는 채권자처

럼, 개는 채무자처럼 우리 곁을 맴돈다. 인

간에 대한 개와 고양이의 입장 차이를 베

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책 <상상력사전>

에서 이렇게 통찰한다.

-개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나를 먹

여줘. 그러니까 그는 나의 신이야.’ 고양이

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나를 먹여줘.

그러니까 나는 그의 신이야.’

*전문은 www.vanchosun.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옮겨 붙는 석양의 불길 보며

마음은 떠나 보내고 꿈 만 묶어놓고 싶은

이 외딴 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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