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GAK 2019-JAN. FEB. / VOL.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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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리뷰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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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jan. feb. VOL.18

값 4800원

01 JAN . 02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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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살다보니, 실망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불평하지 말고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그렇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Essay


문화예술리뷰잡지

9 ‘사각’이라는 네이밍은 대구의 상징인 사과의 먹는 소리인 ‘사각사각’의성어로 문화예술을 즐긴다라는 행위에 ‘먹는다, 소화시킨다’라는 의미를 더해서 문화를 건강 히 소비하고 표현하는 리뷰잡지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라는 의미이다. 또 무대와 캔버스등 문화를 표현해내는 장소와 ‘모든 세상은 네모나다’라는 의미로 사각이라는 프레임 속에 움직이는 문화생산활동을 잡지에 담아내겠습니다.

NO.18 경주우양미술관 하광석 작 photo by Dot.K

2016년 11월 7일 재등록 대구중, 마00007 격월간지 발행일 2019년 1월 10일 발행인 강금주 관리총괄 조성희 편집부장 박현정 객원취재기자 박현정 양준혁 손현민 발행처 사각디자인팩토리 인 쇄 부경인쇄 053.257.8830

sagak@naver.com http://blog.naver.com/sagaknews https://www.facebook.com/sagaknews @sagak_story @sagaknews @sagak_story ★

사각문화뉴스 http://sagaknews.com/


기획

리뷰 REVIEW

4 신년 기획

35 공연 리뷰

청년예술가들의 이유있는 ‘수다’

연극 ‘사랑 애, 사람 자 ’ 연극 ‘신팽슬여사 행장기’ 한울림 골목 연극제

인터뷰

연극 세여자

14 화가 김종언

연극 미롱 연극 청춘 테러 연극 ‘맨드라미꽃’ 유재하 클래식 콘서트

칼럼 COLUMN

뮤지컬 라이온킹 인터내셔널 투어

18 특별기고 - 김결수 20 음악이야기1 클래식 쉽게읽기 - 박소현

48 전시리뷰

22 음악이야기2 기획자 - 송힘

신상욱 조각전

26 미술 담론 - 조준호

조각가 김형표 초대전

28 미술과 놀기 - 장민

청년 미술 프로젝트수창, 청춘을 리노베이션하다

30 대중 음악 - 황희진

숲으로 들어가다

32 전시리뷰1 - 백명진 34 전시리뷰2 - 김경란

소셜문화N 54 아트로드 - 경주에 가다

Etc.

58 Prelude. ‘대구뮤직’

1 포토에세이

62 영화 리뷰 영화 마카담 / 영화 부드러운 여인

13 포토리뷰 움직이는 미술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64 책소개

63 포토프리뷰 정혜경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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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THIS ISSUE

신년기획

청년예술가들의 이유있는‘수다’

인트로 - 2019년 아침, 문화는 진화한다. 좌담회 - 젊은 예술가들, ‘2019 년을 이야기 하다.’ 숫자‘9’는 완성, 성취, 달성, 처음과 끝, 전체를 의미하며 천계와 천사의 숫자라고한다. 불교에서‘9’는 지고의 영적 인 힘을 상징한다. 9는 완전수‘十’을 향해 달려가는 천상을 향해 가는 마지막 수이다. 밀레니엄도 20년을 향해가고 있다. 2019년을 맞아 본지에서는 활동영역을 다르지만 각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예술을 표현하는 지역의 젊은 예술가 들과 본지기자들이 한 자리에 만나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 보았다.


Intro

2019년 아침, 문화는 진화한다.

정현종의 <아침> 시 구절을 보면,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는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

우리는 저녁에 운명을 기대할지는 모르겠지만 새해가 시작되는 지금, 잠시라도 모든 감각이 살아나서 힘이 넘치는 아침이 되었 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본지에서는 활동영역을 다르지만 각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예술을 표현하는 지역의 젊은 작가들과 본지기자들이 한자리에 만나서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예술인은 문화국가 실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공헌을 하는 존재로서 정당한 존중”을 받아야 하고.“자유롭게 예술 활 동에 종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예술 활동성과를 통하여 정당한 정신적, 물질적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고“유형·무형의 이익 제공이나 불이익의 위협을 통하여,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3년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분석자료집에 보면 예술계열학과수는 인문 계열과 비슷하고 일반대학과 대학원 기준을 보면 디 자인관련학과 수가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음악, 응용예술, 미술, 연극영화, 무용순 이다. 하지만 경기변동의 영향을 받아 휴학률 이 높은 공학계열과 달리 중도탈락률은 예체능계열이 높게 조사 되었다. 결국 입학을 하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 수가 많다는 것은 예술가로 출발하는 학생 수는 더더욱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제도가 있어도 실지적으로 예술가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부분이 극히 드물다고 하겠다. 자리를 같이 한 젊은 예술가들의 이구동성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힘든 일은 참고 한다고 한다. 모든 예술인들이 문화 매개자가 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예술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모두 예술인이 될 필요는 없다. 그 중에서 예술가의 길을 걷는 용 감한 젊은 예술인들에게는 사문화된 제도보다는 실제적이고, 누릴 수 있는 예술 복지를 행해야 된다. 마찬가지로 어려운 길을 평생을 걸었던 원로예술인들에게도 적용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 하다. 예술의 특정성 때문에 사후처방 보다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한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예술가를 바라보는 우리사회 시선과 생 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책이나 행정은 철학을 앞서지 못하고, 철학은 예술인의 삶을 앞서지 못한다고 한다. 예술인의 삶을 진정성 있게 우리사회가 바라봐야 되고, 또 그것이 우리 사회가 좀 더 문화가 성숙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본다. 미술 전문기자이자 저술가 크리스티안 제렌트, 슈테엔 키틀의 <예술은 무엇을 원하는가>에서 `사회는 예술 없이도 굴러가지 만, 사회가 생동감을 얻으려면 반드시 예술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일 마지막에 쓰여 있는 글이다. 2019년은 우리 사회가 너무 힘들고 음모와 불신이 가득한 혼란한 시기다. 그 나라를 알려고 하면 미술관을 가보라고 했다. 올 한해는 미술관에 놓여있는 작품을 통해 우리사회가 다시 활력을 찾기를 희 망한다.

5 Sa:Gak

2011년에 제정된 <예술인복지법>의 관련내용을 보면 제2조 (정의)에 따르면‘예술인’이란“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여 국가를 문 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데 공헌 하는 자”를 말하고 있다. 그런 만큼 제3조(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는“


기획 : THIS ISSUE

청년 예술가들, ‘2019 년을 이야기 하다.’ 2018년이 지는 12월 어느 날, 고즈넉한 카페에 대구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인 4명과 본 지 객원기자와 필진 4명이 모여 수다를 떨었다. 예술가로, 또는 관객으로, 또는 친구로 바꿔가면서 대구에서 예술가로 살기란, 요즘 키워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냥 젊은 친구들의 진솔 한 이야기... 그 속에 뼈가 있고 살이 있다. 부장, , 장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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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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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민 ( 이하 신 ): 대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준민입니다 . 대구에서만 살아왔

그림그리는 신준민입니다.

고 , 대구를 기반으로 대구의 풍경을 위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 백창하 ( 이하 백 ): 대구에서 연극을 하는 백창하라고 합니다 . 6 년째 활동하고 있고 , 배우 생활을 하다가 연출로 완전히 전향한 지 한 2 년 되었습니다 . 이용한 ( 이하 이 ): 대구에서 트럼펫 활동을 하는 이용한입니다 . ( 트럼펫을 ) 시작한 지는 고등학교 1 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10 년 정도 되었습니다 . 배유환 ( 이하 배 ): 배유환입니다 . 27 살이고 영남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계속 작 업하고 있습니다 . 김지영 ( 이하 김 ): 저는 사각 잡지에 리뷰를 기고하고 , 관객의 소리라고 연극과 뮤지 컬을 좋아하는 팬들의 모임을 운영하는 김지영입니다 . 손 : 신준민 작가님께서 이제까지 해왔던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 신 : 대구의 풍경을 소재로 그림 그리고 있는데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을 배경으로 1 년 않는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으로 옮겨 그곳만 계속 그렸어요 . 그리고 요즘은 제 삶도 그때와 또 달라지다 보니 어떤 특정 공간에 들어가 그리기보다 일상에서 편하게 오가는

연극연출하는 백창하예요.

길 , 작업실 주변 골목 , 집 주변에 있는 강변 산책로 등 일상적인 풍경을 주로 그리고 있습니다 . 손 : 달성공원에 굳이 가서 그리셨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 신 : 풍경을 소재로 그리지만 , 내면의 감정을 풍경에 투영시켜서 표현하고 있어요 . 문득 겨울에 동물원이 그릴 게 많을 것 같아서 가봤는데 어릴 때 ( 달성공원 ) 동물원을 갔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보였어요 . 겨울이다 보니 사람들도 없어서 한적했어요 . 적막 하고 오래되어 낙후된 느낌 , 쓸쓸한 느낌과 교감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 그리고 철조망 의 수많은 선과 같은 조형적 요소들이 되게 많았어요 . 그런 부분을 어둡고 세상의 슬픔 을 표현해보자는 생각으로 해봤어요 . 그 당시에는 아름다운 색채를 쓰는 것보다 그런 점 들을 표현하고 예술로 소화해내면서 저에게 되게 위로가 되었어요 .

백 : 저는‘소묘’라는 이름의 극단을 창단 해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창단한 지는 꽤 되었는데 활동을 안 하다가 작년부터 정 기 공연을 제작하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 뮤지컬과 연극을 제작했었고 , 개인 활동으로 연출부 활동을 계속하고 있어요 . 2018 년 에는 국립 극단의‘텍사스 고모 ( 최용훈 연출 , 윤미현 작 )’라는 작품의 연출부로 갔다 왔고 , 바로‘애자’라는 작품으로 공연을 , 지금은 대구시립극단의‘인형의 집’이라는 작품 조연출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1 월 말에 올라갈 예정이고 지금 정신없이 준비 하고 있습니다 . 이 : 저는 아직 경력이 1 년도 안 됐어요 . 막 졸업하고 이제 활동하는 거라서…. 졸업한 뒤에 대구 북구 문화 재단에서 신춘 음악 회를 했는데 거기에 초청을 받아 연주했고 , 노보 필하모닉에서 트럼펫 주자로 뽑혀서 지금도 계속 활동하고 있어요 . 오페라하우스 나 객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 5 중주로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배 : 저는 쓸모없는 것에 대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제가 쓸모없다고 하는 것은 원래 있던 용도를 일부러 없애버리고 제가

7 Sa:Gak

동안 계절별로 다니면서 작업의 소재를 찾는 작업을 했어요 . 그리고 지금은 사용하지


다시 용도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 예를 들면 수창청춘맨숀에 설치한 종도 원래는 쓰 레기통이었는데 그걸 버튼을 누르면 제 목소리로‘댕 ~’하면서 소리가 나오는데 원 래의 쓰레기통 용도가 아니라 새로 용도를 바꾸는 방식입니다 . 하도 주변 사람들이 저

트럼펫 부는

이용한 입니다.

보고‘쓸모없다’라고 말을 하는데 제 작품 세계 안에서는 제가 어떤 용도든 부여할 수 있는 전지적인 존재가 되는 거죠 .

배 : 어렵다는 생각은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 그냥 제가 게을러서 힘든 것 같아요 . 최근 드는 생각은 움직이는 작업을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했어요 . 다른 좋은 작업도 많은데 움직이거나 소리가 나는 작업에 눈이 확 가는 것 같아요 . 생각보다 키네틱 ( 아 트 ) 이 반응이 좋더라고요 . 그전까지는 정적인 것으로 ( 작업 ) 하다가 작업 방식은 비 슷하고 작품만 움직이는 쪽으로 했는데 갑자기 반응이 좋아지더라고요 . 저는 바뀐 게 없었거든요 . 김 : 저는 관객의 관점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니까 드는 생각인데 SNS 의 영향이 있 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 미술 작품이라는 것 자체를 비전공자들은 조각이든 회화든 어 렵다고 느끼는 게 없지 않거든요 . 그렇지만 영상이나 소리가 들어가면 접근성이 좋아 진다고 생각해요 . 그리고 ( 사람들이 )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 에 사진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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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업로드할 때도 실험적인 것들을 올릴 때 보는 맛도 있어서 반응이 좋지 않았나 해 요. 손 : 김지영 씨는 관객의 소리라는 것을 운영한다고 하셨는데 이게 페이스북 페이지 같은 건가요 ?

조각하는 배유환 이예요.

김 : 저희는 네이버 카페로 많이 활동하고 있고요 ,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하지만 인 스타그램과 블로그가 주 활동 무대예요 . 저희는 전국에 있는 뮤지컬 매니아들을 상대로 하는 모임이고 , 6 개월에 한 번씩 작품을 5 개 정해서 토론을 해요 . 토론한 것들을 모 아서 블로그에 업로드도 하고 , 책으로 만들어서 소장합니다 . 저희가 모임을 시작한 지 1 년이 되어서 여러 가지 시스템적으로 시도를 하고 있어요 . 손 : 지역을 대구에만 한정하지 않고 전국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 김 : 저희 모임은 대구에서 해요 . 뮤지컬의 도시이기도 하고 . 이런 문화가 서울에 너 무 집중되어 있는데 저는 그게 ( 수도권 문화 인프라 집중 ) 너무 싫었어요 . 그래서 회원 을 받을 때도 지방 사람 우대로 받았었고 , 모임은 대구나 대전에서 하겠다고 했어요 . 전국에 뮤지컬을 좋아하는 팬들 , 매니아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잘 없어요 . 뮤지컬 이라는 것은 고가의 취미다 보니 개인적으로 관람을 하는 게 많아요 . 이것도 덕질의 일 부잖아요 . 덕질이라는 것은 함께 해야 즐겁거든요 . 서울에는 ( 공감대가 맞는 ) 사람들 을 많이 모을 수 있지만 , 지방 사람들은 그런 것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공감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객의 소리라는 것을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

박 : 예술이 덕질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요 .

SNS 활동하 는 김지영 입니다.


양 :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일 것 같아요 . 사람들이 예술을 덕질하면 이분들도 예술 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잖아요 . 백 : 사실 뮤지컬 같은 경우는 심지어‘뮤덕 ( 뮤지컬 덕후 )’이라는 말도 있고 , 그만 큼 매니아 층이 되게 큰 영향을 작용해요 . 이 부분은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 무대 공연 예술은 관객이 티켓 수익을 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예요 . 그런데 뮤지 컬 같은 경우는 뮤지컬 매니아 층 , 쉽게 말해 뮤덕들이 뮤지컬 시장을 이루고 있어요 . 하지만 단점도 있어요 . 지금의 대형 상업 뮤지컬만 봐도 공연을 기획 , 제작하는 분들 이 매니아 층들을 위한 공연만 자꾸자꾸 생산해 내는 것 같거든요 . 그런 게 살짝 아쉽 긴 하죠 . 물론 티켓이 팔리고 문화가 활발하게 자라날 수 있는 건 참 좋아요 . 좋은 뮤 지컬들도 많이 제작되었고 . 하지만 약간 한국은 유독 생산되는 대형 상업 뮤지컬들이 다 비슷한 것 같고 , 그 타겟이 소수의 뮤지컬 매니아들을 위한 창작물들이 많이 나와 요 . 그 매니아 층들 말고 타겟층을 좀 넓혀서 다른 일반 관객들도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업물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박 : 최근 뮤지컬 라이온킹을 대구에서 공연하면서 뮤지컬 덕후들 , 뮤덕들이 일반 관 객들의 관람 태도에 대해 불만이 많이 나왔다고 들었어요 . 회전문을 돈다고 하죠 . 뮤 덕들이 한 공연을 여러 번 보면서 지출하는 티켓 수익을 무시할 수 없는데 뮤지컬 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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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9 x 3 cm_

아들과 일반 관객들 , 어느 쪽에 비중을 두어 해결하는 게 옳다고 보시나요 ? 백 : 저는 되게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 일반 관객들도 중요하고 , 매니아 층도 중요하죠 . 그 기준이라는 건 관객들끼리 소통 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 극장 사전 오프닝 멘트로 사진 찍지 마라 , 떠들지 마라 , 음식물 먹지 마라 , 핸드폰 꺼라 , 자리 이동하지 마라 , 공연 중에 나가면 못 들어 온다 . 가이드라인을 그어놨기 때문에 극장 내에서 그 기준만 준수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 해요 . 그리고 라이온킹은 사실 고퀄리티의 아동극이잖아요 . 아이들도 봐야 하는 공연이고 , 비싼 돈을 내고 오는 뮤지컬 덕후들도 중요하지만 , 일반 관객들 , 어린 관객들도 중요해요 . 극장에서 정해주는 가이드라인만 준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 손 : 얼마 전 서울의 대림 미술관에 갔었는데 사람들이 정말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많더라고요 . 근데 대구의 미술관이나 전 시관은 여유롭거든요 . 사람들이 사진 찍고 SNS 에 올리려고 전시에 많이 가는 것 같아요 .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배 유환 작가님과 신준민 작가님께 듣고 싶습니다 . 신 : 그 부분은 애초에 대림 미술관과 디뮤지엄이 SNS 콘텐츠가 활성화되는 시점에 맞춰서 변화를 꾀한 거죠 . 예를 들어 일반 미 술관들은 각자 지역과 작품성을 위주로 미술에 대한 연구와 전시를 한다면 , 대림 쪽은 사립 미술관이기 때문에 추세에 맞춰 변화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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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THIS ISSUE 고 , 대박을 터트린 케이스예요 . 요즘 젊은이들의 포토존 (Photo Zone) 과 같은 트렌드를 잘 이용했죠 . 작품성보다 우리는 시민과 대중들에게 어떠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 눈요기 , 아름다움을 주겠다고 취지가 바뀌었어요 . 그런 미술관도 필요하고 , 대관 공간이 나 지역성이 있는 공간에서 예술성이나 작품성을 보여줄 수 있는 미술관도 필요해요 . 각자의 역할들을 하고 있다고 봐요 . 배 : 대림 미술관에 갔을 때 느꼈던 점은 디스플레이 자체가 대림은 다른 미술관과는 완전 달랐거든요 . 전통적인 방식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문화라는 건 다 같이 즐길 수 있어야 문화거든요 . 미술을 잘 아는 일부만 미술관에 가서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즐길 수 있어야 문화고 미술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대림 쪽에 사람들이 몰렸다는 것 자체가 문화이자 예술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 양 : 저도 생각이 비슷한 게 ,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잘 안 보기 시작하니까 전통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잖아요 . 어찌 보면 현재 는 잘 안 보게 되고 사장된 거죠 . 그 이유가 틀에 자꾸 맞추려고 하다 보니까 예술의 본질을 잊어버려서 전통이 되는 게 아닌가 생 각합니다 . 예술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표현하고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행위인데 전통 예술을 했던 많은 사람은 전통 예 술의 형식에 좀 더 무게를 뒀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이 점점 흥미를 잃고 사장되어 간 것이 아닌가 합니다 . 이 : 클래식도 덕후들이 많아요 . 하지만 그만큼 클래식은 문화 예술적인 부분이 미흡해요 . 콘서트에 오는 사람만 오고 , 그 수가 희소해요 . 사람들에게 홍보할 때도 크게 홍보를 해야 사람들이 많이 오고 , 그리고 사람들이 비상임 , 들어보지 못한 콘서트 이런 곳은 거의 오지 않거든요 . 시립 교향악단 , 어느 교향악단에만 사람들이 많아 오고 다른 단체들은 많이 오지 않기 때문에 대중들과 소통할 기회가 적어요 . 그래서 힘든 점도 많아요 . 저희가 클래식 음악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저희 음악을 보여주고 클래식이 어떤 음악인지 들려주고 소통하고자 하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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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이 듣기에는 어렵게 들릴 수 있잖아요 .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좋 을지 여쭤보고 싶어요 . 이 : 클래식 중에서도 쉬운 음악이 있고 듣기 어려운 음악이 있어요 .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작곡가부터 시작해서 모차르트 , 하이 든 , 현대까지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 고전파 , 낭만파처럼 고전 음악에는 접하기 쉽고 알기 쉬운 메들리가 많아요 . CF 에서도 많 이 사용되니까요 . 현대로 갈수록 음악이 더 복잡해져요 . 반주와 메들리가 완전 따로 놀고 불협화음을 활용해서 음악 ( 음이 조화롭 게 어우러지는 것 ) 이 아니라 기존의 틀을 탈피하고자 시도하고 그러한 음악을 분리된 음악이라고 해요 . 현대 음악은 분리된 음악 이 많아서 사람들이 이해하기가 어렵거든요 . 미래 지향적인 느낌이 현대 음악의 중점이에요 .

신 : 결국은 장르나 표현법이 다를 뿐 각자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지향점은 다들 같지 않을까 합니다 .


백 : 예술이라는 건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본인이 할 수 있는 방법 으로 녹여서 표현하는 것이라 다들 멋있고 존경스럽습니다 . 백 :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 만날 기회가 잘 없어서 궁금한 점이 있어 요 . 공연 예술은 티켓을 팔든 공연 제작으로 수익이 나오든 남는 게 있거 든요 . 미술 하는 분들은 수익을 어떻게 갖는지 궁금했거든요 . 배 : 제가 말씀드리는 부분은 조각가의 생계가 아니고 개인적인 생계임 을 말씀드립니다 . 저는 전업 작가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 평 소에는 선배님들의 어시스던트로 들어가서 일을 도와드리고 용돈 좀 받는 것처럼 일을 해요 . 작품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말은 제가 지금 27 살 ( 좌담회 당시 기준 ) 인데 제 나이에는 거의 없지 않나 해요 . 제가 2 년 간 하면서 작품으로만 돈을 벌었다 하는 돈은 전시하면서 받은 페이 정 도 . 작품 재료비가 30 만 원 들었는데 작품을 팔아서 번 수익이 30 만 원일 때도 있었다 .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서 재료비로 쓰고 , 또다시 재료비를 만들고 그 돈으로 작품을 하는 식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

신 : 그림이 안 팔리니까 그림만 그려서는 못 먹고 산다 , 본인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다른 곳에서 일을 해와야 표 현하고 싶은 것을 흔들리지 않고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을 해요 . 그림만 그려서는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부분 , 그림이 수요에 따라 바뀔 수 있어요 . 그런데 대중적인 코드로 그림을 그리는 게 맞는 친구들도 있어서 그렇 게 그리는 친구들은 또 생계를 유지할 수 있죠 . 하지만 대중과 반대의 부류인 친구들은 본인 작업이 아닌 다른 일을 하라고 말을 해 있는 것 같아요 . 본인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서 먹고 살고 전업 작가로 살 수 있는 사람은 1% 밖에 없는 것 같아요 . 또래 중에 서도 100 명 중에 두세 명 정도 될지 모르겠네요 . 그리고 작품을 계속 팔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에요 . 미술품 구매 자체가 일반 시민 들에게는 아직 문화가 생성되지 않은 것 같아요 . 외국 같은 경우는 1 가구 1 그림 정도로 미술품 구매가 문화로 형성이 되어 있는데 한국은 아직 미술품 구매가 부담스러운 영역인 것 같아요 . 시장 구조도 마찬가지고요 . 이러한 벽을 허물려면 시간이 좀 지나야겠 죠 . 그렇지만 젊은 세대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SNS 를 활용한 소통의 발달로 인해서 시장도 조금 열리지 않을까 희망을 품고 있 습니다 . 요즘은 팬시나 마켓도 많이 열리고 있고 그런 걸 좋아하는 여자 작가들은 자기 작품을 굿즈화 시켜서 판매 , 소통하고 있기 도 해요 . 본인이 관심만 있다면 재밌게 돈도 벌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은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

백 : 공연 예술은 관객을 모시고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라서 어떻게 하면 관객이 공연을 재밌게 볼 수 있을까 하는 원초적인 고민을 계속해요 . 요즘 관객들은 매체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거든요 . 그래서 영상을 어떻게 연극에 데려올지 , 연극의 막 , 세트 전환을 어 떻게 하면 빨리할 수 있을지 고민해요 . 이런 종류의 고민은 몇 해 전부터 많은 연출가가 고민하고 실험하고 있어요 . 손 : 요즘 TMI(Too Much Information) 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처럼 요즘은 Too Much Technology 라고 생각하거든요 . 얼마 전에‘공산살찌니’라는 연극을 봤는데 기술이 너무 많이 들어온 게 아닌가 합니다 . 백 : 맞아요 . 장르의 본질적인 재미가 있을 텐데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극장에 안 들어올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 다만 고민해야 하는 건 그러한 기술을 이질감이 들지 않게 융화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이 : 클래식은 연주자보단 작곡가가 그러한 고민을 하죠 . 클래식과 국악의 콜라보 (collaboration, 협업 ) 처럼 다양한 장르의 콜라 보를 하면서 음악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돼요 . 창작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 그런데 클래식은 오히려 창작과 접목하면 어려워지 고 그러면 사람들은 음악을 떠나요 . 그래서 오히려 더 클래식한 음악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어요 . 배 : 미술은 장르의 구분을 짓지는 않는 것 같아요 . 어떤 재료를 써도 상관없어서 한계가 없는 것 같아요 . 기술이 들어와서 안 좋 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 그렇지만 가만히 있는 게 더 보기 좋은데 억지로 기술을 사용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 신 : 클래식과 같은 이야기인데 새로운 기술이 어떤 것과 융합되고 복합되면서 새로운 것이 많이 나올 텐데 한 번씩 다 체험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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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 저 같은 경우는 작년까지 백화점에서 서비스업으로 주말에는 일하고 평일에는 작업했어요 . 다들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할 수


가 결국에는 어떤 장르의 클래식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 왠지 그럴 것 같아요 .

손 : 프랑스 같은 경우는 예술가에게 해주는 지원 정책이 되게 많다고 들었어요 . 집도 주고 그 자식도 예술을 하면 그 집을 그대 로 물려주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 이런 것처럼 바라는 게 있다면 ? 신 : 그래도 대구문화재단이나 서울 예술인복지재단 같은 곳에서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 사업들이 한창 생겨나고 개선되고 있는 지점에 있어서 아직 경험하고 있다 보니까 좀 더 해봐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래도 계속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오고 있기는 해 요. 백 : 대구문화재단에서 하는 지원 사업도 제가 하는 작품을 도와주는 개념이지 그 지원금만 가지고 공연을 만들고 할 수는 없고 , 그 돈으로 수익 활동을 하는 사업들이 아니에요 . 지금 하는 사업을 잘 활용해서 제가 하는 작업에 어떻게 보탬이 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 이 : 바라는 점은 대구의 음악 시장이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 제가 느끼기에 계속 제자리걸음이라서요 . 독일로 관점을 보면 작은 시골마다 예술의 전당이 하나씩 다 있어요 . 공연장마다 유명한 오케스트라가 다 있어요 . 그래서 사람들이 음악을 많이 접할 수 있죠 . 한국은 서울 , 대구 , 부산 이렇게 큰 도시 밖에 없어요 . 그러니까 작은 도시는 사람들이 음악을 접할 수가 없죠 . 그러니 까 더욱 발전이 없는 것 같아요 . 그러면 한국 음악 시장이 발전하고 사람들이 음악을 많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배 : 조그만 의견을 내자면 지원금을 주는 사업은 일회성이고 지속성이 매우 떨어지면서 우리의 생존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 일회성으로 그치는 사업이나 정책보다도 어떤 식으로든 일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일하고 정당하게 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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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 지금까지도 그랬고 , 어떤 고난과 역경이 몰아칠수록 이것을 견뎌내면 더 강해진다는 신념으로 버텨왔어요 . 자기가 하고 싶 은 예술을 위해서 변치 않고 씩씩하고 용기를 잃지 않고 저를 믿으면서 굳건히 가고자 해요 . 제 예술을 제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 어주겠냐는 생각을 끝까지 가져가는 게 신년의 소망입니다 . 백 : 신년에는 일을 줄이더라도 혼자서 남마 쪽으로 해외여행을 꼭 가보고 싶어요 . 하는 것만 하면 안 바뀔 것 같아요 . 안 해본 것들을 해보면서 신년에는 내가 좀 바뀌어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이 : 지휘자 선생님께서 음악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고 말씀해주셨어요 . 그 말씀에 감동을 많이 받았거든 요 . 음악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어요 . 제가 음 악을 하는 것에 있어서 후회는 없어요 . 신년에는 자신 을 많이 알리고 연주도 많이 하면서 사람들에게 음악을 많이 들려주고 싶어요 . 유튜브 쪽으로도 생각하고 있어 요. 배 : 작업 활동은 제 장사고 제 일이죠 . 제가 잘하는 것 같아서 이 작업을 계속하는 거예요 . 쓸모없다는 이야기 를 하도 많이 들어서 사회적으로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자 하는 일입니다 . 사는 대로 살아보고 그래도 쓸모없다 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쓸모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어요 . 예술적인 대의가 있지는 않습니다 . 새해에는 재료비 계 산 실수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 리


미술관 옆 오페라

움직이는 미술관 오페라‘라

트라비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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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최현묵) 기획으로 2018년 12월에 움직이는 미술관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1~5실에 서 개최되었다.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미술관 미술작품이 오페라의 무대가 되고 관객들은 오페라가수를 가까이서 마주하고 숨소리마저 들 리는 거리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오페라가 종합예술이라하지만, 특히나 이 공연은 미술작품, 오페라의 콜라보라는 점, 그리고 무대가 오페라극장이 아닌 미술관이었던 점이 남달랐던 것 같다. 대구가 ‘오페라 타운’으로 ‘창의음악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이런 ‘창의’적인 콜라보들이 많이 시도되길 기대한다.


INTERVIEW 사각인터뷰

김종언의 눈내리는 마을 ,

우리 마음에도 눈이 내리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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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김 종 언


봉산 문화

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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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봉화인데 학교에 다니기 위해 대구에 왔 고 서양학과를 전공했고 그 후로 35년 정도를 대구 에서 활동했다. 그림은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그렸 다. 그때부터 미술 공부를 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냥 막 그렸다. 봉화는 시골이라서 학원이 없었고 학 교에서 특별한 과정이 있진 않았다. 주변에서 잘한 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서 계속하게 된 것이다. 그림 그릴 여건이 안 좋았다. 미술 선생님이나 선배가 없 어서 스스로 해내야 했다. 대학교 와서 거의 제대로 미술을 배울 수 있었다. 미술 대학 시절에 학생들 의 우상이었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저 상복이 좋았 다. 그 당시엔 공모전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았고 등단하는 과정이었다. 선배들, 후배들 모두 참여를 많이 했던 때였다. 시에서 하는 전시회(시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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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대상 받은 건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그리지만, 굳이 따지자면 내 고집대로 했으니까 나를 위해 그리는 부분이 더 컸다. 내 생각을 남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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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동네 사람들과 나의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한다. 사람도 그리긴 했었는데 사람을 직접적으로 그리면 이야기의 폭이 좁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상상할 수 있는 여운을 남기고 다른 이야기도 하고 싶었는데 사람이 들어가면 너무 직설적인 느낌이 들고 정서적 으로 한쪽으로 치우쳐 보였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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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관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소외된 계층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좋았다. 그림을 가라앉은 분위기로 그려서 그런지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나는 눈 내리는 풍경 속 사람들이 내일도 웃으면서 나올 것만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렸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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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눈이 내리면 엄청 바쁘고 한번 나가면 굉장히 힘이 든다. 눈이 그칠 때까지 쉴 수 없다. 밤새도록 찍고 며칠 동안 눈을 따 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이동하고 하다 보면 추운 날씨 때문에 힘든 적도 있다. 첫째 날에는 재밌고 둘째 날부터는 힘이 든다. 힘들 때와 편할 때 생각이 다르다. 또한, 추울 때와 안 추울 때 생각이 다르다. 이것이 사진, 그림에 반영이 된다. 또한, 사진 찍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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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소통하는 점이 어렵다. 어색하다. 새벽에 골목을 다니다가 다른 사람들이랑 부딪히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부분들이 작품 에 드러나 있으니 작품을 볼 때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작품의 장소는 대부분 광주, 목포다. 눈을 따라서 가다 보니 광주, 목포로 가게 되었다. 낯선 곳은 어색하다. 갔던 곳을 가는 것이 마음이 편하고 좋다. 더불어 숙소는 자차이며 김밥과 라면을 먹으면서 사 진을 찍으러 다닌다.

음악은 잡식이지만 그중에서도 블루스 음악을 즐겨 듣는다. 처음에는 재즈 적응하는 게 어려웠다. 재즈에 빠지는 사람들을 이해 하지 못했다. 근데 어느 날부터 블루스 재즈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블루스 재즈를 듣다가 다른 노래를 들으면 무언가 하나가 빠 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악은 작품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현장에서 얻는다. 현장에서는 그림에 대한 생각보다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사물 그리고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과거와 미래의 시간, 사람들의 움직임 같은 것들 말이다. 영감은 무조건 현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길게 보고 간다. 죽을 때까지 이 모든 것은 과정이다. 정지된 것이 아니라 계속 흐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담은 그림은 정말 사람 자체라고 본다. 거짓말하지 않고 진솔하니까. 큰 틀에서 바뀌는 건 없지만 틀을 이루는 작은 것에 관한 생각을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꿔가면서 그림을 그린다. 구체적인 계획으로는 내년에 문화예술회관에서 10월 전시회가 열린다. 특별히 하 고 싶은 말은 내 그림을 볼 때 현장을 상상하면서 봐줬으면 좋겠다. 이 상황에서 느껴지는 기분, 지나가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대화, 그런 것들 말이다. 인터뷰 손현민 객원기자 사진 손현민 작품사진 제공 작가 김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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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 특별기고

미술인도 새해에 돼지꿈을 꾼다. special COULMN

오래 전에는 이렇게 했다. 우리의 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사계절 중 겨울을 마무리 할 즈음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카드와 연화장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학창 시절 이맘때면 칫솔에 흰 물감을 묻혀 뿌려서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카드와‘근하신년’,‘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지난해 보살펴 주신 후의에 감사드립니다’. 문구를 적어 예쁜 봉투에 정성껏 담아 빨강 우체통에 넣고 감사의 마음으로 희망찬 새해맞이를 준비 하였다. 새해를 앞두고 얼마나 아름다운 소통이었는가, 지금은 미디어 전달 매체로 사라진 추억이지만 이것 또한 미술에 입문한 학생으로 상업 상품에 의존하지 않고 나만의 예술로 정성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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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전달한 것이다. 대학시절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선생님, 선후배 미술인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덕담을 주고받았고, 허름한 포장마 차에서 개인의 창작열과 미술이야기로 제각기 다른 생각을 제시하며 막걸리 잔을 부딪치다 취기가 올라 서로의 불편부당한 논쟁의 자리로 특정기관, 특정인들을 안주 삼아 언성을 높였고, 하물며 몸을 날려 싸움질로 번지기가 허다하였다. 작업실 바닥 찬 기운에 다음 날을 맞이하면 전날 자리의 행동에 서로 반성하며 제 빠른 솔직 담백한 사과로 서로를 토닥거리며 소 통한 시절 또한 있었다. 미술인이란 분명 일반인들의 삶과 다른 진로일 것이다. 내가 좋아 천직으로 알고 시작한 예술이기에 정신적 가치에 의한 문화적 풍요로움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한시대의 뛰어난 예술인으로 기록되길 바랄 것이다. 미술인들도 개개인의 노력에 의한 결과에 따라 직위의 높고 낮음은 있을 수 있어도 개인 이 가진 정신세계는 서로의 존중과 배려의 마음으로 힘든 현실을 아름답게 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하지 않는가, 미술인은 과학에 의한 문명의 발달을 스스로 받아들이며 체험하고 적응하면서 시대에 걸 맞는 개인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 다.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이다. 미술인들은 현실경제 체감과는 관계없이 매번 어렵고 힘들다고 했다. 나이를 불문하고 경제적 으로 안정된 작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림이 잘 팔리지 않는다, 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종이 한 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다. 슬픈 일은 같이하고 좋은 일은 나눠 가지라 했다. 2018년 대구미술계에는 반갑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 미술인들의 걱정과 염려를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지 못할 시간을 뒤로하고 새로운 태양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해 두해의 일들이 아니다. 한국미술의 중심이 대구미술이라 자부하며 우리들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고 가식과 거짓으로 포장되 어 지자체별로 진행되는 미술 행정과 협력은 물론 세계적 현실미술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크게 보면 대구미술계에는 중심이 없었다. 미술인 원로들이 참신한 깨우침을 주지 못했다. 발전적 비전을 제시하는 미술단체가 없다.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과 배려가 없고 서로를 존중할 줄 모른다. 인물을 키우지 않는다. 새로움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는다.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프다. 이러한 사고와 인식 은 지금 대구미술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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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칼럼을 보았다. 대구미술계는‘가려진 진실’에는 관심 없고 내가 하면 최고고 남이하면 헐뜯고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본다, 끼리끼리 모여 동료들 을 헐뜯는데 여념이 없다. 정의의 사도인양 다른 사람을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은 의심받을 행동을 하는 이들이 꽤 있다. 사정이 이 렇다보니 대구미술계에는‘인물이 없다’. 아니, 인물을 키우지 않는다.“그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고 고개를 흔든다. 또 다른 작가는“누군가 조금 잘 나간다 싶으면 발목을 잡고 확 끌어 내린다”고 했다. 숨어서 비판하고 말로만 끝나면 아무 일도 고쳐지지 않는다. 정당한 비판은 정확하고 솔직함으로 공론화 될 때 긍정적으로 실천, 개선 할 수 있다. 거짓을 사실로 포장하고 스스로의 잘못을 인 정하지 않는 자세는 결코 지금 대구미술계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예술은 모방이 아니라 훔치는 것이라 했다‘. 지난 세대 선배 미술가가 찾아먹고 버린 내용물에서 후세 대인 지금의 작가들이 새로움을 찾고 있듯이 대구미술계는 예전의 울타리에 갇힌 행정이 아닌 새로운 울타리 안 창의성을 담아야 한다. 언제나 답은 우리 외부에 있지 않고 자신 안에 있는 것이다. 대구미술의 숨겨진 힘을 내가 아닌 우리가 찾아 한국미술의 중심, 최고인 대구미술로 자리잡자. 2019년 기해년(己亥年)은 하늘을 뜻하는 천간과 땅을 뜻하는 지지를 무려 60년 만에 돌아온‘황금돼지’의 해다. 돼지는 탐욕과 게으름을 상징하는 동시에 복을 부르는 존재로도 알려져 있다. 지금도 고사상에는 돼지머리가 빠지지 않으며 돼지 꿈을‘길몽’으로 여겨지며 복을 주는 선물로 금빛 돼지 모형을 선물한다. 새로움을 추구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선물하며 미술인으로써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새해에는 반짝 반짝 빛나는 황금 돼지를 받아보자, 돼지꿈을 꾸고‘길몽’으로 여기며 한번쯤은 복권을 싸서 부자가 되는 무지개 빛을 가졌을 것이다. 대구미술을 울타리로 삼아 살고하고 있는 대구 미술인 모두가 꿈이 아닌 현실 속 주인공이 되기를 바래보며 대구미술계의 중심축 이 새로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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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 음악이야기

클래식 쉽게 읽기 1.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이유 SERIAL COULMN

음악 교과서에서 흔히‘음악의 아버지’라 소개하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는 서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 바흐 가문은 200 년간 50 명이 넘는 음악가를 탄생시킨 유럽 최대의 명문 음악가계였는데 , 그 중에서도 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오늘날 우리 곁에 가장 유명하게 남게 되었는 지 그의 작품과 일화를 통하여 만나보도록 하자 . 평균율 ? 음정을 똑같이 나눈다고 ?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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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많은 작품 중 건반악기 역사에 가장 큰 획을 그은 것은 < 평균율 곡집 > 일 것이다 . 이 곡은 바흐가 연습과 여가의 즐거움을 위하여 작곡 을 하였다고 전해지는데 비해 듣는 사람에게는 지루함을 , 연주하는 사람 에게는 어려움을 선사하며‘즐거움’을 느끼기엔 다소 힘든 면이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건반 음악의 구약성서’로 일컬어지며 음악 역사상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 우선 제목을 통하여 특징을 살펴보자 .‘평균율’이라는 단어의 뜻 은‘균등한 비율로 나누어져 있다’이며 , 평균율의 영문 표기는 WellTempered 인데 이 역시‘잘 조절 된’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 그렇다면 평균율이 사용되기 이전 시대의 음악은 잘 조율되어 있지 않은 , 다른 비 율로 나누어져 있는 음정을 사용했다는 것일까 ? 놀랍게도 우리가 오늘 날 당연하게 듣는‘도레미파솔라시’7 음계의 음정은 바흐가 살던 시대 에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 그 전에는‘순정율’이라 불리는 음정을 사용 하였는데 , 이는 피타고라스가 정리한 것으로 음과 음 사이를 균등하게 나누는 대신 각각의 다른 비율로 음정을 나눈 것이다 . 이러한 방법은 매 우 복잡하고 불편하였기에 실용적인 노선으로 점차 평균율이 대두되었고 이를 바흐가 잘 정리하여 조성별로 작곡한 곡이 바로 < 평균율곡집 > 인 것이다 . 평균율 곡집은 모두 2 권으로 , 각 권은 24 개의 각기 다른 조성의 전주 곡과 푸가로 이루어져있다 . 그 중 가장 유명한 곡은 제 1 권의 첫 번째 전주곡으로 후에 프랑스의 작곡가 샤를 구노 (Charles Gounod, 18181893) 가 이 곡에 가락을 붙인 < 아베 마리아 > 또한 매우 잘 알려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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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의 잠 못 이루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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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는 몇 번의 이사를 거쳐 1723 년부터 죽을 때 까지 라이프치히 ( 독일 동부 작센 주 ( 州 ) 의 도시 ) 에서 일생을 보냈다 . 이 시기에 작곡한 곡 중 < 골드베르크 변주곡 > 은 재미있는 일화를 가지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 라이프치히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도시 드레스덴에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링크 백작이 러시아 대사로 있을 무렵이었다 . 그는 바흐가 궁정 음악가가 되도록 힘을 써준 인물인데 고질적인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 백작이 업무 차 라이프치히에 머물 때 불면증이 너무 심하여 클라비어 ( 피아노의 전신 )1 연주자 고트리프 골드베르크에게 잠을 잘 수 있게 매일 밤 연주를 청하였는데 , 이 때 바흐에게 수면용 연주곡의 작곡을 의뢰한 것이 바로 이 < 골드베르크 변주곡 > 이 다 . 연주시간만 50 분이나 되는 장대한 길이와 수면용으로 듣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곡이므로 위의 이야기는 실제 역사보다는 야사로 전해지는 이야기지만 결국 이 곡의 제목이 골드베르크로 명명됨에 따라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바흐와 함께 이 곡을 의뢰 한 백작보다는 연주자였던 골드베르크를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 위에서 언급한 두 곡 뿐만 아니라 바흐는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 평균율과 같이 다소 수학적 이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그의 음악 법칙과 더불어 자신의 은인을 위하여 흔쾌히 작곡을 맡은 골 드베르크 변주곡에서 나타나는 바흐의 또 다른 인간적인 면모를 찾아본다면 어렵게만 생각되던 그의 음악에 좀 더 친밀히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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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 음악이야기

티켓파워를 가진 다는 것. 후편

부제 공연팀의 홍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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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배너 홍보효과에 대한 단적인 예가 있다. 티켓을 사서 공연을 보는 사람들 10의 7은 가로등 배너 걸린 공연 중에서 공연을 골라 본다는 것이다. 사실 가로등 배너를 걸어 홍보를 해야 할 만큼의 공연이란 것은 그 시기 가장 핫한 공연이란 뜻이다. 하지만 개인이 주최하는 공연에 가로등 배너로 홍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거의가 대형극장들과 공연기획사들의 공연이 그 자리를 차 지하게 된다. 돈을 들여 홍보하는 방법은 이 정도로 이야기하겠다. 돈이 있다면 뭔들 일테니. 그럼 이 글의 제목처럼 티켓 파워를 가진다는 것에 대답은 뭘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살아남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가 다음 질문이 될 것이고 이전 글이 바로 답이 된다. 방향을 달리해서 설명해 보자면, 공연팀을 만들어 처음 공연을 가면 팀 페이가 아닌 사람당 얼마라는 페이를 받게 된다. 예를 들 면 비아트리오가 4명이면 한명 당 10만원, 4명이면 40만원이다. 대표나 매니저가 함께 가서 5명이어도 그건 페이 책정에 포함되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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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 섭외하는 쪽에서도 비아트리오가 필요 한 것이 아니라 현악4인조, 퓨전국악이 필요한 것이다. 이후에 열심 히 활동을 하다보면 팀의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게 된다. 그럼 팀을 섭외하는 기획사에서 비아트리오가 필요해서 부르게 된다. 그때 부터 팀페이를 받게 된다. 당연히 이전 페이보다 많이 받는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부턴 팀페이를 높이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 다. 방법은 첫 번째‘기획공연을 자주, 많이 해야 한다.’앞에서 설명한 마케팅은 모두 기획공연 할 때 의 방법들이다. 부연 설명을 하 자면 공연은 크게 기획공연과 행사로 나뉜다. 기획공연은 우리팀의 정체성과 역량을 보여주는 쇼케이스 같은 공연이다. 공연의 처 음부터 끝까지 우리팀이 다 책임지는 공연이다. 행사는 섭외 받아가서 페이 받고 하는 공연 모두를 지칭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 간과 무대만 책임지면 된다. 기획공연과 행사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기획공연을 많이 하면 행사도 늘어난다. 기획공연 을 하지 않으면 행사도 줄어든다. 두 번째‘음반을 제작해야 한다.’싱글이든, EP든, 앨범이든 음반 형태로 내는 것이 중요 하다. 지금 시대는 음반은 파는 용도라기보다 는 팀을 증명하고 홍보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 다. 물론 판매도 할 수 있다. 거의가 공연에서 의 현장판매이지만 음반제작비를 어느 정도는 보전 할 수 있다. 음반을 내는 과정모두가 팀 에겐 공부가 되고 음반이 나온 후에는 가장 강 력한 팀의 홍보 수단이 된다. 음반을 만들기 위해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게 된다. 팀 편성에 맞게 편곡을 하게 된다. 녹음을 위해 연습하게 된다. 녹음이 끝나고 믹싱, 마스터, 앨범자켓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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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앨범자켓디자인. 유통사 선정등의 전 과정 속에서 팀은 배우고 결속되고 성장하게 된다. 세 번째‘행사도 기획공연처럼 해야 한다.’기획공연 보다 행사를 하는 기회가 훨씬 많다. 그렇게 행사에서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행사는 주최 측의 사정으로 무대, 음향, 조명등이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관객은 그 한 번의 행사공연을 통해 우리팀을 판단 할 수도 있다. 어렵지만 그 속에서도 좋은 공연을 보여주려는 팀 내에서의 노력을 해야 한 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예를 들면 행사를 가기 전 행사의 성격을 알고 거기에 맞는 곡을 선곡한다. 정말 많은 경우 무대에 올라서 도 이 행사의 제목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행사의 맞는 적절한 곡의 선정과 성의 있는 멘트로 관객을 단숨에 우리공연에 주목하 게 만들 수 있고 심지어 팬으로 만들 수 있다. 최소한 행사기획자이자 섭외한 담당자에겐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개인 마이크 를 소지 한다. 많은 팀들이 이미 하고 있다. 음향을 위한 노력 중에선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노력이다. 많은 공연을 통해 축적된 팀의 테크니컬 라이더를 만들어 놓고 행사팀에게 미리 전달해 놔야 한다. 이전 글과 지금의 글은 공통적으로 연주팀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대한 필자의 경험을 통한 실제적 방법론이다. 티켓파워는 유 명세를 말한다.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관객들에게 노출이 많이 되어야 하고 노출이 된다는 것은 공연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은 당연히 잘해야 한다. 그리고 이 일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장담한다. 이 두 번의 연재된 글이 여러분들의 팀을 위한 최 선은 아니어도 좋은 가이드는 될 것이다.


Column : 한국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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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로 미래를 말한다 SERIAL COULMN

흰 것은 종이, 검은 것은 먹이다. 물론 검은 것은 글자이다. 이러한 흰색(누런색)과 검은색의 먹은 너무도 단순한 재료이면서도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화려한 색깔이 난무 하는 이 시대에 다른 재료들도 많은데 왜 유독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사용되어 지고 있는 것일까? 사람은 태어나면서 글자를 익히고 도리에 대해서 배우는데 그 중 하나가 천자문이다. 제일 먼저 나오는 구(句)가 천지현황(天地玄 黃)‘하늘천 따지 가물현 누를황’이다.‘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로 해석되는데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다. 해석은 현(玄)을‘검 다’로 하지만‘가물 현’으로 읽는다.‘검다’의 뜻도 있지만‘가물가물’하고‘심오하고’,‘아득하고’,‘멀다’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현(玄)색이 바로 먹색이다.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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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玄)’의 또 다른 의미는, 검다, 검붉다, 오묘하다(奧妙), 심오하다(深奧), 신묘하다(神妙), 깊다, 고요하다, 멀다, 아득하다, 아 찔하다, 얼떨떨하다, 짙다, 크다, 통달하다(通達), 매달리다, 걸리다, 빛나다, 하늘, 검은빛, 도교(道敎), 부처의 가르침, 북쪽, 음력 9월, 태고(太古)의 혼돈(混沌ㆍ渾沌)한 때, 현손(玄孫), 손자(孫子) 등 무수히 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 모든 색채가 모이고 모이면 먹색의 현(玄)색이 된다. 그래서 현(玄)색을 만색(萬色)의 모색(母色)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은 하 늘이 되고 누런 종이는 땅이 된다.이러한 글자를 쓰는 것이 서예이다. 한글에서‘•’은 하늘을 상징하고,‘ㅡ’은 땅을 상징하며, ‘ㅣ’은 사람을 상징하여 천지인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글씨의 표현도 이와 같다. 하늘과 땅의 대자연에 글자를 쓰는 것이다. 이 서예(書藝)라는 용어는 한국에서 사용하는 말이며 해방이후부터 사용 되었으며, 중 국의 서법(書法) 일본의 서도(書道)라는 말과는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천지인으로 이루어진 이러한 서예는 하늘과 땅, 사람을 기준으로 하여 여기에 음양오행과 사람이 살면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오륜을 넣어 표현하였다. 물, 불, 흙, 쇠, 나무의 기운이 글자에 나타나야 하며, 물은 아래로 흐르는 글자의 획이며, 불은 위로 치켜 올라가는 불의 기운으로 글자를 써야한다. 꺾이는 획은 쇠의 기운으로 강하고 굳세게 해야 하는 것이며, 세로획은 나무가 위로 자 라고 아래로 뿌리를 내리듯 하늘과 땅을 뚫을 기세로 내리 그어야 한다. 사람에게는 지켜야 할 도가 있는데,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입고, 편안히 살면서 배움이 없으면 짐승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래 서 인륜을 가르쳤으니,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이 다. 이러한 배움을 글씨에도 넣어야 하며, 글씨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부자(父子)는 친함이 있어야 하듯 글씨의 획들은 서로 어울려 친근해야하며, 군신(君臣)은 의리가 있어야 하듯 획들은 서로 상하의 서열이 있어야 된다. 부부(夫婦)의 분 별이 있어야 하듯 글씨의 획들은 음양이 있어 부부의 역 할이 있듯 획의 다름을 비유한다. 장유(長幼)는 서열이 있 어야 하듯 획의 어리고 어른스러움이 나타나야 한다. 붕우(朋友)는 신의가 있어야 하는데, 획들은 서로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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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지켜주는 겸손의 신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하늘과 땅과 사람의 도가 글씨에 표현되어야 하는 것이 서예이다. 그래서 글씨를 두고 서여기인(書如其人)‘글씨는 곧 그 사람이다.’라 고 말하는 것이다. 천지인의 도리와 인과 덕을 키우며, 먹을 갈다보면, 내가 먹을 가는 것이 아닌 나중에는 먹이 사람을 가는 것이다. 나를 갈아 스스로를 낮 추는 것이며, 이러한 낮춤은 겸손이며 곧 하늘의 성품이다. 겸손은 몸 과 마음의 낮춤이며, 직선이 아닌 곡선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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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서체 중에서 곡선의 대표적인 것으로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은 주술성과 신성함을 가지고 있는 전서체로 볼 수 있다. 곡선에 대한 것으로 노자는 곡즉전(曲則全)이라고 했으며, 구부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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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하다는 말이다. 즉 완성이며, 또한 장생불사를 의미하는 것이다. 곡선 은 베풂, 겸손, 자기 낮춤이며, 곧 하늘이다. 굽은 나무는 베이지 않고 오 래가므로 사람 또한 겸을 갖추고 인(仁)과 덕(德)을 베풂으로 오랫동안 수 (壽)하고 복(福)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인자(仁者)는 반드시 수(壽)한다.’는 것과‘대덕(大德)은 반드시 수하게 된다.’는 것으로, 서법(書法)은 마음[心]이며, 글씨의 획에서‘마음이 바 르면 글씨도 바르다.’는 것이다. 마음 하나 보존하면 만사를 다스리게 되 고, 마음을 삼가고 경외하면 영원히 수(壽)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완성과 기운생동의 영원성은 서예 한일자의 획에서도 나타난다. 획을 그을 때 시작하는 부분의 기필과 중간의 행필 마지막 거두는 부분의 수필이 그것이다. 획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삼절(三節)을 하는데 한일 하나의 획 안에 세 개의 마디가 있으며, 이는 과거, 현재, 미래이며, 과거는 부모이고 현재는 음양의 완성체인 부부이며, 미래는 자손이다. 이러한 3이라는 배분으로 한일자의 영원성과 완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문자를 통한 기운생동과 천지인의 일필휘지로 생명력을 중시하는 서예는 전통적인 근원의 뿌리를 묵시적으로 나타낸다. 먹을 갈고 자신을 갈아 인과 덕을 갖춘 글씨로 하늘을 닮은 넓은 마음으로 된 서예작품은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전통이자 미래의 희망이다.


Column : 미술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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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2019년 첫 번째 사각을 읽을 때 즈음, 아마 나는 휴가차 일본 북해도의 오타루에서 눈길을 걷고 있지 싶다. 손에 따뜻한 커피도 한 잔 들려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 단순히 눈이 펑펑 내리 는게 보고 싶어 영화‘러브레터’의 촬영지인 오타루로 떠나는 것 은 이번이 두 번째. 첫 번째가 지난해 1월이었으니 딱 1년 만이 다. 그동안 일곱 번의 전시를 준비했고, 두 번의 아트페어에 참가 했다. 내게 그만큼의 경험치가 눈처럼 차곡차곡 쌓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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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분도 갤러리를 떠나 다른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도전했 던 시간이 있었다. 영업사원이 되어 새벽부터 공사 현장을 쫓아 다니기도 하고,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잡아보려 안간힘을 쓰기 도 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겐 돈 버는 재주는 그다지 없었 기에 결국 실적을 채우지 못해 제 발로 나오고 말았다. 다음으로 했던 카페 매니저 일 역시 오래가지는 못했다. 우연한 계기로 대 구 수창맨션에서 협력 큐레이터로 일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지금 이 모습이 가장 나답게 일할 수 있구나 깨달았고, 계약 기간이 종 료되었을 때 나는 북해도로 떠났다. 소리 없이 눈이 쌓이는 곳에 서 어느 정도 생각정리를 하고 돌아오자 다시 갤러리에서 나를 불 러 주었다. 분명 하고 있는 일은 갤러리를 떠나기 전과 다르지 않 았지만, 거기에 몰입하는 정도가 다름을 스스로도 분명히 느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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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어 꽤 뿌듯해했던 것 같다. 임하는 자세가 달라서였을까. 준비하는 전시마다 작가와 큐레이터와 컬렉터의 관계, 그리고 관람객과 작품사이의 이야기가 여 사로 보이지 않았고, 이전보다 깊이 들여다보려 했었던 것 같다. 물론 어떤 해답을 찾은 건 아니고. 여전히 나는 갈 길이 구만리 인 뽀시레기임은 틀림없다. 다만 큐레이터의 형태가 하나로만 규정되지 않은 만큼 더욱 집요하게 나의 파악하고 그에 발맞춰 준 비해나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졌고, 매번 제로베이스에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점이 마치 영업사원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이 일이 즐겁다는 것. 즐거운 일을 찾은 것만으로도 우선은 감사히 여기고 싶었다. 다시 갤러리의 큐레이터가 되어 일 년이 지났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전시는 이지영 작가의‘풍경의 자리space of scenery’. 차분하고 부드러운 사진 작업은 때론 서늘하고, 때로는 따뜻한 색감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가 흘려보낸 풍경들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아온 작가는 특유의 매트한 색감과 구도를 통해 전시장에 걸린 풍경의 조각들을 한 폭의 회화처럼 느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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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감각을 선사했다. 그런데 문득 전시 기간 내에 이런 체험을 과연 몇 명이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간 수차례 전시를 맞이하고 보내면서 항상 마음에 걸리는 것 하나가 바로 이점이었다. 각양각색의 작가들이 저마다의 이야 기를 한 보따리씩 풀어내는 갤러리의 전시는 어떤 면에서 미술관의 전시보다 자유롭고 개성 넘친다. 하지만 이 빛나는 이야기들 을 들어줄 관람객의 방문이 소원한 것이 언제나 아쉽다. 우리들끼리 신나고 끝나는 것 같다고 할까. 좀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하 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날은 오프닝 파티를 제외하면 가뭄에 콩 나듯 하니, 맥이 빠질 수밖에. 열심히 전시를 열어놓은들 보고 듣 고 반응해주는 이가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단지 홍보가 잘 안됐다 보단 갤러리라는 공간에 어려 움을 느끼는 관람객이 여전히 많고, 현대미술에 대한 저항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증사진 위주이긴 해도 이전 보다는 SNS의 파급력으로 여타 갤러리와 예술 공간의 인지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이런 1차원적인 현대미술 소비보다 전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을 통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영역과 감각에 반응하는 관람객의 모습이 대부분 큐레이터와 작가들이 바라는 일이지 않을까. 작품을 판매하여 수익을 내는 갤러리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말이 다. 지난 9월 사진비엔날레와 함께 열렸던 구본창 작가의 사진전은 이례적으로 대단히 많은 관람객 수를 동원했었다. 구본창이라 는 유명작가가 가지는 티켓파워가 엄청났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지역에서 열리는 예술행사나 타 갤러리, 혹은 미술관 전시와의 연계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어 보인다. 맞닥뜨려야 할 문제를 조금 돌아서왔기 때문에 약간의 조바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대학을 갓 졸업하고 뛰어들었 을 때보다는 아주 조금은 레벨 업을 했을테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가만 돌이켜보면 굉장한 한 해였다. 독일에서 온 두 여성 작가 케어스틴 세츠와 베티나 바이스의 전시를 시작으로 김호득, 이지현, 리차드 요쿰, 카코포니, 구본창 그리고 가장 최근에 함 께한 이지영 작가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이 쉽게 만날 수 없는 대단한 작가였고, 함께 전시를 만드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으니까. 이 모든 전시가 가능했던 갤러리 분도에 새삼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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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 미술과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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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겨울이 되었고 한 해가 저물어간다 . 한파가 들이닥치고 지역 곳곳에서는 새하얀 눈이 내리기도 했다 . 내가 있는 서울 에서도 엄청난 추위와 함께 첫눈이 내렸었는데 , 일정에 치이다 밖으로 나갔을 때는 첫눈에 대한 낭만적 감상은 느낄새도 없이 새하얀 눈밭은 온데간데없고 회색 구정물로 물들고 있었다 . 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외진 주택가에 위치해 있는 덕에 귀갓길에나마 하얗고 소복이 쌓인 첫눈의 모습을 감상할 수가있었다 . 나는 계절 중에 겨울을 가장 좋아하는데 , 살짝 몸에 긴장감이 드는 알싸한 추위가 좋기도 하고 , 그러면서 가끔 내리는 하얀 눈은 내가 느끼는 추위와는 반대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 눈이 내려 하얗고 소복이 쌓인 모습을 볼 때면 괜스레 그 위에 내 발자국을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 이탈리아 출신의 개념미술가 루돌프 슈팅겔은 마치 첫눈이 내린 대지 위에 새 하얀 발자국이 찍힌 모습을 연상케하는 작품들을 제작했는데 , 사실 그 작품은 흰색 스티로폼 위에 래커 칠을 한 신발을 신고 올 라가 그 위를 이리저리 걸어 다녀 화학 작용을 일으키게 함으로써스티로폼이 녹아서 생긴 흔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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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슈팅겔은 작가와 관객의 관계 , 작품의 생산방식과 그 과정에 대해 주목했는데 , 작가는 종종 자신의 창작 과정에 관객 들이 개입하기를 의도적으로 유도하며 , 관객들이 남기고 간 물리적인 흔적들을 베이스로 많은 작품들을 제작했다 . 대부분의 작품 제목들이‘Untitled’라는 것을 보면 작품을 이루는 근간은 관객들이 만들어낸 우연한 흔적들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느 낄 수가 있다 . 슈팅겔은 여러 가지 창작활동을 통해 본인이 미술작가로써 미술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문과 회의들을 끊임없 이 표출해냈는데 , 1989 년도에 자신이 제작한‘instructions’라는 아트워크북에는 자신이 작품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들을 사진과 함께 낱낱이기록해 두었고 , 작가는 이를 통해 미술계에 만연해 있는 지나친 낭만주의와 허세를 지양하고 예술에 대한 현실적인 자각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 작가는 미술계에서 본인이 느끼는 이런 의문들을 비꼬고 타파하기 위한 노력들을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보여줬는데 앞서 언급 한 바와 같이 관객들에게 낙서와 같은 물리적 흔적들을 스티로폼에 마음껏 남기도록 한 뒤 , 이후에 충분한 흔적이 남겨지면 그 위를 금속공예기법 중 하나인‘전해 주조 (Electroforming)’방식을 통해 금과 아연을 비롯한 여러 가지 금속 재질을 코팅하 여 입혀낸 작업물들을 제작했다 . 이를 통해 탄생한 작품은 관객과 작가의 협력으로 태어난 공공 창작물이 되며 , 관객은 작품 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대부분의 물리적 작업을 도맡아 하고 작가는 개념적인 측면에서만 존재하게 된다 . 이때 작품을 만들어 낸 진정한 주체를 누구로 봐야 될까 ? 슈팅겔의 이러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작가가 되기도 하고 다시 관객으로 돌아아갈 수도 있으며 , 작가와 관객의 경계란 어 디에 둬야 하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논의가 생긴다 . 념미술이라는 것이 이제는 많이 익숙해지고 관객을 창작활동에 개입 시키는 등의 시도는 흔해졌지만 그 당시 슈팅 겔의 시도는 참신하고 도전적인 시도였음이 분명했다 . 어쩌면 작가는 스티로폼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순간에도 당시 미술계에 대한 회의가 담긴 파괴적인 퍼포먼스로 여기지 않았 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늘 회의를 가지고 살며 의문을 가지고 산다는 건 어쩌면 예술가가 가져야 할 당연한 미덕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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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 대중음악

봄여름가을겨울, 박수, 라이브, 그리고 故전태관(1962-2018) SERIAL COULMN

한 콘서트 공연장. 관객들이 박수를 친다. 방금 막 연주가 끝난 상황일까? 아니 다. 뮤지션에게 수고했다며 무대 위로 뿌려주는 갈채가 아니라, 연주를 채울‘리 듬’을 박수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 이건 꽤 위험해 보인다. 자칫 무대 위의 약속된 연주를 방해할까봐서다. 관객들이 주최 측으로부터 미리 박수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닐 터이다. 예상되는 풍경은 혼란 스러운 박자의 소음이다. 그런데 여기서 오히려 환상의 리듬이 나올 수 있다. 상상해 본 구성 원리는 이렇 다. 관객들 가운데 박자감이 보통인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다. 이걸 60%로 치자. 음악이 좋아 콘서트를 찾은 사람들이니 만큼 리듬감이 뛰어난 사람도 꽤 있을 것이 다. 이들은 30%. 나머지 10%는 우리 주변에 꼭 한두 명씩 있는 박치들이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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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이들은 소수라서 그들의 박수 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고, 나머지 90%의 박수에 대한 일종의 잔향(殘響) 역할을 해 전체 박수 소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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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 공간감을 불어넣는다.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일부러 집어넣기도 하는 리버브(reverb=잔향) 효과다. 대략 이런 구성인 관객 모두의 박수를 모으니 더 없이 좋은 리듬이 탄생한다. 무대 위의 드러머가 혀를 내두를만하다. 떼창 만큼 감동적인‘떼리듬’아닐까. 김종진(기타`보컬)과 전태관(드럼`퍼커션)으로 구성된 2인조 밴드‘봄여름가을겨울‘이 여러 세션 연주자들을 이끌고 펼친 콘서트 를 담은 앨범‘1991 라이브’(1991)를 들었다. 1990년에 가진 서울 63빌딩 컨벤션센터 및 숭의음악당 콘서트 실황 18곡을 수록했 다. 약 1시간 30분 동안 4차례쯤 관객들의 센스 있는‘박수 연주’가 나온다. 5번째 곡‘열일곱 스물넷’도입부에서 명랑한 키보드 반주가 총총 걸음을 시작하자 관객들이 반주에 맞춰 박수를 친다. 박수의 물결을 타고 전태관의 드럼이 닻을‘쿵’올리고 출항한다. 어느 정도 예열이 된 시점에서 콘서트가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7번째 곡‘내가 걷는 길’에서는 서정적인 키보드 반주와 함께 김종진이 처량한 느낌으 로 노래를 부른다. 그러자 관객들은 누가 먼 저랄 것도 없이 마치 김종진의 처진 어깨를 덮어주는듯한 따스한 박수를 선사한다. 12번째 곡‘거리의 악사’는 늘 뒤에서 묵묵 히 리듬을 만드는 드러머와 퍼커션 주자를 조 명한다. 이 곡 중반부쯤부터 나머지 악기들 은 연주를 잠시 멈추고 드럼과 퍼커션의 솔로 연주가 시작된다. 그러자 관객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듣다 보니 솔로 연주에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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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햇(가벼운 쇳소리를 내는 심벌즈) 소리가 좀 약하다. 보조 리듬이 필요해 보인다.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그와 비슷한 음역대의 소 16번째 곡‘내 품에 안기어’는 공식적으로는 콘서트 마지막 곡이다. 이 곡이 끝나자 관객들은 당연하게‘앙코르’를 외치며 그 구 호에 맞춰 박수도 친다. 박수는 무대에서 퇴장했던 뮤지션이 다시 등장할 때까지 이어지고, 뮤지션이 무대에 선 다음에도 얼마간 여운을 남기며‘다시 나와 줘서 고맙다’는 표현을 한다. 이후 봄여름가을겨울은 두 곡을 더 연주한다. 이처럼, 콘서트의 묘미는 관객도 뮤지션과 함께 공연의 서사를 쓰는 데 있다. 그 집필 도구 중 하나가 바로 박수가 아닐까. 대표적 사례가 하나 더 있다. 최근 영화‘보헤미안 랩소디’가 인기를 얻으면서 재조명 받기도 한 프레디 머큐리의 밴드 Queen(퀸)의 We Will Rock You(위 윌 락 유, 1977)이다. 아마도 인류 음악사 최초로 발구름(쿵쿵), 그리고 박수(짝)를 하나의 악 기로 삼아 곡에 집어넣은 작품이다. 퀸의 멤버 브라이언 메이가 프로듀싱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세상을 떠난 봄여름가을겨울 멤버 전태관에게 박수 소리는 운명이기도 했다. 2010년 데뷔 25주년 인터뷰에서 전태관은“1집을 내고도 어머니에게 30만원씩 용돈을 타서 쓸 정도로 6개월간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며“그즈음 한영애 씨 공연 게스트로 나가‘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를 부르는데 엄청난 박수가 쏟아졌다. 그 순간부터 취직 생각을 접었다”고 회상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그런 박수 소리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라이브 공연, 그리고 라이브 앨범 발매에 꽤 집중했던 것 같다. 봄여름가을 겨울은 1988년 1집을 시작으로 2008년 8집까지 모두 8장의 정규 앨범을 냈다. 그런데 라이브 앨범은 정규 앨범보다 더 많은 11장 을 냈다. 국내 뮤지션 가운데 최다 라이브 앨범 발매 기록이다. 정규 앨범 디스코그래피와 라이브 앨범 디스코그래피를 따로 다뤄 야 할 정도다. 봄여름가을겨울은‘1991 라이브’발매 후 약 10년만인 2000년 정동이벤트홀 라이브 실황 앨범‘해피 뉴 밀레니엄’을 냈다. 이어 봄여름가을겨울은‘SSAW’(쏘우, Spring·Summer·Autumn·Winter, 즉 봄·여름·가을·겨울을 뜻하는 영단어의 머 리글자를 딴 명칭)라는 새 이름을 내 걸고,‘와인 & 뮤직 시리즈’라이브 공연을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한해도 빼먹지 않고 개최 하고, 앨범으로도 발매했다. 와인 애호가임을 밝힌 두 멤버는 이 기간 보졸레 햇와인이 출시되는 매년 11월 셋째 주마다 라이브 공 연을 개최했다. 단순히 기존 곡을 다시 연주하는 것은 아니었다. 전태관이 드럼 스틱을 놓고 퍼커션 앞에 서는 등 새로운 음악적 시 도를 펼쳤고, 이를 위해 후배 뮤지션들과도 격의 없이 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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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를 박수로 채운 것이라고 상상했다.


REVIEW : 전시리뷰1

공간 속의 공간 : 시안미술관 세상의 네모퉁이 9 33

REVIEW 원

시안미술관이 가지는 장소 특성과 전시 색깔은 매우 독특 한 면이 있다. 많은 미술관들이 대도시 주변에 있으면서, 그 곳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영천에 위 치한 이곳은 개관했을 무렵부터 지금까지 대구에 종속당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내가 미술을 봐 온 시간보다 더 오래된 시안미술관의 역사 를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이곳은 대 구와 전국 단위 그리고 영천의 자체적인 미술의 힘, 이 세 가 지를 적절하게 나누어 소개해왔다. 이번 전시‘세상의 네 모퉁이’는 지리적인 폭을 넓혀서 서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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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모은 기획이다. 레지던시 형식에 서 출발한 이 전시가 단순한 결과 보고전 이상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무엇보다 작가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현재 한국 미술을 이끌어가고 있는 본인들의 모습 그대로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 전시를 보는 내 감정은 마치 예전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과 비슷했다. 다름 아니라 2017년에 대구 수창맨션의 개관전 형식으로 공개된 [당신의 숨결마다 Every Breath You Take]에 참여했던 작가들 상당수를 여기서 다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 지만 난 지난 전시에서 봤던 작품의 인상을 갖고 미술관에 들어섰을 때 기억을 리셋해야만 했다. 그 때의 배성미, 박기진, 허수빈의 흔적은 여기에 쉽사리 드러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실재 작품을 접한 이재훈의 작업도 낯설기로 치자면 더 한 것이다. 흔히 화가들은 자신의 작업 주제 를 한두 가지로 좁힌 상태에서 작품의 질과 양을 증강시킨다. 언뜻 보아 이재훈의 회화도 그런 형식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림 속에 다룬 소재는 제각각이다. 전체적으로는 날카롭고 데카당스에 닿은 퇴폐미가 짙다. 어떤 작품에는 못들이, 또 어떤 작품에는 마네킹 다리가 가득한 이유보다 그렇게 매 작품마다 다른 대상이 비슷한 형식으로 등장하는 까닭이 더 궁금해진다. 작품이 구상되고 완성 에 이르는 순간까지 들어있는 배경을 내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작품의 집합 그 자체가 이재훈이 말하고자 하는 그것일지도 모 른다. 그 그림의 집적 속에서 관객인 우리는 자신이 보고자 하는 뭔가를 각자의 식으로 짚어낸다. 관객들이 윗층으로 올라가면 인공의 하늘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박기진의 인스톨레이션은 화이트 큐브 공간에서 고개를 위로 올 리면 하늘이 넘실댄다. 어쩌면 하얀 바람의 결을 따라한 것 같기도 하고, 구름 같기도 한 형태가 와이어로 촘촘히 얽혀 움직인다. 관람자가 구름 위에서 또 다른 구름을 보는 듯한 인상은 내가 어릴 때‘공상 속 세계를 표현하라’고 주어진 학교 숙제를 매번 해야 했던 4절지 속의 상상계 그 자체였다. 작가의 이번 설치작은 기계 작동에 대한 작가의 관심 혹은 흥미 아니면 자신감으로 인해 금속 과 모터가 또 등장했다.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일상 속에서는 그냥 잡음, 더 나아가서는 소음공해지만 예술의 영역에서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세계의 배경음악으로 기능한다. 또 계단을 올라 꼭대기 층에 이르면 이번에는 바다가 펼쳐진다. 드넓은 바다가 아니라 사각의 플레임 속에 가두어진 바다다. 하지 만 관객은 바다가 품은 광활함과 거칠음 그리고 덧없음을 충분히 느끼게 된다. 끝없이 부딪히는 파도를 보고 있으면 그 속에 욕망 을 가진 우리들의 인간관계에 관한 텍스트를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사람 간에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상념이 저 파도처럼 이편


여준다. 영상작업 뒤에는 작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지점에 배추 한 포기와 밀대 한 자루가 놓여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작업을 앞에 두고 작가에게 직접 메시지를 주고받음으 로써 무릎탁치며 깨닫게 된 의미는 바로 노동의 가치였다. 미 술 그 중에서도 설치 작업을 한다는 일은 청소나 배추 기르기 처럼 그 노동의 강도에 비해 가치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모 른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맨 마지막으로 내가 매료되었던 허수빈 작가의 작품이 숨어 있다. 현대 미술을 낯설어하는 대중들을 표현할 때 곧잘 쓰는“그런데 여기 작품은 어디에?”란 말이 그의 작업에 딱 들어맞는다. 나도 단 번에 찾을 수 없었던 전시 공간 속 그의 작품은 나무 계단을 올라 가야 들여다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엉성하고 또 한편으로는 아기자기하다. 거기엔 우리가 사는 익숙한 동네가 있다. 가로등과 골 목과 빈 터가 어우러진 동네는 전혀 새로운 공간이 아님에도, 그런 익숙한 곳을 이처럼 새롭게 꾸며내는 그의 조형성은 놀랍다. 딴 설명이 무색하게, 그냥 보고 있으면 모든 게 이해되는 그의 작업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의, 혹은 평균의 인지점이 무엇인지 아는 영리함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가 가진 각자의 많은 것을 스스로 일깨우길 원하는 네 가지의 모퉁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작가 네 명의 경험을 이 야기하고 있다. 예술가들과 그리고 기획자 김소라 큐레이터가 세상에 대해 돌린 시선의 범위 속에서 작품에 담은 그들의 고민은 역 설적으로 너무나 아름답다. 새로운 시도 앞에서 작가가 우리를 끌어모으는 일, 또 어쩌면 기획자와 참여 작가와 미술관 스태프와 또 이렇게 소박한 감상기를 쓰고 있는 비평가로서의 나의 심성을 요동치게 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작품이 아니다. 이들의 관계를 엮 고 전시를 만들어 우리 눈앞에 펼쳐놓은 그 과정이 핵심이다. 그래서 내게 익숙한 작품이 없다고 당황한 내 반응조차 불만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에 모인 미술가는 한 점의 작품보다 그 작품들을 궁리하고 실현시킬 다양한 상황을 더 즐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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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편을 딱 가를 수 없이 결국은 바닷물의 일부라는 비유를 보


Column : 전시리뷰2

청년들의 좌충우돌, <applemint>전을 보고 9

SERIAL COULMN

필자는 글을 준비하며 어떤 전시를 볼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 때마침 기획자이신 박소영 선생님께서 전시를 보러 오라며 메시지 와 사진을 넣어주셨다 . 고민 없이 전시회장으로 향했다 . 기획자의 역량으 로 보아 틀림없이 좋은 전시일 것이라 확신했다 . 몇 년 전부터 대구권 미술대학 연합전시는 이 맘 때즈음 찬바람이 불 때 시작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 대학 졸업생들의 전시임에도 3~4 번 연합전시를 본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기획자의 역량에 따라서 100 여명의 예비 예술가들의 전시가 중구난방으로 보일 수도 있고 프로페셔널한 전시 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전시였다 . 이번 전시는 섹션을 3 가지로 나누어 조직감 있게 잘 짜여진 구성이었다 . 몇 년 전에 본 100 여명의 대구권 미술대학 연합전은 너무 많이 보여주려다 가 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경우도 있었다 . 그러나 이번 전시만큼은 잘 나 누어진 섹션과 조직감으로 인해 관람자의 피로를 덜어주는 좋은 전시였다 .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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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도 회화에서 모션그래픽 , 영상 등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하므로 인해 대학생 졸업생들이 얼마나 다양한 미술을 갈구하고 또 작업을 통해 관념에 만 머물던 현대미술을 스스로 실현해 나가는 용기와 기지를 발휘하는 전시 였다 . 필자도 미술대학 졸업생으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 전시 만큼이나 다양한 색채와 자아를 가진 후배들에게 길은 많이 있다고 말해주 고 싶다 . 대구가 아니라 서울 , 서울이 아니라 세계가 여러분을 향해 열려 있음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 미술대학 학생의 90 프로가 졸업과 동시에 미 술을 포기하고 마는 현실 앞에서 다른 길을 가더라도 지금의 이 기회가 우 리 사회와 토양에 다양성을 보여주는 시도가 바로 미술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 다 다르게 생긴 우리 생김새만큼이나 우리 갈 길은 다양하다 . 누군 가는 큐레이터를 누군가는 전업 작가를 누군가는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되 어 있을 지도 모른다 . 그 다양한 길 앞에서 대학시절에 기본이 되는 다양 한 미술에 대한 경험이 개인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 대구만큼 많은 미술대학이 있는 도시도 드물다 . 이 미술대학에 대한 자산 이 대구지역과 인근지역에게 더 많은 영향을 줄 만큼 미술계 안팎의 관심 이 필요하다 . 그 관심에 대한 일환이 바로 이러한 전시들이다 . 전시에 변 에 applemint 가 사과로 유명한 대구와 민트처럼 상큼함을 주는 전시의 합 성이라고 했다 .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대구가 더 이상 사과로 유명하지 않 지만 사과보다 더 미술대학이 많고 유명한 도시로 변화하길 기대한다 . 대구권 미술대학 연합전이 전시의 전통만큼이나 꾸준하게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 우리 대구 미술의 역량이 한 층 더 강화되기 위 해서는 젊은 작가 ,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 필자역시 젊은 기획자로서 좀 더 많은 지원과 응원이 필요하다 .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대구 미술이 미래를 꿈꿔 본다 .


REVIEW 연극리뷰

극단소묘

연극‘사랑 애, 사람 자 ’ 9

REVIEW

낙후된 지역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과 사랑이야기를 접목시킨 신선한 소재의 연극이다. 사회현상과 사랑? 어떤 교집합이 있을지 상상하며 공연을 보는 재 미가 쏠쏠하다. 백창하 연출의 블랙큐브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연극은 세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여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모든 상상력이 관객의 몫이 라고 부담을 가지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짜임새 있고 쫀쫀한 배우들의 합으로 자연스 럽게 이야기 속으로 스며들 수 있으니 걱정 마시길.

은 카페에서 만나 애자의 전 남자친구 이야기와 애자친구의 가게 이야기를 하게 된 다. 애자의 전 남자친구 이야기로 들어가면서 세트를 치우지 않고 전개가 되는데 처음에는 왜 저 세트를 치우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연극이 전개되는 중간 중간 그 카페 세트에 다시 애자와 애자친구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빠지고 들어갔다를 반복하는 것을 보며,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둘의 대화 속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고 실제로 친구랑 카페에 가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애자의 전 남자친구 이야기가 사랑을 대표한다면, 애자 친구의 가게 이야기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대표한다. 실컷 공을 들여 가게 를 꾸며놨더니, 그 동네가 관광특구가 되면서 사람들이 몰리자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린다고 한다. 그 돈 주고 가게 구할 거였으면 다른데서 계약했을텐데... 애자의 전 남자친구인‘지구’도 집주인이 집세를 더 받겠다고 하여 이사를 하게 된다. 공연을 보면서 김 광석 거리와 대명공연거리가 생각이 났는데 나처럼 공연을 좋아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공간, 거리들이 좋겠 지만 예전의 조용하고 낭만적이던 걸 좋아했던 사람들은 시끄럽고 복작하게 변화하는 것이 싫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의견들을 연극에서는 조화롭게 잘 담아놓았다. 공을 들이고 추억이 남아있는 공간을 자의든 타의든 벗어나야하는 아쉬움과 미련이 생기는데, 그것은 사랑과도 닮아있다. 정성을 들이고 함께 지냈던 시간들은 언제든 끝이 날 수 있는 것이다. 공연 설명에는“연극 <애자>는 연인 사이의 관계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 현상과 유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내 사람이 라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마음을 쏟아 부었는데 그 관계가 끝이 나면 우리는 더 이상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라고 적혀있다. 그렇다,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하려는 말이 연인들은 언제 헤어질지 모르니까 너무 정성 쏟고 추억 많이 만들지 말라는 건 아니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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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연출법이 빛을 발한 장면은 애자와 애자친구(멀티녀)의 카페 장면이다. 둘


REVIEW : 연극리뷰

연극 ‘신팽슬여사 행장기’ 빠이롱

할매의 뜨끈뜨끈한 시락국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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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신팽슬여사 행장기’에서 행장기(行狀記)란 무엇일까? 일생의 행적을 적은 기록이라고 한다. 신팽슬 여사의 일생을‘신식 빠이롱 할매의 화끈한 사랑법’이라는 부제목에 맞게 여사님의 시각 으로 러브스토리를 다뤄주는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단면적이고 일차원적인 스토리가 아 니라는 사실이다. 29살 희수는 작가의 꿈을 접고 서울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만 연이어 떨 어진다. 반면에 임용고시에 합격한 남자친구는 부모님의 권유로 다른 여자와 선을 봤다는 사실 을 알게 된 희수는 결별을 선언하고 휴식을 위해 대구로 내려갔지만, 부모님은 오히려 모든 것 을 포기하고 돌아온 딸이 끈기가 없다며 타박을 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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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상처를 입은 희수는 집을 나왔지만, 그동안 공무원 준비로 연락이 뜸했던 것 때문인지 친구들은 이미 결혼을 했고 갈 곳을

MINI INTERVIEW 김지식 작가: 이 작품의 연출자이신 김미정 선생님의 할머님 신영필 여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모티브를 가져와 연극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삶의 모습과 사랑의 방식을 우리 세대의 그것과 같은 선상에 놓고 서로의 사랑방식을 정의해 가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내리고 싶었습니다. 김미정 연출: 친정할머니는 쾌활하고 부지런하고, 정많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분이셨어요. 연식정구 선수도 하실 만큼 운동도 잘하시고, 70세에도 불어 공부를 하실 만큼 탐구열도 대단하셨지요. 동래고보에 재학중이던 두살 연하의 할아버지와 혼인하셔서, 할아버지는 동래에서 학교를 다시시는 사이 할머 니는 본가에서 시집살이를 하셨는데, 두 분은 편지를 주고받으셨다고 해요. 할아버지가 할머니께 편지를 보내신 편지는 제가 갖고 있답니다. 육대 독자에게 시집와서 대갓집 살림을 건사하시면서도 남편을 키우고, 또 자신의 길을 걸어간, 서로를 키우고 서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하는 진정한 사랑을 기억합 니다. 할머니 무릎에 앉아 옛날 이야기도 듣고, 할머니가 지으신 한복도 입고, 할머니가 요리하신 맛난 음식도 먹고 자란 손녀가 나이가 들어가니 할머니 생 각이 많이 났어요. 냉정하고 무정한 세상에 가족과 이웃을 사랑한 할머니의 사랑법을 알리고 싶었어요.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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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식 작가: 실제 인물의 이야기에서 무엇을 가져오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예요. 사실 제가 전해들은 연출님의 할머니와 극중 할머니는 나이 차이가 꽤 납 니다 2,30년 정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손녀와 할머니를 잇기 위해 할머니의 나이가 실제보다 젊어져야 했어요. 그래서 6.25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답니다.


잃어 방황하던 희수에게 온 전화 한 통. 바로 할머니! 희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된다. 희수에게 할머니 집 은 담배도 피우고, 비밀을 담아둔 일기장을 보관하던 대나무 숲이자 아지트, 일탈과 해방의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할머니가 끓여 주신 따뜻한 시락국 한 그릇 먹고 뒹굴뒹굴하다가 할아버지와 나눈 연애편지를 발견하게 되고, 이야기는 희수에게서 할머니에게 로 주체가 전환이 된다. 이 작품은 할머니와 손녀의 케미가 대박인 연극이다. 보는 내내 나도 나중에 늙으면 저런 신식 빠이롱 넘치는 할매가 되어야겠다 는 생각을 했다. 이미 나는 귀여운 할머니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귀여우면서‘센스 넘치고 틀에 박힌 사고를 하지 않는’할 머니가 되어야겠다는 수식어가 늘어났다. 하하하. 그리고 손녀의 나이대가 나랑 비슷해서 그런지 꿈을 찾는 상황도 그렇고 할머 니한테 투정과 애교 부리는 모습도 그렇고 공감이 많이 가서 더 재미있게 본 것 같다. 단순히 이 작품은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게 아니다.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희수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 고 그게 관객들에게도 같은 질문이 돌아간다. 사랑이라는 것의 정의. 남녀 간의사랑이라고 단면적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손녀를 사랑하는 할머니의 마음도, 할머니를 사랑하는 손녀의 마음도 사랑이라는 것. 동성 친구 간에도 사랑은 존재하는 것이다. 서로를 응원해줄 수 있는 사이,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는 사이라면 그것이 바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와 손녀, 구세대와 신세대의 조합이 주는 이미지는 소통의 부재, 부조합 등등 부정적인 것이 많은데 이 작품은 긍 정적인 면을 보여준다. 그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세대 차이가 나는 것은 나이 뿐만 아니라 또래에서도 사고 차이, 취향 차이 등등으로 소통의 부재가 생기는데 말이다! 이 작품이 좋은 이유에는 스토리가 좋은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장면의 연결이 굉장히 좋다는 점. 손녀가 할 머니의 어린 시절을 표현하기도 하고, 아빠가 할아버지가 되었다가 남자친구가 되기도 한다. 자칫 분주해보일 수 있는 것을 부드 럽게 잘 나타낸다. 감탄 또 감탄. 그리고 손녀와 할머니가 크로스오버로 빠르게 진행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도 정말 명장면. 매가 청춘에게 끓여주는 따뜻~한 시락국 드시고 모두 파이팅 합시다! p.s.‘팽슬’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아래 인터뷰를 참고하길. 그래서 6.25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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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연출: 팽슬은 할머니(신영필여사)의 별명입니다. 이종사촌동생이 처음 붙인 것인데. 재미있어서 기억하고 있다가 사용했지요. 관 김지식 작가: 먼저 기존에 쉽게 볼 수 없었던 할머니 캐릭터인 신팽슬 여사님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지적이면서도 당당한 팽슬 여사의 매력을 마음껏 느 끼고 가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우리세대에게는 위로를 할머니 세대에게는 공감을 주는 이야기를 통해 온 세대가 하나가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김미정 연출: 희수가 고속버스에 올라 앉은 좌석과 할머니가 한복을 입고 영정사진이 되는 자리를 동일하게 사용한 부분은 새로운 세계로의 출발을 상징하 는 장면이라는 점. 그리고 희수가 할머니 영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고, 또 어린 시절의 영필이 현재의 영필 등 뒤에 숨어서 함께 영필의 아버지에게 반항하 는 장면은 연극적 상상력과 연극적 약속을 이용한 연출입니다. 또, 어린 영필과 영석 선생님이 편지를 주고 받는 장면. 전쟁 중의 여러 에피소드는 음향과 연 기로만 처리, 어린 영필은 현재의 할머니가 연기하고, 야학당 장면에서 어린 영필을 연기하던 손녀 희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장면도 눈여겨 봐야 할 장면이고요. 마지막으로 전쟁이 끝난 후 영석 선생님을 찾아 서울로 올라가는 영필을 다시 희수역의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은 할머니 영필과 어린 영 필이 아버지의 폭력에 함게 맞서는 장면과 통한다는 것도 알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 김미정 연출: 대입, 취업경쟁에 지키고, 불안한 미래에 좌절하고, 상처받을까 두려워 미리 헤어지는 반쪽 사랑에 우는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삶의 지혜를 전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세대단절, 세대간 불통 시대에, 서로의 말을 경청하면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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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준비한 재료에 연출이 요리하고 배우들이 양념이 되어 관객들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좋은 작품이다. 신식 빠이롱 할


REVIEW 연극리뷰

한울림 골목 연극제 소극장,

우리 동네 문화생활 9

REVIEW 원

골목이란 단어는 우리 어릴 땐 익숙했지만 지금은 괜시리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어가 됐다. 점점 가속화하며 변하는 현실 속에서 골목이란 자기 자신의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존재인지도 모른다. 연극인들에게도 소극장이란 골목 처럼 자신의 연극 생활의 동반자일 것이다. 그런 연극인들의 마음을 담아 골목에 있는 소극장에서 한울림 골목 연극제가 열린 게 아닐까 싶다. 극단 소속 연극인들이 단체에 속한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대로, 뜻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공연하는 축제였기 때문이다. 굿바이(극단 마인, 대구), 엄마, 다시 가을이 오면(극단 어니언킹, 부산), 사돈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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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극단 푸른연극마을, 광주),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극단 한울림.울림 프로젝트, 대구), 의자는 잘못없다(극단 한울림.맘마피뇨, 대구), 쩐(극단 아라 리, 대전), 라스트쇼(극단 한울림.그 때, 대구), 아무도 없는 이 밤(극단 불의전 차, 서울) 총 8개의 공연이 올라왔다. 이 중 아쉽게도‘사돈언니’와‘의자는 잘못없다’라는 작품은 보지 못했다. 각 공연마다 개성이 있었지만 간단한 평을 해보겠다.‘굿바이’는 아픈 동생과, 동생을 치료하기 위해 일하는 오빠가 하숙집에서 취 업에 매번 실패하는 여자와 미술에 꿈이 있지만 아빠가 꿈을 반대하는 하숙집 주인 아들과 아내를 잃고 홀로 아들을 키우는 주인, 이렇게 5명의 인물이 모여 살아가며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공연을 보면 이야기 전개를 납득할 수 있는가?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억지로 갈등을 만들어서 급하게 마무리하고 그 마무리도 깔끔하지 않다. 스토리가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아픈 동생 역의 연기는 정말 놀라웠다. ‘엄마, 다시 가을이 오면...’은 자식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엄마와 세상에 나가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딸의 이야기이다. 공연 내용은 전반적으로 우중충하고 연출과 연기마저 관객을 축 처지게 한다.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집중이 잘 안 됐고 전체적 으로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는 이육사의 시‘광야’의 한 구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작품은 이육사의 삶을 재조명 한 것이다. 이육사를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는데 공연 도중 이육사의 시를 한 편씩 읽는 연출이 좋았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 육사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인물에 대한 해석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쩐’은 일제강점기 때 파락호로 불리며 노름을 했지만 실상은 독립자금을 마련하는데 일조했던 김용환 선생님을 그린 작품이 다. 김용환 선생님에 빠져들어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 좋았지만 연출과 스토리가 조금 아쉬웠다.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라스트 쇼’는 기괴하고 토 나올 것 같은 스토리와 연출이다. 그리고 소름끼치는 연기까지 세 박자가 맞물려 돌아가며 관객들


을 폭력적으로 휘몰아쳤다. 이름 그대로 올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공연으로 부족함이 없다. 정말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공연 이 다 끝나고 나서 춤을 추는 연출이 들어간 것인데 어떤 공연들은 시작할 때나 끝날 때 연출가만의 어떠한 관념, 의식을 표현하 고 싶어서 배우들이 춤을 추는 연출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보통 이런 연출은 너무 길어서 지루하거나 본인들만 의미 있는 몸짓 이 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보여준 춤사위 전까지는 정말 숨 못 쉴 만큼 휘몰아치는 공연이었다. 다시 보고 싶 은 공연이다. ‘아무도 없는 이 밤’은 많이 아쉽다. 이야기랄 게 딱히 없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래서 극 구성이 깔끔하지가 않고 집중이 안 되며 산만하다. 불행으로 점철된 삶이 한 개인을 어떻게 몰아가는지를 그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지만 이미 망가진 개 인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렇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지 잘 공감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다. 그러나 의사소통이란 것은 참으로 어렵다. 제작자가 관객과 소통하려는 고민을 더 해줬으면 한다. 공연은 결국 관객이 있어 야 완성되기 때문이다. 2018년 한 해가 한울림 골목 연극제와 끝이 났다. 2019년의 트렌드는 유행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소신있게 문화를 추구하는 것 으로 변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 세대는 이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트렌드를 따르고 있는데 본인만의 가치관에 맞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삶의 변화와 맞물려 소극장이 2019년 문화 트렌드의 주축이 되어 관객과 연극인들이 행복할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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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편의 공연을 보면서 느낀 것은 모든 공연마다 하고 싶은 말이 있고 한울림 골목 연극제의 취지에 따라 제한 없이 했다는 점


REVIEW 연극리뷰

연극 세 여자 제

1회 홍해성 연극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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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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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공연문화거리를 거닐다보면 벽화에 어떤 인물이 그려진 것을 볼 수가 있다 . 바 로 홍해성 연출가인데 근대극의 선구자로 한국에 연극이 막 도입됐을 시기에 체계를 정립하는데 기여한 한국 연극계의 아버지라고 볼 수 있겠다 . 현재 대구 연극계는 대명공연문화거리를 통해 다시 한 번‘대구 연극’의 발전을 위해 분주하다 . 많은 공연이 제작되고 있으며 새로운 공연 패러다임을 이끌고자 실 험적인 공연도 선보이며 대구를 넘어 전국의 연극인들과도 소통을 하고 있다 . 홍해 성 연출가가 근대극의 선구자로서 한국연극의 부흥을 이끌었던 것을 기리고 본받아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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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성 연극제도 최근 대구연극계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게 다시 한 번 현대 연극 의 부흥을 일으키고 새로운 시대의 연극을 이끌어보고자 진행됐다 . 공연은 총 5 개로 별이 빛나는 밤에 ( 극단 미로 ), 이솝우화 ( 극단 공상집단 뚱딴 지 ), 세여자 ( 극단 원각사 ), 안티고네 ( 극단 파랑 ), 축지의 기억 ( 극단 처용 ) 이 참가하였다 . 흥미로운 주제를 다뤘고 실험적인 공연들도 있었다 . 그 러나 이를 뒤늦게 알아서 세여자만 보게 됐다 . 세여자는 각자 다른 시대를 살아온 세 여자를 다룬 공연으로 시어머 니 , 며느리 , 그리고 손녀가 대를 이어야 한다는 옛 한국 사회의 가치 관 때문에 일어나는 갈등을 그렸다 . 시어머니는 종갓집의 대를 잇지 못했다고 손녀를 구박하고 손녀는 할머니를 가족이라고 여기지 않고 혼자 살며 며느리는 그 중간에 끼인 채로 둘 다 사랑하지만 대를 잇지 못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 시대가 시대이다보니 연극을 보면 페미니즘과 관련된 거 아니야 ?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 세 여자 모두 가부장제 문화의 피해자기 때문이다 . 그러나 최근의 페미니즘과는 큰 상관은 없고 페미니스트 들이 자신들의 사상을 위해 이용할 수는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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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도중 50 대로 보이는 남성들이 눈물을 참 많이 쏟아냈다 . 쿨쩍 , 코를 먹는 소리가 간간이 흘러나오더니 공연이 끝나고나서 는 복받친 감정을 쏟아내듯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를 내주었다 . 어쩌면 50 대 남성들은 과거의 여성 형제들에게 죄책감을 가졌을지 도 모르겠다 . 이런 현상은 지금의 과한 여성우대 정책과도 맞닿은 측면이 없잖아 있다 . 현 기성세대는 50 대이며 본인들의 죄책감 을 풀고자 20 대 여성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 그래서 20 대 남성들의 현정부 지지율이 상당히 낮아지는 결과를 낳 기도 했다 . 20 대 남성은 오히려 더 불리한 입장인데 마치 수혜자의 삶을 산 마냥 비춰지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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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했다면 희생한 당사자에게 감사하게 여기고 당사자에게 보답하지 않을까 ? 물론 , 옛말에 효자는 장례식장에서 울지 않고 불효 자는 부모가 기다리지 않음에 울고 제사를 철저히 지내더라 . 더 재미있는 점은 본인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하는 이기적인 행동들 이 현재 살아있는 소중한 사람들까지 괴롭힌다는 것이다 . 제 1 회 홍해성 연극제는 2018 년 12 월 30 일까지 열린다 . 참가작들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면면을 살펴보니 못 본 게 정말 아쉽다 . 젊은 극단들이 많이 참가했으며 우리가 자주보는 뻔한 신파극을 다루지 않았다 . 연극을 자주 보는 입장에서 대구의 공연은 아침드라마처럼 매번 비슷한 내용이 많은데 , 내용이 재미있고 괜찮다 싶은 작품은 주 로 외국에서 쓴 것이 많다 . 그래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공연을 보는데 벌써부터 내년 2 회 홍해성 연극제가 기대된다 . 소극장 보다 영화관을 찾는 것이 당연시 된 세상에서 미래 연극의 선구자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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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Gak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연극을 보고나서 만일 자신이 누군가의 희생을 토대로 따뜻한 밥을 먹고 살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자


REVIEW 연극리뷰

연극 미롱 상업

전통예술 3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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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로써 의사소통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의사소통의 대부분이 이뤄진다. 그렇다면 예술가와 관 객은 어떤 의사소통을 하는가? 특히 춤으로 본인의 감정과 의미를 전달하는 예술은? 숙련된 무용수의 움직임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고 아름답다고 느끼게 한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다. 예술가가 제대로 표현을 못해서 그런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 속에 등장한 수많은 예술가 중에 그 누구도 대중들에게 아름답다, 슬프다,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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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다, 화가 난다 등의 단편적인 정보 이상을 전달해주진 못했다. 물론, 그것도 대단하다. 우리는 혼신의 힘을 다해 몸짓하는 예술 가를 보면 감동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가슴 속을 후벼파는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공연을 보며 감탄하고 공연 팜플렛에 적 힌 설명을 보고 다 이해한 듯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 예술이 형식에 얽매인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순간 사장되고 말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양산화되는 작품들을 지겹게 느끼고 더 심해지면 아예 그 장르에서 눈을 돌려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장르를 전통 예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론에서 길게 예술 의 의사소통과 전통예술이 사장된 것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전통예술이 사장됐기 때문에 희소성으로 인해 공 연을 할 가치가 생긴다. 우리가 전통예술을 보려면 특별한 축제 때 말고는 유튜브에서 보는 것 말곤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롱은 궁중무와 남사당패를 연극의 형태로 소개하는 공연이다. 내용은 궁중무를 하던 두 남녀가 사랑을 하다 스승에게 들켜서 남 자는 파문당하고 세상을 떠돌다 남사당패에 들어가고 공연을 하다가 두 남녀가 다시 만나게 되는, 대중들이 익히 봐왔던 흔하디 흔 한 사랑이야기이다. 미롱은 내용이랄 게 딱히 없지만 출연진에‘기주봉’배우가 출연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많 은 활약을 한 기주봉 배우의 연기를 눈 앞에서 보는 것은 흔히 경험하긴 힘들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연기 내공이 상당했고 기주봉 배우만의 에너지가 관객을 사로잡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공연에서 기주봉 배우가 맡은 역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때 보여준 모습은 연습을 같이 안 한 것인지 배우들이 따로 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쉬운 점은 한 가지 더 있다. 남사당패는 현장에서 느끼기에 충분했지만 궁중무는 있으나 없으나 매한가지였다. 아이돌들이 연습 생 시절에 웨이브라든지 스텝을 밟는 법이라든지 기초적인 것만 주구장창 연습했을 장면처럼 미롱에서도 궁중무의 기초적인 것만 봤고 미롱의 기획의도에는 많이 부족했다. 궁중무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굳이 찾아보지 않는 이상은 궁중무란 이런 거 구나라고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공연은 연극과 전통예술공연의 결합을 통해 색다른 시도를 보여줬다는 것에 의의가 있고 평소에 보기 힘든 남사당패 를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으며 우리는 미롱을 통해 전통예술이 어떻게 앞으로도 살아남았을지 그 해법 중에 하나를 볼 수 있었다. 형식에 얽매였기 때문에 전통예술만의 아름다움은 지겨움이 돼버렸다. 그것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연극의 형태를 빌려서 관객들 과 소통하는 공연을 보여주었다. 이야기가 있어서 관객들은 더 집중할 수 있었고 감정이입이 잘 됐다. 지금도 예술가는 전통예술이 아니더라도 배고픈 분들이 많다. 상업화에 대한 생각을 하신 분들도 많으실 것이다. 미롱처럼 변화를 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큰 변화를 주도하는 곳은 없다. 그나마 있는 전통예술도 결국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REVIEW 연극리뷰

극단하루 창단 / 소극장길 개관기념 공연 연극 청춘테러 청년실업률은 무엇이

문제인걸까?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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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백수 문제는 매번 심각하다고 입모아 얘기하지만 2018 년은 특수한 해 가 아닌가 싶다 . 강물에 모래를 쏟아부은 듯 나라 예산을 썼지만 보여주기식 일자리만 많이 늘어났고 예산은 증발해버렸다 . 능력이 없는 자는 보여주기식 일처리를 잘한다 . 겉보기엔 그럴싸해보여도 속은 썩어 있다 . 2019 년 새해는 좀 달라질까 ? 일개 개인으로선 어떻게든 본인의 호구지책을 마련해 놓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 33 세의 취업준비생인 주인공은 취업준비만 하다가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게 되고 점점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여간다 . 그래도 그런 그를 공장에 서 일하다 손가락을 잃은 친구가 오히려 위로를 해주지만 본인만이 해결할 수 있을 뿐이다 . 주인공은 사회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서 다이너마이트를 만들 이 작품은 단순히 사회에 대한 불만만 쏟아낸 작품이 아니다 . 청년들이 실력 도 안 되면서 눈만 높아서 대기업만 가려는 세태도 비꼬고 있다 . 일할 곳은 많 으나 그런 자리는 무시하고 자기는 그곳에 갈 인물이 아니라고 자위하며 방구 석에서 밥만 축내는 것이 현실인 청년 백수도 꽤나 많기 때문이다 . 취업을 한 사람도 자기 전공에 대해서 물으면 잘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 전공에 맞춰서 취업을 하는 것도 아니라지만 본인이 원하는 직렬에 대한 지식은 있어야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취업을 한 이는 최소한의 노력 은 한 이들이고 못한 이는 자기반성없이 불만만 쏟아내며 일자리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물론 , 구조상의 문제도 있다 . 자리가 한정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정부에서 말하는 강소기업을 육성해야하는데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뺏기는 역겹다 못해 구역질이 날 지경인데도 정부에서는 보호하지 않는다 . 보호할 의지가 없는 게 더 정확하리라 . 그런 대립이 공장에라도 취직해서 일하는 친구와 백수인 주인공을 통해 잘 드러난다 . 하지만 현실에선 공장에라도 취직하는 청년 은 잘 없다 . 방학 때 잠깐 일하는 청년들이 간간이 있을 뿐이다 . 정책입안자든 꼰대든 누구든간에 청년 실업에 대해 입을 뗄 때 개 인에게 어디든 취직하라고 얘기할 수 없을뿐더러 얘기를 한들 그러지도 않는다 . 청렴하고 힘있는 누군가가 사회구조를 싹 바꾸거나 합리적인 인간만 대한민국에 살아가거나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붙여야 공정한 개혁이 진행될 것이다 . 그런 건 망상이고 개인의 힘은 미약하기에 주인공은 다이너마이트로 서울을 폭파시킴으로써 이런 사회에 저항이나마 해보려는 것이다 . 현실에서도 청년들은 저항하고 있다 . 취업을 안 하고 아르바이트로만 먹고 살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 취업이 안 돼서 취업을 안 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다보니 의도치 않게 기득권들에게 위기감으로 다가갔다 . 현재는 청년수당이라는 형태로 지원사업 도 하고 있는 실정이다 . 그리고 예산집행내역을 보면 실제 청년들에게 간 것은 별로 없고 중간에서 많이 사라졌다 . 참 암울하면서도 웃긴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을 것이다 . 그런 현실의 부조리함과 모순 , 희극은 한 편의 훌륭한 연극이다 . 청춘테러는 그런 현실적인 면을 실감나게 잘 담았다 . 공연의 스토리 전개와 연출은 깔끔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 가볍게 다 뤘는데도 작품의 메시지와 철학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 여러모로 보나 , 흠잡을 데 없는 공연 수준이다 . 좋은 공연이 계속 극장에 올라오길 바라며 2 차 공연을 꼭 보시는 걸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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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Gak

어 서울을 테러하려는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


REVIEW 연극리뷰

극단동성로의

연극‘맨드라미꽃’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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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대한민국 최고의 극작가 이강백의‘맨드라미꽃’우화와 비유로 비사실주 의 작품을 주로 써서‘알레고리(우화)의 작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작가 이다. 이와 같은 별명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정교한 논리로 구성 해 놓는 연극 맨드라미꽃이다. 작품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몽환 적인 분위기가 깔려있다. 무대 위의 현상이 과연 현실적으로 존재가 가능한 일들인가에 대한 끊임없 는 의문들. 이와 같은 이유 등으로 2005년 공연 초반부터 평단의 희비를 엇 갈리게 했던 작품. 보이지 않는 사랑과 눈이 가늘어질 만큼 찐~한 맨드라 미, “방이 좀 작다. 너무 작아서 초라해 보이네!”극의 영민의 대사다. 이 대사처럼 너무도 작아 초라해 보이는 작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남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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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한 하숙집이 극의 배경이다. 이 하숙집에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노름에 빠진 할머니, 식물인간 애비가 있고, 이들을 모시는 혜주가 산다. 또, 하숙 생으로는 돈을 모아 미국에 가겠다며 영어를 배우는 전당포 주인 보디가드 장팔, 우체국 직원 미스 박, 결혼에 반대하는 아버지를 피해 나온 정민, 정 민과 아버지의 메신져 역할을 하는 정민의 동생 영민이 극을 이루는 인물들 이다. 하숙집만큼이나 남루하고 초라한 인물들이다. 이 극에서는 돈에, 사랑에, 아픔에 찌든 삼류인생들을 보여주지만, 바로 내 일처럼 내 이웃의 일처럼 그들의 남루한 인생은 생기가 있고, 리얼하다. 문 법에서만 보았던 제3의 벽을 딱 떼어놓고 진정한 삶을 본 느낌이랄까. 단 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불행하지만 불행하지만은 않은 선한 사람들의 진 실을, 불행을 본 느낌이었다. 거기에 이강백 선생님이 작품을 통해 말씀하신 그 모호함이라는 것, 이 모호함은 단순히 꽃이 있었나, 없었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자체의 모호함을 역설하고 있었다. 극중 혜주의 어머니는 자살했다 한다. 하지만, 혜주는 자신의 엄마는 죽지 않았다 한다. 극이 끝나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밝혀지지 않는다. 정민이 사랑하는 여자 역시 진짜 자살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부모의 반대인지 영민의 농간인지 알 수 없다. 혜주의 애비 역시 언제부터 아팠는지 확실하지 않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도 비 온다는 것은 맞추지만 다른 것은 맞출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이렇듯 모호한 사람들, 말 한마디로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는 사람들과 극의 상황은 꽃이 있었나 없었나를 묻는 것 자체가 어쩌며 바보스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작품은 소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역시 인간은 외로운 존재임을 부각시키려했던 것일까. 연극이 끝난 후,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 사람은 맨드라미를 보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였고, 어떤 사람은 자기가 본 것이 해바라기였다고 한다. 맨드라미는 꽃인가? 글쎄, 꽃이라고 하기에는 꽃 같지 않고, 꽃 아니라고 하기에는 꽃 같다. 분명한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그저 애매모호할 뿐, 기억하는 것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다르다. 이상한 연극이다. 그런데 이상하기 때문에 야릇 한 매력이 있다.


REVIEW 공연리뷰

유재하 클래식 콘서트‘The

Opera’유재하와 클래식과 이야기 REVIEW 원

수성아트피아와 힘즈뮤직의 공동기획 시리즈 두 번째‘유재하 클래식 콘서 트’를 보고 왔다. 공동기획 시리즈의 첫 번째인‘김광석 클래식 콘서트’는 2015, 2017, 2018년에 클래식과 국악을 엮어 연주되었다. 일명‘친절한 클래 식’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고 그것에 용기를 얻어 두 번째 시리즈를 만들게 되었다고 공연 기획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어“서양 클래식과 국악을 전공한 우리는 클래식과 국악의 위대한 유산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길 원했습니다.”라 고 말하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린, 첼로, 피아노, 해금을 연주한다. 2011년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초청 받았고, 아리랑을 전 세계에 전하기 위해 230여일 동안 25개국 60개 지역에서 공연하며 이름을 알려온 그룹이다. 여기에 소프라 노 김현희, 소은경, 테너 윤승환, 현동헌, 바리톤 최득규가 함께 했다. 공연 중 비아트리오는 극의 배경처럼 정해진 위치에서 연주를 하고 그 속에서 다섯명 의 성악가들은 노래와 연기를 한다. 공동기획 첫 번째 시리즈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유재하 클래식 콘서트’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단 한 장의 앨범 을 남기고 젊은 나이에 세상과 이별한 유재하의 노래를 성악가의 목소리를 통해 게다가 이야기를 담아서 듣는 이번 기획은 상당 히 독특하고 새로운 경험이다. 고아 출신인 규환은 혜림과 사랑하는 사이다. 혜림의 친오빠 승철은 규환과 친구 사이지만 자신의 동생이 규환과 만나는 것을 알고 화를 낸다. 하지만 승철은 여자친구 희수와 자신의 관계를 통해 나중에는 예림과 규환을 이해하게 된다. 이야기를 시간 순 서대로 보여주며 총 10곡의 노래와 함께 들려준다.‘친절한 클래식’답게 대중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단조롭고 쉬운 이야기를 사용했고 복잡하거나 머리 아픈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그랬기에 이야기의 본질인 복잡 미묘한 부분을 살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지만, 음악에 이야기가 실릴 때 그 힘이 가중되어 더욱 강력해 지는 것인데 이야기가 관람객들을 충분히 휘어잡을 정도로 강력하지는 못했다. 덧붙여서 말하면 유재하의 원곡을 기대하고 객석에 입장한 관람객들은 조금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제목이‘클래식 콘서트-유 재하편’이 아니라‘유재하 클래식 콘서트’인 만큼 관람객들은 유재하의 원곡을 훌륭한 목소리로 듣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었 을 텐데 그 부분이 충분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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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Gak

트리오 비아트리오는‘트리오’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4명으로 각각 바이올


REVIEW : 공연리뷰

뮤지컬 라이온킹 인터내셔널 투어 클래식에는

이유가 있다 7

REVIEW 원

잘 만들어진 공연은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시간과 돈에 대한 가치를 뛰어넘어 공연 자체에서 오는 충족감이 있다. 대형 뮤 지컬과 같이 값비싼 상업 공연의 경우 공연을 통해 얻어가는 예술적인 자극보다 공연의 가치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한 국에서 공연되는 대형 뮤지컬은 뮤지컬이 가진 서사와 연출, 넘버(뮤지컬 음악) 등의 기본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 다도 유명 뮤지컬 배우의 연기와 가창력이 뮤지컬의 티켓 파워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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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이끌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서울, 부산 을 돌며 전 세계를 투어하는 뮤지컬 라이온킹은 그 존재 자체 로도 힘이 있지만 모든 합이 잘 맞춰 떨어졌기 때문에 더욱 빛 났다. 뮤지컬 라이온킹은 1994년 월트 디즈니 픽처스의 애니메 이션 영화 라이온킹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디즈니 애니메 이션 영화는 동화적 서사와 뮤지컬적인 노래를 특징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OST에 상당히 공 을 들이는 회사다. 영화 라이온킹의 OST는 영국의 가수 엘 튼 존과 작곡가 한스 짐머, 뮤지컬 작사가 팀 라이스의 합작으 로 만들어졌다. 라이온킹의 대표 OST인‘Can you feel the love tonight’는 막대한 인기를 누리며 1995년 아카데미 주 제가상, 그래미상, 골든 글로브 올해의 주제가상을 휩쓸었 다.‘Can you fell the love tonight’뿐만 아니라‘Circle of life’,‘Hakuna Matata’등의 사운드트랙 역시 큰 인기를 받 으며 가장 유명한 애니메이션 OST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러 한 인기를 기반으로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라이온킹 이 공개되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라이온킹(1994)’,‘타잔(1999)’, ‘정글북(1967)’과 같은 작품은 동물이 주 등장인물로 등장해 무대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연출가 줄리 테


이머는 이러한 우려를 아시아의 가면 무용극과 인형극, 아프리카의 토속 가면을 활용하여 전 등장인물이 동물로 구성된 라이온킹을

뮤지컬 라이온킹은 공연의 모든 요소의 합이 잘 맞고 동물의 인형, 탈에서 오는 시각적인 효과도 훌륭한 완성도 높은 뮤지컬이다. 특히 동물을 무대에 구현한 동물 인형, 가면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디즈니는 최근 몇 년간 실사 영화에 공을 들이고 있 다. 동물을 등장인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3D 그래픽만큼 적합한 것이 없다. 존 파브로 감독의 영화 정글북(2016)이 개봉했고, 오 는 7월에 개봉 예정인 영화 라이온킹(2019) 역시 3D 그래픽으로 동물을 구현하고 움직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디즈니에서 제작한 뮤지컬 겨울왕국 역시 그래픽으로 설원과 주인공의 마법을 재현하는 것처럼 공연 예술에서도 그래픽과 같은 첨단 테크놀리지의 사 용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뮤지컬 라이온킹은 1990년대 제작할 당시 그대로 아날로그를 20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사람과 가면, 의 상, 소품으로 뮤지컬 배우들이 직접 사자, 원숭이, 기린, 하이에나, 멧돼지와 같은 야생동물이 되고, 긴 장대에 매단 와이어로 날아 다니는 새를 표현한다. 또한, 배우들의 춤에 따라 움직이는 옷, 모자, 장식 등으로 아프리카 사바나의 초원을 무대 위로 불러온다. 이러한 인형극은 실사를 직접 보여주는 방식보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 공연의 집중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대부분의 디즈 니 작품이 그러하듯 라이온킹도 어린 관객의 비중이 높은 공연 중 하나다. 이러한 인형극이 동물의 구현에서 어린이의 상상력 함양 으로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은 디즈니가 가진 장점이다. 영화 라이온킹과 디즈니의 유명세 때문일까. 뮤지컬에서 구현된 서사와 장면들은 익숙했다. 애니메이션의 익숙한 장면과 스토리 를 기억하기 때문에 뮤지컬과 영화를 비교하게 되고, 극 흐름에 있어 새로운 자극을 받지 못했다. 이것은 반대로 익숙하기에 갖게 되는 기대감이 있다. 익숙한 클래식 음악이라도 연주자에 따라 곡의 이미지와 감상이 달라지는 것처럼 라이온킹도 일종의 클래식으 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뮤지컬 라이온킹을 영화 라이온킹과 개별적인 작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라이온킹이 가진 힘은 뮤지컬과 영화 두 장르의 벽을 허물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하였다. 이러한 힘은 잘 만들어진 플롯, 매력적인 등장인물, 훌륭한 OST, 그리고 뮤지컬과 영화 두 장르 각각의 특성에 알맞은 매력에서 나온다. 완벽함에서 나오는 매력이 라이온킹을 20년이 넘도록 공연이 되고 리마스터링 재상영을 할 수 있게 한다. 뮤지컬 라이온킹 인터내셔널 투어는 1월 9일부터 3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되고, 이후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4월 공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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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구현하였다.


REVIEW : 전시리뷰

신상욱 조각전

비일상적인 예술 시도가 일상으로 들어온다면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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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작품들이 고고한 색깔을 뽐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묵직한 느낌을 주는 것은 작품의 질감이나 색 그리고 조명과 그림자가 그러한 것도 있겠지만 한 작품에 둘 이상의 색을 쓰지 않은 것도 한몫한다. 게다가 각각의 작품은 기하 학적 형태의 모양이 자리 잡거나 구멍이 뚫리거나 비틀리는 등의 시도로 인해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를 띠고 있다. 신상욱 작가는‘작품의 영감은 평범한 곳에서 온다.’라고 말했다. 길을 걷다가, 일상생활을 하다가 보면 존재하는 형태와 오브제 에서 작은 단서를 찾게 되고 그것들을 모아서 공간이나 작품에 옮기는 작업을 통해서 작품이 탄생한다. 또한, 우연히 떠오르는 생각 을 작품에 합치고 공간에 재해석하여 표현하는 식의 즉흥적인 작품도 몇 가지 있고 모티브가 있는 것도 몇 가지 있다고 밝혔다. 작 품‘18space 14’같은 경우도 작업하는 도중 한쪽을 살짝 들었는데 일반 사각 프레임보다 꽤 좋은 느낌이 들어 만들어진 경우라는 설명도 보탰다. 신상욱 작가는 예술을 건축의 일부분이 아니라 건축 그 자체였으면 하며, 건축 설계자와 작가 간의 협업을 통해 계획된 공간과 건 축물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러한 건축물로 인해 예술과 소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과거와 는 달리 우리의 시대는 예술과 삶에 구분이 없을 정도로 예술은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그만큼 건축 예술도 중요한 부분인 점을 직시한 것이다. 게다가 예술을 접목하면 특색 있는 건물이 되기도 하고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때로는 특색 있는 건물이나 건축물이 약속 장소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반월당 선물 상자 앞’이나‘아카데미 스파이더맨 앞’ 이 그렇다. 작은 의미에서는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큰 의미에서는 한 자리에 오래도록 남아 잊히지 않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작가는 끊임없이 고뇌할 것이다. 작가는 사람들의 일상에 예술이 들어가 소통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기하학적인 시도들이 거듭되고, 기존의 것들을 토대로 끊임없는 실험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파격적이고 신선하며 살아 있는 작품들이 탄생 할 것이다.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건물을 짓는 것이 꿈이라고 했던 위대한 건축가이자 예술가 가우디처럼 신상욱 작가의 작품들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건물로 재탄생하여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주고 더불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꿔주기를 깊게 소 망한다.


REVIEW : 전시리뷰

조각가 김형표 초대전

차가운 돌이 따뜻한 돌이 되는 과정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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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은 총 2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을 열고 들어 가 보니 장난감과 작품들이 구분 없이 전시되어 있어 마치 장난감 가게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형표 작 가가 장난감 가게의 아저씨처럼 앉아있었다. 어린아이들의 상상 속에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는 장난감 가게 아저씨처럼 김형표 작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 서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노력의 일 환으로 2층에서는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되며 알록달록한 색 깔의 아이소 핑크로 만든 작품들과 커다란 브론즈상도 볼 수 있다.

는‘집과 나무라는 주제를 모티브로 풍성한 여름날을 상상하 며 조형적으로 재구성하였다. 뿌리가 가지를 거쳐 잎사귀까 지 이어지는 이유는 열매라는 달콤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인 것처럼 우리가 사는 곳이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이어지는 이 유는 공존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적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다.’라고 말했 다. 게다가 작품의 소재는 인간과 그들의 시각적 교감 그리 고 인간이 공유하는 미적 감각과 열망 등이고 그러한 힘으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차가운 돌조각이 따뜻한 석조로 바뀌 고 제한된 용적을 출발점으로 하여 밖으로 확장하는 아름다 움을 형성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느낌의 차이’라는 작 품은 제한된 용적을 출발점으로 하여 아름다움으로 확장해나 가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느낌의 차이’는 김형표 작 가가 가장 신경 쓴 작품으로, 한 발로 앉아 있는 브론즈상은 불안정해 보이지만 보는 이에게 편안하게 느껴진다면 작품 속에 불안과 안정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삶에 안정이 없다면 흔들리게 되고 불안이 없다면 성장하지 못한다.‘인간이라는 존재는 절대로 완전한 안정 혹은 완전한 불안정의 상태 에 머무를 수 없다’라고 해석해볼 수도 있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불안과 안정을 잘 녹여낸 작품‘느낌의 차이’를 통해 인생을 대 하는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뿌리가 가지를 거쳐 잎사귀까지 이어져 열매라는 달콤한 결실을 맺는 것처럼 우리는 삶에서 죽음까지 이어진 인생에서 서로 관계 를 맺고 소통한다. 김형표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세상과 소통한 것처럼 사람들은 작품을 통해 작가와 소통하게 되는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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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초대전의 작품 의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형표 작가


REVIEW : 전시리뷰

청년 미술 프로젝트

청년들의 현재 REVIEW 원

‘미장센에 들어온 청년 미술’이라는 이름 하에 청년미술 프로젝트가 엑스코에서 4일간 진행되었다. 청년 미술 프로 젝트는 국내·외 40세 미만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로, 지역 청년 작가를 발굴하고 신선하고 수준 높은 작품들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총 6개국 24 명의 작가가 함께 준비한 이번 프로젝트는 젊은 작가들이 모여 만든 만큼 독특한 작품들이 많았다. 커다란 부스 안 으로 들어서면 아트페어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르게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바뀌는 것을 경험한다. 조심해야하는 실험실에 들어온 느낌과 같은 것이다. 입구 부터 우리는‘장면(화면)속에 무엇인가를 놓는다.’라는 의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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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만들어진 미장센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김윤섭 작가의‘순교자 반 고흐의 출현’이라는 작품에서 반 고흐를 연상시키는 외양의 사나이는 그림의 중심에 부 동의 자세로 서 있다. 작가란 신앙의 숭고함을 품고 진리를 향해 걸어가는 순례자와 같다는 생각을 가진 김윤섭 작가는 2016년부터 회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회화의 거장인 반 고흐를 순교자의 대표로 선정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회화의 구세주이자 좀비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으스스하고 기괴하며 또한 잃어버릴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듯이 공허하고 쓸쓸해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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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단비 작가의‘시작과 끝’이라는 작품은 출생과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탐구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작품이 설치된 방으로 들어서면 어질러진 식탁을 둘러싼 빵과 초콜릿 냄새, 먹다 남은 와인 냄새가 코끝을 타고 들어온다. 허단비 작가는 2012년부터 방 과 식탁의 어질러진 흔적을 모아왔고 그것은 사람들이 떠난 공허한 자리가 주는 상실감을 느끼고 그 느낌의 뿌리를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할머니의 임종을 곁에서 지켜본 어린 시절의 충격이 만들어낸 잔상이었고 그 것이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므로 어질러진 식탁의 흔적들은 죽음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작가는 밝혔 다. 작가는 작업 중에도 고독과 싸우게 되는데 외롭고 쓸쓸한 감정을 그냥 두지 않고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것을 즐길 줄 알 게 되었다며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어질러진 식탁 주위로 흩어져있는 찢어진 책은 앤서니 스토의‘고독의 위로’와 헨리 나우 웬의‘영적인 발돋움’인데 찢겨진 책 중 흥미로운 구절이 있었다.‘대부분의 창의적인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더 쉽게 불안정 해지면서도 자신의 갈등과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더 많이 갖추고 있다.’라는 절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겪고 있고 그것은 충분히 발현되지 못한 부분이 가슴 속에서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면 허단비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단서 를 찾아가듯이 사람들도 극복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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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반선 작가의 작품은 풍자적인 요소가 있다. 머리가 세 개, 외 눈, 날개, 배 속에 그득한 동물과 식물, 레드 카펫을 딛고 태양을 손 에 얹으려는 사람인지 괴물인지 알 수 없는 생명의 몸은 지나치게 거대하다. 날개는 달렸지만 무거운 몸과 머리 때문에 날아가기 힘 들어 보인다. 위의 작가 외에도 심윤 작가는 얼마 전 개봉한 영화‘스윙키즈’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작품‘performer in the forest’를, 강동 우 작가는 보는 이로 하여금 하나 가지고 싶게 만드는 귀걸이 컬렉션매력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과 색깔을 감상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이 형성되었다. 흔히 청년은 도전하고 방황하고 외로움에 당황하고 존재에 불안을 느끼는 존재들이다. 특히나 요즘 시대의 청년들은 더 그렇다. 그 만큼 하고 싶은 말도 많고 표현하고 싶은 것도 많다. 청년 미술 프로젝트는 대구를 중심으로 청년 미술의 현재를 보여주고 그들이 나 아가는 실험의 과정이며 하나의 도전이다. 낡은 것을 답습하고 뻔한 것들을 보여주는 무의미한 전시가 아니라 청년들의 삶에 사소한 파동을 일으킬만한 작품들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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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전시리뷰

수창, 청춘을 리노베이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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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기 좋은 곳’ 수창청춘맨숀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가장 많이 보이는 말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 여다보면 사진 찍는 장소 이상의 명분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구시가 32 억원을 투자해 조성하였고 최근 대구현대미술가협회가 수탁을 맡아 2020년 8월 까지 2년간 운영하게 된 수창청춘맨숀은 청년작가를 위한 예술창조공간이자 복 합문화시설이다. KT&G의 옛 사옥인 3층짜리 아파트 2개 동을 수리하여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유료주차장으로 쓰이다가 2016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의‘폐산업·산업시설 활 용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된 후 논의 끝에 만들어진 것이다. 대구현대미술가협회에서 수탁을 맡아 2018년 11월 3일 개막 공연을 포함한 개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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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식을 시작으로‘야외 조형 미디어 전’,‘MONSTER, 기억의 저편 전’,‘청년미술육성프로젝트 전’,‘Interactive 전’등을 함께 기획 했다. ‘야외 조형 미디어 전’은 수창의 야외 공간을 활용한 전시로 건물 로 향하는 사람들을 제일 먼저 맞아준다. 야외 전시이기에 회화나 영상이 아니라 조형물들을 볼 수 있고 넓은 마당은 앞으로 많은 조 형물들이 전시될 것을 암시하는 듯 했다.‘MONSTER, 기억의 저 편 전’에서는 우리도 모르게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상상 속 괴물 을 불러내어 그때의 감정을 공유한다. 군중 속 고독이 쓸쓸하기도 하고 편하기도 한 우리에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끔 하려는 의도 이다.‘청년미술육성프로젝트 전’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10명의 작 가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Living in the Baroque world’라는 주제 아래에 표현했다. 바로크는 르네상스 시대의 특징인 질서와 균 형, 조화와 논리성과 달리 우연과 자유분방함, 기괴한 양상 등이 강 조된 예술양식이다. ‘Interactive 전’은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관람자로 하여금 읽고, 만지고, 만드는 행위를 통해 참여하게 만드는 작품 기 획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수창청춘맨숀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정리하면 대구에 오는 사람들이 대구를 인식 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이자 예술가들이 공존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우리가 이미 가진 것들을 가지고 혁신(renovation)하는 곳이자 그럴만한 에너지가 모이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SNS용 사진 찍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일 지도 모른다.


REVIEW : 전시리뷰

숲으로 들어가다

A Forest Scene 두 개의 숲으로 초대 REVIEW 원

숲에 들어와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꽃사슴이었다. 꽃사슴은 보랏빛 숲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고개를 꺾어 나를 바라본다. 겁에 질려 곧 도망치려는 태세는 아니다. 꽃사슴에게서 고개를 돌리면 커다란 뿔을 가진 사슴과 여자가 있고 어 쩐지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이것이 전시장 좌측의 풍경이다. 우측에는 울창한 숲이 있다. 끊어지지 않은 나무들이 하늘로 죽죽 뻗어있고 나뭇잎이 무성하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숲이 만나 미묘한 온도 차이에 의한 대류를 일으키고 뒤섞 여 오묘하게 잘 섞인 느낌이 든다. 아트스페이스 펄을 숲으로 만들어버린 두 명의 작가 김건예와 변연미의 2인전을 들여다본다. 김건예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몽환의 숲(키네틱 플로우, 2006)’이 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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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의 숲의 입구에서 보내는 초대인 것일까? 그곳에 서 있는 여자는 화가 나 거나 슬프거나 하는 인간의 감정을 초월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슴도 누군가에 게 쫓기거나 다급해 보이지 않는다. 몽환의 숲은 말 그대로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곳이다. 즉, 현실에 없기에 더욱 간절히 원하게 되는 곳이다. 더 나아가 생각하면 현실을 살아가기에 벅찬 사람들, 부적응자들을 위한 일종의 도피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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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김건예 작가의 숲이‘몽환의 숲’이라면 변연미 작가의 숲은‘숨 쉬는 숲’이라고 이름 짓고 싶다. 숲 속의 수 많은 나무와 나뭇잎들 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움직이며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변연미 작가는 이러한 숲의 한 장면을 포착해내며 숲의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그대로 옮겨놓는다. 흐르는 시간을 정지된 화면에 담아내면서도 생명력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변연미 작가는 살아 있는 숲이 숨 쉬는 시간의 한 점을 포착해낸 것이다. 두 작가가 보여준 완전히 다른 느낌의 숲을 보고 나니 파울로 코 엘료(소설가, 1947~)가 쓴 소설‘알레프(오진영 역, 문학동네, 2011)’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두 작가가 보여준 숲이 그랬듯이 그것을 보는 사람들도 각자의 삶을 완성시켜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나무가 십만 그루나 있는 숲에도 똑같은 모양의 잎사귀는 한 쌍 도 없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마찬가지로 같은 길을 가더라도 두 사람의 여행이 똑같을 수는 없어요. 우리가 계속 여행을 함께 하고, 보이는 것들을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끼워 맞추려 한다 면 우리 둘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될 거예요. 당신의 앞길에 축복을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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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며 인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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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를 가다. 경주, 신라의 도시에 가면 두개의 미술관이 있다. 본격 미술관 여행 아트로드 “우리 시대는 금과 옥을 미워했고, 문학과 예술을 사랑했다.” 문화예술의 도시 경주를 알맞게 표현하고 있는 이 글귀는 지금으로부터 1200년 전 만들어진 성덕대왕신종(a.k.a. 에밀레종)에 새겨져 있는 명문 중 한 구절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예술의 도시 경주에는 많은 미술관이 있다. 그 중에서 아트로드 에서는 우양미술관과 솔거미술관을 가보았다.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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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보문단지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은 십여분거리에 있다. 보문단지 내 힐튼호텔 부지에 우양미술관은 자리잡고 있어서 보문산책로를 산책하면서 돌아보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이십여 분 걸어서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경주타워 뒷편에 보면 솔거미술관이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다. 두 미술관은 미술관 자체만으로도 유명 건축가의 작품이기때 문에 눈여겨볼만 하고 우양미술관은 세계유명조각가들의 작 품이 많아 산책하면서 보기 적당하고 솔거미술관은 이름에서 도 나타나듯‘박대성 전시관’이 있어 우리나라 서화작품을 감 상하기에 좋다.


ART ROAD

우양미술관 경주 보문단지 힐튼 호텔 부지에 위치한 우양미술관은 1991년 설립된 국내 최초 사립 현대미술관으로, 개관 당시 선재미술관으로 개관 한 이후 해외 미 술관과 연계된 대규모 국제전(워홀과 바스키아 전)을 비롯해, 현대 미술을 역사적으로 조망하며 시대를 앞서 오늘의 미술 흐름을 제시해 준 국내외 주요 작가 들의 전시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다. 또한 동남권의 대표적 미술관으로서 다양한 문화적 수요에 부응하여 전시 뿐 아니라 각종 교육프로그램과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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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행사를 마련하여 지역의 중심적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특히 미술관 맞은편에 보문호 산책로를 따라 넓게 펼쳐진 조각 공원이 있다. 국 내외 유명 작가들의 조각품들이 설치되어 특별함을 준다. 운영 시간 : 10시~18시(입장 종료 17시 30분), 매주 월요일 휴관 054-745-7075 경북 경주시 보문로 484-7 경주힐튼호텔 http://www.wooyangmuseum.org

솔거 미술관 2008년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이 작품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건립이 추진된 이래, 2012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아평지 연못가에 한 곳에서 첫 삽을 뜨게 되었다. 신라시대 화가 솔거(率居)의 이름을 따 ‘경주솔거미술관’으로 2015년 8월, 개관했다.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지원한 최초의 공립미술관으로 빈자(貧者)의 미학을 실천하는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하고 재단법인문화엑스포가 건립을 주도하여 미술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도록 세웠다. 소산 박대성 화백과 경주미술협회, 재단법인 문화엑스포가 함께 손잡고 세운 미술관으로서 신라 예술의 전통을 기반으로 오늘의 미술을 전시한다. 소산 박대성 작품을 항시 볼 수 있는 박대성관을 특별히 상시 운영한다.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수장고, 아트샵을 운영 중이다. 운영 시간 : 9시~18시(입장 종료 17시 30분), 매주 월요일 휴관 054-740-3990 경북 경주시 경감로 614 http://www.gjsa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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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문화N : 대중문화

Prelude.‘대구뮤직’ SERIAL COULMN

2014년~2015년부터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한동안 소강기를 지나‘대구 지역음악’씬이 부흥의 에너지를 뿜어내기 시작한 때 가.‘카노’,‘매드킨’,‘더튜나스’, 그리고 필자가 몸담고있는 밴드‘레미디’가 결성되고,‘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찰리키튼’, ‘당기시오’같은 팀들의 활동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김광석거리를 중심으로 지금의‘두고보자’의 리더인 이서용군,‘라이브 오’,‘오늘도 무사히’,‘안녕,코스모스’등의 버스커/어쿠스틱 뮤지션들의 활발한 활동이 모두 그 즈음 시작되었다. 2016년에 들어와서는 사단법인 스트릿컬쳐팩토리가 주관하는 서문야시장 상설 공연이 시작되면서 뮤지션들이 지속적으로 대중 들에게 자신들을 노출시키는 기회가 생겨났고, 그 무렵에 지역음악인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TBC 고택음악회-캠프, TBC 청춘버 스킹이 생겨나 지역 매체를 통해서도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다. 그러한 가운데 2016년에는 김빛옥민, 오일밴드(지 금의 헤이맨), 택이(임영택), 골방뮤지션(지금의 돈데크만), 2017년에는 더툴스, 심상명, 이글루, 모과양, 2018년에는 폴립, 모노 플로, 고루고루, 김종진, 내색 같은 대중성과 음악성을 고루 갖춘 신인들이 계속해서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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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창작씬의 성장은 필자 개인적으로는 너무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지역인프라/마케팅 기반 등은 같이 성장 하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라 안타깝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현실 속에서 대구음악창작소가 탄생은 변화를 계 기를 마련해 주고 있는데, 현재‘컨텐츠의 빈약/지역사회와의 연계 부재’등으로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다른 지역 음악창작소와는 달리 대구음악창작소는 첫째, 지역 자체의 소프트웨어적인 기반의 풍부함 둘째, 그를 받아 안을 수 있도록 적극적 으로 지역음악씬과 교류하는 예술행정 이라는 두 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현저한 성과를 거둬내고 있다. 뮤지션들을 위한 여러 지원 사업가운데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음원 창작지원 사업인데, 2017~2018년의 2년간 대구음악창 작소 창작지원을 통해 발매된 음원은 총 21개팀 79곡으로서, 정규앨범과 미니앨범을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면, 올해로 결성 20주 년을 맞은 지역을 대표하는 하드록 밴드‘아프리카’의 4집‘길 위에서’, 전국을 넘어 이제는 해외로까지 공연을 펼치고 있는 스케 이트 펑크록 밴드‘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Keep Drinking’, 그리고 곧 발매를 눈앞에 둔, 독보적인 음색과 음악세계를 갖춘 싱어송라이터 엄태현군의‘오늘도 무사히’의 앨범 등 세 장의 정규앨범이 음악창작소의 지원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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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에 EP앨범이라고도 불리는 4~6곡정도의 싱글들을 담은 미니앨범으로는 젊은 4인조밴드로 구성된 팝밴드‘뮤디’, 델리스파 이스/언니네이발관으로부터 촉발된 소위‘조선모던록’의 감성을 이어가는 밴드‘전복들’, 뛰어난 가창력의 여성보컬을 중심으로 편안하면서도 원숙한 연주를 들려주는 팝밴드‘카노’, 뛰어난 작사 작곡 능력을 보여주는 감성 모던팝 싱어송라이터‘라이브오’, 트렌드에 꼭 들어맞는 귀여운 감성 안에 깊은 음악적 역량 또한 담아내는 밴드‘이글루’, 그리고 올해 혜성처럼 등장해서 지역클 럽씬을 뒤흔들고 있는 무서운 신예‘폴립’까지 총 6장이 창작소의 지원을 통해 만들어졌다. (폴립은 단일 미니 앨범이 아니라 여러 이외에도 싱글로‘더툴스’,‘메리고라운드’,‘픽업라인’,‘반다오이’,‘고루고루’,‘모노플로’등의 팀들이 곡들이 창작소를 통 해서 만들어 졌으며 모든 곡들은 음원사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중이다. 창작소의 지원을 통해서 발매된 것만 해도 이 정도지만, 창작소의 도움을 거치지 않은 음원들(밴드‘당기시오’, 홍시은, 그리고 필자가 몸담고 있는 밴드‘레미디’등)까지 포함하면 지난 2년간 대구의‘창작음악’씬은 역사적으로도, 서울을 제외한 그 어느 지 역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의 많은 수의, 그리고 다양하고 깊이있는 음악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인디’또는‘대구음악’또는‘대구로컬뮤직’그 무엇으로 불리우건 간에, 그 누가 주목하든 주목하지 않든 간에, 지역의 음악 씬은 놀랄만한 성과를 이미 만들어내고 있고, 다가온 2019년, 이 창작의 에너지들을 어떻게 예쁘게 포장해서 잠재적 관객/수요층/ 대중들에게 전달할까하는 숙제에 또 한 번 당면해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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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 싱글 형태로 발매하고 있으며 라이브오는 1월 중 발매 예정이다.)


소셜문화N : 영화리뷰 영화 ‘마카담 스토리’ 내게

불시착한 당신께 REVIEW

인연이 시작되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순간을 마주한 6명의 인물이 있다. 어쩌면 조금 불안해 보이는 그들의 삶에 찾아온 우연의 사람들. 그 따뜻한 온기를 이야기할 수 있어 기쁘다. 모든 시작은 불시착, 마카담 스토리. 영화는 옴니버스 형태로 3가지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우선 첫 번째 이야기는 수리비를 내지 않아 엘리베이터 이용이 금지된 40대의 독신남 스테른코비츠가 다리를 다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그는 다른 주민들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밤에만 엘리베 이터를 이용하며 외출을 하다 우연히 나이트 근무를 하는 간호사를 만나게 된다. 그녀 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자신이 인터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사진을 싣는 포토그래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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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한다. 두 번째는 홀어머니와 사는 10대 소년 샬리의 이야기다. 그의 옆집에 한때 유명 배우 였던 잔메이어가 이사를 오면서 새로운 형태의 우정이 그들 사이에 생기게 된다. 샬리 는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함께 보게 된다. 세 번째는 나사소속 의 우주비행사 존 매켄지가 아파트 옥상으로 불시착하면서 알제리 출신의 하미다에게 도움을 받게 되는 이야기다. 존은 영어를, 하디마는 불어를 쓰며 어설픈 의사소통으로 서로를 알아간다.

그들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혹은 개인주의로 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하고 그 상황 을 낯선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극복해간다. 스테른코비치의 경우는 사랑의 힘으로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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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진심을 전한다. 영화의 말미에 다친 다리로 힘겹게 걸어가 필 름 없는 사진기로 사진을 찍으며 자신을 고백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아들을 그리워하는 잔메이어는 샬리가 찍어주는 캐스팅 비디오를 통해 샬리에게 모성애적인 사랑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존은 하미다를 통해 소통의 새로운 방식 을 배우고 이방인의 위치에서의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며 위로하게 된다.

러닝타임이 짧고 이야기의 전개가 부드럽게 흘러간다. 1.33:1이라는 화면비율의 풀스크린은 영화의 밀도를 높여준다. 프랑스의 대배우 이자벨 위페르 와 마이클 피트가 나온다는 사실 만으로도 영화에 흥미가 생기겠지만 그들의 변함없이 유려한 연기력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는 영화다. 흐르듯 표현하는 감 정선과 자연스러운 연출에 감탄했다. 영화의 원제는 ‘아스팔트’인데 ‘마카담 스토리’의 ‘마카담’ 역시 아스팔트 공법을 의미하고 프랑스 피카소 단지의 낡 은 아파트를 뜻하기도 한다. 감독의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니만큼 작가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회색빛의 영화 톤이 지속되지만 적절한 색감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영상미가 뛰어난 작품이다. 영화를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들을 과정을 볼 때 관객으로서 느끼는 기쁨은 매우 크다.


소셜문화N : 영화리뷰

특히 이 영화가 그랬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기묘한 시선들을 목도할 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울 수 있다. 소통의 부재 혹은 의도 적인 고립으로 점점 황폐해지는 인간관계들이 생겨난다. 피로와 스트레스로 점철되는 현대인의 사회적 통증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시선조차 공포가 될 수 있는 억압적인 관계 안에서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애초에 사적인 관계망을 넓히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가진

와의 관계성은 점점 떨어지게 된다. 그 관계성을 회복하기에 도움을 줄 좋은 영화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혹시 본인이 인간관계에 회의감이나 불필요함을 느 낀다면 꼭 한번 보기를 권유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타인과의 관계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태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한 발짝 용기 내어 다가갈 때 상대가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용기이고 그 용기를 통해 내 안의 평온 함이 퍼질 때 건강한 관계가 시작된다. 영화의 끝에서는 존이 다시 우주로 돌아간다. 잘 지내라는 하미다의 인사를 받고 밝게 돌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물리 적으로 곁에 있는 것보다 오롯한 우정을 확인한 두 사람의 진심이 더 큰 평온함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존은 떠나지만 하미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록될 그들이 우정이 부럽기만 하다. 오롯이 나의 삶이기에 가능한 인연이 만들어진 순간이다. 각자의 삶을 살아갈 때 마주하는 소중한 인연들이 뿌리가 되어 거 친 세상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나무로 성장하길 소망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밝게 미소 지을 당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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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한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혼자만의 시간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안에 오랫동안 잠식할수록 바깥 세계


소셜문화N : 영화리뷰 영화 ‘부드러운 여인’ 온화한

여인, 주도적인 삶을 살았는가? REVIEW 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로베르 브레송 회고전-브레송의 열세 가지 얼굴’을 상영하기 에 그중 하나인 ‘부드러운 여인(A gentle woman, Une femme douce, 1969)’을 관람했다. 이 영화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단편소설 ‘온순한 여자(A gentle creature, 1876)’를 각색한 작품으로 브레송의 첫 번째 컬러 영화이다. 시대 고유의 특징인지 브 레송 특유의 색깔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부드러운 여인’은 정적인 분위기를 줄곧 유지 했으며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정이나 말투보다는 주로 행동으로 표현했다.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감독의 방식은 확고해 보이며 영화 자체에는 심오한 매 력이 있다. 영화는 누군가 방금 뛰어내린 듯 흐트러진 테라스와 흩날리는 직물을 보여준 뒤 핏덩 어리와 쓰러진 여자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쓰러진 여자는 침대로 옮겨지고 그녀의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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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이 가정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그녀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거를 회 상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이것이다. ‘여자는 왜 자살한 것일까?’ 스크린에 비춰지는 여자는 오로지 책과 음악 등 자신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처지로는 책과 공책을 원하는 만큼 살 수 없기에 여자 는 지적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결혼한다.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적 자유를 보 장받았고 안정적인 환경 속에 있는데 여자는 왜 자살을 한 것일까? 질문에 대한 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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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생각이 있다.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여자의 마음속에 부자유의 공간이 생겨버리지 만, 그 미묘한 차이를 남편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게다가 남편은 여자를 집착하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여자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앞에서는 노래 도 부르지 않는다. 여자는 지적 자유를 저당 잡히고 표현적 자유까지 침해당해 삶에 불만족을 느낀 나머지 자살했다는 것이 첫 번째 생각이다. 두 번째 생각 은 남편이 여자에게 꽃을 선물하는 장면에서 기인한다. 여자는 꽃을 물병에 꽂아 놓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고 받자마자 버린다. 여자가 꽃을 버린 것은 거절의 의미에 가깝다. 여자는 다른 사람들이 으레 그러듯 꽃을 선물하며 환심을 사려는 남편에게 불편함을 느꼈고 ‘우리도 그저 그런 커플이 되는 거겠죠’ 하고 말한다. 여자가 꽃을 버린 것은 하나의 메타포일 뿐이며 여자가 느낀 불편함 때문에 그녀가 자살하게 되었다는 것이 두 번째 생각이다.

영화 관람 후 ‘이 온화한 여인의 삶은 과연 주도적이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여자의 삶이 주도적이었는지 아닌지는 두 질문을 통해 판단할 수 있 다. 여자의 자살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투쟁의 결과물이었을까? 아니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현실과 타협한 주인공의 비참한 현실인 것일까? 여자가 죽음을 선택했다는 관점에서 필자는 전자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추구하는 과정에서 괴로움에 부딪혔지만 회피하지 않고 죽음을 선택했다. 그러므로 여자의 삶은 주도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영화 제목이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어로 ‘douce’는 음식과 쓰일 때는 ‘달콤 한’, 질감에 관해서는 ‘부드러운’, 사람에게 쓰일 때는 ‘온화한(gentle)’으로 해석된다.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부드러운’이라는 단어가 약간의 다른 상상 을 하게 만들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부드러운 여인’보다는 ‘온화한 여인’이 더 적합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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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경 초대전 ‘두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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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문화N : 아트북 소개

극재 정점식 평전 출판사 해조음 _ 저자 서영옥 _ 발행일자 2018.08.25

REVIEW 원

만나보지 못한, 이제는 만나볼 수 없는 사람의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 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극재 정점식 평전’은 극재 정점식(1917~2009)의 삶을 내다볼 수 있 는 하나의 출구이다. 저자이자 극재의 제자인 서영옥 박사는 살아 생전 극재의 직계 제자이자 단 대 전체 수석졸업을 할 만큼 학구파였다. 서양화과 졸업생 중 계명대학교 미술학 박사 1호이기도 한 저자가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 극재로부터 많은 조언과 가르침을 받았지만, 감히 선생님에 대한 글을 쓴다는 말을 못 했다. 그러다가 논문을 쓰고 나면 실력이 갖춰질 테니 선생님 글을 쓰겠 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고 그에 대한 극재의 대답은 ‘당연히 네가 써야지’였다며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2017년 학강 미술관에서 진행한 ‘극재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위한 소논문을 쓰고 계명대학교 극재 미술관에서 특강을 하며 책을 펴내는 것으로 서영옥 박사는 스승과의 약속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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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지켰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18년 8월, 극재 타계 후 10년 만에 평전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극재克哉,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비로소 이겼다는 뜻으로 정점식 작가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극재는 대구 토박이 화가이며 근대 화단에서 추상화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화가의 수적’이라는 수필집에서는 “나는 대구 조양회관에 있는 김용조 화실에 드나들면서 이인성, 서진달과 같은 선배들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여러 가지 가르침 을 받으면서 그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존경해 왔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고 나름대로 철이 들면서 그들로부터 멀어졌다. 왜냐하면, 나는 이들의 전통적 인 체질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가 있다. 전통적인 체질과는 다른 어떠한 기질이 예술적 자극이 되어 극재의 작품 활동에 영향 을 끼쳤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책을 펼치기 전에 표지를 보면 극재가 서영옥 박사에게 Paul Klee의 시를 적어주는 모습이 보인다. 전체 2부로 나눠진 이 책은 극재의 일생을 정리한 책 이면서 서양화가이자 예술가이자 교육자이면서 문인이기도 한 훌륭한 스승으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책이다. 특히 제자를 향한 극재의 교훈적인 메시지들과 예술적 가치관이 묻어나는 문장들을 통해 참 스승의 따뜻함을 느끼고 그의 인간상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쓰기까지는 극제의 제자들과 후학들 뿐만 아니라 특히 유족 정명주(장녀) 정영주(차녀)의 응원과 도움이 컸다고 한다.

극재는 대구 근대 미술사에 추상 미술을 처음으로 뿌리내리게 만들고 타계하기 전까지 꾸준히 뜻을 굽히지 않았으며 끝까지 창작 의지를 보여주었다. 하 지만 지방에 있었기 때문에 크게 조명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번 책은 극재를 조명한 첫 번째 평전으로서의 가치가 있으며 한 시대를 같이 호흡했고 그의 작업 정신과 철학을 공유한 제자의 입장에서 쓰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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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취재노트 기자들의 현장모습 , 사각이 만난 사람들을 담았습니다 . 관객 인증 샷도 차후에 기재 할 생각입니다 . 관람 후기 ( 연극 , 클래식 , 전시 관람 인 증샷 보내주신 분께 잡지 사각 일년무료구독권을 드립니다 .


시 김경호, 이범희, 김성수 , 이성우, 김종기, 권용성 , 김양동, 노성식, 손영인, 김영세 님 감사드립니다. 리뷰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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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017

Art & Culture Review Journal

Art & Culture Review Journal

사각

Art & Culture Review Journal

사각

2017 vol 07

2017 vol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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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마을의 벽화는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대구축제, 그 모든것

인터뷰

현대무용가 김학용

제 34회 대구연극제 참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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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렉처퍼포먼스 춤이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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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상자- 아트스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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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리뷰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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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jan. feb. VOL.18

값 4800원

01 JAN . 02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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