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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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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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 연희동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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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뿌령씨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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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핀앤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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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베란다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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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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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워크숍

연희동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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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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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연구소

무소속연구소는 현대사회 자본주의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의 대안을 연구하고 실천하려는 젊은 창작자들, 보다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이들의 소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문화기획자, 큐레이터, 건축가, 디자이너, 예술가, 메이커, 활동가, 영상제작자 등 문화예술 분야 구성원들과 다양한 분야의 조력자들로 이루어진 예술 공동체입니다. 공공예술 프로젝트와 지역공동체 예술활동에 대한 담론과 대안을 제시, 새로운 형식의 시도와 실천을 통해 문화를 나누고, 관계를 맺어나가는 커뮤니티 아트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서대문구 연희동을 기반으로 아티스트 살롱 카페 보스토크와 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를 운영합니다. 지난 몇 년간 연희스몰동네마켓을 열었고, 올해 가을에는 예술가들의 자립성 확보를 위한 직거래 미술시장, 연희동 아트페어도 개최하였습니다. 2017년에는 종로구 신영동 보호수 프로젝트 ‘느티가티’(2016) 로 대한민국공공디자인대상 에서 친환경/지속가능성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환경과 자연, 지역과 사람에 대해 고민하면서 확장되어 온 관심은 올해 이른 봄부터 준비한 농사예술 프로젝트 ‘잠깐만팜’ 도전들에 단단한 계기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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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위한 노동, 예술을 통해 바꾸는 사회, 내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는 수확,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 그리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연적으로 낭비하게 되는 생의 에너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삶 이 개념들을 바탕으로, 프로젝트가 탄생하였습니다.

잠깐만, 팜

“잠깐만팜” 프로젝트는 도시 지역 한켠, 빈틈을 찾아 농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농장 (FARM)의 성격을 근간으로 합니다. 씨앗을 뿌리기 위한 땅을 팜 (CULTIVATE)과 생산된 결과물을 유통하고 소비시키기 위한 팜 (SALE)의 의미들이 함께 순환되어지는 대안적 삶의 모델은 순수한 노동의 힘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접근하는 사회운동으로 출발합니다. 동네 텃밭에서 행해지는 도시농업의 성격을 넘어 마을의 유휴공간을 공유공간으로 일궈냄으로써 지역 공공미술·디자인적 측면에 기여함은 물론, 창의적 감성노동이 녹아있는 농사 예술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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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대안농장

F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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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노동 땅을 파다

일시적 마켓 제철에 팔다

Cultivate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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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매니페스토

지난 몇 년간 국내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각 구청 및 주민센터에서 주민들에게 텃밭 박스를 제공하거나, 시에서 유휴공간에 시민들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장려해 온 움직임들이 계속 있어 왔다. 비단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로컬에서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려는 시도들이 수경재배 등의 각종 오픈소스 방법으로 공유되고 확장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농업은 커뮤니티 내 공유지를 통한 공공성 확보와 친환경 사회 무브먼트의 일환으로 전개되어 왔고, 일본같은 경우에도 로컬 푸드의 지역 비즈니스화로 균형있는 사회적 발전을 이루어 왔다. 단순히 인간의 의식주 문제를 넘어선 보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접근되어진 것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로컬푸드를 즐기고 소비하고자 하는 로커보어 (Locavore)들의 출현은 단순히 먹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해야할 가치에 대한 실천이기도 하다. 최근 전세계적인 트렌드 중 하나인 팜투테이블 (Farm to Table) 역시 인간과 환경이 함께 하는 방법을 모색함과 동시에 미래와 후손을 위한 지속가능성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잠깐만팜은 서울시 내에서 도시농업을 통한 생산과 소비의 가능성, 그 가치를 문화 예술을 매개로 하여 직접 실험하고 확인해 보는 공동체적 무브먼트로서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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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며,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을 위시한 각종 산업분야에 대한 많은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로운 환경에서 마주하게 될 인간 존재에 대한 본질적 질문들이 우려의 목소리로 들려오기도 한다. 인간이 하던 일을 기계나 로봇이 대체했을 경우, 우리 삶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근대와 현대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졌던 ‘노동’에 대한 새로 운 관점 수용과 인간성 회복에 대한 방법론들이 요구될 것이라 예측되어 진다. 다가올 시대에는 농업 역시 스마트팜 분야에서, 과학기술의 영역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얻기 위한 방법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젊은 청년들이 농업으로 창업하거나 차세대 중요산업으로 인지하고 있는 경우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즉 먹거리에 대한 우리 세대의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무소속연구소가 집중하고자 하는 이 사업은 과학기술분야에서 다루어지는 대규모 농업이 아닌, 인간 개개인이 집중할 수 있는 생산문화로서의 농사이며 노동을 통한 인간성 회복 방법으로서의 농사이다. 아마 다가올 시대의 요구는 대규모 농산물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산업 분야와 별개로 일종의 자급자족이나 물물교환을 통한 인간의 사회적 활동 장려가 될 것이라 예견된다. 인간이 생산적으로 행할 수 있는 행위, 순수한 노동으로 수확의 결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행위가 즉 농사이기에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대안적 삶의 모델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매니페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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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세 가지 활동들이 마주치는 경계선을 찾아서

‘활동적 삶’ (vita activa) 이라는 용어로 나는 인간의 세 가지 근본활동을 나타내고자 한다. 노동, 작업, 행위가 그것이다. 이것들은 인간이 지상에서 살아가는데 주어진 기본조건들에 상응하기 때문에 인간의 근본활동이다. 노동은 인간 신체의 생물학적 과정에 상응하는 활동이다 … 작업은 인간실존의 비자연적인 것에 상응하는 활동이다 … 행위는 사물이나 물질의 매개 없이 인간 사이에 직접적으로 수행되는 유일한 활동이다 … 세 가지의 활동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조건들 모두는 인간실존의 가장 일반적인 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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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정치 사상가 한나 아렌트의 저서 『인간의 조건 (The Human Condition, 1958)』 제 1장 첫 페이지에 나오는 구절이다. 지난 1년 동안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생활하면서 마음 속에 품었던 가설 하나는 아렌트가 말하는 “노동, 작업, 그리고 행위”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활동 영역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는 거였다. 유태인 출신으로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던 아렌트 개인 삶의 역사는 전체주의 기원과 근본악을 파헤치고, 과학기술과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가 이렇게 된 데에는 인간이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주장하며, 서양 철학에서 중시되었던 관조적인 삶 (vita contemplativa)을 벗어나 활동적 삶 (vita activa)을 살아갈 것을 강조한다. 아렌트는 활동적 삶을 위한 인간의 조건 세 가지로 노동, 작업, 행위를 정의했으며, 이는 각 생명, 세계성, 다원성 이라는 의미로써 상응된다. 아렌트의 용어를 정리하자면, 노동 (labor)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행하는 기본적인 행위를 말한다. 몸을 통해 하는 수고로써 생계를 위해 행하는 가장 근본적인 활동이다. 작업 (work)이란 유한성을 가진 인간이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그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공물을 제작하는 행위, 즉 다시 말해 예술 작품 같이 인간의 세계성을 구현하는 활동이다. 행위 (action)는 서로 다른 인간들이 자신의 언어와 행동으로 교류함으로써 인간들 사이 (inbetween)에서 발생하는 다원성을 근거로 공적 공간에서 행하는 정치적 활동을 의미한다. 아렌트는 과거에 인간이 세 가지 활동을 함께 영위하며 살아왔지만, 근대사회에서 기계가 등장하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균형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노동의 해방’ 이라 믿었던 것이 생산보다는 소비활동과 유흥을 촉진시켰고, 노동은 물론 작업과 행위까지도 경제적 범주에 귀속시킴으로써 결국 인간 실존의 위기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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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트가 겪었던 20세기 전체주의와 인간 실존의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잠깐만팜을 기획하면서 내놓았던 대전제는 사실, ‘노동의 위기’였음을 다시 한 번 고백하는 바이다. 꽤 오랜 시간 신자유주의의 폐해와 대안들이 논의되면서 수많은 저항과 액션들이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굴레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껴왔음을 숨길 수 없다. 전 세계가 장기간 겪고 있는 경제위기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의 원인은 결국 인간 노동의 가치가 훼손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지점에서 우리는 ‘노동’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복원하는 사회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가장 기본적인 생산 활동이자 신체노동을 수반하는 ‘농사’가 대안이 되어줄 것이라는데 합의하였다. 또한 예술과 창작의 영역에서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농사를 다루고 생산 활동을 한다는 것은 아렌트가 말하는 ‘인간의 조건’ 세 가지가 서로 근접하게 닿아있는 활동 영역으로서의 의미를 뒷받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다양한 영역의 기획자와 창작자들이 모였다. 각자 참여한 계기 혹은 이유가 조금씩 달랐다 하더라도 비슷한 맥락에서 느껴온 사회적 위기와 각자의 방법론을 찾고자 하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서로 다른 구성원들, 그 사이로부터 행위 (action)는 발생한다. 함께 논의하고 의견을 모으면서 프로젝트를 구체화시키고 각자의 전문성과 세계로부터 작업 (work)을 시작한다. 그 작업의 대상은 재밌게도 노동 (labor)과 농사이다. 노동을 통한 작업의 결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작업의 대상으로써 노동과 기본 생산 활동으로서의 농사를 다루다 보니 행위의 주체나 관찰자들 모두 개인의 역사와 경험들을 끄집어내면서 새롭게 부딪힌다. 이 사건들이 또 다시 정치적 장을 열고, 사유의 계기를 던져준다. 굳이 아렌트의 용어를 빌려와 설명했지만, 이런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보는 것은 바로 그런 지점인 것이다. 활동적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고, 직접적인 참여의 주체로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그 모델을 보여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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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내 유휴공간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 일견 새롭게 등장한 대안도 아니고, 이미 활성화되고 있는 도시 공간들이 존재하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과 창작자들이 이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이유는 이것이 개인의 먹거리 생산이나 여가활동, 지역 공동체의 공공활동 및 정책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님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참여를 유도하는 창작자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을 때, 구성원들의 미적 경험이 확대될 수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환경미학자 아놀드 벌리언트는 자연에서의 미적 실천이 예술과 삶 사이의 연속성을 회복시켜 준다고 주장한다. 관조,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자연을 미적 장 (aesthetics field)으로 돌려놓고 직접 참여 (engagement)하면서 공감각 (synaesthesia)으로써 환경을 지각하는 미적 경험을 강조하는데, 그것을 도시 속 일상 활동으로 끌어온다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명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과 작업, 행위라는 인간의 조건을 균형 있게 행하는 활동적 삶으로 살아가는 것, 자연에서 미적 경험을 추구하며 예술과 삶의 거리를 다시 가깝게 회복시키는 것, 현 시대를 살아가며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노동의 위기 같은 다양한 문제들을 극복해 나가기 위하여 삶의 주체로써 생산 활동을 해 나가는 것. 나아가 우리가 속해있는 도시 혹은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어떤 기반-그것이 정치적 장, 공론영역, 미적 장, 혹은 창의적 공공지대 그 무엇이든에서 발생하는 유무형의 모든 것들이 공통재로 잘 환원되어질 때, 비로소 건강한 사회로의 이행이 가능할 것이다.

최정은 (기획자, 예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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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는 농부

무소속연구소는 2017년 5월 <프로젝트 액츠 2017>라는 전시를 위해 이른 봄부터 연남동 CR Collective 옥상에 텃밭을 조성하였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초보 농부의 고된 노동력 대비 수확물의 양은 그야말로 대실패였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주변과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양의 생산, 순수한 노동에서 오는 즐거움과 창작의 욕구에서 부족함이 없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 행위들은 과연 성공이었을까, 실패였을까.

프로젝트 액츠 2017은 생계노동 및 작업과정을 소환, 이를 게릴라적 퍼포먼스와 함께 구성하여 작업행위, 즉 예술노동의 의미에 집중함으로써 체제 안에서 소통되는 작품생산, 소비, 유통에 이르는 가치순환문제를 살펴보고자 기획되었다. (중략...) 이번 전시는 삶과 예술의 경계를 실험하는 예술프로젝트들의 “실패”를 통해 사회적 맥락에서 모순과 불평등을 드러내어 예술에서의 노동가치와 의미를 찾고자 한다.

- 프로젝트 액츠 2017 전시 서문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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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조건들 중 ‘노동’은 생존의 필연성을 담보함은 물론, 인간 주체화의 과정이자 스스로 사회적 존재임을 드러내게 하는 수단으로 규명된다. 오랜 옛날, 사적이고 자율적인 영역까지 아우르던 인간의 노동은 근대 이후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게 되었고, 그 본연의 가치는 점차 변화되어 왔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는 자본에 의해서 명령받는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출연하게 되었고, 인간의 모든 행위 자체가 노동 혹은 자본의 수단으로 전환되기에 이른다. 또한 노동의 인지화, 비물질화는 예술의 가치 영역까지도 자본의 논리로 작동하게 함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현대인들에게 ‘노동 소외’를 경험하게 하면서 오늘날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양산해 내고 있음을 결코 묵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무소속연구소가 제시하는 역발상의 방법으로서, ‘노동의 예술화’는 인간 노동의 의미를 재인식하는데 우선적인 목적이 있다. 인간의 자율적 노동을 통한 일상의 예술 활동과 창조적 생산을 전개함으로써 노동 자체를 순수한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 올리려는 시도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동력을 예술 생산에 국한하지 않고 농사로 시선을 돌린 것은, 보다 본질적인 대상에 기초적인 노동 행위를 가했을 때 얻어지는 결과들이 보다 명확한 함의들을 재생산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주의의 가치 판단 기준인 ‘성공/실패’의 패러다임에서 과감히 ‘실패’를 선택하고 일련의 실험들을 전개한 것은 시장성과 상품성에 대한 논리로부터 의도된 거리두기 이기도 하다. 씨알 옥상텃밭에서 생산된 농작물 들이 노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 혹은 이윤의 가치는 비록 상실하였지만, 수확의 과정을 통한 나눔은 생산에서 공적 소통의 자원으로 순환되고, ‘성공/실패’의 이분법적 기준이 보다 확장된 스펙트럼의 가치 체계로 이전됨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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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 연희동 주민센터

본 프로젝트는 서울문화재단 <2017 서울을 바꾸는 예술 Y-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연희동 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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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 연희동 주민센터

무소속연구소의 잠깐만팜은 서울문화재단 <2017 서울을 바꾸는 예술 Y-프로젝트> 에 지원하여 선정되었다. 본 프로젝트는 서대문구 연희동주민센터 옥상 공간에 텃밭울 조성하고, 관련된 문화예술 활동들을 진행하는 커뮤니티 예술로써 기획되었다.

연희동은 ‘마을’의 느낌이 남아있는 공간이 많은 지역이다. 고층 빌딩보다는 마당을 소유한 주택건물들이 밀집해 있고, 가족 단위 혹은 시니어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최근에는 예술가, 공예가들도 많이 이주하면서 생활 예술 프로젝트들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주민들에 의한 ‘마을계획단’이 조직되어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들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주민 생활의 거점이 되는 주민센터 건물이 서울디자인재단에 의해 리모델링되어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와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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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연구소는 우리의 거점인 연희동을 중심으로 도시농업과 예술을 접목한 프로젝트를 구상하던 중, 주민센터 옥상이 상대적으로 정비가 미흡한 점을 발견하고 이 공간을 탈바꿈 시켜보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게 되었다. 최근 도심 내 옥상 (rooftop) 활용도와 매력도가 상승하면서, 주민센터 옥상이 텃밭으로 정비가 된다면 주민들에게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갖게 되었다. 이에 연희동주민센터와 협약을 맺고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본 프로젝트에 착수하였다. 녹색 방수페인트가 발린 주민센터 옥상 공간에 나무 데크를 설치하고, 건물 원형 구조물에 지지대를 만들어 워크샵에서 업사이클링으로 제작된 화분들을 걸어 버티컬팜을 조성하였다. 또한 방치되어 있는 자투리 공간 내 온실을 만들고, 디자인그룹 플레이버의 베란다레시피와 함께 농사 도구 및 모듈 제품들을 보여주는 쇼룸을 구성하였다. 현재 가을·겨울 작물 위주로 심어 재배하고 있으며, 내년 봄부터 본격적인 활용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공간이 무소속연구소의 잠깐만팜이 진행하는 다양한 도시농업 프로젝트들의 거점이자 주민들이 공동으로 향유하는 공간으로써, 또한 지역 유휴공간 내 농사를 활용한 커뮤니티 예술의 새로운 시도로써 확장되어지길 기대한다.

: 연희동 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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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희동 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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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희동 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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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뿌령씨뿌령

본 프로젝트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생활문화 청년혁신가 워크숍>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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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뿌령씨뿌령

무소속연구소 잠깐만팜은 2017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생활문화 청년혁신가 프로그램에 선정되었고, 전문가들의 단계별 멘토링을 통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워크숍에 3개월간 참여하였다. 이 워크숍을 통해 개발된 아이디어들 중 첫 번째 프로젝트, ‘씨뿌령씨뿌령’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 한달간 게시하게 되었다. 씨뿌령씨뿌령은 게릴라 농사 프로젝트로써, 도시 내 유휴공간에 농사를 짓자는 잠깐만팜의 가치를 제안하고 그에 대한 공감을 확인해 보고자 시도한 작은 프로젝트였다. 티저 영상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감성적으로 다가가고자 한 노력으로 100% 이상을 달성하였고, 리워드로 제작된 뱃지 시리즈와 수건을 후원자들에게 무사히 전달하게 되었다. 후원 금액으로 게릴라 농사/가드닝을 진행하면서 최종 프로젝트 영상 작품으로 제작하였다.

www.tumblbug.com/seeds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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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 강소영 김송이 김보배 김연수 김진환 이성민 이소림 정혜수 황윤호 강수연 원영준 김우주 배후민 송정훈 이한얼 강진향 김치치 윤종현 금선미 김지수 서은선 안종민 오채원 이영지 정승희 최재우 홍수진 홍진선 강빛고은 박남주 박영진 송지엽 우지희 윤이든 조민수 권소영 김대희 김혜윰 이광수 정숙향 정은비 정장희 조경인 최현주 kl**** sea**** 가든 정미짱 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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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자투리땅에 농사를 짓자!

온 종일 고단하게 일한 당신. 그런데 웬걸, 땀을 한방울도 흘리지 않은 당신.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몸으로 일하는 감각을 잃어 버렸어, 잊어 버렸어!” 그래서 무소속연구소가 시작합니다. 게릴라 농사 프로젝트, “씨뿌령씨뿌령”입니다. 퇴근길에 문득 밀려오는 공허함과 권태로움에 몸서리 쳐 본 당신이라면. 그건, 우리가 하는 일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일이 아니어서 가 아닐까요? 문서 몇 장, 혹은 컴퓨터 파일, 허공으로 날아간 전화 목소리...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무소속연구소 멤버들의 찌뿌둥함, 허전함 역시 그 때문이 아닐까? 좀더 원초적인 예술은 내 몸을 써서, 땀 흘려가며 서로 으ㅆㅑ 으ㅆㅑ해서 만들어 진 것이 아닐까?

그래서 농사입니다. 무턱대고 시골로 갈 수는 없으니 우리는 서울의 자투리땅을 논밭으로 만들어 버리자고 제안합니다. 땀 흘려 노동한 결과물이 손에 잡히고 만져진다면? 심지어 쑥쑥 자라고 게다가 그걸 씹고 먹고 팔 수도 있다면!

노동으로 땅을 파고(CULTIVATIE) +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파는 (SALE) 일을 동시에 이루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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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의 #도시 #농사 #게릴라 프로젝트 “씨뿌령씨뿌령” 을 소개합니다. 씨를 뿌려 가꾸고 수확하는 일은 곧잘 예술작업에 비유되곤 합니다. 무소속연구소가 하는 일이 바로 예술의 씨앗을 심고 거두는 일이거든요. 예술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모여 농사를 예술로 만들어 보자! 본격 농사프로젝트에 착수하고 보니 무소속연구소의 관심은 생활과 환경 전반으로 확장되어 갑니다. 봄만 되면 창문열기 무서운 미세먼지, 동남아가 되어가는 여름기온, 시베리아보다 춥다는 겨울날씨. 거기다 조류독감, 계란파동 등 먹거리 대란까지... 소매 걷어 붙이고 직접 나설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 보자. ‘씨뿌령씨뿌령’은 “동네 곳곳 자투리땅에 나만의 반려 식물을 심고, 옥상이나 베란다에 야채 텃밭을 가꿔보자!” 라는 무소속연구소, ‘잠깐만팜’의 프로젝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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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 핀앤핏

본 프로젝트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생활문화 청년혁신가 워크숍>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핀앤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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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 핀앤핏

무소속연구소는 2017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생활문화 청년혁신가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농부’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정의는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했다. 그들의 사회적 결핍을 인식한 뒤, 정직한 노동과 아름다운 땀을 흘려 행하는 직업군에 자부심을 심어주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젊은 세대와 도시인들에게 도시농업을 바라보는 시선에 작은 변화를 주고 싶은 목표가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사회적 패션, 즉 가치를 담는 소셜패션에 새롭게 접근해 보기로 한다. 노동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노동의 가치를 담아 농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그런 워크웨어.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농사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였다. 커스텀 제작과 슬로우 패션을 지향하는 핀앳핏이지만 함께 협업하여 도시농부를 위한 워크웨어 특별 에디션을 제작하였다.

무소속연구소

잠깐만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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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앤핏

핀앤핏은 직업을 불문하고 자신만의 가치와 태도를 반영하여 일하는 이들에게 직업 환경에 꼭 어울리는 옷을 만들어주는 프로젝트입니다. 서핑을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마음을 담아, 서핑보드의 ‘핀’(fin)처럼 삶의 파도에서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의 맞춤옷 브랜드입니다. 모든 옷은 의뢰인의 몸에 맞추어(fit) 만들어집니다. 원하는 옷 / 필요한 옷에 대한 ‘질문–가봉–착의–착의 후 리뷰’의 과정을 거쳐 옷이 완성됩니다.

finandfit@gmail.com

× 핀앤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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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의기소침해지는 경험을 해본 당신이라면. '오늘 나 좀 괜찮은데?' 희안할 만큼 마음에 쏙 드는 코디로 외출한 때, 어쩐지 좀 더 자신감이 붙은 나를 발견한 적 있는 당신이라면. 옷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실감 하실 거예요. 매너가 남자를 만들고, 옷이 사람을 만든다.!? 의사들의 하얀 가운, 검은 카리스마의 법관복, 셰프의 청결한 앞치마까지. 우리는 옷으로 사람을 가늠합니다. 모든 일에 나름의 가치가 있고 귀천이 없다지만 분명 우리는 좀 더 대접받는 직업의 유니폼을 선택할 거예요. 무소속연구소 연구원들은 도시에서의 농사, 그리고 농부의 가치에 대한 고민에 파묻혔습니다. 좀 더 많은 도시사람이 우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래서 서울 시내가 틈만 보이면 씨 뿌리고 거두는 밭 천지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프로젝트가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했습니다. 우리의 해답은 ‘갖고 싶고, 은근히 땡기는 유니폼을 선보이자.’입니다. 농사를 핫한 아이템이라는 인식을 심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무소속연구소 연구원들의 회의를 조금 옮겨볼게요.

무소속연구소

잠깐만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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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흰 가운을 입고 있으면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잖아? 의사보다 농부가 덜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누가 그래? 농부의 유니폼을 만들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굉장히 섹시하고 멋진 일을 하는 사람이군.’ 이라고 연상하게 만들면 좋겠다! 게다가 가능할 것 같아. 핏앤핏과 함께라면!” 무소속연구소 잠깐만팜 멤버들과 핀앳핏이 만나 농부를 위한 워크웨어를 만들기로 합심 했습니다. 멤버들 모두 자신의 치수를 재고, 원단과 컬러를 함께 고르고, 가봉이 되면 조금씩 수정해나가며 완성된 우리만의 워크웨어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예술로 농사를 짓는 무소속연구소는 농사를 예술로 만드는 잠깐만팜 프로젝트를 가열차게 구동 중입니다. “농사를 짓는다.”는 말에서 풍기는 인식부터 바꾸어 버리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간지나는 농사. 폼나는 유니폼. 사람들이 괜히 나를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그래서 조금은 우쭐해지는 그 감각. 나의 태도가 달라질 거예요. 멋진 옷을 입고 외출한 날에는 자신감이 수직상승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농사가 더 재밌어 지도록 꼼수를 써보려고 합니다. 멋진 옷을 무기로 말이에요. 예술의 씨앗을 뿌려 자신만의 농사를 짓는 모든 작업자, 그리고 땀흘리는 농부가 되고싶은 예술가들을 위한 워크웨어입니다.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나 빡쎄게 일하는 사람이다!” 이 워크웨어를 입는 순간, 당신의 마음가짐이 달라질지도 몰라요. 농사는 점점 핫 해지고, 당신은 점점 부지런 해 집니다.

× 핀앤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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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앤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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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앤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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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 베란다레시피

× 베란다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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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 베란다레시피

무소속연구소 잠깐만팜은 디자인그룹 플레이버의 베란다레시피와 파트너를 맺게 되었다. 베란다레시피는 “키워먹자”는 슬로건을 가지고, 도시 내 일상의 공간에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제품과 굿즈들을 유통하는 디자인 그룹이다. 자체 생산한 키트는 한뼘텃밭세트, 두뼘텃밭세트를 비롯해 영양채소, 고기쌈, 샐러드 텃밭세트, 새싹재배세트 등 공간과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감각적인 일러스트 패키지로 제작된 씨앗은 세련된 도시농부의 말랑말랑한 감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베란다레시피의 제품들은 연희스몰동네마켓과 연희동주민센터 옥상텃밭 온실 쇼룸, 그리고 잠깐만팜 전시에서 보여진다. 올 가을과 겨울, 서로 함께 단단한 준비를 하여 내년 봄에는 새로운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할 프로젝트를 기대하고 있다.

플레이버 플레이버는 슬로우라이프를 지향하는 회사 입니다. 사람과 자연을 건강하게 이어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평범한 음식에 풍미를 더해주는 향신료처럼 무미건조하게 반복되는 현대인들의 일상에 삶의 운치를 전달하고자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무소속연구소

잠깐만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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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레시피가 전하는 “키워먹자” 베란다레시피는 플레이버의 첫 번째 향신료로, 사람들에게 베란다가드닝 문화를 알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건강한 에너지를 나누는 건강한 브랜드입니다. 현대인들이 자연을 품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실내 가드닝 입니다. 생각만큼 거창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여가생활이자 취미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작은 공간에 약간의 관심과 여유만 내어주면 여러분의 눈앞에서 자연의 신세계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베란다레시피의 슬로건 키워먹자는 도시농업이 단순한 경제적인 이익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건강하게 공생하는 소중한 생활 양식이자 경험적 재산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www.verandarecipe.com

× 베란다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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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란다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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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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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쇼케이스

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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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쇼케이스

2017년 10월 21일 서대문구 연희동 카페 보스토크×프로젝트스페이스 공공연희 에서 열리는 <연희스몰동네마켓>에 무소속연구소 잠깐만팜이 특별 참여하였다. 잠깐만팜 의 ‘팜’이 땅을 파다, 농장, 자체적인 로컬 생산과 소비의 순환이라는 다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듯이, 창작자들이 만든 아름다운 농사 관련 생산물들로 마켓 겸 팝업전시 쇼케이스를 구성하였다. 씨뿌령씨뿌령 영상과 리워드 굿즈, 핀앤핏과 제작한 워크웨어, 그리고 디자인그룹 플레이버의 베란다레시피의 제품 등이 함께 선보여졌다. <연희스몰동네마켓>은 연희동 일대의 예술가와 공예가들이 모여 시작된 플리마켓으로, ‘공예’의 개념을 확장하여 창의적 노동력으로 생산된 모든 것을 공예의 범주로 포함하여 유통하는 실험적 장을 지향한다. 모든 것이 자본화로 귀결되는 현실에서 미적인 것을 추구하고, 어쩌면 비효율적인 노동을 통해 생산된 결과물 (작품 또는 어떤 것)은 물질 자체의 교환 뿐만 아니라 지역과 생산자, 그리고 소비자의 이야기와 함께 소통되며, 새로운 생산을 위한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연희스몰동네마켓>은 동네의 작은 마켓을 지향하며 지역 커뮤니티의 장으로 기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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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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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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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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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잠깐만팜 워크숍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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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워크숍

정은

올해 잠깐만팜 프로젝트를 진행하

면서 염두에 두었던 몇 가지 중요한 키워

드들이 있었죠. 테이블 워크부터 시작해 다양한 결과물들로 나오기까지 각자 느꼈

시간 2017. 10. 27. (금) 오후 2시

던 점이나 고민했던 내용들을 함께 나누었

장소 연희동주민센터 옥상 잠깐만팜

으면 합니다. #노동 에 대한 이야기를 먼 저 시작해 볼까요. 잠깐만팜을 구상하던

최정은 박상권 이정아

초반에는 소장님하고 노동에 대한 이야기 를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다들 20~30대 인데, 우리 세대가 노동을 바라보는 태도 나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옥민아 송한빈

상권 저희 아버지는 노동자이셨어요. 어

김우주

렸을 때, 아버지가 중동에 가셨거든요. 물

이상형

론 어린시절 사진들도 있고 그 사이 띄엄 띄엄 봤겠지만, 함께 살기 시작한건 사실 초등학교 6학년 때예요. 굉장히 낯설었 어요. 아버지가 힘들게 노동하시면서 당 신 자식들 4명 공부 다 시키고, 그렇게 가 정을 이끌어 나가셨죠. 젊은 시절, 가족하 고 떨어져 힘들게 노동하고 사시면서 지키 고 싶었던 가치들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그 럼에도 불구하고 가장으로서의 소외감, 가 정에서의 위치 이런 것들이..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나이 들면서 보이더라고요. 개인적인 경험들로부터, 오늘날 이 사회가 바라보는 노동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 들을 느끼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 니다. 이는 농업 분야나 농촌 문제하고 연 결해서 보아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우리 역시 생계에 필요한 노동을 하면서도, 노 동에 대해 알게 모르게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고.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거죠. 땀 흘리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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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팜


정은

우리 부모님들이 70~80년대를 살

속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고 봅니다.

아오신 모습과 지금까지 한국사회가 변해 오는 과정들을 쭉 보면서 노동의 기본적인 가치나 정의들이 많이 무너져 있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논의했던 중요한 내용 중 하나가 오늘날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들, 그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인간 노동에 대한 가치가 저평가되어 왔다는 것이었죠. 다시 재정립되기 위해 화두를 던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함께 해 왔었고요.

정아 제가 얼마 전에 읽었던 칼럼에서 이 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농경사회에서는 출 산과 노동이 동일한 의미였고, 그 노동이 곧 가족의 수익과 직결되는 거잖아요? 근 데 현대사회로 오면서 출산을 통한 노동이 가족의 수익이 되는게 아니라, 사회나 기 업에만 대한 도움이 되는 구조가 된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는게 사 실 나한테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구나 라고 생각한대요. 오히려 아이를 키우기 위한

상권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어떤 가치들

비용을 개인이 너무 많이 지불해야 하고,

을 지키기 위해 진짜 땀 흘리면서 열심히

그걸 손해라고 느끼는 거죠.

사셨죠. 근데 우리는, ‘꿀알바’ 라는 신조어 도 있듯이 편한 것들만 찾는 세대가 되어 버린 거죠. 알바를 하는 이유가 나에게 필 요한 돈을 벌기 위함인데, 그 돈을 벌기 위 해 일하는 것이 편했으면 좋겠다? 사실 이 건 좀 위험한 태도인 것 같아요. 물론 착취 가 아닌 상황에서. 나의 노동이 내가 필요 한 돈과 정당하게 교환이 되어야 하는건 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마인드와 태 도들을 갖고 있다면 그게 과연 건강한 사 회인가 묻고 싶은 거죠. 단순하고 심플한 거예요. 일을 하러 갔으면 일을 하고, 일을 한 만큼 돈을 받고.

정은 하지만 우리가 주로 노동을 하는 입 장, 나의 노동이 화폐와 교환이 되어야 하 는 상황에서 이게 과연 충분한 보상이 되 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 는 거죠. 내가 일을 하는 만큼, 노력한 만 큼, 혹은 전문성을 쌓기 위해 투자한 만큼 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되고 있는가? 그게 잘 안 되는 사회적인 구조 자체로부터 계 워크숍

상권

사회의 구성원들을 키워내기 위해

서는 당연히 사회적 자본이 투자가 되어야 하는 건데, 개인이 그 비용을 대부분 부담 해서 인력을 키워내고 사회에 내보내는 구 조가 되다보니까.

정아 #농사 는 노력을 하는 만큼 얻을 수 있는 가장 1차원적인 행위잖아요. 저는 그 런 점에서 농사 프로젝트가 근본적인 것들 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 가 된다고 보거든요. 내가 만드는 것, 실제 로 땀 흘려서 손에 뭔가 얻게 되는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으니까 그런 기회 를 갖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권

사람들이 삶에서의 자극을 갈구하

고, 신체의 경험이나 사용들로 일부러 채 우려는 시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등산 을 한다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헬스를 해 서 몸을 만든다든지. 그런 것도 나름의 즐 거움이 있겠지만, 이렇게 노동을 통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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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쓰고 결과를 거둔다는 것이 조금 더 의

이 새롭게 제시되고 있기 때문인 거죠. 저

미나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거죠. 또 다른

도 사실 아직까지는 머리를 쓰거나 생각을

형태의 여가활동이 될 수도 있고.

하는 거에 더 길들여져 있는 것 같아요. 그 렇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에서 소장님과

정아

요즘 #손 으로 하는 작업들에 대

한 관심이 많잖아요. 실제로 뭔가를 만들

함께 실질적인 ‘메이커’ 역할을 한 한빈씨, 우주씨의 생각을 더 들어보고 싶어요.

고 만지고 하는 것이 유행하는 이유도 사 람들이 너무 머릿속으로만 일을 하다 보니

한빈 저는 직접 땀을 흘리는 것뿐만 아니

까. 정신노동을 주로 하다 보니 실제로 내

라 책상 앞에서 하는 노동도 충분한 가치

가 뭘 했는지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실

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노동에 대

체를 느끼는 만족을 갖고 싶어서 유행하는

한 제 태도는 무엇을 하더라도 ‘쓸모있는’

것 같아요. 신체 노동을 통해 얻어가는 기

사람이 되자. 그냥 앉아 있거나 움직이기

쁨과 취할 수 있는 만족은 정신 노동의 결

만 하는 것이 아니라, 쓸모있는 노동을 하

과물과는 또 다른 부분이니까요.

자.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오면서 모든 것 들이 실체가 없어지는 시대로 왔잖아요.

정은

맞아요. 요즘 문화예술계에서도

‘손’에 대한 담론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많 이 있잖아요. #메이커시대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고. 철학자들도 손이나 노동에 대 해 다시 이야기하려는 이유가 4차 산업혁 명이나 인공지능시대에 인간의 가장 기본 적인 도구에 대한 바라보는 화두나 가치들

전자 화폐가 생기면서 은행도 없어지고, 점차 모든게 디지털화 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 변하고 있는데. 일한 만큼 정 직하게 가져갈 수 있는 것 혹은 내가 얼마 만큼 쓸모있는 인간인가를 가장 쉽게 확인 할 수 있는게 농사인 것 같거든요. 물론 자 연의 변수는 있겠지만, 일한만큼 그리고 땀 흘린 만큼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라서 마 음에 많이 와 닿았고. 신체의 극한까지 가 보는 것, 내가 얼마만큼 쓸모가 있고 얼마 만큼 할 수 있는가, 내 능력치는 어디까지 인가. 이런 것들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어 서 좋았던 것 같아요.

상권 온라인 게임으로 치면 경험치를 통 해 만렙으로 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쓸 수 있는 적정기술, 도구에 대한 경험치 나 스킬들도 많이 늘었고. 게임 캐릭터로 치면 지구 멸망이 와도 무작정 나약하게 죽지만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거다 라 는 자신감이 있죠. (웃음) 82

잠깐만팜


정아 인간의 뇌가 발전한 이유는 운동을

고 싶다고 밀양으로 내려 가셨었어요. 농

하기 위해서래요. 내 손가락과 발가락 근

사짓는 할머니 코스프레 하시러. 예쁜 옷

육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뇌가 발전한

입고 텃밭 가꾸시는. (웃음) 움직이시는게

거라서. 현대사회 문제들이 생겨나는 이유

재미있으시대요. 해뜰 때 눈뜨고 해질 때

중 하나가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지 않아서

주무시고. 여름에는 일찍 일어나고, 겨울

그렇다는 이론이 있어요. 저도 주로 책상

에는 일찍 주무시고. 자연과 계절에 따른

에 앉아 노동을 하긴 하지만, 실제로 몸을

생체 리듬, 절기에 맞춘 생활을 하고 계세

움직이지 않으면 힘들거든요. 신체 노동을

요. 제가 잠시 가서 일을 도운 적이 있었어

하면 피곤하긴 해도 쫙 느껴지는 개운함이

요. 내 몸을 움직여서 거둔 것이 내 눈 앞

있는데. 몸을 움직일 때 쓰는 활력을 잘 개

에 있다는 것, 실제로 먹을 때의 느낌, 이

발하면 좋을 것 같아요.

런 경험들이 너무 소중했어요. 노동을 끝 냈을 때, “다 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권 그런 균형을 맞추는 삶을 살아야 하 는데, 치우치는 삶을 살다 보니까.

우주 저는 개인적으로 몸 쓰는 일들을 일 부러 많이 했었어요. 노가다나 물류센터 등 그런 일들을 해야 살아 움직인다는 느 낌을 받거든요.

민아 노동 자체가 움직이는 것으로 일하 는 거잖아요. 근로자의 ‘로’도 같은 의미인 데 주로 앉아서 일하는 걸 의미하고. 저 역 시 글쓰는 직업을 가진 입장에서, 이제는 프린트도 거의 안하고 메일로 주고 받다보 니 진짜로 실체가 없거든요. 어떤 큰 프로 젝트를 몰입해서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데 이터로만 존재하니까 끝나고 나서도 만져 지는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어릴 때는 뭔 가 끝내고 나면, “와 나 오늘 열심히 살았 어!”하는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그런 보람 을 가진지가 너무 오래 된 것 같다는 생각 이 들더라고요. 일을 한 뒤 눈에 보이고 만 져지는 개운함, 이런 실체적인 감각이 중 요한데 말이죠. 도시에서 사시던 우리 할머니가 농사가 짓 워크숍

보람, 이런 감각들을 회복하는게 중요하다 고 생각해요. 농사가 어쩌면 해답이 되어 주지 않을까요.

정은

그 ‘기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침에 해 뜰 때 일어나 서, 해가 질 때 일과를 마무리 하고. 계절 이나 절기의 흐름에 맞춰 살아간다는게 오 랜 옛날부터 긴 역사동안 우리 선조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였고, 그게 곧 ‘잘 살아가 는’ 방법인거죠. 사실 살다보면 자주 망각 하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농사가 그 기본 을 잘 끌어내준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 루는 저한테 소장님이 그러는 거예요. 농 사를 지으니까 평소보다 더 잘 씻게 되고, 제 시간에 자고, 더 착하게 살게 된다고. (웃음)

상권 제가 지난 몇 년동안 우산없이 살았 거든요. 내 삶에 우산이 필요가 없었어요. 실내에만 있으니까. 차타고 다니고. 근데 올해부터 달라진게 아침에 날씨를 확인하 는 거예요. 봄에 연남동 씨알콜렉티브 옥 상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매일 물 줘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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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까. 사실 여름에도 매일 에어컨 아래 있

아요. 소장님이 이야기하는 포인트처럼 공

고 하니까 온도가 무슨 상관이 있었겠어

동체 구성원들이 즐겁게, 기꺼이 참여할

요. 근데 농사를 지으니까 자연에 대해서

수 있는 즐거움과 만족, 동기부여를 줄 수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매일 아침 날씨

있는 어떤 적정선을 계속 찾아야 하겠죠.

확인하는 나를 보면서.

#도시농업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저는 사실 식물을 다 죽이는 능력(?)을 가진 사 람이었어요. 그래서 농사 프로젝트를 한다 니까 주변 사람들이 다들 의아해 해요. 나 와 농사의 거리, 도심 속에서 뭔가를 재배 하고 키운다는 사실에 대한 거리감을 계속 측정하게 되는 거예요. 올해 저는 잠깐만 팜의 개념적인 부분들에 대해 집중했는데, 막상 직접 농사를 짓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어렵게만 느껴져요. 소장님이 조금 더 경 험이 있긴 하겠지만 다들 비슷할 거라 생 각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도시에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자신만의 근거들은 찾아가 고 있겠지요. 혹은 도시에서 농사를 활성 화시키기기 위한 어떤 좋은 아이디어들이

민아

저는 농사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밤샘 작업 없는거. (웃음)

있을까요. 잠깐만팜도 농사가 어렵고 힘들 다는 인식 보다는 예쁘게 잘 꾸며진 공간 내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예술적 활동 이

상권 이 프로젝트 하면서 우리도 농사 처

라는걸 보여주자는 의도가 어느 정도는 있

음 지어 보는건데, 매해 농사 지어 수습하

었잖아요.

라 하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죠. 오롯이 혼자 농사 지어봤는데 사실 너무 힘들었거든요. 나중에는 자포자기하게 되 버리고. 지난 경험과 사례들을 보면, 적정 선의 레벨을 찾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일 반 사람들이 도시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 는 즐거울 필요가 있다는 것도 느꼈어요. 그 레벨을 우리가 어떻게 제시할 것이냐는 계속 고민해 봐야겠죠.

민아 씨뿌령씨뿌령 영상 찍을 때나 텀블 벅 스토리텔링을 구상할 때 생각했던 홍보 아이디어가 있었는데요. 사실 서울에 살면 서 내 집을 온전히 살 수 있는 사람은 거 의 없잖아요. 젊은 사람들이 평생 모아도 살까 말까한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생각 하다 보니, 내 땅이라는, 자투리 얼마만큼 이라도 ‘서울에 내 땅이 있다’ 라는 개념을 가져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농사는 그런

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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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아트를 전개하다보면 구성

의미 부여가 가능한 것 같아요. #도시 내

원들의 자발성 문제가 가장 중요한 것 같

에서는 끊임없이 공간을 사야만 하잖아요. 잠깐만팜


커피 한잔 값을 내야하고, 지하철을 타더

평을 넓혀가는 것이 우리가 해볼 만한 시

라도 돈을 내야 이동 공간을 사용할 수 있

도인거 같아요.

는 거고. 실제 내 땅이 없더라도 옥상에 한 뼘만큼의 땅에는 나의 지분이 있다 라는 개념이 도시인들에게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지점인 것 같아요. 옥상은 정말 좋은 #유휴공간 이잖아요.

정아 안전한 저항, 이런 느낌? 상권 한국 사회에서 이 정도의 부드러운 저항으로 우리 세대들의 공간을 조금씩 넓 혀 가는 거죠.

민아 사실 보면, 이게 쓸데없는 짓이잖아 요?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하자 면 여가활동에 가까운건데. 사실 내 노동 력을 가지고 참여를 하는 거긴 하지만, 돈 버는 것과는 완전히 상관없는 내 삶에 환 기가 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아무 의미 없는 일을 하는 것. 쓸데없는 짓이 주는 의 미들이 있잖아요. 의미없는 딴 짓을 할 때 정신적인 휴식을 얻고 새로운 에너지가 축 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듯이. 그런 의미 에서 잠깐만팜 같은 건강한 프로젝트, #계 절성 까지 체감할 수 있는 여가에 가까운 딴 짓이라고 생각을 해요.

정은 도시와 자본의 문제, 젠트리피케이

상권

션 같은 도시의 문제에 화두를 던짐에 있

대한민국 서울에서 살아가면서 봄, 여름,

어서도 이 프로젝트가 좋은 개념들을 이끌

가을, 겨울, 사계절을 다 느껴보는, 그것만

어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공중텃밭. 어떻게

해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거 같거든요.

좋은 포인트인 것 같아요. 계절성.

보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통의 공간, 공 중권인거잖아요?

정아 그런 얘기도 있잖아요. 요즘 애들은 밖에서 안 논다고. 무슨 방, 무슨 방, 실내

상권

외국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저

활동만 하게 되고. 미세먼지라든지 #환경

항하는 사람들이 농사로 스콰팅하잖아요?

문제 때문에 나가지 못하니 햇빛이나 바람

저는 잠깐만팜 같은 프로젝트가 우리나라

을 직접 느낄 수 없는 기회가 굉장히 적어

정서에 맞는 저항인거 같아요. 대한민국이

지고. 어린 아이들이 자연이나 신체적 경험

유럽이나 서구권처럼 급진적인 저항 방법

들을 못하는 것이 쌓이면 과연 어떨까. 그

론을 쓰는건 아닌 것 같고. 도시 내에서 옥

걸 찾아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죠.

상이나 사용 가능한 빈틈들을 찾아 그 지 워크숍

85


상권 맞아요. 조금은 더 무모하고 엉뚱할

가 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아요.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미세먼지와 싸우 자!’ 내년에는 그걸 해 보죠. (웃음)

한빈 저는 어릴 적 당근 캐러 많이 갔었 거든요. 제주도 당근밭 가서 일하고 그랬 었어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 하면서 우리 가 노동에 대해서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한참 노동하면서 고민했던 것이 막상 식물 에 대한 태도는 아무도 깊이 생각을 안 하 는 것 같다는 거였어요. 동물에 대한 태도 는 많이 논의가 되고 있고, 반려견이나 반 려묘들은 행복하게 해주려는 노력들을 많 이 하는데, 죽어가는 식물에 대해서는 상 대적으로 심각하게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식물권 이라는 거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 요가 있지 않을까? 내가 식물에게 해 줄

한빈 우리가 농사, 농사 하고 있지만, 진

수 있는건 뭐지? 그런데 막상 생각이 잘

짜 농부들이 식물이나 작물을 대하는 태도

안 나더라고요. 얘네한테는 맑은 공기, 좋

랑은 완전히 다른거 같아요. 반성해야 하

은 물이 최고인데. 그럼 내가 가장 작게 실

는 부분이죠.

천할 수 있는, 청소 한번 더 하고 분리수거 더 잘하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아 제가 한동안 화분에 식물을 엄청 열 심히 키웠는데, 잘 크다가도 갑자기 죽거

상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당근’ 프로

든요. 잠깐 관심을 못 주는 사이에 갑자기

젝트도 좋겠네요. 우리 함께 당근이 늙어죽

죽어버려요. 동물은 좀 더 자기 주장을 하

는걸 봅시다. (웃음) 올해 봄에 ‘실패하는

고 감정 표현하고 하니까 알기 쉬운데. 식

농부’ 프로젝트로 농사지으면서 청경채 모

물은... 식물을 그렇게 죽였을 때 정말 자괴

종을 서비스로 얻은거예요. 심었는데, 내가

감과 죄책감이 들었거든요.

지구에서 가장 큰 청경채로 만들어 버렸어 요. 나한테 원래 청경채는 샤브샤브 집에서 몇 초동안 데쳐먹는 어린 야채였는데, 배 추만큼 커버려서 노란 꽃도 피우고 하더라 고요. 사실 식물은 꽃을 피우고 씨앗을 거 두는게 자연의 순리에 맞는 건데, 우리가 도시농업 프로젝트하면서 ‘식물권’에 대해 서 생각해 보고 씨앗을 채취하는 과정까지 86

정은 그럼 우리 내년에 각자 반려식물 하 나씩 해서 누가 행복하게 키우나 해볼까요.

상권

우리가 문화예술로 도시농업을 다

룬다고 했을 때, 이런 아이디어들이 진짜 의미있는 거거든요. 농사짓는 사람들 사이 에서는 작물들이 농부의 발소리 듣고 자란 다고 이야기 하죠. 이걸 사운드 아트 작업 잠깐만팜


으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신도림역 지하

당근 하나만 딱 키우고 싶네요. 거대한 슈

철 환승객들 발소리를 인터랙티브로 들려

퍼 당근을.

주는거죠. (웃음)

우주 정아

저희 엄마가 식물을 엄청 잘 키우

그건 유전자 조작을 해야 하는 건

데, 그게 당근에게 행복할까? (웃음)

시는데, 화분들 앞에서 늘 대화를 하세요. “엄마 왜 혼잣말 해?” 라고 물으면 “아니 야, 얘네 다 듣고있어.” 하시거든요. 엄마 가 키우면 정말 너무 잘 자라요.

상권

예전에 외부 플리마켓 나갈 때, 하

고 싶었던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화분에 아무것도 없이 씨앗을 심어놓고 매뉴얼대 로 물주고 가꿔서 싹을 틔워 오면 20~30

민아 우리 할머니도 죽어가는 애들 맡기

만원 정도의 상금을 주는 거예요. 근데 그

면 다 살려내세요. 한달만 지나면 무럭무

여러 화분 중 딱 하나만 씨앗이 있는 거죠.

럭 자라나 있어요.

랜덤으로. 근데 그 무모한 노력들을 해보 는 경험에 대한 프로젝트였죠. 이 시대에

정은 다들 키우고 싶은 작물들이 있으세

필요한 사행성이 동반된. (웃음)

요? 저는 무화과 나무. 어린 시절 할머니댁 마당에서 키우던 무화과 나무 열매를 따서

정은 식물 로또네요.

매년 잼도 만들어 먹던 기억이 있는데. 몇 년 전 공사하면서 잘라내고 나뭇가지 몇 개만 화분에 옮겨 심었거든요. 근데 그게 자라더라고요. 지금 집에서 애기 묘목들 키우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데려와서 키 우고 싶네요.

정아 저는 낑깡! 저도 할머니가 옥상에서 텃밭하시면서 낑깡나무를 키우셨거든요. 나무가 작은데 귀여워요. 열매도 귀엽고, 맛도 좋아요.

상권

키워내는 작물들이 잠깐만팜 프로

젝트랑 연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비쥬 얼적으로도 멋진. 아스파라거스나 샐러리, 래디시 이런 작물들도 좋을 것 같아요.

정아 우리 아까 점심때 따서 먹었던 상추 도 정말 맛있었어요. 바로 따서 그런지.

한빈 저는 아주 드넓은 몇 만평의 대지에 워크숍

우주

근데 민들레 씨가 날라 와서 싹을

틔우면?

상권

우리만 아는 거죠. 어떤 작물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자랄 수 없는 그런 작물로 심어버리는 거죠.

한빈 식물 장례식 같은 프로젝트도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죽어가는 식물들이 살 아날 수 있도록 케어해주고 그럼에도 불구 하고 죽으면 장례식을 치러 주는거.

정아 진짜 열과 성을 다해 키우다가 죽으 면 정말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정은 사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계획하면 서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 바로 #팜투테 이블 이었어요. 브룩클린 큰 옥상 텃밭에 서 수확한 감자랑 직접 키운 홉으로 만든 맥주, 구성원들이 거대한 테이블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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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투테이블 해버리니까 너무 멋있는 거예

해 숲을 없애고 밭은 늘리고, 또 여러 노동

요. 처음 주민센터 와서 내가 상상했던 이

착취행위 등이 그 이면에 있음을 결코 간

미지는 이 위에 옥수수 심고 다 함께 삶아

과할 수는 없겠죠.

먹는거였는데 말이죠. 식물을 심고 키우는 것이 가드닝도 있지만 파밍의 개념으로 접 근하려고 했던건, 먹는다는 행위가 인간에

우주 그게 다 자본 때문에 그런거니까요. 돈의 흐름에 따라서 멀쩡한 옥수수밭을 자 르고 태양광 발전기 설치한다고 그러고.

게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고 공동체 안에서 가장 쉽게 접근하고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상권

기 때문인거죠.

사람들이 크로아상을 먹기 시작하면서 프

그저께 다른 뉴스도 있었죠. 중국

랑스 버터 공급에 난리가 났다고. 예전에 는 문제가 안 되던 것들이 점차 문제가 되 고 있는 거죠. 식생활에 있어 미식의 취향 을 갖게 되는건 불가피한 부분이긴 하지 만, 특정 푸드를 굳이 찾아서 소비한다기 보다는 계절에 나는 작물, 바로 얻을 수 있 는 작물을 내 식탁 위에서 바로 먹는다에 대한 인식과 그걸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 을 찾아야 하는 것 같아요. 지역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 #로컬푸드 를 함께 나 눌 수 있도록 연결되면 더욱 좋겠죠.

정아 우리가 지역 내에서 어떤 프로젝트 를 할 때, 잘하면 와서 보겠구나 하잖아요. 아까 점심때 상추 따서 제육볶음 쌈 싸먹 을 때, 너무 맛있었잖아요. 키우는 작물이 점점 늘어나면 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할

근데 막상 해놓고 나면 진짜 와서 보는 경 우는 정말 드문 것 같아요. 주민들과의 관 계도 쌓여야 하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거든요. 올해

정은

는 특히 국내에 먹거리 파동들이 많았잖

좋은 매개체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아까

아요. 또 푸드에 대한 여정들을 상상해 볼

우리가 상추 따먹을 때도 주민센터 직원들

때, 지구 반대편에서 오는 먹거리들이 내

이 “이거 따셨네요?” 하고 바로 알잖아요.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떤 눈에 보이지 않

관심을 갖고 있는 거죠. 이 프로젝트의 가

는 과정들을 겪을까. 그런 부분들에 대해

장 큰 의미, 도시농업이 #공동체 내에서 예

서 직시해볼 수 있지 않나. 예를들어 슈퍼

술과 함께 어떻게 꿰어지느냐가 가장 큰

푸드 아보카도가 요즘 유행인데, 상품성이

관건인데 그 가능성이 분명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식물이 정말

높다보니 멕시코에서 재배율을 높이기 위

정아 소장님이 저번에 그랬잖아요. 연희 88

잠깐만팜


동 카페보스토크 마당에서 고추, 오이, 가

한빈 처음에는 식물이 좋아서가 아니라,

지 등을 키우니까 지나가는 동네 할아버

이런 힙한 이미지들이 좋아서 다가갔는데

지들이 다들 한마디씩 하신다고. 그 한마

뭐하는 애들이지 하면서 관심을 갖고 알게

디로 대화를 시작해서 “우리 이런거 합니

되는 그런 과정들이 잘 조합되면 좋을 것

다.”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한

같아요. 너무 힙하면 어르신들이 버거우실

접근법인 것 같아요.

수도 있지만요. (웃음)

한빈 어르신들은 그렇잖아요. 젊은 사람

정은 무소속연구소는 #커뮤니티아트 에

들은 어떨까요?

대해서 꽤 오랜 시간 고민을 해 왔었는데 요,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문화예술을 다

우주 우리 세대는 아직 식물에 대한 직접 적인 관심은 좀 덜한 것 같아요. 그래서 시 각적으로,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예쁘게 보 여주느냐도 정말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 요. 브룩클린에서 하는 힙한 파티 같은 느 낌, 인스타 세대의 감성을 보여주면 분명 관심 갖고 좋아하겠죠.

정아 맞아요. 이상형 디자이너의 디자인

루느냐 연구와 실천들을 계속 해 오고 있 잖아요. 저는 90년대 참여의 미학 같은 담 론 속에서 많이 등장했던, 어떤 작가가 갤 러리에서 요리를 해서 함께 나누어 먹는 프로젝트를 했던 것이 참 기억에 남아요. 참여한 개개인은 서로 다르지만, 테이블 앞에 앉아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을 때 임 의의 공동체성이 생긴다는 거죠.

들이 쉽고 귀엽잖아요. 말랑말랑한 감성으

그 매개가 가장 잘 되어주는 것이 음식이

로 한눈에 들어오는 귀여움이라 주변 친구

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죠. 그래서 팜투

들에게 보여주기도 편하고, 이해시키기도

테이블이 공동체성을 형성하기에 가장 좋

좋더라고요.

은 방법이라고 봐요. 다만 그냥 재료로 만 들어진 음식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노동하 고 거둔 것들로. 사실 요리도 일종의 공예 행위잖아요. 손을 쓰는. 소비되는 방식이 다를 뿐인거지. 그렇게 도시농업과 팜투테 이블 프로젝트가 커뮤니티아트에서 하나 의 좋은 축이 되어 주는 건 확실한 것 같아 요. 그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본 것 같고.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농사와예술 이야 기하면 의아해하기도 해요. 바로 연결해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긴 한데,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더라고요. 그래, 농 사랑 예술이 관련성이 높지. 그 관계성이 있을 수 있지. 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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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들을 계속 보여주고, 설득하려고 우리가

정아 사실 그게 또 어찌보면 이미지로만

잠깐만팜을 통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소비되는 거잖아요. 아까 이야기했던 식물 권에 반하는 것일 수도 있고. 식물들의 생

정아

예쁘고 실하게 키우는게 농사꾼의

목표 중 하나잖아요. 장인 같다고 생각을 해요. 내가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되겠지 라 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고, 결과물에 대

체 주기가 있는데, 표면적인 이미지와 비 쥬얼이 우선적으로 보여 진다는 점은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봐야하는 부분인거 같아요.

한 자신의 책임과 노력이 수반되는 거니까.

정은 올해 초 이 프로젝트 기획할 때 텍 스트로만 썼던 내용이 가을에 와서 만들 어진 실체를 보니까 감개무량하네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예산이 넉넉 치 않아서 우리가 하고 싶던 프로그램들을 하지 못했던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죠. 그 래도 이렇게 공간을 만들어 놓은 걸 보니 직접 참여한 메이커들의 노력과 땀이 그대 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만들면서 소장님이 지속적으로 고민했던 #적정기술 에 대한 의견들을 조금 더 들어 보고 싶어요. 우리가 과도한 과학기술의 시 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다들 알잖아 요. 인간이 먹고 자고, 일하고 살아가면서

민아 요즘 인스타 감성의 사진들을 보면, 인테리어 같은데도 식물들 많이 활용하잖 아요. 플랜테리어같은. 어릴적 집에서 부 모님들이 식물 키우시는거 보면, 잘 키우 는게 목적이었는데 요즘은 예쁘게 보여지 는게 더 큰 목적인 것 같아요. 장식용이 되 어버린 거죠. 혹은 공기정화 같은 기능이 있거나. 예전에 이파리 하나하나 닦아가며 난 키우던 시대는 지났고. 그것도 어쩌면 하나의 흐름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우리 가 행하는 이런 프로젝트가 시대적 요구에 맞는 디자인과 감각에 맞춰보는 시도도 좋 을 것 같아요. 90

과학기술은 삶을 편하게 해주는 옵션이라 는거. 기존에 정의되던 적정기술, 즉 개발 도상국이나 제3세계에서 그 지역의 환경과 자원으로 필요한 도구들을 만들어 주는 그 런 기술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서의 적정한 기술을 생각해 보고 싶은 거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서 필요한 것 들을 큰 비용 들이지 않고, 대체해서 만들 어내는 아이디어들이 이 시대 메이커들에 게 굉장한 도전이 된다고 보거든요.

정아 어느 비누공장에서 빈 비누각 때문 에 불량품이 많아 기계 설비를 바꾸고 직 원을 새로 뽑았대요. 근데 그 기계를 사용 잠깐만팜


하기도 전에 불량품을 0%로 만들어 버렸

정아

다는 거죠. 한 직원의 아이디어로 생산 라

리의 레시피를 기본부터 배운 요리사는 새

인에 선풍기를 갖다놓고 빈 비누각을 날려

로운 창작을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사진

버린 거예요. 그런 것이 생각의 전환을 통

과 맛만 보고 시작하면 훨씬 다양한 방법

한 개선 방법인 것 같아요.

을 찾을 수 있다고. 그런 것 같아요. 재료를

한 요리연구가가 그랬죠. 모든 요

봤을 때 이거 이렇게 쓸 수 있나 저렇게 쓸

민아 오지에서 매 끼니를 해 먹는 TV 모 프로그램에서 불 피울 때마다 출연자들이

수 있나, 도구의 용도와 기능을 더 찾아낼 수 있나 시도하며 아이디어들을 고민하고.

매번 고생스럽게 입으로 불었잖아요. 근데 어느날, 손 선풍기를 앞에 갖다 대니까 불

한빈

이 확 붙었죠. 그 이후로 벽돌 구멍에다가

스가 중요하겠네요. 그걸 발굴하는게. 그

선풍기를 갖다놓으니 쉽게 불을 피워버리

렇다면 엄청 많은 경험들을 해 보아야 하

더라고요.

는 것 같아요. 나의 역량이 어디까지인가

적정기술에서는 개인의 역량과 센

계속 가보는거죠.

상권

사회를 바꾸고, 지구 환경에 이바

지하는 그런 거창한 목표로 접근하는 것이

우주 저는 다시 한번 노동의 근본에 대해

아니라 아주 작은 것들을 찾고 싶은 거죠.

생각을 해 봤거든요. 왜 현대사회가 노동을

예를 들어 우리는 케이블타이가 태어난 용

멸시하게 되고 이렇게 변해 왔는가. 머리로

도 이외에 10가지 이상의 기능들을 부여했

하는 노동에만 집중하게 되었는가. 결국에

거든요.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한

는 제도와 자본주의 폐해들이 묶이게 되어

번 써 보는거죠. 옥상에 화분으로 걸어둔

서 그렇다고 결론이 났거든요. 하지만 우리

하이네켄 케그도 그렇고.

같은 개미들이 제도 자체를 움직일 수가 없잖아요. 근본적인 것들은 변화시키기가 어렵죠. 자각조차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 너무 많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이런 프 로젝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변화를 시도할 수 있도록.

정아 저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끼는 새 로운 시선과 감각을 깨우는 것 자체가 중 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친구가 그러 더라고요. 사는게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던 어린 시절, 오히려 생각을 더 많이 했었는 데 지금은 일개미처럼 바쁜 하루하루를 살 아가니까 그런 진지한 생각들을 할 여유가 없다고. 그 톱니바퀴 틈새에 작은 틈을 만 들어 주는게 의미있는 것 같아요.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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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 사실 이 논의들이 누군가에게는 굉 장히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수 있잖아요? 농사랑 예술의 관계, 도시농부의 의미와 적정기술 이런 것들이. 그렇지만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이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환기가 되는 건 분명한 것 같아 요. 사유하는 계기를 주고, 생각했던 것들 을 입 밖으로 계속 꺼내면서 마주하는 부 딪힘들이 좋아요. 저는 특히 글쓰는 일을 하는 입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 혹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보는게 개인적으로 자극이 되기도 하거든요.

한빈

많은 프로젝트들이 그들만의 이야

기로 끝나잖아요. 꿈틀거리지도 않고, 스 크래치 정도도 내지 못하는 활동들이 많지 만, 우리는 적어도 스크래치 정도는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상권 우리의 모임이나 이 자리가 더 솔직 할 수 있는 이유는 함께 땀 흘려본 시간들 로부터 오는 끈끈함이 어느 정도의 신뢰감 으로 쌓였기 때문이라고 봐요. 함께 무언 가를 해 낸 후에 오는 이런 대화들은 보다 진솔하고 유의미할 수밖에 없죠. 무소속 연구소가 #지역문화 내에서 하고 있는 다 양한 프로젝트들, 동네마켓이나 아트페어, 잠깐만팜도 그렇고. 선명한 점들을 하나씩 찍어 나가는 거죠. 그 선을 만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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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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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후원

무소속연구소 서울문화재단,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총괄 기획

박상권 최정은

연출 작가 촬영

이정아 (제이필름) 옥민아 조각모음

디자인 공간기획

이상형 (데이워크) 송한빈, 김우주

협조 협력

연희동주민센터, 카페보스토크, 공공연희, 연희스몰동네마켓 플레이버 베란다레시피, 핀앤핏

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도움을 주신 서대문구 연희동주민센터 동장님 이하 직원분들, 공사 때마다 끼니를 챙겨주신 직원식당 이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문의 jam.farm.sale@gmail.com musosoklab

발행 발행일 ISBN

무소속연구소

jam.farm.sale

데이워크 2017. 11. 16. 979-11-95829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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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791195 829040 03600 ISBN 979-11-958290-4-0

10,000 won

이 책에 수록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각 제작자에게 있으며, 본 발행물의 저작권은 무소속연구소에 있습니다. 무단 전재나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 2017 MUSOSOK LAB.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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