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 Vol.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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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Vol. 12


표지사진: 대청호(노병찬)


사람의 손에서 시작되는 모든 것들이 우리의 문화예술이 됩니다. 매거진 《HANDS+》는 청주의 다양한 기록, 공예, 창작문화를 소개합니다.


차례

Contents


편집위원의 글

6

기획 ① 문화제조창C 문화제조창C 시대를 열다

10

같이 구경해요, 문화제조창C 일상로그

14

청주공예비엔날레, 시대를 위한 제언

19

유휴시설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문화적 도시재생 방안

22

기획 ② 기록 청주 문화도시 4년 ― 어제의 기억이 오늘의 기록으로, 내일의 문화로

26

기록의 가치 발굴 프로젝트

30

청춘의 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우리의 이야기 ― 청년학당 뒷이야기

34

청주 시민, 그 삶의 기록이 전한 감동 ― ‘기록+’ 전시

37

기록하다+기억하다 ― 시민기록자를 만나다

40

사람 ‘씨네마틱#청주’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44

좋은 아빠를 꿈꾸는 청주 아빠들

52

손으로 청주의 맛을 잇다 – 『반찬등속』을 이어가는 ‘찬선’

58

청주밴드 비망록

62

공간 청년공간 ― 충북콘텐츠코리아랩, 오구오구, 느티

68

청주의 미장센 ― 육거리와 대청호의 새벽 풍경

72

해외 문화 공간 ― 2019년 방콕의 비영리 예술 공간

78

청주 여기 어때 ― 우리 동네 작은 책방 이야기

82

슬기로운 청주 문화생활

84


편집위원의 글

Editorial


6

5

‘연초제조창’과 ‘문화제조창’의 거리

안남일


‘연초제조창’과 ‘문화제조창’의 거리

안남일 편집위원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문화스포츠대학 문화창의학부 문화콘텐츠전공 부교수

오늘날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와

구축한 프랑스의 릴Lille, 탄광지역을 지속가능한

세계화에 따른 경제적 여건 변화로 도시쇠퇴 문제가

문화산업지구로 만든 독일의 에센Essen과 철강 도시의

대두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도시재생Urban

제철소 시설을 환경공원으로 탈바꿈시킨 뒤스부르크Duisburg,

Regeneration’이라는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주민들의 자발적 프로젝트를 구축한

정책적 방안이 수립되었다. 특히

도시재생에서 문화예술을 핵심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일본의 가나자와金沢市, 산업시대에 남겨진 화물열차

것은 1985년 유럽시민 간 문화공유 및 상호이해증진을

이동로를 도시공간으로 새롭게 구현한 미국의 하이라인

목적으로 출발한 ‘유럽문화수도European Capital of

파크High Line Park 등 주목할 만한 도시재생 사례는 많다.

Culture사업’이다.

이들 사례들은 도시의 공업시설물과 쇠퇴한 산업 공간을

유럽문화수도 사업은 매년 유럽연합

회원국의 특정 도시를 선정해서 1년 동안 다양한 문화, 예술

획일적으로 철거하지 않고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하여

행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유럽연합의 대표적인 문화

시민들에게 놀이, 여가, 문화, 녹지 등 다양한 공간을

사업이다. 이 사업이 추진되면서 선정 도시에서 사회경제적

제공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들 도시들은 도시 공간에 대한

파급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에

물리적 환경 개선은 물론 시민들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문화예술을 활용한

효과까지 나타내고 있다. 특히 기존 도시를 활성화시키기

도시재생은 문화 정체성 확립, 예술 및 문화발전, 문화적

위해서 기능적인 복합에 따른 복합용도 건축과 양질의 주택

삶의 질 증진, 문화예술의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 등 도시

및 업무공간을 제공하는 단편적인 도시 건설 수준이 아니라

활성화를 위한 존속과 지속가능성을 견지하고 있는데 해가

문화예술을 근간으로 하는 다양한 측면의 도시재생 방안을

갈수록 점차 그 영향력은 커져가고 있는 추세다.

모색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02년에는 유네스코UNESCO가 세계 각 도시의 문화적 자산과 창의력에 기초한 문화산업을 육성하고 도시 간의

문화예술, 도시재생의 핵심이 되다

협력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2004년부터 ‘문화도시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유네스코 창의도시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문화콘텐츠를 활용하여 도시 및 지역재생사업을 전개해왔다.

사업’을 추진하였다. 총 7개 분야(문학, 음식, 미디어아트,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된 것은 2013년 6월

공예/민속예술, 디자인, 음악, 영화)의 창의도시를 선정해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지정과 함께 그해

문화예술을 도시발전 전략으로 도모한 이 사업은 문화와

12월부터다. 도시재생에 필요한 사업에 대해 구도심 및

예술이 도시재생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자 수단임을

도시 내 쇠퇴지역 등의 기능을 증진시키고 공공의 역할과

주지시킴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많은 도시에 문화예술을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주민의 생활여건을 개선하여 자생적

도시재생에 적용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기에 이르렀다.

도시재생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제정한 <도시재생

도시재생에 대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양한 도시공간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도시재생특별법’)>은

개발로 문화적인 선순환을 구축한 영국의 리버풀Liverpool,

도시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활력 회복을 위하여 공공의

과거 산업유산의 원형과 역사성을 살린 이탈리아의

역할과 지원을 강화해 도시의 자생적 성장 기반을 확충하고

볼로냐Bologna, 미술관 중심으로 도시공간을 재개발한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며, 도시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스페인의 빌바오Bilbao, 복합문화지구 활성화로 도시정체성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6


편집위원의 글

도시재생특별법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도시쇠퇴 현상에

하지만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의

대한 극복 방안에 있어서 해당 도시들의 개별적이고

뚜렷한 성과는 그렇게 크지 않다. 불안정한 투자유치,

단편적인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을

중앙정부의 지원 의지, 도시재생 전문가 부족, 시민들의 이해

통한 도시재생 시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법적 기반을

상충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도시재생을

도시재생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과 일관된 추진력을 갖지

위한 계획체제 확립, 중앙과 지방의 도시재생 추진체제

못함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구축,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공공의 지원, 선도 지역 지정 등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함으로써 지역 특성에 맞는

양적 팽창을 넘어 창의와 재창조의 집적

도시재생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의의를 가진다.

시스템으로

‘연초제조창’과 ‘문화제조창’의 거리

우리나라 도시재생사업은 경제기반형, 근린재생형 두

이 같은 문제점은 1990년대 전까지 국내 제1의 담배

가지가 있다.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은 쇠퇴하는 도시의

생산공장이었던 청주의 ‘연초제조창’이 복합문화공간으로

경제 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목적으로 노후된

탈바꿈된 ‘문화제조창C’에도 투영해볼 수 있다. 문화 중심

산업단지나 항만의 주변 지역을 연계해 개발하는 것이고,

도시재생사업이며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선도지역 1호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사업은 기존 재개발 사업처럼 낙후한

민간 참여사업으로 추진된 문화제조창C가 대상 지역과의

근린 주거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특색을 살려

유기체적인 연결을 고려한 것인지, 세계화의 트렌드 속에서

침체된 중심 시가지를 회복하는 사업이다.

수립된 지방자치단체의 단편적인 문화정책의 일환인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전의 도시재생사업은

경제적 효과나 지역 랜드마크 효과라는 측면에 국한되어

‘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변화를 가져왔다.

효율성이 제한적이진 않는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도시재생뉴딜사업은 기존의 동네를 완전히 철거하는 재건축,

한다. 문화제조창C가 단순히 물리적인 건축 구성이나

재개발의 도시 정비사업과 달리 기존 모습을 유지하며

공간 활용과 같은 양적 팽창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본,

도심 환경을 개선하려는 사업이다. 매년 10조 원씩, 5년간

기술, 환경 등 총체적 역량을 결집시켜 창의Creativity와

50조 원의 재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은 매년

재창조Recreation를 추구하고 그것을 공공의 집적시스템으로

100여 개의 노후화된 마을을 지정해 정비하고 낡은 주택을

구축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C가 탄소의

리모델링을 통해 공공 임대주택으로 재활용해서 노후화된

약자든 청주의 약자든, C가 함의하고 있는 것이 그렇게

도시를 바꾸고 공공임대 주택 확보, 중소건설업체의 일자리

중요하지 않다. 문화제조창C가 진정한 복합문화공간과

창출까지 하겠다는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면적 규모에

시민 문화공간이 되어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롤 모델이 되기

따라 우리 동네 살리기, 주거지지원형, 일반근린형, 중심

위해서는 시민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공간 활용이어야 하고,

시가지형, 경제기반형 등 다섯 가지 유형으로 추진한다.

문화제조창C가 시민들이 인지하는 고유 ‘브랜드’가 되어야

이상에서 살펴본 도시재생 관련 정책 및 추진은 도시 내에

한다. 자칫 ‘연초’가 ‘문화’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이전

존재하는 유무형의 역사문화자원과 그에 부합하는 콘텐츠

세기의 ‘제조창’으로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활용 방안에 대한 모색까지를 포함해서 문화예술을 활용한

7

도시재생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면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획① 문화제조창C

Project ① Culture Factory C


10

문화제조창C 시대를 열다

편집부

14

같이 구경해요, 문화제조창C 일상로그

편집부

19

청주공예비엔날레, 시대를 위한 제언

김태완

22

같이 구경해요, 문화제조창C 일상로그

이희성


문화제조창C 시대를 열다

편집부

2019년 8월, 오랜 기간 생산을 멈춘 담배공장이 문화제조창C 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 거대한 산업유산은 청주 산업의 최전선에서 분주히 가동되었던 과거와 10년 가까이 버려져 있던 긴 휴식에서 깨어나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새로운 걸음마를 시작했다.

10


1940년대 ― 2000년

의지와 교육문화도시 청주의 도시 가치가 맞물리며

광복 직후 1946년 11월, 우암산 아래 안덕벌 마을 입구에

‘에듀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산업구조에 주목했고 관련

경성전매국 청주연초제조창이 들어섰다. 일제강점기부터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연기 없는 굴뚝산업’으로의

사용하던 동부창고 일대를 담뱃잎 보관공간으로 활용한

재도약이 시작되었다. 당시 함께 매입한 동부창고는

것을 시작으로 재건조장, 연초제조창이 잇달아 들어서며

드라마 체험장으로 개조하여 수암골과 연계한 지역

이곳의 규모는 급격히 팽창했다. 당시 연초제조창이

관광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원료공장을 재생한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소속된 전매청은 철도청, 체신청과 함께 3대 산업기관으로 불릴 만큼 국가의 중요한 산업기반이었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국내 담배 종류의 90퍼센트 이상, 국가 물량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할 정도였고, 그 생산량은 연간 100억 개비에 이를 정도였다. 3천여 명의 대규모 인력이 근무하던 공장 일대는 매월 25일 월급날이면 갖은 이동 상점들이 제조창 일대로 몰려와 육거리까지 행렬이 이어지는 장관이

국내 최초 아트팩토리형 비엔날레로 정착한 공예비엔날레

연출되기도 했다. 풍요로움과 활기를 가져다준 담배생산 산업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70년대였다. 산업화의 물결이 예외 없이 들이닥친 공장에는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되며 수작업으로 작업하던 직원 대다수는 명예퇴직을 하고 생산직은 더 이상 채용되지 않았다. 급기야 1994년에는 점진적 기획 ① 문화제조창C

청주연초제조창 폐쇄 방침이 수립되었고 2000년 이후 단계적으로 공장 가동이 축소되다가 2004년에는 완전 폐쇄되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부로, 청주 경제의

그러던 2010년, 청주시가 잔여 공장동을 포함한 옛

중심부로 화려한 시대를 풍미했던 12만 제곱미터의 거대한

청주연초제조창 부지 전체를 매입하면서 이곳은 또 한

산업유산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번 도약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동안 청주예술의전당

문화제조창C 시대를 열다

옛 연초제조창 공장 생산 라인

일원에서 개최되던 청주공예비엔날레를 연초제조창 생산공장동으로 옮겨오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며 구도심의 문화적 재생에도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8만 4천 제곱미터에 달하는 방대한 건물 규모와 9미터 간격으로 공간을 관통하는 날것의 콘크리트 기둥, 곳곳에 벗겨진 페인트 자체가 예술이 되는 독특한 공간 속에서 작가와 감독들은 상상력을 극한으로 펼치며 2011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국내 최초 아트 팩토리형 비엔날레로

옛 연초제조창 전경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연초제조창의 지속 가능한 문화적 재생을 위한 담론이 꾸준히 생성되어왔다. 산업경제 구조 전환으로 발생한 산업유산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국내외 사례가 소개되었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포럼, 워크숍, 시민참여 프로젝트 등이 정기적으로 진행되었다. 한때 우리 시 경제를 견인하던 연초제조창이라는 산업유산이 더 이상 도시의 골칫거리 폐공장이 아닌,

2000년 ― 2018년

11

문화와 예술에 기반을 둔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으리라는

꺼져가던 불씨가 되살아난 건, 2000년, 청주시가

희망이 생겼다.

원료공장과 동부창고 일대 매입을 결정하면서다.

무엇보다 근대산업유산의 효율적 활용이 주요 국정과제로

곧이어 문화체육관광부와 청주시는 이곳을 전국 최초의

부상한 시대적 변화와 시민의 문화향유 욕구가 맞물리며

문화산업단지로 지정했고, 2002년 ‘청주문화산업단지’

2014년, 동부창고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이

개관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강력한 지식기반 산업 지원

시작되었다. 34·35·36동이 리모델링을 거쳐 커뮤니티


2011 공예비엔날레 특별전

플랫폼, 공연예술 연습공간, 생활문화센터로 바뀌었고

등으로, 5층은 열린 도서관과 시청자미디어센터, 공연장과

열린 생활문화공간으로 목공, 푸드랩, 공연장, 다목적홀

키즈카페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공예를 중심으로

등 생활밀착형 문화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여 시민들의

창작, 전시, 교육, 소비, 유통, 서비스 모두가 가능한

문화적 갈증을 채워줄 수 있게 되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셈이다.

동시에 2011년부터 꾸준히 비엔날레를 개최해오던

급격한 도시 변화로 상실된 여타의 근대문화유산과 달리

연초제조창 공장동의 전면적 리모델링도 점차 구체화되기

이 거대한 공간을 보존하고 새로이 재생시킨 유례없는

시작했다. 국내 최초 아트팩토리형 비엔날레로 주목을 얻긴

드라마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청주시민의 의지와 문화적

했지만 전시를 위한 기본적인 설비마저 미비한 상태에서

욕구가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앞으로 문화제조창C가

개최되는 비엔날레는 해마다 조명과 가벽 등을 새로이

가장 우선해야 할 방향이다. 문화제조창C는

설치하고 철수해야 했기에 이에 대한 예산 낭비 지적과

공예인, 예술가들의 창의성이 표현되고 전수되는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2017년, 연초제조창

공간이자(문화제조창), 새로운 콘텐츠로 지역의 문화경제에

일원이 지자체, 국토부, 민간이 협력한 국내 1호 경제기반형

활력을 더해주고(문화산업단지), 궁극적으로 시민의 일상이

도시재생 선도구역으로 선정되면서 마침내 완전한 변화의

문화로 인해 더 풍성해지는(동부창고) 거대한 선순환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2018년 4월 공사를 시작해

공동체가 되고자 한다.

2018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개관에 이어 2019년 8월

개성 있고 특별한 역사를 가져 그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본관 준공식까지 17개월의 공사가 이어졌고, 연초제조창은

지닌 도시는 인재를 모은다. 도시의 개성은 사람과 사람,

이제 새로이 시민을 맞을 준비를 마치게 되었다.

모두에게 중요하다.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스토리를 지닌 청주문화제조창C는 70년이 넘는 기억과 상징을 존치하고

2019, 문화제조창C의 시대가 열리다

주민과의 관계망을 형성하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청주시는 본관동으로 불리던 문화제조창과

이곳을 다시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보존과 변화,

국립현대미술관, 첨단문화산업단지, 동부창고에 이르는

그리고 조정이 적절히 균형을 이뤄 새로이 변화하고 다시

전체 12만 2,407제곱미터의 거대한 문화집적터를

또 찾고 싶은 장소를 함께 만들어 나가기 위한 시민들의

‘문화제조창C’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명명했다. 특히

관심과 참여. 그것이 바로 문화제조창C의 또 다른

본관동이었던 ‘문화제조창’의 변화가 주목되었다. 지상

이름이다.

5층, 건축면적 5만 2,000제곱미터 규모의 문화제조창은 1층과 2층을 판매시설로 꾸미고 3층은 전시공간으로 4층은 청주시 한국공예관과 수장고, 시민공예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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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청주연초제조창의 새로운 이름 문화제조창C의 ‘C’는 탄소(Carbon)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탄소는 모든 생명체의 기초가 되고 다른 원소와 융합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기초 원소로, 옛 연초제조창 일원의 공예클러스터, 첨단문화산업단지와 동부창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유기적으로 융합하여 새로운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C는 Cheongju(청주), Culture(문화), Craft(공예), Creativity(창의), Contents(콘텐츠), Citizen(시민), Community(공동체), Cigarette(담배)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새로이 개관한 문화제조창C 일원

기획 ① 문화제조창C 비엔날레 워크숍

문화제조창C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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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구경해요, 문화제조창C 일상로그

청주를 대표하는 문화단지로 거듭난 문화제조창C. 막 새 단장을 마친 동부창고, 카페 C,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 문화제조창 등 곳곳에서 풍성한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맞는다. 문화와 휴식이 있는 문화제조창C의 하루를 《HANDS+》가 먼저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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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동부창고 34, 35, 36동

소요시간: 2시간

Tip: 1960년대 공장 창고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적벽돌과 금강송

목조트러스 천정은 향후 등록문화재로 보존가치가 높은 특색 있는 산업유산

건물이다.

기획 ① 문화제조창C 같이 구경해요, 문화제조창C 일상로그

1

문화제조창C를 방문하기 전 동부창고 홈페이지dbchangko.org를 살펴보자. 2014년부터 요리, 드로잉,

목공, 소잉, 가드닝, 인문학 클래스, 공연, 마켓 등 방문자들을 위한 소소한 생활 속 문화 클래스와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직장인을 위한 야간반이나 일일 방문자를 위한 원데이 클래스는 특히 인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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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으니 사전 접수는 필수.


12:00 동부창고 카페 C

소요시간: 1시간

Tip: 동부창고 카페 C는 햇살 맛집.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놓고 테라스

자리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보자.

C

2

시민을 위한 열린 문화공간 동부창고 8동에 옛 담뱃잎 보관창고 감성을 그대로 보존한 카페 C가

오픈했다. 옛 창고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와 소품을 그대로 살려두고 시민들과 지역 예술가들이 공간 조성에 참여하면서 독특한 분위기가 완성되었다. 공간 내 위치한 팝업스토어에서는 청년 문화기획자들이 큐레이션한 전시와 상품을 다양한 테마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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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 국립현대미술관

소요시간: 2시간

Tip: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베네치안 랩소디 ― 허세의

힘(코디 최)’은 라스베이거스의 네온 광고판을 위트 있고 유머러스하게

모방해 지나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술관 야외 광장에 설치된 대형 설치작품을 배경으로 광장을

마음껏 사진에 담아보자.

기획 ① 문화제조창C 같이 구경해요, 문화제조창C 일상로그

3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담배공장이 보이는 수장고로 탈바꿈했다. 1986년 과천, 1998년 덕수궁, 2013년 서울 소격동에 이어 비수도권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청주에 자리하게 되었다. 옛

청주연초제조창 남관 공장동을 새로이 단장해 1만 9,856제곱미터 규모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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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관은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관람 가능한 수장고 형태로 운영된다. 1층과 3층 전시관에서 미술관 속 숨겨진 비밀의 수장고 속으로 직접 들어가 현대미술을 가깝고 친밀하게 만나볼 수 있다.


15:00 문화제조창

소요시간: 2시간

Tip: 1층에 위치한 공예관 뮤지엄 숍에서는 한국의

대표적 공예작가의 작품과 함께

청주·진천·증평·괴산·보은 5개 시·군 통합 공예브랜드 Zoom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아 트

4

2011년부터 청주공예비엔날레 개최의 주 무대가 되었던 연초제조창 공장동 건물이 지난 2년간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2019 공예비엔날레 개막과 함께 문화제조창 시대를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맞닿은 문화제조창 1, 2층은 리테일 공간으로, 3, 4층은 공예에 특화된 전시, 창작, 교육 공간으로

운영된다. 문화제조창은 향후 2년마다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 무대이자 상설 공예 전시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시민, 대학, 지역예술인 모두를 위한 열린 문화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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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공예비엔날레, 시대를 위한 제언

김태완 편집위원 공예문화 기획가

기획전 ① 문화제조창 3층

기획 ① 문화제조창C 청주비엔날레, 시대를 위한 제언

1999년 첫 공예비엔날레가 개최된 이후 정확히 20년이

실험성이나 혁신성에 치중하기보다는 주제의 기준에 충실한

흘렀다. 청주는 해를 거듭하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들을

선별로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바라보는 공예의 특별함을

끊임없이 모색해왔으며, 우리 공예의 위상을 높이고, 더불어

제시했다. 또한 동시대적인 감각과 특정 지역의 문화 반영을

지역과 공예문화 활성화에도 여러 방식으로 일조해왔다.

넘어 시공간마저 초월하는 공예의 미학을 관람객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들리는 비엔날레에

선보이고자 노력한 모습이다.

관련한 다양한 문제점은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 예산 삭감에

전시는 청주 전역에 걸쳐 공예 클러스터를 작동시키는

따른 행사 규모 축소 소식과 대형 행사를 준비하기에 턱없이

방식으로 구성됐다. 과거의 역사를 지닌 연초제조창을

부족한 물리적인 시간에 대한 우려, 지역성을 담보한 행사

새롭게 탈바꿈시킨 문화제조창을 중심으로 동부창고,

방식의 정치적 구태의연함은 여전한 상황인 듯하다. 하지만

정북동 토성, 율량동 고가, 옛 청주역사전시관, 청주 향교,

지난 20년간의 반복된 훈련으로 이미 단련된 탓인지, 또다시

안덕벌 빈집 등 총 7곳의 공간이 활용됐다. 일반적으로는

익숙해진 상태로 올해도 비엔날레는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단일 장소에서의 전시 방식이 관람객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몽유도원으로 이끈 확장된 공예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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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비엔날레에서는 도시 전체에 걸쳐, 행사의 지엽성을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미래와 꿈의 공예–몽유도원이

확장하는 시도로 보다 많은 시민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펼쳐지다’였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가져온 개념

접근성을 용이하게 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더 많은

안에서 공예의 본질과 아름다움, 이상향을 찾아내고자 한

우수한 작품을 펼쳐 보이고자. 또 한정된 전시 공간의

기획이다. 5개의 기획전과 3개의 특별전을 통해 선보인 2천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장소와 공간을 확장한 것은 의미 있는

여 점 작품은 공예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이는 작품에서부터

시도였다는 평가다.

회화를 비롯해 설치, 영상 등 타 영역의 작품까지 확장된

한편 이번 전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중에서는 공예와의

예술 형태의 설정으로 배치됐다. 비엔날레 특유의

연결점을 찾기 힘든 일부 다른 형식의 작품이 존재한다는


국내외 전시와 페어, 레지던시 참여 기회를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참가자들에게 큰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폭넓은 공예 인프라를 구축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자체 예산 문제로 어렵다면 공모전 상금액의 퍼센트 조정을 통한 예산 확보도 검토해볼 만하다. 그 효과는 당선자에게 주어지는 상금 이상의 의미로 작용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안도보다는 자성과 쇄신의 의지로 2년을 준비하자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지난 20년간 많은 공예가들의 지지로 세계적으로 유일하고 명실상부한 공예 분야의 대표 국제행사로 발전해왔다. 우리나라에 공예를 대표하는 비엔날레가 존재하고 있다는 데 감사해야만 하는 시기도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동안 쌓인 경험과 아카이브 그리고 전문 인력 부재에 대한 문제점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비엔날레 행사를 앞두고 구성되는 일회성 구조에 대한 우려는 매번 지속적으로 드러난 문제점이다. 조직의 일회성 구조는 전문 기관이 행해야 하는 전문 인력 양성 역할에 대한 순기능도 해내지 못하기 비판적 시각도 있으나, 주제에 천착한 기획자의 의도에

때문에 더욱 절실히 개선돼야 한다.

따른 결과라고 판단된다. 기획을 맡은 안재영 예술감독은

태생적 한계는 솔직히 인정하고, 비엔날레를 우리 공예계에

이번 전시에 철저하게 서사를 입히기 원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실질적 자산으로 남길 수 있을지 더욱 치열하고, 충실한

기획자 스스로도 스토리 구조를 통해 지역의 가치와

고민을 해야 한다. 평가 방식에 있어서도 더 이상 해외

비엔날레의 가치, 미술의 가치, 공예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반응과 관람객 수를 기준으로 한 성과 위주에 머물러서는

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계가 있다. 오히려 더 냉정하게 이번 비엔날레가 얼마만큼 독창적이고 신선한 이슈를 던졌는가? 우리 공예인들의 순도

부활된 공모전, 더 과감한 설정을 요구한다 국제공예공모전이 다시 부활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중요하다. 공모전 당선으로 얻게 되는 기쁨과 영예는 창작자들에게 있어 큰 자극과 도전의식을 고취시키기 때문이다. 이번 공모전에는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그간 1회성 상금 수여에 머물렀던 것에서 상금 수여와 개인

보여주었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기획전 ② 동부창고 37동

공모전은 신진작가의 등용문으로서 그 역할과 의미가

높은 참여도를 이끌어냈는가? 그들에게 어떤 새로운 비전을

기획전 개최 지원, 국내 레지던시 투어 지원 등의 혜택을 늘린 점이다. 여전히 아쉬운 점은 있다. 당선 후 작가들에 대한 지원 관리가 더욱 과감한 설정으로 이뤄져야 한다. 입상한 창작자들이 지속적으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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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 ① 황보지영, Creation, stainless steel

기획 ① 문화제조창C

지금은 행사를 무사히 마쳤다는 축하와 호평에 대한 안도보다는 개선할 부분을 정확히 인식하고, 새로운 2년 후의 비엔날레를 계획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20여 개 비엔날레가 각 지자체별로 열리고 있다. 청주공예비엔날레 스스로 명실상부한 공예 전문 대표 행사로 명확한 차별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지속성, 공예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추진력을 갖추는 첩경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비엔날레가 현장은 새 시대의 중심에 설 차세대 젊은 공예인들이 함께 공예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고 새 시대에 걸맞은 지평을 열어낼 소중한 기회와 발판이 되어야 한다. 부디 이번 비엔날레가 우리 공예계의 근본 과제를 반성하고, 극복하는 적극적 의지를 갖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길 다시 한 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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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 ① 심재천, 겨울나무 투각등, Clay

청주비엔날레, 시대를 위한 제언

그것이 우리 공예문화를 이끄는 대표 조직의 역량과 전문성,


유휴시설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문화적 도시재생 방안

이희성 편집위원 단국대학교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과거 티센 철강회사 제철소를 활용한 뒤스부르크 환경공원 ⓒAngy DS

도시재생은 지역경제 침체, 기반시설의 노후화, 슬럼화와

인식하게 되었다. 문화적 도시재생에서는 도시의 가시적인

같이 노후된 도시를 경제적, 환경적, 생활적 재생을 통해

물리적 환경인 시설, 장소, 환경 등과 비물리적 환경인

도시의 활력을 재생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문화적, 경제적 기능, 활동구조, 문화, 역사성, 교육 등이

이는 도시재생의 긍정성을 의미하는 것이고, 또한

재생의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도시재생이 도시계획의 새로운 지배담론이 되고 정책 프로그램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책의 경로

‘공공성의 결핍증’을 치유하는 도시재생

의존성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의 실천 역량 부족 때문인지

공간적 개념의 도시재생에서 문화적 도시재생과 관련하여

모르지만, 정책으로 보편화되고 또한 제도로 표준화되는

유휴시설을 활용한 폐공간의 문화공간 탈바꿈 정책이

추세 속에서 드러나는 도시재생의 실질적인 모습은 기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휴시설은 용도가 변경되거나

도시정비 방식과 변별이 뚜렷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

기능의 상실, 시설의 이전 또는 폐쇄의 원인으로 발생된다.

말하자면, 도시재생이란 이름의 도시정비 사업들은 여전히

용도별로 살펴보면, 군사시설, 산업시설, 행정시설, 교육시설,

기존의 싹쓸이 재개발, 재건축 방식을 닮았고, 재생이란

교통시설, 기타시설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유휴시설의 발생

이름으로 장소화된 오랜 역사와 문화를 말끔히 지워낸 뒤,

양태를 살펴보면 군사시설 이적, 폐공장이나 창고, 공장

그 위에 강한 부동산 개발의 욕망이 꿈틀거리는 기호를 달아

이적지, 폐정수장, 쓰레기 매립지, 폐발전소, 행정기관, 폐교,

놓고 있다. 특히 문화가 도시재생의 화두가 되고 몸통이 되는

공공청사 이적지, 옛 역사, 유수지, 경마장, 병원 등이 있다.

추세와 비례하여, 문화의 도구화, 상업화, 식민화, 권력화

이러한 유휴시설은 공급과 수요의 변화, 구도심의 쇠퇴, 지역

경향도 동시에 읽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산업 쇠퇴, 도시계획의 부재와 비활용 공간의 방치 등의

잘못 꿰어진 도시재생은 급격한 도시화를 겪는 동안 더불어

이유로 발생하게 된다.

살아가는 미덕을 갖추지 못한 우리 도시의 병, 즉 ‘공공성의

도시 유휴시설의 가치를 재조명하여 기존의 자원을 이용해

결핍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 도시에 도시재생이란

도시재생을 하려는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건축물은

수술의 칼을 들이댄다면, 그 효과는 ‘공공성 결핍’이란

과거의 시간을 그대로 반영하는 물질적, 역사적 공간으로

환부를 도려내고 치유하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특히 문화적

기억 보존의 공간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도시는 이러한

얼굴을 한 도시재생에 대해 가감 없는 비판이 가해져야 하고,

건축물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또한 예방을 위한 철저한 보완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유휴시설의 재생은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하며 문화 활성화와

초기 문화적 도시재생에서 문화의 의미는 예술, 공연, 축제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가치를 지닌다. 도시의 유휴시설의

등에 국한되었으나 점차 그 개념이 확대되어 지역주민들의

재생은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지역의 정체성을

행동 및 생활양식, 이상적인 삶, 꿈 등으로 확장하여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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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된 도시였던 빌바오는 다수의 국제적 건축 프로젝트로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템스 강변 화력발전소는 산업유산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테이트모던 현대미술관으로 운영중이다 ⓒJorge Franganillo

기획 ① 문화제조창C 유휴시설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문화적 도시재생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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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공간을 활용한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는 주로 유럽의

‘도시의 쇠퇴’를 전제하지 않는 문화공동체 중심

도시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오랫동안 방치된

재생정책

브라운 필드brown field가 문화예술의 클러스터로 변신에 성공한

이렇듯 서구의 도시쇠퇴와 유휴시설의 특징과 성격은

스토리다. 스페인 빌바오 철강산업생산지(아반도이바라

한국과는 많이 차이가 있다. 결국 문화적 도시재생은 지역

지역)가 구겐하임 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클러스터로

주민과 주역 단체 중심의 문화 공동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재생한 사례, 영국 런던 템스 강병 화력발전소가 테이트 모던

말하자면, 문화적으로 재생된 도시는 문화공동체를 내부에

미술관 공간으로 재생한 사례, 프랑스 랑스 폐광지역이

담아내는 것으로 그 성공 여부가 판단될 수 있다. 물론

제2루브르 박물관 지역으로재생한 사례, 독일 에센 지역

산출되는 문화의 콘텐츠가 우선 분명해야 하고, 또한 이를

탄광촌과 뒤셀도르프 외곽의 티센 제철소가 문화예술촌으로

담아내고 소비하는 물리적 시설들이 도시 공간 전역에

재생한 사례 등이 그 본보기다.

위계적이면서 네트워크 형태로 배치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휴시설을 활용한 도시재생의 이면에는 쇠퇴한

이 네트워크 자체가 문화 인프라이지만, 네트워크의

도시시설을 활성화시킨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결절은 다양한 형태와 종류의 문화시설들로 배치시켜야

지가의 가치상승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과 이를 견디지

한다. 문화시설 중에는 도시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예,

못한 문화예술인 등 원거주민들의 전출을 동시에 수반하는

빌바오 구겐하임 박물관)도 있어야 하지만, 문화의 종

부정적인 측면도 따르고 있다.

다양성 측면에선 장소별, 거리별로 특성화된 문화시설들이

서구를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이 도시계획의 새로운

다양하면서 풍부하게 만들어져 개성적인 문화 창출의

패러다임으로 각광을 받게 되자, 이를 무비판적으로 도입해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여기에는 박물관, 생태공원,

적용하는 오류가 우리의 도시재생 전반에서 발견된다.

아트팩토리, 문화거리, 전통거리, 공연장, 광장, 전통가게

이를테면 도시재생은 ‘도시의 쇠퇴’를 전제로 하고, 해외의

등 하드웨어적인 것뿐만 아니라, 마을 디자인, 건물 컬러,

성공적인 사례(예, 일본 동경의 롯폰기, 스페인 빌바오 등)를

지역문화 예술공연, 창작활동, 공동체 로고, 랜드마크 건물,

금과옥조로 여기는 점이 그러하다.

축제 등 소프트웨어적인 것까지 포함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의 도시는 쇠퇴기라기보다는 급격한

각각의 문화시설은 장소와 장소의 사람과 관련된 문화

성장 이후 직면하는 정비기에 있다. 따라서 쇠퇴기 도시가

콘텐츠, 그리고 이를 담고 전달하는 운용 프로그램을 가지고

갖고 있는 도시 성장 동력의 부재가 한국 도시에서는

있어야 한다. 개별 문화 인프라가 문화공동체를 이루면서

명확하게 발견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작동하기 위해서는 장소화된 문화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서구의 쇠퇴기 도시에서 발견되는 ‘도시의 방치된 땅brown

사람과 조직이 사회적, 제도적 관계망(협의체, 포럼 등)으로

field’이

묶이고 엮어져야 한다.

우리의 도시에선 쉽게 발견되지 않는 점도 이러한

까닭 때문이다. 땅이 귀해 개발만 하면 돈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관계망을 통해 장소화된 문화가 재정의되고, 또한

땅을 그냥 버려둔다는 것은 우리의 도시 현실에서는

공공성의 문화로 기능하도록 조율하고 규율하는 것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우리의 도시는 개발의 힘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관계망은, 문화공동체의 보이지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현장이다. 쇠퇴를 전제로 한

않은 재생산 구조 자체를 만들고 작동시키기 때문에, 다양한

도시재생은 그만큼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다.

정책을 통해 육성되어야 한다.


기획② 기록

Project ② Arch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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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문화도시 4년 ― 어제의 기억이 오늘의 기록으로, 내일의 문화로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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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가치 발굴 프로젝트

편집부

34

청춘의 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우리의 이야기 ― 청년학당 뒷이야기

편집부

37

청주 시민, 그 삶의 기록이 전한 감동 ― ‘기록+’ 전시

이재복

40

기록하다+기억하다 ― 시민기록자를 만나다

편집부


청주 문화도시 4년 ― 어제의 기억이 오늘의 기록으로, 내일의 문화로

편집부

세상의 그 어떤 일도, 한 순간에 이뤄지는 건 없다. 청주의 문화도시를 향한 도전 역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의 가치와 사회적 유대감에 기반한 새로운 도시 가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시민의 자발적인 문화 참여를 강조하는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의 첫 번째 도시 중 하나로 청주가 선정되었다. 시민이 공감하고 함께 즐기는 그 도시만의 고유한 문화를 찾기 위한 4년의 여정. 그 길에 기꺼이 동행했던 시민들의 시간을, 상상을, 그리고 함께 꾸었던 꿈을 여기 담았다.

26


2016년 시민 마음 가는 대로 상상하기

2016년 청년들이 직접 기획해 화제가 되었던 청주

우리가 되고 싶은 문화도시를 모색하기 위한 첫 도전이

문화다이어리 사업도 지속 추진되었다. 대학생과 청년

시작된 해이다. 문화10만인 클럽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30명으로 구성된 청년학당이 2017년부터는 다이어리

향후 100만 청주인구의 10퍼센트인 10만 명이 매년

제작뿐만 아니라 직접 문화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10만원의 지역문화예술 소비를 하자는 의미를 담은

‘자취방위대’, ‘밤에만 열리는 작고 이상한 가게’와 같이

포부에서 시작한 문화 10만인 클럽은 4년이 지난 현재 3만

이름만 들어도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톡톡 튀는 문화

7천여 명이 가입한 청주의 대표적인 문화망으로 성장해오고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있다.

지역 내 작은 도서관, 독립 문화공간에 교육, 북스테이

10월에는 시민들이 기획한 문화도시 주간행사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해 청주만의 문화・관광 공간을

‘문화4이다’가 개최되었다. 청소년 문화기획단

개발해내기도 했다. 2017 문화도시 종합포럼

‘별별하이틴’이 기획한 누워서 별보기 콘서트와 500여 색소폰 연주자들의 연주는 옛 연초제조창 폐건물을 예술 공연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전국 곳곳에서 문화도시를 추진하는 사업단들이 함께 모인 ‘공유포럼 하와유’는 서로의 고민과 미래를 나누는 교류의 기회를 제공했다. 문화도시를 향한 도전 첫 해는 그렇게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과 관계 맺고 문화 본능을 깨우는 데 집중한 한해였다.

문화다이어리

문화 10만인 페스티벌

기획 ② 기록

색소폰 페스티벌

청주 문화도시 4년 ― 어제의 기억이 오늘의 기록으로, 내일의 문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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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시민이 모여 살아난 공동체 2년간 키워온 시민들의 문화력을 본격적으로 꽃피우고 연결 지어 공동체를 만드는 데 집중한 해였다. 문화도시 예비사업을 계기로 서로 흩어져 있던 지역의 젊은 문화기획자들이 함께 모여 공동체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지역이 갖고 있는 갈등을 문화예술로 치유하기 위한

2017년 시민의 상상이 도시의 상생으로

시민모임 ‘상상네트워크’는 2017년부터 정기 모임을 가지고

문화도시 예비도시 사업 두 번째 해인 2017년은 청주

‘문화아트 솔루션’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그 두 번째 해인

문화도시의 주제와 어젠다를 도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2018년에는 문화소외지역인 농촌에 설치미술을 통해

했다. 사업 기획단계에서부터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을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단재 뜰 논두렁 갤러리’, 도심 속

시민네트워크를 만들고 향후 시민이 직접 사업을 추진할 수

방치된 정류장을 문화예술 아지트로 되살리는 ‘문화정류장’,

있도록 기반을 다졌다.

대학생 원룸촌이 가진 문제점을 함께 이야기하는 ‘원룸촌

9월 ‘소셜픽션 ― 우리가 상상하면 ○○○한 문화도시

브이로그’와 같이 지역의 미세한 갈등을 돋보기처럼

청주가 된다’에서는 시민 80명이 모여 ‘내가 바라는 살기

들여다보고 문화로 갈등을 완화하고자 했다.

좋은 도시’를 주제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졌다.

2016년,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이 시작되고 3년간 시민들과

이 자리에서 시민들이 제안한 의견들은 11월 ‘Build Up’

함께 그려온 문화도시의 밑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문화도시

종합포럼을 거쳐 문화도시 청주를 만들기 위한 20개의

네트워크 포럼을 진행했고 전국에서 문화도시를 함께

어젠다로 발전했다.

준비하는 지자체와 지속 교류와 네트워킹을 약속하는


2019년 기록의 가치 함께 찾기

‘공유+공존’ 포럼으로 3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을 위해 시민과 문화 활동가들이

이처럼 지난 3년이 시민의 이해와 참여를 위한 시간이었다면,

노력해온 성과가 2018년 말 문화도시 예비도시 승인이라는

올해 2019년은 시민들 스스로 청주의 DNA인 기록의 가치를

결실을 얻었다. 2016년 공모 당시 ‘통하는 생명문화도시’라는

찾아내는 여정이었다. 우선, 시민들의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비전으로 시작된 사업은 3년간 24회의 살롱과 8회의 포럼을

활발히 진행되었다. 우리는 청주시민에게 기록이 어떤

거쳐 시민들에 의해 ‘기록문화 창의도시’라는 새로운 목표를

의미인지 함께 공유하기 위해 44일간 시민기록물을 수집했다.

가지게 되었다.

58년생 엄마가 20년 넘게 매년 써내려간 가계부부터 어느 문화아트솔루션 ‐ 문화뻐정

우체국장의 수첩까지, 시민들이 모은 기록물 3천여 점을 한데 모은 ‘기록+’ 전시는 기록에 대한 시야를 한층 넓혀주었다. 한편으로 지역 곳곳을 누비며 우리 일상을 담아내는 자발적인 시민 기록활동가들이 빛났다. 수몰되어 없어진 내 고향의 기억을 복원하고자,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시작의 이유는 달랐어도 ‘기록’이라는 하나의 공통분모이자 목표를 가진 7개의 활동 그룹이 저마다 관심사에 따라 우리 도시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기록+’ 전시에 참여한 시민의 기록물

2018 공유 + 공존 포럼

기록가치 발굴사업 ― 동네출판사

2016 ― 2018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이렇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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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10만인 클럽

기획 ② 기록

내 일상에서 숨쉬는 기록, 상상한 것이

갖고 살아가며, 모두가 함께 인사하고 정을 나누는

이뤄지는 미래

도시였다. 그리고 이렇게 시민들이 원하는 도시는 시민 스스로 자유롭고 자발적인 참여 속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시민의 문화 역량을 기반으로 생동감 있는 기록문화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청주시는 문화 기금, 공간

창의도시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지원 등을 통해 청년, 예술가들이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기울이고자 한다. 그렇다면 ‘기록문화 창의도시’는 앞으로

조성하는 데 힘쓸 것이다.

어떻게 우리 삶에 어떤 모습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청주가 상상하는 문화도시, 그곳은 개인의 기억과 기억을

우선 더욱 강력해진 시민 문화주권을 향유할 수 있다. 문화

공유하고 그 기록이 시민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10만인클럽을 중심으로 문화도시 시민회의가 구성되어

매개가 되는 도시다.

문화도시 참여예산제를 주도해 이끌게 된다. 문화 프로젝트 주제, 예산 모두 시민들이 직접 결정하게 되고, 이는 사람과 지역 사이의 공동체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를 이끌 기반이 된다. 또한 기록이 우리 일상 속으로 더욱 가까이 들어온다. 생활공간 반경 1킬로미터 내 각자 이야기와 일상을 기록하고, 서로 다른 성별, 연령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자주 마련될 것이다. 이를 통해 서로 경험과 가치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공공기록의 가치를 갖는 기록물이 우리 동네 저장소에 쌓일 것이다. 이렇게 모은 기록, 데이터들이 모여 일상이 즐거운 창의문화로 구현될 것이다. 미래 핵심자산은 데이터라 말할 정도로 우리는 이미 방대한 데이터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청주 시민들의 모든 기록과 문화 활동이 문화플랫폼에 쌓여 빅데이터가 되고 시민들은 본인에게 맞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이러한 데이터를 또 다른 누군가가 분석하고 활용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들게 될 것이다. 지난 4년간 시민들이 고민하고 꿈꾼 문화도시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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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서 쉽게 공연과 전시를 즐기고, 아이들이 자부심을

2019 로그인포레스트

청주 문화도시 4년 ― 어제의 기억이 오늘의 기록으로, 내일의 문화로

청주시는 지난 4년간 지역 문화 활동가들과 함께 다져놓은


기록의 가치 발굴 프로젝트

기록을 매개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활동이 곳곳에서 빛났던 2019년이다. 특히 ‘기록문화 창의도시’라는 청주 문화도시의 비전이 시민들에게 더 가시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록문화 특화사업이 연중 진행되었다. 올해 첫 걸음을 뗀 기록문화 가치 발굴 프로젝트는 사업 실행부터 추진까지 모든 과정을 시민이 주도해가는 공모사업 형태로 총 7개가 동시 진행되었다. 그 가운데 우리 지역의 사라져가는 인쇄 역사를 되돌아보고, 내가 사는 마을의 소소한 이야기를 공유한 두 개의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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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인쇄거리 구술 채록 ―

남정현

인쇄거리에서 직지 후예를 만나다 ‘허스토리’

충북여성살림연대 대표

기획 ② 기록 기록의 가치 발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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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거리!

‘인쇄거리에서 직지 후예를 만나다’가 당선되어 2019년

청주대 정문 앞에서 우암산로 교차점까지의 구간,

7월부터 본 사업이 시작되었다. 화가, 전직 기자, 성평등 강사,

1.4제곱킬로미터의 면적에는 상업 인쇄를 기본으로 인쇄소,

농부, 전직 교사, 대학 강사, 자유 활동가, 여성단체 활동가,

출판사, 기획사, 디자인회사, 후가공업체, 지류업체 등 170여

동학계승사업 실무자 등 다채로운 영역에서 활동하는 열세

개 소공인 업체가 자리 잡고 있다. 60년대부터 공공기관,

명으로 구성되었다. 사진 기자를 제외하곤 모두가 여성이다.

초·중·고등학교, 대학, 은행, 예술 단체 등이 생기면서 집값이

구술 참여자를 선정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조합을

싼 이 수동, 대성로에 인쇄출판소가 하나둘씩 모여들기

방문해 본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소공인 특화센터,

시작했다. 80, 90년까지만 해도 이 거리는 인쇄 출판 및 편집

일반 사업체 등을 방문해 구술 참여자를 소개받았다.

디자인 회사들이 즐비하던 청주의 뒷골목이었고 청주 시내

특히 여성인쇄인들의 허락을 받기가 어려웠다. 설득하고

60퍼센트의 인쇄인들이 상주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매체의

거절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개인의 기억을 지역의

발달과 출판업의 소량다품 종 디지털화가 되면서 많은

역사로 만드는 데 동참해 주실 일곱 분과 인쇄거리에 대한

업체들이 이 거리를 떠나고 인쇄 관련 업체도 점점 줄어들고

애증과 열정을 가진 좌담회 참여자 네 분을 가까스로 만났다.

있다는 것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쇠락해가는 거리를 지켜온 구술자들은 밤새도록 시끄럽게

뜨거웠던 올 여름, ‘허스토리’는 이 길을 많이도 걸었다.

돌아갔던 인쇄기 소리의 활기와 함께 어우러졌던 희로애락을

‘허스토리’는 2017~2018년에 걸쳐 충북여성재단에서

열심히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 속에는 직지의 후예로서의

진행한 여성기록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수강생들로 구성된

자긍심도 있었지만 불안과 심란함이 배어 있었다. 우리는 그

소모임으로, 2018년에는 충북여성재단이 펴낸 육거리

뭉클하고 진한 음성을 이 책에 오롯이 담았다. 그리고 청주

여성상인 구술사 작업을 수행한 바가 있다. 2019년

인쇄거리의 회색빛 풍경을 밝은 물감으로 채색하는 놀이에

6월,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에서 주최한 문화특화

동참하기로 했다.

지역조성사업인 기록문화 가치 발굴 프로젝트 공모 사업


왜 인쇄거리인가?

진행 중이다. 불꽃같던 인쇄거리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직지도시 청주는 기록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에서 다양한 종합계획과 사업

관계이다. 청주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백운화

구상을 하고 있다. 인쇄거리 현장 현장의 활기를 되찾는

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의 고향이다. 직지는 인쇄의

일은 직지도시, 기록도시, 문화도시의 숨결을 잇고자 하는

메카로서 청주를 대변하기에 당연히 활자와 책을 다루는

청주 시민 모두의 공동 과업이다. 기록물을 만드는 일은

인쇄산업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사회는 주목해야 한다.

문명사회에 사는 인간의 공동 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주에서 기록을 만들어온 인쇄업 종사자들의 기록은

그 모든 논의와 시행 과정에서 이 구술집과 좌담에서 나온

전무한 실정이다. 기록에서 당사자들의 육성을 기록하는

인쇄인들의 다양한 구상과 정책 제안이 존중되길 기대한다.

것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 낡고 오래된 인쇄거리가 새로운

기록물을 만드는 사람들을 기록했던 이 기록이 소중히

문화산업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단순한 하드웨어

다뤄졌으면 좋겠다. 문화 도시, 그리고 민주주의 자체가 결국

개선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기록도시의 위상에 맞게

지역 현장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 삶의 이야기에 귀

인쇄거리가 미래 문화산업으로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기울여 경청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 아닐까?

외형적 정비와 확대에 앞서 이를 묵묵하게 지켜온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먼저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즉, 기록도시는 자임하고 표방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 이 글은 2019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기록문화 가치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인쇄거리에서 직지 후예를 만나다’ 책 일부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도시를 상징하는 주요 분야에서 구체적인 사람들의 삶이 기록되고 스토리텔링으로 풍부해져야 명실상부해지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 구술기록은 기록도시 청주에서 기록기술을 담당해왔던 인쇄거리 당사자들의 삶을 온전히 담은 최초의 기록이 될 것이며 민간 주도 기록운동의 한 방법론을 예시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인쇄거리의 활력 찾기, 청주 시민의 공동 과업이다 오늘도 인쇄거리에서는 컴퓨터 앞에서 기획, 디자인에 골몰하고, 기름, 먼지와 씨름하며 기계를 돌리고, 지하 작업실에서는 제본에 최선을 다하는 엄숙한 협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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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기록하다 ‘동네출판사’

기획 ② 기록

우리 프로젝트는…

프로그램까지 참여를 하게 되었다. 책에 손글씨와 그림까지

기록의 가치 발굴 프로젝트

장소를 기반으로 지역의 문화적 생태계 조성과 그 변화

담아냈고, 굉장히 새로운 시선으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과정에 대한 기록을 담고자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특정

일상을 기록한 책을 펴냈다. 이 책을 보고 아이들과 함께

장소를 명소화하거나 관광지화하는 것에 그치고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족들이 늘어났다. 프로그램을

그동안의 도시재생 사업을 보완하기 위해 문화를 기반으로

청주시민 모두에게 열어두었던 것이 굉장히 좋은 결과를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구상하게

가져와서 기뻤다.

되었고, 이를 지역민의 다양한 시선과 생각으로 풀어낼

프로젝트 성과를 함께 공유하는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던

수 있도록 세부적인 기획을 짜게 되었다. 그래서 지역의

날, 청주시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고, 열심히

문화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홍보를 해서 그런지 정말 많은 분들이 참가 신청을 해왔다.

비롯해 지역의 이야기를 독립출판으로 펴내는 프로그램

공간상의 문제와 진행 여건 등으로 선착순으로 접수를

등을 기획, 운영하였다.

완료했는데, 당일에 선착순에 들지 못한 친구를 데리고 오는

우리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정적인 기록 방식이

경우들이 있었다. 보조 좌석을 놓는 등 급하게 세팅을 추가로

아닌 동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했던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직접 사진을 찍고, 디자인을 하고, 글을 쓰는 등의 활동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고, 무엇보다 문화예술을

동네출판사 프로젝트, 어떻게 기억되면 좋을까

일상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전공자나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문화예술이 특별하고, 문화예술가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만이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전시회를 하고, 북콘서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한다. 우리가 일상을 기록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문화예술을

문화예술을 이끌고 들어오는 사람 모두가 예술가라는 것을

만나길 바란다.

중점에 두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기록 연령, 성별, 직업 등에 그 어떤 제한도 두지 않고 청주를 기록하는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가장 인상 깊은 참여자는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로, 처음에는 동네를 필름 카메라로 담아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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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수 유자차스튜디오 대표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다가 큰 흥미를 보여 독립출판


청춘의 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우리의 이야기 ― 청년학당 뒷이야기

문화도시 청주시민의 자발적인 문화 활동이 다음 세대까지 지속되고 우리 도시의 문화가 건강한 체질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미래 문화세대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수다. 2017년 시작한 ‘청년학당’ 프로젝트는 바로 그 필수적인 선택이었고, 2019년 말 현재까지 문화에 관심 있는 지역의 청년 130여 명을 발굴해 20여 개 문화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올해 5월 선발된 30명의 3기 청년학당 구성원은 매월 전문가의 문화 교육과 문화탐방을 통해 문화기획 역량을 키워왔고, 지역의 문화 축제에서 실무를 익히며 현장 감각까지 갖추었다. 지난 10~11월, 청년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문화기획력을 바탕으로 신선하고 재치 넘치는 ‘청년×기록’ 축제를 진행했다. 게임, 토크쇼, 전시, 체험까지 우리의 청년들은 어떤 상상력으로 기록문화 창의도시 비전을 해석하고 또 어떤 시각으로 지역의 문화를 바라보았을까. 직접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한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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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경찰단 ― 펌킨맨 살인사건

신윤서 청년학당 3기 ‘피크니크’팀

기획 ② 기록 청춘의 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우리의 이야기 ― 청년학당 뒷 이야기

저는 작년(2018)에도 청년학당 2기를 함께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청주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학과에서

축제, 문화, 행사 기획 등은 작년까지만 해도 저와는 아무런

배운 것들도 마침내 이번 축제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이 없었고, 흥미도 없었습니다. 그 당시엔 축제를 잘

기획, 디자인, 홍보, 촬영, 편집.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배웠던

마무리하면 돌아오는 혜택을 바라보며 활동했었습니다.

덕분에 축제 준비에 길이 보였고, 무리 없이 실행할 수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시민들이 즐거워하는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노력한 것은 디자인입니다. 무엇보다

미소에 행복해졌습니다. 반년 이상 걸린 과정에서 지쳤던

재밌었습니다. 몇몇 친구들만 알아주던 제 디자인을,

저에게 마치 보답이라도 해주시는 듯했고, 처음으로 ‘하길 잘

이번 청년학당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었습니다. 현수막,

했다’ 생각했습니다.

포스터, 전단지 등을 작업하며 팀원들의 격려와 칭찬에

그래서 올해는 작년과는 달라진 마음으로 새롭게 진행되는

감동받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노력하는

청년학당 과정을 듣게 됐습니다. 현장 기획자, 행사 대표,

사람이 제일 멋있다’는 말도 기억납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청년 활동가, 시민 공청회, 문화탐방, 통합교육, 현장실무,

‘신 디자이너’라 불러주는 팀원들의 격려에 이 일이 더

멘토링, 협업단체, 문화공간, 질의응답 등 어느 하나 부족하지

재밌어졌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그동안

않았습니다. 덕분에 실무적인 감각이나 저와 가까이 있는

준비만 하던 저였다면, 올해는 준비를 마치고 출발에

청주에 대한 정보, 문화, 진행되고 있는 여러 문화 사업을

서 있도록 만들어준 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그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보는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평소엔

지지대에는 청년학당과 우리 피크니크 팀원들이 있습니다.

그저 지나치기만 했던 것들이, 새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성안길에 게시되어 있는 판촉물, 홍보방법 등에는 꼭 눈길이 갔습니다. ‘저런 방식도 있구나’, ‘나중에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 잠정적으로만 그려보던 문화기획자의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졌습니다. 청년학당 3기는 문화의 가치를 느끼게 해줬고, 사람들을 이어줬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의 가능성을 높여줬습니다. 함께한 사람들의 한 문장

조선경 “나는 이 일이 즐겁다. 힘듦이 상쇄되는 일을 찾았다. 더불어 보람도 느껴지는 이 일을 나는 더 해보고 싶어졌다” 민원기 “청년학당을 통해 내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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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 북 콘서트 ― 책겟아웃

박민지 청년학당 3기 ‘찰칵’팀

책겟아웃을 완성하기 전까지 많은 기획들이 있었습니다.

강연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청주와 기록 그리고 실현가능한 것이라는 세 가지를

강연자님이 정해지고는 순탄할 것 같았지만 여러 우여곡절이

고려하며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여행×기록

참 많았습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하는 일이기

북 콘서트: 책겟아웃’의 기획은 발표 1주일 전에 나온

때문에 의견 충돌도 잦았습니다. 사소하게는 인테리어 소품을

아이디어였습니다. 여행을 떠나면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준비하는 일에도 의견이 서로 맞지 않아 한참 이야기를

찍거나, 영상을 촬영하거나 그곳을 기억할 만한 것을 잔뜩

나눠야 했고, 각자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에 나가버린

만들고 온다는 점에서 기록이란 주제에도 적합했죠. 다만

팀원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서 자기 자리를

저희 책겟아웃의 차별점은 여행 자체가 아닌 많은 사람들의

지켜주신 팀원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여행 이야기’에 집중해서 기획했습니다.

저는 책겟아웃을 통해 정말 다양한 것을 배웠습니다. 가장

기획을 하고, 누군가의 여행 이야기를 받기 위해서 설문조사

큰 배움은 ‘전체를 바라보는 법’입니다. 책겟아웃을 하지

폼을 받을 때까지도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만들어질 수

않았다면 저는 나무 키우는 역할에만 집중했을 테지만 나무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 설문조사 폼을 홍보하고

하나보다는 숲을 바라보고 진행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약 1주일가량은 저희 팀원의 사연이 전부였으니까요. 저희

전체를 보는 눈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또한 정체된 일을

행사의 시련은 모이지 않는 사연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나서서 정리하고 해결하는 법,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조율하는

행사는 다가오는데 ‘2부: 기록으로 만난 사이’의 강연자님을

법 등 실전 경험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늦게까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회의를 거듭하면서 강연자님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서 플랜 B를 만들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거의 체념하고 있는데 운명처럼 천우연 작가님이 강연자로 나타나주셨습니다. 정말 한줄기의 빛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행사 당일 수강자 사이를 돌며 멋진 함께한 사람들의 한 문장 김민주 “축제를 채운 모든 시간, 물건 하나하나에 나의 시간, 손길이 담겨 있다. 나는 이 축제에 애정을 듬뿍 담았다” 정지윤 “우리 모두 이런 행사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지, 더 나은 아이디어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더듬더듬 어둠 속을 헤매듯 진행했다. 우리의 고생은 차치하고 참가한 분들이 좋은 시간을 보내셨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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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시민, 그 삶의 기록이 전한 감동 ― ‘기록+’ 전시

이재복 사진가

1377 청년문화콘텐츠 협동조합

‘기록+’ 홍보 포스터

기획 ② 기록 청주 시민, 그 삶의 기록이 전한 감동 ― ‘기록+’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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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는 문화도시로 도약을 꿈꾸며 ‘기록문화 창의도시’

‘기록+’ 워킹그룹은 6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4명의 예술가,

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그 중에서도 기록 중심의

2명의 영상팀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과정을 기록하는 것에도

문화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직지의 고장 청주에서 당연히

공을 들였다. 기록에 대한 인식 확산이 주된 목적이기도 했던

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기록의 형태도 매우 다양하고, 특히

사업인 만큼 영상을 통해 시민들과 만나는 과정을 대부분

시민들의 삶과 관련된 부분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기록하였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

일단 수집 봉투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지정된 공공기관에서 이 봉투를 배포하였고, 시민들은 그 봉투에 자신의 물건을

시각 예술가들과 함께한 수집 봉투

담아 참여할 수 있었다. 또한 SNS (카카오플러스)를 통해

‘기록+’사업과 관련해 1377청년문화콘텐츠협동조합과

접수할 수도 있었는데 기존 전화, 메일 등의 방법에서 좀

논의를 시작한 것은 지난 5월이다. 이 협동조합은 10인의

더 여러 가지 채널을 열어 시민들의 문의에 더욱 신속히

지역 예술가로 구성되어 있는 단체다. 시민들의 기록을

응할 수 있었다. 일단 내용물의 종류와 양이 어느 정도

수집하고, 전시하는 형태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어떤 면에서

확인되면 전부 직접 찾아가 수집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런 일을 왜 예술가들이 했는지 묻고 싶은 이들도 있겠지만

특히 이번 사업에서 시민들의 관심이 두드러졌는데 어떤

사람을 만나 자료를 만들고, 다양한 논쟁과 고민을 통해

전시가 구성될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헌신적으로

전시에 필요한 형태로 가공하는 일, 즉 평소 예술가가 해오던

수집에 도움을 주었다. 수집된 물건들은 전부 운천동에

일이기도 하다. 이번 ‘기록+’가 전시라는 방법을 선택하면서

위치한 B77갤러리에서 분류 작업을 하였다. 이 B77은 평소

시각 중심의 예술가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갤러리로 운영하였지만 사업기간 동안 임시 아카이브룸으로


‘기록+’ 전시가 열린 옛 청주시한국공예관, 이제 이 곳은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로 다시 태어난다.

활용하였다. 이를 위해 전용 랙을 설치하고, 분류 박스를

이번 ‘기록+’는 예술가보다 시민이 중심이었다. 시민의

구비해 아카이브를 시작했다. 항온 항습을 위해 제습기와

기록물이 예술가 스스로 본인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에어컨을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하면 가장 가치 있게 보여줄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두고 전시를

기록 봉투를 만들 때 최초 25개의 기본 분류를 토대로

준비하였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디지털 액자, TV,

수집하기로 계획했었다. 하지만 전시를 위해서 사용된 분류는

모니터 등 사진 및 영상 매체를 최대한 이용했다. 캡션도 평소

100개에 육박한다. 간단해 보였던 기록물 수집 및 전시를

각자 작품 전시를 할 때보다 훨씬 많이 사용했다. 시민들의

더욱 세부적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봉투에 담을 수 있는

작품이 온전히 또 다른 시민에게 전달되도록 최대한 많은

문서나 작은 크기의 물건이 수집될 거란 예측과 다르게

설명과 이해를 높이는 보조 자료를 활용하려고 애썼다.

산더미 같은 수집품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상당수 수집물들은 사진으로 촬영되어 기록물의

작가는 평소 자기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활동한다.

기록물을 만들기도 했다.

기록물 수집 현장, 김낙명 자택

시민이 기록하고 시민이 만든 전시 20년 가까이 운천동을 지켜온 청주시 한국공예관은 2019년 10월부터 새 단장한 문화제조창C로 옮겨 운영 중이다. 원래 있던 자리는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로 거듭날 예정이다. 처음엔 베드로신경정신외과병원으로 태어났다가 청주 공예의 중심이었던 역사를 간직한 이 건물의 철거 전 마지막 전시가 바로 ‘기록+’다.

기록물 수집 현장, 손용성 자택

1층은 마을을 주제로 “산남동”, “문의면”, “운천동” 3개의 마을에서 만들어진 기록물을 전시한다. 산남동은 두꺼비마을 신문, 문의면은 대청호 수몰지역의 옛 사진 자료와 시민 인터뷰, 운천동은 동네에서 촬영한 과거 사진을 중심으로 전시되어 있다. 2층은 17명의 시민과 1명의 기관의 기록물이 전시되어 있다. 대체로 문서나 책 등 물질 위주의 기록물이 많았는데, 2000년 이후 만들어진 이메일, 블로그, 홈페이지 등 디지털 기록이 거의 수집되지 못한 것은 아직도 아쉽다. 몇 명의 참여자는 디지털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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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록왕 시상식 장면

기획 ② 기록

독립적으로 저장해서 적정 방법으로 디스플레이하는 것에

이어졌던 첫 번째 ‘기록+’ 전시가 존재할 수 있었고, 우리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앞으로 생성되는 상당수 정보들은

일상에 기록을 더할 수 있었다.

디지털로 기록될 텐데 이런 디지털 기록물은 수집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많은 숙제를 남겨주었다. 3층은 지역 예술가들이 기록을 주제로 전시를 하였다. 명함을 오려 장미로 보여줬던 ‘이선희’ 작가의 작품, 뮤지션 레인보우99의 영상을 기록해 시각화한 ‘왕민철’ 작가의 작품 10월 10일 있었던 오프닝 행사에 시민기록왕 수상도 있었다. 이때 전시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상장과 상품권을 증정하였다. 그중 정말 많은 기록물을 제공해주셨던 시민 2명은 별도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직접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해 취재가 나오기도 했다. 매일같이 전시장에 손님을 모시고 찾아왔던 참여 시민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록을 해본 적이 있고, 기록물을 갖고 있다. 다만 그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경험해본 적이 없을 뿐이다. 기록인식 확산 전시를 본 많은 시민들은 다음에는 자신도 참여하고 싶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벌써부터 제2회, 제3회 ‘기록+’ 전시가 기대된다. 또 어떤 시민들의 기록물과 새로운 가치가 발견됨으로써 얼마나 더 다양한 행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금은 상상조차 되지 않지만, 소중히 보관하던 자료를 보험증서 하나 없이 빌려주셨던 모든 참여자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 분들이 있었기에 10월 31일까지 성황리에

홍석원 시민참여자의 방송인터뷰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꼭 참여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기록물을 다시 살피고 가꾸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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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관 2층에서 작품 설치중인 모습

청주 시민, 그 삶의 기록이 전한 감동 ― ‘기록+’ 전시

등 10명의 작가들이 기록 관련 작품을 전시했다.


기록하다+기억하다 ― 시민기록자를 만나다 월급봉투, 낡은 일기장, 사진, 홈비디오 영상, 배냇저고리… 누군가의 평범한 삶의 흔적이 우리의 기록이 되고 청주의 역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기록+’ 전시. 기록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켜 준 이번 전시에 참여한 두 시민을 만났다.

우체국 내 인생 40년 ― 홍석원

용담동에 사는 홍석원씨는 1976년 우체국 근무를 시작하고 40년간 근무해오던 활동 자료를 고스란히 모아 이번 ‘기록+’ 전시에 참여했다. 신입 공무원 시절부터 국장 퇴직까지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 전시장 한 벽면을 꽉 채웠다. 충청남북도를 이동근무하며 받았던 인사발령 통지서, 우체국 소식이 담긴 언론보도 스크랩, 우정 공무원의 자부심과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신문 칼럼까지 수십 년 동안 쌓인 인생의 흔적이 기록물 속에서 드러난다. 영동 근무할 시절 우체국 청사를 새로이 지었다는 기록이나 내수 우체국 부지를 매입해 신축했다는 기록들은 개인의 기억이 공공의 기록, 우리 모두의 기억으로 확장되는 순간들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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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따뜻한 사랑의 흔적 ― 성순임

기획 ② 기록 기록하다+기억하다 ― 시민기록자를 만나다

80년대 결혼 후 장미와 동민이의 엄마로 부지런히 살림을 꾸려온 성순임씨 기록물에서는 평범한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30년 전 물가를 엿볼 수 있는 가계부 한켠에 성순임씨가 적어놓은 그날의 소소한 사건들이나 육아 이야기는 지금 우리 일상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전시장을 찾은 성순임씨는 ‘시대를 읽을 수 있는 감동적인 기록물들이 많아 놀랐다. 기록에 대한 공감대가 크게 퍼져서 시민들이 소장하고 있는 소중한 기록물들이 많이 발굴되고 공유되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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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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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마틱#청주’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청주영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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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를 꿈꾸는 청주 아빠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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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청주의 맛을 잇다 ―『반찬등속』을 이어가는 ‘찬선’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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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밴드 비망록

백승균


‘씨네마틱#청주’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청주영상위원회

영상문화도시 청주를 구현하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청주영상위원회(이하 청주영상위)가 2019년 새로운 사업을 선보였다. 이름하여 ‘씨네마틱#청주’다. ‘영화적인’이란 뜻의 ‘Cinematic’과 ‘청주’를 결합한 이 사업은 지역의 창작자들을 지원하고 청주만의 정체성을 담은 지역영상생태계 조성이라는 포부가 담긴 영상제작지원 사업이다. 공모를 통해 올해 첫 지원사업의 대상이 된 작품은 장편 <봉명주공>과 단편 <배아기>, <정희>까지 모두 3작품. 이 중에 <봉명주공>과 <배아기>는 한국영상위원회가 지원하는 전국지역영화제작지원 사업에도 선정되어, 그 작품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렇듯 영화적인 청주 ‘씨네마틱#청주’를 만들어가고 있는 청주의 영화 창작자들. 그들의 이야기가 지금 스크린에 담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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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편영화 <배아기>, 김하늬 감독

사람

Q1. 안녕하세요, 김하늬 감독님.

드라이기, 가운까지 모든 소품을

없어서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A. 안녕하세요. 저는 단편영화

미술팀이 많이 고생했고, 에어컨

영화를 마치고 만들어낸 거 같아서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배아기>로 씨네마틱#청주에

선정된 청주대학교 영화학과 4학년 재학 중인 김하늬라고 합니다.

가동을 못하니 촬영장 안이 정말

덥고 습했는데 저희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제작지원을 받고 무사히 좋은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다음 작품을 찍을 때도 이 경험을 토대로 다른

제작지원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씨네마틱#청주’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Q2. 단편 <배아기>는 어떤

Q5. 영화 <배아기>의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나요?

있으신가요?

작품인지, 또 이 작품으로 관객에게

영화제 출품 계획이

A. <배아기>는 한 미용실을

A. 국내외 유수

배경으로 어린 나이에 아이를

영화제들 모두

가진 ‘연지’와 그것을 탐탁지 않게

출품을 해보고

생각하는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입니다. 그 두 사람의

싶습니다. 국내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무의식적인

Q4. 씨네마틱#청주 단편부문 선정,

서울독립영화제, 미장센영화제에서

고스란히 받아낼 수밖에 없는

선정이 감독님에게 어떤 변화를

<배아기>는 졸업 작품이다 보니

폭력’에 대해서 그리고 그 고통을 피해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Q3. 촬영장에서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A. 기존에 있던 미용실을 섭외해서

세트장처럼 꾸미는 작업이 쉽지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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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대로 바꾸고 배치하느라 저희

않았던 거 같습니다. 벽부터 커튼,

그리고 한국영상위원회 제작지원 가져왔나요?

A. 우선 이 작품이 저의

졸업작품인데, 이 작품이 괜찮다는

제 영화가 꼭 초청되면 좋겠네요. 더 욕심을 내서 출품을 해볼 생각입니다.

인증서를 받은 느낌이구요. 그게

Q6. 아직 재학중인 대학생인데,

독립영화를 만들고 계신 분들께는

애착이 가는 영화가 있으신가요?

아니더라도 제작지원이라는 것이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하고 싶은 건 많고 가진 예산은 많이

필모그래피가 다양하네요. 그중 가장 A. 2018년도 제작된 <칼국수 먹으러 가는 길>입니다.


저는 가족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지

추천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으로서의 작품들을 계속해서

흐르면서 그 정의는 매번

나온다면 괴물을 이을 만한 ‘가족형

차기작으로는 장편을 완성해보고

항상 생각하는 편입니다. 시간이

달라지는데, 변화하는 저의 생각을 영화로 표현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 편이고 이 영화가 그랬던 거

같습니다. 주인공 ‘아름’이라는 이름

영화인데요. 저의 상업 데뷔작이 어벤저스 영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무 큰 포부인가요? (웃음)

또한 제 동생 이름이고 제 자신을

Q9. ‘씨네마틱#청주’ 사업에 바라는

또한 비하인드가 될 수 있겠군요.

A. 청주에서 4년째 공부하며 영화

많이 투영해서 만든 역할인데 이

Q7. 청주에서 특히 애정이 가는 촬영지가 있다면?

A. 정북동토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높은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참

외롭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오랜 세월 한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나무가 멋있기도 합니다.

Q8. 가장 좋아하는 영화 또는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가 있으신가요?

싶습니다.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내용이 될 거 같은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행해지는 여러 의무와 사랑의 아이러니를 담아보고 싶습니다.

점이 있다면?

Q11. 여성영화인으로서 필름에 담고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A. 클리세에 갇힌 여성 캐릭터가

서울만큼 제작지원의 기회가 많지

않은 거 같아 아쉬운 순간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씨네마틱#청주’라는 사업을 알게 되고 제 영화가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닌 삐딱하고 자유로운 여성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습니다.

선정되면서 ‘희망’을 얻은 만큼,

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내년에 꼭

지원을 하라며 추천을 해주었습니다. 올해보다 더 많은 기회가 생겨

다양한 작품들이 지원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도 또 도전하고 싶고요.

A. 한국영화 100년을 맞은 올해,

Q10. 영화인으로서 앞으로의 포부가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 <괴물>을

A. ‘제2의 누군가’가 아닌 김하늬

가장 핫한 감독님일거 같은데...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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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단편영화 <정희>, 이혜원 감독

사람 ‘씨네마틱#청주’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Q1. 안녕하세요, 이혜원 감독님.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인데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좋아해요.

A. 안녕하세요. 단편영화 <정희>로

가는 날>과 연결이 됩니다.

연구하고 똑똑한 영화를 만들거든요.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씨네마틱#청주’ 사업에 선정된

이혜원입니다. 청주 지역에서 영화를 제작하고 청주대학교에서 후배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Q2. 씨네마틱#청주 단편부문 선정이

전 작품이 아이를 맡기기 위해

어린이집을 찾아 헤매는 엄마의 모습을 그렸다면 정희는 그런

딸의 아이를 같이 양육하게 되는

친정엄마의 모습을 그린 영화입니다.

감독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다고

Q4. 단편 <정희>를 한마디로

A. 제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다는

A. ‘우리 엄마’입니다. 또 ‘저

생각하시나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혜원 아직 죽지 않았다?’

Q3. ‘씨네마틱#청주’ 사업을 통해

표현한다면?

자신’이기도 하고요.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작하게 된 단편영화 <정희>에

Q6.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A. 제 영화는 ‘여성감독이 만드는,

A.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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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는 저의 전 작품 <어린이집

있으신가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저한테도 그런 여유가 있으면 좋겠어요.

Q7. 청주에서 영화제작을 하는 이유 A. 전 청주를 아주 좋아합니다.

고향이기도 하고 청주를 벗어난 건

고등학교 딱 3년이거든요. 대학교를 다시 청주로 오게 되면서 왔지만 ‘역시 내 고향 청주가 좋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청주에서

죽 살면서 지리적인 것, 촬영하기

좋은 장소, 나름의 인맥 등 저에게

촬영하기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는 거 같습니다. 사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촬영 장소와 배우도 연결해주기도 하거든요.


Q8. 청주에서 영화를 찍으며

Q10. 영화인으로서 앞으로의 포부를

A. 주변에서 많은 이해를

A.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지원까지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해주시지만 실외 촬영은 조금 힘든 게 사실이죠. 영화에서 사운드는

아주 중요하거든요. 영화와 관계가 없는 분들은 이해해주시지 않아요.

설명을 드려도 주변 소음이 심해서

많이 힘들었죠. 또 실제로 청주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촬영하고

있는데, 촬영한다는 현수막 하나만

밝혀주시면?

받고 촬영을 한다는 데 자신감이

생겼어요. 정말 감사하게도, 이번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영화 끝나고 바로 다음 작품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엄마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로변에 설치할 게 아니라 ‘관객,

Q11. 여성영화인으로서 필름에 담고

만들어지고 있습니다’라는 구체적인

A. 여성들만이 생각할 수 있는

시청자들이 보는 영화는 이렇게 홍보를 하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청주에서 촬영되고 제작되는 영화에 대한 관심이

개봉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야기라고 할까? 여성이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을 가득 담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여성감독이 만든 현실적인 여성영화!

Q9. ‘씨네마틱#청주’ 사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아무래도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해주시는 게 지역 영화인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죠.(웃음) 내년에도 도전할 계획이 있는데 또 선정이 될지 궁금하네요.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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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편영화 <봉명주공>, 김기성 감독

사람

Q1. 안녕하세요, 김기성 감독님.

영화제 등의 제작지원이 현재로선

있었는데 프랑스와의 외교적 문제로

A. 안녕하세요. 저는 장편영화

청주영상위원회와 한국영상위원회의

남게 된 건축자재를 활용해 전국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봉명주공>으로 ‘씨네마틱#청주’ 사업에 선정된 김기성입니다.

청주를 기반으로 리을필름이라는 ‘씨네마틱#청주’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독립영화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로 지역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지원사업에 선정되어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고, 이후에도

영화를 제작하는 데 큰 용기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영화제작과 영상매체를 활용한

Q3. ‘씨네마틱#청주’ 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봉명주공>에 대해 간략하게

미디어아트 전시 및 공연 등을

Q2. 씨네마틱#청주 장편부문 선정, 그리고 한국영상위원회 제작지원 선정이 감독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독립영화라고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난관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장비부터 전문 인력 고용 등 아무리

저예산영화라 해도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산조차 마련하기

힘들어서 제작이 무산되거나, 그래도 영화는 너무 찍고 싶어서 십시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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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

품앗이 하듯 영화를 만들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영상위원회나

통해 제작하게 된 장편영화 설명해주세요.

A. <봉명주공>은 현재 재건축사업이 진행 중인

수출길이 막혀버리면서 국내에

3곳에 봉명주공1단지 형태의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그중 두 곳은 이미 재개발되어

사라지고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이 봉명주공 1단지라고 합니다. 어쩌면 프랑스에서 짓고자 했던 아파트 설계도면의 영향을 받아

현재의 이국적인 봉명주공1단지가 조성된 것은 아닌지 자료조사 및 고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봉명주공 1단지아파트와 그곳에서 살고 있는

거주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봉명주공 1단지는 1980년대

지어진 지역의 1세대 아파트로 다른 아파트단지와는 달리 1, 2층 형태의 건물구조와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텃밭 식물이

Q4. 장편 <봉명주공> 촬영

자아내는 곳입니다. 1980년대

에피소드가 있나요?

조경을 이루고 있어 독특한 풍경을 주택공사에서 제조한 조립식

건축자재를 외국으로 수출하고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 또는 A. 봉명주공 1단지 입주민들은 대부분 30여 년 가까이 그곳에


살고 계신 분들입니다. 30년 전

Q5. 봉명주공을 지속적으로 찍을

영화감독이라는 호칭이 조금은

낳아 키우고, 그 자녀들이 대부분

A. 앞으로 재건축사업이 어떻게

오래전부터 영화를 즐겨보고,

그곳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자녀를 출가하여 현재는 어르신들만 남아계십니다.

과거엔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와 이웃 간의 왕래로 북적이던 동네 풍경이 지금은 조용하고 한적하게 변모해 있습니다.

그러다 이따금 휴일이면 그곳에서

성장한 자녀들이 본인의 자녀들을

계획이 있으신가요?

진행이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봉명주공의 마지막 순간까지는

기록으로 남기려 하고 있습니다. 봉명주공의 특별한 장소성과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고요.

데리고 함께 그곳에 놀러오곤

Q6. 이러한 기록들이 필요한 이유가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로 파릇함을

A. 지금은 크게 중요해보이지

합니다. 그럼 그곳은 다시 오랜만에 되찾곤 합니다.

지난 8월 어느 무덥던 한여름 날씨

속에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멀리서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 가보았더니 두 꼬마 형제가 집

앞마당에 물을 받아놓고 벌거벗은 채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도 볼 수 없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않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정립해가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도

영화 외에도 하고 있는 다른 일들이 많아서 쉽게 시작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생계를 위해 홍보 영상 등을 제작하는 일을 몇 년간 하다

보니, 일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프로젝트가 끝나면 뭔가

허전함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나의 작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오래전부터 미루어왔던

영화라는 꿈을 하나씩 실현해가고 있습니다.

소재들을 발굴하여 기록하려 하고

이유가 궁금합니다.

있다고 생각되는 지역의 다양한 있습니다.

마치 30년 전 이곳에서의 한 순간을

A. 사실 제가 영화를 전공한 것도

들었습니다.

영화감독에 대한 로망은 있었지만,

Q9. 다큐멘터리 영화를 지속적으로

Q8.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가지게

목격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시나리오 쓰는 것도 좋아해서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록적 가치가

정겨운 그 광경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비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색할 때가 많습니다. 워낙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니고, 아직 영화다운 영화를

연출해본 것도 아니어서 아직도

촬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다큐멘터리인가요?

A. 우선 다큐멘터리는 극영화와는 달리 혼자서도 얼마든지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가까운 곳부터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현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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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며 촬영을 하다 보니 그 자체가

매우 척박한 상황이지만, 직지라는

촬영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했던

흐르는 지역이기도 한만큼 앞으로

재미있고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우연한 장면들과 마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그것이 주는 매력 때문에 계속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뭔가 사명감을 가지고 거창한 의미부여도 했던 것 같은데 사실은 그냥 좋아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사실 블랙코미디입니다. 풍자를 통해 사회의 모순된 면이나 부조리를

역설적인 웃음으로 표현한 영화들을 좋아하는데, 여건이 좀 더 마련되면 지역을 소재로 한 충청도 스타일의 블랙코미디를 제작해보려 하고 있습니다. 사람

Q10. ‘씨네마틱#청주’ 사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씨네마틱#청주’사업이

지역영상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뜻깊은 사업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역의 영화인을 발굴, ‘씨네마틱#청주’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양성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되길

바라고요. 내년에는 감독이 아닌

프로듀서 역할로 다른 감독님과 함께 ‘씨네마틱#청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Q11. 영화인으로서 앞으로의 포부를 전해주신다면?

A. 우선 현재 제작 중인

<봉명주공>을 완성도 있게 마무리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고요. 이후에도 지역의

흥미로운 소재들을 발굴해 영화로

제작하는 일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영화배급에 대한

공부도 틈틈이 하려고 하는데요. 이를 통해 지역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볼 수 있는 전용극장을 작게나마 마련해 프로그래밍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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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현재는 지역 영화계의 현실이 타 지역에 비해

유서 깊은 기록문화의 정체성이

영화제작 및 창작을 위한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지역영화계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역할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좋은 아빠를 꿈꾸는 청주 아빠들

편집부

이제 육아는 당연히 아빠와 엄마의 공동 과제다. 아빠들이 엄마들의 육아를 ‘돕는’ 시기는 지났다. 하지만 아직 아빠들은 육아를 잘 모른다. 육아가 어렵다는 점에서는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아빠에게 육아는 더욱 힘들다. 지금 아빠가 된 현재 30-40대인 우리 세대들의 아버지들은 우리와 놀아 준 적이 거의 없다. 예외도 있겠지만 80년대 고도성장기 우리 아버지들은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만 했던 세대 아닌가. 그럼에도 아빠의 역할을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 그래서 모임을 만들고 인터넷 카페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한다. 청주에도 아빠의 역할을 충실히 더 잘하기 위한 모임이 있고 직업상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육아 휴직을 하고 육아에 대한 책을 펴낸 이도 있다. 청주 육아 아빠 모임 ‘빠블리’ 까페지기 이형주 씨와 육아하는 파일럿 손정환 소령, 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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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들의 육아 모임 빠블리

사람

핸즈+: 안녕하세요. 저도 여섯 살 아들을 키우고

핸즈+: 아빠들만 아이들과 모인 그림을 상상하니

있는 아빠입니다. 아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흥미롭습니다. 아이들과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보내려고 노력하지만 먹고 사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때도 있을 듯한데요. 혹 빠블리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주말에는 아이와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고 키즈

남거나 좋았던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을까요?

좋은 아빠를 꿈꾸는 청주 아빠들

카페 같은 곳은 돈도 돈이지만 아이가 혼자 노는 게

이형주: 작년 크리스마스를 맞아서 저희 카페 구성원들이

안타까웠어요. 하지만 빠블리의 활동을 보고는 ‘이게

금천동 쇠내골 소극장을 빌려 ‘성냥팔이 소녀’ 연극 공연을

답이 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빠블리

한 적이 있어요. 저희 멤버 중 연극을 좋아하는 이가 제안해서

소개를 부탁합니다.

연극에 대해서 전혀 모르지만 극장장님의 도움으로 대본도

이형주: 안녕하세요? 육아하는 아빠 이형주입니다. 저도

받고 연기 지도도 받았어요. 아빠들이니까 한번 해보자

자영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관계를

하고 시작했는데, 결국 정말 감동적인 무대가 되었어요.

만들고 저 또한 즐거울 수 있을까 늘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그리 잘될 줄 몰랐는데 아이들에게 아빠의 멋있는

작년, 1년 반 정도 전에 지인 네 명과 함께 다섯 명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봐요. 아빠들이 다들 바빠서 연습

아빠들의 육아 클럽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지금까지

시간이 부족했지만 연기를 하는 아빠들도 연기에 몰입해서

오게 되었어요. 현재는 1,500명 이상 회원이 가입되어

거의 우는 수준으로 연기했고 스물다섯 가족이 관람했는데

있습니다. 점점 커지다 보니 충북여성재단, 양성평등재단

눈물바다가 되었어요. 물론 무대 위에 있던 아빠들은 조명이

등 단체에서 함께 활동하자는 제안도 받았고 함께 행사도

꺼지고 나서야 관람객들도 몰입해서 함께 울고 웃었던 걸

진행했어요. ‘와이프 프리데이’라는 날을 정해서 한 달에 한

알 수 있었어요. 뭐랄까요, 저희 또한 자신의 또 다른 면을

번은 온전히 아빠들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아내들에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관람료를 십시일반 걷어서

자유의 시간을 주기로 정해서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용을 충당했지만 저희들에게는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올해도 2기 공연을 12월 22일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핸즈+: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 아빠들이 아주 훌륭한 경험을 하셨겠어요. 연극을 통해 아이들이 아빠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모임을 진행하면서 좋은 점이나 힘든 점 같은 건 없으신가요? 이형주: 네 아이들이 더 좋아했죠. 어린 친구들이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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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아니고 아빠의 연기를 보고 감동하고 이런 경험들이


나중에는 추억거리가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커서도 그걸

핸즈+: 아 저도 꼭 가입하고 싶습니다. (웃음) 앞으로

기억하고 아빠와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계획은 어떤 게 있을까요?

뿌듯했죠. 와이프 프리데이나 행사들을 진행하면 제일

이형주: 빠블리를 계속 이어가면서 아이들이 더 좋은 기억을

힘든 것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의

만들도록 하고 싶습니다. 지역의 예술가들과 함께하면

도움을 받지만 아이들과 함께하거나 아이들이 할 수

좋을 것 같고요. 우선 준비하고 있는 연극을 성공적으로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하는데 이런 걸 해본 적이

공연하려고 해요. 가볍게 시작했지만 점점 일이 많아지고

없어서 많이 힘들었어요. 와이프 프리데이 때 캠핑을 몇

있어요. 그래도 즐겁게 하려고 해요. 아이들이 좋아하니까요.

번 갔어요. 한 번은 얼음낚시를 가서, 아이들이 추울까봐

게다가 함께 모이면 아이들이 형, 동생, 언니, 오빠가 되면서

미리 얼음 두께 계산하고 안전 진단을 한 다음, 큰 천막을

관계가 생기니까 좋아요.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쳐서 아이들이 따스하게 행사를 즐겼던 적도 있어요.

숙제가 되고 있어요.

아빠들 몇몇이 모여서 ‘해보자’ 하니까 되더라고요. 저희도 뿌듯하고 재밌기도 했고요. 핸즈+: 모임이 움직이려면 프로그램이 있어야니까, 까페지기가 아니라 기획자가 되는 거네요. 원래 일이 있는데 그런 기획까지 하게 되면 더 많이 바빠지시겠어요. 이형주: 예, 하지만 이게 제 아이들을 위하는 거니까 잠도 못자면서도 계속 전화하고 챙기게 되더군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저 또한 즐거우면서 가능할까. 이게 모임의 다른 아빠들도 늘 생각하는 거예요. 아빠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육아를 하는 것이 힘들기만 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빠블리는 이러한 행사도 기획하지만 가끔 밤에 만나서, 꼭 아이들이 잠든 이후에 만나서 맥주도 한 잔씩 하고 그래요. 대신 아내들에게도 마실가라고 아이들은 아빠들이 재우고 아내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도 만들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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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좋은 아빠를 꿈꾸는 청주 아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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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 휴직해도 괜찮아』 저자, ‘육아 파일럿’ 손정환 소령

필자도 아내의 출산과 함께 육아 휴직을 고민했었다.

보장되어 있지만 군대라는 곳이 계급을 따지고 경쟁을

하지만 자영업을 하며 스스로 일을 그만두기는 쉽지

통해 진급도 해야 하는 곳이라 걱정도 많았습니다만

않았고 결국 아내에게 공수표만 날린 격이 되었다.

지금은 제 자신이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진급이 아니라

철저히 계급으로 움직이는 군대에서 육아 휴직은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된 거죠.

더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 분명한데도 육아 휴직 후 자신의 삶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파일럿 손정환

핸즈+: 개인으로서 일의 성취 같은 것도

소령을 만났다.

중요하잖아요. 그런 것을 어쩌면 한켠으로 내려 두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후배

핸즈+: 안녕하세요. 육아 휴직을 결정하기

아빠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쉽지 않았을 텐데요, 그때 심경이나 과정이

손정환: 육아 휴직 처음 3개월은 아주 힘들었어요. 우울증

궁금합니다.

같은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됐고요. 아침에 아이들 학교,

손정환: 오래 계획하고 육아 휴직을 한 것이 아니라서

유치원,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나면 설거지, 빨래하고, 빨래

처음엔 고생도 많이 하고 힘들었죠. 육아 휴직을 할 때

널고 걷고, 청소를 끝내면 제 시간이 거의 없어지더라고요.

주위의 많은 분들이 진심어린 조언, 걱정하는 조언을

컨디션이 좋을 때면 바로바로 하게 되는데 아이들이

많이 해줘서 결정하는 데 어렵지는 않았어요. 저희 직업이

그렇잖아요. 제 마음은 급한데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떼

직업이다 보니 가족들과 많이 떨어져 있게 됩니다. 저

쓸 때도 있고 그러면 설거지 밀리고 나중에 아내에게

또한 지금 현재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고요. 선배 한 분이

짜증내고 그런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3개월

나중에 나이 들면 가족과 매우 서먹해진다고 하셨어요.

이후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찾았어요. 도서관에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는 말씀에 힘을 얻었죠. 물론

가서 하고 싶은 공부도 다시 하고 제 자신을 위한 시간을

진급이나 제 경력을 걱정하시는 분도 많았어요. 법으로는

가지니까 다시 활력이 생겼어요. 그리고 아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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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건조기를 장만한 후엔 조금 더 넉넉한 시간을 갖게

핸즈+: 육아 휴직 경험에서 문제점을 성찰하고

되었어요. 저는 육아 휴직을 하면서 집 주변에 육아를

대안까지 고민한 점이 인상 깊습니다. 말씀하신 육아

위한 많은 시설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휴직 미션 달성 인센티브, 육아 휴직 전 교육 같은

정책적으로 육아 휴직을 하는 이들에게 제공받을 수 있는

제안은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저희는 아버지와의

시설, 지원사항 등에 대해 교육을 먼저 실시하는 것이

기억이 많지 않아서 처음에 당황스러운 일이

좋은 방법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육아 휴직을

많았잖아요.

하는 이들에게 모두 일괄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손정환: 네 그렇죠. 당장 야단맞는 기억 같은 것들이

아니라 육아 휴직 미션을 성공하는 이들에게 선별적으로

떠오르죠. 육아 휴직에 대한 책을 썼다고 정책 간담회에도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여성가족부

가고 직장에서는 제가 처음 육아 휴직을 한 것으로 알고

간담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당장 쉽지는 않을

있는데 저 이후로 후배들이 하나둘 육아 휴직을 하고 있어요.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육아 휴직 전에 자신의 시간을

그런 변화와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고요. 그리고

어떻게 사용하고 활용할지 등을 미리 계획하는 걸

경쟁에서 저를 잠시 내려두고 더 중요한 것들을 생각하는

추천하고 싶어요.

시간이었기에 제 삶이 달라졌다고 말씀 드릴 수 있어요. 다시 말하지만 육아 휴직을 하되 준비를 많이 한다면 더 많은

핸즈+: 저는 아이가 하나인데, 아이가 셋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경우는 또 어떨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세 아이를 함께 돌보기가 어떠셨어요?.

사람 좋은 아빠를 꿈꾸는 청주 아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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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환 소령의 선택은 경직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손정환: 말씀드렸듯이 처음 3개월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그는 곧 진급을 앞두고

매우 힘들었어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고 한다. 더 많은 손정환이 나와 공직 사회뿐만

아내와도 티격태격했고요. 하지만 아내와 방법을 함께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어야

논의해서 찾았죠. 건조기를 장만한다든가 내 시간을 쓸 수

한다. 어쩌면 이는 한 가정에서 아빠들이 제 역할에

있도록 한다든가 등 결국 혼자서 해결하기보다는 가족과

충실함으로써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를

함께 의논해서 방법을 찾는 노력이 중요할 듯합니다.

기르는 일은 물론 쉽지 않았지만 저 또한 제 역할을

그리고 저도 빠블리나 다른 육아 아빠 모임에서 많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결정이었어요”라는 그의 말이

정보를 얻고 있어요. 팟캐스트도 많고요.

계속 맴도는 이유다.


청주의 맛을 잇다 ― 『반찬등속』을 이어가는 ‘찬선’

편집부

10여 년 전 흥미로운 고서가 발견되었다. 1800년대 후반 청주 상신리에 집성촌을 이루고 살던 진주 강씨 며느리 밀양 손씨가 기록한 당시 음식 레시피가 담긴 『반찬등속』이 그것이다. 『반찬등속』은 대한민국 민속박물관이 우연히 수집한 고서였는데 한 대학원생의 석사학위 논문 “1910년대 청주지역의 식문화: 『반찬등속』을 중심으로(권선영, 고려대학교)”라는 논문으로 처음 알려지게 되었다.

58


사람

재밌는 일은 이 논문에 대해 한 청주 지역 신문 기자가

지명순: 안녕하세요. 출판 기념회 이후로 학교에서 강의도

청주에서 이러한 고서가 발견되었다고 짧은 칼럼을 썼고 이

하고 있지만 지난 봄에는 호주 시드니 한국 문화원에서

칼럼을 KBS 충북의 한 피디가 유심히 보고 다큐멘터리를

『반찬등속』 관련 전시를 열기도 하고, 청주국립박물관,

만들기 위해 관련 연구자를 찾기 시작했었다고 한다. 그때

동부창고 등에서 『반찬등속』을 소개하는 행사를 많이

현재 유원대 호텔외식조리학과 지명순 교수와 충북대

가졌습니다. 호주 전시에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식품영향학과 김향숙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바로 이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계속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웃음)

분들이 100년 전 『반찬등속』을 현재로 소환해 100여 년 전 청주의 맛을 잇다 ― 『반찬등속』을 이어가는 ‘찬선’

우리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두 요리 연구가는 2011년 서로의 이름을 건너 듣기만 하다 2012년 처음 만나 『반찬등속』에 대한 연구를 함께하기 시작했다. 청주시의 요청으로 ‘『반찬등속』 복원 학술용역’을 시작했고 언어학자와 민속학자 등고 함께 조리법을 연구하며 음식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현재 파트너로서 전통음식문화원 ‘찬선’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반찬등속』을 청주를 넘어 한국의 대표 음식문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음식이 중요한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을 뿐 아니라 한식 세계화 같은 여러 움직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일제강점기와

핸즈+: 여러 기사나 방송으로 『반찬등속』에 대해

한국 전쟁을 겪으며 변질되었던 전통 한식 조리법을 복원해

교수님들께서 소개하는 걸 보셨을 듯합니다. 그

지역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일은 청주의 미래를 위해

과정에서 뒷이야기나 일화도 많았다고요?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전통 한식 콘텐츠를 개발해 미래

김향숙: 2012년 만나 청주시의 요청으로 『반찬등속』 복원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는 요리 연구가 김향숙, 지명순 교수를

일을 하게 되었어요. 지명순 교수님과 국어학자 선생님,

만났다.

역사학자 선생님과 함께하게 되었는데요. 이 책은 조선시대 반가의 음식뿐 아니라 근대 언어 연구에도 도움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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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즈+: 안녕하세요 지명순, 김향숙 선생님, 지명순

같아요. 특히 청주 사투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기도

선생님과는 출판 기념회 이후 처음 다시 만나는

해요. 예를 들면, ‘흔 떡’이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이게 ‘헌떡’,

자리네요. 그동안 어떤 일을 하고 지내셨나요?

‘묵은 떡’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저희 시어머니를 생각하면 ‘흔

그리고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거’, ‘흔 옷’이라고 이르시곤 했거든요. 이게 ‘흰’ 것을 뜻하는


거였어요. 저희도 연구하면서 매우 재밌었던 부분이에요.

해온 『반찬등속』 복원 및 재현 사업 이외에 활용 방안을

또 ‘갓대기’라는 말도 있는데 이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는

연구하고 콘텐츠화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곧 저희의

거예요. 그래서 또 기억을 더듬어서 이게 ‘깍뚜기’인 걸 알게

공간이 만들어질 예정이고요. 이곳에서 청주를 찾는 사람들이

되었어요. 예전 돌아가신 어른들이 쓰시던 말들을 생각하면

『반찬등속』 활용 한식을 비롯해 청주, 충북 고유 음식을 맛볼

당시의 청주 방언이 어떻게 쓰였는지도 알게 됩니다.

수 있을 거예요. 이런 계기를 통해서 『반찬등속』을 더 알리고

지명순: 그리고 진주강씨 집안은 매우 부자였음을 알 수

말씀하셨듯이 청주에서는 『반찬등속』을 꼭 먹어야 하는

있는데요. 귀한 식재료를 매해 철마다 받아서 사용했던

대표 콘텐츠로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전복, 북어 같은 것이 있는데,

연구자들이라는 한계가 있어서 상품화 등 상업적 방안을

전복이나 북어 등은 보관이 용이하지 않아서 짠지를 만들어

지역의 여러 다른 분들과 협업으로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저장해놓고 먹은 거죠. 이런 음식들 자체가 손님맞이와

생각합니다. 화병

제사를 위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고요. 제 고향이 충북 음성인데 고향 음식을 이렇게 깊이 연구하고 되살려 선보일 기회란 점에서 아주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핸즈+: 청주 출신 친구에게 청주 음식을 맛볼 곳 좀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 친구가 대답하길 ‘딱히 그런 거 없어, 아, 고추장 불고기 식당 가면 되겠다’고 했어요. 지금은 짜글이, 고추만두국 등 청주 음식을 알긴 하는데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할 만한 게 없었던 것 같아요. 『반찬등속』을 활용한 음식이 청주를 대표하는 음식이 될 순 없을까요?

지명순: 저는 궁중음식을 공부하기도 했는데요. 『반찬등속』은

김향숙: 그렇지 않아도 재현 연구 이후에 저희는

반가의 음식이고 충분히 외국인들이나 한국인들의 사랑을

『반찬등속』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청주의 콘텐츠로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지역의 공예인들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 시장님 또한

『반찬등속』을 담는 ‘그릇’에 대한 협업도 필요한 것 같아요.

『반찬등속』의 가치를 인정하고 계시고요. 그래서 저희는

저희는 음식의 맛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 자체를

전통음식연구원 ‘찬선’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이제까지

작품으로 보이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60


사람

물론 훌륭한 청주의 자산이지만 앞으로의 『반찬등속』을 더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저희 찬선 구성원들도 노력하고 있고요. 청주의 한식, 진짜 한식으로 세계에 내놓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호주 전시에서도 확인했으니 더 많이 노력해야죠. 핸즈+: 제가 여행을 다니며 맛본 한식들은 가격은 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전통에 충실히 기반한 진짜 한식이 세상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뿌리가 튼튼하면 어떤 응용이나 현지화도 한식의 정체성을 잃게 하진 않을 듯합니다. 청주 음식이 청주의 보석이 될 것 같아요. 두 분 요리 연구자들과의 두 시간 넘는 인터뷰를 지면에 다 담을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청주 음식의 입맛을 되살리고자 애쓰는 이들답게 맛깔난 입담으로 이야기를 풀어주셨다. 이들의 유쾌한 노력이 케이 푸드의 미래를 열어가리라는 확신이 드는 만남이었다. 세상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입맛도 변한다. 하지만 지역에서 이어져오는 정신을 되살리고 보살피는 이들이 있기에 변화는 더 나은 삶과 보람의 약속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청주 음식을 잇고자 분투하는 모든 이들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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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이김치

청주의 맛을 잇다 ― 『반찬등속』을 이어가는 ‘찬선’

비싸지만 ‘이게 진짜 한식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포토그래퍼, 공연기획자

백승균

청주밴드 비망록

인터뷰이 코커핸즈 보컬 김광수(좌), 퓨전밴드 이타· 젊은 국악단 흥신소 드러머 전영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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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첫 인연이

‘코커핸즈’ 앨범이라면 정말

있지는 않지만 페스티벌을 기획

1년이 지났습니다. 다들 어떻게

앨범인지 얘기해줄 수 있나요?

위치한 4개 음악공간에서

작년 <지직> 공연장에서인데 벌써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지내고 있으신가요?

광수 드디어 코커핸즈의 공식적인

정기 연주회가 일주일 앞으로

곡을 만들면 사운드클라우드나

영곤 대전에서 활동 중인 국악단의

첫 앨범이 나옵니다. 지금까지는

다가와서 매일 연습 중입니다. 밴드

무대 위에서만 들려드렸어요.

음악도 하고 있지만 처음 음악을

하지만 이제는 각종 음원사이트를

시작한건 국악이었기 때문에 계속

통해서도 찾아뵐 예정입니다. 현재

이어가고 있죠.

문화예술살롱 <가람신작>과 함께

광수 대학원을 다니며 만화

앨범을 기획 중이며 ‘코커핸즈’ 3곡,

애니메이션을 공부중입니다.

‘Lowtape’ 8곡이 수록될 예정입니다.

근래는 여러 가지 일로 과부하가

각 팀당 한 장의 CD로 제작되지만

걸려 다시 자유 상태로 돌아가고

싶습니다.(웃음) 바쁜 일이 지나가면 개인전을 생각하고 있어요. 회화, 컷

2장이 함께 패키징된 컴필레이션 버전도 준비하고 있어요.

만화, 퍼포먼스 등 어떤 방식으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을 진행하는 <청주라이브클럽데이>입니다.

1개의 입장권으로 4곳에서 이뤄지는 공연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셈이죠. 홍대를 시작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차용하고 있지만 청주에서는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작년부터 시작해 현재 4회를 준비 중이며 이전 회차와는 다르게 타

지역과의 콜라보를 구상 중입니다. 부산, 대구, 전주 등 이미 각 로컬

신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팀들이 있습니다. 그 팀들을 청주로 초대하는

작업을 선보일지 고민 중입니다.

것이죠. 뮤지션 간에는

사람

서로 교류의 장이 될

두 분 모두 밴드 외에도 다양한

것이고 관객들에겐

활동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밴드

공연을 더 다양하게

근황은 어떤가요?

즐길 수 있는 선택권이

광수 사실 ‘코커핸즈’ 팀 활동은 휴식 중입니다. 팀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세웅이가 어느덧 둘째 아이가

생기리라 기대합니다. 수록곡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광수 기존에 작업했던 ‘갈증’과

요새는 자주 못 만나고 있습니다.

수록될 예정입니다. 전체적으로 이

다른 멤버들도 생업이 있는지라

‘놀자’, 그리고 나머지 한 곡이

카카오톡으로 스케치한 곡이 어떤지

라인업의 3분의 1이

다른 지역에서 활동 중인 밴드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들의 청춘을

혹은 다음 곡 콘셉트는 이런 곡이

담았습니다. 듣고 많은 사람들이

어떤지 의견을 주고받는 정도?

쉽고 편하게 공감하고 즐길 수 있길

하지만 한 가지 기대해도 좋습니다.

바랍니다. 코커핸즈 보컬 김광수

혹시 나머지 한 곡은 비밀인가요?

광수 그건 아니고 사실 나머지 한 곡은 제목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각 멤버 별로 부르고 있는 제목도 달라요. 각자 ‘Ayo’, ‘삶은 계란’,

‘Egg’, ‘Lie’ 등으로 부르고 있는데 이 코커핸즈 기타리스트 김세웅

63

4개중 1개가 될 수도 있고 아예 다른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그건 발매 후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웃음)

다른 지역의 밴드를 초대하는 일이

영곤 씨도 늘 재밌는 일을 기획하고

기존에도 교류를 지속해왔었나요?

계시잖아요. 요즘은 어떠신가요?

영곤 저는 앨범을 준비하고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영곤 대구에서 부르려는 팀 중

하나는 오랜 친구이기도합니다.

청주라이브클럽데이 3회 <야 ― 야 훼스티발>

청주밴드 비망록

생겼거든요. 세웅이뿐만 아니라

곧 한 앨범이 발매될 예정입니다.

중입니다. 충북대학교 중문에


전영곤(좌), 김광수(우)

‘세이클럽’을 하던 시절 연락을

당시에는 철당간 야외공연, 소극장

인기스타였을 때 가장 활성화되었던

아예 밴드를 같이하기도 했었죠.

그냥 제 얘기부터 시작하자면 중3

때는 기타와 보컬 레슨 문의가 정말

주고받던 친구였다가 당시 대구에서 그 이전으로 한 번 더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락 커뮤니티 ‘악숭’이란 곳이 있었어요. ‘악마 숭상자’라고…… 지금 들으면

유치한 이름일 수 있지만 그 당시 하드코어 락의 중심 커뮤니티 중 하나였어요. 그러다 점점 다양한

사람들이 유입되서 조금 더 대중적인 락 커뮤니티가 되었죠. 지금은

유튜브가 있듯이 우리는 다음 카페를 많이 썼었잖아요. 90년대생까지는

알 거예요.(웃음) 아무튼 그곳에서

작업곡을 올리며 피드백을 주고받고 서로 해외 밴드의 음악과 영상을 추천해주곤 했었죠.

영곤 씨는 오랫동안 밴드 활동을

공연 등 무대가 많았었습니다.

때부터 드럼을 치기 시작했어요.

오락실에 있는 ‘네오드럼’ 스틱을

잡으면서부터죠. 이때 ‘파죽지세’가 결성돼요. 친구들과 만든 밴드인데 ‘너름새’라는 소극장에서 4번의 단독공연까지 했었죠. 아마 그

좋은 추억들을 만들었던 세대들이

어느덧 생업에 집중해야 할 나이가 되었거든요. 자연스레 음악과는 조금씩 멀어졌던 것 같습니다.

가능한데 항상 꽉 찼었어요. 심지어

플랫폼의 등장도 그 이유 중 하나인

한 타임에 200~250명 정도까지 수용 3시, 6시 하루에 두 번이나 공연을

했거든요. 공연 후 성안길에 나가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것 같습니다.

꼭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사실 스마트폰 하나로 ‘퀸’의

저와 같은 사람, 비슷한 팀들이

돈과 시간 들여 소공연을 보러가는

지금은 상상도 못하죠. 당시에는

많았으니까 이런 공연을 통한 교류가 유행이었고 문화였다고 할 수 있죠.

‘청주’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달라진 계기나 원인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는 2000년대와 지금이

공연을 볼 수 있으니까요. 굳이

일은 확실히 줄어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화면으로 즐기는 것과 직접 눈앞에서 보는 것은 다르잖아요?

혹시 이런 문화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나 지향점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생각하시나요?

영곤 우선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선을

<슈퍼스타K>가 흥행하였을 때,

누구든 좋아한다면 쉽게 진입할

메고 다니는 80퍼센트가 다 아는

영곤 방송의 힘이 큰 것 같습니다.

보러 다니고 친하게 지냈었죠. 그

‘버즈’, ‘FT아일랜드’와 같은 밴드가

사람이었어요. 공연도 많아서 함께

책임감도 느낍니다. 좋은 시기에

광수 넷플릭스, 유튜브 등 고퀄리티

그렇다면 ‘밴드 전성기’라고

영곤 중고등학교 때 길거리에서 악기

많았었죠. 그 명맥을 이어오지 못한

소극장도 지금은 없어졌을 거예요.

해왔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경험을

전해들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당시

것 같아요. 특히 <슈퍼스타K>

두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수 있고 해볼 수 있어야 해요. 그

64


텃세 부릴 필요 없고,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죽을 이유도 없죠.

문화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더 중요한

드러머 전영곤

과정에서 누구는 전공자이기 때문에

것들이 많잖아요. ‘파죽지세’ 밴드가 한창 인기가 좋았을 때도 여러

후배 밴드와 꼭 함께 공연했어요.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오프닝 공연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지역에서 플레이어들끼리 이 판을 키워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플레이어들이 마음껏 재능을

발휘하고 대중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펼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두 분 덕분에 청주 밴드의 과거와 현재를 흥미롭게 이해할 수 사람

있었습니다. 성안길도 더 재밌게 읽히네요. 저한테는 그저 쇼핑과

영화의 거리였는데 알고 보니 문화와 만남의 거리였네요. 예전에 한 분이 성안길 처음부터 끝까지 10분이면 걷던 거리를 1시간 걸렸다고

하길래 믿기 어려웠는데, 이제 반은 청주밴드 비망록

65

믿어야겠어요.

앞으로도 가끔씩 오래 음원과

공연으로 음악 활동 해주시길 바라며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싶어 밴드(드러머 전영곤)

초대했죠. 둘째로 행정적 관심이


공간

Place


68

청주의 청년공간

편집부

72

청주의 미장센 ― 육거리와 대청호의 새벽 풍경

김선호

78

해외 문화 공간 ― 2019년 방콕의 비영리 예술 공간

김재민이

82

청주 여기 어때 ― 우리 동네 작은 책방 이야기

장지연


청주의 청년 공간

예술과 문화에 관심 있는 청년을 위한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교육의 도시라는 오랜 별칭으로 유명했던 청주이지만 정작 교육의 중심인 청년의 문화는 늘 주변부, 그 언저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청년들이 도시 문화 담론과 정책의 당사자로 한발 더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청년들이 모이는 골목이 활력을 되찾고 청년의 삶의 질 보장을 위한 목소리가 더 큰 메아리로 퍼져나가고 있다. 우리 도시의 청년들이 자유롭게 놀이하고, 실험하고, 때로는 실패하고, 그럼에도 또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공간 세 곳을 소개한다.

68


청년문화공간 느티

김민재 느티 운영자·키핀 대표

공간 주소: 청주시 흥덕구 신율로 138

청주의 청년 공간

❶ 공간에 대한 간단 소개

청년문화공간 느티는 청주시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도움으로 문화예술협력단체 젊×젊이 만든 공간입니다. 불필요한 이용제약

없이 기획자, 작가, 디자이너 등 모든

예술가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며 주최, 주관과 상관없이 다양한 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거점 공간입니다.

우리가 정한 특정 정체성을 사용자, 참여자, 이웃에게 강요하기보다는

그들과 함께 공간의 색을 채워나가는 공간입니다.

❷ 우리 공간만의 특색이나 강추하는 프로그램

복대동은 오래된 동네라는 특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오래된

69

동네의 정겨움을 살려나가는 것이

이 공간의 특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용시간: 수 ― 일, 11:00 ― 19:00

느티가 문을 연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그때까지 동안 느티가 가장

시끌벅적해진 순간은 야채트럭

할아버지가 오시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야채트럭 할아버지를 매개로

zelkova.choco@gmail.com

모두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주셔서 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❹ 청년들(방문자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지

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수요일마다

느티가 참신한 예술가들의 시발점이

운영합니다. 수요일 야채 식당을

프로그램을 비롯해 소소하고 세세한

할아버지의 채소로 식당을 즐기러 오세요!

❸ 운영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느티를 운영하며 처음 여는 행사로 동네 축제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주민자치회의에 참석해 홍보를 하였고, 많은 주민들이 선뜻

도움을 주며 나서주셨습니다.

<우리 동네 야채트럭>이라는

동네 축제의 모든 부대 프로그램은 주민 분들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페이스페인팅이나, 사물놀이, 버스킹

되기를 기원합니다. 운영과 전시,

일들까지, 이 공간을 발판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에 관련된 일들을 함께 만들어갈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예술은 개인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모여 이야기를

시작하면 문화가 됩니다. 그렇기에 문화를 만들어내는 힘은 개인의

열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물리적 공간을 넘어 여러 분야의 열렬한 개인들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 가능성을 제시하는 거점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충북콘텐츠코리아랩

이들닙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산업팀

주소: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314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1층

❶ 공간에 대한 간단 소개

충북콘텐츠코리아랩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지역기반형 콘텐츠코리아랩 사업의 일환으로 충북지역 문화콘텐츠

창작과 창업을 지원하는 곳입니다.

충북콘텐츠코리아랩이 문화콘텐츠 창작자와 스타트업을 지지하는

공간이니만큼 무상지원 스타트업

오피스부터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 룸, 대규모의 세미나실,

북카페 외 다양한 시설·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❷ 우리 공간만의 특색이나 강추하는 프로그램

충북콘텐츠코리아랩에서는 매년 약 20여 개 프로그램이 진행

이용시간 : 화 ― 금 09:00 ― 22:00 / 월·토 09:00 ― 18:00

이야기를 들어보는 특별 강연이에요.

이 프로그램 참가자 분들이 완성한

진중권 교수를 비롯해 ‘와썹맨’과

훌륭하고, 참가자 47명 전원이 네이버

올해만 해도 문화예술평론가

‘워크맨’으로 유튜브를 접수한 김학준 PD, 성수동복합문화공간이란 핫

플레이스를 탄생시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재원 교수 등 많은

분들을 강연자로 모셨죠. 그냥

‘문화콘텐츠·문화산업’이라고

하면 막연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 현장에서 쌓은

트렌드와 문화산업 현장에 대한

판매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❹ 청년들(방문자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지

운영하는 공간은 사실 모두를 위한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기에 강추하는 프로그램입니다.

❸ 운영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자신만의

저명 인사를 초청하여 현재 문화

소문난 카카오 이모티콘에서도 일부

문화콘텐츠에 대해 보다 쉽고

공유해주는 <명품 클래스>는

<명품 클래스>입니다. <명품

디자인 등 약 15개 문화 관련 콘텐츠의

OGQ 마켓에 등록되고, 까다롭기로

‘시도해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얼마 전에 종료된 사업 중에

클래스>는 영상, 공연, 출판, 공예,

캐릭터가 시중에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노하우를

중인데요, 그중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소개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https://www.cbckl.kr

<이모티콘>이라는 캐릭터 창작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은 일이라 실제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캐릭터가 잘 만들어질

수 있을까 걱정했었거든요. 그런데

좋겠습니다. 충북콘텐츠코리아랩에서 공간은 아닙니다. 문화콘텐츠

창작·창업을 위한 공간이에요. 자신의 아이디어를 창작으로 혹은 창업으로 연결되게 하려면 성공의 경험만큼

실패의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이든 실패든 두려워하지 않고

생각만 해왔던 아이디어를 시도해볼

수 있는, 많은 청년들이 꿈꾸는 창작의 첫 스텝을 함께할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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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뜨락 오구오구

변이경 청년뜨락 오구오구 매니저

공간 주소: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59번길 59

이용시간 : 월 ― 금 10:00 ― 21:00, 토 10:00 ― 18:00 (일요일, 공휴일 휴관)

청주의 청년 공간

❶ 공간에 대한 간단소개

청년뜨락 5959는 청주시로부터

강추하는 프로그램

(사)충북시민재단이 위탁받아

집단 상담과 노는날입니다. 집단상담

커뮤니티활성화, 역량강화, 아이디어

무용, 운동 4분야로 구성되어 있고

운영하는 청년 일자리 지원,

공유 등을 위한 청년지원공간입니다. 공간 구성은 총 4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놀러59(문화 공간) ― 경연 및

강의, 문화창작 및 각종 행사, 대관 공간

만나러59(청년자율 커뮤니티

공간) ― 카페, 학습 공간, 작은

도서관, 공유주방, 정보 검색 등

모임59(회의실 및 사무실) ―

회의, 각종 모임 및 소규모 워크숍을 위한 공간

일하러59(창업 공간,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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❷ 우리 공간만의 특색이나

공간) ― 청년 기업 4개 입주 공간, 회의실, 상담실, 입주기업 공간

프로그램은 현재 직업, 미술,

각각 4명의 참여자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원예치료, 힐링 프로그램 등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http://youthspace5959.com

❸ 운영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청주청년페스티벌 때 기상 악화로 비가 많이 내리던 상황이었어요. 그런데도 한 청년 분이 꿋꿋하게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준비한 이야기를 마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청년의 정신이 아닐까요?

있습니다. 노는날은 청년들에게

❹ 청년들(방문자들)에게 어떤

지역에서 다양한 세대들이 함께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

프로그램입니다. 노는날 프로그램 중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문화 여건을 제공하며, 청주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청년페스티벌 축제 때 자원봉사자 분들이

고생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보은파티를 열어 게임, 이벤트 등으로 함께 재미있게 즐겼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지

주체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청주의 미장센 ― 육거리와 대청호의 새벽 풍경


김선호 대청호 사진: 노병찬 육거리 시장 사진: 육성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본부장

.

신문지 둘둘 말고 심지 굳게 다스리다

새 봄날 뽀얀 민낯으로

상에 오른 자연 미인

– 김선호 시, 『배추로 남다』 전문

밭에서 막 뽑아온 신선한 배추들이 산더미처럼 밀려온다

몸값 높이는 김장철

바야흐로 김장철이다 김 . 장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겨울 양식이다 . 주재료인 무 배 , 추에다 파 마 , 늘 등의 채소는 물론 고춧가루 젓 , 갈 등 갖가지 양념을 버무려 만든다 . 어쩌면 김장은 조화를 생명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다 어느 한 가지가 더하거나 덜하면 품질이 떨어진다 . 아주 적당량이 적정한 농도와 결합할 때 최상의 맛을 빚는다 물 . 론 첫 번째는 손맛이지만 유 . 난히 삐딱선을 탄다며 혼나는 데 익숙해져 그럴까 생 , 뚱맞게도 배추의 일탈을 생각한다 왜 . 배추는 늘 김장의 일원으로서만 생을 마칠까 오 ? 래된 속박으로부터 자유를 꿈꾸는 배추가 시상으로 떠오른다 .

화장에다 성형까지


마늘, 배추를 다 팔아야 할 텐데…. 조바심하는 인간에게 호수가 이른다. 너무 애쓰지 말라고,

몸을 데울 수 있는 불을 지피며 새벽 시장을 깨운다

장을 먼저 차려놓고 이른 끼니를 국밥 한 그릇으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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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비 맞고 얼다 녹다 하는 게 인생이라고, 허기를 채우는 건 돈이 아니라 순응이라고…

대청호 보조댐 부근 로하스길 산책로

공간

동명초등학교 앞 호숫가 일출

청주의 미장센 ― 육거리와 대청호의 새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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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돼지해라며 희망에 부풀어 호들갑 떤 게 엊그제 같은데 ,

벌써 기해년 끝자락이다 해 . 마다 이맘때면 늘 되돌아보는 삶의 궤적… 올 . 해 나는 무얼 이뤄냈지 집 ? 과 일터를 쳇바퀴처럼 오가며 아등바등했던 기억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야 . 심차게 품었던 이런저런 청사진도 호 , 반의 억새처럼 빛바랜 지 오래다 . 허전하다 후 . 회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 어 누 , 가 등짝을 후려친다 나 . 지막한 산을 두른 저 대청호를 보라고 눈 . 비 오면 오는 대로 바 , 람 불면 부는 대로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는 위대한 자연을 좀 닮으라고 . 정신이 번쩍 들어 바라보는 대청호 밤 , 새 또 긴 어둠을 밀어 일출을 준비하는구나 그 . 어둠을 잦혀 옥동자를 건지느라

.

역경이 꽤 많았을 법한데도 아무 말 없다 내 . 년엔 거창한 장밋빛 구상일랑 아예 접어야지 뭐 . 든 다 포용하며 의연한 대청호처럼 , 그렇게 한번 살아봐야겠다

대청호변 동명초등학교 앞 호숫가 일출


해외 문화 공간 ― 2019년 방콕의 비영리 예술 공간

김재민이 예술 창작자.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도움으로 방콕의 비영리 미술기관 ‘텐타클스’에 머물고 있다.

N22

N22의 공간들

제각기 프로그램을 꾸려나갑니다. 추구하는 가치와

조금씩 시간차가 있지만, N22라는 창고 지구에 모인 일곱

수익 모델이 달라도 예술 창작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문화 공간과 아티스트 스튜디오들은 이곳에서 삼 년차를

협력하고 있었습니다. 맞형 격인 ‘갤러리 버’는 런던의

맞았습니다. N22옆 건물에 갤러리도 둘 들어섰으니, 이제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가 연상되는 공간을 가지고 있었고,

N22는 방콕 현대 미술 순례객이라면 첫 번째로 들러야

‘텐타클스’는 아담하지만 여러 이벤트가 가능한 분리된

할 곳이 아닐까 합니다. N22는 창고였고, 지금도 일부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은 특히 활발한 LGBT리서치와

창고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곳을 공간들과 작가들이 함께

전시 활동이 흥미로운 곳입니다. 복잡한 미로 같았던

임차해 쓰고 있는데, 겨울이 없는 이점을 잘 살리고 있어

‘VS갤러리’의 전시도 한 명의 작업자로서 열심히

보였습니다. 한국이라면 추운 겨울이 오면 이런 곳을

감상했습니다.

인상적이었습니다.

VS 갤러리

쓰기 힘들었을 듯합니다. 널찍한 면적과 높은 층고가 ‘갤러리 버Gallery VER’, ‘텐타클스Tentacles’, ‘카르텔CARTEL’,‘아티스트+런ARTIST+RUN’, ‘VS갤러리VS Gallery’,

‘리처드 고 프로젝트Richard Koh Projects’, ‘라 란타

파인아트La Lanta Fine Art’ 등 일곱 곳은 전시 중이었고 공개된 공간이라 방문이 용이해서 둘러보았습니다. 작가 스튜디오 이름은 ‘Studio Be Takerng Pattanopas’, ‘Studio Kamol’, ‘MADs BOX’ 등이었습니다. 전체적 인상은 활발하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함께 돕고 만들어가며, 다른 처지만큼이나 상이한 철학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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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시티시티 갤러리

공간

사기업의 비 상업 갤러리 몇 곳

마지막으로 콜렉티브 그룹의 스튜디오를 한 곳 방문했습니다.

‘방콕 시티시티Bangkok City City’를 먼저 방문했습니다.

‘여 스튜디오YER STUDIO’가 그 이름입니다. 방콕의 구 시가지

마침 출판 관련 좌담회 중이었던 이곳은 현대적인 흰색

근처에 있고, 다섯 예술 창작자가 숙식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건축물에 이벤트가 가능한 작은 응접 공간과 매우 훌륭한

임차해 쓰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가장 친숙한 장면이었고,

전시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방문한 전시 공간 중 전시를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곳 역시

한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매력 있는 공간입니다. 지근

삼년차입니다.

아트NOVA Contemporary Art’도 현대적 건물과 구조를 가진 멋진 곳입니다. 우연히도 이 공간들 역시 삼 년 남짓 길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었습니다. 큐레이터들이 예술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노바 컨템퍼러리 아트

해외 문화 공간 ― 2019년 방콕의 비영리 예술 공간

여 스튜디오

거리에 위치한 ‘톤손 갤러리Tonson Gallery’, ‘노바 컨템퍼러리

방콕 방문 전에 만난 이곳 출신 큐레이터가 몇 있었는데, 너스레를 떨지 않는다든지 농담 따윈 않는, 대체로 차분한 태도를 가진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공간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태국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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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 바Ku Bar’라는 미니멀한 칵테일 바 옆, 일부러 정돈하지

예술인들의 아시아 문화 중심지를 향한 야심과 그들만의

않은 콘크리트 공간, ‘쿠바 갤러리’에는 퀴어 아티스트

자부심을 제가 본 것은 아닐까 상상했습니다. 막상 여기

그룹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에어컨 설비도 없고,

와서 이야기해 보니, 아시아의 문화 중심이라기보다

허름해 보이지만 잘 보면 곳곳에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자기들은 변태의 중심이라고 하는 엉뚱한 농담을 하고

닿은 흥미로운 전시 공간이었습니다. ‘쿠 바’에서 장소만

있었습니다. 불과 삼 년 남짓이지만, 공간을 운영하는

제공해주는 듯하지만 오히려 자유롭게 전시를 꾸밀 수

피로도가 적지 않게 쌓인 듯한 운영자들의 고민도 듣고,

있다는 장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의외로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있었습니다. 대도시


갤러리 버

사람들 특유의 멜랑콜리를 더운 나라에서 경험하니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들이 지리적 입지뿐만 아니라 명실상부한 남아시아 문화 중심의 역할에 근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용성이 지닌 힘은 문화 측면에서는 큰 경쟁력이 되곤 하니까요. 성장통을 극복하고 나면, 아시아 네트워킹 작업이 마무리되면 아마 방콕 아트 신은 몇 배 더 흥미로워지리라 생각합니다.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나라에서 어떤 현대 미술이 전개될지 궁금했습니다. ※ 언급된 공간들은 대부분 페이스북 페이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 이미지는 위 공간들에게 허락을 얻고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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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갤러리

텐타클스

공간

톤손 갤러리

해외 문화 공간 ― 2019년 방콕의 비영리 예술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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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여기 어때

장지연 책방 뒷북 대표

우리 동네 작은 책방 이야기 뒷북

책을 통해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책을 통해

창으로 햇살이 가득 쏟아진다. 부드러운 커피와 달콤한 스콘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냄새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방 겸 카페다. 달꽃의 노혜승

청주고인쇄박물관을 포함한 박물관 4개가 모여 있는

대표는 이름보다 ‘달’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독서 모임을

흥덕사지 인근의 골목은 ‘운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운영하며 이름에 갇히지 않고 자신을 그대로 이야기하기

최근 카페와 공방 등 젊은 창업자들이 많이 모여드는 청주의

위해 별명을 부르기 시작한 것이 책방에서도 이어져

핫 플레이스다. 그 활기의 끝자락에 필자가 운영하는 늦은

달꽃의 모든 독서 모임에서는 참여자 모두가 스스로 정한

밤의 서점 <뒷북>이 있다. 뒷북은 오후 5시부터 12시까지

닉네임으로 불린다.

운영하며 어두운 색의 벽와 가구로 채워져 언제 방문해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지향하는 달꽃에는

한밤의 적막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완독하지 않아도 참여 가능한 독서 모임이 있다. 책에 대한

책방 가운데 있는 큰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음료를

망설임을 낮추고 완독에 대한 부담이 없어 누구나 가볍게

내어주기도 하고, 방문객들이 서로 간식을 나눠먹으며,

책을 접하고 독서 모임을 경험할 수 있다. 심리상담가인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알 수 없는 테이블 대화가

달님은 ‘책과 독서 모임을 통해 자기 치유가 가능하다’고

이어진다. 그 대화의 끝에서 만들어진 모임이 굿즈 제작팀

말한다. 독서 모임은 일종의 가벼운 집단심리상담과 같다는

‘맑음’이다. 청주 지역 토박이 청년들의 수다에서 시작되어

것이다. 책을 통해 인생을 나누고 자신을 깊이 볼 수 있는

지역 아이템을 소재로 배지, 엽서, 달력 등의 상품을 제작해

시선을 갖도록 돕는다. 달꽃의 서가에는 일반 서적과

뒷북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런 자발적인 모임을 통해 혼자

독립출판물 외에 그림책도 많다. 가볍게 접할 수 있지만,

책을 구매하고 읽는 것을 넘어 함께 더 큰 시너지를 내는

그림 속 은유와 상징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서재 같은 공간을 꿈꾼다.

점에서 달꽃책방카페와 닮은 달님의 추천 도서이다.

한편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에 위치한 <달꽃책방카페>는

복대동에 위치한 <앨리스의 별별책방>은 청주의 독립서점

햇살 맛집이다. 입구의 레이스 커튼을 살짝 걷으면 전면의 큰

중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자신의 지난 삶이 이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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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꽃 책방 카페

공간 청주 여기 어때

나라에서 하루하루 미션을 수행하는 앨리스 같았다는

동네 책방에는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삶에

구효진 대표는 ‘흐려진 자신을 찾고자, 자신의 위안이자

대한 의미, 꿈에 대한 의미, 관계에 대한 의미. 책을 통해

돌파구인 책이 있는 공간’으로 별별책방을 열었다. 유흥가

그것들을 찾는 것이 가능할까? 책방을 통해서는 가능하다.

끝자락의 학교에 배정받은 아들에게 어른들의 다른 문화를

동네 책방은 책을 넘어서 지역과 사람을 향한다. 그곳엔

알려주고 싶다는 대표의 기대대로 별별책방에는 다양한

고민하는 이웃이 있고, 자신에게 솔직하기를 응원하는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책 위주의 심리 독서 모임,

사람이 있고, 위로를 주고 나를 깨우는 책이 있다. 동네

별별독서 모임, 고전읽기 모임 외에도 월 1회 산행하는

서점의 변화로 만들어지는 이러한 만남과 이야기들은 이미

별별산타 모임, 함께 달리고 마라톤에 출전하는 별별달달

지역민들의 문화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책 문화는 동네

모임, 클래식 기타를 배우는 별별딩가 모임 등이 있으며,

책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이미 청주를 좀 더 좋은 곳으로

다양한 삶을 공유하는 글을 쓰는 ‘나도 작가다’ 모임은 3기째

만들고 있다.

별별책방에는 책 처방과 심리상담도 가능하다. 임상심리사인 대표가 직접 전문적인 상담을 진행하고 상담 후 책을 추천한다.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여 함께 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를, 서로의 삶을 나누고 공유하는 공간이 되기를 원한다. 최근에는 책방과 뜻을 같이 하는 출판사 별별문학과 함께 지역 이야기를 다룬 로컬 문예소식지 <별별사이>를 만들어 전국에 청주의 매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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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고 있다.

앨리스의 별별책방

진행되고 있다.


슬기로운 청주 문화 생활 ❶

❶ 청주고인쇄박물관, 2019년 특별전 개최

❷ 새롭고 다채로운 청주시립국악단 무대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오는 12월 22일까지 2019년

기대하세요

박물관 특별전 ‘인쇄문화의 꽃: 동아시아 고판화의

청주시립국악단(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조원행)이

아름다움’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국내 유일의 고판화

우리 음악의 대중화와 관객 친화형 무대 조성을 위해 특색

전문박물관인 명주사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을 초청해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동아시아 한국, 중국, 일본 판화사의 주요한 흐름과 삼국의

있다. 가장 먼저 ‘청소년을 위한 토요문화공연’을 지난 10월,

문화사적 교류 양상을 소개하고자 기획했다. 전시는 총

11월에 이어 12월 7일 오후 2시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3부로 동아시아의 삽화 판화, 예술 판화, 문양 판화를 살펴볼

선보인다. 평소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청소년과 부모님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1부 ‘동아시아 삽화 판화의 세계’는

대상으로 하는 공연으로, 국악과 비보이, 래퍼 등 다양한

한국, 중국, 일본이 문화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장르의 콜라보 무대를 통해 국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학업

했던 종교, 문학, 미술, 윤리서 등의 삽화 판화를 선보인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또 12월 13일

2부 ‘동아시아 예술 판화의 세계’에는 한국, 중국, 일본

오후 7시 30분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는 한 해 동안

삼국의 각기 특색 있는 판화를 만나볼 수 있고 3부 ‘동아시아

적극적인 지지와 사랑을 보내준 청주시립국악단 서포터즈

문양 판화의 세계’는 우리의 생활을 아름답게 꾸며주고

‘프렌즈’ 회원’을 위한 음악회로, 정악·독주 등을 감상할 수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내기도 하였던 능화판, 시전지, 부적,

있는 ‘프렌즈 송년음악회’를 선보인다. 국악단은 “시민의

세화 등으로 꾸며졌다. 이외에도 이번 특별전을 통해 일본

여가 문화 콘텐츠를 확충하고 우리 전통음악인 국악을 함께

지은원(知恩院) 소장의 고려 시대 ‘오백나한도’를 저본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19세기 일본 에도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여겨지는 대형

“더욱 새롭고 다채로워진 국악단의 공연을 기대해 달라”고

‘오백나한도 목판화’를 만나볼 수 있다. 이 판화는 현재 국내

말했다. 청주시 공연 소식 및 정보는 청주예술의전당

단 한 점만 발견된 매우 희귀한 작품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홈페이지(www.cheongju.go.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관람객들이 인쇄문화의 꽃이라 할 수

문의: 청주시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

있는 고판화의 다양한 면모와 쓰임,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 043-201-2306

만끽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의: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팀 ☎ 043-201-4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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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청주 문화 생활

❸ 충북 E-스포츠 대회 성황리 개최

❹ 청주시한국공예관 문화제조창 시대 개막

지난 11월 1일과 2일 이틀 동안 개최한 충북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운영하는

게임산업 발전 컨퍼런스와 제1회 E-스포츠대회가

청주시한국공예관이 2001년 개관 이후 19년 동안 지켜온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충북글로벌게임센터 개소

운천동 시대를 마감하고 문화제조창에서 새로운 시대를

1주년을 맞아 충북글로벌게임센터에 입주 중인 총

열었다. 이는 문화제조창으로 탈바꿈한 옛 연초제조창에

9개 토종 게임 기업의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나볼 수

조성된 공예클러스터의 활성화와 위상 확립을 위한

있는 게임전시/체험 존을 비롯해 e-스포츠 경기 부스,

첫걸음으로, 공예관은 향후 공예클러스터가 지역 공예문화

게임캐릭터를 활용한 포토존 및 코스프레 포토존 등이

발전을 견인하고 대한민국의 중추적 문화벨트로 도약할

구성되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지역 게임기업 NCES가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를 위해 기존의

개발한 사격게임콘텐츠로 진행한 충북글로벌게임센터배

전시, 창작, 소비, 유통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문화상품

제1회 E-스포츠대회로 일반부 110명, 전문가부 68명 등 총

판매와 공예교육, 공예 관련 회의 및 세미나 개최 등

178명이 도전해 성황을 이뤘다.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공예문화 진흥을 위한 사업을 적극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있는 콘텐츠였지만 전용 장비와 실제 사격 같은 타격감 등

특히 500㎡ 규모의 뮤지엄 숍에는 『공예디자인창조벨트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게임이 등장했다는 사실에 참가자는

조성 사업』에 따라 청주·진천·증평·괴산·보은 5개

물론 관람자들까지 폭발적인 호응을 보내면서, 정식 출시

시·군 공예문화의 저변 확대와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이후의 게임 시장 반응을 기대케 했다. 충북글로벌게임센터

종합쇼핑몰도 구축된다. 공예관은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과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지역 게임 기업의 미래와

1월 1일, 설날, 추석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성에 확신이 들었고 무엇보다 시민들이 행사를

운영되며 공예상품을 판매하는 뮤지엄 숍은 연중무휴로 저녁

진심으로 즐기신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며 “앞으로

8시까지 연장 운영된다.

지역 내 올바른 게임문화가 정착되고 충북의 게임산업이

문의: 청주시한국공예관

더욱 발전하고 도약할 수 있도록 전초기지 역할에 최선을

☎ 043-268-0255

다하겠다”고 전했다. 문의: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산업팀 ☎ 043-2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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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 HANDS+ vol.12 발행인

한범덕

총괄

박상언

책임

김선호

편집위원

류정환, 김태완, 손동유, 안남일, 연지민, 이희성

편집

박혜령, 김소라, 황연우

디자인

(주)오뉴월 × 42mxm

인쇄

일광(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204번길 12)

발행처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발행일

2019.12.2.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28501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 본 출판물의 저작권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 있으며 책에 실린 글과 이미지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ISSN 2508-3147 www.cjculture.org www.okcj.org www.facebook.com/cjculture1 광고·구독문의 ☎ 043-219-1033


2019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하반기 기획전

청주의 문화 공간들 : 미완의 플레이

2019. 12. 1 ~ 12. 15.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1회차 : 12/1 키핀+빈공간 - '스페이스 레시피' 다이닝 토크 2회차 : 12/8 아트랩 463 - 플라워 스튜디오 3회차 : 12/15 V.A.T - 나의 동네 문화 패턴

3전시실 : 아트랩 463(이재복, 홍덕은), 참여팀 영상 아카이브

연계 워크숍

2전시실 : 빈공간(박해빈), 키핀(김민재)

1전시실 : V.A.T (권진호, 김영성, 김향미, 박슬아, 백신영, 임웅빈), 파란가게(김은영)

Unfinished Play

대청호미술관 전관 실 개막식 / 2019. 11. 21 Thu 17:00 대청호미술관 3층 세미나

개막식 퍼포먼스 / 미완의 플레이 포차

라운드 테이블 / 청주 문화 공간의 오늘

2019. 11. 21 Thu 15:00 대청호미술관 3층 세미나실

[ CMOA Daecheongho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 28208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반로 721 tel 043-201-0911~4 / fax 043-201-0291 http://www.cmoa.or.kr/daecheongho/index.do



일상의 기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현재의 기록이 미래자원이 되는 지속가능한 도시

우리는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입니다

주최 주관

www.cjculture42.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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