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 Vol.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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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8 Vol. 11



사람의 손에서 시작되는 모든 것들이 우리의 문화예술이 됩니다. 매거진 《HANDS+》는 청주의 다양한 기록, 공예, 창작문화를 소개합니다.


차례

Contents


편집위원장의 글

6

기획 ① 기록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의 내일

10

기록하다 + 기억하다

14

기획 ② 공예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 <미래와 꿈의 공예–몽유도원이 펼쳐지다> 톺아보기

24

안재영 예술감독의 Pick–2019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주목한 작가

29

공예는 늘 나를 행복하게 만듭니다―비엔날레 홍보대사 배우 지진희

32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미술관프로젝트: Art Bridge

34

공예 클러스터 재탄생 미리보기

36

사람 시립예술단 예술감독 4인 인터뷰

44

냉장고 없는 삶을 찾아서

49

손으로 청주의 맛을 잇다―신선주

52

청주의 힙합전사들

56

공간 청주문화재야행으로 보는 청주 옛 도심

64

청주의 미장센

67

해외 문화 공간―미얀마 양곤의 아트 신

70

청주 여기 어때

74

슬기로운 청주 문화생활

78


편집위원장의 글

Editorial


6

5

문文, 문화文化, 문화도시

류정환


문文, 문화文化, 문화도시

류정환 편집위원 시인, 고두미출판 대표

다시, 문화란 무엇인가?

수 없으니까. 석기, 청동기, 철기문화에 견주어 본다면 현대

‘투자, 문화가 되다’―텔레비전에서 이런 광고 카피를 보고

문화는 플라스틱 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사회의 큰 흐름으로

내심 놀란 적이 있다. 문화란 말을 워낙 아무데나 끌어다

보자면 자동차 문화, 아파트 문화라는 시대라고 할 수도

붙여 치장하는 시절이긴 하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있겠다. 그것이 이상적인 것이고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들었기 때문이다. 투자문화라니! 음주문화라든가 성性문화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을 흔히 하고, 심지어 군사문화란 말도 하거니와 이런

그러고 보니 ⑵의 ‘문덕’이란 말이 눈에 띈다. 문화文化가

언어조합이 가능한 것인지 묻고 싶었던 것인데. 가능할 것

‘文이 되다, 文을 이루다’라는 뜻이라면 文은 뭘까.

같기도 하고 가당찮은 말인 것도 같다.

상대적으로 무화武化란 말이 없는 걸 보면 文을 이상적으로

문화란 과연 무엇일까.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을 찾아보니,

여긴 것일까? 사전에서 文을 찾아보니 글자, 문장, 그런

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대표적인 뜻 외에 우아하다, 아름답다는 뜻이 있다. 그런 건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후세에 전할 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행동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그런데 뜻밖에도 ‘주周 문왕文王의 약칭’이라는 뜻이 있는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게 흥미롭다. 주 문왕이라. 은나라 말기 서백西伯이라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불린 그는 실제 왕위에 오른 적은 없는 사람이다. 왕으로

⑵ 권력이나 형벌보다는 문덕文德으로 백성을 가르쳐

추숭된 것은 그가 죽은 후 아들 무왕이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인도하는 일. ⑶ 학문을 통하여 인지人智가 깨어 밝게 되는 것,

주나라를 세웠기 때문인데. 그런 일이 없었더라도, 덕을

정도의 풀이가 줄을 잇는다. 알 듯 모를 듯하다. 사회 구성원

닦고 선을 행한 것만으로 천하가 그에게 머리를 숙였다

사이에서 인위적으로 생성되어 전해지는 일체의 제도와

하니 그는 당대의 실질적인 왕이었던 셈이다. 훗날 공자도

풍속을 의미한다고 보자니 음주문화, 군사문화도 못 할 말은

‘지극한 덕이라 이를 만하다’ 고 칭송하였거니와 유교

아닌 듯하다. 어떤 가치관이 배제된 채 일련의 행동양식,

역사가들이 성인으로 꼽는 사람 중 하나가 아닌가. 문왕처럼

생활양식을 뜻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굳이 ‘문화’란

되는 것, 문화文化란 말에 그런 뜻이 담겨 있다면 우리는

말을 쓸 이유도 없지 않을까? 문화라고 하면 그게 뭐든

삼천 년 전으로 돌아가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는 꼴인데,

다음 세대에 전할 만한 것이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을 떨칠

패러다임이라는 게 이토록 완고한 것인가. 우리 사회에

❶ 可謂至德, 『논어』 태백편

6


편집위원장의 글

유교의 가르침을 종교로 설파하는 이가 적지 않고, 가르침을

건 물론이거니와 구성원들이 하루 열두 시간씩 일하면서도

몰라도 대체로 그 질서가 몸속에 내재돼 있다는 걸 부정하기

일하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그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도 무리는

의지가 자랄 수 없다. 노동이 삶의 목적인 사회, 투자가

아니다.

문화가 되는 사회에서는 예술조차도 산업이 될 뿐이다. 《HANDS+》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그 고민의 철학과 여유가 있는 문화도시로

연속선상에 있다. 모쪼록 《HANDS+》가 삶의 패러다임을

문文, 문화文化, 문화도시

미안하지만, ‘문화’란 말을 이리저리 뜯어봐도 ‘문화도시’의

만들고 문화예술 의지를 생산하는 데 매개자로서 한몫을

개념과 위상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담당했으면 좋겠다. 부富를 축적하는 행복보다 창조하고

도서관 수가 많고 국립미술관을 갖고 있으면 문화도시일까?

공유하고 향유하는 행복이 더 값지고 후세에 전할 만한

규모가 큰 국제 행사를 치르고 날마다 예술 공연이 곳곳에서

것임을 알리는 파랑새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록문화의 꽃

펼쳐지면 문화도시일까? 어떤 인프라를 구축하든, 어떤

『직지』를 앞세우든 생활문화의 꽃 공예를 앞세우든, 혹은

예술 행사가 이어지든 그것으로써 문화도시를 이루기

어떤 예술문화를 통해 보고 듣고 춤추고 노래하든, 우리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첫째,

청주가 ‘문화산업도시’가 아닌 ‘문화도시’가 되기를 바라기

철학적 체계와 그것을 인식하는 구성원들의 수준이다. ‘우리

때문이다.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는 문화의 ❷

힘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 를 바랐던 백범 선생의 희망을, ‘우리 생활에 불합리한 일체 제도를 개조하여 인류로써 인류를 압박치 못하며, 사회로써 사회를 ❸

박탈치 못하는 이상적 조선을 건설’ 하자고 외쳤던 단재 선생의 선언을 가치 있는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감능력 말이다. 또 하나의 선결요건은 구성원들의 향유享有 의지다. 그게 뭐든 삶의 일부로 여기고 누리려는 마음가짐은 여유로움에서 나온다. 당연히 절대빈곤에서 벗어나야 하는 ❷ 『백범일지』, <나의 소원> 중

7

❸ 「조선혁명선언」 중


기획① 기록

Project ① Archives


10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의 내일

14

기록하다 + 기억하다

손동유

14

문학청년에서 기록수집가로 ― 남요섭의 기록인생

손동유

17

50년간 담은 50만 장의 기억 ― 김운기의 사진 이야기

손동유

21

기억의 박물관을 만드는 사람들, 시민기록자

연지민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의 내일

손동유 편집위원 청주 문화도시 사무국장 (협)아카이빙네트워크연구원 원장

기록문화의 보고寶庫, 청주

신천강씨가 보낸 편지, 남편인 채무이가 보낸 편지들로서

청주는 대표적인 기록유산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글로 쓰여 있고, 중요민속자료 제109호로 지정되었다.

『직지』를 비롯하여 『반찬등속』, 순천김씨 묘에서 출토된

시집간 딸을 그리며 걱정하는 모정, 출타한 남편의 집안

한글 편지 192편 등을 비롯한 소중한 기록유산을 관官,

걱정과 안부 등을 담고 있으며, 부부간의 관계, 부모와

민民 모든 영역에서 꾸준히 만들어왔다. 『직지』는 1377년

자녀의 관계, 양반과 종의 관계 등 16세기 조선시대

청주 흥덕사에서 발행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

일상생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중요한 기록이다.

기록도구이자 기록물 그 자체이며, 당대 최신 기술이

개인의 사적인 기록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당대의

결합된 기록과 정보의 공유방식이기도 하다. 또한

사회상을 보여주는 귀한 자료가 된다는 점을 알게 해준다.

『직지』는 금속활자로서 당대의 기록을 생산하겠다는 의지,

용두사지 철당간 또한 청주시 남문로에 위치한 고려시대의

원형으로 보존하겠다는 의지,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당간으로, 국보 제41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철당간의

있으며, 기록의 생산/보존/서비스의 모든 면에서 현대적

밑에서부터 세 번째 철통 겉면에는 건립연대, 당간을

관점으로도 높은 기록적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

세우게 된 동기와 과정 등의 내력이 상세하게 양각되어

『반찬등속』은 청주의 진주강씨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있어 예로부터 기록을 남기는 것에 익숙했던 청주의

요리책으로, 근대화 시기 평소 집에서 즐겨 먹는 반찬의

문화를 보여준다.

조리법을 기록한 것이다. 현재 국립청주박물관이 보관하고

그 외에도 청주가 만들고 품어온 많은 기록들은

있는데, 책을 바탕으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청주

문화유산으로 인식되면서 시대를 이어 계승해왔고, 예술,

양반가의 음식문화를 재현하고 계승하여 청주를 대표하는

학문, 공동체, 놀이, 교류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시대에 맞는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는

문화적 가치로 승화해오고 있다.

청주의 기록이 당대에는 물론이고 현대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기록유산을 활용해 새로운

기록을 품은 청주의 문화

문화를 형성해온 청주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인쇄술의 발달은 다양한 저작물의 출현을 낳았다. 이러한

한편, 1977년 청주 상당구 외남동에서 출토된 순천김씨의

배경을 가진 청주는 1962년 결성되어 당시 청주 지역

묘에서 발견된 192건의 편지는 순천김씨의 부모 김훈과

문학 지망생들의 등단을 활발히 지원한 ‘충북문인협회’의

10


로그인 포레스트 페스티벌

중심축을 이룬 바 있다. 1995년부터 『청주문학』이 발행되어 시문학과 희곡문학을 아우르며 문단에 활기를 더했고, 연극 등 유관 예술 분야의 발전을 이끌었다. 또 글쓰기와 읽기를 좋아하는 문화는 청주 시민들을 중심으로 결성되하기 시작한 작은 도서관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아파트 단지 및 마을공동체에서 여러 개의 작은 도서관이 생겨나는 데 영향을 미쳤고, 시민 문화운동의 주축으로서 전국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곳도 생겨났다. 이러한 배경에서 시민 중심의 기록문화 활동으로 2007년 (사)세계직지문화협회가 주관한 ‘1인 1책 펴내기 운동’이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며,

기록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첫해부터 437명의 출판 원고가 접수되는 등 시민들의

한편, 직지코리아 축제, 청주야행 축제 등 기록과 문화유산을

적극적인 참여가 두드러졌다. 2019년도 청주시에서는 ‘책

축제로 승화시키는 문화도 형성되어왔다, 특히 직지코리아

읽는 청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축제는 2003년부터 격년제로 개최되며 『직지』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려 기록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청주는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 도시개발을 하면서도

『직지』의 기록적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공감하기 위해

생태계를 보존하여 더불어 사는 특별한 환경을 만들어낸

국제학술행사, 서예대회, 특별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산남동 두꺼비마을 공동체 및 육거리시장의 사례에서 지역

꾸며지고 있다.

공동체 속에 숨겨진 여성의 삶을 구술을 통해 기록으로

2004년 4월 28일 유네스코 제169차 집행위원회에서

남기고 공유하고자 하는 시민 공동체 ‘허스토리’까지,

제정이 결정된 유네스코 직지상은 세계기록유산인

공동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직지』를 기념하기 위해 기록유산의 보전에 기여한 기록문화도시 포럼

기획 ① 기록

개최하여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의 내일 ❶ 청주고인쇄박물관 보도자료, 「충북 청주시 ‘1인1책 펴내기’운동」,

11

2007.11.13(2019년 7월 23일 확인)


2011비엔날레 연초제조창 아카이빙 전시

사람이나 단체에 격년으로 수여하는 상으로, 2005년부터

수식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청주의 역사 속 기록물과

청주시가 지정한 ‘직지의 날’에 청주 또는 프랑스 파리에서

청주 시민의 기록문화에 대한 수준 높은 관심과 의지로

개최하고 있다. 체코, 오스트리아, 말레이시아, 호주,

형성된 공동체와 네트워크는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멕시코 등 다양한 국가에 이를 시상하면서 국제적 교류를

청주시의 기록문화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다지고 있다.

제시하고 있다.

청주는 그동안 예술적, 학문적, 공동체적 문화로 기록의

일반적으로 아카이브Archives란 영구적인 보존가치가 있는

가치를 계승하고자 노력해왔으며,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기록물과 그 영구 기록물을 관리하는 기관, 두 가지를 모두

2017년 11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의미한다. 기록이라는 의미로서 아카이브를 더 자세히

총회에서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설립안이 최종

설명하면, ‘개인이나 조직이 일상생활이나 업무 과정에서

통과됨과 동시에 유치에 성공 하였고, 2019년 7월 12일

생산하거나 접수한 자료들로서 일정한 내용·구조·맥락을

설립 협정을 체결하면서 2020년 말 완공을 목표로

가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이곳은

문화적 관점에서 ‘기록’은 결과로서의 기록물도

인류 기록유산의 안전한 보존과 보편적 접근에 대한

의미하지만 기록이 만들어지는 행위, 기록을 매개로

국제적 역량을 제고하고자 설립하는 기관으로, 유네스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적 활동 등을 포괄한다.

세계기록유산 사업 이행을 지원하고, 기록을 교류의

따라서 기록은 사람들의 존재의 흔적이자 노동의

수단으로 승화시키는 큰 역할로써 기록도시로서 청주의

흔적, 관계의 흔적이며, 다시 말해 삶의 흔적으로서 그

가치를 높여줄 것이 기대된다.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즉 삶의 흔적으로서 기록의 가치를 보존, 전승하고 새롭게 창조한다는 의미를 가진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

‘기록문화 창의’는 문화도시 청주를 대변하는 가장 적절한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는 최근에 우연히 나온 슬로건이

표현이라고 할 것이다. 기록은 우리가 살아온 모습을

아니다. 오래전부터 이미 수많은 기록의 배경을 문화로

보여준다. 문화는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창의는

승화시켜왔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레 기록문화

청주와 청주시민이 앞으로 살아갈 모습을 상징한다.

도시로 나아가는 초석을 세워둔 청주에게는 필연적

기록이 품고 있는 내용은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❷ 주 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

❸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❹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유네스코 직지상」,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대한민국으로 유치 성공」,

「한-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설립 협정 체결」,

2016.05.20(2019년 7월 23일 확인)

2017.11.07(2019년 7월 23일 확인)

2019.07.14(2019년 7월 23일 확인)

12


로그인 포레스트 페스티벌

기획 ① 기록

맥락이 담긴 거대한 서사로서 역사성을 지닐 뿐 아니라

속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의적으로 창출하여 삶의 방식을

현재적으로 이어지면서, 미래 지향적 가치를 담게 된다.

변화시켜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기록은 지식과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에 삶을

이처럼 민관의 협력구조로 지역이 품어온 기록유산의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인류 사회에

가치를 한층 높여내며, 문화적으로 계승하여 가치 있는

기여하게 될 것이다.

삶으로 발전시키고, 세계인과 공유하며 미래의 가치를

청주가 문화도시 조성을 통해 이루어내고자 하는 것은

창출하는 것이 “감성과 가치가 공존하는 기록문화

결국 청주 시민들이 행복하면서 동시에 지속가능한 삶을

창의도시 청주”의 미래상이다.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의 내일

영위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함’이란 문화를 통한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체계가 이루어지며 더불어 미래지향적인 창의적 일자리가 창출되어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가 우리의 일상, 요구, 나아가 생계와 맞물리는 경제순환 구조에 흡수될 때 비로소 자생력을 갖고 현재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밑바탕이 만들어질 것이다. 즉, 문화예술 활동, 창작, 생산이 단순한 향유/소비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인 생산과 유통으로 이어져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새로운 도시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때 이 경제순환 구조가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청주 문화도시 사업은 지역과 사람, 문화에 담긴 도시의 감성과 가치를 함께 발굴함으로써 지역적 가치를 특성화하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문화예술 소비/생산을 통해 공동체 도시민들 간의 관계와 행복을 증진시켜 도시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문화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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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다 + 기억하다 문학 청년에서 기록수집가로 ― 남요섭의 기록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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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요섭 선생의 기록물 보관 창고

기획 ① 기록 기록하다 + 기억하다

남요섭 선생을 고서수집가라는 한마디로

열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둔

발견하고 열어보니 고서가 가득 담겨

표현하기에는 수식이 너무 짧다.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 순간이었다.

있었다. 한시를 손으로 옮겨 적어

그는 고서를 비롯해 행사용 리본,

당시에는 문화 공간이랄 게 변변치

수진본 으로 만든 책들이었다. 어려운

필기도구, 우표, 홍보용 스티커, 칼,

않아서 증평, 괴산에서 다방을

시절에도 손수 책을 만들어 글을

기념 메달, 각종 카드류, 행사 입장권

빌렸다. 관람객이 없을 수 없었다.

읽었던 조상들의 숨결을 느낀 후로는,

등의 박물류, 행정 문서와 공식자료집

게다가 다방은 평소에 학생들이

책 하나하나가 조상들의 유산이라는

등 행정 기록류, 독도지도, 고지도,

드나들면 안 되는 곳이었지만,

생각으로 틈나는 대로 헌책방을

행정 지도 등 지도류, 그리고 소주병,

시화전이 열리는 동안은 예외였기에

다니며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베틀 부품, 가사용 방망이 등 생활

관람객이 북적했다. 이후로 시작詩作은

그가 기록을 수집하는 데 중요한

자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계속했지만,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가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딱 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40년

시를 계속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가지라고 한다. “백년 후에도 활용될

가깝게 혼자서 꾸준히 수집해온

아니었고, 무엇보다 기록을 수집하기

가치가 있는가?”

것들이다. 본인도 전체 수량을

시작하면서는 그 매력에 빠져 시는

가치 기준을 정하고 보니 수집할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아 일부는

삶의 우선순위에서 조금 물러섰다.

기록의 범주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증평의 개인 창고에 보관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1997년

역설적이게도 가치 있는 기록들이

청주에는 상당구 우암초등학교 앞

‘오늘의 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등단

폐기물로 인식되어 폐기물들과 같은

지하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이 창고는

시인인 걸 보면, 시 또한 기록과

경로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인쇄업을 하는 한건태 대표가 흔쾌히

함께 그의 삶에 중요한 부분임에는

경로를 좇아 서울, 대구, 부산 등의

무상으로 공간을 내주어 사용하고

틀림없어 보인다.

헌책방, 골동품상을 다니다가 귀한

있는 중이다.

남요섭 선생의 기록에 대한 관심은

자료를 접할 때의 희열은 숨이 막힐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던 1968년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정도였다고 한다. 직장업무에서 오는

12월 다른 친구들은 진학, 취업 등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가 출장지의

스트레스와 피로, 가난에서 오는

분주할 때 그는 조용히 시화전을

주택개량 사업장에서 버들고리 하나를

불편함, 일상생활의 근심걱정을 모두

❶ 소매 속에 넣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손바닥만 한 작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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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비품 및 행사자료

소설 등인데 이 또한 남요섭 선생에 의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제목의 시와 수필로 재탄생했다. 개인의 관심사에서 출발했지만, 기록은 그것이 갖고 있는 공공성을 버릴 수가 없다. 따라서 그의 기록은 더 이상 그만의 기록이 아니고, 그가 세웠던 원칙처럼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었다. 2010년 청주시 시설관리공단 근무를 마감하며 정년퇴직한 남요섭 선생의 자녀들은 한때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여행 가는 게 소원”이라고 할 정도로 아빠의 취미에 서운함을 가졌지만, 이제는 의미 있는 일에 평생을 바친 아빠를 ❷

잊게 해주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발견한 문서보존연한이 지난 행정

자랑스러워한다고 한다. 그의 소중한

그는 하던 말을 멈추고 말았다.

기록 등은 청주 지방행정사의 중요한

기록에는 남요섭 선생의 정성어린

그 어떤 말로 그 순간을 표현할

맥락을 확보할 수 있다.

땀의 흔적과 더불어 가족들의 응원의

수 있을까? 고단한 수집의 과정을

그가 특별히 관심 갖고 모은 ‘한국전쟁

마음이 함께 배어있는 셈이다.

거치면서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기록’은 3백여 점이 있는데, 참전했던

그는 오늘도 기록을 찾아 걷는다.

세웠던 원칙이 있다.

군인국군 및 유엔군들이 쓴 수기나 관련

그리고 그는 말한다. “나는 건전한

첫째, 내가 맡은 업무는 혼신의 노력을

서류 등이 있다. 남요섭 선생은

직장에서 건전한 취미를 가지고

다해 성실히 완수한다.

한국전쟁 자료를 꼼꼼히 읽고 나서

열심히 일하는 청주 시민 중의 한

둘째, 내 취미로 인해 남에게 피해를

<내가 알고 있는 한국전쟁>이라는

사람이었다.”

주지 않는다.

제목의 장시長詩를 쓴 바 있는데,

셋째, 한번 시작한 취미는 중단하지

자료가 널리 활용된다면 더욱 다양한

않으며 서두르지도 않는다.

방법의 콘텐츠로 재가공될 수 있을

넷째, 내 취미의 성과품은 남에게

것이다. 또한, ‘독도 자료’는 개화기

활용되도록 한다.

고지도, 교과서지도, 연구논문,

다섯째, 분수에 맞는 범위 내에서만

언론기사, 자료집, 홍보서적, 시집,

수집을 한다. 남요섭 선생의 소장 기록은 그저 개인적 “취미의 성과품”이라고 부르기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큰 의미를 갖는다. 대중가요 악보, 영화 포스터, 공연 티켓과 포스터 등은 당대의 대중문화 트렌드를 이해하게 하며, 1982년 개봉한 영화 ‘만추’ 포스터에서는 청주 가로수 길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관공서에서 행사 때 사용했던 리본, 쓰레기장에서 ❷ 1999년 공공기록물관리법 제정 이후로는 보존연한이 지난 행정기록은 폐기절차에 따라 처리하게 되었지만, 이전에는 임의로 버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16


50년간 담은 50만 장의 기억―김운기의 사진 이야기

기획 ① 기록 기록하다 + 기억하다

17


사진 기자 시절 찍은 50만 장의 사진을 모은 스크랩과 스크랩 모음(오른쪽 위)

김운기 선생 자택 서가에는 50만

신문사 문선 견습공으로 시작한

일만 겪은 것은 아니었다. 1972년

장이 넘는 필름이 소장되어

직장생활에서 그는 본격적으로

당시 최대 홍수라고 하던 단양 수해를

있다. 사진가로서 평생 찍어온

사진에 매력을 느꼈다. 근처

취재하기 위해 몸을 실었던 헬기가

그의 작품들이다. 김운기 선생은

사진관에서 어깨너머로 카메라를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를 겪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의

익히고, 서울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그때 입은 부상의 후유증은 지금까지

참상을 고스란히 겪은 세대이다.

영화촬영장에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아물지 않았다.

강원도 김화에서 태어나 해방 이후

사진가의 꿈을 키웠다. 군복무 시절

이밖에도 충북이 8연패를 기록한

월남하여 청주에 자리를 잡았다.

통신학교에서 사진병 교육을 받을 수

소년체전 촬영, 대청댐과 충주댐

그 당시 가족들과 잠깐 거처했던

있었던 것은 사진교육이 체계적이지

공사 전후의 수몰 예정지 마을 주변

피난민수용소 건물이 영운동에

않았던 당시의 상황을 고려할 때

풍경과 주민들의 생활 모습을 촬영한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는

그에게는 행운이나 다름없었다.

것은 김운기 선생의 사진 인생에서

청주에 처음으로 왔던 시절의 기억을

제대 후 충청일보 사진부에 입사해

빼놓을 수 없는 역작들이다. 특히

새삼 떠올렸다. 지금도 그대로인 도청

사진부장으로 퇴사하는 날까지

이 자료들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옆 측백나무, ‘본정통’ 과 내덕동

36년을 카메라와 함께 생사고락을

고유한 기록들이며 결과적 모습을

삼거리의 경관들, 일주일간 지냈던

하면서 기자로서 뉴스 현장을 놓치지

중시하는 기존의 사진 기록과는 달리

수용소 안에서 벌어진 좌우 대립의

않았다. 비교적 작은 체구라서 취재

배경과 과정을 함께 남기고, 주민들이

참상, 다른 지역에서 내려온 친구들과

경쟁이 치열할 때는 다른 기자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촬영된

제기 차며 놀던 추억, 포탄을 주우러

몸싸움에서 밀릴 수도 있었으나, 평소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하다.

갔다가 사고를 당해 영영 돌아오지

다져놓은 인간관계로 동료 기자들이

김운기 선생은 취재업무 외의 시간을

못한 친구들, 그의 기억은 또 하나의

김운기 선생을 사진 찍기 좋은 맨

쪼개 틈틈이 시내와 교외를 오가면서

한국현대사다.

앞으로 자리 잡게 해주곤 했다고

지역의 일상과 주민의 생활상을

십대 후반의 나이에 생계를 위해

한다. 사진기자로서 그렇게 훈훈한

촬영했다. 청주 시내의 도로, 건물,

❷ 일제강점기 번화한 거리에 붙였던 일본식 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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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의 변화, 일상을 사는 주민들의 노동과 희로애락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실향민으로서 고향에 대한 향수, 유년 시절과 성장 과정의 기억 전체를 관통하는 어머님의 품과 같은 농촌 풍경은 개인적인 기억을 남기려는 노력을 넘어 한국적인 미를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다. 2014년 자녀 결혼식 답례품으로 제작한 김운기 사진집 『어머니, 그 고향의 실루엣』은 그의 작품 세계를

기획 ① 기록

선별해서 디스크립션Description 을

퇴색될 수도 있는 기억을 간직하고자

그에게 고향은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해나가고 있다. 언제 찍었는지,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은 곧 기록이

삶의 근원이고, 지금껏 살아온 품이며,

내용이 무엇인지, 배경과 촬영

되었다. 그렇게 남긴 선생의 기록은

앞으로 살아갈 터전이다. 고향과

과정의 일화 등을 꼼꼼히 기록해

우리들에게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어머니를 기억하며 사진으로 기록을

두어야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진을

알지 못했던 풍부한 역사를 제공해

남겼다. 그렇게 사진가 김운기 선생은

정확하고 원활하게 사용할 수

주고 있다. “50년간 찍은 50만 장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나가고 있다.

있음을 김운기 선생은 잘 알고 있기

사진”이라는 선생의 표현을 빌려

안타깝게도 1937년생으로서 세월의

때문이다. 이처럼 기록을 기록답게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카메라를 잡은

무게와 취재 중 겪은 헬기 사고의

만들려는 의지,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이후 매일 약 30회 정도 셔터를 누른

후유증으로 건강이 예전 같지는 않다.

소통하려는 마음이 우리 현대사를

셈이다. 앵글을 맞추고 숨을 멈춘 후

더욱 안타까운 것은 선생의 사진 자료

담은 방대한 양의 사진 기록을 남기게

세상과 소통한 선생의 기억과 경험은

보존과 향후 활용에 대하여 여러

된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사진 기록으로 남아 현재를 사는

기관들과 협의가 있었으나, 마땅한

김운기 선생은 “예전 같으면

우리에게 귀한 선물이 되었다.

대책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100년이었을 것이 요즘엔 하루에

현재에는 방대한 사진 자료 중 가치를

휙휙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김운기 선생의 사진 기록물을 손동유 박사가 검토하고 있다.

기록하다 + 기억하다 ❸ 기록물에 대한 주요 정보와 맥락 등을 적어두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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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볼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이다.


즐거운 마차꾼

쫄랑쫄랑 흔들흔들 벽돌을 마차에 싣고 가는 마차꾼 아저씨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야! 조랑말, 빨리 가자, 눈이 내린다.” 조랑말이 끄는 마차로 짐을 나르는 마차꾼은 첫눈 내리던 날, 청주의 중심지 성안 길을 기분 좋게 걸어가고 있었다. 625전쟁을 전후하여 20여 년간 청주 시내 이곳 저곳에서 마차꾼들을 자주 볼 수가 있었는데, 마차 위에 개를 태우고 다니는 그 아저씨는 보는 사람마다 반겨 짐을 나르는 횟수도 많았다. 그는 황소가 끄는 소달구지를 끌다가 소는 짐을 많이 싣기는 하지만 걸음이 늦어 당나귀로 바꾸면서 수입이 좋아졌다고 했다. (사진 김운기) 콩나물 교실

625전쟁 후 사회가 안정되면서 신생아 출생이 급격히 늘어났다. 그리고 시골서 전입해 오는 인구로 인하여 도시의 초등학교마나 취학아동이 포화 상태를 이루어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고, 80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한 교실에 수용하느라 콩나물 교실이라 할 만큼 교육환경이 좋지 않았다. 1970년대 이전 도시뿐 아니라 시골에서도 취학 인구가 늘어 교육당국은 교실 중축에 세금을 쏟아붓고, 중학교도 늘리는 등 우리나라 교육열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사진 김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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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박물관을 만드는 사람들, 시민기록자

연지민 편집위원 충청타임즈 부국장

❶ ‘종이칼’로 기억하는 여행의 기록,

❷ ‘스타벅스 컵’은 사람과 문화의 기억코드,

오미경 씨

김지희 씨

기획 ① 기록 기록하다 + 기억하다

동화작가인 오미경 씨55·청주팔봉리는 편지나 봉투를 뜯는

젊은 층에선 스타벅스 텀블러 모으기가 유행이다.

종이칼로 기억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글 쓰는 작가에게

스타벅스 컵을 모으고 있는 김지희 씨45·청주산남동는 단순

썩 잘 어울리는 물품이란 생각이다.

수집이 아니라, 그가 만난 사람과 도시의 문화를 기억하는

오 작가는 “20여 년 전 남편이 여행을 갔다 오면서

방법으로 컵을 모으고 있다.

종이칼을 선물해줬다. 그것을 계기로 여행하며 그 나라의

김 씨는 “중국 상해 인근 도시에서 3년 정도 살았다. 당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종이칼을 사온다”며 “20여 개 모두

중국의 풍경이 그려진 컵을 보고 스타벅스 컵을 모으기

색다르다. 나무로 된 것, 쇠나 뼈로 된 것 등 재질도 다르고,

시작했다”며 “컵의 그림은 각 나라 도시의 풍경을 담고

여행의 소중한 순간이 기억으로 담겨 있다”고 말했다.

있어 그날 함께 커피를 마신 사람과 도시의 풍경, 그날의

“스페인 중세도시인 톨레도에서 발견한 돈키호테 칼

분위기까지 컵을 통해 기억한다”고 말했다.

모양의 종이칼을 발견했을 때 너무 기뻤다”는 그녀는 손

이번 취재 요청을 받고 기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는

편지가 사라지는 아쉬움과 애잔함도 종이칼 모으기에

그녀는 책상 서랍에서 묵은 일기장을 보여줬다. 초등학교

담겼을지 모른다 한다.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쓴 일기장이 가득했다. 그중에는

오 작가는 “편지를 받고 봉투를 뜯기까지의 설렘이

같은 반 친구가 1년 동안 써 준 기록장도 있다.

그립다. 편지가 사라지는 시대다. 손 편지를 받아본 게

김씨는 “지금도 매년 기록장을 사서 일상을 적어 놓는

까마득하다”면서 “종이칼을 모은 후 친구들이 나를

편이다. 새해에는 어떤 노트에 내 일상을 기록할까 하며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고 들려줬다.

고르는 것도 재미있다”면서 “나에게도 이렇게 많은 기록이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 나를 다시 생각해보는 기록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스타벅스 컵’은 사람과 문화의 기억코드, 김지희 씨 제공

‘종이칼’로 기억하는 여행 기록, 오미경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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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② 공예

Project ② 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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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청주공예비엔날레 <미래와 꿈의 공예–

안재영

몽유도원이 펼쳐지다> 톺아보기 29

안재영 예술감독의 Pick–2019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주목한 작가

32

공예는 늘 나를 행복하게 만듭니다―비엔날레

편집진

홍보대사 배우 지진희 34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편집진

미술관프로젝트: Art Bridge 36

공예 클러스터 재탄생 미리보기

박원규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 <미래와 꿈의 공예–몽유도원이 펼쳐지다> 톺아보기

안재영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이탈리아국립도자예술학교 및 바지아노시립오페라아카데미 디플로마 서강대 문화정책 사회학 석사 성균관대 예술철학 박사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 한국문학예술상 수상 상파울루 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 역임 현 광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이 세상 어느 곳이 꿈꾼 도원인가”

것이 중요한 관건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대형 행사보다

1999년 세계 최초 공예 단일 분야 국제 전시로 시작해 20여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그 이야기를 통해 지역의 가치,

년의 역사를 이어온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올해 11번째 행사를

비엔날레의 가치, 미술의 가치, 공예의 가치를 보여주어야

앞두고 있다. 11인의 공동감독 체제로 운영했던 2017년과

한다.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는, 바로 그런 가치를 가진

달리 1인 예술감독 체제로, 주제 역시 감성 가득하게 돌아온

비엔날레로의 진화를 꿈꾼다.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오는 10월 8일부터 11월 17일까지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 본 전시의 전시 공간은 공예 클러스터

41일간의 대장정을 펼친다. 올해의 주제는 <미래와 꿈의

및 청주시 일원을 중심으로 동부창고, 정북동 토성, 율량동

공예―몽유도원이 펼쳐지다>로, 각박하고 비인간적인 삶과

고가, 옛 청주역사전시관, 청주 향교, 안덕벌 빈집 등 총 7개

삭막한 오늘의 현실에 꿈처럼 환상적인 즐거움과 이상적인

공간으로 구성된다. 이 공간들을 바탕으로 예술적 상상력을

아름다움을 간직한 공예 작품을 통해 새로운 공예의 미래를

통해 공예를 새롭게 제시하고 공예의 동시대적인 감각과, 특정

제시하고, 동시대 예술로서 공예는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지역의 문화 반영을 넘어 시공간마저 초월하는 공예의 미학을

있는지 질문함과 동시에 인간과 자연이 공예를 통해 조응하며

관람객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여기에 청주가 가진 특유의

몽유도원에 다다르는 감성의 이상향을 상징적으로 제시하게

자연, 생명력을 더해 공예의 가치를 확장하고 관객과 조응하여

된다. 동양의 자연주의적인 이상향인 몽유도원과 서양의

이상향의 공예를 경험하는 잊지 못할 순간들을 제공하게 된다.

유토피아 개념을 융합시켜 초월적이고 환상적인 관점들을

5개의 기획전과 3개의 특별전으로 구성된 본 전시는 한국과

보여주게 될 것이다.

나이지리아, 인도, 독일, 중국, 루마니아, 프랑스, 영국, 벨기에,

지난 20년 동안 청주공예비엔날레가 변화해온 상황을

스페인, 쿠바 등 18개국, 210여 명 작가가 시간 time , 정신 mind ,

리서치하면 전반적으로 공예가 지니는 인간의 삶, 쓰임,

기술 technic 이 결합한 독창적이고 탁월하면서도 이상향의

생활과 관계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렇다면 이젠

공예를 경험하는 시공간을 연출한다. 여기에 덴마크관,

청주의 정체성을 성찰하고 공예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방향과

헝가리관, 중국관, 아세안관 으로 구성된 초대국가관과 중국,

가치를 파악하여 제시하는 비엔날레로서의 변화가 요구되고

태국, 호주, 말레이시아 등이 참여한 공예페어, 2017년 한 차례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모든 비엔날레는 각기

중단됐다 다시 부활한 국제공예공모전까지 더하면 총 60여

특성을 갖고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형식과 내용을 갖추는 개국이 이번 비엔날레에 함께한다. 톺아보기: 샅샅이 톺아 나가면서 살피다.

❶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브루나이, 싱가포르 등 10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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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② 공예

2019 청주 공예비엔날레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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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별 주요 특징 기획전 ❶ 공예 클러스터

기획전 ❷ Store House(동부창고 37동)

주제: 태초의 풍경 The Scenery of Beginning

주제: 도화원으로 가는 꿈의 여행 Dream Journey to the Peach Blossom Land

공예의 예술 미학적 가치에 우선한 작품 및 전시 연출

몽유도원도의 시각 서사 구성을 차용한 전시 구성

참여 작가 123명, 참여 작품 480여 점

참여 작가 66명, 참여 작품 250여 점

Prologue

평원으로

Section ①

무지개 병풍

Section ①

토양 Earth

Section ②

실경 산수

Section ②

영원의 빛 Eternal Sunshine

Section ③

구름 골짜기

Section ③

바람 Wind

Section ④

대나무 숲과 빈 조각배

Section ④

생명과 인간 Human Life

Section ⑤

청주 도화림, “복수나무 숲에 비추어진 빛”

Section ⑤

만물의 신 God of all Things

Epilogue

불완전한 변화 Incomplete Metamorphosis

“이 세상 어느 곳이 꿈꾼 도원인가.” 산 아래 높은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에 들어가니 탁 트인 마을이 나타났고, 사방에

‘태초의 풍경’을 테마로 한 <기획전❶>은 새롭게 탈바꿈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구름과 안개가 가려진 사이로

공예클러스터옛 연초제조창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자연주의

복숭아나무 숲에 붉은 노을이 비치었다. 대나무 사이로

관점의 이상적 아름다움과 조형적 가치를 품은 서사구조로

초막이 있는데 사립문이 반쯤 열려 있고, 섬돌은 무너져

구성될 <기획전❶>의 주요 작가로는 응고지 에제마Ngozi

가축도 없으며 앞 냇가에 빈 조각배가 물결 따라 흔들거려

Ezema, 나이지리아를

신선이 사는 곳 같았다.

꼽았다. 세계가 주목하는 도자 설치 작가로

아프리카의 동물부터 일상의 사물까지 거대한 설치 작업을

동부창고 37동을 무대로 ‘도화원으로 가는 꿈의 여행’을

선보여온 그가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는 과연 어떤

선사할 <기획전❷>는 눈여겨 볼 작가로 알브레트

신작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에, 탄소섬유를

클링크Albrecht Klink, 독일를 꼽았다. 목공예라고는 전혀 상상할

전통 지승공예 방식으로 엮어 완성한 가구 등 첨단의

수 없는 독자적이고 숙련된 방식으로 뉴욕 타임스 등

신소재로 아날로그적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작품으로

유명 신문들을 구현해온 작가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청주

프랑스 퐁피두센터에 영구 소장되는 등 해외에서 촉망받고

신문’을 선보인다. 청주의 역사와 오늘을 보여주는 종이

있는 작가 노일훈의 신작 역시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신문이 나무의 물성을 입고 어떤 모습으로 관객 앞에

기대작이다.

등장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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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기획전 ❸ Old House(율량동 고가)

기획전 ❺ 청주 향교

주제: 놀이의 시작

주제: 자연의 질서와 이상향을 향한 “경배의 노래”

청주 읍성 내의 충청도 병마도절사영의 관아로 사용되었

<기획전❺>는 청주 향교를 무대로 삼았다. “시詩로

던 율량동고가를 무대로 미래와 과거를 연결하는 놀이극

시작하고, 예禮로 서고, 악樂으로 완성한다(논어

형식의 공간을 구성한다

태백편)”는 공자의 뜻에 따라 ‘인仁’으로 표현되는

<기획전❸>은 ‘놀이의 시작’을 소주제로 삼아 주제에

유학의 이상을 구체적인 예술 체험을 통해 관객과

걸맞게 율량동 고가를 배경으로 지역의 역사적 신화를

공유하게 된다.

미디어아트 및 가상현실VR로 선보인다. 다시점 기법, 즉

이와 함께 기획 특별전으로 옛 연초제조창이 자리한

전체를 보기 위해 다양한 시각을 취사선택하여 다양한

안덕벌 일대의 빈집을 활용해 다각적 도시재생 전시로

시공간 체험을 제공하고 관객에게 고가의 풍경 안에서

탄생할 Utopia House(안덕벌 빈집)와 ‘청주에서

다공간의 도원 구성을 경험하게 한다.

평양까지’를 주제로 평화를 기원하는 Old Station House(옛 청주역사전시관), 정북동 토성을 배경으로

기획전 ❹ The Fortress(정북동 토성)

한 ‘바람의 흔적, 플래그 아트’까지 오는 10월, 청주시

주제: 꽃과 인간

전역은 ‘공예의 몽유도원’으로 거듭날 것이다.

자연과 융화된 삶에서 나오는 공예 충북의 생활문화권의 발생지이자 청주시의 모태인 정북동 토성의 문화재 가치 제고 정북동 토성을 무대삼은 <기획전❹>에서는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꽃과 인간’이라는 소주제로 기획 ② 공예

작품이 될 예정이다.

기획전 ❹ 정북동 토성 기획전 ❺ 옛 청주역사전시관에 설치될 야외 작품

기획전 ❶ 최정윤, 〈The Flesh of Passage〉, 2018, 스테인리스 스틸, 레진, 실, 240×150×120cm

2019 청주 공예비엔날레 톺아보기

27

관객이 직접 움집을 만들며 완성해가는 과정 자체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 감성산업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의 권위 ‘황금

‘공예’를 제시하다

플라타너스 상’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공예 페어가 함께 진행되는 등 산업형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 처음으로 초대작가 수상제가

비엔날레라는 특수점이 있다. 본 전시에서 동시대 공예의

시도된다. 황금 플라타너스 상, 실버 플라타너스 상 ,

흐름과 미래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면 공예 페어를

브론즈 플라타너스 상 으로 진행되는 수상제는 초대작가

통해선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 감성산업으로서 공예의

출품작 중 선별하여 수여한다. 트로피는 청주의 랜드 마크인

경제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창출해야 한다.

‘청주 가로수 길(플라타너스)’의 상징성과 플라타너스 꽃말

기획존, 산업존, 교육존, 생활 공예존, 휴게존, 스폰서존

‘특별한 재능’이 인용된 손바닥 모양의 플라타너스 잎사귀를

등으로 구성되는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 공예페어에서는

모티브로 삼았으며, 수상자에게는 공예비엔날레 초대

단기적인 ‘마켓’의 기능에서 벗어나 지역 공예작가들의

그랑프리 작가라는 명예가 주어진다.

판로지원과 유통망 구축으로 공예인들의 고용 창출은 물론

공예는 일상에서 쓸모를 지닌 대상으로 자리하지만

문화관광산업의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향유의 대상을 넘어 전통공예, 건축공예, 환경공예, 산업공예, 순수예술로 전환되고 있어 그 가치가

4개의 전시관 13개국의 공예 ‘초대국가관’

상당히 확장되어 있다. 그렇기에 현 시대의 공예는 쓰임과

초대국가관은 4개의 전시관에서 13개국의 공예를 선보인다.

예술이라는 태도 이외에 다양한 야누스의 얼굴을 지니고

우선 한국과의 수교 60주년을 맞는 덴마크관에서는 기술과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는 결국 현대 사회에서 공예가 그만큼

예술성을 겸비한 공예 작가들이 소개된다.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덴마크에서 이미 ‘mind craft’라는 기획으로 10여 년간

공예의 시작과 생명은 자연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취지 아래

진행해왔던 명망 있는 전시회가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본 비엔날레는 청주 지역 자연을 벗 삼았고 공예와 예술이

최초로 ‘Crafted Matter’라는 이름 아래 선보이게 된다.

차이와 경계를 넘나들면서 각 영역들의 독자성을 되묻는

또한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와 한국 도자 재단 등이

사유를 낳고자 한다. 안평대군과 안견의 몽유도원이 현실과

협업하여 ‘한·덴 공예워크숍’도 진행한다.

이어진 공간을 맞이했듯이 인간과 자연이 함께했던 공예의 ❶

여기에 헝가리관, 중국관, 아세안관 10개국 까지

자리에 틈을 만들어 시끌벅적한 모습, 여유로운 모습,

세계의 공예 트렌드를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

화려한 모습 등 다양한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며 설령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꿈일지라도 언제든 현실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공예의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선보이려 한다. 그것이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가 미래와 꿈의 공예로 몽유도원을 펼치려 하는 이유이기에.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 트로피

❶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브루나이, 싱가포르 등 10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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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 예술감독의 Pick–2019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주목한 작가 ❶ 응고지 에제마Ngozi Ezema, 나이지리아 응고지 에제마는 아프리카의 유망한 설치 미술가 중 한 명으로 2009년 나이지리아 명문 누스카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현지와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이다. 점토와 플라스틱, 목재를 재료로 삼은 수천 개의 오브제를 나일론 실에 매달아 설치하는 그녀의 작품은 세네갈 다카르 비엔날레, 중국 최초의 중앙 중국 도자기 비엔날레, 2016년 제1회 아트엑스레이고스 아트페어에서 선보이며 호평 받은 바 있다.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에 맞추어 특별히 제작되는 신작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기획 ② 공예 응고지 에제마, 〈Imagine Jonah I〉, 점도, 나일론 실, 2009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주목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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❷ 알브레트 클링크 Albrecht Klink, 독일 알브레트 클링크는 1962년 독일의 바일 암 라인 Weil am Rhein에서 태어나 호르프 암 네카 Horb am Neckar에서 종교 조각을 했던 가업의 영향 속에 자란 3세대 목재 조각가이다. 조각을 시작하기 전, 병원에서 방사선 촬영을 하며 근무했고 해부학을 독학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시간을 보내며 본격적으로 회화와 조각 작업을 시작한 그는 노르웨이 북부에서 작업하는 동안 돌과 청동을 사용한 주물 시리즈를 탄생시켰고, 이것은 훗날 베를린의 노아크 파운드리 Noack Foundry와의 협업을 통한 청동 조각상으로 발전되어 목공예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현재 독자적이고 숙련된 목공예 기법으로 신문을 재현하는 작업에 천착 중인 그는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 ‘청주 신문’을 작업해 선보인다. 청주의 역사와 오늘을 보여주는 종이 일간지가 나무의 물성을 통해 새롭게 재현된 결과를 관객은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다.

알브레트 클링크, 〈뉴스 페이퍼〉,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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❸ 노일훈 한국 노일훈 작가의 작품은 자연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 방법(뼈의 구조, 세포의 분할 구조, 중력에 의한 커브) 등을 연구하고 이를 재창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독창적인 표현 방법을 위한 수많은 실험을 거친 후 그에 맞는 소재를 결정한다. 소재는 광섬유, 탄소섬유, 아라미드와 같은 최첨단 신소재까지 다양하며 제작 기법 또한 전통 수공예 기법부터 CNC, 3D 프린팅, 최첨단 엔지니어링 프로그램까지 제한 없이 적용된다. 이는 자연이 가진 본질의 미를 극대화하여 보여주기 위함이며, 동시에 인간의 손을 거쳐야만 하는 장인정신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담겨 있다. 노일훈은 런던에 위치한 AA건축학교와 왕립예술원을 졸업하고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프랑스 생에띠엔 디자인 비엔날레(2015), 마드리드 국립장식미술관의 전시(2018) 등에 참여하였고, 그의 라미 벤치가 프랑스 퐁피두센터에 영구소장(2017)되는 등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젊은 크리에이터로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 만날 그의 신작이 기대되는 이유다.

기획 ② 공예 노일훈, 〈파라볼라 샹들리에〉, 알루미늄, PTC 케이블, LED, 2017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주목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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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는 늘 나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지진희 청주공예비엔날레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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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공예비엔날레 홍보대사로 합류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 계기 및 소감 부탁드립니다.

말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평소에 공예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 이유는 제가

주변에 다양한 공예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고

굉장히 저평가되어 있는 부분에 대한 속상한 마음이

마주치는 모든 물건들이 다 공예라고 생각하시면

금속공예를 전공했었고, 우리나라 공예인들이 실력보다 있었어요. 많은 작가 분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예에 관심과 사랑이 남다르신 듯합니다. 공예의 어떤 점 때문인지요?

무언가를 집중해서 만들고 있을 때 무아지경에 이르는 희열을 느끼게 되고, 완성을 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 이런 부분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우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공예 작업을 할 틈이 있을까 싶은데요?

사실 시간은 많이 없지만, 틈나는 대로 무언가를 만들어 기획 ② 공예

보고 싶다는 마음은 늘 갖고 있습니다. 항상 머릿속에

하고 싶은 일과 작업들이 꽤 많이 구상이 되어 있지만, 현실에 부딪혀 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해왔던 공예 작업은 어떤 것이 있고, 요즘 관심 갖고 집중하는 작업은 무엇인지요?

홍보대사 지진희 인터뷰

도자기도 했었고, 따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혼자

가죽공예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굉장히 관심이 가는 건 한지와 옻칠 쪽이에요. 관련해서 구상하고 있는 몇 개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제 생각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실현해 보고 싶습니다.

여전히 공예를 낯설게 생각하는 분들께 공예 작업의 매력을 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평소에 취미로 한다면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어떤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요. 어린 친구들에게는 손 지압과 같은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경험을 갖게 한다는 점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한 대로 작품이

나오지 않을 수는 있지만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완성되는 과정을 보는, 그 성취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합니다. 많은 분들과 이 부분들을 공감하고

싶고, 또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갖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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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대사로서,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 초대의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실생활에서 쓰고

됩니다. 좀 더 편하고 아름답게 만든 많은 작품들을, 직접 오셔서 보시고 감동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공예작품을 두고 눈으로 감상할 수도 있지만 직접 써보며 그 감성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더욱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청주공예비엔날레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함께 보시고 체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미술관프로젝트: Art Bridge

공예의 미래와 꿈이 그려낼 몽유도원에 7개의 점과 획이

바우하우스 정신을 담은 ‘다시 바우하우스를 만나다’

더해진다. 청주 내 7곳의 국공사립 전시 공간과 함께하는

기획전을, 스페이스 몸 미술관은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는

‘미술관프로젝트: Art Bridge’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 명의 작가가 선보이는 ‘유랑’전을, 우민아트센터는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의 메인 전시가 주 전시장을 넘어

설치와 영상으로 구성된 주제기획전 ‘Reverse Time’을,

정북동 토성과 청주향교 등 청주의 역사문화공간들로

운보미술관은 운보 김기창의 ‘보이는 소리’ 드로잉전을

공예의 영역을 넓혔다면, ‘미술관프로젝트: Art Bridge’는

선보인다. 여기에 단체 도슨트 프로그램과 큐레이터와의

지역 전시 공간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바탕으로 장르를

대화, 내 영혼의 상자 만들기 체험 등 각 전시관 마다 다른

넘어 열린 비엔날레를 모색한다.

체험과 교육프로그램은 덤이다.

이 프로젝트는 국립청주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는 비엔날레 관람객이

청주시립미술관과 쉐마미술관, 스페이스 몸 미술관,

‘미술관프로젝트: Art Bridge’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도록

우민아트센터, 운보미술관의 적극적인 협력과 참여의지가

주말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비엔날레 기간인 10월

있어 가능했다. 각 전시 공간들은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

8일~11월 17일 중 토·일요일에 1일 1회로 총 12회 진행하는

기간 동안 연계 전시와 체험,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투어 프로그램은 청주공예비엔날레 티켓 구매자에 한해

비엔날레를 더욱 풍성하게 할 전망이다. 국립청주박물관은

무료로 탑승 가능하며 인원은 1회 30명까지다. 토요 투어와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의

일요 투어 두 가지 코스로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운행되며,

공예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문화재 상설전을 진행한다. 첫 지역

굳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Art Bridge 버스에 올라 각

분원이자 개방형 수장고로 주목받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전시공간의 도슨트가 들려주는 작품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공예 소장품을 집중 배치한 〈기획전 ❶〉과 ‘나만의 보물을

있는 편안한 마음뿐이다.

찾아서’를 주제로 한 〈기획전 ❷〉로 비엔날레 관람객에게 미술관의 내밀한 공간에서 공예를 엿보는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청주시립미술관은 프랑스 추상미술의 현재를 만나는 ‘시야쥬SILLAGE’를, 쉐마미술관은 공예·순수미술·조각 등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을 지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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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프로젝트 : Art Bridge 투어 프로그램 안내

기획 ② 공예 미술관프로젝트: Art Bridge 요일

토요일

일요일

시간

13:00 ~ 18:00

13:00 ~ 18:00

코스

청주공예비엔날레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청주공예비엔날레 ⇨ 쉐마미술관

⇨ 스페이스 몸 미술관 ⇨ 청주시립미술관

⇨ 운보의집 ⇨ 국립청주박물관 ⇨

⇨ 우민아트센터 ⇨ 청주공예비엔날레

청주공예비엔날레

운영

청주공예비엔날레 행사기간 중 매주(토, 일) 1일 1회 운영 사전예약 시스템 운영 및 현장 참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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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클러스터 재탄생 미리보기

박원규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전시장, ‘문화제조창 C’에 관한

비엔날레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대대적인 정부지원과

이야기는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민간투자가 확정되었다. 청주시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당시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2011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이 공간에 대한 무수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준비하고 있었고, 청주시의

연구와 자문 등을 거쳐, 공예비엔날레 상설관 조성 및

여러 장소들을 둘러보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세계적인 문화예술, 문화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할 수 있는

답사를 진행하였다. 그동안 청주예술의전당 전시실과

기초를 구축하였다. 또한 공예와 더불어 타 문화예술과의

국민생활관, 롤러스케이트장 등을 전시장으로 사용하면서

연계를 통한 창작, 전시, 교육, 소비, 유통, 서비스 등 공간을

체육관비엔날레라는 오명이 늘 함께했었기 때문에 당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 동부창고,

총감독과 더불어 새로운 공예비엔날레 전용 전시 공간에

청주문화산업단지 등 주변 공간과 연계하는 세계적

대한 필요성에 의해 답사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창조공간의 청사진을 실현해왔다.

그보다 앞서, 청주시는 2001년 KT&G로부터 옛

이러한 여러 사람과 기관의 노력으로 마침내 옛

청주연초제조창의 일부를 매입해 문화산업육성을 위한

청주연초제조창은 ‘문화제조창 C’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청주문화산업단지’와 시민문화공간으로 ‘동부창고’를

비엔날레 전용 전시관과 한국공예관 등이 이전 입점한

활용해오다가, 2010년 말 옛 청주연초제조창의 잔여 부분

공예클러스터를 갖춘 대규모 문화집적단지로 2019년 10월,

매입을 전격적으로 결정하였다.

일반에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전용 공간 확보에 열망이 있었던 조직위원회는 당장 이곳을 대상지 후보로 보고

세계의 공예인들은 청주를 부러워하며,

정밀답사를 수차례 진행하며, 비엔날레 전용관의

지켜보고 있다.

필요성을 설득하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였고, 당시

새롭게 태어나는 ‘문화제조창 C’ 공예클러스터는

청주시장이었던 한범덕 현 청주시장의 전격적인 결정으로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 개막과 더불어 전체 모습이

청주공예비엔날레의 내덕동 역사가 시작되었다.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총 5개 층으로 구성된 건물의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전용관 추진은 지지부진하였고,

1~2층은 상업공간으로 민간투자사업자가 F&B를 포함한

전시 공간을 만들었다 허무는 등, 여러 불편을 감수하며

종합쇼핑몰로 운영할 예정이며, 3~4층은 공예 전용공간으로

네 차례의 비엔날레를 치렀다. 그러던 중 2017년

사용된다. 200평 내외의 전시장 5실과 800여 평의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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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조창 C 옛 청주연초제조창의 새로운 이름 문화제조창 C의 ‘C’는 탄소 Carbon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탄소는 모든 생명체의 기초가 되고 다른 원소와 융합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기초 원소로, 옛 연초제조창 일원의 공예클러스터, 첨단문화산업단지와 동부창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유기적으로 융합하여 새로운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C’는 태생적으로 디자인적인 요소를 반영하기에 최적의 문자임과 동시에 Cheongju 청주, Culture 문화, Craft 공예, Contents 콘텐츠, Citizen 시민, Community 지역 등 다양한 의미부여가 가능한 글자다.

기획 ② 공예

1실 등의 거대한 전시 공간을 보유하게 되며, 이곳에는

문화적 수준 및 국가 이미지와도 관련이 깊다.

비엔날레 역대 아카이브 자료와 제조창의 역사를 보여주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청주시는 개인의

상설전시관이 마련되어 기획전시와 대관 용도 등으로

창조성과 소재·기법·문양 등 문화적 요소가 결합하여

사용될 예정이다. 그 외 규격화된 수장고와 자료실, 그리고

일반 제조업과 차별화되는 고부가가치 창조산업으로

공예작가와 시민들을 위한 공방, 체험, 교육 공간 역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공예’를 선점하여, ‘공예비엔날레’를

조성되어 상시 시민과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문화향유

개최하고, ‘공예전문미술관’을 전국 최초로 설립했으며,

서비스를 마련하려 한다. 더불어 2001년 개관 이후, 청주

현재 전통공예촌의 건립까지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운천동에 자리해온 한국공예관 역시 9월 중으로 이전,

공예진흥재단 설립과 공예전문 공간 건립이라는 목표가

10월부터는 ‘문화제조창 C’ 공예클러스터 시대를 연다.

추진력을 얻는다면 정체된 공예산업을 고부가가치를

5층에는 미디어센터와 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인데,

창출하는 창조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토대를

미디어센터는 작은 방송국이라 할 만큼 첨단 방송

갖게 될 것이다.

장비를 갖춘다. 보기 드물게 ‘시끄러운 도서관’을 표방한 도서관에는 기존의 정숙한 공간과는 차별성을 지닌 다채로운 활동이 가능하도록 기획되었다.

‘도시재생’은 도시계획의 상위적 개념으로 21세기에

공예는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일상 속에서 살아 있는

이르러 인간 중심에 기초해야 한다는 도시 정체성 확립의

예술이다. 한편, 쓰임이 있다고 해서 획일적인 공산품과는

기초가 되었다. 도시계획은 도시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또 다르다. 생활 속 물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물리적 환경과 인간의 삶을

공예는 ‘문화가 있는 삶’과 직결되고, 생활문화의 하나로

결합하는 방식을 다루는 것이므로 고도의 이해,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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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클러스터 재탄생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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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제조창에서 문화제조창 C로


빌바오의 구겐하임, 런던의 테이트모던 등 도시재생의 원동력이 된 해외 사례처럼 문화제조창 C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둔 포괄적 개념의 문화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감성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데, 해외의 사례를 보면,

있는 듯하다.

빌바오의 구겐하임이나, 런던의 테이트모던, 가나자와의

해방 직후 1946년 문을 열면서 67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21세기미술관과 시민예술촌, 리버풀의 앨버트독, 로테르담,

있는 곳,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2천여 명의 근로자가

스톡홀름, 헬싱키, 코펜하겐, 함부르크, 뒤스부르크,

연간 100억 개비 이상의 담배를 생산하고 세계 17개국으로

프라이버그 등의 옛 창고나, 공장들을 활용한 사례를

수출한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공장이었으며, 1999년

참고해보아도, 포괄적 개념의 ‘문화’를 도시재생의

산업화의 변화에 따른 공장 폐쇄가 결정되고 2004년에

원동력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종 가동 중단되기까지 한국의 근대화 및 경제성장을

그런 의미에서 문화제조창 C, 그 속에 포함되는 공예

이끌어 온 옛 청주연초제조창이 문화제조창으로 새롭게

클러스터와, 문화산업단지, 동부창고, 국립현대미술관

탄생되는 순간을, 우리는 이제 곧 우리의 눈으로 지켜보게

청주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포괄적 개념의 문화를

될 것이다. 문화로 구축한 청주만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문화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준비를 거의 준비를 마쳐가고

랜드마크가 태어나는 그 순간을.

옛 연초제조창에서 담배를 생산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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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시선으로 본 문화제조창 C 옛 청주연초제조창 의 가치

❶ “옛 담배공장에서 세계적인

❼ “거칠고 야성적인 공간과 패션의

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한다는 발상 자체부터

조화는 완벽”

훌륭했고, 공장 건물도 하나의 예술품” ❽ “담배공장이 앞으로 청주시민들의 ❷ “미국의 공예디자인을 여기에서

소중한 보배 역할을 할 것”

소개하고 싶다” ❾ “청주는 공예비엔날레를 특화하고 도시

기획 ② 공예

❸ “창조적 시민, 창조적 조직, 창조적

브랜드로 삼을 만하다. 담배공장을 활용해

행정을 통한 시민 중심의 참여와 거버넌스

공예디자인, 공연예술, 시민공감 등의

중요”

콘텐츠를 집적화시켜 세계화해야”

❹ “창조적 시민, 창조적 조직, 창조적

❿ “담배공장의 매캐한 냄새가 문화예술의

행정을 통한 시민 중심의 참여와 거버넌스

아름답고 향기로운 냄새로 가득한 새로운

중요”

공간으로 탄생할 것이다”

❺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것이 축복!”

⓫ “담배공장에서의 비엔날레는 건물과 작품의 조화, 사람의 열정, 세계적인

❻ “청주연초제조창은 국제적인 문화공간

작가들의 참여가 돋보였다”

가능성 충분!” 공예 클러스터 재탄생 미리보기 ❶ 프랑스 국립세브르도자박물관 다비드 카메오 관장

❷ 미국 코닝유리박물관 디렉터 에이미 슈바르츠

❸ 덴마크 인클루시브박물관장 아마레스워 갈라

❹ 미국 퀸즈미술관장 탐 핑커피어

❺ 영국 문화유산복권기금 스코틀랜드 위원 엘레노어 맥아리스터 ❼ 디자이너 이상봉

❽ 재미미술가 강익중

❿ 전 국립극장장 안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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❻ 디자이너 루이지 콜라니

❾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

⓫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김영나


2019 청주 공예비엔날레 입장권 예매

구분

종류

현장구입(예매)

적용범위

성인

12,000원(10,000원)

만 19~64세(1955년생)

청소년

8,000원(6,000원)

중·고등학생(만 13~18세)

어린이

6,000원(4,000원)

초등학생(만 4~12세)

개인권 만 65세 이상(1954년 이전 출생자), 4급 이하 장애인, 특별우대권

6,000원

하사 이하 현역군인 및 전·의경 기초생활수급자(문화누리 카드) ※증빙자료 필요

단체할인권

프리패스권

50,000원 (40,000원)

성인권

10,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

41일간 자유입장(기념품 증정) 만19~64세(1955년생) 20명 이상 단체 적용 중·고등학생(만 13~18세) 20명 이상 단체 적용 초등학생 (만 4~12세) 20명 이상 단체 적용 장애인 1~3급(동반 1인 포함) 국가유공자(본인) 청주시 자원봉사자(본인)

무료입장 대상

청주시 병역명문가(본인) 만 4세 이하 어린이 참여작가, 초청자 단체 인솔자 및 교사(20명당 1인) ※증빙자료 필요

✖ 온라인 티켓구매는 개인권만 구입 가능합니다. ✖ 단체할인(20명 이상) 구매 희망 시 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http://www.okcj.org)에 접속하여 예매 안내 부분을 클릭하고 단체 신청란에 사전예약 등록신청 부탁드립니다. ✖ 온라인 결제 시 모바일로 예매번호 받은 뒤 현장에서 확인 후 티켓을 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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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처 ❶ 판매기간 예매권 : 19. 08. 19(월) ~ 10. 07(월) 본판매권 : 19. 10. 08(화) ~ 11. 17(일) ❷ 판매처 티켓링크, 네이버, 티몬, 위메프 사이트에서 구입 가능 오프라인 판매처 ❶ 판매기간 예매권 : 19. 09. 16(월) ~ 10. 07(월) 본판매권 : 19. 10. 08(화) ~ 11. 17(일) ❷ 판매처 NH 농협은행 시 출장소 청주시 4개구청(민원실) 및 주민자치센터 : 총 47개소 문의 ☎ 043-219-1718 www.okcj.org Facebook #cjcraftbiennale 기획 ② 공예 청주 공예비엔날레 입장권 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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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 #craftbiennale


사람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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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예술단 예술감독 4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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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교향악단 조규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46

시립합창단 차영회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47

시립국악단 조원행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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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무용단 김진미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

연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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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없는 삶을 찾아서

류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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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청주의 맛을 잇다―신선주

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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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힙합전사들

이가희

57

래퍼 24Oz

60

래퍼 기대


시립예술단 예술감독 4인 인터뷰

연지민 편집위원 충청타임즈 부국장

청주시에는 4개의 시립예술단이 있다. 전문예술단으로 청주의 문화예술 품격을 보여주는 교향악단, 국악단, 합창단, 무용단 등이다. 최근 예술감독이 모두 새롭게 위촉되면서 감독들이 펼쳐나갈 공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4인 4색 무대를 미리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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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교향악단 조규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❶ 위촉 시기는 다르지만 청주시립예술단 4곳이 모두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됐습니다. 신임 감독님들에 대한 청주 시민들의 기대도 크다고 봅니다.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소회라면?

❷ 각 예술단의 장점과 임기 동안 예술단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싶은지, 운영 계획은?

❸ 재임 기간에 예술감독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❹ 청주시민들에게 감독님의 한마디! ❶ 청주시향을 맡아 매우 기쁩니다. 하지만 앞으로

초콜릿 등 캐릭터 상품에서도 모차르트 이름을 쉽게

문제가 산적해 있어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깊게 배어 있는 도시임에 틀림없습니다.

시립교향악단이 새롭게 도약을 하기 위한 과정에 많은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할 것이며 청주시향이 높이 비상할 터닝포인트로 삼겠습니다.

❷ 청주시향 단원들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인정받지 사람

못한 면이 있습니다. 수준 높은 기량을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서 평가받고 싶습니다. 주로 청주에서

연주되지 못한 곡을 선정해 소개하고 싶습니다. 바로 그 레파토리들로써 앞으로 오케스트라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❸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고향이자 모차르트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콘서트가 열리는 시립 예술단 예술감독 4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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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입니다. 시내를 걷다 보면, 어느 곳에서나

모차르트의 체취를 느낄 수 있고 모차르트가 살던 생가나 생전에 음악을 연주했던 음악당을 비롯해

커피숍, 레스토랑, 아이스크림 가게 등 각종 상점과

발견합니다. 확실히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브랜드가 지역 마케팅이나 도시 홍보는 오랜 준비와 긴 호흡이 필요하지만, 한류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시점에 주어진 인프라를 활용하여 청주시의 대표 콘텐츠로 청주시립교향악단을 문화 브랜드화하고 싶습니다.

❹ 전국의 수많은 교향악단을 객원 지휘하면서 관객을 경험해 보았지만 청주시민만큼 수준 높은 관객을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연주하면서 같이 호흡하고

뜨겁게 반향을 주는 청주 시민들의 열정을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청주 시민들의 문화의식에 답하도록 저희 청주시향은 늘 최선의 곡을 선택해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립합창단 차영회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❶ 위촉 시기는 다르지만 청주시립예술단 4곳이 모두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됐습니다. 신임 감독님들에 대한 청주 시민들의 기대도 크다고 봅니다.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소회라면?

❷ 각 예술단의 장점과 임기 동안 예술단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싶은지, 운영 계획은?

❸ 재임 기간에 예술감독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❹ 청주시민들에게 감독님의 한마디! ❶ 위촉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습니다. 짧은

❸ 청주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직지』를

단원들과 음악적인 부분과 목표의식에서 다소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화콘텐츠 및 인물들을

시간이었지만 벌써 두 차례의 정기공연을 가지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신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며 합창단원들과 신뢰 가운데 함께 노력하면서

청주시민들의 문화적 욕구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❷ 청주시립합창단은 1979년에 창단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만큼, 전문예술단체로서 오랜 역사와 그에 상응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합창단의 신임 예술감독으로서 단원들이 지닌 기량과 음악적인

수준을 한층 끌어올려 합창단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또한 단원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곡에 대한 이해와 감동을 먼저 경험하게 하고,

공연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클래식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친숙한 음악과, 가족 뮤지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이 다양하게 즐기고 공감하는 공연을 추진할

것입니다. 단원들의 음악적인 소양과 기량 향상을 위한

비롯한 훌륭한 문화예술과 호국선열이 많은 지역입니다. 음악에 담아내 그 존재 가치를 연주 활동을 통해 널리

알리고, 다양한 연주와 창작 작업을 위해 청주시립예술단 3개 단체와 적극적으로 협업할 것입니다. 아울러

민간합창단 등 지역 문화단체와의 유대 및 협력관계도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또한 수도권에 뒤지지 않는 합창단으로 성장시킬 것이며

무엇보다도 매 공연마다 시민들이 믿고 기대감에 부풀어

공연장을 찾게 만드는 합창단이 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❹ 그동안 여러 훌륭한 지휘자님들의 지도를 통해

단원들이 노력하고 쌓아온 업적과 성과를 바탕으로

전문합창단으로서의 능력과 음악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또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청주 시민이 사랑하는 명품합창단이 되기 위해 단원들과 한마음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정기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역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개발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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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국악단 조원행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❶ 위촉 시기는 다르지만 청주시립예술단 4곳이 모두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됐습니다. 신임 감독님들에 대한 청주 시민들의 기대도 크다고 봅니다.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소회라면?

❷ 각 예술단의 장점과 임기 동안 예술단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싶은지, 운영 계획은?

❸ 재임 기간에 예술감독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❹ 청주시민들에게 감독님의 한마디! ❶ 저는 청주시 영운동에서 태어났습니다. 청주

❸ 지역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당시 우리 지역에서는 국악을 접할 수 있는 여건이

담긴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예술단의 특징은 4개

청석고를 다니면서 우리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아니었기에 서울을 오가며 우리 음악을 수학했습니다. 30여 년이 흐른 후 청주시립국악단의 예술감독으로 취임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너무나 기쁘고 남다른 감회가 느껴집니다. 제가 그동안 경험했던 사람

음악적 지식을 시민들과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슴 벅차고 기쁩니다.

❷ 저희는 우리 선조들이 즐기던 전통음악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단체입니다. 백성들의 삶과 애환이 그대로 녹아든 음악이 바로 국악이라 할 수 있죠. 음악을

통해 선조들의 사상과 철학을 이해하게 됩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듣고 즐기는 음악이 후대엔 시립 예술단 예술감독 4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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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국악이 될 것이라 생각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한국 음악의 창출과 시민들에게 좀 더 쉽고 친근감 있게 다가가는 우리

음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문화의 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청주시립국악단이 늘 시민들 곁에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청주아리랑이나 『직지』를 통해 지역만의 색깔이

단체가 협업이 가능하기에 타 지역에 비해 훨씬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독 모두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계시기에 충분히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❹ 국악 하면 진부하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죠. 요즘 저희 공연에 오시는 분들은 새로운 국악의 맛과

멋에 많은 감동과 흥을 느끼고 계십니다. 우리 악기 중 가야금이 곰삭은 맛이 나서 좋다고도 이야기합니다.

명주실을 꼬아서 만들었기에 조금은 투박한 맛이 나죠. 저는 그것이 우리의 진정한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몰입이 되고

어깨춤이 나는 신명의 우리 음악, 국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졌고 새로운 한국 음악의 방향을 잘

이해해주시는 관객들이 많은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무엇보다 관심과 애정이 우리 문화를 지키고 계승하는 데 큰 바탕이 될 것입니다.


시립무용단 김진미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 ❶ 위촉 시기는 다르지만 청주시립예술단 4곳이 모두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됐습니다. 신임 감독님들에 대한 청주 시민들의 기대도 크다고 봅니다.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소회라면?

❷ 각 예술단의 장점과 임기 동안 예술단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싶은지, 운영 계획은?

❸ 재임 기간에 예술감독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❹ 청주시민들에게 감독님의 한마디! ❶ 한 단계 진일보된 역할에 설렘과 동시에 적잖은

향상뿐만 아니라 단원들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저부터

게으르지 않게’입니다. 설렘과 무거움을 긴 호흡

좋은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무거움도 느낍니다. 저의 춤 철학은 ‘서두르지 않지만 속에 잘 녹여보려 합니다. 춤이 좋아 무대에 설 수

있었고 작품을 통해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할

수 있었습니다. 무용인, 예술인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기회를 주셨음에 감사합니다.

❷ 청주시립무용단은 창단 이후 탐미적 작품 성격을 시작으로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해온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전통의 기본 호흡을

기저로 한 창작품과 동작 개발을 꾸준히 탐구하는,

완성도 높은 무대 공연을 이어왔습니다. 그래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작품으로 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앞서나가는 무용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청주시립무용단은 시민에 의해 존재하고 그 의미를 갖는다는 기본적인 개념을 중시해서 시민들에게는

양질의 공연으로 보답하고, 내부적으로는 무용적 기량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대화해서 신뢰와 함께 작품 창작에 관련해서는 체계적으로 고민하고 분석한 결과물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스태프와 사무국과의 유기적 관계를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아야겠죠.

❸ 아직 일반인들에 무용은 어렵고 낯선 게 사실이지요. 하지만 더 이상 무용 공연이 접근하기 힘든 장르가 아니라는 반가운 인식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감동과 교훈이 함께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❹ 한길을 선택하고 집중하며 ‘서두르지 않지만

게으르지 않게’라는 신념으로 이 길을 걸어왔고 이제는 시민들을 위해 마중 나와 있습니다.

해야겠다는 의무감보다는 해야 하는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절실히 말하고 싶어질 때 제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춤의 세상이 꽃 피는 그 날을 그리며 노력할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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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없는 삶을 찾아서

류지현 디자이너 류지현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한 후 네덜란드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에서 공부했다. 졸업 작품으로 ‘냉장고로부터 음식을 지키자 Save Food from the fridge’ 프로젝트를 통해 과일, 채소 등의 식재료를 각각의 특성에 따라 상온에 보관하는 ‘지식의 선반’을 선보이며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 세계적 매체의 관심을 받았다. 저서로 『사람의 부엌』이 있다.

사람 냉장고 없는 삶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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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냉장고로부터 음식을 구해내자 save

특성에 따라 다루는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food from the fridge”

먹거리를 실제로 내 눈으로 관찰하고 이해한다면 음식을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10년째다. 처음에는

사라져 가는 음식 저장 지식에 디자인이라는 형태를 입히는

보관하는 습관이 바뀔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습관을

것으로 출발했다. 냉장고에 꼭 보관하지 않아도 괜찮은

바꾼다면 음식물 쓰레기나 에너지 과잉 소비 같은 사회적

식재료들, 혹은 보관하면 안 되는 식재료들을 알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재료를 보관하는 방법을 냉장고가 없던 시절을 살았던 이들에게 배워 전하고 싶었다.

음식 보관 지식을 배우고자 떠난 여행

지금은 냉장고가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지만 한국의

이처럼 습관을 바꾸는 데 이용할 수 있는 도구를 디자인하는

냉장고는 70년대 이후 되서야 경제 성장과 함께 일반

것이 나의 관심사이다. 사람들이 알게 된 지식을 반복해서

가정에 널리 보급되었다. 고작 50년 동안 냉장고는 부엌의

쓰다보면 그게 습관이 되고,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그

터줏대감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이제는 냉장고를 지나치게

습관이 배면 전통이 된다고 생각한다. 냉장고가 20세기의

맹신하는 생활 습관 때문에 가정에서부터 불필요한

전통으로 자리를 잡은 것처럼 새로운 디자인과 시도들이

사회·환경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냉장고에 보관하지도

부엌의 또 다른 전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나의

않아도 될 것들을 보관하느라 24시간 전력을 소모하고

작업실은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다.

있으며, 많은 에너지를 쓰면서도 그 속에 꼭꼭 숨겨 둔

지식에 맞는 형태와 소재를 찾아가는 디자인의 물리적

식재료들은 썩어 나간다.

과정만큼 이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부분은 음식 보관 방법을

저마다 사는 환경이 다르니 모두가 냉장고를 멀리 할

찾아가는 과정이다. 냉장고 사용 이전의 삶이 궁금해 19세기

수야 없겠지만, 여러 세대에 걸쳐 쌓여온 지식의 도움으로

한국 고서를 뒤지기도 하고 20세기 초 세계 대전 당시의

냉장고를 보다 현명하고 적절하게 사용할 수는 있다. 우리

요리법을 찾아보기도 했다. 다양한 나라 할머니들의 살림

몸속으로 들어올 생명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각각의

노하우와 요리 비법을 담아 놓은 책들은 늘 관심거리다.


무엇보다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사람들의 부엌을, 혹은

음식 보관 지식을 배우고자 떠난 여행에서 실제로 만난 것은

농장을 찾았다. 거기에는 오래도록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식보다 사람이었고, 삶이었다. 진정한 지식은 문답으로

알아낸 생생한 지식과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한 달에 다섯

얻어지는 게 아니라 겹겹이 쌓인 삶의 한복판에서 구할 수

집을 방문할 때도 있었고 6개월간 농장 한 곳을 드나들기도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인간의 명석함은 DNA의 배열이나

했다. 이웃집 문을 두드리기도 했고, 버스, 배, 비행기를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 혹은 우주의 신비를 연구하는

타고 며칠을 꼬박 이동해야 할 때도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실험실에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부엌에서, 마당에서,

이들이 저곳의 사람들을 소개해 주었고, 저곳에서 만난

농장에서도 발휘되어왔다.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지식들도

사람들이 그곳의 사람들로 이끌어 주었다.

실험실에서 일구는 지식만큼이나 인류 역사를 이끌어온

이미 다듬어지고 깔끔하게 정리된 것이 아닌, 날 것으로

중요한 힘 가운데 하나임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기를

전하는 사람들의 지식과 습관을 만나고자 했다. 대단한

바란다.

것으로 여겨지지 않아서 잊혀져가는 것들에서 지금

“쌀 한 톨을 생산하기 위해 농부의 손이 60번 이상 간대.

우리에게 이로울 수 있는 숨은 보석들을 찾고자 했다.

이 쌀 한 톨이 농부 아저씨의 땀 한 방울이라고 생각해봐. 그러니까 고맙게 다 먹어야지.”

‘지식의 선반’으로 이어진 쌀 한 톨의 깨달음

어린 시절 밥공기를 깨끗이 비우지 않는 나에게 부모님은

찾아낸 지식들을 부엌에서 실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내가 남긴 밥 한 톨이 누군가가 흘린 땀방울임을 일깨워

도구들은 삶의 동반자이자 동업자인 다비드와 이탈리아의

주셨다. 그 식탁 위에서 “냉장고로부터 음식을 구해내자”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해오고 있다. 사과의 에틸렌 가스를

프로젝트가 첫걸음을 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웬만한

이용해 감자에서 싹이 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선반,

식재료들은 말리고 절여서 살려내는 솜씨 좋은 엄마, 농사를

모래를 이용해 뿌리채소의 수분을 보호하며 수직으로

짓느라 볕에 까맣게 그을린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명절 때면

보관할 수 있는 선반, 수분 증발을 이용해 과일을 더 오래

쌀이며 콩이며 말린 고추를 몇 자루씩 담아 주시던 시골

보관할 수 있는 과일 그릇, 양배추를 물에 담아 보관할 수

외할머니의 푸근한 정이 모여 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있는 그릇 등 등 각각의 지식에 맞춰 디자인하고 있다.

내가 먹는 음식이 그저 내 몸으로 들어오는 영양소이기만 한

반면 굳이 물건으로 재탄생하지 않아도 될 지식들은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노력과 손길, 자연의 힘이 합쳐져

블로그 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페이지 에 소개하고 있다.

만들어진 것임을 이해한다. 나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특별히 내게 울림을 주었던

다른 생명과 연결된 우주의 한구성원으로서 존재함을

삶의 이야기들은 몇 해 전 발간한 책 『사람의 부엌』을 통해

오늘도 내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을 씹으며 깨닫는다.

풀어놓았다. ❶ 이 디자인 프로젝트는

❷ www.shareyourfoodknowledge.tumblr.com

❸ @savefoodfromthefridge

www.savefoodfromthefridge.com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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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달걀

양념

소금, 설탕 등 양념들은 부엌에서

달걀을 냉장고에 보관하게 되면

뿌리 채소들은 땅에서 서서 자랐기에

눅눅해지기 쉽다. 수분 흡수를

표면의 수많은 미세한 구멍을 통해

눕혀 보관하게 되면 다시 서기 위해서

빨리하는 쌀과 함께 보관하면 쌀이

냉장고 안의 냄새를 빨아들여 맛이

에너지를 잃으면서 생명이 짧아진다.

제습제 역할을 해 양념들을 건조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계란은 다른

모래를 이용하면 당근과 같은 뿌리

보관할 수 있다. 쌀알이 담긴 양념통

식재료와는 다르게 보기만으로

채소를 세워서 보관하기 쉬울 뿐

뚜껑 아래 쪽으로 난 구멍으로

신선도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아니라, 채소끼리 맞닿아 무르는 것도

양념통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의

여기서 어르신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모래는 적당한

수분이 흡수된다.

물 속에 달걀을 넣어봤을 때

수분을 유지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가라앉으면 신선한 것, 뜨면 상한

릇 양배

과일

사람

계란이다.

냉장고 없는 삶을 찾아서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 위에 구멍이

양배추는 수분 함량이 높아 뿌리가

뚫려있는 접시를 놓고 사용한다.

잘린 밑둥 부분에 물이 닿도록 해주면

그릇에 담긴 물이 증발하면서 접시

잘 보관된다. 단, 잎이 물에 잠기지

위의 과일의 수분이 유지되도록

않도록 주의한다.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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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청주의 맛을 잇다―신선주

서준호 오뉴월·가람신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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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버지가 대를 이어 술을 빚어 오셨는데 88올림픽 때 전국에서 한국 전통주를 찾는 일이 있었고 그러다 1994년도에 신선주가 무형문화재로 선정되었어요. 저희 아버님께서 그때부터 신선주를 사업화하기 위해 많은 재산을 들여 큰 양조장을 만드셨는데 그때는 사업이 잘 안되었어요. 이후에 아버님께서 신선주를 이어야 한다는 걱정이 많으셨고 돌아가실 때까지도 신선주에 대한 애정을 놓지 못하셨어요. 아버님께서 편찮으실 때 그러면 제가 담그겠다고 하고 아파트 방 하나를 양조장으로 만들어 술을 빚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형제들보다 제게 기대를 500년 이상 이어오는 술이 청주에 있다. 신선봉 아래

좀 더 하셨던 것 같아요. 지금은 지지해주지만 언니나

후원정이라는 정자에서 즐겨 마시던 술이기에 신선주라는

다른 형제들은 아버지가 사업을 실패하는 걸 봐왔기에 이

사람

이름을 얻은 가양주 다. 1994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어렵고 수익도 안 나는 일을 왜 하냐고 반대도 심했죠. 지난

신선주는 열두 가지 한약재로 빚어 깊은 맛이 으뜸이다.

1월 20일 신선주를 상품으로 출시를 했는데 그러고 나니

이미 청주에서는 잘 알려진 술로 얼마 전 호주에서 청주의

아버님께서 마음을 놓으셨는지 2월 말에 돌아가셨어요.

문화를 알리는 전시에 참여해 현지인들로부터 뜨거운

말기암 환자셨지만 돌아가시기 전까지 정신이

호응을 얻었다. 570여 년 전 청주 도사로 온 함양 박씨

또렷하셨어요. 돌아가실 때까지 세계 명주 만들어야 한다,

박순탕 선생 집안 대대로 이어져 오는 신선주는 최근

그때까지 놓지 말라 하셨어요. 저는 제 전공을 그만두더라도

대한민국 명주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미래를 계획 중이다.

신선주가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산성동 것대로에 위치한 옛 교회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금까지 술을 빚고 있습니다.

신선주를 빚고 있는 무형문화재이자 신선주의 새로운

신선주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이 크셨을 듯합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박준미 CEO를 만났다.

신선주의 내력에 이어 자랑할 만한 특징이랄까, 그게 뭘까요?

제가 처음으로 신선주를 접한 건 외국 큐레이터와

박준미: 아무래도 자부심을 갖고 제대로 된 재료로 정성을

식사를 하러 가는데 장인어른께서 손님 대접하라고

들여 빚는 과정을 말씀드려야겠지요. 술 빚는 사람이

주신 라벨도 없는 술이었어요. 헌데 식사와 함께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없으면 술을 제대로 내어 놓을 수

손으로 청주의 맛을 잇다― 신선주

첫 잔을 맛봤는데 눈이 동그래졌었죠. 외국 분도 이게 무슨 술이냐, 이렇게 훌륭한 맛은 처음이라고 금방 한 병을 다 비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저의 신선주에 대한 첫 기억이에요. 그래서 제가 직접 대표님을 뵙고 신선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박준미 대표님은 원래 건축 디자인을 전공하고 건축가로 활동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신선주를 이어가게 되었나요? 박준미: 신선주는 저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양주예요. 50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왔어요. 처음에는 기록을 못 찾아서 오래되긴 했는데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몰랐지만, 최근에 기록을 찾아서 그리 오래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미원면에 저희 함양 박씨 집성촌이 있는데 저희가 종가집이라 어릴 적부터 할머니가 술 빚는 걸 보고 자랐어요. 호기심에 초등학생 때 몰래 맛보기도 했었고, 할머니가 애지중지하시는 걸 보면서 컸죠. ❶ 家釀酒, 집에서 담근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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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고 생각합니다. 쌀도 비싼 쌀을 쓰고 한약도 그렇구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재료를 써서 자신이 자부심을 가져야 해요. 저희

지난 10년 간 전국을 돌며 배우러 다녔어요. 그 덕에 전국

집안은 술에 들어가는 한약을 구증구포 도 하고 생지황을

네트워크가 생기기도 했고 그게 지금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숙지황으로 만드는 일도 했는데요. 한의사에게 보였더니

공부는 계속해야 되는 것 같아요. 내놓을 만 한 것들을

전공한 사람들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제대로 했느냐고

내놓고 싶어요. 앞으로는 신선주와 함께 파인 다이닝을

되물었던 적도 있어요. 제대로 한국다운 술을 만들어 보고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아무리 전통주라고 해도 요즘

싶어요.

사람들 입맛에도 맞아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연구를 신선주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청주의 청년들이 신선주로

신선주를 지난 1월 상품으로 출시하고 사업을 더

함께 뭔가를 해보자고 찾아오기도 하는데 최근 굉장히

생각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더 기대가

활발하게 일하는 기획자 친구에게 먼저 너희들의 실력을

되는데요.

내게 보여 달라고 한 번 다이닝을 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박준미: 저는 젊은 친구들에게 ‘우리 술이 이런 것이다’를

그걸 보고 할지 안 할지 결정하려 해요.

알려주고 싶어요. 시중에 파는 숙성될 시간도 없이 팔리는

저는 지는 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어릴 적 수영선수도 하고

막걸리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 좋은 술이 있다는 것을

체전에 참여하기도 했구요. 지는 거 싫어요. 혹시나 제가

알리고 싶어요. 다들 너무 급한 것 같아요. 제가 25년 하던

살아있을 때까지는 빛을 보지 못하더라도 이후에는 빛을 볼

직업을 접고 술을 빚는 건 뭔가 각오가 있는 것이거든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실패하신 것도 봤고 그래서 수십억 투자를

지금 박준미 대표님 말씀과 행보를 보면 곧

하겠다고 오는 사람도 있지만 거절하고 저 나름의 계획으로

머지않아 신선주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위상이 될

진행하고 있어요. 제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나가는

것 같은데요. 저 또한 신선주를 더 손쉽게 구할 수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계 음식 페어에도 나가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술뿐만 아니라 음식을 계속 배우고 있어요. 저는 맥주,

박준미: 호주 전시 때 선비 옷까지 다 챙겨서 갔어요.

와인 등도 다 만들어요. 다른 나라 술에 대해서도 공부를

이왕이면 제대로 체험을 해볼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계속하고 있는데 다른 것들을 알아야 내 것을, 우리 것을 잘

다리를 못 구부려서 앉아서 먹는 게 힘들긴 했지만,

❷ 찌고 말리기를 아홉 번 거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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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손으로 청주의 맛을 잇다― 신선주

인기가 엄청 좋았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어요.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회계 사무실을 크게 하시는 분인데, 딸과 함께 호주에

저는 신선주를 통해서 술 하시는 분들, 특히 전통주를

넘어와서 사업을 하시는 분인데요. 젊을 땐 한국이 너무

하시는 분들의 롤 모델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도

싫었지만 나이가 들어선 한국이 그리워졌대요. 잘 모르는

공부를 더 해가며 신선주를 세계 명주로 만들고 알려야 할

분인데, 저를 보자마자 끌어안고 우시는 거예요. 그러다가

책임을 느껴요.

회사 구경도 시켜주시고 한참을 이야기했는데, 그때 참

신선주가 ‘전통주’이기 때문일까? 늘 한복을 입고 인터뷰를

뿌듯했어요. 특히 현지 사람들은 호주 자체가 역사라

하는 박준미 장인을 지면으로 보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얼마 안 되는 나라여서 그런지 500년 이상 가까이 이어온

신선주를 세계의 술로 만들고 있는 ‘CEO’ 박준미 대표의

술이라는 데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했어요.

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었다. 서양의 위스키, 코냑, 보드카 등

신선주가 한국을 대표하는 술로 새롭게 이름을

전통과 함께 자신의 색깔도 담고 있는 세계 명주 브랜드와

올릴 걸로 기대됩니다. 일본에는 ‘쇼주’, ‘사케’처럼

겨루고자 하는 당당한 자부심이 인상 깊었다. 박준미 대표의

다양한 술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이

기업가 정신이라면 맑은 고장 청주의 신선주가 한국의 술을

있는데요. 한국 술이 일본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넘어 세계의 술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준미: 지금 일본과는 상황이 많이 안 좋지만 일본에게도 배워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는 미생물 연구소, 발효 연구소 같은 게 없거든요. 그런데 일본에는 있어요. 그런 기반 연구들, 정보들이 공유가 되면 실제로 술을 만드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손쉽게 술을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처음 일본 사람들은 어떤 것도 공개를 하지 않았는데 신선주가 500년 넘는 내력을 지녔다는 걸 알고는 모든 걸 공개하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리고 설비와 재료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배워야 할 점이고 성공하는 비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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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힙합전사들

이가희 오뉴월·가람신작 큐레이터

힙합은 탄생에서부터 로컬의 의미가 중요한 음악 장르다. 게토Getto라는 지역적 배경이 랩 가사와 스타일 전반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고 자란 동네에 대한 연대감과 애증의 감수성은 힙합 문화의 가장 큰 주제이기도 하다. 청주를 무대로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는 래퍼 전혜원(24Oz), 박진웅(기대) 두 명을 만나 지역에서의 활동과 음악적 포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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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24Oz

사람 청주의 힙합전사들

반갑습니다. 《HANDS+》 독자 분들께 소개 부탁 드립니다

해였나요?

저는 청주에서 힙합을 하는

음악만 봤을 때, 만족스러운

합니다. 현재 어글리밤과

만족스러운 부분 먼저 말씀을

‘24Oz’(투엔티포 오즈)라고 코스모정글CosmoJungle에 소속되어 있어요. 또한 성안길에 위치한

복합문화공연장 와이 홀Y-Hall을 운영 중입니다.

24Oz라는 예명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요?

24살부터 제대로 음악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음악적 초심과 열정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24를 넣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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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으로서 2019년은 어떤

부분, 아쉬운 부분 다 있었죠.

드리자면, 올해 제가 Ep 앨범을 발매했다는 점이에요. 음악을

하다 보니 ‘래퍼라면 믹스 테이프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정식

음원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등 뮤지션으로서의 목표가 점점

확장되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아쉬웠던 부분도 말씀 드리자면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하지 못한

점입니다. 제가 2017년부터 공연 및 행사 기획을 하고 있어요. 제

음악을 더 돋보이게 하려고 기획을 시작했는데, 일이 점점 많아져

배보다 배꼽이 커진 상태입니다. 정산과 서류 더미 속에서 살고 있어요.(웃음)

힙합의 길로 인도한 음악은 무얼 들 수 있을까요?

앨범이 만족스러웠어요. 이제는

학창 시절부터 친구들과 힙합을

나더라고요. 또 열심히 해서

키비Kebee와 더 콰이엇The Quiett 등이

정규 앨범을 내고 싶은 욕심이 제 나름대로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야죠.

즐겨 들었어요. 저는 그중

속한 소울컴퍼니의 모든 음악을

정말 좋아했어요. 매일 들었죠. 이


청주에도 영감을 얻는 장소가 있을 듯합니다.

그럼요. 저는 청주의 많은 장소를

사랑하는데, 특히 수암골 전망대를

사랑해요. 해외 각지의 야경 명소를 가봤는데 청주 수암골만큼 멋있진

않더라고요. 바쁜 와중에 짬을 내서 수암골에 자주 들르곤 해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참

다양해요. 기쁜 사람도 있고, 슬픈

사람도 있어요. 지친 사람도 있고요. 각자 저마다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이곳을 찾는지 궁금해요.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사도 나오더라고요.

수암골에서 영감을 받아 나온 곡이 있나요?

올해 6월에 발매한 앨범 <어른>의 수록곡이에요. 6번 트랙이고,

제목은 ‘She Said’예요. 가사에 수암골이 들어갔어요. 청주

사람들이 들으면 비유가 확 와 닿을 사람들 천재인가 싶었고, 자연스레 영향을 많이 받았죠. 제 음악도

소울컴퍼니 음악 색깔을 닮아간 것

같아요. 소울컴퍼니 중 Soul Man &

Minos의 ‘Hangman’s Diary’ 노래를 추천 드리고 싶어요.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음악적인 영감은 어디서 받나요?

여행이요. 특히 혼자 여행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익숙하지 않은 낯선 도시에서 혼자 방랑객이 된

그런 분위기를 느끼는 게 좋아요.

홀로 여행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시원한 특권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혼자 다양한 생각을 많이

해요. 그 속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거예요.

그게 날 몇 년 동안 사로 잡어 너는 날 하루 만에 바로 잡어 너같이 밝은 수암골 view

So Can't take my eyes off you ‘She Said’ 중

자신의 곡 중 제일 사랑하는 곡을 뽑는다면?

저의 모든 곡을 사랑하지만

그중에서도 더 애착이 가는 톱 3가 있는데요. 독자 여러분들이 꼭

들어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첫 번째, ‘이 기분을 유지해’라는 곡입니다.

저의 데뷔곡이에요.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노래입니다. 사랑하는

너 생각은 당연해

다른 건 몰라 이젠

줄 게 있어 사랑의 총알, 난 명사수였거든 K2,

내 심장은 well-done, 적당히 탔지

이 기분을 유지해

‘이 기분을 유지해’ 중

두 번째, ‘샤론’이라는 곡입니다. 가장 저다운 곡이에요. 샤론이 영어로 무궁화란 뜻이에요.

무궁화는 매일 아침 새로 피었다가

해가 지면 시들어 떨어진대요. 그런 모습이 내 자신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음악을 그만둘까’

고민을 하다가도 ‘잘 할 자신 있어’ 자신감 내비치는 생각을 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극과

극으로 바뀌어요. 제 생각을 담은 곡이 바로 ‘샤론’이에요. 손바닥 뒤집듯 하루에

몇 번씩 달라지는 고민에 내 마음을 던졌지

그렇게 매일 피고 지는 나는 Sharon 그렇게 매일 피고 지는 나는 Sharon ‘샤론’ 중

마지막으로, ‘숨’이라는 곡입니다. 이 노래는 공연할 때 관객들의

반응이 제일 좋은 노래예요. 노래를 할 때마다 오히려 관객들에게 에너지를 얻는 곡입니다.

‘청주’라는 단어도 많이 나오는

곡이에요. 완전 로컬 힙합이죠! 월화수목금 월화수목금

잡고 있는 목줄 잡고 있는 목줄 난 걸었어 목숨 난 걸었어 목숨

다 불어버려 거품 다 불어버려 거품 ‘숨’ 중

여자 친구를 생각하며 만들었던 곡인데 지금까지도 잘 만나고

있어요. 이 곡 덕분인 것 같기도 해요.(웃음)

58


사람

가사를 쓸 때 사랑하는 단어가 있다면 들어주세요.

단언컨대 ‘청주’예요. 청주

관련된 지형이나 단어들도 많이

쓰고요. 저는 청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그래서 청주 대표 힙합 청주의 힙합전사들

뮤지션으로서 자리 매김하고 싶은

의지가 강한 편이에요. 이런 마음이 가사로 나오는 것 같아요.

청주에서 당신은 어떤 힙합

뮤지션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나요?

오늘도 대학에 합격한 친구가 제

덕이라고 메시지를 보내주고, 많은 이들이 청주 힙합의 대부 같은

느낌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청주에서 음악적으로도 음악 외적으로도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현역으로서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여전합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우리 청주 지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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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이 다 같이 잘 돼서 나도

코스모정글 소속의 정마필MaFeel과

있었다면 지금은 저의 작업을

음악만 하기보다 시각적으로

그 사이에서 뜨자!’라는 마음이 주목해주는 시선이 부쩍 는 것

같아요. 내가 먼저 이름을 알리고 그 힘으로 이 도시와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2년 전, 공연에

섭외해주신 분에게 ‘제가 몸값이 아무리 높아져도 청주에서는 이

가격에 오겠다’라고 약속했는데

그때 분위기는 우스갯소리였지만 사실 진심이었거든요.

음악적으로 24Oz라는 이름과

코스모정글이라는 크루를 통해서,

음악 외적으로는 청주힙합연구소와 어글리밤을 통해서 지역 문화와 서브 컬쳐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음악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지요?

가까운 목표부터 말씀드리자면 올해 하반기에 같은 크루

합작 앨범 하나를 발매하는 거고요, 풀어내려는 숙제를 가지고 있어요.

뮤직비디오라든지 사람들이 적당한 흥미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서 지역을 알리고 싶어요.

예를 들면, 지역 대항전이나 크루 대항전을 만들 거예요.


래퍼 기대

《HANDS+》 독자 분들께 소개 말씀 부탁합니다.

저는 고등학생 래퍼 ‘기대’라고 합니다. 청주 금천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이에요. 작년

라이징스타콘(충북콘텐츠코리아랩 주최)

최종 톱 5에 들어서 음원제작 지원도

의미는 아니고, ‘기대다’의 기대에서

선한 영향력을 준다고 생각해요.

기댈 수 있는 버팀목 같은 존재로

정말 멋있어요. 무엇보다도 랩을

따왔어요. 저의 음악이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힙합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신다면요?

받았고, 월드스타 BTS를 탄생시킨

힙합은 무언가를 담아내는 그릇

〈Hit it Seven〉이라는 힙합 오디션

꿈을 담았어요.

유명 기획사 빅히트에서 주최한

최종 7인에 선정되었어요. 작년에

록페스티벌에서 대상도 받았어요! 기대라는 예명에 담긴 의미는 뭔가요?

기대라는 제 예명을 들으면

사람들은 ‘기대하다’의 기대에서

따온 줄 알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같아요. 저는 힙합이라는 그릇에

롤모델이 있을 법합니다.

스윙스에요. 중학생때

‘이겨낼거야 2’를 들었어요.

너무 좋더라고요. 힘들 때마다

듣곤 했는데 “나도 이겨낼거야!” 다짐하면서 정신 차리게

되더라고요. 이 노래가 사람들에게

항상 발전해가는 스윙스의 모습이 진짜 잘해요!

난 이겨낼 거야,

모두 이뤄낼 거야

hulk처럼 앞에 있는 벽을 다 밀어낼 거야

스윙스의 ‘이겨낼 거야 2’ 중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요?

저와 제일 가까운 저희 부모님

반응을 말씀 드리자면, 감사하게도 저를 믿어주시고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제가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해서 처음부터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제가

공연을 하거나 대회에 나가서 상을

60


주로 곡 작업은 어디서 하나요?

저는 집에서 해요. 집에 작업실을 차려놨거든요. 새벽에 가사를

주로 쓰는데 그때 정말 행복해요. 제 감정에 가장 솔직해지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온갖 생각들이 제 머릿속을 왔다 갔다 해요. 이런

것들을 죽 정리하다 보면 가사가 잘 써지더라고요.

자신의 곡 중 가장 사랑하는 곡을 든다면 무엇일지요?

타는 걸 좋게 봐주시기 시작하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칭찬해주세요. 그런 점이 정말 감사하죠.

고등학생인데 힙합을 하며 힘든 사람

점은 무엇인가요?

무대 섭외나 방송 출연제의가 종종 들어오는데, 제가 고등학생이다

보니 참석하려면 학교를 빠져야 하거든요. 저는 그런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무단결석

처리를 하고 공연을 하러 갔죠. 그런 청주의 힙합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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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들이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청년희망센터 로고송 공모전에 낸 노래인데요, ‘희망 그리고

꿈’이라는 곡이에요. 도전하는

청춘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자랑스러운 청년이라서

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야 난 희망 앞에 노래하는 중이야 우린

하고픈 게 많고 이뤄낼 것도 많아 앉아 있기엔 지나가는 시간이 아까워

‘희망 그리고 꿈’ 중 가사를 쓸 때 사랑하는 단어를 꼽아본다면 어떤 걸까요?

꿈, 희망 같은 밝은 느낌의 단어를

좋아해요. 제 노래를 듣고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향후의 포부나 목표를 밝힌다면요?

담아 진심으로 가사를 적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힙합을 할

뜻으로 ‘기대’라는 활동명을

음악적으로 견고히 자리 잡으면,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고 싶다는 정한 저의 취지와 가장 잘 맞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가장 ‘기대’다운 곡입니다.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들을 수 있어요.

쓸데없는 고민은 저 멀리 보내며 네 안에 담아내길 바래보는 희망 그리고 꿈 더는 지체하지 않고

미래를 이끌어서 나가는 우리나라의

거예요. 유명해지고 싶어요. 제가 저처럼 청주에서 성인이 아닌 학생 때부터 음악을 시작한 친구들에게 더 나은 환경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청주가 낳은

보석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어요. 스윙스랑 같이 곡 작업도 하고

싶고요! 앞으로 지켜봐 주세요.


공간

Place


64

청주문화재야행으로 보는 청주 옛 도심

김희식

67

청주의 미장센

김윤섭

70

해외 문화 공간 미얀마―양곤의 아트신

서준호

74

청주 여기 어때

박수잔

74

가람신작

76

산남동 골목과 원흥이 두꺼비 생태공원


청주문화재야행으로 보는 청주 옛 도심

김희식 충북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 시인

올해로 청주문화재야행이 시민들과

교육의 도시라는 것도 이곳이

이룰 정도로 인구가 많았다 한다.

함께하는 네 번째 해이다. 이 야행은

예전 기호학파의 중심이었던

청주는 지금의 이름인 청주가 된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크고 작은

것이라기보다는 대학교가 많다는

고려 시대에 이르기까지 백제의

도시에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크다.

상당현, 통일신라의 서원경으로

행사이다. 2015년 정동야행으로

또한, 청주는 정부 시책사업의

불려왔다. 또한, 서쪽으로 부모산성과

시작한 이 야행 프로그램은 이듬해인

시범도시로 정착하면서 도시정화가

동쪽으로 상당산성, 그리고 남쪽으로

16년부터 전국적 공모를 하였고

일상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로수

보은의 삼년산성이 어우러지는

공모에 청주가 선정된 후 지금까지

길 역시 플라타너스 길이 만들어진

청주는 예로부터 중요한 지방행정과

계속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그리

60년대 이후의 일들이다. 전체적으로

군사적 요충지였다. 그러나 청주는

많지 않은 예산으로 매년 참여 인원이

청주의 정체성이나 청주만의 것에

천년고도를 자랑하면서도 그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행사는 이

대하여 고민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흔적이나 문화재의 보존이 제대로

야행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쉽게 도시의 원형이 망가지고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어쩌면

청주를 찾는 사람들은 청주가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음에도 대부분

우리는 삼한 시대나 삼국 시대

갖는 이미지를 교육의 도시, 혹은

무관심한 경향이 많았다.

이전으로 올라가는 청주라는 이름이

깨끗한 도시, 가로수 길이 아름다운

청주는 궁예가 유민들의 일부를

갖는 의미를 그동안 너무도 소홀히

도시 정도로 이해한다. 실제로

지금의 철원으로 이주시켜 한 고을을

생각해왔는지도 모른다.

64


충청북도청

공간 청주문화재야행으로 보는 청주 옛 도심

65

옛 청주의 모습을 간직한

그 자리에 일본인들의 상권이

목조신축건물을 새로이 지어

대성로의 문화재들

형성되었고 성안과 밖을 연결하는

사용하다 1937년 잉어배미라는

청주는 옛 청주성을 중심으로

본정으로부터 오정목까지의 길이

연못이 있는 자리를 흙으로

근대 이전과 이후의 문화재들이

만들어진다. 이때를 전후로 성 밖

메우고 충북도청이 건립된다. 이때

산재해 있다. 지금 청주에 남아있는

동쪽의 개울 근처, 지금의 대성로

사용된 흙이 도지사 관사를 지을

문화재는 옛날 병영이었던 중앙공원

부근에 여러 건물이 세워지기

때 나온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자리와 압각수, 그리고 근방의

시작한다. 당산과 잉어배미 사이에

좌우 대칭형의 전형적인 건물로

용두사지 철당간을 비롯한 망선루,

동정東町소학교구 중앙초등학교가

충남도청과 매우 흡사하다.

충청도병마절도사영문과 구 청원군청

들어선다. 당시 조선인 대신 자리

건물로 쓰였던 관아건물인 청녕각

잡은 일제의 관리와 상인의 자제들이

정도이다. 그리고 일제 이후

이 학교에 다녔다. 수동 근처 작은

충북도청을 비롯한 근대에 세워진

동산에 청주성공회성당이 건립되고

여러 건물은 등록문화재로 관리되고

향교와 당산 사이에 현 예능원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임진왜란

건물인 조선금융연합회 사택과 현

당시 조헌과 영규대사가 이끈 청주성

북문로 부근에 많은 기관과 부속

탈환 전투는 지금은 서문시장 입구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또한, 현

맞은편에 있던 옛 청주성 서문

일신여고 인근에 서양 공관이 지어져

청추문의 전투였다. 그리고 이

선교사들이 기숙하게 된다.

청주성은 1910년대 초부터 이루어진

충북도청은 조선 말기 고종에 의해

일제의 시구개정市區改定 사업으로 인해

충주에 설치됐던 관찰부가 1908년

멸실되었다.

청주로 이전하면서 병영 옥사가

또한, 일제에 의해 청주성이

있던 현재 중앙공원에 처음으로

허물어지고 가옥이 철거된다.

위치하게 된다. 이후 운주현 근처


망선루

향교는 현 대성로 끄트머리에 있으며

찾을 뿐 아니라 청주의 역사를

근대를 넘어 현재를 잇는 시도이자

앞에 명륜당과 뒤쪽에 대성전이 있다.

애정어린 눈으로 보려는 꽤 괜찮은

시민참여형 행사로 꾸며진다는 것은

조선 시대 유학의 이념을 실현하기

여정이 마련되었다 할 수 있다.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

위한 공간이지만 일제 이후 그 기능이

청주문화재야행은 시민들이 직접

행사를 계기로 우리의 주체적 관점을

현저히 약화하였다. 지금 충북도청과

그것을 느끼고 상상하며 삶의 몸짓을

가진 역사의 복원과 시대의 연결을

향교 부근에는 일제 잔재가 아직도

통해 기억하는 것이다. 청주에서

통한 주민의 화합을 지속적으로

많이 남아있다. 또한, 다른 지역의

시대를 넘나들며 역사를 느끼고 본다는

시도한다면 작게나마 그 의미를 찾지

향교와는 달리 향교 앞길은 궁벽한

것 자체가 얼마나 가슴 뜨거운 일인가.

않을까 싶다.

모습을 하고 있으며 전망 역시 충북도청으로 인하여 막혀 있는

근대를 넘는 역사 복원과

모습이다. 최근 이곳에 도지사 관사를

시민 참여의 축제로

리모델링한 충북문화관이 개관된

그러나 이제까지 야행 행사를 보면

이후 이 주변에 새로운 시설이나

그 전반적인 진행이나 내용이 다분히

건물이 들어서면서 난개발이

근대문화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이루어지고 있어 안타까운 모습이다.

있음은 조심스럽다. 특히 우리

이런 청주의 역사 속에서

지역에서 야행의 주 무대가 일제

청주문화재야행이란 행사로

수탈의 상징적인 곳인 향교와 도청

인해 의미 있는 작은 움직임들이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자칫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청주를 다시

일제 침탈의 역사가 미화되는 우를

보고 느끼려는 시민들의 각성이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것은 일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탈의 역사와 함께 현재 남아있는

이 행사를 통해 짧게나마 청주의

등록문화재로서의 가치에 한정되어야

문화재를 돌아보며 의미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야행이 과거와

66


청주의 미장센

김윤섭 미술가 대성비디오 내경

공간 청주의 미장센

최근 청주에 두개의 영상 콘텐츠 공간이 생겼다. 하나는

공유하기 시작했다. 서로 피드백을 얻으며 새로운 문화

향교 가는 길, 대성로에 위치한 ‘대성비디오’이고 다른

현상으로서 유기적 영토를 만들어갔고 이후 페이스북의

하나는 청주 외곽 내수에 위치한 ‘애니씽 스페이스’다.

전 세계적인 인기로 사람들은 블로그보다는 피드가

두 곳은 공통적으로 모기관을 지녔다는 특징이 있다.

빠르게 지나가는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다른

대성비디오는 마찬가지로 대성로에 위치한 가람신작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정보가 끊임없이 흐르는 페이스북은

운영을 맡고 있으며 애니씽스페이스의 연계기관은

거대한 강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끊임없이 흐르는

쉐마미술관이다. 두 곳 모두 예술과 미술에 기반한

세상의 피드를 보는 사람들은 자신의 피드를 돋보이도록

기관이라는 점은 우리 문화계가 현대 사회의 폭발적인

적극적으로 이미지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사진과 그림은

영상 콘텐츠에 대해 본격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음을

언어보다 사람들의 이목을 즉각적으로 끌기 쉽고 그

보여준다.

정보를 자세히 보려면 접어 둔 책을 펼치는 형식으로 언어가 드러난다. 페이스북보다 조금 더 직관적인

커뮤니티 사이트의 폭발과 움직이는 이미지 물론 현대미술이 영상과 영상매체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역사는 백남준이 활약한 1970년대 중후반부터 무수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SNS로 대변되는 인터넷 문화의 세례와 대중적 참여의 양상은 새로운 예술적 문법과 형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폭발한 이미지의 향유와 파급 형태는 주목할 만하다. 1986년 PC통신 천리안 이 개통되고 유료 가입자를 받은 이래 1997년 초고속 인터넷이 개통되고 싸이월드 1999년 와 아이러브스쿨 1999년 등 커뮤니티 사이트가 유행하고 2003년 네이버 블로그 부터 시작된 개인 블로그의 본격 서비스로 개인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표현을 다른 사람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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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이나 글자 수를 280자로 제한하는 트위터는


가벼운 스낵 컬쳐 를 대표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라고 할

대성비디오와 애니씽 스페이스

수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필두로 문학적이고 서사적인

이러한 영상문화의 흐름 가운데 문화소비자와 창작자의

정보 전달에서 움직이는 이미지로 대표되는 회화적 정보

경계는 사라지고 스마트폰과 개인영상장비의 발달로

전달의 방법으로 대전환을 이루고 있다. 진화심리학적인

영상 창작에 대한 욕구는 더 없이 높아지고 있다.

측면에서 인간은 사냥 능력과 함께 위험을 피하는 능력을

대성비디오는 수준 높은 예술과 대중적 접근성을 한

생존을 위해 최우선으로 터득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기에

곳에서 실험하는 장소로서 독립영화를 상영하기도 하고

움직이는 무언가에 더 빠르고 강도 높게 반응할 수밖에

개인 창작 유튜버에게 필요한, 혹은 예비 영화감독을 위한

없을지도 모른다.

촬영 기술과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정기적인 상영회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브이로그와 유튜브 플랫폼

애니씽 스페이스는 소외 지역으로 분류된 내수의

‘video+blog’의 합성어로 흔히 브이로그 VLOG 라 불리는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어진 쉐마미술관의 파견

영상은 1993년 영국의 BBC에서 비디오네이션 Video

공간이다. 청소년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송국을

Nation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처음 선보였다고 한다. 개인의

일상을 그대로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 이러한 방식은 여러 수단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공개하거나 공유했던 사람들에게 더욱 매력적이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거기에 유튜브라는, 콘텐츠의 소비가 많을수록 창작자에게 수당을 제공하는 공유경제의 형태로 운영되는 플랫폼이 날개를 달아주었다.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팬과 시청자를 만들 수 있는 유튜브로의 유입은 기존의 미디어 질서를 폐기하며 확산되고 있다. 그리하여 브이로그는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현대의 개인들이 가장 쉽게 창작자로 변모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❶ 자투리 문화, 또는 스낵 컬처snack culture란 언제 어디서나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스낵처럼, 이동 시간 등 짧은 시간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문화 소비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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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씽스페이스

공간 청주의 미장센

제공하는 등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서 제몫을 다할 뿐만 아니라 현대미술 작가들의 공개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개최함으로써 대중과의 친화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대성비디오와 애니씽 스페이스가 보여줄 행보는 어쩌면 새로운 문화 공간에 대한 수요 실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실행되어 공유되지만 창작자 홀로 개인의 공간에서 콘텐츠를 제작해야 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여럿이 공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은 다소 낯설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간편한 정보 전달과 흥미를 추구하는 문화적 흐름 속에서 예술성과 전문성과의 융합을 추구하는 이 두 공간의 행보는 영상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려는 청주 지역에 다양성과 풍성함을 가져다줄 소중한 행보다. 앞으로 두 ❷

공간이 청주의 영상 콘텐츠 공간으로서 어떠한 미장센 을 연출할지 기대된다. ❷ 미장센Mise-en-Scène은 무대예술인 영화와 연극, 오페라, 뮤지컬에서 사용하는 용어로서 연출상 디자인 측면,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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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인물이나 사물, 조명, 의상을 어떻게 배치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미학 개념이다.


해외 문화 공간 미얀마― 양곤의 아트 신

서준호 오뉴월·가람신작 대표

뉴 제로 아트 스페이스

미술의 갈라파고스 미얀마

루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나고 다양한 광물이 풍부한

미얀마에 살며 『버마 회화Burmese painting』 를 쓴

미얀마는 일찍이 안료가 발달했고 불교 신앙과 만나

앤드류 래너드Andrew Ranard는 미얀마(버마)를 미술의

수많은 벽화를 곳곳에 남겨두었다. 2019년 유네스코

갈라파고스라 칭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이르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불교 3대 성지 바간Bagan에는

서양의 회화를 받아 들였지만 이후, 갈라파고스 섬의

11세기에 조성된 수천 기의 불탑과 벽화가 여전히 빛을

동물들이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미얀마의

발하며 남아 있다. 그리고 미얀마의 오랜 회화 전통은

화가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을 발전시키고 독특한

근대 서양의 ‘미술Fine Art’과 만나 그들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만들어왔다. 1988년 일어난 민주화 운동은

방식과 양식을 만들어냈다.

미얀마 예술뿐만 아니라 현대사의 분수령이 될 만한

필자는 충북문화예술포럼 김기현 대표와

사건으로, 이후 언급할 미얀마 현대미술 신의 태동에도

상상국악챔버오케스트라 유용성 대표와 함께 양곤의

큰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천안문 사건이 그랬듯 이

예술 공간과 국립양곤예술대학을 방문하여 이후

민주화 운동 또한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 비극으로

청주와의 교류를 협의했다. 양곤예술대학에서는 유용성

끝나고 말았다. 그 후 1989년 현재 미얀마 군부 정권은

지휘자와 함께 “Real Dialogue”로 칭한 전통음악

나라 이름을 버마어로 ‘빠르고 강하게’라는 뜻의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이때 몇몇 예술 공간을 방문하였고

미얀마Myanmar로 바꾸게 된다.

이 지면을 통해 그 공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많은 이들이 내게 미얀마에 미술이 있느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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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국립 박물관

부촌, 골든 밸리에 위치하고 있다. 뉴 트레저 갤러리는 현재 한국과도 적극적인 교류를 진행하고 있는데, 2012년 필자가 민왜웅 선생과 함께 교류 워크숍을 주관해 뉴 트레저 갤러리에서 진행했고 2015년, 2017년 한국 미얀마 교류 전시가 개최되었다. 2019년 8월에는 주로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 14명이 미얀마 작가들과 함께 북쪽 인레 호수에서 머물며 자연 미술제를 창설한 이후 뉴 트레저 갤러리가 함께 행사를 잇고 있다. 뉴 트레저 갤러리 바로 옆, KZL 스튜디오 갤러리는 작가 킨조라Khin Zaw Latt가 아내인 온마르Ohnmar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30대 후반인 킨조라는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일찍이 역사를 바탕으로 한 미얀마 현실에 대해 미얀마 현대미술의 선구자들을 만나다

공간

미얀마의 탁발승들이 줄지어 걷는 뒷모습을 담은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세계 각지로

모습은 미얀마의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다. 마치

전시 투어가 계속되고 있으며 골든 밸리에 간다면 꼭

속세에 미련을 두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들러봐야 할 곳 중 하나다.

의지를 담은 듯한 이 장면은 미얀마 대부분의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 독재 정권은 민중을

예술가들이 대표 작가로 인정하는 민왜웅Min Wae Aung

억압하고 외부 세계로부터 고립시키는 폭정을 일

작가의 그림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수채화, 유화,

삼았다. 이에 1998년 미얀마 예술가들은 뉴 제로 아트

아크릴 물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무브먼트

만들어냈고 서구의 여러 유력 언론에 소개되면서

검열에 구애 받지 않는 퍼포먼스 아트를 중심으로 예술

많은 구매자들이 생겨나 현재 미얀마에서 가장 비싼

운동을 전개했다. 2009년 이 그룹의 멤버였던 예술가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사재를 털어 조성한 공간이

에이코가 뉴 제로 아트 스페이스New Zero Art Space라는

‘뉴 트레저 갤러리’인데 마치 미술관처럼 여러 미얀마

전시장, 아카이브, 교육 공간을 열고 올해로 10년째

회화 거장의 그림을 소장하며 수시로 미얀마 작가들의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2013년 한국 작가 6명, 미얀마

그룹전을 열어 작가들을 후원하고 있다. 아웅산 수치Aung

작가 6명과 함께 한 달간 함께 작업하고 ‘터치Touch’라는

San Sukki

여사가 가택연금을 당하며 많이 소개된 양곤의

New Zero Art Movement라는

단체를 결성하여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뉴 제로 아트 스페이스는 세계 KZL 갤러리

해외 문화 공간 ― 미얀마 양곤의 아트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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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하며 미얀마 민중과 어린 아이들을 큰 화면에 담는


미얀마 국민 화가 민왜웅이 운영하는 뉴 트레저 갤러리

굴지의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방문하는 곳으로 미얀마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는 미얀마는 직접 경험하면

현지의 생생한 현대미술을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할수록 매력적인 나라다. 영국과 프랑스를 합한 크기의

있다. 디렉터 에이코는 예술가 지망생을 모집하여

국토를 지닌 만큼 경제 성장의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직접 교육하고, 이들이 예술가로서 살 수 있는 활동

뉴 제로 아트 스페이스의 예술가들처럼 전통의 중압을

기반을 마련해줌은 물론, 해외의 여러 기관과 교류하며

털어내고 현대미술의 문법을 빠르게 체화하는 아트

사회적인 이슈와 미얀마 현실을 작업에 담을 수 있도록

신의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자부심과 호기심이 섞인

돕고 있다. 더불어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모은 책, DVD

친절함으로 우리를 맞아준 미얀마 예술가, 예술 공간과

등 소장품을 모아 누구든 접근 가능하도록 아카이브를

교류하며 함께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운영한다. 대국의 잠재력을 지닌 미얀마의 미래 또한 세이야 산 로드Saya San Road에 몇 개의 예술 공간이 있는데 작가 민조Min Zaw와 니엔찬수NCS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스퀘어Studio Square, 손꼽을 만큼 적은 전문 예술 딜러로서 코난Ko Nan Nwe이 운영하는 아라팃Alha Thit 갤러리가 활발하게 전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양곤 갤러리, 로카나 갤러리, 오리엔트 갤러리, 리버 갤러리 등 양곤에는 50~60개의 갤러리가 운영되고 있는데 최근 서구 자본이 들어오면서 갤러리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재 미얀마에는 전문 미술관이 없지만 최근 미얀마 국립 박물관이 리모델링되면서 미얀마 거장들의 그림과 전통 회화를 일별할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현재 가장 빠른 변화를 겪고 있음에도 고립과 은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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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팃 갤러리 입구

아라팃 갤러리 전경

공간

스튜디오 스퀘어

해외 문화 공간 ― 미얀마 양곤의 아트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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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여기 어때 가람신작

2018년 겨울 청주의 구도심, 일명 ‘향리단길’에 위치한

가람신작은 일상이 예술이 되는 공간이자 생활 속 다양한

‘가람 한정식’이라는 곳이 ‘가람신작’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콘텐츠를 소개하고 선보이는 실험적인 복합 공간이다.

태어났다. 신작만 선보이고 전시하겠다는 마음으로 붙여진

청주의 특색을 반영한 지속적 콘텐츠 생산을 위해 콘텐츠

이름답게 가람신작에서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누림터 지원사업으로 조성되었기에 청주 지역 작가들의

전시, 공연, 스터디 등의 문화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전시와 작품 및 공연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특히 상설전, 기획전뿐만 아니라 주제가 있는 살롱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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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잔 오뉴월·가람신작 큐레이터

가람신작 내경

가람신작 외경 <대성로 122: 동네는 미술관>전 포스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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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강좌 등 생활 속 다양한 주제를 다룸으로써 전시의

구도심 인근 상가 곳곳에 참여 작가의 작품을 채우고, 기존

개념을 확장해왔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문화예술

상점의 물건 또는 그림을 가람신작에 가져와 전시하는

향유의 폭을 확장하며 새로운 콘텐츠 생산의 중심지로서

프로젝트로, 주민과 참여작가, 관객의 호응이 뜨거웠던

시민들과 만나는, 즐거운 실험 공간을 지향한다.

사례다. 또 문화예술 세미나, 문화예술에 관한 글쓰기 등

‘대성로 122: 동네는 미술관’ 프로젝트는 가람신작이 지역

‘가람살롱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는 등 청주 구도심의

주민과 함께 벌인 대표적 활동이다. 올해 8월 31일까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산남동 골목과 원흥이 두꺼비 생태공원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에는 청주지방법원과 검찰청 등

가동하는 등 난개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롭게 이곳을

법원 지구와 아파트 단지 및 상가가 모여 있다. 산남로를

활성화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중심으로 300여 개의 상가가 밀집돼 있는 지역은 2000년대

산남동은 원래 C자형 숲으로 둘러싸인 녹지대였다. 조금만

초반 개발된 후 먹자골목으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발품을 팔면 닿는 원흥이 방죽과 그 뒤 해발 200미터가 채

20년이 지난 지금은 낡은 광고물과 빈 가게들이 눈에

되지 않는 구룡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꺼비 서식지로

띄는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여러 사회적 기업과

이름 높다. 방죽에서 산란을 하고 구룡산 자락으로 올라가는

문화예술단체가 모여 ‘산남동 골목상권 살리기’ 프로젝트를

두꺼비들을 보호하기 위해 2006년 한국 내셔널트러스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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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흥이 두꺼비 생태공원

산남동 골목

원흥이 두꺼비 생태공원, 사단법인 두꺼비친구들 제공

공간 청주 시민들이 힘을 합쳐 두꺼비 핵심 서식지를 시민 성금으로 매입해 공원화했다. 바로 산남 3지구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원흥이 방죽을 중심으로 3만 9600여㎡ 1만2000평 규모로 조성된 원흥이 두꺼비 생태공원이다. 시민이 지켜낸 생태보호 사례의 모범으로서 청주의 자랑이자 전국에서 관광객과 학생들이 찾는 명소다. 최근 산남동은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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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트와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며 새로 문을 연 카페와 상점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며 청년들의 발길을 끌고 있기도 하다. 편리한 교통과 여러 공공기관, 안정적인 구매력을 지닌 주택 단지를 끼고 있으면서도 생태 보호지구를 품에 안은 산남동은 청주에서 가장 매력적인 동네 중 하나다.


슬기로운 청주 문화 생활 ❶

❶ 제5회 젓가락 페스티벌

❷ 2019 청주문화재야행 ‘청주양반과 성안마을 이야기’

9.20(금)~22(일) 10:00~19:00

10.12(토)~13(일) 18:00~23:00

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일원

청주시 중앙공원 및 성안길 일원

동아시아의 공통 문화원형인 젓가락을 주제로 한 젓가락

도심 문화재를 활용한 청주의 대표 야간 문화축제

페스티벌이 오는 9월 개최된다. 올해로 5번째를 맞는

‘청주문화재야행’이 가을밤을 다시 밝힌다. 지난 8월

젓가락 페스티벌은 한중일 3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열린 첫 야행 ‘3070 청주의 그날들’에 이어 오는 10월

참여하는 국제 페스티벌로 젓가락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

12~13일에는 청주시 중앙공원과 성안길 일대에서

체험행사를 선보인다. 시민들이 보다 편하게 행사장을

‘청주양반과 성안마을 이야기’라는 주제로 시민들을

찾을 수 있도록 청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일원으로 자리를

만난다. ‘스탬프 투어’와 특정한 임무를 완성할 경우

옮겨 개최하는 이번 축제에서는 40인 작가들의 다양한

기념품을 주는 ‘미션 투어’, 청주 성안길을 맛으로

수저 예술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탐방하는 ‘옛 청주읍성, 성안길 먹거리 탐방’을 비롯해

행사기간 중 젓가락 경연대회를 비롯한 다채로운 젓가락

〈을축갑회도〉와 죽림갑계문서 속 청주 양반의 이야기를

관련 체험과 교육이 준비된다. 9월 21일에는 동아시아

시공간을 넘어 풀어낸 ‘청주양반과 을축갑회도’, 청주의

삼국의 숟가락·젓가락 문화를 비교하고 발전방향을

고조리서 『반찬등속』을 통해 본 100년 전 청주의 음식문화

논의하는 국제학술포럼도 예정되어 있다.

‘청주 반찬등속’과 청주의 유·무형문화재가 함께하는

문의: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콘텐츠진흥팀

다양한 공연과 전시회, 체험행사가 열린다. 청주문화재야행

☎ 043-219-1278

공식 홈페이지(www.cjculturenight.org)를 통해 사전신청 프로그램을 예약하고 상세한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문의: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지역문화팀 ☎ 043-2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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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청주 문화 생활

❸ 충북콘텐츠코리아랩 명품클래스 특강–유튜브 인기

❹ 시민 기록물 전시 ‘기록+’

콘텐츠 〈와썹맨〉의 김학준 CP

10월 중 청주시한국공예관

9.18(수) 16:00 ~ 17:20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삶의 기록물을 한눈에

한국교통대(충주) 국제회의장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개최된다. 2019 문화특화지역

충북콘텐츠코리아랩이 오는 9월 18일 한국교통대학교에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8월부터 기록발굴단이 수집한

두 번째 명품클래스를 개최한다. 명품 클래스는

시민들의 기록물들을 전시해 더 많은 시민들과 기록의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의 저명인사를 초청해 최신 문화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는 행사이다. 일기, 사진, 영상,

트렌드와 전문 지식을 지역 인재들에게 전달하고,

인쇄물, 상훈장 등 다양한 형태의 기록물들을 통해 삶의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기록의 가치를 발견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회상하는 기회를

충북콘텐츠코리아랩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다. 문화예술

제공한다. 청주시한국공예관에서 진행될 이번 전시에 대한

평론가 진중권 교수가 진행한 1차 특강에 이어, 이번

상세 정보는 청주문화도시 홈페이지(www.cjculture42.org)에서

2차 특강에서는 유튜브 인기 콘텐츠를 제작한 김학준

확인할 수 있다.

CP가 강연자로 나선다. 김학준 CP는 JTBC <사서고생>,

문의: 청주 문화도시사무국

스튜디오 룰루랄라 <워크맨>을 총괄하였으며 특히

☎ 043-219-1025

<와썹맨>은 구독자 200만 명, 누적 조회수 1억 6천 회를 돌파한 인기 디지털 콘텐츠로 사랑받고 있다. 명품클래스에 대한 정보와 신청은 충북콘텐츠코리아랩 홈페이지(www.cbckl.kr)를 통해 가능하다. 문의: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산업팀 ☎ 043-219-1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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❺ ‘해피실버영상단’ 교육과정 인기

❻ 청주시기록관에서 기록과 함께 놀자

9월~12월, 총 12회 과정

청주시에서 기록문화체험프로그램 ‘기록과 함께 놀자’를

60세 이상 시니어 대상 교육 진행

운영하고 있다. 참가 대상은 7세 이상 어린이·청소년

1인 미디어 시대, 스마트폰을 활용한 지역 실버세대 대상

등으로, 오는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매주 화·목요일

교육사업 ‘해피실버영상단’이 9월 9일부터 교육일정에

오전·오후 두 차례 90분씩 청주시기록관에서 무료로

돌입했다. ‘노인은 위대한 스토리텔러’라는 인식에서

진행된다. ‘미래에 내가 무엇이 될까?’ 고대 중국

출발한 이번 사업은 지역 실버세대를 대상으로 스마트

기록매체인 죽간으로 기록하기, ‘1년 후 나에게 쓰는 편지’

기기 활용 영상제작 노하우를 전수하고 청주의 옛 모습과

고대 이집트 종이인 파피루스에 기록 남기기, 청주의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여 시민들의 성공노화를 이끌어내기

기록유산·세계기록유산이야기를 담은 ‘기록 이야기’

위해 기획되었다. 시나리오 작성에서부터 영상 제작

미니북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실기에 이르는 전 과정이 끝나면 12월 수료식과 함께

문의: 청주시 민원과 기록물관리팀

상영회를 가질 예정이다.

☎ 043-201-2972

문의: 청주영상위원회 ☎ 043-219-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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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청주 문화 생활

❼ 『직지!』 직접 보고 만져 볼 수 있어요

❽ 2019 청원생명축제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직지』

9.27(금) ~ 10.6(일), 10일간

영인본을 제작했다. 이번에 제작된 『직지』 영인본은

오창 미래지 농촌테마공원

보급형과 고급형의 두 가지 형태이다. 보급형은 기존의

중부권 최고의 농축산물 축제로 명성을 쌓아온

고급형 영인본과 달리 일반 책자 형태로 초등학생부터

청원생명축제가 11회를 맞아 새로이 변화된 모습으로

성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쉽게 직지를 이해할 수

시민들을 찾는다. ‘잔치잔치 열렸네, 시집가는 날’

있도록 구성되었다. 원문과 함께 『직지』의 간행에서부터

퍼레이드와 거리공연이 매일 펼쳐지고, 청주를 대표하는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직지』를 소장하게 되는 과정을

각종 캐릭터 쇼와 지역 예술인의 버스킹이 진행될

상세히 소개한 원고를 수록하고, 이 과정에서 중요한

예정이다. 기존의 긴 축제장 동선을 개편하여 어린이와

사건을 10컷의 만화로 제작하여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노년층 관람 편의를 개선하였다. 밥맛 좋기로 소문난

끌 수 있도록 하였다. 고급형 영인본은 국군인쇄창의

청원생명쌀을 비롯해 사과·배, 인삼, 산양삼, 고추, 더덕,

인쇄지원을 받아 매년 600부를 간행하고 있다.

표고버섯 등 다양한 농산물과 다육식물, 농산물가공식품

고인쇄박물관은 2015년 국군인쇄창과 업무협약을

등을 판매하는 농특산물 판매장과 지역에서 기른 명품

체결하여, 인쇄창의 우수한 인쇄기술과 인력을 무상으로

한우, 육우·돼지·오리 등 축산물과 축산가공품을 파는

지원받아 보다 많은 수량의 영인본 제작이 가능하게

축산물 판매장은 올해에도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되었다. 고급형 영인본은 국내 전시, 교육 등을 비롯하여

기대된다. 청주시 전 지역 NH농협은행, 읍면동

국외 전시, 국외 한국문화원, 『직지』 홍보대사, 재미

행정복지센터와 티켓링크에서 예매권을 구매할 수 있다.

한국학교 학술대회 등에 배포되어 『직지』 홍보에

문의 : 청주시 관광마케팅팀

적극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문의: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실 학예연구팀 ☎ 043-201-4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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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3-201-0252


문화매거진 HANDS+ vol.11 발행인

한범덕

총괄

박상언

책임

김선호

편집위원

류정환, 김태완, 손동유, 안남일, 연지민, 이희성

편집

박혜령, 김소라

디자인

(주)오뉴월 × 42mxm

발행처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발행일

2019.8.27.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28501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 본 출판물의 저작권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 있으며 책에 실린 글과 이미지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ISSN 2508-3147 www.cjculture.org www.okcj.org www.facebook.com/cjculture1 광고·구독문의 ☎ 043-219-1033




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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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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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ISSN 2508-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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