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이웃 2022년 03+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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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에 대해 생각하며 자라는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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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정책사회부 이지윤 기자

SHARE 생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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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장기기증 서약을 2022년에 했습니다. ‘나도 장기기

어김없이 눈물이 고이는 순간은 매 회차의 마지막 부분입

증 서약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처음 한 건 2004년입니

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주인공이 눈에 붕대를 감은 채

다. 실천으로 옮기기까지 자그마치 18년이 걸렸습니다. 장

가족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옵니다. 이후 붕대를 풀고 선

기기증 서약을 하셨든 아직이든, 여러분께서 처음으로 장

명해진 세상을 바라보죠. 처음 본 풍경은 가족입니다. 주

기기증을 다짐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먼저 제 이야기를

인공이 가족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이렇게 생겼구나”라고

들려드릴게요.

말하면 눈물이 고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계기는 MBC 프로그램 ‘눈을 떠요!’입니다. 당시 저는 ‘테

“나도 장기기증할 거야” 프로그램이 끝난 후 옆에서 같이

레비(텔레비전)’를 좋아하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낮 시간

보던 엄마께 말씀드렸죠. 엄마께서 ‘절대 하지 마’라고 말

대 어린이 드라마부터 늦은 밤의 외화까지 다 봤죠. 그런

씀하셨던 기억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건

제가 아직까지 기억하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이 ‘눈을 떠

좋은 일이야’ 정도로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요!’입니다. 감동도 컸고, 많이 곱씹어 봤기 때문인 것 같습

잠자러 불을 끄고 누워도 바로 잠이 오지는 않습니다. 생

니다.

각이 많아져서요. 눈을 슬쩍 떠보면 세상이 캄캄합니다.

이 글을 쓰려고 유튜브에 들어가 몇 편을 다시 봤습니다.

그러면 ‘세상이 이렇게 보이는 걸까’, ‘얼마나 궁금했을까’,

그러자 그 시절 텔레비전 앞 풍경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

‘답답함을 어떻게 견뎠을까’ 같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

다. 토요일 밤, 잘 준비를 마치고 뚱뚱한 브라운관 앞에 앉

니다. 그래도 스르르 잠들 시간이 다가옵니다. 다음날 ‘TV

습니다. 시작은 선비처럼 정자세로 합니다. 그러다 잠시 소

동물농장’을 처음부터 봐야 하기 때문에요.

파에 올라가기도 하고, 눕기도 하죠. 한 자세를 20분 넘게

어린이들에게 장기기증을 알리는 건 중요하다는 생각이

유지하지는 못하는 꼬마지만 프로그램 자체는 꽤 집중하

듭니다. 저도 ‘(몸이) 작은 동료 시민’ 시절에 장기기증을

면서 봤습니다.

다짐했습니다. 또 장기기증을 다짐하기까지의 과정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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