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이웃 2022년 03+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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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 생명의 희망을 남기다 순수 신장 및 시신 기증인 故 박옥순 씨의 언니 박옥남 씨 지난 1월 5일, 순수 신장기증인 故 박옥순 씨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했다. 생전 생면부지의 신부전 환자를 위해 신장기증을 하며 소중한 생명을 나누었던 박 씨가 마지막 길에도 시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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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하며 고귀한 나눔을 실천한 것이다. LIFE 네버엔딩스토리

시신 기증이 있기 이틀 전인 1월 3일, 박옥순 씨는 국

로 자신의 신장 하나를 장기부전 환자를 위해 기증했

내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남긴

을 당시 언니 박옥남 씨가 남긴 말이다. 고인이 신장

후 소천했다. “신념이 곧고, 특히 누군가를 돕고자 하

을 기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기도 한 언

는 일에는 한 번 결심하면 흔들림이 없었다.”라고 고

니 박 씨는 고인보다 6년 앞서 순수 신장기증인이 되

인을 회상한 언니 박옥남 씨는 사랑하는 동생이 마지

었다. 당시 자매가 모두 타인을 위해 신장을 기증한

막 숨을 거두는 순간, 생전 뜻에 따라 가족 모두가 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신 기증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박 씨는 “고통스러운

두 사람은 오남매 중 둘째와 셋째로 서로에게 가장

투병 생활을 이어가는 중에도 끝까지 나누는 삶을 살

각별한 사이였다. 30년 전 어머니를 먼저 여읜 후 언

고자 했던 동생의 마지막 소원이 실현되었다.”라며

니 박옥남 씨를 어머니처럼 따랐던 고인은 신장기증

눈시울을 붉혔다.

당시에도 ‘우리 언니를 봐라. 신장 하나 떼주고도 얼 마나 건강하느냐.’라며 만류하는 가족들을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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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자매 신장기증인

사실 동생 박옥순 씨가 자신에 이어 신장 하나를 기

“우는 자와 함께 울고 기뻐하는 자와 함께 기뻐하며

증하겠다는 결심을 처음으로 밝혔을 때, 언니 박옥남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이 우리 자매의 평생 소명입

씨 역시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니다.” 故 박옥순 씨가 1999년 3월 12일, 48세의 나이

수술이 어려웠을뿐더러 그만큼의 아픔도 뒤따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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