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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대승이라는 남자.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녀가 조금만 관심을 보이고 한번 웃어주기만 해도 달려들던 다른 남자들과는 달랐다. 체리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스스로를 생각해 보아도 외모, 몸매, 성격 어느 것 하나 다른 여자들에 비해 처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녀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도 몸을 사리며 피하는지 알 수 없었다. 솔직히 체리는 그 남자를 보면 볼수록 호감이 느껴지고 가끔씩 방송국 복도에서 마주치면 신기하게도 설레이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사귀었던 남자들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운 구석도 있었고 아이처럼 순진해 보이기도 했다. 정말 그녀가 붙여준 별명처럼 귀여운 남자였다. 그런데 이 남자가 그녀의 생각만큼 쉽게 넘어오지 않아 짜증스러웠다. 이상태로는 도저히 안되겠는 걸.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해. 그의 냉담한 반응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쯤. 체리를 구원해주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 체리야. 오늘 게시판에 가을 개편 소식 올라왔더라. 봤니? " 그날도 냉담한 백 PD 를 쫓아갔다가 헛물만 켠 체리가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데 정희가 와서 하는 말이다. " 아니. 벌써 발표 났어?" " 응. 게시판에도 있고. 개인별로 메일도 왔을거야. 확인해 보렴." 체리는 컴퓨터를 켰다. 새 메일... 음.. 이번엔 '주부시대'로 가게 되었군. 그럼 이제 아줌마 취향으로 바꾸어 써야 하나? 이번 PD 는 누굴까? '잠자는 왕자' 만 아니면 좋겠다. 아니. '공포의 소시지'도 안되지. ' 잠자는 왕자' 는 지난 번에 체리와 함께 일했던 황병헌 PD 로 유난히 초저녁 잠이 많은 그는 밤이었던 방송시간에 항상 졸아서 스텝들과 작가들까지 모두 잠이 든 PD 를 깨우느라 엄청 고생했었다. 거기다 '공포의 소시지' 는 '젊은 우리들' 의 PD 로 애들이 좋아하는 조그만 소시지 킬러라서 주위 사람들에게 괴로울 정도로 소시지를 사 날라야 하는 불편함을 끼치는 사람이다. 특히 방송시간처럼 긴장하고 있을 때는 꼭 소시지를 입에 물고 있어야 방송이 잘 되었으므로 작가들은 항상 방송 시간 전에 방송 대본과 함께 소시지까지 준비해야만 했다. 아무튼. 다행히도 '주부시대'의 PD 는 '잠자는 왕자' 도, '공포의 소시지' 도 아니었다. 체리의 노력에 감동했는지 하늘은 '귀여운 남자'를 PD 로 내려주었다. 대승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게시판에 붙어있는 자기 이름 아래에,

유체리라는

경악스런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렇게도 피해다니려고 애를 썼건만, 같은 프로를 맡게 되었으니 누구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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