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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도 있고." 얼굴을 약간 붉힌 페리시어를 보고 차라는 외삼촌을 보며 말했다. "어머나, 페리시어의 눈은 기둥 과 같은 빛깔이에요." "공작석인가." 라시드는 페리시어를 보면서 옆에 있는 기둥을 애무하듯이 가만히 만졌다. "하지만 차디찬 돌에 견주어져도 기쁘게 여기지 않을 거야, 고든양은." 언제 나 그렇듯이 차라에게 말하는 라시드의 목소리에는 조 롱하는 듯한 따스함이 담겨져 있었다. 아까부터 짐을 나르고 있던 알리가 또 몇 개의 짐을 가지고 와서 마루에 놓는 순간, 페리시어의 짐을 넘어뜨 려 내용물이 마룻바닥에 흩어졌다. 갑자기 라시드의 표 정이 달라지더니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얼굴에 드러내면 서 그가 집어든 것은 차라의 그 새빨간 하렘 팬츠였다. 얼굴이 창백해진 차라는 구원을 청하듯이 페리시어를 보았다. 페리시어는 조용히 일어섰다. 라시드가 경멸하 듯이 시폰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것도, 상기된 얼굴로 눈 을 가느다랗게 뜨고 물끄러미 보고 있는 것도, 입을 비 쭉이며 조소하는 것도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제 거예요." 페리시어는 용감하게 말하면서 시폰을 빼앗으려고 했다. 그러나 라시드가 꽉 잡고 놓아주지 않 았다. 결국 비치는 하렘 팬츠의 전모가 여러 사람 앞에 전시되고 말았다. 그 순간의 라시드의 일그러진 얼굴이 라니! 페리시어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하마터면 웃 음을 터뜨릴 뻔했다. "요전에 샀어요. 영국에서 유행하 지 않겠어요?" 지금까지 누르고 눌러 왔던 장난기가 발 동해 그만 천박한 말투로 말을 덧붙이고 말았다. "틀림 없이 파이살도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조용한 밤, 집에서……." 교묘하게 말끝을 흐리며 속눈썹 사이 로 살짝 엿보니 라시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너무 지나쳤나! 불장난 같은 것이지만 아무려면 어때! 돌처럼 굳어버린 차라를 곁눈질하며 모멸을 담은 싸 늘한 눈이 염치없이 페리시어를 훑어보았다. "당신에게 어울리는 색이 아니군. 그 머리엔 어울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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