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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클로이의 마음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채기라도 한 듯한 질문이었다. "네에, 괜찮아요…" 명랑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지만, 속옷을 입는 손이 자꾸만 떨리고 있었다. 큼직한 옷장에는 내의로부터 몇 벌의 이브닝드레스에 이르기까지 클로이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다 갖추어져 있었다. 고마와요, 레온. 마리사에 대해선 이젠 생각하지 않기로 하겠어요. 클로이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갑자기 떠오른 마리사의 모습을 지워 버리려고 애썼다. 그런 일 때문에 중대한 문제를 눈감아 버려도 좋을까? 마음속에서 다른 목소리가 속삭였다. 확실히 그 말이 맞다.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정면에서 당당히 레온과 맞서 마리사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 작정인가를 어떻게든 해명시켜야 한다. 자신이 해결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지만 실행할 자신이 없었다. 그것은 진실을 직시하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마리사와의 관계를 끊을 수 없다는 말을 레온으로부터 듣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 받게 될 깊은 상처는 생각하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마리사의 존재에 대해 계속 무관심을 가장하며 살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레온은 마리사를 결혼시키려 하고 있지 않은가. 한순간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긍정적인 목소리에 클로이는 희망을 품었었다. 하지만 금세 또다른 상상이 마음을 울적하게 했다. 레온이 마리사를 결혼시킬 결심을 한 것은 자기들의 관계를 더 이상 숨길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성깔이 거칠고, 독점욕이 강한 마리사. 그녀의 방약무인한 언동에 신경이 쓰인 나머지 마지못해 내린 결단임에 틀림없다. 세상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아내를 맞이한 레온이 자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짜낸 제 2 의 계책이리라. 니코스 크리티코스와의 혼담은 실패했지만 이번만으로 단념해 버릴 레온은 아니다. 반드시 딴 신랑감을 찾아내어 억지로 마리사에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마리사가 순순히 말을 듣지는 않을 것이다. 엉뚱한 행동이나 말로 몹시 저항할 것이다. 몇 번이고 그런 짓을 되풀이하는 동안 레온이 먼저 지쳐 버리는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다른 남자에게 사실은 마리사를 넘겨 주고 싶지 않을 테니까. 레온의 강한 소유욕을 클로이는 오늘 아침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레온의 정다운 애무 속에는 클로이를 붙잡고 놓아 주지 않으려 하는 무서울 정도로 강한 뜨거움이 감추어져 있었다. l5 분쯤 지나 갑판 위로 올라가니까 레온은 화려한 줄무늬 차양 아래서 클로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름답게 꾸며진 테이블 위에는 이미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야, 이제야 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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