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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는 응접실에서 침실로 돌아와 버렸다. 레온의 웃음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혼자 있고 싶어 돌아오긴 했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자기의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클로이는 재빨리 드레스를 벗고 지나가 침대 위에 놓고 간 크림 빛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순간 문이 홱 열리더니 마리사가 들어왔다. "어머, 레온을 위해서 모양을 내는군요?" 심술궂은 눈으로 잠옷을 바라본다. "그가 원하는 건 당신이 아니고 아들인데 뭐 … 당신은 그 아들을 얻기 위한 단순한 도구일 뿐이에요." "그 얘기라면 나도 이미 들었어요." 클로이는 침착하게 대꾸했다. 이전의 자기 같으면 도저히 이렇게는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발끈 화를 냈다가 나중에 후회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마리사가 무슨 말을 하든 냉정해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도리어 뺨에 눈물 자국을 남기고 머리를 흐트러뜨린 마리사에 대해 진심으로 동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온이 어째서 나를 강제로 결혼시키려 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겠죠?" 마리사는 당장 클로이에게 대들 것만 같은 기세였다. "레온은 지금 아들 문제로 머릿속이 꽉 차 있어서 딴 일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나나 사업이나 더구나 당신 같은 건 아랑곳없죠 … 하지만 이건 일시적일 뿐이에요. 아들을 얻기만 하면 아마 틀림없이 싹 변하고 말 테니까." 마리사는 자기자신에게 타이르는 듯한 투로 말했다. "마리사, 그렇게 오랫동안 참을 건 없어요." 클로이는 갑자기 기막힌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마리사, 나 좀 도와 주지 않겠어요? 난 이 섬에서 나가고 싶어요. 마리사도 내가 없는 게 차라리 낫지 않겠어요?" "그야 물론이죠." 마리사는 시원스럽게 인정했다. "그렇긴 하지만 레온에게 들키지 않고 이 섬을 빠져나가기는 아 주 어려운 일이에요. 아들을 낳을 때까지는 절대로 이 섬에서 나갈 수 없어요." "그때 유산한 아이를 보상해 줄 때까지는 못 나간단 말이군… 마리사는 레온하곤 달라서 내가 일부러 유산시킨 것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있겠죠? 나를 층계에서 떠밀어 그 아이의 생명을 빼앗은 건 당신이었으니까…" 클로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또다시 문을 쾅 닫고 마리사는 나가 버렸다. 마리사는 그녀가 클로이를 떠민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간단히 자기의 잘못을 인정할 사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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