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금요일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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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째다.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한국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밴쿠버 국

제공항 국제선 도착 게이트 앞, 그 커다란

상징물 근처에서 말이다. 첫째 주에는 큰

아들을, 둘째 주에는 둘째 아들을, 그리고

이번 주에는 조카를 기다렸다. 같은 비행

기, 같은 시간인 데도 매번 느껴지는 이 설

렘은 도대체 뭘까.

아마도 이 공간 자체가 주는 특별함 때

문일 것이다. 같은 목적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일체감.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출현

을 기다리고 있다. 그 출구를 향한 시선들, 그 안에 담긴 간절함과 설렘이 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오늘도 나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스크린에

‘ARRIVED’라는 글자가 뜨면 모든 사람들

이 일제히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이 순간,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지만 같은 마음

으로 그 문을 응시하고 있다. 누군가의 등

장을 기다리는 이 공간에는 특별한 에너지

가 흐른다. 그리고 드디어 그 순간이 온다.

기다리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

기 시작하는 순간 말이다.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할아버지를 본 가

족들이 모두 달려갔다. 아마도 한국에서 오

신 할아버지를 모시러 온 것 같았다. 손자 들은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며느리는 할아

버지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그 순간 할아버

지의 얼굴에 피어난 미소는 이 긴 여행의

피로를 단숨에 날려버리는 듯했다.

영어 캠프에 참여하러 온 아이들의 무

리가 나타났을 때는 공항 전체가 밝아지

는 것 같았다. 십여 명의 초등학생들이 선

생님을 따라 나오는데, 그 아이들의 얼굴

에는 캐나다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벌어질

모험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즐거움이 가득

했다. 아이들을 마중 나온 캠프 관계자들

도 그 밝은 에너지에 덩달아 환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호기심과설렘

이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재회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기

러기 가족인 듯, 한국에 남아있던 아버지가

캐나다에 정착한 가족을 만나러 온 것 같

았다. 어머니와 아이들이 아버지를 보자마

자 달려가 안겼다. 그 포옹 속에는 오랜 분

리의 아픔과 재회의 기쁨이 모두 담겨 있

었다. 얼마나 기다려왔을까, 이 순간을.

친구들을 캐나다로 불러 함께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도 보였다. 몇 명의 중년

여성들이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

드를 들고 있었다. 친구들이 나타나자 서

로 부둥켜안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드디

어 왔구나!”하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진짜

우정이 담겨 있었다. 캐나다에서의 특별 한 시간을 함께 나누려는 그 마음이 얼마 나 따뜻한지.

유학을 위해 들어오는 한 가족을 돌보기

위한 에이전시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정장

을 입고 회사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든 그들

은 처음 캐나다에 오는 가족을 위해 세심

하게 준비한 모습이었다. 새로운 땅에서의

시작을 도와주려는 그들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졌다.

3주 동안 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경험을 하면서 나는 깨

달았다. 기다림이라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감정인지를.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을 기

다리고 있지만, 그 기다림의 본질은 같다.

사랑하는 사람, 그리운 사람, 소중한 사람

이 그 문을 통해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이 공간에서는 나이도, 국적도, 관계도

상관없다. 우리는 모두 그저 누군가를 기 다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기다림이 현

실이 되는 순간, 이 공간은 기쁨과 행복으

로 가득 찬다. 출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

선이 만들어내는 이 특별한 에너지, 이것이

바로 이곳이 주는 설렘의 정체가 아닐까.

첫째 주에 큰아들을 기다릴 때의 떨림, 둘째 주에 둘째 아들을 맞을 때의 기쁨, 그

리고 이번 주 조카를 기다리는 설렘까지.

모두 같으면서도 다른 감정들이었지만, 그

모든 순간에 공통된 것이 있었다. 바로 이 기다림의 공간이 주는 특별한 마법 같은 것 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생각한다. 우

리는 모두 누군가의 기다림의 대상이고,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사람이며, 누군가에 게는 만나고 싶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마음들이 만나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매혹스러운 장미여! 모든 사람이 유혹되니

난 널 피하려 하였으나

선선한 여름 뜨락에

다마스크 로즈 향 덫을 놓고

밤새 넌 날 기다렸구나.

향에 찔린 시린 가슴에

마비된 발걸음 멈추어

게슴츠레 너를 본다.

도톰한 붉은 꽃 입술

이슬 맺혀 영롱하다.

붉은 입술이 다가와 비비니

너의 이슬에 나의 수염이 젖었다.

유혹의 향기에 취하여 심 호흡하며 신음하니

난 이미 너의 포로요, 노예가 되었다.

내 떠나갈 때

같이 가고 싶으나

널 꺾음이 널 사랑함이 아니라 여기니

다음 해 여름날에도

너 거기 있으라!

내 다시 오마

지금 내가 내년 내가 아니고

너 또한 그러하리니

그때 서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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