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68page1 117

란한 꽃을 피우고 자랑스런 열매를 맺 을 수 있습니까? 나에게도 영광이 있습 니까?” 그런데 그것이 또 인생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요즘 한 참 유행하는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말 이 있지 않습니까? 어떤 공무원은 자신 처럼 화려한 성공의 삶을 살지 못하는 민중들을 ‘개, 돼지 같은 인생’이라고 부 르기도 했습니다. 삶은 불공평하고 관계는 사악합니다. 사회는 부도덕하고 서로를 바라보는 시 선은 얼음장같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치 며 내 삶의 뿌리를 내릴 흙을 찾아봐도 뿌리의 촉수를 자르는 차가운 거절을 만날 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현실을 이길 수 있 을까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일 꽃이 피어야 오늘 그 싹이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풍성한 열매가 보장되어야 그 싹이 가 지난 주, 교회당 2층 화장실에서 손을

원치 않는 곳에 / 뿌리를 내리고

씻으려고 보니 세면대 배수구에 파란

소망 없는 곳에서 / 성장할 수 있다

싹이 하나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뿌리의 끝에 / 바위보다 차가운 거절

한참을 들여다봤었습니다. 신기하고

을 만난다

살아서 / 지금 아름답다. / 생명이 참 아름답다.

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새싹은 그 자 체로 아름답고 가치 있습니다. 삶을 성

가만히 싹을 들여다보면서 그런 생각

공으로, 열매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

을 했습니다. 지금 이 싹은 작고 예뻐보

습니다. 그것은 대다수 오늘을 힘들게

기특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싹

그래서 / 박수친다. / 더 응원한다.

이기는 하지만 이 싹의 뿌리는 얼마나

사는 사람들을 패배자로 만들고 억척

을 틔우고 뿌리를 내렸을까요? 놀랍게

생명에 대하여 / 그 성실함에 대하여

절박하게 부드럽게 젖어 있는 흙을 찾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치 없는 인

도 하루하루 지나면서 점점 자라는 것

마주보는 파란 잎의 진지한 얼굴에 대

고 있을까? 혹시 이 싹은 원망하지는

생으로 만듭니다. 저렇게 힘차게 두 팔

을 확인했습니다. 손을 씻으러 갈 때마

하여 / 굳게 잡은 두 손의 결연함이 대

않을까? “왜 나를 잘 준비된 옥토에 심

을 벌리고 세상에 대해 나 살아있노라

다 저는, 좀 과장하자면, 그 작은 생명

하여

어주지 않고 이렇게 화장실 세면대 배

고 외치고 있는 새싹처럼, 오늘을 열심

수구에서 싹 나게 하셨습니까?” “왜 아

히 하나님의 뜻 가운데 살아가는 우리

무 것도 모르는 나를, 아무 준비도 안

들 모두는 아름다운 인생입니다. 거룩

된 나를 이렇게 위험하고 처절한 현실

한 생명입니다. 살아서 운동하는 하나

을 만나게 하셨습니까?” “나는 과연 찬

님의 나라요 교회입니다.

앞에서 마음이 경건해지는 느낌이었습 니다. 짧은 시를 한편 썼습니다. 너의 생명을 지지한다. 인생도 / 그런 것일 수 있다

www.juganphila.com

세상으로 내뿜는 거룩한 숨결에 대하 여 네가 옳다 / 내일 / 열매로 만나지 못 한다해도

주간필라 Aug 5.2016-Aug 11.2016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