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_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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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쇼단의 위기를 그린 복고 드라마 <빛과 그림자>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풍경

유행의 속도를 따라잡기 점점 힘들어진다. 스마트폰의 무궁무진한 기능이 버거울 때, 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되는 노래방 신곡들이 낯설어질 때, 혹은 나름 신경 써서 차려입었는데 어느새 철 지난 패션일 때, 나이를 새삼 실감한다. 이렇게 모든 것이 즉각적이고 일회적인 사이클로 돌아가는 속도전 시대, 한편에서는 오래돼서 오히려 더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쎄시봉’ 멤버들의 노래는 물론이거니와 조용필 이문세 같은 1980~90년대 ‘오빠’들의 히트곡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제는 생산조차 하지 않는 LP판을 수집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

전국에 복고문화 열풍을 몰고 온 ‘쎄시봉’ 친구들의 공연 모습

한동안 사라졌던 DJ들이 음악다방에 출몰했다. 그뿐이 아니다. 옷장 깊숙이 넣어뒀던 어머니의 소싯적 옷을 꺼내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어차피 유행은 돌고 도는 것. 복고 바람이란 게 그리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요즘처럼 문화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복고 열풍이 일어난 적도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복고 열풍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70년대를

드물었던 듯하다. 영화, 음악, 공연, 패션, 식문화, 심지어 비교적 유행 주기가

빼놓을 수 없다. 복고의 시발점이 70년대요, 그 중심 역시 70년대이기

긴 가구와 인테리어까지 아날로그 감성에 젖어 있다. 영화만 해도 지난해

때문이다. 70년대는 80~90년대보다 변화의 속도가 느렸고, 동시대인들이

큰 흥행을 거둔 <써니>를 비롯해, 올해 상반기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한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상징이 뚜렷했다. 낭만과 순수로 대변되는 시대인

<댄싱퀸>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건축학개론> 등이 모두

셈이다.

복고문화를 제대로 건드린 작품들이다. 지난 시대의 암울했던 기억이든, 아련한 캠퍼스 라이프의 추억이든, 발랄한 청춘의 단면이든, 공유의 폭이

‘쎄시봉’으로 폭발한 복고 열풍

넓어졌으니 관객층 또한 그만큼 넓어진 게 당연하다.

80년대 문화가 다양성과 비주얼, 물질적 풍요로움을 품고 있었던 데 반해,

엄밀히 말해 최근 불어닥친 복고 열풍은 ‘新복고’라고 표현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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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문화는 한결 익숙하고 보편적이었다.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 단 세

맞다. 물질적 풍요로움이 수반된 1980년대, 삐삐나 펜티엄 컴퓨터 등과

단어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와중에도 독재정권의 잦은 긴급조치에

함께 디지털 시대로 급전환한 90년대마저 복고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저항하던 시절이니, 늘 자유를 갈망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타이타닉> <라이온 킹> 같은 90년대 인기 영화가 3D로 재개봉되는 것만

70년대는 컬러 TV가 출범하기 전이라 라디오나 음악다방을 중심으로

봐도, 지금 복고의 화두는 90년대로 옮겨가고 있다. 복고에도 세대교체가

청년문화가 확산되었다. 가난한 청춘들은 명동과 소공동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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