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호_기분 좋은 가능성_통권 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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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이야기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최갑일 사업이사가 숙제를 한다.

책상 오른쪽에 올려진 건 책가방이다.

주민지도자 생활일지를 꾹꾹 눌러 작성 중이다.

“사실 주민지도자교육을 고민했어요.

숙제를 잘 못할 것 같다고 계속 걱정하니까

선동수, 박승민간사가

자기들이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막 박수쳐 주고

그래서 오게 된 거지

그런데 이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하면

그냥 해보라고 하고

웃기만 하는 거야

바쁘다고 하고

내가 속은 거지

아! 도와주는 거 하나 있다

숙제 복사해주는 거”

- 24기 주민지도자과정 1박2일 교육훈련 중 이동하는 차 안에서-

펴낸곳

(사)한국주민운동교육원

발행일 2024. 0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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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www.co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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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가능성

2024년 여름호 [통권 27호]

민주주의와 감정의 정치

주민조직운동의 나무, 주민지도자

다시 읽는 페다고지_대화

주민조직가 일기

일기

체제전환운동, 사회운동의 정치를 시작하자

정록(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지난 3월 23일, 270여명의 사회운동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를 개최했다. 체제전환운동을 고민하고 함께 도모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것이다. 널찍한

정치대회 장소에는 정치대회의 하이라이트인 ‘원탁토론’을 위한 커다란 테이블 30여개가 펼쳐졌다. 10여 명 내외의 모둠을 이루어 30개의 원탁에서 체제전환운동의 방향을

제안하는 발제문에 대한 공동의 토론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모으는 게 이번 정치대회의 구체적인 목표였다. 각자의 자리와 현장에서 느꼈던 운동의 답답함과 고민을 나누고픈

마음,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넘쳐나지만 정작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려는 운동은

찾기 어려운 현실은 정치대회에 참여한 활동가들의 열띤 원탁토론의 동력이었다.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가 열리기까지

이날 정치대회는 작년 2023년 11월에 제안된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 조직위원회’가

벌인 여러 활동의 결과였다. 조직위원회는 각각의 의제와 부문으로 나뉜 사회운동을

넘어, 우리가 겪는 복합적인 삶의 위기 속에서 ‘체제전환’이라는 변혁적 목표를 지향하는, 나아가는 사회운동을 함께 시작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러한 제안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건 아니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답답한 정치현실 속에서 사회운동의 과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2023년 9월, 기후정의동맹,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이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체제전환운동 세력화’가 처음 제기되었다. 이후 여러 차례의 준비모임을 거치며 조직위원회를 제안하고,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를 개최해 체제전환운동의 전망과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사회운동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나가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정치대회에 앞서 공동의

정치적 전망과 과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서 ‘체제전환운동포럼’을 개최하게 된다.

사실 각각의 의제와 영역에서 활동해오던 다양한 사회운동단체들이 공동의

정치적 전망을 만들어보자는 포부를 밝히고 이를 실행할 ‘조직적 질서’까지

염두에 두는 활동에 나서게 된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각각의 의제/영역에

갇혀서는 운동의 진전도 사회의 변화도 어렵다는 근본적 성찰과 절박함 속에서 ‘체제전환운동’에 나서게 된 것이다.

각 운동의 현장에서 대응해야 할 사안들은 쏟아지지만, 운동의 대응은 때론

임시방편조차 되지 못하는 무력함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사회운동의 현장은 기존 체제가 양산한 취약계층 지원체계의 수행자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위기감은 체제전환운동으로 나아가는 동력이었다.

체제전환운동포럼, 서로를 가로지르며 자본주의 체제 너머를 상상하다

정치대회에 앞서 2월 1일~3일까지 열린 ‘2024 체제전환운동포럼’은 기후정의동맹, 빈곤사회연대,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비롯한 80여개의 다양한 사회운동 단체들이 공동주최하였다. 포럼은 일곱 개의 ‘가로지르길 세션’과 ‘종합세션’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세션의 제목을 일별해보면 다음과 같다. ‘주거권과 가족구성권 하나의 지도그리기’, ‘불평등을 가르치는 학교에 저항하는 연대’, ‘자본에 포획된 농업으로부터 정의로운 전환’, ‘지금 여기 체제전환 페미니즘’, ‘기후위기 시대, 공공재생에너지로

체제전환운동을’, ‘체제전환을 향한 노동/운동의 도전’, ‘도래하는 전쟁위기에

맞서 사회운동 무엇을 할 것인가’, ‘자본주의를 질문하기, 체제전환을 모의하기’.

200~250여명이 참여하여 모든 세션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우리의 대안을 조직하자’

는 슬로건을 내걸며 진행된 ‘체제전환운동포럼’은 다양한 영역에서 펼쳐온 운동들의

고민을 차분히 정리하며, 체제전환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관점과 활동이 무엇일지를

가늠하는 시간이었다. ‘가로지르길 세션’이라는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여러 주제나

운동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억압적 구조와 이에 맞선 저항과

운동이라는 맥락 속에서 사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찾고자 했다. 사회운동 활동가로서

가보지 않은 길이었던 ‘체제전환운동’에 대한 막연함은 포럼을 거치며, 구체적인 운동을 구상하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보다 뚜렷함으로 바뀌었다.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 새로운 운동의 시작으로

조직위원회는 체제전환운동포럼을 거치며, 다른 사회운동에 대한 분명한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포럼에서 나누었던 문제의식들을 ‘체제전환운동’이라는 집단적 실천을 통해

현실로 만들기 위한 ‘정치대회’ 홍보와 조직에 나섰다. 한달 여 기간동안 전국 곳곳에서

정치대회를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는 온라인/오프라인 간담회를 24회 개최하면서

체제전환운동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각 지역과 다양한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고민들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정치대회에 참여한 활동가들과 함께 토론 할 ‘원탁토론 발제문’에는 크게 3가지 제안을 담았다. 1) 체제전환운동은 자본주의 체제와 단절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내는

운동이라는 점, 2) 체제전환운동이 ‘민중의 세력화’를 위한 거점이자 조직가가 되자는 것, 3) 이곳에 모인 우리가 체제전환운동의 주체가 되어 서로를 조직하자는 제안이었다.

이후 30개의 테이블에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자본주의 체제와 단절하는

체제전환운동의 전망을 현실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민중의 세력화’라고 표현된 운동의 구체적인 모습들을 함께 조직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현재 사회운동의 상황은 이런 고민을 누군가가 품고 있더라도 이를 운동으로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체제전환운동으로 우리가 만나고 서로를 조직해야 한다는 것을 더욱 절감하는 자리였다.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로 모이자

정치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조직위원회는 이제 정치대회를 떼고,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조직위원회가 ‘체제전환운동으로 스스로를, 동료를, 운동을 조직하는 기구’로 기능할 수 있도록 구성과 운영 방안을 모색 중이다.

체제전환운동이라는 더 큰 전망과 관계 속에서 다양한 사회운동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기존에 하던 일에 체제전환이라는 막연한 지향이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장의 운동들이 체제전환운동으로 갱신되고 새롭게 펼쳐질 수 있기 위한

노력과 상호지원을 목표로 한다. 7월 중 전체회의를 통해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는

출범 예정이다. 체제전환운동의 방향을 벼리고 흐름을 가시화하며 운동 간의 상호교류와 결속을 활성화하자는 목표를 내걸고 그 방안과 구조를 모색 중이다. 결코 홀로 할 수 없는

체제전환운동의 조건들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실천들을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를 통해 함께 시작하자.

사회적경제, 그래도 할 것은 하자

하재찬(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국제적으로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이 확인되고 있다. OECD는 사회적경제가 코로나19에서 발생하는 긴급한 사회적 필요에 신속 대응을 보고했다.01 UN은 윤석열 정부도 동의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Promoting 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을 2023년 4월 제77차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하여

사회연대경제(사회적경제)02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과 사회혁신에 기여함을 공식화했다.

같은 해 11월 제78차 총회에서는 협동조합이 지속가능발전을 촉진함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2025년을 두 번째로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신용협동조합이나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들이

발전해왔으며, 사회적 가치 실현을 추구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맞물리면서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제공, 지역공동체 개발과 협동조합

모델의 확산 등 아래와 같이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었다.

· 사회적기업 5년간 1,809개 신규 진입(′07~′16 1,905개소)

· 전체 노동자 중 고령자,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등 노동취약계층 60% 고용,

·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을 통한 창업성공팀 4년간 2,837개소(′11~′16 누적 1,952개소) 증가

· 기업 당 평균매출 ′16년 15.8억원에서 ′20년19.6억원으로 증가

<고용노동부 2021년 12월 발표>

특히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시기에도 사회적기업의 기업당 평균 고용인원과 취약계층 평균

고용인원이 늘었음을 발표하며, “사회적기업은 연간 6만 7천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략)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가능케 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03고 호평했다.

또 2022년 기준 전국 3,568개 사회적기업에서 취약계층 40,005명을 포함 총 66,306명의 근로자를 고용했고, 취약계층에 지급된 급여는 약 8,468억04에서 1조원으로 추산한다. 974억의 인건비

01 OECD. “Social economy and the COVID-19 crisis: current and future roles”. 2020. 7. 30. https://www.oecd. org/ coronavirus/policy-responses/social-economy-and-the-covid-19-crisis-current-and-future-roles-f904b89f/ 02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UN에서 사회적경제, 민중경제, 대안경제, 연대경제 등으로 불리우던 것을 사회연대경제로 정함에 따라 명칭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이기에 사회적경제로 표기하고자 함.

03 고용노동부, 「2022년 사회적기업 428개소 인증」중. 2022.12.21. 04 2021년 취약계층 평균급여 1,764천원 * 40,005명 * 12개월(출처: 고용노동부, 「2022년 사회적기업 428개소 인증」 중. 2022.12.21.)

재정지원을 통해 약 1조원의 사회간접효용을 창출한 것이다.

협동조합의 경우 기획재정부가 2024년 5월에 밝힌 바와 같이 협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 수는

60만명을 넘어섰고, 평균 순이익이 흑자로 전환되는 등 지속적인 발전을 이어오고 있고05, 소셜벤처도 1,509개(2020년 8월)가 활동 중으로 30대 이하 근로자가 45.7%이고, 44.1%는

취약계층 고용에 기여한다는 것을 내세워 소셜벤처가 지속가능한 사업모델로 사회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음을 중소벤처기업부가 2021년 2월에 밝히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경제는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제공은 물론이고,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 햇빛에너지협동조합 등 시민 참여를 통한 여러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소멸의

위기 속에서 지역 내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지방소멸을 다양한 측면에서 대응하고 있다. 이렇게

사회적경제의 자생적 성장과 발전은 현재 사회문제 해결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매우 실효적인

대안으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파급력은 무시하고, 3년간 71곳 23억 원의 사회적기업 부정수급을 예산 삭감의 근거로 거론하며

전년 대비 협동조합 예산 91%, 사회적기업 예산 약 60%를 삭감하는 등 2024년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 4,851억 5,600만원을 삭감했다.

사회적기업의 부정수급은 명백한 침소봉대(針小棒大)이자, 사회적경제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 씌우기일 뿐이다. 3년간 6천개가 넘는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원된 예산 5,624억여 원 중 부정수급 예산은 0.4%, 기업은 1.1%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UN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 통과에 동의한지 2개월 만에 현장과의 소통 없이 수 많은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 삭감을 강행하였다.

10여년 동안 수많은 한계 속에서도 차근차근 쌓아 온 전달체계 또한 한 순간에 모두 붕괴시키며, 효율적 통합지원을 하겠다며 그 동안 지원되던 것을 소셜캠퍼스온을 통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일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사단법인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 위해 상담 받고자 하였으나, ‘지원을 못 합니다.’라는 답을 받을 뿐이었다. 사회적기업의

인‧지정 관련 상담 또한 못 하기에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의 각 지부가 나서 진행하고 있다. 지원기관에서 활동하던 전문 활동가 300여명의 일자리를 없애면서까지 진행한 결과가 이것이다. 05 기획재정부, “제6차 협동조합 실태조사 결과”, 보도자료, 2024.5.17.

얼마 전 강원도는 <사회적경제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를 <지속가능경제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로

전부 개정했다. 사회적경제의 지원‧육성 축소 의도로 읽힌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으로 바뀐 후

이보다 몇 배 더 사회적경제 죽이기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일 것이다. 2024년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를 흡수‧통합하였다.

그러나 예산은 20%, 정원은 50% 줄였다. 거기에 <서울시 민간위탁 관리지침>에 “신규 법인의 직원 고용승계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원의 80% 이상 지키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협동조합지원센터 소속 직원 25명 중 7명만 신규 위탁법인에 고용

승계되었다.

현재 한국의 사회적 경제는 전쟁 등 국제적인 경제‧사회 불안 및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이유를 불문하고 고용조정(경영악화 등 사유로 인한 권고사직, 명예퇴직, 회사 분할로 인한 이직 등 근로자 귀책사유가 없는 모든 퇴사)이 1년에 2명 이상이면 자동으로

인증을 취소시키고 있다. 회사 경영이 심각하게 어려워 근로자와 합의하여 진행 돼도 마찬가지다.

인건비 지원금을 받는 기간 동안은 회사가 망하기 전까지 아무도 내보낼 수 없다는 식이다. 정부가

지역기반 지원 및 전달체계를 붕괴시켜 놓고 행정관리는 매우 엄격히 하며 사회적경제에 부정적

프레임 씌우기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대효능감과 시민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공동행동을 제안하였다. 이에 따라 작년

제1차 공동행동으로 <한겨레두레약정회원되기>를 추진하였고 올해도 지속하며 다양한 형태의

공동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욱 어려워진 사회적경제 현장의 필요와

문제를 사회적경제 활동가들이 교육‧컨설팅을 통해 해결하도록 지원하는 <우리끼리도우미>를

진행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이미 <2022 사회적경제

정체성 보고서>를 발간하며, 제도로서의

사회적경제를 넘어 실체로서의 사회적경제로 그 정체성을 명확해야 한다는 것과 더불어,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수도권 일극화 및

지역소멸, 사회의 격차심화 및 공동체 해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회적경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을 밝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연대경제>로의 명칭 변경 작업을 진행하며, NGO/NPO 등 다양한

시민사회 주체와 깊고 넓은 연대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제적 흐름과 변화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적경제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그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과

우리사회의 시민사회 영역이 넓어지고 단단해져야 그 안에서 사회적경제가 더 잘 활동할 수 있고

우리가 원하는 사람중심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뜻도 함께 담겨진

것이다. 시민사회 영역이 넓어지고 단단해지도록 하고 서로의 정체성이 명확해지도록 함께 하고 싶다. NGO/NPO, 마을 공동체 및 운동 주체, 노동계와 농업‧농촌계 그리고 지속가능 운동 주체

어디든 협력의 고리를 더 다양하게 준비하여 소통을 시작하였고, 더 많은 소통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번째로 소득 불평등 증가 폭이 크고

가장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나라이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때 불평등은 더욱 심해졌다.

또한, 우리나라의 사회적자본 수준은 세계 167개국 중 107위로, 개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은 편으로 나타나는 등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와 사회통합은 더욱 요원해지고 균형

있는 국민경제 발전과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이 어둡다는 평가와 징후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제27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7)에서 발표된 2023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에서 한국은 총 60개 평가대상 국가 중 60위로 나타났다. 암울한 현실이다.

그래도 우리가 해야 할 것을 하면 좋겠다. 오래된 지혜지만 다시 연대와 협력을 하면 좋겠다. 영역과 영역이 섞인 경계가 넓어서 경계인지 못 느끼게 하는 연대와 협력을 했으면 좋겠다. 토마스베리

신부님이 생태 사상에서 언급하신 <우주는 객체들의 집합이 아니라 주체들의 친교이다>라고 하신

것처럼 그 넓은 경계에서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도록 친교를 나누면 좋겠다. 그렇게 다양한 시민사회 주체들과 더불어 무능한 정부와 국회를 바꾸는 주체적인 친교를 함께 나누고 싶다.

<출처 : “사회연대경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판로 아닌 활로 지원해야” 라이프인 5/11>

(왼쪽부터) 홍만형 상임이사, 이주희 이사장, 현은주 활동가, 한은혜 활동가

관악사회복지, 새로운 시작

2024년 5월 28일, 대학동에 새롭게 자리 잡은 관악사회복지 사무실로 찾아갔다. 2023년 관악사회복지 조직혁신위원회 활동을 거쳐 2024년 2월 24일, 정기총회에서 새롭게 선출 된 이주희 이사장, 홍만형 상임이사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많은 지역사회 풀뿌리 주민운동조직이 정체성과 전환을 고민하는 요즘, 관악사회복지의 성찰과 조직 혁신 과정이 궁금해서이다.

자기소개

이주희 : 잘 아시겠지만 관악사회복지에는 청소년 모임 ‘햇살’이 있었어요. 그 모임에서 활동을

이주희

중학교 때부터 시작하다가 홍선 쌤이 ‘쭈꾸미 사줄테니 나와라’ 해서, 주꾸미로 저녁 한 끼 얻어먹고, 그 다음 날 활동가로 출근을 했어요. 그걸 얻어먹지 말았어야 됐는데. 그때부터 한 8년 정도를

지역에서 청소년들 만나는 일들을 계속했어요. 그러다가 호기롭게 제가 세상을 배워서 다시 돌아보겠다며 5년만 시간을 달라고 했죠. 그냥 해본 말인데 믿으시더라구요. 이후에 NPO지원센터, 청년관련 중간지원조직, 서대문 마을센터를 옮겨다니면서 일을 했고, ‘어공(어쩌다 공무원)’까지

했더니 약간 지치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활동가로 일하고 싶다. 그냥 품이 되는대로 지역단체들을

돕고 사심 없이 일하는 활동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4년 백수처럼 놀다가 재작년

관악사회복지가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혁신위원장부터 시작해서 지금 이사장까지.

그러니까 딱 10년만에 관악사회복지 활동가로 다시 돌아왔어요.

홍만형: 네 저는 홍만형이고요. 2005년 대학교 졸업해서 바로 일을 시작해서 2016년까지 12년간

홍만형

관악사회복지에서 활동했어요. 저는 이사장님처럼 세상을 배운다 뭐 이런 건 없었고 관악을

못 떠나고 계속 활동했어요. 관악사회복지를 그만 두고서 다른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했어요.

찾동(찾아가는동주민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있었죠. 사실 다른 지역에서 여러 활동을 해보고도 싶었는데 아이들이 있다 보니, 또 터전이 관악구다 보니 여기서 계속 활동을 하게

되었네요. 2016년에 관악사회복지를 그만 두고 2024년에 다시 돌아왔으니까 8년 만에 돌아왔네요.

다시 관악사회복지로 돌아 온 계기

홍만형

홍만형 : 제가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한 5년 이상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 활동의 다음이 그려지지 않더라구요.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던 차에 ‘관악사회복지 문 닫자’라는 이야기가 들려왔어요. 관악사회복지 활동가로 일하지는 않아도 당시 박승한이사장님이라던가 홍선, 한재랑 선배활동가들과는 꾸준히 만나왔었거든요. 정기적으로

모임도 하고 각자 비전도 이야기해보고, 관악사회복지 이야기도 종종 나누고 있었는데, 너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혁신위원회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죠. 그러면서 이주희 이사장이 먼저 관악사회복지 활동을 마음먹었고, 주요하게 실무를 책임질 상임이사 자리를 할 사람이 그 당시

없어 보이더라구요. 당시 관악사회복지에서 사람 찾는 게 어려웠거든요.

이주희 : 사실 제가 홍만형이사님께 1년간 징징거렸어요. “어떻게 할 거야? 언제 결정할 거야?” 계속

이주희

물어보며 같이 결합 해주기를 요청드렸죠.

홍만형: 저의 결심보다는 같이 살고 있는 아내가 결심한 게 저는 되게 컸어요.

홍만형

관악사회복지 혁신위원회의 시작

이주희 : 처음 시작은 저희도 조직을 떠나 있어서 조직이 얼마나 어려운지 지역사회에 어떻게

이주희

위치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던 상태였어요. ‘그냥 잘하고 있겠지. 열심히 후원만하면 되겠지’

이런 정도였는데 박승한 이사장님이 어느 날 찾아오셨어요. ‘조직이 많이 어렵다’라고 하시기에

처음에는 “우리가 어려운 거 하루 이틀이냐”라고 했었죠.

근데 말씀해주시는 조직의 어려움이 예년 같지 않았어요. 다시 찬찬히 조직을 만나보니 사무국이

많이 힘들고 조직을 구성하는 주민조직들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을 보게 되고 심각성을 알게 되었죠. 무엇보다 관악사회복지는 함께 하는 주민들이 조직의 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많던 주민

모임이 모두 뭐랄까 약간 고갈 상태라고 할까? 10년 전 만났던 분들이 그대로 계시긴 하지만 많이

지쳐보이시는 것, 또 새로운 주민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것, 무엇보다 예전에는 너무 재미있게 했던 활동이 이제는 해야되니까 하는 활동이 된 것 같고, 주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보다 거칠게 표현하면 오래된 문화센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냥 만나서 즐겁고 재미있는 문화활동이 많아진

느낌을 지울 수 없더라구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누가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활동가는 주민활동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고 주민 스스로도 평가를 솔직하게 나누기엔 서로 탓하는 분위기가 될 것

같고, 관계 맺은 임원진도 어설프게 평가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 같고. 그러니까 누구도 지금

뭔가 이상하고 힘 빠지고 재미없는 상황인데 그 어려움을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우리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 말할 사람이 없는 애매한 상황이었던 거죠. 공식적으로 논의 할 구조나 문화를 만들기에 힘이 부족했고, 그래서 홍만형이사님과 ‘우리 어쩔 수 없다, 독박 쓰자.'라고 한 거죠.

혁신위원회 활동 과정

이주희

이주희 : 저는 솔직히 말하면 처음 혁신위원회를 시작할 때는 그냥 문 닫아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각오가 필요했어요. 이름을 바꾸든 비전을 바꾸든 이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고, 지역사회에서 우리한테 요청하는 역할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우리 아니면 주민을 만날 수 없다라고 하는 주민들도 남아계신 것 같지 않고 그럼 이제 할 만큼 했나 보다, 잘 기록을 남기고 잘 정리하는 역할을 내가 해보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홍만형

홍만형 :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정리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시작했죠.

이주희

이주희 : 코로나도 있었지만 최근 몇년간 조직 논의 구조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어요. 어떤 단위에서도 생산되는

기존 이사진들도 모든 권한을 혁신위원회로 모두 위임해주셨어요. 그러니까 혁신위원회가 조직

구조상 어떤 위치에 있다기보다 진짜 비상으로 만들어진 구조였어요. 그래서 제가 혁신위원장으로 반상근을 시작하면서 그때부터 사무국으로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홍만형

홍만형 : 혁신위원회는 전·현·차 활동가, 회원, 그리고 의도적으로 외부에 있는 활동가도 조직해서 총 6명으로 꾸렸어요. 2주일에 한 번씩 회의해서 총 10회, 6개월을 만났어요. 어쨌든 혁신위원회가 돌아가면서 지역단체 활동가들, 주요 회원들, 임원진들 인터뷰 하고 FGI 형태로 집단인터뷰도

하고 매주 기록을 남기면서 그 기록을 계속 쌓아갔고, 그걸 가지고 혁신위원회가 논의를 했고 논의

내용을 또 기록으로 쌓고,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조직혁신안’이라고 하는 20페이지 보고서를

만드는 것으로 마무리된 거죠.

혁신위원회 준비모임

˙ 기간: 총 7회

˙ 구성: 전·현·차 활동가 중심으로 구성

˙ 목표: 혁신위 운영 계획수립, 조직의 이슈 논의

˙ 확대혁신위원회 추가 운영: 총 2회

이사진 2인, 사무국원 참여, 혁신위 운영계획 승인

혁신위원회

특별위원회

총회준비위원회

˙ 방식: 격주 1회 회의, 사업별 간담회 및 인터뷰 참여 등

˙ 구성: 총 6인

˙ 목표: 조직 혁신을 위한 구체적 활동 계획 수립 및 실행 촉진 → 조직 혁신안 작성 및 이사회 제출

1) 사업 단위 사업별 간담회 및 인터뷰: 10회

* 혁신위원회 논의를 통하여 사무국장의 공석, 지역 개개발 등 내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변화의 필요성 확인, 주요하게 현 주민조직의 점검, 최근 축소 운영되는 사업들의 점검 등 시급한 진단과 대안이 필요한 5가지 영역을 설정하고 영역별 이해관계 인터뷰를 진행함.

2) 혁신안 마련을 위한 워크숍 * 기본 혁신 과제 설정, 운영방안, 주민조직 지원 방식 논의 등으로 워크숍이 진행됨

3) 회원 워크숍 결정사항을 반영하여 조직혁신안 마련

˙ 기간: 총 8회 / 2023년 9월-12월 (총 4개월)

˙ 방식: 격주 1회 회의 (온·오프라인)

˙ 구성: 총 5명

˙ 역할: 조직혁신안을 실질적으로 실행하여 조직변화 도모

조직 비전 재수립, 2024년 계획 수립

˙ 2024년 1월부터 총회준비위원회로 전환

˙ 총회 후 이사회로 운영 ˙ 기간: 총 10회 / 2023년 2월-7월 (총 6개월)

사실 혁신위원회가 꾸려지기 전에 준비모임도 있었어요. 준비모임만 7차까지 했고, 혁신위원회

활동을 통해 조직 현황을 진단하고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해결 할 수 있는 방안들이 나오게 된 거죠.

이게 나오기 위해 인터뷰를 많이 하고 워크숍도 하고.

혁신위원회 활동을 통해 드러난 문제의식

이주희 : 기존에 있는 주민조직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주민조직의 활동력이 떨어지고 10년

이상 관악사회복지와 함께 활동한 주민들이 역으로 관악사회복지의 조직 운영을 걱정하면서

많이 지쳤다고 이야기 했어요. 함께 품을 내어 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그리고 2022년

사무실과 주민공간을 대학동에 마련하면서 지역사회 안에서 새로운 현장과 새로운 주민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주민을 만날 동력이 조직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가장 큰

고민은 ‘사람이 안 보인다’는 거였어요.

홍만형 : 저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혁신위원회 시작할 때 어쨌든 외곽에서 돕겠다라고 생각하고

인터뷰하러 다녔는데 혁신위원회 들어 올 사람도 보이지 않았어요. 혁신위원회가 끝나면 누군가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사람도 너무 안 보이는 거예요. 조직혁신안을 만들어도 실제 그걸 실행 할 사람이 없다는 게 힘들었죠.

이주희 : 관악사회복지가 옛날에 조직이 어렵다고 했을 때는 그냥 돈이 없는 게 제일 어려운 거였지 사람이 없는 걸 어렵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거든요. 예년처럼 으쌰 으쌰하면 잘 돌아가겠지하고 왔는데 전혀 아닌거예요.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제가 활동하면서 가장 힘을 받은 지점은 우리가 하는 활동을 함께 해석해주거나 어떤 의미가 있는지 분석해주는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런 기능이 전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예를 들면 제가 청소년을 만났을 때 한재랑, 홍선

선배활동가들이 저한테 계속 질문했어요. 지난 주와 이번 주가 뭐가 달라졌는지, 아이들은 어떤 성장이 있었는지, 그 성장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등. 이런 해석의 과정에서 힘을 받은 거 같아요.

소소하게 내 활동을 분석하고 기억하고 기록하고 이런 것이 예전에는 있었는데. 이런 과정이 있어야

주민들과 활동가들도 뭔가 쳇바퀴 돌 듯 일하지 않고 뭔가 나선형으로 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부족했던 거 같아요.

관악사회복지의 또 다른 시작

이주희 : 관악사회복지가 대학동으로 터전을 옮겼거든요. 이제 이 지역에서 저희가 새로운 비전을 찾아야 하는 시기에요. 혁신위원회 결과를 받아서 비전을 분명하게 정리해야 하는 과제가 있어요.

관악사회복지 30년이

어려운 것 같아요.

홍만형 : 우리 조직이 젊은 사람들에게 덜 힙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누구나 관악사회복지랑 같이

홍만형

재미있고 새로운 실험들을 해나가면 좋겠어요. 그게 저희 조직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펼칠 수 있는 것들, ‘이런 걸 해보고 싶어’라고 하면 활동가로서 계속 지원해주고,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고. 그런 생동감을 다시 찾고 싶어요. 여기에는 30년의 무게가 저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그거를 어떻게든 털고 좀 가볍게 갔으면 좋겠어요.

이주희 : 지금 사무국이 4명으로 새롭게 꾸려졌거든요. 지금 이 멤버가 최상의 멤버라고 생각해요.

이주희

정말 작년부터 사무국 활동가 조직하려고 삼고초려도 했구요. 저는 이 멤버들하고 재미있게 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대학동에서는 기존 활동하는 단체들도 있으니 우리가 다른 방식으로 이

지역사회에서 주민들하고 관계 맺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 중이에요. 그리고 혁신위원회하면서

들었던 사랑방 언니들의 비전이 있는데, 10년, 15년 성장한 주민리더십들과 어떻게 다른 활동을 그려갈까 생각 중입니다. ‘관악사회복지랑 같이 하고 싶어’라고 구체적인 활동상을 이야기한 분들은

사랑방 언니들이 유일했어요.

마지막으로

이런 고민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그룹이나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긴 논의를

통해 ‘조직혁신안’이라는 것도 만들고 올해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30주년을 준비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지만 실제 잘 하고 있는지, 긴 논의를 함께 할 사람들이 있다면 좋겠어요. 특히 같은

현장에 있는 분들과의 만남이 저희에게도 공부가 될 것 같아요. 그런 만남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사람은 서로 돌보고 협동하며 살아갈 때 가장 안전하고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3년간의 소지역건강격차해소활동을 통해 배웠다. 사실은 배운 것이 아니라 다시 발견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가치를 다시 기억해 낸 것이다. 우리 몸과 마음이 기억하고, 삶에 녹아 있는 것을 다시 불러 낸 것이다. 십시일반·품앗이·두레·계로 협동하던 공동체를 우리 동네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서로 돌보고 협동하는 공동체’가 그것이다. ‘가난의 반대말은 공동체’ 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서로 돌보고 협동하는 공동체’를 통해 곤란한 우리 문제, 우리의 건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가려고 한다. ‘서로 돌보고 협동하는 공동체’를 통해 어떤 어려움도 이웃과 함께 이겨내고자 한다. - 창신동건강돌봄회 회칙 전문에서 -

2024년 6월 19일, 창신건강돌봄회 창립 총회가 열렸다. 53명의 회원이 내가 사는 지역에서 서로 돌보고 협동하는 공동체를 결의하고 공표하였다. 총회를 마치고 ‘비빕밥 공동체’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비빕밥을 다 같이 먹었다. 창신건강돌봄회 송배헌대표는 총회를 마치고 회원에게 당부의 말을 남긴다.

“주민 여러분 여기 사랑방에 자주 와야 돼요

일주일에 두세 번을 와야 돼요

와서 아무 말이나 해도 돼요

두서없이 말해도 돼요

말 잘 못해도 돼요

했던 말 또 해도 돼요

그냥 말 안하고 가만있어도 돼요”

말 잘

못해도 되고, 했던 말 또 해도 되는 공동체라니, 창신건강돌봄회가 주민을 대하고 만나는 품이 느껴진다. 이웃동네 숭인동사랑나눔회도 6월 21일 금요일, 같은 취지로 창립총회를 마쳤다. 창신건강돌봄회 창립 총회

서울시약자와의동행, 진짜 담겨야 할 목소리

2024년 6월 27일, <2024 서울 약자동행포럼>이 열렸다. 서울시에서 쫓겨나고 밀려나고 있는 이들이 포럼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해 포럼 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진짜 담겨야 할 목소리를 외면하는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이 아니라 ‘억지동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하는 동자동주민 백광헌씨의 발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동자동에 사는 백광헌이라고 합니다.

제가 사는 동자동은 전국 최대의 쪽방촌으로 각자 말하기 어려운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보니 주민들을 돕기 위한 후원 물품들이 쪽방 상담소를 통해 나눠지고, 종교단체도,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찾아오고, 어느 교회에서는 돈을 나눠주며 선교를 하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쪽방 상담소를 위탁 운영하며 쪽방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서울시장이 오세훈 시장으로 바뀌면서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약자와의 동행> 사업 중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동행식당’입니다. 동행식당은 하루에 한 끼 8천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상담소가 계약한 식당을 이용해 주민들은 식사할 수 있습니다. 동행식당을 처음 시작할 때 상담소에서는 주민들에게 식당을 이용 할 때는 복장을 단정히 하고, 사람 많은 시간에는 피하고, 혼자서 이용하지 말고 두 명 이상 짝을 지어 이용하라는

안내를 했습니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수정되었지만, 우리가 느낀 불쾌한 기분은

여전합니다.

동행식당 이후에는 <온기 창고>라는 상점이 생겼습니다.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는

이곳은 주민들에게 일주일에 2만5천 포인트를 지급해 상담소에서 후원받은 물건들을 살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온기 창고로 그동안 물품을 받기 위해 줄은 사라지고 언제든

편하게 물건을 살 수 있다며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와서 보십시오.

온기창고가 문을 여는 날 아침에는 여전히 주민들은 긴 줄을 서고 있습니다. 물건이

부족하다 보니 맘에 들지 않더라도 떨어지기 전에 구입하기 위해 일찍부터 줄을 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기 창고 이후에는 한 달에 두 번 인근 목욕탕을 이용할 수 있는

<동행목욕탕>사업이 생겼습니다. 여름이나 겨울에는 네 번을 이용할 수 있는데 덥거나 추울

때는 쪽방에서 견딜 수 없으니 일주일에 한 번 목욕탕에서 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지원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고 할 수 있지만, 이용할 때면 괜히 주눅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쪽방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들춰내는 것 같아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동행식당 쿠폰보다 제대로 밥을 해서 먹을 수 있는 집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급된 포인트를 안 쓰면 아깝다는 생각에 딱히 필요도 없는 물건을 챙기기

위해 줄 서고 싶지 않고, 더위를 피해, 추위를 피해 상담소에서 나눠주는 표를 갖고 목욕탕을

가기 보다 내 집에서 씻고 싶을 때 언제든 씻으면서 쉬고 싶습니다.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이라며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쪽방 주민을 위해서 지원한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가 간절하게 원하는 주거문제 해결에는 얼마나 관심 갖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쪽방촌 주거문제 해결은 먹을 것과 공짜로 나눠 주는 물건들과는 비교조차 될 수

없이 중요한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2021년 2월에 발표된 동자동 공공주택 사업은 최악의 주거라 불리는 쪽방촌의 주거문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정부가 직접 나서서 동자동 쪽방촌 일대를 공공개발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쪽방을 벗어나고 싶은 주민들에게는 너무나 간절한 것이지만 발표 3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공공개발을 반대하는 토지 건물주들의 눈치만 보며 아무런 진전 없이

멈춰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작년 온기창고 개소식에 참석 했을 때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는 저희를 봤습니다. 그리고 개소식 축사에서 자신은 공공주택 사업을

찬성한다고 분명히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책임을 국토부에 넘기며 정작 약자와의 동행이라며 지원하고 있는 우리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촉구를 위해서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세훈 시장에게 우리 주민들은 그저 먹을 것만 주면 되고, 공짜 물건만 주면 되는 동행

사업의 대상일 뿐이지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주거 문제 해결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쪽방은 최악의 주거로 불리며 상상할 수 없는 열악한 주거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동행식당, 온기창고, 동행목욕탕과 같은 사업은 표면적으로는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듯하지만 정작 쪽방 주민이 필요로 하는 진짜 동행은 빠져 있습니다.

진심으로 약자와 동행하고 싶다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우리를 위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함께해야 진정한 약자와의 동행인 것입니다.

오세훈 시장님이 진정 약자와 동행 하고 싶다면 우리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부터 하십시오.

우리를 시장님이 추진하는 자신의 사업을 보기 좋게 포장하는 포장지처럼 이용하지 마시고 힘들어도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함께 촉구하셔야 합니다.

쪽방 주민들이 나눠 주는 식권 말고 내 집에서 라면이라도 맘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더위를 피해, 추위를 피해 목욕탕을 찾지 않게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약자와의 동행인 것입니다.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은 외면한 채 우리 주민들을 병풍처럼 이용하지 마십시오. 우리

주민들이 비인간적인 주거환경에서 벗어나 집 같은 집에서 건강을 챙기며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약자와의 동행입니다.

쪽방촌 주민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외면한 약자와의 동행은 껍데기뿐입니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이 더는 지체 되지 않도록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하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한다”고 말한다. “깨어있는

시민은 결코 타고나지 않으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민주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변화시킬 수 있는 담론과 전략, 프로그램들을

실행함으로써 깨어있는 시민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지역주민운동이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정치

신명호(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소 소장)

‘왜 가난한 사람들은 보수적일까?’, 선거 때마다 보수정당에 표를 던지는 가난한 노동자를

향해 늘 이런 탄식이 쏟아진다. ‘빈민은 현 체제로부터 가장 많이 빼앗긴 자들이니 현실을

바꾸고 개혁하는 데 앞장서야 마땅하거늘 어째서 그들은 가진 자들만큼이나 혁신하기를 주저하는가?’

이런 의문에 대해 일찍이 경제학자 베블런(T. Veblen)은 <유한계급론>에서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하층계급은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새롭게 적응하고 살아남고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일상적인 생존 투쟁에 일체의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다른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부유한 자들이 현재에 불만을 느끼지 못해 보수주의자가 된다면, 빈곤층은 생계에 허덕이는 나머지 미처 불만을 느낄 틈이 없어 보수적이 된다. 민중의 궁핍과 박탈감,

의존하는 경향은 비단 빈곤층만의 특성은 아니다. 인간이 선택적으로 행동하는 이유에

관해 최근 연구들은,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하리라고 믿어 왔던 많은 영역에서, 실은 감성

또는 감정의 역할 비중이 굉장히 높다는 의외의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의 심리 상태가 경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투표 행위와 같은 정치적 선택에서도 직관과 감정이 빚어낸

이미지가 결정적 작용을 한다. 심리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성은 직감이 먼저 판단한 것을

나중에 반추할 때만 사용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간혹 정치지도자로서의 기본 소양과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 능력마저

결여한, 수준 미달의 대통령이 어느 날 떡하니 나타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유권자들이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감성팔이 어록과 집값을 폭등시킨

전(前) 정권에 대한 분노를 대신 날려 줄 ‘어퍼컷’ 연기에 마음이 팔려, 그 후보의 아주

기본적인 됨됨이조차 따져보는 과정을 생략했던 탓이다.

그리고 이처럼 감정에 좌우되는 생각 습관은 웬만큼의 뼈아픈 학습을 거쳐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만약 내가 합리적인 여당 지지자라면, 역대 바닥 수준인 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결국 단순한 검사 이력에서 초래된 무능과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뒤늦게나마 깨달을 테고, 그렇다면 적어도 다음의 대권 주자는 그보다는 훨씬 유식하고

인격적인 사람을 내세우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요즘 여당 당원들 사이에서는 현 대통령의 ‘폐세자’라고 일컬어지는 판박이 경력의 검사 출신이 발군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하니, 도무지 정치 세계에서 이성적인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요즘 거대 야당(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성 팬덤 현상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소위 “개혁의 딸”들로 불리는 강경파 당원들은 자신들이 밀던 사람이 국회의장 후보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 다른 선택을 한 국회의원들을 색출하겠다며 “수박” 사냥에 나설 기세다.

중국 문화혁명 당시의 홍위병을 연상시키는 거친 모습이다. 이것을 당원 민주주의라고, 좋게

보아 넘기기에는 분명 선을 한참 넘었다.

감정에 휘둘리는 정치는 선호하는 하나의 이미지에 갇혀 객관적 사실을 놓치거나 망각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보수정당 지지자들이 ‘어퍼컷’ 주먹질에 매료되어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것처럼. “추다르크”로 불리는 그 정치인이 불굴의 투사 이미지를 후광으로 두르게 된 것은 검찰총장 시절의 현 대통령과 치고받고 싸웠던 전력 덕분이다. 그 싸움의 잔상이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는 탓에 그가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탄핵에 앞장섰었다는 사실과, 환노위원장 시절, 같은 당 동료의원들이 못 들어오게 문을 걸어 잠그고 반대편인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노조법 개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던 사실 등은 기억에서 까맣게 지워져 있다.

다시 맨 처음의 명제로 돌아가 보자.

가난한 서민들이 일반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불변의 철칙은 아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변하기도 한다. 모든 현상에는 한계치라는

게 있어서, 자극이 그 ‘문턱값’을 넘어서면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숨이 막힐 지경인

물가고(物價高)와 온갖 경제적˙외교적 실정이 쌓이고 쌓여 인내의 한계치를 넘어선 까닭인지, 지난 4월 총선에서는 가난한 이들의 계급 배반 투표 현상이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의 여정이 반민중 세력의 실수가 불러올

반사이익에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을 가꾸어내는

일상적이고 꾸준하며 체계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깨어있는 시민이란

무관심하고 무기력한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참여적인 시민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되 독선이나 폭력과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행동하고 타인과 연대할 수 있는 사람이 깨어 있는 시민이다.

그래서 정치학자 크룩생크는 “시민을 발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깨어있는 시민은 결코

타고나지 않으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민주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변화시킬 수 있는 담론과 전략, 프로그램들을 실행함으로써 깨어있는 시민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지역주민운동이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주민조직운동의 나무, 주민지도자

박재천(한국주민운동교육원 초대 대표)

이번 칼럼은 ‘주민조직운동의 나무, 주민지도자’를 되새긴다. 주민조직운동은 주민지도자의 중요성과 진정성을 백번 강조해도 모자랄 주제라고 보면 좋겠다.

주민지도자는 주민조직운동의 시작과 과정과 성장을 도모하는데 중심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주민지도자를 나무에 비유하고 싶다. 산과 들에 서있는 나무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다. 그러면서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계절에 따라 변해가면서, 자기역할에 충실하다. 겨울에는 삭막한 몸통그대로, 봄에는 연록의 생명으로, 여름에는 풍성한 잎의 그늘로, 가을에는 자기역할을 다하고 잎을 떨어뜨린다.

비유를 좀 더 음미하면, 주민조직운동이 시작될 때 주민지도자는 조직을 어디로 어떻게 이끌지를 몰라 나무의 겨울처럼, 모두가 삭막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면서 주민지도자는 다른 현장과 다른 주민지도자를 만나고 경험하면서

나무의 봄처럼, 주민조직을 생동하게 한다. 이 생동하는 기운은 나무의 여름처럼, 풍성한 주민조직 활동을 전개한다. 그러다가 주민조직운동은 전개했던 일들이 열매를 맺어 성과를 맛보면서 나무의 가을처럼, 다음단계로 성장하기 위하여 긴 호흡으로 미래를 만들어간다. 이런 비유음미에서 특히 주민지도자는 풍성한 잎으로 조직과 주민의 그늘이 된다. 그늘은 품어 쉬게 하고, 안심을 주며, 다음을 갈 수 있게 응원하는 특징이 있다.

주민지도자1, 같이 헤매면서 품는다.

청계천판자촌(1974-1975)에서 만나고 경험한 주민지도자를 증언한다.

청계천판자촌은 지하철 2호선 지선(성수~신설동)을 건설하는 명분으로 철거되었다. 철거 중에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해서 졸지에 주민 50여 세대가 이재민이 되었다. 우선 급한 대로 둑 위로 주민들을 모으고 화재진압을 도왔지만, 살림도구 하나 건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되었다. 주민과 주민지도자는 말 그대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얼기설기 다른

주민들의 옷가지나 비닐천막으로 이슬을 피하고, 동대문구청의 구호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때부터 주민지도자는 화재대책을 강구하기 위해서 주민들과 같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헤매기 시작한다. 행정을 찾아가든, 진정서나 탄원서를 들고 도움을

줄만한 기관을 이곳저곳 찾아다니든, 주민들과 같이 헤맸다. 주민지도자는 주민과 같이 헤매면서 주민의 어려움과 불안을 품는 실천행동을 계속한다.

이렇게 주민과 주민지도자는 신뢰가 돈독해진다.

주민지도자2, 품고 응원하면서 안심을 만든다.

복음자리마을(1977년), 한독주택(1979년), 목화마을(1985년)에서 만나고 경험한 주민지도자를 증언한다. 이들 3개 마을은 서울 양평동판자촌, 신림동, 당산동, 시흥동, 목동에서 철거된 주민들의 자조주택마을이다. 주민들의 첫 번째 걱정은 먹고 살기위해서 일자리를 갖거나 만드는 것이며, 그다음은

아이들의 교육과 건강 걱정이다. 이들 걱정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면서, 혼자서는 해결자체가 안 된다.

어떻게 주민들의 걱정을 덜 수 있을까? 어떻게 주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 주민지도자는 어떻게 주민들의 이런 걱정을 품어가면서, 지금의 상황과 생활을 응원하면서, 점점 마을과 주민들의 안심을 만들어 갈 수 있는가? 주민지도자는 주민들과 같이 신용협동조합, 아이들 장학회, 일자리생산협동조합을 만들어 가는데 열심을 낸다. 주민과 마을의 경제적 협동과 호혜를 협동조합방식으로 조직해서 안심을 만들어 나간다. 이렇게 주민과

주민지도자는 상호호혜로 주민공동체를 강화한다.

주민지도자3, 다음을 갈 수 있게 응원한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금호동, 하왕십리동(1987년 이후 현재)에서

만나고 경험한 주민지도자를 증언한다. 이곳도 1993년

초부터 산동네 재개발사업이 시작되었다. 살고 있는 집이 철거되면

다니는 직장이나 일자리, 아이들 교육, 살림에 대한 계획이 멈춰버린다.

주민들은 이 생존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주민조직을 만들고, 투쟁에 돌입했다.

강제철거는 폭력을 동반하고, 철거를 막는 주민들의 투쟁은 말 그대로 일방적 당함이다. 그렇지만 주민과 조직이 다음을 갈 수 있도록 스스로 대안을 만드는데 힘을 집중한다. 주민지도자는 주민스스로의 대안으로 다음을 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한다. 주민과 주민지도자는 임시주택을 쟁취하고 호혜와 협동방식의 신용조합, 소비자조합, 생산조합, 복지협동을 만들어 간다. 이렇게 주민과 주민지도자는 다음을 가면서 주민공동체의 미래를 밝게 한다.

주목1, 주민지도자는 주민의 그늘이다.

앞서 말했듯이 나무그늘은 쉬게 하고, 편안한 안심을 주고, 다음을 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주민조직의 주민지도자는 주민을 쉬게 하고, 편안하게 품어주고, 좀

더 나아지도록 힘을 보태는 사람이다. 모든 주민지도자들이 부족한 역량과 힘을 가지고는 있지만, 부족함 속에서도 주민의 그늘이 되어주면 주민과 조직은 한 발 더 갈 수 있을 것이다.

주목2, 주민지도자는 주민의 그늘로 성장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주민지도자의 중요성과 진정성을 새롭게 한다. 주민이 주민지도자를 선출한다. 선출된 주민지도자는 주민조직운동 현장이라는 곳에서 나무처럼 서있고, 주민과 똑같이 살아간다. 주민지도자에게는 진정으로 주민의 그늘이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과 성장이 요청되는가? 주민에게는 주민지도자가 진정으로 중요하고 소중하다.

다시 읽는 페다고지 대화

최종덕(한국주민운동교육원 트레이너)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어느 시대이든지 인간사회에는 억압구조가 존재하고 비인간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1968년 브라질의 교육사상가 파울로 프레이리는 피억압자의 교육학이란 이름과 함께 페다고지를 세상에 내 놓았다. 억압구조에 순응하게 하는 주입식-은행저금식 교육을 거부하고, 비판적 의식을 형성하게 하는 문제제기식 대화 교육만이 인간화의 길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향한 참된 의식과 행동을 고민하는 이들이 계속 곱씹어 보아야 할 책이다.

말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없다. 침묵하거나 혼자 산다는 것은 개인적 상황에 따른 특별한

선택일 뿐이다. 사람은 서로 만나 말-대화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그래서 인간(人間)이다. 인간은 대화로 관계를 맺고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나누며 살아간다. 대화로 삶을 드러내고 그 삶을 만든 세상을 이야기하며 보다

인간다운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대화는 사람들이 삶과 세상에 대하여 이름 짓기-의미 부여하며 말하기위해 만나는 행위다. 대화는 사람을 세상에 대하여 의미 있는 존재가 되게

한다. 대화는 그 자체로 인간 존재의 의미를 획득하는 방법이다. 만약

자기 삶과 세상에 대하여 이름 짓기를 부정하거나 강요한다면, 그 자체로

비인간화시키는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대화는 인간화의 길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늘 중요한 관심사다.

대화에 대한 고민들

인간화의 길을 열어가는 것이 어려운 만큼 실제 대화도 어렵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하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 한다. 심지어 주민을 늘 만나고 대화하고 있는

주민지도자(리더)나 주민조직가(활동가)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현장 활동가 한분이 찾아와 대화의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상대방이 자기 생각은 말하지 않고 자꾸 나의 생각만 물어요. 자기는

생각하지 않고, 나에게 ‘생각하기’를 떠맡기듯이 말입니다. 내가 그 사람의

말을 대신해주게 되는 것이죠. 가끔 자기 생각을 말하기도 하는데, 단순히

생각을 교환할 뿐, 마치 그 생각들이 순간 ‘소비’되어 버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냥 수다 떨 듯이 말하고 끝나요. 서로의 고민과 삶의 가치 등을 좀

더 진지하게 나누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또 어떤 사람과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하는 데, 자신의

생각만 진리인양 강요해요. 그러다 보니 적대적 논쟁이 자주 벌어져요.

서로가 상대방을 굴복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느낌도 생겼어요. 대화가

상대방을 통제하고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데 말입니다.“

대화하는 사람들의 태도

대화는 생각을 대신해주는 것도, 대신 말해주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생각을

교환하거나 적대적으로 논쟁하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을 통제하거나

지배하려는 수단은 더더욱 아니다. 이 활동가는 이런 사실들을 이미 알고 있다. 대화가 설명하고 가르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도, 그렇게 한다고

상대방의 의식이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삶의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며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그런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너무 답답한 것이었다.

“왜 그런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요?”

이 활동가는 서슴없이 대답하였다.

“사람들이 대화할 줄 모르는 것 같아요. 대화가 무엇인지도 잘 몰라요. 그리고

별로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변화에 대한 열망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별로

없어 보여요. 당연히 건설적인 대화가 일어나지 않죠. 그 사람들을 위하여

뭐라도 좀 해 보려고 대화를 시도하는 데 참 어렵네요.”

대화는 비인간화시키는 수단일 뿐이다. 이 활동가가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대화하는

태도였다. 상대방의 태도가 아니라 바로 이 활동가 자신의 태도였다.

“당신은 그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랑은 소중히 아끼고 마음을

다하는 행동입니다. 그들의 삶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대화 속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당신은 오히려

당신의 삶과 일을 더 사랑하고 있군요.

상대방에 대하여 얼마나 겸손했을까요? 오만한 태도는 대화를 깨뜨립니다.

만약 당신이 그 사람들을 늘 무지하게만 여기고, 당신 자신을 진리와 지식을

소유한 ‘순수한 사람’이라 여기면 대화가 가능하겠습니까? 겸손함이 결여되면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대화를 위한 만남에는 완전한 바보도 없고 완벽한

현인도 없습니다. 단지 함께 노력하고 지금보다 더 알고자 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입니다.

당신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세상을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고 믿나요? 사람에 대한 신념이 없으면 대화가 힘들어져요. 대개

사람들은 구체적 상황에서 억압되거나 소외되면 그 힘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실망이 아니라 오히려 더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상대방을 믿지도 못하고

희망도 가지지 않는 대화는 마치 상대방을 기만하는 것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말 한대로, 대화로 삶과 세상을 읽어내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면 더더욱 비판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대화해야 합니다.

어느 누구나 상황 속의 인간으로 존재합니다. 상대방의 삶의 모습과 생각의식들은 모두 상황 속에서 형성된 것입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그러하기에 늘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의식도 변화할 수 있고, 그 상황도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삶의 모습도 생각-의식도 고정화시켜 놓고, 현재의 모습만 놓고 대화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너무 답답하지 않겠습니까?“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없는 대화, 상대방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으로

이루어지는 대화, 상대방에 대한 믿음도 없는 대화, 희망을 기대하지 않는

대화 그리고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대화는 의식의 변화도 새로운 행동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이런 대화는 공허하고 무의미하고 형식적이다. 이런

주민조직가 일기

오늘도 나는

강슬기 (의정부EXODUS 활동가)

오늘 하루의 시작은 은행에서였다. 이주민, 난민들에게 송금할 생계비 지원금이 있어

출근하자마자 은행을 들렀다. 내가 센터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이주민들은 미등록

체류상태이거나 난민인정심사를 신청한 사람들로 사회적 복지 혜택에서 배제되고 노동권을

박탈당하기도 한다.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은 먹고 사는 것을 막는 것으로 생계비가 절실한

상황에 놓인 이주민이 많다. 이주민을 배제시키며 생기는 지원 공백을 종교. 시민단체들이

어떻게 서든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는 미등록이주민, 난민신청자도 당당하게

공적지원을 받을 수 있으리라 희망하면서 말이다.

은행 업무를 마치고 이동한 다음 장소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이하 출입국)였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고 문의할 사항이 있어 담당 창구를 들러 문의했다. 담당 창구 직원은 불친절하기로 유명한 직원이었는데, 역시나 오늘도 한결같이 불친절했다. 지역사무소에서는

모르는 일이니 본부에 물어보라는게 답변이었다. 이주민, 난민들을 동행하면서 거절, 거부, 배척, 사양, 부정 등의 대우와 행동을 정말 많이 겪는다. 내가 당사자가 아님에도 옆에서

같이 겪는 것만으로도 감정 전이되어 나 또한 상처를 받는다.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다만,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짧아지는 것 같다. 누군가는 이러한 대우가 일상인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출입국을 방문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는 출입국 단속 행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준비되어 있었다. 법무부는 2024년 4월 15일부터 미등록체류 이주민

정부합동단속을 실시한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시작 하루 전날 경기북부에 있는 태국식당을 급습했다. 신장개업을 준비 중이었던 식당에는 태국 최대 명절인 쏭크란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출입국은 축제가 열릴 예정이며 축제자리에 미등록이주민들이 모인다는 민원을 받고 단속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단속 과정에서 식당 주인과 결혼 이주민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출입국은 무시했다. 등록외국인도 수갑에 채워져 구금된 차 안에서 풀려나고, 자진출국 신고를 한 미등록이주민도 수갑에 채워져 다음 날 풀려났다. 일단 잡고 보자는 마구잡이식 단속의 결과였다. 이주민들의 문화행사까지 단속의 기회로 보는 출입국이다. 2023년에는 예배 중인 교회를 급습하여 기도하던 이주민들의 두 손을 수갑으로 채우는 일도 있었고, 방한 유명가수의 콘서트에 모인 관객들도 잡아갔다. 결혼식 피로연에서 신부와 하객들을 잡아갔다. 출입국 단속은 문화행사를 넘어 생필품을

사러 가는 마트와 시장, 버스정류장까지 일상 곳곳을 들어가, 미등록이주민들의 목을

조이며 숨도 쉬지 못하게 만든다.

법무부는 2023년 12월 14일 역대 가장 많은 미등록이주민을 단속했다는 자랑스러운

보도 자료를 발표한다. 이러한 정부의 제도방향은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긴다.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붙잡아 외국인등록증을 요구하며 위협하고 금품을 빼앗거나 돈을 안내면 불법 감금하고 체포하여 경찰에 넘기는 일반

시민 집단이 만들어졌다. 집단을 만든 사람은 2024년 4월 10일 총선 때 출마한 후보였다.

택시를 타려는 승객의 겉모습만 보고 택시기사가 불법체류자라 신고하고, 출동한

경찰은 신분확인도 없이 다짜고짜 테이저건을 네 차례나 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미등록이주민을 신고하는 것이 유행처럼 공유되고, 10대 청소년들이 이주노동자를

붙잡아 1시간여 동안 폭행한 일도 발생했다.

강제추방을 두려워하는 미등록이주민들의 약점을 이용하는 범행들이 늘어나는 위험한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그랬기에 활동가들과 이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기자회견이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 업무를 보기 위해 늘 방문했던 출입국을 향해 “규탄한다! 처벌하라! 합법화하라!” 등의 요구사항들을 목소리 높여 외치니 속이 후련했다. 평소 출입국에 대한 분노와 답답함이 쌓여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어려움이 있었으나, 외침 자체만으로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내 두 발은 땅을 딛고 있었지만, 여전히 마쳐야 하는 업무와 일정들이

주는 걱정과 불안함으로 바로 딛지 못하고 멍한 상태로 붕 떠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내 김민수님(가명)을 떠올렸다. 그는 2023년 8월 아침 출퇴근 버스를 막고 이루어진

강제 단속 현장에서 살려 달라, 도와달라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울부짖는 외침을

듣고 공장 일을 20년 동안 했지만 처음 보는 단속에 놀라 출입국사무소 차량을 박고 현장에서 체포당했다. 그가 그렇게 했던 이유는 미등록이주민들이 불쌍해서였다. 그의 소식을 듣고 눈물이 났다. 결국 형을 살게 된 그의 상황이 너무 슬프고 아프다.

그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그를 이렇게 언급하는 것조차 죄송한 마음이 들고 조심스럽다. 나는 왜 김민수님을 떠올리면 눈물이 나는 걸까? 이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누군가의 말이 진실일까? 그 분이 이 사회에 던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분명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린 혹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김민수님이 보여주었다. 도대체 출입국에게 미등록이주민은 어떤 존재일까? 등록되지 않은 존재라면 그 어떤 것도 누릴 자격이 없는 걸까? 사람이긴 한 걸까? 그동안 단속을 해왔음에도 미등록이주민은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단속추방만으로 미등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한다. 한 번에 미등록이주민을 없애는 방법이 있다. 모두 합법화하면 된다. 법적인 체류지위의 합법화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회적 권리도 함께 보장해야 한다.

나는 오늘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지라도 생계비 지원신청서를 작성하고, 달걀로 바위를 치더라도 합법화를 외치며,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 채로

이주민, 난민과 함께 그들의 길을 걷는다.

현장일기

조금은 차가운 듯한 공기를 감싸 안고 이른 아침 충주에 있는 한국자활연수원으로 떠난다. 이른 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여행 가듯

가볍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매년 치러지는 우리 협회 행사지만 감회는 늘 새롭고 또 묘하다.

올해 유난히 긴장되고 설레는 건 여느 해와는 달리 여성 부회장 2인이

나누어서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1부 기념식은 내가, 2부 정기총회는

충남지부 이선영지부장님께서 진행하기로 했다. 사실 총회 진행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사정없이 흔들며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었지만, 마이크를

잡게 된 이상 잘해내야 하기에 더 긴장이 된다.

걱정을 안고 연수원 도착하니 각 지부의 열정 넘치는 대의원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행사장으로 들어오는 얼굴들을 보면서 나눈 인사만으로도 벌써 행사

절반을 치러낸 것 같다. 그러는 사이 총회 안내 멘트가 흘러나온다. 반가운

박기홍 사무총장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시작! 1년에 서너 번 신을까 말까한 빨간 구두를 신고 왔다. 귀한

행사에만 경건하게 신는 빨간 구두. 올 해 첫 착장은 우리 한국자활기업협회

정기총회다. 잘 부탁해! 빨간 구두를 신은 나는 콩닥거리는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연단에 올라 쭈욱 둘러본다. 모두의 눈빛들이 말하고, 표정들이

보여주고, 목소리가 들려준다. 한국자활기업협회는 살아있다!라고 우린 함께 나아간다!라고. ‘심장아 나대지마. 제발 진정하고 도와주라 제발~~~’ 떨리지만 큰 목소리로 우렁차게 인사한다. 당당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용기를 가져본다. 개회를 선언하고, 전국에서 모인 우리 자활기업인을

소개하고, 지난 한해 협회 활동보고와 영상시청을 이어서 하는데, 이놈의

뜨거운 감정이 끓어오른다. 눈물이 나오려고 눈이 씰룩거린다. 간신히

참아본다. 갱년기라 그런가, 그동안 우리가 참 열심히 해왔구나라는 생각에

울컥해진다.

다음은 공로패, 감사패, 감사장 전달을 한다. 먼저 공로패는 임기 동안

각 지부, 조직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수고해주신 이임 임원에게 드리는 마음이다. 전북지부 권대현, 전남지부 류세택, 경북지부 전영석, 한국돌봄사회적협동조합 정경록, 사회적협동조합한국클린쿱 유보현, 자활기업연구소(비전수립특별위원장)오영범, 자활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최종덕님이 우리들의 마음을 받으셨다. 감사패는 협동조합 한국감마센터 김미영대표께 전달했다. 협회 창립 5주년을 맞이하여 비전수립특별위원회와 함께 협동조합 한국감마센터가 참여하여 한국자활기업협회 사명, 비전을

수립하고 전략목표 및 과제를 제시하여 더 큰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사실 6개월 이상의 시간을 각 지부 방문하며 회원사들과 함께 고민하고 길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고생하셨을 대표님과 감마센터 직원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총회를 축하하고 지지해주시기 위해 오신 내빈들과 눈 맞추고 축사를

부탁드린다. 혼자서 내빈들의 애칭을 생각해봤다. 우리 한국자활기업협회

캡틴 서용식 회장님. 힘껏 멋내고 오셨다. 멋지시다. 보건복지부의 우윳 빛깔

정충현 복지정책관님. 우유빛깔 너무 좋으시다는데? 한국자활복지개발원의

핸섬가이 정해식 원장님. 부끄러워 하시면서도 축하 말씀과 더불어 올해

지원사업까지 꼼꼼히 다해주신다.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의 큐티보이

이재호협회장님. 축사를 아주 짧게 하시겠단다. 전국주민협동연합회

스윗가이 박준홍 회장님. 역시 나의 빨간 구두를 단번에 알아봐주셨다.

예리하시다는. 드디어 1부 기념식 끝! 이제 긴 한 숨을 돌린다.

이제 진행을 충남지부 이선영지부장님께 넘겨드린다. 2부 정기총회는

성원보고와 개회선언으로 시작한다. 이어 감사보고와 사업보고를 마치고, 2024년 사업계획을 김기흥 경기지부장님께서 보고해 주시는데, 보고하는

사람도 보고를 받는 사람도 뭔지 모를 부담감이 엄습해 온다. 솔직히 물밀듯이 부담감이 밀려온다. 한없이 경제는 힘들어진다하고 기업들은 고군분투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다 해내야하기에 심적인 부담이 드는 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는 해야 하고 잘 해낼 것이란 확신이 있다. 이번 제6차 정기대의원 총회에서는 임원 선출이 있었다. 4대 협회장에

서용식회장님이 연임되셨다. 이 어려운 시국에 막중한 짐을 지고 선봉장이 되셨다. 그저 한없는 박수만 보내드린다. ‘그 선봉장의 무거운 책임감을 어찌

상상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하셨던 것처럼 더 큰 걸음으로 앞장서실 것을 기대하며 죽을 힘을 다해 따라가겠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모든 절차를 거쳐

총회를 마무리했다. 모두들 벌겋게 상기된 얼굴, 우리가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하여 참여하고 큰 목표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뜨거운 박수와 함께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고 꽉 안아주는 모습은 우리

자활기업인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누군가 그런다, 나에게... 자활에 미친 사람 같다고. 미친 사람이라 해도 좋다.

지금 내가 그렇다. 자활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나와 내 아이들이 있다. 이제 아이들이 다 성인이 되었다.

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 회사 그리고

같이 어깨동무해 준 자활기업 구성원들이 늘 함께 있어서였다. 그런 자활에

어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의 칭찬과 격려는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고 힘의 원천이었다.

홀가분하다. 부족한 총회준비위원장으로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아 총회 개최까지 마무리하며 또 한 가지 숙제를 잘 마무리했다. 다행이다. 2023년 한해 한국자활기업협회 부회장으로 또 부산지부장으로, 협회 정책위원으로, 비전수립특별위원, 자조금융TF팀 일원으로 부족한 1인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참여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렇게 또 한해를 보냈다. 후회도

남지 않는다. 다시 못 올 시간이지만 그렇게 나는 또 성장해나간다.

한국자활기업협회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난 하루하루 살아갈 힘을 얻고

성장하고 또 내일을 기대한다.

“만나면 좋은 사람들~ 치열한 현장에서 꿋꿋이 살아내고 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맛있는 저녁 먹고 집으로 갑시다!!”

34기 주민조직가 기초과정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조직가가

들어왔다

김혜영(가을/35기 주민조직가 기초과정)

아직 교육과정의 여운이 남아 있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화요일이면 용산

교육장에 가야 할 것만 같은 기분! 이건 그냥 관성이라기 보단 이끌림이다.

귀중한 이론적 지식, 그보다 더 귀중한 사람과 사랑을 배운 시간을 보냈다.

안개 속 등대를 찾고 있던 나에게 8주간의 교육과정은 답을 알려주는 대신

불빛이 보이지 않더라도 두려워 말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라는 용기와 희망, 더불어 내려놓음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무엇이든 항상 잘 해내고 싶은 사람이었다. 잘 해내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늘 힘이 잔뜩 들어가서는 금세 지쳐버리는 것이 주된 패턴이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누워만 있고 싶었던 교육과정 초반에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라’는 젊은 바다 트레이너의 말씀을 위안 삼아

조금씩 마음을 회복해보았다.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공동의 선’으로

흐르는데 신경 쓰라는 왕선배의 말씀에 힘을 빼고 천천히,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집중해보았다. 주민이 원했던 것과 내가 원했던 것 사이의

간극을 되짚어보았다. 주민의 속도와 나의 속도는 어떻게 달랐는지

되돌아보았다. 지난 7년 동안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수백 명의 지역

청년과 만나 대화도 많이 하고 밥도 많이 먹고 술도 많이 마셨다. 그렇다고

생각해왔다. 주민 만나기 과제를 하며 알게 된 건 내가 지금껏 주민 한

명 한 명을 개인적으로 만나 깊이 대화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공과

사의 경계에 있다고 생각했으나 분명 공에 더 기울어진 모양새였다. 그걸

주민들도 모를 리가 없었을 테다. 3년 동안 중장년의 동네 주민분들과

마을 만들기 활동을 할 때 또한 주민 개개인과의 대화 대신 주민 공동의

워크숍을 선택해왔다. 바쁘다는 핑계로 효율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사실

진심을 다 하는 일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그동안 나는

모든 일에서 지름길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 같다.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을 찾는 게 나의 가장 큰 과제였다. 조직가의 자세를 배우며

비로소 지름길의 허상을 마주해본다. 때로는 지름길이라 생각했던 길이

더 빙빙 돌아서 가는 길일 수 있다는 것을. 목적지라고 생각했던 지점이

주민 모두가 원하지 않는 곳일 수 있다는 것을. 주민을 주민운동의

주체이자 동반자가 아닌 대상으로 바라보았던 나의 과거를 반성한다.

한때는 수동적인 주민들의 태도가 답답하기도 했다.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상태로 만족하며 어떠한

변화도 굳이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기관 소속도 아닌 한참 어린 애들이

와서 나서니 충분히 그러실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알아서 잘

해달라는 주민에게 주체적 역할을 맡긴다는 게 눈치가 보여서, 혹은 믿지

못해서, 혹은 내가 그냥 해버리는 게 더 편해서 주민을 의존적인 상태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조직가의 시선과 자세를 지녀야 할 때이므로

나의 관성적 태도를 비틀고, 흔들고, 깨부수기로 다짐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누가 하는 것인가’를 더 중요시해보려 한다. 소설 <모모>의

주인공 ‘모모’의 가장 큰 재주는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재주였다. 모모는 상대가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무슨 말이나 질문을 해서가 아니었다.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자기 안의 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모모의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지. 이제는 소설을 읽으면서도 조직가의 자세를 다짐하는 나를 발견한다. 핵개인화 시대에 청년 조직화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요즘의 청년

세대는 고유한 삶, 나다운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크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의 플랫폼의 유행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데 익숙하고, 그만큼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이야기와 경험을 만드는 걸 중요시한다.

예나 지금이나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문제는 SNS가 활성화됨에 따라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바라는 걸 모르는 청년들은 그렇지 않은

청년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큰 박탈감과 우울감, 실패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현재를 알아차리고 스스로의 행동으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민 운동은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청년 개인을 위해서도 끊임없이 진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같은 이유로 나 또한 청년 주민의 알아차림-마음챙김-행동-성찰의

과정을 설계해가고 있으나, 개인의 변화와 지역의 변화를 연결하는

지점은 아직까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청년들의 스스로의 삶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대체로 타인과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예의가 된 세상이기

때문일까. 타인을 경계하면서도 연결감과 소속감을 필요로 하는

청년들에게 나는 기꺼이 기분 좋은 오지라퍼를 자처할 수밖에

없다. 조직가로서, 느슨한 공동체부터 삶의 깊이를 나누는 관계

맺음까지 다양하게 실험하고 실패해보며, ‘나’라는 주체의 의식화를 ‘주민’이라는 정체성의 의식화로 자연스럽게 연계하는 나만의 방식을

찾아내고 싶다.

첫 교육 날 교육 원칙으로 내가 나눈 다짐은 ‘설레는 마음으로 적극

참여하기’였다. 더 이상 프로그램 참여자의 긍정적인 피드백이나 감사 인사, 감동적인 후기에도 그 어떤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된

나에게 설렘의 감각을 회복하는 건 중요한 문제였다. 안식년을

선언하고 휴식의 기간을 가지며 변화를 이야기하는 자리에 나를 자주

노출시키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주민조직가 교육훈련과정에서

주민운동이라는 낯선 개념을 처음 접하던 첫 날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이후 매 회차 교육장으로 향할 때마다 설레었다.

트레이너와 동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많이 생각한 건 ‘이 내용은

이렇게 적용해봐야겠다’였다. 빨리 현장에서 적용해보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이 날 정도였다. 이 일을 계속 해야 할지, 계속 할 수는 있을지

의문이었던 마음은 주민들이 진짜 원하는 것과 내가 진짜 원하는 것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내가 진짜 원하던 ‘공동의

선’은 무엇이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냥 모두가 잘 먹고 잘 살면 좋겠다. 서로 기대어 살면 좋겠다. 같이 깔깔거리며 웃고 가끔은 같이 울어도 좋겠다. 삶을 나누는 인생 선배, 후배, 동지를 만들면 좋겠다.

교육 마지막 뒷풀이의 옆자리에 앉으신 어르신께서 해주셨던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주어서 고맙다’는 말, 또다른 뒷풀이에서 ‘진심으로 위해주는 사람

덕분에 삶이 바뀌었다’는 말들이 기억에 남는다. 주민의 말 한 마디, 문장 하나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조직가로서 나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본다. 멋진 인테리어와 화려한 물품으로 유명한 가게를 운영해보고 싶던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나는 진심이 담긴, 소박한, 작은 주민 공간에 속해있는 쪽이 더 끌린다. 주민들과 함께 평범하여 찬란한 것, 작고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나가기를 꿈꾼다.

교육현장

교육훈련

기후정의마을과 주민활동가교육

쩍쩍 갈라진 땅을 어루만지는 농부를 보며,

어떤 심정이세요?

2024년 5월 21일, 경기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준비한 ‘탄소중립

마을활동가교육’에서 주어진 질문이었다.

북극곰이 설 자리를 잃고,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도시 한 복판으로 내려온다. 장미꽃이

3월에 피고, 제철 과일을 원하는 시기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풍요롭게 소비하는

욕구 충족 한편의 편치 않은 마음들이 기후

위기 대응 활동으로 이어졌다. 일상에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탄소 절감’ 실천

아이디어를 모아가며, 이 용어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게 첫 번째 문제의식이었다.

마을에서는 무엇으로 기후 위기를 체감하는가?

주민의 삶에 기후 위기는 어떤 영향을 주는가?

주민이 기후 대응 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에어컨을 안 쓰려고 합니다. 처음부터 쓰지 않으면 쓸 때 되레 죄책감이 듭니다.” “아파트 단지에 분수가 있어요. 매번 화려한 불을 켜는데, 탄소 절감 운동을 하면서 불 끄는 일부터 했습니다. 어느 순간 개구리 소리가 들렸는데, 아파트 속 개구리 소리가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습니다. 뒷산에 맹꽁이가 있어요, 아이들과 관찰하는 학습을 했습니다. 자연이 주는 정겨움은 저의 마음도 다시 정화시켜 줍니다.”

주민의 생활로부터 기후 위기·기후 대응을 이야기해 나가며, 기울어져 가는 지구의 운명을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기후 정상화와 기후 정의’는 더 이상 한가한 구호가 아니라 주민에게는 의식적으로 해야 할 숙제 같은 것이었다. 되레 코넷의 교육이 한참 늦었다. 그 시작을 용인과 구리의 주민이 교육적 과제로 도전해 준 것이었다.

장애주민 조직활동가교육

화성동탄 장애인자립생활지원(IL)센터에서 지체장애인, 정신장애인, 비장애인 활동가 8명이 참여하여

주민조직가 기초과정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주민만나기 과제를 안내하니 다들 난감해하시더군요.

그러더니 몇 명이 늘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 만난 이야기를 써왔습니다. 더러는 전화통화한 걸 써오시고요. '아, 이동과 소통이 자유롭지 않으시니 주민 만나기가 어려우시겠구나.'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장애인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조직하기 위해서 우린 어디서 누구를 만나야

할까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씀을 하시기 시작합니다.

<비장애인 주민> 정치인(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시장, 동장, 읍장, 통장, 단체장, 행정기관, 복지기관, 법조인, 언론사, 노동자(건설, 제조, 유통, 경비원, 청소, 배달, 집배원....),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 주변 상인, 장애인 부모, 강사, 도서관 사서와 사서보조원, 대중교통기사, 활동보조인

<장애인 주민> 장애인 단체장, 복지카페 바리스타, 직업훈련원, 고령장애인, 장애인 복지관, 장애인 거주시설, 임대아파트(재가장애인), 소수자(성, 이주, 노인...), 노숙인 시설

머뭇거리는 것도 잠시 이렇게 많은 곳, 많은 사람들을 줄줄이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 저 명단에 있는 주민들을 한둘씩 만나고 오셨습니다.

생각해보지 않았을 뿐 마음먹으니 못 만날

주민이 없다고 하십니다.

이렇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내십니다.

2024 코넷(CONET)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는 교육훈련

근본적 물음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교육훈련

지혜를 모아 행동으로 실천하는 교육훈련

CONET MISSIOM

우리는 주민의 가능성을 찾고, 지역의 변화를 위해 주민, 주민지도자, 주민조직가를 교육훈련하고

조직한다.

[교육훈련위원회]

시대와 주민운동 현장 변화를 해석하고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합니다.

˙ 정규과정: 주민조직가기초과정, 주민조직가과정, 주민지도자과정

˙ 기획과정: 주민조직운동 교육학 세미나, 워크숍촉진자과정 등

˙ 교육훈련 개발: 돌봄, 청년, 기후 등 다양한 현장의 교육과정 개발

[연구위원회]

한국 주민운동 활성화를 위한 현장연구를 진행합니다.

˙ 2023년 주민운동 현장에서의 주민지도력 형성과정에 대한 사례연구

˙ 2023년 창립기념 심포지움: 집이 재난이 된 지금, 인권으로서 집에 대한 요구

[조직위원회]

주민운동 전략현장을 조직화하고 지원·연대합니다.

˙ 전략현장: 돈의동, 동자동(쪽방지역) 주민조직화 지원 외

˙ 지원현장: 주민조직화 지원이 필요한 현장에 조직화 실천 전략 모색 및 지원

[재정위원회]

한국 주민운동 활성화를 위한 기금을 마련합니다.

˙ 전략현장 지원기금 마련, 재정기획사업, 훈련생 교육비 지원 등

정규과정

한국주민운동교육원은 한국 주민운동 활성화의 사명을 안고, 한국사회 주민조직가를 양성하고 훈련합니다.

자세한 일정과 교육비 등은 추후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됩니다.

31기 주민조직가 기초과정

2024년 9월 - 2025년 2월

주민조직화 활성화를 위해 현장의 과제를 가지고

단계적으로 훈련합니다. 주민조직화 비전과 전략을

세워, 주민운동을 활성화합니다.

(총 14회 /1박2일 숙박 2회, 3박4일 숙박1회)

· 주민운동의 역사와 현장 탐방

· 과제를 통한 CO단계 실천 경험

· 주민 대화와 주민지도력 세우기

· 주민조직 운영과 활성화

· 주민운동 비전 및 전략세우기

21기 워크숍촉진자과정

2024년 9월 - 11월 (6회차)

어떻게 하면 주민의 문제의식을 높이고 자발성을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조직을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책임 있는 대안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주민운동 워크숍촉진자로

훈련하는 과정입니다.

(총 6회 / 1시-6시)

· 워크숍 기본 원리와 과정

· 워크숍 촉진자의 역할과 자세

· 활동평가워크숍의 실제

· 활동기획 워크숍의 실제

· 문제해결워크숍의 실제

· 사명비전워크숍의 실제

현장의 주민조직화 상황과 과제에 민감하게 소통하여, 현장 주민운동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을 함께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 홈페이지 교육신청란에 접수

마을공동체현장

주민자치현장

자활운동현장

사회복지현장

건강(돌봄)현장

· 마을공동체운동의 역사와 철학 이해 · 마을공동체운동과 조직화 · 주민조직화 방법과 단계 · 마을 의제 발굴과 공론화 · 주민관계 맺기와 대화

· 민주적 조직운영과 회의, 비전 개발 등

· 주민자치의 역사와 철학

· 주민자치회 분과 활성화 워크숍

· 주민자치 리더와 간사의 역할 이해

· 주민자치회 소통과 회의 운영

· 주민자치회 의제 발굴 워크숍

· 자활사업단 반장 리더십 교육

· 자활사업단 민주적 회의 운영

· 신입 실무자 자활현장 이해 교육

· 자활사업단 공동체성과 조직력 세우기

· 자활사업단 공동규칙세우기위크숍

· 자활자업단 역할세우기워크숍 (문제해결워크숍)

· 자활기업 진단과 컨설팅

· 지역밀착형실천- 지역사회분석과 전략세우기

· 마을의제개발 및 주민만나기 훈련

·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복지의제 찾기

· 사회적고립 주민 만나기와 대화

· 주민조직화 실천과 단계 이해 교육

· 주민조직 활동계획 세우기

주민조직 진단과 전략세우기

건강(돌봄)운동과 주민조직화 이해

보내주신 후원금은 ˙정규과정 운영 ˙훈련생 교육비 지원 ˙전략현장(쪽방지역) 조직화지원 ˙연대활동 ˙기타 목적사업 등으로 사용됩니다. 2024년 1월부터 6월까지 후원해 주신 분들입니다.

(286명 / 단체 7곳)

강경규 강경미 강기연 강동근 강민아 강수정 강슬기 강은하 강정식 강정혜 강현우 강혜란 강혜정 강홍배 고명선 공해빈 곽동순 구자현 권영규 권영지 권용옥 권 혁 권혁근 권호경 길종각 김경호 김관식 김광환

김나정 김대용 김대호 김도환 김동훈 김명신 김문재 김미자 김미정 김민선 김민정 김보라 김보하 김봉준 김상진 김선희 김성재 김성현 김송희 김수정 김순규 김순복 김슬기 김승오 김영례 김영실 김영찬 김용경 김용현 김윤정 김은라 김은미 김은주 김은주 김인해 김재필 김종철 김진구 김진수

일 노인경 류승희

박민진 박보아 박선미 박성진

박인숙 박재준 박재천 박정선 박지원 박진수 박찬규

반기숙 반주희 배명원 백명희 백승철 서용식 서주현 선동수 손서봉 손영희 손이헌 손혜진

송영호 송예순 송태훈 신명호 신민경 신민정 신바른 신보람 신순화

양영숙 양영희 양정애 양진영 엄미경 엄태인 연기룡 연화자 오미옥

유명섭 유문경 유인성 유진선 유현만 윤명숙 윤성집 윤용주 윤은정 윤재일 윤정자 윤종화 윤지영 이경란 이경아 이경희 이규선 이규원 이도상 이두진 이민주 이병채 이보영 이상미 이선영 이선주 이선화 이세민 이세희 이수연 이순이 이승용 이승희 이양경 이영선 이윤아 이율진 이은미 이은아 이인순 이재홍 이정미 이정임 이정혜 이정후 이종재 이종환 이종희 이주아 이준경 이지현 이진만 이창열 이현옥 이현희 이 호 이훈희 이희석 임소연 임오정 장경혜 장동철 장옥희 전두희 전미정 전웅일 전재형 정담인 정대철 정덕영 정두영 정상길 정 선 정선영 정성희 정영재 정재숙 정정민 정지은 정진영 정현주 조두선 조문영 조성호 조영정 조윤경 조중근 조혜진 조환기 주신원 지상현 지종섭 진형미 차재설 채봉균 최경우 최명수 최문철 최분이 최선희 최수진 최순례 최은경 최은영 최익현 최종덕 최지영 최희령 추승엽 하태욱 하현우 한금희 한순미 한승엽 한 진 허헌중 형동선 홍여옥 황세진 황의석 황현주 (사)관악주민연대 (사)삼양주민연대 (사)한국도시연구소 (주)세움건축 천주교서울대교구빈민사목위원회 *전략현장특별후원(웰쉐어사회적협동조합) 한살림서울소비자생활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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