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겨울호_기분 좋은 가능성_통권 26호

2023년 겨울호 [통권 26호]

기분 좋은 가능성

기분 좋은 가능성 2023년 겨울호 [통권 26호]

펴낸곳 (사)한국주민운동교육원

기획·편집 (사)한국주민운동교육원

발행일 2023. 12. 31.

디자인 구엘

주소 서울 종로구 이화장길 32-8

인쇄 영기획

전화 02-766-9051 E-mail conet96@daum.net 홈페이지 www.co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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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현장읽기 04

강북구 직접정치 주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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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주민운동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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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주거운동

CO칼럼

우성구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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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를 위한 변명

신명호

20

주민조직운동의 뿌리, 주민

박재천

17 23

주민운동과 정치

다시 읽는 페다고지_문제제기식교육

현장일기 26 30

주민조직가 일기 주민지도자 일기

교육현장

신장식 최종덕 선동수 김기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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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지도자가 조직가에게

분도, 신원

42

고립된 주민의 삶으로부터

류화수

38

로코아 젊은 조직가 훈련기

연구보고 44

소식 48

주민지도력 형성과정에 대한 사례연구

김차리

조지혜

한국주민운동교육원(CONET)

3

현장읽기

강북구 직접정치 주민대회 *

"4321 이제 한발 뗐을 뿐, 우리가 만들고 싶은 직접정치의 길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우성구(강북구 직접정치주민대회 준비위원회 상임대표)

* 4321은 주민 요구안 마련을 위한 주민투표에 참여한 강북구 주민 수 4

강북구에서는 드문 일이다.

2023년 10월 29일 오후3시 강북구청 앞에 200여명의 주민이 모여 작은 정치 축제가

열렸다. 강북구 직접정치 주민대회 1회 대회가 열린 것이다. 기득권 정치인 단 한 명 안 와도 우리는 ‘스스로’, ‘함께’ 얼마나 즐거운 축제의 장을 열 수 있는지 보여 주었다.

풍물패가 길을 열었다. 힘찬 풍악은 강북구청 앞 광장에 울려 퍼졌다. 화계중학교 청소녀 댄스동아리 ‘월하무경’이 멋진 춤 공연으로 축하해 주었고, 어린이들이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노래로 신바람을 일으켰다. 우리는 힘차고 멋지고 신나게 우리 스스로가 연 길로 함께 걸어갔다.

지난 9월 1일 강북구청 앞 직접정치주민대회 10대 요구안 투표 돌입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장장 45일간 주민 삶의 현장, 주민의 일상으로 찾아가 받아낸 주민투표 결과는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오프라인 3783명, 온라인 457표, 현장투표 81표로 4321명이 이번 1회 주민대회에 동참하였다. 이는 강북구에서 주민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강북구 인구의 1/70인 4,152명을 상회하는 투표수이다. 목표달성! “진짜 할 수 있을까? 가능할까? 정말 될까? 했는데 이루고 말았어요.” 파르르 떨리고 있는 한 청년의 말은 ‘떨림보다는 울림’이었고, 눈에 맺힌 수줍은 눈물 한방울은 직접정치를 염원하는 ‘미래를 바라보는 망원경’ 아닐까? [주민투표 개표 결과] 1위 노인 식사 지원 동 단위 거점 마련(675표 15.62%) 2위 자녀 출산지원금 100만 원 지급(603표 13.96%)

3위 각종 폐기물 분리배출 거점 공동구역 설치와 관리(553표, 12.8%) 4위 초등학교 방과 후 더 좋은 돌봄을 위한 예산 지원(499표 11.55%) 5위 경비노동자 근로계약 기간 2년 인센티브제 실시 (448표 10.37% 6위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 제정 및 관련 예산 책정 (352표 8.15%)

7위 접근성 좋은 청소년 문화예술 공간 마련과 자격증 취득 지원(349표 8.08)

8위 솔샘터널 경사로 인도 설치와 미아사거리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연결(263표 6.09%) 9위 노점상 민원 발생 시 강제 철거 대신 대화 창구 마련(256표 5.92%)

10위 취업용 보건증 발급 비용 지원 및 돌봄 노동자 장기근속 수당 지급(235표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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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 개표결과 주민들은 ‘노인 식사 지원 동 단위 거점 마련(675표 15.62%)’를 1위로, 그 뒤를 이어 ‘자녀 출산지원금 100만 원 지급(603표 13.96%)’을 2위, ‘각종 폐기물 분리배출 거점 공동구역 설치와 관리(553표, 12.8%)’를 3위로 꼽았다.

직접정치주민대회 준비위원회는 “1위를 차지한 것뿐만 아니라 10개 요구안 모두 구정

운영에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즉시 강북구청과 구의회에 개표 결과를 알리고, 이를 구정 운영에 반영하도록 논의를 시작했다. 강북구청 담당자들은 우리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예산이 없다.” 안 된다는 것이었다. 되는 방법을

찾아볼 생각도 없이 협의에는 응하지만 어렵다는 앵무새 같은 답변만 돌아왔다. 그래도 한 가지 확인한 것이 있다. 우리가 10대 요구안을 확정하고 투표에 돌입하자 10대

요구안에 들어 있는 ‘노점상 강제 철거 안하겠다’고 노점상을 만나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돌봄노동자 근속수당’은 곧 시행될 것이라고 일러줬다는 것이다. 앞에서는

예산 없다, 안 된다고 하면서도 뒤에서는 주민의 힘이 무섭긴 무섭나 보다. 힘이 많아지고 더 커지고 조직화 되면 “우리가 정말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겠구나” 확인 할 수 있는 일례가 되었다.

직접정치주민대회 성사에는 지역단체와 진보정당, 그리고 주민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 집행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위원회는 4월에서 7월까지 강북구 각 단체를

찾아다니고 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 거리 등을 다니며 주민요구안 507개를 모았다.

이를 취합하여 331개로 분류하였으며 이를 다시 65개 요구안으로 압축하였다. 이제 밥은 다 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밥상을 차릴 시간. 7월16일 강북문화예술회관 행복실에

심의위원 50여명이 모였다. 10대 요구안 심의회의를 통해 65대 요구안이 10개로 다시 합쳐져 주민투표밥상에 오른 것이다. 총12차례 대회 준비를 위한 준비위원회, 수십

차례의 집행위원회를 거쳐 주민들이 직접정치 밥상을 만든 것이다. 밥상 재료를 주민이 내고 그걸로 잘 만들어진 밥상, 거기에 주민이 또 다시 참여하고... 맛있게 밥을 먹은 결과가 우리들이 이번에 함께 확인한 결과이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제 결과를 본격적으로 실현할 시간이다.

강북구청의 미온적인 태도와 달리 지역 정치인들은 발 빠르게 우리와 만나기를 원했다. 주민의 힘이 드러나 보이자 우리들의 요구안을 함께 공유할 시간을 잡기도 했다.

강북구의 국회의원 한 명은 1시간 30분이 넘도록 우리 요구안을 함께 토론했으며 그중 특별히 ‘노인밥상’, ‘마을밥상’, ‘거점돌봄’에 관심을 보이며 더 잘 다듬어 잘 실현해

보자고 제안해 주기도 했다. 우리는 구의원들이 조례와 정책을 직접 제안할 수 있도록

정책제안서도 만들어 전달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직접적인 요구는 정치인이라면 여야 가릴 것 없이 관심가질 사안이다. 주민들의 실생활에 필요한 요구이기 때문에 그렇고

주민 다수의 필요에 근거한 요구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번에 확인한 것은 지역에서는,

주민 요구에 대해 여야가 따로 없으며 여야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굳이 여야로

나눠 지역을 중앙정치의 하위무대로 전락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주민들의 6

필요로 하는 것과 요구를 모으고 직접 우선순위 정하고 실행하고 평가하여 더 좋은

지역을 만들어 가는 데에는 중앙 정치 논리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포인트를 확인했다. 이후 우리 직접정치 운동을 지역정당운동으로 연결해 볼 만한 사안이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거나, 주민의 힘을 무시하거나, 주민 위에 군림하려는

선출직 공무원이 문제이다. 공무원이 못하겠다 안하겠다 하는 것이 문제이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결국은 주민이 요구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주민의 눈 밖에 날 것이고 주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주민을 무시하면 결국 자신도 철저히 주민에게 무시당한다는 사실, 아무것도 안하려 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는 사실, 주민 위에 군림하려다 뚝 떨어진다는 사실을 아무리 말해도 모른다면 주민이 직접 보여 주는 수밖에...

하여 지금 우리의 직접정치의 길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4321로 이제 한발 뗐을 뿐이다. 아직 갈 길 멀고 배고프다. 내년엔 1만명 그다음엔 2만, 3만, 5만... 주민의 필요, 주민의 직접적인 요구와 참여가 지역을 바꾸고 정치를 교체하고, 지역을 주민의 힘으로

새롭게 변화시킬 때까지 우리 직접정치 열망은 식지 않을 것이다. 더 끈질기고 더

강인해질 것이다. 활활 타오르지 않아도 계속 지역을 데울 것이고 언젠가는 지역을 들들 끓어오르게 할 것이다. 아래에서, 바닥에서, 주민 편에서, 주민과 함께 밑불을 만들어 가자! 밑불을 만들어 가자!

주민 직접정치를 방해하고 무시하고 기만하는 기득권 정치인들이여! 어디 한번 해보자, 우린 벌써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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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주거운동 지수(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2023년 11월 17일,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한국주민운동교육원·한국도시연구소 창립기념 심포지움이

열렸다. ‘집이 재난이 된 지금, 인권으로서의 집에 대한 요구’라는 주제로 1)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의 목소리 (안상미/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위원장) 2) 불법 건축물, 고시원, 전세사기에 내몰리는 청년 주거

(지수/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3) 폭우참사와 관악구 반지하 주거 현실과 대안 (정두영/관악주거복지센터장) 4) 기후위기와 쪽방촌 실태 (김영국/동자동 공공주택추진주민모임 위원장. 이재임/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의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이 글은 심포지움에서 지수위원장이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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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는 껍데기 집이 있지만, 민달팽이는 집이 없습니다. 집

없는 민달팽이의 모습이 집 없이 살며 주거 불안을 겪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같지요. 민달팽이유니온은 집 없이 사는 청년 민달팽이들이 모여서 만든 민간비영리단체입니다. 집으로 돈 버는 사회에 문제제기를 하고 청년들의 삶을 통해 주거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청년 당사자들이 모여있습니다. 2011년부터 첫 활동을 시작해, 13여년 동안 민달팽이 청년들의 주거권

운동을 함께 지지하는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이 청년 당사자들의 연대체로 시작하면서

처음 한국 사회에 던졌던 화두는 '청년 주거 빈곤'이었습니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의 주거 빈곤율은 조금씩

낮아졌지만, 유일하게 증가하는 인구집단이 있었습니다. 바로 청년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서울 청년 1인 가구였습니다. 이들 3명 중 1명이 주거빈곤을 겪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거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주거 정책은 부재했었고, 그나마 있는 대학생 대상의 기숙사 또한 수용률이 몹시 낮았습니다. 이에 많은 청년들이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그리고 불법건축물(주차장,

음식점, 사무소 등 주택이 아닌 공간을 불법 개조하거나 불법 증축하여 건축법을 위반한 건물)에서 열악한 주거 환경을

견뎌내며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주거 문제는 결코 일시적이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젊을 때는

사서도 고생'하는 거라면서 열심히 노력하면 자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호언장담을 하고, '내 집 마련' 중심의 청년

주거 정책을 나열하곤 합니다만, 민달팽이유니온은 단호히

말합니다. 우리는 평생 세입자로 사는 세대입니다. 월세-전세-

자가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는 진작에 붕괴되었습니다. 내 집 마련, 즉, 주택소유 중심의 청년 주거 정책은 청년을 앞세워

투기를 조장하고 주거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에 불과합니다. '제너레이션렌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평생 세입자로 사는

세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한국 사회는 지난 수십 년간 한

차례도 자신이 소유한 집에서 살아가는 이들(자가점유율)이 60%를 넘은 적이 없습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 중 40%는 세입자였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세입자를

주거사다리를 올라타는 경로에 놓인 존재, 그러니까 그 9

자체로는 '미완'의 존재로만 취급해왔습니다. 세입자로 사는 이들이 겪는 불안과 고통은 장차 '내 집 마련'을 하면 해소될 일시적인 문제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집은 소유하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여야 합니다. 내가

점유한 공간은 그 자체로 나의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

집을 우리가 사적으로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집다운 집, 멀쩡한

집에서 부담가능한 주거비로 살고 싶은 만큼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욕심이

아니라, 권리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바로 집입니다. 집의 소유 여부에 따라 그것을 누릴 자격의 있고 없음이 생겨서는 안 될 일입니다.

세입자들의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가 심각한 요즘입니다. 우리가 이것을 사회적 재난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너무나 오랫동안 세입자들이 고통을 호소했던

주택임대차시장의 구조적 결함들을 역대 어떤 정부도 제대로 개선하지 않은 채

사실상 깡통전세와 전세사기가 만연하도록 용인해온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세입자들이 임대인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고 전

재산과 다름없는 보증금을 덜컥 맡겨와야 했겠습니까? 세입자들은 공인중개사 또는 임대인과 집을 볼 때, 보증금 협상을 할 때, 주택 하자 책임을 다툴 때,

퇴거하며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때 그 언제고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왔습니다. 선의의 중개사, 임대인을 만나는 것이 중요했고, 모든 것은 운에

맡겨졌습니다. 중개사가 가짜 임대인을 소개해주면, 임대인이 자신에게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숨기면, 주택 곳곳에 누수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세입자는 피해를 직면하기 전까지 자신이 겪게 될 고통을 미리 감지할 수도, 피할 수도 없습니다. 그간의 주택임대차 제도가 그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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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들이 얼마나 쉽게 보증금을 떼이는지, 그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세입자 김아무개씨가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다음 세입자 박아무개씨가 보증금 한 덩어리를 들고 이

집에 들어옵니다. 세입자들끼리 폭탄 돌리기가 계속됩니다. 임대인은 2년마다 보증금을 올리고, 폭탄은 계속 커집니다.

정부가 나서서 전세 대출을 확대하고 위험한 집들의 대출을 보증해주기까지 하면서, 폭탄은 더욱 커집니다. 임대인은 세입자들이 더 많이 지불한 보증금으로 또 다른 주택을

사들이고, 다주택자들의 주택소유는 계속해서 늘어납니다. 그렇게 세입자들의 보증금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임대인의

자산을 증식시켜주는 수단으로 전락해왔습니다. 임대인이

손 안대고 집값을 부풀리고 더 많은 집을 갭투기로 소유하며 이익을 독점하고 중개사들이 이것을 견인했으며, 정부의

정책이 전세대출과 전세보증제도를 통해 이러한 상호작용을 원활하도록 도왔습니다. 그 결과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로 고통받는 세입자들의 피눈물이 전국 곳곳에 흥건합니다.

2013년부터 민달팽이유니온은 세입자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거교육, 주거상담을 진행하고 주택임대차시장에서 고통받는 청년들의 곁에서 현장대응을 시작으로 제도개선을 아우르며

실천적인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세입자여도

괜찮은 사회, 세입자로 살면서도 존엄하고 평등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할 것입니다. 평생 세입자로 사는

이들은 집을 소유하지 않은 채 남의 집을 빌려 살 것입니다. 그간 한국 사회는 집을 소유하지 않은 이들의 주거권을

수십 년 동안 함부로 등한시해왔고, 전세사기 깡통전세라는 사회적재난까지 터져나오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마치

세입자의 주거권이 임대인의 재산권보다 덜 중요한 것으로 취급해왔던 기존 사회 질서를 함께 바꿔내야 합니다.

집은 자산증식수단이거나 돈벌이수단이기에 앞서,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이들 모두에게 너무나 당연하게 필요한,

존재할 자리 그 자체이기에 그렇습니다. 집은 인권입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집을 소유하지 않은 이들이 이 땅 위에

존재할 자리를 함께 환대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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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주민운동 한마당 서로가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 주었다.

음식이 나눠졌고, 응원하는 눈빛을 가슴에 담았다. 그렇게 156명이

갑자기 구름 속 해가 햇살을 비춰주었다. 웃음소리가 모였고, 따뜻한

2023년 10월 14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걱정하는 마음이 무색하게

소리 지르기 대회 관악, 강북 어르신들이 한 줄로 맞춰 일렬로 섰다. 일명 소리 지르기 대회. 지금부터 누가 더 큰 소리를 길게 내는가. 아~~~~~!! 주민운동은 목소리를 낼 때 주인이 된다.

공굴리기 공이 잘 굴러 가려면 왼쪽 오른쪽의 힘이 비슷해야 한다. 안 그러면 힘이 쎈 쪽으로 방향이 틀어진다. 서로 힘의 속도와 강약을 맞출 때,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우린 앞으로 간다.

CO칼럼

김지하를 위한 변명 신명호(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소 소장)

생전에 김지하 시인이, 아는 사람 편에 빈곤(가난)에 관해 공부할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해 온 적이 있었다. 책 두어 권의 제목을 보내고 얼마 안 있어 직접 만나고 싶다는 전갈이 왔다. 일산 자택으로 찾아간 내게 그는 ‘왜 일찍이 가난 공부를 안 했었는지 후회된다’며,

‘이제부터라도 함께 공부하는 동학(同學)이 되어 달라’는 뜻으로 난(蘭)을 쳐주었다. 나중에 보니 직접 난을 그려 선물하는 것이 그가 사람을 ‘꼬시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꼬임이 전혀 싫지 않았다. 대학 시절 몰래 숨어서 읽어야 했던 시 <타는 목마름으로>의 저자―전설 같은 그가 빈곤 공부를 하겠다지 않는가? 기꺼이 동행하겠노라 했다. 그리고 이사 다닐 때마다 애지중지 챙기던 그 난 그림을 내가 쓰레기통에 버린

것은,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그가 박근혜 지지선언을 하고 나서였다. “완전히 미쳤군”, 어처구니없었다.

사실 그전에도 그에게는 더 큰 탄핵의 전과(前過)가 있었다. 1991년, 독재정권에 맞서

청년˙학생들이 분신과 투신 자살을 이어갈 때, <조선일보>에 실린 그의 칼럼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는 투쟁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청천벽력이었다. 사형 선고받은 김지하의 구명 운동(1974년)을 계기로 결성됐던 ‘민족문학작가회의’는 그 일로 그를 제명했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세상과의 불화는 2022년 5월, 그가 이승을 떠날 때까지 계속됐다. 전언에 따르면 그의 빈소는 퍽 쓸쓸했다고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자, 그를 탄핵했던 이들에게서조차 애달픈 추모의 말들이 흘러나왔다. ‘죽음의 굿판’ 사건으로 김지하에게 거칠게 대들었던 시인 김형수(당시 민족문학작가회의 청년위 부위원장)는, 2001년 김지하가 후배 문인들과의 만남에서

(다른 데도 아니고) 하필 <조선일보>에 투고했던 일은 자기 잘못이었다며 사과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또, 그 칼럼의 선정적인 제목은 신문사가 필자 몰래 일방적으로 붙인

것이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어쨌거나 같은 죽음을 두고,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독재정권’이라는 운동권 인사들과, ‘이유가 어떠하든 생명은 절대 꺼트리면 안 된다’는 김지하는 서로 다른 차원의 주장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기실 1960년대 후반, 혁명의 시인으로 등장한 이래 죽을 때까지 그의 정신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전진하고 진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이미 ‘생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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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동’이라는 새로운 화두에 꽂혀있던 그 필화 사건 즈음은, 그가 독재와의 싸움에 골몰하는 대신, 독재자와 싸우면서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닮게 된 구석은 없는지

성찰하자는 얘기를 더 힘주어 말할 때였다. 그러니 어찌 시대와의 불화가 없을 수 있었을까?

그의 생애는 참으로 웅장하고 파란만장했으며 그의 정신은 변화무쌍하였다. 평범한

이들의 단어 몇 마디로는 온전히 다 주워 담을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하였다. 그래서

그가 뱉은 말들 가운데는 나의(혹은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정신을 번쩍 나게

하는 지혜의 언어들이 있었는가 하면, 마냥 지루하고 이해 불가하며 도무지 믿기 어려운 몽상가의 언어도 있었다. ‘우투리*’의 후손답게 밑바닥 민중의 애환을 노래한 시와

서사들, 우리 민중운동의 뿌리가 동학(東學)사상에 있음을 일깨워준 동학운동 이야기, 그리고 이와 연관된 생명운동론이 전자의 범주에 속한다면, 후천개벽 시대는 남성

중심의 우주론이 해체되고 새 문명의 주체로 여성이 나서는 시대이니 박근혜를 지도자로 세워야 한다는 등의 주장은 그야말로 광인(狂人)의 언어였다.

* “평소에는 부지런히 일만 하고 우스갯소리에 눈물 많고 인정 많은 그런 양민이지만, 한번 사세 뒤틀리면 관 헌이고 지주고 간에 모지락스럽게 두들겨 패고는 냅다 튀어 뭍이나 딴 섬으로 바람같이 사라져버리는 그런 종 자들을 가리켜 ‘우투리’, ‘우툴’, 혹은 ‘오돌’, ‘오돌또기’라 부른다. 아마도 그들에겐 뭍에서 반란에 가담했거나 법을 어기고 섬으로 몸을 숨긴 선조들의 거칠고 뜨거운 반역의 핏줄이 이어져 오지 않았나 싶다.” 김지하 회고 록, 『흰 그늘의 길 1』, 2003, 학고재,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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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를 가리켜 천재인가, 아니면, 광인인가?고 물었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생애의

발자취는 이 두 세계의 경계선을 따라 때로는 이쪽, 때로는 저쪽을 넘나들며 이어졌던 것 같다. 그러니 어떤 추모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제 잘난 것 감당 못해 삼동네 떠나가도록

주리 틀다 간 사람이지만 … (또한) 나라 잃고 나라 갈리고 겨레끼리 죽이고 죽는 한반도 백오십 년의 기우는 운수를 제 몸 갈아 넣어 받치고자 … 소신공양*을 했던’ 사람이다. 이미 죽은 자를 다시 불러내는 것은 그것이 오직 산 자들에게 유익할 때만 온당하다.

내가 그를 다시 기억하고자 하는 이유는 불평등과 차별과 죽임으로 얼룩진 오늘날의

세상에 맞서는 법을 그가 일찍이 설파한 바 있기 때문이다. 동학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감옥에서의 사색이 빚어낸 반(半) 창작품이로되,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의 이념은 그의 <장일담> 시작 노트에서 ‘밥이 하늘이다. 극락이란 밥을 나눠 먹는 것’이라는

구호로 구체화 된다. 이렇게 그는 동학사상을 민중운동의 철학 교범으로 해석하고

벼림으로써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에게 정신의 양식과 에너지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이 동학의 가르침은 그의 생명운동 담론으로 이어진다. 그에 따르면,

생명운동이란 ‘현실 세계의 억압자, 지배자, 약탈자에 의한 인간의 인위적인 죽임, 즉 억압과 분단과 왜곡, 약탈과 멸종, 오염과 변질 등에 대한 저항을 전 중생이 자기 회복 운동으로서 전개하는 것’이다.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다는 사람들의 신음 소리가 커질수록 ‘사람을 하늘로 섬기라’던 가르침이 뼈에 사무치게 간절해진다.

* 김사인, “지하 형님 환원 49일에 ‘해월신사께 한 줄 축(祝)을 올립니다”, 김지하 시인 추모문화제 자료집, 2022.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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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칼럼

주민운동과 정치 신장식(변호사, 방송인)*

'이걸 왜 우리가 계속 해야 하지?’ 봉천 3,6동, 봉천 5,9동, 신림 10동, 난곡을 오가며 관악주민연대 간사로 일하던 97년 경, 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공부방, 탁아소, 주민도서관 등 지역센터들, 지역에 뿌리내린 교회와 천주교 공소 등에서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던 다양한 배경의 활동가들은 동시다발적인 관악구의 대규모 재개발과 95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방자치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관악주민연대를

만들었습니다. 한창 재개발이 진행되던 봉천 2,3,5,6,9동 철거민들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철거민 조직을 만들기까지 공부방, 탁아소, 주민도서관 등 지역센터의 역할은 지대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센터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 활동가들을 진을 빼고 있었습니다. 쥐꼬리만한

급여, 자원활동가 없이는 운영되기 어려운 인력 수급 상황, 오르는 보증금과 월세, 관공서와 공공기관의 정책적 지원은 고사하고 방해만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던 상황에 활동가들은 점점 소진되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지역센터가

유지되고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고 해도 사실 활동가들이 주민을 조직하고 훈련하여 지역의 주인으로 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철거 현장을 누비는 중에도 지역센터 관련 현안은 매번 발생했고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제게 찾아온 질문이 바로 ‘이걸 왜 우리가’ 였습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해 돌봄과 지원을 담당할 책임자는 정부입니다. 활동가들이 결코 아닙니다. 주민 조직가, 주민 지도자들은 주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주민이 그 지역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매진해야 하고, 그 매개로 지역센터 활동을 했던 것인데, 조직화는

사라지고 프로그램 운영 자체에 활동가들이 소진되어 버리는 상황.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 신장식씨는 1996년 관악주민연대 간사로서 활동 할 당시, 제1기 주민조직가 기초과정(3월-6월)을 수료하였습니다. 현재 MBC 표 준FM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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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을 위한 복지와 돌봄 프로그램은 분명 정부의 책임입니다. 그런 일 하라고 국민들은 세금을 내고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걸 왜 우리가 해야 하나요? 그것도 계속. 주민조직가들이 해야할 일은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국민들이 준

권한을 행사하여 주민들에게 복지와 돌봄을 제공하라고 주민들이 요구하고 관철할 수

있도록 주민들을 조직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활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지역센터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주민조직가 신장식이 ‘계속’ 해야할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었습니다. 그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입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움직이는 정치가 해야 할 일입니다.

좁은 의미의 정치는 국회와 의회 등 소위 ‘정치권’이 벌이는 일입니다. 넓은 의미의 정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움직이는 모든 행위를 뜻합니다. 언론을 통한 여론 형성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서명, 개별적이고 집단적인 정치인 방문, 관공서 민원 제기, 심지어

끼리끼리 모여 수군거리는 일까지 정치는 사실 세상사 전부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는, 좁은 의미의 정치 또는 넓은 의미의 정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주민, 조직가 누군가는 보다 직접적인 ‘정치 행위’를 하기 위해 ‘정치권’으로 들어가야 하고, 주민 조직가 누군가는 주민들과 함께 수군거리고 민원을 넣고, 여론을 형성하고, 제대로 된 정치인을 당선시키고 못된 정치인을 떨어뜨리는 일을 일부러 찾아서 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민들의 역량이 정치, 경제, 모든 면에서 강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과정과 결과가 주민조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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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멀리하고 순수하게 센터 활동에 헌신하겠어, 오직 주민 조직화 사업만

할거야...라는 말과 삶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한편, 이미 우리가 만나는 주민들은

진공상태에서 살고 있지 않습니다. 수많은 뉴스와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고 그 속에서

만들어진 자신만의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견 지나치게 강하기도, 일견 지나치게 엉성하기도 하지만 나름의 견해를 가진 주민들을 주민 조직가들이 만나면서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처럼 본인이 운영하는 프로그램만을 매개로 주민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주민들조차 그런 활동가들은 그저 좋은 사람으로만 여기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민들이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할 때 활동가들의 견해를 아니 존재 자체를 논외로 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그 활동가는 무엇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렇다면 주민 조직가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총체와 매일 매일 닥쳐오는 구체적 사안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분명히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래야 주민들의 ‘리얼 월드’에 참여하고 주민들의 역량을 끌어올려 스스로 한 사람의 민주적 유권자로, 대한민국의 주인으로 설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지 않을까요? ‘유권자 민주주의’ 현대 정치는 대체로 ‘정당 민주주의’라고 해석됩니다. 유권자를 대리하는 정당이 현실

정치의 주역이라는 관찰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사는 정당 민주주의라는 말로

다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최근 경희대학교 김윤철 교수는 ‘유권자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수없이 많은 정당이 명멸했지만, 4.19, 5,18, 6월 항쟁, 촛불혁명까지 대한민국

정치의 변곡점은 우리 국민들이, 유권자들이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현장의 주민 조직가는 결국 이 ‘유권자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지 않을까요?

글을 맺으면 한 말씀 드립니다. 누군가는 저를 현실 정치에 뛰어든 진보정당 정치인으로, 변호사로, 방송 진행자로 기억하고 부릅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마이크 앞에서 하는 말이

현장의 주민 조직가들이 주민을 조직하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 현장의

주민들이 유권자로서 스스로 행동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와 확신을 가지고 살고 있는 한, 여전히 저는 주민 조직가라고 스스로를 여기며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요? 하여 지금 이글을 읽고 계신 주민 조직가, 주민 지도자 여러분께 이렇게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나의 동지들, 그대들의 앞날에 영광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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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칼럼

주민조직운동의 뿌리, 주민 박재천(한국주민운동교육원 초대 대표)

나는 지난 칼럼에서 ‘주민조직운동의 터, 현장’을 다뤘다. 이번에는 주민조직운동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주민’을 경험한 대로 증언한다. 현장의 주민은 주민조직운동의

뿌리다. 나는 주민을 주민조직운동의 뿌리로 본다. 뿌리인 주민으로부터 주민 조직의 힘이 나오고, 주민조직운동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산이나 들의 나무나 풀

생명들을 보면, 뿌리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뿌리로부터 생명들의 살림이 시작되고, 자연의 힘이 지속된다. 이렇듯 주민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주민조직운동의 힘을 만들고, 조직과 지역과 사회의 비전을 만들어간다.

나는 현장의 주민을 구분해서 생각한다. 첫째는 잉태된 태아부터 유아기를 거쳐

초등 중등 고등학교까지의 주민이다. 잉태된 태아는 주민들의 큰 관심사다. 임산부는 주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유아엄마들은 주민들의 소통을 촉진한다. 초등학생 주민이

되면 동네 사정을 훤히 알게 된다. 물론 중등, 고등학생 주민들은 학업에 전념하지만, 역시 동네 사정은 다 안다. 둘째는 주민조직운동의 당사자 주민이다. 청년과 아저씨

아줌마로 불리는 주민이다. 또한 인생 경험이 많은 노년기 주민도 여기에 속한다. 당사자 주민들은 주민조직운동의 힘을 모으고, 주민 조직의 목적과 목표를 이루는 주민이 된다. 주민1. 청계천-양평동 판자촌 주민 나의 첫 증언은 청계천판자촌(1974-1975)과 양평동판자촌(1976-1977) 주민이다. 정부는 판자촌을 ‘불량한 불법 무허가 지구’로 규정했다. 정부정책의 실패로 생긴

무허가판자촌을 두고,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에게 그들의 불법 탓으로, 범죄자로 취급했던 것이다. 이곳 주민들은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주거 불안에 늘 시달리면서

일자리에 허덕이고, 열악하기 짝이 없는 생활환경에서도 생존에 필요한 노동에 성실한 주민들이다.

또한 이웃 관계나 동네 현안에 대하여 예민함과 협동심을 놓치지 않았던 주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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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았던 동대문구 답십리지구의 청계천판자촌은 1975년 늦은 봄, 의심의 화재로 철거되었다. 주민들은 즉각 판자촌 둑 위에 천막을 치고, 대책위원회를 조직하여

화재대책활동을 전개했다. 진정서, 호소문으로 탄원하면서 여론을 환기시켰다. 누구나 할 것없이 동대문구청과 서울시청에 항의하는 투쟁과 협동의 힘을 발휘한 주민들이다. 주민2. 복음자리-한독주택-목화마을 주민 두번째 증언은 경기도 시흥시에 자리잡은 복음자리-한독주택-목화마을 주민이다.

복음자리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문래동 판자촌에서 철거된 주민들의 집단정착지다. 주민들은 1977년에 170세대, 1979년에 32세대, 모두 202세대가 스스로 자조 주택을

짓고 마을을 일구었다. 한독주택은 서울 신림동, 당산동, 시흥동에서 철거된 주민들의 집단정착지다. 1979년에 164세대가 자조 주택을 지어 마을을 일구었다. 목화마을은 서울 목동에서 철거된 주민 105세대가 자조 주택을 지어 마을을 일구었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의 자리가 강제로 파괴될 때마다 정부와 서울시에 강력한 투쟁으로 맞선다. 이들 3개 마을 주민들도 자신들의 삶터가 파괴되자 벼랑 끝에서 정부정책의

부당함과 대책 없는 강제철거에 단호하게 맞섰다. 그러면서 투쟁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대안을 찾아 자신들의 삶의 자리를 일구었다. 3개 마을 주민들은 투쟁을 위한 단결과 대안을 만들기 위한 협동에 최선을 다한 주민들이다.

마을을 일구어 가는 주민들의 목표는 ‘인간다운 공동체’ ‘살맛 나는 공동체’을

일구는 것이다. 여기에는 주민들의 호혜와 상생, 협동과 미래가 들어있다. 3개마을은 주민대동제로 단오 축제를 열고, 신용협동조합, 장학회, 생산협동조합 등을 만들어 가면서 주민의 힘으로 주민조직운동의 힘과 역량을 쌓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주민3. 서울 성동구 행당-금호-하왕십리 주민 세번째 증언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금호동-하왕십리동 주민이다. 이곳 주민들은 거의 이농민들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산동네들이 그렇듯,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농촌을 떠나 도시 서울로 집중했다. 생존을 위해서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열악한 주거와 생활환경 속에서 인간다움을 꿈꾸기는 어림도 없는 형편이었다.

이곳도 1993년초부터 산동네 재개발사업이 시작되었다. 주민들의 1차적인 걱정은 살고 있는 집이 철거되는 것이다. 주민들의 생존에 가장 예민하고 신경 쓰이는 것이 집이다.

그나마 허름하지만 집을 가진 집주인들은 재개발이 되면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갖지만, 세입자들은 벼랑에 몰린다. 집이 철거되면 그나마 다니던 직장이나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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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교육, 살림에 대한 계획 등 모든 것이 멈춰버린다. 주민들은 이 생존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주민조직운동으로 결집한다.

재개발사업지구마다 ‘세입자대책위원회’을 조직하고 주민의 힘을 모아 연대하기

시작하며, 재개발조합과 정부에 세입자주거대책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은 엄청난 희생을 댓가로 치른다. 폭력철거깡패들의 난동과 만행, 강제철거위협 등 수많은 난제로 주민들은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힘과 역량을 강화하며,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가면서 호혜와 협동을 경험한다. 이곳 주민들이 일군 임시주택마련과

신용협동, 소비자협동, 생산협동, 복지협동을 주민조직운동으로 지속하고 있는 것이 호혜와 협동의 그 증거다.

주목1. 주민조직운동의 ‘성실한 가능성’이 주민이다. 나는 주민을 주민조직운동의 뿌리라고 했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주민은 각자가 자기

몫과 역할에 성실하다. 말 그대로 주민은 주민조직운동의 ‘성실한 가능성’이다. 위에서 증언한 주민들이 그렇듯, 생존에 필요한 노동에 성실하고, 현장의 문제나 현안에

민감하며, 호혜와 협동을 경험하면서 주민조직운동을 지속가능하게 한다. 주민은 어떤 위기와 위험이 주민조직운동을 가로막더라도 성실한 가능성으로 주민 조직의 미래를 열어간다.

이 질문은 나의 주민조직운동 원리와 원칙의 출발점이다. 주민조직운동의 주인인 주민을 어떻게 대접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주민을 대하는 철학을 가져야한다. 주목2. 나는 주민조직운동의 주민을 어떻게 대접하고 있는가? 어떤 손님을 모실 때는 대접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으로부터 초대를 받은 때는

대접받는다고 한다. 주민조직운동의 주민을 어떻게 모시고 대접하고 받을 것인가? 거듭거듭 곱씹을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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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칼럼

다시 읽는 페다고지 인간화 교육 최종덕(한국주민운동교육원 트레이너)

설명병 「자활사업 이해」라는 주제로 4시간의 교육을 요청받았다. 교육생은 자활사업단 반장(주민 리더)들이다. 자활사업에 대하여 어떤 내용을

알려주면 좋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강의 방향을 잡고 내가 아는

지식과 정보, 경험을 토대로 자료를 만들었다. 자활사업의 역사, 자활의 개념과 자활사업의 목적 그리고 반장들의 역할과 자질까지 조목조목 4시간 동안 설명했다.

반장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했다. 가끔 질문하는 분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나 보다 생각하며 충분히 설명했다. 간간히 질문도 던졌다. 질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에 맞게 응답해

주었다. 교육이 끝났다. 반장들은 재미있게 들었다며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교육을 기획안 실무자는 반장들이 잘 알아들었을 거라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렇게 교육이 마무리 되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어느 시대이든지 인간사회에는 억압구조가 존재하고 비인간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1968년 브라질의 교육사상가 파울로 프레이리는 피억압자의 교육학이란 이름과 함께 페다고지를 세상에 내 놓았다. 억압구조에 순응하게 하는 주입식-은행저금식 교육을 거부하고, 비판적 의식을 형성하게 하는 문제제기식 대화 교육만이 인간화의 길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향한 참된 의식과 행동을 고민하는 이들이 계속 곱씹어 보아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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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교육은 설명식이다. 강사는 자신이 가진 지식을 교육생에게 제공하며 주제에 대하여 설명한다. 강사는 가르치고 교육생들은 배운다. 교육생이 주제와 내용을 흥미롭게 이해하도록 잘 설명하는 사람이 좋은 강사로 인정받는다. 강사의 설명을 고분고분 받아들이는 사람이 좋은 교육생이 된다. 설명의 내용이 가치관과 지식이든 현실의 경험과 사례든, 그 과정에서 교육생은 강사가 ‘준비된 내용’을 주입하는 ‘그릇이나 용기’가 되고 만다. 교육은

강사가 교육생에게 설명하며 자신의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체로 강사들은 설명병을 앓고 있다. 은행저금식 교육 교육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아는 것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교육생들이 무지하다고 가정하는 것은 전형적인 억압의 형태다. 강사는

‘자활사업이 이런 것이므로 잘 이해해야 하고, 반장은 자고로 이런 역할을 수행하고 이런 자질을 잘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사는 반장들에게 간간히 질문하며 그들의 처지와 현실, 문제와 욕구 등을 물어보지만,

강사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을 뿐이다. 강사는 반장의 심성의 변화를 유도하며, 자활사업의 질서를 수용하며 동시에

수동적으로 순응하게 만들고 있다. 은행저금식 교육은 학생들을 의식적

존재-현실에 대하여 스스로 의식하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분의 의식-강사가 주입하는 의식-을 소유하게 만들 뿐이다. 은행저금식 교육은 교육생을 주변인이자 구경꾼으로 만든다. 이와 같이 은행저금식 교육은

교육생을 인간화를 향한 성찰의 주체이자 행동의 주체로 만들지 못한다. 바로 의식화를 가로 막는 길들임의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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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제기식 교육 다시 같은 주제로 자활사업단 반장 교육 요청이 왔다. 이전과 같이 교육생반장을 주입과 교훈의 대상으로 삼는 실수를 반복할 수 없었다. 가장 먼저 자활사업 현장에 대한 주민 및 반장, 실무자들의 문제의식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나의 문제의식과 생각을 전달할 자료가 아니라, 교육생-

반장이 자신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인식-의식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었다. 사진과 글을 보여주고 대화를 나누었다. 반장들은 이 사진과 글을 보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반장들은 자활사업 참여주민들의 의식과 태도만이 아니라, 자활사업의 제도 정책까지 비판적으로

해석했다. 여러 가지 자활사업의 문제 현실들이 드러났다. 특히 반장들은 대부분의 주민들, 심지어 실무자까지 ‘자활’이라는 말을 ‘자활사업’ (또는

자활사업단, 지역자활센터 등)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으로 인해 ‘자기 힘으로 살아감’이란 자활의 고유한 의미를

평소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반장들은 자활사업에 대한

평소의 의식과 행동을 성찰하며 스스로 자활사업을 정의(이름 짓기)했다. ‘자활사업이란 주민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사업이다’. 사람들은 문제제기식 교육을 질문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강사가

질문(특히 여기에는 의도적 질문이 많다)하고 교육생이 대답하는

대화식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제기식 교육의 본질은 인식해야 할 문제 상황을 자료(사진, 그림, 글, 영상 등)로 제시하고

대화하는 것이다. 교육생과 강사가 함께 문제 상황을 비판적 사고로 인식, 해석(해독)하는 과정에서 교육생은 자신의 의식을 드러낸다. 이것이 바로 의식화다.

그러므로 문제제기식 교육은 늘 인식적이다. 강사만이 인식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생과 함께 인식의 주체가 된다. 인식대상을 ‘생각을 자극할 자료’로 제시하면, 교육생은 이전 생각을 다시 돌아보며 자기 견해를 발표한다. 그 과정에서 비판적 현실개입이 일어나고 참된 현실이 드러나게

된다. 주목하지 못했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면, 그 또한 다시

인식대상이 되어 새로운 의식 출현을 촉진한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교육생 당사자의 문제 상황이 인식대상으로 전환됨으로서 문제제기식 교육이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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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일기

조직가 일기

제주여행에서 떠올린 두 사람 그리고 청승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이른 추위 선동수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간사)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이사진 포함, 동자동 주민 리더들과 조직가들까지 총 17명이 몇 달간 돈을 모아

2023년 10월23일부터 25일까지 제주여행을 다녀왔다. 올 한해 총회, 어버이날행사, 고 김정호 이사장님

추모식, 후원주점, 추석행사 등을 치르며 모두들 쉼 없이 달려왔기에 짧은 2박3일이었지만 활력과 위안이 되는 시간이었다. 2018년에도 제주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임원연수로 갔었던 것이고, 이번

제주행은 순전히 쉼과 친교를 위한 관광 차원이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2박3일간 제주의 서쪽 해안선을 따라 시작해 남쪽과 남동쪽을 거쳐 중앙부까지, 제주의 3/4 정도를 돌았는데, 대정 앞바다에서는 운 좋게도 석양노을에 돌고래 가족들이 넘실대는 풍경을 보기도 했고, 표선 해수욕장에서는 눈부시게 파랗고 드넓은 26

하늘과 그에 맞닿아 끝이 없는 듯 펼쳐지는 수평선을 보며 탄성이 절로 나오기도 했다.

자연 풍광만 만끽한 게 아니라, 맛난 제주 음식도 많이 먹었다. 채식을 하는 분들에겐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제주의 돼지고기 같은 경우는 찜으로도 먹고, 구워도 먹고, 손만두로도 먹고, 두루치기로도 먹었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2박3일간 나 자신, 제주를 걷고 있다는 게 믿기질 않을 만큼 매순간 좋았다. 좋음이 영원할 수는 없고, 이 또한 금세 지나갈 걸 알고, 그래서 곧 밀려올 아쉬움과 그걸 넘어서는 허전함이 클 걸 알면서도 좋았다.

순간이어도 나쁘면 그 작은 나쁨으로 힘들고 괴로운 법이지만, 순간이어도 좋으면 그 작은 좋음에서 오는

기운 받아 잘 갈 수 있는 것이다 라는 생각에 미치니 더 좋았다. 다소 섣부르고 들뜬 비약이지만, 이 좋음이 아주 오래는 아니어도 당분간, 조금이라도 지속되어 동자동과 내 주위에 좋게 영향을 미치기를 바랐다.

더불어 이번에 제주에 간 동자동 주민 리더들 모두가 그리 되실 걸 기대하게 되었다. 어쨌든 추억거리가 만들어졌다. 이후로 오랫동안 추억은 추억을 낳을 것이다. 먼 훗날, 그래서 잊고있던 장면과 사람이 추억으로 살아나 소환될 것이다.

제주에서 매순간 좋았는데 좋으면 좋을수록 나는 두 분이 점점 더 떠올랐다. 동자동의 고 유영기

이사장님과 고 김정호 이사장님이다. 2018년 제주 임원연수 때는 그 두 분도 함께 가셨었기에 좋았던

그때의 장면들이 되살아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2018년 제주 임원연수 때는 밤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홀연히 지역을 떠나 사라져버린 우건일 이사장님이 생각나서 혼자 숙소 밖으로 나가, 답 없을 걸 알면서도 문자 메시지를 참 열심히도 남겼던 걸 기억해내기도 했다.

“나는 부족한 점이 많은 놈”이라 스스로를 칭하며, 조합원들과 주민들의 부지런한 심부름꾼이 되겠다

하셨던 유영기 이사장님의 상실은 슬픔이었다. 돌아가시고 한동안 그 슬픔이 너무 커서 감당하기 힘들었다. “정관과 원칙 위에 서서 정직하게 나아가자” 하셨고, 협동회를 그 누구의 단체도 아닌, 오롯이 주민의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셨던 김정호 이사장님의 상실은 안타까움이었다. 하실 수 있는 일도, 함께 하고 싶은 것도 많이 남아있었기에 슬픔보다 안타까움이 컸다.

2020년 3월16일, 유영기 이사장님이 돌아가시고 동자동의 한 공원에서 추모식을 하였는데 그때 들어온

조의금 중 일부인 100만원과 유영기 이사장님 유품 정리와 방 청소 때 돼지저금통에서 나온 233,640원,

그리고 일주일간 동자동 주민 90명이 모금한 245,950원 등 총 1,479,590원을 코코(해외주민운동연대)에 전달하여 당시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아시아 마을주민들 돕는 데에 힘을 보탰었다.

그리고 2023년 6월10일, 김정호 이사장님이 돌아가시고 추모식을 했을 때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고 그때

들어온 조의금 중 일부인 100만원을 마을장례기금으로 적립을 했다. 그런데 김정호 이사장님이 돌아가시기 27

며칠 전에, 당신의 출자금통장을 건네주시면서 알아서 잘 사용해 달라 당부를 하셨던 것과 관련해

사후에 열린 이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의논하였다. 결론은 미얀마 피난민 지원에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는데 김정호 이사장님 출자금에, 앞서 돌아가신 유영기 이사장님의 출자금(사망조합원의 경우, 전체 출자금에 포함해 그대로 관리하고 있음)도 보태서 보내자고 결정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두

분 이사장님들의 뜻을 더 빛나게 할 것이고 값어치가 있겠다는 말을 나누며 이사진 모두가 동의를 했다.

공교롭게도 유영기 이사장님의 출자금(2,782,810원)은 김정호 이사장님의 출자금(2,750,000원)과 액수가

비슷했는데 이 둘 금액을 더한 것에, 윤용주 이사님이 자기출자금 일부(467,190원)를 감자하여 보태겠다는 뜻을 밝히셨다. 이렇게 해서 600만원이 모여졌고, 이 돈을 지난 9월9일, 코코에서 주최한 후원주점 때 <미얀마 지역사회 복원을 위한 비스킷 연대 기금>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유영기, 김정호 이사장님 모두, 더는 곁에 안 계시다. 그래서 살아 함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순간이 있다. 제주 여행이 그랬다. 앞으로도 꼭 돌아가신 기일이 아니어도, 참 좋다, 정말 잘했다 하는 그 순간이 오면 어김없이 두 분이 떠오르곤 할 것이다.

협동회가 동자동에서 제 역할을 하며 동네를 협동 공동체로 더욱 든든히 서가게 하는 그 과정에 충실하다면, 그리고 공공주택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도록 해서 동네가 새롭고도 인간다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그 과정에 충실하게 간다면, 나는 두 분을 또 강렬하게 떠올리게 될 것이다.

비록 지금 두 분 이사장님들은 계시지 않지만, 뭘 하더라도 두 분을 기억하고 그 뜻을 헤아려 일을 의미있게 때로는 재미있게 만들려 마음쓰는 다른 주민 리더들이 있으니 됐다. 나는 오늘, 지난 제주여행을 떠올리고,

두 분 이사장님을 떠올리며 새삼 이런 생각과 다짐을 해본다. ‘지금의 협동회가 있는 것도, 미얀마에 연대의

마음을 모을 수 있던 것도, 제주여행을 갈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동자동의 그 모든 어떤 것도 다 지난 세월, 수많은 주민(리더)들의 마음과 희생 위에 가능했고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윤동주처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며, 내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자고..

오늘 동자동 주민 조합원 한 분이 출자하러 사무실에 들어오셨다. 그 분은 내 컴퓨터 위쪽에 붙어있는 고

김정호 이사장님의 사진이 들어가있는 3년 전 신임이사장 취임사를 바라보며 내게 물으셨다. “왜 아직도

저걸 뜯지 않고 붙여두고 있어요?” 나는 짧게 답을 드렸다. “잊지 않으려고요.” 청승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이런 청승을 계속 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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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일기

주민 지도자 일기

전국자활기업 비전선포식의 날 2023년 10월 13일, 금요일, 맑은 날 김기흥(경기자활기업협회 협회장)

드디어 오늘이다. 한국자활기업협회가 만들어지고 5주년이 되는 날이다. 올 1년의 가장 뜻깊은 날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강원도 횡성에서 제3회 전국자활기업연수대회와 더불어 5주년 비전선포식이 있다. 아침 일찍 나서는데, 여행길이랄까? 자꾸만 설렌다. 스치는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자꾸 간지럽힌다.

맹렬히도 퍼붓던 태양의 이글거림에도 당당히 푸름을 지키던 나뭇잎도 이제 하나 둘 붉은 옷을 입기

시작하는구나.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도착한 횡성 웰리힐리리조트. 전국 곳곳에서 모인 자활동지들의 반가움으로 주차장부터 시끌벅적하다.

늘 우리 자활은 그렇다, 얼굴 마주하기 무섭게 안고 뛰고 돌고 난리 난리다.

1부 행사가 진행 될 야외 행사장은 수백 개의 의자가 당당히 자리하고, 준비에 여념이 없는 분주함이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않았음을 보여준다. 그 동안 큰 행사를 어떻게 치러낼지 고민 많았을 박기홍사무총장님, 이보영사무국장님의 얼굴을 보는 순간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할까? 저 복덩이들은 어디서 온 걸까. 감사함에 뭉클, 고마움에 울컥한다.

이 행사를 위해 참으로 많은 분들이 고생했다. 한국감마센터가 비전수립을 위해 함께 기획하고,

16개지부 및 업종별 전국기업 순회워크숍을 시작하며 열정 가득한 활동으로 한국자활기업협회,

한국자활기업연구소와 함께 준비해주셨다. 과연 그 결과물을 한국자활기업협회란 도화지에 어떻게 그려냈을지 기대된다.

드뎌 막이 오른다. 두둥~ 서로 인사와 더불어 안부 묻고 반가워 날뛰던 우리들. 이제 행사시작을 알리는 박기홍사무총장님의 떨린 듯한 목소리. 그러나 전혀 흔들림 없이 당당하다. 우리의 캡틴

서용식협회장님의 환영사로 드뎌 막은 올랐다. 각 지부에서 참석한 지부장과 회원사들은 참 멋졌다. 강원지부부터 경기, 경북, 경남, 광주, 대구, 부산, 울산, 인천, 전남, 전북, 충남, 충북지부까지 업종별

전국자활기업 한국희망나르미사회적협동조합, 한국돌봄사회적협동조합, 한국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한국클린쿱까지. 든든했다. 표정이 모두 건강했고, 보는 눈이 행복해진다.

기분 좋은 시상식이 이어진다. 자랑스런 자활기업인상은 올해 처음으로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상이다. 한국자활기업협회의 사명 실현을 위한 모든 활동의 기준으로 ‘자조’, ‘협동’, ‘연대’를 핵심 가치로 30

선정했는데, 이 부분에 영향력있는 활동을 한 자활기업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자조부문은 창업한지

20년 이상 된 자활기업 2곳이, 협동 부분은 8개 기업, 연대부분은 11개 기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

상이야말로 각 지부에서 직접 추천하고 한국자활기업협회에서 선정했기에 다른 어떤 상보다도 의미있고 값진 상이라 생각된다. 뜨거운 박수 어느 때보다 더 열렬히 보냈다.

시상식이 끝나고 비전선포식이 시작되었다. 비전선포식의 포문은 오영범자활연구소장님이 활동하고

있는 풍물굿패 "삶터" 의 신명나고 화려한 우리의 정신 풍물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언제나 흥겨운 우리

가락,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신명나지만 지치지 않는 그런 열정 가득한 풍물! 이어 전국의 각 지부 및 전국자활기업의 만장들이 춤추듯 입장하고, 그 뒤론 각 지부장들과 이사장들이 멋드러지게 입장한다.

모두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흥이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알려준다. 한국자활기업협회 서용식회장님을 시작으로 각 지부장들과 업종별 대표들의 당찬 목소리가 울린다. 우리 협회의 사명과 비전이 선포된다.

우리, 한국자활기업협회의 사명 ! ‘자활기업이 당당하게 일하고 함께 성장하는 사람 중심의 경제를 실현한다.’ 사명 실현을 위한 모든 활동의 기준으로 ‘자조’‘협동’‘연대’를 핵심가치로 삼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다.

‘자조’는 남에게 기대지 않고 자활기업 스스로의 힘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자활기업이 남의

힘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구성원의 자활을 스스로 이뤄 가는 당당함이 자조의 가치다. ‘협동’은 자활기업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힘을 모아 함께 성공을 이루는 것이다. 어떤 기업도 혼자서는

지속될 수 없듯이 자활기업들이 서로 어려움을 돕고, 함께 더 큰 힘을 만들어 새로운 길을 여는 지혜로움이 협동의 가치이다.

‘연대’는 세상과 소통하며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자활기업 스스로 그 길을 걸어왔듯이 어려움에 처한 이들과 손잡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공동체적 실천이 연대의 가치다. 우리, 한국자활기업협회의 비전 ! ‘우리는 긍지 높은 자활기업인(人)이 되고, 탄탄하게 성장하는

자활기업이 되어 협동과 연대로 사회적경제를 주도한다’. 이를 위해 우리 한국자활기업협회는 다음의 5대 전략목표를 이루어 나갈 것이다.

첫째, 자활기업의 사회적가치를 확립해 나갈 것이다. 자활기업의 사회적가치 지표를 제도화하고, 윤리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제시하며, 자활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둘째, 자활기업의 정책적 위상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자활기업 기본계획 수립을 제도화하고, 자활기업의 날을 제정하며, 자활기업협회의 법적근거를 마련할 것이다.

셋째, 자활기업 활성화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자활기업 자조금융을 조성하고, 자활기업교육원과 자활기업 경영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할 것이다. 넷째, 자활기업을 지속적으로 조직화해 나갈 것이다. 지부체계를 정립하여 안정화하고, 회원사를 확대하고, 자활기업간 소통과 교류를 활성화 해 나갈 것이다.

다섯째, 자활기업의 긍정적 이미지를 확산해 나갈 것이다. 자활기업과 협회 홍보를 활성화하고, 자활기업 긍정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오늘 우리는 한국자활기업협회의 사명과 비전 선포를 통해 자활기업이 더욱 성장하고, 협동과 연대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을 당당하고 힘차게 선언한다.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나 뿐만이 아니라 현장에 있던 우리 자활기업 구성원 모두가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5년! 우리 한국자활기업협회의 앞날이 기대된다. 고된 길을 갈지라도 함께이기에 충분히 길을 만들어 갈 것이란 확신을 해본다. 그러는 사이 퍼포먼스는 계속되고, 참석자 전원이 참여하는 거대 놀이가 시작된다. 풍물굿패에 따라 길쌈놀이가 시작된다. 커다란 기둥에 색색의 자락을 엮어나가는!

그야말로 함께하지 않으면 절대 엮어갈 수 없는 놀이다. 한 자락당 4~5명이 올을 엮어가듯 위로 아래로, 안으로 밖으로, 원을 그리며 기둥에 색색의 자락을 엮어 옷을 입힌다.

단 한가닥이라도 어긋나면 얽히고 그 자락을 붙잡고 있는 이들은 모두 바닥에서 나뒹굴게 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 둘 하나 둘, 위로 아래로 구령을 붙여가며 아주 촘촘히 엮어간다. 그 모습은 진풍경을 32

연출하고 입을 딱 벌어지게 할 만큼 감동을 전해주었다. 단 한 번의 꼬임도 없이 엮어가는 모습을 본 풍물굿패 대장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대단한 우리 자활기업!! 이렇게 비전선포식 퍼포먼스는 웅장함과 대단한 결속력을 보여주며 마무리되었다.

어느 덧 해가 지고 연찬회장으로 모인 우리는 맛있는 저녁만찬을 즐긴다. 2부 행사는 어김없이

전국자활기업 장기자랑대회이다. 내가 속해 있는 경기협회 회원사인 경기클린쿱의 순서가 다가온다.

상품 경품들을 보고 있자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상품권은 물론 김박스부터 천연비누, 닭갈비셋트 다 받고

싶어진다. 나는 핑클의 한 멤버가 되어 깜짝 출연한다. 생전 입어보지 못한 원피스에 빨간 왕리본 머리띠를 하고, 얼굴엔 알록 달록 화장을 그리고 이마엔 보석도 붙였다. 부끄럽지만 그래도 해야한다.

우리 경기클린쿱 무대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무대를 뒤집었다. 고생을 마다한 연습은 배신하지 않았다.

무대를 뒤집기에 충분했다. 현수막까지 준비한 우리 협회 회원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화려한 나의 모습에 놀란 관객들은 연예인을 본양 사진촬영을 요청한다. 여기저기서 들이대는 카메라가 싫지는 않다.

“마구 찍으세요~ 돈 안받을테니~”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우리 경기클린쿱이 1등을 했다. 역시 불가능은 없다. 아직도 그 설렘과 떨림이 몸에 남아 있다.

이렇게 우리 자활의 밤은 깊어갔다. 1박 2일의 자활기업연수대회와 비전선포식. 우리 자활기업의 미래, 우리 협회의 미래, 빛날 준비는 충분하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감격스러움과 감동 그리고

숙제를 받아간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일, 우리의 숙제가 아닐까 싶다. 다시 한 번 외쳐본다. 한국자활기업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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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이 글은 2023년 11월 28일, 30기 주민조직가과정 수료식에서 주민지도자가 조직가에게 낭독한 글과

조직가의 소감을 기록한 내용입니다. 청년인문학모임 후레자식들의 지도자 분도(별칭)와 주민조직가 신원(별칭)은 ‘나다움’의 가치로 사회와 나를 돌아보고, 나와 사회를 바꾸기 위한 인문학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길찾는 연습, 회원양성교육, 10·29 이태원 참사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지도자가 조직가에게

저는 후레자식들에서 이장을 맡고 있는 분도라고 합니다.

저는 명칭을 이장, 신원씨는 촉진한다고 촉장 이렇게 쓰는데요.

저희 조직은 이름이 조금 부끄러운데. ‘나다움’이라는 컨셉으로 나와

사회를 돌아보고, 나와 사회를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인문학으로 활동하는 조직입니다.

이 수료식에 신원이 어찌나 와달라고 노래를 하던지, 바쁘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분들께 이 조직가 교육과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본인에게 34

중요한지 설파하면서 와달라고. 그래놓고서는 지난주에 너무 많이 오는 거 아니냐고 걱정해서.

또 이 축사도 처음에는 간단하게 3분만 얘기하면 된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내용을 지정해 주더라고요. 뭐 뭐 뭐 써야 된다고. 그래서 괘씸한 나머지 그냥 오는 버스 안에서만 간단히 적어봤습니다.

훈련참여 전에 이 훈련과 신원에게 걸었던 기대는 솔직하게 말해서 그냥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간단히만 듣고 정확히 알지는 못했고요. 이제 신원 그 다음에 또 시시가 여기서 교육을 들었어서, 그분들의 역량이 여기

바탕에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신원 씨가 계속 조직가 되고 싶다 말했을 때, “그래 해라 그래, 그래. 열심히 해라 할 수 있다” 이렇게만 하다가 이제 듣게 됐고요.

훈련생 성장과 성장 변화에 대해서 좀 얘기를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이거는 이제 떼어놓고 얘기할 수가 없다고 생각이 드는 게, 저희는 또

청년 개개인들이 함께하는 조직이다 보니까 신원(조직가)에게 변화가 있으면 저희들도 변화가 있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이제 신원이

조직가를 욕구해서 참여를 했지만, 신원도 이제 조직가인지 지도자인지

헷갈려하고, 저희도 마찬가지로 누가 조직가고 누가 지도자인지를 헷갈려 했던 것 같습니다. 또 지도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서로 헷갈리는 과정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고요. 또 그러면서 역할들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현실과 한계를 마주하는 과정이기도 했고, 가능성을 보게 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요. 길찾는

연습 그 다음 후레자식 양성과정 여름편과 후속모임 그리고 프로젝트

모임을 진행하면서, 집행위원회 5명만 함께하던 그 안에서 역할과 책임 그 다음에 참여율이나 본인들의 수위가 조금씩 달라졌고요. 두 번째

변화는 집행위원 5명 이외 청년 주민 10명 이상이 스쳐가게 되었고, 그중 서넛과는 내년에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해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이제 신원이 기다려주는 용기와 노력, 바라봐만 주는

용기와 노력, 또 들어주는 용기와 노력, 말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용기와 노력, 또 뒤에서 생각하고 준비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용기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있었던 사업이 좀 아쉽게 마무리된 지점이 있고, 연말이 돼서 35

다들 바쁘다 보니 약간은 소강 상태긴 한데, 이제 올해 평가가 마무리되는 대로 또 지금부터 착수하고 있는 밑그림 그리기와 (3단계로 돌아가서) 지도력 형성과정을 다시 진행을 하려고 신원이 계획하고 있고 저희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수료 축하를 하자면 일단 신원씨 너무 축하드리고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가르쳐주신 트레이너분들, 그다음에 함께해 주신 동료 조직가님들, 그

다음에 경험 제공해 주신 현장들이 너무 감사하고요. 신원 통해서 저희 조직도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이 훈련에 참여 후에 기대는요. 참 욕심도 많고 욕구도 크고 말 많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저희 신원이지만, 그 욕심과 말 많음과 그 다음에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것이 참 원대한 꿈이기 때문에 신원과 또 신원과 함께할 저희 조직이 기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직가 신원의 이야기 분도가 하나하나 준비해주어서 감사드리구요. 후레자식 운영위원들이

제 교육훈련비를 같이 다 모금해 주셨어요. 75만원의 교육훈련비를 같이 모금해준 집행위원들, 시시, 완지, 군대 가 있는 불곰까지 감사드리고,

오늘 축하하러 와준 서현이랑 먼저 간 도고, 10분만 있다 가버리더라구요, 일정이 있다면서. 뒷풀이 때 오게 될 사람들까지, 설윤석 트레이너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거리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서명을 받으며 처음

사회운동을 시작했어요. 청년인문학모임 후레자식들은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조직입니다. 좋은 사람과 만나며, 좋은 조직을 함께

만들고, 좋은 미래를 다시 꿈꾸게 해준 곳입니다. 좋은 결실을 보다 넓고 깊게 맺어가기 위해 코넷 조직가훈련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훈련받는 반년 동안 주민조직가 과정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어떤 것들을 좀 고민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갖고 참여했는데,

그동안 청소년·청년을 만나오면서 내가 무엇이 부족했는지, 앞으로

무었을 꿈꿀 수 있는지, 어떤 그림과 계획을 가지고서 조직가로 살아갈 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 조직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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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부족한 역할과 책임을 다시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였고, 어떻게 당사자의 힘으로 크고 작은 변화를 모아낼 지 전략적으로 계획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훌륭한 저의 지도자이신 분도님과 분도님이 성장한 만큼 제가

성장했고, 제가 성장하는 만큼 분도님도 성장한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저희 지도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과제훈련으로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난한 배움의 길에 함께해 주신 구름, 내미, 단지, 둥근달, 바람, 빛나, 젼, 춘형, 저의 부족함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믿어주신 분도, 시시,

완지, 불곰, 지역청소년운동을 함께 고민하는 동료가 되어주신 김찬,

민서연, 무엇보다 제가 사람의 가능성으로 작당하며 변혁을 꿈꾸는 길

중간중간마다 곁에 있어주신 후원자분들.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되어주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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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2023 로코아 젊은 조직가 훈련기 김차리(강북두루두루배움터, 코코 실행위원)

로코아 젊은 조직가 훈련은, 2012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 젊은 조직가 포럼 후 10년 만에 다시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코코의

출연기관인 서울관악지역자활센터와 코코 실행위원인 강북두루두루 활동가가 참여했다.

처음에 해외주민운동연대(KOCO)에서 젊은 조직가훈련 참여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가도 되는 활동일까?’ 많은 고민이 되었다. 아시아의

젊은 조직가들과 서로의 현장을 나눔하며 어울리는 건 좋았지만, 단지

친목하려고 만나는 프로그램이 아니기에 두려운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부딪혀봐야 안다고 두려웠던 마음들이 무색하게 여러 가지를 경험했고 이 과정에서 배운 것과 느낀 점을 나누고자 한다.

2023년 ‘로코아 젊은 주민조직가 훈련 (11월 15일-21일, 필리핀)은 2일차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일차 오전엔 필리핀

주민조직(COM)의 시니어 조직가 ’LUZ'로부터 필리핀 주민조직운동의 역사를 들었다.

그들은 도시빈민의 주거, 교육을 포함한 도시권 이슈에 기반한

주민조직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슈는 계속 있지만, 젊은 조직가가

적어 고민인 시점이라고 했다. 조직가가 줄어드는 문제는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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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나라별 조직화 과정 2일차 오후에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의 젊은 조직가들의

조직화 현장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태국은 국영철도회사 소유의 거주자 강제이주 문제 등 주거권, 토지권 이슈가 있었고, 관련해서 소규모 주민그룹을 조직해 이슈에 대응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미얀마는 강제철거, 군부 쿠데타로 로코아의 기금과 NGO 지원으로

쌀은행, 주거비와 의료비 대출 등 주민 생계비를 지원하는 주민 재조직화 활동들이 있었다. 특히 코로나 및 쿠데타 이후 생긴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연극프로그램을 하거나 도시빈민 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점이 인상 깊었다. 인도네시아는 강제 철거 이슈로 협동조합을 통한 조직화 과정, 필리핀은 도시빈민, 강제철거, 홍수 피해 이슈를

보여주었다. 3일차 오전엔 캄보디아 사례로, 철도 개발로 인한 주거권 확보와 식수문제 해결을 위한 조직화 활동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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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조직화 과정에서 문제되는 이슈가 발생하면 조직화 10단계를 적용하여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나왔다. 젊은 조직가들의

커뮤니티 조직화 과정을 들으며, ‘조직화는 이런 것이야’와 같은 조직화의 정석을 본 느낌이었다. ‘이렇게 해야 조직가라고 부를 수 있는가?’ 라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라별 상황에 맞는 조직화 과정이 있다. 공통된 이슈는 도시빈민의 강제철거, 생존권에

대응하는 과정이다. 한국 젊은 조직가로 참여한 강북두루두루배움터, 관악지역자활센터 활동을 소개했다. 다른 참가 나라보다 더 발전한

한국은 이제 긴급한 문제를 넘어 사람들이 오래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건강 돌봄 문제를 직면해야 할 때이다. 건강 돌봄은 긴급 이슈로 대응하는 과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월요노인밥상’을 설명하며 “아직도 우린 끝나지 않았고 노인 조직화 과정에 있다.” 로 마무리 지었다.

필리핀 현장 커뮤니티에서 1박 2일 - BASECO community 4일차엔 바세코 커뮤니티의 KABALICAT (카발리캇) 주민조직을

방문했다. 이 곳은 해변가 10m 개발로 인한 강제철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민조직이다.

주민조직화 6개 활동 - ① 토지권 보장 (개발 감시) ② 건강 ③ 환경:

플라스틱 재활용 (폐오일로 만든 빨래비누, 도시 안에 맹그로브 나무 심기, 폐비닐 재생산) ④ 생계: 지역상점 개설, 회원이 되면 200페소 (아플 때 필요한 의료비) 지원, 상호부조시스템 ⑤ 저축: 토지권 확보 자금 마련, 긴급자금 등 ⑥ 회원 커뮤니티. 특히 저축 프로그램은 로코아의 다른

나라에서 배워 적용한 과정이라고 한다. 주민들을 끊임없이 조직하기 위해 활동을 계속 활성화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커뮤니티에 방문했을 때, 저축 그룹에서는 주민리더간 갈등이 있었다. 주민리더들이 의사들에게 건강 관련 교육을 받기로 했는데, 약속한

시간에 모이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다. 주민리더 중의 의장격인 한 사람이 “이렇게 약속을 해 놓고, 모이지 않으면 어떻게 우리 지역이 신뢰를 받고 다른 일을 해 나갈 수 있겠는가?”라며 화를 냈다. 다른 리더들은 본인의

이유로 변명을 하거나 대부분은 침묵했다. 훈련생으로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저녁엔 마치 아무런 일어 없었다는 듯, 같이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가 좋아졌다. 단편만 보았지만 이런 과정들이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리더들이 마을 일을 함께 해 오면서 다져진 깊은 신뢰와 40

성찰이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 많은 대화와 성찰의 시간이 쌓이면 갈등이 무해한 갈등으로 전환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해한 갈등'이란 화내고 싸워도

기분이나 생각들이 남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갈등이다. 젊은 조직가 훈련을 가기 전, 나에겐 현장 주민과의 관계 속에서 갈등 문제가

있었다. 주민들에게 대응하고 미안함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다. 카발리캇 주민조직에서 갈등을 풀어내는 신뢰 관계를 보면서

그 과정을 현장에 적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해한 갈등을 위해 무조건 대응하기 보단 주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겠다는 배움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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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고립된 주민의 삶으로부터 류화수(성.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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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민운동교육원 ‘사회적고립 주민조직화 특별교육’은 굉장히 빨리 마감되었다. 마을에서 고립주민발굴단을 운영하면서 느꼈던 한계와 촉진하는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실천가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그동안 어떤 실천을 해왔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아파트 전체 동 주민 만나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 해보니까 어떠셨어요?” “고립주민을 만나기 위해 또 어떤 일을 해보셨나요?”

사회적 고립주민에 대한 주제는 이제 뉴스에서 자주 접할 정도로 큰 이슈이다. 고립주민, 고독사와 관련된 정부 정책과 사업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 교육이 특별했던 건 다른

시각으로 현장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주민운동교육원 오영식트레이너는 돌봄

사업과 관련해서 주민들과 다르게 접근해볼 수 있는 방법, 단순 주민 모임을 지원하는 사업을 넘어 어떻게 당사자성을 높일 수 있을지 물음표를 던지셨다.

물음표가 쌓이면서 하나의 느낌표가 생겼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고립주민의 생각, 감정,

바라는 점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예고편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고립 주민의 삶이 어떤지, 그 삶을 진심으로 들여다보았는가? 성찰적 질문이 오고갔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쉽지 않다. 또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기 위해 다가왔을 때, 도움의 손길을 잡는 것조차 두려움이 앞선다. 용기내서 그 손을 잡았을 때, 나의 삶을 고위험군 1인 가구로 선별하고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생각하면 사실 고마운 마음보다는 복잡한 마음으로 움추려 들게 된다.

우리는 얼마나 고립주민의 삶을 존중했는지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얼마나 배고픈지,

얼마나 오래 굶었는지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 달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밥을 먹으며 나와 같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밤에는 내일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고독사 건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보다는 고립된 주민의 삶에 더 집중했으면 합니다.”

단편적으로 고립된 주민을 발굴하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고립주민 역시 마을의 중요한 주민이자 주체로, 마을에서 이웃 관계를 맺고 존엄하게 돌봄을 받고 서로 돌보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사회적 고립주민 조직화의 시작은 어떤 새로운 사업이나 기술이 아니라 당사자의 삶을 존중하는 자세에서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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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

주민운동 현장에서의 주민지도력 형성과정에 대한 사례연구 조지혜 (한국주민운동교육원 트레이너)

# 현장연구, 그 시작

기반으로 하여 주민지도력 형성 과정을 분석하고

주민조직화를 통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있다고 보았다. 이에 2023년 한국주민운동교육원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은 지역운동의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현장을 들여다보면 주민(조직)이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기관주도로

사업을 기획하고, 주민을 모집하고, 실적을 관리하는

교육훈련 등을 통해 이를 확산해 나갈 필요가

연구위원회의 현장연구 과제로 삼기로 결정하였으며, 아름다운재단 지원을 통해 ‘주민운동 현장에서의

주민지도력 형성과정에 대한 사례연구’가 시작되었다.

현실이 있다. 그 결과 기관의 사업과 예산이 없어지면

# 현장연구에서 담아내고자 한 것

이름의 사업에 동원되기도 한다. 그런 한편으로 최근

자료검토를 통해 주민지도력 형성과정을 발굴-형성-

지역복지 등 제도화된 현장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하였다. 발굴과정에서는 주로 어떻게 조직활동에

주민도 사라진다. 혹은 일부의 주민이 남아 또 다른

10년의 지역현장을 돌아보면 마을공동체, 도시재생, 하는 교육과정이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주로 단회성의 관점교육, 정책 프로세스 전달 등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책을 성공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주민들이 갖춰야 할

역량을 강조하는 것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더욱 유용한 방향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해결해야 할

지역의 문제(이슈)가 아무리 명확하다 해도 조직화를 통한 지역변화로 나아가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민주도, 주민자치, 주민의 힘이 문서에만 존재하거나 가능성으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진짜 주민’이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전략마련이 절실하다.

주민조직화에 있어 주민지도력은 매우 중요한

주체이므로, 지도력을 개발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며, 실제 사례를 44

성장과정으로 구분하고, 각 과정별 연구질문을 구체화 참여하게 되었는지, 지도력 가능성은 무엇으로 보고

잠재지도력을 개발하는지를 물었다. 형성과정에서는 주민지도자 의식은 어떻게 촉진되는지, 지도력이

공식화되는 과정과 주민·주민지도력이 함께 일하는

방식은 어떠한지를 질문했다. 그리고 성장과정에서는 주민조직의 비전수립과 점검, 의사결정, 연대협력 등에 대해 물었다. 마지막으로 전체를 아우르는

질문으로 각 과정에서 교육훈련은 어떻게 일어나는지, 주민지도력과 주민조직가의 주요역할을 무엇인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발굴과정 – 지도자 가능성이 있는 주민이 잠재지도력으로 등장하는 과정까지 형성과정 – 잠재지도력이 등장한 이후 공식화된 지도자로서 역할을 부여받는 과정까지 성장과정 – 공식화된 지도자로서 역할을 부여받은 이후

# 현장연구라는 방법을 통해 만난 사람들

② 주민지도자 의식 형성 요인

설문과 인터뷰라는 방식을 빌려 주민조직화 경험이

‘주민지도자 의식 형성 요인’에 대한 설문 결과

정규과정 훈련 수료생, 주민운동 전략·지원현장의

조사되었다. 주민리더십 주제 교육과정(27.8%),

있는 주민조직가와 주민지도자를 만났다. 먼저, 코넷 조직가와 지도력을 중심으로 설문 참여를

안내하였으며, 온라인 방식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총 54명(조직가 26명, 지도력 28명)이 응답해

주민지도자로서의 역할 부여(46.3%)가 1순위로 주민조직활동을 통한 성공경험(20.4%)이 그 뒤를 이었다.

그 결과를 분석했다.

인터뷰를 통해서도 관련내용이 동일하게

질적인 측면에서 현장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더라도 주민지도자로서 역할이 맡겨지고,

집단심층면접(FGI)와 개별심층면접(IDI)를

병행해서 진행했다. 인터뷰를 진행할 현장은 코넷의 전략·지원현장, 교육훈련 수요 등을 고려해서 복지,

자활, 쪽방 외 현장으로 결정했으며, 조직가와 지도력 각 10명씩 총 20명을 만났다. 연구진에게도 한 분,

언급되었는데, ‘이전에도 똑같이 주민들과 같이

그에 따른 중심적 역할 수행하면서 지도자 의식이 생긴다’고 하였으며, 교육훈련이 지도자 개념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기회가 된 것은 물론 배운 것이 실제 활동 시 반영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한 분을 만나 대화 나누는 과정 그 자체가 큰 배움이 되었다.

# 연구의 주요 결과 ① 잠재지도력의 조직활동 참여 동기

주민지도자에게 어떤 동기로 조직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를 물었는데, 지인의 추천과 권유에 의해

③ 주민지도력 형성 과정별 교육훈련

지역문제와 관련된 공통의 목적으로, 처지에 대해

주민지도력 형성 각 과정별 교육훈련이 어떻게

했다. 그리고 주민조직가에게는 초기 잠재지도자의

결과 세 과정에서 모두 개별 만남과 대화, 자체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 외에도 나와

공감하고 또 공감받을 수 있어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동기부여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주민이 편한 공간과 방법으로

일상에서 교제하기, 관찰을 통해 주민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으로 이어가기, 주민 삶과 관련된 문제를 의식할 수 있도록 대화하고 교육을 통해 동기를 촉진한다고 했다.

일어나고 있는지 주민조직가에게 설문을 진행한 교육프로그램 개설 응답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발굴·형성과정 보다 성장과정에서 ‘외부교육훈련과

참여’, ‘연대활동참여’가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조직이 세워지고 지도력이 공식화된 이후에 외부와의 연결이 많아짐에 따른 변화로 해석된다.

주민지도자에게는 초기 조직활동시 어떤 교육훈련이 진행되었는지, 또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물었다. 자체교육이 진행되었다는 응답이 45

가장 높았는데, 이를 통해 현장특성에 따른 다양한

④ 주민조직가와 주민지도자의 역할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주민지도력 형성 각 과정별로 주민조직가와

지속적 주민만나기(25%) 순으로 조사되어

그 결과 조직가 역할로는 발굴과정에서 지속적

교육훈련 주제 개발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지원으로는 문제의식과 동기촉진 대화(35.7%),

주민지도자 역할에 대해 설문을 진행하였다.

주민조직가 역할과 연결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주민만나기, 형성과정에서 문제의식과 동기촉진 대화,

성장과정에서 교육기획 및 실행이 주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주민지도자의 경우 형성과정에서 주민만나기를 통한 문제의식 공유와 동기부여, 성장과정에서는

주민조직 활동기획과 실행, 회의진행과 운영이 주요

역할이라고 응답하였다. 인터뷰를 통해서도 각 역할을 확인했는데 주요 키워드는 아래와 같다. 주민 지도력 역할 ⇨

주민 조직가 역할 ⇩

발굴 과정

○ 주민과 신뢰쌓기

○ 체계적 지도력발굴 계획하기 ○ 지도력 경험의 기회 만들기

○ 희망에 대한 가능성 함께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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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관계맺기

○ 대표성 띠고 발언하기 ○ 민주적 회의 운영

○ 조직화 이슈 구체화 ○ 활동 접점 넓히기

형성 과정

○ 지지와 북돋움

○ 주민 간 신뢰관계 형성 ○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 ○ 차기 지도력 발굴 ○ 꿈과 비전 제시

성장 과정

○ 주민관계 연결

○ 기다림과 살핌

지도력 활동으로 연결

· 스스로 목소리 낼 수 있게

○ 현장분석 통해 도출된 이슈 ○ 주민조직화 과정 반영한 교육훈련 ○ 옹호

○ 주민지도자 역할 촉진 · 마을로 확장될 수 있게

· 사명과 가치 내면화 할 수 있게 등

# 주민지도자는 □□□ ! "혼자서는 지도자가 될 수 없어요. 혼자 빛나는 별은

될 수 없어요. 지도자는 많은 사람을 지지하고, 그들을 성장할 수 있게 다독여주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요." 주민조직운동 있어 핵심이 되는 주민지도력!

설문부수가 많지 않고, 3개 현장의 사례를 살펴본 것이기 때문에 일반화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현장의 조직가와

지도력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는 과정과 시도 자체가 의미 있었다. 이번 연구가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연구는 물론 지도력 성장을 위한 지원체계가 더 튼튼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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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2024 코넷(CONET) 정규과정 한국주민운동교육원은 한국 주민운동 활성화의 사명을 안고, 한국사회 주민조직가를 양성하고 훈련합니다. 자세한 일정과 교육비 등은 추후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됩니다.

주민조직화를 바로 알고 주민조직가로서 동기와

34기 주민조직가 기초과정 3월 - 5월

의식을 갖는 기본 과정으로서, 주민조직화 방법과 단계를 훈련합니다.

(총 8회 /1박2일 숙박 2회) · 주민운동이란 무엇인가? (개념과 지향) · 주민조직화란 무엇인가? (원칙과 방법) · 주민조직가는 누구인가? (역할과 비전) · 주민조직화 방법과 단계

· 주민조직가로서 주민만나기 실천 주민조직화 활성화를 위해 현장의 과제를 가지고

31기 주민조직가 과정 5월 - 11월

단계적으로 훈련합니다. 주민조직화 비전과 전략을 세워, 주민운동을 활성화합니다.

(총 14회 /1박2일 숙박2회, 3박4일 숙박1회) · 주민운동의 역사와 현장 탐방

· 과제를 통한 CO단계 실천 경험

· 주민 대화와 주민지도력 세우기 · 주민조직 운영과 활성화

· 주민운동 비전 및 전략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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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지도자로서 자기 정체성과 가치관을 세우고,

24기 지도자 과정 6월 - 9월

주민운동의 지도력으로 성장하도록 훈련합니다. (총 13회 /1박2일 숙박1회, 2박3일 숙박1회) · 주민운동의 역사와 철학 이해 · 주민지도자 역할과 자세

· 주민지도자로서 주민만나기 실천 · 주민조직 운영과 활성화

· 주민운동 비전 개발과 연대 어떻게 하면 주민의 문제의식을 높이고 자발성을

21기 워크숍 촉진자 과정 9월 - 11월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조직을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책임 있는 대안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주민운동 워크숍촉진자로 훈련하는 과정입니다. (총 6회 / 1시-6시)

· 워크숍 기본 원리와 과정

· 워크숍 촉진자의 역할과 자세 · 활동평가워크숍의 실제

· 활동기획 워크숍의 실제 · 문제해결워크숍의 실제 · 사명비전워크숍의 실제 당사자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조직을 운영하는

7기 교육학 세미나 과정 5월 - 6월

과정에서 어떻게 올바른 의식을 촉진 할 것인가? 그 물음을 의식화 인간화 교육의 고전, 책-페다고지와 함께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총 4회 / 2시-6시)

· 주민조직운동 교육에 대한 성찰

· 의식화교육의 원리-문제제기식 교육 · 의식화교육의 방법-대화 교육

· 의식화교육의 실천-대화적 행동 49

기분 좋은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