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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뜰을 지나 홀로 통하는 앞문에 이르렀을 때, 롤프는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를 문득 떠올렸다. 아내가 여기 어딘가에 있을 텐데…. 아내는 내가 여기 있는 걸 알고 있을까? 그렇다 한들, 어떻게 이런 기회를 놓친단 말인가? 자기 침실로 안내하는 그 여자가 너무 아름다워 롤프는 아내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렸다. 그녀가 안내한 방에 들어서면서도 그는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녀가 방문을 닫고는 천천히 돌아서서 그를 쳐다보자, 그 역시 그녀를 바라보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정말로 의논하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니죠?] 롤프는 조롱하는 그녀의 말투를 기대에 가득 찬 말로 착각하고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리 오시오, 들장미.] 레오니는 그가 선택한 그 우스꽝스런 이름이 아주 싫어 그에게 얘기하고픈 심정이었다. 또한 여전히 그를 두려워하는 마음 역시 못마땅했다. 그녀는 비참한 심정으로 눈을 내리깔고 그 앞에 다가서며 잠시 기다렸다. 도대체 지금 이 순간 그에게 뭘 기대하고 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뺨을 맞는 것? 그녀의 남은 인생이 비참할 거라는 어떤 예고든가, 매질? 그는 그녀를 부드럽게 끌어당겨 안았다. 이건 그녀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잠시 있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그녀를 안아 그녀의 침대로 데려갔다. 그녀를 조심스럽게

앉힌

다음

그는

곁에

앉아서

그녀의

보드라운

뺨을

손가락

하나로

쓸어내렸다. 그의 벨벳 같은 암갈색 눈동자가 불안스럽게 그녀에게 다가들었다. 그 눈빛에는 그녀의 몸을 옥죄는 뭔가가 있었다. 그가 그녀쪽으로 고개를 숙이자 그녀는 숨이 막혔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다, 그녀는 가슴에 가득 차오른 호흡이 그녀의 아랫부분을 뚫고 터져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몹시 야릇한 감각들이 꿈틀거렸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점점 강하게 누르자 그녀의 입이 벌어지고 두 사람의 혀가 서로 엉켰다. 자기에게 첫키스를 퍼붓는 이 남자가 누군지를 깨닫자 레오니는 멍해졌다. 만약 그녀가 그가 하는 대로 그렇게 쉽게 따르지 않았다면, 롤프는 그녀가 경험이 없는 걸 분명 눈치챘으리라. 하지만 레오니으 머릿속에는 이 사람을 감히 저항할 수 없다는 생각이 깊이 박혀 있어 그녀는 그가 하는 대로 따랐다. 그래서 롤프는 자신이 그녀를 원하는 만큼, 그녀도 그를 원한다는 생각에 한층 더 흥분이 되었다. 그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똑바로 앉더니 그녀의 가죽 허리띠를 끌렀다. 그녀의 드레스의 양 옆에 달린 끈들이 쉽게 벗겨지지 않아서 성급한 롤프는 허리에서 단도를 꺼내 끈들을 잘라버렸다. 그녀의 낮은 비명에 그는 다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내가

성급하다고

바꿔주겠소.]

탓하지

마시오,

들장미.

당신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끈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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