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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꿈 속을 헤매듯 몽롱한 상태로 그를 쳐다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 남자는 그런 시선에 이미 익숙한 것 같았다. 아름다운 모습에 홀딱 반해 그를 바라본 여자들이 많았을 거라는 건 당연했다. 그녀가 보기에도 그가 왜 영화배우나 모델이 되지 않고 이런 곳에 있는지 의아했으니까. " 꼬마 아가씨. 감상 끝났으면 이 새벽부터 남의 집에 와서 자는 사람 깨운 이유가 뭔지 말해봐. 난 아침에 막 일어나면 좀 사나와지는 경향이 있거든." 그녀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듯 오만하고 거들먹거리는 음성으로 깔보듯이 내밷는 말에 유진은 그에 대한 환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생긴 것만 번지르르 하고 속 알맹이는 별로 없는 남자였다. 하지만 여전히 속절없이 가슴이 두근거려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 여기 백대승이라는 사람 안 살아요? 그 사람 만나러 왔어요." " 아. 승이. 아침에 아버지가 불러서 집에 갔는데. 근데 승이는 왜 만나려고 하지? 혹시... 이자식 양다리 걸치나? 아무리 그래도... 좀 심하군. 어떻게 이렇게 생긴 여자를..." 유진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를 위아래로 마땅찮은 듯 쳐다보며 왜 이리 못생긴 여자와 만났을까 하는 식의 혼잣말은 그녀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뭉개 버렸다. 그래도 남자들 사이에서 귀엽고 깜찍하다고 인기가 꽤 있는 편인데 이 무례한 남자의 말 한 마디로 아주 못생긴 여자로 전락하고 만 거였다. " 쳇. 기생오래비같이 생겨가지고 남말은......" 빈정대며 중얼거리는 소리에 대협의 잠이 멀리 달아났다. " 뭐? 기. 생. 오. 래. 비? 아니. 이 여자가... 생긴 건 꼭 곰팅이처럼 생겨갖구 어디서 기생오래비 운운 하는 거야?" 유진은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깜짝 놀랐다. 내 별명을 어떻게 알았지? 귀신같은 남자다! 실제로 곰처럼 커다랗고 미련하게 생긴 건 아니지만 조그맣고 동그란 눈매와 통통한 몸이 아기곰 푸우와 닮았다 해서 그녀의 별명은 푸우였다. 친한 친구들은 푸우대신 곰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래서 곰팅이란 말을 들어도 별로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처음 보는데도 계속 반말을 해 대며 무시하듯 말하는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아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 기생오래비같이 생겼으니까 그렇다고 하죠. 여자같이 곱상하게 생겼으면서. 난 내 귀중한 시간을 댁하고 영양가없는 대화 하면서 보내고 싶지 않아요. 백대승씨는 언제 오는 거죠? 따질 거 있는데 도대체 어디 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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