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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세계란 말이오, 죠디. 당신도 알고 있을 테지. 어거스틴 수도회가 미술과 문학의 분야에선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예전에 이 대성당에서는 한꺼번에 삼천 명이나 되는 학생을 수용하고 있었던 적도 있었어요. 아일랜드는 옛날에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의 모범이 되는 문명지였어요." 잘 알고 있는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애국심과 자부심이 섞여 있다. 죠디도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육체 속에 흐르고 있는 아일랜드의 피를 자랑으로 느꼈다. 코너는 침묵하고 있는 죠디에게 미소지으며 손을 잡아당겼다. "자, 이곳을 통과하여 숲 속의 작은 길로 갑시다. 작은 다리까지 가는 길을 나는 제일 좋아해요." "네, 나도 대단히 좋아해요." 죠디도 열심히 말했다. "로셀과 온 적이 있어요. 그렇지만…" 죠디는 말을 계속하다 급히 중단했다. 로셀이 젖은 풀에 발이 미끄러 넘어져서 새 구두가 망가졌던 것을 불평했던 사실을 말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 코너를 독차지하고 있어, 이렇게 행복한 기분에 빠져 있는 이 장소에서 로셀의 이름이 침입한다는 사실이 싫었던 것이다 "뭐?" 그는 흥미진진한 것처럼 곁눈질을 하며 재촉했다. "로셀이 어쨌다고요?" "아무 것도 아니예요." 그녀는 대답했다. "로셀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아직도 그녀와 사이가 좋지 않소?" "우리들은 식사 때밖에 만나지 않아요. 그것도 언제나는 아니지만 말이에요." "언젠가 이야기할 때에 그녀는 말했어요. 당신이 의식적으로 그녀를 피하고 있다고." "그래요, 로셀이 말한 것이 맞아요." 죠디가 예전에 로셀과 자신이 진정한 자매처럼 친밀해지고, 각자가 사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대로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에 대해선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한 번 더 말하고, 손을 떼려고 했지만 코너는 그것을 예상하고 있던 것처럼 더욱 세게 손을 잡았다. "아직까지 불만을 잊지 못한다는 것은 불쌍하군." 코너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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