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서 만든 것이었 다. 갈색의 체크무늬 커튼이 여름의 강한 햇살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었으며, 내부를 시원하게 만드는 에어컨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푹신하고 고운 카펫 위에 그녀는 누워 있었다. 앙증맞아 보이는 커 다란 강아지 쿠션을 베개 삼아 있었고, 2 단 짜리의 시디장을 차곡차곡 쌓은 높이가 1 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그리 크지 않은 작은 오디오가 있었으며, 백합 같은 카라블랑카가 크리스털 화병에 꽂혀 있었 다. 한 손으로 묵직한 이마에 손을 대며 한숨을 쉬었다. 동화 같은 이 방은 어디인지... 분명 선영의 방 에서... 그가 ... 의식을 잃기 전의 일이 떠오르자 시연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갑작스럽게 일어나 앉자 현기증으로 인해 다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그녀의 어깨에 올려지는 손에 놀라 대경실색하며 뒤를 돌 아보았다. 그였다. 그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시 눕도록 강요하듯이 힘을 주어 내리 누르고 있 었다. 시연은 그의 강압적인 행동에 말없이 누었지만 그녀의 머리맡에 앉아 있는 그 때문에 결코 마음 이 편하지 않았다. 아니 다시 그가 어제처럼 그녀를 향해 덤벼들까 봐 두려움이 일었다. 그러나 그는 그 녀에게 손을 대는 대신 오디오를 작동시켰고 그녀의 귀에도 익은 비발디의 사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 다. [사계야] 그의 목소리가 낮게 잠긴 듯이 흘러나왔다. 시연은 눈을 감았다. 음악에 젖을 수도 그렇다고 그의 목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도 없었다. 다만 입술을 깨물며 지금의 상황을 견디어 내야만 했다. [비발디가 '붉은 머리의 사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 알아?] 그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조용했으며 다정했다. 대답이 없는 그녀에게 신경 쓰지 않고 그는 다음 말을 다시 조용히 이어나갔다. [스물 다섯이라는 나이로 최연소 사제로 임명되고도 그는 음악활동을 왕성히 한 사람이아. 한번은 미 사를 집전하다가 악상이 떠올라 그걸 잊지 않으려고 악보에 적어 놓기 위해 그냥 제단에서 내려와 버린 적도 있었거든. 그 뒤로 미사 집전의 권리가 금지되었고, 그의 음악적 재능만큼 많은 돈을 벌었지만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