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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페리시어를 지탱해준 것은 자존심이었다.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서 졸 셈인가, 고든양. 자 존심 때문에 어깨에 기댈 수 없다면, 곧 나의 조카며 느리가 된다고 생각하면 어떤가? 그렇게 되면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안 되지. 자, 기대요. 길이 울퉁불퉁하니 까 그대로 있으면 흔들려서 다칠 지도 모르니까." 페리시어는 순순히 시키는 대로 따랐으나, 그의 한 손이 뻗쳐 와 그의 따뜻한 몸으로 끌어당길 줄은 몰랐 다. "괜찮아. 이런 길이라면 한손으로도 충분해. 무리한 운전도 하지 않을 테고. 자, 긴장을 풀어요. 아무 일도 없을 테니." 그런 생각은 없겠지만, 아무런 일도 없는 것은 아니 었다. 기어를 바꿀 때마다 짓눌러 오는 몸, 그리고 남 성적인 체쥐.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과시당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가슴이 답답했다. 눈을 감 아도 뺨 밑에 단단한 어깨가 느껴져, 입술 모양과 감 촉을 생각해 내지 않으려는 건 무리였다. 이렇게 라시드의 신변에 있을 수 있는 기회도 앞으 로는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귀중한 이 시간을 조금 이라도 더 맛보고 싶어서 페리시어는 밀려오는 졸음과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으나, 그의 체온에 감싸여 어 느 사이에 기분좋게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라시드 가 한손으로 페리시어를 안고 다른 한손으로 운전하는 차는 끝없는 밤의 사막을 달리고 있었다. 어느 새 도착했을까? 페리시어는 잠이 덜 깬 채 라 시드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 졸린 듯한 운무 파이살이 "커피는?"하고 권했지만 사양하고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처음 으로 미움도 노여움도 없이 어깨를 안아 준 라시드. 빨리 혼자가 되어 이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며 천천히 꿈꾸고 싶었다. 이튿날, 운무 파이살은 비로소 혼례용 카프탄을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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