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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병원에서 빠져나와 영국으로 돌아가 버렸을 때, 나는 당신의 냉혹한 처사가 원망스러웠지. 그러나 나 자신이 몹시 한심스러웠어. 당장 당신의 뒤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어 … 그러나 오랫동안 당신을 그리워한 나머지 결국은 체면이나 자존심도 버린 채 당신을 데려오기로 결심했던 거야. 데릭이라는 청년에게는 차마 못할 짓을 시키고 말았지만,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어. 나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당신을 다시 데려오고 싶었어. 당신이 꼭 필요했던 거야." 클로이의 어깨를 껴안고 있던 레온의 팔에 힘이 주어졌다. "클로이는 내 아이의 생명을 빼앗은 여자다. 그러니까 나에겐 그 보상을 받을 당연한 권리가 있다. 강제로 당신을 데리고 오는 행위가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을 속이기 위해 항상 그런 말을 되뇌이곤 했지. 하지만 결국 당신과 함께 있고 싶었던 것뿐이야. 당신이 나하고 결혼한 것이 재산을 탐냈기 때문이라는 말을 마리사한테 들었을 때의 충격은 몹시 컸어. 한동안은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지. 나나 당신이나 마리사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갔지만 서로의 마음속을 털어놓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몰라…" 레온은 차근차근 얘기를 계속해 나갔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나는 마리사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었던 것 같아. 당신이 처음으로 영국으로 돌아갔을 때, 마리사는 한동안 이상하게 마음이 들떠 있었지만, 차츰차츰

얌전해지기 시작했지.

차분하게

생활하는

태도를

보곤

나는

마리사에게

어울리는 착실한 신랑감을 찾아 결혼시키려고 마음먹었지. 마리사는 당신에 대한 질투 때문에 흥분해 있을 뿐이라고 내 멋대로 해석하고는 니코스를 마리사와 만나보게 했던 거야. 니코스는 마음씨가 곱고 아주 성실한 청년이니까 말야. 하지만 마리사는 조금도 결혼을 원하고 있지 않았어. 나는 결국 마리사가 싫어하는 짓을 하고 만 셈이지. 에오스에서 마리사의 정상을 벗어난 행동을 당신도 기억하고 있겠지? 그때부터 나는 마리사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기 시작했지. 그래서 그애가 산책하러 나간 후 행방불명이 됐다는 보고를 받자 즉시 에오스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던 거야… 그때 나는 이미 마리사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냉정히 인정하고 있었어. 하지만 설마 나와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당신에게 그럴 듯하게 꾸며댔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 당신하고 요트를 타고 에오스를 떠나기 전에 나는 마리사에게 당신하고 다시 시작해 볼 작정이라는 얘기를 했었지. 그애는 이러쿵저러쿵 온갖 트집을 잡았지만, 그때 내 눈에는 약간 흥분해 있는 정도로밖엔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일단 안심을 하고 나갔던 거야. 행방불명이 됐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도 단순한 사고인 줄만 알았어. 그러나 벼랑 중간 바위에 걸려 있는 그애의 재킷을 본 순간, 나는 문득 마리사가 일부러 몸을 숨겼다는 걸 깨달았지.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에 걸려 있었으니까. 그 사건은 나의 관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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