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덤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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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YANG 2019 vol.108

Autumn 덤불

정보유출사건 IC-PBL 한양대학교 브랜드 한양을 만나다

홍콩시위

Autumn

최저임금

2019 vol.108

학내 비정규직

노조논란 소신소비 골목길 감성

덤불

한양교지편집위원회


HANYANG 2019 vol.108

Autumn

덤불


목차

004 여는 글

008 돈도 뿌리고 개인정보도 뿌리고 024 아이씨 PBL, 졸업은 해야지 040 한양의 비정에 대하여 054 한양인의 더 큰 ‘어흥’을 위하여 074 한양을 만나다 082 팩트체크

090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인가 108 홍(红)콩 은 지금 빨간 불(红) 126 한국의 노조와 그 논란 138 소신으로 소비하는 사회


154 골목길 톺아보기

170 세상을 보는 한양인의 창

174 전기생체공학부 19학번 허민정

날적이

176 강아지 루디에 대하여 178 탈덕 일기 180 존중과 인정에 관하여

185 편집후기


여는 글

어느덧 선선한 계절입니다. 괜스레 마음은 싱숭생숭해지는데, 바삐 굴러가는 시간 표는 그런 마음도 모르고 야속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는 충동 이 불쑥 치솟곤 합니다만, 일주일이 늘 비슷비슷한 일정으로 이미 가득 찬 저로서는 생 각으로만 그칠 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여러 가지 제약에 묶여 있는 무거운 발걸음을 대신해, 저는 오늘도 얇은 책장을 한 장씩 넘깁니다. 몸이 안 되니 정신이라도 다른 곳 으로 떠나자는 심보이지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분들도 저와 같은 처지라면, 잠시 모든 걸 잊고 책 한 권 펴보시길 바랍니다. 그 책이 『한양』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 습니다.

이번 108호의 제목은 ‘덤불’입니다. 덤불은 그 특성상 무언가를 은폐하기에 적합합니 다. 그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면, 우리는 아프리카 대초원의 가젤처럼 경 계태세를 취해야 하지요. 설령 그것이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 불과했더라도 말입니다. 이처럼 불확실성은 그 자체만으로 우리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러기에 『한양』에 서는 덤불에 의해 가려져 있는 여러 사안을 파헤치며, 파수병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지난 7월 15일,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 했습니다. 애초에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었건만, 학교의 대처는 저희를 더욱 실망시 키기 충분했습니다. 학생들이 정보공개에 동의했다며 변명하는 담당자는 말할 것도 없 었으며, 2차 피해 사실을 증명해야만 보상해주겠다고 큰소리치는 학교는 문제해결의 의 지가 없어 보였습니다. 학교는 오히려 덤불이 무럭무럭 자라나 하루빨리 사건이 은폐되 기를 기다리는 눈치입니다. 그에 반해 다른 학생들은 덤불 속 소리가 그저 바람 소리였 기를, 개인정보가 2차 유출이 되지 않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004

여는 글


다음으로 살펴본 것은 IC-PBL 과목입니다. 한양대학교는 곧 있을 20-23 교육과정 에서 IC-PBL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4과목 이상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게끔 개 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여러 차례 논의한 결과 21학번부터 적용한다고 결론이 났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찜찜함이 남아있습니다. 수업의 실효성은 차치하더라도, 추진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걸 학교는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일까요. 덤불에서 자신 들끼리만 논의하다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이 늘 똑같은 레퍼토리는 언제쯤 바뀌게 될까요.

그 밖에도 학교와 사회에서 쉬쉬하고 있는 학내 비정규직 문제, 방치된 채로 몰개성 한 덤불이 되어 버린 한양대학교 브랜드 문제 등 여러 학내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더불 어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최저임금 논란과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도 조심스럽게 헤쳐보았습니다.

바야흐로 가을입니다. 가을이라곤 하지만 나무들은 아직도 푸르스름하기만 합니다. 불그레한 단풍이 지고 있는 하늘 아래서, 덤불 잎도 지고 있는 모습을 볼 날은 그 어느 날일까요. 새벽의 서늘한 달빛과 기자들의 한숨 소리를 먹고 자란 이 글들이, 시원한 바 람이 되어 세상을 가을로 물들이기를.

『한양』 편집장 김경모 드림

한양 108호

005


01 정보유출사건 편집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편집위원 한성현 dlite1017@naver.com

02 IC-PBL 편집위원 김혜선 tjs9907@naver.com 수습위원 이지원 ljiwon_1212@naver.com

03 학내 비정규직 편집위원 김혜선 tjs9907@naver.com

04 한양대학교 브랜드 편집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05 한양을 만나다 부편집장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06 팩트체크 편집위원 김혜선 tjs9907@naver.com 수습위원 곽서연 angela8752@naver.com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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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이제 200여 명의 사람들이 제 주민등록번호를 알아요. 전 그저 장학금 10만 원을 받고자 했을 뿐인데…”

008

학내


# 정보유출사건

돈도 뿌리고 개인정보도 뿌리고 편집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편집위원 한성현 dlite1017@naver.com

한양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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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도 탈탈탈 2017년 대구대학교에서 전산·행정 업무 미흡으로 인해 1,300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 출되었다.1) 2018년엔 대전대학교에서 한 학생의 해킹으로 개인정보 4만여 건이 유출되 었다.2) 대학 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유행처럼 번지는 가운데 한양대학교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 학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325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대 체 어느 누가 학교 주관 프로그램에서 개인의 고유 정보가 탈탈 털릴 것이라 예상했겠는 가. 이에 피해를 입은 한 학생은 “정말 당황스러웠다. 제 개인정보가 어느 수준으로 유 출되었는지도 잘 몰랐던 상황이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3) 그런데 이 사건, 간단히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더불어 담 당자의 불성실한 태도 등 여러 사건이 중첩되어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먼저, 학내 커뮤 니티를 뜨겁게 달구었던 ‘HY-러닝페이스메이커(이하 러닝페이스메이커) 정보 유출 사 건’의 전말을 알아보자.

<러닝페이스메이커 정보 유출 사건 전개 과정> 7월 16일 비대위, 담당자 통화 녹취록 공개

7월 15일 교수학습센터, 개인정보 포함된 메일 전송

7월 18일 비대위, T/F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개설

7월 16일 교수학습센터, 사과문 전송 및 해당 파일 삭제 요청

8월 7일 비대위, 대자보 게재

1) “우리대학 학생 1300명 개인정보 유출, 학교 측의 대처는?”, 대구대학교 신문 두드림 2) “대전대학교, 4만 2,361건 개인정보 유출...교육분야 보안 ‘비상’”, 보안뉴스 3) 『한양』은 러닝페이스메이커 정보유출사건 피해자 1명과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피해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기재했다.

010

학내


사건 브리핑 # 사건의 발단 7월 15일 학교로부터 메일 하나가 전송되었다. “제출하셨던 개인정보에 오류가 있는 경우, 장학금 지급이 제한되오니 개인정보 확인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그런데 첨부 파일을 열어보니 한양대학교 학생 325명의 이름·학과·학번·이메일·주 민등록번호·연락처·거래은행·계좌번호가 가림 없이 공개되어 있었다. 피해자는 모 두 IC-PBL 교수학습센터(이하 교수학습센터)의 러닝페이스메이커 프로그램에 참여했 던 학생들이었다. 러닝페이스메이커는 같은 전공과목을 수강하는 팀원 네 명이 모여 또 래 협력 학습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엔 개인당 학습 지원금 10 만 원과 수료증을 받는데, 지원금 지급을 위한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참가자 전원 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구체적인 경위는 다음과 같다. 러닝페이스메이커 담당자 는 참가자들의 개인정보를 엑셀 파일로 저장해두었고, 조교에게 주요 개인정보를 삭제 한 뒤 메일을 보낼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조교는 ‘셀 삭제’가 아닌 ‘셀 숨김’을 해 놓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단체 메일을 전송해버린 것이다. 당혹감을 느낀 학생들은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이에 관한 글을 게재했고 사건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 7월 15일 학내 커뮤니티에 게재된 글 (출처: 에브리타임)

한양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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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심화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후속 조치에 나섰다. 사건 다음 날인 7월 16일 오전 10시 30분, 중앙집행위원장(이하 중 집위장)은 프로그램 담당자와 전화 통화 기록을 공개했다.4) 이 녹취록에서 담당자는 사 전에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개인정보 동의를 받은 상태라며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이 를 본 학생들은 “개인정보 동의를 유출 및 공유와 같은 의미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냐”며 더욱 분노했다.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자 교수학습센터는 해당 학생들에게 이메일과 포털 메시지로 사과문을 전송했다.5) 해당 메일을 발송한 담당자의 실수였으며 미수신 메일을 즉시 회 수조치 하였다는 내용이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개인정보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불 법이므로 해당 파일을 삭제해 줄 것을 권고하는 메일이 전송되었다. 더불어 파일을 지 웠다면 이름을 적어 확인 메일을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학교의 조치에 한 학 생은 “실제로 파일을 지웠는지 어떻게 아느냐”며 교수학습센터의 조치가 효과적이지 않 다는 반응을 보였다.

# 끝나지 않은 이야기 교수학습센터가 보낸 사과문의 진정성 여부와는 무관하게, 이미 유출된 개인정보 에 대하여 재빠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는 T/F팀을 통 해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학교의 후속 대책을 강구했다. 7월 18일 중앙운영위원회 는 ‘HY-러닝페이스메이커 개인정보 유출 대응 T/F 카카오톡 오픈채팅방’6)을 개설하여

4) 7월 17일에 IC-PBL 교수학습센터 담당자의 요청으로 삭제되었다. 중집위장은 ‘해당 녹취록이 교수학습 센터의 공식 입장이라 판단하여 올렸으나, 후에 삭제 요청 전화가 5통 왔고 고소의 가능성을 우려하여 삭제했다’고 밝혔다. 5) ‘HY-러닝페이스메이커 개인정보 유출 사건 관련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입장문’을 참고했다. 6) 러닝페이스메이커 프로그램의 팀명과 이름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피해자와 외부인이 섞이지 않도록 조 치했다.

012

학내


피해자의 입장을 듣고자 했다. 같은 날 비대위는 학생처에 공청회를 개최하고 피해자의 요청에 응답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후 비대위는 간담회·규탄서·질 의서 등을 작성하며 피해자와 학교를 잇는 연결 다리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던 8월 7일, 비대위는 권위적이고 오만한 학교의 행태를 규탄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학내 커뮤니티와 학교 곳곳에 게재했다. 7월 18일부터 8월 7일까지 3주라는 기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비대위가 이 와 같은 대자보를 내놓았던 걸까? 또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의 배상과 담당자 처벌은 어 떻게 이뤄지고 있는 걸까? 『한양』은 러닝페이스메이커 정보 유출 사건, 그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낱낱이 알아보기 위해 취재에 나섰다.

▲ 8월 7일 비대위가 발표한 입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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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원짜리 개인정보 고도로 발전하는 정보화 사회 속에서 개인정보는 여러 번 말하기 입 아플 정도로 중 요하다. 요즘 초등학교 때부터 정보화 교육을 받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개인정보를 소 중히 여겨야 한다는 건 웬만한 꼬마 아이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수천 명의 개인정보 를 수집 및 관리하는 한양대학교와 교수학습센터는 이를 잠시 망각했던 것 같다. 너무 나 쉽고 간단하게 개인정보를 단체 발송해버렸으니 말이다. 기본적인 개념조차 잊고 살 아가는 그들을 위해, 개인정보 유출이 왜 위험한지부터 차근차근 짚어 보자. 개인정보 유출이 위험한 건 피해의 규모와 경로를 예측할 수 없고 피해를 완전히 수 습하기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서 유출된 경로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이 미 수백 명이 내 정보를 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개인정보에도 ‘자신을 어느 정도 로 드러내느냐’에 따라 단계가 있다. 신중한 관리가 필요한 높은 단계의 개인정보를 ‘고 유식별정보’라 하는데 주민등록번호·여권번호·운전면허번호·외국인등록번호가 여 기에 해당한다.7) 특히 주민등록번호는 행정, 금융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기 때 문에 지극히 민감한 정보이며 유출되었다 해도 쉽게 변경할 수 없어 더욱 주의가 요구된 다. 문제는 교수학습센터에서 유출한 개인정보에 고유식별정보 중 하나인 주민등록번호 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내 정보가 어딘가에서 보이스 피싱으로 악용될지, 범죄행위에 이용될지 모를 일이다. 혹시 학교 내에 개인정보 보호 규정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미숙한 실수를 보 였던 건 아닐까? 아니다. 대학은 수천 명의 지원자로부터 등록금을 받고,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갖고 있다. 따라서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이 매우 강조되어야만 하는 공간이며, 역시 별도의 개인정보처리방침을 두고 있 었다. 개인정보처리방침은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이와 관련한 고충을 신속 하고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현재는 2019년 1월 1일에 개정 된 개인정보처리방침을 적용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학교의 모든 행정 업무에선 이를 준수해야 하고, 러닝페이스메이커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교수학습센터 역시 학교 7) 「개인정보 보호법」 제24조제1항 및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제19조 본문 참고

014

학내


산하 기관이므로 개인정보처리방침을 따라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개인정보 보 호의 중심이 되어야 할 학교가 자신의 역할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 은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개인정보처리방침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한양대학교는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① 관리적 조치 : 내부관리계획 수립·시행, 정기적 직원 교육 등 ② 기술적 조치 : 개인정보처리시스템 등의 접근권한 관리, 접근통제시스템 설치, 고유식별정보 등의 암호화, 보안프로그램 설치 ③ 물리적 조치 : 전산실, 자료보관실 등의 접근통제 ▲ 한양대학교 개인정보처리방침 제8조 개인정보 안전성 확보조치 전문

이번 정보 유출 사건은 한양대학교가 개인정보의 안전성을 위한 조치, 그중에서도 관 리적 조치에 미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째, 내부관리계획이 제대로 수립·시행되지 않았다. 학내엔 수십 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필요한 개인정보도 각자 다르다. 따라서 프로그램마다 나름의 내부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러닝페이스메이커 프로그램의 경우, 지원서에 개인정보 수집 및 동의 항목을 두어 개 인정보 수집의 목적·수집 항목·보유 및 이용 기간 등을 명시했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 때를 대비하는 것도 개인정보 관리에 속한다. 개인정보 유출은 사과문을 보낸다고 해서, 보내진 첨부 파일을 파기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개인정보는 짧은 시간 내에, 빠른 속도로, 넓은 범위에 걸쳐 퍼지고 완벽한 회수도 불가 능하다. 따라서 개인정보 파일이 담긴 메일이 도착한 7월 15일과 파일 파기를 요청한 18 일 사이에 어떤 2·3차 피해가 발생했을지 모를 일이다. ‘앞으로’ 보호 관리 체계를 개선 하고 직원 교육을 하겠다는 교수학습센터의 입장은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당연히 이 뤄졌어야 할 학교의 개인정보 관리 체계가 엉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 정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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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교육은 말할 것도 없다. 교수학습센터는 이번 사건에 관해 담당자의 실수라는 뻔하디 뻔한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은 개인의 실수로 무마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본래 장학금 지급을 위한 개인정보 확인을 위해 보내진 메일이었음에도 사전 검열 한 번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메일을 단체 발송하기 전 누군가가 한 번만 더 읽어봤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렇다면 개인정보처리방침에 명시된 ‘정기적 직원 교육’이 이뤄지고는 있는 걸까? 한양대학교 개인정보 처리 책임자 최일용 총무처장께 문의한 결과, “교육부 지침에 따라 1년에 2회 e러닝의 방식으로 직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공문을 통해 수시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기적인 교육은 보여주기식의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 고 실질적인 효과도 없었다. 중집위장이 학내 커뮤니티에 게시한 프로그램 담당자와의 녹취록만 봐도 그렇다.

중집위장: 어제 학내 커뮤니티 게시물 및 총학생회 측으로 들어온 제보로 해당 기관 에서 진행한 페이스메이커 발송 메일에 참가자 전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사 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경위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교수학습센터 담당자: 저희가 사전에 프로그램 진행을 할 때, 학생들의 개인정보 수 집에 대한 동의를 받은 상태입니다. 저희 측에서 보고서 제출 현황에 대하여 공유를 할 예정이었는데 그 부분(개인정보)을 삭제하고 보낸다는 게 실수로 내용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정보공개에 대해서 동의를 해주신 건 확실하나 이왕이면 조금 더 보호되었으면 좋겠는데, 그 내용이 오픈된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 조치를 하는 중 이고, 메일을 아직 수신받지 않은 학생들은 수신취소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추후 사 과문 게시와 개인정보 강화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전화주신 강호중 학 생은 프로그램 참가자가 아니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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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중집위장: 총학생회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것이 사실관계에 있어 중요한 사안인가요? 학생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고, 강력하게 대응을 할 예정입니 다. 소송도 고려 중에 있습니다.

교수학습센터 담당자: 정보 동의를 받은 상태인데...

중집위장: 말이 되는 소립니까? 학생들이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공유되는 사항을 동 의했다고 말하는 것인가요? (중략) ▲ 중집위장과 교수학습센터 담당자의 통화 녹취록

이 녹취록에서, 담당자는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를 받았으니 유출해도 괜찮다’는 어조 를 내비치며 당장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하지는 못할망정 자기변호를 하기 바빴다. 해당 담당자가 과연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자신의 잘못을 알고는 있는 건지 비판이 나오게 된 이유였다. 학생들은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개인정보 수집 에 동의했을 뿐 그것이 개인정보를 유출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물론 담당 자 또한 이 사실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임을 무마하기 위해 얼토당토않은 태 도를 보였다는 것 자체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같이 개인정보처리방침에 규정된 최소한의 안전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총체 적인 감시 체계는 미흡했다. 결국 사건의 원인은 학교 차원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 식 부족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래서야 학교를 믿고 학교에서 주최하는 여러 프로그램 에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나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수학습센터에서 벌어진 사건이었기에 더욱더 충격적이다. 몇몇 학생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내 개인정보를 10만 원에 팔았다”는 웃지 못할 농담을 건네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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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코 베이기 정보 유출 사건 이후 사건의 수습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으며,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절차는 진행되고 있는 걸까? 『한양』은 정보 유출사건에 대한 학교의 입장을 듣고자 교수 학습센터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계속 자리를 비웠으며 대답을 회피했 다. 그러던 중, 비대위는 총학생회 페이스북을 통해 두 번째 입장문을 발표했다. 학교가 대의기구로 나선 비대위의 진정성을 무시했다는 내용이었다. 그간 비대위는 피해 학생들의 대의기구로서 오픈 카카오 채팅방 개설, 교무처·교수 학습센터와 접촉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은 이와 같은 비대위 의 개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 학생은 “300명이 넘는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 할 수 있는 단체는 총학생회밖에 없다”며 비대위의 개입을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실제 로 전체 피해자의 60~70%가 카카오 채팅방에 들어와 있으며, 비대위가 피해자의 입장 을 대변하여 활동을 전개하는 데 협조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비대위의 개입을 탐탁 치 않아 했다. 개인정보 유출은 분명 피해 학생 개인의 일인데, 비대위가 이를 대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비대위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한양』 은 강호중 중집위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한양』: 피해자의 제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나요? 중집위장: 현재 전체 팀원의 60~70%는 들어와 계시지만, 제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 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부정적인 일이다 보니 다들 공유하길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일단은 피해를 호소하시는 분, 집단 대응을 원하시는 분을 위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양』: 얼마 전 발표된 입장문에 따르면, 학교와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 다. 그러한 입장문을 발표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중집위장: 피해자분 또한 한양대학교 학생이기에, 총학생회가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학생이 교무처장과 일대일 소통을 하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학교는 ‘왜 당사자가 아닌 학생회가 나서 일을 키우고 피해 학 생들을 흐집어 놓느냐’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래서 입장문을 게시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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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한양』: 그렇다면 현재 비대위 측에서 학교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것입니까? 중집위장: 네. 현재 학교는 채널을 끊은 상태입니다. 그간 학생처에서 최대한 도움을 주셨 지만, 교무처는 연락을 끊고 학생들 개개인과 연락을 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피 해자에게 확인해 보았는데, 교무처와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양』: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중집위장: 학교에서는 제도적 근거가 없고, 피해자 보상으로 예기치 못한 지출이 발생한다 면 나중에 감사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1차 피해에 대한 보상은 없 다고 확언했습니다. 만약 실제로 2차 피해가 발생한다면 학생이 법적 절차를 통해 피해 사 실을 증명하고 승소하여 받아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저희가 피해자들에 한해 다른 프로 그램에 참여 혜택이라도 줄 순 없는지, 또 학생이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를 바꿀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요청을 해봤지만 안된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코 베이 는 형국입니다.

『한양』: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요? 중운위장: 저희가 피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송을 안고 가는 것은 명분상 어려움이 있습니다. 피해자분들께서 일부라도 소송을 하고 싶다 하시면, 피해자 대표를 선임해서 총 학생회가 옆에서 같이 도움을 드릴 것입니다. 다만, 지금 방학 중이라서 피해자분들끼리 활발하게 논의가 안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상황을 더 지켜봐야 구체적인 소송 계 획 등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개강 후 학생회는 다른 학내 개인정보 유출 사례 들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공문을 보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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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점에서 교수학습센터의 견해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미 일차적인 수습은 끝났고 법적절차 없이는 2차 피해에 대한 보상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비대위가 해결하고자 나섰지만 사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손 뻗을 수 있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도움을 주는 것, 학내 프로그램에서 약간의 혜택을 주는 것 등 몇 가지 대안 또한 거부당했다. 현재 학교는 비대위와 채널을 끊어 버렸으며 피해자와 개 인적인 연락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중집위장은 인터뷰에서 학교는 비대 위가 피해자들의 대의기구로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건 수습과 피해 보상을 논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서 비대위의 대표성 여부를 논한다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학교는 비대위를 걸고넘어지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으며 사건 이 묻히길 기다리고 있다. 지금 학교가 보이는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학교의 실수를 인정한 사건에서 피해자가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지, 무엇 을 바라는지를 듣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는데도 말이다. 『한양』이 정보 유출 피해자를 대 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 학생은 “해당 파일을 지워달라고 메일이 오긴 했지만, 확 실히 지워졌는진 알 수 없는 거죠. 또 파일을 받으면 공유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그런 2 차 피해에 대해선 아무 조사가 없었습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학내 커뮤니티엔 정보 유 출사건의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 2차 피해를 우려하는 게시글 (출처: 에브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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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닝페이스메이커 비대위 입장문에 달린 댓글 (출처: 에브리타임)

물론, 학교는 증거자료가 있다면 2차 피해에 대해 보상해주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법 적 절차상 그럴듯한 말이지만, 아직까진 공유된 개인정보가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설령 피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건 때문이라는 걸 증명하긴 어려운 상황이 다. 실제로 피해자 몇몇은 사건이 발생한 뒤 해외 아이피 접속 시도가 증가했다고 말했 다. 하지만 이것이 이번 사건으로 발생한 일인지를 일개 학생이 증명하는 것은 거의 불 가능하다. 이처럼 피해자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디에 쓰일지 몰라 속앓이를 하고 있으 며, 교수학습센터는 사과문 하나로 모든 사실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 의 상황이 역전되어 버린 셈이다. 대체 학교가 수습하고 있는 것은 학생들의 개인정보 유출인가, 아니면 학생들의 성난 여론인가? 교수학습센터는 그들이 벌인 일을 직시하고 제대로 조치해야 한다.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하여 피해자의 입장을 수렴해야 함은 물론이요, 학교의 실수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더불어 학교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행정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일단 개인정보 관리 체계를 상세히 제시하여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또한 실질적인 직원교육 실시, 감시체계 강화 등 이런 사건이 두 번 다 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귀찮은 뒤처리가 아니라, 실수에 대 한 책임이며 대학 행정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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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질러진 물은 누가 치우나 사실 이 어처구니없는 정보 유출은 애당초 일어나선 안 됐다. 학생의 개인정보를 보 호해야 할 학교가 손수 개인정보를 유출해 버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설사 누군 가의 실수라고 해도 정보 유출은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며, 학교의 후진적인 개인정 보 의식과 행정제도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로써 학교를 믿고 개인정보를 제공했던 학 생들의 신뢰는 모두 무너져 버렸다. 사과 전화와 해당 파일 삭제. 이것이 학교 측에서 생각한 최선의 수습 방안일 수 있겠 다. 하지만 이것은 ‘최소한’의 법적 조치일뿐, 학생들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시켜 주진 못 한다. 학교는 피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귀담아듣는 태도를 보이지는 못할망정, 비대위와의 소통을 끊고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사과문을 작성했다 한들 형식적 인 사과문이 이후의 2차 피해에 대해 면죄부를 쥐여 주지는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만큼 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다. 그렇기에 학교는 무엇보다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하지만 쏟아진 물을 닦아내야 할 필요는 있다. 쏟 아진 물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것은 학생들일 테니. 한양대학교는 이번 사건으로부터 비 롯된 모든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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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양』 교지에서

주제: 자유 형식: 글, 그림, 사진 등 자유

기고를 받습니다.

분량: 자유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문의: 편집장 김경모 010-8916-0834 접수: HYgyo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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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PBL

아이씨 PBL, 졸업은 해야지 편집위원 김혜선 tjs9907@naver.com 수습위원 이지원 ljiwon_1212@naver.com

여전히 우리 한양대학교의 교육환경은 많은 개선을 필요로 합니다. … ‘좋은 수업’을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지, 무조건 ‘의무화’만 앞세우는 것이 교육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PBL 과목 졸업 요건화에 대한 학생입장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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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게시한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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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L 과목이 졸업 요건화됩니다.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신설과 정원감축에 따른 학내 여론이 식기도 전인 2019년 6월 1 일, 각 단과대·학생회관 등 학교 곳곳에 학생회의 대자보가 붙었다. <‘좋은 수업’이 ‘의 무화’보다 먼저입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는 PBL 강의 4과목 이수 의무화에 대한 총학 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비판을 담고 있다. 학교는 2020년부터 시행될 20-23 교육과정 에서 PBL 강의 4과목 이수를 졸업 요건화하겠다고 밝혔다. 영어 전용강의 5과목 이수, 인턴십 의무 이수제 등 현재 졸업요건을 채우기도 급급한 학생들은 졸업요건 추가에 부 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학교의 결정이 교육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의무화만 내세운 ‘내려 먹이기식’ 시행임을 강조했다. 대자보에서는 PBL이 우리에게 익숙한 팀 프로젝트 수업(이하 팀플)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 학생 대부분은 팀플 강의를 수강해 봤을 것이다. 팀플의 특성 상 협업·발표를 전제로 하며 그에 따른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툼이 생기기도 하며, 일명 ‘무임승차자’라는 짐을 떠안고 가야 할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입시를 거치며 혼자 하는 공부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팀 플은 그 자체만으로 거부감이 든다. 수강 신청 기간이 되면 학생들은 팀플이 포함된 강 의를 일부러 피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팀플 강의를 4과목 이상 이수해야 한다는 방침은 학생들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많은 학생이 꺼리는 팀플 강의를 의무화하 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팀플 수업의 장점은 없는 것일까. 더불어 PBL 과목 졸업 요건화 를 통해 학교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한양』은 이에 대한 답을 찾고, 나아 가 PBL 과목 졸업 요건화에 대한 타당성을 고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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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PBL, 그게 무엇이죠? 대자보에서는 PBL 강의 4과목 이수가 졸업 요건화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 만 엄밀히 말하자면, 학교가 도입하려는 것은 PBL 학습 방법(이하 PBL)을 새롭게 발전 시킨 IC-PBL1) 학습 방법(이하 IC-PBL)이다. IC-PBL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IC-PBL 의 원형이 되는 PBL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보자. PBL은 1950년대에 개발된 ‘문제 중심 학습 방법’으로, 교수자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강의법을 지양하고 학습자가 주도적으 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교수법이다.2) PBL은 학생들의 실제적인 문제해 결력을 높이기 위해 캐나다의 의과대학에서 고안되었다. 의과대학 학생들이 많은 의학 지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실제 상황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개발된 것 이다. 현재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 많은 대학들이 PBL 수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IC-PBL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IC-PBL은 한 양대학교 ERICA 캠퍼스에서 개발·운영되고 있는 PBL 모델이다. 기존 서울 캠퍼스에 서 진행되었던 PBL 수업과 비교했을 때 외부와의 실질적 연계가 강화된 개념으로 볼 수 있다.3) IC-PBL이란 대학과 산업체, 지역사회가 연계되어 학습자가 실제 사회에서 발 생하는 문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수업 모델이다. 실제적 문제해결력 함양을 위 해 IC-PBL은 산업체, 지역사회의 개입에 집중하는 것이다. 현재는 서울 캠퍼스에서도 IC-PBL을 전면 활용 중에 있다. IC-PBL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IC-PBL 수업모델은 현장통합형(M유형), 현장문제형(A유형), 현장평가형(E유형), 문제해결형(C유형)이라는 네 가지 유형으로 구 성되어 있다.4) 이는 ‘현장에서의 문제 제공 여부’와 ‘문제해결 과정 중 현장 개입 여부’에 따라서 구분할 수 있다. 유형을 구분 짓는 첫 번째 요인인 ‘현장 문제 제공’은 현장으로 부터 직접 문제를 받거나,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수업에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1) Industry-Coupled Problem Based Learning의 약자다. 2) 출처: [HRD 용어사전] 3) IC-PBL로 통합되기 전, 한양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는 2018학년도 2학기부터 서울 캠퍼스만의 PBL 모델인 R.PBL(Research Project Based Leaning) 학습 방법이 도입·운영되어왔다. 지난 2019학년도 1학기에는 60여 개의 R.PBL 강의가 운영되었다. 4) 29p. IC-PBL 모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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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현장 개입’이란 문제 해결 과정 중에 현장 전문가 및 외부의 평가나 피드백을 받는 것을 말한다.5) 기존에 학생들이 경험한 대부분의 팀플은 문제해결형(C유형)에 해 당한다. 실제 사회와 산업체가 직면한 문제를 찾고 주도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함으로 써 문제해결력·사고력·창의성·협업 능력 등을 개발하는 것이 IC-PBL 수업의 목적 이다.

문제설계 측면

현장 문제 제공 有

Merge 현장 통합형

현장 문제형

문제해결 측면

문제해결 측면 문제설계 측면

현장개입 有

Anchor

Evaluate 현장 평가형

현장개입 無

Create 문제 해결형

현장 문제 제공 無

기업 또는 지역사회로부터 실 제 현장의 문제(또는 프로젝트) 를 받아 해결하는 수업을 진행 한 후, 현장 관계자가 결과물을 평가하는 수업유형

교수자가 개발한 문제(또는 프 로젝트)로 수업을 진행한 후, 현장 관계자가 결과물을 평가 하는 수업 유형

현장통합형 (M유형)

현장문제형 (A유형)

현장평가형 (E유형)

문제해결형 (C유형)

실제 현장의 문제(또는 프로젝 트)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 후, 교수자가 결과물을 평가하 는 수업 유형

교수자가 개발한 문제(또는 프 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 행한 후, 교수자가 수업의 결과 물을 평가하는 수업 유형

▲ IC-PBL 모델 (출처: IC-PBL 교수학습센터) 5) 출처: 한양대학교 ERICA IC-PBL 센터 ERICA IC-PBL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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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PBL, 왜 도입하는 건가요? IC-PBL 수업이 먼저 도입된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에서는 2017학년도부터 총 4 개 이상6)의 IC-PBL 교과목 이수가 의무화되었다. 한양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도 ICPBL 4과목 이수가 졸업 요건화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내용이 포함된 20-23 교육과 정은 2019학년도 2학기 중에 공식발표될 예정이다. 따라서 IC-PBL의 구체적인 운영방 식과 졸업 요건화에 대하여 알아보기 위해, 『한양』은 한양대학교 IC-PBL 교수학습센터 의 오현숙 책임연구원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한양』: IC-PBL 수업이 일반적인 팀 프로젝트 수업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오현숙 책임연구원(이하 오현숙): 일반적인 팀 프로젝트는 실제와 단절된 상태로 수업 중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팀플을 위한 팀플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IC-PBL 의 팀플은 실제적 문제를 가지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업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교 수님이 진행하는 일방적인 강의식 교육의 비중이 작아진다는 것이 일반 팀플과 IC-PBL의 차이점 중 하나입니다. 2018학년도 1학기에 운영되었던 PBL 강의를 예로 들자면 자연과학대학의 면역학 수업 이 있습니다. 한양대학교 병원으로부터 면역 체계 질환자 치료 컨설팅을 요청받았다 가정 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주어진 과제였습니다. 학생들은 연구원이 된 것 처럼 신약을 개발하고 그 후에 관련 제약회사 신약개발부 관계자와 한양대학교 IAB7) 위원 한 분이 오셔서 평가했습니다. 기존에 학교에서 진행해 왔던 PBL 수업을 살펴보면 현장평 가형(E유형), 문제해결형(C유형)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IC-PBL은 현장과의 유 기적인 연결에 초점이 맞춰진 현장통합형(M유형)이 가장 강조됩니다. IC-PBL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축제를 기획하는 축제 담당 기획자, 신약을 개발하는 신약개발 연구원이 되는 것 6) 공통 IC-PBL 3과목, 전공 IC-PBL 1과목 7) 산업연계교육 자문위원회(Industry Advisory Board): 기업·협회·연구소에 소속된 전문가 465명으 로 구성된 교육자문위원회로 학과의 전공교육과정 개편 자문, 산업연계교과목 개발 자문, 대학 행사 참여를 통한 산학 연계 강화, 학생 현장실습 과련 자문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출처: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IAB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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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타인과 협업하고, 의견을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양』: IC-PBL 강의는 지역사회, 기업과의 연계를 전제로 하는데 그 연계가 실제로 가능한가요? 오현숙: 산업 현장의 문제를 연계할 때, 학교에 의뢰가 들어오기보다는 학교가 현장의 문 제를 찾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수업과 현장의 문제 연결이 쉽지 않은데 현재는 이를 보완 하는 커넥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사회혁신센터나 경영대에서 하는 수업을 보면 사회적 기업 등과 연계가 잘 되어 있습니다. <비즈니스 실습> 수업에서 학생들은 기업들의 의뢰에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마지막에는 그 결과를 보고하는 형식으로 진행 중입니 다. 이처럼 다양한 협력 커넥팅이 진행 중이며 부족한 점은 보완해나갈 예정입니다.

『한양』: PBL 수업을 졸업 요건화한다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가요? 오현숙: 본격적으로 IC-PBL을 진행한다면 IC-PBL수업을 들은 경험이 공식적으로 인정되 므로 이점이 학생들에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2014년부터 운영해 온 PBL 중심의 비 교과 학생지원프로그램인 한양학술타운8)이 있습니다. 기업은 학생들이 스스로 프로젝트 에 참여했다는 기록을 원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참가 증빙 자료를 받기 위해 많은 학생이 찾아옵니다. 실무경험이 많을수록 신입 교육의 부담이 적어진다는 점에서 기업은 IC-PBL 활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IC-PBL 강의 이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ICPBL 졸업 요건화는 학생들에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PBL 강의는 갑자기 도입된 모델이 아 닙니다. 2017학년 2학기부터 PBL모델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했고,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 로 2018학년도부터 이미 교양에서 PBL 강의가 운영되었습니다. 그때 참여한 학생들의 반 응이 긍정적이었으며 성과도 좋았습니다. 8)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ACE) 사업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교수학습센터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이다. 지 도교수·대학원생·학부생이 한 팀이 되어 자율적으로 학습주제를 선정하고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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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IC-PBL이 학년·학과·단과대별로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오현숙: 이에 대해서는 각 전공을 담당하시는 교수님들께서 어떤 학년의 어떤 수업을 ICPBL로 전환하면 좋을지 잘 알고 계십니다. 난이도를 조절하여 현재 수업과의 접목을 시도 하실 것이며 고학년에 IC-PBL을 더 많이 적용하실 겁니다. 1·2학년들은 학년 수준에 맞 는 적절한 문제를 제공하고 각 학년이 갖추어야 할 전공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수업을 기획하실 겁니다. 예를 들어 교육공학과 1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PBL 강의에서 저학년 수준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 학생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수업 설계, 미디어 평가이론 등 전공 커리큘럼에 포함된 다양한 이론들을 공부했습니다. 이처럼 IC-PBL 수업은 학년 수준에 맞게 적용될 수 있는 수업모델이며 학년·학과·단 과대별로 유연하게 적용될 것입니다. 교수님들은 어떤 과목을 IC-PBL 수업으로 할지 선정 하고 수업 개발 계획서를 작성해 주셔야 합니다. 최대한 그 영역에서 교수님들의 전문성 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다만, 수업의 방법론적 측면에서 도움이 필요하시면 교수학습센터 가 IC-PBL 수업에 대한 교육과 개인 컨설팅을 제공해드릴 수 있습니다. 강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교수님들도 노하우가 쌓이면 생각하지 못했던 장점을 찾으실 수도 있고 보완점 도 인지하게 됩니다. 수정·보완을 통해 결국 학교 수업의 질이 향상되는 거죠.

IC-PBL 교수학습센터는 실질적인 문제해결역량을 개발하기 위하여 IC-PBL 수업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전공에 맞는 전문지식 함양과 더불어 실무적 능력이 강조되고 있는 세태에서 한양대학교와 본교의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방침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2017 학년도부터 운영되었던 PBL 강의가 교수,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고 좋은 성과도 있 었기에 IC-PBL 또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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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요건화, 꼭 해야 하는 건가요? IC-PBL 수업 방법이 실제적인 문제해결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교수법 중 하나지만, 이것이 졸업 요건화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양』은 IC-PBL이 졸업 요건화된 구체적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교육과정개편을 담당하고 있는 학사팀 소속 정준구 부장과 인터 뷰를 진행했다.

『한양』: IC-PBL이 졸업요건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준구 부장(이하 정준구): 이론 수업도 필요하므로 IC-PBL을 모든 과목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IC-PBL을 해야 하는 이유는 온라인에서 수많은 정보 를 쉽게 접하는 지금, 대학은 이론 중심보다는 실제 상황에서의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학생들에게 IC-PBL은 아직 낯설다는 것을 저도 압 니다. 그래서 적어도 네 강좌는 의무적으로 들어야 IC-PBL 교육 방식을 습득하고 심화 과 정의 IC-PBL 교육을 듣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양대의 실용 학풍을 교육환경에 가장 잘 적용할 수 있는 것이 IC-PBL 수업입니다. 졸업 요건화되지 않는다면 IC-PBL 수업이 사장될 위험이 있기에 의무화를 주장하는 것 입니다. 그동안 의무화 없이 진행된 변화는 없었습니다. IC-PBL은 실패해서는 안 되고 이 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졸업요건이 최선이었습니다. 또한 의무화가 되면 수업의 질이 확 보될 수 있으며, IC-PBL 강좌 수가 많아져야 교수학습센터 인원 충원도 가능해집니다. 한 마디로 IC-PBL의 졸업 요건화는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한양』: 학년·단과대·학과에 따라 IC-PBL 졸업 요건화 적용 여부가 달라지나요? 정준구: 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체대·의과대 등 실습이 있는 일부 학과는 제외할 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공·교양 구분 없이 IC-PBL 과목 네 강좌 이수가 필수요 건이 될 것입니다. IC-PBL 강의 의무화는 무조건 2021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될 예정입니 다. 다만 교수님에 따라 강의 내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실 IC-PBL 의무화는 교수님들 께 새로운 강의법을 소개하고, 강의방식의 변화를 부탁하는 것입니다. 제도가 아닌 교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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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IC-PBL 성공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한양』: IC-PBL 수업 의무화에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존재했나요? 정준구: 평가가 좋았기에 본교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수업 만들기 TFT9)’를 통해 비대위에 알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본래는 2020학년도부터 의무화가 될 예정이었지만, 진행에 무리가 있어 2020년에 강좌를 확대한 후 2021학년도부터 졸업요건으로 지정하기로 결정됐습니다. 학생들의 의견수렴과 관련해 서는 논의 중인 사안이 아니라 어느 정도 고정된 사안을 가지고 수렴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IC-PBL 강의의 의무화를 비롯한 20-23 학사개편안도 비대위 등 을 통한 의견 수렴 과정이 존재했습니다.

『한양』: 현재 졸업요건이 많은데, 이것에 IC-PBL 4과목 이수를 졸업 요건화한다면 학 생들의 부담이 가중되리라 생각하지는 않나요? 정준구: 물론 가중된다고 생각하기에 여러 대안이 논의 중입니다.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 지만 대안 중 하나로 교수님과의 상담·명사 초청 강연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교과 학 점을 교과학점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 학점화’가 나왔습니다. 이는 20-23 교육과정에 들어갈 것이고 20학번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책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학사팀은 변해가는 미래에 맞추어 한양대 학생들이 문제해결력을 키울 필요성이 있 다고 언급했고, IC-PBL이 그 목적에 알맞은 강의방식임을 밝혔다. 또한 새로운 교수법 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한 준비과정들을 고려할 때 IC-PBL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덧붙었다. IC-PBL은 제도적 준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과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 기 위해 21학번부터 졸업요건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9) 총학생회·각 단과대 학생회·학사팀 등이 모여 학사제도를 논의하는 기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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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우리는 당장 졸업 요건화가 적용되는 21학번이 아직 입학하지 않았는데 우리 학번에 해당하 지 않는 문제를 왜 신경 쓰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IC-PBL 강의는 졸업요건으로 추 가되지 않았을 뿐 강의 자체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응용미술교육과에 개설된 <미술 교육학원론 1>를 살펴보면, 전공기초 과목이면서 IC-PBL을 채택했기에 졸업요건만 아 니지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업이 되었다. 이외에도 몇 없는 전공 심화가 IC-PBL로 개 설된다면 강의에 임하는 심리적 부담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학생들이 IC-PBL 강의를 단순한 팀플 강의라고 인식하는 것도 문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학사팀도 교육혁신단도 IC-PBL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고, 관련 홈페이지는 접근이 제한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강의방식이나 의도조차도 알 길이 없었으며, 그렇게 진행 된 강의내용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의 문제는 학생들에게 IC-PBL 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리기만 했더라면 해결할 수 있었다. ICPBL은 학교를 넘어서 학생들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했지만 정작 학생들에게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즉 학생들은 알지 못하는 강의 체계를 더 두려워하는 것이며, 졸업 요 건화 작업을 고수하려면 적어도 제대로 된 정보제공이 선행되었어야 했다. 무엇보다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 좋은수업만들기 TFT에서 조사 했던 학생 의견을 전체 학생의 의견이라고 치부하기엔 한계가 있다. 사실 한양인 포털 시스템·한양대학교 애플리케이션·SNS·문자메시지 등 학생 의견을 물을 방법은 많 았다. 실제로 올해 학사제도 변경안은 QR코드로 설문조사를 했으면서 IC-PBL 강의 4 과목 이수라는 졸업요건 추가 사안은 설문 조사하지 않았다. 과연 학교는 학생들의 의 견을 들을 생각이 있던 것일까. 학생들을 위해 IC-PBL을 졸업으로 지정한다고 하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학생은 없었다. IC-PBL 의무화 역시 불안 요소 중 하나다. 현재 졸업요건의 대부분은 세계적 추세에 따른 결정이었다. <영어전공 강의>는 글로벌 사회라는 명목하에, <창의적컴퓨팅>은 IT 가 중요해지는 사회에 발맞추기 위해, <사회봉사>는 인성을 중요시하는 사회에 맞춰간 다는 이유로 졸업 요건화했다. 그리고 IC-PBL 역시 세계적 추세란 이유로 졸업요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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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 중이다. 세계가 급격하게 발전해나가는 지금, 학교는 모든 요소를 잡으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현재 졸업요건도 8학기 내로 충족하기 빠듯할 만큼 많다. 졸업 이수 조건

핵심교양

고전읽기영역

2학점 이상 이수

글로벌언어와문화영역

2학점 이상 이수

소프트웨어영역

2학점 이상 이수

인문과예술영역 사회와세계영역 미래산업과창업영역 과학과기술영역

기초필수

2학점 이상 이수 2학점 이상 이수

1학년

말과글, 과학기술의철학적이해, 커리어개발Ⅰ, 창의적컴퓨팅, 사랑의실천(구 HELP)1

2학년

전문학술영어, 사랑의실천2

3학년

커리어개발Ⅱ, HELP3

기초택필도 포함 평점평균

전 학년의 평점 평균이 1.75 이상

졸업논문 / 졸업시험

공과대학 및 자연과학대학에 해당

영어전용강좌

5강좌 이상 이수

최저 이수 학점

각 학과에 따른 졸업학점 및 전공기초, 전공핵심, 전공심화 과목 이수 단과대학에서 제공하는 인턴십 프로그램 중 최소한 한 개 이상 이수

인턴십

교과 영역: 전공현장실습, 캡스톤, 종합설계, 연구실 형태 수업, 취업 관련 교과목 비교과영역: 연구실 인턴십 대외활동 및 기타: 세미나, 고시 합격, 대내외 수상 등

※ 의과대학, 간호학부 등 일부 졸업 이수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단과대 혹은 학과가 존재함.

▲졸업 이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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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발전을 위해 졸업 요건화하였음에도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강좌가 많으며, 학 사팀 역시 지금의 졸업요건이 완벽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졸업요건을 추 가한다면 모두의 우려대로 강의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대가 변할 때마다 요 구되는 인재상을 추가만 하기보다는 졸업 이수 조건을 줄일 용기도 필요하다. 언제까지 졸업요건을 추가만 할 것인가. 진정으로 필요한 강의만을 졸업요건으로 두는 것이 학생 을 위한 길이며, 학교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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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움직임을 주목하라! 학교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영어 전용강의 이수·소프트 웨어 영역강의 이수·인턴십 이수제 등 많은 정책을 도입해 왔다. IC-PBL도 마찬가지 다. 실무 경험이 강조되는 취업 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IC-PBL은 경쟁 에서의 승리를 위한 회심의 수이다. 학교 측은 인터뷰 전반에서 IC-PBL이 더욱 중요 한 사항이며 성공적으로 확대 도입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IC-PBL이 좋은 교수법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IC-PBL의 졸업 요건화가 학교의 생존을 위한 것인지 우리의 실제적 역량을 고양하기 위한 것인지, 그 우선순위가 불명확해 보인다. IC-PBL 의무이수 사안은 20학번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학사위원회에서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견이 수렴된 결과, 1년 유예되어 21학번부터 적용하는 것 으로 결정되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학교가 제시한 개편 안이 그대로 반영되었을 것이다. 학생의 무관심은 학교로 하여금 일방적인 통보를 정당 화할 수 있도록 한다. 학생 여론 수렴이라는 타당한 절차의 당위성을 잃는 것이다. 그렇 다면 우리는 그저 받아들이는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대학은 앞 으로도 그에 맞추어 새로운 정책을 도입해 갈 것이다. 우리는 학교의 결정에 비판 없이 편승해서는 안 된다. 학교 정책의 변화에 학생들이 관심을 두고 지켜보아야 한다. 이 시 점에서 학교에게 우리의 존재가 어떤 의미이며, 대학 교육에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 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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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을

향한

한양인의

시선

『한양』에

대한

한양인의

평가

『한양』을

위한

한양인의

비판

지금 『한양』 에게는 한양인이 필요합니다. 108호를 보고 기사에 대한 평가를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독자평은 109호 교지에 실리며 독자평을 보내주신 분에게 문화상품권을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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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내 비정규직

한양의 비정에 대하여 편집위원 김혜선 tjs99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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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한 것이 없어도 '더 근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은 '더 계약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끝나는 거잖아요. 그게 비정규직의 설움이죠.” -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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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2019년 8월 13일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1) 사망 원인은 지병이었지만, 언론은 그가 숨진 장소인 휴게실을 주목했다. 이 휴게실은 지하 1 층 계단 아래에 있었으며, 벽과 천장을 엉성하게 이어 붙인 좁은 방이 전부였다. 1평 남 짓에 불과한 휴게실은 성인 남성 2명이 누우면 꽉 차는 공간이었고, 그 공간을 청소노동 자 세 명이 사용했다. 그들은 왜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 노출되었을까. 노동자가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지 않아 개선되지도 학교가 알지도 못한 것일까. 그건 아닌 듯하다. 올해 2월 서울대에선 시설관리직 파업이 있었다. 파업으로 인한 학생들의 불만과 함께 언론 에서도 이 사건을 주목하여 사회에 알렸으나, 그 후로 약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근로환경 은 달라진 게 없다. 이외에도 작년 이화여자대학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휴게실과 작업 공간의 실태를 고발했다.2) 매연에 노출된 작업환경과 에어컨마저 없는 휴게실이 고발 대상이었다. 이 처럼 다른 대학교에서는 근무환경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 학교와 는 멀게만 느껴진다. 과연 한양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불편한 점이 없어서 본인들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일까. 한양대학교 역시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으며, 그들은 우리 곁에 있다. 학교 일상 속 분리수거나 화장실 청소 등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손을 거친다. 그들이 없다면 우리는 학 교의 쾌적한 누리기 힘들기에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편함을 먼저 알아주고자 했다. 이에 한양은 한양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의 불편함을 알리고자 한다.

1) 『노동자 연대』, 2019, 「찜통 같은 열악한 휴게실에서 죽은 서울대 청소 노동자」 2) 『노동자 연대』, 2018, 「이화여대 비정규직 휴게실·작업 공간의 끔찍한 실태 “우리를 사람으로 보면 이럴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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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학교의 분리수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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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간단한 고찰 학내를 돌아보기 전 비정규직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전에도 1997년 경제 위 기 이후 처음으로 비정규직은 ‘차별적 노동 관행’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구조조정 과 정에서 사용자 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고용했고, 그에 따라 현재 경제 생 산인구 중 약 33%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3) 사회는 비정규직을 대체로 정규직4) 의 잔여 범주로 정의하며, 고용노동부에서는 비정규직을 한시적 근로자·비전형 근로자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5) 여기서 근로자는 파견 근로자와 용역 근로자로 한정하며, 파견 요청 업체에 직접 의뢰를 받는 파견 근로자와 달리 용역 근로자는 지시 사항을 용역 업 체에 받는다. 이 중에서 한양대학교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용역 근로자에 해당하며 학교 는 다양한 용역 업체와 계약하고 있다.

직접고용

간접고용

계속근로 가능, 부가급여 있음 무기고용 계약

계속근로 가능, 부가급여 없음

용역 근로 (한양대 해당)

계속근로 어려움 전일제 근로 계약직(기간제 근로) 유기고용 계약

시간제 근로

파견근로

일용 근로 비고용 계약

재택 근로, 독립 근로(특수형태 근로) ▲ 비정규직 유형의 종류

3) 조혁진, 원재연. "비정규직 노조화 과정에 대한 참여 관찰- 대학 주차관리 노동자 사례." 국내 학술지 논문, 연세대학교, 2015. 4) 정규직은 고용계약 상 기한을 정하지 않은 노동자, 노동시간 상 전일제 근무하는 노동자, 고용 주체 측 면에서 고용주와 사용주가 일치하는 노동자를 의미한다. 5) “고용노동부 주요 정책 비정규직법 바로 알기 비정규직 개념과 유형”,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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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는 환경미화·주차관리·건물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환경미화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시간씩 교대 없이 운영되며, 주차관리는 하루 8시간씩 일하는 3교대로 진행된다. 환경미화와 주차관리의 휴식시간도 존재한다. 건물 관리는 하루 24시간을 근무하고 하루 쉬는 2교대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의 휴식시간은 수면 3시간·점심 2시간·유급 휴식 3시간으로 총 8시간의 휴식을 보장받는다. 임금은 최저 시급으로 부여되며, 야근수당도 나온다. 휴식시간이나 최저임금 등 비정규직에 대 한 대우는 보장되는 듯하지만, 수면 3시간이 문제다. 이들의 수면시간은 평균 수면시간 에 절반도 못 미친다. 불규칙적이면서도 적정 수면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 강도는 비정규직의 건강을 해치기 충분하다. 또한, 환경미화의 하루 10시간씩의 노동 및 교대 없이 운영되는 방식도 비인간적이다. 한양대학교에서도 이런 업무 형태를 인지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양』은 학교 인사 팀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용역 업체와 관련된 일부 사항이 질문에 포함되 었고, 그 부분은 인사팀의 소관이 아니기에 답변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후에 학내 비정규직의 비율·작은 휴식공간 등 답변 가능한 질문에 한하여 대답을 요 구했지만 이미 대답하지 않기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이마저도 거절했다. 비정규직은 용 역 업체에 소속되었다고 하나 한양대 안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다. 아무리 인사팀 담 당이 아니라지만, 최소한 자신의 학교에 일하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알아야 할 필요 가 있다. 심지어 학교 업무를 위해서 이미 파악되었어야 할 부분임에도 학교는 대답을 회피했다. 정말로 학교가 자신들이 채용한 노동자의 업무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보를 숨기는 것인지는 미지수다. 확실한 것은 학내 비정규직에 대해 몰랐든 지 알면서 숨겼든지 둘다 문제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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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란 학내 비정규직으로 종사하는 노동자의 실제 일상을 알아보기 위해 환경미화·건물관 리·주차관리를 담당하는 네 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신원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진 행하였으며, 이후에 정리 및 재구성했다.

※ 익명 보장을 위해 인터뷰 대상자의 담당 업무는 밝히지 않았다.

『한양』: 한양대학교에서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A 처음에야 힘들었지만, 지금은 삶에 익숙해져서 괜찮습니다. 본인이 감수해야 할 일이 니까 사실 힘든 건 아니죠. 제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학교에서도 힘든 점을 물어보 는지 모르겠지만 업체에서 힘든 점을 물어볼 때가 있어요. 하지만 티를 낼 수는 없죠. 우리끼리 그냥 조금씩 얘기할 뿐입니다.

B 많지 않습니다. 휴식 시간도 존재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들어왔기에 괜찮습니다. 다만, 휴가를 제가 쓰게 되면 다른 동료가 며칠씩 집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 상 휴가를 갈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은 힘들어요.

C 학교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이상한 소문을 내는 것이 힘들어요. 예 전에 완장을 차고 있는 사람한테 대들다가 해고된 사람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제가 그 표적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좀 안 좋네요.

『한양』: 한양대학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그런 적은 없어요. 학교는 그 나름의 방침이 있으니까 거기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가 없는 거죠. 가끔 방침을 바꿀 때가 있는데 그런 것은 힘들지만 금방 적응합니다. 사실 학교에서는 저희에게 직접적인 억압을 주지는 않습니다. 용역 업체와 계약하고 일하 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하나를 꼽아보자면 계약할 때 연 단위로 계약하는 게 부당하다 고 생각합니다. 그게 비정규직의 삶이죠. 그런데 그걸 다 알고서 계약을 했습니다. 이 런 것을 생각해보면 정규직이 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왕이면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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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있고 편하게 일하면 좋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B 제가 여기서 몇 개월을 일했지만,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에 따라 얘기가 나오는 것은 있어요. 나이가 많게 되면 학생들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안 좋아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나이가 많은 사람을 해고해야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현재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52년생(약 만 67세)인데 내년에는 그만둬야 한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 어요.

D 사실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은 없어요. 오히려 제가 잘못한 일을 했을 때 용 역 업체에서 조심하라고 당부합니다.

『한양』: 한양대학교에서 바꿔야 할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글쎄요. 사실 학교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건물관리직을 적게 배정하고 있어요. 옛날 에는 대개 한 건물마다 한 명씩 배치됐었는데 말이죠. 인원을 늘리면 학교도 무리가 되기에 인원 감축은 당연하다고 보고 있어요. 저희도 그걸 알고서 근로계약을 한 것이 니까요. 근데 여기서 더 감축된다면 벅찰 것 같아요. 지금도 빡빡하다고 느끼는데, 아 직은 감수할 만합니다. 지금 근로 형태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좀 보이는 데 나아질지 지켜봐야지요.

B 우리는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고 돌아가는지 모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말하기가 힘듭니다. 거의 학교가 하는 대로 따라가고 쫓아갑니다. 일하는 다른 사람도 여기에 큰 불만이 있는 사람은 못 봤어요.

『한양』: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아주 잘하는 학생들도 있고 아닌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꼽아보자면 휴지를 과하 게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학생들이 생활하면서 불편한 부분은 없어 야 하니까 환경미화 분이 퇴근하고 나서는 저희가 그 일을 하는데, 변기가 자주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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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합니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건물은 변기가 잘 막혀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다 잘하고 있어요. 그리고 가끔 휴일에 담배 피우려고 건물 출입문을 열어 놓기도 하는데 원칙상 그날에는 문을 열어놓으면 안 돼요. 그 정도만 주의해주면 고맙죠.

B 거의 없어요. 99%가 다 잘하고 있어서 괜찮습니다. 간혹 공부하다가 자기 분을 못 이 겨서 책상을 내리치거나 큰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어요. 본인도 모르게 나오는 행동이 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불만이 들어오기도 하죠.

C 학생들이 워낙 많다 보니까 그런 거 같은데 가끔 학생들이 저를 상대할 때 퉁명스럽 게 반말 쓰는 것은 좀 불편하죠. 같이 반말할 수도 없고요. 전부는 아니고 100명에 한 두 명씩 그래요. 어디에 가든 그런 사람들은 있으니까요.

D 다른 대학교보다 학생들이 착한 거 같아요. 뭐 물어봐도 답변도 잘하고, 지적하는 학 생도 없어서 고마워요. ‘아줌마’라고 지칭하면 우리도 좀 싫을 텐데 ‘이모님’이라고 불 러주더라고요. 다만, 음식물을 따로 거두지 않고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 우 손으로 일일이 분류해야 하거든요. 음식물은 손에 냄새도 나고 더러우니까 힘듭니 다. 또 화장실 변기에 짬뽕 국물 버리면 세제로 다 닦아야 하는데 이런 것들 빼고는 괜 찮아요.

『한양』: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복지체계가 존재하나요?

A 우리는 휴가나 연차는 없지만, 그 대신 급여로 나옵니다. 맞교대니까 누가 대신 당직 을 서 줄 수는 없잖아요. 처음에는 저도 그 점이 힘들었어요. 근데 여기뿐만 아니라 다 른 곳도 비슷해요. 3교대 하는 곳도 있겠지만 그래도 건물에서 24시간 편하게 있을 수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B 맡았으니까 하는 거예요. 힘든 사람들은 못 하겠지만 말입니다. 휴식 시간 제외하고 야근 수당도 나옵니다. 한 달에 7~8만 원 정도 식사비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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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휴식공간이 있어서 그곳에서 쉬거나 옷 갈아입고, 식사도 합니다. 휴게실이 꽤 깨끗하 지만 좀 좁은 게 아쉬워요. 그래도 예전에는 계단 아래에 휴식공간이 있었던 것을 생 각하면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요. 저희는 최저임금을 받고, 4대 보험도 적용받습니다.

『한양』: 비정규직의 입장이 사회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A 바로 잘릴 수도 있으므로 이야기를 못 하죠. 그렇게 얘기하면 누가 그 사람을 쓰겠습 니까? 그 부분이 어려운 거죠. 잘못한 것이 없어도 '더 근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 은 '더 계약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끝나는 거잖아요. 그게 비정규직의 설움이죠.

B 제가 비정규직의 처지를 대변하는 사람은 아니므로 우리 이야기를 사회에 퍼뜨릴 생 각은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그 상황에서 그저 받아들이는 거죠. 대우가 나아질 것을 기대하면서요.

D 월급 오른 것을 보니까 차츰차츰 좋아지려고 하는 것 같아요.

비정규직 노동자는 인터뷰 내내 한양대학교와 학생들에게 불편한 점이 없다는 의사 를 밝혔다. 그들이 말한 한양대학교의 대우는 좋은 듯 보이지만 그 대우는 형식적인 것 에 불과했고 실질적인 복지는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좁은 휴게실 그리고 음식물 쓰레 기처리 등이 열악한 근무환경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학교 뒤에 가려져 있던 이면을 더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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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는 법을 알고 있다 한양대학교를 살펴보면 학교 내 다른 건물은 대부분 한 건물마다 한 명의 관리자를 배치하지만, 인문대·자연대·사범대의 건물관리자가 한 명임을 알 수 있다. 물론 한 사 람이 한 건물을 담당하는 것도 절대적으로 공정하지는 않다. 하지만 세 가지 건물 모두 학교 내 다른 건물과 비슷한 규모를 가지고 있는데, 이 넓은 공간을 혼자서 관리하고 있 다. 또한 건물관리자의 특성상 실험이 많은 자연대에서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를 포함 한 세 가지 건물을 관리하라는 것은 과하다. 이 문제는 고용 인원을 늘릴수록 인건비가 상승하기에 학교 측에서 할당 구역을 넓혀 학내 노동자 인원을 줄이면서 발생했다. 안 타깝게도 국내 근로기준법에는 업무 할당량 차이에 따른 추가 대우와 관련된 사항이 없 다. 즉 노동시간 내에서 남들보다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더라도 임금을 더 받지 못한다. 그렇게 학교는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한양대학교 비정규직은 나이 때문에 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 었다. 체력적인 한계로 인한 나이 제한은 이해할 수 있지만, 외관상의 문제로 해고된다 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노동자를 고용한 목적은 학교의 이미지 제고보다 사람들에게 편 리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학교는 이미지를 위해 고령 노동자를 해고하 고 있었다. 고용 목적과는 다른 이유로 그들의 일자리가 위태해지는 것은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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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18. 3. 20., 2019. 1. 15.>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 를 말한다. 제60조(연차 유급휴가) ①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개정 2012. 2. 1.> ② 사용자는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 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개정 2012. 2. 1.> 제61조(연차 유급휴가의 사용 촉진) 사용자가 제60조 제1항 및 제4항에 따른 유급휴가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 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제60조 제7항 본문에 따라 소멸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고, 제60조 제7항 단서에 따른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본다.

▲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유급휴가

휴가는 엄연히 지켜져야 하는 기본적 권리이며,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에서 이를 명시 하고 있다. 하지만 한양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휴가를 내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대 부분 교대 인원이 정해져 있었고, 누군가가 휴가를 내더라도 추가 인력이 보충되지 않 는다. 따라서 휴가를 내지 않은 다른 노동자가 대신하여 근무해야 한다. 건물관리의 경 우 24시간 근무가 계약조건이기 때문에 자신이 휴가를 낸다면, 동료가 이틀 연속으로 총 48시간 동안 근무를 서야 한다. 동료에게 심한 업무 부담을 줄 것을 알면서 그 누가 휴가를 쓸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그들은 휴가를 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즉 휴가조차 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한 것이며, 이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침해받은 처사이다. 그 런데 학교는 근로기준법 제61조에 따라 귀책사유를 지니지 않는다. 그렇게 비정규직 노 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기회마저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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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한양人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낄 때, 우리는 이에 항의하고 불만의 의사를 표한다. 하지 만 불만의 의사표시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비정규직의 계약은 1년 단위로 이뤄진다. 연말에 해고되고, 계약 성사 후 1월에 다시 고용되기 때문에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게 비정규직 노동자는 하루하루 해고될 수 있다는 위험 속에 살아가고 있다. 불만 사항을 토로할 용기를 가지기에는 그들에게 부양해야 할 가 족이 있다. 그렇기에 비정규직 노동자는 오늘도 묵묵히 한양인으로 살아간다. 2010년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에서는 노조 파업이 일어났다. 그 계기는 비슷한 강도의 일을 했음에도 정규직으로 전환된 특정 직군 직원들과 일반 직원들을 차별 대우 했다는 데 있었다. 그들은 무기한 파업을 진행하였고, 한양대 본교에도 찾아와 농성했 다. 지금의 본교 모습은 어떠한가. 인터뷰 내내 보였던 “뭐 어쩔 수 없지요”, “지금은 적 응해서 괜찮습니다.” 등 체념한 모습은 억압된 분위기에 오랫동안 노출된 비정규직 노 동자의 현실을 보여준다. 적응해서 괜찮다는 말은 ‘아직은’ 버틸 수 있다는 의미와 같다. 적응해서 괜찮은 것이 아닌 처음부터 괜찮을 수 없을까. 무엇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인터뷰했다는 사실이 학교나 외부에 알려질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할 말이 없다 며 인터뷰를 거절한 사람도 많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을까. <사랑의 실천>은 한양대를 대표하는 이념이다. 그에 따라 사회봉사를 의무적으로 하 고 있지만, 정작 학교 내 사람들에게 관심조차 없었다.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도 우리와 같이 한양대를 구성하는 일원이자 쾌적한 학교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없어선 안 되는 존 재이다. 오늘부터라도 학교에 계시는 비정규직 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같은 한양인으 로서 함께 걸어가자. 따뜻한 말 한마디와 배려가 그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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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나요? 여러분이 직접 찍은 사진을 11월 30일까지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응모 작품에 이름, 학과, 학번, 연락처를 함께 기재해주세요. 당선된 작품은 109호에 기재될 예정입니다. 당선된 작품 당 오천 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해드립니다. (최대 두 장 기고) 한양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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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한양대학교에 다니면서도 내가 한양대생이라는 걸 잊어버리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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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학교 브랜드

한양인의 더 큰 ‘어흥’을 위하여 편집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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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인이 사랑하지 않는 한양대학교 우리는 학교에 첫 발을 내딛으며 설레는 캠퍼스 라이프를 꿈꿨다. 처음 과잠을 받고 나서는 동기들과 ‘한양’이 써진 뒷모습 사진을 찍으며 자랑스러워 했다. 새내기 땐 모두 한양대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흘러 넘쳤다. 그러나 지금 다시 한번 물어보자. 우리는 여전히 한양대학교를 사랑하는가?

▲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출처: 에브리타임)

재학생조차도 한양대학교의 이미지하면 ‘공대’를 떠올린다. 물론 대학에 주요한 모토 가 있다는 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다. 하지만 한가지 이미지가 각인되어 다른 변 화들이 배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와중에 그토록 기대하던 봄 축제는 무산되었고 학교 커뮤니티에는 매일같이 자조적인 글이 올라온다. 이러한 학교의 분위기 속에서 한 양인의 애교심은 메말라 버렸다. 심지어 스스로가 한양대학교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조 차 잊어버리곤 한다. 매일 과제, 시험, 인간관계에 시달리고 사는 대학생들에게 애교심 따위는 뜬구름 잡 는 얘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20대의 절반을 대학에 소속된 채로 보낸 다. 대학생이라는 시간이 우리의 인생에 있어 중요하듯, 대학이라는 공간 또한 못지않 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도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더 이상 한양대학교의 자부심 을 갖지 않게된 것은 왜일까. 혹시 우리 학교에 학생들이 자긍심을 가질만한 특색있는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아서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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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 브랜드가 필요해 경쟁이 없는 사회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타사보다 높은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 이라든지, 내가 다른 지원자보다 특별하다는 것을 어필하지 않아도 쉬이 구해지는 일자 리라든지. 이처럼 경쟁은 현대 사회의 핵심 키워드다. 고등 교육을 담당하며 사회의 주 축을 형성하고 있는 대학에서도 치열한 생존경쟁이 시작되었다. 그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단 차후 대학에 입학할 학령인구의 감소1) 가 주요 원인이다. 2019년 대학진학률은 76.5%로 201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고 교졸업자 수보다 대입 정원이 많아지는 대입역전현상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둘째, 대 학에 대한 인식 변화이다. 올해 6월 청년실업률은 10.4%에 달했고2), 대졸 이상의 고학 력자 역시 취업은 녹록치 않은 편이다. 이렇듯 ‘대학=취업’이라는 수식은 깨져버린지 오 래다. 이러니 고등학생들이 ‘굳이 대학을 가야할까?’라는 의문을 품게된 건 당연한 순서 다. 꽃다운 20대를 대학 등록금과 취업난에 허덕이면서 보내느니, 차라리 바로 취업전 선에 뛰어들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이러한 현실에 발 맞춰 교육부는 “보수적 추정치로 보았을 때 향후 2~3년 뒤 70개의 학교가 폐교될 것”이 라는 전망을 내놓았고, 대학의 앞날엔 적색 신호등이 켜졌다. 이제 대학은 살아남기 위 한 방편을 마련해야만 한다. 대학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경쟁 대학보다 우월한 분야를 강조 하고 차별화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대학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면 된다. 교수진, 아웃 풋, 대학 재정도 브랜드의 일환이다. 이미 우리 학교는 기업에게, 일반 시민들에게 충분 한 대외적 성과를 보여왔다. 당장 캠퍼스 곳곳에 걸려 있는 현수막만 봐도 그렇다. 한양 대학교는 QS 세계대학평가3) 2020에서 전년도 보다 한 계단 오른 150위를 차지했으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행정고시, 입법고시 등 중요한 시험에서 우수 1)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19년 6세부터 21세까지의 학령인구는 804만 7천 명으로 2010년 995만 명에 비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2) KOSIS, 경제활동인구조사. 이때 청년실업률이란, 15세에서 29세의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3) 영국의 대학 평가기관 Quacquarelli Symonds가 1994년부터 매년 시행한 대학 평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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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결과를 보이고 있고 자교 출신 선배들은 정치·경제·교육 여러 분야의 요직을 맡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양대학교에 다니는 우리들이 학교에 갖는 이미지이 다. 차후 한양대학교의 이미지 형성과 발전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바로 재학생이다. 아 무리 아웃풋이 좋아도 재학생들이 사랑하지 않는 한양대학교는 단팥없는 단팥빵, 앙금 없는 찐빵에 불과하지 않은가. 현재의 한양인에게, 또 미래의 한양인에게 애교심과 자 부심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한양의 브랜드가 필요한 때이다. 훌륭한 교수진이나 뛰어난 아웃풋, 풍부한 대학 재정은 당장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는 다. 한양대학교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주도한 설문조사에서 높은 순위를 받는다고 학 교의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변하진 않는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땐 자랑스럽게 느껴지 더라도 결국 ‘나와 무슨 상관이야’하며 머릿속에서 잊혀진다. 오히려 재학생에게 브랜드 는 매일 마주치는 것들, 내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들에서 느껴진다. 우리는 등굣길에 마주치는 애지문 앞 사자상에서, 다음 수업을 듣기 위해 오르는 언덕길 옆의 파란색 깃 발에서 한양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따라서 본지에선 대학 브랜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자 한다.

대학에 정체성을 부여하고 이를 다른 대학과 차별화시켜, 재학생과 한양대학교에 입 학할 학생들에게 쉽게 연상시키기 위하여 사용하는 슬로건, 캐릭터, 패키지, 색, 디자 인 또는 이들의 결합체.4)

4) 김성제, <현대 브랜드 경영 전략>의 브랜드에 대한 정의를 재구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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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브랜드 알아보기 The Engine of Korea. 우리 대학의 슬로건이다. 실용학풍을 장려하고 대한민국 의 성장 동력이 되겠다는 한양대학교의 정체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이 짧은 문구 를 통해 학교에 소속감을 느끼며,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학교가 추구하는 방향을 단번 에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구가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거나 실제와 다르다고 느껴진 다면 슬로건은 효력을 잃는다. 이와 같이 특정 브랜드를 곧바로 연상하게끔 하는 구 성 요소들을 ‘브랜드 아이덴티티 요소’라 한다. 우리 학교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요소는 학교와 학생에 의해 구축되어 왔고,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조금씩 변화해왔다. 이 변 화를 단편으로 보여주는 것이 대학 심볼, 상징 동물, 서체, 상징색으로 대표되는 대학 UI(University Identity)5)이다. 그 중에서 한양대학교의 색상, 마크, 캐릭터가 현재의 모습을 보이기까지 어떤 변화를 거쳤고, 개선해야할 점은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보자.

색상 한양의 색깔은 파란색이다. 파란색은 신뢰를 상징하는 색으로 순수하고 깨끗하며 미 래지향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 연세대·중앙대·시립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기업 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6) 자칫 브랜드 요소로 내세울만한 독특함은 부족할 수 있지만, 우리 학교는 흔한 색상을 학교의 고유 요소로 자리잡게 하는데 성공했다. 누구 나 한양대학교의 색을 물으면 짙은 남색 즉, 한양 블루를 떠올린다. 이는 학교 심볼, 홍 보 책자 그리고 캠퍼스 곳곳에서 쉽게 파란색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양 대학교 학생이 되기도 전에 모집 요강이나 각종 굿즈를 접하면서 더욱 친숙하게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색상을 학교의 브랜드로 구축할 수 있었던 중심엔 보조컬러의 적절한 사용이 있다.

5) 대학 UI는 대학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반영하는 디자인을 의미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 요소는 대학 UI 가 결합된 총체의 의미를 포함한다. 6) 박현희, <색채 감성 상징을 통한 아동미술 수업지도 방안 연구:IRI 이미지스타일 색채감성척도를 중심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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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양대학교의 색상은 한양 블루만이 아니다. 2009년 한양대학교 UI 리뉴얼 과정을 통해 메인컬러인 파란색 외에 포인트 컬러를 두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파란색과 대조되 는 라이트 그린과 오렌지를 포인트 컬러로 지 정하였는데, 파란색의 밝고 경쾌한 느낌을 덧

▲ 한양대학교 공식 색상

붙여 조화로운 한양의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결정된 우리 학교의 공 식 색상은 여섯 가지이다. 메인컬러인 한양 블루와 한양 그레이, 그 밖에 서브 컬러로는 한양 그린, 한양 오렌지, 골드, 한양 플랜티넘 실버가 있다.

캐릭터 캐릭터를 만들 땐 보통 각 대학의 상징동물 혹은 식물을 활용한다. 수용자에게 대학 의 정체성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선 캐릭터에 친근감과 개성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 캐릭터를 잘 활용한다면, 내적으로는 구성원의 인식개선과 자부심을 고취시킬 수 있고 외적으로는 여타 대학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7) 이 점에서 사자 캐 릭터는 한양대학교 학생들에게 매우 특별하다. 학교 캐릭터를 넘어 한양인 자체를 의미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위한, 에브리타임, 대나무숲 등 여러 학교 커뮤니티에서 새내기 들이 스스로를 ‘아기 사자’라고 칭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학교와 학생들은 이 사자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한양의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사자의 옆모습을 형상화한 캐릭터 마크이다. 2011년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의 한 학생이 고안해냈으며, 학생들의 관심과 사랑속에 한양 대학교 공식 캐릭터 마크로 자리잡았다. 메인 컬러인 파란색과 한글로 쓰여진 ‘한양’ 문 구, 사자 캐릭터가 적절히 조합되어 한양대학교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실제로 굿즈와

7) 최석현, <대학 캐릭터 사용 현황과 유형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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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잠, 홍보 책자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공식 로고보다 더 상징성 있는 브랜드 요 소로 여겨지고 있다. 본관에도 한양대학교 캐릭터 마크가 꾸며져 있는데, 해가 저물 즈 음이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우리가 한양대학교에 소속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 한양대학교 공식 캐릭터 마크

▲ 본관에 꾸며져 있는 캐릭터 마크

하이리온(HYlion)은 한양대학교의 마스코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하이리온 1.0버전 은 2012년 학교의 상징 동물인 사자를 브랜드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이리온’이라 는 명칭도 그때 교내 공모전을 통해 탄생했다. 하이리온 1.0의 사자 캐릭터는 강렬하고 도전적인 인상을 주지만, 7년이 지난 2019년엔 조금 촌스럽게 느껴진다. 귀엽고 유치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대학생 키덜트에게도 소장하고자 하는 욕구는 그닥 들지 않는다. 그 래서일까? 올해 한양대학교 디자인경영센터8)는 개교 80주년을 맞아 하이리온 2.0을 선 보였다. 1.0 버전의 강한 느낌은 없지만 귀엽고 세련된 느낌이 든다. 마치 한양대 학생 들의 별칭인 아기 사자가 그림으로 재탄생한 것 같다. 또 학교의 교화인 개나리를 모티 브로 한 하이나리(HYnari)도 탄생했다. 홈페이지에서 각 캐릭터의 성격과 스토리를 찾

8) 한양대학교 대외협력처 소속으로 2005년 설립되었다. UI브랜드 강화·디자인지원·캠퍼스 환경 컨설 팅의 부서로 나눠져 있으며, 전반적인 한양대학교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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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소소한 재미를 준다.9)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굿즈를 제작한 다면 한양대학교 브랜드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디자인경영센터에선 하 이리온 2.0 캐릭터를 활용한 이모티콘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10) 한양인의 많은 사 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 하이리온 1.0

▲ 하이리온 2.0과 하이나리

그 밖에도 캠퍼스 구석구석에서 사자 캐릭터를 찾아볼 수 있다. 학기 중에 제 2공학 관 앞 또는 사회과학대와 인문대 사이의 산책로를 지나간 경험을 떠올려보자. 또 공강 시간에 이 곳의 벤치에서 잠시 쉬어갔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을 캠퍼스의 벤치 앞엔 사자 모양의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곳에 사자 캐릭터를 활용한 브랜드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학생들의 사자 캐릭터 사랑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학교 커뮤니티에선 몇몇 학생들이 직접 사자 캐릭 터가 그려진 스티커를 만들고 배부하기도 했다.11) 개인 노트북이나 공책에 붙여져 있는

9) 한양대학교 홈페이지에서 의협심 강한 인싸 사자 하이리온과 선글라스가 트레이드 마크인 하이나리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10) 이모티콘 제작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런칭하기까지의 비용 및 여러 고려 사항들로 인해 검 토중에 있다고 한다. 11) 종종 애지문 앞에 놓여있는 사자 스티커를 만날 수 있다. 등굣길에 아기 사자 한 마리씩 품에 지니고 가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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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스티커를 보다보면, 한양인의 사자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사 자 캐릭터는 학교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사자 모양의 조형물. 한양 둘레길을 안내하는 표지판 역할을 한다.

▲ 학생들이 배부하는 사자 스티커

한양의 브랜드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발전을 추구해왔다. 특히 학내에 브랜드 구 축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디자인경영센터를 둔 것은 대부분의 대학이 갖지 못한 메리 트를 지닌다. 그런데도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우리 학교의 브랜드에 특별함과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브랜드에서 UI의 시각적 효과가 미치는 영향은 크 다.12) 즉, 자주 보고 만질수록 대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자연스럽게 UI를 인지하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한양대학교의 브랜드를 인식하지 못했던 건, UI의 총체이자 UI 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요소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한양대학교에서 개선해야할 브랜드 아이덴티티 요소는 다음과 같다.

12) 김하영, 현은령, <서울 소재 종합사립대학 UI 디자인의 이미지와 색상 변화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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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 첫 번째는 굿즈이다. 굿즈는 재학생 뿐만 아니라 한양대학교에 오고 싶어 하는 학생 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양대학교를 목표로 공부했던 학생이라면 가방 속에 한양대학교 굿즈 하나씩은 넣고 다녔던 경험이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대학에선 브 랜드의 일환으로 굿즈를 제작·홍보하는 데 힘쓴다. 잘 만든 대학교 굿즈엔 몇가지 조 건이 있다. 일단 대학 UI를 상품화하여 대학의 정체성을 반영해야 한다. 동시에 ‘상품’의 가치를 지니기 위해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심미적 특성을 지녀야 한 다.13) 이 조건을 충족하여 굿즈를 브랜드 요소로 적절히 활용한 대학으로는 이화여자대 학교가 대표적이다.

▲ 이화여자대학교 북라인마커 굿즈

▲ 이화여자대학교 기념품점 홈페이지

교화인 배꽃과 메인 컬러인 초록색을 활용한 굿즈들이 돋보인다. 아기자기한 디자인 은 실생활에서도 쉽게 활용하기 쉽고, 과하지 않으면서 대학교의 정체성을 충분히 드러 내고 있다. 이는 이화여자대학교 내에서 UI 디자인의 가이드라인, 활용안을 정비하여 브랜드의 시각적 통일성, 일체감을 갖추었고, 그 외에도 상징 건물 등을 감각적으로 재 해석하여 굿즈의 희소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기념품점 홈페이지도 눈에 띈다. 굿즈들은

13) 안혜신, 이계원, <아이덴티티를 적용한 대학 디자인 상품 개발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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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별로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고 메인 화면엔 베스트 아이템이 나열되어 있어 보는 사 람으로 하여금 하나쯤 갖고 싶게 한다. 이화여자대학교의 굿즈가 왜 많은 사람에게 사 랑받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우리 학교의 기념품을 살펴보자. 예쁘지 않을뿐더러 종류도 부족하다. 사자 캐 릭터 마크, 파란색과 같은 대학의 UI 디자인을 티셔츠. 가방, 모자, 우산 등 단순한 완 제품에 프린트하여 팔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한양대학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치중 하여 심미성과 차별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온라인 판매처 관리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양대학교 기념품점은 홈페이지 대신에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에 올라온 게시물은 2016년 3월 9일로, 홍보는 커녕 사실상 존재하지 않 는거나 다름이 없다. 이러니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기념품점의 신상 굿즈에 관심갖지 않 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한양대학교의 기념품은 학내의 변화를 적극적 으로 반영해야 한다. 하이리온 2.0 버전을 비롯해 타 대학과 차별화된 디자인의 굿즈를 생산하고14), 기존 페이스북 계정을 되살려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다.

▲ 한양대 굿즈 사진

14) 디자인 경영센터는 10월경 캐릭터 인형 출시에 이어 마그넷, 북클립, 여행용 네임택 등 학생들이 활 용할 수 있는 좋은 품질의 굿즈를 생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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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대학 축제는 새내기의 로망이자 모두가 고대하는 가장 큰 대학 행사 중 하나이다. 축 제 날이면 학업을 잠시 미뤄두고 모두가 하나의 마음이 되어 순간을 즐긴다. 학내 행사 를 넘어 특정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과 구·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로, 학교의 브 랜드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효과가 있다. 더 나아가, 대학 축제는 대학 브랜드의 총체이 다. 앞서 알아보았던 색상, 캐릭터, 굿즈 등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요소들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개성과 차별성을 갖춘다면 방문객으 로 하여금 브랜드 연상이 가능해지고, 축제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관계를 형성하게 된 다.15) 즉, 축제만으로 대학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연세대학교의 아 카라카와 고려대학교의 입실렌티가 대표적이다. 한편, 한양대학교 축제 이름은 라치오스이다. 즐거울 락(樂) 취할 취(取) 즐거울 오 (娛) 빼어날 수(秀)로 ‘즐거움에 취하고 그 즐거움은 빼어나다’를 뜻한다. 2013년을 마지 막으로 사용되지 않다가 2018년 ‘라치오스;비상’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이마저도 올해 봄 축제가 인력 미달로 개최되지 못하면서, 한양대학교의 축제 브랜드를 구축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15) 최혜영, 정찬영, <축제 브랜드 연상의 영향 연구-브랜드 태도와 행동의도의 관계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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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인의 자율적인 움직임, 한브세 한양대학교의 브랜드가 갖는 한계를 인지했던 걸까. 몇몇 학우들을 중심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2019년 3월 9일 학내 커뮤니티 게시판에 하나의 글이 올라왔 다. 한양대학교 브랜드에 대한 글이었다. ‘한브세(한양의 브랜드는 세세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생소한 이름으로 시작된 이 팀은 학교에 브랜드 제안서를 보내고, 단과대 깃발을 디자인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이어갔다. 봄 축제 라치오스가 무산된 이후에도 ‘공학인의 낮/공학인의 밤’ 행사 브랜드화에 협업하기도 하였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자율적인 변화를 꿈꾸도록 하였을까? 『한양』은 한브세 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한브세 단과대 깃발 디자인

『한양』: 한브세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브세: 고등학교 시절, 여러 대학교에서 홍보를 왔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한양대학교의 홍보는 큰 관심사였습니다. 하지만 입학설명회를 다 듣고 나서 제가 든 생각은 ‘아웃풋 이 좋네’ 뿐이었습니다. 한양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강조할만한 정체성과 문화가 풍부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이를 발굴·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학교의 상황에 안타까 운 심정만 커져갔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라치오스를 보며 우리 대학의 문화 발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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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가능성을 느꼈고 우리 대학의 정체성과 문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용기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얻은 용기로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작성했고, 이것이 한브세의 시 작이었습니다.

『한양』: 한브세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한브세: 시작은 혼자였습니다. 에브리타임과 위한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했지요. 그 런데 글을 올리고 보니 정말 많은 분들로부터 호응과 응원을 받을 수 있었고, 여기서 저는 생각보다 많은 학우 분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팀원들을 모집하였고 총 16명 규모의 한브세 팀으로 발전시키게 되었습니다. 팀은 디자인기획부, 축제문화기획부, 대외홍보부, 미래기획부의 네 하위 팀으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양』: 한양대학교의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한브세: 저희는 우리 대학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요소에 자체에 대해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이러한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로 우리 대학은 상징물 및 브랜드 이미지 형성과 관련해서 우리의 생각보다도 이미 많은 것들을 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그동안 통일성 있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우리 대학의 브랜드가 정립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아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한브세 팀은 결국 한양대학교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대학 본 부 및 학생들 모두가 학교 상징물들에 대해 적극적인 활용을 하는 태도로의 전환이 최우 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양』: 수개월 간의 활동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한브세: 5월 경엔 상징물과 브랜드의 활성화, 축제의 중요성을 호소하기 위해 대자보를 게 시하였고, 브랜드 제안서를 작성하여 에브리타임·위한에 올린 후 이를 우리 대학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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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센터, 미디어전략센터 등에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학생들과 학교 본부 측의 브랜드의 중요성에 관한 관심도를 상승시키는 성과를 얻어냈습니다. 특히 학교 본부 미디 어전략센터 및 디자인경영센터 측과는 이와 관련된 면담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 전략센터와의 면담에선 ‘브랜드활성화전략팀’에 대한 제안을 받았고 현재 이와 관련된 제 안서를 작성 중인 상황입니다.

『한양』: 한양대학교 학우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나요? 한브세: ‘브랜드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자’라는 기조는 저희가 처음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 다.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이고 저희는 그 흐름에 동참하고 있을 뿐입니다. 결국 이 기 조의 지속적 흐름이 우리 대학의 브랜드를 개선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학우들이 우리 대학의 브랜드와 가치관 형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의견을 내주셔야 합니다. 가장 좋은 의견 표출의 장이 되는 것이 바로 우리 대학의 축제 ‘라치오스’입니다. 우리 대학의 문화를 즐기고 하나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한양대 학교가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번에 비대위 측에서도 어렵사리 2학 기 라치오스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만큼, 학우 여러분들도 라치오스에 많이 참여하여 노천 극장이 한양의 푸른 빛깔로 넘쳐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한브세 팀은 8월 16일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팀의 해산을 밝혔다. 축제에 대한 여론 이 분산되는 것을 막고 축제기획단의 선택을 지지하기 위해서였다. 비록 한브세 활동 은 마무리되었지만, 그들의 노력으로 보다 많은 학생들이 한양의 브랜드에 문제의식과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학내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첫걸음이 바로 2019 라치오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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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향상에 엔진을 달다, 2019 라치오스 축제는 한양대학교의 브랜드를 향상시키는 원동력, 즉 엔진이다. 현재 한양대학교의 상황에서 축제가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일단 봄 축제가 없었던 만큼, 가을 축제에 대 한 기대가 높아졌다. 또한 한브세의 자율적인 노력에 힘입어 학교의 브랜드에 대한 학 우들의 관심은 고조되었다. 따라서 2019 라치오스는 자교 브랜드를 향상시키려는 학내 의 움직임을 대외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2019 라치오스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으며, 한양의 브랜드를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변화 를 보이고 있을까? 이에 『한양』은 축제기획단 단장 정우혁 학우(이하 축기단)와 이야기 를 나눠 보았다.

『한양』: 2019 라치오스의 전체적인 컨셉은 무엇인가요? 축기단: 이번 라치오스의 메인 컨셉은 ‘테마파크’입니다. 어릴 적 우리에게 항상 꿈이자 행 복이었던 테마파크에 축제를 비유할 것이며, 어트랙션·포토존·야시장 등을 통해 학우 분들께서 끊이지 않는 무한한 즐거움, 되풀이되는 한양의 영광을 키우고 그 속에서 행복 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한양』: 이를 위해 현재 어떤 활동을 전개하고 있나요? 축기단: 현재 라치오스 축제기획단은 총원 64명, 5개의 팀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총학생 회 집행부와 열정 있는 학우들로 팀장단을 구성하였고, 성공적인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자 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학우들 가운데에서 단원들을 모집하였습니다. 또한 이전에 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학교 행사를 주최한 관록있는 중앙집행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장의 다양한 조언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행사를 기획 중에 있습니다.

『한양』: 2019 라치오스가 한양대학교의 브랜드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 축기단: 저희는 이번 라치오스를 통해 한양에 대한 학생들의 자부심을 고취하고 애교심을 키우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라치오스 자체의 브랜드성을 강화하여, 라치오스를 통해 한양을 연상할 수 있는 최고의 축제를 강렬히 열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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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이전 축제와는 다른 2019 라치오스만의 특별한 점이 있나요? 축기단: 축제는 학교의 모든 행사 중 가장 학우들에게 가깝게 와 닿는 행사이며 동시에 모 든 학우들이 서로 소통하며 하나 되는 즐거움의 장입니다. 그러나 올해 1학기는 기획에 대 한 일반 학우들의 관심과 인력 부족으로 봄 라치오스가 무산되었고, 즐거움의 장은 사라 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라치오스는 다릅니다. 학우분들께서 기획과정에 대한 많은 관심과 지원을 주셨으며,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검토하고 준 비했습니다. 그결과 이번 가을 라치오스 축제기획단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함 께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하나 뿐인 축제를 위해 저희 라치오스 축제 기획단은 매일 같이 고민하며 학우분들게 끝나지 않는 즐거움을 선사해 드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 니다. 3일 이라는 짧은 순간일 수 있지만, 끝난 이후에도 좋은 기억만, 행복했던 추억만, 즐 거웠던 일만 남을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 축기단 활동 사진

▲ 2학기 라치오스 포스터 (출처:총학생회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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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의 브랜드는 우리로부터 결국 대학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대학만의 과제가 아니다. 재학생은 대학 브랜드를 통해 애교심을 갖게되고, 학교의 운영에 관심을 갖게 되며 이는 대학의 내실을 다지는 기반이 된다. 그렇기에 한양의 브랜드를 가꾸는 것은 우리 한양인의 과제이기도 하다. 즉, 대학 브랜드는 학교와 학생이 맞물려 굴러가야 하며 학생들의 관심이 윤활유가 되 어주어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한양이라는 브랜드의 필요성을, 또 꾸준한 노력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전에도 몇몇 학생들은 대학 브랜드 향상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자 율적으로 팀을 꾸려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순간의 관심에 불과했다. 현 재 대부분의 학우들은 캠퍼스 한 켠의 조그마한 움직임을 기억하지 못한다. 곧 있을 2019 라치오스도 마찬가지다. 많은 학생들의 기대 속에 개최되는 축제이지만 순간의 유흥거리로 마무리된다면 쉽게 잊혀지고 말 것이다. 축제가 한양의 브랜드 요소 들을 어떻게 반영했는지에 대한, 또 라치오스가 한양의 브랜드로 확립되는 과정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번 라치오스가 한양의 브랜드를 향상시키는 변화의 첫걸 음으로 떠오르길.

※ 본 기사의 내지 디자인은 한브세 팀이 제작한 본관 디자인을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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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나요? 여러분이 직접 찍은 사진을 11월 30일까지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응모 작품에 이름, 학과, 학번, 연락처를 함께 기재해주세요. 당선된 작품은 109호에 기재될 예정입니다. 당선된 작품 당 오천 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해드립니다. (최대 두 장 기고)


# 한양을 만나다

한양을 만나다 한양대학교 전공알림단 HUMM 부편집장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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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인을 만나다 : HUMM을 만나다 저마다의 목표를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그들은 비단 TV, 신문이나 책에 나오는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바로 나 자신과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 주인공이다. 한양대 학우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 양대는 세상에 한 걸음 디디기 위해 노력하는 학우들로 북적북적하다. 세상이 너 무 바쁘게 돌아가는 탓일까 아니면 우리가 그런 세상에 조급해하는 탓일까. 어느 덧 주위 사람들의 소식에 둔감해지고 있다. 그래서 『한양』은 우리 주변에서 더 나 은 내일과 성취, 더불어 한양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학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번 시간에는 외부에 한양대를 알리고자 선봉에서 활약하는 ‘한양대학교 전공알림단 HUMM(이하 HUMM)’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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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전공알림단 HUMM? 『한양』은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HUMM을 이끌고 있는 신효정 단장을 취재 하였다. 인터뷰에 앞서, HUMM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를 살펴보자.

* HUMM은 어떤 단체인가 HUMM은 Hanyang University Major Manager의 약자로 한양대학교 재학 생들로 이뤄진 한양대학교 입학처 소속 전공알림단이다. 주로 서울 또는 그 근교 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직접 찾아가 본인이 전공하는 학과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 는 활동을 하고 있다.

* 활동인원과 선발·구성 활동 인원은 해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약 100명 정도이다. 최소 2학기 이상 등 록한 한양대학교 재학생들로 이뤄져 있다. 아쉽게도 대학원생 혹은 졸업생은 받 지 않는다. 단, 휴학생 혹은 졸업 유예를 한 본교 학생의 경우 활동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학과에서 최대 3명까지만 선발한다. 이는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을 모 집하기 위함이다. 체육학과와 스포츠산업학과를 제외한 예술체육대학과 음악대학 에서는 인원 제한이 없다. 특별히 실기 과목이 많고 고등학교에 가서 실제로 배우 는 내용을 알려주는 특성 때문이다. HUMM의 구성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이 루어진다. 작년 기준(2018년 2학기), 11월 초 모집설명회 및 모집을 진행했고, 1차 서류, 2차 면접의 과정을 통해 HUMM 8기(2019년 활동 기수)를 선발했다. 12월 말에 열리는 합격자 OT를 시작으로 HUMM 활동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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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M 신효정 단장과의 인터뷰 『한양』: HUMM에서 하는 활동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신효정 단장: 입학처 공식 단체 두 개를 비교해서 말씀드리자면 ‘사랑한대’는 대외적 으로 본교 자체에 대한 홍보를, ‘HUMM’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본교 학과에 대한 정 확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주로 하는 활동은 고등학교에 직접 찾아가 본인이 전공하는 학과에 대해 알려주고 소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선발 이후 겨울방학 동안 조를 구성하여 전공을 소개할 때 사용할 강연 자료를 만들고 강연을 구성하기 위한 조별 멘토링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3월~4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고등학교에 가 서 강연을 진행합니다. 강연 외에도 입학처 관련 행사에 참여합니다. 본교에 고등학생이 방문하여 캠퍼스 투어 및 학과체험을 하는 ‘HY-FIVE’ 행사의 서포터즈로 활동하거나, 자유학기제 중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진로 상담캠프 그리고 ‘꿈길’이라는 캠퍼스 투어 및 진로 활동의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사진 제공 : 김하람 HUMM 활동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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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활동하시는 데 필요한 장소 확보나 경비 확보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신효정 단장: HUMM의 경우 주로 진행되는 활동이 고등학교에 방문하여 전공 강연을 진행합니다. 주로 활동하는 장소는 방문하게 되는 고등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해당 고등학교까지의 교통비는 본인 부담이고 입학처에서 식비를 제공하고 있습 니다. 또한 강연을 하는 데 있어서 소정의 활동비를 지급받습니다.

『한양』: 여타 다른 교내 활동과는 차별되는 HUMM만의 장점이나 특성이 있을까요?

신효정 단장: 중앙동아리 및 연합동아리와 같이 학생 자치적으로 운영하면서 동시에 입학처 소속 공식 단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운영에 있어 안정적인 입학처 의 지원이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또한 본인이 전공하는 학과를 고등학생들에게 소개함으로써 본인 전공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강연 후 자부심 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면서 되뇌었던 문장이 있습니다. ‘내가 꿈 을 이루면, 나는 누군가의 꿈이 된다.’ HUMM 활동을 통해 제가 되뇌었던 문장처럼 누군가에게 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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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어떤 사람이 HUMM에 들어가면 좋을까요?

신효정 단장: 고등학생이나 중학생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강연하는 것을 좋아하고 재 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HUMM에 들어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떤 단원이 제게 한 말이 기억이 납니다. 그 단원은 제게 “아 이제 강연 안 나가면 무슨 재미로 살지?”라 면서 고등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전공을 소개하는 활동이 좋다고 했습 니다. 원해서 하는 일에 본인이 재미까지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리고 그런 일이라면 책임감을 느끼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등학생과 중학생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강연하는 것을 좋아하고 재미를 느 끼는 사람이라면 HUMM에 들어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담이지만 HUMM 단원들끼리 매일 하는 말이 “HUMM 사람들은 언제든지 어디 에서나 보인다”입니다. 대부분의 대외활동이 마찬가지겠지만, 활동적이고 사람들 만 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로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회 활동 혹은 중앙동 아리 등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많고, 대외활동 및 교내 서포터즈 혹은 해외 봉사와 같은 활동에서도 심심치 않게 HUMM 전·현직 단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활동적인 사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약 100명이나 되는 사람이 있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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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활동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나요?

신효정 단장: 중앙동아리나 교내 학생 자치기구와 같이 회의할 장소가 있으면 좋겠 지만, 아쉽게도 현재 HUMM의 공간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입학처가 있는 신본관의 경우, 중요한 서류가 많을뿐더러 보안상 주말에 문이 잠겨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장소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교를 공식 적으로 홍보하는 단체이지만 특정 장소가 없어 회의와 멘토링 등의 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학생처에 공간 관련 문의를 했으나, 공간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따라서 현재는 8년째 본교 백남학술정보관의 그 룹스터디룸 및 라운지 스터디룸을 빌리거나 노천카페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양』: 활동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신효정 단장: 어떤 단원의 실제 사례입니다 “제가 전공알림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제 강연을 듣고 저희 과 19학번으로 입학하게 된 후배를 만난 것입니다. 작년 7월, 경기도 소재의 한 고등 학교로 강연을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50분을 가득 채워서 한 강연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리액션이 좋아 기억에 남았던 학교였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19학번을 대상으로 한 ‘새내기 미리배움터’에 도우미로 참석했을 때 한 새내기가 와서 작년에 제 강연을 듣고 해당 학과전공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 순간 제가 하는 작은 강연이 누군가에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 었기에 제게 가장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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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인을 만나며 바쁜 현대인의 삶, 그중에서도 대학생으로 바쁜 와중에도 모교와 자신의 전공을 홍보하고 어린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전달해주는 HUMM. 비록 이들이 그에 대한 활 동비와 일정 부분의 보상이 주어진다고 하였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기 자신이 희생해야 할 부분이 더 크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이기에 HUMM이 존재한다. 지금 이들의 활동 지원에 있어서 학우들과 학교 가 현실적인 운영 공간과 활동비 현실화 등에 관심을 쏟아야 할 것 같다. 이들의 선 한 의지가 물리적 혹은 상황적 한계에 부딪혀 방해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우 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듯하다. 지금도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는 한양인들. 가끔 은 우리 주변 다른 한양인들의 활동에도 관심을 두고 서로 의지하며 도와주는 내일 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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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타 단과대 카드출입 금지 편집위원 김혜선 tjs9907@naver.com

한 학우가 소속 단과대임에도 해당 건물의 출입 권한이 제한된다고 『한양』에 제 보를 했다. 또한 작년까지만 해도 없었던 출입제한이 왜 사전통지도 없이 시행했 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한양대학교 보안정책이 달라진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한양대학교 관재팀과 통합보안상황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한양』: 과거에는 출입제한이 없었는데, 언제부터 바뀌었는지 그리고 타 대학 출입이 제한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2018년 2학기부터 소속별 단과대학 출입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대학 내 도난사건 발생도 있었고, 보안을 강화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업이 있는 평일 주간의 경우 출입문을 일괄 개방하여,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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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출입이 제한되면서 학생들이 불편함을 겪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휴일 수업이 있으면 해당 단과대학 출입문을 개방하고 있습니다. 학생회관, 한양플라자 등 공용 건물은 24시간 이용할 수 있으며, 구성원들이 이용하는 평일 주간에는 항시 개방하고 있습니다. 도난 등 사건·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평일 야간과 주말의 경우, 학교 시설물과 구성원들의 안전 을 위해 보안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양』: 한양대 특성상 공과대학 건물이 많고, 그곳에서 교양강의가 많이 열립니다. 그렇다 면 공과대학 건물에 모든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출입할 수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공과대학 건물은 내부에서 연결된 부분이 많아 출입문을 통한 보안 강화가 현실적 으로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강의실·편의시설·학생회실 등 사용공간들도 각 건물에 다 양하게 분포된 것을 고려해 모든 공과대학 건물을 한양대생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습니다.

『한양』: 카드단말기에 학생증을 찍어도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기계적 오류가 작동된 것인지 혹은 카드가 잘못 찍힌 것인지 궁금합니다. 원칙적으로 학부에 소속된 학생의 경우 출입 권한이 자동으로 부여됩니다. 다만 건물의 일부 문 에서만 권한이 인정되기 때문에 소속 학생이더라도 출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만약 위에 해당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카드 단말기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한양』: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 학교 건물 출입이 시급한 경우, 학생들이 건물 출입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치가 있나요? 출입문의 경우에는 교내 통합보안상황실이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출입문에 있는 인터폰이나 적혀있는 전화로 문의하신다면 바로 조치할 수 있습니다.

이에 『한양』 은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소속 단과대여도 출입이 제한될 수 있나요? -> 거짓. 해당 단과대 학생에게는 출입 권한이 자동으로 부여된다. 다만, 그 출입문이 원초적으로 출입에 제한된 경우나 카드 단말기의 문제일 수 있다.

한양대학교 학생이지만 건물 출입의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출입을 제한당한 경우가 있다. 관재팀에서는 교내 전체 부서를 대상으로 해당 조치 방법에 대한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고 답했지만, 대다수 학생이 모르는 상태이다. 무엇보다 학교는 다른 단과대 출입제한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건물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인터폰 카드 단말 기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한양』의 발 빠름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면 다음 호에 서도 계속될 것이다. 한양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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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6•7 기숙사 신축안 수습위원 곽서연 angela8752@naver.com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의 기숙사 수용률은 12.5%1)로, 서울시 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서울 대학가의 평균 월세·보증금은 1000 만 원에 54만 원2)인데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인근 사근동, 마장동, 행당동 일대 보증금과 월세는 이에 웃도는 수준으로 학생들의 부담이 크다. 따라서 한양대학교는 재학생들의 생존권과 향상된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숙 사를 신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도에 한양대학교 총학생회는 기숙사 신축계획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비버 프로젝트 3) 를 진행했다. 그 결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통과를 이끌어 냈고, 현재 기숙사 신축 의 주도권은 학교와 성동구청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하지만 그 이후 기숙사 신축 사 안에 대한 소식이 없자, 학생들 사이에서 수많은 추측과 낭설이 난무하고 있다.

1) 2019년 서울 소재 대학 기숙사 수용률, (출처: 대학알리미) 2) “서울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 보증금 1000만원에 54만원” (출처: 2019,매일 경제) 3) 나뭇가지 하나하나가 모여 비버의 집이 완성되는 것처럼 힘을 합쳐 기숙사라는 집을 짓자는 의미 를 가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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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은 현재 6·7 기숙사 신축안이 학교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인지, 그렇다면 어떠한 순서를 밟고 있는지 해당 사안에 대한 정확한 진상 조사를 위해 성동구청 그리고 한양대학교 시설팀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성동구청과의 인터뷰> 『한양』: 기숙사 건설 과정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대학교 내에 기숙사를 신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도시 계획위원회는 도시계획과 관련된 사항을 심의 또는 자문하는 의사 결정 기구입니다. 도시계획위 원회의 심의 통과를 받으면 이후 교통영향평가4)와 환경영향평가5)를 거치게 되고, 최종적으로 건 축 과정에 있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기숙사 신축에 관한 인허가가 나게 됩니다.

『한양』 : 한양대학교 기숙사 설립 과정에 있어 성동구청의 권한이 어느 정도 되나요? 저희와 같은 구청 건축과에서는 민간 건축 사업의 요구를 받으면, 각 부서에서 소관법령을 검토 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 사업을 인허가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구청은 한양대학교 기숙사 신축 사 안과 같은 민간 사업에 사적으로 신축을 지연시키거나 진행시키는 재량권이 없습니다. 구청으로 서는 사업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절차대로 사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여러 기사에서 임대업자 들의 반발로 성동구청이 기숙사 신축 사업을 일부러 보류하고 있다는 허위 사실을 보도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정정이 필요한 오보입니다.

『한양』 : 현재 한양대학교 기숙사 신축 사업이 어느정도 진행되었나요? 2017년도에 도시계획시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통과하였고, 금년도 3월에 교통 영향평가를 마쳤으며 이제 환경영향평가를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지하 주 차장 건에 의해 한양대학교 기숙사안이 계류되고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특성상 같은 부지에 해 당하는 두 가지 건축물을 동시에 심사할 수 없기 때문에 기숙사 신축 사업에 대한 검토가 미뤄지 고 있는 것뿐입니다. 기숙사 신축 사업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한양대학교 학 생들이 크게 우려하거나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는 바람입니다. 4) 각종 개발사업의 시행에 따라 발생하는 교통량·교통흐름의 변화 및 교통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조 사·예측·평가하고 그와 관련된 각종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행위를 말한다. (토지이용 용어사전토지이용 용어사전) 5) 대상사업의 사업계획을 수립하려고 할 때에 그 사업의 시행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환경영향)을 미리 조사·예측·평가하여 해로운 환경영향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안(환경보전방안)을 강구하는 것 을 말한다. (토지이용 용어사전토지이용 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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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양』은 기숙사 신축 진행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자 우리 학교 시설 팀 건축부서와도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한양대학교 시설팀 건축부서와의 인터뷰> 『한양』: 학교 내에서 기숙사 신축 사업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안인지 궁금합니다. 기숙사 신축 사업은 현재 학교 측에서도 1순위로 고려되고 있는 사업이고, 금년도 안으로 환경영 향평가의 심사를 마칠 예정입니다. 총장님이 바뀌어도 여전히 한양대학교 기숙사 신축 사안은 여 러 사업들 중 우선 순위에 놓일 것입니다. 『한양』 : 그렇다면 17년도 비버프로젝트 이후 기숙사 신축 사업에 진전이 없었던 이유는 무 엇인가요? 진전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인근 임대업자 간의 마찰로 사업이 보류되고 있다는 점도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민원이 존재하기는 하나, 이 때문에 학교 측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 못 한다는 여러 기사들은 오보이며 학교 측에서 이에 대해 정정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17년도 비버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그 이후 학교 측에서 한양대학교 학생들에게 성동구청에 민원을 넣 는 것을 오히려 자제시키기도 했습니다. 학교나 학생 측에서 먼저 민원을 넣으면 그 반작용으로 이에 반대하는 임대업자들의 민원이나 반발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한양』 은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한양대학교 6·7 기숙사 신축 사업은 현재 학교 내에서 진행 중인 사업이며, 흔히 알려진 바처럼 보류되거나 지연되고 있지 않다. 특별한 연유가 없는 한 금년도 안으 로 기숙사와 관련된 행정 절차는 모두 종료될 것이다.”

기숙사는 대학교를 다니는 학우들에게 생존권, 학습권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행복권을 보 장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말도 많고 거짓 소문도 많았던 한양대학교 기숙사 신축 사업. 이제 한양대학교 학우들은 사업이 잘 진행되는 지 또 잘 마무리 되는 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 『한양』 교지편집위원회에서 한양대학생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생회관 4층 교지편집실 문 앞, 갈색 봉 투에 여러분의 궁금증을 넣어주세요. 또한 한양교지 페이스북으로도 제보하실 수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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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고민 중이니?

수습위원 모집 대

상 3학기 이상 활동 가능한 한양대학교 재학생

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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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방법 아래로 연락주시거나 학생회관 4층 편집실에 배치된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해주세요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 김경모 010-8916-0834/HYgyoji@gmail.com 한양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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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편집위원 한성현 dlite1017@naver.com 수습위원 김도현 dohyeon.kim.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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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위 부편집장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수습위원 곽서연 angela87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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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논란 부편집장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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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소비 수습위원 이지원 ljiwon_1212@naver.com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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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최저임금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인가 편집위원 한성현 dlite1017@naver.com 수습위원 김도현 dohyeon.kim.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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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최저임금은 일종의 운전면허증이다. 최저임금만큼 월급 줄 능력 안 되면 구조조정해야 한다. 운전할 능력이 안되는데도 운전하고 다니다가 운전 면허증 자격조건 강화한다고 하니까 반발하는 형국이다. 생계형 자영업 자 비중을 줄이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구조적인 개혁이 지지부진 한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니까 저임금 노동자와 생계형 자영업자가 다투는 이른바 ‘을들의 전쟁’이 벌어졌다.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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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말 말 말 많아도 정말 많다. 최저임금에 대한 보도 열기는 언제나 뜨거웠으나, 이번 정부 들어 서 최저임금을 논하는 기사는 말 그대로 쏟아지고 있다. 기승전 ‘최저임금’이라는 우스 갯소리도 들린다. 누구는 최저임금이 올라서 나라가 망한다고 하는데, 누구는 또 최저 임금이 오르는 게 맞댄다.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고 최저임금에 대해 찾아봐도 제각각 다르면서도 확고한 주장 사이에서 금세 길을 잃고 만다. 이쯤 되니 믿고 싶은 정보만을 선택해서 수용하게 되고,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은 가중된다. 이럴 때 한 번쯤 다시 알 아보고 넘어가자. 대체 최저임금제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나라 전체가 시끄러운 걸까. 최저임금제란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 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 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말한다. 최저임금제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1)

① 저임금 해소로 임금격차가 완화되고 소득분배 개선에 기여 ② 근로자에게 일정한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해 줌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을 안정시 키고 근로자의 사기를 올려주어 노동생산성이 향상 ③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경쟁방식을 지양하고 적정한 임금을 지급토록 하여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경영합리화를 기함.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이르러 한국 경제가 최저임금제를 수용할 수 있다고 판 단되자 1986년에 최저임금법을 제정 및 공포하였고, 이후 1988년부터 최저임금제가 시행되었다.

1) 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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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제가 시작된 이후, 우리나라는 꾸준히 최저임금을 인상해왔다. 문재인 정 부도 마찬가지다. 대선 당시 2020년까지 최저임금 만 원을 약속했던 문 대통령은 2018년 7,530원, 2019년 8,350원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급진적 인 정책에서 비롯된 가파른 인상률은 많은 비판에 부딪혔고, 내년도 최저임금은 결국 8,590원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전년도 대비 2.9%의 인상 폭에 불과하며 10년 만에 가장 적은 폭으로 인상한 수치다. 하지만 혹자는 이것도 무리라며 동결 혹은 인하를 주장했고, 혹자는 최저임금 만 원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정부에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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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을 높여 성장하자 현 정권의 주요 경제 정책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손꼽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최저 임금 인상이 현 정부가 말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첫 단추이니 말이다. 다들 조금씩은 알겠지만 소득주도 성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국 경제의 정책 흐름을 살펴봐야 한 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문 압축 성장을 일궜 다. 마을 곳곳에는 ‘잘살아 보세’라는 현수막이 펄럭였고, 정부는 기업에 막대한 세재 지원과 규제완화를 추진했다. 기업 친화적 정책은 이명박 – 박근혜 정부까지도 계속 되었다. 기업의 투자를 늘려 고용을 증대시키고, 성장을 촉진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른바 ‘이윤주도 성장정책’이다. 동시에 그들은 대기업의 부가 그 아래 중소기업, 그리고 노동자 개개인으로 이어 지는 낙수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부의 낙수효과는 실현되지 않았다. 대 기업이 획득한 부가 중소기업·노동자 개인에게로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배 는 더뎠고 소득 양극화는 심해졌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장에 따른 과실이 대부분 기업에 귀 속되면서 가계와 기업 간 소득 격차는 갈수록 커졌다고 한다. 2000년부터 2016년까 지 기업소득은 255% 증가했지만 정작 가계소득은 138% 느는 데 그쳤다. 경제협력개 발기구(OECD)가 발간한 ‘한눈에 보는 기업가 정신 2017’ 도 비슷한 점을 지적하고 있 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0명당 1명꼴이며, 10명 중 7명은 중소기업에서 근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임금은 대기업에서 근로하는 노동자의 41.3% 수준이 었다.2) 소수의 대기업 노동자를 제외하고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노동자 가 받아 가는 몫이 부족하다 보니, 노동자의 구매력이 떨어졌고 결국 국내 경기가 활 력을 잃게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여러 해에 걸친 이윤주도 성장정책은 빛을 보지 못했고, 소득의 격차는 나날이 벌어졌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정부가 제시 2) “[단독]한국 ‘낙수효과 실패’ 지표로 확인...힘 받는 ‘소득주도성장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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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것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늘려 소비 여력을 키우고 나아가 경제 성장으로 이 어진다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그 의도나 취지와는 별개로 소득주도 성장 기조가 경제에 가져올 효과에 대해선 많 은 경제학자가 회의적으로 여긴다. 전통적인 경제학은 투자를 통한 혁신적 제품이 소 비를 증가시키고, 이것이 경제 성장을 불러온다고 본다. 그런데 앞서 말한 소득주도 성장은 주류 경제학에서 생소한 주장으로 여긴다. 따라서 이것을 좌파 정책의 표퓰리 즘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그렇지만 소득주도 성장이 이번 정권에 처음 등장 한 것은 아니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양극화 해소 대책으로서 소득주도 성장이 박근 혜 정부 당시 처음 논의되었던 것이다. 정치적 진영이 어찌 되었든 소득 양극화를 해 소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부분이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소득주도 성장이 꼭 최적의 대응 방안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비록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경제를 획기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다 하더라도, 그 정책은 나름대로의 장점을 갖는다고 믿습니다. 나날이 양극화가 심해 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저소득층의 경제적 지위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바람직한 일입니다. 실현되지도 못할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기대하고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들어주는 정책을 쓰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낫 지 않습니까?” - 이준구 서울대 교수 (경제학) ▲ 출처: 이준구 교수 개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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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최저임금 때문일까?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 특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연일 언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진보 성향의 언론조차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해 비판을 쏟아낸 다. 이유도 가지각색이다.3) 그런데 같은 현상을 두고도 말이 너무 많다. 어느 언론에서는 연일 ‘최저임금때문에 경제가 망한다’라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언론에서는 ‘최저임금이 내수를 진작시키고 있다’라는 논조의 연구결과를 들어 방어한다. 심지어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동일한 사 례에 대해 반대의 연구결과까지 등장하기도 한다. 본지에서는 가장 논란이 치열한 지 점 두 가지를 선정해 과연 그 비판들이 합당한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저소득층의 소 득이 감소한 것과 자영업자들이 위기를 맞게 된 것은 과연 사실일까. 단발성 지표보 다는 추세로, 혹은 이게 정말 최저임금 때문인지 그 인과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조사 한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줄어들었다 먼저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했다는 주장에 대해 알아보자. 이게 사실이라면 최저 임금 인상은 이 이유만으로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 해 시행했던 정책이 해소는 커녕 빈곤층에게 악영향을 끼친 셈이니 말이다. 실제로 소득계층을 산정할 때 자주 등장하는 소득분위 중 5분위별 근로소득은 모든 분위에 걸쳐 매 분기 감소하고 있다.4) 특히 경제적으로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는 1분위의 근로소득 감소폭이 가장 크 다. 2019년 1분기에는 13.4%, 2분기에는 15.3% 감소했다. 심지어 2018년 3분기엔 22.6%, 4분기엔 36.8%로 1년간 동분기대비 감소폭이 뚜렷하다. 이는 고용의 감소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1분위 가구의 특징은 소득이 있는 가구원의 비율이 한 명이 채 3) 본지에서 언급한 부분 외에도 최저임금의 결정 과정이 미흡했다는 것,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 따라 실 질인상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국가가 부담해야할 복지를 민간에게 떠넘긴다는 등의 비판이 있다. 4) 국세청 가계 동향 조사는 전년동분기를 기준으로 변화율을 산정한다. 상여금, 성과급 지급시기 및 명 절 등에 따라 소득과 지출의 변동이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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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는 것이다. 나머지 가구원들이 일자리가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많은 학자들 은 최저임금 인상의 악영향으로 단기적인 고용 감소를 꼽는다. 장기적으로는 최저임 금이 오르면 서민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늘어난 소득은 소비의 증가를 부르고, 소비 의 증가는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고, 활성화된 내수 시장을 발판삼아 노동의 필요량 자체를 늘릴 수 있겠지만 단기적인 고용감소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대학생들이 직면한 문제는 아르바이트(이하 알바)일 것이다. 알바를 구하려는 사람 들은 구직이 전보다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고용 주들은 업무량과 관계없이 근로자를 줄이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의 양은 같은데 사람은 줄어드니 알바생 한 명에게 가중되는 부담은 커진다. 그렇다고 다른 알바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학업과 알바를 병행하는 학생들은 근로 시간과 강의 시간이 겹 치기는 경우도 있고, 고용주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근로할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지 원 가능한 일자리의 수가 현저히 적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로 근로자가 줄 어 더 많은 일을 떠맡게 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도 힘들다 이제 자영업자를 살펴보자. 최저임금의 인상 폭이 커진 후, 자영업자는 연일 고통 을 호소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2016년 기준 25.5% 로, 독일이 10.4% 미국이 6.4%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큰 수치다. OECD 회 원국을 기준으로 삼으면 5위에 해당한다. 심지어 그중 대부분은 편의점·치킨집으로 대표되는, 소매와 음식점 등의 생계형 자영업이다. 문제는 이런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점점 빈곤층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싼 임대료와 불경기로 인한 소비 둔화, 치열한 골목길 상권다툼을 겪으며 꾸역꾸역 버텨온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의 급격 한 인상은 결정타로 작용했다. 매출의 둔화로 ‘알바보다 못 버는 점주’가 늘어나고 있 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넉넉한 사람이 부족한 사 람에게 도움을 주는 게 아닌, 빈곤층보고 다른 빈곤층을 도우라 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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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최저임금 인상과 동일한 시기에 발생했던 악재들에 대해 소개했다. 저소 득층의 소득은 줄었고, 자영업자들은 연일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 자. 저소득층의 고용률이 줄어든 것과 자영업자들이 받은 타격은 오로지 최저임금 인 상 때문이었을까? 보다 문제를 다각화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어든 진짜 이유 먼저 저소득층의 고용률이 감소한 것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고용률에서 핵심 적으로 고려해야 될 조건은 연령대이다. 연령대에 따라 시사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알바 고용 감소에 영향을 받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고용률은 사실상 노동 정책의 고려대상이 아니다. 주요한 고려 대상은 20대 후반과 40대이다. 20대 후 반은 신규 노동시장 진입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요하고 40대는 보편적으로 가장 소 득이 높은 집단, 즉 내수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중요 하다. 그러나 저소득층에는 노령인구가 절대다수다. 저소득층의 고용률 감소는 사실 상 노령인구의 고용률 감소와 동치라고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노령인구 고용률 감소 의 주된 원인은 고령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한 자동화 탓이다.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엔 무인 키오스크가 들어오고, 한양플라자의 편의점처럼 무인 계산대도 점점 늘고 있 다. 더군다나 온라인 구매가 늘면서 소매업까지 점점 위축되고 있다. 단순 노동 직군 이 기술 발전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은 하루이틀된 일이 아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았다고 해서 저소득층의 고용률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은 기업의 이윤추구 성향을 간과한 분석이다. 노령인구가 적응하기도 힘든 세상에서 그분들에게 노동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것을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다.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일자리 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이제 자영업 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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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체 구조조정은 불가피 자영업이 어려운 결정적인 원인은 예상과 달리 최저임금이 아니었다. 자영업자를 폐업으로 이끄는 주요 요인은 일반적으로5) 중소기업 대출 이자율, 임대료이다. 중소기업 대출 이자율이 자영업자에게 치명타가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 특유의 권 리금6) 문화가 한몫한다. 권리금을 지불할 땐 언젠간 다른 사람한테 다시 가게를 넘기 며 이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데 반해, 폐업을 하게 된다면 권리금을 회 수할 방도가 없다. 그냥 날린 돈이 되는 것이다. 이 두려움 때문에 폐업을 미루고 대 출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 이자율이 높아지는 것은 자 영업자에게 가히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임대료 또한 연일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 다.7) 중소기업 대출 이자율, 임대료 탓이 크다곤 하지만 그 배경을 짚어 볼 필요가 있 다. 왜 우리는 중소기업 대출 이자율과 임대료 때문에 허덕이는지 말이다. 진짜 문제 는 과도한 자영업자 비율이다. 애초에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부족한 사 회 안전망을 의미한다. 재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실업급여도 낮은데 만연한 갑질 문화가 점철된 사회에서 지친 이들은 결국 자영업으로 내몰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저임금조차 감당 못 하는 자영업자는 폐업수순을 밟게 된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는 “최저임금은 일종의 운전면허증이다, 다만 그보다는 사회 안전망 확 충이 우선”이라며 지급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들에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영업 외의 수단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5) 업종에 따라서 원인이 다르며 심지어는 폐업률마저도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본 문단에서는 자영업 의 세 주요 업종인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을 중점으로 다루었다. 6) 기존에 운영하던 사람으로부터 가게를 넘겨받으면 그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돈. 보증금의 몇 배에 달하는 권리금을 내기 위해 돈을 대출을 감행한다. 7) 경향신문. 자영업자가 손댈 건 인건비뿐…‘을’끼리 전쟁시키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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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최저임금만의 문제가 아니야 앞서 살펴보았듯이,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다양한 지표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자의 사정이 다 다르고 그 경중을 쉽게 판단할 순 없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 상 최저임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먼저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7,530원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311 만 1000명으로, 전년 대비 45만 명이나 증가했으며, 최저임금 미만율8)은 15.5%를 기 록했다.9) 최저임금 영향률 지표10) 도 23%를 기록했다. 전체 노동자 중 상당히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만을 받으며 일하는 것이다. 또한 언 론에서 자주 보도하는, ‘최저임금을 줄 여유조차 없다’는 영세 자영업자도 주목해봐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에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계 속된다. 이렇듯, 최저임금의 금액을 논하기 전 경제구조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고려가 선행 되어야 한다. 대체 왜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며 을들의 전쟁이 발발한 것일까. 이 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얻고자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이상이 교수(이하 이상 이)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상이 교수 인터뷰 8)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율 9) “최저임금 못받는 근로자 15.5%...5인·음식숙박·여성 多”, 뉴시스 10) 최저임금이 인상한다면 이에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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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소득주도 성장의 등장 배경은 낙수효과로 대표되는 이윤주도 성장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윤주도 성장이 왜 실패했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이: 이윤주도 성장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흔히 말하는 시장 만능주의죠. 시장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방임하고 정부의 규제와 개입이 최소화되는 것입니다. 이걸 내버 려 두면, 소득분포가 굉장히 양극화되는 게 당연합니다. 한국은 80~90년대까지는 소득분 포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나빠졌 습니다. 외환위기라는 충격을 감당하기 위해 하나의 내재적인 대응조치로 제도 개혁을 받 아들였습니다. 이윤주의적 성장 체제의 핵심은 감세와 규제 완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양극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 과정 속엔 경제와 산업의 양극화 나아가 공급 의 양극화가 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망한 기업들 대부분을 인수·합병하며 살아난 곳들 이 지금의 대기업이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덩치가 커졌습니다.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나타난 현상이 ‘주주자본주의적 경향의 심화’입니다. 이윤주도 성장 의 핵심 논리로,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죠. 과거에는 주주들 못지 않게 금융기관에서 채무를 져서 자본을 조달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채무를 거의 지지 않고 자본시장에서 조달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주주의 눈치를 보게 됐 습니다. 주주들은 단기적인 이익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경영자도 단기적인 관점을 갖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적 이윤에 좋은 방법은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줄이는 것입니다. 기업의 이윤 중 노동에 지급하는 것과 자본에 지급하는 것을 보면, 노동 에 가는 노동소득분배율이 외환위기 이전에는 75%였는데 지금은 60% 초반입니다. OECD 국가 평균인 70%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자본이 가져가는 비중은 계속 커지고, 노동이 가 져가는 비중은 점점 작아집니다. 절대적 파이는 커질지라도 노동자가 가져가는 ‘비율’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임을 고려하더라도 유 독 우리나라가 심각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을 양산해서 노동 비율을 줄였습 니다. 이것이 곧 경제의 양극화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산업의 양극화도 있습니다. 지난 30 년간 부모에게 물려받지 않고 스스로 성장한 대기업이 있습니까? 부모 세대에 없었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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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버 같은 IT 기업들 말고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에는 창의성과 역동성이 없습니다. 그 사실을 무시하고 안일하게 생각한 결과 조선업·자동차 산업 등의 제조업들은 거의 다 망 했습니다. 제조업이 죽으면서 산업은 더욱 양극화되었습니다.

『한양』: 산업과 경제의 양극화가 어떤 변화를 가져왔습니까? 이상이: 결국 이 두 가지 양극화의 결과로 자영업이 증가했습니다. 일반적으로 1인당 GDP 가 높아질수록 자영업은 줄어듭니다. 저부가가치인 자영업은 GDP를 늘리지 못하기 때문 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영세 자영업이 너무나 많습니다. 전체 산업 대비 자영업 비율 을 살펴보면 외국은 평균 10% 정도이지만 우리나라는 2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 라 경제 수준을 보면 15% 수준까지 떨어져야 하는데 말이죠.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자영업 비율이 높을까요? 앞서 말한 양극화와 현재 노동 시장을 살 펴봐야 합니다. 대기업이 아닌 하청업체 비정규직의 삶은 정말 열악합니다. 좋은 일자리 에 취업한 사람들도 50대에 거의 다 해고되고 재취업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이런 식 으로 밀려 나온 사람들이 자영업으로 퇴적됩니다. 굉장히 극단적인 승자 독식 구조를 가 진 우리네 경제에서 기존의 산업을 통해 살아남을 수 없고, 안정적인 재취업이 거의 불가 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모두 자영업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유럽은 50~60대 노인들이 일하기 좋은 복지 관련 일자리를 풍부하게 만들어 이를 해소하려 했 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임금 수준이 낮고 궂은 일자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한양』: 한편, 언론에서는 최저임금이 올랐기 때문에 거시 경제적 차원에서 상당히 큰 악영향을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상이: 보수 언론의 프레임이죠. 전년 대비 경제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식으로 최 저임금과 경제 성장률 둔화를 엮은 보도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력은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만큼 그리 크지 않습니다.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주로 비숙련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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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입니다. 물론 최저임금의 연쇄 효과11)로 중견 기업 혹은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도 영향을 받긴 하겠습니다만,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은 바로 비숙 련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들처럼 한계 상황에 몰린 자들입니다. 이들이 해고되거나 소득이 줄어들었다고 경제 성장에 크나큰 영향이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 면, 지금 한계 상황에 놓인 최저임금 노동자가 고용을 계속 유지하면 좋은 거고, 실업자가 되면 불행한 상황입니다. 물론, 불행한 노동자가 현재 발생한 것도 사실이고, 영세 자영업 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효용을 더하고 뺐을 때, 경제 성 장을 좌지우지할 만한 큰 결괏값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보도적인 측면에서도 간과해선 안 되는 점들이 있습니다. 먼저, 통계적인 함정이 꽤 있 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연령 보정 즉, 고령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통계들이 있 습니다. 그리고 보수 언론들이 기존의 신자유주의 체제가 계속되길 옹호하는 부분도 있다 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지금의 기득권들은 기존의 체제와 믿음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데, 새로 생긴 변화의 흐름을 반가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만든, 즉 보수 이데올로기의 주장이 강해지도록 만든 것은 정부의 책임이 일정 부분 있다고 생 각합니다. 소득주도 성장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서 기존의 체제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더 욱 커져 버린 것이죠. 부자의 돈이 가난한 사람에게 가면 소득주도 성장이지만 가난한 사 장의 돈이 아르바이트생의 주머니로 옮겨진다면 이게 무슨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할 수 있 겠습니까.

『한양』: 언론에서는 최저임금의 인상을 두고 ‘갑(대기업, 부동산 투기업자 등)은 가만히 둔 채 을끼리 싸우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지적이 나오게 된 배 경은 무엇이며, 이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11)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최저임금을 받지 않는 사람이라도 임금이 인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30만 원 받던 사람이 최저임금이 올라 50만 원을 받게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70만 원을 받던 사람들도 임금이 인상되길 원하며, 이를 명분으로 임금 협상에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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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을과 을의 싸움이라는 말은 사실입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갑과 을의 관계를 원만 하게 만드는 경제 민주화 조치가 필요합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돈을 많이 법 니다. 그들이 가져가는 수수료를 조금만 줄여주거나 너무 비싼 임대료 부담을 좀 줄여주 는 완충장치가 있었다면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자영업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경쟁력이 없는 곳은 수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자영업자가 그만두려 해 도 쉽게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본사와의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거든요. 일본 같은 경우에 는 이를 막으려고 일정 거리 이내 편의점 설치 제한 등의 자율적인 제한 방안들이 있습니 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것들이 잘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 이렇게 궁지에 몰린 영 세 자영업자들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방면으로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도 부족합니다. 앞 서 말한 복지 관련 서비스 업종들이 좋은데 우리나라 정부는 이러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실패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노동시장의 원초적인 1차 분배 말고 복지를 통한 2차 분배가 필요하 다고 생각합니다. 1차 분배와 2차 분배 동시 전략을 취했어야 했는데, 1차 분배만을 조준한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양』: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정책들을 함께 시행해나가야 합니까? 이상이: 앞서 말했듯이 복지 안전망을 확충해갈 필요가 있습니다. 복지와 경제는 유기적으 로 통합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계속 분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들이 말하는 경제는 자유시장의 경쟁만을 강조합니다. 그들의 논리만 따라가선 더 이상의 경제 성장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복지에 대해 강조하고 싶습니다. 복지라 하면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 현금을 주는 것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투 자하는 보편적 복지를 이뤄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가 누구든지 간에 동등하게 기회를 부여받고, 실패했더라도 재기할 기회를 주는 것이죠. 이때 드는 비용을 정부와 사회가 나 누어 부담해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이 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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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사회적 임금을 더해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복지를 개선해나가야 하고 둘째로는 일자리 사업 즉,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양질의 민간 일 자리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한양』: 하지만 더 나은 복지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세율이 증대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이상이: 그런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죠. 하지만 복지를 개선해야 우리가 살 수 있습니 다.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우리나라는 11%에 불과한데, OECD 국가 평균은 20% 입니다. 덴마크 같은 곳은 30%까지 넘나들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입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세율이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엄청 낮습니다. 조세 부담률과 사회보장 기여율을 더해 국민 부담률을 더하는데, 두 개 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치에도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를 조절한다고 하면 비난이 거세겠죠. 하지만 하 위계층으로 간 돈과 복지는 대부분 순환이 되어 GDP 성장에 기여합니다. 복지는 낭비가 아니며, 경제와 더불어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IMF 당시 위기를 벗어나려 신자유주의에 편입하는 길을 택했다. 부 작용을 개선할 방안들을 고려하지 못한 채 행해진 주주자본주의적 원리나 단기적 이 윤 중시 경향은 경제와 산업, 공급의 양극화를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사회적 안전망 이 미비하다는 것도 우리가 개선해나가야 할 커다란 과제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이것 을 타파하려 했지만, 완충작용 없는 무리한 진행으로 오히려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공 고히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보다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는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야하고, 생계형 자영업자들을 위해 대기업과 프랜차이즈와 소상공인의 대립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노동 시장에서의 1차 분배를 넘어 사회 복지에서의 2차 분배까지 고려 하여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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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꾸준히 정부의 경제 정책과 맞물려 최저임금에 대한 논란은 꺼지지 않고 있다. 영세 자영 업자와 비숙련 노동자를 중심으로 지속하는 대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며 소모적인 모양새에 사람들은 쉽게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둘의 대립으로 대표되는 양상 그 뒤에는, 그동안 해결되지 않고 곪디 곪아왔던 우리나라 경제의 근본적인 문 제가 있었다. 성장과 효과라는 맹목적인 믿음 아래 무시되던 개개인은 시간이 지나 어느덧 한계로 내몰렸고, 이제는 아주 작은 양을 두고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과 다투 게 되었다. 정부가 한계로 내몰린 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리기 시작한 것은 좋다. 하지만 최저임 금 인상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었고, 복지정책이나 완충 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급격하게 인상한 최저임금은 무모했다. 신자유주의적 정책이든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든, 혹은 최저임금을 높이든 낮추든 확실한 건 그 어떠한 정책도 하루아침에 경제의 만병통치약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구조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정책은 효과가 반감된다. 정부는 무작정 정책 하나만을 가지고 여러 성과를 내 려 서두르기보다는, 경제의 구조를 튼튼하게 갖추고 건강하게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 다. 지금 정부에 가장 필요한 말은 ‘Slow and Steady’라고 한다. 확실한 의도와 목적 을 가지고 꾸준히 지속해나가야 할 때다. 우리 천천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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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우리는 지난 몇 달간 믿지 못한 일들의 연속에 있었습니다. 결국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법을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장밋빛 미래의 시작은 아닙니다. 어쩌면 더 어렵고 힘든 일의 시작 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것이 끝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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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시위

멈추지 않는 홍콩 시위

부편집장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수습위원 곽서연 angela87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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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 2019년 3월부터, 현재까지

▲ 출처 (매일경제)

홍콩은 중국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정치·경제적으로는 독립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그렇게 홍콩은 국제 금융 중심지로 거듭났으며, 자본주의의 색채를 강하게 띠게 되었 다. 하지만 최근 외신과 국내 언론이 보여주고 있는 홍콩은 전례 없는 대규모 시위로 참 담하고 막막한 실정이다. 시위는 2019년 6월 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홍콩 범 죄인 인도법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시위와 더불어 사회 여러 분야에서 총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시민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범죄인 인도법’은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조약1)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 고 있다. 즉, 이전에는 인도 조약을 맺은 나라에서 범죄자나 용의자의 소환 요청이 있을 1) 범죄인 인도조약이란 외국에서 그 국가의 형법 내지 기타의 형사법규를 위반한 범죄인이 자국 내로 도 망해온 경우, 그 외국의 청구에 응하여 이를 체포하여 인도할 것을 약속하는 조약.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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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만 그들을 해당 국가로 인도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은 20개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로 범죄자나 용의자를 인도할 수 있게 된다. 언뜻 보면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이지만 홍콩 시민들은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고 이에 분노하고 있다. 시민들의 두려움과 분노는 끝이 보이지 않는 대규모 시위로 표출되고 있으며, 이제 전 세계가 홍콩 시위를 주목하고 있다. 시위를 낱낱이 파 헤쳐보면, 홍콩 시민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법안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 다. 그렇다면 법안의 폐기를 목적으로 하는 시위 이면에 존재하는 홍콩 시민들의 근본 적인 요구사항은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법안이 발의된 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한양』 은 시위의 기폭제가 된 찬퉁카이 살인사건을 살펴보고 홍콩의 역 사적 배경과 시위가 전개된 이유 그리고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홍콩 시위가 가진 의의를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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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送中大遊行2) 범죄인 인도법은 범죄인 혹은 범 죄 용의자를 범죄를 저지른 해당 국가로 인도할 수 있는 법이다. 홍 콩의 범죄인 인도법은 여러 국가에 적용할 수 있지만, 홍콩 시민들은 여러 국가들 중 유독 ‘중국’에 집중 한다. 시민들은 이 법안을 두고 왜 중국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 출처 (중앙일보)

유독 중국에 혈안이 된 상황의 이유를 알아본다면 홍콩 시민들에게 궁극적으로 범죄인 인도법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들의 근본적인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 유를 설명하는 데에는 시위의 기폭제가 된 찬퉁카이 살인사건과 홍콩과 중국이 공유하 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 홍콩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논의는 홍콩인 ‘찬퉁카이’의 살인사건으로 인해 시작되었 다. 홍콩인 찬퉁카이는 임신한 여자친구를 대만에서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피했다. 하지 만 홍콩은 속지주의3)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영외에서 발생한 찬퉁카이의 범죄에 대 해 걸맞은 처벌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찬퉁카이는 살인 혐의를 적용받지 못했고 절도 와 돈세탁 혐의만 인정되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를 대만으로 인도해 처벌하길 원했으나 대만도 역시 범죄인 인도법을 체결하고 있지 않아 물거품이 되었다. 따라서 홍콩은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범죄인 인도법 제정을 시도하였다. 배경만 보면, 해당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에게 법안이 주는 의미를 볼 때. 그리 단순한 문제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중국이나 홍콩 친중 인사가 이 법안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홍콩은 1997년 일국양 제4)의 자치권을 획득한 이래 중국과는 정치·경제적으로 명백히 다른 길을 걸었다. 하 2) 반송중대유행이란 중국에 송환하는 것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의미한다 3) 국가의 입법ㆍ사법ㆍ집행관할권을 자국의 영역 내에서만 행사한다고 하는 주의 (21세기 정치학대사전) 4) 일국양제’의 사전적 의미는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onecountry,twosystems)’다. 중화인민공화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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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홍콩은 엄연히 중국에 소속된 도시이므로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또한 홍 콩의 자치권에 보장된 50년이라는 기간도 벌써 절반만이 남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 에서 범죄인 인도법이 발의될 경우, 홍콩 시민들은 중국이 범죄인 인도법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범죄인 인도법이 통과된다면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 치적 탄압을 목적으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쉽게 인도할 수 있 는 상황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즉, 이 법안을 통해서 홍콩에 부여된 자치권과 자본주의 체제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2014년 우산 혁명5)으로 인해 이미 홍콩 시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따라서 홍콩 시민들은 이번 법안에 대해 중국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고 더욱더 강하게 반 발할 수밖에 없다. 결국 홍콩 시민들이 법안 결의에 그토록 두려움과 분노를 느끼는 것 은 법안의 통과 그 자체가 아니라 법안이 중국으로부터 악용될 경우에 훼손될 홍콩의 자 치권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에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홍콩 시민에게 법안의 발의는 정치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 다. 홍콩은 세계에서 8위 수준으로 큰 수출국이며 동시에 네 번째로 큰 주식 시장을 가 지고 있다. 또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과 잘 연결되어 있고,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서 구적 방식으로 경제를 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래서 수많은 국제 기업들은 이 런 가치를 높이 평가해서 홍콩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런데 만약 법안이 통과되고 중국 이 법안을 악용한다면 이런 홍콩의 이점에도 분명한 타격이 발생한다. 현재보다 홍콩에 서 중국의 입김이 세진다면, 자칫 홍콩이 가진 경제적인 혜택이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 다. 이 때문에 홍콩에 지사를 둔 금융 기업들이 철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 대규모 시위로 인해 공항·지하철 등 각 분야에서 총파업이 진행되었으며 외국인들의 홍콩 여 행이 취소되는 상황으로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라는 하나의 국가 안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서로 다른 두 체제를 공존시키는 것을 말하며, 중국 의 홍콩과 마카오 통치 원칙이며 대만 통일 원칙을 의미한다. (중국현대를 읽는 키워드 100, 윤경우) 5)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최고 지도자를 간선제로 선출하던 당시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의 완 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2014년 9월 하순부터 12월 15일까지 약 79일간 이어진 민주화 시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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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그 치열한 기록 2019년 3월부터 산발적으로 시작된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는 6월을 기점으로 그 규모가 커졌다.

6월 9일 범죄인 인도법을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시위를 계획하였다. 젊은이들로 구성된 시위대는 오후 3시 홍콩섬 빅토리아 공원에서 출발하여 홍콩 정부청사까지의 행진을 시작했다. 시위대는 오후 11시까지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었고 당초 주최 측은 시위에 30만 명 이상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오후 10시경에는 주최측 추산 103만 명, 경찰 추산 25만 명이 참가했다. 곳곳에서는 경찰의 유혈 진압으로 부상자가 생겼다. 1997 년 홍콩 반환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

6월 10일 ~ 6월 11일 홍콩 경찰은 시위대에 대해서 폭력 시위로 규정하고 무력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했 다. 이어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하 캐리 람)은 범죄인 인도법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강행 의지를 밝혔다.

6월 12일 12일은 홍콩 입법회에서 범죄인 인도법 2차 심의가 있을 예정이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오전 8시부터 홍콩 빅토리아 광장에 80만 명의 시위대가 운집하였다. 인근 학교들과 담당 교 직원들은 자체적으로 동맹 휴학을 하였고 도심지의 회사, 상가들도 휴업을 선언했다. 홍콩 시 내의 운전자들은 차량의 경적을 울리면서 항의 표시를 했다. 결국, 홍콩 입법회는 법안 심의 를 연기하였다. 하지만 시위대는 해산되지 않았다.

6월 13일 ~ 6월 15일 심의는 연기되었지만, 법안 자체의 입법은 중단되지 않았다. 홍콩 각지에서는 시위대가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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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을 벌였고 대중교통은 운행을 중단하였다. SNS에서는 시위대의 사상자 발생에 대한 게시 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경찰이 강경 진압을 하면서 고무탄과 물대포 그리고 최루탄을 시민 들에게 사용했다. 14일 홍콩 정부는 입법회와 정부 청사를 전면 폐쇄하였고 중국 본토에서는 한국 포탈사이트(네이버, 다음 등)와 위키피디아의 접속을 차단하였다. 15일 오후 3시, 캐리 람 은 범죄인 인도법의 잠정 연기를 발표했다. 하지만 법안을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논 란이 가중되었다. 또한 이번 시위에서 추락으로 인한 최초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6월 16일

▲ 출처 (동아일보, NEWSIS)

시위에서 발생한 최초의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해, 검은 상복을 입은 시민들의 초대형 시위 가 일어났다. 시위대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홍콩 정부에 요구했다.

1.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의 완전한 철회 2.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 관련 체포자 전원 석방 3. 시위 강경 진압에 대한, 캐리 람과 스티븐 로(경찰청장)의 공식 대구민(對區民) 사죄 4. 캐리 람의 즉각적인 사퇴 5. 중국 공산당 정부의 홍콩 정부 간섭 금지(일국양제, 항인치항6), 고도자치 보장) 6) 홍콩은 홍콩사람이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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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위에 참여한 인파는 144만 명을 기록했다.7) 일각에서는 오후 7시경 200만 명이 넘 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오후 8시 30분경에는 캐리 람이 기자회견을 열어 홍콩 시민에게 공개 사과하였다. 하지만 행정장관에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며 범죄인 인도법도 철회하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6월 17일 ~ 6월 20일 17일 시위 참가 중 다친 사람들이 병원에서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8) 이후 병원의 환자 개인정보 전산망에 경찰용 로그인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홍콩 병원 전체에 관 련 백도어9)가 심어져 있었다. 18일에는 캐리 람이 2차 공개 사과를 하였다. 하지만 사퇴와 법 안 폐기는 거부했다. 20일 왕이 중화인민공화국 외교부장은 현재 홍콩 시위를 서방 세계의 검은 손이 개입된 사건이라 비난했다.

6월 21일 ~ 6월 25일 홍콩 경찰의 시위 강경 진압과 동시에 경찰 기동대 소속 대원들의 개인 신원이 식별되지 않는다는 의혹이 일어났다.10) 21일 시위대는 정부 청사, 입법회 건물과 행정장관 관사를 포위 했다. 21일 오후를 기점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7) [르포] "우린 폭도가 아니다" 홍콩 도심 가득 메운 144만 '검은 시위대' . (2019). 8) Police can access full details of injured protesters in hospital, says medical sector lawmaker following patient arrests . (2019). 9) 인증되지 않은 사용자에 의해 컴퓨터의 기능이 무단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컴퓨터에 몰래 설치된 통신 연결 기능을 말한다. 두산백과 10) 홍콩 경찰 기동대는 제복 및 근무복에 경찰의 신원을 조회할 수 있는 개인 식별코드가 명시되어야 한 다. 이는 시위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 여부 판별과 경찰에 대한 신뢰를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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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 6월 30일 26일부터 G20 정상회의가 오사카에서 열렸다. 시민들 중심으로 G20 참여국들의 언론에 해당 법안의 부당함을 알리는 광고를 싣기 모금 운동이 일어났다. 하루 동안 670만 위안(11억 원 상당) 이상이 모금되었다. 한국에도 조선일보에 전면 광고가 실렸다. 영국의 제레미 헌트 외무장관은 중국으로 최루탄 수출을 중단했고 중국 정부에 홍콩 반환 합의를 준수하라고 요구했다.11)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공식적으로 회의에서 홍콩 문제를 거론하였다. 29일 홍콩교육대학교에 1학년 학생 뤄샤오옌씨가 범죄인 인도법의 완전한 철회를 요구하며 투신자살했다. 30일 친정부 시위대가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대에게 폭력을 가했다.

7월 1일 ~ 7월 9일 7월 1일은 홍콩 반환 22주년이었다. 시위대는 중국과 홍콩 정부에 대한 반발로 입법회 입구 를 부수고 입법회를 점거하였다. 2일 새벽 시위대는 입법회 점거를 자진 해산하였다. 외신과 각종 홍콩 언론에서 홍콩 입법회 점거를 캐리 람의 행정부가 의도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었 다. 영국과 중국 간 홍콩 문제에 대해서 설전이 오갔다. 7월 9일 캐리 람은 법안이 사망(Bill is Dead)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철회(Withdraw)'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논란이 일었으며, 여전히 법안은 입법회에 계류 중이다.

7월 18일 ~ 7월 20일 18일 유럽의회12)에서 홍콩 범죄인 인도법을 철회하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0일 영 국 국영방송사 BBC를 통해 홍콩 경찰 내부에서 시위 진압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11) 홍콩 송환법 시위 강경진압 논란에 英 "최루탄 수출 중단" . (연합뉴스). 12) 유럽연합의 입법기구로 유럽연합 관련 문제와 예산 심의 및 각종 업무를 관장한다 ,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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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 8월 8일 친 중국 시위대가 인도법 반대 시위대와 일반 시민을 무차별 테러하였다. 홍콩 경찰이 친 중국 단체가 벌이는 백색테러13)를 방관한다는 여러 의혹과 정황이 나왔다. 인도법 반대 시위 대는 자체적인 자경단인 ‘홍콩 의용군’을 조직하여 시민들을 백색테러와 폭력 경찰로부터 보 호하겠다고 발표했다. 7일 중국의 공산당 관영매체이자 기관지인 ‘환구시보’는 홍콩 시위대가 무조건적인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위협 성명을 발표하였다.

8월 9일 ~ 8월 11일 시민들이 홍콩 국제공항에 모여 범죄인 인도법의 부당함을 관광객에게 알리는 시위를 벌 였다. 캐리 람은 이번 시위로 인해 홍콩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발표하면서 강경하게 진 압할 것임을 밝혔다. 중국민용항공국은 케세이퍼시픽 항공사에 중국 본토 영공을 통과하는 모든 항공편에 탑승하는 승무원의 신상을 제출하라고 했다. 이 조치는 해당 항공사의 승무원 중 시위에 동조하는 사람을 제재하라는 의사표시라는 것이 정설이다. 결국 케세이퍼시픽 항 공사는 시위에 참여하는 승무원을 업무에서 배제했다.

8월 12일 우익 단체들은 홍콩 시위대에게 백색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인민해방군은 홍콩과 인접한 선전시에서 테러 진압 훈련을 했다. 이에 대해 언론을 통해 중국이 홍콩 시위에 군대를 투입 할 것이라는 예측이 유포되었다. 홍콩 시위대가 공항을 점거한 지 4일 차, 공항은 기능이 마 비되었다.

13)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암살, 파괴 등을 수단으로 하는 우익세력의 테러.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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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 8월 30일 캐리 람과 중국 정부는 범죄인 인도법 폐지를 사실상 거부하였고 시위대에 대한 강력 진압 을 재차 경고했다. 29일 홍콩 시위대를 향한 경찰의 실탄 위협 사격이 발포되었다. 물대포와 같은 강경 진압을 경고했고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았다. 다가오는 31일 대규모 시위에 앞서, 30일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을 비롯한 민주파 인사들이 경찰에 체포되었다. 이들은 보석금을 내고 반나절 만에 석방되었고 절대 홍콩 억압 에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31일 시위는 취소되었다.

9월 4일 마침내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법을 공식 철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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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눈으로 바라보다 『한양』은 이번 홍콩시위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전문가의 시각 을 빌려보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를 응해준 문흥호 교수는 현재 한양대학교 중국문제연 구소를 운영하고 있다.14)

문흥호 교수님 약력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중국문제연구소장 ■ 학력 1980년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1985년 대만 푸싱강(復興崗) 정치연구소 석사 1991년 한양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 외부활동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외 이사

『한양』: 이번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가 기존의 홍콩 시위와는 구분되는 특징은 무엇 인가요? 문흥호: 저는 이번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가 2014년 우산혁명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 다. 2014년 우산혁명은 홍콩 행정장관 선출의 직선제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였습니다. 홍콩 이 중국으로 반환될 때, 중국 공산당은 최고 지도자를 간선제로 선출하던 홍콩에 일국양 제 20주년 때 행정장관 선출의 직선제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켜질 기미가 안 보이자 반발이 일어난 게 우산혁명입니다. 결국 행정장관 직선제 선출은 실패했고 우산혁 명의 주모자들은 체포되는 식으로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14) 본 인터뷰는 2019년 7월 31일에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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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홍콩 시민들이 느꼈을 일국양제에 대한 회의감이 오늘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재 약 780만 명의 홍콩 인구 중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 로 나왔다고 합니다. 이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과 나이가 어린 아이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홍콩 시민들이 다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위의 폭력성도 높아지고 있고 법안 폐 기 선언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홍콩 시민들의 중국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없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게 저항하는 것입니다.

『한양』: 이전의 우산혁명과는 달리 현재 시위는 시민들의 저항과 과격성이 법안 폐지 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문흥호: 이번 홍콩 문제는 단순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경제·사회적인 측면으로도 접근 해야 합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고부터 홍콩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반 환 직후부터 중국 본토에서 이주한 본토 출신들이 홍콩 사회의 상층부·하층부를 차지하 기 시작했습니다. 홍콩의 상류층은 이미 반환 이전부터 싱가폴과 캐나다 등지로 이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중국 본토의 재력가들은 홍콩의 부동산을 구매하여 이주했습니 다. 그리고 중국에서 넘어온 노동자들이 사회의 하층부를 차지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홍콩 시민들은 샌드위치 형식으로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부동산과 주택의 소유주는 본토 출신의 상류층이, 일자리는 본토 출신의 노동자가 저임금으로 대체 하고 있습니다. 홍콩은 상당히 중국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홍콩의 일자리와 그 일 자리를 주는 기업가들이 모두 중국 본토인이 되어가는 현실에서 홍콩인 특히, 홍콩의 젊은 이들은 희망이 없다고 느낍니다. 그렇기에 이번 시위에서 더욱 강렬히 저항하는 것입니다.

『한양』: 홍콩 시위가 심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계엄령 선포와 군대(인민해 방군) 투입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흥호: 중국 공산당의 계엄령 선포와 인민해방군 투입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일 단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이기에 자국의 정부가 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그들이 홍콩에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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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해방군을 투입하기 전에는 사전에 반드시 계엄령을 선포할 것입니다. 단 이 모든 것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홍콩 행정부가 중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야합니다. 홍콩 행정부가 현 재의 홍콩 시위를 도저히 자체적인 행정력과 경찰력으로 억제하지 못할 경우, 중국 정부 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한양』: 그렇다면 만약 홍콩 행정부의 요청을 한다면, 실제로 인민해방군이 투입될 가 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흥호: 중국 정부 입장에서 인민해방군 투입은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현재 홍콩은 중국의 내부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입니다. 홍콩 도심에서 행진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실시 간으로 CNN을 통해 지구 곳곳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천안문 사태15)와 같이 군대로 해결한다는 것은 중국 정부로서는 치명적입니다. 따라서 군대보다는 지금처럼 경찰력으로 문제를 해결할거라고 봅니다. 경찰이 시위대 를 저지하는 것은 대내외적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약합니다. 그렇기에 중국 정부는 이번 시위를 군대를 통한 단기적인 방법보다는 장기적인 것을 택하려고 할 것입니다.

『한양』: 이번 사태가 장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지금, 다른 국가들이 홍콩 시위에 대해서 중국에 제재를 할 수 있을까요? 문흥호: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은 중국이 홍콩에 군대를 투입했을 때만 생길 것입니 다. 실제 천안문 사태 때도 다른 국가들이 중국에 경제적 제제를 가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런데 제재라는 것이 현재의 트렌드에서는 경제 제제와 같은 직접적인 제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다른 방식의 제재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의 일대일로 정책16)과 같은 대외정책, 유학생 파견등의 민간교류에 협조하지 않는 것입니 15) 1989년 6월 4일 미명에 민주화를 요구하며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던 학생·노동 자·시민들을 계엄군을 동원하여 탱크와 장갑차로 해산시키면서 발포,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 두산백과 16) 중국과 주변국가의 경제·무역 합작 확대의 길을 연다는 대규모 프로젝트.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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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경제적·외교적 통상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교류는 하지는 않는 것을 말합 니다. 이것이 오히려 중국 정부에게는 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다수의 국가들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중국의 대내외적인 자존심에 타격이 간다는 것을 의 미합니다. 더 나아가 현재 중국 지도부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한양』: 교수님께서는 앞으로 홍콩과 일국양제의 전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흥호: 홍콩은 2047년을 기점으로 중국에 사회·정치적으로 귀속되는 것이 명문화되어 있습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2047년에 홍콩의 모든 것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체제로 바뀐 다는 것은 알 수는 없습니다. 그 시기의 중국 정부가 홍콩의 강제편입으로 인한 이점과 단 점을 고려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국제 금융 허브로서의 위치가 건재하고 국제 사회의 여 론을 고려한다면, 중국의 특별자치구로서의 위치는 유지할 수는 있다고 예측합니다. 하지 만 결국 시간은 중국의 편이고 홍콩의 중국화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홍콩 시 민들이 결사적으로 시위를 하고 저항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수 개월간의 치열했던 홍콩 시위 끝에 캐리 람 행정 장관은 9월 4일 범죄인 인도법안 철폐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홍콩 내에서는 여전히 우산혁명 당시 좌절된 행정 장관 직선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조사위 설치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지속 되고 있다. 그들은 단순 법안 폐기만이 아닌, 실질적인 자유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필사적인 사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과거 2014년 우산혁명이 좌절되면서, 홍콩 시 민들은 그들에게 부여된 민주주의와 자치권에 허점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위와 같 은 관점에서 홍콩 시위는 중국 정부를 향한 강력한 저항과 민주화에 대한 요구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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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자치와 평화 비록 범죄인 인도법이 철회되었지만, 현재 홍콩의 민주주의는 풍전등화의 상황이다. 과거 비슷한 경험을 지닌 한국 국민에게는 그리 낯선 상황은 아닐뿐더러 동정의 여론도 상당수 존재한다. 하지만 국제정세에서도 이와 같은 여론이 통용될까. 홍콩은 일국양제가 생길 때부터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홍콩반환협정을 통 해 영국이 홍콩의 자본주의와 다소 불안정한 민주주의를 중국 정부로부터 보장해주었 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국 정부가 부여하는 특혜일 뿐이었다. 더 나아가 이전 까지는 홍콩의 미래를 홍콩 시민 스스로가 결정하지 못했다는 점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비단 홍콩만의 일은 아니다. 인류의 역사는 연속적으로 이권을 지키려는 투쟁과 동시에 좌절 그리고 성공의 연속이다. 자유가 누군가로부터 부여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자유가 아니라는 것은 수많은 역사에서도 알 수 있다. 과거 프랑스 대혁명도 그 렇고 각국의 독립 전개 과정도 유사하다. 우리나라 역시 일제강점기 1920년대에 대두되 었던 자치론과 완전한 독립론의 갈등을 겪었다. 일제강점이라는 어려운 시기에서 대안 으로 제시되었던 자치론은 비록 완전한 독립은 아니지만 일본에게 부여받는 자치권을 얻자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성공여부는 불투명했지만 완전한 독립의 길을 택했고 결 국 현재까지 이르렀다. 냉혹한 국제정세와 과거의 역사를 비춰 봤을 때, 홍콩을 바라보 는 우리의 시각이 마냥 동정만 되어서는 안 된다. 수동적으로 부여된 가치에 대해서 비 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한 설령 그런 가치를 스스로 지켜낼 역량이 없다면, 모 두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범죄인 인도법은 철회되었지만 아직 남아있는 문제가 산재해있다. 현재 홍콩은 부여 된 자유의 허망함을 깨닫고 스스로가 자유를 쟁취하려고 하고 있다. 단순 일차적인 성 공에만 안주하지 않고 이번 사건이 홍콩의 원대한 여정의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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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호를 맞이하여 기고를 모집합니다.

분야 : 자유 지원 : •응모작은 신문·잡지·단행본 등에 발표된 적이 없는 순수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응모작은 한글 또는 워드로 작성하여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응모 작품에 이름, 학과, 학번, 연락처를 기재해주세요. •당선작은 추후 개별 연락 드립니다. 기한 : 2019년 11월 30일까지 한양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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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논란

한국의 노조와 그 논란 부편집장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내가 오랜만에 XXXX 노조에 갈 일이 있었거든? 거기 새파랗게 젊 은 애 하나가 상근활동을 하고 있더라. 겨우 최저임금 받더라. ...(중 략)... 내가 그랬어 ”내가 박터지게 노조 세워서 너네 연봉 지금 수천 씩 받는데! 쟤 임금 몇십만 원 올리는 게 그렇게 곤란한 일이야?!“ 그 랬더니, 노조에서 ”쟤는 활동가잖아, 우리 같은 노동자가 아니잖아.“ 라고 하더라.” “내가 20년간 무슨 짓을 한 건가 싶더라고.“ 웹툰 <송곳> 중 과거 노동운동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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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로환경과 노조에 대한 논란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 성장을 이뤄, 단기간의 산업화와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했다. 비록 요즘 경제와 외교, 각종 사회 문제에서 부정적인 전망이 사 회 안팎으로 제기되지만, 과거에 비해 많은 것들이 나아진 오늘을 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나아갈 길도 많고, 개선해야 할 점들도 부지기수이다. 그중에서도 노동문제는 우 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주요 과제다. 대한민국에서 노동문제를 생각하면 불안정한 노사관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과도한 노동시간이 떠오른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논란도 떠오르고 있다. 해외에 선 대한민국을 과도하게 높은 근로자 일 인당 근로시간1)과 더불어 그에 비해 노동생산 성이 터무니없이 낮은 경제체제로 인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노사관계를 포함한 다수 의 노동문제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강하다.

OECD 주요국 노동생산성* 현황 2011년 34개 회원국 기준 룩셈부르크

1

노르웨이

2

아일랜드

3

미국

4

벨기에

5

일본 19 한국 23

단위: 만 달러 12.4 11.5 10.5 10.3 9.4 7.2 6.2

*구매력평가지수(PPP)를 적용한 취업자 한 명당 명목 GDP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한국생산성본부

▲ 출처 (연합뉴스) 1) 2017년 근로자당 연평균 실제 근로시간(OECD).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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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노동문제를 살펴보면, 근로자가 피해 당사자인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각 산업계의 근로자들이 노동문제를 개선하고자 자발 적으로 노동조합(이하 노조)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결성된 노조들은 정부와 기업 에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노조가 등장하면서 기업 내 근로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정부도 노조의 영향을 받아 각종 제도를 신설하는 선한 작용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일부는 노조 설립 자체를 불허하는 방침을 가졌고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에게 불이익과 협박을 가하는 곳도 있었다. 여전히 노조를 경계 하는 분위기가 기업 내에 팽배하다. 최근 들어서는 일부 노조의 활동과 구호가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노 조원들의 사익만을 추구하는데 급급한 노조를 귀족노조라 지칭하기 시작했다. 언론에 서 이런 귀족노조의 문제가 조명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규탄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 이다. 이에 대해서 노조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공존하는 등 노조에 대한 인식은 현재 대 한민국에서 갑론을박인 상태다. 이런 문제는 대학생들에게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졸 업 후 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할 때 겪을 일이기 때문이다. 취업하게 된다면 자신의 근 로 환경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상황에 부닥칠 수 있고, 다른 한편 고용자로서는 경영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노조를 비롯한 노동문제는 앞 으로 다가오는 현실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노조를 바라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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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의 노조 먼저 한국 노조의 연대기와 현황을 살펴보자. 한국 사회의 노동문제는 이전부터 발 생했지만, 노동이라는 주제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은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이다. 민주화의 물결에 따라 근로자들이 대정부·고용주 투쟁을 벌이며 그간 관철되지 못한 요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2) 이들의 핵심적인 요구 중 하나는 노조의 인정이었다. 사 실 이전에도 노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식으로 인정된 단체가 별로 없 었고 그마저도 가입자가 적었다. 게다가 한 기업체의 여러 노조가 허용되지 않는 법안 등이 있어, 미리 사측에서 어용노조 및 유령노조를 세워 근로자들의 자체적인 노조 설 립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사례로 파리바게뜨가 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에 따 르면, 파리바게뜨 본사와 협력사가 제조 기사(제빵)들의 노조 설립을 방해, 탈퇴를 종 용했다고 한다. 이런 부조리는 근래에 들어서야 노조 설립 방해에 대한 법 제정과 복수 노동조합이 허용되는 등의 개선이 이뤄졌다. 한국의 노조는 서구권 노조와는 사뭇 다른 형태를 보인다. 서구권의 노동조합은 산 업별(조선업, 자동차, 섬유화학) 하나의 노조로 묶이는 형태를 보인다. 하지만 한국의 노조는 산업별이 아니라 기업별로 노조가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생긴 대부분 의 노조는 다시 2개의 노조 간의 연맹으로 양분화되어있다. 바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이하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있다. 전자는 현재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역사가 긴 노조 연맹이다.3) 한국노총은 광복 직후 대한독립촉 성국민회4) 산하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이하 대한노총)에서 시작되었다. 대한노총은 정부 수립 초기 좌익 노조 연맹에 대항해서 만들어진 노조 연맹으로, 우익·보수 성향 을 띠었다. 이들은 초창기 대한민국의 노조 활동과 산업별 노조 형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반면 민주노총의 경우에는 일명 ‘민주노조 설립 운동’이라는 운동을 통 해 만들어진 단체이다. 70~80년대의 한국노총을 정부와 기업의 어용노조로 간주하고 2) 신광영. (2019). 21세기 한국사회와 노동. 노동연구, 38(), 23-55. 3) 1961년 8월 30일 결성, 1,036,236 명(2018.12).한국노총 4) 1946년 2월 8일 민족주의 정당들이 조직한 국민운동단체, 네이버 기관단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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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노조를 다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1990년 2월 22일 전 국노동조합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1995년 11월 12일에 창설되었다. 지금의 노 조들은 대부분이 위 2개의 노조 연맹 산하에서 활동 중이다. 노조가 생겨남으로써 상대적 빈곤율이 하락했고 중산층의 비율이 증가했다.5) 노조 가 근로자들의 권익 향상을 주도하면서, 임금이 올라 사회 전체의 구매력이 향상되었 다. 그리고 근로자의 복지 문제도 관심을 받아 현재에 이르는 사내복지와 대중교통, 의 료 및 교육 시설의 확충도 일어났다. 일련의 과정으로 사회적 분위기와 인프라는 안정 되었다. 하지만 이런 노조의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한국 노조엔 위기 가 닥쳤다. 현재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현황은 2017년 10.7%로 타국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6)

타국의 노조 조직률을 비교하면, 대만은 33.2%, 영국은 23.2%, 일본은 17.1%다.7) 한

국은 1977년 약 25%의 조직률을 보였으나 현재까지 전반적으로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 고 있다. 이에 대한 이유로 첫째, 산업 구조 개편이 있다. 과거 제조업과 중화학 공업이 경제의 원동력이었을 때는 관련 산업의 노조 규모가 컸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산 업 구조조정에 따라 기존의 산업이 축소되었고, 새로운 산업에서의 노조 결성이 저조 하기 때문에 현재에 들어서는 그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두 번째 이유로, 노조원이 지 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근로자 스스로가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져서 가입을 거부하거나 탈퇴하는 것이다. 노조는 기본적으로 근로자들의 이익을 대 변하고 관철하기 위한 집단인데, 근로자 스스로가 가입을 거부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왜 오늘날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5) 한국 사회경제체제의 역사적 경로 변경을 위한 좌표 설정, 박형준 6) 고용노동부 「전국노동조합 조직현황」 7) e-나라지표 [노동조합 조직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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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노조? 귀족노조? 근·현대 한국의 노동역사를 보면, 과거 근로자들의 기본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었 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열악한 처우와 환경에 몰려있었다. 이런 문제를 초래한 기 업 및 고용주에게도 책임이 있고 더 나아가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의 책 임도 있다. 최근에는 이런 비판을 수용하여 기업 측에서도 사내복지 확충과 더불어 경 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 장려 그리고 육아휴직 제도를 개선하고자 한다. 또한 정부에서 도 과도한 노동 시간과 임금 격차를 해결하고자 노동법 개정과 최저 임금 인상을 시도 하고 있다. 이처럼 지속해서 기업과 정부가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츰 기존 노조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제기된다. 이런 비판 중 하나는 근로자의 권익과 관계없는 노조의 정치·사회 활동이 있다. 노 조의 목적은 본래 근로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근로 환경과 복지 등의 개선 요구를 관 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노조들이 취지와는 관련이 없는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 일례로 민주노총 산하의 한 노조는 노조 강령에 주한미군 철수와 통일 운동에 대한 내 용을 담고 있다. 이런 강령이 도대체 근로자들의 이권 투쟁과 무슨 관련이 있냐는 논란 이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20일경에는 내란음모죄로 수감 중인 이석기 전 국회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민주노총과 민중당의 주도로 열렸다. 여기서 민주노총 위원장 은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과 함께 이석기 전 국회의원의 석방을 위해 걷겠다는 발언을 했다.8) 이는 상식적으로 노동문제와 관련이 없는 정치 활동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노 조의 정치 활동은 불법이나 구체적인 기준은 모호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에 따르면, 노조가 주로 정치적 활동을 한다면 노조로서의 결격 사유가 된다고만 규정 되어 있다. 여기서 ‘주로’라는 말은 해석의 여지가 많다. 따라서 이 같은 노조의 활동이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노조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일부 노조의 과도한 사익추구가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일명 귀족노조 논란이다.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명분 없는 잦은 파업으로 산업계의 피해를 야기하여, 일 반 국민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건설업계에서 비슷한 사례 8) 민노총 등 60여개 단체, 광화문서 집회…"이석기 전 의원 석방하라" . (2019).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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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이하 건설연합회)가 밝히기로는, 업계에서 노조의 갑 질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건설사가 공사 현장의 인부를 고용할 때, 노조가 자신들의 노조원을 뽑으라고 압력을 주거나 공사에 필요한 장비를 대여할 때, 노조원이 운영하 는 업체에서 대여하라고 압박한다고 한다. 만약 이런 요구가 거부당하면, 악의적으로 공사 현장을 신고나 이유 없는 작업 중지 등으로 보복했다고 한다.9) 건설연합회는 현 재 건설업계가 처한 경영난에 이어서 노조들의 횡포로 곤욕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또 한 노조가 근로자 대우 향상의 목적이 아니라, 노조원들의 사익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 다고 한다.

(▲ 출처: 머니투데이) 9) 도 넘은 '조폭 노조 갑질' 천태만상 . (일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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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뿐만 아니라 여타 공기업과 대기업 노조들의 활동에도 진정성에 의문이 제 기된다.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대기업 노조 파업에 대한 여론은 국민 52.8%가 공감하 기 어렵다고 답했고 공기업 노조 파업에 대해서는 61%가 공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대체로 높은 연봉과 좋은 근로 환경이 보장된 직군들로 인식된다. 특히 공기업 같은 경우에는 사기업보다 안정된 근로 형태와 높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적자 운영 등 의 방만한 영업으로 비판 여론이 조성되어 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근로 환경과 처우 가 잘 보장된 직군의 노조 파업 등의 활동에는 국민들이 괴리감을 느끼는 것을 알 수 있다. 귀족노조와 대기업·공기업 노조의 활동과 요구 중에는 일반 국민 정서상 납득 하기 어려운 점들이 존재한다. 이런 국민 정서상의 괴리가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 지를 형성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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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를 구분하는 노조 근래에는 노조가 근로자를 차별한다는 비판도 등장하고 있다. 고용 유연화가 진행되 면서 대한민국 노동시장에는 크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구분이 생겼다. 기존의 노 조는 정규직이 세운 노조로, 흔히 이들을 내부 근로자라고 한다. 반면 아직 고용이 불 안정한 비정규직을 외부 근로자라 한다. 20년 동안 사측과 노조 간의 전통적인 견제 구도가 아닌, 내부 근로자와 외부 근로자의 이권 다툼으로 성격이 바뀌어 왔다. 대표적 으로 기업 내 정규직 전환과 기간제 교사들의 공무원 임용 논란이 있다. 근로자들의 권 리 신장을 위한다는 신조가 사내의 내부 근로자에게만 적용되고 정작 외부 근로자들에 게는 외면된다는 것이다. 과거 근로자들의 부당한 대우를 연대해서 극복하자는 초기의 노동 운동과 비교하였 을 때, 노조도 기득권화됐다는 비판이다. 노조의 정책 결정 과정을 주도하는 조합원 개 개인의 양심도 거론되지만, 근본적으로 근로자들을 구분하고 그 사이에서 갈등을 방관 내지 조장하는 기업의 책임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 연맹에서 자정 활동을 벌인 적이 있다. 2004년 9월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금속노련)은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이하 현중노조)을 제명했다. 당시 현중노조는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위해 분신한 비정규직 노동자 박일 수 씨를 무시하고 오히려 사측과 합의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하고 투쟁을 탄압하 는데 협조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금속노련을 비롯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하는 노조를 제명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아직도 사내의 비정규직 노조와 정규직 노조 간 다툼과 견제는 여전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존 노조의 강령과 정신이 훼손되었다는 것이 문제시된다. 노조 의 초창기 가치가 퇴색돼버린 현재에서 대중들은 노조에 대해 괴리감을 갖게 되었다. 일부 노조 간부들의 사익 추구와 각종 부정을 보았을 때, 더 노조가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생겼다. 이런 정서와 반응들이 오늘날의 노조에 대 한 여론 악화와 노조원의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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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를 위한 노조, 근로자를 위한 노조 노조가 기업과 근로자 간 힘의 균형과 교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사 실이다.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그동안 낙후되었던 노동 환경과 처우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노조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결단의 주체 는 기업이다. 일부 기업의 구시대적 태도와 근로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노동문제는 해결될 수도 없다. 물론 이 모든 문제가 기업의 탓만은 아니다. 최근 노조가 근로자들의 이익을 대변한 다는 취지에 어긋난 듯한 의혹이 제기되고 몇몇 활동은 사실로 드러났다. 대한민국에 서의 노조가 입지와 영향력이 약하다지만, 그렇다고 노조의 모든 행동이 정의롭고 합 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런 노조가 항상 맹목적으로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한 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실제로 노조의 고위직에 있는 소수의 간부와 기업이 담합을 하여 대다수 노조원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과거 비정규직에 서 노동 투쟁을 통해 정규직이 된 근로자들이 세운 노조가 이제는 비정규직의 노조 설 립을 방해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기업과 근로자의 관계에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기업을 강자 혹은 가해자로 근 로자를 약자 혹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밑바탕에는 약자는 무조 건 도움을 받고 지지를 보내야 하는 존재라는 의식이 있다. 이것이 언더도그마이다. 언 더도그마는 힘의 차이를 근거로 선악을 판단하려는 오류로, 맹목적으로 약자를 선으 로 강자는 악으로 인식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가 노조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이런 언더도그마가 상당 부분 개입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인식이 나쁘기에 과격하고 자극적인 운동을 해야 하며, 현재의 제도와 사회가 불합리하기에 어쩔 수 없다는 반론 도 존재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일부 노조의 몰지각한 행동이 건전한 근로 환 경 조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근로자 혹은 고용자가 될 수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흑백 논리 가 아니라 문제를 대상화시켜 객관적으로 바라볼 힘이다. 따라서 개개인이 노조 문제 를 감정적 혹은 진영논리로 바라보지 말고 일부 몰지각한 노조와 기업의 부당 행위를 경계하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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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을

향한

한양인의

시선

『한양』에

대한

한양인의

평가

『한양』을

위한

한양인의

비판

지금 『한양』 에게는 한양인이 필요합니다. 108호를 보고 기사에 대한 평가를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독자평은 109호 교지에 실리며 독자평을 보내주신 분에게 문화상품권을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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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신소비

소신으로 소비하는 사회 수습위원 이지원 ljiwon_1212@naver.com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더 가치 있는 걸 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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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살고 싶은 우리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새로운 자극을 거부하고 ‘무자극·무맥락·무위 휴식’을 꿈 꾸는 사람들을 ‘무민세대’라 부른다. 무민세대는 ‘無(없을 무)’, ‘Mean(의미하다)’에 ‘세 대’가 합쳐진 신조어이다. 이는 항상 유의미한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 무의미 한 일에서 자기 나름의 즐거움을 찾는 젊은 세대를 의미한다.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무 의미하다고 생각되는 활동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슬라임을 가지고 노는 영상을 보거나 수면카페를 방문하는 것, 체험적 여행 대신 거주지 근처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것 등이 무민세대의 특징적 여가 활동이다. 사회생활 속에서 지친 감정과 소모 된 체력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무민’한 활동을 선택한다. 무자극적인 것에 집중 함으로써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

▲ 무민세대의 특징적 심리

이런 파격적인 활동 때문일까. 기성세대는 무민세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 다. 하지만 무민세대가 무의미한 일만을 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유의미한 일을 해 야 한다는 사회가 강요하는 가치를 거부했지만 본인만의 가치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바 로 ‘미닝아웃’이다. 미닝아웃이란 ‘Mean(의미하다)’에 ‘벽장에서 나오다’라는 뜻을 지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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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ng out’1)이 결합된 단어로 개인의 가치관, 정치 및 사회 이슈에 대한 신념을 솔직 하게 선언하고 표현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미닝아웃의 예시로는 SNS 해시태그, 슬로건 제품 착용, 집회 참여 등이 있다. 사람들은 미닝아웃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이슈화하고 이에 대한 본인만의 의미, 취향, 정치·사회적 신념 등을 드러낸다. 무민적 휴식법이 나 를 위로하는 방법이었다면 미닝아웃은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 는 우리는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피력하고 있다. 즉, 사회가 권장하는 의미 보다 본인만의 의미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무민세대의 미닝아웃은 소비행위를 통해서도 나타나는데 그것이 바로 소신소비이다.

▲ 해시태그를 이용한 세월호 추모 운동 (출처: 인스타그램)

▲ 퀴어 퍼레이드 집회 참여 (출처: HURFFPOST)

1) 'come out of closet'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성소수자들이 더 이상 벽장 속에 숨어 있지 않고, 밝은 세 상으로 나와 공개적으로 사회에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드러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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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소비, 그것이 알고 싶다 소신소비란 상품의 가성비보다 본인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관, 신념 등을 기준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현재와 미래의 주요 소비자층인 밀레니얼 세대2)에게 본인의 소신을 밝히는 것은 일상적인 행위이다. 미닝아웃을 통해 자신의 소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은 이 를 소비로써 지지한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3)가 실시한 <2015년 20대 가치소비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600명 중 86.5%인 519명이 ‘추가 비용을 더 내더라도 윤리적 가치가 있 는 물품을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대 5명 중 4명이 자신의 윤리적 소신 을 표현하는 데 추가 비용을 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제품의 성능보다 ‘심리적 만족’을 중시한다는 것이 이들의 두드러지는 소비특징이다.4) 이처럼 밀레니얼 세대에게 소비는 아주 적합한 미닝아웃의 수단이 된다. 그렇다면 소신소비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소신 소비의 대표적 예시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는 불매운동이다. 불매운동이란 소비자층이 특정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특정 상품의 구매를 거부하는 운동5)이다. 소비자는 사회적 논란, 물의를 일으키는 등 본인의 가치관에 어긋나는 기업에 대해 소비를 중지함으로써 소신을 표현한다. 일본 정부의 반 도체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한 한국 국민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외에 갑질 행위로 보도된 한 유제품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도 예로 들 수 있다. 소신소비의 두 번째 예는 사회적 기업이나 수익의 일정 비율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수익금의 일부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기업, 제품의 제조 과정 중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기업, 동물성 고기를 식물성 고기 로 대체한 식품 판매 기업 등 소비자들은 사회문제를 공론화하고 개선하는 기업의 상품

2)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 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시사상식사전] 3) 20대 소비자를 집중 연구하는 전문 연구기관으로, 20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분석을 위해 밀레니얼 세대부터 Z세대까지 대상을 확장하여 연구한다. 4) [시사위크] 기업이 주목하는 젊은 세대 소비 트렌드 5) 출처: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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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구매한다. 기업의 지향성이 본인이 추구하는 바와 일치한다면 다른 기회비용을 포기 하고 해당 기업의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직접적인 기부이다. 사회적 기업 의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기부할 수도 있지만, 동물복지·환경보호 등 자신 의 관심 분야를 지원하는 단체에 대하여 직접적인 기부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소신소비는 다양한 형태로 행해질 수 있다.

◀ 매출의 10%를 관련 NGO, 장학 사업, 전시 성폭력 피해자에 지원하는 기업의 파우치 (출처: 마리몬드)

▲ 하나의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80개국에 신발, 식수, 시력 등을 지원하는 기업의 신발 (출처: 탐스)

▲ 수익금의 10%를 성교육 컨텐츠 제작·배포에 사용하는 기업의 콘돔 (출처: 바른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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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소비의 이모저모 소신소비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적 소비패턴이지만 새롭게 등장한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다. 1990년대 사회적 기업이 확산되고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 강조되며 윤리 적 소비라는 새로운 소비패턴이 등장했다. 윤리적 소비란 윤리적인 가치판단으로 상품· 서비스를 소비하는 행위이다. 대표적 예시로는 사회공헌 및 기부활동을 하는 사회적 기 업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공정무역제품을 구매하는 것 등이 있다. 윤리적 소비의 정의만 보아서는 소신소비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두 소비행동의 차이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소신소비를 하는 것이며, 그것이 어떤 의의를 가지는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한양』 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성구 교수를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양』: 기존의 소비문화와 비교했을 때, 소신소비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이성구 교수(이하 이성구): 과거부터 윤리적 소비는 존 재해 왔습니다. 윤리적 소비는 환경·인권 등 기존에 존재해 온 기성가치에 대한 소비입니다. 소신소비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을 소신소비로 본다면 종래 윤리적 소비의 한 형태입니 다. 다른 점이라면 소신소비는 기성의 가치가 아니라, 본인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소비로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윤리적 소비를 다양하게 하는 것으로 이해

▲ 서울대 소비자학과 이성구 교수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윤리적 소비가 틀에 갇혀 있었고 기존체제에 순응적이었다면 소 신소비는 기존체제에 반하는 내용을 내포할 수 있습니다.

『한양』: 소비자가 소신소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성구: 첫 번째로는 과거보다 생활적 여유가 생겼고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었기 때문입니 다. 따라서 기본적 욕구를 해소할 때도 본인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동기가 생기는데, 예를 들어 피자 한 조각을 먹더라도 동물복지 등의 가치를 보장하는 피자를 먹고자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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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죠.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면서 가치에 따라 소비행위를 하여도 생존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두 번째는 청년세대의 가치관 변화입니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의 보수적이고 출세 지향 적인 가치관을 벗어나, 성공에 대한 강박을 느끼기보다 본인의 신념 표현을 중요시합니다. 이것이 소비행위로 표출되는 거죠. 세 번째는 정치적 좌절감입니다. 소신소비는 주로 환경·인권에 대한 신념에 의해 이루 어지는데 결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소비자가 대신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원래 가 난한 사람을 부조하는 것,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정치가 개별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욕구를 경제적 시장을 통해 관 철하는 거죠. 시장이라는 경제적 플랫폼이 정치적 욕구를 해결하는 플랫폼이 된 것입니다. 불매운동 같은 경우도 정치적 의도이지만 정부가 할 수 없기 때문에 대중이 더욱 적극적 으로 나서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양』: 소신소비가 한국 소비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무엇인가요? 이성구: 소신소비에 대한 실질적 지표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기업의 마케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기업은 젊은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상 품을 통해서 스토리텔링을 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사회적 이슈를 상품 화하는 코즈 마케팅6)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문화적 관심도가 상승하 고, 이슈 생산까지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제품 다양화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한양』: 그렇다면 소신소비는 긍정적인 영향력만을 가지는 건가요? 이성구: 앞서 말했듯, 소신소비라는 추세에 따르기 위해 기업은 마케팅 전략을 구축할 것 6) 기업이 환경, 기아, 빈곤, 보건과 같은 사회적인 이슈를 이익 추구에 활용하는 마케팅 기법. 일방적인 기부나 봉사가 아닌 기업의 사익과 사회가 추구하는 공익과의 접점을 취하는 방식이다. 즉, 사회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기업 자체의 선한 이미지로 이어지고, 이것이 소비자들의 제품 구 매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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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 사회문화적 관심도가 상승할 것입니다. 우려되는 점은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 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사회적 활동을 함으로써 기업의 자본력이 경제시장을 넘어서 사회 문화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또 마케팅 전략을 이용 할 수 있는 생산력을 가진 주체는 대기업 또는 SNS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일부 인플루 언서7)들입니다. 대다수의 소상공인에게는 소신소비의 일상화가 불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본인이 생각한 가치가 소비에서 실제적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소신소비는 자신의 소신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실질적으로 본인 이상 의 영역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 대를 구매했는데, 종이 빨대 생산을 위해 나무를 소모하게 되니까 장기적으로 환경에 더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8)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요구됩니다. 경제시장은 대중이 인식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소비행위와 일치될 만큼 경제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성숙함이 필요합니다.

소신소비는 기존의 윤리적 소비에 비해 더욱더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며 이루어지는 데 그 사회적 배경은 다음과 같다. 경제력 상승으로 인해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어 소비 의 기능이 달라졌고, 사회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못하자 사람들이 소비에 참여하 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소신소비는 소비자 차원뿐만 아니라 기업에 도 큰 영향을 끼친다. 새로운 소비문화에 적응하고자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축하거나 사회 환원 사업 등을 진행하여 기업의 이미지 상승을 꾀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기업 의 이데올로기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소비의 동기, 지향점이 되는 소신 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경제시장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단순히 긍정적 영향만을 기대 하고 소비를 하기보다는 스스로 선택한 소비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민해볼 필 요가 있다. 7)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팔로어)를 보유한 ‘SNS 유명 인’을 말한다. [한경 경제용어사전] 8) 이해를 돕기 위해 제시한 예시일 뿐, 실제 결과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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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우리를 위한 소비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인구는 약 1,445만 명으로 전체 소비인구의 23%를 차지하며, 현 재 50~60대에 해당하는 베이비붐 세대9)를 넘어서고 있다. 2025년에는 밀레니얼 세대 가 전체 소비인구의 50%에 육박하는 중심 소비자가 될 전망이다.10) 이러한 상황에서 밀 레니얼 세대의 소비패턴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소비자학계에서는 밀레니얼 세대 의 소비성향에 따라 소비를 개인지향적 소비와 타인지향적 소비로 분류하기도 한다. 개 인지향적 소비란 개인적 동기에 의해 본인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소비를 말한다. 상품의 가격·품질 등 기능적인 면을 중시하거나 소비함으로써 느끼는 즐거움 자체, 자신를 표 현할 수 있는 정도에 중점을 두고 소비하는 것이 이에 속한다. 타인지향적 소비란 자신 의 소비행동이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력에 집중하는 소비이다. 본인의 사회적 위치를 드 러내기 위해 명품을 구매하는 것, 지역 사회를 위해 로컬푸드를 구입하는 것, 사회적 기 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즉, 개인지향적 소비는 개인적 가치가, 타 인지향적 소비는 사회적 가치가 소비의 동기가 되는 것이다.

먼저 두 소비패턴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자. 대학내일 20대연구소는 20대의 특징적 인 소비행동으로 소신소비와 함께 ‘홧김소비’를 꼽았다.11) 이때의 홧김소비가 개인지향 적 소비를 대표하는 소비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홧김소비란 일상적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버스를 탈 수 있음에도 택시를 타 거나 배가 고프지 않음에도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소비하는 것 등이 있다. 홧김소비와 비슷한 속성을 지닌 단어로는 휘소가치12), 시발비용13)이 있는데 모두 상품의 가성비와 9) 전쟁 후 또는 혹독한 불경기를 겪은 후 사회적ㆍ경제적 안정 속에서 태어난 세대를 지칭한다. 우리나 라에서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 한다. [시사상식사전] 10) 신용환, 이캐시연주 (2018). 이중적 관점으로 본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와 거울을 통한 브랜드 커뮤니 케 이션 연구. 한국디자인문화학회지, 24(1), 355-364 11) 출처: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2017 20대 소비지출 추적 정성분석 보고서 12) 흩어진다는 의미를 지닌 한자인 ‘휘두를 휘(揮)’와 ‘희소가치’를 합쳐 만든 신조어로, 다른 사람에게는 휘발적이고 무의미한 소비로 보이지만 자신에게는 가치가 있는 것에 투자하는 비용을 뜻한다. [시사 상식사전] 13) 시발 비용은 비속어인 ‘시발’과 ‘비용’을 합친 단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 용’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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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하게 순간의 행복 혹은 기분전환을 위해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나의 기분, 나의 취향 등 오직 나를 위한 소비를 한다는 점에서 개인지향적 소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본인이 속한 집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타인지향적 성향을 띠기도 한다. 타인지향적 소비의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말한 윤리적 소비이다.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 서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빈부격차 심화 등의 사회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었다. 소비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제품·공정무역상품 등을 소비하면서 자발 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시작했다. 시민의식을 기반으로 한 윤리적 소비는 소속 된 집단, 지역사회의 공익과 환경을 중시하는 타인지향적 소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개인지향적 소비 예시 : 홧김소비

타인지향적 소비

소신소비 개인지향 + 타인지향

예시 : 윤리적 소비

미닝아웃의 일종인 소신소비는 공동체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즉, 개인지향적 소비와 타인지향적 소비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소비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소신소비는 나의 가치관을 표현하고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동시에 윤리 적 기업의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소외 계층의 복지를 향상시키겠 다는 의지 표현의 수단이기도 하다. 나를 피력하는 소비라는 점에서 소신소비는 개인지 향적 속성도 띠는데, 이 점에서 윤리적 소비와 구분된다. 과거 윤리적 소비를 행하는 것 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제3세계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소외계층의 복지 향상을 위해 ‘해야 한다’라는 사회적 책임감에서 비롯된 당위적 소비였다. 하지만 소신 소비는 그러한 당위적 접근을 넘어 나를 위한 것이 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과 더불어 내가 환경을 보호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사회 복지에 기여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우리는 소비한다. 나의 가치관·사상·신념 등을 알리는 방법으로 소비를 선택한 것이다. 완전히 타인을 위한 것도 완전히 나를 위한 것도 아니 다. 나, 타인, 사회 모두가 소비의 동기가 되는 새로운 소비패턴이 소신소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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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말 ‘소신’에 의한 소비인가 시선에 의한 소비 간접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심화되는 것을 지켜본 청년 들은 스스로 나서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 지고 적극적으로 신념을 내비치며 소비한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행동의 동기가 과연 소 신뿐일까. 정보의 비대칭성이 약화되고 대중의 시민의식이 강화되며 소비자는 소비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떠올랐다. 이때 소비는 기본적 욕구 충족이라는 기능적 의미로부 터 사회문화적 맥락이 고려된 상징적 의미로 확장되었다. 현대 소비사회에서 소비자는 단순하지 않다. 소비자는 소비행동을 통해 그 소비재가 암시하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소 비하는 것이다. 소비는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규정하는 수단이 된다. 사회학자 장 보 드리야르는 소비의 기능이 달라진 이러한 사회를 ‘소비사회’라고 정의했다. 소비사회에 서는 ‘소비한다’라는 기능적 의미보다 ‘소비로서 드러낸다’라는 상징적 의미가 부각된다. 소신소비도 이런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소신소비는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 구의 표출이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내재적 동기가 포함된 행동일 수도 있다. 즉, 소비자의 심리 한편에 존재하는 인정욕구가 소비의 동기라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 제품의 소비자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자긍심 등 제품 자체의 연결성보다 상징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분석이 존재한다.14) 소신소비도 이와 유사하다. 멸종 위기동물을 지원하는 제품을 구매했을 때 타인이 자신을 동물복지에 관심을 가지는 윤 리적인 사람이라고 인식하기를 바란다. 제품 구매를 통해 자신이 이러한 사람임을 드러 내는 것이다. 이타적 행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타적 소비 는 올바른 행위를 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다. 소신소비 함으로써 본인이 사회적으로 ‘선’이라 여겨지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인정받고자 한다. 따라서 소신소비의 동기는 소 신이 아닌 타인의 시선과 그에 대한 의식일 수도 있다.

14) 오혜영 (2015). 소비문화 척도를 이용한 소비가치의 세분화 집단별 사회적기업의 제품 평가와 구매 의도 차이분석. 사회적기업연구, 8(1), 77-114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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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소신소비 해야 한다. 소신소비의 동기가 오직 소신뿐만이 아니라 해도 소신소비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퍼뜨린다. 소비사회에서는 소비를 통해 문화적 욕망과 감각적 쾌락을 추구한 다.15) 이에 대한 비판과 성찰로 윤리적 소비, 사회적 기업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지속가 능한 경영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면서 기업 운영에 있어 경제적 생존·환경적 건전성·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영리기업도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이상과 근 접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은 기업 브랜드에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사회공헌활동을 중요한 기업 활동으로 수행하고 있다.16) 이런 추세에서 소신소비 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조하며 그 이행을 촉구한다. 또한 소신소비는 일시적인 소비행위에 그치지 않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소 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비건 푸드 상품을 소비하는 것에서 나아가 동물학대 문제, 환 경오염 문제 등으로 문제의식을 확장시킬 수도 있다. 결국 개인은 소신소비를 통해 스 스로 신념을 강화하고 사회적 이슈를 인지할 뿐만 아니라, 본인이 소신으로서 행위하며 사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건전한 자의식이 형성되는 것이다. 다만 타인에게 소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각각의 개인은 주체로서 소비할 권리가 있으며 자신의 소 신을 가질 권리가 있다. 나의 소신과 일치하지 않거나 그에 동조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소신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소비는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적으로 행할 수 있는 사회활동이다. 이 영역을 소신으로서 발휘한다는 것은, 거시적 사회변화를 보 장하지는 않지만 ‘나’로서의 정체성을 다지고 내 생각을 주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15)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컬러텔레비전 등 대중매체의 발달과 산업의 고도 발전으로 소비시장이 확대되며 소비사회로 진입했다. 16) 구체적 활동으로는 사회공헌 전담조직 설치, 기업사회공헌 보고서 발간 등이 있다. 오혜영 (2014). 소비 가치가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기업의 제품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사회 과학연구, 33(2), 7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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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의미함으로 수렴한다 수많은 칼럼, 기사에서는 20~30대에 해당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삼포세대, 오포세 대, 무민세대 등 많은 이름으로 명명한다. 이러한 이름들 속에 존재하는 것은 패배주의, 무력감, 포기라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밀레니얼 세대 중 많은 사람들이 절망감 을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증명으로 위의 ‘~세대’라는 지칭법이 등장했다. 꿈을 성취할 수 없다는 절망, 성공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가득한 사회에서 우리는 외면을 택했다. 치 열한 경쟁과 노력을 당연하게 요구받는 청년들은 기성가치를 거부하며 무의미해지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반증하는 것이 소신소비이다. 매체의 발달로 정보를 획득할 수 있 는 방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요즘, 내 생각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의 생각을 잃어버리기 쉬운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소신소비는 본인만의 신념을 소유·강화하는 방 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나를 표현하는 소신소비는 필요하다. 기성의 가치를 거부하되 나만의 소신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미닝아웃해야 한다. 압박감을 벗어나기 위한 무민적 활동도, 나를 실현하기 위한 소신소비도 그 공통적 속성은 ‘나’ 자신이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개성 표현을 두려워했던 우리가 스스로에 게 집중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유의미한 변화다. 정말 본인의 소신이 아니어도 좋다. 자신이든, 타인이든, 사회든 무엇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행동이기 때 문이다. 모두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무민세대인 우리는 결국, 유의미함을 벗어나고자 하지만 역설적으로 유의미함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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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감성 편집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수습위원 김도현 dohyeon.kim.kr@gmail.com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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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골목길 감성

골목길 톺아보기

편집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수습위원 김도현 dohyeon.kim.kr@gmail.com

크고 깔끔한 프랜차이즈보다 아담하고 소박한 골목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 골목길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20대에게 사랑받고 있는 골목인 성수동, 경리단길, 을지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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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의 익숙함, 골목길의 새로움 왕십리는 항상 시끌벅적한 동네다. 수업을 마친 한양대학교 학생들은 이곳에서 영화를 보고 코인 노래방을 가고 술잔을 기울인다. 오늘의 해가 지고 내일의 해가 뜰 때까지, 대 학가의 조명은 꺼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가 그립기도 하다. 취업의 압박과 복잡한 인간관 계에 치여사는 20대에겐 대학가의 활기보다 여유가 필요하다. 요즈음 인스타그램에서 골 목길 카페 사진을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화려한 인테리어 의 카페보단 아담하고 소박한 카페를,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상점보단 특정 컨셉을 지 닌 상점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필요로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성격의 상점들 이 모여들었고, 구역만의 특색을 만들어갔다. 크고 깔끔한 프랜차이즈보다 아담하고 소 박한 골목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 골목길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20대에게 사랑받고 있는 골목인 성수동, 경리단길, 을지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시끌벅적한 왕십리(左)와 조용한 골목길(右)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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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공간 재생의 시작 과거 성수동 일대는 공장지대와 정미소, 수제화 거리로 대표되는 곳이었다. 70년대 산 업화의 흔적이다. 21세기 들어 산업 형태가 바뀌면서 성수동의 공장지대는 폐건물이 늘 어났다. 그런데 요즘 그 일대를 재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오래된 건축물의 외양은 유지한 채로 내부를 새로 만드는 건축문화인 “공간 재생” 말이다. 공장 중 금속부품을 취 급하던 곳은 카페로, 창고는 맥주 양조장과 펍(PUB)으로, 정미소는 문화공간으로 바뀌었 다. 세월의 무게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그 특색을 등에 업고 점차 유명해지고 있는 성수동, 그 속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취재 차 성수동을 걷다보니, 공장 하나를 통째로 개조해 카페로 바꾼 경우는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차츰 그런 형태의 카페에 익숙해지던 와중 눈길을 사로 잡았던 공간이 있 었다. 바로 ‘성수연방’ 이다.

▲ 성수연방 간판(左)과 파빌리온(右)

입구엔 거대한 파빌리온1)이 반기는 이곳은 원래 구두공장으로 이용되던 건물이었다. 그 공장 건물이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카페, 서점, 맥주 양조장 겸 펍, 편집숍 등 다양한 가게가 입점해 있었다.

1) 박람회 등의 전시관이나 국가나 지방 또는 인간이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일시적인 특설 가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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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의 종업원 분께 여쭈어보니 성수연방은 공간 기획 전문 스타트업 ‘O’ 사에 의해 설 계 되었다고 한다. ‘O’ 사 직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양』: 공간 기획은 정확히 어떤 일을 일컫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O: 저희가 진행하는 사업들은 단순히 새로운 공간을 기획하는 것이 아닌 버려져 있거나 오 랫동안 방치된 공간들을 발견하고 그곳에 컨텐츠를 넣어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합니다. 한마 디로 정리하면 ‘공간 가치의 재발견’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공간을 인테리어로만 차별화를 두어 선보이는 리뉴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근원·위치·타겟·라이프 스타일 등 심층적 접근을 통해 잠재된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선 공간의 컨텐츠나 웹 사이트보다도 그곳을 만들어가고 이용하는 사람을 중 요시 합니다. 공간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요에 집중하여 지금의 다양한 플랫폼들을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양』: ‘힙 타운’ 이라 불리는 곳은 성수동뿐만이 아닌데 성수동의 어떤 특징 때문에 ‘성수연방’을 기획하게 되셨나요? O: 성수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성, 장소성을 담고 있는 국내 최대 수제화 산업단지 로 서울에서의 도시재생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는 잠재력을 가진 지역입니다. 한때 제조 업의 메카였던 성수동만의 특징을 반영하여 생산-소비-유통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새 로운 유형의 복합문화공간 플랫폼으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성수연방은 화학 공장으로 쓰던 건물을 리뉴얼하여 식품 제조와 포장, 소비와 배송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지역적 특색을 고스란히 반영한 공간입니다.

『한양』: ‘성수연방’만의 특징이나 자랑거리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O: 많은 소상공인분들께서 법적인 규제에 적합한 제대로 된 생산 공장을 갖추기에는 현 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성수연방에 입점하게 되면 어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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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방이 아닌 시내에 자체 생산 시설을 확보할 수 있어 빠른 물류 유 통이 가능하며, 본인들의 기본 유통 채널 외에도 연계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추가 판로 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복합문화공간들과도 확연한 차이를 가지는 게 바로 이러한 점입니다. 성수연방 내 생산 시설에서 만들어진 식자재를 공간 내 입점한 매장에 서 조리해 선보이고, 고객들은 그것을 소비하는 형태의 선순환 구조가 성수연방의 대표적 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양』: 도시재생은 어떤 부분에서 의미가 있고 이런 선순환이 지속 되려면 어떤 요건 이 필요할까요? O: 도시재생을 시도하고 있는 여러 사례에 있어 안타까운 점 중 하나는 단순히 공간을 그 대로 계승한다는 점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공장 지대였던 기존의 폐건물들 에 인테리어적 요소만 입혀내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도시재생의 성공을 이끌어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누구나 똑같은 브랜드를 소비하던 시대에서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고, 그 것이 질적인 차이를 만드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미 수요는 공급을 넘어섰고 무언가 생산 되었다고 바로 소비되는 시점은 지났습니다. 그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단순히 공간의 외형 만 재생하는 것이 아닌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 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수동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취향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 다. 뒤에서 얘기할 을지로는 근처 직장인을, 경리단길은 여행객을 주 고객층으로 삼고 있 는데 반해 성수동은 취향을 기반으로 각종 분야의 마니아층을 만족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있다. 실제로 성수동엔 수제 맥주 양조장, 캐러멜 공장, 각종 전문 커피숍 등 해당 분야의 일명 ‘덕후’ 들을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전문적인 가게가 포진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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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 다시금 봄을 찾다 ○리단길의 원조. SNS 핫플. 얼마전까지 경리단길을 일컫던 단어이다. 그런데 지금 경 리단길은 “그곳처럼 되면 안돼”의 그곳을 담당하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휘황찬란한 역사를 뒤로하고 소상공인에게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해버린 경리단길, 이곳의 사연이 궁 금하다. 본래 경리단길은 상권이 들어서기에 그다지 적절한 위치는 아니었다. 국군재정관리단 (옛 육군중앙경리단)에서 필리핀 대사관까지의 언덕길로, 가장 가까운 역인 녹사평역에 서도 꽤 멀고 길도 좁다. 그렇기에 2008년 즈음의 경리단길은 단골 손님들만이 알음알음 찾던 조그마한 골목에 불과했다. 저렴한 임대료 때문에 유학파 셰프들이 하나둘 식당을 차렸고, 다른 동네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뽐냈다. 그러던 중 개성 넘치 는 카페와 수제맥주 점문점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인기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소개되면서 순식간에 ‘핫플’로 거듭났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진다고 좋은 게 아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지녔던 경리단길만의 분 위기는 사라진지 오래다. 방문객들은 소비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 SNS에 올리기 위해 경리단길을 찾았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자 테이블 회전이 줄고 매출은 떨어졌다.2) 또 한 한없이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특색있는 가게는 떠나고3) 유행을 뒤쫓는 가게들만이 들 어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임대료를 내기 위해 턱없이 비싼 가격으로 음식을 팔았다. 어느 순간부터 경리단길을 찾는 발길은 끊겼고 불꺼진 가게엔 ‘임대’라 써진 종이만 휘날릴 뿐 이었다. 이제 경리단길은 ‘유명한 걸로 유명한 상권’이 아니라 ‘망한 걸로 유명한 상권’이 라는 오명이 붙게 되었다.

2) 이어영, 박미소의 고잉투파 “너무 빨리 떴나? 경리단길의 몰락. 임대료보다 더 큰 문제는?”에선, 경리 단길 몰락의 원인으로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을 꼽았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란 관광을 뜻하는 ‘투어’ 와 ‘젠트리피케이션’의 합성어로, 주거 지역이 관광지화 되면서 기존 주민이 이주하는 현상을 말한다. 3) 오마이뉴스, “경리단길 메우던 사람들 다 어디로 갔나”에 따르면, 경리단길의 1년 생존률은 2017년 92%였으나 올해 2019년 67%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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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 종이가 붙은 상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경리단길은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전엔 요식업 중심의 가게들이 들어섰다면, 현재는 예술적 영감을 얻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4) 경리단길 골목 곳곳엔 한 칸짜리 초소형 갤러리 와 크고작은 공방들이 골목의 색을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상권이 쉬이 뜨고 지는 지금, 『한양』은 새로움을 추구하며 골목길의 부흥을 꿈꾸는 이들을 만나 보았다. 해외의 아이디어 상품을 취급하는 아이디어샵 ‘옥△△(이하 옥)’이다. 경리단길 언덕의 끝 자락에 위치해 있다. 홍학과 파인애플 모양의 튜브들이 여름 분위기를 한껏 뽐낸다.

4) “경리단길은 지금, 문화벨트로 새롭게 변신 중”, 스포츠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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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소품샵이다. 문을 열자마자 키덜트의 취향을 저격하는 아기자기함이 돋보인다. 목 재를 활용한 인테리어에선 빈티지함이 느껴지고, 형형색색의 소품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동심으로 빠져들게 한다.

▲ 소품샵 내부 사진.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히어로 캐릭터 그림이 전시된 계단을 오르니 2층 카페가 나온다. 라탄 느낌의 카페는 시 원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좌식 카페 옆 방엔 자취생들을 위한 주방 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 2층 카페 내부

▲ 루프탑에선 경리단길의 전경을 볼 수 있다.

한 층 더 올라가니 루프탑이 있다. 자갈이 깔린 아담한 공간에 텐트와 튜브, 몇 개의 의자 가 놓여져 있다. 저녁 노을과 조용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마치 캠핑에 온 듯한 기분이 들 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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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은 아이디어샵 사장님을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한양』: 이 공간은 구체적으로 무얼 하는 곳인가요? 옥: 저희는 라이프 스타일 업그레이드를 추구해요.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것을 여러 사람이 랑 공유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회사죠. 그런데 온라인에서 이미지만 보는 것보단 손님 분 들이 직접 와서 만져보고 체험했으면 좋겠어서 매장을 오픈했어요.

『한양』: 왜 이런 기프트샵을 하게 되었나요? 옥: 저희가 처음 가게를 한건 10년 전이에요. 제가 여행을 다닌 적이 있는데, 지방 곳곳에 재밌는 아이템을 파는 데가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해외에서 그런 상품을 들여와 널리 홍보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아이디어 기프트샵을 하게 된 거에요. 높은 금액이 아니어 도 아이나 젊은 친구들에게 재밌게 선물할 수 있고, 빵- 터질 수 있는.

『한양』: 그렇다면 가게로도 충분할 텐데 카페를 함께 운영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옥: 저희 카페는 메뉴도 4개고 가격도 싸요. 그러니까 카페로 매출을 올리기보다는 가게를 구경하다가 조립을 한다거나,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카페를 꾸며놓은 거예요. 이 공 간(루프탑)도 그렇고. 카페를 좌식으로 구성한 것도, 손님 분들이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지 내고 가셨으면 해서요.

『한양』: 이 가게만의 특별한 점을 소개해주세요. 옥: 이곳의 인테리어는 가능한 제가 직접 하고 있어요. 누구나 따라할 수 있게끔. 사진 찍 어가셔서 가까운 동대문이라든지 그곳에서 더 싸게 구입하고 인테리어에 참고하시라고 요. 그래서 그런지 어떻게 보면 빈틈도 많이 있긴 해요. 그리고 여긴 테마가 있어요. 이번 달까진 여름 테마고 다음 달엔 할로윈 테마 그리고 크리스마스 그렇게 싹 바꿀 계획이에 요. 항상 그렇게 운영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플리마켓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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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요즘 경리단길의 상황이 좋지 못한데, 이곳에 자리잡게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옥: 저희는 두 달 전에 (경리단길에) 왔어요. 유명한 곳도 좋지만 그건 잠깐의 매출일 뿐이 지,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것은 정체성이 없겠더라고요. 요즘 경리단길이 안 좋다고 말하지 만 10년 단골 고객 분들도 있으니, 골목 안쪽으로 들어오면 되지 않을까 했어요. 시너지 효 과가 나서 함께 이 근방을 다시 살릴 수 있지 않을까해서 이 골목으로 오게 된 거에요.

『한양』: 경리단길 점주로서, 이 골목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옥: 여기(경리단길)가 매력이 하나 있어요. 원래 살던 토착민분들이 아직 저 아래 가게를 하고 계시거든요. 야채라든지 청과라든지. 그리고 젊은 친구들이 새로 가게를 오픈했죠. 그래서 재래시장 같은 느낌도 있고, 트랜디함도 느낄 수 있고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 요. 그게 제일 좋더라고요!

새로운 시작을 도모하는 그의 목소리엔 강한 확신이 느껴졌다. 경리단길은 처음으로 전성기를 맞았던 골목이었고 그렇기에 가장 먼저 겨울을 맞았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경 리단길은 다시금 봄을 찾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따스함이 맴도는 경리단길에서 시끌벅적 한 이전의 모습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색깔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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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힙해진 최고령 도시 을지로는 일명 ‘최고령 도시’ 다. 조선시대부터 시전상인들이 성행했던 을지로,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수공업과 상업의 중심지다.

▲ 을지로의 위치

‘을지로’라는 이름은 짐작할 수 있듯 수나라의 침략을 물리쳤던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조선 말기 임오군란에 청나라가 개입하였고, 청나라는 그 대가로 협정을 요구하였다. 이 협정으로 청나라 상인의 국내 유입이 허가되었고 그 상인들은 지금의 을 지로에 해당하는 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광복 이후, 중국 상인들을 몰아내고 대한 민국 고유의 가치를 확실히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따라서 과거 중국과의 전쟁을 승리 로 이끌었던 장군의 이름을 따서 ‘을지로’ 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이런 고령 도시, 을지로가 지금은 일명 ‘힙한’ 도시로 불린다. 1층엔 인쇄소가 있는 오 래된 건물 맨 윗층엔 간판 없는 카페가 생기고, 내부는 고객이 작업실을 둘러볼 수 있게 꾸며두면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런 을지로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카페 ‘M△△(이 하 M)’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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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플한 느낌의 카페 내부 사진

▲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커피를 내려 주신다.

『한양』: 카페 뒤로 커튼이 보이는데, 커튼 뒤에선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 건가요? M: 저희는 카페와 함께 도자기를 만들고 있어요. 친구와 함께 운영 중이에요.

『한양』: 카페와 공방을 같이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M: 저는 도자기 만드는 일을, 다른 친구는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월세도 아낄 겸 작업실을 합치려고 시작하게 되었고, 같이 작업하는 일을 많이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죠. 카페는 원래 월세 정도만 보태려고 시작 했는데, 가게가 알려지게 되어서 카페에도 집중하는 중이에요.

『한양』: 주로 어떤 손님들이 방문하시나요? M: 옛날 노포(老鋪)와 젊은 사람들이 있는 술집을 번갈아서 갈 수 있고, 교통의 중심이어 서 여러 사람들이 와요. 회사가 많다보니 점심엔 직장인분들이 오시고, 저녁엔 대학생들이 오시면서 다양한 세대가 찾아요.

『한양』: 공방은 문래나 홍대도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 을지로를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 인가요? M: 성수는 공간이 너무 넓고, 좋은 자리도 없었어요. 이 공간도 오랫동안 보다가 찾게된 자 리죠.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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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양』: 이 카페만의 특별한 점을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M: 카페 인테리어를 심플하게 가려고 했어요. 왜냐면 저희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하니 까, 저희가 만든 것을 올려놓았을 때마다 분위기가 바뀌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양』: 요즘, 특히 을지로에서 간판이 작고 건물 윗층에 숨어있는 듯한 컨셉으로 가게 를 운영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M: 그런 컨셉을 계산하고 시작하진 않았아요. (처음엔) “간판이 달려있지도 않고 4층인데 누가 오겠어?”하고 생각했죠. 다른 동네에선 4층에 있는 어느 카페를 누가 알진 않잖아요. 그런데 을지로는 이런 방식이 동네만의 분위기로 만들어지기도 했고요. 높은 층이 월세가 저렴해서 카페가 높은 층으로 가는 것 같아요.

최고령 도시인 을지로는 많은 직장인, 편리한 교통, 예술가들의 유입 덕분에 '힙지로' 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어쩌면 도시가 뜨는 이유는 비단 새로움 때문만은 아닐 것이 다. 도자기와 한약으로 유명했던 을지로는 작업실을 마련해두는 동시에 그 공간을 고객 과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 “옛것은 옛것인데, 옛날 모습이 우리한테는 트렌드처럼 새로 느껴지는 거죠” 라는 한 시민의 말처럼, 을지로는 도시 고유의 특징을 유지한 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양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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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의 시끌벅적함에 지친 한양인에게 요즘 사람들은 골목을 자신을 보여주는 일환으로서 소비한다. 주택가 골목 구석구석 숨은 맛집을 찾고, 누구나 가는 유명 카페에 방문하고, 이를 SNS에 뽐내면서 새롭게 공 간을 접한다. 또 우리는 여기에 “#골목길_핫플” 해시태그를 덧붙인다. 그러나 골목은 핫플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기사 에서 우리는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성수동, 경리단길, 을지로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들 어 보았다. 각 골목은 버려진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고, 어려움 속에서 변화를 도모하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힙’스러움을 만들어가기도 했다 이처럼 골목은 각각의 특색을 뽐내며 서울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는 골 목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찾는 것도 좋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찾는 다면 이전엔 느낄 수 없었던 골목길만의 정취와 매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왕십리가 시끌벅적한 학과 엠티라면, 골목길은 아기자기한 소모임 같다고나 할까. 길의 전체적인 분위기보다도 가게가 품고 있는 이야기가 더 매력적인 골목에서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여유가 필요한 20대에게, 또 왕십리의 시끌벅적함에 지친 그대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 면 커다란 길이 아니라 작은 골목 하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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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세상을 보는 한양인의 창

<세상을 보는 한양인의 창>은 이번 호부터 새로 진행하는 코너로, 한양인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교지 메일을 통해 기고받고 있습니다. 이번 호는 한양대학교 중앙동아리 하이포의 기고를 받았습니다.

한양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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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2019 정월 / 신소재공학부 16 황성주 作

동네풍경 / 관광학부 19 서연규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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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대밖에 보이지 않아요 / 사회학과 19 홍형권 作

시선 / 국악과 17 윤정화 作

한양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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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풍경 / 사회학과 18 허유림 作

페트라의 상인 / 사회학과 19 서영서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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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걸리버 / 생명과학과 18 조성우 作

고유색 / 건설환경공학부 18 박재현 作

한양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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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日常 모든 한양인이 INTERVIEWEE이다 대학교의 기숙사는 학생들에게 거주권 뿐만 아니라 질 높은 학습권 을 보장한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 측의 편의를 고려하여 기숙사의 수용률을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의 기숙사 수용률은 서울시에 위치한 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과연 이러한 기숙사 수용률에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양」은 전기생체공 전기생체공학부 19학번 허민정

학부에 재학 중인 19학번 허민정 학우를 만나보았다. 수습위원 곽서연 angela8752@naver.com

1. 한양대학교 기숙사를 이용해보신 적이 있으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숙사를 들어오지 못하

신가요?

고 결국 자취를 하는 학생들이 생기게 되는

현재 한양대학교 제5학생생활관에 거주 중입

것 같습니다.

니다. 4. 낮은 한양대학교 기숙사 수용률에 대해서 2. 한양대학교 기숙사 수용률이 굉장히 낮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데, 어떻게 입사했는지?

현재 제가 거주 중인 제5학생생활관이 극히

우선 대학 지원 당시 거주지가 전라도라 거리

일부의 새내기 학생들만 수용하고 있다는 점

상 1순위 대상자이기도 했고 대학 최초합격자

에서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통학이나 자취를

였기 때문에 입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자취를 택 한 주변 친구들을 보면 경제적인 부담을 크

3. 한양대학교 기숙사 수용 방식에 대해서 어

게 느끼며, 안전상의 문제 등 여러 부분에서

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숙사보다 훨씬 좋지 못한 환경에서 생활하

앞서 말했듯이 기숙사는 학생의 본 거주지와

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을 보호하는 차원

학교 간의 거리와 학생의 입학 점수를 통해

에서라도 더 많은 인원이 기숙사에 거주할 수

서 학생들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와 성별에 따라서 수용 인원을 제한하고 있 어 경우에 따라서는 훨씬 먼 곳에 거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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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날적이

한양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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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강아지 루디에 대하여 편집위원 이채움(lcu2400@naver.com)

내겐 두 마리의 강아지가 있다. 루디와 아리. 루디는 남자아이고 아리는 여자아이다. 루디는 자는 걸 좋아하고, 아리는 애교가 많다. 난 두 아이 모두 사랑하지만 루디에게 조금 더 애틋함을 가진다. 그래서 오늘은 루디, 이 작은 생명이 내 삶에 미친 영향에 대 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생일을 며칠 앞둔 18살의 가을, 난 방에서 수학 과외를 받고 있었고 현관문이 열리 는 소리와 함께 퇴근하신 부모님과 학원을 마친 동생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여느 때 와 다름없는 오후였다. 대화 중간중간 들리는 미세한 낑낑 소리만 빼면. 머리 아픈 수학 공식들은 공중에 흩어졌고 지루한 공기는 산산이 부서졌다. 난 문밖의 소리에 귀를 기 울였다. 내 심장을 쿵쿵 뛰게 하는 저 소리는 무엇일까? 혹여나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닐 까? 결국 난 그날 수업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곧이어 방문을 열자, 두 개의 털 뭉치 와 여섯 개의 콩알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루디는 내게 왔다. 사실 루디는 우리가 원했던 아이는 아니었다. 루디는 강아지 공장 같은 데에서 태어 났다. 피부병을 갖고 있었고, 당시엔 몰랐지만 같은 종의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몸집이 컸다. 우는 일이 거의 없었고 하루종일 잠만 잤다. 물론 두 마리 모두 소중했지만 루디 보단 애교 있는 아리에게 눈길이 더 가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난 루디가 더 좋았다. 아마 사춘기 소녀에겐 당시 루디의 상황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 했던 것 같다. 그 생각은 체화되었고 자연스러운 끌림에 다다랐다. 고등학교 생활을 마 무리 짓는 그 순간까지, 난 루디에게 나를 투영했다. 아는 문제를 틀리고 나에 대한 분 노를 주체하지 못했을 때, 토론 대회에서 아무 말도 못 했던 스스로가 원망스러웠을 때, 대학에 떨어지고 눈앞이 깜깜해졌을 때. 숨죽여 울거나 목놓아 울거나 루디는 내 옆에 있었다. 딱히 위로의 낑낑거림을 보내거나 애교를 보여준 건 아니지만 피부를 맞대고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맞댐으로 전해지는 분홍빛 따스함, 이것이 당시의 내겐 자연스 러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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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하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난 당연함이 결여되었을 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 알게 되었다. 난 크로머에게 거짓말을 하고 힘들어하던 싱클레어같이 매 일을 보냈다. 19년을 평화로움 속에서 살아온 내게 서울살이는 너무 냉혹했고 잔인했 다. 내가 잘못되었다는 걸 인정하는 게 괴로웠고, 나의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선 안 된다 는 게 괴로웠다. 무엇보다 일과를 마치고 현관에 들어섰을 때 생명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 어둠이 못 견디게 괴로웠다. 그제서야 난 루디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루디는 타인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온전한 나의 모습을 모두 알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내 곁에 있어 주었고 시선의 끝엔 항상 내가 있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건 너무 고마운 일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내 루디는 졸린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그리고 난 작은 생 명체의 분홍빛 사랑 아래 단어 하나하나를 토해냈다. 반쯤 열린 창문, 흐트러진 이불, 마시다 남은 음료수, 56% 남은 노트북 배터리 그리고 루디와 나. 이 순간의 모든 숨결과 이 감정이 글에 진득히 베어 들었으면 좋겠다.

한양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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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탈덕 일기 편집위원 한성현(dlite1017@naver.com)

난 나의 학창시절을 전부 바쳐 한 연예인을 좋아했다. 고등학교에 등교한 첫날 자기 소개로 ‘난 xxx을 좋아해’라고 당당하게 말했을 정도로, ‘덕질’이 곧 나이고 내가 곧 덕질 이던 때가 있었다. 같은 연예인을 몇 년 동안이나 열렬히 좋아한다는 나 자신에 영문 모 를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이런저런 말로 포장해보려고 했지만 사 실 그냥 간단히 말하자면 ‘10대 학생이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정말 흔하고도 평범한 이 야기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덕질을 접는다는 사회의 통념과는 달리, 난 성인이 되어서도 여 전히 그를 좋아했다. 오히려 성인의 자유를 맘껏 활용하며 물 만난 고기 마냥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바다 건너 공연을 보러 가질 않나, 그가 방문한 가게에 가서 그가 추천한 음식을 먹질 않나. 그가 입대한 날에는 싱숭생숭하면서도 한편으론 태평하게 생각했더 랬다. 지금껏 있었던 것처럼 이렇게 좀만 있으면 제대하겠지 뭐. 하지만 군대에 갔던 그는 뜬금없이 아홉시 뉴스에 등장했다. 연예인이 아홉시 뉴스에 등장한다는 게 무슨 의미겠는가. 내가 10여 년 동안 쌓아왔던 애정이 쪽팔림으로 바뀐 건 한순간이었다. 화도 내보고 정신승리도 해보았지만 결국 남은 건 자의없는 탈덕뿐이 었다. 탈덕‘했’다가 아닌, 탈덕‘당했’다 라는 표현이 공감되기 시작하면서 나의 추억들은 추악함으로 그 이름을 바꿨다. 그의 예명에서 따온 이메일 주소나 아이디, 닉네임들은 사용할 때마다 거슬리게 되었고, 차곡차곡 모아오던 굿즈들은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모 르겠는 골칫거리가 되어 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이없는 나의 덕질 엔딩에 씁쓸함이 느껴지면서도, 10년이 좋았어 도 끝이 안 좋으니 그 전체가 싫어지는 내 마음도 놀랍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감정 과 느낌들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정말 재미있게 보다가도 결말이 맘 에 안 들면 그 뒤로 다시 보게 되지 않는 경험은 나뿐만 아니라 다들 한 번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친구나 연인 사이였어도 안 좋게 끝났다면 그와 함께했던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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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분노나 슬픔이 차오를 수도 있다. ‘유종의 미’, ‘용두사미’ 등 등 좋은 마무리를 강조하는 여러 표현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은 아직도 그 말들이 유 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정말 ‘끝이 좋아야 다 좋다’고 느낀다. 좀만 더 생각해볼까. 조금 다른 뉘앙스이지만 어느 강사님은 사람들의 얄팍한 마음을 두고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해서 결말이 좋아야 추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나중에 취업하면 지금 이렇게 힘들었던 일도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되 고, 취업이 안 되면 지금 웃고 행복했던 일들마저도 그땐 왜 그랬지 후회의 대상이 된다’ 고. 처음엔 잘 와닿지 않았던 저 강사님의 말씀도 이번 일을 통해 깊이 깨달았다. 아름 다웠던 추억은 그 결말에 따라 순식간에 곤두박질칠 수 있으며, 오랜 시간 힘들었어도 끝이 좋다면 추억 미화가 시작된다. 좋은 미래는 결국 오늘 하루하루가 모여 만들어진 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오늘의 중요 성을 강조한다. 비록 내 멈춰버린 덕질은 내 탓이 아니었으나, 내가 지금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어 나가자고 다짐해본다. 미래의 어딘가에서 지금의 나 자신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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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존중과 인정에 관하여 수습위원 곽서연(angela8752@naver.com)

나는 핸드폰 메모장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이번 호 <날적이>에서는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담은 메모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다양한 사람들, 그들의 다양한 생각과 사고방식, 그리고 그들 나름의 삶의 방식들. 윤리적, 혹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문제가 없다면 우리는 각자의 생각, 그리고 각자 의 삶의 개성을 존중 또는 인정해야 한다. “존중과 인정”은 생각과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으며 나의 시야 안에서 타 인의 삶의 방식을 평가하지 않고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으로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쉬워 보이지만 우리는 생각만큼 존중과 인정을 쉽게 실천하지 못한다. 타인의 생각, 결 정, 삶의 방식에 대해 인정보다는 평가의 잣대를 먼저 들이미는 사회다.

나는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한 개인의 판단이나 행동이 그 에게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그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까 지 타인은 감히 침범할 수도 없는 수많은 고민의 밤을 보냈으리라. 그리고 인생을 살아 오면서 그만이 겪어온 경험과 여러 지혜 속에서 그 나름대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했 을 것이다. 또한 타인은 그것이 어떤 결정이든지 간에 실제로 한 개인의 결정이 나쁜 선 택인지 좋은 선택인지 단정 짓지 못한다. 인생을 사는 동안에 우리 앞에 주어진 모든 것 은 퍼즐 조각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맞춰나가면서 그 퍼즐이 그림 속 어떤 역할이었는 지 알게 되는 것처럼, 살면서 우리 앞에 닥치는 무수한 일들이 대개 그렇기 때문이다. 인생 속 사건들은 단편적이기보다 입체적이다. 당시에는 좋았던 일들이 후에 비수가 되 어 돌아오기도 하고, 나를 많이 힘들게 했던 일들은 나를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 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 개인이 어떠한 의사결정을 하기까지 신중하지 않았다고 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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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라도, 이 또한 우리는 그것에 대해 비난하거나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다. 역시 그에 따 른 책임 또한 당사자가 가지고 갈 몫 아닐까? 그 책임이 고되고 힘들어 보이더라도, 책 임의 시간 동안 개개인은 분명 그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강하다고 생각한 다. 그 시간을 지나고 나면 생각지 못했던 배움과 성장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존중과 인정이 바탕이 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은 개인 간 생각의 공유를 차단하자는 것이 아니다. 고집스럽게 나의 의견만을 관철하는 것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숙고의 과정을 거칠 때, 혹은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한 개인에게 조언과 첨언 정도는 당연히 생각의 확장을 위해서 좋은 절차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와는 다른 결정을 한 그에게, 그렇게 사는 것을 선택한 그에게, 그만의 경험으로 그것을 선택한 그에게, 또 나와는 다 른 인생을 살면서 자연스럽게 나와는 다른 가치관을 갖게 된 그에게, 나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평가하고 평가당하는 것에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나의 잣대로 타 인을 함부로 평가하고 타인의 시선 안에서 평가당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서로 사랑하면서 살기 위해서,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한 때 아닐까?

한양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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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107호 학우 여러분의 관심이 더 나은 『한양』을 만듭니

WORST

다. 이 코너에 본인의 의견이 실린 학우께서는 찾

• 사라진 강사를 찾습니다. (14 화학공학과 유재성)

아와 주세요. 5천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드립니

• 진지한 게 죄인가요. 제시되는 문제점들이 개인

다! ^_^

적으로 공감되지 않았습니다. (12 기계공학부 심 주석)

『한양』 107호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주세요.

• 학생, 자치를 묻다. 대안으로 총학생회 간의 교류

1. 이번 호에 수록된 글의 완성도 : 95

를 제시했으나 그 단점에 대해 제시하지 않아 아

2. 학내 및 사회 이슈와의 연관성 : 92.3

쉬웠습니다. 학내의 문제는 우리 학교 안에서 해

3. 표지와 내지 디자인 : 91.3

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16 신소재공학부 황성 주)

『한양』 107호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일부 거리가 멀거나 지나치게 어려운 주제들이 있었습니다 (12 기계공학부 심주석) • 인터뷰 사진이 너무 어둡게 나온 것 같습니다 (16 신소재공학부 황성주) • 다크투어 기사 사진들을 직접 찍었으면 더 좋았

학내에서 불편한 것 • 하이웹 일자리부족 (14 화학공학과 유재성) • 출입 시스템이 매우 불편합니다. 왜 다른 과 건물의 출입을 사전공지없이 막았는지 이해할 수 없네요. (16 신소재공학부 황성주)

을 듯 합니다 (16 신소재공학부 황성주) 사회에서 불편한 것 『한양』 107호에서 가장 좋은 기사와 아쉬운 기사 는 무엇인가요? BEST

• 언론에 따라 쉽게 흔들리는 여론이 불편합니 다. (14 화학공학과 유재성) • 김원봉에 관한 역사 왜곡이 불쾌한데, 한국 현

• 학생, 자치를 묻다. (14 화학공학과 유재성)

대사에 대해 한번 다뤄줬으면 좋겠습니다. (16

• 1919 그날의 흔적을 기억하며. 31운동 100주

신소재공학부 황성주)

년을 맞이하여 역사를 돌아볼 계기를 만들어 주는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12 기계공학부 심

당신이 궁금한 것

주석)

• 유기나노 공학과 사건이 에브리타임에 자주

• 낙태죄, 법정에 서다. 균형감 있게 쟁점들에 대해 설명을 잘했습니다. (16 신소재공학부 황 성주) • 진지한 게 죄인가요.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주 제였는데 사회학적 이론으로 설명해줘서 좋았 습니다. (16 신소재공학부 황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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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오던데, 사실 확인을 해줬으면 좋겠습니 다. (14 화학공학과 유재성) • 교지에서 사용하는 사진들 중 일부를 맡아보 고 싶습니다. (16 신소재공학부 황성주)


한양교지 편집위원회 광고비 사용내역(7,8,9월) 1. 107호 내부원고료

1,648,500원

2. 107호 외부원고료

0원

3. 비품구입비

0원

4. 기타

합계

35,000원 1,683,500원

* 금액 사용 기준 외부 원고료 : 외부 필진 원고료 및 한양 학우 기고 원고료 비품 구입비 : 사무용품 구입비 및 수리비 기타 : 문화상품권 지급비, 교비 발송비, 복사비, 송금 수수료, 교통비, 홍보비 등

* 2019년 7,8,9월 사용내역입니다. * 정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후 pdf 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 본 108호의 원고료 책정 내역은 109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한양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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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수습위원 지원서 이름 생년월일 학과, 학번 관심분야 경력 주소 연락처 E-mail

지원동기

위와 같이 2019학년도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수습위원 모집에 지원합니다. 201 년 지원자

『한양』교지편집위원회 184

일 (인)


편집후기 김경모

이 들며 방황할 때도 많겠지만, 제가 보장하 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어제보다 더 나아지고

늘 그랬듯, 이번에도 제 짬밥에 대한 하소연

있다고요. 개개인들에게 쓰고 싶은 말들이

으로 편집후기를 시작합니다. 이번이 6번째

정말정말 많지만, 하고 싶은 말들은 꾹꾹 참

인데, 정말 늘 새롭네요. ‘라떼는 말이야~’를

고 롤링페이퍼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시전해도 위화감이 없습니다. 편집장으로서 는 첫 호인 셈인데요, 이제는 직접 글을 쓰

박준영

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많이 낯설어요. 새로 운 역할을 하려다 보니 스스로 부족함을 많

부편집장이 되어서 쓴 나의 첫 번째 호가 끝

이 느꼈습니다. 감정적으로 흔들린 적도 많

났다. 수습일 때는 적응하는데 힘들었고, 편

았고, 다른 사람들을 잘 챙겨주지 못한 것 같

집위원일 때는 수습을 끌어주고 홀로서기를

아 정말로 미안할 때가 많았습니다. 제가 여

하면서 힘들었다. 부편집장이 되어서는 내

러분들을 빡빡한 일정으로 괴롭힌다고 느꼈

가 아닌 전체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을 해

다면,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불신감이 컸기

야 했다. 다른 사람이 부편일 때는 실감이 안

때문일 겁니다. 그렇기에 너무 조급한 모습

됐던 일들이 이제는 감각을 넘어서 나에게로

을 많이 보여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온다. 부족한 것도 많았고 미숙한 것도 많은

편집장이 되니까 새로이 느끼는 것이 참 많

또 한번의 처음이었다. 작년 이맘때쯤 교지

은데요, 전보다 고민이 많이 늘게 되더군요.

에 들어온 내가 문득 생각난다. 지난 1년간

편집위원일 때는 내 글만 고민했지만, 이제

많은 것을 얻고 배우고 그리고 잊고 있었던

는 남의 글 때문에 잠을 설치는 경우가 늘었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작년의 나

습니다. 최대한 해결책을 주고자 했지만 과

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많고 동시에 역설적

연 그러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어

이게도 말없이 그저 지켜보고 싶다.

떻게든 글을 살려오는 것을 보면 경이로움

꿀 같은 방학동안 이번 호를 위해 노력의 땀

을 느낍니다. 더불어 편집장이 되니 정말 한

을 흘린 교지편집위원회 모두들 고맙고 축하

사람 한 사람이 쭉쭉 성장하는 게 느껴지더

합니다. 교지를 떠나시는 분들한테도 따로

군요. 다른 OB선배들이 날 볼 때 저런 기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 남아 있는 사람

이었을까요. 아마 제가 그랬듯이 다른 사람

들에게는 힘내자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어

들도 과연 자신이 나아지고 있는지 회의감

쩌다보니 이렇게 이번 호도 무사히 마무리가

한양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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됩니다.

몸도 마음도 편한 상태에서 쓰고 싶네요.

김혜선

이채움

와,,, IC-PBL이 마지막에 이렇게 될지 몰랐

편집위원이 되고 첫 호입니다. 교지 덕분에

네요. 지원이가 가장 힘들었을 텐데 좋게 글

방학 한 달을 허투루 보내지 않게 되었습니

마무리되길 바랄 뿐입니다. 능력이 없는 편

다. 철야와 힘들었던 경험들은 소중한 기억

집위원이라 괜히 고생시키는 거 같아서 미안

과 추억으로 남겠지요. 특히 이번 호를 발간

한 마음도 공존하네요. 지원이가 나중에 와

하며 저 스스로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할 수

서 욕해도 달게 받아야겠어요. 같이 글 쓰게

있었습니다. 제 주관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

된 것을 후회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나

었고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갖기

중에 밥이라도 살게 지원아.

도 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지금의 전, 교지실

이번 호에서는 다들 인터뷰에 치였네요. 인

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보다 더 발전한 것 같

터뷰 일정이 안 잡히기도 하고 거절도 많이

네요. 대학에 입학하고 다시 한 번 성장의 발

당해서 유독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판을 마련해 준 교지편집위원회, 정말 고맙

이래서 제가 방학을 싫어합니다. 학생이 방

습니다. 또 이번 교지를 발간하면서 함께했

학을 싫어할 정도면 말 다 한 거 아닌가요?

던 경모, 준영이, 혜선이, 성현언니, 지원이,

다음에는 모두 거절당하지 말고 인터뷰 무사

도현오빠, 서연이 정말 고마웠어요!

히 끝내길 바랍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편집장을 단 경모와 부편

한성현

집장을 단 준영이 모두 고생 많았어요. 둘 다 일에 치여 사는 것 같은데, 이번 쉬는 기간만

노동자 단결을 외치던 교지 노조 위원장 시

큼은 푹 쉬는 기간이 되길. 그리고 형편없는

절을 지나고 우당탕탕 죽음의 트라이앵글도

편집위원한테 쓴소리하고 싶었을 텐데 참느

거쳐 결국 세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마감과

라 수고했어요. 물론 참지 않고 전부 다 말했

개강은 막을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

을 수도 있지만.

닫게 되네요^^* 이제 막 피드백이 재밌어지

휴학을 외쳐대는데 왜 휴학을 하지 않는지

던 찰나, 저는 잠시 쉬어가는 길을 택했습니

의문이 드는데, 다음번엔 휴학이 아니더라도

다. 후련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제대로 된

186

편집후기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는 지금이 아쉽기만

는 더 만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지

합니다. 진짜 제가 티를 안내서 그렇지 많이

에 방학을 바친 경모, 준영이, 혜선이, 채움

아쉽다니까요!

이, 성현 언니, 도현 오빠, 서연이 너무 수고

정작 쓰라는 글은 잘 쓰지도 못하고 말장난

했고 고맙습니다! 이제 족발 먹을 일만 남았

만 좋아하던, 편집장님의 말을 빌리자면 ‘관

네요.

상용’(여러분! 이것이 바로 사랑이 넘치는 교 지의 수준입니다!) 멤버였지만...함께 해준

김도현

교지 동생들 많이 고맙습니다. 편집장과 부 편집장 둘 다 너무 고생이 많았는데 앞으로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 한다.' 저는 이 말을

도 고생 많이 힘내요! 그리고 제가 없더라도

참 좋아합니다. 'Talk is cheap, show me

노조 톡방을 누군가가 꼭 만들어주시길 바랍

the code.' 만큼이나 멋있어 보이잖아요. 얼

니다! 허허 모두들 내가 많이 사.. 사랑한다!

마나 읽었든, 얼마나 발로 뛰었든, 얼마나 포 기한 것들이 많든지 간에 기자는 좋은 기사

이지원

로, 개발자는 좋은 코드로 말해야 합니다. 머 리로는 알고 있는데 막상 하게 되면 왜 이리

지난 호의 진지충보다 재미있고 말랑말랑한

도 핑계가 많이 생기는지. 종종 그것들을 핑

글을 쓰고 싶었는데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습

계가 아닌 이유로 삼고 싶은 마음에 잠을 설

니다. 이번 호를 위해 두 개의 기사를 쓰면서

치기도 했지만 이게 최선이라 하기엔 부끄러

절실히 느꼈습니다. 기사는 설령 가볍더라도

우니 남겨둔 기력은 다음 호에 녹여내도록

글을 쓰는 기자는 무거워야 합니다. 완성해

하겠습니다.

가는 한 글자, 한 문단, 한 기사를 무겁게 써 내려야 합니다. 저의 이름 하나가 달릴지라

곽서연

도 독자는 저 한 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거 짓은 없어야 하며, 논리적 오류도 없어야 합

한양 교지 108호..! 교지 일하면서 제 첫 책

니다. 이를 위해 교지 기자들은 매주 치열하

이네용... 감격스럽습니다.... ㅠㅠㅠㅠㅠㅠ

게 논쟁하며 밤을 보냅니다. 글을 다듬으며

ㅠㅠㅠ 땀 흘리면서.. 교지 면접 보러 간 더

잠깐 푸념해 봅니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

운 여름날이 생각나네요,,

만 차츰 더 나아질 수 있겠죠? 다음 호에서

간단한 줄 알고 갔는데 글쓰기 시키고,,,,

한양 108호

187


1시간 동안 면접 보고.... ㅎㅎㅎㅎㅎㅎㅎㅎ

하고,,, 성실하게,,임할게요...!!! ㅋㅋㅋㅎㅎ

ㅎ 다들 면접 때.. 교지 일 너무 힘든데 할 수

모자란 수습 교육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다들

있겠냐고.... 그런 질문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ㅠㅡㅠ 특히 준영잌ㅋㅋㅋㅋㅋ 사이좋게 지

나네요.. (도망칠걸..)

내자 이제.... 잘할게 내가?..^^..

ㅋㅋㅋ 장난이고요 그때는 교지 일하고 싶었

움.. 다들 너무너무 수고했고.... 월 수 회의

던 이유가 글 쓰는 법 배우고 싶은 것도 있었

마다 맛있는 밥이랑,,,웃음을 책임져줘서 고

는데 후회의 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

맙습니당,,,,,,,, 흐흐 앞으로도 잘 지내봐

는 끈기를 배우고 싶어서 지원했어요. ㅎㅎ

요........!!!!!^,^... 한양 교지 화이팅..ㅎㅎㅎ

솔직히 너무 바쁘고 생각 없이 놀다 보면 내 가 선택한 일들도 가끔은 왜 했지 싶고.. 그 럴 때가 오더라구요.. 그때마다... 그런 순간 들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 한 일이니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자” 는 마인드를 배우고 싶었어요.....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실천하겠습니다..ㅎㅎ 근데 저 는 생각보다 이번 호 글 쓰면서 그렇게 힘들 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잘해서가 아 니라~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고 수습이라 서 글 분량도 적었구.. ㅎㅎ 감사하게 생각합 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있어서.. ㅎㅎ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 요! 진심으로.. 하나의 책을 내기 위해서 7월부터 다들 책임 감 있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 보면서 많은 것 을 배워갑니다. ~ (다들 너무 멋진 사람이야 ~~~) 앞으로 더 많이 배울게요. ㅎㅎ 그리구,, 다음 호에서는 글도 더 많이 쓰구,,, 더 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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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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