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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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YANG 2021 vol. 117

WINTER

눈길

장애학생 한양사회봉사 교내근로장학생 선발

소득분위

사이버불링

WINTER

군 인권

2021 vol.117

학교 행정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상기후 리셀테크

눈 길

한양교지편집위원회


김지현

이에스더

구본성

여유를 달라

휴식이 필요해

맺음의 미는 초심일진대

황성주

최지원

김가연

안녕 교지

노들섬에서

♬ 오랜 날 오랜 밤 – 악동뮤지션 ♬

김어진

송미주

이진재

-[

이번 생은 처음이라

새로운 발걸음을 떼며

]-

편집장_ 김지현

송미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1학번 smju711@hanyang.ac.kr

정책학과 19학번 HYgyoji@gmail.com

이진재 국어교육과 21학번 jeremy02@hanyang.ac.kr

부편집장_ 이에스더 사학과 20학번 esther015@hanyang.ac.kr

펴낸이

김지현

편집위원

엮은이

한양대학교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구본성 국어국문학과 16학번 bagsa1902@hanyang.ac.kr

주소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222 한양대학교

황성주 신소재공학부 16학번 saint95@hanyang.ac.kr

학생회관 4층 교지편집실

전화

010-4653-6855

수습위원

디자인

(주)티에스업앤업 02-2285-6846

김어진 독어독문학과 21학번 kimeojin@hanyang.ac.kr

펴낸날

2021 겨울

최지원 의류학과 19학번 bereno6@hanyang.ac.kr 김가연 국어교육과 21학번 kayeon0428@hanyang.ac.kr

*학생회비에 포함된 교지 대금 2,000원을 내주신 학우 여러분이 『한양』의 주인입니다. *본지는 한양 학우의 소중한 학생회비와 광고비로만 만들어집니다.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를 금지합니다. *본지가 나올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HANYANG 2021 vol.117

Winter


목차

004 여는 글

008 누군가에게는 모니터, 누군가에게는 장벽 020 사회봉사의 불시착 030 근로의 세계 044 마지막까지 실망시키지 않는 한양

062 소득에 긋는 선, 마음에 긋는 선 078 군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088 마음을 죽이는 폭력: 사이버불링 100 격동의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작전명 미라클

114 지구 멸망 기획서 128 리셀: 가격을 불리는 연금술


기고문

140 우주시민 141 겨울을 보내는 가장 완벽한 방법 144 늦여름이자 초가을

책 추천

146 편집위원이 추천하는 도서목록

154 경영학과 21학번 김다은

155 의예과 21학번 배준현

날적이

158 반 고흐 전시회 160 떠나는 자리 162 교지편집위원회를 마무리하며

154 편집후기


여는 글

한양대학교 학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겨울 호부터 『한양』의 편집장을 맡은 김지현입니다.

올해의 마지막 호에는 옛 교지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사실 교지의 제목은 기사 소재를 선정하기 전에 정해지는 게 아닙니다. 기사 마감까지 끝낸 후에야 제목으로 쓸 만한 단어를 부랴부랴 찾습니다. 맞지 않는 칸에 억지로 퍼즐을 끼워 맞추는 것처럼, 제목과 어딘가 거리가 있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기획 단계부터 교지 전체를 관통하는 기조를 부활시켰습니다. 바로 ‘시선’ 인데요, 약자와 부조리에 관심을 보내자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눈길’은 이러한 시선의 연장선상에서 붙여진 제목입니다. 『한양』은 어디에 눈길을 주었을까요?

학내에서는 꽤 익숙한 단어들이 보입니다. 장애학생, 한양사회봉사, 근로장학생, 학교 행정…. 이는 오랜 시간 동안 문제로 제기되었지만, 제대로 짚어주는 이 없이 넘어간 사안들입니다. 학내 첫 번째 기사인 장애학생이 대표적입니다. 장애학생들은 여러 학우의 무관심 속에 코로나19로 인한 아픔을 꾹 견뎌내야 했습니다. 이들의 어려움을 생동감 있는 르포로 풀어냈으니, 부디 학우들 사이에서 장애학생들 앞에 놓인 눈길을 함께 헤쳐나가고자 하는 연대가 생기길 바랍니다.

사회와 문화에서는 조금 더 약자와 부조리에 집중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공동체의 일원인 만큼 서로 날을 세우는 것이 아닌, 따뜻한 온기를 나누자는 희망을 이야기했습 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눈길 청소가 꼭 필요한 것처럼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하루라도 빨리 정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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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와 함께 기고문도 교지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슬프게도, 어느 순간부터 교지와 학우 여러분들 간의 연결고리는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독자 여러분들과 접점을 만들고자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기고문은 그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한양』은 편집부의 목소리만 담는 곳이 아닙니다. 학내 구성원들이 다양한 이야기할 수 있는, 일종의 무대입니다. 언젠가 메일함이 학우 여러분의 독특한 시각이 담긴 기고로 가득 차길 소망하며, 편집부 또한 더 나은 기사를 싣도록 애쓰겠습니다.

발걸음이 바빠지는 12월입니다. 교지실 사람들도 어느 때보다 많은 열정을 쏟아 부으며 겨울호 작업에 매진했습니다. 기사 외에도, 교지 안팎으로 크고 작은 정돈을 했습니다. 과연 『한양』이 어떤 모습으로 독자 여러분들에게 비칠지, 그리고 이번 호를 어디서 발견하셨을지 마냥 궁금합니다. 과제와 시험으로 어깨가 무겁겠지만, 그간 걸어온 길을 회상하며 한 해를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눈길에서 첫발을 내디딜 때의 설렘과 간지러움이 여러분의 내년에 펼쳐지기를 기원하겠습니다.

『한양』 편집장 김지현 드림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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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장애학생 편집위원 황성주 saint95@hanyang.ac.kr 수습위원 김어진 kimeojin@hanyang.ac.kr

02 한양사회봉사 편집위원 김가연 kayeon0428@hanyang.ac.kr

03 교내근로장학생 선발 편집위원 최지원 bereno6@hanyang.ac.kr 편집위원 김가연 kayeon0428@hanyang.ac.kr

04 학교 행정 편집위원 구본성 bagsa1902@hanyang.ac.kr 수습위원 송미주 smju71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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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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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사진 = 황성주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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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장애학생 #학습권

누군가에게는 모니터, 누군가에게는 장벽 편집위원 황성주 saint95@hanyang.ac.kr 수습위원 김어진 kimeoji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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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10억명 장애인들이 겪는 교육 접근성 문제를 심화시켰다.” - UN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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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도우미를 모집합니다.” 한양대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받는 알림이 있다. 바로 장애학생 도우미를 모집하 는 알림이다. 이 알림은 한양 포털, 문자, 이메일 등 다양한 경로로 학생들에게 도착하 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무심결에 지나치곤 한다. 결국 신청하는 학생 수가 적어 도우미 모집을 완료하기까지는 늘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 년 1학기, 도우미를 배정받지 못한 장애학생들이 생기는 불상사가 한양대에서 발생했 다. 그 어느 때보다 도우미의 존재가 절실했던 장애학생들에게는 비대면 학교생활이 낳은 외로움이 도우미의 부재로 인해 더욱 시리게 느껴졌다. 온라인 수업은 장애학생들에게 거대한 장벽과도 같았다. 일부 학교에서는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자막 서비스와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대체 텍스트1)는 고사하고 보조기기 지원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전국의 많은 장애학생들은 휴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각 학교가 원격수업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장애학생들의 입장을 고 려했다면 이러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장애학생들은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녹화강 의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원격수업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도 장애학생은 소외되어왔 다. 그러나 도우미를 모집하는 알림에 화답하는 이들이 적었듯 장애학생의 고충 토로 에 함께하는 이들 역시 적다. 더 이상 장애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는 상황을 외 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비록 화면과 화면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한양 대학교라는 하나의 공동체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한양』은 장애학생들의 고 충 토로에 함께 하고자 한다. 이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 을 기울일 수 있을까?

1)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 웹 사이트에 게시된 이미지를 시각장애인이 이 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글이나 문구. 화면 낭독 프로그램이 대체 텍스트를 읽어 시각장애인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출처: 네이버 IT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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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의 학습권과 그 보호망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장은 장애학생의 교육 및 생활에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관한 지원을 총괄·담당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치·운영

<교육기본법> 제4조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한다.

하여야 한다. <한양대 학칙> 제59조 2항 장애로 인하여 입학과 수학에 차별이나 불이익이 없이 교육을

<특수교육법> 제30조

받을 수 있도록 보호와 지원을

장애학생 수가 10명 이상인 대학의

한다.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든 차별받지 않고 균등한 조건에 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따라서 대학이 장애학생을 지원하는 것은 모두에게 평등한 학습환경을 조성해야 할 교육기관으로서의 마땅한 의무이다. 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학교 내에 설치한 기구가 바로 장애학생지원센터이다. 2008년부터 특수교육법 제30조에 따라 장애학생지원센터는 각 대학에서 의무적으 로 개설해야 하는 기관으로 지정되었다. 한양대학교 역시 학칙 제59조 2항에 따라 학 생들에게 장애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불어 숲'이라는 이름의 장애학생지 원센터를 설치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학생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제공하 고 있다. 새내기 OT, 간담회 개최, 기숙사 우선 배정 등의 생활복지 지원과 장애학생들 이 만나 교류할 수 있는 모임 활동 지원, 진로 및 취업 관련 상담을 한다. 또한 학교 교 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식 개선 프로그램과 강의를 진행한다. 대표적인 지원으로는 도우미 학생 제도가 있다. 이동 도우미는 장애학생의 강의실 간 이동을 돕고, 대필 도우미는 강의 중 핵심적인 내용 정리를, 타이핑 도우미는 수업 전체 내용을 기록한다. 장애학생지원센터로부터 받은 공문을 교수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도 도우미의 역할 중 하나이다. 공문의 내용은 장애학생이 수업을 참여하는 데 필요 한 지원을 부탁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학습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도우 미 학생과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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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더 악화된 장애학생의 대학생활 # 코로나19 속 장애학생들이 겪는 전반적인 어려움 법적 제도와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할 장애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7월, 장애인야학협의회2)가 발 간한 ‘코로나19 장애성인교육권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곳곳의 장애학생들이 코로나 19 발생 이후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학교와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미비한 지원이다. 각 학교에 장애학생지원 센터가 설치되어 있어도 독자적인 부서가 아니거나 담당직원의 교체가 잦아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몇몇 대학 장애학생들은 센터로부터 원격 학 습활동에 필요한 도우미나 보조기기 등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고 교수에게 직접 도 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심지어 교수로부터도 적절한 편의를 받지 못하고 학생이 해결 방안을 개별적으로 모색하기도 했다. 자막과 수화 통역 제공은 그저 꿈 같은 일이었 다. 자막 제공을 하는 학교가 있다고 하더라도 보통 업로드까지 1~2주가 걸려 시험 기간마다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두 번째는 낮은 웹 접근성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보통 음성인식 프로그램이나 전자 정보 단말기를 통해 웹사이트를 이용한다. 하지만 학교 홈페이지와 강의용 애플리케 이션이 해당 프로그램과 호환되지 않아 강의자료 확인 및 과제 제출, 토론 등의 기본 적인 학습 참여에 불편함이 생겼다. 한편 청각장애인들은 보통 순독3)을 하는데, 다른 학생들이 카메라를 끄고 있거나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토론에서 소외되곤 했다. 강의 중 교수의 얼굴 대신 강의 자료만 송출되는 경우에는 강의를 이해하는 것조차 불가능 하다.

2) 중증장애인 성인들을 위한 교육과 지원을 구축하여 중증장애인의 평생교육과 지역사회 통합 및 참여를 만드는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의 연합체 3) 독순(讀脣)이라고도 한다. 입술이 움직이는 모양을 보고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내는 방법 (출처: 「순독」, 고려대한국어대사전,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원,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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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도우미의 부재이다. 비대면 강의의 특성상, 이전처럼 장애학생이 도우 미와 함께 수업을 들으며 즉각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에 수업 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모집에도 도우미 신청자 수가 적다 보니 도우미를 배정받는 것이 장애학생들에게는 천운인 셈이다.

# 한양대학교 장애학생들이 겪는 어려움

▲ 청각장애학생의 도우미의 호소글 (출처: 한양대학교 에브리타임)

그렇다면 한양대의 상황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우리 학교 역시 장애학생들에게 균 등한 학습 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청각장애를 가진 한 학생은 원격 수 업이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타이핑 도우미를 구하지 못해 강의를 독학 중이라며 학 생들에게 호소했다. 이에 우리 학교 장애학생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더욱 생 생히 알아보고자 한양대 재학생 A씨4)의 일상을 살펴보았다.

4) 학생의 요청으로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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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학기부터 비대면 강의가 시행된 지 벌써 햇수로 2년이 지났다. 이 시간 동안 많은 학생이 제약이 생긴 학교생활에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 다. 그러나 이 원격 수업 환경이 어떤 이들에게는 아쉬움을 뛰어넘어 학습 자체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그들은 바로 장애학생들이다. 청각장애를 가진 A씨는 마이크 및 오디오 기능을 가진 블루투스 기기를 인공와우5)에 연결해 비대면 강의를 듣는다. A씨는 “이 기기를 사용하면 보 통 수업의 20~40% 정도를 알아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업 이해를 위 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이 기기마저 없으면 수업 내용의 5%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장애학생지원센터 ‘더불어 숲’(이하 ‘더불 어 숲’)으로부터 실시간 자막 앱도 제공받았지만 수업을 따라가기는 여전 히 쉽지 않았다. 교수마다 말의 속도와 억양이 다르고 중간중간 외국어를 사용하는 경우 프로그램의 정확도가 낮아졌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기계의 한계는 도우미 학생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 근 A씨는 굉장히 곤란한 일을 겪었다. A씨의 타이핑 도우미가 학기 도중 일을 그만둔 것이다. 수업 이해를 위해 타이핑 도우미에게 큰 의지를 하고 있던 A씨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사실 타이핑 도우미의 부재는 비단 A씨만의 일은 아니다. 많은 장애학생들이 타이핑 도우미를 필요로 하 지만, 대부분 대필 도우미만 배정받는 것이 현실이다. A씨는 “강의 내용을 전체 타이핑하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에 많은 학우님이 타이핑 도우미로 서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며 학우들을 이해하는 한편 씁쓸한 마음을 내비 쳤다. 갑작스러운 타이핑 도우미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A씨에게 ‘더불어 숲’은 추가적으로 속기사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A씨는 전문

5) 감각 신경성 난청 환자에게 수정된 소리 감각을 제공하는 외과적으로 이식된 신경 보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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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기사 서비스가 만족스럽다며 “안정적으로 계속되길 바라는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재정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전문 속기사 지원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떨쳐지지 않는다. 결국, 지금으로써는 타이핑 도우 미가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A씨는 다시금 느끼고 있다. 장애학생들의 원활한 수업 참여를 위해서는 교수의 역할도 중요하다. 따라서 ‘더불어 숲’은 매 학기마다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에게 적절한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다. 그러나 뜻밖에도 A씨는 지금까지 “어느 교수님께 도 필요한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A씨의 장애를 숙지하 지 못하고 있는 교수가 많았다. 한 수업 중 교수는 A씨에게 갑자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질문을 듣고 바로 대답할 수 없었던 A씨는 난처해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시험 도중 교수님과 조교님의 공지를 듣지 못해 시험을 마무리할 시간을 놓쳤던 경험이 있었다”고 A씨는 털어놨다. 코로나 기간 동안 장애학생 A씨는 학습 참여 중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더불어 숲’으로부터 지원받은 기기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교수의 배려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으며, 타이핑 도우미 학생이 부재했기 때 문이다. 그나마 전문 속기사 지원을 통해 현재는 부분적으로 해결이 된 상 황이다. 하지만 비대면 강의 속에서 A씨가 느꼈던 소외감은 위드코로나 시 대가 시작되어 대면 수업이 재개된다고 해도 풀리지 않은 채 이어질 것으 로 보인다. 대면 수업을 앞두고 여러 가지 고민이 뒤따르는 요즘, A씨는 다 음과 같은 바람을 전했다. “마스크 때문에 입 모양을 보지 못할 것이 가장 걱정됩니다. 타이핑 도우 미의 지원이 필요하나 학우님들이 많이 기피하시는 일이기에 대면 수업에 서도 지원센터로부터 속기사의 지원을 받는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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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기에, 함께 더 노력해야 합니다

# ‘더불어 숲’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그렇다면 지난 4학기 동안 학교는 실제 장애학생들을 위해 어떤 일을 했을까? 교내 장 애학생지원센터 ‘더불어 숲’에서 근무 중인 최범준 차장(이하 ‘더불어 숲’)을 만나보았다.

『한양』: 장애학생지원센터 ‘더불어 숲’은 학내에서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 드립니다. 더불어 숲: 숲속에는 여러 가지 나무와 풀, 꽃이 있듯이, 더불어 숲이라는 명칭은 장애 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어울려서 학교생활을 하고 공동체를 영위한다는 의미입니 다. ‘더불어 숲’은 장애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교수학습 및 생활 복지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교내 기관입니다. 『한양』: 2021년 2학기 기준, 장애학생 현황은 어떻게 되며 전체 수업 대비 장애학생들이 듣는 수업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더불어 숲: 올해 2학기 기준 재학생은 48명, 휴학생은 15명이 있습니다. 대부분 청각장 애나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고, 이외에도 다양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재학 중입니다. 장애학생들이 듣는 수업은 전체 학부 수업 2,816개의 강좌 중에서 282개의 강좌입니다. 『한양』: 비대면 수업이 운영되는 동안 장애학생들의 어려움이 컸으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숲’에서는 어떻게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숲: 장애학생들에 대한 지원은 방학부터 시작됩니다. 장애학생들은 일반학생들 보다 열흘 정도 먼저 수강신청을 합니다. 이후 필요한 도우미를 파악하고, 도우미 지원 자를 받아 장애학생들과 이어줍니다. 또한 장애학생이 수강하는 강의의 교수님께 공문 을 보내드려 강좌 수강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장애학생의 소속 단과대에도 지원 방 법을 설명합니다. 다만 현재 이메일을 통해서만 전달이 되다 보니 모든 교수님들이 확 인을 하시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장애학생들의 고충을 직접 듣기 위해 장애학생들과의 간담회도 여러 차례 온라인으로 진행 했습니다. 이외에도 ‘더불어 숲’ 자체적으로 교내 식당들을 조사하여 필요한 사항들을 확인했 고, 노트북과 태블릿을 추가로 7대 구입하여 장애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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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이번 학기 초 장애학생 도우미 모집 안내 문자가 예년에 비해 더 많이 발송 된 것 같습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도우미가 부족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숲: 코로나 사태가 막 시작되던 2020년 1학기에는 학생도우미를 구하지 못해 몇 몇 장애학생들에게 연결해주지 못했습니다. 이에 긴급히 학교 예산팀으로부터 추가 예 산을 받 아 음성을 실시간으로 기록해주는 어플을 구입했고,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속기 사 서비스도 소개하여 최대한 장애학생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했습니다. 이후 도우미 제 도를 개편했습니다. 금전적 인센티브를 인상했고, 영어전용 강좌를 포함한 모든 수업에 대해서 봉사시간을 추가로 부여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한 결과, 올해 에는 모든 장애학생들이 희망하는 도우미 학생을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6)

# 장애학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하자 ‘더불어 숲’은 국가적 재난상황 속에서도 장애학생들이 제대로 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장애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상황을 완벽하게 해소 할 수 없었다. 예산이나 인력 등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모두가 나서야 한다. 먼저 정부와 국회는 위드코로나 시대에 맞는 장애학생 학습권 보장 방안을 마련해 야 한다. 단순히 대학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 장애학생 지원 및 장애학 생지원센터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즉 재난 상황에서 국가와 대학의 의 무를 명확히 하고, 이와 관련된 법률과 시행령을 제정하여 보다 근본적으로 장애학생 들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다음으로 학교 차원의 노력이다. 2021년 2학기 기준 45명이라는 적지 않은 수의 장애학생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으나 ‘더불어 숲’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2명7)에 불과하 다. 이런 상황에서는 장애학생들의 필요사항이나 요구가 제때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 6) 다만 올해 2학기의 경우, 한 강좌에서 장애학생에게 도우미 연결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 숲은 그 학생이 수업을 듣는데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다. 7) 2021.09.27 기준. 이외에도 근로장학생 3명이 근무하며 업무를 보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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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많다. 따라서 학교본부는 장애학생들에게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을 ‘더불어 숲’에 확충해야 한다. 매 학기 열리는 장애학생 특별지원위원회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장애학생 특별지 원위원회는 장애학생들의 건의사항 및 기타 안건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 학기에 한 번 개최하기에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에서는 장애학생들의 필요사항 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 장애학생들이 겪는 혼란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는 장애 학생 특별지원위원회를 가능한 한 자주 개최해야 한다. 더욱이 장애학생들의 목소리 가 학교본부에 바로 전달되도록 장애학생 대표자가 위원회에 참석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지원 프로그램도 개선이 필요하다. 장애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도우미에게 더 큰 혜택을 부여하여,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또한 장 애학생들이 수업을 잘 듣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이 와 더불어 ‘위드코로나’ 시대에 나타날 장애학생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특히 대면수업은 과거와 달리 마스크를 쓰고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마스크가 청 각장애 학생에게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학생이 듣는 수업 을 진행하는 교수에 한해서라도 립뷰 마스크8)를 제공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끝으로 우리 학교 구성원들도 장애학생들의 어려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애학생들 역시 한양대학교 학생이기 때문이다. 장애학생을 돕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 겠다면 장애인식 개선교육이 큰 도움이 된다. 장애인식 개선교육은 한양대 포털의 법정 의무교육에서 받을 수 있다. 장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장애학생을 만났을 때 어떻 게 대처해야 할 지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으니, 장애학생을 위해 꼭 이수하자. 또 장애학 생 도우미가 되어 돕는 방법도 있다. 특히 타이핑 도우미가 부족한 만큼, 적극적으로 지 원해보는 건 어떨까? 이와 함께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장애와 관련된 부정적인 표현을 쓰 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에브리타임이나 SNS를 살펴보면 “너 지체장애냐?”, “장애인같 네.”와 같은 말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명백히 차별적이고 혐오표현 이며, 장애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다.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실천하고 장애학 생들과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점차 학내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8) 마스크의 중앙이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로 되어있어 입이 보이는 형태의 마스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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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한양대 학생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모니터 앞에서 온라인 강의만 듣는 비대 면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우리 모두 캠퍼스의 낭만과 즐거움을 박탈당한 것이 다. 하지만 이미 이전부터 대학생활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장애학생들은 코로나 사 태로 인해 가장 기본적인 학습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더욱더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들은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 홀로 힘겹게 팬데믹 시대를 버텨야 했다. 물론 학교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여러 혜택을 확대해 도 우미 지원을 독려하고, 보조기기를 더 확보하는 등 ‘더불어 숲’은 장애학생들이 불편 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했기에, 장애학생 개개인에게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몇몇 장애학생들은 학업을 중 단할 수밖에 없었다. ‘위드코로나’라는 국면을 맞이하여 원래의 일상으로 서서히 복귀하는 요즘, 우리의 시선은 다시 한번 주위의 어두운 곳을 향해야 한다. 특히 학내 구성원들의 조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수와 비장애인 학생 모두의 작은 배려 하나하나가 장애학생에 게 공부하는 데 있어 큰 보탬이 되지 않을까? 장애학생들이 한양대 학생으로서, 대한 민국 국민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 록 우리가 더 크게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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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사회봉사

사회봉사의 불시착 편집위원 김가연 kayeon0428@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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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내면의 힘으로써, 소리없이 도우는 것이다.” - 안종길 사회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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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봉이 뭐길래 한양대학교 학생들은 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개인마다 그 의미와 추구하는 목적이 다를 수 있지만, 봉사는 기본적으로 사회와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숭고한 행위 이며 참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크고 작은 의미를 갖게 한다. 그러나 한양대학교의 ' 사회봉사'는 많은 학생에게서 그 어떤 숭고함도, 의미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 고 있다. 학생들의 불만은 사회봉사 교과목이 2010년부터 졸업요건으로 의무화1)되면 서 심해졌다. 학생들은 대개 교과목 자체의 효용을 느끼지 못하겠다며 불만을 드러냈 다. 또한 학교가 정해준 틀 내에서만 봉사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유의미한 것인지 의문 을 제기했다. 한양대학교는 건학 정신인 사랑의 실천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글로벌 리더로서 성 장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사회봉사 교과목을 개설했다. 하지만 ‘사랑의 실천’이 라는 취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봉사 기 관의 봉사자 모집 요청이 감소함에 따라 수강정원도 함께 줄어들었다. 때문에 수강신 청을 실패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이에 졸업예정자들은 졸업 요건을 채우지 못할까 봐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사회봉사는 그 의미와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지 않았고 이에 따라 올바른 지점에 도달하지 못해 방황 중에 있다. 이러한 사회봉사의 불시착은 학생들을 통해 여실히 드 러났고 이제는 올곧은 방향으로 나아가 정착해야 할 때이다. 이에 『한양』은 과거에서 부터 지속되어 온 사회봉사의 문제점들을 꼬집으며 더 나은 교과목으로의 발전 방안을 모색해보려 한다.

▲ 사회봉사 강의평 (출처: 에브리타임) 1) 2009년에 입학한 신입생부터 적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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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착의 이유 사회봉사는 사회혁신센터에서 주관하는 1학점의 교과목이다. 수강생은 사회봉사 기 관 및 단체를 선택한 뒤 2시간의 소양 교육을 이수하고 해당 기관에서 30시간 이상의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이후 한 학기 동안의 활동 내용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하면 이 수가 완료된다. 평가 방식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과정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 사회봉사 교과목 운영 안내 (출처: 한양대학교 홈페이지)

학생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낮은 교육의 질이 다. 봉사는 배려와 사랑 등의 가치를 배울 수 있기에 졸업요건으로 두는 것은 이해할 수 있 지만, 그에 상응하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이다. 학교는 배움의 터이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덕목과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교육의 의무를 다한다. 그렇기에 졸업요 건으로 두는 만큼 중요한 과목이라면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해야 함이 옳다. 그러나 현재 진 행되고 있는 사회봉사의 활동은 처음의 계획과 달라지기도 하고, 청소 및 짐 옮기기 등 단 순노동을 요구하기도 한다. 학습자들이 학습 목표에 부합하지 않은 교육을 받는 것은 낮은 교육의 질의 형태로 직결될 수 있다. 하물며 소양 교육은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우수하지 못하다. 봉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소양 교육은 필요하지만, 2시간가량의 교육동안 유익한 설명이 부족하기에 이도 저도 아닌 격이 되어버렸다. 둘째, 수강정원이 희망 정원에 비해 적다. 사회봉사 수강정원은 보통 1,200여 명이고,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그 정원은 920 여 명 정도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총체적인 수강생 수에 있다기보다 봉사 기관을 선택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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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경쟁률이 치열하다는 것에 있다. 시간과 거리 효율이 좋은 봉사 기관은 그만큼 선호 도가 높아 경쟁이 심하다. 특히 코로나19로 봉사 기관의 봉사자 요청이 감소함에 따라 수 강정원 역시 줄어 수강신청을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왔다. 즉 졸업요건임에도 불 구하고 수강할 수 있는 정원이 적어 학생들은 매번 치열한 수강신청을 통해 강의를 들어 야 한다. 셋째, 개인적으로 진행한 봉사 시간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이다. 봉사는 자율적 인 의지에서 비롯될 때 의미가 있는 행위이다. 봉사 기관의 선택이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 다면 자신의 의지로 자유롭게 선택해 진행한 봉사 시간은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이 타당하 다. 또한 사회적인 리더의 양성을 목표로 한다면 개인 봉사활동을 인정해 줌으로써 자발적 인 봉사 참여를 독려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사회봉사의 문제점들은 코로나19 상 황 속에서 더욱 심화됐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소양교육과 봉사는 사회봉사 과목의 형식만 남고 본질은 놓치고 있었다. 또한 농촌활동과 같은 대체 프로그램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 며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더욱 제한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다른 학교는 봉사활동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을까? 서강대의 경우 에는 ‘사회봉사’ 교과목을 2학점으로 지정해 운영한다. 사회봉사는 3개의 분반으로 나 누어 1, 2반은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3반은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봉사활동 을 진행한다. 총 14시간 정도의 이론수업과 24시간 이상(8회 이상) 자원봉사를 하는 형 식이다. 또한 졸업 필수 요건이 아니기에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들으면 된다. 한편 성균 관대의 경우에는 학교고유의 졸업요건인 삼품제 중 ‘인성품’이 곧 사회봉사이다. 인성 품은 40시간 이상의 교내외 봉사를 하고, 그중 교외 봉사는 20시간 이상을 필수로 해 야 한다. 이는 졸업 전까지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진행해도 되고, 교내의 ‘사회봉사론’이 라는 교과목을 수강하여 채울 수도 있다. 성균관대 측에서 말하는 자발적 봉사는 교외 에서 개인적으로 진행한 봉사 및 학교 봉사 동아리를 모두 포함한다. 두 대학과의 비교를 통해 한양대의 ‘사회봉사’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서강대는 한양대와 달리 사회봉사를 졸업필수 요건으로 두지 않고 학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진 행한다. 또한 성균관대는 사회봉사 교과목을 꼭 이수하지 않아도 자발적인 봉사들로 졸업요건을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한양대와 다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한양대 사회 봉사의 조건이 타대학에 비해 꽤 까다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는 사회봉사를 더욱 유연한 방향으로 개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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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인 듯 개선 사회봉사의 문제점들은 마땅한 개선 없이 몇 년을 이어져 왔다. 사회혁신센터는 올해 총학생회와 3번의 공식적인 회의를 하고 교과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사회봉사 개선 방안의 현재 진행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묻고자 안종길 사회혁신센터장(이 하 안종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양』: 사회봉사를 졸업 필수요건으로 지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안종길: 봉사는 한양대학교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입니다. 전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사회 봉사를 교과목으로 지정한 것은 학교에 재학 중인 동안 최소 한 번은 봉사를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였습니다. 사회봉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이 개인, 지역, 그리고 나라를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인재로 양성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봉사가 학점과 관련되다 보니 졸업에 쫓겨 수강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생각됩니다. 『한양』: 사회봉사 교과목을 향한 재학생들의 불만 사항들을 인지하셨다면,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이 궁금합니다. 안종길: ‘셀프 프로그램’2) 도입을 논의 중에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스스로 봉사 기관을 찾아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총장업무 보고 시에 제안했지만, 경영진 은 학생들이 과연 자발적으로 봉사기관을 찾아 그 효과를 거둘지 다소 의문이 든다며 더 나은 개선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표했습니다. 센터에서는 노동이 강조되는 봉사 들은 제외하고 질적으로 더 우수한 프로그램들을 선별해 가져오고자 합니다. 교과목 관 리 및 평가는 18명의 교수진이 분담하고 있습니다. Fail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정정의 기 간을 주어 Pass를 받을 수 있게끔 기회를 줍니다. 평가와 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센터 측에서는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양』: 제4차 좋은 수업 TFT 회의 기록에 의하면, 이번 2학기 사회봉사와 관련하여 수요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어떤 수요 조사를 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안종길: 코로나19 상황임에 따라 학생들에게 교과목 진행 방식에 있어서 온·오프라인 중 선호하는 방식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결과에 난감 했지만, 각각의 입장을 모두 반영하여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2) 스스로 봉사기관을 찾아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는 프로그램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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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올해 2학기 사회봉사 1차 수강신청을 졸업예정자만 우선하여 신청할 수 있게끔 한시적으로 바꾸었는데, 다시 이전처럼 조정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종길: 사실상 현재 상황도 한시적이라 생각됩니다. 같은 맥락으로 이번 학기 수강신 청 또한 한시적으로 진행된 것이며, 회의를 통해 조정될 것입니다. 수강신청이 코로나 19 상황의 이전처럼 운영된다면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가도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한양』: 소양 교육은 2시간 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이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이와 같은 소양 교육이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안종길: 사회혁신센터에서는 두 개의 주축을 방향 삼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순 수 사회봉사 프로그램 개발, 다른 하나는 17SDGs3)를 바탕으로 사회혁신의 마인드를 향 상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에 따라 소양 교육에서는 봉사에 대한 개념을 전달하 고 사회혁신의 마인드를 심어주는 데에 목표를 둡니다. 하지만 교수님들이 모두 똑같이 말할 순 없기 때문에 교육의 만족도에는 개인차가 있을 것입니다.

사회혁신센터는 인터뷰를 통해 학생들의 불만 사항들을 인지하였으며, 반성하는 자세로 다양한 개선방안들을 모색하며 노력 중임을 밝혔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로 논의를 끝마치고 내년에는 더욱이 개선된 봉사활동으로 진행하려는 것이 센터의 목 표이다. 사회혁신센터는 봉사를 함으로써 한양대 재학생으로서 17SDGs중 하나라도 자신 있게 말하고, 보람 있는 대학생활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교과목에 관한 연구 를 꾸준히 진행함을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현재로서는 사회봉사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기에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회봉 사와 관련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언급이 되어 왔기에 아직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3) SDG는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약어로, UN 경제사회부를 포함한 국가들과 UN에 의해 수십년 간의 작업으로 구축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의미한다. 이 중심에는 17개의 목표(No Poverty, Zero Hunger, Good Health and Well-Being,Quility Education, Gender Equality 등)가 존재한다. 이는 개발 및 개발 중인 모든 국가가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긴급히 취해야 할 조치이다. (출처: 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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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노력이 닿기를 사회봉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학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 선 학교에서는 ‘사랑의 실천’이라는 건학 이념 아래 개설한 교과목의 취지와 사회봉사 사이의 상관성을 확보하고, 학생들에게 이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모든 학습의 첫 단추는 학습 목표이다. 하지만 현재 사랑의 실천이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진 사회봉사 는 그 목표 달성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과연 노동성을 강조하는 봉사 또한 사랑의 실천과 상관이 있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봉사의 필요성을 강조 하기 이전에 이에 맞는 환경 조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졸업요건으로 의무화하 는 만큼 취지를 명확히 하고, 이에 상응하는 프로그램을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을 납득 시킬 필요가 있다. 소양 교육은 사회봉사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사회혁신의 마인드 를 심어주는 데에 목표를 둠으로써 유익한 시간이 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재학생들 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 세대라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학생들의 특성을 활용한 수업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뻔한 개념적인 설명이 주가 되지 않고 다양한 사례를 시각화하여 스토리텔링식으로 소개하고 간단한 개념적 설명으로 마무리한다면 학생 들의 흥미도 돋우면서 더 높은 교육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학교의 유연한 대응이다. 이번 2학기에 학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줄어든 수강정원에 대한 불만을 인지하여 졸업예정자와 비졸업예정자를 나누어 수강신청 시 기를 조정했다. 이처럼 학교는 앞으로도 적절한 상황에 맞는 수강제도를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봉사를 경험함으로써 사랑의 실천자를 양성하는 것이 학교의 목적 이라면, 개인적으로 진행한 봉사도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흐름이다. 현재 논의가 진 행되고 있는 셀프 프로그램도 좋지만, 기초학술영어 과목을 어학 성적 인증으로 대체 하는 것처럼 대체 가능한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학교의 노력과 더불어 학생들의 태도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사회혁신센터 측에서 는 학생들의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계약이 중지되는 기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수강 신청을 하고 참여를 하지 않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등의 태도는 수강신청을 실패한 학 생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관 모두에게 실례이다. 또한 소수 학생으로 학교와 기관 간의 계약이 중지되어 다른 학생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선택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 에서 큰 문제이다. 따라서 재학생들은 봉사 기관에서 활동을 할 때 학교를 대표하는 것임을 인지하고 더욱이 올바른 태도로 봉사에 임해야 한다.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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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내민 작은 배려는, 웃음꽃을 피운다 사회봉사에 대한 개선은 불가피하고 이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에 하 루빨리 성과를 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봉사의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고, 질적으로 우수한 프로그램을 가져올 수 있도록 꾸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학교의 본래 취지 속 사랑의 실천은 거대한 것이 아닌 가족과 친구 등 소소한 일상 속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 이해된다. 사랑의 실천에서 비롯된 사회봉사는 과 연 취지에 맞게 제 기능을 하고 있는가. 졸업요건이라고 지정할 만큼 중요한 과목이 라면 재검토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나가야 한다. 흐린 안갯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사회봉사는 화창한 지표가 필요하다. 봉사에 대한 인식 개선도 지표를 마련하는 데 있어 일조할 것이다. 봉사가 스펙 쌓기 위함으로 오 용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는 봉사가 왜 우리 삶에 필요한 덕목이 되었는지에 대한 원초적인 생각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봉사를 통해 우리는 먼저 우 리는 봉사를 통해 '배려'라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 봉사함으로써, 자신과 다른 삶을 경험하고 그들을 도우며 배려심을 기르게 된다. 그 작은 배려심이 확장되어 우리는 이타적인 마음을 갖게 되며, 이는 곧 모두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근본적인 첫걸 음을 만든다.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세상 속에서 주변의 불편함을 개선하려 노력함으 로써 조금이나마 세상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들이 잠깐이 라도 진심으로 웃을 수 있다면, 이것이 ‘봉사’라고 생각한다. 선뜻 내민 작은 배려는 상대방의 웃음꽃을 피운다. 따스한 시선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한양인이 되도록 학교와 학생 모두가 노력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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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중이니?

수습위원 모집 대

상 3학기 이상 활동 가능한 한양대학교 재학생

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학과의 선배·동기·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아래로 연락주시거나 학생회관 4층 편집실에 배치된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해주세요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 김지현 010-4653-6855/HYgyoji@gmail.com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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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근로장학생 선발

근로의 세계

편집위원 최지원 bereno6@hanyang.ac.kr 편집위원 김가연 kayeon0428@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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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근로 바통터치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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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근로, 공정한가요? 한양대학교 학생들은 근로장학(이하 근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에브리타임 에서는 꾸준히 근로 선발과 관련한 많은 질문이 올라온다. 대개 국가근로장학(이하 국 가근로)과 교내근로장학(이하 교내근로)의 차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선발 기준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했다. 또한 선발과 관련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들려오기도 했 고, 학생들은 근로가 인맥 선발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물며 메시지를 통해 일명 ‘꽂아주기’ 혹은 ‘바통터치’라 일컬으며 인맥으로 뽑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했 으며 이에 따라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교내근로 선발 과정에는 비리가 적지 않게 존재하는 것일지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 대학은 교내근로장학생 선발을 얼마나 공정하게 운영하고 있을까. 한국장학재 단이 제공하는 국가근로장학금 운영지침 제1조에는, “국가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학 생들에게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토록 근로 기회를 제공함에 따라 대학은 이를 효율적 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근로 장소를 선정하고 국가근로장학생을 선발함을 목적으로 한 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교내근로는 마땅히 공개하고 있는 운영지침서가 없기 에 교내근로와 국가근로의 취지는 서로 다른 것인지 의아하다. 이러한 의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근로와 교내근로를 보다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한양』은 우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국가근로와 교내근로의 차이를 설명하 려 한다. 이후 더욱 공정한 선발이 될 수 있도록 은연중에 퍼져있는 선발 문제를 꼬집 고, 해결방안을 찾아볼 것이다.

익명 1 쌤이 나보고 하고 싶은 사람 있냐는데 여기 너무 좋음..

익명 1 내 근로 바통터치 하실

▲ 근로와 관련한 학생들의 의문제기 (출처: 에브리타임), 인맥선발과 관련한 실제 카카오톡 내용1) 1) 익명의 학생에게 제보받은 것으로, 익명성 보장을 위해 대화 내용을 재구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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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종류의 근로가 있어, 국가근로와 교내근로 학교에 다니다 보면 도서관에서 근무하거나 건물 출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돕는 학생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같은 근로장학생이지만 크게 두 가지의 종류 로 구분된다. 하나는 모두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주관하는 국가 근로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교내에서 자체 선발하는 교내근로이다.

제3조 (근로학생 선정절차) ① 학기 중 또는 방학 중에 근로할 장학생 모집은 매학기 말에 공고한다. ② 근로를 원하는 학생은 제2조의 규정에 의한 본인 또는 가족의 경제적 사정을 증 명할 수 있는 다음의 서류를 학생처에 제출하여야 한다. 가. 국가근로장학생 지원 신청서 1부 나. 근로장학생 선정 기준별 해당 증빙서류 ③ 매학기마다 해당 근로 부서장이 선정하여, 적소에 배치하고, 선정자 명단은 학생 처에 통보한다.

▲ 국가근로장학생 선정 절차 (출처: 한국장학재단 국가근로장학금 운영지침)

▲ 근로장학생 선발 모집 예시 (출처: 한양대학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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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근로와 교내근로의 차이는 크게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선발 방식이다. 국가근로는 한국장학재단에서 규정하는 절차에 따라 선발이 이루어지지만, 교내근로 는 학교 절차에 따라 근로장학생을 선발한다. 둘째, 선발 시기이다. 기본적으로 국가 근로와 교내근로는 모두 학기 초에 선발이 진행되지만, 교내근로는 국가근로와 다르게 수시로 채용한다. 셋째, 선발 요건이다. 국가근로는 선발 요건으로 소득분위와 성적의 기준이 있지만 교내근로는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

국가근로

교내근로

한국장학재단에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는 시기에 교내근로의 유 형으로 근로장학금을 같이 신청 하면 되고, 이후 학교에서 공지가 올라오면 기관을 선택하여 지원

국가장학금 신청 여부와 상 관없이 학교 공지를 통해 신청

선발 시기

1·2차 국가장학금 신청시기와 동일

기본적으로 학기 초에 선발 하지만 공석이 생기면 공지 를 통해 선발하여 채우는 수시채용의 방식으로 선발

선발 요건

소득분위가 8분위 이하여야 하며, 직전학기 성적이 C0수준 이상

소득분위와의 상관 X, 상세한 요건은 부서별로 상이

장애학생 및 외국인유학생 도우미, 행정 지원업무

발열체크 업무, 행정 지원업무

지원 방식

예시

▲ 국가근로와 교내근로의 차이

국가근로와 교내근로는 비슷한 것 같지만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학생들 사이에서 나온 부정적인 이야기들은 이러한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까? 학생들은 비교 적 국가근로보다는 교내근로에 대한 의문을 에브리타임에 더 많이 남기곤 한다. 국가 근로는 한국장학재단의 운영지침 제2조에 따라 선발 기준의 우선순위를 소득에 두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를 1순위로, 정부보증학자금 대출이 있는 학생을 5순위로 두는 등 자세한 기준을 운영지침서를 통해 공개한다. 이처럼 국가근로는 운영지침을 바탕으 로 명확한 선정기준을 두어 선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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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조(근로학생 선정기준) ① 근로학생 수혜대상은 재학하고 있는 정규학생으로서 다음 각 호에 해당하 는 자의 우선순위로 한다. 1. 기초생활수급자 2. 차상위계층 3. 가족의 연간 소득이 “세대당 평균소득”에 미달하는 자 4. 가족의 연간 소득이 “세대당 평균소득”이상인 자 중 경제적으로 곤란하 다고 판단되는 자 (배정인원의 30% 범위 이내) 5. 정부보증학자금 대출이 있는 학생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가족의 연간 소득이 세대당 평균소득에 미달”하는지 의 여부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납부하는 건강보험 료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제4조 (근로학생 심사 및 선정) ① 근로학생은 제2조(근로학생 선정기준)의 우선순위로 심사하고 선정한다. 다 만, 근무장소에 배정된 인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성적순으로 한다. ② 근무장소에 배정된 인원 중에서 중도에 포기한 결원은 미배정된 인원 중에 서 1항의 순으로 보충한다.

▲ 국가근로장학생 선발 기준 (출처: 한국장학재단 국가근로장학금 운영지침)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교내근로에 관한 어떠한 운영지침서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 교내근로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모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서별·업무별로 선발 요건 이 상이하다. 또한 일부 모집공고문을 보면 지원 자격은 나와 있지만, 전반적인 선발 기준과 우대조건은 제시하지 않기도 한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더욱 선발 기준의 모호 함에 대해 꼬집을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교내근로 선발과 관련하여 자리 대물림이나 면접 자리 알선 등의 소문이 돌면서 선발 과정에 대한 신뢰는 더욱 크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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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소리라도 근로장학생 선발에 대한 문제점은 표면으로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 만큼 근로장학생 들의 속사정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에 『한양』은 교내근로를 경험한 학우들과의 인터 뷰를 통해 근로장학생 선발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자 했다.

『한양』: 본인이 하고 있는(혹은 했던) 근로가 국가근로인지, 교내근로인지 궁금합니다. 학생 A: 교내근로에 지원한 경험이 있지만, 해당 부서에서 원하는 시간표와 부합하지 못해 떨어진 것 같습니다. 학생 B: 교내근로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학생 C: 저는 6월 중순부터 국가근로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양』: 교내근로 선발 과정의 공정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학생 A: 설사 공정하더라도 선발 절차가 매우 불투명하여서 여전히 학생들로부터 불공정 하다는 의심을 받는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B: 저는 선발 과정이 나름대로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포털 홈페이지에 올라온 모 집 공고를 보고 간단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근무 가능한 시간표를 메일로 보내서 지원 하였고, 면접을 본 후 선발되었습니다. 이후 부서로부터 전해 들은 바로는 지원자가 꽤 많아서 서류 심사에서 많이 떨어뜨렸다고 합니다. 다음 근로장학생을 선발할 때에도 교 직원분께서 모집 공고를 올리고 면접 절차를 거친 후 선발하였습니다. 학생 C: 제가 근로한 곳의 지원자는 저를 포함해 세 명이었고, 자율형식으로 지원서 제출 및 대면 면접까지 공정한 선발 과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지원자 모두 모르는 사이며, 면 접관인 교직원분들 모두 접점이 없었습니다. 『한양』: 본인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알고 있는 교내근로 선발 문제점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학생 A: 개인적으로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학생 B: 저는 따로 들은 바는 없습니다. 학생 C: 제가 직접 들은 사례는 없지만, 에브리타임에서 몇몇 교내 발열 체크 아르바이트 학생 들에 대한 시선이 종종 인맥으로 선발한다는 이미지 때문에 곱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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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교내근로 선발과 관련한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본인의 생각 을 자유롭게 말해주세요. 학생 A: 적어도 다른 지원자의 숫자나 경쟁률, 선발 시 고려사항 등에 대한 사전/사후적 인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C: 소득분위에 따라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국가근로의 취지를 살려, 교내근로 또 한 고른 기회를 통해 선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근로 선발 문제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 부의 문제임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 일부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없었던 이유 는 학생들이 근로의 문제점을 알고 있어도 추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불이익으로 인해 말하기를 꺼려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수락했던 몇몇 재학생 분들도 도중에 응답을 거절하는 등 학생들은 근로에 대해 말하기를 조심스러워했다. 이처럼 조용하고도 수면 위로 떠 오르기 힘든 적폐는 이후 큰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신중하고 공정 한 절차를 통해 선발해야 함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학교는 근로장학생을 선발하는 데 공정한 절차를 거치고 있는 걸까? 『한 양』은 학생을 주체적으로 선발하는 기관 중 총무처 총무팀·인사팀(이하 총무처), 학생 처 학생지원팀(이하 학생처), 백남학술정보관(이하 백남)과의 인터뷰를 통해 근로에 관 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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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국가근로와 교내근로 중 어떤 것을 담당하는지 궁금합니다. 총무처: 교내근로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학생처: 국가근로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백남: 백남의 분관인 법학/의학/건축학술정보관과 음악자료실의 근로학생 수를 포함해 교내근로, 국가근로 각각 50명 내외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한양』: 근로장학생을 모집하는 시기와 선발 과정이 궁금합니다. 총무처: 보통 각 기관에서 1년 단위로 모집하고, 선발 기간은 1주 정도 소요됩니다. 모집 공고 후 일주일 이내에 서류심사를 통해 담당자와 면접을 보고 최종적으로 선발합니다. 학생처: 2월, 8월 초에 희망 근로 기관 신청을 받은 후 각 근로지에 국가근로장학생 신 청자 명단을 발송합니다. 각 근로지별로 소득구간, 희망 근로지, 학년, 시간표 등 기준 을 세워 선별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해 선발합니다. 결원이 발생하면 수시로 채용합니다. 백남: 국가근로와 교내근로 모두 보통 정기적으로 채용하되 사정상 결원이 생기면 수시 로 채용합니다. 선발은 백남학술정보관 홈페이지에 선발 공고를 올린 후 일정 기간 지원 서를 받은 다음 면접을 통해 선발합니다. 『한양』: 근로장학생의 필수 자격 요건과 선발 시 우선시되는 조건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총무처: 교내근로는 반드시 재학생이어야 하며 휴학생은 불가능합니다.2) 1학기 이상 근 무해야 하고, 근로 기간이 1년을 넘으면 같은 부서로 재지원이 불가능하다는 필수 요건 이 있습니다. 우대 조건은 근로지별로 다르지만 보통 1년 이상 근무가 가능한 학생, 업 무 특성에 따라 한 번 숙지한 업무를 이어서 1학기 이상 할 수 있는 학생을 선호합니다. 따라서 면접에서 휴학할 계획이 있는지 질문합니다. 학생처: 국가근로는 재학 중인 학부생3), 소득구간이 8구간 내이며 직전 학기 성적 백분위 70점 이상이 필수 자격 요건입니다. 우선 선발의 조건은 장애인(본인 및 부모), 다자녀가 구, 다문화-탈북 가구 등이 있습니다. 2) 교내근로에 대한 급여는 장학금으로 지급되는데, 재학생 신분이어야만 장학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에 재학생만이 근로가 가능함 3) 학사학위취득유예생, 휴학생, 졸업생 및 대학원생은 불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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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 총무처를 통해 전달받은 교내근로의 필수 요건을 지키고 있습니다. 백남이 원하는 근무 시간대를 갖추거나 특정 업무에 대한 관련 기술을 다룰 수 있는지가 우선 조건이 됩니다. 이런 우대 사항에 대해서는 모집공고문에 명시합니다. 『한양』: 교내근로의 경우 학생들 사이에서 공정성에 관해 의문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어 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백남: 아무래도 공지 자체가 기관별로 다르다 보니 학생들이 정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 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정한 선발 절차를 위해, 선발에 관한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한양』: 국가근로와 다르게 교내근로는 왜 소득분위를 고려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총무처: 우리학교의 근로장학생은 장학의 성격보다 근로의 성격에 가깝습니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소득분위를 고려하지 않는 것입니다.

국가근로와 교내근로 모두 정해진 지침대로 선발하고 있었다. 학교 역시 학생들 사 이에서 나오는 선발의 공정성을 신경 쓰고 있어 교내근로 필수 자격 요건으로 재학생 신분인 것, 최대 기간 1년을 넘으면 같은 부서로 재지원을 할 수 없는 것 등 필수적인 요건들을 지키고 있었다. 다만 총무처에서 구체적인 지침을 받지 못해 지침 내용을 확 인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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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을 할 수

있다!

근로 선발은 학교 측에서 공고문을 올리면 지원한 학생들의 이력서를 기반으로 면 접을 본 후, 각 근로지마다의 요건에 적합한 근로자를 뽑는 일반적인 과정으로 이루어 져 있었다. 다만 모집과정에서 불투명하다고 의문을 가지는 학생도 있는 반면에 공정 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는 학생도 있었다. 이는 총무처와 학생처가 근로에 대한 전반적 인 관리만 하고 선발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들은 각 근로지별로 상이하게 적용되고 있 기 때문이라 사료된다. 한편 특정 기술이 필요한 근로는 기술과 관련된 포트폴리오 제 출을 요청하는 등 우대 조건을 명시했다. 하지만 일반 사무 업무의 경우 마땅한 우대 조건이 없어 학생으로서는 어떤 기준으로 적합한 근로자를 뽑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 았다. 이는 학교와 학생의 이해관계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그러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는 만큼 해결을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교내근로 선발의 공정성 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정답은 없지만 보완책은 존재한다.

# 근로에 대한 정보 제공 학생들은 교내 기관의 운영지침을 열람할 수 없기에 선발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학교 측에서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교내 각 기관의 근로장학생 선발 절차와 기 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다면 학생들의 의문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선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선발 공고문 자체에 구체적인 정보를 담아보면 어떨까. 필수 자격 요건, 근무 기간, 업 무 내용뿐만 아니라 명백한 우대 조건도 명시하는 것이다. 보통 업무 보조의 경우 우대 조건을 특기하지 않지만, 여러 지원자 중 적합한 인물을 고르는 우대 조건이 전무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학생들이 근로 공고문을 읽을 때 본인 스스로가 적합한지 판단은 할 수 있도록 우대 조건을 언급해준다면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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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영전문대학원 행정팀에서 다음과 같이 근로학생을 모집합니다. 1. 모집대상 및 인원: 본 교 학부 재학생 1명 (졸업유보생, 휴학생, 졸업생 및 대학원생은 지원불가) 2. 근무지: 한양대학교(서울) 3. 담당업무: 행정팀 사무보조 등 4. 근무시간: 학 기 당 협의 - 화요일, 수요일, 토요일 근무 5. 급여사항: 시간당 8,720원 6. 지원서류: 자 유양식 지원서 1부 (단, 아래의 내용을 반영하여 작성) - 학번, 소속학과, 학년, 휴대폰번호, 요일별 근무 가능시간 기재 7. 지원방법: 이메일 접수

면접대상에 대상자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연락드릴 예정입니다. (미선발자 대상 안 내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 구체적인 우대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공고문 (출처: 한양대학교 포탈)

# 근로에 대한 피드백 실제 근로를 경험한 학생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직접적으로 보완하기에 좋을 것이다. 근로를 경험한 학생들에게 익명의 구글 설문지를 돌려 근무한 기관이 공정했는지, 그 렇지 않다면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느껴졌는지 답을 들어보는 방법이 있다. 혹은 교내 근로를 마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근로에 대한 간단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권장한다면 학생들의 의견을 통한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할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학생 지원 수, 경쟁률 등을 사전 및 사후에 제공하거나 소득분위를 통 해 선발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다만 전자의 경우 다양한 기관들이 독립적으로 또 수시 로 근로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선발 전후마다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다소 복잡할 것이 다. 후자의 경우도 교내근로가 근로의 성격을 강하게 띠는 만큼 장기적으로 봐야 할 문 제다. 먼저 근로에 대한 정보가 학생들에게 제공되고, 근무 후에 피드백을 받는 등 여 러 실현 가능한 대안책을 실시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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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란 건 근로의 공정함뿐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국가근로의 목적은 학생에게 균등한 고등교육 기회와 안정 적인 학업 여건을 조성하며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교내근로의 목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교내라는 특성을 고려해보면 학생들에게 근로역량을 펼칠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학교 기관의 수요 모두를 충족해야 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교내근로 기관이 이 목적을 완전히 달 성했던 것은 아니다. 각 기관은 모집과 선발에 대한 전반적인 절차를 각자 진행해 왔는 데 이 점이 근로장학생 선발 과정에 잡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근로 선발이 계속 공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아쉬운 미래를 그릴 필요는 없 다. 교내근로 선발에 관해 프로세스를 개선하려고 계획 중인 기관도 있듯이 점점 선발 이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정답이 아닐지라도 정답에 가까워지는 과 정을 겪는 중인 것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양자의 시선을 맞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과 학교의 시선을 맞추는 것은 얽힌 관계에서 동등한 관계를 향해 달려 가는 중이고 마침내 같은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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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나요? 여러분이 직접 찍은 사진을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응모 작품과 함께 이름, 학과, 학번, 연락처를 기재해주세요. 당선된 작품은 118호에 기재될 예정입니다. 당선되시면 소정의 상품을 지급해드립니다. (최대 두 장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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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행정 #한양대는 소통하라

마지막 학기까지 실망시키지 않는 한양 편집위원 구본성 bagsa1902@hanyang.ac.kr 수습위원 송미주 smju711@hanyang.ac.kr

“한양대는 소통하라” - 2020.06.12 한양대학교 검색어 총공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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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황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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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한양의 요지경 벌써 코로나 시대의 네 번째 학기가 끝나간다. LMS를 통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모습이 익숙해진 지도 오래다. 그래서 학교 또한 수업을 운영하는 데 어느 정도 요령 이 생겼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가 무색하게 학교는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여 전히 실망스러운 행정 처리를 보였다. 지난 8월, 우리는 학기 시작에 앞서 수업 형태 의 공지가 번복된 이유를 설명하는 한 장의 ‘결정 경위서’를 마주하게 되었다. 비상대책 위원회(이하 비대위)를 통해 공개된 이 결정 경위서는 학교가 학생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후 학교는 소통을 약속했지만,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9 월까지도 수업 형태에 관해 모호한 공지만을 내놓아 학생을 혼란에 빠트렸다. 학생과 점점 멀어지는 듯한 학교의 행보는 학생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소통을 외치 게 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일상이 회복되고 있는 지금, 학생들이 언제까지 학사 운 영 때문에 혼란을 겪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총 세 가지다. 하나, 대면 및 비대면 구분이 모호했다. 둘,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실 시간 강의만을 채택했다. 셋, 대면 수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수업 인원 조정을 강행하 였다. 일련의 행정 처리를 보면 학교가 과연 학생을 배려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 다. 따라서 『한양』은 이와 같은 문제들을 보다 명확하게 다뤄볼 예정이다. 더불어 문제 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학교의 소통 문제에 관한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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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수업 형태 # 2학기 수업 형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 ‘2학기 개강 후 수업 형태’ 결정 경위 (출처: 에브리타임)

제 11차 좋은 수업 TFT 결과보고(09.15) 중 ● 2학기 10월 수업 형태 결정 관련 ▶ 학생 측 10월 수업 형태 결정에 대해 학생들과의 소통 부족했다고 생각, 학생대표 가 참가하는 감염병 관리위원회에서 논의 없이 ‘감관위 결정에 의해 정해졌다는 문 구’에 대해 정정 필요. ▶ 학교 측 관련 안건이 9월 2일 상정되었고, 관련 내용을 교무처장이 발표. 이 과정에 서 학생대표가 없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함. 다음 형태에는 누수 없이 공유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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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학교가 ‘2학기 개강 후 수업 형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생 측과 논의하 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비대위 측은 8월 5일 오후 7시경 실험·실습수업이 대면 수업으로 전환된다는 공지를 올렸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8 월 6일, 학교 측에서는 9월 한 달간 전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다는 상반된 내용의 공 지를 올렸다. 수강 신청 전후로 수업 형태에 관한 공지가 번복된 것이다. 비대위는 학 교의 공지가 비대위 측과 일절 공유되지 않은 내용임을 밝히며 결정 경위서를 공개했 고, 이후 학생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학교 측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하였다.

① 학생들의 수업 계획에 영향이 가는 학사 운영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공지하여 혼란이 없게끔 할 것 ② 수업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학생 측과 논의할 것 ③ 학생 측과 논의 했던 내용과 변동 사항이 생겼을 경우

<비대위>

학생 측과 공유할 것

비대위의 요구 사항은 학사 운영의 전제 조건과도 같다. 학사를 결정할 때 학생을 포 함하는 것은 구태여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당연한 사항이기에, “수업 형태를 발표하 는 과정에 학생대표가 없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라는 학교의 답변은 납득하기 어렵다. 결정 경위가 올라온 뒤 한 달이 지난 9월 15일, 학교는 제 11차 TFT 결과보고 를 통해 차후 수업 형태를 전달하는 과정에 있어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러나 이 역시 공식적인 공지를 통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 반복되는 불통 행정을 보며 이젠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는 학생들의 자조 섞인 말마저 나오고 있다. 학 교와 학생 간의 거리가 요원해지는 것은 모두에게 그리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학교는 학생의 물음에 짧은 변명으로만 답하기를 멈추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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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면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제 11차 좋은 수업 TFT 결과보고(09.15) 중 ● 2학기 10월 대면 전환 수업 관련 공지 기준 ▶ 학생 측 10월 수업 형태 결정되면서 ‘불가피한 경우 대면 진행’이라는 점에 대한 설명 부족하고 대면 전환 가능성 있는 수업 파악하기 어려움. 어떤 수업에 대해 대 면 승인 진행되는지 질의. ▶ 학교 측 현재 들어오는 현황의 경우 실습과목들의 요청 다수. 단과대별, 전공별로 다르기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에 대한 정확한 기준 설립 어려움. 승인 과목의 경우 단과대 RC에 문의 시 확인 가능. ▶ 학생 측 현재 문제점은 대면 수업에 충분히 준비할 기간 부족하다는 점을 전달.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 의무적 확보 요청. 최소 대면 수업 전 환 2주 전 대면 진행에 대한 일괄적인 공지 필요. ▶ 학교 측 10월 둘째 주까지의 수업은 추석 전까지 공지. 10월 셋째 주부터 대면 전 환은 9월 안에 공지할 수 있도록 권고하겠음.

대면/비대면 수업 구분의 문제는 지난 9월 2일 발표되었던 ‘10월 수업 형태 안내’에 서도 드러났다. 학교가 공지에서 ‘불가피한 경우 대면 진행’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생 략한 것이 학생들의 혼란을 야기한 것이다. 비대위가 학교 측에 문제를 전하자 학교는 ‘정확한 기준 설립이 어려웠다’는 짧은 답변만을 내놓을 뿐이었다. 다만 최소한 대면 수 업 2주 전에는 일괄적인 공지가 필요하다는 요청에 대해서는 늦어도 전환 2주 전까지 공지할 것을 약속했다. 지금 시점에서 드는 의문은 학교는 언제까지 ‘답변’만 하느냐는 것이다. 학생들은 비 대위가 공유하고 있는 TFT 결과보고를 통해서만 학교 측 입장을 알 수 있었다. 8월에 이어 9월에도 학교는 문제가 될 법한 일련의 행정 처리에 관하여 어떤 공지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학교 또한 혼란스럽겠으나, 학교는 학생을 고 려하지 않는 자신들의 태도가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수 업 운영에 있어 학생이 우선시 되지 않는다면, 다음 학기 또한 이번 학기와 별반 다르 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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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위의 시선

비대위 또한 학교 측 소통에 관한 문제점을 인지해 지난 학기부터 여러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더 알아보고자 『한양』은 엄지윤 비상대책위원장(경영학부 20학번) 및 정지호 비대위 중앙집행위원장(산업융합학부 19학번)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양』: 지난 6월 ‘소통 강화 요구안’에 대한 답변서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답변 서에 명시된 학교 측 약속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비대위: 첫 번째로 학교-학생 간 대화 창구 마련을 약속받았고, 현재 사업을 추진하는 중 입니다. 두 번째로는 현재 수업 형태, 학사 운영 방식 등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문제 들의 후속 조치를 약속받았는데, 이는 이행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어 학기가 끝나고 조사해볼 예정입니다. 세 번째로 감염병 관리위원회(이하 감관위)와 같은 의결기 구에서 학생 측과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약속 받았지만, 잘 이행되고 있다는 느낌 을 받지 못했습니다. 학교는 학생과의 협력 필요성을 인지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사안을 임의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어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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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학교 측에 최소 2주 전에 대면 수업 전환 공지를 내려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간을 결정한 기준은 무엇인지, 또 해당 기간이 충분치 않은 학생을 위 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는지 궁금합니다. 비대위: 2주라는 기간은 작년부터 사용해온 기준입니다. 수업 형태나 기조 같은 굵직한 변화는 가급적 4주 전 발표를, 대면 수업이나 거리두기에 따른 소규모 변화는 2주 전 발 표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교강사와 학생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여 ‘최소 2주’ 라는 기준을 택했습니다. 즉, 2주라는 기간이 충분해서가 아니라 최소한 2주는 마련되어 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학생처에서 상경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불이익을 보지 않도 록 조처를 하겠다고 말씀해주셨으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양』: 학교와 논의할 때 학생 측이 내세울 만한 학교 규정이 있는지, 또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학교 측 문제에 대해 비대위는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비대위: 소통 문제와 관련한 학교 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 가지 회 의체 역시 학교 규정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비대위의 요청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 입니다. 저희가 내세우고 있는 대책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문제가 될 법한 상황을 미리 파악하여 사전에 대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와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전자의 경우 학우분들이 최대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여러 채널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여 해결하고 있고, 후자의 경 우 현재 문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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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현재 비대위 측에서 학교에 요구하고 있는 사항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비대위: 크게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이 연달 아 있을 때를 대비해 단과대별로 강의실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전면 비대면 수업 원칙’을 철회하고 수업 방식을 자율화할 것을 학생처장님께 요청했습 니다. 이에 관해서는 학우분들의 의견 조사를 추후 진행할 예정이며, 필요하다면 원격수 업 관리위원회를 소집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명확한 공지를 당부했습니다. 이전에 학교 측에서 내린 공지의 경우 단어 선택이 모호하거나 의미가 불확정적인 부분이 있었습니 다.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11월 수업 형태를 발표할 때에는 보다 명료하게 공 지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모두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점에서, 비대위는 수업 형태가 무탈하게 전환될 수 있 도록 힘쓰고 있었다. 이 시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와 학생 간의 긴밀한 협력이 다.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서 진행했던 모든 논의가 또 다시 반복될 것이기 때 문이다. 비대위의 요청에 따라 학교 측의 공지가 점점 명료해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 이지만, 여전히 학사 운영 곳곳에 미진한 지점이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학교는 소통 강화 답변안을 통해 학생이 요청하는 사항들은 정책회의를 통해 적극적 으로 검토하고 후속 조치까지 이루어질 수 있게끔 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 해 ‘학교는 작년에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며 ‘약속은 좋지만, 말뿐인 약속은 더는 필요 치 않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정말 소통하겠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 라 실제 행정으로 실천해 보일 때다. 학교가 변화된 모습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 한다면, 학생들은 더 빠른 시일 내로 대학에서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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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백 번 고쳐 죽어 실시간 한양대학교는 1학기가 끝나고 한 달 뒤 2학기 수업 방식을 발표하며 비대면 실시간 수업이 원칙임을 통보했다. 즉 기존의 강의 방식에서 녹화강의를 배제한 것이다. 학교 측은 자신들이 지정한 예외적인 상황 외에는 녹화 수업을 ‘절대 불허’하겠다는 강한 의 지를 드러냈다.

학교에서 지정한 예외적인 상황: 1. 대형강의 (실제 수강인원 80명 이상) 2. 휴강에 대한 보강수업 3. 중간, 기말시험 기간 4. 녹화 강의의 불가피성이 인정되어 교무처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 (7월 초에 승인 절차 완료되었음.)

세 학기에 걸쳐 녹화강의와 실시간 강의를 병행했던 점을 고려할 때, 비대면 실시간 원칙은 분명한 목적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학교는 녹화강의를 금지하는 것이 어 떤 실익이 있다고 판단한 것일까? 우선 학교 측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학교가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킨 경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당 공지는 2학기 개 강보다 한 달여 빠른 시점에 게시되었다. 학교는 이른 결정이라는 비판을 비껴갈 만큼 자신들의 문제의식을 학생들과 충분히 공유했을까? 다음으로 집행한 사항에 대해 사 후적인 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곳곳에서 교수가 임의로 녹화강 의를 진행한다는 제보가 들려오는데, 과연 학교 측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학교 측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에 교무 처 학사팀 장경선 차장(이하 학사팀)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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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2학기 전면 비대면 실시간 강의를 계획하게 된 이유와 해당 수업 방식을 통해 달 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궁금합니다. 학사팀: 작년과 올해 원격수업을 진행한 결과, 온라인 녹화 강의의 경우 교강사와 학생 간 실시간 상호작용이 어렵고 학생의 주의집중이 저하되어 수업의 질 확보가 어려운 것 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에 전면 실시간 화상강의를 통해 교강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을 극대화하는 등 대면 수업에 버금가는 원격수업의 효과적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양』: 전면 비대면 실시간 강의라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2학기 수업 운영 방식에 관한 설문조사 결 과’에는 실시간 강의에 대한 반대가 많았는데, 이러한 입장도 고려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학사팀: 작년 2학기와 올 1학기까지 좋은 수업 만들기 TFT를 통해 수업 전반적인 사항 에 대해 학생들과 소통해 왔으며, 학생들의 의견 및 설문조사 결과는 당연히 고려했습 니다. 또한 전면 비대면 실시간 강의 시행은 최종적으로 교수 및 학생대표 모두 참석한 원격수업 관리위원회(2021.05.27.)에서 결정되었습니다. 『한양』: 임의로 녹화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님들도 계시는데, 학교 측에서 해당 수업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학사팀: 녹화강의는 휴·보강 등 제한된 사유에 한해서 허용됩니다. 특별한 사유로 녹화강 의가 불가피한 강좌에 대해서는 7월 중 사유를 접수 받아 8월에 심의 및 승인을 완료했 고, 일부 강좌는 이후 추가적으로 승인하기도 했습니다. 승인된 사유 외에 교강사 임의로 녹화강의를 시행하는 강좌에 대해서는 원격수업 이행현황 모니터링을 통해 파악되는 대 로 확인 및 시정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 무엇을 위함인가 먼저 비대면 실시간 강의를 고수한 목적은 수업의 질 향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학 생 집단은 동질적이지 않기 때문에 수업 방식과 무관하게 성실한 학생도 있지만, 수업 방식에 따라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달리지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체 학생의 교육을 주관하는 입장에서 실시간 비대면 수업을 의무화함으로써 수업 참여를 유도하 는 것은 합리적인 방책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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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과연 현안이 최선이었는지 묻고 싶다. 실시간 강의와 녹화강의는 상이한 장점이 있음에도 현재의 방식에서는 이를 전혀 살리지 못한다. 가령 실시간 강의는 의사소통을 통해 현장감을 살리고 전반적인 학습 태도를 개선할 수 있다. 반면 녹화 강의는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강할 수 있으며, 배속이나 돌려보기 기능을 활용해 학습자가 자신의 이해 정도에 따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여 소통 이 필요한 강의라면 실시간 강의를 위주로 진행하되, 일방적으로 내용을 설명하는 부 분은 녹화 강의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만일 강의 방식의 결정을 전적으로 자율에 맡겼을 때의 문제가 걱정된다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 시하면 된다. 물론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겠지만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라면 감수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섬세하게 고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 누구를 향함인가 학사팀은 학생들과 꾸준히 소통해왔다고 자신 있게 답변했다. 하지만 학교의 답변은 선뜻 신뢰하기 어렵다. 비대위는 인터뷰 중 학교 측과 소통함에 있어 겪는 여러 어려움 을 토로했다. 학교와 비대위의 공지가 엇갈린 건만 하더라도 비대위가 참석한 감관위 는 대면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마무리했지만, 회의 직후 교무처장과 학사팀 회 의에서 비대면으로 결정을 바꿨다. 그럼에도 비대위 측에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공지를 내놓게 된 것이다. 이것이 학교가 말하는 ‘소통’이다. 비단 비대위 차원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학사팀은 학생들의 의견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렸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최 어디에서 학생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것 인지 의문이다. ‘학생들의 의견은 이러하였으나 이러저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라는 식의 짧은 한 문장조차 찾아볼 수가 없는데 말이다. ‘의 견을 고려한 결정’이라 함은 단순히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의견을 청취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검토를 거쳐 의사결정에 반영했음을 뜻한다. 말로만 하는 경청 으로 상처를 곪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학교는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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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책임졌는가 한편, 임의로 녹화강의를 진행하는 경우 시정 조치를 하고 있다는 학교의 답변이 무 색하리만큼 많은 학생들이 계획과 다른 강의 운영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처럼 정 책의 일관된 집행을 위한 사후 관리가 미흡한 까닭은 무엇일까? 일차적인 잘못은 학교 정책을 따르지 않는 교강사에 있다. 그렇지만 학교가 자초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 먼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단서 조항으로 교수 재량권의 범주를 불확정적으로 만들었다. 어느 정도 자율권을 보장해줌으로써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겠으나, 이 또한 학교와 사전에 협의된 경우에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또 학교의 인력으로 모든 수업을 일일이 검토할 수 없다면 제보된 위반 사례를 엄중히 처 벌함으로써 강제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허울뿐인 규정은 구성원들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여 종국엔 입안자에 대한 신뢰 상실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분명 학교는 정책 결 정 이전에 그것의 파급력과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검토를 마쳤어야 한다. 누구나 예 측할 수 있었던 혼란이 도래한 지금, 실질적인 해결책 대신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놓는 학교의 모습은 학생들의 힘을 빼놓는다. 학생들의 수업권과 직결되는 사안에 대한 대 책조차 미리 강구하지 않았다면 학사팀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 공감은 어디에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 진행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학교가 취할 수 있는 최 선책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비판이 자칫 불평을 토로하는 것에 그칠 것을 경계하며 학교 측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이를 찬찬히 되짚어 보았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가 최선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단번에 개선지점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허점이 남아 있는 까닭은 학교와 학생이 최우선으로 간주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서로 다른 두 주체가 상호협력을 기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이다. 학교는 오롯이 학생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학생은 학교가 기관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쪽으로도 공감의 눈길이 가닿지 못하는 양상이다. 비대면으로 이어가는 학기의 어려움이 비단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적 요소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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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는 무리수 (feat. 대면 강행)

▲ 비대위 정원 감축 사례 접수 (출처: 에브리타임)

2학기를 앞두고 학교는 학사 운영을 공지함에 있어 대면 수업으로의 전환 가능성 을 언급했고, 이에 따라 수많은 전공수업의 정원이 감축되었다. 대면 수업을 진행하 기 위해서는 강의의 정원이 일정 수준 이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여러 수업이 지난 학기보다 훨씬 적은 정원으로 개강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많은 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비대위는 8 월 12일, 수강정원 감축 문제를 학사팀에 전달하였다. 전달 당시에는 학사팀 또한 문 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보였으나, 학사팀은 “각 단과대 행정팀에 대면 수업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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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수준보다 정원 감축이 크게 이뤄진 사례가 있는지 조사한 결과, 모든 단과대로부 터 그런 일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각 단과대에서는 인원을 적정수준만큼만 감축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말로 사건을 일축했다. 이후 비대위는 정확한 피 해 사례를 파악하고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89개의 과목에서 정원 감축 사 례가 접수됐다. 접수된 내용에 따르면 12개의 단과대 중 음악대학과 의과대학을 제외 한 모든 단과대에서 대면 수업을 위해 수강 정원이 감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 영학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융합전자공학부 등에서는 일부 전공 수업 정원이 지난해의 절반가량 감축돼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대위는 문제가 되는 과 목 25개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교무처 학사팀과 논의를 진행했다. 학사 팀은 재논의 과정에서 검토된 정원 축소 사례를 바탕으로 해당 단과대 행정팀에 문제 조치 여부 및 결과에 대한 회신을 요청했다. 그러나 비대위 측이 문의한 결과 학사팀으 로 회신된 바는 없었다. 이에 비대위는 수강 정원이 변화되었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 을 진행했고, 그 결과 수강 정원 문제가 대부분 해결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는 수강정원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감축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인 가 아니면 당장 해결해야 할 정도로 큰 사안이 아니라 판단했던 것인가. 어느 쪽이든 간에 학생 입장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는 사실이 답답할 따름이다. 비대면 수업을 대면으로 전환하면서 정원수를 불가피하게 줄였다면 그만큼 수업을 늘렸어야 했다. 특히 이번 학기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 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학교 측 태도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부족한 준비 속에 강행된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침해됐던 학습권이, 대면 수업으 로의 전환 과정에서도 다시 한번 침해되고 있다. 반복되는 문제 상황은 과연 무엇을 뜻할까. 이제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도 그 의미를 검토해봐야 할 때이다. 학교 측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세부 대책 마련에 힘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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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하는 그런 소리, 네가 싫다 해도 안 할 수가 없는 이야기

비대면이라는 악조건은 학생으로서도, 학교로서도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임에 틀림 없다. 그렇지 않아도 금이 가던 학생 공동체는 더욱 빠르게 해체되어가고, 꿈꾸던 대학 생활은 물 건너 가버린 지 오래다. 그런 와중에 학교가 보여주는 일관된 태도는 이미 회색빛으로 물든 학생들의 머리를 무겁게 짓누른다. 똘똘 뭉쳐 난관을 극복하는 그런 이상적인 그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자신의 일인 양 섬 세하게 살펴줄 수는 없는 것일까. 그 정도의 노력마저 없다면 한양의 미래는 악화일로 를 걸을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손가락질이 학교를 향해도 되는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학교를 향한 손가락은 다시 우리 자신을 가리켜야 한다. 학생들이 곱씹어야 하는 것은 먼저 삼 년 간 이어져 온 총학생회의 부재다. 역사에 가정법이 없다는 말처럼 학교 행정에 ‘if’를 대 입하는 것 또한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학교와 대등한 자격으로 협 상테이블에 임할 수 있는 총학생회의 빈자리는 여전히 시리다. 다음으로 개개인의 적 극적인 관심이다. 공동체라는 관념은 결국 구성원 한명 한명의 존재를 근거로 지탱될 수 있는 것이다. 학내의 크고 작은 사안에 대하여 ‘고작 나 하나’가 아닌 ‘무려 나 하나’ 라는 생각을 견지하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이 기사의 지난함은 첫째로 기자의 잘못이겠으나 학교 또한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글의 주제가 주는 피로감이 반복되는 학교의 행실을 고스란히 방증 한다. 이제는 답습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고 감히 말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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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소득분위 편집위원 구본성 bagsa1902@hanyang.ac.kr 수습위원 이진재 jeremy02@hanyang.ac.kr

02 군 인권 부편집장 이에스더 esther015@hanyang.ac.kr 수습위원 이진재 jeremy02@hanyang.ac.kr

03 사이버불링 수습위원 송미주 smju711@hanyang.ac.kr

04 아프가니스탄 사태 편집위원 황성주 saint95@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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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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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황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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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국가장학금

소득에 긋는 선, 마음에 긋는 선 편집위원 구본성 bagsa1902@hanyang.ac.kr 수습위원 이진재 jeremy0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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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려운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것인 만큼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분들이 좀 양해를 해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 김부겸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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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꽤 가난합니다만

재난지원금이 또다시 각종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한양대학교 에브리타임도 예외 는 아니었다. 정부의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나 사용처 제한 논란 등 다양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논쟁점은 ‘12대 88’이라는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의 적절 성에 관한 것이었다. 격렬했던 논쟁은 소득 수준에 선을 긋는 문제 일반으로 확장되었다. 자신의 실제 소득 수준보다 평가가 ‘올려치기’되었다는 주장과 스스로의 위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반박이 맞섰다. 같은 맥락에서 소득을 구분하고 그 결과에 따라 경제적 지원을 하는 국가장학금 소득분위산정과 관련된 불만이 재점화되기도 했다. 이처럼 소득수준에 임의의 선을 긋는 행위는 언제나 논란을 몰고 다닌다. 구성원 모 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선이란 존재할 수 없지만,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일정한 기준 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그 기준이 얼마만큼 합리적인 수준에서 설정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이번 재난지원금의 대상 선 정 기준이 적절했는지, 또 국가장학금의 소득분위 기준은 타당한지 짚어 보는 것은 앞 으로 새로운 기준이 요구되는 상황을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재난지원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복지 문제로 초점을 옮겨가 소득재분배 정책 자체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자신의 노력으로 획득한 부를 왜 다른 사람에 게 나누어 주어야 하냐는 의문이 골자를 이루었다. 복지제도에 대한 근본적 회의는 공 동체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뒤바꿀 수 있기 때문에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각종 조세 제도 등을 활용해서 소득재분배 정책을 펼치는 당위는 무엇일까? 『한양』은 재난지원금 및 국가장학금과 관련된 논의를 살펴봄으로써 소득 수준에 관한 사회적 담론과 그 바 탕에 자리한 대중의 인식을 성찰해보려 한다.

▲ 국가장학금과 재난지원금 기준에 관한 불만들 (출처: 에브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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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가 아닙니다.”

# 당신은 왜 상위 12%인가 지난 8월 30일 5차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되었다. 5차 재난지원금의 지급대상은 올해 6월 부담한 건강보험료(이하 건보료) 가구별 합산액이 하위 80% 이하인 사람이 었다.1) 정부는 건보료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가구원의 2020년 재산세 과세표준2) 합 계액이 9억 원을 초과하거나 2020년 종합소득 신고분 금융소득 합계액3)이 2,000만 원을 초과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고소득층을 배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렇 게 하위 80% 이하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널리 알려진 ‘12 대 88’이라는 기준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이때의 88%라는 수치는 소득 하위 80%에 특례를 적용한 가구 8%를 더한 값이다. 건보료를 기준으로 할 경우 맞벌이 가구는 소득원이 2인 이상인 탓에, 1인 가구는 비경제활동 인구가 많아 소득 평균이 지나치게 낮게 잡히는 탓에 소득 산정에 불리하다. 그래서 맞벌이 가구는 가구원 수에 한 명을 더해 계산하고, 1인 가구는 연소득 5,000만 원 이하일 경우 지원금을 지급하는 특례를 적용한 것이다.4)

# 무엇이 불만을 일으켰는가 재난지원금은 국민 생활 안정과 경제 회복 지원을 목적으로 총 다섯 차례 지급되었 다. 그러나 이번 5차 재난지원금은 이전의 재난지원금에 비해 유달리 논란이 많았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지난 재난지원금과의 차이점을 비교해보자.

1) 조민영, “1인당 25만원 재난지원금, 신청부터 사용처까지[Q&A]”, <국민일보>, 2021.08.31 2) 재산세 과세표준 = 주택 시가 표준액(공시가격) * 공정시장가액 비율 60% 3) 전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예금 등의 이자, 국공채, 금융채, 회사채 등에서 발생한 이자 및 할인액, 상장·비상장주식 및 출자금에서 발생한 배당소득을 통틀어 일컫는다. 4) 이민아, “1인당 25만원 재난지원금, 다음달 6일부터 지급 시작”, <조선비즈>,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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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재난지원금 소득·재산과 상관없이 대한민국 모든 국민 (주민등록세대와 건보료상 가구를 반영하여 지급) 2~4차 재난지원금 일정 금액 이상 연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 집합제한·금지 업종 기타 소득 감소 직업군 및 저소득 가구 등 5차 재난지원금 6월 부담한 건보료 가구별 합산액이 전체 하위 80% 이하 가구원들의 2020년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9억 원을 초과하거나 2020년 종합소득 신고분 금융소득 합계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하면 대상에서 제외 1인 가구는 연소득 5,000만 원 이하일 경우 지원금을 지급, 맞벌이 가구는 가 구원 수에 1명을 더해 계산 ▲ 각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1차 재난지원금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2~4차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직접적 인 타격을 입은 사람들을 위주로 지급했다. 이에 반해 이번 재난지원금은 소득을 지급 기준으로 삼았다. 이것이 논란의 시발점이다. 정부가 설정한 임의적인 기준이 경제적 부유층을 적절히 판가름한다는 데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차상위계층 과 같이 명백하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면 반발이 적었을 것이다. 기준으로 활용된 지표도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가령 다수의 공무원은 연금이 소 득 계산에 활용되어 상위 12%로 분류되었는데, 소득 산정에 있어 미래의 소득까지 고 려하는 것은 적절한 처사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또 건강보험 가입 방식에 따라 소득 산 정에 차등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직장가입자는 현재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책 정해 회사가 절반을 부담하며, 임금 외 소득에 대해서는 3,400만 원을 초과해야 보험 료를 부과한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을 모두 고려하여 보험료가 책정되며5), 이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5) 김광일, “건강보험료 싹 바꾼다…“지역가입자 부담 완화””, <노컷뉴스>, 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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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사람을 선별해서 자영업자·개인 사업자 위주로 지원해 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2~4차 재난지원금은 그러한 방식으로 지급했다. 그 러나 재난지원금은 단순히 피해 보상적 성격만 갖는 것은 아니다. 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에 따른 경제 활성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경기도의회 소속 여야의원 31명의 의 견에 따르면, 선별 지급된 2차 재난지원금에 비해 전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 이 더욱 내수를 촉진시켰다고 한다.6) 이러한 까닭에 경기도를 비롯한 몇몇 지방자치단 체에서는 상위 12%에게도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처럼 정책의 성패를 논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 다. 물론 부족한 점은 채찍질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겠지만, 이번 재난지원 금의 지급 기준은 세수 지출은 줄이면서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고 심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 모두에게 지급하는 방안도, 극히 일부에게 지급하는 방안도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현상의 일면만을 부각하기보다는 다각적인 차원 에서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6) 편지수, “소상공인, 3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대상 보편 지급 촉구”, <경기신문>, 202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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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장학금 ‘또’ ‘10’분위

이번에는 주제를 조금 옮겨보자. 재난지원금과 마찬가지로 일정 기준에 따라 소득 급간을 나누고 형편에 따라 금전적 지원을 해주는 국가장학금은 어떤가? 국가장학금 제도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만큼 다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적절한 기준을 확보했 을 것이라 기대해봄직하다. 하지만 한국장학재단에서 알려주는 우리 가구의 소득분위 가 정말 소득 수준에 적합하게 산정된 것인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더러 있다. 우리 집, 이것보다는 어렵게 살고 있지 않나? 국가장학금, 정말 제대로 된 지급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맞는 걸까?

# 소득분위 기준 변천사 장학재단은 2014년까지는 건보료를, 2015년부터는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시스템의 기준중위소득7)을 활용해 소득분위를 산정했다. 건보료를 기준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금 융정보를 포함하지 않아 고소득자를 공정하게 가려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에 새로운 기준을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기준중위소득도 국외 소득을 포함하지 않는다 는 문제가 있었고, 이에 따라 2017년 이후로는 ‘국외 소득 및 재산 신고제’를 운영 중에 있다.8) 크고 작은 변천을 거쳐, 현행 방식에서 소득인정액은 일반재산, 금융재산, 자동 차, 각종 연금 등을 모두 포함하되 각기 다른 환산율을 적용해 계산된다.9) 소득구간은 소득인정액에 따라 총 10개의 분위로 구분되는데, 이때의 분위는 상대적인 분포에 따 른 비율이 아니라 절대적인 수치 값에 의해 결정된다.

# 무엇이 문제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소득 산정 방식에 대해서는 어떤 문제가 제기될까? 먼저 지표가 소 득 수준을 정확히 반영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분명 현행 지표도 흠결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지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람직한 기준’에 7) 전 국민을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을 중위소득이라고 하며, 이 중위소득에 여러 경제지표를 반영해 산출한 값이 기준중위소득이다. 8) “소득분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아트인사이트>, 2021.01.13 9) 한국장학재단 소득산정방식,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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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투영되기 때문에, 열 명이 저마다 기준을 만든다면 서로 다른 열 개의 기준이 탄생할 것이다. 따라서 기준의 정당성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가 전체 의 차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자신의 소득이 ‘올려치기’되었다는 주장도 이러한 주관성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 다. 소득분위는 상대적 높낮이가 아니라 절대적 기준인 탓에 같은 분위 내에서의 격차 는 없는 것으로 간주되며, 이에 따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국가장학금은 가정 형편상 등록금을 온전히 부담하기 힘든 가정을 선별하여 지원하는 제도임을 기억해야 한다. 높은 소득 분위는 소득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여 등록금을 부 담할 수 있다고 판정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보다 더 낮은 분위의 학생들은 등록금을 부 담하기조차 벅찬, 한층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일각에서는 편법으로 낮은 소득 분위를 유지하는 사람에 분개하며 제도의 허점을 지 적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빈틈없는 제도란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제도 하에서든 그 틈 을 악용하는 사람들은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이러한 사례를 활용해 기준을 재정비해 야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제도를 이용하는 개인의 의식이 고양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 님아 그 선을 지우지 마오 소득 수준을 판가름 하는 문제는 그 어떤 논의보다 민감한 주제이며, 합의된 결론 을 도출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문제의 지난함이 행위 자체를 포기할 당위를 내포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러 목적에 따라 소득 스펙트럼에 임의의 선을 그을 수밖 에 없고, 선의 위치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조금씩 조정될 것이다. 위치의 적절성에 관한 논의는 활발할수록 좋다. 그렇지만 참여자는 자신의 주관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목적을 이해하고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 다. 공동체는 각자의 생활반경에서 경험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형편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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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불, 속도를 줄이고 주위를 확인하십시오

# 시선을 넓혀서 우리는 대개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간다. 자신보다 부유한 이들의 삶을 동경하며, 그들처럼 풍요롭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높은 곳을 바라보는 태도는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발전하는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올려다보는 정도가 지나치면 아래를 보지 못하는 법이다. 코끼리 다리를 더듬는 장님 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시선을 아래로 가닿게 해야 한다. 자신보다 힘들게 살아가는 이 들을 간과하지 않고, 자신에게 당연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까마득한 꿈일 수 있음을 자 각할 때 비로소 변화의 씨앗이 움틀 수 있다. 발 딛고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소득 불평등은 그 자체로 완결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져 계층 간의 격차를 더욱 벌 리기에, 시야의 간극은 겉보기보다 더 크고 완고하다. 물론 모두가 같은 풍경을 보고 살아갈 수는 없다. 문제는 다른 풍경의 가능성을 생각지 못하는 좁은 시야에 있다. 서 로 다른 풍경이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무지를 자각해야 한다. 어쩌면 우 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제법 괜찮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 정의로운 사회로 정부는 구성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 다. 부자와 빈자의 격차를 줄이려는 재분배 정책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일 각에서는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지 못하고, 도리어 재분배의 정당성에 불만을 가지기도 한다. 왜 자신의 노력으로 성취한 것을 나눠주어야 하냐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 생각은 적절한 것일까?

▲ 관련 의문을 제기하는 글 (출처: 에브리타임,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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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분배에 대한 의문의 기저에는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하여 정당한 권리를 갖는다 는 생각이 자리한다. 그러한 생각의 주된 근거는 스스로 노력을 통해 얻었다는 사실 이다. 그러나 우리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을 진정으로 자신의 노력을 통해 얻은 것 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누군가 노력의 지반을 다져주지는 않았는가? 노력에 운이라 는 요소가 개입하지는 않았는가? 이러한 노력 외적인 요소가 성취의 상당 부분을 결 정할 수 있다는 고민 없이 다른 이들을 돕는 것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위험 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샌델은 최근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일정 기준만 통과한다면 최종적인 선발은 오로 지 운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장 우리 사회가 수용하기에 급진적인 방책 이지만, 이를 제안하는 저자의 의도를 곱씹어볼 필요는 있다. 자신이 누리는 모든 것 이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자세는 삶에 대한 겸손한 태도를 앗아가고 사람 과 사람 사이의 격차를 정당한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신의 노력에 걸맞은 결과를 획득할 권리는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순수한 의미에서 자신의 노력으 로 성취되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획득은 다양한 경제적 주체에 빚지고 있 으며 사회에도 일정 부분 의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이익을 가능케 한 자신의 선천적인 요건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도 의심해봐야 한다. 드워킨은 『정의론』에서 정치공동체의 최고 덕목으로 ‘평등한 배려 로서의 평등’을 제시하며 운 평등주의를 개진한다. 그에 따르면 자연의 분배적 평등 은 ‘선택’에 민감하게 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여건’에는 둔감할 것을 요구한다. 개인 이 자신의 선택에는 스스로 책임을 지되, 개인의 의사와 무관한 ‘비선택적 운’에 대해 서는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여건, 곧 장애나 재능 의 부족, 가정환경 등은 자신의 성취를 그 무엇과도 무관한 것으로 간주할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드워킨의 입장이다. 이러한 지적은 우리로 하여금 내 손아귀에 있는 것은 당연히 나의 것이라는 생각을 의심해볼 것을 종용한다. 과연 내가 가진 것은 그 만큼의 정당성을 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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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의 세계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서는, 생득적 요인으로 인해 기울어진 균형의 추를 다시 맞춰야 한다. 빈부격차 문제는 가만히 놔둔다고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해결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는 전세계의 통계를 근거로 자본에서 얻는 수익률이 경제 성장률보다 높음을 지적했다.10) 즉 토지와 건물, 혹은 유동성 자본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그 사회가 벌어들이는 근로소득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본의 우월성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은 계속해서 심 화될 수밖에 없다. 소득에 따라 차등적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나 다주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 는 종합부동산세 등은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의 방편이다. 이러한 정책의 부재는 빈 부격차를 더 크게 벌린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신자유주의를 테제로 정립한 1980년대 이후 전체 소득에서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졌다.11) 빈부격차가 심 화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다면 사회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를 바라봐야 한다.

▲ 상위 1%(적색선)와 하위 50%(청색선)의 소득이 국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 (출처: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WID.world), ‘세계의 불평등 보고서’)

10) 유용화, “양극화와 빈부격차 [유용화의 오늘의 눈]”, <KTV 대한뉴스>, 2020.02.20 11) 최병국, “소득과 부의 불평등 피할 수 있다…미국 방식을 피하면 된다”, <연합뉴스>,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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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과 정의

누군가 무거운 수레를 끌고 힘겹게 걸어갈 때 누군가는 자동차에 올라타 액셀을 밟 는다. 동등한 출발선만 보장하면 충분하다는 환상이 빚어낸 광경은 참혹하다. 멀어져 가는 차의 뒤꽁무니와 매캐한 매연은 이마의 구슬땀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 다. 재난지원금이든 국가장학금이든, 소득 수준에 일정한 선을 긋는 것은 갈수록 커 질 수밖에 없는 격차를 어떻게든 좁혀보려는 나름의 발버둥이다. 내게는 불만과 투정 을 유발하는 방책들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지평을 열어젖히는 동아줄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 노력을 귀하게 대접한다. 물론 노력은 귀중한 가 치이지만, 노력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은 이면에 자리한 능력과 여건, 운 등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같은 노력이 같은 결과를 산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력만을 강조하는 것은 차안대(遮眼帶)를 씌우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경주마 같은 삶의 태도는 결코 사회 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견인할 수 없다. 이제는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태생적 한 계를 규정짓는 다양한 여건들까지 조망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견지해야 한다. 변화 는 당연함 속에서 당연하지 않음을 발견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연일 보도되는 사회면을 보고 있노라면 이 땅에 정의가 사라져버린 것은 아닐까 하 는 회의가 스친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은 그야말로 역사 속의 이야기가 되어버 렸다.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불균형을 조금씩 정상 궤도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공 정, 평등, 정의가 없는 사회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각자 어린 시절에 한 번쯤은 꿈꿔 봤을 정의롭고 행복하기만 한 세상에 한 발짝이라도 다가서기 위해, 주변과 함께 도 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함께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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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권

군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부편집장 이에스더 esther015@hanyang.ac.kr 수습위원 이진재 jeremy0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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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는 ‘이제는 좋아졌다’라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 - 김보통 <D.P.> 원작 웹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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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 바뀐다고요?”

지난여름, 탈영병을 잡는 근무 이탈 체포조(Desester Pursuit)를 소재로 한 드라마 <D.P.>가 큰 인기를 얻었다. 인기의 비결은 ‘공감’이다. <D.P.>는 군대를 다녀온 사람 이라면 피부에 와닿을 만한 군대 부조리 문제를 신랄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군대 내 부조리 문제를 다룬 작품은 <D.P.>가 처음이 아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나 웹툰 <민간인 통제구역>, <탈영 일지> 등 다양한 작품이 세상에 군대의 어두운 민낯을 고발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시민 의식이 점차 성장함에 따라 군대 내부에서 벌어진 가혹행위, 인권 침해에 대한 개선 역시 지속해서 요구되었다. 그에 발맞춰 군 대가 쇄신의 쇄신을 거듭해왔다고는 하나, 최근까지도 군대 가혹행위를 묘사한 작품에 분노 섞인 반응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창작 세계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지독한 현실임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 대한민국 병역법 제3조 -

<D.P.> 첫 화는 위 조항과 함께 시작한다. 이 한 문장으로 인해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은 18개월, 혹은 그 이상의 기간동안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병역의 의무를 진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의무라는 미명에 숨어 그들이 처한 부조리한 현실을 외면해왔다. 군 대는 언제까지 과거에 멈춰 서서 새로운 젊음과 목숨을 희생시킬 것인가. 군대가 지금부 터라도 참담한 수준의 인권 침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으며 조국을 지키는 자랑스러운 이 미지로 탈바꿈하고자 한다면, 그들은 과감히 변화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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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 Back to 2014

▲ <D.P.> 스틸컷과 포스터 (출처: 세계일보, 넷플릭스 공식 네이버 포스트)

<D.P.>는 군대 내 가혹행위의 실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D.P.>의 조석봉 일병은 선 임들로부터 구타, 성폭력, 언어폭력 등을 당한다. 선임 중 한 명인 황장수 병장은 그 누 구보다 가혹행위에 앞장서며 조 일병 외에도 다른 후임들을 괴롭힌다. 이러한 부조리 가 존재하는 <D.P.>의 배경은 2014년이다. 2014년은 한 병사가 구타로 사망하고, 다른 한 병사는 총기 난사로 사상자를 발생시 키며 군 인권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해이다. 육군 28사단의 윤승주 일병 은 2014년 3월 초부터 이 병장 등 선임 4명에게 지속해서 구타와 인격 모독, 성추행당 했다. 당시 분대장이었던 유 하사는 이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방 조와 폭행에 가담했으며, 이 일병은 선임의 지시에 따라 폭행에 동조하고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결국 4월 6일 오후 윤 일병은 내무반에서 냉동식품을 먹던 중 선임에게 가 슴 등을 폭행당한 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다음날 끝내 숨졌다. 그리고 두 달 후, 충격적인 사건이 다시 일어났다. 전역을 불과 3개월 앞둔 임도빈 병장이 총기 난사를 하고 탈영한 것이다. 그는 본래 A급 관심병사1)였으나, 인성검사 1) 군은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만든 인성 검사 평가서를 이용해 식별한 관심병사를 A급(특별관리대상), B급(중점관리대상), C급(기본관리대상)으로 분류한다. (출처: 하종훈, “관심병사 등급 변경 지휘관 임의로 못한다”, <서울신문>, 20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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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평가 결과와 지휘관의 판단 아래 2013년 11월 B급으로 등급이 조정되어 육군 22사단 에 전입하였다. 관심병사로 지목된 임 병장은 부대에서 기수열외2)를 당했다. 2014년 6 월 21일, 임 병장은 동료 장병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격을 가했다. 그 후 그는 K-2 소 총과 실탄 60여 발을 소지하고 탈영했다. 임 병장은 생포되기까지 총 12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3) 본래 관심병사는 총이나 실탄을 다루는 근무에서 배제되지만, 임 병장에 겐 실탄이 지급되었다. 병영 내 따돌림 문제에 군의 부실한 부대 관리가 더해져 이러한 참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두 달 사이에 연달아 발생한 사건에 많은 국민이 충격에 빠졌고,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말이 생겼다. 군대의 이미지는 더욱 추락했고, 가족이나 애 인을 군대에 보냈거나 앞으로 보내야 하는 사람들은 걱정과 불안을 감출 수 없었다. 이 렇듯 <D.P.>의 배경이 되는 2014년은 군대 부조리의 심각성을 다시 일깨워 준 해였다.

# 다시 2021, 무엇이 바뀌었는가? 2021년 현재, 군대 내 상황은 나아졌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무려 7년이 지난 지 금도 병사들이 겪는 부조리 문제는 과거와 다를 바가 없다. 올해 6월 8일 한 해군 일 병 정 씨가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 일병은 아버지의 병간호 를 위해 나갔던 휴가가 끝나고 복귀한 뒤, 선임들로부터 “꿀을 빨고 있네.”, “신의 자 식”과 같은 폭언을 듣고 폭행과 집단 따돌림까지 당했다. 이를 견디다 못해 함장에게 신고했으나 단지 승조원 실과 보직만 옮겨졌을 뿐 여전히 가해자들과 한배에서 생활 해야만 했다. 정 일병은 세 차례의 호소 끝에 4월 6일 하선하여 민간병원에 위탁 진 료를 하러 갈 수 있었고, 이 외에도 5번의 국방 헬프콜 상담을 받았지만 별다른 도움 을 받지 못했다. 고통 속에 방치되었던 정 일병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 다. 애초에 정 일병을 가해자들로부터 제대로 분리했다면 이처럼 안타까운 결말은 없 었을 것이다. 물론 해군 규정에 따라 복무 시 6개월간 배를 타야 하고 중도에 하선하 기 위해서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가해자와 제대로 된 분리가 곤란한

2) 군에서 행해지는 괴롭힘 중 하나로 특정 사병을 몇몇 상급자의 주도하에 하급자까지 동참해 집단으로 따돌리고 무시하는 행태. (출처: 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탈영병 유서에 ‘총기난사’ 유가족 아버지 “제 2의 임병장 나올수 있어”, <아시아경제>, 2014.12.26) 3) 아군 간 오인 사격으로 인한 부상자 2명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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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을 무시하기 어렵다.4) 그러나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조차 규정을 우 선시해야만 했을까. 군에게 진정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었다면, 정 일병은 군 생활 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이러한 군 부조리는 병사들에게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계급과 권력이 낳은 부 조리는 간부들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지난 3월 2일,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 하던 이 중사는 부대에 복귀하는 차 안에서 맞선임이었던 장 중사에게 심각한 성추 행을 당했다. 단호한 거부 의사에도 장 중사는 멈추지 않았고 “신고를 할 테면 해보 라.”, “죽여버리겠다.”라고 협박했다. 다음 날 이 중사는 곧바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부대에 알렸다. 그러나 군의 무관심 속에 이 중사는 장 중사와 2주간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게 되었고, 이 상황 속에서 간부들은 사건을 덮고자 오히려 피해자를 회유했 다. 이 중사는 5월 14일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출했지만, 새로 옮긴 부대에서도 간부들에 의해 2차 가해가 행해졌다. 결국 이 중사는 5월 22일, 관사에서 스스로 목 숨을 끊은 채로 발견되었다. 이 사건 이후 서욱 국방부 장관은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족과 국 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지도부의 반성 어린 언행과 달리 정작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군사경찰의 사건 초기 블랙박스 등의 자료 확보와 가해자 구속 수사가 없었고, 군검사는 사건을 송치받고도 이 중사 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 무려 55일간 가해자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5) 이는 초동수사의 미흡한 부분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성추행 사건 수사 종결 이후 사건 을 담당했던 공군 20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사는 물론, 군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 무실 지휘부 중 단 한 명도 직무 유기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6) 끊이지 않는 부조리 가운데 여전히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2021년의 군대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4) 심희정, “父 간호 위해 청원휴가 냈다가 따돌림…해군 일병 극단선택”, <국민일보>, 2021.09.07 5) 구윤모, “초동수사 부실 인정하고도… 책임자 단 한 명도 처벌 안해 [심층기획]”, <세계일보>, 2021.10.16 6) 유민호, “공군 여중사 사건, 219일만에 수사종료”, <TBS 뉴스>,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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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적 수치로도 증명되는 부조리

군 사망사고 추이

사망인원(명) 150

42 38

37

25 28

75

26

23

52

60

63

2017

2018

2019

26

23

62

2019

24

23

65

57

2015

2016

101 73

80

11

70

44

0 2011

2012

2013

2014

2020

■ 군기사고 ■ 안전사고

(명)

원인별 사망사고 현황

150

46 37 29

75

97 72

38

79

36

27

24 11

67

57

54

51

60

2014

2015

2016

2017

2018

42

0 2011

2012

2013

2020

■ 자살 ■ 기타

▲ 군 사망사고 추이 및 원인 (출처: e-나라지표)

통계적으로 2014년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전체적인 사망사고는 줄어들었으나, 군 기 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여전하다. 가혹행위의 피해자들은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불 구하고 실질적인 도움은 받지 못했다. 그들은 결국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 지금도 군대 어디선가에서는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목소리는 군대의 철조망을 넘지 못하고 소리소문없이 묻혀가고 있 다. 이제라도 그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널리 울려 퍼지길 희망한다.

80 사회


“아니 어떻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나요?”

# 사건 발생 이후 불합리한 대처 지금껏 사회에 알려져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낸 가혹한 사건들은 어쩌면 흐지부지될 수도 있었던 사건들이다. 군대는 폐쇄적인 조직이기에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사회에 서 알기 어려울뿐더러 사건을 자체적으로 종결하려는 경향도 강하다. 심지어 몇몇 간 부들은 자신의 진급에 눈이 멀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사건을 덮으려고 한다. 부조리 가 발생한 부대가 되지 않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억지로 화해시키거나, 일을 크게 키우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등 2차 가해를 한다. 그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부대 내 가 혹행위가 없는 ‘선진병영’이지만 속은 곪아 터지기 직전인 부대가 되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수사를 진행하고 재판을 연다고 해서 공정한 조치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었다. 군에서 일어난 형사 사건의 경우 군사법원이 재판을 담당한다. 그러나 지금 까지 군사법원은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는 것보다 피해자를 입막음하는 데에 주력했 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관할관 확인조치권7)과 심판관8) 등 군사법원에만 존재했던 제도가 사건 축소 및 은폐를 뒷받침했다.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탓에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부대에서는 군 기강을 위해 가해자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분위기 가 암묵적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피해자를 관심병사로 낙인찍고 사건의 원인이 라 결론지었던 것이다.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모습을 지켜본 병사들은 ‘일을 더 키우지 말자.’라는 생각에 때로는 방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방관하지 않고 부조리에 관해 항의하기 위해서는 더 큰 부조리가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이렇듯 수뇌부부 터 병사들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침묵하는 분위기는 부조리를 암묵적으로 허용하 고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해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가해자와 방관자를 더 악랄한 가해자로, ‘나만 당하는 것은 억울하다.’라는 생각은 피해자를 또 다른 가해자로 만드는 비극을 불러왔다. 결국 부조리의 뿌리까지 뽑지 않는 한 같은 일 이 반복되는 악순환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7) 국방부 장관 등이 형의 3분의 1 미만 범위에서 감경하여 주는 제도 8) 비법조인 장교가 군판사로 참여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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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사법 체계의 개선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적인 면에서 개선되어야 한다. 한국에 서는 헌법 제110조 제1항9)에 근거하여 군사법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북한과 대치 중 인 국내의 안보 상황과 엄정한 지휘권 확립, 신속한 재판을 위해 전시가 아닌 평시에도 군사법원이 열린다. 그러나 지휘관이 수사와 심판 모두 관여하는 재판 구조는 가해자 를 확실히 처벌하지 못하고,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군사법원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과거부터 군사법원법 개정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 어졌고, 올해 8월 31일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개정 전 성범죄, 군인 사망 사건 관련 범죄, 입대 전 범죄

1심부터 민간법원에서 1·2심 군사범원에서 (3심은 법 개정 전부터

3대 범죄 제외한 비군사범죄와 군사범죄

개정 후

대법원 관할)

1심은 군사법원, 2심은 민간법원에서 (고등군사법원 폐지)

관할관 확인조치권, 심판관 제도

존재

폐지

부대장 구속영장청구 승인권

존재

폐지

▲ 군사법원법 개정 전후 비교 (출처: 한겨레신문)

이와 같은 개정에도 불구하고 평시 군사법원의 존재 자체는 여전히 불합리한 수사와 재판을 척결하는 데 한계가 된다. 그렇기에 군사법원의 기능을 단계적으로 간소화하고 종래에는 폐지하여, 모든 사건에 있어서 민간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일반 법원의 심 판을 받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9)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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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사법원은 존재하지만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경우는 계엄령 선 포, 군사정부 설치, 교전법규 위반, 군법 위반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한다.

영국

군사법원은 존재하지만 재판관 및 검찰이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다. 또한 오직 군복무규범 위반에 한 해 군 사법권이 적용된다.

독일

전시, 해외 주둔인 경우에 특별군사법원 설치가 가능하다.

이스라엘

군사법원은 존재하지만 성문법적 근거는 없다. 수사·공소·재판에 지휘관 관여 및 감경이 불가하다.

대만

‘훙중추(洪仲丘) 하사 사망사건11)’을 계기로 평시 군사법원 및 군검찰 운영을 중단하고, 관련 업무를 전부 민간법원 및 검찰로 이관했다.

프랑스

군사법원은 존재하지 않으며 일반법원에 특별부를 두거나 재판관 의 일부를 군인으로 구성한다. ▲ 미국 외 5개국의 군사법원 운영 현황

현재10)세계 각국은 군사법원의 역할을 축소하는 추세다. 군사법원이 존재하는 나라에 서도 전시 등 특수한 경우에 한 해 운영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종전상태가 아니라 휴전 중임을 고려할 때, 평시 군사법원 폐지 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군사 법원을 전시에만 운영할 경우, 신속한 운영 재개에 대한 훈련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삼권분립을 떠올려 보자. 국가 권력을 입법, 사법, 행정으로 분리하여 누군가가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대한민국 민주정치의 정의(正義) 이다. 그러나 군 사회에서 바로 얼마 전까지 존재했던 관할관 확인조치권, 심판관 제 도는 행정부에게 사법부 권력을 안겨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의를 잃어버린 군 사 법체계는 폐해를 키우는 주범과 다름없었다. 이제서야 비합리적인 제도가 고쳐진 것 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애석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지금부터라 도 군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그들을 부당한 현실로부터 보호하는 정의 실현이 이뤄지 길 바랄 뿐이다.

10) 2013년 대만 육군 소속 병사가 휴대전화를 부대에 무단 반입하여 군기교육대에서 교육을 받다가 의문사 한 사건 (출처: 정은지, “대만판 ‘윤일병’ 1년…총통사과 등 난리에도 "변한 건 없다"”, <뉴스1>, 201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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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안 왔으면, 탈영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 우리나라는 휴전 중인 국가이면서,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세계의 몇 안 되는 국 가 중 하나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성이라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만 18세 이 후 신체검사를 받고 일정한 기간 내에 입대하여 육군 기준 18개월의 복무를 마쳐야 한 다.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낯선 사람들과 대략 2년 동안 부딪히며 24시간 내내 살아가 야 하는 군 생활은 그 자체로 병사들에게 스트레스 요인이다. 더욱이 징집률을 유지하 기 위해 군대 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도 대열에 합류시키면서 군대는 터지지 않는 것이 이상한 화약고가 되었다.

# 필요 이상의 징병 물론 모든 남성이 군 복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상의 이유나 기타 이유를 통해 사회복무로 대체하거나 현역 복무를 면제받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나 출산율 감소 로 인해 징병 가능 인구가 줄어들자, 군 당국은 신체검사 기준을 지속해서 낮추어 일정 한 수준의 병력을 유지해왔다. 결국 과거보다 현역 판정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이는 2021년부터 새롭게 강화된 현역 판정 기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는 문신이 있거 나, 최종학력이 중학교 이하일 경우 현역 판정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문신 여부나 학력에 상관없이 신체 등급에 따라 현역 판정을 내린다. 그 이외의 신체 등급 기준 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체질량지수(BMI) 기준

17 미만 33 이상 → 16 미만 35 이상 - 175cm 기준 48kg 이하 또는 108kg 이상이어야 4급(보충역) 판정

근시 기준

–11D 이하 → –13D 이하

원시 기준

+4D → +6D 이상

편평족(평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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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도 이상 → 16도 이상


신체검사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질환도 살펴본다. 현재의 평가 기준에 따르면 우울 증이나 불안 장애, ADHD 등의 질환이 있더라도 그 정도가 ‘경도’라면 현역 판정을 받 기도 한다. 가령 우울증 환자의 경우 6개월 이상의 진료나 1개월 이상의 입원 기록이 있어야만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군대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병사는 2016 년 4,000명에서 지난해 10,000여 명으로 증가했다.11)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우울증 환 자가 증가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병력 충원을 위해 제대로 된 검사 없이 일단 징발했 다는 해석이 더욱 타당해 보인다. 이러한 현재 현역 판정 기준은 과연 옳은 것일까.

▲ 현역 판정 비율 사진 자료 (출처: 동아일보)

현재 한국의 현역 판정률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자. 약 5,000만 인구에 50만 명의 대병력을 유지하는 한국의 징집률은 구 일본군과 나치 독일군의 70%대를 훨씬 웃돈 다.12) 거의 모든 주변국과 적대 관계에 놓여 안보 상황이 좋지 않은 이스라엘조차도 실 질적인 징병률은 35~50% 정도다.13) 11) SBS 뉴스 유튜브 채널, 군대 우울증 병사 꾸준히 느는데... 병역 판정 검사의 문제점, 유튜브, 2021.10.29 12) 문형철, “[병역제도 개선을 생각한다-상] '이남자'를 위한 병역제도 개선안 괜찮은가?”, <메트로신문>, 2021.04.20 13) 이스라엘에서는 만 18세 이상의 남녀 모두 군대에 가야 하지만,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면제받는 경우가 많다. (출처: AVI JAGER, “The myth of compulsory military service in Israel”, <The Jerusalem Post Israel News>, 20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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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의 조직 생활 특성상 누군가가 실수나 잘못을 범하게 되면 다른 병사들도 함께 부 담을 지게 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수준 이상의 체력 및 근력, 정신력이 필요한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들도 많다. 군대에서 버티는 것조차 벅찬 사람들과 책임을 공유하 는 상황은 그 자체로 군대에 소속된 모든 사람의 부담감을 가중한다. 심지어 밝게 빛나는 청춘에 ‘내가 원해서 온 게 아닌데.’라는 생각은 병사 개인의 무력함과 억울함을 극대화한 다. 누적된 스트레스는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표출되기 쉽다. 더욱이 누군가를 괴롭히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군대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 고 있다. 군대에서는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손쉽게 권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 이다. 그렇게 계급을 무기로 삼아 자신의 부조리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과 품은 감정이 어떻든 간 그것을 타인에 대한 폭력으 로 분출하는 것은 무조건 가해자의 잘못이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 더 비판의 저변을 넓 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모두의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 할 수 있다. 군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했던 임 병장. 그가 애초에 군대에 오 지 않았더라면 집단 따돌림도 총기 난사도 없었을 것이다. 현재의 병력 구조가 계속해 서 유지된다면 사람 수를 채우기 위한 무분별한 징병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고, 제2, 제 3의 임 병장이 더 등장할 것은 뻔하다. 이처럼 징병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새로운 방법 을 고민해볼 때가 왔다.

# 모병제 전환 모병제 전환은 오래전부터 첨예하게 다뤄지던 사회적 이슈 중 하나이다. 모병제와 징병제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군대 내 부조리의 대물림을 끊고 군 인의 인권을 향상하자는 목적만을 두고 본다면 모병제 전환이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2016년 융합보안논문지에 실린 <초급간부 인권과 군대 폭력 근절방안에 대한 연구>에서 저자 정재극은 “군대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큰 틀의 정책적 차원으로 징병 제를 모병제로 전환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병제는 강제 징병하지 않고 자 원자들로만 군대를 유지하는 병역제도로,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하기에 민주주의 의 기본 이념인 개인의 자유라는 기본권 보장이 가능하다. 기존의 병력을 충원하기 위 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도 복무를 하게 되는 징병제 의 단점이 모병제 체제에서는 원천차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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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병제 전환은 단순히 인권 향상의 측면만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 니다. 한국이 여전히 북한과 대치 중이라는 특수한 안보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모 병제 전환 시에는 병력이 현재보다 급격히 감축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국 민 대부분을 군대로 동원하는 북한을 위에 두고 홀로 병력 감축 길을 걷는 것은 망설여 질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모병제 전환 시 병력이 줄어드는 만큼 이를 대체할 첨단 군 사 장비를 마련하고 남은 병력의 전문성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모될 엄 청난 국방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는 결국 국민이다. 만일 모병제로 전환하게 되었을 때, 다시 징병제로 재전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모 병제 전환으로부터 발생할 충격을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하다.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군의 부조리는 20년 전에도 거론이 되던 고질적인 문제이다. 폐쇄적이고 강제적이 라는 군대라는 조직 자체의 특징이 폭력의 진앙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국방부 와 군 수뇌부는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보다 국민의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에 급급한 미봉책들만을 내놓았기에 과거의 문제가 오늘에 와서도 반복되고 말았다. 소위 말해 ‘요즘 군대’에서 발생하는 일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여전히 많은 부조리와 고 통이 군대 안에서 횡행하고 있다. 작년만 하여도 마흔네 명의 군인이 군기 사고로 사망 했고 그중 마흔두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이 죽음의 절벽으로 내몰리는 동안, 국가는 국가를 지키는 군인을 지키기 위해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헌법 제5조 제2항에서는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 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어 제10조에서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다. 국가의 안전과 우리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군대가 존재한다. 국가의 역 할은 군대가 사명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군인들이 나라를 위해 바치는 시간과 노동력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섰던” 대한민국의 모든 이등병이, 무사히 소임을 마치고 웃는 얼굴로 집에 돌아와 젊은 날의 꿈을 이어갈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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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 #표현의자유

마음을 죽이는 폭력: 사이버불링 수습위원 송미주 smju711@hanyang.ac.kr

“우리의 뇌는 물리적 폭력과 사회적 따돌림을 같은 뇌 부위에서 인식한다.

모욕과 차별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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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아닌 방종을 누리고 있진 않은가 지난해 9월, 대학가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악성 게시글 과 악플에 고통을 호소하던 대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가혹할 정도로 냉연했 던 이 사건은 대학생의 사이버 폭력성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당시 수많은 언론사가 사 건을 보도하며 대학가 사이버불링에 경종을 울렸지만, 정작 에브리타임과 대학 당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9월 8 일, 사건의 가해자가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에 브리타임 악플러가 법정에 섰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이 번만큼은 사건에 마침표를 달리 찍어야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며 에브리타임에 의지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대학 수업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교내 정보 수집의 공간으로 에브리타임이 자리매 김한 것이다. 그러나 이용자 수가 늘어난 만큼 사이버불링의 심각성 또한 커지고 있다. 한양대학교 에브리타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 한양대 에브리타임에는 혐오 표 현을 바탕으로 한 사이버불링이 만연해 있다. 게시글 작성자를 향한 단순 비방부터 사 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혐오 표현까지, 사이버불링의 그 종류도 대상도 몹시 다양하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근저에 있는 혐오의 정서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그 리고 표현의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을 고려한 해결책을 마련해 에브리타임이 바람직한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양』은 에브리타임의 담대한 전환을 위해 대학가 사이버불링의 문제를 함께 논의해 보고자 한다.

▲ 애브리타임 사이버불링성 게시물 (출처: 에브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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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불링 톺아보기 # 사이버불링의 정의 사이버불링은 타인에게 해를 가하거나 불편함을 주려는 목적으로 디지털 매체를 사 용하여 공격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행동을 일컫는다.1)

# 사이버불링의 특성 사이버불링은 오프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괴롭힘과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 는데 이는 사이버의 공간적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사이버 상에서는 첫 번째로 익명 성이 보장된다. 몰개성화 이론2)에 그 결과,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에서는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든다. 이에 도덕적 판단 과정은 생략되고 일탈 행동은 가속 화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전파성이 높다. 사이버 공간의 특성 중 하나인 전파성은 적 은 노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퍼트릴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특성은 정보 의 사실관계에 상관없이 적용되기 때문에 가해자가 피해자를 괴롭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이용자들 간 힘의 불균형이 사라진다. 힘의 불균형에는 신체적 인 요소뿐만 아니라 나이, 사회적 지위, 외모, 가정환경과 같은 요인들이 포함된다. 사 이버 상에서는 이런 힘의 불균형이 사라져 누구나 공격권을 가질 수 있기에 더 공격적 인 행동이 발생할 수 있다.

# 사이버불링의 유형 대학가 사이버불링에는 대표적으로 사이버 비방과 사이버 조리돌림이 있다. 우선, 사이버 비방이란 인터넷 게시판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특정인에게 모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트롤링과 플레이밍이 이에 해당하는데, 트롤링은 타인의 공 격적 반응을 목표로 글을 게재하는 행위이고, 플레이밍은 인터넷의 익명성과 개방성을 악용해 상대에게 모욕적인 말로 상처를 주는 행위이다. 사이버 조리돌림은 온라인상에 재판관을 자처하는 이가 등장해 자신만의 잣대를 들이밀며 집단 괴롭힘을 유도하는 것 을 일컫는다. 비난의 대상은 가혹한 마녀사냥을 당하게 되는데, 대학가에서는 이 과정 에서 피해 학생들의 신상이 공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문제가 심각하다. 1) 『사이버불링』,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2016 2) 개인이 익명성을 획득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이나 개인적 특성을 잃어버리는 상태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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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욕과 차별은 왜 사람을 아프게 하는가

▲ 두뇌 감정 자극, 결정 자극 비교 (출처: 다큐 <시사 직격>)

지난 4월 9일 방영된 다큐 <시사 직격> 69화에서는 실험을 통해 사이버불링을 당할 때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았다. 실험 결과, 사이버불링이 이뤄지 는 앱을 사용하기 전에는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내측 전전두엽과 감정을 조절하는 양측 해마곁이랑의 활성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반면, 앱을 사용한 뒤에는 우측 내측 전두 엽과 좌측 해마곁이랑의 활성화가 감소했다. 이에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 수는 “위 실험 결과를 토대로 볼 때, 피해자가 사이버불링을 지속적으로 당할 경우, 뇌의 활성화가 다시 복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사이버불링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온 라인상에서 누군가에게 차별과 혐오의 발언을 가하는 것은 그를 물리적으로 폭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가볍게 여긴 한 마디, 그 날카로운 한 마디가 사람을 찌르는 것이다. 이는 작년 10월 경 대학가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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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time 사이버불링 # 대학가 사이버불링에 경종을 울리다

“사이버불링 피해자는 자신의 방에서도 24시간 괴롭힘을 당한다.” 작년 10월, 우울증을 앓던 한 대학생이 에브리타임에 달린 악성 게시물과 악플에 고 통을 호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안이 심각했던 만큼 경찰은 바 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게시물에는 A씨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으나, A씨와 친한 사 이였던 가해자들만 아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해당 글이 A씨를 특정하는 것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악성 댓글을 멈춰 달라는 간청에도 가해자들은 작성을 멈추지 않았 으며, A씨는 그렇게 자신의 방에서조차 24시간 내내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인 선택 을 하고 말았다. 사건이 발생하고 1년이 지난 올해 9월 8일,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은 모욕 혐의로 기소되었고 에브리타임 악플러로서 법정에 서게 되었다. 해당 사건은 대학생의 사이버 폭력성이 더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수준에 이르렀음 을 시사했다.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수많은 기관에서 에브리타임 측에 ‘최소한 의 윤리규정을 마련하라’는 요청을 했지만, 에브리타임은 무응답으로 일관할 뿐이었 다. 가해자의 법정행으로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 이제는 경종에 반 응해야 할 때다.

▲ 에브리타임 대학생 사망사건 당시 기자회견 (출처: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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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브리타임, 혐오로 물들다

“에리카 갈 거였음 왜 공부함” “에리카 분탕러들이 난리치는 듯 ㅋㅋㅋㅋ 우리 학교 학생이 계속 저렇게 나댈 이유가 뭐가 있냐ㅋㅋㅋㅋ 에리카 애들이 설캠 부러워서 열폭하는 듯” “수시충 정시황” “중국에서 폭발사고로 중국인 ‘50마리’가 죽었는데 너무 좋다” “동성애자 싫으면 따봉 ㄱ 여론조사 좀 해보자” “게이 옹호자 특(징): 1. 게이 2. 게이 3. 게이. 반박 시 게이”

혐오 표현이란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 ❶ 모욕, 비하, 멸시 또는 ❷ 차별·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표현을 말한다.

에브리타임 내 사이버불링은 다양한 혐오 표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학기 동안 한양대 에브리타임에 자주 등장했던 혐오 표현은 단연코 학벌 차별에 관한 것이 었다. 한양대 에브리타임에서는 에리카 캠퍼스를 향한 비하가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 다. 이는 학생들의 우월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특히 캠퍼스 구별에 관한 논 의는 가혹해 보이기까지 한다. 종종 뉴스에서 한양대 캠퍼스 간의 구분이 제대로 이루 어지지 않을 때면, 게시판에는 서울 캠퍼스와 에리카 캠퍼스는 하나로 평가될 수 없다 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일부 학생들은 에리카 캠퍼스 학생을 향해 ‘에리카 갈 거면 공 부는 왜 했냐’는 식의 모욕적인 언사를 휘두르며 차별을 조장하곤 한다. 학생들은 서울 캠퍼스에 입학하기 위한 나의 노력이 에리카 캠퍼스 학생들과 동일하게 평가되는 현실 에 분개하며, 자신들이 가하는 차별을 성과에 따른 ‘정당한 차별’이라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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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정당화는 코로나19 이후 중국 유학생들을 향해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 은 바이러스의 발원지가 중국임을 이유로 중국 유학생들을 향한 혐오 발언을 합리화시 키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지금도 중국인을 비하하는 용어가 마치 일상의 언어 인 것처럼 에브리타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한양대학교를 다니는 해외 유학생 가운 데 상당수가 중국 유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충분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시기를 막론하고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이들 또한 존재한다. 바로 성 소수자들이 다. 성 소수자는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곤 한다. ‘이태원 발 코로 나 확산’과 같은 성 소수자에 관한 사회적 이슈가 등장할 때면 에브리타임은 그야말로 혐오의 장이 되곤 하는데, 학생들은 그들의 인권을 무시한 채로 멸시의 분위기를 조성 한다. 소수자를 향한 차별적 발언과 그를 바탕으로 한 또 하나의 폭력이 한양대 에브리 타임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 대학생들의 혐오, 그 잘못된 방향성 대학가 사이버불링에 담긴 혐오 표현을 다루는 연구들은 대학생들의 혐오 표현이 청 년 세대가 직면한 경쟁 구조와 경기 불황의 늪을 전제하고 있음을 나타낸다.3) 남을 밟 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무한경쟁의 구조가 혐오·차별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자기 관리를 못해서’, ‘남들만큼 뛰어난 성취를 못 해서’ 차별과 모욕을 가하는 것으로 선전해 혐오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던져봐야 할 질문은 대학생들이 지금의 어려움 그리고 사회 의 불공정에 대한 분노를 혐오로 표출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학생들은 사회적 소수자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들에게까지 혐오 표현을 내뱉고 있다. 과연 무한경쟁의 피로가 분노의 언어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것일까. 이에 일부 학생들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그래도 커뮤니티에서는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조차 에브리타임은 원래 그런 곳이라며 문제 를 회피하고 만다. 우리는 이렇게 학내 온라인 공론장이 사이버불링의 장으로 전락하 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일까. 3) 최유숙, 「대학생 커뮤니티의 혐오 표현 양상 : 에브리타임 핫 게시물을 중심으로」, 교양학 연구, 2019년, 33-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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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해악을 막기 위한 근본적 조치 (feat. 표현의 자유)

# 혐오 표현 and 표현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을 논함에 있어 한쪽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검열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혐오 표현이 표현의 자유로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팽팽한 두 입장은 영영 접점을 가질 수 없는 것일까?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도 긍정하면서, 혐오 표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정치학 교수인 캐서린 겔버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하며 해결책의 방향을 제시 한다.4) 겔버는 자유를 방해의 배제로 보는 소극적 자유 보다는 책임을 전제로 하는 적극적 자유를 옹호한다. 적극적 자유의 입장에서는 자유를 ‘기회’가 아닌 ‘행사’로 간 주한다. 즉, 자유가 행사될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조성한다면,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의 규제를 조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 플랫폼의 역할 이를 대학가 사이버불링에 대입시켜볼 때, 적극적 자유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주체 중 하나는 에브리타임이다. 에브리타임은 450만 명의 이용자를 두고 있는 거대 플랫폼인 만큼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브리타임 의 운영진들은 대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자율규제 강 화 권고를 받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에브리타임을 대 신해 익명 시스템의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면, 익명 글 작성 횟수에 제한을 두고, 익명이 아닌 곳에서는 학번을 사용하도록 해 사이버불링성 혐오 게시물의 생 성을 막는 것이다. 이러한 보완책의 취지 역시 적극적 자유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 다. 여러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브리타임은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규제를 통해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가 행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케서린 겔버, 『말대꾸 : 표현의 자유 vs 혐오 표현』, 유민석 옮김, Editus, 2019,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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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이 해야 할 일 그러나 대학가 사이버불링에 있어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혐오 표현의 토양 이 되는 혐오의 정서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혐오의 내용보다는 혐오 정서 를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는 결국 교육 현장의 몫이라 말한다. 그들은 대학 수업에서 혐오 현상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을 알아보고 혐오의 해악을 줄이기 위한 실천 방법 등을 논의해 보는 것이 꽤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5) 대 학에서 ‘혐오’를 이야기하는 강의실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상대 입장에 서 보 고 혐오 정서의 맥락을 섬세하게 고려하는 작업이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이 책임 의식을 갖고 혐오 정서에 관해 함께 논의해볼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 준다 면 혐오 정서가 완화되어 사이버불링의 사태가 진정될 것이다.

# Finally,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용자들의 인식 제고이다. 물론 우리 세대가 불만 표출로서 혐오가 아닌 다른 방법을 택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차원의 조치가 우선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의 실현은 너무나도 이상적이고 요원하게 느껴진다. 바람직 한 환경이 조성되기 전에 우리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자유가 아닌 방 종을 누리고 있지는 않은지 익명이라는 가면 속에 숨어 해서는 안될 말을 하고 있지 는 않은지, 우리 주변의 사회가 바람직한 공론장의 토대를 마련해 주기 전에 개인적 차원에서 충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 그 양날의 검을 휘두르게 되면 상처받는 것은 결국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5) 정재원. 『혐오사회와 공존의 시민성 교육』, 학습자 중심교과교육 연구, 2019, 99-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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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인의 시선 머무는 곳에 따뜻함 번져있길

어떤 사안에 관하여 부정적인 의견이 표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려가 되는 부분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해치는 표현과 혐오다. 현재 한양을 포함한 전 대학가에 이를 바탕으로 한 사이버불링이 난무하고 있다. 혐오로 물든 에브리타임에서 학생들 의 치는 손은 가벼워지고, 받는 마음은 무거워지고 있다. 충분히 완곡한 표현에 기대 어 쓸 수 있는데 왜 점점 가혹해질까. 익명으로 작성된 글은 쉽게 잊히지만, 마음의 상처가 사라지는 시간은 그 속도에 비례하지 않는다. 험한 표현을 지속적으로 접할 경우 우리는 정신적 패닉 상태에 이 를 것이다. 평범한 학생들마저 사이버불링의 피해자로 전환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 리는 표현의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표현할 자유가 혐오할 자유 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의 커뮤니티를 바람직한 소통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플랫폼과 대학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장기적 차원의 조치에 앞서 당장 우리가 할 수 있 는 게 있다. 바로 표현을 ‘새로고침’ 해보는 것이다. 나의 표현에 가시가 돋아있진 않 은지, 그 가시에 찔려 상처받을 이가 있진 않을지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부정적 인 정서를 표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내가 던진 표현이 상대방의 마음에 어떻게 닿을 지 한 번쯤은 고민해보고 표현을 달리 해보자는 것이다. 이용자 스스로가 타인에 대 한 감수성을 고취하고 완곡한 표현을 사용해 보는 것은 사이버불링으로 과열된 커뮤 니티를 잠재우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부디, 한양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따뜻함이 번져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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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양』 교지에서 기고를 받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주제: 자유 형식: 글, 그림, 사진 등 자유 분량: 자유 문의: 편집장 김지현 010-4653-6855 접수: HYgyo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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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특별기여자

격동의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작전명 미라클 편집위원 황성주 saint95@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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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일응 공사참사관: “한국으로 데려갈 거고, 방법을 생각해서 알려주겠다. 반드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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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귀환으로 끝난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

지난 8월 31일 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위치한 카불 국제공항에서 마지막 미 군 수송기가 떠났다. 동시에 카불 시내에서는 탈레반 병력들이 공중을 향해 총을 쏘며 미군의 완전 철수와 정권 재탈환을 자축했다. 불과 3개월 전,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 팽팽한 교전상태였던 탈레반이 미군의 신속한 철군 발표가 나오자마자 파죽지세로 아 프가니스탄 전역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결국 탈레반이 한 달 만에 수도 카불을 비롯 한 아프가니스탄의 대부분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20년간 이어진 미국-아프가니 스탄 전쟁이 탈레반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정세가 급변함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여러 나 라들은 자국민을 탈출시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역시 탈레반의 카불 진입이 가시화되 자, 곧바로 대사관을 폐쇄하고 모든 한국 국적의 시민들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시켰 다. 이와 함께 미라클 작전을 전개하여 우리 정부와 협력한, 일명 아프가니스탄 특별기 여자1) 378명을 무사히 한국으로 데리고 오기도 했다. 이처럼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일들은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우리에게 큰 충격으 로 다가왔다. 어떻게 탈레반은 신속하게 아프가니스탄을 미국으로부터 다시 탈환할 수 있었던 것일까? 탈레반 통치하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며, 우리나 라에 온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삶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이번 아프가니 스탄 사태에 대한 많은 질문에 대해 『한양』이 답해보고자 한다.

1)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용어에 관하여: 처음 미라클 작전이 공개되었을 때, 국방부를 비롯한 우리 정부 는 구출한 아프가니스탄인들에 대해 “조력자”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이후 외교부에서는 이들을 특별공 로자, 특별기여자라 칭했다. 이렇게 용어정리가 되지 않는 이유는 분쟁 지역에서 위기에 빠진 이들을 구출 하는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정부에서 “특별기여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한 만큼, 이 글에서도 아프간 난민, 조력자라는 표현 대신 특별기여자라 칭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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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탈레반. 그들은 누구인가?

미군의 철수와 함께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한 탈레반. 이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일까?

# 다사다난했던 아프가니스탄 정권의 변천사와 탈레반 탈레반의 역사는 40여 년 전부터 시작된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 면서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일으켰고, 친소련계열의 아프가니스탄 민주공화국 을 세웠다. 이에 소련에 대항하기 위한 무장단체인 무자헤딘이 결성되었는데, 이 무 자헤딘의 분파 중 하나가 바로 탈레반이다. 탈레반은 파슈토어로 ‘학생’을 의미하며, 무자헤딘 내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파벌을 형성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탈레반을 비롯한 무자헤딘은 냉전시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받으 며 게릴라식 무장투쟁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련을 괴롭혔다. 결국, 1989년 소련은 아 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아프가니스탄 민주공화국은 무너지고 말았다. 이 후 권력의 공백이 생긴 아프가니스탄에서 1996년까지 7년간 내전이 벌어졌다. 이 내 전을 종식하고 아프가니스탄을 통합한 집단이 바로 탈레반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잡은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을 설립했다. 이들은 여성의 인권을 강하게 억압하고, 바미안 석불을 비롯한 불교 문화유산에 대한 반달리즘2)을 강행하는 등 극단적인 이슬람주의를 내세우며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했 다. 그러나 2001년, 9·11테러 용의자인 오사마 빈라덴을 보호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미국에 의해 탈레반은 정권을 잃고 도주하게 되었다. 이 시기 에 미국이 세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이 바로 현재의 아프가니스탄 정부이다.

2) 문화나 예술을 파괴하려는 경향. 455년경 유럽의 민족 대이동 때 반달족이 로마를 점령하여 광포한 약 탈과 파괴 행위를 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출처: 『반달리즘』, 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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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설 당시만 하더라도 탈레반이 완전히 소멸하 고,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식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일어난 지 2년 만에 미국이 이라크 전쟁도 일으키면서 아프가 니스탄 내정에 집중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미국은 탈레반을 완전하게 소탕하지 못 했다. 그리하여 지난 20년 동안 탈레반은 전통적으로 자신들의 지지도가 높은 남부 파슈툰 지역,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미군에 지속적으로 대항했고, 점차 아프가니스탄의 여러 지역을 장악해 나갔다. 미국이 2021년까지 직접적인 전쟁 수행에 957조 원, 사회 인프라 건설 및 군대 양 성 등 국가재건사업에 168조 원 등 총 2,650조 원(2조 2,61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 한 비용을 지출3)했음에도 아프가니스탄은 안정되지 않고 전쟁 상황이 계속되었다. 결국 미국은 비밀리에 탈레반과 협상을 진행해 올해 안으로 완전히 철군하기로 결정 했다. 또한 이 협상 과정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배제되면서 미국이 더 이상 아프 가니스탄 정부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탈레반은 안심하고 파죽지세로 수도 카불까지 진격했다. 그리고 8월 15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부 의 항복을 받아내고, 카불에 입성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은 다시 탈레반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장악 과정 (출처: 연합뉴스) 3) 권민철, “드러나는 아프간 철군 이유…'전의'까지 사줄 수 없어서”, <노컷뉴스>,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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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안이 없잖아 아프가니스탄은 중앙아시아와 중동, 남아시아 사이에 위치해 있어 동서 실크로드 와 남북 무역로가 교차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아 침략을 많이 받았다. 이 때문 에 역사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외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 한 경향은 근현대에도 이어져 19세기에는 영국이, 20세기에는 소련이 끝끝내 점령에 실패했었고, 미국 또한 그들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되었다. 비록 폭압 정치를 일삼은 탈레반을 미국이 몰아냈지만, 이 과정에서 탈레반과 무관한 많은 민간인들이 죽고 다쳤다. 이로 인해 오히려 탈레반에 합류해 미국에 저항하는 사 람들이 등장할 정도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민심을 잃었다. 그렇다고 미국이 세운 아 프가니스탄 정부가 민심을 잘 추스른 것도 아니었다. 미국의 엄청난 원조에도 정부조직 내에 부정부패가 만연해있어 민생고는 개선되지 않았고,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안정적으로 장악하지도 못하면서 전쟁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물론 과거와 달리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요구가 반영되는 민주주의 절차가 도입되었으나, 탈레반을 비롯한 다른 군벌 세력의 방해로 인해 선거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영향력이 미 치는 수도 카불과 그 근교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실시되었다. 게다가 미국 시민권자였 던 아슈라프 가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그를 미국의 앞잡이로 여기며 더욱더 정부를 불신했다. 결론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대통령을 카불 시 장이라 조롱할 정도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영향력은 현저히 낮아진 상태였다. 민심을 얻지도 못한 채 치안과 국방, 경제적 지원을 미국에 의존했기에, 미국이 철 수를 서두르자마자 탈레반에 의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무너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 었다. 사실 탈레반도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국민적 지지가 높은 편은 아니다. 실제 이 슬람문화 전문가인 이희수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에 의하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 반의 비호감도는 2019년 기준 무려 85%에 이른다고 한다.4) 하지만 탈레반은 유일하 게 내전을 종식시킨 경험이 있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싸우는 중에도 자신들이 장악 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전쟁 없는 일상생활을 보장했다. 그 결과, 지난 40여 년간 전 쟁에 지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에게 탈레반은 더 이상 전쟁 없고 배고픔을 해결해줄 세력으로 인식되었으며, 이는 곧 탈레반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지지로 이어진 것이다.

4) 비디오머그, 아프간 사태 총정리, 독자 궁금증에 전문가가 답했다! [ep.1], 유튜브,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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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국가들, 그리고 작전명 미라클

# 아프가니스탄에 체류 중인 모든 국민들은 출국해주시기 바랍니다 탈레반이 불과 한 달 만에 카불로 진격해오자, 카불과 그 근교에 주둔해있던 나토 (NATO)군과 미군은 빠르게 철수를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대사관을 완전히 폐쇄했고, 군용기를 투입하여 자국민 구출작전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을 함께 태우고 떠났다. 우리나라 역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자국민 철수에 나섰다. 이미 6월 10일부터 아 프가니스탄에 거주 중인 모든 재외국민에 대해 철수권고를 내려 한국대사관, 한국국제 협력단(KOICA) 직원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적자는 아프가니스탄 을 떠난 상태였다. 이후 탈레반이 8월 15일경에 카불을 함락하자마자 대사관을 폐쇄했 고, 곧바로 다음날 대사를 비롯한 대사관 공관원 3명과 교민 1명이 카불 국제공항을 통 해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면서 아프가니스탄에 한국인은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

# 말 그대로 기적. 작전명 미라클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자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하고 있던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외 국인들과 함께 근무했던 아프가니스탄인들도 극도의 불안에 휩싸였다. 탈레반이 그들 을 외세에 협력했다는 죄목 하에 처형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우리나라 를 포함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여러 국가들은 각국 정부와 일한 아프가니스탄 협력자들을 함께 탈출시켰다. 이번에 우리나라로 구출해온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들은 일부가 걱정하는 것처럼 테러리스트나 위험한 인물들이 아니다. 이들은 미군의 신원조회를 받고 아프가니스탄 내 우리나라 중요 기관5)에서 우리나라 사람들과 함께 일한 직원들 및 그 가족들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의료진, 직업훈련 강사, 대사관 행정 원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5)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 바그람 미군기지 내에 위치한 한국병원 및 직업훈련원, 차리 카 한국 지방재건팀(P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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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 일명 작전명 미라클은 자국민 철수와 함께 곧바로 진행되었다. 우리 정부는 우선 언론사에 2주간 엠바고6)를 걸어 구출작전이 탈레 반에 유출되지 않도록 했으며, 군용기 2대와 공중급유기 1대를 포함한 현지특수임무단을 투 입했다. 또한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여 UAE로 이동했던 김일응 공사참사관을 포함 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직원 3명과 주아랍에미리트 무관 1명을 다시 아프가니스탄에 입 국하도록 했다. 이들은 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 등 각 기관이 기존에 구축해놓은 연락망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카불공항으로 집결하라고 안내를 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국적자들에 대한 카불공항 진입을 금지하고 카불공항 과 이어진 길목마다 검문검색을 강화하면서, 400명에 가까운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들이 직접 카불공항으로 오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이에 작전을 수행 중이었던 현지특수 임무단은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을 카불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두 곳의 집결지 에 모이도록 한 후, 사전에 미국과 협조를 통해 확보한 버스 6대에 이들을 태우고 카불공 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카불공항으로 이동하는 과정 또한 험난했다. 평상시에는 10분 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탈레반의 계속되는 검문과 카불공항으로 향하는 엄청난 인파로 인해 무려 15시간 동안 이동해야만 했다. 그 긴 시간동안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은 창문이 모두 가려져 밖이 보이지 않고 에어컨이 없는 찜통 버스 안에서 지내야 했다. 그렇게 공포와 불안감 속에서 힘든 여정을 거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은 마침 내 카불공항에 도착하여 2대의 군용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는 영유아가 백 명 이상 되는 상황을 고려하여 군용기 내부에 매트리스를 설치하고 분유와 젖병, 기저 귀를 준비했다. 또한 아이들이 장시간의 비행과 도착 시 쏟아질 언론사의 카메라 플래 시 세례로부터 심리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포근한 인형을 한명한명에게 선물하기 도 했다. 그리고 8월 27일. 다른 경로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인원을 포함한 총 391 명의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들은 안전하게 무사히 대한민국에 오게 되었다. 수많은 위기를 넘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6) 본래 뜻은 '선박의 억류 혹은 통상금지'이나, 언론에서는 '어떤 뉴스 기사를 일정 시간까지 그 보도를 유보 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 『엠바고』,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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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용기 안에 탑승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의 모습(좌)과 미라클작전 직후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와 포옹하는 김일응 공사참사관(우) (출처: 중앙일보, 한겨레)

▲ 인형을 꼭 껴안고 입국하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아이들과 가족들 (출처: 노컷뉴스, 한국일보)

# 새로운 시작 한국 땅에 첫발을 디딘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은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 발원에서 방역절차를 밟고 6주에서 8주간 머물렀다. 이들은 특별기여자로 분류되어 까다로운 난민 인정 절차를 면제받고 5년 동안 한국에서 자유롭게 취업도 할 수 있는 ‘F-2’ 체류자격을 얻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391명 전원이 한국에서 살 아가길 희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어·문화·법질서 등 사회적응 교육을 5개월 간 받을 예정이다. 또한 우리 정부에서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초기에 정착하는데 필 요한 생계비, 의료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108 사회


아프가니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의 운명

# 아프가니스탄의 미래 2001년 이전부터 아프가니스탄을 취재한 강경란 분쟁지역 전문 다큐멘터리 PD는 언 론의 보도와는 달리, 탈레반이 빠르게 아프가니스탄을 수습해 가장 혼란스러운 카불조차 안정화되었다고 밝혔다.7) 또한 20년 전에 했던 것처럼 매우 극단적이고 폭압적인 통치방 식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원 하는 일상생활과 빈곤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한데, 이 지원을 받으려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탈레반은 전신을 가리 는 부르카 대신 머리와 가슴 정도만 가리는 히잡의 착용을 허용했고, 여성들이 남성을 동 행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외출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여성의 교육권과 직업의 자유도 모 두 보장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고자 노력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과연 탈레반이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여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탈레반의 공식 입장과는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속과 달리 새로운 정 부의 내각은 여성이 완전히 배제된 채 전원이 남성인 탈레반 인원으로 구성되었다. 여 성의 고등교육을 인정하여 대학에서 여성들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했지만, 남녀공학 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부득이한 경우 칸막이를 설치하여 강의를 진행하도록 하는 등 기존의 발표와는 다르게 진행되기도 했다. 심지어 탈레반의 지지세가 매우 강한 칸다하 르 지방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 남녀가 분리된 채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카불의 한 대학교 (출처: 연합뉴스)

7) 딴지방송국,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179회 터미네이터 박지원, 미군 떠난 카불, 오렌지 방역부대, 2021.09.17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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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의 장기체류 허용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68%가 찬성하는 것 으로 보아8) 우리 사회가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직접 관여한 것도 아닌데 그 사람들을 구출해올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반응부터 그들의 정착을 돕는 것은 세금낭비 라는 댓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반응은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다른 나라 사 람을 인도적 차원에서 구출해왔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프가니 스탄 특별기여자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이다. 선진국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경제적으로 앞서있을 뿐만 아 니라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책임을 다하는 국가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7월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개발도상 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분류9)될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그 지위에 따른 도덕적인 행동을 국가 차원에서 당연히 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우리 시 민들 역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을 배척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따뜻한 시선과 함께 이들 을 도와야 한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한국에 잘 정착한다면 국제 사회에 우리 나라가 매우 포용적이고 인권을 중요시하는 국가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한국 직업훈련원 원장으로 일했던 공덕수 박사는 이번 미라클 작전을 “한국은 한번 인연을 맺은 친 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준 결정이었다.”10)고 평가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 다.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우리나라는 당시 국제관계에 따라 미국 주도의 다국 적군에 수송지원 및 의료지원 부대를 보냈다. 우리나라도 아프가니스탄을 억지로 변화 시키려는 시도를 같이한 일원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은 우리가 책임지고 마땅히 구출해야 할 인원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도덕적 차원의 논의와는 별개로, 국가적 차원에서도 장기적인 실익이 있을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 중 보건·의료계에서 종사한 인원들이 많고, 우리나라 의료진들과 함께 오랫동안 근무를 해본 만큼 앞으로 이들이 정착하여 자신들의 전문성 을 발휘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8) 반대 비율은 28%였다 (출처: 홍규빈, "아프간 협력자 장기체류 허용…공감 68% 비공감 28%", <연합뉴스>, 2021.08.30) 9) 김귀수, ““한국은 선진국” 공식 인정…UNCTAD ‘개도국→선진국’ 지위 변경”, <KBS>, 2021.07.03 10) 이형민, “‘한국은 친구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보여줘”, <국민일보>, 2021.08.26

110 사회


‫( تسالغار هښ هت ایروک‬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난 10월 9일부터 10일 이틀간 카타르에서 미국과 탈레반 간 고위급 회담이 열렸 다. 비록 이 회담에서 탈레반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아프가니스탄에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처럼 탈레반은 성공적으로 아 프가니스탄 정권을 재탈환했으며, 국제사회도 탈레반을 아프가니스탄의 합법정권으 로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아프가니스탄 국민들 역시 평범한 일상을 위해 탈레반을 택 했다. 그들의 선택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전쟁으로 고통받지 않고, 다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 록 탈레반이 과거 자신들의 모습과는 다른,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우리 정부의 노력 덕분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적처럼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 은 무사히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머나먼 아시아의 한 국가에 온 사람들 이니만큼, 이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사회는 합심해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 이다. 더불어 우리 한양대 학우들도 막연하게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을 두려워하거나 무시하기보다는 사람 대 사람으로 따뜻하게 맞이하며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포옹하자. 끝으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건네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هګوت يدنوخ هپ وسات ېچ می ښوخ هز‬ ‫ئږیسروار‬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입니다)

‫تسالغار هښ ېک يکنولتار هپ‬ (앞으로 우리 잘 지내봐요)

‫تسالغار هښ ایب لځ وی هت ایروک‬ (다시 한번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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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상기후 부편집장 이에스더 esther015@hanyang.ac.kr 수습위원 김어진 kimeojin@hanyang.ac.kr

02 리셀테크 편집위원 최지원 bereno6@hanyang.ac.kr

112 문화


Part

3

문화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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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기후변화

지구 멸망 기획서 부편집장 이에스더 esther015@hanyang.ac.kr 수습위원 김어진 kimeoji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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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구의 기온이 지금보다 1.5℃ 상승하면 폭염, 가뭄, 산불 등 초 극단적 기후위기가 지금보다 더 일상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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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경고 올여름 지구 반대편 서유럽에서는 유례없던 폭우가 쏟아졌다. 집중적으로 비가 내 린 독일 북서부 지역에서는 하루 동안 154mm의 강수량을 기록했는데, 이는 7월 평 균 강수량의 두 배에 달했다. 이 비로 독일에서만 18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심각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비롯된 끔찍한 재해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상기후 앞에서는 선진국인 독일마저 속수무책이었다. 만일 이 재난이 서유럽이 아닌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면, 독일이 겪은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상기후에 대처할 자금과 기 술이 뒤받쳐주지 않는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이 땅에 재앙이 발생하지 않도 록 기도하는 것뿐이다. 사실 자연의 경고는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를 무심코 외면했고, 결국 기후변화의 위기 현상은 어느 재난 영화의 그래픽이 아 니라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금이야말로 더는 지구의 경고를 지나칠 수 없는 시점이 다. 이상기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진심 어린 실천이 필요하다. 『한양』은 이상기후 와 그 악영향들을 되짚어보며 한양대 학우들에게 실천을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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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그런데 이제 이상함을 곁들인 기후변화(climate change)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제트기 류를 약하게 만드는 지구온난화가 그 예시이다. 극단적인 기후변화는 한파, 폭우, 폭염 등의 이상기후(abnormal climate) 현상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이다. 첫 번째는 화산과 태양 활동 등 자연적인 요인이다. 두 번째는 화석연료를 이용 한 인간의 경제 활동 등 인위적인 요인이다. 오늘날 이상기후 현상을 악화시킨 주범은 바로 인간의 활동이다.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온실가스가 증가했고, 이는 지 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를 가속시켰다.

* 여기서 잠깐, 더 알아보자 • 온실가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메탄, 수증기 등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기체를 말한다. 인간 경제 활동에 의한 화석연료의 연소로 온실가스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 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백만 통 CO2eq.) 800 700 600

온실가스 배출량

500 400 300 200 100

● 총배출량 (백만 통 CO2eq.)

0 1990

1992

1994

1996

1998

2000

2002

2004

2006

2008

2010

2012

2014

2016

2018

▲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온실가스 (출처: e-나라지표)

• 제트기류: 지상 9,000~10,000미터 높이에서 시간당 100킬로미터부터 최대 500킬 로미터까지 강하게 부는 하늘의 공기 흐름으로 지구의 대기를 순환시켜준다. 제트기 류는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지구가 따듯해질수록 제트기류는 약해 진다. 만약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뜨거운 공기가 정체되거나 북극의 찬 공기가 그대 로 내려와서 폭염 또는 한파를 발생시킨다.

▲ 제트기류의 흐름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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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과학 이론처럼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상기후는 이미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 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겨울, 평균 기온이 영상 10℃인 텍사스에는 30년 만에 한파가 닥쳤다. 기온이 영하 18℃까지 떨어지면서 430만 가구가 정전되고 여러 차 사고가 발 생했다. 이와 반대로 올해 여름 캐나다에는 84년 만에 최악의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2 주 내내 기온이 50℃ 가까이 치솟았던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는 일주일 동안 700여 명이 돌연사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터키 투즈 호수에도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다. 조 류 관찰자들에 따르면 투즈 호수는 본래 매년 1만 마리의 플라밍고가 부화하던 곳이었 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가뭄으로 죽은 수천 마리의 플라밍고 사체만 남아있다.

▲ 텍사스 한파로 전기가 끊겨 자동차의 히터 열을 파이프를 이용해 집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 과거 터키 투즈호수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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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뭄으로 플라밍고가 말라 죽은 터키 투즈호수 (출처: Fahri Tunc 인스타그램)

이 모든 이야기를 그저 먼 나라에서 들려오는 소문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한국에도 이미 다양한 이상기후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강원도에는 대설 주의보가 내렸다. 눈으로 뒤덮인 5월의 새하얀 풍경은 많은 사람의 눈을 의심케 했다. 3월 전국 평균 기온이 올라 ‘기상 관측 이래로 가장 더운 3월’로 기록되었던 것을 고려 하면 비정상적인 기후로 볼 수밖에 없었다. 여름마다 기온이 신기록을 경신하거나 겨 울이 과하게 빨리 찾아오는 것도 이상기후다. 지난 10월에는 서울 기온이 이틀 만에 17℃가 떨어지고 한파 특보가 발령되었다. 이와 비슷한 일들이 매일 같이 뉴스에 보도 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상기후는 더 극단적인 모습으로 더 자주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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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각지대 정상을 벗어난 기후변화는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사회적인 문 제로까지 이어진다. 기후위기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지지만, 모두가 동등한 결 과를 맞이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같은 재난 상황 속에서도 더 큰 피해와 고통 을 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들은 바로 사회적 약자다.

# 지구라는 마을에서

▲ 세네갈 홍수와 온두라스 가뭄 (출처: AFP)

극단적인 기상 이변, 해수면 상승, 농업 생산 하락 등으로 위험에 처한 국가들은 대부분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 있는 최빈국들이다. 작은 섬, 건조한 산악 지대, 저지대 연안에 있는 개도국에서 약 10억 명이 기후변화 피해에 직면해 있다.1) 1) 권승문, 「기후위기는 평등하지 않다」, 『인권』, 국가인권위원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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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처한 위기는 기후난민의 형태로 가시화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 수면이 상승해 전 국토의 3분의 1이 침수된 투발루는 전형적인 기후난민의 상징이다. 북아프리카와 아랍지역에서는 지속되는 가뭄과 이에 따른 식량 생산의 급격한 감소, 식량 가격의 폭등, 주민들의 생활고, 내전 및 주변 국가와의 갈등으로 수백만 명의 난민이 양산되고 있다. 최근 국제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도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가 지목되고 있다. 노르웨이난민위원회(NRC)의 ‘아프가니스탄, 중대한 인 도주의적 위기’ 보고서는 미군 철수 이전에 아프가니스탄은 이미 가뭄과 코로나에 무 릎을 꿇은 상태였다고 지적한다. 2018년부터 지속된 가뭄으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은 극심한 물 부족과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총인구의 절반 이상이 기아 상태라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닌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의 국민에게는 탈레반에 저항할 최소 한의 힘마저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던 것일지 모른다.

# 등잔 밑이 어두운 기후 불평등 같은 국경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종사하는 산업이나 거주하는 지역, 사 회 경제적 지위에 따라 기후변화의 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올해 9월 북아메리카 대 륙에는 태풍 아이다가 지나갔다. 태풍이 거처간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큰 홍수가 났고 최소 49명의 목숨이 희생되었다. 뉴욕시 사망자 13명 중 11명은 저소득층 주거지인 브 루클린 등의 슬럼가 지하실에서 발견되었다. 뉴저지주에서도 사망자 23명 중 6명 또한 지하, 혹은 반지하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었다.2) 소득 수준이 정해준 주거 환경이 홍수 라는 재난 앞에서 누군가에겐 안전한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한 것이다.

2) 노재현, “반지하방이 ‘죽음의 덫’으로…폭우에 어두운 민낯 드러낸 뉴욕”, <연합뉴스>,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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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우로 침수된 시카고의 반지하 아파트 (출처: The Washington Post)

26년 전인 1995년 미국 시카고 폭염 재난 때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당시 시카고 에서는 41℃에 이르는 폭염이 일주일간 지속해 739명이 사망했다. 주목할 점은 시카 고 론데일 지역 내에서 북부와 남부에 따라 사망자 수에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론데 일 북부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40명이 사망한 반면 남부에서는 10만 명당 4명이 사망 했다.3)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났는지 이유를 분석할 때, 북부의 높은 범죄율을 간과할 수 없었다. 북부 지역 사람들이 에어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 해 창문을 열지 않은 것이, 결국 ‘살인 더위’의 희생양이 되고 만 원인이었다. 이는 미국 만의 비극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2018년,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다. 그해 여름, 열사병 등으로 48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노령 층 인구였다. 당시 온열질환자 통계를 살펴보면 노인, 야외노동자, 저소득층, 1인 가구 에서의 비율이 확연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김승섭, “누가 폭염으로 인해 숨지는가”, <사이언스온>, 2015.08.17

122 문화


28.7 21.2 16

16.4

7.4

7.1 3.5 연령대

야외노동자와 그외 직업군

소득

1.1 가구형태

■65세 미만, 그 외, 고속득, 다인가구 ■65세이상, 야외노동자, 저소득, 1인가구

▲ 2018년 연령대, 야외노동자와 그 외 직업군, 소득, 가구 형태에 따른 온열질환자 발생률 (출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18년 폭염은 에너지 빈곤층, 기후변화 취약계층의 고통을 여실히 드러냈다. 취 약한 주거 환경에서 고립된 노인들, 건설현장이나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던 노동 자들은 질병을 얻었고 목숨을 잃어야 했다. 어느 날 밤을 휩쓸고 지나간 비바람이 누 군가에게는 미세먼지를 걷히게 해주는 ‘필요 악’이었으나, 어떤 이들에게는 삶의 터전을 빼앗아가고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마저도 위협하는 ‘절대 악’이었다. 우리가 생각 하는 것보다 휠씬 많은 사람들이 단지 힘이 없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환경 파괴의 대가를 떠맡고 있다. 부유함을 수단 삼아 약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는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함께 지속가능한 지구에서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우리의 더 앞 선, 더 많은, 더 잦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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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 이상기후 피해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지난 두 세기에 걸쳐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 다. 그러나 그들이 이룬 성장 이면에는 이상기후라는 거대한 후폭풍이 남아있다. 최 근 많은 선진국이 이상기후 대응 면에서 선두에 서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 자국 내에 한정된 대책일 뿐이다. 선진국들이 진정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면, 개도국들과 이상기 후 대응 기술을 공유하고 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 적극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 실제로 이상기후로 타격을 입고 있는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에게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 해를 보상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직격탄으로 받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CDP(Carbon Disclosure Project)에 따르면 전 세계 도시 중 43퍼 센트가 홍수, 폭염, 폭설 등의 이상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자금을 갖추지 못하고 있 다. 한국 정부 또한 예산을 마련해, 환경부가 일부 도시에서만 시행했던 폭염·한파 대비 물품 제공과 쿨루프4), 창호지 교체 등의 복지정책을 확대하여 기후위기 취약계 층을 보호해야 한다.

#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이상기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지구온 난화 등의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화석연료를 태양광, 수력, 해상풍력 등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2019년 OECD 국가들의 재생 가 능 에너지 비율을 살펴보면 독일 14%, 이탈리아 18.2%, 노르웨이 93.4%지만 한국은 2.4%로 재생에너지 사용이 활발하지 않다.5)

4) 건물 지붕이나 옥상에 태양광 반사 및 태양열 차단 효과가 있는 특수 도료를 칠하는 것으로, 건물에 열기가 축적되는 것을 막아 실내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음. (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5) 「OECD Green Growth Indicators」, OECD,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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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토지 면적과 높은 인구밀도를 고려했을 때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요 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소극 적이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따라서 최근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초기의 높은 공급 비용을 감수하며 기술을 발전시키는 정부의 굳은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와 더불어 기업도 에너지 전환을 위해 힘써야 한다. 최근 온실가스 배출 관련 규 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 언론 <파이낸셜타임스>에는 현대 자 동차를 대상으로 ‘전기차를 만들면서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 광고가 실리며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늦장을 부리는 국내 기업들에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 다. 그뿐만 아니라 7월, 유럽은 탄소 국경세 제안서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무역 관세를 추가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남용하다가는 기업이 교역 중 불이익을 입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의 자동차, 섬 유화학, 조선업 등의 주요 수출품들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기에, 신기후체제6)에 맞춰 기업이 변화하는 것이 급하다.

# 일상에서 변화를 불러오기 위해 국가와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개인 역시 이상기후를 막고자 하는 의지를 다져야 한 다. 각자의 일상 속 작은 선택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사용과 육식이 그 예시이다. 플라스틱은 생산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1위이다.7) 육식도 마찬가지다. 유엔식량 농업기구(FAO)는 축산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에 이른다고 발표했지만, 한국의 연간 육류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8)

6) 지구 온난화의 규제 및 방지를 위해 국가별로 탄소 배출 감축 계획 목표를 세우는 파리기후협약 합의문 7) 국가별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 (한국 98.2kg, 1위), 통계청, (2016) 8) 통계로 본 축산업 구조변화, 통계청, 20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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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에서 전개 중인 누구나 참여 가능한 환경 캠페인들

플라스틱과 고기를 완전히 끊어내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가능한 한 적게 소 비하며 대안을 찾아보자. 나 하나의 참여는 큰 소용없을 것이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 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기업은 개인의 필요와 목소리에 따라 움직인다. 정부에 게 이상기후 대응 정책을 촉구하고, 이상기후 문제를 악용하는 그린워싱9) 기업을 대상 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해보자. 또 각종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캠페인에 참여해 보는 건 어떨까. 플라스틱 포장 대신 집에서 챙겨간 용기를 이용하는 #용기내 캠페인이나 일주일에 한 번 채식하는 고기 없는 월요일 #MeatFreeMonday 같은 캠페인에 참여해 SNS에 공유해보자. 환경뿐 아니라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안들이 지겹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과거에도 지금도 우리 사회 어딘가 에서는 위와 똑같은 이야기들이 반복되어왔다. 그런데도 이상기후 문제는 약간의 나아 짐도 없이, 더욱 심각해져만 간다. 지겨움에 비례하는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무뎌지지 않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한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상기 후 문제들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공부해 나가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고민해 보자. 조금은 어색하고 불편할지라도 무엇이 가치 있는 선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9)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 (출처: 네이버, 시사 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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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지 않도록 나는 오늘 한 알의 밀알을 뿌리겠다

이상한 날씨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올해 10월, 한반도에 단풍이 채 물들기도 전에 찾아온 한파는 ‘나를 이 이상 혹사한다면 가을을 영영 빼앗고 말겠다.’라는 지구의 마지 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트렌치코트를 입을 수 있는 계절이 사라지는 것은 그나마 양호 한 축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위협적인 형태로 지구촌의 일상을 바꿔 놓고 있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 예상치 못한 기후 재난이 사람들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상대적으로 빈곤한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가중된다. 그러나 오늘날 극단적인 기후변화를 초래한 주범이 상대적으로 부유한 존재였고, 이들 이 자원을 남용하여 더 많은 부를 축적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약자의 생존권 을 담보로 가진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파제를 쌓아왔다는 불편한 진실이 태풍과 가뭄이 지나간 자리에서 기어이 드러나고야 말았다.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주 체들이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 그중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위기 속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기후가 더 이상 급격히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 도록 다양한 제도, 인프라 구축과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국가 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 다. 비록 친환경 정책이 진부하고 당장 큰 효과가 기대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함께 지지하고 동참하는 ‘좋은’ 지구촌 주민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 사람의 밀알과 같 은 노력일지라도 땅에 뿌려진다면 밀알은 거름이 되어 우리에게 크고 아름다운 열매 를 되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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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셀테크

리셀: 가격을 불리는 연금술 편집위원 최지원 bereno6@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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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셀은 다른 걱정 거리들처럼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 루이비통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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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원이 800만 원으로 한양이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누군가 한양이에게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갑이라고 대답할 것이고, 가장 좋아하는 신발 브랜드를 물어보 면 역시 망설임 없이 A라고 대답할 것이다. 때문에 A브랜드가 한정판 에디션으로 가 수 갑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신발을 출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양이는 반 드시 그 신발을 손에 넣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A브랜드 홈페이지에서 신발 구매 응 모를 했지만, 당첨 기회는 한양이에게 오지 않았다. 한양이는 좌절했지만 신발을 갖 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한 중고 사이트에서 바라고 바라던 신발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디자인, 색상, 사이즈… 모든 것이 동일했다. 단 한 가지, 가격만 제외 하고. 분명 A브랜드 홈페이지에서는 10만 원이었던 것이 중고 사이트에서는 800만 원이 되어있는 것이었다. 1년치 등록금과 맞먹는 신발 가격 앞에서 한양이는 한 번 더 좌절을 맛보게 되었다. ‘리셀(resell·resale)’은 ‘다시 판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원가보다 싼 값에 되 파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한양이가 겪었듯이 원가보다 훨씬 비싸게 되파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웃돈, 즉 프리미엄을 붙여서 판매하는 리셀은 일종의 재테크 방법이다. 근래 리셀 시장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웃돈을 붙여 폭리를 취하는 행태가 문제되고 있 다. 한양이가 신발 응모에 당첨되었다면 10만 원으로 신발을 구매했겠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790만 원 이라는 추가금을 지불해야 신발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리셀을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강해질수록 그 그림자가 짙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폭리에 가까운 리셀을 단순한 재테크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인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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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리셀? 리셀과 리셀테크

리셀

1 resell 동 이전에 구입한 것을 판매하다 2 resale 명 사 온 상품에 이윤을 붙여서 되팖

리셀테크 resell/resale + tech 명 재테크 형태를 띠는 리셀 리셀러

reseller/resaler 명 리셀을 통해 재판매를 하는 주체

실수요자

명 리셀을 통해 상품을 소유하는 주체

resell은 단순히 재판매 행위만을 의미하지만 resale에는 제품을 되팔려는 의지가 강 하게 반영된 투자의 뉘앙스가 담겨 있다. 즉 희소성이 있는 상품에 프리미엄을 붙여 정 가보다 비싸게 판매를 하는 리셀을 resale로 번역할 수 있다. 상품을 리셀해 프리미엄 을 얻는 투자를 리셀테크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인 티켓, 한정판, 명품 그리고 단종품 등이 리셀 상품이 된다. 특히 신발은 리셀 시장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상품들을

▲ 리셀테크 연관어 순위(2018~2020년) (출처: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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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치고 왜 신발이 대표 아이템이 된 것일까? 코로나19로 콘서트나 공연은 개최되지 않아 표가 존재하지 않고, 명품은 얻는 이득에 비해 투자 금액이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에 신발은 투자금액 대비 얻는 이익이 매우 크고, 신발 업계 대부분이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을 취하고 있어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셀테크의 전망은 상승곡선

[문제] 리셀은 전세계적으로 ‘핫’할까? 위 문제의 정답은 ‘그렇다’이다. 전 세계적으로 리셀 시장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는 전세계 리셀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60억 달러로 확장될 것이라고 추정했다.1) 국내에서도 여러 대기업이 리셀 시장에 뛰어들면서 리셀 시장은 주목받는 위치에 올랐다. 네이버의 신발 리셀 플랫폼인 KREAM은 매달 전월 대비 평균 12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런칭 1년만에 누계 거래액이 2,700억 원을 넘어 섰다. 또한 네이버는 ‘나이키 매니아’2)를 인수함으로써 리셀 시장에 전폭적인 투자 의 사를 밝혔다. 갤러리아 백화점, 롯데 백화점과 같은 유명 유통 업계도 신발 리셀 플랫 폼을 런칭했다.3) 현재 많은 대기업이 신발 리셀 시장에 집중하고 있으나, 점차 다른 상 품으로 규모 확장을 예고한 만큼 리셀 시장에 대한 전망은 매우 밝아 보인다.

(단위 : 억 달러)

60

20 ◆ 자료 | 코웬앤드컴퍼니 ◆ 참고 | 2025년은 전망치

2019

2025

▲ 세계 리셀 시장 전망 (출처: 더스쿠프)

1) 이혁기, “리셀러, 되팔기 미학인가 바가지 끝판왕인가”, <더스쿠프>, 2020.12.17 2) 한정판 신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리셀 거래를 하는 네이버 카페 3) 배정철, “1020 꽂힌 리셀시장 네이버 1위 굳히기”, <한국경제>,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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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셀테크를 하는 법 리셀테크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공급 대비 수요가 넘쳐나는 재화를 손에 넣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리셀러들은 상품을 가지기 위해 궂은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데, 이 방법은 구매처가 온·오프라인 여부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오프라 인에서만 판매되는 명품이나 한정판 제품의 경우, 전날에 줄을 서도 이를 원하는 사람 이 워낙 많아 희망 상품을 선점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갖고 싶은 상품을 구매하 기 위해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가는 ‘오픈런(open run)’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 매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있는 고객들(좌)과 오픈런 현상(우) (출처: 연합뉴스, 동아일보)

온라인 판매처들은 보통 무작위 추첨을 이용한다. 온라인에서 응모한 뒤, 추첨 후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는 과정을 ‘래플(raffle)’이라고 한다. 대부분 래플 은 1개의 ID당 1번의 응모 자격이 주어지는데, 응모 후 당첨 메시지가 오면 제한된 시 간 내에 결제하면 된다. 추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가족이나 지인의 개인 정보를 활용 해 복수 응모하는 사례도 있다. 111,981명 참여 중

▲ 수많은 사람이 응모한 한정판 신발 (출처: 무신사)

이렇게 얻은 상품에 원하는 만큼 프리미엄을 붙인 뒤 실소유자에게 판매하면 리셀테 크는 성공이다. 리셀 상품은 중고거래 앱, 전문 사이트 같은 다양한 리셀 플랫폼을 이 용해 거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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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셀, 그 인기의 비결 재화를 소유하고 수집하고자 하는 욕구는 항상 있었기에 필요충분조건처럼 리셀 시장 역시 존재해왔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리셀 시장이 더욱 유망해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 유는 무엇인지, 유명 대기업들도 합세할 만큼 리셀 시장이 투자가치가 있는지 살펴보자.

MZ세대의 등장 리셀 시장이 투자가치가 있는 시장으로 급부상하게 된 데는 MZ세대의 역할이 컸 다. MZ세대는 이미 전 세계 인구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Z세대는 앞으로 전세 계 소비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어갈 세대이다.4) MZ 세대의 첫 번째 특징으로 희소성 이 있는 자신만의 아이템에 열광하고 자기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는 것이 있다.5) 작년 7월 한국소비자원은 Z세대의 리셀테크 언급량이 2018년 1만 5천여 건에서 2020 년 2만 2천여 건으로 대략 43% 증가했다고 밝혔다.6) 두 번째로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세대라는 특징이 있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리셀 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주로 이뤄지는 소비 및 판매 형태인데 MZ세대는 어렸을 때부 터 모바일 환경에 노출된 세대여서 능숙하게 플랫폼을 이용한다.’라고 분석했다.7)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 보복소비 심리가 리셀 시장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여긴 일상을 제한받았다. 이런 억눌린 마음이 보복소비로 이어졌고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실용성보다도 희소성을 가진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 면서 자연스레 리셀 시장도 커지게 된 것이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코로나19 보복 소비에 대해 조사한 결과 38.3%가 보복소비를 한 경험이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 다.8) 보복소비를 하는 이유를 보면 대부분이 코로나19로 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4) 장서윤, “글로벌 시장 뒤흔드는 가치소비의 반란”, <주간한국>, 2021.04.09 5) 박자윤, “신상보다 비싼 한정판… 판 커지는 리셀 시장”, <이코노믹리뷰>, 2020.09.19 6) 이시언·이선재, ““당첨되면 팔아야죠” 떠오른 리셀테크 열풍, 그 이면은?”, <동대신문>, 2021.10.03 7) 김태영, “‘한정판’되팔아 수익… Z세대 리셀테크 확산”, <서울경제>, 2021.07.28 8) 윤진현, “코로나 불황 속 명품에 집중된 보복소비…명품업계 한국서 2조벌었다”, <중부일보>, 20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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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소비를 하는 이유TOP 4 (복수응답)

1

코로나19로 우울함이 깊어져 쇼핑으로 해소하려고

55.5%

2 집콕 장기화로 관련 제품들 구매욕구가 생겨서

46.6%

3 여 가시간에 주로 인터넷 쇼핑을 하게 되어서

31.5%

언택트 소비가 가능한 물품이 많아져 손 쉽게 구입할 수 있기에

31.5%

4

코로나19로 불가능해진 것들이 많아 돈을 쓸데가 없어서

16.1%

▲ 보복소비를 하는 이유 (출처: 사람인)

재테크로서의 가치 리셀 시장이 위와 같은 이유로 상승세를 타면서 리셀테크 역시 주목받는 재테크 수단이 되었다. 수많은 재테크와 비교되는 리셀테크만의 강점은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금융상품은 어려운 용어와 시스템을 이해하는 긴 과정이 필요하 지만, 리셀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상품을 대상으로 하기에 재테크로서 접근성이 좋다. 또한 리셀 거래는 일반적으로 리셀가가 발매가보다 떨어지지 않아 안정적인 현물 거래가 가능하다. 가상화폐나 주식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대비된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리셀테크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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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셀에 드리워진 그림자 리셀을 향한 세간의 관심은 높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존재한다. 리셀이 피해갈 수 없 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리셀이 재테크가 아닌 투기가 되어버리는 것과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

리셀러들의 투기 리셀테크를 정상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쓰기 위해서는 투기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 다. 리셀러들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동시에 실수요자가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감당할 수 없는 프리미엄이 붙은 리셀 제품에 대해서는 아무리 실수요자라고 하더라도 망설임 없이 구매하기는 어렵다. 애석한 것은 리셀러들의 투기 행태를 막을 법이 아직 미흡하다는 점이다. 덕명법률사무소 현창윤 변호사는 “일부 폭리 를 취하는 리셀러들을 규제할 법안에 공백이 있어 처벌이 쉽지 않다. ”고 밝혔다.9)

발매가

239,000원

▲ 발매가 24만원, 리셀가 250만원. 리셀러가 얻는 프리미엄은 엄청나다. (출처: KREAM) 9) 김세은, “조던 운동화 되팔면 ‘재테크’, BTS 공연표 되팔면 범죄?”, <이데일리>,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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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패스 세금과 관련한 문제 또한 제재할 만한 근거가 없다. 국세청에 따르면 중고거래라 하 더라도 일회성 판매인 경우 굳이 소득신고를 하지 않아도 무관하다. 그러나 반복적으 로 거래한다면 소득신고를 해야 한다. 여러 번 거래를 하는 리셀러는 소득세와 부가가 치세를 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셀이 개인 간의 거래들로 이루어지는 만큼 반복적으로 리셀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되팔기를 하는 리셀러들은 세금을 내지 않은 채 거래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여러 문제가 발생함에도 아직 리셀과 맞닿아 있는 법은 전무한 실정이다. 해 외에서는 리셀러의 투기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취하고 있다. 네덜란드 티켓 리셀 전문 업체 티켓스와프에서는 리셀가가 티켓 정가의 12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가격 상한제를 실시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경우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한 티켓 구매 와 재판매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을 도입했다.10)

물론 리셀러만이 리셀가를 정한 것은 아니다. 희소성에 대한 실수요자의 관심 역시 막대한 프리미엄에 기여했다. 소비자의 희소성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속도에 따라 리 셀가가 자연스럽게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가격을 주고 사지 못하고 있고 리셀의 수단과 방법이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투기를 방 지하기 위한 대안이 나올 필요가 있다.

10) 변소인, “시장 교란 리셀러들 싹쓸이에 소비자들도 뿔났다”, <시사저널>,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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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셀테크의 미래는 맑음

전 세계가 주목하는 리셀 시장은 나날이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정판 상품이 출시 될 때마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구매처에 많은 소비자가 몰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만큼 짙은 어둠도 존재한다. 지나친 이윤을 추구하는 리셀테크는 투기로 변모했고, 이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매긴 정가를 아닌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리셀가를 지불해야 한다. 단순히 상품을 소유하는 욕구를 넘은 리셀러들의 투기 폐해는 정작 그 상품을 정말로 원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그 흐름을 읽은 듯이 각국은 소비자를 보호하기에 나섰다. 리셀테크로 인한 투기 와 탈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우리 역시 이제는 실수요자를 보호 하고, 리셀러들에게 경각심을 주어 더 건강한 리셀 시장을 단장해야 할 때다. 리셀이 더 커지고 대중화되길 원한다면 리셀의 인기만큼 리셀이 야기하는 피해에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시선으로 리셀을 바라본다면 리셀의 미래는 예상한 것처럼 맑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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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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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시민 정책학과 17학번 황지현

처음 누가 허공에 집을 지었을까

작은 숨결 작은 악의만으로도 망가지는 이토록 불안정한 진화 그 시초는 처음부터 어떤 견고함도 결국엔 무르다는 걸 알았을까

지구를 들여다보는 시선은 비어서 깊고 오늘도 허공에 집을 짓는 작은 거미

그는 우주에 맺혀있다

140 기고문


기고문

겨울을 보내는 가장 완벽한 방법 무용학과 21학번 김효원

겨울이 다가오며 한 해의 끝맺음을 준비하는 시기에서, 놓친 건 없을까 뒤돌아보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나는 무엇이든 잘 잃어버리는 성격이라 사라진 것들을 자각하 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게 되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오늘 밤에는 왠지 네가 떠올라 작년 이맘때를 회상해보니 지금 내 옆 에 없는 것들이 좀 있어 그것들을 헤아려보았다. 떠난 것들을 회상하는 것만큼 시간 낭비인 일이 있을까 하는 시각은 제쳐두고 슬프고 아렸던 또는 예쁘고 그리운 기억과 함께해보자. 꽤 낭만적인 시간을 만들 수 있다. 낭만. 겨울은 낭만의 계절이라 할 수 있겠다. 전에 한 번 길을 걷다 겨울이 끝나가 는 것이 아쉽다고 그에게 말했다. 그는 나에게 왜 겨울이 좋은 것이냐 물었다. 겨울 거리 곳곳엔 낭만이 가득하다고 말하는 나를 보고 그는 웃었다. 그런 것이다. 풋 웃 는 그마저도 낭만적인 겨울 한 폭의 장면으로 남아있다. 이미 지나버린 일들도 겨울 낭만에 속하는 것이겠다.

겨울은 안부를 묻는 계절이기도 하다.

첫눈이 내릴 때, 날이 너무 추워졌을 때, 생각나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난다. 날 이 춥다는 이유로 누구에게든지 손 내밀 수 있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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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왕십리에도 겨울이 한 발짝 다가왔다. 아침마다 뭘 걸칠지 고민하는 것이 지겨울 때 쯤 반갑게 찾아온 겨울은 한양에도 큰 낭만을 선물한다. 사자상 주위에 크리스마스 느 낌이 물씬 나는 조명들이 생겨났고, 길어진 밤으로 그 덕을 톡톡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따뜻한 핫초코 한 잔을 손에 들고 괜히 코끝이 아려서 주위 벤치에 앉아보자. 그리 고 나선 종이와 펜을 들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보자. 서두에 날이 많이 추 워졌음을 이야기하고는 나도 너를 종종 떠올리는데, 소식이 참 궁금하다고 말이다. 글의 힘을 빌릴 때가 다 되었다. 편지와 함께 나미의 <슬픈 인연>을 들으며 어두운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 대목에서 겨울 향기가 물씬 나지 않는가.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식상한 질문에 가슴 뛰는 대답을 하려면 좀 더 생 각해봐야겠다. 어떤 대답이 떠오르는지 묻고 싶다. 떠오른다면 곧장 적어놓고 이야기 해 주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주는 것도 묘미가 되겠다. 겨울은 인연을 만들기에 적절 한 시기이니까. 손이 시려도 함께 걷는 이가 없어도 겨울은 곳곳에 따스할 기회를 던져준다. 더운 데 시원하게 만드는 것과 추운데 따뜻하게 만드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쉬울까. 더 쉽다고 생각하는 쪽을 좋아하게 되는 거겠지.

142 기고문


겨울 냄새가 나고 있다.

끝나버린 것들을 후회하기엔 거리의 낭만들이 아른거린다. 언제든 다시 시작하기 에 알맞은 날들이 찬 바람이 나를 일깨워주고 있다. 따뜻한 옷에 파묻혀 추운 것이 대 수냐고 생각해버리면 된다. 겨울엔 배낭을 메고 핫팩을 쥐고 겨울 땀을 흘리자. 우리 는 늘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 냄새가 나고 있다.

겨울밤은 헤아리기에 좋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되돌아보자. 끝맺음은 언제나 아쉬 운 법이다. 아쉬운 안녕을 뒤로하고 이번 연도의 너 나 우리를 완성해보자. 이 모든 것들을 다 헤아리다 보면 다음 해 여름에 완벽했던 겨울을 추억하며 또 한 번 겨울을 기다리게 되겠지. 우리는 또 한 번 겨울을 기다리게 될 것이고.

겨울밤은 헤아리기에 좋다.

우리는 지금 까만 밤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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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이자 초가을 경영학부 21학번 장승환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엔 매번, 영상 17도의 적당한 온도와 약간의 바람이 함께하는 날들이 찾아온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조경 수역의 물고기들이 너무나 공감되는 이런 날은 나에게 아주 많은 일을 선사한다. 그중 가장 근사한 일은 동심을 자극하는 일이다. 사실 늦여름 날씨엔 어떤 공간이 든 괜찮지만, 왜인지 아무도 없는 놀이터의 그네가 눈에 들어온다. 언제부터인지 눈 치도 보이고 낮엔 아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타지 못한 그네이다. 그런 그네를 맘껏 타는 기분은 뭐라 형용할 수 없다. 너무 세게 타면 영상 17도의 적당한 온도가 약간은 차갑게 느껴지지만 그 또한 좋다. 물론 그네를 지탱하는 기둥이 거칠게 삐걱 거리며 나를 격렬히 거부할 때도 있었지만 괜찮다, 지금껏 부서지지는 않았다. 그네 를 열심히 타고나면 가로등에 비쳐 간간이 반짝거리는 모래로 장난을 친다. 어렸을 때만큼 열정적으로 땅을 파거나 성을 쌓지는 못하지만, 검은색 운동화가 색이 변할 정도로 가지고 논다. 밤공기에 약간 차가워진 모래가 손가락 사이사이를 간지럽히는 느낌은 나를 어린아이로 만들기 충분하다. 아버지께서도 가끔 자신의 마음만은 아직 어린 애라고 말씀하신 것을 떠올려보면 우리의 어딘가에는 항상 어린 마음이 존재하는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 점차 희미해 질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슬며시 남아 때로는 날씨와 기 분에 맞추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144 기고문


기고문

하지만 우리는 돈, 권력, 명예 등과 같은 가치나 사회적인 약속에 파묻혀 이를 철 저히 무시하기 십상이다. ‘어른’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되면서 쌓여가는 경험과 배움은 우리에게 새로움보단 익숙함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는 되레 우리의 관점을 좁힌다. 질문과 세상에 대한 신기함이 줄고 작은 것들에 더는 웃음 짓지 않는다. 바쁨이 핑계 가 되어 하늘에 눈을 두는 일이 없고, 우리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색깔이 왔다 가는지 도 모르게 된다. 구름의 모양조차 보지 않는 우리의 상상력은 약해져, 어린왕자 이야 기 속에 어른처럼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이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가끔은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익숙함과 사소함에 집 중하는 것이야말로 관성에 젖어 사는 우리가 세상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 한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동심을 자극받는 일은 한편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고 평 소 질문하지 않던 부분에 의문을 던지게 하는 중요한 것이 되었다. 살아보지는 않았 지만, 앞으로도 나만의 동심을 잘 가꾼다면 삭막한 현실에서 조금은 ‘나’다운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수 김창완 씨가 자신의 동시집을 내면서 했던 말이 있다. “매일 더 어른이 되기 위해서 살지 않는다. 오늘이라도 우리가 폐기하려 했던 동심을, 내 안의 그 세계를 다시 만난다는 건 보통 큰 축복이 아니다.” ‘어른’이라는 레테르를 달고 나도 모르게 매일 더 어른이 되기 위해 살아가는 나에게 하나의 축복을 선사해주는 늦여름이자 초 가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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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책 추천


#책 추천

편집위원이 추천하는

도서목록 책 읽기, 이제는 실천할 시간!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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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남들에게 평범한 사람으로 비치기 위해 자신을 억누른 경 험, 아마 모두 살면서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반면, 어 떤 곳에서는 자신을 마음껏 표출하며 살아있음을 만끽하 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곳에서 온전히 나로서 인정 받나요? 책의 주인공인 후루쿠라 게이코에게는 편의점이 그런 공간입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할 때는 그저 평 범한 인간이지만, 편의점에서 한 발짝 벗어나는 순간 36 살 먹고도 번듯한 직장도, 집도, 배우자도 없는 이상한 사 람으로 취급받고 맙니다. 우리는 입시, 대학, 취업, 결혼, 육아로 이어지는 사회적 굴레 속에서 살아가곤 합니다. 정형화된 삶에 답답함을 느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굴레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무 서워합니다. 후루쿠라 게이코처럼 비정상인 사람으로 보 일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정도를 걸어야 정상인으로 여기는 세상은 과연 정상일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름 의 답을 내려보시길 바랍니다. - 김지현

옷소매 붉은 끝동

- 강미강

조선 제22대 왕 정조와 그의 후궁 의빈 성씨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장르는 로맨스지만 대단히 현실적입니다. 《정조실록》, 《일성록》, 《한중록》 등 몇몇 기록으로밖에 남 지 않아, 역사의 단편밖에 알 수 없는 우리에게 마치 실제 로 그러했던 듯 그 당시를 생생한 입체로 되살려주는 소 설입니다. 남자와 여자이되 왕과 궁녀였던 두 인물이 각 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인생과 사랑을 지켜가는 모습이 인 상적이었습니다. 슬픔 속에서도 기쁨을 찾아내는 사랑 이 야기가 그리운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이에스더

148 책 추천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 박상영

참 글을 기가 막히게 쓰는 작가입니다. 박상영 작가를 처 음 접한 것은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통해서였는데, ‘이 작가의 단편집을 꼭 사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임 현 작가 이후로 처음이었습니다. 특히 주목했던 것은 그 의 퀴어 서사였습니다. 어느 시점부터인가 퀴어 문학이 문학상 작품집의 많은 지면을 차지했고, 솔직한 심정으로 다른 류의 작품도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즈음 그를 만나 게 되었습니다. 그가 열어젖히는 퀴어의 서사는 유쾌하고 발랄하며, 신랄하고 비릿합니다. 박민규와 이기호를 연상 시키는, 그렇지만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남성 작가 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 구본성

호모 데우스

- 유발 하라리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진입한 현재. 작가는 이 책을 통 해 우리에게 가까운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컴퓨 터가 직업시장에서 인간을 밀어내고 거대한 규모의 ‘쓸모 없는 계급을 만들어낼 때 복지국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까?”, “구글과 페이스북이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우리의 정치적 신호를 우리 자신보다 더 잘 알게 되면 민주주의 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명공학 기술 발전의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돌아갈까, 아니면 우리는 전례없 는 생물학적 빈부격차를 목도하게 될까?” 점점 모든 것이 데이터로 저장되고, 인공지능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기술혁명의 시대에서, 우리가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 는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길잡이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 황성주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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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트렌드 코리아 2022

- 김난도 외 10명

이 책은 2022년, 새해가 시작되는 기념으로 읽는 걸 추천 합니다. 한 해의 트렌드가 무엇인지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22년의 트렌드로 예측되는 것은 “달라 져야 살아남는다”라는 것입니다. 물론 앞으로 우리가 겪 을 내년의 트렌드와 100% 맞지는 않겠지만, ‘맞고 틀리 다’라는 두 가지 생각보다는 트렌드를 어떻게 예측했고 사회에 맞춰 어떤 흐름으로 흘러갈지 생각해보면 더욱 유 익할 것입니다. - 최지원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다이아몬드에는 중고라는 것이 없지. 천년을 가도 만년 을 가도 영원히 청춘인 돌.” 이 책을 읽으며 고 박완서 작가님의 유려한 표현에 또 감 탄했습니다. 작가는 챕터 별로 다양한 일상을 공유합니 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소소한 일상이라 더욱이 공 감되었습니다. 이 책은 에세이에 관심이 없었던 저에게도 에세이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해주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챕터는 ‘보통 사람’이었습니다. 친구들 과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다들 멋들어지게 살 고 싶다는 말보다는 평범하게, 중간치만 가도 성공한 인 생이 아니겠냐는 말을 많이 합니다. 우리는 나름의 까다 로운 기준으로 보통을 꿈꿉니다. 어쩌면 나의 보통이 누 군가에겐 최상일 수 있지 않을까요? - 김가연

150 책 추천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이 책은 지구를 사랑하는 한아와 한아를 위해 2만 광년을 날아온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외계인은 어느 날 갑자기 한아의 남자친구였던 경민의 모습으로 찾아와 한 아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처음에는 저도 한아에게 몰입 해 여러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느꼈는데, 고백들을 읽으며 점차 경민의 시선에서 한아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한아는 지구의 생명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실천으로 옮기는 사 람, 생각하는 방향 그대로 움직이는 사람이었습니다. 한아 를 향해 2만 광년을 날아온 외계인 경민도 대단하지만 한 아가 그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아와 경민이 지구에서 어떤 나날들을 함께 꾸려나가는 지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주가 아무리 넓어도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있듯이, 직접 읽어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있으니까요! - 김어진

디어 마이 프렌즈

- 노희경

노희경이라는 작가는 상처를 따듯하게 건드릴 줄 아는 작 가입니다. 그의 글에는 아마도 치유력이라는 게 있는 듯 합니다. 그는 동시에 ‘엄마’라는 존재에 대단한 소회를 가 지고 있는데, 드라마의 원작 소설인 ‘디어 마이 프렌즈’ 속에서도 그 소회를 아낌없이 풀어냅니다. 소설 속 주인 공 ‘완’은 “우리 세상 모든 자식들은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다”며 일침을 가하곤 하는데, 완이 내뱉는 말들은 하나 같이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어 많은 이들의 눈물을 훔쳐냅 니다. 동명의 드라마로도 잘 알려진, 일명 ‘눈물 버튼’이라 고도 불리는 이 작품을 아직 보지 않았다면 한번 읽어보 시길 추천합니다. - 송미주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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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아픔이 길이 되려면

- 김승섭

왜 항상 힘든 사람들이 더 아플까요? 우리는 뉴스를 보면 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힘든 일을 겪는 것을 느 낄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부정적인 상황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들을 진정으로 돕기 위해 서는 그들이 살아가는 삶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이 책에는 우리가 꼭 생각해봐야 하는 차별, 낙태, 해고, 직업병, 성소수자 등 많은 문제가 담겨 있습니다. 이 문제 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바뀌기도 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국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 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각자의 말과 행동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 이진재

* 도서 사진 = YES24

152 책 추천


모든 한양인이 INTERVIEWEE이다

일상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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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코로나19 로 비대면 원격 수업이 진행되었다. 강의 뿐 아니라 MT, 축제, 동아리 등 학교생활에 많은 제약이 생기며 많은 학 생들이 상상해오던 대학생활과는 사뭇 다른 나날들을 2년간 보내왔다. 비대면 강의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앞 둔 현재 어떤 심정일지 경영학과 21학번 김다은 학우와 인터 뷰를 해보았다. 수습위원 김어진 kimeojin@hanyang.ac.kr

경영학과 21학번 김다은

1. 2021년 대부분의 강의가 전면 비대면으

3. 내년 대면 수업을 앞두고 드는 생각이

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

나 기대되는 것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

셨나요?

해주세요.

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자연스

비대면 강의 기간 동안 학교생활을 경험

럽게 비대면 강의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

할 기회가 크게 없었습니다. 시험 기간을

각했습니다.

제외하고 학교를 방문할 일이 별로 없었 고, 자연스레 동아리나 학생회와 같은 학

2. 비대면 강의 환경으로 인해 좋았던 점

생활동에도 참여할 기회가 줄어든 것 같

이나 아쉬웠던 있었다면 자유롭게 말해주

습니다. 내년에 대면 수업을 하면서 코

세요.

로나19가 확산되지 않을지 걱정도 되나,

비대면 강의 환경 덕분에 시간과 공간의

강의도 강의실에서 직접 듣고 같은 학번

제약 없이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

동기들도 만나면서 대학 생활을 제대로

좋았습니다. 강의실을 이동하는 시간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계산할 필요 없이 클릭 한 번으로 강의실 에 입장해서 연속적으로 강의를 빠르게 들을 수 있어서 편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 대학 생활을 온전히 즐기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또 비대면 강의 도중 인 터넷 연결 문제로 강의를 원활하게 듣지 못하게 될 때도 있어서 조금은 불편했습 니다.

154 일상


모든 한양인이 INTERVIEWEE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신발을 사기 위해 응모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때로는 그저 당첨된 신발을 소장하지 않고, 더 높은 가격에 되팔며 이윤을 얻곤 한다. 신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 품들이 거래되고 있는데, 이를 리셀테크라고 볼 수 있다. 『한 양』은 이러한 리셀테크에 대한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고자 의예과 21학번 배준현 학우를 만났다. 수습위원 이진재 jeremy02@hanyang.ac.kr

의예과 21학번 배준현

1.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리셀테크가

이 출시된 것도 리셀테크의 활성화 이유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본인

라고 생각합니다. ‘당근마켓’ 등의 앱을

의 입장은 어떠신가요?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거주지역을 중심

최근 들어서 ‘FIRE’(financial independence

으로 쉽게 물건을 거래할 수 있게 되어

retire early)를 추구하는 MZ세대가 나

리셀테크 열풍이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주식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 증식 방법에 주목

3. 그러나 리셀테크는 과도하게 높아지는

하게 되었고 이 흐름은 리셀테크로 이어

상품 가격 등으로 인해 비난을 받고 있습

졌습니다. 리셀테크는 투자에 대한 위험

니다. 리셀테크에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성이 낮고, 투자 초기 자금이 많지 않아

생각하시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서 MZ세대가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합

까요?

니다. 그래서 리셀테크의 인기는 현재 트

리셀테크는 상품 거래 과정에서의 분쟁

렌드가 반영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이나 탈세와 같은 여러 법적 문제가 발생

생각합니다.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요즘은 10대들도 리셀테크에 많이 참여하는데 이들은 특

2. 리셀테크가 최근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히 과시소비를 하거나 부당한 거래에 노

데,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 거래이

FIRE족의 등장과 더불어, 코로나19가

기 때문에 정부에서 완벽하게 관리하고

최근 리셀테크의 유행에 영향을 준 것 같

통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

습니다. 경제가 침체되면서 경제적 수익

다. 그렇기에 이러한 문제점들을 조금이

을 얻을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인 리셀테

나마 해결하기 위해 안전결제 시스템을

크가 떠오른 것입니다. 또한 모바일로 리

도입하거나 나이 제한 정책을 운영해야

셀테크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많

할 것 같습니다.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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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날적이


날적이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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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반 고흐 전시회 부편집장 이에스더 esther015@hanyang.ac.kr

자화상 나에게 글쓰기란 제법 익숙합니다. 멋모르던 시절부터 일 기장, 독서기록장에 매일 글을 썼습니다. 맞춤법은 글쎄, 짜 임새도 글쎄. 의식의 흐름만 좇는 제멋대로인 글이었으나 제목: 자화상 제작연도: 1889 작품유형: 캔버스에 유채 오르세 박물관 소장

때때로 만족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썼지만 재미도 있는 것 같고, 감동도 있는 것 같고. 아, 그래서 하루는 그런 생각을 했죠. 미래에 글 쓰는 직업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 아. 오래오래 사랑받는 고전을 남기는 사람이 되어야지.

초상화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냉정한 법입니다. 내 글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권위는 나에게 없습니다. 시 험이 판단할 뿐이죠. 답안지 위의 빨간 흔적들, 그리고 점 제목: 붉은 포도밭 제작연도: 1888 작품유형: 캔버스에 유채 푸슈킨 미술관 소장

수. 숫자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과 상상 속 내 모습 사이의 괴리율. 네 수준은 딱 여기까지라고 선 긋는 타자의 시선.

텅 빈 캔버스 수능, 대학, 알바, 또 입시, 학점, 시험, 자격증, 영어, 글쓰기…. 시도하는 횟수는 늘어나지만 성공은 몇 번, 실 패는 여러 번. 큰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어린이는 자 제목: 별이 빛나는 밤 제작연도: 1889 작품유형: 캔버스에 유채 뉴욕 현대 미술관 소장

라서 제가 작음을 아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텅 빈 캔버스 앞에서 붓을 들지 못하는 화가처럼, 앞날을 두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겁쟁이가 된 셈이기도 하죠. 난 하고 싶 은 게 없어. 할 줄 아는 게 없어. 할 수 없어. 아무것도.

158 날적이


해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해주는 색채를 그리고 싶었던 화가. 그러나 그는 평생에 단 한 작품, “붉은 포도밭”을 400프랑1)에 팔았을 뿐인 가 난하고 이름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림에 매겨진 숫자는 고흐의 현실을 초라하게 만들 었습니다. 자신의 모든 사랑과 열정을 담아낸 그림, 그러나 팔리지 않는 그림이 고흐 를 얼마나 낙심하게 했을까요.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889년은 고흐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간이었습니 다. 고질적인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에 친구였던 고갱과 갈라서면서 스스로 귀를 잘랐 죠. 한데 그가 삶의 캄캄한 밤을 지낼 때, 손으로는 “별이 빛나는 밤”을 영원에 새겼 습니다. 캔버스 위 찬란한 빛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아갈 세상 모든 이들에게 남 긴 고흐의 위로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할 수 있어.

“텅 빈 캔버스는 ‘넌 할 수 없어’라는 마법을 깨부수는 열정적이고 진지한 화가를 두려워한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 있는 여백, 우리를 낙 심케 하며 가슴을 찢어놓을 듯 텅 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놓는다. 삶이 아무리 공 허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 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쉽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2)

1) 오늘날로 치면 대략 200만 원쯤으로 환산할 수 있다. 2) 빈센트 반 고흐, 신성림 역, 『반 고흐, 영혼의 편지』(3판), 위즈덤하우스, 2017, 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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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떠나는 자리 편집위원 구본성 bagsa1902@hanyang.ac.kr

날적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던 것은 2016년 2월 국문과 과방에서였습니다. 그것은 일기라기보다는 수업을 들은 뒤 과방에 들른 학생들의 흔적으로 가득한 손때 묻은 낙 서장이었습니다. 봄 한철 잠시 반짝하고 벚꽃과 함께 시들해졌지만 새내기의 기억은 3월이 반절은 차지하는 것인지라 마음 한편의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랬던 시절이 새삼스럽게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날적이를 적고 있습니다. 모든 일에 시작과 끝이 있기에 마지막을 대면하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은 쉽사리 감당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저는 늘 과거에 의탁해 현재와 미래의 무게감을 일부 감당하는 터라 추억을 떨쳐내는 데 유달리 취약한 편입니다. 활동이든, 장소든, 사람이든, 끝매듭을 지을 때 제 속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그 기분은 시원함이라기보다는 허전함과 그리움입니다. 내려놓아 야 또다시 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전부 품에 안고 가려는 욕심은 기 실 겁쟁이의 발로입니다. 마지막 발걸음을 붙잡는 것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한 발짝 떼기 무섭게 뒤를 돌아 보면 해질녘 그림자마냥 아쉬움과 후회가 기다랗게 드리워 있습니다. 매달 생활비를 벌고 학생회, 학회, 동아리, 교지들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6년을 달음박질 쳤는데 고작 이만큼 왔는가 하는 생각에 울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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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마음이 됩니다. 어째서 더 읽고 쓰지 않았을까. 청동거울을 닦으며 참회록을 쓰던 윤동주의 마음을 알 듯도 합니다. 부족함에 대한 탄식은 변해버린 자신에 대한 혐오 내지는 연민으로 이어집니다. 분수를 모르던 열정은 미적지근하게 식어 무기력증이 되어버렸고, 술자리에서 시건방지게 떠들었던 문학 이야기는 당장의 먹고 사는 이야 기로 탈바꿈했습니다. 낭만을 제물로 얼마간의 현실감을 얻어 훌륭한 사회인으로 자 라난 스스로의 모습에 실소를 금할 길이 없습니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는 그나 마 18년만의 만남이었는데, 고작 6년만에 변한 나를 부끄럽게 할 플라타너스조차 찾 아볼 수 없습니다. 흙 한 줌은 빗물을 머금어 꽃을 피워내고 과실은 햇빛을 받아 제 속의 신물을 달고 향기롭게 만드는데, 그보다 많은 것을 소유한 나는 무얼 할 수 있을는지. 연암이 호곡 장(號哭場)을 발견했던 것처럼 나 또한 떠날 자리와 가야할 때를 알맞게 찾을 수 있을 지 여전히 두려운 마음입니다. 그 머뭇거림의 찰나 속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내 속에 켜켜이 들어차 있는 한, 그것들은 유실되지 않은 채 나를 구성하는 일부가 되어 삶의 충만함을 더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그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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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교지편집위원회를 마무리하며 편집위원 황성주 saint95@hanyang.ac.kr

나와 교지와의 첫 만남은 2018년 3월의 새학기부터 시작된다. 군복무를 마치고 1학년으로 복학해서 학교에 처음 가본 나에게 애지문에 쌓여있던 예쁜 책들이 눈에 들어왔고, 한 권을 손에 집어 들었다. 당시 교지를 읽었을 때 느낀 점은 글들이 모두 균형잡히고 완벽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2017년 12월에 있었던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분석 글은 균형잡힌 시선으로 잘 서술했다고 생각하여 읽는 내내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는 그저 감탄만 했지, 교지에서 활동하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이후 학교를 다니면서 교지가 발간되면 바로 챙겨서 읽었다. 친한 친구가 편집위원 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학내 사안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주제에 대 한 기자의 생각을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꾸준하게 교지를 읽다보니 점점 교지에 정이 들었고, 교지에 뭔가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이때도 직접 편집위원으로 지원할 생각은 없었고, 그저 졸업하기 전에 한번 기 고문을 올리고, 간간이 내가 찍은 사진을 보내 교지에 싣는 정도만 고려했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삶은 예상과는 다르게 흘렀다. 3학년이 되자마자 시작된 코 로나19 사태는 우리가 알고 있던 대학생활을 없애버렸고, 나 역시 혼란 속에서 홀로 버텨야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가슴 깊은 곳에서는 교지에서 내 글을 직접 쓰고 싶

162 날적이


다는 마음이 커져만 갔고, 어느 순간에는 지금 교지를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 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뭐에 홀린 듯 3학년 1학기 마지막 기말고사를 보자 마자 교지편집위원회 활동에 지원했고, 졸업이 가까운 학번임에도 감사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1년 6개월동안 교지편집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때로는 글이 써지지 않아 몇날며칠을 고민하기도 하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오로지 비대면으로 회 의만 하다 보니 일에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처음 교지에 지원할 당시 간절 했던 나의 마음을 떠올리며 다시 힘을 내며 “어떠한 간섭없이, 자유롭게 탄탄한 근거 를 바탕으로 한 나의 생각”을 좋은 글로 학우들에게 전달하는 교지의 역할을 완벽하 게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길게만 느껴졌던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위원으로의 역할이 드디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대학생활 중 가장 후회없고, 기억에 남을 활동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떠난다는 생각이 계속되어서 그런지, 그렇게 쉽게 써지던 날적이를 최종 마감까지 맺 지 못하고 있다. 교지실을 떠나야 하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 글로 표현되어 나타 나나 보다.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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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116호 학우 여러분의 관심이 더 나은 『한양』을 만듭니다. 이 코너에 본인의 의견이 실린 학우 께서는 찾아와주세요. 5천원 상당의 상품을 드립니다! ^_^

『한양』 116호를 100점 만점을 평가해주세요. 1. 이번 호에 수록된 글의 완성도 : 92 2. 학내 및 사회 이슈연관성: 93 3. 표지와 내지 디자인: 93 『한양』 116호에서 가장 좋은 기사와 아쉬운 기사는 무엇인가요? BEST • 총학생회 선거는 무산되지 않는다. 총학생회 역할과 역사, 필요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언급했습니다. 다만 2021년 한양대생에게 총학생회가 어떤 의제와 활동 방향을 가지고 출범해야 할 지가 불명확했습니다. (화학공학과 04 장헌) 아쉬운 점 •한양대 학생 내면에 있는 의견과 모습을 포착하는 부분에서 아쉬웠습니다. (화학공학과 04 장헌)

학내에서 불편한 것 •학생들의 비전을 체화시켜주는 행사가 있었으면 합니다. (화학공학과 04 장헌) 사회에서 불편한 것 • 한양대생은 능력에 비해 다소 자신감이 부족한 느낌이 있습니다. 대학생 때 자신감을 쌓는 대내외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사회에 진출하셨으면 합니다. (화학공학과 04 장헌) 궁금한 것 • 학내 사안이든 외부 현안이든 그것을 바라보는 한양대생의 경험이 녹아 들어있거나, 고찰을 통한 통찰력 있는 글 등이 많이 게재되었으면 합니다. (화학공학과 04 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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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교지 편집위원회 광고비 사용내역(9,10,11월) 1. 116호 내부원고료 1,288,000원 2. 116호 외부원고료

0원

3. 비품구입비

0원

4. 기타

0원

합계

1,288,000원

* 금액 사용 기준 외부 원고료 : 외부 필진 원고료 및 한양 학우 기고 원고료 비품 구입비 : 사무용품 구입비 및 수리비 기타 : 문화상품권 지급비, 교비 발송비, 복사비, 송금 수수료, 교통비, 홍보비 등

* 2021년 9,10,11월 사용내역입니다. * 정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후 pdf 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 본 117호의 원고료 책정 내역은 118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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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수습위원 지원서 이름 생년월일 학과, 학번 관심분야 경력 주소 연락처 E-mail

지원동기

위와 같이 2022학년도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수습위원 모집에 지원합니다. 202 년 지원자

『한양』교지편집위원회

일 (인)


편집후기

한양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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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김지현

하고 또 수고 많았어요! 아니 근데 다들 수 습 맞아..? 글 너무 잘 써서 깜짝 놀람 ㄴoㄱ

이상하게 편집후기를 적는 게 어렵습니다.

이 정도면 원래 편집이었다는 게 학계정설

그간 신나는 마음으로 술술 썼는데. 왜 이렇

ㅎㅎ.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무너무 멋지고

게 망설이게 될까요. 머리를 싸매도 도저히

대단하고 수고한 우리 편집장 지현이!!! 항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저의 첫 집필작인 <장

상 고맙고 도움이 많이 못 돼서 미안하고..

마>호를 펼쳐봤습니다. “매번 지하철에서 읽

그래도 지현이가 있어서 너무 든든했어! 우

던 편집후기를 제가 쓰게 될 줄 몰랐네요”로

리 내년엔 골든벨 성공하도록 하자^^! 와 이

편집후기를 시작하네요. 그때의 저는 제가

러니까 무슨 수상소감 말하는 것 같다. 하여

편집장을 할 줄... 생각이나 했을까요.. (먼산)

튼 여러분 저는 사실 생각보다 생각이 없고,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소위 노답인 사람이

적극적으로 수동적인 사람인지라 먼저 연락

장을 맡았으니 이거 원, 기자분들이 정말 고

하는 걸 늘 까먹습니다…. 언제라도 먼저 연

생했습니다. 특히 수습분들은 편집장 잘못

락주신다면 너무너무 반가울 것 같아요♥

만난 죄로 무척 힘드셨을 텐데, 내색하지 않

가끔 맛있는 거랑 함께 교지실 찾아갈게요

고 회의 참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번

~! 모두들 언제나 건강무사하시고 매일매일

호를 마지막으로 떠나는 교버지 성주님, 근

파이팅입니다! 이제 진짜 안녕!

본 그 자체인 본성님, 교지의 빛과 소금인 스더님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

구본성

다. 우리 스더는.. 정말 교지의 인재야.. 그 렇지만 다들 과자 협찬 기다릴게요..

두 권을 쉬고 돌아왔습니다. 솔직한 마음으

나도 고생 많았다.. 11월을 버틴 것만으로도

로, 즐거움보다는 책임감으로 돌아온 길이

대견하다!

었습니다. 여섯 호를 발간하는 것이 교지와 의 약속이었고 자신과의 약속이었기 때문입

이에스더

니다. 예상대로 분주한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돌이켜보건대 일말의 후회도 없습

다들 이번 호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원로 편

니다. 바쁜 중이라도 글을 이야기하고 다듬

집위원이셨던 성주오빠 본성오빠 늘 그렇듯

는 것은 늘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든든했고, 졸업도 축하드립니다! 뉴 편집위

젊은 피가 이끄는 교지에 여러모로 누를 끼

원이자 이번 호 학내를 주름잡은 지원언니

친 것이 아닐까 고민했던 학기이기도 했습니

가연이 정말 멋지고! 대단해요!! 그리고 교

다. 늙고 병든 잔소리꾼에게 시달리느라 고생

지의 미래인 미주, 진재, 어진이 정말 환영

했을, 그러나 무사히 견뎌주었던 모두에게 미

168 편집후기


안함과 고마움을 전합니다. 마지막인 만큼 저

요. 교지를 하면서 정말 감사하게도 제가 목

마다에게 인사를 드리려 합니다. 늘 파닥이며

표로 했던 바를 모두 할 수 있었습니다. 공

교지에 날개를 달아주는 지현이는 편집장으

정에 대한 담론부터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을

로서 항상 고생이 많습니다. 스더는 무려 한

소개하는 글까지. 사회와 문화 파트에서 제

호를 연장하며 교지를 떠받들어 주었습니다.

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담을 기회를 얻

굵직한 사회 기사를 도맡았던 성주 형은 그간

었고, 학내 언론사의 일원으로 비상대책위

글이 참 많이 늘었습니다. 가연이는 새내기라

원회 기자회견과 총학생회 후보자 공청회

고 믿기 어려울 만큼 어엿한 편집위원입니다.

에 참석하여 기자로 활동할 수 있는, 어쩌면

지원이는 바쁜 와중에도 본인 몫을 다하려 노

인생에서 다시는 해볼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력해줬습니다. 세 분의 수습위원분들은 제 새

있었습니다. 여기에 제가 직접 찍은 사진들

내기 시절이 부끄러워질 만큼 빼어난 글 솜씨

이 글의 표지사진으로 활용되기도 했으니...

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주는 이미 더할 나위

그때 교지편집위원회에 지원하길 너무나도

가 없고, 진재의 글은 맑으며, 어진이의 글은

잘했다는 생각이 지금도 드네요.

발랄합니다. 저마다의 장점을 예리하게 다듬

그러나 학교와 교지에서 동시에 고인물이 되

는다면 여섯 번째 집필 즈음에는 제 글이 초

어서 였을까요? 이번 호를 준비하면서 이제

라해질 만큼 빛나는 글을 쓸 수 있으리라 믿

는 그만 하산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많이

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면을 빌어 지금은 떠

했습니다. 괜히 쓴소리만 하면서 교지의 발

났지만 저와 교지를 함께 했던 경모, 다미, 지

전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은 고민이 이

원이, 채움이, 서연이, 유진이, 유민이, 보미에

번 학기 내내 함께 했습니다. 제 자신에 대해

게도 고마웠다는 말을 전합니다.

반성을 하며, 교지 식구들 한명한명에게 감

매 호 편집후기에 적었던 바대로, 조금이나

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편집장으로서

마 나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의 역할을 200% 이상 잘 해내고 있는 지현

하는 간절함입니다. 그간 즐거웠습니다. 떠

이, 언제나 부족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전혀

나는 발걸음에 고마운 마음이 가득해 행복

부족하지 않고 완벽한 스더, 진정한 교지의

할 따름입니다.

중심축이자 철학가인 본성이, 새내기임에도 새내기답지 않은 글실력을 가진 차기 편집장

황성주

가연이, 바쁜 와중에도 최선을 다해 책임을 다하는 지원이, 수습답지 않은 완벽한 글 실

6번째이자 마지막 호입니다. 교지에 들어와

력을 가진 차차기 편집장 미주, 묵묵이 자신

활동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떠날

의 주장을 잘 정제해 좋은 글을 완성하는 진

시간이 왔다니,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네

재, 그리고 함께 학내 글을 쓰며 누구보다 고

한양 117호

169


생했지만 언제나 밝은 기운으로 힘을 내게

서는 학내 ‘한양사회봉사’, ‘교내근로장학생

해준 어진이까지. 여러분과 함께 활동할 수

선발’을 주제로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벌써

있어 행복했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추위가 찾아오고 연말이 다가오니 1년간의

마지막으로 교지에서 만난 다미, 서연, 유진,

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제게 올 한 해는 교

유민, 보미, 현진, 재혁이 그리고 교지와의

지의 해였습니다. 운 좋게 입부하여 좋은 식

인연을 닿게 해준 경모, 지원이에게 고마움을

구들을 만나 1년 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내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께도 지금까지 부족한 글

에도 교지 식구들과 함께 열심히 대화 나누고

임에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만 새

배우면서 좋은 글 써나가보려 합니다.

로운 곳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번 호는 특히 더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 습니다. 그래도 꽤 만나서 함께한 시간이 많

최지원

고 그새 정이 들었나 봅니다. 이번에 교지의 빛이자 희망인 분들이 많이 떠나가서 너무

올해도 벌써 끝나가네요. 작년 코로나가 터

슬픕니다 ㅠㅠ 교지의 빛과 희망이 사그라

지고 어영부영 한해를 보내고 올해부터는

들지 않게 부족하지만 열심히 채울 수 있도

정말 열심히 살려고 이것저것 다 도전했던

록 정진하겠습니다. 그래도 떠나지마 가지

기억이 납니다. 그 중에 하나가 교지였는데,

마 ㅠㅠㅠ

항상 글만 읽던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기자의 입장으로 되어보니 교지 한 권을 위

김어진

해서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는 지 알게 되었습니다. 수습위원일 때를 생각

안녕하세요, 수습위원 김어진입니다. 1학

해보면, 기사를 쓸 때의 고생이 교지를 받으

년 2학기의 하이라이트를 뽑으라면 저는 단

면서 눈 녹듯 사라지는게 참 재밌었던 거 같

연 교지! 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사실 글쓰

습니다. 이번 호 역시 책을 받으면 뿌듯함을

기가 어렵다고 투덜거리고 자책을 하기도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했습니다 ㅠ ㅠ. 심지어 새내기의 패기로 까

학기 친구들한테 많이 의지했었는데 너희가

다로운 교양들을 신청해버린 탓에 즐겁다가

최고야 모두 고마워~

도 어렵고 피곤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그 래도 교지에 들어온 건 참 잘한 것 같습니

김가연

다! 잘 이끌어주셨던 편집위원 분들이 떠나 는 건 정말 아쉽지만 앞으로가 기대되어서

안녕하세요. 이번 『한양』117호에 편집위원으

요! 항상 예전 사진들을 뒤적이며 과거를 그

로 참여하게 된 김가연입니다. 이번 117호에

리워하던 제가 미래를 기대하면서 나름대

170 편집후기


로 진지하게 계획해보고 있는 것은 또 처음

다. 또 남들이 쉬이 따라할 수 없는 예쁜 문체

인 듯합니다. 저도 점점 어른이 되어가고 있

를 가진 스더. 스더의 피드백에 도움을 받은

는 걸까요 ?! 그건 싫은데 !! 어쩌면 이번 학

날이 많았어요. 세 분께서 이번 호를 마지막

기의 시간표가 버거워서 미래보다는 종강을

으로 교지를 떠나게 되어 너무 아쉽습니다.

기대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 하하.

세 분과 편집장 지현, 지원 언니, 가연, 어

그래도 언젠가는 지금이 그리워지겠지요?

진, 진재까지. 정말 멋진 사람들과 함께 글

그러니까 불평은 이제 멈추고 감사의 마음

쓸 수 있어 행복한 한 학기였습니다. ‘눈길’

을 전해볼게요. 함께 글 써주시고 피드백해

에 눈길을 주신 분들 모두 이번 겨울 잘 보

주시고 잘 대해주신 교지 분들 모두 모두 고

내시길 바랍니다. 다음 호에서 만나요!

맙습니다. 그리고 유독 너덜너덜했던 이번 학기의 저와 함께해준 친구들과 가족들도

이진재

고마워요. 또 교지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호에서 또 만나요!

어쩌다 보니 저는 교지 한 권을 발간하게 되었 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이런 모습은 상상도

송미주

못 했죠. 동기를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교지’ 라는 단어는 제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고,

안녕하세요. 수습 위원 송미주입니다. 여름

결국 이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방학이 끝나갈 무렵에 교지 면접을 보았는데,

시절, 친구의 꼬드김에 넘어가 시작된 기자

벌써 12월이라니! 시간 참 빠르네요.. 저는 우

생활은 이렇게 20대에도 이어졌습니다. 그저

선순위가 생기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패기로만 시작했던 교지 생활은 순탄치 않았

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학기는 교지가 제

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댔

1순위였던 것 같습니다. 내가 살면서 이토록

고, 부족한 부분이 많음을 스스로도 느낄 수

무언가에 몰두해본 적이 있나?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겨우겨우 교지

들기도 하더라구요. 배울 점이 많은 분들과

한 권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고, 그동안의 순

함께여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간들이 생각나면서 뿌듯하네요ㅎㅎ 아직 수

교지 면접 때 처음 뵙고 ‘아, 저 분은 말하고

습인 저에게 선배들의 글은 정말 뛰어났고,

쓰기 위해 태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배울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분들과

들었던 본성 선배. 선배와 함께 글을 쓰며 정

활동하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기에 너무나

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

아쉽네요ㅠㅠ 앞으로 세 학기 동안 좋은 글

문의 피드백을 남겨주셨던 성주 선배. 선배

들을 독자분들께 많이 보여드리며 더욱더 성

덕분에 글의 탄탄함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

장하고 싶습니다ㅎㅅㅎ 교지 파이팅!!

한양 117호

171


172 학내



인천광역시 중구 축항대로 211번길 37로 TEL:032-880-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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