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오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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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umn

2018 vol.104

HANYANG


목차

여는 글

Part

1

학내 008 돌이킬 수 있는 선택 018 누구를 위하여 대학을 평가하나

Part

2

사회 030 몰카와의 전쟁, 그 후 1년 044 노예를 구합니다. 시급은 스펙 한 줄 054 세상의 중심에서 소비를 멈추다 066 52시간도 모자라? 078 난민, No Way Back Home


Part

3

문화 092 퀴어하지 않은 퀴어를 기다려

108 기고 111 일상 114 날적이


여는 글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로 인사드립니다. 이번 가을 호부터 『한양』의 편집장을 맡게 된 김현진입니다. 짧아진 가을의 꽁무니를 좇아가다 보니 제 마음은 어느새 한강 의 잔디를 밟고 서 있더군요. 물론 몸은 한양대학교 어딘가에 있지만요. 아마 학우 여러 분께서도 강변의 야경보다는 행당산의 야경을 벗 삼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행당산을 벗 삼아 읽으실 이번 가을호 표지의 삽화는 ‘오필리아의 죽음’ 입니다. 오필 리아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주인공인 햄릿의 연인입니다. 햄릿은 오필리아의 아버 지를 적으로 착각하여 살해하게 됩니다. 연인의 손에 아버지를 잃게된 오필리아는 결국 죽음을 선택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오필리아와 이번 『한양』은 꽤나 닮아있 습니다.

‘돌이킬 수 있는 선택’은 수강 포기에 대한 기사입니다. 정말 맞지 않는 수업이더라도, 일주일의 짧은 수강정정 기간이 지나면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맞지 않는 수업 을 들어야 하죠. ‘누구를 위해 대학을 평가하나’에서도 오필리아의 심정이 고스란히 묻 어있습니다. 좋은 평판을 얻는 대학에겐 지원금과 연구의 양과 질이 달라집니다. 그 좋 은 평판의 기준은 정부와 기업이 쥐고 있기에, 대학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들 이 요구에 따라야 합니다. 비단 학내 기사 뿐 아니라 사회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예 를 구합니다. 시급은 스펙 한 줄’에서는 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열정페이 대외활동을 선택해야 하는 현실을 그립니다. 이 현실 안에서 오필리아는 더욱 명확하게 그려집니 다.

004

학내


모든 기사가 오필리아를 관통하고 있기에, 이번 교지에선 ‘기획’ 코너를 따로 빼지 않 았습니다. 교지의 마지막 장을 넘기실 때까지, 오필리아가 표지에서 벗어나 독자 여러 분의 곁에 앉아있음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교지의 기자들이 뜨거운 여름 볕에서 부지런히 뛰어다닌 오필리아입니다. 부디 이 열정이 독자 여러분께 닿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한양 104호

005



Part

1

학내 01 돌이킬 수 있는 선택 편집위원 유준영 yjy980731@naver.com

02 누구를 위하여 대학을 평가하나 편집위원 조민우 marin1431_@naver.com


돌이킬 수 있는 선택 편집위원 유준영 yjy980731@naver.com

008

학내


비싼 돈을 주고 오랜만에 뷔페에 갔다. 맛있는 것만 골라 먹을 생각에 한껏 들떠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엄마가 계속 내 접시를 대신 채운다. 엄마, 난 초밥이 먹고 싶은데...

한양 104호

009


잊혀진 자유 듣고 싶은 수업만 쏙쏙 골라 들으며 재미난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 까? 중고등학교에 다닐 적에는 수업을 편식할 수 없었다. 쑥쑥 크려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단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짜여진 시간표에서 벗어나 각자 입맛에 맞는 것만을 골라 먹기 위해 우리는 대학에 왔다. 중고등학교와는 다르게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수업 선택이 가능하다. 수강 신청 기간마다 밀려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잊을 법도 하지만, 수업 선택권은 우리가 갖 고 있는 엄연한 권리이자 자유이다. 어떤 목적에서든 우리는 스스로 과를 선택해 입학 했다. 이 최초의 선택이 곧 원하는 공부만을 하기 위해 대학에 왔다고 말해준다. 또한 대학이 과를 나누고, 과 안에서도 세부적인 선택을 가능케 함은 선택의 폭을 넓혀 우리 에게 수업에 대한 자율적인 선택을 보장하는 것이다. 즉, 우리는 입학하는 순간부터 원 하는 수업만을 들으며 공부할 자유를 갖게 된다. 바로 이 자유가 우리가 원하지 않는 수 업을 듣지 않을 수 있는 또 다른 자유도 보장해준다. 이는 비단 수업의 내용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맞지 않는 수업도 듣지 않을 자유가 있다. 여기서 자신과 맞지 않는 수업이란,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의 수 업 방식이나 난이도 등이 자신과 적합하지 않은 수업을 말한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우 리가 원하는 수업만을 택할 자유는 현재의 수강신청과 정정제도만으로는 보장받기 어렵 다. 수강신청 후 정정 기간을 지나면 우리의 선택은 돌이킬 수 없다. 이때의 선택이 철 회할 수 없는 선택이 되려면 수강신청 이전에 수업에 대한 정보와 의사결정 시간이 충분 하게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한양대학교에서는 두 가지 모두 충분하지 않다. 사실상 우 리는 수업에 대한 정보를 한 장짜리 강의 계획서와 에브리타임과 위한의 강의평가에 의 존하고 있다. 에브리타임과 위한의 강의평가마저도 비인기 강의나 신설 강의인 경우에 는 학생들에게 아무런 힘이 되지 않는다. 사전 정보가 부실하다면 최소한 실제로 수업 을 들은 후 판단할 수 있는 기간이라도 넉넉히 줘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도 개강 후 1주 일밖에 되지 않는다. 어떤 수업인지 감을 익힐 새도 없이 우리는 그 수업과 이별을 택할 지 의미 없는 만남을 지속할지 결정해야 한다.

010

학내


수강신청과목 포기제도 수업에 대한 정보와 의사결정 기간을 충분히 줄 수 없다면 학교는 학생들의 수강신 청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수업을 포기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이를 보장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바로 수강신청과목 포기제도(이하 수강 포기제도)이다. 수강 포기제도란 개강 후 학생들이 본인이 신청했 던 수강과목들을 포기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시행 학교마다 그 기간이나 포기 제한 범위에 있어 차이를 보이지만, 대부분은 중간고사 이전에 3~6학점 이내의 1~2과목 정 도를 포기할 수 있다. 아주대학교, 서울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세명대학교, UNIST, 용인대학교 등이 수강 포기제도를 갖췄다. 심지어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와 한양사 이버대학교도 수강 포기제도를 마련하고 있었다. 만약에 한양대학교에도 수강 포기제도가 도입된다면 어떤 행복들이 펼쳐질까? 먼저, 입맛에 맞는 수업을 예전보다 쉽게 택할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듣고 싶은 수업이었 지만 강의평가가 좋지 않아 한 없이 미뤄뒀던 수업에 더욱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반대로 강의평가나 지인의 꾐에 빠져 수없이 후회했던 수업도 이제는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 다. 즉, 다수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 있는 선택이 가능해진다. 또한 교수 입장에 서도 기존에 OT 시간으로만 사용되던 첫 번째 수업에 더 공을 들이게 된다. 결국 수업 콘텐츠 자체가 학생들의 선택을 가르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상상만으로도 더없이 달콤한 수강 포기제도, 우리는 왜 들여올 수 없을까? 물론 한양대 학교만의 사정이 있겠지만 수강신청과목 포기제도를 갖춘 대학들도 두루 존재한다는 것 을 보았을 때, 제도의 도입이 현실적으로 아예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수업 과 관련한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한양대학교 학사팀의 정준구 차장을 만나 여쭤보았다.

▶▶숙명여자대학교 수강포기 안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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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사실 꽤 오래전부터 한양대학교 학생들은 수강신청과목 포기제도를 청원했다. 작년, 학사팀에서도 전 총학생회 《한마디》와 ‘좋은 수업 만들기’라는 이름의 기획단을 꾸려 이 에 관한 문제를 꾸준히 논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강포기제도가 여전히 논의 중에 만 머무는 데에는 이 제도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들 때문이라 한다. 하나하나 살펴보 자. 수강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수강 신청하여 시스템상 그 수업에 대한 수요로 집계되는 가짜수요를 ‘가수요’라고 일컫는다. 쉽게 말하면 뻥튀기 수요이다. 가수요가 발생하는 일반적인 원인은 바로 수업을 미리 선점해서 사고파는 수업 매매행위에 있다. 수강 목 적이 없는 매매자들이 수강신청이라는 경쟁에 뛰어들게 되면, 실제로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과도한 경쟁에 휘말리게 된다. 이로 인해 수업을 꼭 듣고 싶고, 들어야만 하는 수강생들이 들을 생각도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줘가면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발 생한다. 학사팀에서는 바로 이 수업 매매행위가 수강 포기제도가 들어올 경우, 더욱 성 행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매매자들은 매매가 실패할 경우에 수강 포기라는 기존에 없던 탈출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따라서 수업 매매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기 때 문에, 수업 매매가 더욱 성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가수요는 폐강을 막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개강 전 수강신청 당시 40 명이 듣는다고 했던 강의가 학기 중 강의실을 방문하니 교수님과 한두 명의 제자들이 그 룹과외를 하고 있다면? 물론 교육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양한 수업들이 개설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효율성의 측면에서 비용적으로 보면 교 수 한 명당 적정 수의 학생들이 배치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원래는 폐강되었어야 할 수 업이 수요가 뻥튀기되어 개설된다면 이는 학교 입장에서도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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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학사팀과의 인터뷰

수강 포기제도가 도입될 경우, 학사팀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았다. 매매행 위가 더욱 활성화된다는 점과 폐강을 막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중 첫 번째 문 제점은 의문이 든다. 어째서 수강 포기제도가 수업 매매를 활성화할까? 수강을 포기한 학생의 자리는 정정 기간 때와는 다르게 학생의 자리가 메꿔지지 않는다. 수업 매매라는 행위는 애초에 선점자가 취소한 후, 그 빈 자리를 산 사람이 재빠르게 클릭해 메꾸는 방 식이다. 따라서 빈 자리가 아예 거래되지 않는 포기제도에서 매매행위가 더 쉬워진다는 말은 포기제도를 들여오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수강을 포기한 학생의 자리가 메꿔지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수강 포기가 불가능할 때에는 결과적으로 정정 기간이 끝나고 나면, 가짜 수요들이 사라졌 다. 매매의 여부와 상관없이 빈자리들이 결국 실제로 강의를 듣고자 하는 학생에게 돌 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기제도가 시행되고 만약 정정 기간에 취소하지 않은 판매자 들이 정정 기간 이후에 수강을 취소할 경우는 어떨까? 그 공석들은 말 그대로 날아가 버 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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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내부의 문제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도 개강 후 정정 기간, OT 시간에는 오 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이 언제 신청을 포기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교수 는 수업 진행에 있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가령 수업을 위해 팀플레이를 진행해야 할 경우에 저번 주에는 왔던 팀원이 다음 주에는 안 올 수 있다. 교수뿐만 아 니라 수업을 계속해서 들을 의향이 있는 학생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 수업 분위 기 저하로 인해 더 많은 수강 포기생이 생겨날 수도 있다. 또한 수강 학생 수가 유동적 이라는 점은 남아있는 수강생들의 성적에도 영향을 끼친다. 처음에는 적정인원을 갖춘 강의가 한 주 한 주 지날수록 수강인원이 줄어들어 경쟁이 과도하게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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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이대로 포기할 수 없는 수강포기 종합해보면 수강 포기제도를 도입할 경우에 우려되는 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 강 포기로 인한 공석이 실제 수강 희망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둘째, 폐강을 막는 수 단이 되어 비효율을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수업 분위기를 저하하고, 성적평가의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 과연 우리는 위와 같은 문제점이 무서워 지금처럼 우리의 자유를 계 속 뺏겨야만 할까? 대학을 온 목적은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결국 전문적인 공부를 하기 위함은 변함없 다. 일단 가장 넓은 범위에서 과를 정하고, 그 안에서도 여러 갈림길을 거쳐 우리 모두 는 세세한 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학습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 을 원하는지 정확히 깨닫고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없고, 원하지 않는 수업을 들어야 한다면 우리는 어째서 대학에 왔는지 알 수 없어진다. 따라 서 수업에 대한 자율적인 선택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수강 포 기제도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문제점들은 보완책을 통해 해결되어야 하는 부분이지, 안타까워하며 마냥 미룰 수 있는 이유는 될 수 없다. 한동대학교에는 온라인 수강대기 제도가 존재한다. 수강인원이 꽉 차서 수강신청이 불가능한 과목에 대해 온라인으로 수강대기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이다. 교수는 만약 개강 이후 수강취소자가 생길 경우에 수강 대기인원 중에서 취소 인원만큼을 충당할 수 있다. 또한 선착순으로 충당되는 것이 아니라, 교수 판단하에 수강 필요성이 높은 학생 부터 수강이 가능하다. 한양대학교에도 수강대기 제도를 도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수 강포기 때문에 빈자리를 수강 대기인원 중에서 충원하는 것이다. 증발해 버렸던 공석을 정말 그 수업을 듣고 싶은 학생으로 채울 수 있다. 충원을 교수의 재량에 일임하기 때문 에 견제가 어렵다는 한계점은 수강신청 자체에 과, 성적, 학년 등을 객관적으로 고려하 는 시스템을 신설해 보완할 수 있다. 사실 수업 분위기가 저하되는 점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이다. 원하는 수업만을 듣는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학생들이 좋은 분위기에서 수업을 들을 또 다른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적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수강 포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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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시행하고 있는 타 대학에서는 수강 포기과목 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 보통 최대 2과 목을 포기할 수 있다. 과목 수를 제한함으로써 학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수 업 진행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단순히 학점과 과목 수가 기준이 아니라 강의별 제한도 따로 갖추자. 예를 들어 다수의 수강생이 있는 대형강의는 비교적 포기 를 수월하게 하고, 적정인원이 꼭 필요하고 팀플레이가 많은 수업에는 수강포기에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두는 것이다. 물론 수업 전반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를 통해 타당한 기 준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수업 포기로 인한 수업분위기 저하 예방은 물론, 폐강 방지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수강포기 기준이 제대로 정해지면, 갑자기 다수의 수강포기가 일어나는 수업을 ‘수강포기 악용 폐강 방지 수업’으로 의심해 바로 조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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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고, 어쨌든 GO! 현재 한양대학교는 옳은 길로 나아갔을 때, 겪게 될 시련이 두려워 여전히 옳지 않은 길을 천천히 걷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결코 용기가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다. 잘 생 각해보면, 수강 포기제도를 도입했을 때 우려되는 문제점들은 비단 한양대학교만이 갖 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마다 정도의 차이는 분명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타 대학 들은 제도를 도입하거나 혹은 보완책들을 먼저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시련이 두려우 면 준비를 철저히 선행하면 된다. 사실 시련이라 불리는 것들도 막상 까놓고 보면, 충분 히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한양대학교는 이를 막연하게만 생각 하고 하염없이 안주하려는 듯 보인다. 이것은 단순히 제도를 들여오느냐 마느냐의 문제 가 아니라, 학생들의 자유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의 문제란 생각이 든다. 원하 는 수업을 듣고, 각자가 원하는 길을 찾아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은 학교가 우리에게 얼마 나 자율적인 선택권을 부여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수강 포기제도는 도입 여 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들어와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 다. 다시 말해, 방향성을 고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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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대학을 평가하나 편집위원 조민우 marin1431_@naver.com

성문과정(聲聞過情)을 군자치지(君子恥之)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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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택시에서 대학까지 우리는 평가를 하며 살아간다. 식당에서 음식 맛을 평가하고, 택시를 탄 후 기사의 운 전과 서비스도 평가한다. 우리가 평가를 하는 이유는 비교하기 어려운 것들을 쉽게 비 교하기 위해서이다. 평가대상이 여러 가지가 있을 땐 순위를 매긴다. 순위를 매길 때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기준은 갖다 대는 사람 마음이다. 예컨대, 훌륭한 사람이 란 누구이며 좋은 기업은 무엇일까? 각양각색일 것이다. 한 마디로 무언가의 순위를 ‘객관적으로’ 매기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사 《중앙일보》는 1994년부터 매년 대한민국의 대학 순위를 매겨 공개하고 있다. 초반부터 주목받았던 것은 아니지만 IMF 이후 대졸자가 급증하며, 어떤 대학이 더 좋은 대학인지 를 보여줄 명확한 지표가 요구되었다. 이때 자처하고 나선 곳이 《중앙일보》였고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대학평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대학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과연 무리가 없을까? 좋은 대학이 무엇인지도 합의되지 않았는데, 과연 이 순위는 믿을 수 있는 것일까? 모든 대학 은 저마다의 사정이 다르고, 교수도 학생도 다 다르다. 학교마다 나름의 교육철학이 있 을 것이며 진행하고 싶은 사업도 다를 것이다. 그런데 같은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한다 면, 대학들은 그 기준에 맞추려 계속 교육 방향을 비틀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많은 대학이 언론사 평가를 거부했다. 획일화된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하지만 평가에서 높은 순위가 나온다면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학생 들이 취업하는 데에 있어서, 교수들이 연구비를 따오는 데에 있어서 평판은 매우 중요 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들은 초반에는 언론사 평가를 거부했지만, 그 후에는 평가에 저항하기보다는 수용하고 순응하기 시작했다. 지식과 권력 분야의 대가인 미셸 푸코는 현대 사회에서 권력은 대상을 직접 지배하기 보다는 분류하고 비교하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교받고 평가받는 대학은 점 점 정체성을 잃어가고 평판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대학 간 순위 싸움이 치열하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대학의 자율성이 떨어진다면 더더욱 그렇다. 과 연 누구를 위한 대학평가일까?

020

학내


기울어진 연구실 부문(배점)

Ⅰ. 교수 연구 (100점)

Ⅱ. 교육 여건 (100점)

지표(배점) ① 교수당 교외연구비(15)

② 교수당 자체연구비(10)

③ 국제논문당 피인용(25)

④ 국제논문 게재(10)

⑤ 국내논문당 피인용(5)

⑥ 국내논문 게재(5)

⑦ 저역서당 피인용(5)

⑧ 저역서 발간(5)

⑨ 교수당 기술이전수익(10)

⑩ 교수당 산학협력수익(10)

① 교수 확보율(15)

② 등록금 대비 장학금(15)

③ 등록금 대비 교육비(10)

④ 강의 규모(5)

⑤ 전임교원 강의 비율(5)

⑥ 세입 대비 기부금(5)

⑦ 기숙사 수용률(5)

⑧ 학생당 도서자료구입비(5)

⑨ 외부 경력 교원 비율(5)

⑩ 외국인 교수 비율(5)

⑪ 외국인 학생 비율(8)

⑫ 외국인 학생의 다양성(7)

⑬ 교환학생 비율(10) Ⅲ. 학생 교육 및 성과 (70점)

Ⅳ. 평판도(30점)

① 순수 취업률(15)

② 유지 취업률(15)

③ 중도 포기율(10)

④ 졸업생 창업활동(10)

⑤ 창업교육 참여율(10)

⑥ 현장실습 참여율(10)

①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대학(10)

② 입학 추천 대학(10)

③ 발전 가능성이 있는 대학(5)

④ 국가지역사회 기여가 큰 대학(5)

위 표는 《중앙일보》의 대학평가 지표이다. 대학은 연구와 교육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 관이기 때문에 Ⅰ.교수연구(100점)지표와 Ⅱ.교육여건(100점)지표가 높은 비중을 차지 한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 평가가 대학의 연구를 방해하고, 학생들의 학 습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 Ⅰ.교수연구지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수는 ‘③국제논문당 피인용(25점)’ 지수이다. 성공한 연구의 지표로써 논문 피인용과 학술지 게재가 평가될 수는 있다. 그 런데, 국제수준의 연구 결과와 국내 수준의 연구 결과의 평가 정도가 다르다. 배점을 살 펴보면 국제연구(③,④)가 국내연구(⑤,⑥)보다 배점이 높다. 즉, 해외 학술지에 등재되 고 국제적으로 유명해질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 기준은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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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화된 지표이다. 자연이공분야는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쓸 때, 용어나 절차를 영어로 쓰는 것이 익숙하 다. 또한 국내 학계에서 교류하기보다는 해외 학계를 장려한다. 반면 인문사회분야는 국제 수준의 연구를 하기 어렵다. 국내 학계가 활성화되어있고, 학문 특성상 언어의 장 벽도 있기 때문이다. 즉, 자연이공분야가 국제화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대학도 자연이공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반면 인문사회분야에 의 지원은 줄이고 있다.1)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기업의 지원도 자연이공분야에만 집중되고 있다. 결국 분야별 로 격차가 벌어진다. 그러면 교수 임용 문제도 생긴다. 성과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자 연이공분야에 교수를 더 임용하고, 연구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이는 분야별 박사들의 취업난으로까지 이어진다. 수요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불균형한 지원 때문에 일어나는 취업난은 명백히 ‘만들어진 취업난’이다.

학문분야별 연구 과제수 및 연구비 비교 구분

교원수

연구비 (백만원)

연구비 점유율

1인당 과제수

1인당 연구비 (백만원)

자연과학

7,989

12,871

1,007,457

8,0%

1.61

126.11

공학

15,785

32,899

2,448,972

43.90%

2.08

155.15

의약학

15,966

16,840

1,145,053

20.50%

1.05

72.57

농수해양학

1,866

4,424

303,540

5.40%

2.37

162.67

사회과학

17,703

15,778

419,757

7.50%

0.89

23.71

인문학

10,496

6,646

136,354

2.40%

0.63

12.99

예술체육학

6,207

4,597

77,433

1.45

0.74

12.48

복합학

517

687

43,148

0.80%

1.33

83.46

합계

76,559

94,739

5,581,714

100%

1.24

72.91

1) 출처 : 한국연구재단(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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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수

학내


점잖게 길들이기 그렇다면 왜 언론사가 대학을 평가할까? 이 지점에서 언론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 다. 언론사는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사는 독자적으로 운영되지 못한다. 오롯이 독자들의 구독료로 운영되는 신문사는 거의 없다. 모두 기업의 광고비나 홍보비로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정성을 잃고 자신들을 후 원하는 기관의 입장을 대변하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것은 정설로 여겨진다. 이는 《중앙일보》의 공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대학에 요구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연구 실적이고, 기업이 대학에 요구하는 것은 현장에서 쓸 수 있 는 실습능력이다. 이 같은 대목이 중앙일보 평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70점을 차지하 는 Ⅲ.학생교육 및 성과지표의 주는 취업(①,②)과 창업(④,⑤)이다. 창업 분야는 국내 취 업난이 심각해지자 일자리를 늘리려 정부에서 장려한 정책이다. 이 때문에 많은 대학은 창업센터를 부랴부랴 만들었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공들인 노력에 비해 특 별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을 뿐더러 창업 프로그램을 알지도 못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1

2

3

4

1. 남 들에게 학교가 준비한 창업프로그램을 소개할 수 있다.

5

1

2

3

4

5

3%

1. 매 우 유익하고 창업과 관련하여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다.

2. 전 부는 아니지만 몇가지 프로그램명과 내용을 알고 있다.

25 12%

2. 완 벽하게 만족한 것은 아니지만 들을 만 했다.

12 17%

3. 몇 가지 프로그램명을 알지만 구체적으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96 48%

3. 다른 수업과 차이가 없다.

28 39%

4. 창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6 35%

3

4. 창 업 프로그램 이름을 들어도 그것이 창업 프로그램인지 구별할 자신이 없다.

51 25%

5. 창업 프로그램을 실시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23 11%

5. 수 강을 매우 후회하거나 필수과목인 경우 스트레스를 받을 지경이었다.

2

4

3%

6%

▶▶ 『한양』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위와 같은 웅답을 얻을 수 있었다. (한양대, 경희대, 연세대, 서울 대, KAIST, UNIST, POSTECH, 이화여대 대학생 총 197명을 대상으로 7월 16일부터 7월 31일까 지 15일 간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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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기업의 평가가 반영되는 분야는 Ⅳ.평판도이다. 평판도는 30점에 해당하는 지 표인데 매우 주관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뽑고 싶은 기준(①,②)이 무엇인지, 국가에 기여가 큰(④) 기준이 무엇인지도 없이 근거 없는 주관적 평가가 반영된다. 반영하는 주 체는 기업의 인사팀 담당자와 교육부의 담당자이다. 다른 세계 수준의 대학 평가와 비 교했을 때도 《중앙일보》대학평가에서 평판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평판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대학은 정부에서 실시하는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고, 기업이 요구하는 바를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평가를 이용해서 대학을 길들이고 있는 셈이다.

20%

10% 10%

17%

20%

8%

10% 박사학위

30%

30%

평판/취업률

90% 60%

100%

교육여건

63%

연구

33%

중앙일보

OS세계,OS아시아

THE세계

US NEWS&WORLD REPORT

상해교통

▶▶2014년 국내 및 세계대학평가의 주요 평가지표 및 평가비율 (단위: %)

024

학내

국제화


대학은 ‘정당한 족쇄’에 갇혀 결국 대학은 정부와 기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단순히 높은 순위에 들 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판’에 의해 얻을 수 있는 돈과 성과가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사 정은 이렇지만 대학은 하소연할 곳도 없이 남몰래 속만 앓고 있다. 한양대학교는 2039 년까지 글로벌 100대 대학으로 도약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2) 하지만 지금처럼 대학 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가능할지 의문이다. 헌법 31조는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로써 보장됨을 명시했다. 하지만 법은 오히려 대 학의 자율성을 떨어뜨린다. 즉, 정부는 법을 이용해서 대학을 옭아매고 있다. 대학은 좋 으나 싫으나 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의 대학들은 법의 테두리 에 갇혀 있다. 돈을 어떻게 운영할지, 어떤 교수와 어떤 학생을 뽑을지, 어떤 수업을 운 영할지 등을 국가가 법으로 관리하고 있다.3) 국립대학은 물론이고 사립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의 자율성은 공허하다. 물론 정부의 간섭이 심한 곳이 우리나라뿐만은 아니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우 선 독일과 프랑스는 대부분의 대학이 국립대학이기 때문에 정부의 통제가 심하다. 심 지어 중국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대학을 키우고 있다. 얼마 전부터 중국 정부는 세계 수 준의 대학을 양성하겠다며 본격적으로 대학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독일·프랑 스·중국은 통제가 심한 만큼 예산 지원이나 교육 여건 지원이 확실하다. 통제는 심하 지만 지원은 미비한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반면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나라들도 있다. 미국에서는 대학의 자율성이 확실 하게 보장된다. 주립대학4)의 경우 대학이 어떠한 간섭도 받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주 헌법에 명시된다. 미국의 사립대학은 거의 규제받지 않는다. 영국도 신입생 선발과 교 육과정을 모두 대학에 전적으로 맡겼다. 이 두 나라를 관통하는 생각이 있다. 그것은, 2) 어떤 기준에 의한 100대 대학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3)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학술 진흥 및 학자금 대출 신용 보증에 관한 법률, 교육공무원법, 교육공무원 임용령, 대학 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칙, 대학설립 운영규정, 국가재정법, 사학기관 재 무·회계 규칙 외 다수 4) 미국은 중앙정부가 나라 전체를 다스리기 보다는 ‘주’마다 정부와 의회를 갖춰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따라서 미국은 대학도 ‘국립대학’이 존재하지 않으며 ‘주립대학’인지 ‘사립대학’인지로만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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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자율성을 보장할수록 대학은 창의적이고 우수한 연구와 교육을 해낼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한국 대학이 반성해야 하는 점도 있다. 대학평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0년대부터이다. 그전까지 대학은 비교적 자유로웠다. 그러나 자유에 젖어 연구를 게을리하고 방만한 경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교수 임용의 공정성도 부족했고 학생들 의 권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를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바람직하 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그다지 크지도 않은 지원금으로 전권을 휘두른다면 말이다.

▶▶언론사 대학평가 거부 운동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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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성문과정을 군자치지니라 국가에게 대학은 세계에서 국가가 경쟁력을 갖출 원천이 되는 기관이다. 대학에서 좋 은 연구가 많이 나와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출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 많이 갖출 수록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니까 말이다. 하지만 대학은 국가 산하 연구소가 아니다. 국 가가 입맛대로 대학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나라 발전에 기여할 좋은 연 구가 나올 수 있도록, 그리고 나라를 이끌어갈 미래의 사회인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맹자의 이루장구 하(下)편 중 ‘성문과정(聲聞過情)’의 이야기이다. 맹자는 흐르는 물을 보면 꼭 멈추어 서서 ‘물이여…’라며 물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한 제자가 맹자에게 왜 흐 르는 물을 보며 감탄하는가를 묻자 맹자는 근본이 있는 샘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끊임 없이 흘러 사해에 이른다, 그러나 근본이 없는 샘은 7월이나 8월에 빗물이 모일 때 잠깐 가득 차지만 가만히 서서 지켜보면 곧 마른다고 했다고 한다. 맹자가 제자들에게 기대 한 바도 사해로 뻗어 나가는 물처럼 근본을 갖추기를 기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근본을 갖추지는 못했어도 그보다 더한 명성을 얻는 사람도 있다. 이에 맹자는 “성문과정(聲聞過情)을 군자치지(君子恥之)니라”라는 말을 남긴다. 성문과 정은 “명성이 실정보다 과한 것”이라는 의미이고 군자치지는 “군자는 두려워한다”는 의 미이다. 즉, 자신이 갖춘 근본에 비해 더한 명성을 얻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대학을 바라보는 정부에게도 고하는 바가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성문과정이 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연구도 못 하고 잘 가르치지도 못하는데, 세계 대학 순위에서 순위가 높다한들 그게 무슨 소용인가? 대 학이 근본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말라비틀어진 샘물에 물을 붓는다 고 달라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대학이 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악용해서 더 기 대게 하기보다는 기대지 않고 스스로 클 수 있도록, 그 속에서 발전하기를 기다리는 것 이 정부가 할 일이 아닐까. 우리나라 교육이 진정으로 근본이 있는 교육을 지향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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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몰카와의 전쟁, 그후 1년 편집위원 임희진 huijin2261@naver.com

02 노예를 구합니다. 시급은 스펙 한 줄 수습위원 전세은 seaeun814@naver.com

03 세상의 중심에서 소비를 멈추다 편집위원 유준영 yjy980731@naver.com


04 52시간도 모자라? 편집위원 조민우 marin1431_@naver.com 수습위원 김경모 kgm0822@naver.com

05 난민, No Way Back Home 편집위원 박지우 trump25bd@naver.com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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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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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몰카와의 전쟁, 그 후 1년 편집위원 임희진 huijin2261@naver.com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 2017.08.08 제35회 국무회의 문재인 대통령 발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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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범죄 몰래카메라는 촬영을 당하는 사람이 촬영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촬영하는 것 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몰래카메라를 단순히 친구의 생일날 치던 가벼운 장난 정 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몰래카메라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범죄로 여겨지는 카메라 촬영은 몰래카메라가 아니라 ‘불법 촬영’으로 부르기로 했다. 장난과 불법 행위를 뚜렷하게 구분해 심각성을 분명하게 인지하자는 취지다. 이런 불법 촬영은 주로 더위와 더불어 여름에 기승을 부려왔다. 으레 여름의 초입이 면 경찰은 북적이는 피서객들의 틈을 겨냥한 카메라들의 수색 작업에 들어섰다. 사실상 경각심 부여가 목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8월부터 이러한 불법 촬영에 대한 정부의 대응 은 전과 달랐다. 국무회의록에는 ‘불법 촬영’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관련 행정부 처들과 더욱 세부적이고 다양한 불법 촬영 근절 방안을 마련했고 시행에 나섰다. 그렇 게 이 소리 없는 범죄와 공식적인 전쟁을 선언한 지 1년이다. 그렇다면 현재 불법 촬영 실태는 어떠할까. 정부의 대책들은 과연 경각심 부여 그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 을까.

032

사회


불법 촬영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 지난 5년 동안 불법 촬영 피해는 지속해서 증가해왔다. 2013년 4823건에서 2017년 6470건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범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원인 중 하나는 일상생활 영 역으로의 불법 촬영 확대이다. 불법 촬영 발생지는 더는 피서지와 같은 특정 장소로 한 정되지 않는다. 역 화장실, 지하철, 목욕탕 등 일상생활 공간에서의 불안감을 조장한다. 불법 촬영은 온라인상에서의 유포를 통해 2차 피해를 낳는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 해진다. 불법 촬영의 현장 검거도 어렵지만, 인터넷을 통해 퍼져 버리는 유출은 쉽사리 잡을 수 없다.1) 유출을 확인하고 신고해도 이미 유출된 사진 또는 영상을 삭제하기 어려 울뿐더러 촬영한 사람을 잡기도 어렵다. 어렵게 촬영한 사람을 잡아낸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 2014년부터 작 년까지 법원은 불법 촬영 가해자의 55%에게 벌금형을 선고했고 8.7%에게 징역형을 선 고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범죄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많은 불법 촬영 피해들이 지 인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도 피해의 심각성을 더한다.2) 무엇보다 믿었던 애인, 친구, 친척이 가해자라는 자체만으로도 정신적 충격이 크다. 심지어 신상정보를 알고 있다며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불법 촬영은 피해자들이 모멸감을 느끼며 심지어는 극단 적인 선택까지도 하게 만드는 테러다. 또한 남녀 간 혐오와 불신, 불안감을 조장한다. 불법 촬영에 있어서는 범죄와 성별을 아예 떼어놓고 바라볼 수 없다.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불법 촬영으로 적발된 남성 가해자 는 약 98%, 여성 피해자는 약 95%에 이른다. 많은 불법 촬영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 기에 이 범죄에서는 여성이 더 취약하다. 그러다 보니 남성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기 도 한다. ‘나’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 문제를 가볍게 넘어가고 심지 어는 불법 촬영의 존재를 부인하기도 한다. 별 것 아니라며 피해자를 감싸주는 여론과 법 앞에서 여성들의 혐오감과 불신은 커진다.

1) 불법 촬영 범죄로 검거되는 인원은 2012년 1824건, 2013년 2832건, 2014년 2905건, 2015년 3961 건, 2016년 4499건, 2017년 제공되지 않음. (출처: 국정감사 자료) 2) 지난 5년간 발생한 불법 촬영 사건의 14.1%이 지인(면식범)에 의해 이루어졌다. (출처: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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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캠퍼스로 침범한 불법 촬영 대학캠퍼스도 이러한 불법 촬영에서 안전하지 못했다. 고려대학교, 명지대학교와 한 양대학교 캠퍼스 내에서도 불법 촬영 범죄가 발생했다.3) 대학 내에서의 불법 촬영은 주 로 화장실이나 도서관 등에서 카메라를 이용해 신체 부위를 몰래 찍는 형태로 이루어졌 다. 고정형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하는 행위는 간접촬영, 카메라를 통해 직접 불법 촬영하는 행위는 직접촬영으로 분류한다. 실제로 현재까지 적발된 불법 촬영 사례 대부 분은 직접촬영이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카메라를 설치하는 간접촬영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설치형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은 주로 공공장소, 그중에서도 화장실에서 이루어진다. 이에 여러 대학에서는 카메라 탐지를 실시했다. 주로 총학생회 또는 총여학생회 차원 에서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 한양대에서도 총학생회 차원에서의 불법 촬영 탐지 사업을 했었고 지금은 단과대에서 학교 측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 렇다면 현재 한양대학교에서의 탐지 사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이영석 사회대 부학생회장(이하 이영석)에게서 사회대 몰카 탐지사업에 대한 내용을 들어볼 수 있었다.

3) 고려대학교 열람실에서 30대 남성의 불법 촬영이 있었고 명지대학교에서는 화장실 내 불법 촬영이 있 었다. 또한 한양대학교 법학도서관에서는 2010년(성동구 거주 고등학생이 들어와 한양대생 불법 촬영 후 사진 유출), 2016년(한양대생이 발가락에 액션캠 붙여 불법 촬영) 두 차례의 불법 촬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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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양』: 사회대 ‘몰카 탐지 사업’의 배경과 목적은 무엇인가요? 이영석: 최근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몰카 논란4) 등의 대학 내 불법 촬영 사건들에 대한 학 우들의 걱정이 많아졌습니다. 그에 따라 학교 당국에서도 전문적인 장비와 인력을 통해 한 양대 전체의 몰카 탐지를 시행하지만, 일반 학우들이 불법 촬영이 의심되거나 걱정될 때 학 교에 직접 건의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학생회 차원에서 몰카 탐지 사업을 기획했습니다.

『한양』: 사회대 몰카 탐지 사업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이영석: 학생회는 5월 마지막 주에 전문업체에 의뢰하여 사회대의 모든 공간에서 불법 촬 영이 발견되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불법 촬영 장비의 수거를 막기 위해 비밀리에 진행 하였습니다. 그 후 학생회 소유의 탐지기로 정기적·비정기적 몰카 탐지를 시행했습니다. 또한 2차 피해 방지와 가해자 처벌을 위해 몰카 탐지 행동매뉴얼을 제작 및 보유 중입니다.

『한양』: 구매한 불법 촬영 탐지기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이영석: 탐지기에는 전파탐지기와 렌즈탐지기 두 종류가 있습니다.5) 이 중 학생회에서 보 유 중인 탐지기는 사용방법이 좀 더 까다롭지만 모든 불법 촬영을 탐지할 수 있는 렌즈탐 지기입니다. 이 장비는 경찰청과 서울시, 부산시 등 많은 공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뢰성 있는 전문 장비입니다. 가격은 약 30만 원 정도입니다.

『한양』: 불법 촬영 탐지기는 어떻게 사용 가능한가요? 이영석: 탐지기 사용법이 알려지면 범죄자가 악용할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있어 사용법 설 명은 어렵습니다. 대신 요청을 받으면 사용법을 숙지한 학생회가 직접 탐지하고 있습니다. 4)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 남자화장실 내에서 불법 촬영이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5) 불법 촬영 탐지기의 종류에는 장비 자체 전원이나 구동 주파수를 탐지하는 전자파 탐지기, 불법 촬영장 비의 통신용주파수를 탐지하는 전파탐지기, 렌즈에 반사되는 빛을 감지하는 렌즈탐지기, 전자회로를 탐 지하는 회로탐지기 등이 있다. 이 중 주로 쓰이는 것은 렌즈탐지기와 전파탐지기 두 종류이다. (출처: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 정정숙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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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성동 경찰서에서 도움을 받고 있나요? 이영석: 경찰서 측과 연계가 어려울 뿐 아니라 학교 측에서 이미 탐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 어 굳이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연계를 했을 때 기존 탐지사업을 보완 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사회대 학생회는 경찰서와의 연계 없이 자체적으로 불법 촬영을 탐지했기에 부담이 컸다. 하지만 사회대 학생회는 이 사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탐지 사업에 힘쓸 것이라 밝혔다. 탐지 결과 사회대 내부에 설치된 불법 촬영 장비는 없었다. 학생들이 안심하고 화장실 사용을 할 수 있다면 목표한 바는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단과대 학생회 수준에서 낼 수 있는 불법 촬영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이것이 최 선이다. 예산이 제한되어 있고 학생 신분으로 범죄에 대한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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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울시의 자랑, 여성안심보안관 서울시에서는 불법 촬영 예방을 위해 여성을 위한다는 정책으로 2016년 8월 ‘여성안 심보안관’ 제도를 도입했다. 이 사업은 벌써 시행 2년 차에 접어들고 있지만, 우리에겐 조금 낯설다. 도대체 여성안심보안관의 업무는 무엇이고 이 업무는 불법 촬영 근절에, 그리고 한양대학교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한양』은 정정숙 서울시 여성안심보안 관 매니저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어볼 수 있었다. 경력단절 주부 및 청년 실업자들로 이루어진 여성안심보안관은 서울시 내 자치구별 2 명씩 총 50명이다. 이들의 업무는 불법 촬영 장비 탐지와 불법 촬영의 유해성에 대한 사 회적 인식 개선 캠페인이다. 평상시에는 자체적으로 점검 대상을 설정해 점검하며 경찰 또는 외부기관의 점검 요청 시 함께 활동한다. 2018년부터는 대학 등의 민간영역에 대 한 점검 기회를 높이기 위해 이메일로 접수를 하고 있다. 한양대학교의 경우에도 서울 시 여성가족정책실 이메일(women@seoul.go.kr)로 접수하면 점검 및 장비임대가 가능 하다. 이미 많은 대학이 이런 방식으로 여성안심보안관과 합동으로 점검을 해왔다. 이렇게만 보면 여성안심보안관의 업무가 탐지 사업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성안심보안관의 활동은 직접적인 검거나 적발보다는 사회적 인식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정숙 매니저는 그 이유를 우리나라 불법 촬영 양상 때문이 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촬영·유포되는 화장실 동영상은 전체 불법 촬영 건수에 비 해 많지 않다. 고정형 몰카보다는 휴대전화 등 이동형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사실상 대다수의 불법 촬영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되는 곳은 숙박 업소다. 하지만 대 부분 업주가 동의하지 않아 점검이 어렵다. 민간건물에 대한 점검 또한 진행 중이나 건 물주들이 동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제적인 점검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 나라의 불법 촬영 실태가 이러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사법권이 없는 여성안심보안관 으로서는 캠페인을 통한 인식 개선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여성안심보안관 제도를 평가하려면 주요 기대효과를 얼마만큼 달성해왔는지 살펴봐 야 한다. 제도의 기대효과는 불법 촬영 탐지 그리고 사회적 인식 개선을 통한 불법 촬영 근절이다. 우선 불법 촬영 탐지의 경우를 보자. 지속적인 불법 촬영 탐지는 피해를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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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불안감을 줄여준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여성안심보안관의 탐지 사업에서 적발 된 카메라는 0건이었다. 그렇다면 캠페인을 통한 사회적 인식 개선 면에서는 어떨까. 인 터뷰에서도 여성안심보안관의 업무는 ‘사회적 인식 개선’에 중점을 둔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적발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불법 촬영 ‘발생’ 숫자는 중요하다. 만약 불법 촬영의 효과적인 해결책이 사회적 인식 개선이었고 여성안심보안 관 도입으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이루어졌다면 불법 촬영 피해 발생 건수도 마땅히 줄어 들었어야 할 것이다. 여성안심보안관 제도 이외의 마땅한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는 서 울시에서 불법 촬영 발생 건수는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던 2016년 1978건에서 2017년 2620건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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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부의 대책, 뭐가 문제야 서울시만이 아니다. 작년과 올해 정부가 ‘불법 촬영 근절’을 내세우며 자신만만하게 새로 내놓은 정책들도 대학 학생회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탐지사업 외에 다양 한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다. 우선 작년과 올해 내놓은 정부의 대책들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변형 카메라 등록제: 불법 촬영에서 주로 사용되는 USB, 안경, 나사 형태의 변형 카메라의 등록제를 도입 변형 카메라 유통 과정 추적해 소지자 파악 가능하도록 함 1단계, 변형카메라 불법 촬영 탐지 및 적발 강화

불법 촬영 탐지 사업: 지자체와 경찰관 통해 공공 시설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 확인 민간시설 소유자 점검 요청 시 지원 신고보상금 제도: 직접적 도움 받았을 경우 불법 촬영 신고자에 게 100만원 이하 보상금 제공 무음 카메라 어플 내 불법 촬영 법적 처벌 내용 고지

2단계, 불법 촬영물 유통 차단 및 유포자 강력 처벌

Fast track: 2018년부터 수사기관 요청 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촬영물 즉시 삭제 피해자 요청 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선 차단 조치 후 3일 이내 긴급 심의 통해 삭제 실시간 음란물 차단 기술 계획 불법 촬영 처벌 기준 강화: 성폭력특례법에 따른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처벌 기준 강화 불법 촬영의 경우 5년 이하 징역형(벌금형 대체 불가) 영리목적 유포의 경우 7년 이하 징역형 (벌금형 대체 불가)

3단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 지원 강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종합 서비스: 정부가 삭제 비용 선 지급 한 뒤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가해자에게 불법 촬영물 삭제 비용 부과

4단계,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등 국민 인식 전환

캠페인: 불법 촬영 및 유포행위가 중대 범죄임을 알리고 몰카 영상이 범죄라는 인식 제고하는 캠페인 지자체 및 시민단체와 함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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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올해 불법 촬영과의 전쟁을 선언한 정부는 실제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 다. 전쟁터에 무기라 할 수 있는 정책을 여럿 들고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 중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우선, 불법 촬영 자체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들이다. 이 중 변형 카메라 등록제는 별 효과가 없다. 변형 카메라는 정부가 인지 가능하도록 공개되어 유통되지 않는다. 변형 카메라는 폐쇄적인 경로로 혹은 공개적인 경로로 정상적인 카메라로 둔갑하여 판매되고 있다. 또한 실제로 무음카메라 앱 6)을 설치했을 때 불법촬영 처벌과 관련된 어떠한 공지 도 찾아볼 수 없다. 정부가 지자체들과 더불어 주력하는 사업인 공공기관 내 불법 촬영 탐지 사업마저도 실효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7) 불법 촬영 탐지기가 적발해낼 수 있는 것은 고정형 카메라뿐이다. 그런데 불법 촬영은 대다수가 직접촬영으로 이루어진 다. 결국 실효성 측면을 생각했을 때 불법 촬영 관련 정책은 직접촬영에 초점을 맞추어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직접촬영은 간접촬영보다 검거가 훨씬 어렵다. 사실상 무음 카메라로 이루어지는 직접촬영 적발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점에서 불법 촬영 및 유포 자 처벌 수위 강화라는 기대효과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법 촬영 및 유포자 처벌 강화는 2017년 12월부터 이루어진다고 예고했다. 유포자만이 아니라 불법 촬영 자체만 으로도 벌금형이 아니라 징역형을 살게 된다는 이번 개정안은 처벌수위를 무척 높인 것 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 개정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지금도 불법 촬영 관련 실제 처 벌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벌금형이 대다수다.8)

6) 기자가 직접 FOODIE, 조용한 카메라 등의 무음카메라 어플을 설치해 본 결과 불법 촬영 관련 어떠한 고지사항도 찾아 볼 수 없었다. 7) 앞에서 정정숙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 매니저가 언급한 내용처럼 고정형 카메라를 이용한 간접촬영은 단지 5.1%이고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직접촬영은 85.5%이다. (출처: 서울지방경찰청 2017년 9월 발 표자료) 8)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 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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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이 확대되었다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사건 해결을 위한 대 책이 아니라 사후 피해 정도 조절을 위한 대안일뿐이다. 이렇듯 사건 해결을 위한 대책 을 제대로 내놓지 못한 정부는 사회적 인식 개선 캠페인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마치 전쟁터에서 비폭력주의를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범죄인지 몰라서 불법 촬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적발될 확률과 처벌 수준이 낮기 때문에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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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문젠지 제대로 모르고 정책 내는 게 문제야 정부가 여러 지자체, 정부 기관들과 연계해 종합 대책을 낼 때 국민들은 기대했다. 국 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직접적인 발언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나 올 거라 믿었다. 물론 2017년 후반기에 시작되고 2018년 중반기에 수정을 거친 대책들 이 당장 안정적으로 시행되어 효과를 내주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정부 가 내놓은 대책들은 너무 수박 겉핥기식이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사업에 주력해 지금 당장의 불만과 불안감을 달래주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불법 촬영 탐지 사업이나 캠 페인 등 홍보 효과가 큰 사업들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불법 촬영 문제 자체의 해결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고 있다. 수술대 위에서 문제 부위 아닌 다른 부분을 건드 리며 병이 말끔히 낫기를 바라고 있다. 이래놓고 몰카와의 전쟁이니, 불법 촬영 근절이 니 하는 것은 웃기기만 하다. 사건 발생 당시 즉각적 검거가 어렵다는 범죄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사건 예방과 사 후 처리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사건 발생 자체를 줄이려 면 무엇을 먼저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지금으로서는 정부가 낼 수 있 는 차선의 정책은 바로 불법 촬영 및 유포자 처벌의 강화이다. 대책 마련에서 끝나지 않 고 바로 적용될 수 있는 처벌 강화. 만약 사법권을 지닌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정부가 이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면 학생 사회 내에서의 대책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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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중이니 ?

수습위원 모집 대

상 17·18학번 새내기

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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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학과의 선배·동기·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아래로 연락주시거나 학생회관 4층 편집실에 배치된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해주세요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 김현진 010-4022-3257

/HYgyoji@gmail.com


노예를 구합니다. 시급은 스펙 한 줄 수습위원 전세은 seaeun814@naver.com

돈 안 받고 한 알바, 그 이름 대외활동. 대외활동에서의 무급노동은 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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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이라는 이데올로기 청년위원회의 ‘대외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2015), 대학생의 40%가 1회 이상 대외활 동을 경험했고 대외활동을 시작한 대학생은 1인 평균 4.9회의 대외활동을 경험하는 것 으로 조사됐다. SNS 역시 대외활동 다녀온 대학생들의 사진이 넘쳐난다. 한 학생은 ‘사 람을 얻고’, ‘가치 있는 경험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대외활동에 할애한 시간과 활동만 해도 여느 아르바이트에 못지않다. 과연 심적인 뿌듯함 외에 어떤 경제적 보상 을 받았을까. 혹여 보상을 바라는 자신을 속물적 인간이라 보는 시선에 갇혀 스스로 가 치 있는 경험을 했다는 환상에 젖어있지는 않을까.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일할 때 적용되기는 조금 꺼림칙하다. 일은 원래 힘들다. 그나마 보상이 있으니 버티는 것이다. 그런데 일을 시키면서, 나중의 보상을 위해 지금의 고통을 그저 버티라고 하는 풍토는 문제다. 뭔가를 얻기 위해서는 고통을 담보해야 한다는 말이 잠 언처럼 받들어지는 세상이 문제일까, 스펙 한 줄을 위해 대외활동에 목매는 우리가 문 제일까. 우리는 성실을 덕목으로 여긴다. 성실은 인내를 필요로 하고, 고통을 수반한다. 성실 한 인간상이 디폴트인 세상에서, 불성실은 곧 죄악이다. 성실 그 자체는 우상시 되고, 노동에 따르는 보상은 부차적인 것이 된다. 성실한 인간이며 가치 있는 인간이라는 표 창은 노동의 가치를 일백 번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속에서 소외되는 노동의 가치가 있다. 우리는 ‘성실’이라는 덫에 갇혀 노동 에 따르는 보상을 요구할 권리를 잃어버렸다. 얼마나 쉽게 무급노동이 경험이라는 말로 치환되는지 생각해보자. 후에 보상이라 기대될 노동자의 직위를 얻기 위해 현재의 무급 노동은 스펙과 경험이며 자소서 한 줄에 고이 적힐 밑거름이다. ‘수고했어요’ 스티커는 성실한 인간이라는 달콤한 말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 대신 실체 있는 보상이 필요하다. 그 자체만으로 가치 있는 것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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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페이 요구하지 마세요 이처럼 경험 자체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듯 포장하며, 대외활동에 지원한 대학생들을 아르바이트 고용한 듯 부리는 기관들이 있다. 물론 모든 대외활동이 ‘나쁜’ 건 아니다. 그러나 모두 그런 건 아니라는 말로 지나가기에는, 스펙 한 줄에 목매는 대학생의 심정 을 이용하는 기관들의 심보가 영 괘씸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권 서포터즈 활동 경험이 있는 학생 A는 은행 직원들의 김치 담그기 행사에 불려 나가 잡일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이후로 그는 서포터즈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 다. 한편, 공공기관 서포터즈로 활동했던 또 다른 학생 B는 가수를 부르는 일반인 대상 행사에 서포터즈들이 행사 보조로 일했다고 고백했다. 활동 페이를 주지 않은 것은 아 니지만, 이럴 바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공모 전에 지원하려 했던 학생 C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외교부에서 주최한 논문 공모전의 유 의사항으로, ‘참가 논문 수준에 따라 시상 숫자 변경 가능’, ‘응모작 저작권 외교부 보유’ 라고 적혀있는 것을 본 C는 공모를 포기했다. ‘성실한’ 인간이 좋은 것이라는 믿음, 경험을 노동이라고 바꿔 말하면 가치가 퇴색되 는 듯한 느낌, 보상을 바라면 속물적인 인간으로 보는 듯한 시선 모두 대외활동에서의 열정페이를 만드는 자양분이다. 스스로 좋은 경험을 했다면 그것대로 좋은 거다. 그러 나 추상적 보상 말고 실체적 보상은 어디에도 없이 일만 했거나 그것이 스스로 불만이라 면, 그건 노동착취라고 불러도 된다. 스스로 선택해서 시작한 것이라는 말로는 대외활 동에서의 노동착취를 정당화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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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보다 고민!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고하게 공부만 하는 대학생으로 살기에는 충분히 불안 한 사회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란, 좋고 나쁨을 가리기 전에 더 잘 다 듬어져야 팔리는 상품이 아니던가. 냉정하게 말해 취준생은 기업에 어필해야 하는 시장 에 나가지 않은 생산 단계의 상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다듬기 위해 많은 경험을 하 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거기에 스펙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생의 절박함을 이용하여 대외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을 강요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이 문제다. 대외활동의 여왕 D는 서포터즈, 기자단 같은 것 은 열정페이를 대놓고 요구하는 것이라 생각해 공모전이나 해외 경험을 시켜주는 대기 업 해외봉사단으로 눈을 돌린 지 오래라고 했다. 대외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나름의 기 준이 생긴 것이다. 달리 말하면 서포터즈, 기자단이라는 이름을 내건 대외활동들이 실 제로는 바이럴 마케팅이나 행사 보조 같은 단순 노동에 동원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고 볼 수 있다. 이마저도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 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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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열정페이를 대놓고 요구하지 않는 대외활동을 찾을 수 있는 거름망이 필요하다. 상한 음식이 들어있으니 배고픈 사람에게 아예 냉장고에 손도 대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상한 음식을 추려내는 법을 알면 된다. 대외활동을 선택할 때 우리는 정보가 부족하다. 어쩔 수 없이 이것저것 따져보고, 조언도 들어봐야 한다. 방탄소년단은 ‘고민보다 GO!’를 외쳤지만 우리는 무작정 가기 전에 돌다리부터 두드 려 보는 수고를 기꺼이 해봐야 한다. 아래의 체크리스트를 준비했다. 생각했던 것과 달 라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기 전에, 내가 생각하는 활동이 맞는지 점검해보자.

√ 지원서에 SNS 주소를 요구하거나 친구 수를 쓰라고 하는가? 사실 대부분의 서포터즈, 기자단 활동이 SNS에 민감한 청년층을 이용해 바이 럴 마케팅에 동원하려는 부분이 크다. 활동 내내 기업의 홍보물만 퍼 나르다 끝날 수도 있다. √ 혜택에 ‘수료증’ 수여가 전부인가? 그게 다일 수도 있다. 교통비라도 지원이 된다면 다행인데, 종이 한 장 주고 그 것을 ‘기업 체험의 기회’로 포장할 공산이 크다. √ 1기인가? 모름지기 길을 모를 때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로 가라는 말도 있다. 수풀 무성한 길을 용감하게 도전하려다가는 2기 정비를 위한 마루타가 될 수 도 있다. √ 초록창 검색 시 별 다른 정보가 나오지 않는가? 이왕이면 공신력 있는 대외활동부터 쌓아나가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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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생들 서포터즈 및 기자단은 보통 6개월에서 1년이다. 한번 시작하면 주말은 거의 비워둬야 하 고 평일에도 온라인을 통한 활동이 계속된다. 사실상 하는 일은 홍보팀 사원들이 해야 하 는 아이디어 내기부터 기사 쓰기, 기업 SNS 페이지 관리들이다. 무급이 가장 많고, 얼마 를 준다고 해도 교통비 정도인 활동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모두 미생이라지만, 무급 노 동 치곤 노동의 강도가 심해지는 듯하다. 외주 줄 일을 인턴에게, 인턴이 할 일을 대외활 동 대학생들에게 주는 구조가 생기고 있다. 2015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 원회)에서 대외활동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1), 단순 근로, 공고와 다른 혜택 등 실제 피해 를 경험한 대학생이 60.5%에 육박했다. 피해 사례는 단순 근로(36.8%), 근로 대가 미지급 (22.7%), 공고와 다른 활동(22.7%)으로 다양했다. 그러나 대처 방법에는 피해를 당하더라 도 참는 경우가 42.9%로 가장 많았다. 이유는 ‘개선이 될 것 같지 않아서’가 52.9%로 압도 적 비율을 차지했다. 청년위원회에서는 대외활동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의 내용은 매우 부실했으며, 또 절대적인 선택이 아닌 선택적 사항이어서 고려조차 하지 않는 기관들이 대 다수다.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한양』은 대외활동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필 요하다는 문제의식에 착안해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에 자문을 요청해 보았다. 그러나 노무사 모임으로부터 대학생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법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 다는 답변을 받았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6개월 이상의 인턴을 노동자로 규정해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대외활동도 대부분 6개월 이상의 활동 기간을 요구한다. 문제는 법적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기업의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이용당하는 일이 많 다는 것이다. 대학생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은 근로를 요구할 수 없다는 뜻이지만, 현실에 서는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도록 사각지대에 노출되는 결과를 낳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생 이 아닌 대외활동 대학생을 단순 노동에 동원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적 제도가 시급해 보인다.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외활동에서 발생한 노동착취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 1) 『대학생 대외활동 실태 조사』,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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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위원회에서 배포한 대외활동 가이드라인 한양 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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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니까 청춘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후 우리는 몇 걸음이나 나아갔을까? 이 책을 쓴 교수는 청년 들이 비정규직과 인턴에 내몰리는 현실을 외면하고 아픔을 청춘의 본질이라 호도했다고 뭇매를 맞았다. 우리는 이제 “바쁘니까 청춘이다”. 한 번은 직장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선배를 만났 다. 학생 때보다 지금이 덜 바빠서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대학생 때는 대외활동에, 학 점에, 공모전까지 하느라 밤샘이 부지기수였는데 그래도 직장을 다니니 퇴근 시간이 정 해져 있다고 한다. 어느 대목에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으나 대학생이 직장인보다 바쁜 건 좀 이상하다. 이름만 학생이지 학생과 노동자 그 중간의 어디쯤을 달리고 있다. 성실 을 기준으로 놓고 비교하지 않더라도 직장인은 노동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는다. 우리는 그야말로 노동자의 지위를 얻기 위해 노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옆에 있는 서로, 혹은 자신을 “성실”이라는 기준으로 재단하는 동안 노동에 대한 보상 없이 이루어지는 대외 활동의 현실을 눈 감고 있지는 않은가? 이 활동 저 활동 내가 하고 싶은 직무를 위주로 활동을 채워나가는 대학생들을 보자 면 학생부에 이것저것 욱여넣던 중고등학생 때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도 든다. 대학에 오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줄 알았는데, 경쟁 사회에서 너무 잘 적응했던 학생들은 대학에 와서도 큰 문제의식을 느끼기 어렵다. 아니,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현실에 저항할 수 없다. 성실을 숭배하도록, 경험이 굉장한 성장을 줄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의식의 기제는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더 치밀하게 대학생들의 노동을 “젊을 때 사서 고생”이 라는 말로 파고든다. 젊을 때 경험 하나 없으면 뭐 하고 살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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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우리의 노동을 열정이라는 말로 착취하려 할 때, 그것을 인지하는 과정 그 자 체는 사실상 현실에서 힘을 쓰지 못할 때가 많다. 알아서 뭐, 일단 쓸모 있는 상품이 되 어 팔려 보고 봐야지. 각 개체는 목전의 이익을 두고 거대한 구조의 모순을 눈감기 쉽 다. 그래서 최소한의 법적 보호망은 필요하다. 인턴이 노동자로서 인정받은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무급 인턴에 대한 사회적 담론은 장그래, 미생이라는 단어를 탄생시 켰다. 이제는 무급 대외활동에 대한 담론이 이루어질 차례이다. 어느 무엇도 경험 자체 만으로 보상되는 것은 없다. 일을 시켰으면 정당한 보상을 주어야 한다. 경험, 좋다. 그 러나 기업 직무를 경험하고 싶은 것이지, 쓰다 버릴 일회용 노예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 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두고 아프면 환자라고 했다. “바쁘니까 청춘이다”? 바쁘기만 하면 아프다. 병원 갈 돈은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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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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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멈추다 편집위원 유준영 yjy980731@naver.com

로즈: 불공평해요. 루스: 그야 당연하지. 우린 여자니까, 여자에게 선택권은 없단다. - 영화 타이타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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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지난 7월 1일, 대한민국 여성들의 지갑이 굳게 닫혔다. SNS상에서는 ‘#여성 소비 총 파업’ 태그가 달린 게시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날 저녁 MBC 뉴스에도 등장했다. 내용 인즉슨, 여성 소비자들이 하루 동안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소비는 우리 삶 속에 서 필수적인 부분이고,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까지 소비를 멈춰야만 했던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소비 총파업의 다른 말은 ‘불매운동’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불매 대상이 특정 기업만 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 불매운동과는 차이가 있지만, 어떠한 목적을 갖고 소비를 하 지 않는다는 점은 같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불매운동은 보통 사회적 이미지가 좋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일어났다. 우익 단체에 후원하는 기업이나 잘못된 기업문화를 갖 고 있는 기업들에 우리는 불매운동을 펼친다. 그 목적은 무엇일까? 특정 기업의 파산이 나 부도가 목적일까? 그보다는 소비자가 기업에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보 는 게 타당하다. ‘우리는 너희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지는 않을 테야.’ 와 같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소비자들의 힘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바로 기업의 근본적인 존립 이유인 이윤추구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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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소비 총파업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등장했다. 여성을 싸잡아 비하하는 광고들이 매체를 통해 전파됐다. 몇몇 기업들을 제외하고 여성 채용률은 여전히 저조하 고, 아직까지도 임금 불평등은 남아있다. 심지어 그들은 몇몇 제품에 핑크택스를 붙여 여성들에게 판매한다. 그래서 여성들은 이런 불평등한 사회와 기업에게 강력 펀치를 날 리기로 결심했다. 그 방법은 매월 첫 주 일요일 모든 소비를 중단함으로써 그들의 존재 와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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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6000원 더 받습니다 지금까지 받아온 불평등에 대한 불만과 또 그들의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 여성 소비자들은 총파업을 감행했다. 근데 제시된 운동의 근거와 목적 중 다소 생소한 이름이 있다. 핑크택스? 언뜻 들으면 성실한 납세자들만이 알고 있을 법한 세금 이름 처럼 들린다. 사실 이는 동일한 제품에 대해 여성용이라는 이유만으로 더욱 비싼 가격 이 책정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이해가 어렵다면, 바로 미용실로 달려가 보자. 대부분 미용실 앞에 떡하니 다음과 같이 가격표가 붙어있을 것이다. “남성 커트 12000 원, 여성 커트 18000원.” 혹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가격표가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지 않 는가? 여성은 남성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커트를 받는다. 단순히 길이 때문이라 하기 에는 쇼트커트을 한 여성에게도 똑같이 여성 요금을 받는다는 점이 의아하다. 이번에는 대형 마트로 가보자. 면도기 코너에 가보면, 수많은 남성용 면도기들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여성용 면도기가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역시나 가격표를 보면 이상하게 남성용보다 비싸다. 즉,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한 품질의 상품에도 여성용이라는 라벨이 붙고 나면, 가격도 조금씩 더 붙는 경우가 바로 핑크택스이다. 이는 특히 미용 제품군에 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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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유가 아니라 오로지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가격차별이 일어난다면, 이는 엄 연한 성차별이다. 더 나아가 여성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러 나 핑크택스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핑크택 스를 잘 인지하지 못했거나 이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연하게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가격이 비싼 데에 몇 가지 이유를 떠 올리며 나름의 ‘이해’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먼저, 핑크택스가 붙게 된 그 배경을 알아보고 과연 이것이 옳은지, 혹은 그 배경 밑에는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하지는 않는지 따져보자.

▶▶좌) 2017년 25~39세 1인 가구 월 평균 지출, 고용노동부 ▶▶우) 성별 제품 가격 차이, 뉴욕시 소비자 보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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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원리로 살펴보는 핑크택스 핑크택스도 결국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서는 가격이 책정되는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재화(상품)는 공급이 고 정되어 있을 때,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증가한다. 펜션에 성수기 요금이 비수기 요금 보다 비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단순한 원리는 핑크택스에도 적용된다. 미용실의 미 용사 수는 정해져 있다. 따라서 여성용 제품들이 남성용 제품들에 비해 비싼 것은 여성 들이 남성들보다 미용 제품군에 대해 높은 수요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론할 수 있 다. 핑크택스를 설명하는데 필요한 또 다른 시장원리는 바로 가격차별이론이다. 사람들 은 똑같은 상품에 대해서도 제각각 내고자 하는 돈이 다르다. 이것을 사람마다 지불용 의가 다르다고 말한다. 커피 한 잔을 생각해보자.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시원한 냉커피에 5000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충분하다. 하지만 커피는 입에 잘 대지 않는 사 람들은 커피에 1000원도 아깝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런 식으로 2000원을 내고자 하 는 사람도, 3000원을 내고자 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기업의 경영진은 이제 고민에 빠진 다. 과연 커피 한 잔의 가격을 얼마로 정해야 한단 말인가? 갖은 방법으로 수요를 잘 파 악해서 2500원에 10잔을 팔았다고 생각해보자. 정말 이게 최선일까? 사실 여기서 제일 좋은 방법은 개인마다 다른 가격에 파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사람에게 커피를 팔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가격 차별이다. 가격에 차별을 두어 지불용의를 가진 모든 소 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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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 똑같은 제품을 사람마다 다른 가격에 파는 것은 무리가 있다. 만약 내 가 남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커피를 샀단 사실을 알게 되면 누구라도 반발할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집단별 가격차별이다. 지불용의가 낮은 집단과 높은 집단을 시 간이나 품질을 조금 달리하여 판매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영화관의 시간 분리 가격차별 이 있다. 영화관은 수요가 적은 아침 시간과 심야 시간에는 기존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 로 영화를 상영하여, 지불용의가 낮은 소비자 집단의 소비를 유도한다. 이러한 맥락에 서 미용실 원장은 커트 서비스에 대해 여성 집단이 더 높은 지불용의를 갖고 있다고 판 단한 것이다.

▶▶미용실의 가격차별

▶▶영화관의 가격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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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원리에 숨어 강요되고 있는 ‘여성성’ 시장원리를 통한 핑크택스에 대한 설명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여성은 남성보다 미용 제품군에 대해 높은 지불용의를 보이고, 그에 따라 높은 수요를 보인다. 그렇다면 어째서 여성이 남성보다 미용에 대해 높은 관심과 수요를 보일까? 경제학은 핑크택스 를 수식적으로 풀이할 수는 있지만 그 밑에 깔린 얘기까지 설명해줄 수는 없다. 이제부 터 이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남녀 할 것 없이 똑같다. 여자만 유독 꾸밈을 좋아한 다고 말하는 것은 웃기지 않은가. 미용 제품들은 결국 타인에게 보이는 본인의 모습을 꾸미기 위함이 본질이다. 이 얘기는 꾸밈이 타인을 의식해 나오는 행동일 수 있다는 것 을 말해준다. 꾸밈이 자발적이 아니라 타의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꾸밈이 강요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여성들은 매일 좋은 샴푸를 써서 찰랑거리는 머릿결을 만들어야 한다. 부스스하고 감지 않은 머리로 출근하면 동료들의 비난이 거침없이 쏟아 지기 때문이다. 매일 좋은 화장품으로 몇 시간씩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고 출근을 한다. 이유는 위와 동일하다. 여성용 면도기로 제모를 해야 한다. 제모하지 않고 생활하다 특 정 부위가 노출될 경우, 불편한 시선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일 꾸미기를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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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는 사회에서 여성 노동자는 근로시간 외에 또 다른 노동, ‘꾸밈 노동’을 강요받는다. 우리 사회는 여성들에게 꾸밈을 강요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 꾸밈이라는 것이 오로지 남성의 시선에서 다뤄진다는 것이다. 남성이 보기에 좋은 것, 단순히 외모뿐만 아니라 내적인 면까지도. 그것이 바로 꾸밈 노동의 목적지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지금까지 ‘여성성’이라 일컬었다.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고 거리를 걸어다니는, 모든 말 에 순종적이며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당연하게 자신의 직장을 포기하는 조신 한 여자. 여성적이란 말은 지금까지 이런 특성을 말했다. ‘여성’이라는 단어는 분명 다양 한 개개인들을 포괄하는 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적’이라는 단어는 획일적인 특성 을 서술했다. 사회는 고정적인 성 이미지를 만들기에 정신없었다.

▶▶조사자 1229명 중 437명이 외모지적 경험있음 , 출처: 알바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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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바뀌어 갈 것들 기업들이 여성용 제품을 만들어 가격을 차별하는 것은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설립목 적을 고려해 보았을 때,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창출된 새로운 수요와 이윤은 과연 바람직할까? 이는 이윤추구라는 명분으로 고정적 성 이미 지 즉, ‘여성성’을 형성하는 데에 일조할뿐더러, 여성들로 하여금 추가적인 소비를 강압 적으로 조장할 수 있다. 미용에 대한 지불용의는 여성과 남성으로 나뉘어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 인의 특성과 취향에 의해 차이가 발생해야 한다. 만약 더 섬세하고 공들인 커트를 원하 는 손님에게는 프리미엄 커트를 신설해,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모든 여성 만이 프리미엄 커트를 원할 리가 없다. 면도기도 여성용 남성용이 아니라, 제모 부위별 로 판매하면 된다. 특정 부위는 여성만 제모해야 한다는 가정도 역시 잘못되었다. 모든 여성이 미용에 높은 지불용의를 보이지는 않는다. 특정 여성만이 그럴 수도 있다. 그러 나 특정 남성들도 그럴 수 있다. 기업과 생산자들은 더 이상 지불용의 집단을 성별로 나 눠서는 안 된다. 그들은 특정 여성 한 명이 여성의 전부라고 착각하고 있다. 여성이 남 성보다 외적 모습에 관심이 많고, 치즈를 좋아하고, 꽃을 좋아하는 것이 죄다 DNA에 들 어있단 말인가. 어쩌면 세상에 성별로 나뉘는 것은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을지도 모른 다.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들은 전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차곡차곡 쌓여왔던 불만들이 드디어 터져 나왔고,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 이기 시작한다. 어쩌면 보긴 봤는데 무심하게 봤던 것일 수도 있다. 여성의 부정적인 이 미지를 고착시키는 광고를 퍼뜨리고, 고정적인 모습을 강요하는 기업과 우리 사회 속 에서, 우리는 그동안 너무 편안하게만 지내온 것은 아닐까? 여성에게만 불편한 삶을 강 요하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소비 파업은 멈추지 않을지도 모른다. 평등 없는 세상은 여기서 멈춘 채 더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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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양』 교지에서 기고를 받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주제: 자유 형식: 글, 그림, 사진 등 자유 분량: 자유 문의: 편집장 김현진 010-4022-3257 접수: HYgyo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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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도 모자라? 편집위원 조민우 marin1431_@naver.com 수습위원 김경모 kgm08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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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라. 더욱 일해라. 죽을 때까지 일해라 - 비스마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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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시대, 바뀌지 않은 제도 바야흐로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주목받는 시대이다. 한때는 경제적 풍요가 인간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했다. 그렇기에 돈을 버는 것이 제일 중요 하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그리고 많이 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겼다. 덕분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런 풍요는 역설적 으로 우리의 정신적 빈곤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누구나 스마트폰과 개인용 노트 북을 가지고 과거보다 편리한 삶을 살게 됐지만, 그렇다고 전보다 더 행복해진 것은 아 니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잠시 멈춰서 자신들의 과거를 되돌아보았다. 이는 많은 사람 의 의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돈을 버는 건 여전히 중요하지만, 자신의 행복과 자신 의 삶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더욱이 한국의 노동시간은 예로부터 항상 최상위권이었다. 2015-2016년 한국의 연 간 노동시간은 2052시간으로 OECD 2위였다. 반면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OECD 35개 국 중 28위였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과로사회라는 불명예를 벗어던지 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꺼내들었다. 그것이 바로 주 52시간 근무제1) (이하 52시간 정책) 이다. 하지만 그 길이 마냥 순조롭지만은 않다. 정책 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문제를 우려 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들의 우려가 기우인지 아닌지를 차근차근 살펴보자.

1) 사실 주 40시간 근무제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기본적으로 허용되는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이기 때 문이다. 하지만 뒤에 나오는 내용인 주 5일 근무제의 본래 명칭도 주 40시간 근무제이기 때문에 두 제 도 간에 구분이 필요했고, 대다수 사람이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이렇 게 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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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지지 않았던 약속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우리가 흔히 주 5일 근무제로 부르는 주 40시간 근무제 시행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주 68시간 근무를 허용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관장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1주일을 ‘휴일을 제외한 5일’로 해석해왔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 ‘하루’에 최대한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은 8시 간이다. 그러면 ‘1주일’ 동안은 최대 40시간 동안 근무할 수 있다. 만약 당사자 간 합의 가 있다면 12시간을 연장해 근무할 수 있다. 고로, 휴일을 제외한 5일 동안 최대 52시간 의 근무가 허락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휴일도 하루이므로 최대 8시간 근무할 수 있다. 즉, 주 말 2일 동안 16시간 추가 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평일에 근무가 가능한 52 시간과 휴일에 근무가 가능한 16시간이 합쳐져 1주일 동안 68시간을 최대로 근무할 수 있었다. 이번에 새로 개정되는 근로기준법은 1주일을 휴일을 포함한 7일로 정의했고, 따라서 그동안 휴일근로라는 명목으로 허용되었던 16시간도 1주일에 포함되었다. 사실 상 68시간에서 16시간이 줄어든 ‘52시간 정책’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법안은 지난 7월 1 일부터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의 노동자를 보유한 사업체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점차

근로시간 어떻게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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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16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 시기

평일 연장 12시간

52

시간

연장 12시간

300인 이상 사업장 및 2018년 7월 1일 공공기관 50~299인 2020년 1월 1일 사업장 (1년 반 유예) 5~49인 사업장

2021년 7월 1일 (3년 유예)

변경된 연장 근로는 평일 휴일 구분 없음

휴일 근로시 수당은 얼마나 받나? ※현행과 동일

평일 40시간

평일 40시간 ※ 매주 52시간 규정 준수해야 함.

8시간을 기준으로

초과시 초과분에 한해 통상임금의 200% 이하시 통상임금의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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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99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체와 5~49명의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어찌 보면 이번 개정안은 주5일 근무제에서 하려고 했으나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으 로 줄이지 못했던 노동시간을 다시 줄이고자 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많 은 사람이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다. 월급이 줄어들어 노동자들은 투잡을 뛰게 될 것이 며, 기존보다 업무 강도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잔업 덕분에 받을 수 있던 돈도 못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정말로 그럴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모두 52시간 정책 때문일까?

근로시간 특례 업종 26개에서 5개로 축소

특례 제외 업종(21개)

물품판매 및 보관업,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 도매 및 상품중개업, 소매 업, 보관 및 창고업, 금융보험업, 보험 및 연금업, 금융업,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 영화제작 및 흥행업, 영상 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 업, 방송업, 통신업, 우편업, 전기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사업, 연구개 발업, 광고업, 접객업, 미용·욕탕 및 유사서비스업, 전산업

특례 인정 업종(5개)

육상운송업(노선버스 제외),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 보건업

▶▶ 다만 이 법안에도 예외인 몇 가지 업종이 있다. 특례 업종이라고 하는데, 공공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고 휴식시간 고정이 어려운 직종이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에서 기존 26개의 특례 업종 이 5개로 축소되었다. 약 112만 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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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노동자의 입장에서 월급이 줄어드는 것은 문제이지만, 그 뒤에는 숨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 그것은 잔업과 특근에 의존하는 업계 관행, 그리고 기본적으로 낮은 임금이다. 이 번 정책의 시행으로 가장 많이 지적된 문제인 임금 삭감의 원인은 이 두 가지 문제에서 비롯된다. 첫 번째로, 잔업과 특근에 의존하는 업계가 많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종 사하는 노동 분야는 제조업이다. 그런데, 제조업의 특성상 노동자는 중소기업이 더 많 지만, 대부분 수익은 대기업이 가져가는 모순적 산업구조를 갖는다. 물론 단순히 인원 이 많다고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같 은 사업장에서 더 궂은일을 하더라도 낮은 임금을 받는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이윤 대 부분은 대기업의 하청업체로서 벌어들이는 수익이기 때문에 대기업은 갑(甲)으로, 중소 기업은 을(乙)로 계약해서 갑질을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대기업의 일 정에 맞춰 일하기 때문에 잔업과 특근이 많을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있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점이 있다. 사업주는 노동자가 정해진 시간 이외의 야근이나 특 근을 할 시 기존 임금의 1.5배의 임금을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특근을 하면 사업주 가 돈을 더 많이 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더 많은 돈을 주면서 특근을 시켰을까? 새 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비용이 더 비싸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급할 임금뿐만 아니라 복 지비용도 고려해야 하고, 노동자가 늘어날수록 기업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도 줄어든다. 이는 급여가 너무 낮다는 두 번째 문제와도 직결한다. 우리나라 임금 구조는 기본급 이 낮고, 상여금이나 성과급이 높은 임금 구조이다. 물론 연봉은 회사와 협상하여 결정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동자들이 연봉 협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몇몇 노동자 를 제외하고는 회사가 정한 연봉에 도장을 찍는다. 더군다나 상여금이나 성과급은 기업 또는 업계마다 차이가 심하다. 기본급이 낮다고 해도 역시나 차이가 심하다. 즉 52시간 정책의 시행으로 월급이 낮아질까 우려하는 직종은 원래도 임금이 낮았던 직종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수당의 1.5배가 되는 임금이 얹어져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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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던 것이지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원래도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했던 것이다. 고 로 정책이 시작된 이 지점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단순히 노동시간이 줄어 임금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임금 체계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임금 체계가 어떠 하든, 노동 시간이 어떠하든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보장된 월급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나서서 노동환경을 개선해 준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는 아득해 보인다. 결국 해결 주체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즉 52시간 정책이 성공하려면 임금 체계 도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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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없는 삶? 또 한 가지 제기되는 문제는 노동 강도이다. 요는 일할 양은 정해져 있는데 시간이 줄 어든다면 더 힘들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책의 시행으로 야근이나 특근 은 금지되기 때문에 설령 일을 다 끝마치지 못한다면 무보수로 일해야 한다. 언뜻 들으 면 심각한 노동착취가 우려되지만, 이 주장에는 숨어 있는 슬픈 전제가 있다. 우선 지금까지 노동자들은 할당받은 일을 다 끝내야 한다는 생각뿐, 그 일이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적절한 양인지 따질 수는 없었다. 야근은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 만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동환경이 몹시 수직적이며 상명하달식 업무 진 행이란 오랜 관행을 갖고 있다. 퇴근도 정시에 하기 힘들다. 일이 많으면 당연히 야근을 생각했을 뿐 과연 제시간에 끝낼 수 있는 수준의 양인지는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업무량이 과하게 많은 이유는 2가지 이유가 있다. 인력을 더 뽑아야 하는 경우이거 나 노동자들이 그 업무를 소화할 능력이 없는 경우이다. 인력을 더 뽑는다면 좋겠지만 중소기업의 여건상 새로운 인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노동자들이 업무를 소화할 능 력이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 노동자들 대부분이 야근에 익숙하다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대다수 한국인의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결론은 과하게 추상적이다. 가장 현실적인 이유를 도출하면 야근을 할수록 노동자들도 무언가 얻는 게 있었기 때 문이다. 그것은 금전적인 수당이 될 수도 있고, 비공식적 인사고과도 꽤 큰 몫을 차지 한다. 비공식적 인사고과란 야근을 많이 할수록 더 성실하고 열정이 넘친다는 이미지를 쌓는 것이다.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단어인 ‘의리야근’이라는 문화에 편승해 같이 야근을 하며 보다 확실한 친목과 연줄을 챙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노동자들이 야근을 악 용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퇴근 시간 전에 일을 다 마칠 수 있지만, 오히려 야근하려 고 일을 천천히 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아무 일도 하지 않지만, 야근 명단에 이름 만 올려놓고 퇴근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개인의 관점으로도, 기업으로도, 심지어 사회 전체적으로도 매우 비효율적인 악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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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종합하자면, 단순히 52시간 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결론은 너무 성급하다. 그보다는 기존 노동시장의 곪았던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52시간 정책이 현실을 바꾸기에 다소 미 흡하다는 결론이 더 적절한 해석이 될 것이다. 큰 톱니바퀴를 바꾸려면 작은 톱니부터 교체해야 하는 간단한 원리로부터, 노동시장 개선이라는 큰 톱니바퀴를 교체하기 위한 몇 가지 작은 톱니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임금 체계는 기본급과 그 외 수당들이 균형을 맞추어 개선해야 한다. 노동 자들은 기본급이 너무 낮다보니 각종 수당에 의존하는데, 이 수당은 인센티브의 형식으 로 지급되어야 하고 기본급이 임금의 주를 이뤄야 한다. 수당이 가진 의미를 떠나서 각 종 복리후생비나 보너스의 의미를 가진 수당이 기본급에 섞여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어 지럽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제공한 노동의 대가가 임금에 고스란히 담겨야 하는 것 은 부정의 여지가 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정부에서도 최저시급에 기본급, 복리후생비, 상여금 등을 포괄하는 포괄임금제를 준비하고 있다.

임금

포괄임금제

기본급

최저시급 이상으로 지급해야 한다. 즉, 지급해야 하는 최소한의 임금이다.

그 외 수당

교통비·식비·복리후생비· 상여금·성과금·배당금 등 기본급 이외의 수당들이다. 경우에 따라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복리 후생비

기본급 월급 인상

시행

원래 기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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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야근수당을 파격적으로 올리는 것이 어떨까? 오히려 노동자들이 야근을 악용하는 기이한 경우도 많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제 시간에 퇴근하기 힘든 것이 현 실이다. 이 문제의 속내에는 사업주도 노동자도 상호간 만족하고 있었다는 암초가 있었 다. 이를 위해 야근수당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리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존 야근수당이 통상 1.5배였음에도 사업주가 감당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이를테면 10배로 올리는 것이다. 노동자는 기쁘게 야근할 수 있겠지만 아마 사업주들이 어서 노동자를 집으로 돌려보내려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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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혁신이 필요할 때 그 이외에도 본문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월이나 계절에 따라 업무량이 달라지는 직종들의 경우 52시간 정책 때문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이는 근무 시간을 좀 더 탄력 적으로 운영하는 걸 허용하거나 특례 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차차 해결해나갈 수 있을 문 제다. 지금껏 살펴봤듯이, 52시간 정책은 그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걱정 하는 대로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여지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52시간 정 책이 실패한 정책이라고 미리 단정을 지을 필요는 없다. 이는 충분히 보완될 수 있는 부 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정책이 실패할 거라 여기며 무작정 비협조적으로 구는 건, 예언한 다음 스스로 자신의 예언에 맞추어 행동하는 셈이다. 어설픈 변화는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하지만 변화를 이미 시도했다면, 그 변화가 어 설퍼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 주체가 정부든, 기업이든, 노동자든 말이다. 정부는 단순히 52시간 정책 하나 세웠다고 모든 게 알아서 해결될 거라는 안일한 태도 를 버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계속해서 보완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기업은 지금 껏 관성적으로 그래왔던 것처럼 부족한 인력을 시간으로만 때우려는 태도를 버리고, 인 력은 충원하되 경직되어 있던 조직 문화를 혁신해서 생산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마지 막으로 노동자는 열심히 쉰만큼 효율적으로 일해서 52시간 정책이 모두에게 이로워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언젠가 52시간 정책이 잘 정착되어 모든 사 람이 워라밸을 즐기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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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을

향한

한양인의

시선

『한양』에

대한

한양인의

평가

『한양』을

위한

한양인의

비판

지금 『한양』 에게는 한양인이 필요합니다. 104호를 보고 기사에 대한 평가를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독자평은 105호 교지에 실리며 독자평을 보내주신 분에게 문화상품권을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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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No Way Back Home 편집위원 박지우 trump25bd@naver.com

현재 대한민국에는 스웨덴이 난민을 받아 강간 천국이 되었다더라, 저런 거 다 가짜뉴스라더라 등 상반된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다. 먼 나라를 가본 적이 없으니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고민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일찍이 난민을 받아들인 영종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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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작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14일까지 제주 무사증 입국허가제도로 입국한 예멘인 은 총 561명이다. 그중 549명이 난민신청을 했는데, 쏟아지는 난민으로 인해 국내 반응 이 매우 뜨겁다. 치안이 우려된다는 주장과 우리나라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인권 국 가인 만큼 예멘 난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청원도 올라왔다. 반면 난민 법·무사증 입국·난민신청 허가 폐지 및 개헌을 청원하는 글은 4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현재 제주도민들은 치안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로 예멘 난민 신청자들 의 거주지를 제주로 제한한 데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기본적으 로 제주도가 (난민) 부담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국어사전에서는 난민을 전쟁이나 이념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재화를 피하고자, 다른 나라나 지방으로 가는 사람이나 가난하여 살아가기가 매우 어려운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난민법 제 2조에서는 인종, 종교, 국적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하고,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을 말한다. 또한, 그러한 공 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 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을 말하고 있다. 이런 난민들이 어쩌다 우리나라에 들 어왔고, 우리나라는 왜 그들의 수용 여부를 두고 의견이 나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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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 위 싸움 제주도에 갑자기 몰린 난민 수용 여부를 두고 찬성,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급기야 지난 6월 30일에 서울 광화문 앞에서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난민 반대론자들의 경우 예멘 난민들이 순수한 목적으로 난민 신 청을 한 건지 위장취업자인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예멘은 중동 이슬람권 국 가 중에서도 보수적인 축에 속하는 나라로, 한국의 풍토에 적응하기에는 문화적 이질감 이 크다고 말했다. 국법이 곧 이슬람법이고 개종과 신성모독이 중죄로 취급받는 나라에 서 온 그들을 수용한 영국과 스웨덴에서는, 이미 무슬림 이민자들이 무슬림 법을 적용 하라는 시위가 일어났다고 우려를 표했다. 무엇보다 반대 측은 범죄의 위험성을 강조했 다. 예멘은 여성 인권이 무척 낮은 나라로 30% 가량의 여성이 아직도 할례1)를 당하고 있다. 한 기성 언론2)은 1975년부터 스웨덴은 이슬람권 이민자들을 받은 당해부터 421 건의 강간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스웨덴 경찰은 이민자들이 많은 특정 구역을 ‘가면 안 되는 곳(No-Go-Zone)’으로 지정하고 사실상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반대 측 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1) 여성 성기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로, 일부 지역에서 성인식과 같은 의미의 전통으로 행해지고 있다. 그 러나 수술의 당위성이 없으며, 인권은 물론이고 위생상의 문제가 많아 국제사면위원회에서는 할례를 인권유린으로 규정했다. 2) 펜 앤 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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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난민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난민을 수용한 당시 스웨덴의 범죄율이 이전과 비교 했을 때 역대 최저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반대 측이 주장한 건수는 난민이 있기 전부 터 평균적으로 발생해온 수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무슬림 난민 범죄의 대표 사례가 된 독일 쾰른 기차역 성폭행 사건 이후에도 독일 내 외국인 범죄 건수는 오히려 감소했 다. 한국 역시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낮으며3), 이슬람권인 인도네시아와 방글라 데시의 범죄율은 미국이나 캐나다보다 낮은 최하위권이라는 것이다. 독일처럼 100만 명 도 아닌, 겨우 500명의 난민을 두고 한국사회가 무너질 것처럼 호도하는 상황은 과하다 고 꼬집었다. 일부 사건의 범인이 무슬림이었던 것이지, ‘무슬림’이기 때문에 범죄를 저 지르는 것은 아니다. 이슬람은 1400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전 세계 18억 명이 신앙하는 종교이다. 찬성 측은 한국 사회가 차별과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 다. 식민지배와 가난, 전쟁, 독재 등 난민들이 처한 현실을 과거에 겪어 본 한국이 평화 의 나라로 거듭나, 난민들에게 손을 내밀 것을 촉구했다.

3) 외국인 범죄율 – 2.14%, 내국인 범죄율 –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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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 처음인 것 같지? 이토록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토론이 낯설어 보이지만, 놀랍게도 난민이 한국에 등 장한 시기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난민’이라는 용어가 한국 사회에 공식적으로 등장 한 것은 1992년이다. 당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 가 비준되면서, 2년 후부터 난민신청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난민 신청자는 점차 증 가한 반면, 난민인정을 받은 신청자는 오래도록 없었다. 한국 정부가 최초로 난민을 인 정한 것은 2001년의 일이다. 첫 번째 난민은 에티오피아 출신인 욤비 토나로, 본국에서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로 1997년 한국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다. 현재는 난민신청자 및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사람을 포함하여, 4천 명 정도의 난민이 체류하고 있다. 그 러나 실제 난민 인정률은 3%로 전 세계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 한국의 난민수용 주요 일지 1975. 베트남 피난민 부산항 입항 및 부산 임시수용소 입소 1977. 베트남 보트피플 여수항 입항, 부산시에 ‘월남난민구호소’설치 -출입국관리법 제 14조 :1개월 재난 상륙허가, 제 3국 구호 알선 -1975~1993까지 총 2,357명의 베트남인들에게 여행증명서 발급 1993. ‘월남난민구호소’ 공식 폐쇄 1992. 유엔난민지위협약 가입 (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1951),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Protocol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1967) 가입 1993 출입국 관리법에 난민 인정조항 신설 1994. 난민지위인정신청 접수 2001. 최초 난민 인정 2005. 유엔 난민사무소 서울 사무실 개소(동경 사무실 산하로부터 독립) 2008. 출입국관리법 개정 : 난민지원시설 설치근거 마련 2009. 난민법 입법청원 (서울 지방 변호사회), 황우여 의원 발의 2011. 난민법안 국회본회의 통과(아시아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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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보이는 수많은 예멘 난민은 2015년부터 정부군과 반군이 격돌하면서 2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데서 시작된다. 이들은 인근 중동국가로 피신하려고 했지만 받아들 여지지 않았다. 이후 국제인권기구에선 말레이시아 정부를 설득해 90일간 일시 체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곧 체류 만료 시한이 다가오자 난민들이 대안으로 찾은 곳이 바 로 제주도이다. 제주도에는 2002년부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사증(무비자)제 도’가 도입되어, 비자가 없어도 한 달간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무사 증 제도를 폐지한 상황이지만, 6월 25일부터 이미 들어온 예멘 난민신청자 486명에 대 한 난민 심사는 돌입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하루에 2~3명씩 개별 면접과 관계 기관 정보 등을 통해 ‘가짜 난민’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보통 난민신청자는 6개월 이내 심사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이번에는 신청자가 몰린 만큼 8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 상된다. 난민 심사 결과는 ‘불인정’, ‘인도적 체류허가’, ‘난민 인정’ 3가지 중 하나가 나온다. 난 민신청자에게는 생계비 등을 지원할 수 있으며, 난민 인정 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경우에는 취업도 허가한다. 이 밖에 주거시설의 지원, 의료지원, 교육의 보장 등의 지원 이 있다. 난민 인정자는 난민협약에 따른 처우를 받아,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 회보장을 받는다. 난민 인정자나 그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우리나라 국민과 같이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을 받는다. 또 난민 인정자의 배우자 또는 미성년자인 자녀와 입국 을 신청하는 경우 입국 금지 사유를 제외하고 입국을 허가해야 한다. 내전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예멘 난민은 인도적 체류자로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인도적 체류자는 고 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그 밖의 상황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 인도적 체류자로 인정되면, 국내에 머물면서 일할 수 있고, 이동권 제한도 풀려 육지로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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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 이처럼 그동안의 한국 사회는 난민 문제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무사증 제도가 있기 전에 한국에 들어온 난민들은 영종도 난민센터에서 머물며 심사를 받았다. 난민 센터는 난민 지위를 얻은 사람들의 국내 적응을 돕고, 신청자들이 난민지위를 획득할 때까지 생계를 지원하며 거주 공간을 제공한다. 2014년에 세워진 난민센터 역시 설립 당시 영종도 지역 내에서 큰 파란이 있었다. 이 센터의 정식 이름이 ‘출입국 외국인 지원 센터’인 터라 난민센터의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반대 여론이 뜨거웠던 점과 난민이 들어왔다는 점은 지금의 사태와 상당히 닮아 있다. 그렇다면 현재 여론이 우려하고 있는 바 또한 영종도에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난민센터의 관계자와 몇 가지 질의 응답을 나눌 수 있었다.

『한양』 : 영종도 난민 수용 시설에 입주해 있는 난민신청자는 몇 명입니까? 18. 7월 기준으로 현재 67명입니다.

『한양』 : 입주 난민들의 국적과 난민신청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적은 난민이 주로 발생하는 중동 및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난민신청 사 유는 정치적인 견해나 종교 문제 등을 이유로 난민 신청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한양』 : 현재 난민센터에서는 어떠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어떻게 난민 신청 자들을 관리하고 있나요? 출입국·외국인 지원센터는 「난민법」 제45조에 따라 설립된 난민 지원시설로, 입소기간 동안 숙식·의료 등 기초 생계를 지원하고 한국어, 한국사회 이해, 법질서 교육 및 직업훈 련 등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원센터는 개방형 시 설로 입소자는 외출 신고 및 외박 허가를 받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차량 운행을 통해 입소자의 외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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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 난민 지위를 획득한 후의 사람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요? 난민 인정을 받게 되면, 거주 자격을 부여받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습니다. 체류자격은 3년마다 갱신하게 되며, 별도의 허가절차 없이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배우자와 미성년자녀에 대한 가족결합이 허용되며,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사회보 장,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급여,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건강보험 혜택, 「근로자 직업능력 개발법」에 따른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양』 : 난민센터 운영에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과거와 비교해 차이가 있나요? 설립 당시 치안 불안 및 범죄 발생 등의 우려로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있었으나, 4년 이 지난 현재까지 센터 입주자로 인한 범죄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지역사회와 상생과 소통을 위한 노력으로 주민들에게 운동장 등 지원센터 시설을 무료 개 방하고 있으며 계약직 근로자 채용 시 지역주민을 우선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 역 중·고생들이 적극적으로 난민센터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입주자들이 인근 경 로당 및 보육원 등 복지시설을 주기적으로 위문하는 등 지역사회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교 류를 통하여 센터 이미지가 많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양』 : 치안이나 성범죄, 카트, 여성혐오 문화 등 여론이 예멘 난민에 대해 우려하는 점이 불식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예멘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우리나라는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진정한 난민을 보호해야 할 국제적 책무가 있습니 다. 정부는 국제적 책무를 이행함과 동시에 치안 위협 등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 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들에 대해 난민협약과 난민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엄정하고 정확하게 난민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이들에 대한 신원검증을 철 저히 함으로써 테러, 강력범죄 등의 문제 소지가 있는지도 꼼꼼하게 심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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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센터의 관계자는 난민 수용에 긍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그러나 여론이 우려하 고 있는 점을 불식시킬 방안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더욱이 사람들이 체감하는 50명과 500명의 차이는 커 보인다. 설립 된지 이제 5년을 바라보는 난민센터에서 단 한 건의 불상사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래서 와닿지 않는다. 또한, 난민 신청자들이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 수용시설에 머무는 시간과 난민 지위를 얻은 자들이 한국에 쭉 거주하는 기간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때문에 곧이곧대로 영종도의 사례를 본받기 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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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먼저다 난민을 수용하는 측에서는 주로 국제사회 압박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서유럽 국가들 이 난민을 대거 받아들인 중요한 요인은 제국주의 시절에 대한 반성 차원이었다. 중동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는데 서구의 제국주의가 큰 역할을 했으니,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 가 컸다. 그러나 서유럽 국가들에 반해 한국은 예멘 사태에 대한 책임이 전무하다. 난민 조약을 체결한 국가는 144개 국에 달하며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일본도 이 중 하나 이다. 인도주의와 조약의 준수는 분명히 성숙한 국가가 가져야 할 덕목이지만, 국가는 어디까지나 자국민의 목소리를 우선으로 들어야 한다. 집단 강간 게임이라는 타하루시나 비이슬람교를 무조건 죽이도록 가르친다는 코란은 분명 존재하지 않는다. 이슬람교에 대한 무지와 공포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은 경계 해야 한다. 하지만 비이성적인 우려는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기 전 소통하기보다는 사후 일방적인 통보를 한 탓이 크다. 따라서 진정한 인도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나서서 적극 적으로 의심을 해명해야 하는 주체는 정부여야 한다.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난민을 반 대하는 사람을 차별주의자라고 호도해서 안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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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호를 맞이하여 기고를 모집합니다.

분야 : 자유 지원 : •응모작은 신문·잡지·단행본 등에 발표된 적이 없는 순수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응모작은 한글 또는 워드로 작성하여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응모 작품에 이름, 학과, 학번, 연락처를 기재해주세요. •당선작은 추후 개별 연락 드립니다. 기한 : 2018년 12월 1일까지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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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01 퀴어하지 않은, 퀴어를 기다려 부편집장 송채은 wwlo88@naver.com 편집위원 박지우 trump25bd@naver.com


퀴어하지 않은,

퀴어를 기다려 부편집장 송채은 wwlo88@naver.com 편집위원 박지우 trump25b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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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를 필요는 없다. 반짝일 필요도 없다.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될 필요가 없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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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라운드, 어디에서나 언제나 ‘Queer-Round’, 이번 2018년 퀴어 퍼레이드의 슬로건이다. 퀴어는 언제 어디서나 당신 곁에 존재함을 역설하는 구호다. 그렇다, 퀴어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버젓이 있는 사람을 갖고 찬성하 니 반대하니 설전을 벌였던 과거의 그때. 우리나라의 흑역사다. 어쩌면 현재 진행 중인 역사일지도. 지금 우리는 한 층 발전된 논의를 하고 있을까?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제자 리에서 머물러 있는 느낌을 받지만 그럼에도 변화를 겪고 있는 현재의 우리를 긍정하고 싶다. 자연스러운 문화로 등장하기 시작하는 ‘퀴어’를 주목하면서 말이다. 옛날만큼 퀴 어 문화를 퀴어(이상한)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웹툰, 영화 등 콘텐츠 속에서 성 소 수자가 주연이거나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경우가 보다 많아졌다. 또 퀴어 퍼레이드·영 상제 등 자체 문화 역시 자리 잡는 중이다. 물론 아직 한국 사회에 퀴어 문화가 뿌리 내 리기에는 시간과 더불어 많은 것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퀴어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자기 자신일 뿐 이라는 것이다. 타인이 부정한다 한들, 우리는 계속 자기 자신이다. 올해 개봉예정인 퀴 어 영화 중 <버지니아&비타> 가 있다. 버지니아의 작품 ‘올란도’의 모델이자, 그녀의 연 인인 비타 색빌 웨스트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약 100년전 두 여성의 사랑이 현재로 이어진 셈이다. “서두를 필요도 없다. 반짝일 필요도 없다.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될

필요가 없다”라던 버지니아 작품의 한 구절처럼. 지금 우리 곁에 분명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퀴어 문화를 보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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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핫태 퀴어 축제 올해 여름은 유독 더웠다. 111년 만의 폭염을 기록하며 연일 최고기온을 갈아치우던 방학에 거리로 뛰쳐나온 사람들이 있었다. 기독교 단체들을 비롯해 퀴어 축제 반대 집 회는 올해도 서울광장을 둘러싸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7월 14일 제 19 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화려하게 개막을 선포했다. 퀴어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주변 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른 아침부터 웃음꽃을 피웠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반대집회와 광장축제

▶▶퀴퍼 개막식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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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퀴어 문화축제는 열흘간 세 파트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프리즘 오브 아트1), 서울퀴어퍼레이드, 한국퀴어영화제가 주요 테마인데,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단연 서울퀴어퍼레이드였다. 퀴어 퍼레이드는 사실상 퀴어 축제의 탄생 배경2)을 그대로 품고 있는 축제의 ‘꽃’이었다. 『한양』은 성 소수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권리를 인정받고자 애쓴 사람들의 뜨거웠던 하루를 따라가 보았다. 축제는 수많은 부스가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11시부터 시작했다. 여러 대학 의 성 소수자 인권위원회부터 다양한 국가의 대사관 부스까지 100여 개의 부스가 활발 히 운영 중이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부스인 ‘성소수자 부모 모임’에서는 아무 말 없 이 프리허그를 진행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부스의 사람들과 포옹하며 정체성 을 인정받고 위로받고 있었다. 따뜻한 품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교회 부스 가 자리했다. 무지개 깃발을 건 ‘열린 문 공동체 교회’ 부스 너머로 나부끼는 동성애 반 대 집회의 깃발이 입맛을 쓰게 했다.

1) ‘인권, 문화 예술 속에서 피어나다’를 부제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진행되었다. 퀴어 퍼레이드의 공식 일정과 의의와 테마를 밝히는 기자회견 자리이다. 2) 1969년 동성애 차별이 합법이었던 뉴욕에서 경찰이 퀴어 술집 스톤월 인을 급습하자 저항한 것이 시 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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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퍼레이드 부스 사진들

다양한 부스를 구경하고 나오면 커다란 드레스를 입은 마네킹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된 거대한 드레스이 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제작한 이 드레스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 땅을 밟았다. 드 레스는 75개국의 국기와 하나의 무지개 깃발, 암스테르담시의 깃발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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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200개국 중 드레스에 사용된 일부 국기의 주인인 75개국은 동성애를 불법으로 여기는 국가이다. 즉, 성 소수자들이 감옥에 가거나 고문을 받거나 혹은 사형을 당할 수 있는 나라이다. 여기에 해당한 국가가 차별 관련 법을 폐지하면 그 국기는 무지개 깃발 로 대체된다. 퀴어 축제를 후원하는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은 이 드레스가 점점 더 많은 무지개로 채워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드레스 사진

드레스를 입은 마네킹이 굽어보는 가운데 2시에 본격적인 퀴어 축제가 시작되었다. 공연팀들의 개성 넘치는 춤과 노래를 감상하고 나자, 시계는 4시를 가리켰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대 집회의 방해가 있었지만, 퍼레이드는 이내 행렬을 재정비하고 광장을 당 당히 나갔다. 50m의 무지개 깃발과 8대의 퍼레이드 차량을 선두로 6만 명3)의 사람들이 을지로와 종로, 명동을 거쳐 다시 서울 광장으로 돌아왔다. 4km에 걸친 대행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내내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정체성을 외치며 행진을 이어 나 갔다. 주최 측은 성 소수자의 인권이 향상되어, 경찰의 동행 없이 더 긴 거리를 걸을 수 있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축제를 끝마쳤다. 3) 주최 측 추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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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퍼레이드 현장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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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한 삶들에게’, 퀴어 영화제

퀴어 축제 당시,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부스들 역시 많이 볼 수 있었다. 축제에 온 사 람들과 추억을 나누고자 함도 있지만 후원의 목적도 있다. 퀴어 문화를 보다 많은 사람 이 향유할 수 있도록, 또 성 소수자들이 부딪힌 문제에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 위해서다. ‘Pride’와 무지개 문양을 그린 팔찌 역시 후원을 위해 판매하는 상품이 다. 바로 한국 퀴어 영화제, KQFF(Korea Queer Film Festival)의 존립과 번영을 위한 팔찌다. 한국 퀴어 영화제는 올해 제18회를 맞이했다. 올해의 슬로건은 ‘퀴어한 삶들에게, Dear Queer Lives’ 이다. 퀴어한 사람들의 존재를 기억하고, 그들의 삶을 상영하겠다는 의미다. 영화제는 4일 동안 진행됐다. 개막식 작품은 <어 키드 라이크 제이크>다. 알렉 스, 그레그 부부와 그들의 아들인 제이크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사회의 편견 속 남 자아이와는 너무나 다른 제이크를 양육하는 부모의 혼란에 주목했다. 끝내 부모는 로봇 보다는 공주 인형을 좋아하는 제이크가 유별나지도, 이상하지도 않은 보통 남자아이임 을 깨닫고, 있는 그대로의 제이크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런 영화의 결말은 퀴어한 삶 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호명하겠다던 영화제의 슬로건의 맥락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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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어 키드 라이크 제이크>

▶▶국내 단편, <찌르다>

▶▶쿼런트 이슈, <페미니스트의 퀴어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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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제에서는 24개국의 작품을 상영했다. 이는 다양한 국가의 퀴어들을 보여주 기 위한 노력이다. 국내 단편란은 따로 꼽았다. 기존 국내 영화관에서는 접하기 어려웠 던 한국 땅 위의 퀴어한 삶을 다뤘다. 다큐 형식을 띈 블랙코미디부터 드라마까지 여러 장르로, 한국 퀴어의 애환·기쁨·고통 등 희로애락이 담겼다. 보다 눈에 띄는 점은 <커 런트 이슈>4) 코너였다. 페미니즘, 에이즈 그리고 인터섹스(Intersex)5)까지 퀴어와 맞닿 아 있는 시의성 있고 깊은 논의가 필요한 문제를 코너 속에서 다뤘다. 서로 협력해 맞서 싸워야 할 앞으로의 문제를 직시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퀴어 퍼레이드와 같이 20주년 을 바라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퀴어들의 생각, 감정 그리고 여러 논의점으로 가 득 찬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

4) 현재 이슈를 다룬 코너를 뜻한 말이다. 영어 표현을 지양하나 영화제에서 사용된 그대로 가져오기 위 해 단어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썼다. 5) 선천적으로 암/수의 중간적 형태나 성질을 가진 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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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시선들 이번 서울퀴어문화 축제 행사엔 서울퀴어퍼레이드와 한국 퀴어 영화제 외에도 특별 한 문화 행사가 하나 더 열렸다. 광장에서 전시된 암스테르담 레인보우 드레스를 만든 작가와 국내 문화예술 활동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라운드 테이블 <프리즘 오브 아트>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국내 활동가로는 수낫수 유투버, 전나환 작가, 옥인 콜렉티브 작가 팀이 있었다. 수낫수 유튜브 채널에는 ‘양성애, 다성애, 범성애 101’, ‘성적 지향을 깨닫게 된 계기’, ‘극단적인 커밍아웃 리액션’ 등 다양한 제목의 콘텐츠들이 올라와 있다. 퀴어축제 현장 을 영상에 담기도 하고 성소수자가 흔히 받는 질문에 답하기도 한다. 영상의 형식은 고 정적이지 않지만, 수낫수는 콘텐츠의 타깃 수용자는 성 소수자로 고정됐다고 밝힌다. 그동안의 퀴어 문화, 퀴어 콘텐츠들은 이성애자 관점으로 성 소수자를 바라보고 있었 다. 다양한 성 소수자가 존재함에도, 호기심, 신기함을 가지고 동성애자를 주대상으로 바라보았었다. 그렇기에 그는 퀴어를 대상으로 성 소수자들이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게 됐다. 실제로 채널의 간판 영상들은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서로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설명해 나간다. 이성애자들의 시선에서 전형적으로 비치던 퀴어 이미지에서 탈피해,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췄다.

▶▶프리즘 오브 아트 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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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예술가 전나환 작가는 13일 모임에서 최근에 만든 작품을 보여주면 겪었던 어 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커밍아웃 이후 2년 전부터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왔다. 그 렇지만 이번 작품은 그에게도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같은 게이이고, 성 소수자일지언정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청소년’ 성소수자이기 때문이다. 퀴어 내부에서 ‘성소수자’란 점 은 아주 작은 공통점일 뿐, 개개인의 경험과 상황은 명백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제 퀴어 문화는 이성애자 기준이 아닌, 각자의 존재와 차이에 대해 알아가고 고민하고 있다.

▶▶전나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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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하지 않은 퀴어를 기다려 2000년에 50여 명으로 시작한 퀴어 퍼레이드는 어느새 진행 날짜도 길어지고, 규모 도 커졌다. 행사 규모가 커지면서 많은 사람이 참가하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 외부는 물 론 퀴어 커뮤니티 내에서도 몇 가지 문제가 제기됐다. 애프터 파티6)에 미성년자가 참여 할 수 없는 문제라든지, 축제 슬로건이나 행사 구성인 ‘동성애자 중심’이라는 지적도 있 었다. 이렇듯 안팎으로 갈등을 겪으며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축제냐’라는 질문을 계 속 받아온 퀴어문화축제는 올해 현장에서 그 답을 내놓았다. 퀴어문화축제는 퀴어들의 축제는 맞지만, 동성애자만의 축제는 아니다. 이번 서울퀴 어축제에서는 무지개 깃발뿐 아니라 다양한 깃발들이 나부꼈다. 트랜스젠더·무성애 자·양성애자를 상징하는 깃발이 각자 존재감을 뽐냈다. 올해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에 게는 더 이상 축제 참여가 아웃팅의 의미로 비칠지 우려하는 빛을 찾을 수 없었다. 내년 이면 20주년을 바라보는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퀴어 축제와 퀴어 문화는 당사자와 연 대자가 함께하고 있다. 이렇듯 퀴어문화축제는 내부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아직 ‘퀴어만의’ 축제이길 바라는 심보는 여전하다. 축제가 끝나자마자, 퀴 어 축제가 얼마나 선정적이며, 폐쇄적인지를 강조하는 기사가 연이어 등장했다. 기사는 축제가 지키고자 했던 의미와 참여자들의 심정은 배제한 채 ‘망사 스타킹을 신은 게이’ 를 강조한 기사도 있었다. 그런 기사는 퀴어 축제의 존립을 망사 스타킹을 신었기 때문 에, 그런 차림으로 도로를 활보하기 때문이란 논외의 이유로 반대한다. 또 축제를 반대 하는 집단의 타당치 않은 이유는 다루지 않은 채, 그들이 마치 정말 이상하고 비도덕적 인 축제를 반대하는 것마냥 묘사한다. 그런 관점이 강조되지 않는 기사를 볼 때쯤은 언 제일까. 퀴어한 삶이 정말로 퀴어하지 않는 날이 올 날을 조금은 목 타는 기분으로 기다 린다.

6) 축제 이후 파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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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고


기고

난민: 동정이 아닌 연대의식으로 한양대학교 철학과 17학번 원소연

장애청년드림팀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열흘 간 태국에 다녀왔다. 우선은 방콕 에서 아시아기독청년대회에 참석했다. 그 다음 국경지역인 매솟으로 가 그곳에서 난민 을 돕는 활동가를 도와 일을 해 보았다. 우선 아시아기독청년대회에 참석해서는,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기독교 청년이 소수일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회에 참석한 청년들이 모두 자신 고유 의 의견을 영어로 당당히 주장하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내가 대표로 발표를 잠깐 하면서 내가 중도장애를 갖게 된 이야기도 조금 했는데, 듣는 사람들이 모두 집중 해서 들어 주고 나중에 발표 자료를 보내달라는 학생도 있어서 정말 좋았다. 예전에 나 는 미국에서 유학을 한 경험이 있다. 그 때는 내가 아시아인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너 무 속상했다. 피부를 떼어낼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대회에 참석하고 청년들이 정말 멋지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는 내가 아시아인이라는 사 실이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백인들을 흉내 내는 듯한 미국에서의 아시아인들의 모습보 다도 이 대회에서 당당히 고유의 발음으로 발표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더욱 멋있었다. 매솟에서는, ‘난민구호활동’을 한다는 목적 아래 처음 갔기에 우리가 많이 도와주어야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엘피스 기숙사와 지역의 교회에서 개최하는 모임에서 학생들의 꿈에 대해 듣고, 똑똑한 학생들의 모습을 보자 ‘저 학생들이 나보다 낫다’라는 판단이 분 명히 들었다. 또 미얀마의 탈러 마을도 방문했는데, 탈러 마을에서는 유치원에 갔기 때 문에 아이들의 꿈에 대해서는 들을 수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그 지역에서 휠체어를 타 는 나에게 배려를 많이 해 주어 좋았다. 엘피스 기숙사에서는 마지막에 그곳에 거주하 는 학생들이 직접 그린 선물을 팀원들에게 주었는데 나는 걷지 못해 뭘 해주지도 못했는 데 나에게도 그림을 많이 주어 따뜻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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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국이 동남아라서, 한국보다 못할 거라 예상했다. 매솟이 난민 지역이라서, 무조건 우리 쪽에서 도움을 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태국에서의 경험은, 그 사람들 을 동정만 할 것이 아니라는 점, 오히려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는 점을 알려 주었다. 경제적으로는 뒤떨어질지 몰라도 특히 정신적으로는 우리보다 훨씬 훌륭한 자 신감과 자주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곳 학생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았다. 내가 장 애인이어서 도와주기만 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스스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듯이, 이곳 의 사람들도 동정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다. 스스로 꿈도 가지고 있고 스스로 주장할 의 견도 많이 가지고 있다. 내가 직접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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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한양인이 INTERVIEWE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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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日常


우리는 새학기를 맞아 시간표를 짠 대로 수강신청을 하고 수업을 듣고 있다. 이번 학기 당신이 듣게된 수업들은 만족스러운가. 맞지 않는 수업 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한양대학교에서는 수강포기가 고작 1주 남짓 한 OT기간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한 한 양대학교의 수강포기(Drop) 제도에 대해 학우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 을까. 식품영양학과 17학번 박세진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식품영양학과 17학번 박세진

편집위원 임희진 huijin2261@naver.com

1. 현재 한양대학교 수강포기 시스템에 대해 어떻

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

게 생각하시나요?

요. 수강신청을 할 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너무

OT기간에만 수강정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강

나 부족하거든요. 수업 계획서로는 구체적인 수

포기제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우리

업 방향과 구성을 충분히 알기 어려워요. 수업계

나라에서는 대부분 수강포기제도가 없지만 해외

획서가 자세히 나와있지 않은 강의도 많고 나와

대학은 조금 다른 걸로 알고 있어요. 작년에 해

있더라도 내가 생각했던 수업과 전혀 다른 수업

외대학을 다니는 친구에게 수강포기제도에 대해

일 수 있고요. 나와 맞지 않는 수업을 어쩔 수 없

들으면서 제도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좋

이 계속 들어야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

은 제도라고 생각했어요. 우리학교엔 없다는 사

해요. 학점도 낮게 나올 뿐 아니라 재수강의 굴

실이 매우 안타까웠죠.

레에 갇힐 수도 있어요.

2. 수강포기제도가 실제로 필요했던 적이 있나

4. 어떤 방식으로 수강포기제도가 도입되어야 할

요?

까요?

실제로 크게 필요했던 적은 없지만 어쩌면 제도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기간의 적절한 제한은

가 없었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일 수

필요할 것 같아요. ‘전체 수업의 1/3이하까지만

도 있다고 생각해요. 수강포기제도가 있다면 큰

수강했을 때’까지만 수강포기가 가능한 것이 좋

걱정 없이 더 다양한 수업에 도전할 수 있을 것

을 것 같아요. 5주 정도의 수업을 들어보면 자신

같거든요.

이 듣고 싶은 수업이 맞는지 파악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언제나 자유롭게 수강포

3. 한양대학교에 수강포기제도(drop)의 도입이 필

기가 가능하다면 수업에 많은 변수가 생겨 혼란

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을 야기할 수 있어요. 상대평가로 성적이 산출되

도입된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흔히 커뮤니티에

는 만큼 수강인원은 중요하고 갑작스러운 인원

서는 수강신청을 4백만원 상당의 티켓팅이라고

변동은 교수님과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

부르기도 해요. 이렇듯 비싼 등록금을 내고 16주

니까요.

동안 들을 수업을 선택하는 것인데 어떤 수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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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위원 모집 대

상 17·18학번 새내기

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학과의 선배·동기·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아래로 연락주시거나 학생회관 4층 편집실에 배치된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해주세요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 김현진 010-4022-3257

/HYgyoji@gmail.com


날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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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커피 편집위원 조민우(marin1431_@naver.com)

커피를 마실 때는 기분이 안 좋다. 살짝 불쾌한 느낌이 있다. 나는 왜 그런지 알고 있 다.

커피를 처음 마시기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이다. 레쓰비 파란색. 저녁 7시마다 그걸 마셨다. 갑자기 공부해보고 싶어서였다. 엄밀히 말하면 등수를 올리고 싶어서.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자정이 되면 맥심을 타마셨다. 그리고 3시에 잠들면 다음 날이 그렇게 고단했다. 그러면 다시 커피를 마셨다. 그때가 시작이었다. 커피는 나날이 진해졌다. 레쓰비에서 TOP, 맥심은 한 번에 두 개를 타마셨다. 몸이 상하니 잠을 자야 하는 데 차마 잠은 잘 수 없었다. 자면 안 된다고 믿던 시절이었으니 까. 그럴 때 마다 점점 더 진한 커피를 찾았고 아메리카노에 샷을 추가하기 시작했을 땐 너무 늦었다. 그 때야 알았다. 몸이 이미 많이 상했다는 걸. 나는 밤을 자주 샌다. 특별히 밤이나 새벽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밤에 많이 깨어 있던 건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남들 자는 시간에 해야 한다고, 다 나중에 돌려받을 거 라고. 나를 그렇게 만들어 준 추동력은 복수심이었다. 어느 날 재수 없는 사람을 만나면 빠른 시일 내에 저 사람을 뛰어 넘어 복수해줘야 했고, 모른다고 무식하다는 말을 들은 날에는 당장 다음 날 돌아가서 눌러줄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대체 딴 사람들은 그렇 게 무시 받고 어떻게 잠이 오지?’라는 생각에 잠을 줄이고 커피를 찾았다. 남한테 배우기도 싫어하는 지라 오로지 내가 나를 책임져야 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나에게 아주 간절히 부탁했다. 오늘만 버티면 내일은 쉬게 해 줄 테니 제발 버텨달라고. 믿을 건 나 하나 밖에 없다고 제법 비굴하게 부탁했다. 이거 남한테 가서 물어보면 걔네 나 엄청 무시할거야, 돈도 많이 드니까 니가 좀 해줘. 그러면 내일 쉬지 못 할 걸 알면서 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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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그렇게 살아온 지난날은 꽤 괜찮았다. 어딜가도 몰라서 말 못하는 적은 없게 됐고 딱 히 나를 깔보는 사람도 이젠 없다. 건드리는 사람도 없어서 복수심에 불 탈 일도 없다. 그런데 너무 멀리 와서 불안할 때가 있었다. ‘나 저거 모르는 데 괜찮나’싶을 때가 많았 다. 왠지 모르면 안 될 것만 같은 것들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또 커피 를 찾을까봐 불안했다. 문득 낮에 잠이 쏟아질 때, 몸에 힘이 없을 때, 간간히 머리가 어지러울 때는 많이 상 해있는 내 몸을 반성했다. 극단적으로 다 죽으면 끝인데 과했나 싶을 때도 있었다. 한동 안은 커피를 끊어보려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결국은 다시 찾았다. 내 몸이 쉬어본 적 이 언제였더라. 아마 없을 걸. 지금도 커피 마시잖아. 끊어야 할 텐데 라는 생각도 못 하 고 여전히 커피를 마신다. 복수심 때문인지 불안감 때문인지 모를 알 수 없는 감정 때문 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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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201710~201809 편집위원 유준영(yjy980731@naver.com)

두 번째 날적이가 마지막 날적이가 될 줄이야. 스물한 살 생일, 3개월 후 군대를 결심 했다. 첫 번째 날적이를 적던 기억이 난다. 추석이었나 설이었나 전주에서 올라오는 차 안에서 썼었다. 꽉 막힌 도로에서도 그 글만은 쭉쭉 나갔던 거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번 엔 어째 그러기가 쉽지 않다.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호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기자 가 아니라 정말 편집자였던 것 같다. 빈지노는 만약 자신이 내일 죽게 된다면, 26컷의 흑백필름이 머릿속에 스케치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역시 서울대생인가, 틀린 말이 아니었다. 4권의 교지를 펴내고 난 후, 이제 떠나갈 날을 생각하고 있는 내 머릿속에도 흑백영화가 절찬 상영 중이다. 내 생각에 사람들은 보통 자기만의 가치관을 적어도 하나씩은 꼭 쥐고 있다. ‘남에게 절대 피해 주지 말아야지.’ 나 ‘신뢰만큼 중요한 건 없어.’ 등과 같은. 언제부턴 지는 모르 겠지만, 내 경우엔 ‘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지.’ 였다. 교지의 누가 들으면 의아해할지 몰라도. 아마 우주에 관한 짧은 동영상을 본 후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영상을 보고 깨달은 사실은 하나였다. 우주는 미친 듯이 크고 인간은 정말 사소한 존 재라는 간단한 사실. 어쩌면 이 조그마한 ‘나’라는 인간 하나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누군 가에게 기억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날부터 그 누군가들을 위해 살아가는 인생이 나에게는 가치 있는 인생이 되었다. 내가 생각한 도움의 범위는 꽤나 넓었다. 단 순히 기부를 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것만이 내가 생각한 도움은 아니었다. 난 오히 려 다른 유의 도움에 더 관심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하도 읽지 않은 탓이었는지. 고등학교 야자시간에 문제를 풀기 싫어 대신 읽었던 많은 소설은 내게 쉽게 쉽게 감동을 주었다. 그때부터 읽은 게 문학뿐 이라 고등학교 시절에 내가 탄 9개의 상 중, 8개는 모두 백일장이었다. 소설을 읽는 행 위가 나에게 준 기쁨은 별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읽고 나면 나는 늘 거기서 무 언가를 깨닫았고, 다음날부터의 내 태도도 변화했다. 감동을 받은 다음, 뭔가를 실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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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기로 마음먹는 일이 나 자신에게 기쁨을 줬다. 난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사람들은 좋은 영화를 한 편 보거나 좋은 책을 한 권 읽고 나면, 거기서 받은 감동과 여 운을 갖고 살아간다. 그 감동과 여운은 단순히 그 사람 안에서 머물지 않고, 보통 어떤 식으로도 표출된다고 나는 믿는다. 즉, 내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 이 되고 싶었다. 좋은 영화, 좋은 소설을 만드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예비 아티스트에게 온 가장 큰 행운이자 불행은 수능 성적이다. 높은 점수는 내가 그 때까지 일궈왔던 나름의 생각들을 묵살시킬 수 있는 힘이 있었나 보다. 심리학이나 국 어국문학, 사회학을 벗어나 내가 택한 과는 지금의 과다. 작년 한 해는 그 후회 속에 살 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공부를 하 고 있으니 가만히만 있어도 부끄러웠다. 그러다가 작년 이맘 때 교지를 한 권 접했다. 마침 100호였다.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그때부터 숨이 좀 트였던 것 같다. 교지를 하면서 글을 쓰는 능력이나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너무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마운 건 이들이 나에게 끼 친 영향인 것 같다.

PS. 고맙습니다. 막상 끝맺으려니 진짜로 아련해요. 그래도 사계절을 같이 보내고 가 서 좋아요. 경제학자가 아닌 다시 예술가가 되어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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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나를 찾았다. 그 이후, 수습위원 소다미(sodami0127@gmail.com)

나는 에니어그램, MBTI, 사랑의 언어와 같은 성격 유형 검사, 심리 검사 등을 좋아 한다. 사람은 복잡하고, 검사는 검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검사를 통해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 있고, 나와 다른 남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요즘에는 사람의 성격을 9가지 기본유형으로 분류하는 에니어그램에 관심이 많다. 에니어그램 유형은 보통 잘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는 검사할 때마다 다른 성격이 나와 답답했다. 그래서 에니어그램 유형에 대해 자세히 공부해보았다. 그 결과, 나는 부 정할 수 없는 8번 유형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8번 유형의 별명은 ‘지도자형’, ‘외강내유형’ 그리고 ‘복수하는 자아’이다. 8번 유형의 힘의 중심은 ‘장’이다. 이것을 쉽게 ‘장 유형’이라 부르는데, 8번, 9번, 1번 유형이 이에 해당한다. 주로 느끼는 감정은 ‘분노’이다. 장형은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은 아니다. 8번 유형은 ‘장형 중의 장형’이라 불린다. 장형 중에서도 가장 분노가 많고, 도전적이며 본능 에 따른 행동파이다. 따라서 엄청난 추진력으로 그룹을 이끌기도 하지만, 다소 권위적 이고 직설적이어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곤 한다. 8번 유형의 사람은 장형 중에서도 가장 보기 힘들다. 유교 문화의 대한민국에서는 더 욱 보기 힘들다. 8번 유형의 한국 여성은 없다고 봐도 된다. 한국의 8번 유형의 여성은 자신이 8번 유형인지 평생 모른 채 자신의 성격을 꾸며내며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바로 그런 여성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8번 유형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검사를 할 때마다 항 상 꾸며낸 성격의 유형이 나왔기 때문이다. 평소에 얼마나 나를 꾸며냈었는지, ‘나는 다 중인격자인가?’ 하며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행히 8번 유형을 공부할 차례가 되었을 때 소름이 돋을 정도로 공감했고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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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지 사랑받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직설적이고 권위적이고 진지한 8번의 특성 을 타고났다. 그러나 사람 미워할 줄 모르고 내 사람이라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무식하고 본능적인 사랑을 하는 전형적인 8번 유형의 특성 또한 타고 났다. 안타깝게도 학창시절에 나는 나의 본모습까지 알아봐 주는 친구를 많이 만나지 못했 다. 감사하게도 알아봐 주고 사랑해주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러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의 특성을 감출 수 있을까 참 많이 고 민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지친다!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겠다.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 생각해보면 나를 알아봐 주는 소수의 사람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점점 찾아갈 수 있었다.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나를 숨기고 감추며 살아왔기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이제는 노력하고 싶다. 쉽지 않다.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잊을 때가 많기 때 문이다. 그래도 솔직해지고 싶다. 내가 솔직해야만 솔직하게 사랑할 수 있을 테고, 그래 야만 나로서 사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라는 노래도 있다. 이제는 남한테만 이 노 래를 불러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불러주고 싶다. 진실한 나를 보기가 두렵 고, 나의 모습 그대로 사랑받지 못할 것 같아서 두렵다. 그러나 꾸며낸 자신감이 아닌 진실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쌓고 싶다. 글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어떤 형식의 글이든 열심히 써서 나의 본 모습 그대로를 직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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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104호 학우 여러분의 관심이 더 나은 『한양』을 만듭니다. 이 코너에 본인의 의견이 실린 학우께서는 찾아 와 주세요. 5천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_^ 『한양』 103호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주세요. 1. 이번 호에 수록된 글의 완성도 : 99.5 2. 학내 및 사회 이슈와의 연관성 : 100 3. 표지와 내지 디자인 : 100 『한양』 103호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 계속 수정하시면서 쓰시는 것을 느끼긴 하였지만, 목차,본문과 낱말퍼즐의 기사 제목이 다른 것을 확인 못하신 것이 아쉽습니다. (15 수학과 장수경) • 학교의 학생회비로 운영될 뿐만 아니라 한양인 모두가 보기에,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객관 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가끔) 글을 읽다보면 주관적인 주장이 느껴질 때가 있어서 아쉬웠던 적이 생각나네요. (17 원자력공학과 김동희) • 다양한 주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학내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6 국악과 황영택) • 가벼운 기사들이 중간중간에 배치되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숨돌릴 구간이 필요합니다. (13 경영학부 김승민) 『한양』 103호에서 가장 좋은 기사와 아쉬운 기사는 무엇인가요? BEST • ‘막걸리 찬가’ 사진도 너무 좋고, 막걸리 좋아하는데 정막걸리는 안가봤네요. 가봐야겠어요. 초 록포차가 빠진 건 무척 아쉽습니다. (15 수학과 장수경) • ‘라치오스와 하이파이브’ 다른 학교는 축제기획단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또 각자의 장단점이 무 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17 원자력공학과 김동희) • ‘팩트체크’ 평상시에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해결하거나, '이런 일도 있었구나'를 느끼게 해줘서 인상 깊었습니다. (17 원자력공학과 김동희) • ‘새내기를 위한 선거는 없다’ 선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16 국악과 황 영택) • ‘성중립 화장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13 경영학부 김 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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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엽서 간추리기


WORST • ‘참을 수 없는 먼지의 가벼움’ 지금 여름이 오고 있는데, 미세먼지는 약간 지난 이슈가 아닌가 싶습니 다. (15 수학과 장수경) • ‘왕십리, 그대가 걷던 거리’ 제목과 내용의 매치가 완벽하지 않아 아쉬웠다. 내용 자체는 좋았다. (13 경 영학부 김승민) 학교 내에서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 논란과 싸움의 성지인 에브리타임의 익명게시판. 대나무숲, 위한 등에도 익명게시판이 많지만 에브리타임은 특히 필터가 아예 없어 싸움이 많이 일어납니다. (15 수학과 장수경) • 간만에 학교에 와보니 도서관에 자신의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자리를 뜨는 학우들이 많더군요. 다음사람과 자신의 양심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임을 자각했으면 좋겠습니다. (13 경영학부 김승민) 사회에서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이나요? • 무고죄인 미투운동, 미투운동의 본질을 흐리고, 다른 진짜 피해자들이 더 힘들어집니다. 무의 미하고 거칠기만 한 성별싸움, 너무 심한 말들이 SNS 상에 자주 보여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15 수학과 장수경) • 사회에 화가 늘어나는 기분입니다. 서로 지쳐서 그런 것 같은데, 다들 힘드니까 조금만 배려하 는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16 국악과 황영택) 당신이 궁금한 것은 무엇인가요? 1.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의 규칙, 성적 내는 법 -> 절대평가가 좋고 성적을 잘준다고 들었지만, 저희과는 절대평가, 상대평가 상관없이 교수 님에 따라 비율이 결정되는 것 같아 궁금합니다. 2. 한양대 내의 라운지, 휴게실 등 공부할 수 있는 장소들 -> 많을 것 같아서 모르는 곳이 있으면 이용해보고 싶습니다. (15 수학과 장수경) 왕십리는 왜 이렇게 더러울까요? (16 국악과 황영택) 한양대학교를 졸업한 선배 중, 본받을만한 선배들을 알고 싶습니다. (13 경영학부 김승민)

한양 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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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교지 편집위원회 광고비 사용내역(6,7,8월) 1. 103호 내부원고료 1,609,500원 2. 103호 외부원고료

0원

3. 비품구입비 0 원 4. 기타 76,580원 합계

1,686,080원

*금액 사용 기준 외부 원고료 : 외부 필진 원고료 및 한양 학우 기고 원고료 비품 구입비 : 사무용품 구입비 및 수리비 기타 : 문화상품권 지급비, 교비 발송비, 복사비, 송금 수수료, 교통비, 홍보비 등

* 2018년 6, 7, 8월 사용내역입니다. * 정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후 pdf 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 본 104호의 원고료 책정 내역은 105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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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학번

연락처

한양교지 낱말퍼즐 1

5

교지를 열심히 읽으면 풀 수 있는

2

퍼즐! 퍼즐을 완성해서 학생회관 4 층 교지편집실 앞 엽서함에 넣어주 세요. 정답자 중 총 5분께 5000원 1

3

2

6 3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5 4

낱말퍼즐 당첨자 장수경, 김동희, 황영택, 김승민 4 6

가로

세로

1. 여성용 물건에 더 비싼 가격이 매겨진 것, 동 일한 상품일지라도 여성용이라는 이름이 붙으 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현상을 말함 (세상의 중심에서 소비를 멈추다)

1. 생식에 있어 전형적인 여성이나 남성의 특징 과 다른 해부학적 구조를 나타내는 상태 또 는 이러한 상태를 가진 사람이나 여타 동물 을 말한다. (퀴어하지 않은 퀴어를 기다려)

2. 노동한 시간에 따라 지급되는 임금. 한시간 노 동의 금액. (노예를 구합니다. 시급은 스펙 한 줄) 3. 서울시가 도입한 것으로, 서울시내 화장실과 탈의실에 불법촬영물(몰래 카메라)가 있는지 찾아내는 일을 한다. (몰카와의 전쟁, 그 후 1년) 4. 국어사전에 의하면, 공평하고 올바른 성질을 OOO이라 한다. (누구를 위하여 대학을 평가하나) 5. 국어사전에 의하면, 본래의 직업이 아닌 임시 로 하는 일, 부업으로 순화할 수 있다. (노예를 구합니다. 시급은 스펙 한 줄) 6. 시간외 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 켜 일괄지급하는 임금제도이다. (52시간도 모자라?)

2. 인간, 자연, 사회에 대해 품는 현실적이며 이 념적인 의식의 모든 형태이다. (노예를 구합니다. 시급은 스펙 한 줄) 3. 성수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지난 2000년에 시작된 축제로 올해 19회를 맞았다. 이번 축 제의 슬로건은 ‘퀴어라운드’이다. (퀴어하지 않은 퀴어를 기다려) 4. 명성이 실제를 앞선다. 그 사람의 실제 가치 이상으로 평판이 높음을 이르는 말이다. (맹 자) (누구를 위하여 대학을 평가하나) 5. 국가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ㆍ보전함. (난민, No Way Back Home) 6. 근로자에게 근무의 대가로 주는 봉급 (52시간도 모자라?)

한양 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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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학년도 수습위원 지원서 이름 생년월일 학과, 학번 관심분야 경력 주소 연락처 E-mail

지원동기

위와 같이 2018학년도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수습위원 모집에 지원합니다. 2018년 월 일 지원자 (인)

『한양』교지편집위원회


편집후기


편집후기 김현진

롭게 맞이할 변화가 기대됩니다. 청춘 넘치 는 여름이었어요.

계절학기를 듣고 시끌벅적한 왕십리로 이

회자정리 거자필반-어른이 돼서도 또 만나

사도 했어요.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익숙

요.

한 사람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역대 급으로 화도 많이 냈고 또 그만큼 화를 누

박지우

그러뜨리는 법도 배웠어요. 이번 호가 드디어 마지막 호이자, 첫 두자 떠나는 이들이 있어요. 다들 지금까지 각자

릿 수인 10번째 호네요. 아직 실감 안 나고

의 자리에서 열심히 달려줘서 고마워요. 토

싱숭생숭하기도 합니다. 3년을 여기에 바쳤

닥토닥 떠나는 뒷모습을 다독여줄게요. 가

다는 게 묘합니다. 한번도 후회한 적은 없

까운 OB에게 교지실은 음료수와 까까를 들

는데, 나랑 같이 작업한 사람들도 그랬고,

고 와야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명

앞으로도 들어온 모든 사람들이 그러길 바

확히 할게요. 명심해요. <음료수와 까까>. 머

라요.

리에 새겨요. 음료수와 까까. 커피도 좋아.

마지막이니 만큼 기사로 학생 기자의 정체

그럼 난 아이스티. 십 리도 못가서 발병 나

성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듯 하여, 본래 쓰

길. 그래야 좀 쉬었다 가지. 지금껏 같이 달

던 날적이를 버렸습니다. 하지만, 오랜만

려줘서 고마웠어요.

에 쓰는 제 기사는 학내 기사도 아니고 개 인적으로 많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그래

송채은

도 이런 역량으로 그동안 기사들 무리없이 데스킹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물론 교지 사람

♬ ADOY-GRACE

들 덕분입니다. 발간기념회에 만난 80학번 선배들부터, 계속 고민 들어준 톡방의 모든

새벽에 ADOY 노래를 들으면서 편집후기를

선배들, 지금 yb들 모두 감사해요. 감사했습

쓰고 있어요. 여름밤의 청취가 느껴지는 노

니다.

래에요. 여름은 싫어하지만, 노래 속 여름은

말이 길어지는 건 노화의 징조라던데, 다른

좋네요.

언론보다 호흡이 긴 교지는 늘 활기차고 튼

이번 여름이 끝나면 교지를 떠나갈 이도,

튼했으면 좋겠다. 졸업은 물론이고 나중에

찾아올 이도 많네요. 내 청춘을 가져간 교

내가 발간기념회에 초대받을 정도로. 모두

지가 끝나가는 느낌이라 아쉬우면서도 새

애정해요. 고마웠어요. 또 봐요, 한양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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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조민우

임희진

저는 후회를 잘 합니다. 많이 하기도 합니

“언제 한 번 얼굴 보자.”

다. 교지에 들어온 걸 후회하지 않았던 건

그저 지나가며 입밖으로 내뱉는 껍데기 같

거짓말입니다. 내 한주의 반을 쏟아 붓느라

은 말. 하지만 이 말은 언제든지 만남을 기

몸이 상하는 걸 느낄 때도 있었고, 특히나

약할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할 수 있

지하철 막차도 끊겨서 버스를 타고 가노라

는 말이기에 소중하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

면 어찌나 허망한지. 쓰고 싶은 단어를 못

은 아프다. 사람의 빈 자리는 다른 사람으

쓸 때도 많았고, 쓰고 싶은 글을 못 쓸 때도

로 메꿀 수 없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많았습니다. 그래서 때론 후회하곤 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

다 지난 얘기라서 미화되는 추억이 아니라

사람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두며 남은 사람

진심으로 떠나는 지금은 후회가 아니었다

들을 더욱 소중히 대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

는 걸 알고 있습니다. 며칠 밤새는 건 그렇

까. 곁의 사람들을 조금 더 소중히 하는 하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쓰고 싶은 걸 못 쓴

루하루를 보내길. 모두에게 감사해요.

게 아니라 능력이 부족했던 거라는 걸 알고

오빠의 소중한 사람들은 잘 지키고 있을게.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교지 들어 오라고 말하지도 못 했던 건 이 때문입니

유준영

다. 무책임하게 와서 배우라 할 수는 없으 니까요.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천국은 없다고 얼마

저는 떠납니다. 대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한

전에 발문에 인용했던 기억이 난다. 저 말

활동이어서 애착이 많이 가는 활동이지만

대로라면 군대는 절대 천국일 리 없다. 옛

다른 일도 해보고 싶어서요. 이제 독자로

날부터 할 일은 미뤄도 생각은 미루지 않았

돌아가면 무슨 기분일지는 겨울호를 보면

는데, 최근에는 뭐가 그리 무서웠는지 이런

알겠네요. 마지막으로, 한 번도 편집후기에

저런 생각들을 미뤄만 두었다. 미뤘던 것들

고맙다, 미안하다, 어쩐다 하면서 다른 편

이 이번 여름 터져나왔고 도망치듯 입대를

집위원들에게 그 어떤 말도 해본 적 없는데

결정했다. 그 때문에 임기도 다 채우지 못

요. 우리 고생했고요, 앞으로도 고생하시오.

한 채 교지를 떠나게 됐다. 사실 말은 못했

라는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지만 같이 글 쓰는 이들에게 너무 미안했 다. 다행히 하나둘씩 수습이들이 들어와서 조금은 덜었지만. 어찌됐든 처음 들어왔을

한양 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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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때보다 지금의 내 모습이 난 더 마음에 든

의 버터 발린 작명 센스를 배우고 싶었는

다. 내게 좋은 영향을 주었던 이들에게 언

데 그럴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서 아쉽습니

제까지나 고마움을 가진 채, 더 좋은 모습

다. 형·누나들이 티격태격하며 시끌벅적

으로 다시 만나길 바라며 이만 줄인다. 다

했던 교지실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마지막

들 잘 지내요 :)

으로 다 같이 해산물이나 한번 먹으러 갑시 다. 어떻게든 욱여넣어 보겠습니다.

김경모 전세은 어느덧 반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곧 편집위 원이 된다는 사실이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정신없던 여름이었어요. 하지만 맡은 기사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 자신의

가 하나밖에 없어서, 방학이라서 수월했네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걸 잘 알기에 두려

요. 다음 호부터는 편집 위원이 되는데, 무

움이 앞서지만, 지위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

섭고 떨려요. 2학기에는 정신없이 바쁘더라

만 믿고 열심히 해보고자 합니다.

도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 내지 않고 살아보 려 합니다. 더 어른이 되자!

이번 호부터 같이 쓰게 된 다미도 참 고생 많았습니다. 사실 글 쓴 기억보다 다 같이

소다미

저녁 먹고 술 먹은 기억이 더 많긴 하네요. 아마 다음 호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될

첫 편집후기입니다. 저에게는 후기라는 말

텐데, 미리 애도를 표합니다. 물론 제가 남

이 거창합니다. 중간에 들어와 많은 글을

을 애도할 처지가 아니긴 하네요.

쓰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지도 않았

다음 호부터는 지우 누나랑 민우 형, 준영

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이 형 없이 글을 써야 한다는 것도 사실 잘

많은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창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천년만년 동안 같

작의 고통에 대한 기대, 앞으로 쓸 글들을

이 쓸 줄 알았는데 조금 시원섭섭하네요.

향한 기대,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 대한 기

비록 반년이라는 짧은 시간밖에 같이 지내

대....... 적응하다 끝나버려 많이 아쉬웠던 1

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추억이 쌓였습니다.

학기를 뒤로하고, 교지와 함께 할 2학기를

참 보고 배울 점이 많은 형·누나들이었던

기대합니다.

것 같습니다. 지우 누나의 ‘알쓸신잡’스러움 (?)과 민우 형의 확고한 스탠스, 준영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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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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