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명숙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우리는 긴 여행을 계획했다. 남편, 딸, 그
리고 나, 세 식구가 함께 할 소중한 여정
이었다. 딸은 교사로서 바쁘게 지내다가
여름방학으로 얻은 자유였고, 남편은 오
래전부터 독일의 베를린 장벽을 눈으로
꼭 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마음속 깊이 새
겨질 추억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은 시작되었다.
첫 여정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였다.
오래된 건축물과 현대적인 빌딩이 어깨를
나란히 한 도시의 풍경은 마치 과거와 현
재가 함께 살아 숨 쉬는 듯했다. 파스텔 톤
의 건물은 인상 깊었다. 딸은 아트 선생답
게 “너무 예쁘다 하며 카메라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았다. 강변을 거닐며 유유히 흐
르는 마인강을 바라보는 순간, 일상의 분
주함이 조금씩 풀려나갔다. 우리가 프랑
크푸르트에 있는 동안 열린 지역 축제와
불꽃놀이는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광장
은 사람들로 붐볐고, 거리 공연과 음식 냄
새가 섞여 도시 전체가 축제장처럼 느껴
졌다. 해가 지고 밤하늘이 어두워지자 형
형색색 불꽃이 터지며 도시와 강을 함께
물들였다. 남편과 딸은 특별한 선물이라
며 감탄하였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족과 함께 느끼는 순간이야말로 여행의
진정한 선물임을 깨닫게 되었다.
프랑크푸르트의 활기를 뒤로하고 베
를린에 도착했을 때, 화려하고 자유로워
보였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역사의 상처
와 무게가 느껴졌다. 동독과 서독의 장벽
이 무너지기 전, 사람들의 자유가 빼앗겼
던 시간, 가족이 강제로 갈라졌던 순간들
의 기록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지금
바다 여름 이야기
도 이산가족으로 고통당하는 우리 고국의
남과 북의 휴전선이 무너지고 평화통일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베를린의 추모 공간인 홀로코스트는
단순히 관광 명소가 아니었다. 유럽에
서 살해된 유대인들을 위한 추모비가 이
름도 없이 회색빛 돌기둥으로 끝없이 줄
지어 늘어져 있었다. 미로 같은 느낌이었
다. 당시 유대인들의 두려움을 은유적으
로 표현했다고 한다. 과거를 기억하고 다
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
고하는 장소였다. 차가운 돌기둥 사이를
걸으며, 생명의 존귀함과 평화의 소중함
그리고 나치시대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독일 통일을 대표하며
자유와 평등의 상징물이된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날 때는 마치 역사의 문턱을 넘어
서는 기분이었다. 베를린에서는 관광지의
화려함보다 역사가 주는 울림이 더 큰 시
간이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또 다른 세계
였다. 삼분의 일이 물보다 낮은 도시답게
물의 천국이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크
루즈의 몸을 실었다. 양 옆으로 뻗어 있
는 건축물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곳곳
의 운하는 햇살을 받아 반짝였고, 물 위를
오가는 보트들은 여유로움의 상징 같았 다. 또한 사람보다 자전거가 더 많다는 자
전거 도시답게 거리는 늘 활기로 가득했 다.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 사이를 조심스 레 건너며 우리는 “사람보다 자전거가 우
선순위야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잔세스
칸스의 풍차 마을에서는 바람개비처럼 천 천히 돌아가는 풍차들을 보며 마음도 따 라 느긋 해졌다. 바람의 힘으로 삶을 일구 어 왔던 옛 사람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전
해졌다. 풍차 앞에서 찍은 가족사진은 아
마 오래도록 우리 앨범 속에서 빛날 것이
다. 볼렌담의 바닷바람은 짭짤했지만 싱 그러웠다. 그곳에서 처음 맛본 청어 샌드 위치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지만 오랫동
안 우리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여정의 마지막은 스위스였다. 취리히, 라인폭포, 루체른, 리기산까지… 스위스는
어디를 가든 에머날드 색깔의 맑은 물과
푸른 하늘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스위스
에 도착하자 여름의 막바지 처럼 온도는
37도까지 오르는 날이 4일간 지속 되었다.
무더운 날씨에 걸어 다닐 수가 없어 우리
는 에머랄드 빛 강물에 몸을 담궜다. 어릴
적 강가에서 물놀이 하는 것처럼 남편은 수영을 하고, 딸과 나는 발을 담그며 물장
구를 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스위스
에서 이토록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 었던 것은 더운 날씨 덕분이었다. 이 또한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감사하는 조 건이 되었다. 라인폭포의 물줄기는 나이가라 폭포와 비교할 수 없지만, 유럽에서는 가장 큰 폭 포라고 한다. 폭포 밑을 지나가는 보트에 몸을 실고 물보라를 맞으며 우리는 어린 아이 처럼 마냥 즐거웠다. 자연의 장엄함 앞에서 인간은 작았지만, 동시에 함께 있 는 가족의 힘이 더욱 강하다고 느껴졌다. 루체른 호수는 유리처럼 투명했다. 보 트에 몸을 실고 강을 건널 때 바람은 시원 했고, 물결은 잔잔했으며, 우리의 마음도 어느새 고요히 맑아졌다. 산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리기산(1797 m)을 오르는 산악 열차를 타고 창밖으로 바라본 풍경은 숨이 멎을 듯 아름다웠다. 어릴 적 달력에서 보았던 그림 그대로 였
나는 종소리는 아름다운 멜로 디가 되어 듣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 었다. 정상에 올라와 눈 덮인 알프스 산봉 우리를 바라 볼 수 있는 기쁨 또한 벅찼 다. 남편은 조용히 풍경을 바라보며 미소 를 지었다. 딸은 “엄마, 이 풍경이 너무 평 화로워요” 라고 속삭였다. 정상에 세워진 십자가 밑에 우리는 조용히 앉아 두 손을 모았다. 눈부신 설산과 푸른 초원, 맑디 맑은 호 수, 모든 것이 너무 아름다운 하나님의 위
대한 작품이었다. 그 길 위에서 함께 웃고, 함께 걸으며, 남편과 딸을 더 깊게 알아 갈
수 있었다. 24일간의 여행은 자연의 아름
다움과 위대함을 체험하기도 했지만, 가 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행복과 기쁨 그리 고 축복을 선물로 받은 가장 귀한 시간이 었다.

늘샘 임윤빈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넓다 참 넒다
하늘을 담고 구름을 담고 별을 품고 달을 품고
외딴 섬 안아주고 고깃배 채워주고
갈매기 춤추고 고기떼들 뛰게하고
그리고 그대
온갖 투정
모진 열화(熱禍)
언제나 팔 벌리고 말없이 받아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