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토요일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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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캐나다에 정착한 지 33년.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어느새 젊은 목사의 꿈을 품

고 시작했던 유학 생활과 목회, 사업, 그리

고 지금의 트럭커로 이어진 삶 속에서, 검

은 머리는 75세의 백발로 변해 있었다. 마

치 푸르른 나뭇잎을 지닌 채, 캐나다로 이

식한 나무가 지금은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

잎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지난 날을 돌아

보니 내 인생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온 여

정이었다. 마치 훈련소에서 철조망을 기어

통과하며 화생방 훈련에 눈물을 흘리던 그

시절처럼, 이민자의 길은 험난하고도 눈물

겨운 시간이었음을 실감한다.

이민은 새로운 땅에서 나와 가족이 뿌리

내리는 일이었다. 당시 나는 두 어린 자녀

를 데리고 왔는데, 이는 마치 열매가 맺힌

채로 나무를 옮기는 것과 같았다. 나는 유

학으로 학위를 취득하고, 목회를 성공적으

로 이어가는 것이 뿌리를 내리는 길이라 믿

었지만, 현실은 내 생각과 거리가 있었다.

장신과 아세아 연합 그리고 Regent College

의 신학과 한국·캐나다에서의 목회 경험조

차 뿌리를 내릴 수 없었다. 이후 나는 Re-

gent 에서 배운 실천신학 영향으로 목회를

조기에 은퇴하고 우리 가족 나무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사업은 지인의 배신으로 고된

고통만을 안겨주었다.

다음으로 시작한 일은 소형 밴을 이용 한 택배였다. 그 과정에서 만난 인도계 트

럭커들에게서 트럭 운송에 대한 정보를 얻

고, 1종 면허에 도전해 본격적인 트럭 운전

의 길에 들어섰다. 놀랍게도, 젊은 시절 대 한민국 육군 공병대 수송부에서의 경험이

이국의 땅에서 다시 쓰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추억 속에 묻힌 줄 알았던 군대 경

험은 내 삶에 물을 끌어 올리는 뿌리가 되

“미국이여 안녕”

어 주었다. 군 복무 당시 수없이 맞고 고생

했던 그 시간들이, 지금은 외국에서 현역으

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나는 늘

대한민국 군대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

간다.

지난 20여 년간 나는 캐나다 전역은 물론

미국의 48개 주를 누비며 수없이 많은 길

을 달렸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미국을 오가

는 일을 멈추게 되었다. 왜냐하면 회사 사

장이 당신도 늙었고 트럭도 낡았으니 이

제는 시내 일만 하라”고 말할 때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동안 나는 홀로 운전

중에 많은 외로움을 겪었지만 아내 역시 두

애들을 독립시키고 빈 둥지를 지키며 홀로

지내야했다.

나는 한 마리의 야생마처럼 자유롭게 산

과 들을 누비며 일했다. 낮에는 풍경을 즐

기고, 밤에는 별과 달을 벗 삼아 외로움에

눈물짓기도 했다. 그런 고독 속에서 오래

전 문학 소년의 꿈이 깨어났고, 운전 중 떠

오른 생각과 기억을 마음속에 글로 풀어내

기 시작했다.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 을 만큼 간절했던 시간들이었고, 가족을 지

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그 세월을 버텨내게 했다.

무엇보다 트럭커라는 직업은, 오랜 세월 품어왔던 아메리칸 드림의 본질을 체험하 게 해주었다. 광활한 대지의 속살을 곳곳에 서 보고, 느끼며 20년 넘게 내 활동의 무대 로 삼을 수 있었던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 는 귀한 경험이었다. 이 경험은 결국 나를

수필가로 등단하게 해주었다.

이른 새벽, 안개 낀 고속도로 옆에서는

토끼와 사슴이 풀잎 위의 이슬을 아침으 로 삼고 있었고, 새들은 날개를 펴고 하늘 을 누비며 짝을 찾아 다녔다. 그런 광경 속 에서 나는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감정을 느 꼈다.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과 목장, 옥수 수와 대두콩 밭을 지나며 미국의 광대함에 감탄했고, 알라바마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의 목화밭은 하얀 꽃송이로 장관을 이루었 다. 노스캐롤라이나 북부 산의 가을 단풍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자연의 변화 속에서 나는 어린 시절의 문학 소년이 되어 마음속 글을 써내려갔다.

자연뿐 아니라, 운전 중 만난 수많은 사

람들과의 이야기도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

다. 졸음운전 중 트럭을 세워 나에게 운동 을 시키며 이제는 깨어났느냐? 고 웃어주

던 경찰관, 주택가로 잘못 들어가 전선줄을

끊고 당황한 나에게 “시의 관리 소홀”이라

며 안심시켜준 경찰, 눈 내리는 덴버 인근 의 밤중에 시청 광장에 트럭을 세우게 하고 하룻밤을 지나게 해준 경찰까지, 그들의 배 려는 잊을 수 없다.

마이애미에서는 억만장자들이 사는 섬 을 보며 감탄했으며, 관광객들 사이에서 함 께 노래하며 춤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텍사스 어스틴에서는 백석대 교수와 만나 기도 했다. 찰스턴에서는 옛 노예의 경매 시장을 보며 가슴이 먹먹했으며, 그곳 한인

식당에서 교민들과 함께 월드컵 “한일전”

야구를 보며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 치며 수 없이 응원했던 일은 잊을 수 없다. 스테이츠빌

김 계 옥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은사시나무

유월의 숲 나풀거리던 녹두 빛은

어느새 농록한 푸름으로 가득하다

해질녘 노을 꽃피면

붉은 비로도 옷 두른 나무들 사이 늙은 은사시나무

흰 버짐 가득 핀 맨살 드러낸 체

고단한 시간의 허물을 벗겨내고 있다

영겁의 세월 지나는 동안

이웃한 바람, 꽃, 새들에게

힘껏 다정하였다고

정성다해 사랑하였다고

구름으로 하늘편지를 띄운다

고요한 유월의 숲

겹겹이 까만 커튼이 드리우면

슴벅거리는 황혼의 노을 데리고

은사시나무 레테의 강가*에 선다

검은 숲은 레퀴엠 선율 속으로 걸어간다

흰 홑청같은 아침이 오면

젖은 나무들 깨어나 푸른 숨을 내쉰다.

*레테의 강:그리스 신화 속의 망각의 여신 이름을 따온 저승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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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아무튼, 주말】

5만개쯤 끓이며

2017년 출시 “매출 20배 수직 상승”궧

야식까지 발길

끊이지 않는다. #3. 종로3가 ‘라면편의점’은 라면 러

버들의 성지다. 콩나물·당근·부추·김

치·김·통깨 등 각종 토핑으로 라면을 요리의 반열로 끌어올렸다. 24시간 무

인 운영되는데 외국인들에게 더 유명

할 정도. 몇 년 새 번진 ‘무인 라면편의 점’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K팝과 K드라마의 인기로 라면 시장

은 세계에서 급성장 중이다. 특히 한강

바람을 맞으며 즉석에서 끓여 먹는 라

면이 한국 문화의 상징으로 떠오르면

서 라면이 K푸드의 대표 주자가 됐다.

그 인기의 숨은 공신은 일명 ‘한강라면

기계’. 장소와 환경을 가리지 않는 간

편하고 정확하고 안전한 조리기가 발

빠르게 개발·확산된 영향이 크다.

한강라면 기계 국내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하우스쿡’ 제작 업체

범일산업을 찾아갔다. 2대에 걸쳐 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영석(58) 대

표는 요즘 1년의 절반 정도는 해외에

머문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식품박

람회, 조리기구 엑스포 등에서 한강라 면 기계가 큰 인기를 끌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전자제품, 디지털·정보기술 박람회인 CES도 작년부터 두 차례 다 녀왔다. 신 대표는 “일본 밥솥 회사에 인덕션 코일을 납품하던 중소기업이 한류 수출 일꾼이 됐다”며 “시작은 한 강라면이었지만, K푸드를 이끄는 첨 병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인 축제. 하우스쿡 부 스를 찾은 외국인들이 라면을 먹고 있다. 범일산업

물 400cc에 4분 10초 “일단 라면을 드셔보셔야죠?”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범일산업. 공 장과 작업실, 사무실이 개미굴처럼 이 어진 회사 곳곳을 안내한 뒤 신 대표가 말했다. 사무실 한쪽에는 시판 중인 ‘하

우스쿡’ 한강라면 기계 3개가 놓인 간 이 주방이 있었다. “사실 한강라면은 야외에서 먹는 ‘분위기 맛’이에요. 그 런데 저희 기계에서 제대로 끓여낸 라 면은 확실히 맛이 다릅니다. 라면 회사 사람들도 모두 인정했어요.”

선반에 놓인 박스에서 ‘진라면 순한 맛’을 꺼냈다. 신라면, 짜파게티, 비빔 면, 불닭볶음면 등이 두 박스쯤 차 있 고, 선반에는 참치액·참기름·가쓰오

우동장·마늘 분말 같은 양념이 놓여 있었다. 신 대표는 “하우스쿡 라면조 리기는 라면만 끓이기에는 아까운 제

품”이라며 “일반 가정집에서 쓰는 인 덕션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 했다. 라면만 끓이는 게 아니라 온갖 요리를 해보면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물 400cc에 시간은 4분 10초로 설 정돼 있습니다. 보통 라면 봉지에 물

500~550cc를 부으라고 돼 있는데, 저 희 기계에서 끓이면 물 증발량이 적 어요. 수없이 많은 라면을 끓여보고 제일 맛있는 조건을 찾아내 매뉴얼 화한 거예요(물이 흥건한 속칭 ‘한강 라면’을 끓이고 좌절한 사람들에게는 희소식).”

밥은 먹 는데 고기 먹기는 힘들었달까요(웃음). 신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아이템도 있었을 텐데. “주로 대기업과 거래를 하다 보니, 대기업이 하는 상품을 따라가면 백전 백패하겠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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