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로드 10호(2021) 서울의대의 젠더다양성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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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 MEDICINE GENDER 서울의대의 젠더 다양성의 방향

2006년 서울대학교에 양성평등위원회가 설립되었고, 2016년에는 서울대 총장 직속의 자문기구로 ‘다양성위원회’가 출범하였다.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대학 구성원 전체가 공유하고 본격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왜 다양성이 이토록 중요한 것인가?

김나영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은 인간 행동에서의 자발적 영역이 생각보다 매우 적음을 역설한다. 인간 행동의 70% 이상은 무의식에 의해 조종되며, 나머지 30%도 진화과정에서 입증된 법칙 혹은 습관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특히 두뇌에서 감정을 관장 하는 ‘자극’, ‘지배’, ‘균형’ 등 세가지 림빅 지령이 우리의 행동을 조종-결정하며 ‘감정’이 ‘이성’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을 행사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조직 생활에서 감정 없이는 의미있는 결정이 가능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는데, 주요 개념은 다음과 같다. (1) ‘균형지령’이란 유지와 보존을 위한 가장 크고 힘있는 지령으로, 위험-불확실성을 피하고, 안정을 추구 하도록 지시한다. (2) ‘지배지령’이란 팽창과 파괴의 힘으로 본질적으로 경쟁자를 밀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도주의적인 인간상과 모순되는 지령이라 하겠다. (3) 마지막으로 ‘자극지령’이란 발견과 혁신의 힘으로 ‘익숙한 것에서 벗어 나라, 변화를 추구하라.’라고 명령하고 있다. 따라서 자극지령이 지배지령의 뒷받침을 받으면 혁신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 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물종은 인간이 아니라 세균이라는 주장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세균들이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새로운 환경조건에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생물학에서는 이를 각 개체의 우연한 돌연변이로 설명하였는데, 현대 이론에서는 군집단위의 특별한 사회구조 때문임을 발견했다. 개체군의 세균들은 모두 개성이 달랐으며 개체군 전체에 끼치는 영향도 달랐다. 즉 일치를 강화시키는 자들,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자들, 선구자들, 자원을 구하는 자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가 환경이 변화하면, 이들 중 가장 새로운 방향에 맞는 이들이 단체를 구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즉 다양성이 사회 시스템의 생존을 보장하고 학습에 유리하며 궁극적으로는 다양성이 성공을 부른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급변하는 상황에 맞게 지배지령-자극지령-균형지령이 차지하는 분율을 적절히 조합하는 능력 즉 다양성을 지닐 때 혁신을 이룬다는 것이다.

내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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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 ROAD

최근 남녀 다양성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가 많아

임상교수 여성 비율을 높이고자 노력 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지고 있다. 그 이유는 ESG (environment, social and,

고무적인 현상이라 생각된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과 소비자의 50%가

연건, 분당, 보라매병원 기금이상 교원의 남녀에 따른 본교,

여성이고 20,30대 여성의 사회 참여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타교 비율 문제이다. 남성교원에서 타교의 비율은 연건, 분당,

보인다. CEO가 여성인 경우 기업 문화에 좋은 영향을 준다

보라매병원 평균 18.4%인 반면 여성교원은 50%로 남성

는 것, 그리고 이는 기업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었고 기업

교원보다 약 3배 높았다. 또한 2021년도 3월 서울대학교

리더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올라갈수록 기업이 주는

병원의 인턴, 전공의, 진료교수, 임상교수의 남녀 비율을 보면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기업에서

본교 출신 여성의 비율은 35-36-33%-27%로 임상교수

여성 리더 비율 증가를 생산성 향상이라는 전략의 일환으로

까지는 일정 비율을 보이다가 기금교수 이상에서는 10%로

이상적인 인간상은 성별의 차이를 초월해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4년 전 대학생이던 딸이 성인지와

급락함으로써 타교 1/3 규정이 지켜져야 하는 기금교수 임용

남성성과 여성성을 균형있게 겸비한 존재인 셈이고

관련된 이야기를 했을 때 저자는 곧바로 그 상황이 아주 잘

에서 본교 출신 여성교원들이 큰 타격을 받음을 알 수 있다.

이해가 되었는데 공학자인 남편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최근 한국에서 미국 기업을 이끄는 여성 CEO 7인의 모일간지

보고 놀라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또한 식이 패턴 설문지 작

‘한국 진단’ 헤드라인이 “공정성이 여성 인재 키우는데 중요”

성에 있어 여자 환자는 척척 하는데 비해 남자 환자는 질문을

였다. 공정성을 확보 못하면 능력 발휘를 못하고 우리 서울

조직에서의 다양성은 더욱 중요한 이슈

역사적으로 힘, 공격성, 경쟁력, 적극성, 활동성, 모험심, 등을

후 지속적으로 26-38% 비율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서울의대

이해하지 못해 쩔쩔매는 것을 보면서 젠더 차이가 큼을 알게

의대의 힘찬 전진은 주춤할 수 있을 것이다. 뭔가 노력을 해야

의미하는 남성성은 우월함의 상징이고 순종, 유약함, 모성애,

기금이상 여성교수 비율은 17.7%로 역대 의대 집행부의

되었다. 의사를 양성하는 의대의 경우 질환에 따라 차이는

하는 이 시점에서이 흐름을 바꿀 방안은 무엇일까? 2030년도

수동성, 감수성 등은 여성성의 상징이었다. 젠더(gender)는

노력과 의대 각 교실에서의 적극적 호응이 주효했다고 생각

있지만 여자 환자가 50%를 차지하고 있어 의사의 다양성이

까지 25%를 여성교원으로 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우리 집단

사회학적인 성(性)으로 분석심리학자 카를 융은 남성은

된다. 한데 미국, 유럽 의대에서 여학생 숫자가 늘면서 자연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성은 가장 지혜로운 방안을 생각해 내야 한다. 본교 타교를

무의식에 존재하는 여성스러움(아니마), 여성은 남성스러움

스레 교수, 리더의 남녀 gap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지만 20

이러한 다양성의 흐름에서 서울의대에서 신경을 써야 할

떠나서 우리가 서울의대에 재직하고 있는 이상 우리는 서울

(아니무스)을 발달시켜야 성숙한 인간이 된다고 강조했다.

년 이상 흐른 현재도 차이가 줄어드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몇 가지가 보인다. 여성 전공의가 많았지만 여성 기금이상

의대의 제자를 공정하게 양성해야 하지 않을까? 한 가지 방안

아니마는 세심하고 온화하며 감성적 특성으로 억압되면

NEJM 등의 보고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2020년도에

교원이 1명에 불과한 과가 있다는 것, 여성 전공의가 기피

으로 타교를 임용할 때는 물론 본교 출신을 임용할 때도

타인의 감정을 해치는 문제의 남자가 된다. 여성의 내면의

발표된 법률에서 2030년도까지 "국공립대 교원 중 특별

하는 비뇨의학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에서 기금

25%를 여성으로 하는 규정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하지만

아니무스를 적절히 개발하면 강인하고 적극적이며 이성적이

성별이 4분의 3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이상 여성교원이 나올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별 특성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은 여러 상황에서 의대 각

되나 억압되면 수동적 의존적인 여자가 된다. 결국 이상적인

25%라는 목표 비율을 제시하고 있어 향후 더 많은 인위적

아산, 삼성, 신촌, 강남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그리고 고대

교실에서 이 사안에 대해 공감하고 현실적인 방법을 생각해

인간상은 성별의 차이를 초월해 남성성과 여성성을 균형있게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가정, 육아를 우선적으로

안암병원을 알아본 결과 고대안암병원을 제외하고는 big

내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겸비한 존재인 셈이고 조직에서의 다양성은 더욱 중요한

책임져야 하는 여의사가 능력있는 의대교수로 발돋음 하는

4병원과 강남세브란스 병원 산부인과에 여성교원이 25-

규정을 잘 준수하는 과에는 benefit을 주는 방안을 적극

이슈라 하겠다.

데는 눈물겨운 고비가 많아 의대 학생 → 인턴 → 전공의 →

67%를 차지하고 있었고 이비인후과와 흉부외과는 세병원

고려하고, 관악에도 이러한 혁신적 방안을 지지해주는

서울의대에서 가장 큰 다양성을 선도하는 요소에 여학생의

전임의 → 진료교수 길을 가면서 교수가 되고자 하는 꿈을

에서 각각 8-8-15% 및 24-20-20%를 보였으며, 비뇨의학

benefit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어떨까? 서울대 집행부는

비율이 있다. 1953년도 졸업생 111명중 여학생이 2명 배출된

버리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과 대만의 경우 특히

과는 두 병원이 15-18%, 신경외과의 경우 한 병원이 10%를

교무처장, 학생처장, 교육부총장, 등 중요한 보직에 여교수가

후 1981년도까지 여학생은 여전히 0-7명에 불과했고 1986년

이러한 현상은 심하다고 한다.

차지하고 있어 기금이상 여성교원이 거의 전무한 우리와는

포진하고 있는 현재가 아닌가?

까지 10% 이하였으나 2001년 22%, 2006년도에 43%가 된

많이 달랐다. 최근 신경외과를 비롯한 서울대병원 여러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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