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ian 202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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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69

December 2022

2022/12 NO. 269 FESTIVE WINTER MOMENTS

A Christmas Dinner with You

I met you. I looked back on the past year while talking with you over dinner. How did we spend last year? No matter what the past year was like, my wish for the future is always the same: have a happy New Year.

14 OBJECT
writer AHN SANGHO

크리스마스이브,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연말의 명동을 걷는다. 어둠이 빌딩 숲 아래까지

내려오자 금빛 조명 가득한 거리와 곳곳의 붉은 장식이 눈에 띈다. 신세계백화점 앞의

화려한 일루미네이션을 지나고 있으면, 한 해의 끝자락에 다가서고 있다는 게 피부에

와닿는다. 바삐 걷는 이들보다 들썩거리는 걸음걸이가 더 자주 보인다. 곱게 포장한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걷는 이도 있다. 예년보다 찾는 이들은 확실히 줄었지만,

교보문고의

연하장 코너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카드 하나하나를 뽑아서 앞뒤를 들춰 보며

연하장 한쪽에 쓸 적당한 문장을 되새긴다. 얼굴에는 신중함보다 어떤 기대와 들뜸이

엿보인다. 너무 요란스럽지 않은 정갈한 카드를 한 장 고른다.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들어선다. 연말의 레스토랑은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데,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위한 트리와 장식, 음악이 밑그림이라면 테이블 사이를 오가는 직원들의 바쁜

움직임과 와인잔이 부딪치며 나는 청량한 소리, 포크와 나이프가 세라믹 접시 위를 오가며

새기는 까랑까랑한 소리, 심지어 의자가 끌리는 소음까지도 일종의 채색이 된다. 여기에

빠져선 안 되는 메인 풍경은 사람들의 즐겁고 행복한 표정,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은 웃음소리다. 테이블을 넘어 홀을 가득 메우는 사람들의 소리는 한 해를 무사히 보낸 일종의 소식이다.

메뉴판을 훑다가 크리스마스 특선 메뉴와 와인 페어링 코스를 미리 주문한다. 그리고 문이 열린다. 바로 당신이다. 어제도 아니, 오늘 아침에도 본 얼굴인데 반가움에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겉옷을 챙겨주고 자리에 앉는다. 이 시간이 주는 의미 때문인지 그저

멋쩍다. 그 웃음이 우리의 안부이자 인사다. 올 한 해도 별 탈 없이 보내고 다시 한자리에

만났다는 안녕에 대한 대답이다.

소믈리에가 간단한 설명과 함께 플루트 잔에 샴페인을 따른다. 그의 정갈한 움직임과 잔 아래부터 피어오르는 탄산을 바라보며 마음이 흥겨워진다. 아뮤즈 부쉬와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신다.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미디엄 사이즈의 포크와 숟가락, 나이프가

하나둘씩 사라진다. 매장에 흐르는 음악처럼 식사는 흥겨운 리듬을 탄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왜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일이 연신 생각나는지 지난 이야기와 행복했던 순간, 또

함께했던 맛있었던 순간을 대화로 되살린다. 현재의 행복은 과거의 행복들이 중첩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행복한 기억만큼 훌륭한 음식은 없다. 점점 고조되고 포크와

나이프만 남으면 한 셰프의 코스 요리를 훌륭하게 완성할 메인 디시가 담긴 접시가

테이블에 서비스된다. 요리가 절정으로 치달으면 매장의 떠들썩함 역시 더 커진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자정으로 향하는 시간은 크리스마스가 되기 위한 순간에 불과하지만 그

덕분에 더 소중하게 와닿는다. 그리고 주머니에 넣어둔 크리스마스카드를 꺼내 당신에게

내민다.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이정표가 되는 이 시간이 그 매일매일의 소중함을 더욱

짙게 만든다. 우리는 마주 보며 웃는다. 약간의 취기는 웃음소리의 볼륨을 살짝 더 높인다.

그리고 창밖을 내다본다. 혹시라도 밤하늘 위로 하얀 눈이 내리지는 않을지 기대하면서.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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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iquettes for a Sophisticated Party

16 STORY

What makes a perfect party? It is not an elegant dress, sparkly golden champagne, great music, nor a dazzling cascade of lights. Whether it’s a classy social gathering or a cocktail party with business associates, it's always good to practice good manners for both hosts and guests.

파티는 더 이상 생소한 문화가 아니다.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는 홈 파티부터 기업의 비즈니스 파티까지 파티를

접하거나 직접 열 기회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어떤 규모로든 사람을 불러 대접하는 것에는

분주함이 따른다. 그 수고를 덜어주는 것은 파티에 참석한

손님들의 적절한 톤앤매너. 다양한 파티의 종류와 함께

호스트가 챙겨야 할 부분, 매너 있는 게스트가 되는 방법

등을 살펴본다.

오후 3시의 티 파티

파티를 여는 게 처음이라면 소소하게 차 한 잔 마시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애프터눈 티 파티는 저녁을 먹기

전 오후 3~4시에 여는 파티다. 1660년대 영국 왕실의

문화에서 시작되었으며, 1840년 베드퍼드 공작 부인 안나

마리아 러셀이 티 파티를 열면서 사교 행사로 자리 잡았다.

차와 함께 다과를 곁들이기도 하는데, 전통적으로는 3단 트레이를 꾸린다. 1층에는 가벼운 샌드위치를, 2층에는 스콘과 잼, 클로티드 크림을, 3층에는 초콜릿, 케이크 같은 디저트를 올린다. 티 파티에서는 주로 대화를 많이 나누기

때문에 음식을 입속에 한 번에 넣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호스트는 다과와 함께 티포트와 찻잔, 차, 우유, 레몬

슬라이스 정도를 챙겨야 한다. 호스트의 취향에 따라

차와 다기가 달라지므로 이를 눈여겨보는 것도 좋다.

찻잎은 주로 홍차를 일컫지만, 녹차나 우롱차, 꽃차 등을

준비하는 것도 색다른 티 파티가 될 것이다.

야외에서 즐기는 가든 파티 늦봄과 초여름에 여는 가든 파티는 싱그러운 맛이 있다.

잘 정돈된 잔디와 나무가 있는 정원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열리는 가든 파티는 공식적이지만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다. 자택이나 이름 있는 정원에서 개최하거나

티 파티부터 바비큐 파티, 운동을 겸한 파티까지

다양한 종류를 포괄한다. 가장 유명한 가든 파티는

영국 왕실에서 개최한다. 빅토리아 여왕의 생일에서

비롯해 매년 영국 왕실은 국왕의 생일에 가든 파티를

연다. 3만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연회이며, 엘리자베스

2세의 경우 버킹엄 궁전에서 3번, 에든버러의 홀리루드

궁전에서 1번 개최한다. 왕실의 가든 파티에는 남녀

모두 격식 있는 옷차림을 갖춰야 하는데, 남성은 모닝

드레스Morning Dress 또는 라운지 슈트Lounge Suit를, 여성은 데이타임 드레스Daytime Dress를 입고 모자

또는 패시네이터Fascinator를 착용해야 한다. 일반 가든

파티라면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정원을 돌아다니면서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기본 예의는 지켜야 한다. 가든 파티는 보통 오후 2~3시에서 시작해

두세 시간 개최한다.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규모가 큰

파티이므로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된다. 돌아갈 때는 주인이나 주인의 가족 중 한 사람에게 인사하고 돌아가는 것이 매너. 호스트의 경우, 야외에서 열리는 파티인 만큼 다양한 변수를 예상하고 계획을 세운다. 특히 비가 내리는 등의 비상 상황에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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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리가 챙기는 깜짝 이벤트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의 로망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

하나는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일 것. 신부 친구들의

우정이 비처럼 쏟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브라이덜 샤워는

16세기 지참금이 모자란 신부를 위해 마을 사람들이 선물을

준 것에서 유래했다. 드라마 <프렌즈> <섹스 앤 더 시티>

등을 통해 브라이덜 샤워가 널리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결혼

전 필수 과정으로 자리매김했다. 앞서 언급한 파티와 달리

신부 들러리가 예비 신부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특징. 보통 결혼하기 한두 달 전에 하고 남자 없이 여자만 참가하는 게 정석이다. 보통 신부는 흰 드레스를, 친구들은 색깔을 맞춘

드레스를 입는데 반드시 고수할 필요는 없다. 웨딩드레스와

달리 다양한 색상의 드레스를 입거나, 최근에는 흰 티와

청바지를 입기도 한다. 브라이덜 파티를 열 때는 무엇보다

재미있는 파티를 만드는 데에 신경 쓸 것!

시작을 알리는 술은 반짝일 것

적당한 술은 모인 이들의 긴장을 풀고 분위기를 돋운다.

친구끼리 편하게 모이는 자리라면 맥주를 마셔도 좋지만,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술은 단연코 스파클링 와인이다.

펑 터지는 소리는 흥을 돋운다. 스파클링 와인은 플루트

잔에 따라야 한다. 긴 유리잔에 차오르는 금빛 기포는 말

그대로 생기 넘친다. 식사할 때는 페어링에 신경 써서

다양한 와인을 구비한다. 리슬링이나 소비뇽 블랑 같은

화이트 와인부터 피노누아처럼 과실 향이 강한 가벼운 레드

와인, 보르도 와인처럼 묵직한 레드 와인, 마지막으로 셰리, 포트와인, 마데이라 같은 디저트 와인 순으로 마무리하면 훌륭하다. 위스키나 브랜디, 테킬라 같은 쓴 술은 식사 이후 즐기는 것이 좋다. 호스트는 파티의 황금률을 기억하자.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1인당 3잔 정도를 마신다고

예상하는 것이다. 750ml 병은 와인 4잔 정도가 나온다.

술은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니 넉넉하게 준비하자.

홈 파티는 게스트가 와인을 선물로 들고 가는 것도

좋은 선택지다.

성공적인 파티를 위한 게스트의 기본 매너

이제 준비는 끝났다. 남은 건 게스트가 매너 있게 행동하는

것뿐. 파티에 참가하게 되었다면 2주 전 RSVP(Répondez

S’il Vous Plait)를 보내자. 참석 여부 확인은 반드시

필요하다. RSVP는 18세기 영국 상류사회에서 프랑스식

에티켓을 써서 편지에 적던 것에서 비롯했다. RSVP를

할 때 동행인과 관련해서도 적을 것. RSVP 요청이

없더라도 파티 참가 여부는 미리 전하는 것이 호스트가

음식과 음료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파티에 참석할

때 지정된 시간보다 너무 일찍 도착하는 것은 삼가자.

호스트가 마지막 준비를 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

옷차림은 TPO에 따라 적절하게 입는다. 공식적인

자리라면 드레스나 슈트가 이상적. 파티에 정해진 드레스

코드가 있는지 호스트에게 확인한다. 또 파티 중 대화는

무거운 주제보다는 긍정적이고 가벼워야 한다. 심각한

정치 이야기를 꺼내면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을 것.

초대장에 적힌 종료 시간에 가까워지면 머뭇거리지 말고

파티장을 떠나는 것도 매너다. 떠나기 전 행사에 초대해준

호스트에게 감사를 표하자. N

18 STORY
“The more you praise and celebrate your life, the more there is in life to celebrate.”
-Oprah Winf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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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emorable Day

It’s the holiday season, which means that it’s prime party season. If you have not begun planning your Christmas party or New Year’s bash yet, don’t worry. Instead of taking a staycation at a hotel or visiting a fancy restaurant, you can put together a great event at home in a short amount of time. Feeling stressed? It doesn't matter what kind of party you're throwing. With professional party planning tips on how to host a party at home, you can be the party hosting master.

연말은 한 해 동안의 일과 감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는 시기다. 가족, 친구들과 호텔이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오마카세에서 디너를 먹으며 담소를 나눠도

좋지만, 이번 연말에는 보다 내밀한 공간으로 초대해보자.

정성껏 마련한 홈 파티는 호스트와 게스트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줄 것이다. 무엇부터 준비할지

모르겠다고? 내로라하는 파티 전문가들이 전수한 홈 파티

가이드를 만나보자.

20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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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남을 추억 기획하기

홈 파티를 알차게 기획하려면 우선 ‘파티에 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세요. 성별, 연령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공간을 채우고

작은 이벤트를 기획하는 거죠. 뷰티 브랜드의 론칭

파티에서는 20 30대 여성이 좋아하는 인스타그래머블한

포토존과 핑거푸드를 준비해요. 그리고 파티에 와준

사람들을 위해 자그마한 것이라도 선물을 준비해보세요.

선물에 메시지가 적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파티는 단 하루지만 파티로 행복했던 기억은 영원히 남으니까요. -김정연(파티플래너 겸 이벤티움 대표)

홈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은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을 방문한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요. 소소한 홈 파티일지라도

작은 초대장을 만들어 파티 2주 전에 RSVP를 보내보세요.

상대방의 집으로 직접 엽서를 보내는 것도 운치 있답니다.

겸 푸드 포커스 대표)

초대장은 파티의 첫인상이자 무드를 세팅합니다. 카드에는

장소, 날짜, 시간을 꼭 적어야 해요. 카드 사이즈는 직접

나눠 주기 편한 명함 사이즈부터 포멀하게 봉투에 넣은

접지식 초대장까지 다양해요. 크기와 비율만으로도

파티의 무드를 보여줄 수 있으니 파티와 어울리는

사이즈를 골라보세요.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손 글씨로

카드를 만드는 것도 파티에서 할 이야깃거리가 되겠죠.

레터프레스는 동판을 사용해 두께감 있는 코튼지에

눌러 찍는 활판 인쇄예요. 정성스레 눌러 제작하기에

우아하고 고급스럽죠. 어떤 디자인을 쓸지 구상하지

못했다면 커스텀 디자인을 맡겨보세요. 단, 레터프레스를 마음먹었다면 너무 가는 선이나 글자는 피하세요.

동판에서 깨질 수 있어요. 잘 만들어진 카드 위에 리본이나

실링왁스 같은 부자재를 더하면 입체감도 살릴 수 있어 매력적이랍니다. -수리(프레스하우스 밀리스트 대표)

풍성한 테이블 완성하기

가든 파티나 홈 파티를 큰 품 들이지 않고 쉽게 꾸미려면

테이블 데커레이션을 잘 활용해야 해요. 긴 테이블로

파티 테이블을 세팅한 후 중앙에 원하는 컬러의 패브릭

러너를 깔고, 유칼립투스 같은 그린 소재의 조화를 테이블

러너 위에 지그재그로 길게 눕혀서 연출해보세요. 플라워

갈란드 느낌의 연출이 가능합니다. 시즌에 맞춰 조화의

컬러나 분위기를 바꾸는 재미도 쏠쏠하죠. 크리스마스

테마로 꾸미려면 크리스마스 볼 오너먼트를 테이블에 함께

연출해보세요. -김정연(파티플래너 겸 이벤티움 대표)

요리를 돋보여줄 그릇, 커트러리, 와인잔과 허브, 식용꽃, 치즈를 챙겨보세요. 한식은 방짜유기나 도기가 좋고, 양식은 속이 깊거나 포인트 컬러를 매치한 접시가 좋아요.

커트러리에 포인트가 있으면 요리에 집중도가 떨어지니

심플한 것으로 고릅니다. 볼륨감 풍부한 와인잔, 디캔터, 전동 와인 오프너가 준비되어 있다면 지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어요. 가루 치즈 대신 파르미자노 레자노

같은 고형 치즈를 준비하고, 싱싱한 딜과 바질, 로즈메리, 타임과 마이크로 식용 꽃을 미리 준비하세요. 요리의

풍미를 살릴 뿐 아니라 더 신선하고 귀한 것을 먹는다는

느낌을 줍니다. 요리를 서빙한 후 게스트 앞에서 그라인더로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를 풍성하게 갈아 얹어주세요.

호스트는 그날 하루, 완벽한 셰프가 되죠. 마지막으로 평소

맛보기 힘든 트러플이나 캐비아를 준비해 특별한 만찬을

선사해보세요. -김유경(푸드디렉터 겸 푸드 포커스 대표)

22 TREND
-김유경(푸드디렉터

Cooperation eventium (eventium.co.kr) Food Focus (@foodie_angela) Millist (@millist_official)

디너를 완성할 알코올홀릭

파티에는 식전주가 빠질 수 없죠. 영국 왕실과 백악관에서

즐기는 프렌치 아페리티프Apéritif 릴레Lillet를 추천해요.

릴레는 은은한 꽃향기와 달콤한 오렌지 향이 우아하고

섬세한 아로마티즈드 와인이에요. 그 자체로 즐기는 것도

좋지만, 레몬이나 오렌지 슬라이스를 넣고 토닉을 필업해

칵테일로 즐겨보세요. 홈 파티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면

프레스티지 위스키의 대표 주자 로얄살루트가 빠질 수

없죠. 유리 플라곤 병으로 황금빛 물결이 그대로 드러나는

‘로얄살루트 21년 블렌디드 그레인’은 연말 파티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거예요.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이 선별한 그레인 원액을 블렌딩하고,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 숙성으로 최상의 달콤함을 선사하죠. 과즙이

풍부한 복숭아와 붉은 사과의 신선한 향, 꿀과 바닐라의

진한 달콤함의 조화는 음식과 함께 즐겼을 때 풍미가

배가됩니다. 위스키를 니트로 마시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Pernod-Ricard Korea (82 2 3466 5700) William Grant & Sons Korea (82 2 2152 1600) teal table (tealtable.com)

더 글렌리벳 12년The Glenlivet 12YO을 하이볼로

즐겨보세요. 얼음과 탄산수를 가득 넣은 하이볼은 어떤

파티 음식과도 잘 어울리죠. 물론 더 글렌리벳 12년은

니트로 즐기기에도 훌륭합니다. -오연정(페르노리카

코리아 브랜드 인게이지먼트 스페셜리스트)

편한 친구들과 홈 파티를 한다면 발베니 더블우드

12년The Balvenie DoubleWood 12YO이 따뜻함과

즐거움을 배가해줄 거예요. 바닐라를 머금은 꿀의 풍미가

오래된 친구와의 만남처럼 편하고 달콤하죠. 12년이라는

오랜 숙성 기간을 거쳐 다양한 풍미로 가득한 발베니처럼, ‘우리는 앞으로 12년 동안 어떻게 숙성될지, 어떻게 인생을

다채롭게 만들지’를 주제로 담소를 나눠보면 어떨까요?

-김미정(발베니 브랜드 앰버서더)

호스트의 감각 드러내기 식물은 어디에 둬도 공간의 매력을 한층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인테리어와 가구의 조화를 살리고, 차가워 보이는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고, 밋밋한 공간에 생기와 세련미를 더하죠. 플랜테리어는 다양한 환경에 맞는 식물을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햇빛, 공기, 습도, 그 공간의 환경에 알맞은 식물을 선택해보세요. 신경 쓴 티를 내려면 식물의 성질, 수형과 크기에 맞춰 그루핑해주는 것이 보기에도, 식물 건강에도 좋습니다.

화분도 일관성 있게 톤을 맞춰주세요. 방울이나 리본처럼

식물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가벼운 장식물을 줄기나 잎에 걸거나, 원하는 문구의 케이크토퍼를 제작해

흙에 가볍게 꽂아보세요. 그리고 분위기 있는 조명을

식물 근처에 두면 충분하죠. 연말 파티를 위해 식물을 들인다면 아라우카리아가 알맞습니다. 해외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하기도 하고, 상록수면서

채광이 좋으면 실내에서 잘 살기 때문에 반려식물로도

추천합니다. 크기가 부담스러우면 소형 아라우카리아를 장식장이나 테이블 위에 올려보세요. 충분히 존재감 있습니다. -오주원(틸테이블 대표 디자이너)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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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esshouse Millist

The Way a Craftsman Senses the Winter

When temperatures drop below freezing in winter, it reminds me of a beautiful wooden nutcracker doll handcrafted by a master craftsman. Craftsmen sense the winter with a delicate touch as if Clara carefully opened the box she received as a Christmas gift. Here are much-anticipated Christmas gifts capturing the touch of craftsmen.

28 괴불노리개에서 모티프를 얻은 눈꽃 담은 삼각 모빌과 요요트리 © 최희주 ARCHIVE
editor PARK HYUNJUNG

복과 마음을 담는 바느질 공예가 최희주

천연섬유인 모시와 삼베는 가늘고 성기어 계절에 상관없이

가벼운 느낌을 낸다. 천에 실용성을 부여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느질. 바느질 공예가 최희주 작가의 작품은 평면인 천을

접어서 만들어 입체적이다. “천을 접거나 바느질로 이었을

때 그 안에 담기는 빛과 공기의 포근함이 좋아 입체 작업을

많이 하게 돼요. 천에 따라 한없이 부드럽게도, 견고하게도 표현할 수 있는 게 바느질 공예의 매력이에요.”

최희주 작가는 작품 구상을 위해 천천히 산책을 즐긴다.

숲길에 떨어진 작은 열매들, 잎사귀들, 나무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 등 모든 것이 영감을 준다. 산책하다가 잠시 앉아

스케치하기도 하고, 한두 개씩 주워 와 작업실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천을 찾아 패턴 없이 손 가는 대로 만들기도 한다. 도토리 모빌, 나뭇잎 풍경, 콩 모빌, 모시 가리개 등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반면, 일상에서 불편한 것, 눈에 편하지 않은 것을 바꾸기 위해 만든 것도 있다. 집 안 한구석에 자리한 티슈 상자가 눈에 거슬려 삼베로 티슈 케이스를

만들었는데, 얇아서 있는 듯 없는 듯 더 가벼운 느낌이 나서 재미있었다고.

최희주 작가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기 위해 온 가족과 집 안 대청소를 하고 차 마시는 시간을 가진다.

올해 즐거웠던 일, 힘들었던 일을 대화로 풀어내는 것. 그는

해가 바뀔 때면 액막이 모시 명태 작업을 해왔는데, 지인의 어머니가 지니고 있던 귀한 모시로 명태의 몸통을 만들고

하얀 무명실을 108번 감아 실타래를 꿰어 새해에 선물한

적이 있다. 명태의 눈이 좋지 않은 일을 다 쫓아내고 곱게

감은 실타래로 모든 복이 내려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또 뾰족한 모서리로 액을 쫓는다는 괴불노리개에서

모티프를 얻은 눈꽃 담은 삼각 모빌과 하얀 노리개, 각기

다른 하얀 실크천으로 만든 트리, 콩 세 알 복주머니를

새해 선물로 전했다. 콩 세 알 복주머니는 올 새해에 선물한 것으로, 옛날 임금이 신하의 풍요로운 한 해를 기원하며 콩 세 알을 담은 주머니를 나눠 주었다는 데서 착안했다. 연말 선물과 새해 협업 전시를 준비하는 최희주 작가는 이번 겨울, 귤 몇 알을 만들어 모빌로 걸어놓아도 좋겠다고 전했다. 따스한 아랫목에서 귤 까먹으며 책 읽던 때를 추억하면서.

29 바느질 공예가 최희주의 콩 모빌 © 최희주 새해의 복을 기원하는 콩 세 알 복주머니 © 최희주

일상 속 온기를 전하는 금속공예가 류연희

황동과 동, 은으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금속공예가 류연희

역시 공예는 사람이 사용할 때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의 금속공예는 실용적이고 어딘가 둔탁한 면이 있다.

직선적이고 직관적이다. 이 때문에 되레 자유롭다는

느낌도 든다. “사용감이 있는 금속 작품을 만듭니다. 어떤

이는 제가 만든 주전자 내부가 새까매서 놀랐어요. 계속

물을 끓여 금속을 검게 해서 사용감을 만들어주는 거죠.

사용감이 최대한 아름답게 우러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류연희 작가의 금속 작품은 작업 과정에서 나온다.

스케치는 한 번에 완성하고 재료를 만지면서 형태를

찾아간다.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것의 형태를 변형시키는 작업을 좋아하는 기질 탓이다.

“공예는 온전히 작가의 손맛에서 나오는 감정의

표현이에요. 사물의 형태를 부분적으로 분해해서 여러

개를 조합하는 걸 좋아해요. 유기적인 선 안에서의 통통함, 편안함을 주는 형태가 마음에 더 갑니다. 봉긋한 선, 자연스러운 형태와 질감을 금속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작가는 금속을 두드려 펴서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단금을

전공해 단금 기법을 중심으로 성형하는데, 여기저기

잘리고 엉성하게 남은 재료도 다시 활용해 구부리고

모서리를 정리해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 접합은

은땜을 녹여서 형태를 붙이는데 자국이 훤히

드러나도록 노출시킨다.

겨울과 관련된 특별한 추억이 있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일본 유학생 시절 일본인 친구 두 명과 간 다카야마

여행에서 고립된 기억을 떠올렸다. 폭설로 료칸에 이틀간

갇혀 삼시 세 끼 잘 먹고 잘 자면서 휴식을 취했다는

기억처럼 류연희 작가의 작품은 실용적이다. 이제껏

했던 작업 가운데 겨울을 떠올리며 한 작업물 역시 촛대, 십자가, 트리 오너먼트, 와인 칠러, 브로치 같은 쓰임이

있는 겨울 소품 위주. 10월에 작업실을 이전한 작가는 올

연말에 체계적인 작업이 가능하도록 작업실을 정리하면서

내년에 열릴 개인전 작업을 준비할 예정이다. “작가는

작업을 업으로 하며 진심을 담아 작업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속을 두드리고 펴서 형태를 만들어가는

작업처럼 류연희 작가의 일상은 매 순간 단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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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가 류연희의 촛대 © 류연희
금과
은으로 만든 브로치 세트 © 류연희

Cooperation Choi Heeju (www.choiheeju.kr) Ryu Yeunhee (@smithryu) HUAXAUH (@huaxauh)

뜨개 작가 손이화가 우드카빙 작가 유柔와 함께 한 크리스마스트리 © HUAXAUH

실 하나로 감싸는 세상, 뜨개 작가 손이화

겨울에는 몸을 푸근하게 감쌀 니트를 찾게 된다. 니팅

공예를 하는 손이화 작가는 니트의 듬성듬성한 구멍으로

물을 걸러내듯 구상한 이미지를 거침없이 만들어낸다.

그의 작업은 비정형화된 실루엣이 특징. 손이화 작가는

니팅이 실 하나로 형태를 만들 수 있고, 각기 다른

테크닉으로 살을 덧붙일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실이 아니더라도 꼴 수만 있으면 작업이 가능해요. 소재의 선택지가 다양하고 여러 색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죠. 제가 표현하고 싶은 느낌을 바로 시도해보면서 작업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한해 여전히 앞으로의 작업 생활이 기대돼요.”

손이화 작가의 첫 작업물은 목도리였다. 추위를 많이 타는 작가가 학교에서 목도리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니팅의 매력에 빠졌고, 2 3년간은 연말 즈음 목도리를 짜며 보냈다. 목도리와 함께 손이화 작가의 대표작은 ‘꼴로레’ 시리즈. 화병이 꽃의 모양을 하고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 화병을 치마처럼 표현하거나, 아래는 병 모양을 하고 중간에는 꽃술처럼 장식을 넣는 등 입체적이고 소재의

재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전개해왔다. 알록달록 조화롭게

색상을 연결하다가 현재는 차분하고 무게 있는 화이트와 블랙 시리즈로도 제작 중이다.

작가는 니트만으로 표현하기 아쉬울 때 다른 작업을 하는 작가들과 제품을 만들어왔다. 실크프린팅 작가 수수포레스트와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거나, 유柔 작가와 크리스마스트리를 제작해 판매했다. 지난해 열었던

전시 <백화현상白花現象>은 도자공예가 강신영 작가와 협업으로 진행했다. 눈으로 뒤덮인 듯 새하얀 세상은 산호 백화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당시 코로나로 일상을 잃은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하다고 여겨, 우리 각자를 꽃으로 보고 활짝 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빗대어 백화현상白化現象의 ‘화化’를 꽃 ‘화花’로 바꾸어 표현했다. “도자와 섬유는 물성 자체가 정반대라 함께 있을 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어요. 처음 해보는 컬래버 작업이었는데, 나름대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연말에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천천히 자신의 브랜드

‘HUAXAUH(화아)’만의 니팅 작업을 해나갈 예정이다. N

손이화 작가와 강신영 작가가 함께한 전시 <백화현상> © HUAXA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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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Rovaniemi, Winter Wonderland

A reindeer sleigh ride through the fairytale-like white crystal forests, surrounded by snowy birch trees, is like stepping into another world. You can visit Santa Claus Village to greet Santa, sleep in a snow hotel or an igloo, enjoy a wood-fired sauna, and have a drink in an ice bar. At night, you can witness the Northern Lights, the spellbinding astral show. Bordering on the Arctic, Lapland, the northernmost region of Finland, is an exotic place of snow and ice in winter for the true magic of Christmas.

유럽 최북단, 라플란드의 로바니에미에 있는 산타 마을 © Shutterstock.com

London is a real treat for art lovers. No visit to London is complete without checking out its fantastic selection of museums and galleries. Discover the cultural delights of London with an art-themed tour, see iconic works of art and learn about their history to satisfy your cultural crav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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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가 기다리는 핀란드의 산타 마을에 있는 산타클로스 © Visit Rovaniemi 하얀 눈과 자작나무가 어우러진 핀란드의 겨울 풍경 Photo by Ryu Jin

크리스마스 판타지, 산타클로스 마을

헬싱키 중앙역. 9와 3/4 정거장에서 호그와트행 열차를

기다리는 해리 포터의 마음-한껏 부푼 기대감-으로

승강장에 서 있다. 곧 산타클로스 익스프레스Santa Claus Express행에 몸을 싣는다. 핀란드 철도청이

운영하는 이 열차는 헬싱키에서 유럽 최북단, 라플란드의

로바니에미Rovaniemi를 가로지르는 특급열차다.

많은 이들이 야간열차의 낭만을 꿈꾸며 침대와 의자, 개인 샤워장까지 살뜰히 갖춘 밤 기차에 오른다.

운이 좋으면 오로라를 만날 수 있다는 말에 뜬 눈으로

밤을 새울 생각이었지만, 바운서처럼 규칙적으로

덜컹이는 열차의 움직임에 까무룩 잠이 들었다. 레일 위로

매끄럽게 굴러가는 바퀴 소리를 자장가 삼아 얕은 잠

몇 시간, 이른 아침 숲 위로 떠오른 햇빛에 깨어 전나무

무리를 멍하니 바라보길 몇 시간.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극북의 산타클로스 빌리지Santa Claus

Village(이하 산타 마을)로 향하는 여정은 아늑하고

평온했다.

산타 마을은 로바니에미 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수문장처럼 우뚝 선 거대한 눈사람이 시야에 들면 마을에

도착한 것. 매년 크리스마스 판타지를 품은 여행자 50만여

명이 단 몇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산타클로스를

만나기 위해 북극권의 경계를 넘는다. 방문객을 가장 먼저

반기는 이들은 엘프. 산타의 요정이다. 이들은 산타 마을의

역사부터 산타 클로스와 만나는 법, 마을을 떠나기 전에

할 일 등을 꼼꼼히 알려준다.

요정의 긴 브리핑이 끝나고 마침내 산타를 만날 시간.

보아뱀처럼 길게 늘어진 줄의 끝자락에 거대한 풍채, 윤기

나는 흰 수염을 배꼽까지 늘어뜨린 ‘산타 할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 하나는 족히 들어갈 법한 커다란

양말을 무릎까지 올려 신고 낡은 의자에 앉아 찾은

이를 한 명 한 명, 정성스럽게 반기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다 보니 오늘 안엔 오지 않을 것 같던 내 차례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저 존재가 ‘실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한참 전에 깨달은 과년한 나이지만 주책 맞게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무슨 말부터 하지? 핀란드어를

좀 공부할 걸 그랬나?’ “Where are you from?” 걱정이

무색하게 능숙한 영어로 산타가 먼저 말을 건넸다. 한국을

알까? 또박또박 ‘South Korea’를 발음했더니,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는 체를 한다. “오. 잘 알지. 전에 서울에

다녀온 적이 있거든.” 불고기는 먹었는지, 우는 애들에게도

선물은 줬는지, 몇 마디 더 건네고 싶었지만, 뒤에서

기다리는 이들의 눈총이 꽤 따가웠다. “자. 이제 카메라를

봐. 활짝 웃으면 돼. Say 김치!” 동네 사진관 사진사 같은

산타의 능숙한 리드로 기념 촬영까지 마치니 크리스마스

아이돌과의 짧고 굵은 조우가 끝났다.

산타 집무실과 함께 이 마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 또 있다. 핀란드 우정사업본부에서 운영하는 산타 우체국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압도적인 양의

편지가 곳곳에 쌓인 풍경을 만난다. 벽에 붙은 편지지

위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문자 대부분이 새겨져 있다.

주로 아이들이 서툴게 ‘그린’ 염원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며

해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편지들이 산타에게 전해질

때는 12개국의 언어를 구사하는 엘프의 통역을 거친다.

분위기에 휩쓸려 엽서 몇 장을 샀다. 이곳에서 접수된

편지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전 세계로 배달된다. 누구에게

쓸까? 떠오르는 이름 사이에서 까닭 없이 설레는 마음.

자신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 이가 실은 엄마, 아빠라는

일급 기밀을 까맣게 모르는 아이들 사이에서 아주 잠깐, 오롯이 ‘오늘’만 살았던 먼 옛날 어린 시절의 행복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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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ing you should do when visiting Rovaniemi in the wintertime is a reindeer sleigh ride in the snowy forest. The reindeer sleigh ride will take you to a peaceful journey through the fairytale winter forests for a memorable experience in the authentic wild Arctic nature. Snow makes the birch forests magical, and the amazing landscapes will take your breath away. There’s no place like Rovaniemi for a genuine Christmas experience.

40 JOURNEY

순록이 사는 숲

산타 판타지를 충분히 채운 후 숲으로 향한다. 포로하카

순록 농장. 우리에게는 루돌프로 익숙한 순록이 사는

곳이다. 로바니에미에서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눈밭을 달리는 일. ‘달린다’는 표현보다는

‘느릿느릿 끌려간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속도지만, 자작나무 숲의 눈부신 설경을 두 눈에 담기엔 이만한

액티비티가 없다.

라플란드 사람에게 순록은 한국 사람에게 ‘소’와 같은

존재다. 혹한의 땅에서 2500여 년간 핏줄을 이어온

라플란드의 원주민 사미Sami족에게 순록은 버릴 게 없는 짐승. 고기와 내장, 피는 요리해서 먹고, 가죽으로는 옷과

신발을 지으며, 뼈와 뿔은 도구나 장식품을 만드는 데 쓴다.

예전엔 순록의 움직임을 따라 유목 생활을 했지만, 지금은

헬리콥터와 스노모빌의 힘을 빌려 방목 사육을 한다.

수완 좋은 이들은 순록 농장을 외부인에게 개방하고

썰매를 태워준 후 짭짤한 수익을 얻는다. 루돌프 썰매에

로망을 품은 전 세계의 다 큰 어른과 어린아이가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이곳에서 순록을 타는데, 그게 바로 내가 지금

이곳에 온 이유다.

순록 썰매 위에서 겨울 숲의 맑고 상쾌한 공기로 폐부를

흠뻑 적신 후에는 순록 고기로 몸을 따끈히 데울 차례.

보통 간단한 소테(Sauté: 팬에 버터나 오일을 두르고

200℃ 정도의 고온에 살짝 볶는 요리법)로 즐기는데, 사미족은 순록에게서 얻은 지방에 얇게 썬 다리, 어깨살을

튀겨 먹기도 한다고. 간혹 기가 쇠한 이들이 피와 식도, 눈알 같은 것을 마시고 씹으며 정력을 보충한다는 귀띔을

듣기는 했지만, 비위가 약한 한낱 도시인은 ‘고기’에만 도전해보기로 한다. 함께 나온 매시트포테이토를 곁들여

방금 타고 온 동물을 맛봤다. 김치 대신 크랜베리로 입맛을

돋운 후 이번에는 감자 없이 고기만 한 점. 불고기 같은

식감에 뒷맛이 꽤 달다. 사미족에게 순록이 왜 ‘보물’ 같은

존재인지, 자작나무 숲 통나무집 식당 안에서 순록 고기를

곱씹으며 비로소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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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과 함께 살아가는 라플란드의 원주민 사미족 Photo by Ryu Jin

로바니에미의 지금을 즐기는 법

산타 마을과 순록 숲에 라플란드의 옛 시간이 있다면

다운타운에서는 헬싱키 못지않은 모던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퇴각하던 독일군이 도시를

불태우고 떠난 불행한 역사를 간직한 로바니에미의 현재

장면은 북유럽 디자인의 거장, 알바르 알토Alvar Aalto가

만들었다. 그가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한 시청과 오페라

하우스, 도서관 같은 공공 건축물은 지금도 로바니에미

사람의 일상 속에서 건재하다.

번화가를 걷다 보면-이 극북 지방에서 쉽게 만날

거라 생각지도 못한-젊은 무리와 빈번하게 마주친다.

로바니에미가 대학 도시로 유명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법대와 교육대의 명문으로 유명한 라플란드

대학교University of Lapland를 비롯해 로바니에미

기술전문대Rovaniemi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등이 이 도시의 인구밀도와 활기에 힘을 보탠다.

산타 마을과 순록 썰매를 이미 ‘충분히’ 경험한 핀란드

로컬은 로바니에미에서 스키를 타거나 아이스 호텔에

묵으며 오로라를 관찰한다. 궁전 같은 얼음 호텔

루미 린나Lumi Linna는 치열한 예약 접전에서 승리한

이들만 누릴 수 있는 베이스캠프다. 매년 12월 말부터

이듬해 4월 정도까지만 문을 여는 까닭에 경쟁률이

치열하다. 예약에 성공한 이들이 누리는 하루는 이런

일과로 채워진다. 얼음 식탁과 의자가 놓인 레스토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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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로바니에미의 아이스 호텔

은은한 촛불 조명에 의지해 따뜻한 순록 고기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바에서 갓 깎아 만든 얼음

컵에 보드카를 담아 마시며 속을 데운 후 얼음 침대 위에서

순록 가죽으로 만든 침구를 덮고 잠을 청한다. 오로라

예보가 있는 날에는 방문을 열고 지구를 뒤덮은 초록빛

무리의 매혹적인 춤사위를 직관하는 특권을 누린다.

숙박은 못했지만 방문객에게 활짝 열린 이글루 사우나는

놓치지 않았다. 달군 돌에 뜨거운 물을 붓는 전통

핀란드식 사우나로, 수증기가 얼음벽의 차가운 표면과 만나 발생하는 극렬한 김에 얼어붙은 몸이 순식간에 무장해제되는 경험을 만끽했다.

호텔 구경과 이글루 사우나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해가

자취를 감췄다. 별과 달이 눈밭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는

시간, 라플란드 밤하늘의 주인공, 오로라가 모습을

드러내는 때다. 12월부터 3월 말까지 로바니에미에서는

사미족이 ‘여우 꼬리가 바위를 치면서 만드는 불’이라

여기는 오로라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아쉽지만 오늘은 오로라를 만날 확률이 아주 낮은 날이에요. 다음을 기약해보죠.” 가이드의 만류에도 숙소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초록빛 한 줄기라도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발을 동동 구르며 꽁꽁 언 발을 녹이다가 부질없는 바람을 접기로 한다. 오로라가 없어도 라플란드는 충분히 아름다운 곳. 맑고 찬 공기와 만난 날숨에서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냄새가 났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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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Ryu Jin

WHERE EVERY MOMENT LASTS

A PERFECT WAY TO WRAP UP THE YEAR

We are in the last month of the year 2022. If you want to treat yourself to a blissful moment of relaxation in order to wrap up the eventful year, book your stay at THE SHILLA hotels. Enjoy a laid-back staycation in the heart of Seoul, indulge in the wintertime beauty of nature in Jeju, or go for winter sun to get away from the cold and kick back with sunny days in Danang, Viet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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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ILLA SEOUL is offering a special package for those who planning to celebrate the holidays in style. The ‘Winter Blossom’ package features a mini Christmas tree craft session with McQueens Flowers, a globally recognized luxury florist and flower school based in London, UK. Channel your inner artist and create a beautiful and memorable floral creation perfectly matched to the wonderful season.

연말을 우아하게 보내는 방법 서울신라호텔이 본격적인 겨울 시즌을 맞아 따듯한

실내에서 차분한 힐링을 만끽할 수 있는 패키지를

출시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미니 크리스마스트리를

직접 만들며, 설렘을 가득 담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할 수 있는 상품이다.

‘스몰 럭셔리’ 트렌드를 반영해 원데이로 프리미엄급

플라워 클래스를 체험할 수 있는 ‘윈터 블라썸Winter

Blossom’ 패키지가 그것이다. 특히, 이번 플라워 클래스는

럭셔리 플라워 브랜드 ‘맥퀸즈 플라워McQueens

Flower’와 함께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커리큘럼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맥퀸즈 플라워는 1991년 영국 런던 이스트엔드에서

시작한 유럽의 대표적인 럭셔리 플라워 브랜드다. 최상의

플로럴 서비스를 제공하며, 혁신적이고 럭셔리한 스타일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에는 2019년 정식으로

론칭했으며, 럭셔리 브랜드 스토어 데커레이션과 VIP

클래스 운영, 특급 호텔 웨딩 꽃 장식 등을 진행했다.

이번 플라워 클래스에서는 맥퀸즈 플라워의 전문 플로리스트와 함께 겨울의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해 우아하고 스타일리시한 미니 크리스마스트리를

신라 고유의 톤앤매너에 맞춘 미니 크리스마스트리는 서울신라호텔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트리로, 그 특별함을 더한다. 완성된 트리는 집 안 어디에 놓아도 손색없는

크리스마스 오브제가 되고, 정성 가득한 선물로도 제격이다.

체크인 당일 오후 5시부터 약 1시간 동안 19층 라운지에서

진행된며, 플라워팀의 세심한 설명이 가능하도록

소규모(최대 5실 한정)로 운영된다. 1객실당 2인이

참여 가능하며, 2인이 미니 트리 1개를 함께 만든다.

이 프로그램은 12월 17일까지 매주 금~토요일에

진행된다. ‘윈터 블라썸’ 패키지는 디럭스 룸 1박 기준

미니 트리 만들기 세션 참여 혜택(만 7세 이상 참여 가능), 체련장Gym, 실내 수영장 혜택(2인)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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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다. 서울신라호텔과 맥퀸즈 플라워가 협업해 구성한
MORE INFORMATION 서울신라호텔 ‘윈터 블라썸’ 패키지

겨울 제주의 매력에 빠지다

추운 겨울에도 제주의 매력은 끝이 없다. 한라산과

1100고지 습지, 오름에는 눈꽃이 내려앉고, 붉은

동백꽃은 곳곳에 만개한다. 이번 겨울, 제주의 매력에

다시 빠지고 싶다면 제주신라호텔의 ‘어썸 윈터’ 패키지를 추천한다. 따스한 온수풀에서 겨울 수영의 백미를 즐기고, 제주신라호텔의 시그너처 메뉴로 미식의 즐거움까지 더했다.

제주신라호텔의 어덜트 풀은 만 19세 이상 고객만 입장할

수 있어 보다 여유로운 휴식이 가능해 커플 고객에게

사랑받는 시설이다. 또 제주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숨비정원과 중문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매력은 배가된다.

사계절 온수풀로 운영되어 추운 겨울에도 온기 가득한

휴식을 선사한다. 어덜트 풀 옆에는 야외 노천 스파인

자쿠지와 핀란드 사우나도 마련되어 있다. 자쿠지와

핀란드 사우나에서 몸을 따뜻하게 녹이며, 이국적인

풍광의 수영장을 바라보면 진정한 겨울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겨울 수영을 한껏 즐겼다면 이제 배를 든든히 채울

시간. ‘어썸 윈터’ 패키지에는 제주신라호텔의 시그너처

메뉴인 풀사이드 바 전복 한우 차돌박이 짬뽕 혜택이 포함되어 있다. 신선한 전복, 게살, 관자 등이 들어 있고, 불 향이 가득한 국물 위에 차돌박이와 함께 파채를 듬뿍

올린 비주얼은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겨울 수영 후 먹는

뜨끈한 짬뽕은 어떤 진미와도 견줄 수 없는 최고의 맛이다.

짬뽕을 즐긴 후에는 풀사이드 바 딸기 아이스크림이

제공된다. 얼큰한 짬뽕 뒤에 먹는 시원하고 달콤한 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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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디저트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겨울 달빛이 아스라이

비치는 패밀리 풀로 이동해 윈터 라이브 뮤직과 함께

문라이트 스위밍을 즐겨보자. 해외 뮤지션의 흥겨운

퍼포먼스를 감상하며 잊지 못할 겨울밤을 보낼 수 있다.

‘어썸 윈터’ 패키지는 산 전망 스탠다드 객실, 어덜트 풀 데이베드 2시간, 풀사이드 바 전복 한우 차돌박이 짬뽕, 풀사이드 바 딸기 아이스크림이 제공되며, 2023년 2월 28일까지 이용 가능하다.

THE SHILLA JEJU is presenting its ‘Awesome Winter’ package that includes a swim in the heated outdoor pool with the signature menu and dessert at the poolside bar. Find the unique charm of magical Jeju in the winter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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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INFORMATION 제주신라호텔 ‘어썸 윈터’ 패키지

If you want to close the year in a more gorgeous way, fly to Danang, Vietnam with your loved ones. A great winter sun holiday destination.

SHILLA MONOGRAM QUANGNAM DANANG is offering its ‘Shilla Indulgence’ package that features a visit to the old town with a variety of cultural experiences such as traditional crafts and gastronomic celebr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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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peration THE SHILLA SEOUL (82 2 2230 3310) THE SHILLA JEJU (1588 1142) SHILLA MONOGRAM QUANGNAM DANANG (84 235 625 0088)

MORE INFORMATION

신라모노그램 다낭

‘신라 인덜전스’ 패키지

다낭에서 보내는 12월

한 해를 더욱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소중한 사람과

함께 가까운 베트남 다낭으로 떠나보자. 신라모노그램

다낭에서는 화려한 연말을 맞아 다양한 식음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다채로운 혜택이 포함된 패키지를 선보인다.

먼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바다와 야외 수영장을

조망할 수 있는 파노라믹 오픈 스페이스 라운지 & 바인

‘바 M’에서는 12월 한 달간 프리미엄 차와 커피 셀렉션을

달콤한 간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페스티브 티타임Festive Teatime’을 진행한다.

올 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다이닝 M’에서는 연말을 맞아

12월 24일, 25일과 12월 31일, 특별한 이벤트와 메뉴를

제공한다.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 디너 뷔페에서는

라이브 공연과 러키 드로우 이벤트가 진행되며, 로스트 비프

웰링턴부터 스시, 베트남 전통 요리 등 다채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당일인 12월 25일에는 특별한

런치·디너 세트 메뉴를 이용할 수 있다. 베트남식, 한식으로

구성된 런치부터 와인을 곁들인 서양식 디너까지, 세심하게

준비된 메뉴로 기분 좋은 연말 분위기를 만끽해보자.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은 2023년을 맞이하기 위한

카운트다운을 준비할 시간이다. 다이닝M 디너 뷔페에서

그릴드 로브스터, 립아이부터 베트남 전통 음식인 반깐Banh Canh, 반쎄오Banh Xeo 등을 샴페인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바다 전망 객실과 다채로운 미식, 그리고 베트남의 현지

문화 체험까지 경험하고 싶다면, ‘신라 인덜전스Shilla Indulgence’ 패키지를 제안한다. 2박 이상 투숙 시 이용

가능하며, 논누억 해변이 바라보이는 객실에서의 휴식과

다이닝M에서의 풍성한 미식 혜택이 제공된다.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을 위한 조식이 포함되어 있고, 중식 또는

석식을 투숙 중 1회 이용할 수 있어 호텔에 머무는 동안

인터내셔널 뷔페를 한껏 즐길 수 있다. 특히 온수풀로

운영되어 겨울에도 따듯한 야외 수영을 즐길 수 있는

4가지 콘셉트의 야외 수영장은 완벽한 호캉스를 위해

놓칠 수 없는 신라모노그램 다낭만의 시그너처 시설이다.

또 랜턴 또는 코코넛 잎 공예를 만드는 베트남 전통 공예 클래스를 투숙 중 1회 체험할 수 있는 혜택이 포함되어 더욱 특별하다. ‘신라 인덜전스’ 패키지는 12월 31일까지 이용

가능하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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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TIVE WINTER MOMENTS

It’s time to celebrate as the most exciting and wonderful time of the year draws near. Christmas vibes are everywhere as the sounds of carols resonate through the streets. THE SHILLA hotels are dazzlingly dressed with magnificent Christmas decorations. Both the exterior and interior are festooned with sparkling lights, crystal garlands, and contrasting black and red modern ornaments to further enhance the festive atmosp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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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라호텔 지하 아케이드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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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붉은 비즈를 더한 박선기 작가의 작품 레드 컬러의 오브제와 책들로 크리스마스 무드를 더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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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베어 오너먼트로 장식한 키즈 라운지의 크리스마스트리

즐거운 홀리데이 시즌이 시작되었다. 아름답게 꾸민 크리스마스트리와 형형색색의 조명, 곳곳에 울려 퍼지는

캐럴, 축제를 앞둔 사람들의 경쾌한 발걸음. 연말을 맞아

거리는 크리스마스 무드로 물들며, 조금씩 예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서울신라호텔도 호텔 외관부터 내부

곳곳에 반짝이는 조명과 투명한 크리스털, 블랙 & 레드

컬러의 모던한 오브제 등으로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을

완성했다.

먼저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서울신라호텔을 대표하는

포토존인 박선기 작가의 설치 작품 ‘조합체An Aggregation

130121’가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펼쳐진다. 평소 투명한

비즈로 반짝이던 작품은 겨울 시즌, 레드 컬러 비즈를

추가해 연말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일반적으로 호텔 로비

중앙에 화려하게 장식한 크리스마스트리를 배치하는데, 서울신라호텔은 이 작품이 트리를 대신한다. 패스트리

부티크 맞은편 와인셀러 공간에 자리한 박선기 작가의 또

다른 작품도 레드 컬러로 옷을 갈아입었다.

호텔 곳곳에 세팅한 플라워 데커레이션도 레드 컬러의

꽃과 소재를 이용해 크리스마스 무드를 선사한다. 로비, 더 라이브러리, 더 파크뷰, 패스트리 부티크,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등에는 플라워 데커레이션과 트리를 연상시키는

오브제로 과하지 않은 신라만의 우아한 콘셉트와 함께

설렘 가득한 연말 분위기를 연출했다. 멋진 작품과

유니크한 오브제가 있어도 연말에 크리스마스트리가

The Kids’ Lounge, which opened this year, has a beautiful Christmas tree, a popular spot for photo ops among kids of all ages. Decorated with modern Christmas ornaments added to the soft wooden interior, the room creates an air of great festivity for year-end celebrations.

빠질 수는 없는 법. 서울신라호텔은 지하 1층 아케이드와

더 파크뷰, 영빈관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날 수

있다. 아케이드 광장에는 반짝이는 아크릴 비즈와

조명으로 연출한 신라호텔만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크리스마스트리가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로비처럼 붐비지

않아 여유롭게 트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 연말 모임으로 북적이는 더 파크뷰 테라스도 다양한

크기의 크리스마스트리로 장식해 연말의 설레는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바라보며, 행복하고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영빈관 후정에서도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날 수 있다. 고즈넉한 영빈관 분위기와 은은한 달빛이 어우러져 서울신라호텔만의

독특한 연말 분위기를 자아낸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키즈 라운지에도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했다. 기존에 커다란 신라베어가 놓여 있던 포토존에 크리스마스트리 2개가 자리를 잡았다. 트리는 레드와

화이트의 작은 신라베어를 오너먼트로 장식했다. 트리

앞에는 머플러를 두른 귀여운 신라베어가 놓여 있어 인형을 안고 특별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키즈 라운지 곳곳에는 홀리데이 시즌 신라베어와

크리스마스 오브제, 그리고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동화책

등이 진열돼 설렘 가득한 연말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서울신라호텔에서 연출한 홀리데이 데커레이션은

2023년 1월까지 이어진다. N

55 cooperation THE SHILLA SEOUL (82 2 2230 3310)
크리스마스 관련 동화책과 그림,
한 신라베어로 장식된 키즈
머플러를
라운지

THE GLITTER OF CHAMPAGNE

Champagne, as sparkly as Christmas decorations, is always present in important events like a holiday dinner. Popping the cork on the bottle of a bubbly drink will get you in the holiday spirit. Toast the end of 2022 with a selection of three champagnes offered by the PASTRY BOUTIQUE at THE SHILLA SEOUL.

56 DRINK
(왼쪽부터) 페리에주에 벨 에포크 2012, 앙리 지로 아이 그랑 크뤼 MV 17, 파이퍼 하이직 로제 소바쥬 브뤼

cooperation PASTRY BOUTIQUE (82 2 2230 3377)

연말 모임으로 바빠지는 시기다. 홀리데이 디너에 빠질

수 없는 한 가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코르크를 오픈해

가늘고 긴 플루트 잔에 따르면, 섬세하게 반짝이는 기포가

피어오르는 샴페인이다. 모임을 주최한 호스트든, 초대를

받은 게스트든, 좋은 샴페인과 함께라면 모두에게 찬사를

받을 수 있다. 어떤 샴페인을 준비할지 고민된다면, 서울신라호텔 패스트리 부티크에서 추천하는 샴페인을

참고하자.

패스트리 부티크는 연말을 맞아 초심자를 위한 대중적인

샴페인부터 구하기 힘든 레어 제품까지 다채로운

샴페인 셀렉션을 준비했다. 그중 앙리 지로 아이 그랑

크뤼Henri Giraud Aÿ Grand Cru MV 17, 페리에주에 벨

에포크Perrier-Jouët Belle Époque 2012, 파이퍼 하이직

로제 소바쥬 브뤼Piper-Heidsieck Rosé Sauvage Brut를

소개한다.

앙리 지로는 1625년부터 지금까지 약 5세기 동안

가족경영을 이어오는 샴페인 하우스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사실상 가장 뛰어난 샴페인

하우스The finest Champagne house virtually”라고

극찬했으며, 파커와 함께 와인평론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젠시스 로빈슨도 ‘프랑스 3대 샴페인’ 중 하나로

앙리 지로를 꼽았다. 1625년부터 4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이어오는 지로 가문은 1990년까지도 몇 안 되는 단골

고객에게만 와인을 납품했을 정도로 극소량의 와인을

생산해왔다. 아버지 앙리 지로Henri Giraud에 이어 현재

와이너리를 이끄는 가문의 12대손 클로드 지로Claude

Giraud는 포도 재배 과정부터 숙성 과정까지 어느 한

단계도 빠뜨리지 않고 직접 매니징하는 엄격한 관리자로

유명하다. 2000년부터는 그의 둘째 사위인 세바스티앙

르 골베Sébastien Le Golvet가 와인 메이킹을 담당하고

있다. 앙리 지로 아이 그랑 크뤼 MV는 앙리 지로의 상위

라인이며 MV는 Multi Vintage의 약자다. 실크의 결처럼

부드럽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품이 특징으로 연간 3만 병

정도만 생산한다.

페리에주에는 프랑스 와이너리 가문의 피에르 니콜라스

페리에Pierre-Nicolas Perrier와 로즈 아델라드 주에RoseAdélaïde Jouët가 결혼해 이들의 이름을 따서 1811년

설립한 샴페인 하우스다. 빅토리아 여왕, 나폴레옹 3세, 벨기에의 레오폴 1세 등 유럽 왕실이 사랑한 샴페인으로도

유명하다. 또 샴페인 역사상 처음으로 드라이한 샴페인인

‘브뤼’ 스타일을 만든 샴페인 하우스로도 샴페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페리에주에를 대표하는 제품인

벨에포크는 1902년, 아르누보 예술 창시자 에밀 갈레Émile

Gallé가 디자인한 아네모네 꽃이 그려진 보틀이 특징이다.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를 블렌딩해 섬세한

흰 꽃의 아로마에 레몬, 복숭아, 서양배의 신선함이

오랜 숙성을 거친 아몬드, 캐러멜, 꿀의 풍미와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파이퍼 하이직은 1785년 플로렌스 루이 하이직Florens

Louis Heidsieck이 ‘여왕을 위한 최고급 샴페인’을

생산한다는 목표로 설립했다. 1837년 앙리 기욤

파이퍼Henri-Guillaume Piper가 회사를 물려받으며

‘파이퍼 하이직’으로 이름을 바꿨다. 파이퍼 하이직은

특별한 빈티지의 샴페인을 위해 최초로 유명 주얼리 & 패션 디자이너와 컬레버레이션한 샴페인 하우스로, 샴페인

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했다. 파이퍼 하이직 로제

소바쥬 브뤼는 전통 샴페인 하우스에서 선보이는 개성

넘치는 ‘소바쥬(야성적인)’ 로제 샴페인으로 칸영화제의

공식 샴페인이기도 하다. 화려한 로제빛과 생동감 넘치는 스파클링이 인상적이다.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체리, 그리고 야생 딸기 등 잘 익은 레드 베리 향이 풍부하며, 시트러스, 귤, 그리고 블러드 오렌지 같은 상큼한 과일 향이 느껴진다. 약간의 파프리카와 사프란의 향이 피니시에 더해진 좋은 구조감과 프레시함이 느껴지는 와인으로, 피망과 찻잎, 감초의 스파이시함이 와인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크리스마스트리만큼 반짝이는 샴페인과 함께 축복으로 가득한 연말 모임을 완성해보자. N

57

PLEASURE IN A HECTIC PACE OF EVERYDAY LIFE

In everyday life, we remember an image of something as if taking a snapshot moment by moment. Documenting our daily lives in her own way, artist Yoo Eui-rang conveys a sense of energy as well as peace of mind to the audience with her meticulously detailed, expressive paintings. Characterized by bright colors and delicate patterns on the large canvas, “Flowers and Trees” by Yoo Eui-rang is displayed in the hallway on the 6th floor of THE SHILLA JEJU to delight visitors.

제주신라호텔 곳곳에는 유명한 회화 작품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중 유의랑 작가의 ‘꽃과 나무’는 캔버스의

커다란 크기와 시리게 푸른 하늘, 떡 벌어진 나무와

오색찬란한 돗자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무 사이사이에

열린 열매, 동백과 수국의 조화를 보면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Henri Rousseau의 환상 같은 그림이 생각난다.

섬세하게 그린 나뭇잎과 꽃잎은 직접 손으로 그렸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색감은 쨍하지만 빨간 머리 앤과 다이애나가

피크닉을 떠난 것처럼 목가적이다. ‘꽃과 나무’ 외에 일렬로

걸린 ‘휴식’ 연작 5점은 수필집에 담긴 삽화처럼 소박하고

평화롭다. 지친 현대인에게 쉼을 내어주는 화가의 일상이

궁금해 북한산 자락의 작업실을 찾았다.

60
LISTEN
유의랑, ‘꼼꼼’, Oil on Canvas, 165×45cm © 유의랑
61
유의랑, ‘색동-항아리’, 2021, Oil on Canvas, 162.2×112.1cm © 유의랑

N. 수많은 예술 작품이 전시된 제주신라호텔에서도

유의랑 작가의 ‘꽃과 나무’는 시그너처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아왔다.

Y. 제주신라호텔이 오픈한 1990년에 걸었으니

‘꽃과 나무’를 그린 지 벌써 32년이나 됐다. 당시 호텔

인테리어를 맡은 디자이너가 그림 사이즈를 정해줬다.

캔버스 길이가 아파트 실내 높이보다 긴 290cm에 달한다.

그걸 아파트 안방에서 그렸다. 넓은 안방이어도 세울 수

없으니 완성 후 운반할 때 처음 세워서 봤다. 평소 그림을

그리는 데 오래 걸리는 편인데, ‘꽃과 나무’는 의뢰받은

날짜가 길지 않아 괴력을 발휘해 그렸다. 신라호텔을

방문하는 커플이 그 그림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더라.

신라호텔에서 그림을 본 분들이 연락해올 때가 많다.

지난여름에 제주신라호텔을 방문했는데, 가는 길에 수국이 만발해 있었다. ‘꽃과 나무’에도 수국이 가득하다.

화사하니 이미지가 잘 맞는 것 같다.

N. 초창기 작품인 ‘휴식’ 시리즈부터 작품에 핸드백, 목걸이, 모자 같은 일상적인 물건이 꾸준히 등장했다.

일상을 면밀히 관찰해야 가능한 그림이 아닐까.

Y. 풍경이 아름다운 곳을 산책하거나 다정한 사람들과

함께할 때 휴식을 취할 수 있겠지만, 지하철을 타거나 길을

걷는 동안에도 쉴 수 있다. 삶의 풍경 속에서 스냅사진처럼

머릿속에 찍히는 풍경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일상은

살아가는 시간의 기록이며,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나를 상징하는 도구다. 그림에 자주 쓰이는 달과 달무리는

달을 보며 그리워하는 것을 담는다. 어머니, 친구, 하나님, 아버지와의 추억, 풋풋했던 젊음의 열정. 그래서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위로와 안심, 따뜻함을 전달하려고 한다.

제주신라호텔 6층에 걸린 유의랑 작가의 ‘꽃과 나무’

유의랑 작가

62 LISTEN

N. ‘휴식’과 ‘꼼꼼’ 시리즈부터 현재의 색동

스트라이프까지, 실제로 그림을 보면 반복적인 터치에서

오는 힘이 느껴진다.

Y. 그림이 힘 있고 밀도 높을 수 있는 건 작업량과

작업 시간에서 기인한다. 일상을 군대처럼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하는 편이다. 별일이 없으면 종일 작업에

몰두한다. 작업량이나 작업 시간이 많을 때 더 질 좋은

그림이 탄생한다는 걸 경험했다. 그리고 밀도 있는 게

평안함을 주지 않는가. 그릴 때도 뜨개질하듯 차분하게

반복하는 것이 즐거움을 준다. 풀과 나무를 그릴 때도 꽃에

물을 주고 다듬듯 여러 번 그리면 예쁘고 풍성해진다.

그림은 늘 무모함에 대한 도전이기에 가능하다.

N. 주제나 표현 기법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50년

넘게 작업하면서 크게 5번의 변화가 있었다.

Y. 그림은 바꾼 게 아니라 바뀐 거다. 작업을 열심히 할 때

기대하지 않은 자극과 도전을 받게 되는데, 그게 새로운

스타일을 만든다. 일상 소품, 나무, 풀로 채워진 ‘휴식’

시리즈에서 더 밀도 있는 그림으로 극대화하기도 하고, 가느다란 3/0호 붓으로 그림을 꼼꼼하게 그리다 보니

숨이 막혀 달항아리 하나만 있는 텅 빈 그림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원형 캔버스 같은 제한적인 공간을 채우다가

마티에르(질감)를 표현하고 싶어 나이프를 들었다. 현재는 ‘색동’이라는 색의 향연 속에 빠졌다. 예전 그림은 드로잉할 때 이미 완성된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져 모험을 허락하지 않았다. 최근에 나이프로 그리면서 우연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구상에서 추상으로 옮겨간 건 아니다.

여전히 구상에 머물러 있다.

N. 최근 작인 ‘색동 스트라이프’ 연작은 색감이 화사하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Y. 태생적으로 예쁘고 ‘짼질짼질한’ 무늬를 좋아한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추구, 소녀 취향이 있다. 어릴 때는

상자가 굉장히 귀했다. 자잘한 무늬가 있는 천을 얻어

와 와이셔츠를 담는 상자 같은 데다 종일 옮기면서 천의

무늬를 보고 놀았다. 살아보니 진실되고 착하고 아름다운

것, 진선미는 다 통하는 것 같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색이

화려해졌다. ‘루미너스 핑크’라고 형광빛 도는 물감을

들어오는 대로 막 사서 쟁여놨다. 일부러 화려한 색을 쓰는

건 아니지만, 세상에는 예쁜 색감이 많다. 외출하고 돌아와

그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앞으로는 컬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거다. 그래서 하고 싶은 대로, 더 칼날을

갈아 화려한 색을 쓸 거다.

N.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릴지 예상할 수 없다. 또 그림이

바뀔 것 같은가?

Y. 그림을 천천히 그리려고 애를 쓴다. 갱도를 타고

내려가 어두움, 외로움과 싸우는 광부처럼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고흐의 작업이

말해주듯 가장 간절한 소망을 그림에 투사하면 좋은

그림이 태어날 거다. 양에서 질이 나오듯 그냥 꾸준히

그리다 보면 스타일이 나올 거다. 현재는 색동 스트라이프

작업을 2~3년 더 할 것 같다. 미완성 작품도 그려야 하고, 어쩌면 ‘꼼꼼’처럼 밀도 있는 작업을 할 수도 있다. 나이가

더 들면 마크 로스코처럼 그냥 쓱쓱 그리다가 느낌이

있으면 그림을 끝내는 그런 그림을 그리지 않을까.

영혼의 진혼곡처럼 남을 작품을.

N. 연말에 준비하고 있는 작업은?

유의랑 보는 이들에게 휴식을 전하기 위해 일상의 언저리에서 작고 소박한 기물을 건져 올려 그림을 그린다. 동아대 회화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50여 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림을 그려왔다.

1970년 서울은행 화랑 초대전(부산)에서 첫 개인전을 치렀으며, 이후 신세계 현대아트, 인화랑, 서울은행 초대전 등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제주신라호텔을 비롯해 한솔그룹, LG그룹, 한국은행, 호암미술관, 삼성물산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Y. 오는 12월 15일에 갤러리 자인제노에서 소품전을 열 예정이다. 한동안 작가는 그림으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 작업에만 몰두했는데 올해 갈등이 많았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아트앤에디션과 함께 ‘꼼꼼’ 시리즈의 프린트 작업도 준비 중이다. N

63

Motivation to Preserve Historical Heritage

Korean traditional painting dates from 2000 years ago during Goguryeo period, and has evolved since then with cultural influences from East Asian art and Buddhism. Young Korean artists who emerged in the 2000s are now expanding their presence in the art scene by combining historical heritage and features of Western painting in a bold and unique manner to develop the present-day Korean traditional painting as a genre of contemporary art.

64 HERITAGE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원한다던 백범 김구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문화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없이 많은 외세의 침략과 문화 말살이

있었던 35년간의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2022년 현재 한국은 세계 곳곳에

강력한 소프트 파워를 떨치고 있는

문화 강국이다. 이는 외골수처럼 전통만

고집한 것이 아니라 선대의 유산을

지키면서도 외국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우리의 것’으로 혁신했기

때문이다. 이런 혁신은 우리의 그림, 한국화韓國畵에서도 잘 드러난다.

65
박그림, ‘심호도_월광’, 2022, Color on Silk, 250×122cm, ‘심호도_일광’, 2022, Color on Silk, 250×122cm, 일민미술관 제공 © (사)서울특별시미술관협의회

In 1982, the National Art Exhibition became rebranded as the Grand Art Exhibition of Korea, and its “East Asian Art” category was retitled as “Korean Traditional Painting.”

66 HERITAGE
황규민, ‘안녕, 안녕’, 2022, Woodcut, Ink and Watercolor on Paper, 31.1×21.1cm Each, 일민미술관 제공 © (사)서울특별시미술관협의회

수용과 융합, 그리고 혁신

한국화는 한국의 전통 기법과 형식에 따라 그린

그림을 일컫는다. 그러나 한국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1982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서화일치書畵一致라고 해 글씨[書]와 그림[畵]을

합친 서화라는 개념밖에 없었다. 선불교에서

시작된 남종화南宗畵와 테크닉적인 부분을 강조한

북종화北宗畵가 서화를 양분하고 있었으며, 겸재 정선이

진경산수眞景山水를 선보이면서 18세기 조선 화단에

변혁을 일으켰다. 진경산수는 남종화처럼 외래적인

영향에서 이탈해 한국의 회화를 지향한 첫 예로 여겨진다.

이후 19세기 청나라를 통해 기법 존중주의와 서양의

사실주의가 들어오면서 생활 주변의 사물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개화한 일본은 이미

19세기 말 인상주의와 표현주의 등 서양화풍을 적극

수용하고 있었다. 20세기 들어 일본으로 유학 간

한국 화가들이 서양화와 일본화를 국내에 유입했다.

광복 이후 1950년대가 되어서야 한국 화가들은

앵포르멜Informalism, 추상표현주의 등 모더니즘을

직접 수용하기에 이른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화를 잇는 수묵화만을 전통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으며, 서양과 일본, 중국의

영향을 포괄적으로 받은 한국의 그림은 동양화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표현해왔다. 해방 이후 제기된 식민

문화의 청산과 민족 정체성의 발견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1982년 열린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계기로

동양화 장르의 명칭이 한국화로 변경됐다. 이때부터

한국화는 전통 예술과 구별되는 근대의 장인 동시에

현대의 서양화와도 자연스럽게 이항관계에 놓인다.

한국의 근현대사와 ‘다른 시대’의 한국화

전시 <다시 그린 세계: 한국화의 단절과 연속>은 한국화를

이루는 주제와 재료, 표현 기법의 실험에서 참조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모아 동시대 미술의 한 장르로서 한국화의

현재를 살핀다. 근대의 보편적 성질과 한국의 특수한

지역성에 의해 정의된 ‘한국화’ 개념은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감각과 긴밀하게 이어진다. 한국화가 발전해온

과정은 ‘한국성’을 표방하는 공동체가 굴절된 경험을

거쳐 독특한 근대성Modernity을 재구성하는 여정이었다.

전시는 혼성의 현대를 ‘다른 시대Alter-age’로 가정한다.

이 ‘다른 시대’는 과거 패권적인 역사나 근현대의

탈식민주의 담론, 동시대의 다원주의 밖에서 전통을

긍정하며 발전하고 있다.

전시는 남종문인화를 이끈 추사 김정희와 그의 계보를

잇는 예술가 22인, 2000년대 이후 화단에 등장한 동시대

작가 13인, 겸재 정선과 퇴계, 사임당 등 시간을 초월해

지표화된 인물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화의

기반인 전통이 오늘날 어떻게 실재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인 동시에 많은 부분이 사라진 전통을 ‘연속’과

‘단절’로 생각해보기 위한 장치다.

겸재

67
정선, ‘숙몽정’, Ink on Paper, 23×38cm, 일민미술관 제공 © (사)서울특별시미술관협의회

전통 방식과 현시대의 관념의 결합

2000년대 이후 등장한 동시대 작가들은 전통 방식을

모사와 참조, 변용으로 전승하고, 지금 이 시대 위에

‘다시 그려’ 단절된 한국화의 계보를 잇는다.

1991년생인 노한솔은 장지 위에 여러 겹의 시각

체계를 쌓는 방식으로 개인적인 경험과 사회적인 경험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 불일치의 감각을 탐구한다.

‘외부차량출입금지, 차치량외출입금부’와 ‘사기탄핵무효, 사탄기핵무효’ 연작에서는 ‘출입금지’ 같은 사소한 금지, 기시감을 표현하는 짧은 자막, 의미를 거의 상실한 낙서, 전형적인 구복의 주문 등으로 구성된다. 양면에 순서가 바뀐 글자를 배열해 대구를 이룬 네 폭의 그림은, 지시적인

권고가 본래의 문맥을 이탈해 불완전한 혼란을 야기하는

현실을 묘사했다.

배재민은 불화의 교리와 수행성에 바탕해 전형적인 불교

도상과 개인적인 삶의 경험을 뒤섞는다. ‘하프 서클’은 반원

모양의 해가 환각처럼 보인 사건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고찰하며 그린 작품이다. 삼베에 먹과 옻으로 채색한 후

스퀴즈로 전면을 밀어 대상의 윤곽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불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순간의 심상을 의미로

전환하고자 한다. 2022년 시작된 ‘금강’ 연작은 부처의

수호신인 금강역사를 소재로 다룬다.

정해나는 연회도宴會圖와 사녀도仕女圖 등의 형식을 따라

실종자를 찾는 형사의 일지를 그림으로 옮겼다. ‘의문의

방문객’과 ‘연회장의 밤 5. 실비 내리는 댄스홀’은 여성을

뜻하는 러시아 속담 ‘긴 머리와 그보다 더 긴 혀를 가진

동물’에서 착안해 시작한 연작이다. 혀와 입과 얼굴이 없어

말하지 못하고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가상의 여인이 실종된 사건은 안개, 구름, 기암괴석, 의복 등 한국화의

주요 소재가 실제로 경험한 현실의 풍경과 겹쳐 있다.

현실과 맞닿은 이미지에 주목하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 한국 화가들은 현시대의 물건을

한국화에 접목하기도 한다. 문주혜는 게임과 종교화에서

특정 서사를 설득하려고 사용하는 이미지 클리셰에

주목한다. 특히 RPG 게임에서 캐릭터나 스킬의 묘사에

쓰이는 그래픽 효과, 디자인 등 부차적인 장식을 재조합해

안료를 머금는 특성을 가진 장지 위에 쌓아 올린다.

이 과정에서 서사의 자연스러운 완결을 의심하고 선과 악, 빛과 어둠 같은 이분법적 도상을 혼합한다.

박그림의 ‘홀리 띵스’ 연작은 불교의 지물과 천주교의

성물을 애니메이션 속 변신 도구로 만든 것으로, 이를 통해 스스로 내적 깨달음에 이른 경험을 그렸다.

연작 중 하나인 ‘홀리 메이크-업’은 향수, 립스틱, 파우더

등을 손에 쥔 광고 모델의 전형적인 동작과 부처의 공덕을

상징하는 수인手印을 동시에 연상시킨다. 지물과 유사한

권능을 부여받은 현대의 화장품을 위기의 순간에 주인공을

구명하는 변신 도구로 은유한다.

공원이나 광장에 설치된 분수를 관찰해 그린 ‘부유하는

물덩이’ 연작은 종이 위에 안료를 쌓아 물을 표현하는

박소현 작가의 작품이다. 분수는 현대를 상징하는 도시

풍경 중 하나로 중력을 거슬러 분출한다는 점에서 고전

산수의 낙수落水에 역행한다.

전시 <다시 그린 세계: 한국화의 단절과 연속>은

진경산수로 시작된 한국화의 태동부터 태어날 때부터

동서양의 구분 없이 세계 속의 존재로 자란 21세기 젊은

작가들의 한국화까지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전시는

2023년 1월 8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N

68 HERITAGE

노한솔, ‘외부차량출입금지, 차치량외출입금부’, 2022, Ink and Spray on Paper, 160×50cm, ‘사기탄핵무효, 사탄기핵무효’, 2022, Ink and Spray on Paper, 160×50cm, 일민미술관 제공

69 Cooperation Ilmin Museaum of Art (82 2 2020 2050) ※ (사)서울특별시미술관협의회가 서울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촬영한 사진입니다.
배재민, ‘하프 서클’, Ink and Lacquer on Hemp, 230×180cm, 230×180cm, 180×230cm, 일민미술관 제공 © (사)서울특별시미술관협의회

Longevity, the Best of Five Blessings The Ten Symbols of Longevity

Depicting natural elements believed to represent immortality, ‘The Ten Symbols of Longevity’ painting embodies the human wishes for longevity.

오복五福의 으뜸, 장수長壽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이다. 하지만

오래 산다는 것 하나로 행복할 수 있을까? 중국의

성인이었던 기자箕子는 주周의 무왕武王에게 세상을

다스리는 바른 이치를 『홍범洪範』으로 정리해주었다.

『홍범』에 실린 인간의 다섯 가지 복은 장수가 으뜸이고, 그다음으로 부富, 강녕(康寧, 건강), 유호덕(攸好德, 보람된 봉사), 고종명(考終命, 제 명을 다한 편안한 죽음)이다.

이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춘 삶은 쉽지 않기에 오복으로

특별히 꼽았을 것이다. 넉넉한 재산을 누리며 건강하게, 사람들을 위해 보람되게 살다가 편안하게 떠나는

것이야말로 ‘오래 사는 것’의 참된 완성이 아닐까. 불로초를

찾아 헤맨 진秦의 시황제始皇帝는 끝내 객사해 수레에서

썩어갔다. 오래 사는 일에만 허덕일 때, 행복의 조건들은

소나무

Tree 학 鶴 Crane 거북 龜 Tortoise

떠나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재호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한국회화사를 전공하고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무형유산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문화재연구소

등에 재직하며 한국의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전시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사슴 鹿 Deer 영지(불로초) 靈芝

Lingzi Mushroom

<자줏빛 노을에 물들다-자하 신위 탄생 250주년 기념 서화전>과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등의 전시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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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日 Sun 산 山 Mountain 구름 雲 Cloud 물 川 Stream 돌 岩 Rock 松 Pine

십장생十長生은 한국에만 존재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장생불사長生不死에 대한 희구가

신선神仙 사상과 도교道敎로 전개되었다. 인간이 자연과

하나 되면 그 무한한 생명력을 받아들여 영원히 사는

신선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자연은 늘 변화하지만

짧은 시간을 살다 가는 인간의 눈에는 영원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자연물을 장수의 상징으로 꼽는 개념이 발달했다. 한국에서는 고려 후기부터 십장생十長生 개념이 확립되어 문학과 미술의 소재가 되었다.

이색(李穡, 1328 1396)의 시 「세화십장생歲畫十長生」은

고려 말기에 이미 십장생을 새해맞이 그림으로 그렸음을

알려준다. 여기에서는 해, 구름, 물, 돌, 소나무, 대나무, 영지, 거북, 학, 사슴을 십장생으로 꼽았다. 성현(成俔, 1439 1504)의 「수사세화십장생受賜歲畫十長生」은

조선 전기부터 국왕이 십장생도를 세화로 하사했음을

보여준다. 해, 달, 산, 냇물, 대나무, 소나무, 거북, 학, 흰 사슴, 붉은 영지를 꼽고 있어 이색의 십장생과는 구름-달, 돌-산이 각기 다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십장생 개념은

시대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며, 그림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진채眞彩 병풍으로 함께 나눈 행복

이 병풍에는 해, 산, 구름, 물, 돌, 소나무, 학, 거북, 사슴, 영지와 함께 3000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 천상의 복숭아 반도蟠桃가 그려져 있다. 막 떠오른 해는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가없는 양기陽氣를 뿜어낸다. 오색으로 물든

신비한 채색 구름 사이로 학의 무리가 날아들고, 산속

오솔길에는 사슴 무리가 쌍쌍이 거닌다. 거북은 신령한

기운을 토해내며 물장구를 치고 있다. 영지가 가득 돋아난

환상 세계, 신선이 노니는 영원한 생명의 공간이다. 조선

후기의 어느 화가는 값비싼 진채眞彩 물감을 아낌없이

베풀어 이 병풍을 완성했다. 소나무 줄기의 붉은색과

바위의 녹색이 이루는 선명한 대비 효과에 약동하는

생명력이 담긴 듯하다.

지체 높은 가문의 경삿날, 이 병풍이 펼쳐졌을 것이다.

병풍은 혼자 아껴 보는 그림이 아니다. 조선의 잔치는

지나가던 나그네도 솟을대문을 들어와 한 상을 흔쾌히

받을 수 있는 나눔의 자리였다. 친한 사람, 서먹한 사람, 모르는 사람이 기쁘게 어우러지는 날, 이 십장생도 병풍은

모두가 함께 바라보며 주인공의 장수를 빌어주는 행복한

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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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도十長生圖’, 작가 미상, 조선 19세기, 133.2×431.2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2021년 고 이건희 기증
cooperation National Museum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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