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ian 202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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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74

May 2023

The Serpenti Collection

Inspired by the timeless charm of the mythical snake, the Serpenti jewellery creations captivate with their sinous lines and enveloping shapes. An emblem of modernity, for 75 years Serpenti has been continually reborn through the creativity of the master Roman jeweller, expressed in endless shapes and designs.

2023/5 NO. 274 AN ANNIVERSARY TO MAKE A MORE MEANINGFUL LIFE

Meaningful Moment

Celebrating each other’s time made us realize the true value of living in the moment and how precious everyday life is.

12 OBJECT

실거베라 7송이와 유칼립투스를 섞은 꽃다발을 들고 호텔

로비에서 잠시 서성거렸다. 약속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해

그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우아하고 화려한 꽃바구니를

든 사내가 차에서 내려 로비로 들어왔다. 똑같이 꽃을

들고 있어서인지 사내와 잠시 눈이 마주쳤다. 사내는 이어

쇼핑백 안에 든 꽃바구니를 조심스럽게 챙기며 옷매무새를

고쳤다. 중요한 자리를 앞둔 모양이었다. 패스트리

부티크의 진열대 앞에 선 여성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고민 끝에 직원에게 케이크를 가리켰다. 고심하던 표정과

달리 케이크를 들고 로비를 나서는 여인의 발걸음은 어떤

기대감 때문인지 무척 산뜻했다. 아케이드에서 올라오는

다정한 커플의 모습에서는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5월의

신랑과 신부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렇다. 5월이었다.

5월은 탁상용 달력에 빨간색 동그라미와 별표가 가장 많이

그려지는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 같은

우리 일상에서도 특별한 법정 기념일이 있고, 5월의 신부인

누군가에게는 결혼기념일이, 5월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생일이 있는 달이다. 5월에는 그 외에 여러 기념일이 있다.

그 많은 기념일이 왜 있을까.

다시금 주변을 둘러봤다. 호텔 로비에는 항상 특유의

경쾌함과 기대감이 공존한다. 호텔이라는 공간은

머무르는 것에만 목적이 있는 곳이 아니라서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호텔은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나는 공간이자

기념의 공간이다. 라운지와 다이닝 레스토랑, 베이커리,

연회장, 영빈관 등 모두 누군가 혹은 어떤 일을 위한

기념과 이벤트가 항상 열린다. 누군가의 결혼식, 누군가의

프러포즈, 누군가의 첫돌, 누군가의 칠순처럼 서로를 더욱

소중하게 이어주는 일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마침 호텔 현관으로 그녀가 화사한 원피스를 입고

들어섰다. 그녀를 처음 만난 날처럼 잠시 눈이 부셨던

건 착각일까. 평소와 다른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하자 잠시 어색한 표정을 짓다 그녀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입가에 웃음이 피어났다.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문한 디너 코스와 와인을 차례로

음미하면서 여느 때처럼 서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한 추억을 나누며 이야기가 꼬리를 물기도

했다. 코스가 막바지로 향할 때쯤 첫 번째 디저트가 나왔다.

그녀가 핑크빛 폼을 곁들인 고트 치즈 무스를 떠서 입안에 넣었다. 부드럽고 향긋한 거품과 적당한 질감의 무스가

조화를 이루며 스르르 녹자 눈과 입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디저트와 페어링한 소테른 와인 한 모금을 곁들이기 위해

눈빛으로 서로의 잔을 부딪쳤다. 올해도 가족이 된 것을

축하하면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기념했다. 일상에

매몰되어 각자의 삶에 더 치중할 때도 있고 반목할 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서로를 통해 소중한 변화가 생기고

앞으로 더 나아가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어제의 변화도, 오늘의 변화도, 내일의 변화도 모두 함께하고 있는

덕분이었다. 이런 생각이나 감정, 마음은 평소라면 미치지

못했을 터였다.

우리는 기념일처럼 특별한 순간을 통해서 의미를 부여하고

변화한다. 그 순간을 통해 중요한 것을 기록하고 추억하며

더 의미 있는 삶의 토대를 만든다. 스스로의 가치와 의미뿐

아니라 서로의 가치와 유대를 다시 확인하고 더 깊게

이어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런 되새김을 통해 어제의

일상과는 다른 특별한 오늘이 매일, 매 순간 일어난다.

바로 또 다른 변화의 시작이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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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celebrate special moments like an anniversary to make significant changes and become a better person. Undergoing such a ritual allows us to record and recollect important things for building the foundation for a more meaningful life.

Present the Finest Taste

14 TREND

A small event transforms an ordinary day into a special moment that can be forever remembered. On an anniversary, we give a gift to express our feelings. As we put more focus on personal tastes and individual preference, the way to celebrate an anniversary is getting more diverse.

선물을 주고받는 행동만큼 로맨틱한 게 있을까? 선물을 주는 사람은 상대의 마음에 들까

고심하며 정성껏 골라 포장한다. 그리고 만나면 아무렇지 않은 척 잘 숨겨두었다가 받는

이를 깜짝 놀래키는, 설렘 가득한 순간. 선물하기는 일상에 특별함을 선사한다. 한때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14일마다 기념일이 가득하던 때가 있었다. 상술인 걸 알면서도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기뻐하던 낭만의 시대를 넘어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가 왔다.

파편화된 취향에 따라 기념일을 챙기는 모습도 사뭇 달라졌다.

나를 위한 선물, 셀프 기프팅과 미코노미

스스로 이벤트를 만들어 자기 자신을 아끼고 싶은 걸까? 기념일에 선물받는 수동적 모습이

지겨웠던 걸까? 아니면 평소 위시 리스트에 있던 물건을 사면서 죄책감 대신 선물로 이름표를

바꿔 붙인 걸까? 어쨌든 생일, 졸업, 취업, 퇴사 등 인생에서 기억하거나 기릴 만한 기념일에

갖고 싶던 물건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셀프 기프팅’이 늘고 있다. 셀프 기프팅은 나를 위한

소비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미코노미’ 트렌드와도 연관이 깊다. 미코노미는 자신을

뜻하는 ‘나me’와 ‘경제economy’를 합한 말이다. 잘 사는 것에 대한 욕구는 세대를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 공동체는 무너지고 개인이 더 중요해졌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파편화된 시기에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 역시 귀중한 자산이다.

취향은 소비를 해봐야 아는 법. 청년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호캉스’를 즐기거나

스몰 럭셔리를 찾는 것이 사치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현시대에서 나를 아끼고 사랑하여 보다 나은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건 중요한 부분이다. 2010년대만 해도 셀프 기프팅 하면 사치에 가까웠으나 이젠 아니다.

내가 번 돈으로 스스로에게 쓰는 소비를 일종의 ‘투자’이자 ‘자기 보상’이라고 보는 것. 럭셔리 아이템으로 ‘플렉스’하기도 하지만, 업무 효율에 도움을 주는 IT 아이템이나 좋은 향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캔들, 인센스, 향수 등 향기 아이템, 지친 심신을 챙기기 위한 뷰티

제품과 영양제도 셀프 기프팅의 단골 품목이다. 땀과 열정으로 노력한 자에게 달콤한 과실이

주어지듯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 선물만 한 것도 없다. 소중한 사람에게 좋은 식사와 선물을

대접하는 걸 고생한 나 자신에게로 방향만 틀자는 것. 매일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은어)하느라 기특한 나 자신에게 어떤 취향을 대접할지 생각해보자. 벌써부터 설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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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TREND

선물도 비대면으로, 온라인 선물하기 서비스

그간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은 비대면 서비스는 팬데믹이 끝났는데도 오히려 확대하는 추세다.

3년간의 격리를 지나면서 사람을 직접 만나 교류하는 게 어려워지자 비대면으로 선물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온라인 선물하기’는 매장에서 구입하고 포장하고 배송하는 수고로움이

사라지고 지역에 상관없이 선물을 줄 수 있었다. 이제 명절에도 양손 무겁게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고향을 방문하는 경우는 크게 줄었다. 대신 스마트폰을 몇 번 터치해 비대면 선물

주고받기를 한다. 생일에도 한곳에 모여 파티를 여는 대신 평소 친구가 장바구니에 담아둔

리스트를 보고 생일 선물을 고르거나 기프트 카드를 보낸다. 받는 이가 원하는 선물을 직접

고를 수 있게끔 배려하는 것이다. 온라인 선물하기 문화가 확산하면서 명품의 접근성도

낮아졌다. 백화점에 가야 살 수 있던 럭셔리 뷰티 제품, 명품 가방과 잡화, 주얼리 등을 이제

터치 몇 번으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서비스를 통해 DIY 클래스나 사은품을

제공하기도 해 주목받고 있다. 선물을 주고받는 낭만과 설렘은 사라졌지만 편하고 실용적이다.

이런 비대면 선물하기의 단점은 선물 가격을 너무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받은 선물의

값어치를 고려해 상대에게 선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약간의 고민이 늘었달까.

사탕 대신 약과를! 과거로 돌아간 취향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K-디저트가 있다. 고려시대부터 이름을 알린 디저트, 만들기

까다롭고 중국을 통해 수입한 밀가루에 참기름, 꿀, 소금, 후춧가루 등 귀한 재료를 아낌없이

써야 해서 사치품으로 분류되었다. 조선시대에는 민가에서 만들다 적발되면 곤장 80대를

맞았다는 디저트, 바로 약과다. 제사상에나 놓던 약과가 유명 유튜버의 먹방으로 점화되어

티케팅, 일명 ‘약케팅’까지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에

따라 2030세대는 빼빼로데이에는 빼빼로 대신 떡을, 화이트데이에는 사탕 대신 약과와

개성주악을 주고받는다. 옛것이 과거의 유물로 남아 있지 않고 새롭게 재창조되는 레트로

트렌드, 이는 작금의 세분화된 취향이 영향을 끼쳤다.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개성을 중요시

여기는 MZ세대에게 레트로는 희소하기에 더욱 가치 있다. 개성과 희소성 덕분에 인기가 생긴

또 다른 선물은 DIY, 즉 핸드메이드다. 기념일을 앞둔 청년은 원데이 DIY 클래스나 홈메이드

키트 등을 통해 자신의 정성과 취향을 담은 선물을 만든다. 세상에 단 하나인 것만큼 달콤한

선물은 없을 테니까.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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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st important thing is to be kind to yourself. You can’t give what you don’t have.” - Audrey Hepburn

우리는 특별한 순간, 소중한 이에게 사랑과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선물을 주고받는다. 대부분 받는 이의

개성과 취향을 고려해 고르지만, 이왕이면 나를 기억할 수

있는 물건을 선물하는 것도 의미 있다. 추억이 깃들거나, 정체성이 담긴 귀한 물건 말이다. 때때로 전통이 훌륭한

해결책이 되고는 한다. 선조가 만들어 사용하던 전통

공예는 헤리티지와 정성이 듬뿍 녹아 있다. 이런 전통

공예를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내는 현대 공예가들이 있다.

이들이 각자의 방식과 현대적 미감으로 재해석해 만드는

이미지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The One-ofa-Kind Magic of Tradition

It is worthwhile to preserve tradition and heritage, but you also need a distinctive sense of style to reinterpret them in a modern way. Find something unique and creative when you are looking for a gift for your loved one or a distinguished guest. A fresh take on traditional craftwork, which is fashioned with one-of-a kind aesthetical qualities, will be a great gift like no other to celebrate the moment forever and ever.

강정은, ‘Limpid Misty Forest Centerpiece’, 2021 ⓒ VONZ

ARCHIVE

뿌리를 존중하는 공예가, 강정은

강정은 작가는 스튜디오 본즈VONZ를 운영하면서 전통적

미감을 현재의 일상에 녹이는 작업을 선보인다. 본즈는

근본 본本에서 따온 ‘VON’에 풍부한 맛을 느낀다는

의미의 ‘제스트풀Zestful’을 더한 단어다. 작가는 “새로운

감정을 느끼거나 생각을 하려면 빈 공간VOID이 필요해요.

의도와 콘셉트를 100% 채우지 않아요. 핵심만 전달하고

힘을 빼는 데 집중해요”라고 말한다. 강정은 작가는 기획에

따라 패브릭, 유리, 나무, 옻칠 등 다양한 소재를 찾는다.

발견한 새로운 소재를 적용하기까지는 최소 1~3년의 연구

기간이 필요하다고. 옻칠은 대학교에서 접한 후 명상과

치유 목적으로 몇 년간 심도 있게 배웠다고 한다.

“옻은 매력적인 재료예요. 옻나무를 7년간 키운 후

1년 동안 채취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용하죠. 옻 수액을

유해한 산업 부산물 위에 올리면 음식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무해하게 변해요. 아낌없이 주면서 또 다른

생명을 부여하는 거죠.” 옻의 매력에 빠진 강 작가는

옻칠 문화재수리기능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모든 소재가 개성이 강한 생명체라서 한곳에 묶어두는 게 어렵죠.

옻은 신생아, 유리는 중2, 나무는 불테리어 같거든요.”

강정은 작가의 ‘도자 패턴 패브릭’ 시리즈는 2010년경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해외 유출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시작했다. “해외에 알리기 위해 외국에서도 인기

있는 우리 도자기를 패턴화하고, 선물하기 좋게 티타월이나

트레이 같은 카테고리를 선택했어요.” 강 작가는 가야

문명에서 모티프를 따온 ‘Ritural 가야 시리즈’, 옻칠로

먹의 농담을 표현한 ‘묵화잔 시리즈’, 팬데믹 시기에 국내

여행을 하며 위안을 얻은 풍경을 표현한 ‘Limpid 시리즈’

등을 전개해왔다. 특히 Ritural 시리즈는 가야 제기 모양을

본뜬 유리 기물에 산업 부산물을 섞은 옻칠 텍스처를 발라 가야 토기 느낌을 살렸다. 강 작가는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나의 DNA, 남겨진 근본과 역사를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작업은 과거의 문화와 기술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일이기도 해요.” 강 작가는 거울처럼 대상을 비추는 Silvering 작업을 2020년부터 연구해왔다. 지난해 개인전 <BUK-SU>로 작업물을 공개한 그는 앞으로 실버링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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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가 강정은 ⓒ VONZ 강정은, ‘Ritual River Vase’, 2019 ⓒ VONZ 강정은, ‘Limpid Misty Forest Glass’, 2021 ⓒ VONZ

공예가 조은희 ⓒ Lang Lang

공예가 조은희의 과거와 현재를 엮는 장신구

한국 전통 주얼리 브랜드 랑랑을 이끄는 공예가 조은희는

지승을 활용해 목련처럼 하얗고 소담한 장신구를 만든다.

“주얼리는 착용감이 매우 중요해요. 지승은 무게, 부피감, 내구성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재료이자 기법이에요.”

조은희 작가의 작업은 홑줄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한지를 폭 1 2~2cm로 잘라 손가락으로 비비면 가늘고

긴 실이 된다. 홑줄 두 대를 꼬아 겹줄을 만들고, 씨실

날실로 교차하며 형상을 엮는다. 구체적 모습이 갖춰지면

묽은 찹쌀풀을 2~3회 발라 코팅한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작품에 때가 타지 않게 항상 손을 깨끗이 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고. 아시아민족조형학회 기획이사를 맡고

있는 조은희 작가는 전통 액세서리에 대한 책을 펴낼

정도로 전통 장신구를 알리는 데 진심이다. 조 작가가

전통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프랑스 파리의 한 갤러리에서

기모노를 입은 여인의 그림을 만났을 때.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중 프랑스로 미술 유학을 떠나고자 준비했어요.

이때 만난 멘토의 조언으로 파리의 한 아카데미에서

크로키 수업을 듣는데, 그림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정체성과 방향을 고민하다가 찾은 건 정작

동양적인 것이었죠.” 그렇게 각성한 작가는 귀국 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TED) 금속&주얼리 디자인 랩에

진학했다.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으면 무작정 배운다는

조은희 작가는 박물관에서 접한 색감에 반해 홍염장

조은희, ‘지승 비녀’ ⓒ Lang Lang

보유자 김경열 선생에게 자연 염색을 배웠다. 금속공예, 매듭, 규방공예, 완초공예 등 조 작가의 다양한 전통 기술은

그렇게 습득했다. 또 그는 지승 장신구로 세계적 아트

주얼리 플랫폼 클림트Klimt02의 아티스트 멤버Artist

Member로 선정되면서 전통의 가능성과 차별성을

보았다. “전통은 당시 유행의 첨단을 걸었던 거예요. 한때

생생히 살아 있고 제 역할을 다했지만 먼지 쌓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것. 잊히고 소외된 것을 매만져 다시

현재로 소환하고 싶어요.” 그는 미국 뉴저지 잉글우드의

갤러리 오브제 하우스Objet Haus에서 초대를 받아 지승

작품을 알리는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또 내년에는 미국

시퍼Shiffer 출판사에서 각국의 종이실Paper Yarn 작가의

작품을 담아내는 책 출판에도 함께한다.

조은희, ‘떨잠 배씨 댕기’ ⓒ Lang Lang

20 ARCHIVE

VONZ (@vonz.official) Lang Lang (@langlangkorea) Root 57 (@root57_studio)

마음을 은은하게 채우는 나전칠기, 루트57

루트57은 공예작가 구은경·이혜민이 우리나라 고유의

나전칠기로 현대적 디자인 상품을 만든다.

“나전은 조선시대 가구 등에 장식 재료로 쓰였어요. 나전의

간섭색과 다채로운 광택이 은은한 촛불 아래 반사되어

분위기 있는 공간을 만들었을 거예요.” 이런 점에 착안해

루트57은 ‘달빛 이야기 무드등’ 시리즈를 만들었다.

이들은 나전칠기를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조형적 비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전칠기를 올드하게 느낀 이유를

생각해보면 현대적으로 바뀐 생활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예전 방식 그대로 자개를 빼곡히 붙이는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공간을 비우거나 선을 다듬는 것

같은 조형적 측면과 스토리텔링을 중점에 두고 기획하고

있습니다.” 루트57의 무드등에는 장수와 평안을 기원하는

길상 오브제가 쓰여 이야기를 꾸리고 있다. 구은경·이혜민

작가는 많은 사람이 나전칠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현대적 제작 방식도 고민했다. 해답은 레이저 커팅기나

UV 인쇄기 등 디지털 도구를 적극 활용하는 것. 실용적

방식을 고민한 결과 나전칠기를 활용한 마그넷, 책갈피, 시계 등 누군가에게 선물로 줄 수 있는 작품이 탄생했다.

그럼에도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기꺼이 재료를 낭비하고는 한다. “디지털 도구로 생산성을 높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손품이 많이 듭니다. 나전을 섬세하게 가공하는데

잘 깨지고 무늬와 색상이 불규칙해 다루기 쉽지 않아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나전을 상당량 버리더라도

예쁜 부분만 골라 쓰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숙명여대

조형예술학과에서 칠예를 전공하고, 20년 넘게 작업해온

베테랑이다. 2019년 칠예전 <Door to Door>에서

나전칠기의 가능성을 선보인 구은경 작가는 옻칠 색과 나전의 기하학적 패턴에 집중했다. 구 작가는 왜곡과 착시

현상으로 내외부의 세계를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혜민 작가는 고궁과 현대 건물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동시간성과 공존을 표현한다. 전칠 기법을 사용해 켜켜이

쌓인 색옻칠의 적층면을 연마해 시간을 이미지화한다.

이들은 옛것을 현대에 맞게 되살려 그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올 하반기에는 지금 만들고 있는

것과 다른 새로운 품목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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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peration
(좌) 이혜민 작가, (우) 구은경 작가 ⓒ Root57 루트57, ‘달빛 이야기 무드등’ ⓒ Root57 루트57, ‘달빛 이야기 무드등 디테일’ ⓒ Root57

사람들은 오랫동안 간직할 기억을 기념한다.

나와 주변인의 생일, 연애, 결혼 등 인생의

출발점을 기념하기도 한다. 또는 큰 업적으로

영향력을 미친 인물의 탄생과 사건을 기리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동일한 뭔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서로 간의 연결 고리를 강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해도 기억해봄 직한 크고

작은 기념일이 있다. 일상을 다채롭게 채워줄

기념일을 알아본다.

Everlasting Memories

An old Korean proverb says, “A tiger leaves its skin after death; a man leaves his name.” People leave many traces behind during their lifetime. Among them, some significant events or prominent achievements leave everlasting marks on people’s minds. We honor them in the name of “commem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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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 Everett Collection / Shutterstock.com

음악으로 세상을 치유한 사람들

음악으로 일상을 채우는 것만큼 마음 충만한 일이 있을까.

올해 음악계를 반드시 주목하자. 20세기 위대한 음악가

라흐마니노프의 탄생 150주년부터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 바그너의 탄생 210주년, 브람스 탄생 190주년, 차이코프스키 서거 130주년, 가장 진보적 음악을 선보인

작곡가 리게티 죄르지 탄생 100주년 등 의미 있는 기념일을 맞은 음악가가 많다. 이들은 세대를 넘나들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은 선율을 새겨왔다.

1873년 러시아에서 태어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후기

낭만주의 스타일의 서정적 멜로디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4월 1일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콘서트홀은 라흐마니노프의 생일을 기념하는 음악회를 성대하게 열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지난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선보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5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에서 다시 한번 연주한다.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등 국내 대표 오케스트라도

각기 다른 색깔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1813년생 동갑이자 동시대 라이벌이던 주세페 베르디와 리하르트 바그너는 오페라 역사에 위대한 족적을 새길

작품들을 남겼다.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일 트로바토레> 등은 현재까지도 세계인이 애정하는 작품이다. 국립오페라단은 <비바! 베르디>

시리즈를 통해 작품 4편을 선보인다. <니벨룽의 반지>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 독일 문화·예술의 결정체를

남긴 바그너는 올해 오페라보다 콘서트로 접할 수 있다.

서울시향은 5월 중 <니벨룽의 반지>의 주요 테마곡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12월 <탄호이저>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대표곡을 골라 연주한다. 이 외에 다양한 기념 공연이 올해 스케줄을 꽉 채우고 있다. 따뜻한 바람결 사이로 흘러오는 클래식 음악에 귀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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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고향 이탈리아 부세토에 있는 베르디 극장과 동상 © Shutterstock.com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화가, 입체 미술의 거장이자

천재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가 올해 서거 50주년을 맞았다.

스페인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피카소를 꼭 기억하길.

스페인 전역에서는 피카소를 기리는 전시회 총 16편이

열린다. 피카소가 태어난 말라가에서는 5월 8일부터

9월 10일까지 전시 <피카소: 물질과 신체>, 그가 졸업한

마드리드 왕립미술아카데미에서는 7월 2일까지

<피카소의 걸작 컬렉션>을 개최한다.

세계적인 미술 경매 회사 소더비 역시 특별한 기념행사를

열었다. 바로 아시아 진출 50주년을 맞이한 것.

지난 4월 8일 홍콩에서는 50주년 기념 경매가 열렸다.

하이라이트는 36년 만에 나타난 명나라 청화백자

주전자 ‘명영락어제청화운용문집호’.

해당 청화백자는 1987년 소더비 홍콩 경매에 처음 등장해

572만 홍콩달러(약 9억6300만원)에 홍콩 선박왕

자오충옌 화광해운 전 회장에게 판매되었다. 이번

경매에서는 웬디 린 소더비 아시아 회장과 온라인 익명

응찰자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쟁을 벌였고, 결국

린 회장이 9100만 홍콩달러(약 153억원)에 낙찰받았다.

그런가 하면 백제 문화의 정수,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가 발굴된 지 30년이 된 해이기도 하다.

백제금동대향로는 1993년 12월 충남 부여군에서 주차장

공사를 하던 중 발굴되었다. 백제 왕실에서 제사용으로

쓰던 물건으로, 용 한 마리가 막 피어날 듯한 연꽃 봉우리를

물고 있는 형상이 특징이다. 향로 뚜껑에는 겹겹이 싸인

산맥과 부조로 동물 42마리, 인물 17명이 섬세하게

표현되었고, 정상에는 봉황 한 마리가 날아오를 듯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치밀한 과학적 설계에 의해 만들어 향연이

봉황의 가슴에서 피어오르는 듯한 효과를 연출했다.

24 STORY
말라가 피카소 미술관 전경 © Museo Picasso Málaga

콘텐츠로 즐거움을 선사하다

1923년, 20대 청년 월트 디즈니는 형 로이와 디즈니

브라더스 스튜디오를 세운다. 현재의 글로벌 콘텐츠

제국 월트 디즈니 컴퍼니(이하 디즈니)의 시작이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동심을 지켜주던 디즈니가 창립된 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디즈니는 올해 콘텐츠로

승부를 볼 계획이다. 영화 제작을 맡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루카스 필름, 픽사 스튜디오, 마블 스튜디오

등은 영상 콘텐츠 50여 편을 공개한다.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와 <더 마블스>를 비롯해 <스타워즈>의

새 시리즈 <어콜라이트>, 픽사의 <엘리멘탈>, 디즈니

오리지널의 실사 영화 <인어공주> <백설공주>

<피터팬&웬디> 등이 극장을 찾는다.

오는 11월에는 창립 100주년 기념으로 애니메이션

<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세계 최초의

디즈니랜드인 ‘디즈니랜드 캘리포니아 리조트’가

10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의 중심지가 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제작한 영화와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불꽃

쇼 ‘원더러스 저니스Wondrous Journeys’와 플래티넘을

기념하는 화려한 분수 쇼 ‘월드 오브 컬러-원World of Color-ONE’ 등이 100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였다.

디즈니에 이어 또 하나의 영화사가 100주년을

맞는다. 해리, 앨버트, 샘, 잭 워너 사형제가 설립한

영화사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가 주인공이다.

세계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1927)로 성공을

거둔 워너브라더스는 <로빈 후드의 모험>(1938), <카사블랑카>(1942), <마이 페어 레이디>(1964) 등

고전 명작과 <슈퍼맨 시리즈> <해리 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등 글로벌 흥행작을 제작했다.

지난 4월 4일 100주년을 맞은 워너브라더스는 슬로건

‘Celebrating Every Story’를 제시하며 벅스 버니가

함께하는 특별 로고를 제작했다. 워너브라더스의 역사를

다룬 3부작 다큐멘터리가 HBO Max에 공개되었고,

전 세계 100개 도시에서 12월까지 캔들라이트Candlelight

공연이 펼쳐진다. 아울러 할리우드에서는 고전 영화를

4K 복원 및 리마스터링해 TCM 클래식 영화제를

개최해 100주년을 기념했다.

미국 올랜도 디즈니랜드 © Shutterstock.com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기억

잊지 않고 마음속에 새긴다는 의미의 ‘기념’. 이 단어는

긍정적 일에 주로 쓰이지만 부정적 일도 품는다. 올해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 제주 4 3사건 75주기, 대구 지하철 참사 20주기를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모두 사람에 의해 사람이 고통 받은 인재다. 기념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을 기억하고 가슴속 상흔을

위로한다. 이로써 우리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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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gives to a mankind a greater sense of what it means to be human. It is the trace of pleasure and pain, and the mark of the experience of being human.”
- Henry Wadsworth Longfellow

A Museum to Honor a Brand

디올의 역사를 함축하는 미니어처 작품

ⓒ La Galerie Dior

박물관에서는 디올의 아이코닉한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 Kristen Pelou

디올의 풍성한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라 갤러리 디올

지난해 디올은 설립 75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 디올 하우스의 명성과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을 개관했다. 13개 테마의 방으로 구성된 전시 공간

라 갤러리 디올La Galerie Dior은 크리스찬 디올과 그의

뒤를 이은 뛰어난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마르크 보앙, 지안프랑코 페레, 존 갈리아노, 라프 시몬스, 그리고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대담한 비전을 보여준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을 때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비주얼

장치 디자이너 나탈리 크리니에르Nathalie Crinière의

손길로 탄생, 나선형 계단 옆 진열장에 배치한 아카이브다.

디올의 아이코닉 백을 비롯해 신발, 향수, 모자 등 디올의

역사를 함축하는 다채로운 컬러의 미니어처 작품

1800여 점을 3D 프린팅으로 제작했다. 숲속 정원 등

디올의 콘셉트를 반영하는 각각의 공간에서는 디올

하우스의 화려한 역사가 펼쳐진다. 오리지널 스케치부터

광고, 초창기 언론 기사, 크리스찬 디올의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뿐 아니라 1955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의

수아레 브릴란테Soiree Brillante 가운과 같은 디올의

전설적 룩까지 모든 카테고리의 컬렉션을 한데 모아

보여준다. 라 갤러리 디올은 작품 교체를 위해 5월 1일부터

17일까지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 섬세한 텍스타일

작품은 모두 교체될 예정이라니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방문 계획을 세우자.

30 SPACE

Every brand has its own history. History is not just a nostalgic relic of the past, but a precious source of inspiration to capture the spirit of the times and its ultimate legacy. We introduce a museum where the gaze of the present composes landscapes of objects, videos and memorabilia that retrace the rich and storied history of a luxury brand.

예술성과 역사를 조명하는 이브 생 로랑 박물관

2017년 피에르 베르제 이브 생 로랑 재단에서

이브 생 로랑을 기념하는 박물관 두 곳을 개관했다.

하나는 파리 아브뉘 마르소 5번가에 위치한 450㎡ 규모의

박물관으로, 1974년부터 2002년까지 컬렉션 작업을

한 이브 생 로랑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했다. 다른

하나는 모로코 마라케쉬에 있다. 세트 디자이너 나탈리

크리니에르와 장식가 자크 그랑주Jacques Grange가 오트

쿠튀르 하우스의 원래 분위기를 재현하려고 전시 공간을

디자인했으며, 의상과 액세서리, 사진 등을 통해 브랜드의

역사와 이브 생 로랑의 예술성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은 그의 이름으로 첫 번째 이브 생 로랑 컬렉션이

출시된 지 60주년이자 파리 이브 생 로랑 미술관 개관

5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해 박물관에서는 2022년

10월 14일부터 2023년 5월 14일까지 이브 생 로랑의

작품에서 골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보는 전시

<GOLD by Yves Saint Laurent>을 선보인다. 약 40개의

오트 쿠튀르와 기성복 드레스, 엄선한 액세서리 등을

통해 골드의 매력을 강조한다. 코트를 장식하는 첫 번째

단추부터 골드 드레스까지 이브 생 로랑의 황금색 터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대표적 예. 또 벨기에 조각가 요한

크레텐이 골드에서 영감 받아 제작한 작품 5점을 이브 생

로랑의 작품과 함께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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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 by Yves Saint Laurent> 전시 컬렉션 ⓒ MUSÉE YVES SAINT LAURENT PARIS

앤디 카오와 자비에 페롯이 만든 크리스털 클라우드

크리스털 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슬픔의 샹들리에’

영롱한 세계를 구현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바텐스Wattens에 박물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Swarovski Kristallwelten가 있다.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인 앙드레 헬러André Heller가

디자인한 이곳은 1995년 크리스털 브랜드 스와로브스키가

창사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체험형 박물관이다.

전 세계에서 방문객 1600만여 명이 찾는 인기 관광

명소로 자이언트The Giant로 불리는 박물관 내부와

정원The Garden으로 나뉜다. 자이언트에는 경이의

방Chambers of Wonder이 18개 있으며, 각 공간에서는

쿠사마 야요이, 제임스 터렐, 앤디 워홀, 이불 등 현대

예술가가 빛, 소리, 향기 등을 활용해 영롱하게 빛나는

크리스털의 세계를 구현했다. 그중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슬픔의 샹들리에The Chandelier of Grief’는 거울을

테마로 한 ‘무한 거울의 방’ 시리즈로, 샹들리에가 회전하며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듯 공간 구석구석을 비춘다.

7만5000㎡ 규모의 정원에는 앤디 카오, 자비에 페롯, 하이메 아욘, 자하 하디드 등 세계적인 예술가 및 건축가와

협업해 만든 작품이 자리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앤디 카오와 자비에 페롯이 만든 크리스털 클라우드다.

약 1400㎡에 걸쳐 조성한 이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작품으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80만 개를 활용했다.

또 크리스털 월드에는 미로, 놀이터, 회전목마가 설치되어

있어 아이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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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museeyslparis.com)

브랜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구찌 가든 갤러리아

이탈리아 피렌체 메르칸지아 궁전에 자리한 구찌 가든

Gucci Garden은 패션 브랜드 구찌의 클래식 의상과

핸드백이 전시된 박물관과 상점,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건물로 2018년 개관했다. 구찌 가든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디자인했으며, 1921년 구찌의 첫 컬렉션부터 최근

구찌의 기념비적 작품, 현대 예술품 등이 전시된다.

총 2개 층으로 이뤄진 구찌 가든 갤러리아Gucci Garden

Galleria는 의류와 액세서리,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 예술 작품 등을 통해 브랜드의 풍부한 아카이브를 선보임과 동시에 구찌 하우스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구찌 가든 갤러리아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함께 큐레이터

겸 비평가 마리아 루이사 프리자가 맡아 연대순이 아닌

작품과 영상 콘텐츠를 혼합하고, 주제에 맞게 과거의

빈티지 제품과 현대적 의상을 나란히 놓는 방식으로

꾸렸다. 제이드 피시Jayde Fish, 트레버 앤드루Trevor

Andrew, 코코 카피탄Coco Capitan 등 현대 아티스트들이

벽면 장식에 참여했다. 구찌피케이션Guccification, 파라페르날리아Paraphrnalia, 만물의 본성에 대하여

De Rerum Natura 등 테마별로 현대적 시선으로 구성한

전시와 작은 영화관에서 영상 작품을 상영한다. 현재

전시 공간은 임시 휴업으로 구찌 가든 홈페이지에서

버추얼 투어가 가능하다. N

33 cooperation AUSTRIAN NATIONAL TOURIST
ATOUT FRANCE
OFFICE (www.austria.info/kr)
(www.france.fr/ko) MUSÉE YVES SAINT LAURENT PARIS
© Cheungjoproduction / Shutterstock.com © Cheungjoproduction / Shutterstock.com © Roman Babakin / Shutterstock.com
JOURNEY
Panoramic aerial view of Edinburgh castle from Calton Hill, Scotland © Shutterstock.com

Cosmopolitan Personality of Scotland

Scotland is a country of breathtaking landscapes, a place of creativity and inspiration with stunning architecture and contemporary art, and a home to quiet escapes and energizing cities such as Edinburgh and Speyside. From unforgettable historic sites and unique attractions to world-famous Scotch whisky, there are hundreds of amazing things to see and do in Scotland.

옛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 에든버러는 작가 조앤 K.

롤링이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의 영감을 받은 곳으로, 도시 전체가 거대한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할 만큼 중세

건축물로 가득하다. 에든버러 중심부를 통과해 동서로

길게 뻗은 로얄 마일Royal Mile은 중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에든버러성에서 홀리루드 궁전까지

이어지는 1마일의 길은 과거에 왕가와 귀족만이 걸을 수

있던 거리로, 웅장한 성당을 비롯해 과거의 흔적이 담긴

고딕 건축물이 줄지어 있다. 로열 마일에서 흥미로운 곳

중 하나는 낮에는 저명인사로 지내고, 밤에는 도둑으로

살았던 윌리엄 브로디의 이름을 따서 붙인 골목 브로디스

클로즈Brodie’ s Close다. 캐비닛을 만드는 장인의 아들로

태어난 윌리엄 브로디는 낮에는 사람들의 신망을 얻어

시의회 의원까지 지낸 시민으로 행세하고, 밤에는 은행

열쇠를 복사해 돈을 훔치는 만행을 저질렀다. 결국 세인트

자일스 교회에서 교수형을 당했으며, 현재 그의 집은

카페로 이용되고 있다.

중세 건축물에서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에든버러

로얄 마일 근처에는 이곳 출신인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와 철학자 데이비드 흄, 목사 존 녹스 동상을 비롯해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 위스키 박물관 등이 있어 많은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뾰족한 왕관 모양의

지붕이 인상적인 세인트 대성당은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중심지다. 1120년 성인 세인트 자일스에 헌정하려고 지은

가톨릭 성당이었으나 16세기 중반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자

존 녹스는 이곳에서 프로테스탄트 동지를 규합했다.

내부에는 많은 역사적 기념물이 자리하는데, 1911년에

세운 시슬(엉겅퀴) 예배당은 나뭇조각 장식이 화려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피플스 스토리 뮤지엄The People’ s Story Museum은

18세기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에든버러의 노동자 계급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역사적인 박물관이다. 평범한

서민의 삶을 의, 식, 주로 나눠 밀랍 인형으로 구현해

시각적 이해를 돕는다. 빨래와 청소하는 것부터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여인들, 감옥에 갇힌 죄수들까지 다양한

삶의 모습을 표현했으며, 원본 물건도 함께 전시해 더욱

실감나고 매혹적인 도시의 역사를 보여준다. 전시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장 곳곳에 옛날 에든버러의 사진과

그 당시의 상황에 설명을 곁들여놓아 에든버러 사람들의

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에든버러에 있는 스코틀랜드 국립현대미술관Scottish National Gallery of Modern Art은 방대한 현대미술

컬렉션이 있는 ‘모던 원Modern One’과 ‘모던 투Modern Two’의 두 건물 및 조각 공원으로 이뤄져 있다. 1825년

윌리엄 번William Burn이 디자인했으며, 모던 원은 파블로

피카소, 데이비드 호크니, 데이미안 허스트 등 20세기

작품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모던 원에서는 2024년

1월 7일까지 앨버타 휘틀의 개인전 <Alberta Whittle:

Create Dangerously>를 연다. 인종차별주의와 흑인 혐오에

저항하며 연민과 집단적 보살핌을 장려하는 그녀의 관대한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작품에서 식민주의, 노예의

대서양 횡단 무역, 기후 위기로 인한 잔인함과 피해를

다룬다. 백인 우월주의 구조에서 벗어나 서로 연대하자고

말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모던 원 건너편 광활한 녹지 공간 위에 자리한 모던 투는

1833년에 지어 1999년에 갤러리로 개조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공원을

산책하며 댄 그레이엄과 네이선 콜리의 조각 작품을

감상하고, 스코틀랜드 예술가 에두아르도 파올로치의

이름을 딴 주택 레스토랑 파올로치의 키친Paolozzi’ s

Kitchen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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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Edinburgh Castle, Scotland ©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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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ial view of Glasgow, Scotland © Shutterstock.com Glenfiddich Distillery, Dufftown, Moray, Scotland © JASPERIMAGE / Shutterstock.com

다채로운 매력으로 빛나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글래스고Glasgow는

고딕풍의 예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에든버러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모던하고 장식적인 건축물을 비롯해

스트리트 아트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자.

글래스고 스트리트 아트 프로젝트 ‘글래스고 벽화

트레일Glasgow Mural Trail’은 2008년 경기 불황으로

방치된 부지와 빈 가게 등을 스트리트 아트로 부흥시키기

위해 시작했다. 글래스고 벽화 트레일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글래스고 아티스트 로그 원Rogue-One이

작업한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인 택시The World’ s Most

Economical Taxi’는 작품의 장소를 제공한 여성이 택시

기사였던 남편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싶다고 제안했고, 작가가 이를 반영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티스트

스머그Smug가 2016년 만든 ‘세인트 뭉고Saint Mungo’는

공식적 작품명은 없으나 벽화가 공개된 첫 주에만 소셜

미디어에 150만 회 이상 공유되며 화제를 모았다.

또 건축가 매킨토시와 민주주의 운동가 토머스 무어 등

글래스고 출신의 유명인사들이 등장해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벽화 29개를 둘러보는 데 보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자세한 정보는 글래스고 벽화 트레일 홈페이지에서 참고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 북동부 스페이사이드는 글렌피딕, 발베니

등 전 세계에서 유명한 위스키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밀집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매년 봄이면 위스키

축제를 즐기려는 관광객으로 활기가 넘친다. 1999년 처음

시작된 ‘스피릿 오브 스페이사이드 위스키 페스티벌Spirit of Speyside Whisky Festival’은 스코틀랜드 위스키를

기념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4월 26일부터 5월

1일까지 스페이사이드 전역에서 열린다. 위스키 초보자는

물론 감정가 모두 즐기는 축제로, 위스키 생산자의 공장을

방문해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를 시음할 수 있다. 위스키

시음 외에 증류소 투어, 위스키 캐스크 만들기, 위스키

메이커와의 만남 등 다양하고 풍성한 행사를 즐길 수 있다.

또 몰팅, 매싱 등 위스키 제조의 모든 과정을 탐구하고 싶은 애호가라면 위스키 학교에 등록해보자.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남쪽의 케언곰스 국립공원

Cairngorms National Park은 스코틀랜드 전체면적의

10%를 차지할 만큼 광활한 규모를 자랑한다. 국립공원에

흐르는 디강River Dee과 양 떼, 평화로운 마을이 어우러져

목가적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케언곰스에서는 여행

목적과 시기에 따라 윈드서핑, 래프팅, 야생 수영, 카누 등

수상 스포츠와 골프, 하이킹 등을 즐길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방문했다면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트립어드바이저가

선정한 영국 10대 어드벤처 파크 중 하나인 ‘랜드마크

포레스트 어드벤처 파크Landmark Forest Adventure Park’에 방문해보자. 실제 크기의 공룡 사이를 걷고, 놀이

기구를 타거나 열대 온실에서 아름다운 나비 수백 마리를

감상할 수 있다.

Glasgow, situated about an hour’s drive from Edinburgh, is completely different from Edinburgh, which is the capital city of Scotland known for its historic cobbled streets and striking medieval architecture. Rich in industrial heritage, Glasgow is a city with striking architecture, contemporary art spaces and fascinating muse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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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UCI 월드 챔피언십 대회

그동안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열리던 UCI 대회가

앞으로는 올림픽처럼 4년마다 한 지역에서 한 번에

개최한다. 통합한 첫 대회가 열리는 장소는 스코틀랜드

전역과 글래스고로, 2023년 8월 3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BMX 프리스타일 플랫랜드Freestyle Flatland, BMX 레이싱Racing, 그란 폰도Gran Fondo 등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 경합이 펼치는데, 특별히 디자인한

자전거 BMX를 타고 프리스타일로 평지, 공원 등

다양한 지형에서 펼쳐지는 묘기를 관람할 수 있다.

또 산악자전거를 타고 스코틀랜드 포트 윌리엄의

내리막길을 최대 속도 80km/h로 달려 내려가는

‘마운틴 바이크 다운힐’, 장애인 선수들이 스코틀랜드

도로를 달리는 ‘파라 사이클링 로드’ 등의 경기를 통해

세계 최고의 사이클리스트의 재능과 끈기, 강인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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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2020 UCI Europe Tour © Solar Studio /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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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irngorms National Park near Lecht Ski Resort, Scotland © Shutterstock.com

WHERE EVERY MOMENT LASTS

A SPRING DAY FULL OF JOY

To celebrate the month of May, THE SHILLA Hotels and Resorts are offering various packages that will bring joy to the guests with abundant benefits. Enjoy a leisurely staycation with ‘Exclusive Gathering’ package offered by THE SHILLA SEOUL, or build unforgettable memories with kids at THE SHILLA JEJU with its ‘Familycation’ package. SHILLA MONOGRAM QUANGNAM DANANG is presenting its ‘Stay and Play’ package for those who want to enjoy a new golfing experience and all that a summer’s day in Vietnam has to offer.

43 SIGHT
editor JUN SUNHYE
44 SIGHT

Exclusive Experience

온화하던 한낮의 햇살이 점차 강렬해지면 남태평양의

푸른 섬으로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솟구친다.

여행의 욕구를 당장 해소해줄 대안은 바로 호캉스.

서울신라호텔의 야외 수영장 어번 아일랜드는 도심 속

휴식의 섬으로 호텔의 랜드마크다. 따뜻한 야외 온수풀로

운영해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멀리 떠나지 않고도

휴양지 못지않은 아늑한 휴식을 선사한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여름 성수기를 피해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다. 봄에 찾는 어번 아일랜드는

비교적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남산의 화사한 봄기운을

느끼며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소중한 이들과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특별한 휴식을 만끽하고 싶다면, 서울신라호텔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게더링 카바나

Gathering Cabana’를 추천한다. 패밀리 카바나와

키즈 카바나 사이 기존에 있던 커플 카바나 3개를 통합해

최대 10인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게더링 카바나’로

재탄생했다. 단, 투숙객 4인 외에 추가 인원이

게더링 카바나 이용 시 별도의 어번 아일랜드 입장료가

발생하니 참고할 것.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소규모 파티를

즐길 수 있도록 게더링 카바나 이용 시 푸짐한 식음 혜택도

포함된다. 어번 아일랜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그너처

메뉴와 샴페인, 그리고 캔맥주와 소프트드링크까지

넉넉하게 제공된다. 어번 아일랜드 시그너처 세트는

전복 한우 차돌박이 짬뽕 1개, 순살 프라이드치킨 1개, 서해안 참갑오징어 오븐구이 1개로 구성되며, 섬싱 쿨러Something Cooler 세트는 캔맥주 4종, 미네랄워터 2종, 소프트드링크 2종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투숙 객실에 따라 돔 페리뇽(Dom Pérignon, 프리미어 스위트) 또는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Louis

Roederer Cristal, 로열 스위트) 1병을 제공해

파티 분위기를 북돋워준다.

게더링 카바나 오픈을 기념해 서울신라호텔은

‘익스클루시브 게더링Exclusive Gathering’ 패키지를

선보인다. 성인 4인 기준의 패키지로, 프리미어 스위트

또는 로열 스위트 객실 1박, 어번 아일랜드 올데이 입장 및

게더링 카바나 이용(4인), 어번 아일랜드 시그너처 1세트, 샴페인 1병, 섬싱 쿨러 1세트 제공, 더 파크뷰 조식 4인 등의 혜택으로 구성되며, 6월 30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MORE INFORMATION

서울신라호텔 ‘익스클루시브 게더링’ 패키지

THE SHILLA SEOUL is offering its ‘Exclusive Gathering’ package to enjoy a true staycation in the heart of the city on a warm spring day. The benefits include Gathering Cabana at Urban Island for a relaxing and leisurely break with your loved 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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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a Happy Month

봄의 향기로운 에너지가 가득한 5월의 제주, 이토록 온화한

날씨에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더 특별하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면, 제주신라호텔의

‘패밀리케이션Familycation’ 패키지를 추천한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보고 듣고 느끼며 아이와

소중한 추억을 쌓아보자.

‘패밀리케이션’ 패키지는 온 가족이 힐링 타임을 보낼

수 있는 ‘패밀리 그린 캠핑’ 혜택이 포함되었다. 아이는

숨비정원에서, 부부는 글램핑 빌리지에서 온 가족이 따로

또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먼저 제주의 푸르른 자연에

둘러싸인 글램핑 빌리지에서 시원한 봄바람, 바람에

실려오는 꽃내음과 함께 유유자적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샐러드, 계절과일, 클럽 샌드위치, 프렌치토스트, 커피, 주스 등 스페셜 메뉴와 함께 글램핑 빌리지에서 보내는

프라이빗한 휴식은 봄날의 낭만 그 자체다.

스페셜 런치를 즐긴 후 아이는 ‘숨비 탐사단’이 되어

G.A.O.와 함께 숨비정원을 산책하며 체험할 수 있다.

‘숨비 탐사단’은 다양한 식물을 보고 나만의 워크북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아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다. 아이가 ‘숨비 탐사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부부는 글램핑 빌리지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패밀리 그린 캠핑’은 자연 속에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재충전의 시간을 선사한다.

봄날의 제주신라호텔에서 온 가족에게 진정한 휴식을

선사하는 ‘패밀리케이션’ 패키지는 테라스 객실 2박, 조식 또는 중식 성인 2인, 소인 1인과 패밀리 그린 캠핑 (투숙 중 1회)이 제공되며, 오는 5월 31일까지 이용

가능하다. 가족 여행을 떠나기에 제격인 봄, 아이와

호텔에서 편안하고 오붓한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제주신라호텔을 방문해보자.

MORE INFORMATION

‘패밀리케이션’ 패키지

THE SHILLA JEJU is offering its ‘Familycation’ package for family guests to spend some healing time together or separately at Soombi Garden, brimming with green energy of spring. The family-friendly package includes ‘Family Green Camping’ at the Glamping Village and ‘Soombi Expedition’, a G.A.O. program for kids.

46
제주신라호텔
SIGHT
47

A Fulfilling Golfing Trip

엔데믹으로 해외여행이 활성화하면서 다시금

골프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베트남은

골프 여행객이 선호하는 여행지 중 하나다. 신라모노그램

다낭은 골프 여행객을 위해 ‘스테이 앤드 플레이

Stay and Play’를 선보였다. 이 패키지는 몽고메리

골프장Montgomerie Links Golf Course, 다낭 골프

클럽Danang Golf Club, 호이아나 골프 클럽Hoiana Shores

Golf Club, 빈펄 골프 다낭Vinpearl Golf Nam Hoi An

등 아름다운 골프장에서의 18홀 라운딩과 신라모노그램

다낭에서의 객실 2박이 포함되었으며, 호텔과 골프장 왕복 차량이 지원된다. 라운딩이 끝난 후에는 호텔 수영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점심 또는 저녁을 일정에 맞게 즐길 수 있다. 이 패키지는 10월 31일까지 이용 가능하며,

객실 예약실을 통해 투숙일 14일 전까지 예약이 필수다.

한편,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신라모노그램 다낭에서는

다양한 신메뉴를 선보인다. 매년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신라호텔의 망고 빙수는 10여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신라호텔의 시그너처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더운 베트남

다낭 여행에 시원한 빙수가 그리웠다면, 신라모노그램

다낭을 방문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열대 과일인 망고를

쉽게 맛볼 수 있는 베트남에서도 망고 빙수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이번에 신라모노그램 다낭에서는 신라호텔

셰프의 노하우를 담아 망고 빙수를 처음 출시했다.

부드러운 우유 얼음 위에 듬뿍 얹은 망고, 여기에 팥과

달콤한 연유가 함께 제공되며, 바 M의 탁 트인 오션

뷰는 눈과 입안 가득 즐거움을 선사한다. 망고 빙수로

48 SIGHT

달콤함을 즐겼다면, 이번에는 테라스에서 바비큐 메뉴를 만날 시간이다. 매주 금·토요일 야외 테라스에서는 셰프가

직접 굽는 해산물, 고기 등 바비큐 플래터를 즐길 수 있다.

신나는 라이브 음악과 함께 1시간 반 동안 로컬 맥주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레스토랑 비스트로 M 테라스에서

여름의 낭만을 만끽하며 맛있는 음식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보자. N

If you want to travel to Vietnam and play golf together, we recommend the ‘Stay and Play’ package offered by SHILLA MONOGRAM

QUANGNAM DANANG.

MORE INFORMATION

신라모노그램 다낭

The package includes a round of 18 holes at the beautiful golf course, 2-night stay in the hotel, and a shuttle service between the hotel and the golf course.

49 cooperation THE SHILLA SEOUL (82 2 2230 3310) THE SHILLA JEJU (1588 1142) SHILLA MONOGRAM QUANGNAM DANANG (84 235 625 0088)

THE BEGINNING OF THE SHILLA

As Korea’s economy grew in leaps and bounds, an appropriate place was required to fit in with the time and change. This is how THE SHILLA started.

50 TOUCH

국제적인 호텔의 건립

우리나라는 베이비붐 세대와 맞물려 근대화와 산업화가

태동하던 1960년대를 지나 1970년대를 맞았다. 우리나라

정부가 ‘1980년대 선진국 진입’이라는 구호를 펼치던

시기였다. 이를 위한 경제정책의 최대 지표가 ‘1인당

국민소득 1천 달러’ ‘수출 1백억 달러 달성’이었다.

국내 주요 대기업도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성장을

모색하고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삼성그룹은 정부 정책에

따라 1 2차 산업을 토대로 하는 대규모 신규 사업을

준비했고, 필연적으로 3차 산업이자 국제 교류의 장이며

국가 차원 사업의 밑바탕이 될 호텔업을 함께 계획했다.

그 계기는 1972년 삼성그룹이 운영난에 빠져 있던

영빈관을 정부로부터 인수하면서다. 영빈관은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건축한 외국 귀빈의 숙소다.

당시 정부는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에게

한 가지를 더 요청했다. 바로 국빈이 투숙하고 대규모

국제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호텔 건설이었다. 이 회장은

이듬해 봄에 정부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와 함께

신규 호텔의 콘셉트에 대한 원칙 몇 가지를 세웠다.

“한국의 얼굴이라고 내세울 만한 호텔” “이윤 추구에

앞서 문화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문화 교류나 민간 외교의

장이 될 수 있는 국제적 수준의 호텔”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인 호텔”이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호텔신라의 원칙이다.

호텔신라의 본격적인 시작은 사업성 검토와 호텔 건립을

위한 제반 사항 진행을 위해 삼성그룹 내에 호텔사업부가

창설되면서였다. 초기 호텔의 사명은 여러 가지가

검토되었지만, ‘호텔신라’가 최종적으로 결정된 데는

당시 이 회장의 사려 깊은 선택에 의해서였다. 일찍이

호텔 사업은 문화 사업이라고 주창하던 그이기에

‘신라’가 지닌 이미지와 품격에서 새 사업의 지평을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

호텔 부지 역시 영빈관과 삼청동, 현 워커힐 부지 등

후보군에서 영빈관 부지로 최종 지목되었다. 기존

영빈관의 위상과 도심 및 공항에서의 접근성, 입지 조건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서다. 이를 통해 호텔 건설뿐

아니라 기존 영빈관의 민영화가 이뤄졌다. 영빈관은

1973년 8월 1일 일반에 공개됐고, 칵테일 라운지와

그릴, 대연회장, 중소 연회장 5개를 갖춘 시설로 문을

열었다. 남산을 낀 자연 친화적이고 아늑한 공간에

전통적 아름다움과 우아한 분위기로 이용객에게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호텔 건립이 본궤도에 오르는 데는

난제가 하나 있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호텔 설립을

위해 필요한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이었다. 호텔 건축과

전문 인력, 운영, 판촉, 교육 등을 위한 기술 도입과 자금

확보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기술 제휴와 차관, 전환사채

인수, 합작 투자, 외국인 투자가 절실했고, 정부에서 최종적으로 인가함에 따라 드디어 기공식이 열렸다.

하지만 얼마 뒤 호텔 건설은 난관에 부딪쳤다.

1973년 발발한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제1차 석유파동

때문이었다. 세계경제에 일대 혼란이 일어났고, 국내

경제와 호텔 건설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합작 투자와

차관 도입이 지연된 까닭에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호텔신라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침체에서 벗어나려고 영빈관 이미지를 앞세운 제과 제빵 제조업으로 진출했고, 테니스 코트장을

개설해 회원제 테니스 클럽을 운영했다.

이후 석유파동으로 인한 세계적 불황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한 1976년 외국인 투자금이 불입되고, 2500만 달러의 차관 계약이 이뤄짐에 따라 건설공사는

다시 활기를 띠었다. 이듬해 철골 조립이 마무리됐고, 호텔 외장 공사가 진행됐다. 본래는 남산의 경관에 맞춰

베이지색 타일을 선정했으나, 현재의 적갈색 형태로 최종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이는 남산의 경관과 더 잘 어울리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효과로 이어졌다.

51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호텔

호텔신라라는 사명답게 호텔의 건축양식을 비롯해

디자인과 조경 등 호텔과 관계된 모든 부분이 전통적

신라 문화를 포함한 한국적 디자인과 예술미를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과 기능을 더해 설계했다. ‘신라’의 전통문화, 고유 의식, 무궁한 웅비의 미래상, 품위, 봉사 정신, 현대적 참신성 등이 녹아 들어갔다. 서울시 유형문화재인

홍화문, 사적 10호의 서울 성곽인 호텔의 담장, 조선시대

전통 건축물인 영빈관, 남산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화강암과 청기와 등 한국적 재료를 사용했다. 영빈관과의

조화를 위해 현관 건물에 청기와를 올리고 처마선과 용마루를 곡선으로 살려 현대적 본관 건물과 어우러지게

디자인했다. 이는 남산이라는 자연경관에 잘 녹아드는

효과로도 이어졌다. 실제로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남산의 산자락에 단아한 자태로 들어앉은 호텔신라는

주변과 유리되지 않는다. 자연은 호텔신라의 여백미다.

뛰어난 입지 조건과 전통을 품은 건축 구조물은

호텔신라가 국내 최고의 럭셔리 호텔이자 국빈과

해외 정상이 방문하는 가장 품격 있는 호텔로서 자리 잡게

했다. 실내 공간도 기능 위주의 서구식 로비에서 탈피한

웅장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연출했고, 면류관이나 기와

무늬, 창호문, 보상화문, 십장생도, 옻칠, 석주, 무궁화

등 한국적 요소를 활용했다. 1978년 12월 22일, 드디어 호텔신라가 준공됐다. 그 직후인 12월 28일 부분 개관을 시작으로, 1979년 3월 8일 마침내 호텔신라의 역사적 개관이 이뤄졌다. 국빈 전용의 프레지덴셜 스위트, 신라 스위트 및 한국적 스타일을 가미한 코리안 스위트 등 15종류의 객실 672개와 대연회장 다이너스티 홀, 한국과 프랑스, 스페인풍으로 꾸민 중소 연회장 6개가 준비됐고, 여기에 한식당 서라벌과 중식당 팔선, 일식당 아리아께, 양식당 콘티넨탈, 커피숍 아젤리아, 메인 바 레인보우, 멤버스 바, 뷔페 식당 샹그리라 등 식음업장 9개와 쇼핑 아케이드, 헬스클럽과 실내 수영장, 사우나, 체육관 등을

갖춘 국내 최고의 특급 호텔이 탄생한 것이다. N

52
TOUCH
53

THE SHILLA’S 50 YEARS OF HISTORY AND ITS VALUE

54 FOCUS

Starting operations after taking over the Yeong Bin Guan, which was the state guest house of Republic of Korea, in 1973, THE SHILLA has evolved over 50 years and now established itself as one of the world’s leading luxury hotels. Get a glimpse into the 50-year history of THE SHILLA and its special meaning.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특별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소장품을 서울 한복판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전시장에서 반가운 작품을 만났다. 루벤스가 그린 ‘바우키스와 필레몬 집의 제우스와 헤르메스’다.

기원전 1세기경 로마에서 활약한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따르면 나그네로 변신한 신, 즉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인간 세상을 여행하다 한 마을에 들른다.

이 당시 신은 종종 여행자로 변장한 채, 사람들에게 하룻밤

묵을 것을 청하고는 했다. 그 때문에 여행자를 환대하지

않으면 신을 모욕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마을 사람

대부분은 초라한 행색의 제우스와 헤르메스를 박대했다.

신앙심 깊은 바우키스와 그녀의 남편 필레몬만이 이들을

극진하게 대접했고, 훗날 제우스는 이들에게 큰 상을

내리고 다른 이들에게는 벌을 내렸다. 루벤스의 그림은

이 이야기의 한 장면을 담은 것이다. 이 그림이 반가운

까닭은 호텔의 핵심 DNA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전시장에서 이 그림을

마주한 나 역시 호텔의 핵심 DNA란 무엇보다 진정한

환대에 있음을 떠올렸다. 호텔이란 모름지기 그런 곳이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대표 호텔

한국에서의 호텔은 어떤 곳일까. 해방 전, 개항지 인천에

일본인 사업가가 처음 유럽식 벽돌 건물에서 시작한

호텔로부터 서울 정동에 서양인에 의해 들어선 호텔이

한국 호텔 역사의 첫 장을 열었다. 조선의 내로라하는

상류층 인사와 외국인의 문화 살롱이면서 신문물을 알리는

곳이 그때 그 시절 호텔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호텔의 역사는 언제부터일까. 1960년대 한국 경제의

급성장과 발맞춰 비로소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호텔 대부분이 이때부터 속속 들어섰다. 그 대열에 신라호텔도 서 있었다. 해방 후 63년이라는 한국 근대

호텔 역사에서 50년의 세월을 지켜왔다. 시간상으로만

보자면 조금 늦은 편이었으나, 출발선은 달랐다. 신라호텔

전신은 이승만 대통령이 외국 국빈을 위해 만든 숙박

시설인 영빈관이다. 국가에서 운영이 어려워지자 삼성이

이를 인수, 전통과 현대의 미를 추구한 국제적 수준의

숙박 시설을 추가해 만든 것이 신라호텔이다. 그때만 해도

미국이나 일본의 호텔을 옮겨놓은 듯했던 여타의 호텔과

달리 신라호텔에는 영빈관에서 시작한 국가적 자존심의

DNA가 유일무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신라호텔은

오픈부터 쉽지 않았다. 1973년 호텔사업부가 신설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1차 석유 파동이 터졌고 1975년에는

공사를 중단해야 했다. 공사가 시작된 지 5년이 지난

1979년에야 문을 열었지만, 체인이 아닌 독자 브랜드여서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 본부 호텔, 1999년 IOC 서울 총회 본부 호텔 등

굵직한 국제 행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냄으로써 인식은

완전히 달라졌고, 그 이후로도 서비스와 시설의 훌륭함, 보안과 경호 등에 최적화한 위치로 여러 국가 원수와

할리우드 스타를 맞이하면서 국제 감각의 근육은 더욱더

단단해졌고 서비스 수준은 우상향했다. 언젠가부터

신라호텔이 마음먹으면 안 되는 서비스가 없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위상은 확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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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가치에 집중

많은 사람이 글로벌 호텔 브랜드와 일하는 내게 우리나라

호텔의 가능성에 대해 종종 묻는다. 나는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그 안을 채우는 마인드가 더 중요하다고 답한다.

그런 면에서 신라호텔은 어떨까. 눈에 띄는 건 무엇보다

신라호텔이 지속적으로 보여준, 멈추지 않는 자기

변신의 의지다. 우리나라에 호텔 문화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1970년대 적자 상태인 영빈관을 인수, 추가 투자를 통해 신라호텔을 세운 뒤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신라호텔이 흑자를 낸 건 오픈 후 4년이 지난

1983년부터로 알려졌다. 그 인고의 시간을 견딘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2013년에는 약 1000억원을 들여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했고, 명실상부한 럭셔리 호텔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뤄냈다. 한다면 하는 신라의 행보다. 뉴욕

포시즌스 호텔,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등을 디자인한

피터 리미디오스가 ‘시대를 아우르는 모던함’을 콘셉트로

디자인한 것도 대단하지만, 내게는 수면 환경을 최상으로

조성하기 위해 80수 400TC 침구 구성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더 크게 와닿는다. 이런 투자는 오늘날에도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내게 또 인상적인 뉴스는

공사 기간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 전 직원에게 정상 급여의

70%를 지급했다는 소식이었다. 전 세계 호텔 리노베이션

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호텔 기업의

빼놓을 수 없는 경영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직원에 대한

처우다. 이는 직원 개개인의 복지 차원이 아닌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기도 하다.

오너의 절대적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이 뉴스에서 나는

신라의 또 다른 가능성을 기대하게 되었다.

마음을 헤아리는 세심함

언젠가 식사할 때 사용하는 무거운 수저, 불이 났을 때

위험한 플라스틱 휴지통을 지적했다는 고인이 된 이건희

회장의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인상적인 건 그다음이다.

일사불란하게 철제 휴지통으로 바꾼 것이야 그렇다고

해도, 단순히 직원에게 수저를 바꾸라고 지시하지 않고

경영진에서 개선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심 감탄했다. 호텔은 생각보다

상명하복의 문화와 위계가 강한 조직이다. 예를 들어

총지배인이 직접 쓰레기를 줍고 다니면 직원들이 따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만큼 위에서 어떤 태도와 의지를

갖느냐가 호텔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얼핏 사소해

보이는 수저며 휴지통까지 챙기는 경영진 밑에서 직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서비스를 할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대한민국 대표 호텔로 신라호텔이 떠오르는 건

화려한 외양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가치

지향의 태도가 누적되어 우리에게 전해지는 서비스

DNA 때문이 아닐까. 또 신라호텔을 재방문하는 고객은

입실 전 원하는 온도와 습도를 가장 최근 투숙 시 요청한

대로 세팅해준다. 바로 이런 DNA야말로 신라호텔의

힘이자 가능성이 아닐까. 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요즘처럼 경험 그 자체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경험 경제의 시대에 이런 가치야말로 빛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고객을 향한 환대가 호텔이 갖춰야 할

기본이라면, 신라호텔이 장착한 서비스 마인드에서 나는

그 기본을 다시 떠올리고는 한다. 루벤스의 그림에서처럼

말이다. 신라호텔이 앞으로 써 나갈 새로운 역사에

주목하는 이유다. N

한이경 미국 미시간 대학과 하버드 대학원에서 건축을,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대학원에서 부동산 개발을 공부한 건축가이자 호텔 어드바이저.

미국 ‘피라미드 호텔 그룹’ 부사장, 아부다비 사디야트Saadiyat 섬 문화 지구Cultural Precinct 수석 디자인 매니저, ‘윈담 호텔 그룹’ 아시아 기술 자문 총괄, 중국 옥타브Octave 부동산 그룹 대표로 일했다. 미국 전역과 유럽, 아랍에미리트와 일본, 말레이시아, 중국 등 대륙과 국경을 넘나들며 ‘메리어트 호텔 그룹’의 여러 브랜드 리조트, ‘힐튼 호텔 그룹’ ‘스타우드 호텔 그룹’의 여러 브랜드 호텔, 중국 최초 웰니스 리조트 ‘상하 리트리트’ 등을 비롯한 40여 곳의 호텔과 리조트 개발 작업을 지휘했으며, 현재 ‘메리어트 호텔 그룹’ 한국 신규 오픈 총괄 PM 회사 ‘폴라리스 어드바이저Polaris Advisor’ 대표이자 힐링 호스피탈리티의 세계적 선두 주자 ‘Healing Hotel of the World’ 협력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서대문구의 ‘원앙여관’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 ‘원앙아리’로 만들어 직접 운영하고, 여러 대학 및 단체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56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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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MEETS WINE

60 DRINK

THE SHILLA SEOUL is presenting a special promotion to raise your cultural quotient on a warm spring day. Enjoy art and wine together with “The Library Culture Experience” that features detailed explanations of works by the golden artist Gustav Klimt while tasting Klimt wine.

빅토르 위고는 “신은 물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고 말했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샤토 마고’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손녀의 이름을 ‘마고’라고 지었다. 와인은 오랫동안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고, 예술가의 후원이나 협업 등을 통해 라벨이나 보틀 디자인, 패키지에 예술을 담기도 했다. ‘아트 와인’의 시조인 ‘샤토

무통 로칠드Château Mouton Rothschild’는 1945년부터

살바도르 달리, 세자르 발다치니, 호안 미로, 마르크

샤갈, 앤디 워홀, 이우환 등 당대 최고 예술가의 작품을

와인 라벨에 담았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와이너리

‘니타르디Nittardi’도 훈데르트 바서, 오노 요코, 김창열

화백의 작품을 라벨에 담았고, 돔 페리뇽은 앤디 워홀, 제프 쿤스, 레이디 가가 등과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였다. 이처럼 와인과 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

관계에 있다.

서울신라호텔은 와인과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프로모션을 준비했다. 황금빛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이 라벨에 담긴 와인을 마시며, 클림트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더 라이브러리 컬처

익스피어리언스’를 진행한다. 이번 프로모션에 제공하는

클림트 와인은 ‘클림트 키스 뀌베 브뤼

Klimt Kiss Cuvee Brut’로 구스타프 클림트의 탄생

150주년 기념으로 출시된 스파클링 와인이다. 라벨에는

그의 대표작 ‘더 키스’가 들어갔다. 이 작품은 클림트의

실제 사랑의 메시지가 담긴 그림으로, 인생 뮤즈였던

에밀리에 플뢰게를 꼭 안고 볼에 입맞춤하는 모습이다.

특히 병목과 라벨에 그의 ‘황금 제작 기법’의 독특한

문양과 텍스트를 삽입해 하나의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도록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클림트 키스 뀌베 브뤼’는 오스트리아의 대표 스파클링

와인 기업 슐럼베르거가 생산했으며, 벨슈 리슬링과 피노

블랑, 샤르도네 품종을 이용해 샴페인 방식으로 양조했다.

잘 익은 사과 향, 시트러스 계열 과일 향, 오렌지의

아로마와 함께 신선한 산도, 미네랄 느낌과 섬세하고

우아한 버블이 잘 어우러진 기분 좋은 스파클링 와인이다.

청량감에 마시기 편한 산미감을 가지고 있어 훈제 연어나

참치, 각종 해산물 구이, 장작 숯불 통닭(흰 살 육류) 등과

환상적인 마리아주를 이루며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마셔도 좋다.

‘더 라이브러리 컬처 익스피어리언스’는 클림트 와인

시음을 하며 클림트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서준

도슨트의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진행한다. 이서준

도슨트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박물관 도슨트뿐

아니라 클림트 작가 작품이 전시된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박물관 도슨트 경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 프로모션은

클림트 와인 테이스팅과 와인 스토리텔링, 페어링 스몰

디저트(마카롱, 타르트 또는 까눌레), 클림트 와인 200ml

1병이 기프트로 제공된다.

오스트리아 대표 화가로 ‘그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독창적 작품 세계를

61
구축한 천재 화가’로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클림트의 작품 세계와 ‘유티드’ ‘더키스’ 등 그의 대표작을 와인과 함께 만나보자. N cooperation THE LIBRARY (82 2 2230 3388)

PRACTICE FOR ULTIMATE PURENESS

You won’t be able to create a masterpiece no matter how much you crave for. Life is a journey to reaching perfection. Artist Choi Jong Tae, who is a master of modern Korean sculpture, has devoted his entire life to searching for the truth and eternity of life through his artistic practice. Aged over 90, the artist has been exploring beauty every day with his endless passion for art. We asked him, who seemed to be finally liberated from all things, about what made him continue his artistic career.

이데아에 도달하고자 했던 플라톤처럼 예술가

역시 평생에 걸쳐 근원적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표현하고자 한다. 하늘이 내려준 나이[上壽]에 보다

가까워진 93세의 조각가 최종태는 예술과 진리가

하나 된, 구도求道의 경지를 걷고 있다. 그는 구순이

넘어서야 비애가 담겼던 지난 세월의 조각에서

벗어나 편안한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그에게 예술을

지속하는 힘,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고견을 들었다.

최종태 1932년 대전에서 출생해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 현대사의 격변기를 모두 겪었다.

1958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으며, 조각가 김종영과

화가 장욱진을 사사했다. 1959년 국전에 입선했으며, 2008년

은관문화훈장과 2011년 대한민국 미술인상 등을 수상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교회 조각의 현대화와 토착화를

이끌어왔으며, 법정 스님의 요청으로 길상사 관음보살상을 조각했다.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김종영미술관 명예관장이다.

최종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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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제주신라호텔 로비에는 1991년 작 ‘얼굴’이 오가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납작한 옆모습에 극도로

단순화한 형상이 시그너처이기도 합니다.

C. 시작은 1968년 무렵입니다. 석고 뜨는 일이 지겨워서

시멘트와 석고를 섞어 직접 붙였습니다. 두 손을 올려

맞잡는 형상을 만들고 그 구멍 안에 얼굴을 만드니 공간이

작아 측면만 있고 앞면에서는 납작한 것으로 양해襄楷를

했습니다. 1980년 전후로 얼굴만 단독으로 서 있는 소위

‘얼굴’ 작품이 되었습니다. 반독재와 민주화 투쟁 물결을

만나면서 도끼 모양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부드러워졌지요. 나의 납작한 얼굴 조각은 60년 동안

만든 것으로 그럭저럭 300개가 넘을 것 같습니다.

N. ‘얼굴’을 비롯해 조각 인생 통틀어 여인상을

만들어왔습니다. 예수, 김수환 추기경, 손자들을

제외하고는 남성 조각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여인상은 어떤 의미를 지닙니까?

C. 조각가로서 일생을 여인상만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소녀상뿐입니다. 왜 그랬는지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만, 전부 그렇다는 것은 필시 무슨

까닭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로운 형상, 신선한 세계에

접근하려 한 것인데 귀착점은 번번이 소녀상이었습니다.

깨끗한 것, 맑은 것, 청순한 것, 그리하여 성스러운 것.

그런 단어가 상징하는 세계가 늘 그리웠습니다. 나중에는

성모상이 되기도 하고, 관세음보살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N. ‘깨끗한 것, 맑은 것, 청순한 것’은 ‘순수’를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순수와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입니까?

C. ‘순수’는 깨끗한 것, 즉 오염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왜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 조각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이며, 삶의 뜻은 무엇인가.’ 이것이 나의 큰 숙제였습니다.

피카소도, 마티스도 어린이처럼 되지 않고서는 그림이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피카소가 실제로 그렇게

그리기까지 50년이 걸렸습니다. 나이 쉰이던 어느 아침, ‘조각이란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번쩍 스쳤습니다.

불교로 치면 돈오(頓悟, 단박의 깨달음), 그 이후는 점수(漸修, 깨달음 이후 점진적 수행)로 볼 수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가 말년에 ‘다 있으면서 다 없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세계 미술사가 내 작품 안에 있어야

하지만, 미술사로부터의 자유를 얻어야 미美를 만납니다.

순수한 아름다움이란 미술사, 즉 역사의 물듦이 없는

깨끗함입니다. 도덕적 의미의 깨끗함도 동반합니다.

‘생각하는 여인’, 2021, Pastel on Paper, 40×30cm(Framed 75×57cm), 가나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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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 있는 여인’, 2022, Color on wood, 15.5×66×10.5cm, 가나아트 제공 ‘Face’, 2017, Bronze, 22.3×39×62cm, 가나아트 제공 ‘앉아 있는 여인’, 2021, Bronze, 56×28×41.5cm, 가나아트 제공

N. 창작을 삶의 진리에 도달하고자 하는 수행이라고

하셨습니다. 60여 년 동안 수행의 과정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입니까?

C. 인생은 역사와 자연과 세상을 한눈으로 꿰뚫는

것입니다. 즉 통달하는 것입니다. 작품이란 것은 될

듯싶으면서 항상 ‘안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침’이 없는

일입니다. 완전한 것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나를 만들면

천千이 나온다. 그 하나를 만들면 나는 조각을 그만할

것이다.” ‘그 하나’는 근원의 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매일 작업하는 것 같습니다. 작업에 완성이란, 절대적 만족이란 없습니다.

N. 화가 김병기 선생님이 2018년 개인전을 보고 “모두 한국 사람의 얼굴”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처럼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노력해오셨습니다.

C.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 가운데 으뜸가는 형태를 꼽으라면 삼국시대의 불상 조각, 특히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하 반가사유상)입니다.

1965년 반가사유상을 만난 후 길을 정했습니다.

완전함과 깨끗함, 종교성을 모두 담고 있었습니다.

일본 고류지의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보고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말한 것처럼 반가사유상은

‘진실한 인간 실존의 최고 이념’이자 ‘가장 영원한 모습의

심벌’입니다. 예술은 삶의 이야기입니다. 그 모든 것을

반가사유상이 표징하고 있습니다. 반가사유상은

인류에게 영원토록 이야기를 건넵니다.

N. 최근 작품은 푸근한 느낌이 듭니다. 일순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C. 내 일생의 작품은 모두 슬픔이 묻어 있었습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았습니다. 여러 사회적 혼란을 겪으면서

그것과 예술이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내 삶이 그렇게 반영된 것입니다. 1985년 파리

<FIAC>에서 전시할 때 그곳 사람들이 ‘작품이 모두

슬프게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시장을 다시

둘러보니 방 전체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근처 카페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내 모든 작품은

아픔과 고뇌에서 벗어나려는 싸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 90이 되면서 그것이 사라졌습니다. 내 소녀상들은

이제 울지 않습니다. 얻은 것은 사랑과 평화입니다.

N. “일을 할 때는 청년이고 일을 안 하면 환자”라고

말씀할 정도로 지금까지도 열정적으로 작업해오셨는데,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하십니까?

C. 연필, 매직, 파스텔 등으로 드로잉을 하고 있습니다. 작업은 요즘도 꾸준히 하는데, 예전처럼 몇 시간씩

연달아 하기는 힘듭니다. 한두 시간에 한 번씩 쉬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집중하다 보면 쉬는 것도 잊어버리거든요. N

“The works I created throughout my life are all infused with sadness. In fact, they reflect my life. As I turned 90, the sadness disappeared. I found love and peace, inst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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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EU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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