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ian 202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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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72

March

2023
2023/3 NO. 272 THE GLITTERING SCENE OF YOUTH
Graff unveiled an exceptional new creation during Paris Couture: a necklace of incomparable beauty and craftsmanship, featuring a 50 carat D Flawless oval diamond, accompanied by100 carats of pear shape, emerald cut, oval, round and baguette cut diamonds.

Before and After Youth

If youth is the springtime of life, strength to go on and positive driving force to live in the modern world, it is open to everyone.

12 OBJECT

If the spring season is nature’s youth, nature always goes back to its youth. Spring will be coming soon before long. The biting cold of winter is nothing but a passage to the youth for giving way to warmer weather so that new buds can start to sprout.

청춘靑春. 어느 언어든 청춘이라는 말에는 싱그러움이 묻어난다. 와인으로 따지면 화이트 와인이고, 포도 품종 중에서는 소비뇽 블랑이며, 아직 수확 전의 열매인 상태다. 풋풋한 잔디 향과 시트러스 향이 가득하고 산도가 도드라지며 미네랄 가득한 그런 소비뇽 블랑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포도의 상태. 어떤 형태의 구조와

여운을 가질지 아직 모르지만, 발효의 시간을 지나면

밸런스 좋은 아주 싱그럽고 힘 있는 화이트 와인이 될

거다. 그 신선함을 떠올리며 입으로 청춘을 굴려본다. 청춘을 내뱉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생기가 퍼진다. 하지만

이내 싱싱함이 아스라이 멀어진다. 시음 적령기가 한참이

지난 화이트 와인처럼 자신이 청춘의 뒤안길에 선 자이기

때문이다. 뒤에서 본다는 건 부럽거나 안타깝거나 후회가

드는, 그런 지난 것에 대한 견딜 수 없음이다. 만나는

것보다 떠나는 것이 늘어나서다. 그래서인지 요즘 과거를

떠올리는 일이 잦다. 이름이 가뭇한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엇비슷한 이름을 발음하기도 하고, 굳이 가슴이

아리는 과거의 행동이나 낯부끄러운 판단과 생각을

돌이켜보기도 한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일을

누가 바로잡을 수 있을까. 그건 드라마처럼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이 생기지 않는 이상 일어날 수 없다.

얼마 전 친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서로 알게 된 지도, 만난 지도 오래였다. 마흔이 넘어서 소설로 등단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몇 년이 됐는데 첫 장편 소설이 나왔다며, 출판사 팬 미팅을 할 때 얼굴이나 보자고 했다. 그의 연락이

반갑고 기뻤지만 스스로에게는 청춘의 뒤에서 서성거리는

감상적 시간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청춘을 앞에 둔 것처럼

생생한 그의 모습과 너무 비견되어서였다. 일상이라는

시간은 사람을 마모시키고 희석한다. 청춘의 싱그러움도

일상에 부대끼다 보면 점점 빛을 잃는다. 나는 스스로 빛을

잃어간다 생각했는데 그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건 스무 살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게 청춘은 어디로

튈지 모를 날 선 문장이었지만, 나에게 청춘은 여리고

섬세한 문장이었다. 언제나 확고하고 주관이 강했던 그에

비해 나는 뭔가 미숙하며 모호했고, 치기가 넘쳤지만

초조하고 불안한 감정이 늘 서려 있었다. 나의 음절이, 나의

단어가, 나의 문장이, 나의 문맥이 그랬다. 자신의 글에

도취하거나 타인의 글을 시기하고 멸시했다. 나에게는 그

질투로 날 선 감정이 당시의 동력이었다. 그래서인지 모난

감정에 취해 자신이 얼마나 싱그럽고 아름다운지 몰랐다.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청춘이 앞에 있었지만

나의 인식은 늘 청춘의 뒤에 서 있었다.

그렇지만 그 쓸림과 마모가 청춘을 더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 때도 있다. 우리는 오랜 시간 서로의 방향으로 일상을

걸어가면서 자신만의 푸름을 발산했다. 일상을 버티고

부대끼며 그 안에서 값진 시간을 지나온 것이다. 스무

살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람들과 그때는 예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얻었다. 그 경험이 자신의

일에 녹아들거나 취미나 또 다른 일상의 축적이 됐다.

알고 보면 우리 모두 청춘의 뒤가 아니라 앞에 있었는지도

모르는 셈이다.

봄이 자연의 청춘이라면 자연에게도 청춘은 늘 앞에 있다.

곧 다가올 것이다. 앙상하고 추운 겨울도 푸른 새싹을

피우기 위한 웅크림에 불과하다. 청춘을 다시 입으로

굴려본다. 시트러스 향이 짙은 그 생기를 뱉지 않고 삼킨다.

지난 일과 사람을 생각하려다 내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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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사람에 대한 기대를 품는다. 다가올 것을 생각하며 새로운 것을 계획하고 손을 뻗는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곧 봄이 올 것이다. N

겨우내 얼어붙은 땅이 녹고 가지에 푸른

잎이 달리는 춘삼월, 그야말로 생명력

가득한 호시절이다. 따뜻한 바람을 타고

봄의 흥취가 오르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치기 어린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청년은 봄 그 자체다.

세대Generation는 사람이 태어나 다음

대를 출산하기까지 걸리는 대략적인

주기를 말한다.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

25~30년을 한 주기로 보는데, 사회학적으로는 특정 행동 양식과

사회상을 공유하는 코호트Cohort와

궤를 같이한다. 세대는 청년을 대변하는

키워드다. 봄이 사계절의 시작을 알리듯

한 세대를 뜨겁게 달궜던 청춘의 기억은

일평생의 봄으로 남는다.

Our Neverland

Youth is the springtime of life. The memories of our most brilliant time of life conjure up the spring season when flowers bloom in the back of our mind. The notion of youth, the spring of life, has changed over time. Get a further insight into diverse aspects of youth which has evolved from generation to generation.

14 STORY

0과 1로 이뤄진 연결

청년 세대의 선봉에는 X세대가 있었다. X세대는

1970~79년생을 일컫는데, 캐나다 작가 더글러스

커플랜드의 소설 <X세대>(1991)에 처음 등장한 용어다.

베이비붐 이후 등장한 신세대로, 자기중심적이며 취미에

많은 시간과 돈을 쏟고, 소비와 유행에 민감하다. 날카로운

일렉 기타의 질주와 흑백 이미지, 배우 이병헌과 가수

김원준이 출연한 1993년 트윈엑스 화장품 광고는

질풍노도의 X세대를 그대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X세대는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앞선 세대에 비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풍요를

누린 X세대는 대중문화의 부흥을 이끌었다. 서태지와

신해철, 김건모 등 1990년대 대중가요계에 혁명을 일으킨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10 20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음악의 대중화와 팬클럽의 확산에는 PC통신이 있었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등 ‘PC통신의 4대

천왕’이 등장하면서 X세대는 인터넷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가수에게 푹 빠진 X세대는 팬클럽을 만들어

채팅하거나 ‘정모’를 계획하기도 했다. 서태지를 좋아하는

X세대의 영향력은 아이돌로 이어졌는데, H O T., 젝스키스, S.E.S., 핑클 등 1세대 아이돌의 등장을 예고했다.

영화 <접속>(1997)은 이런 X세대의 소통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영화로 많은 공감을 받았다.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X세대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세대’였다. 기성세대와 세대 차이를 극심하게 겪는 동시에, IMF 외환 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를 모두 경험한

혼란스러운 세대다. 이제 X세대는 40대에 접어들었고

Z세대의 부모가 되었지만, 여전히 H O T.의 ‘캔디’가 어디선가 들려오면 가장 먼저 가슴이 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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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brings a warm spring breeze to your life is the hot blood of youth. The blood of youth is so hot that, in the human garden, the grass of love grows, the flower of dream blooms, the sun of hope rises, and the bird of joy chirps merrily. - <Ode to Youth> by Taewon Min

대중문화의 질주 속에서

1999년 12월 31일, 사람들은 새천년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함께 안고 있었다. 세기가 바뀌면서 컴퓨터가

날짜를 인식하지 못해 온 세상의 시스템이 마비될

것이라는 ‘밀레니엄 버그Year 2000 Problem’가 공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우려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Y2K를

딛고 쾌활한 새천년을 열었다.

밀레니얼은 198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이들을 가리킨다. 현재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을 이루는

사회 주체다. 이들은 태어난 후 IMF 외환 위기의 그늘에서

자라 2008년 또 한 번 금융 위기가 닥친 2008년에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을 보냈다. 불황으로 취업, 주거, 결혼 등 인생의 큰 이벤트를 포기하는 ‘N포 세대’가

늘어났고, 많은 이들이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량진으로 향했다.

힘든 상황으로 지친 영혼을 위로한 것은 아이돌과 영상 매체였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음원과 영상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고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2세대 아이돌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장악했다. X세대가 팬클럽의 포문을 열었다면, 밀레니얼은 수많은 ‘빠순이’를 주축으로 격렬한 팬덤

활동을 전개했다. 아이돌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 같은 드라마가 한류를

이끌었다. 복잡다단한 사회와 다양한 매체를 향유하면서

청춘을 보내는 밀레니얼은 이전 세대에 비해 성장에 대한

욕구가 훨씬 클뿐더러 열정적으로 가지를 뻗고 있다.

오로지 ‘나’로 봐주길

밀레니얼이 실질적 경제 주체로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면, Z세대Gen-Z는 이제 막 청춘의 기억을 쌓고 있는

1020세대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Z세대는 스마트폰의 보급화로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경험해왔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과 접속할 수 있고 SNS를 통해 교류하는 게

익숙하다는 의미다.

기성세대는 Z세대를 밀레니얼과 엮어 개인주의와 개성이

강하다고 한다. 이는 인터넷의 급류 속에서 Z세대가

적응해가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Z세대는 끝없는

호기심으로 K-팝 아이돌, 애니메이션, 미국 드라마 등

광범위한 취향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쌓은 취향은 ‘나’다운

콘텐츠를 만들면서 확대되는데, 유튜브에 자신의 일상을

찍은 브이로그를 올려 또래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통해 자신만의 커뮤니티를

구축하기도 한다. 특히 영상 매체가 15초에서 1분 정도의

숏폼Short-form으로 바뀌면서 유행의 변화 주기는 더

빨라졌다. Z세대는 그 속에서 유연하게 적응하며 ‘나’를

각인하려고 노력한다.

기성세대의 사회적 문법은 시간과 세대의 흐름에 따라

파괴되고 재구축된다. Z세대의 현재는 이전 세대의

1020시절과 비슷하다. Z세대는 별나지 않다. 그저

명문대, 대기업 같은 기준이 무너지면서 자기 증명을

위해 각자도생하고 있다. 꽃샘추위가 부는 봄은 여전히

쌀쌀하고, Z세대의 청춘은 현재진행형이다. N

16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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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Call Me Too Young

The teenage period is a time of vivacity and vitality when the youth shine most brilliantly. Though immature and inexperienced, they always sparkle. Here are some people who are willing to dedicate themselves to making the world a better place. These young activists are leading the way to light up the future.

TREND

푸른 별 시리우스는 지구에서 볼 수 있는 천체 중

가장 밝은 별이다. 별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을수록

표면 온도가 높고 푸른색을 띤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시리우스처럼 온몸을 불살라 가장 밝은 빛을 내는

이들이 있다. 최근 전쟁, 차별, 환경 파괴 등 인류 공통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활동가는 다름 아닌 10대.

과거, 어떤 분야의 전문가나 영향력 있는 인물이 활동가로

움직임을 이끌었다면 21세기 젊은 활동가는 SNS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미래를 위한 의견을 피력한다.

‘지구 최후의 날 시계Doomsday Clock’가 자정(파멸)까지

90초를 남겨둔 상황에서 어린 스피커는 더 밝게 빛난다.

미래의 나, 너, 우리를 위하여

21세기 가장 유명한 환경운동가는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다. 2003년생인 그는 2019년

유엔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툰베리는 <타임TIME>에서 꼽은 ‘2019년

올해의 인물’에 최연소로 선정되었으며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가 환경운동을 시작한

것은 고작 15세에 불과한 2018년 9월, 지구 환경 파괴에

침묵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은 어른들에게

반기를 들기 위해 매주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uture’ 운동을 전개했다.

이 환경운동의 신동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TED 강연 등

인터넷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시위’는 2019년 125개국 2000여 도시로 확산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은 툰베리를 ‘세상 물정

모르는 행복한 소녀’라며 부정적으로 반응한 바 있다.

하지만 툰베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SNS를 통해 그들을

질타하며, 각국 정상이 기후변화의 위협을 바로잡고

책임질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툰베리는 지난 1월 독일

탄광촌 철거 반대 시위에 동참해 석탄 채굴 반대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툰베리 이전에도 센세이션을 일으킨 학생이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우주항공학을 공부하던 보얀 슬랫Boyan

Slat은 16세였던 2011년 그리스 지중해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다 바다에 떠다니는 대량의

플라스틱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학업을 중단하고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슬랫은

해류를 이용해 쓰레기를 모으는 방법을 고안, 2013년

비영리 재단 ‘오션 클린업Ocean Cleanup’을 세우고

528쪽에 달하는 ‘해양 정화 계획서’를 발표했다. 오션

클린업은 여러 기업의 투자로 4000만 달러(약 48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마련했고, 견인식 플로팅 구조를 활용한

폐기물 포획 시스템을 개발했다. 2021년 7월 해양 정화를 위한 플랫폼 ‘시스템 002’를 북태평양 중앙에 있는 거대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에 설치, 약 3개월

만에 해양 쓰레기 2만8000kg을 수거했다. 지난해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처 발로나 크릭에 최초의 ‘인터셉터

오리지널Interceptor Original’이 설치되었다. 이들이 건져

올린 폐기물에는 워터볼 연필꽂이, 마네킹, 칫솔, 썰매, 스쿠버다이빙 장비 등이 있다. 오션 클린업은 2040년까지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의 90%를 제거하겠다는 목표로 야심 차게 움직이고 있다.

19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 1000 Words / Shutterstock.com

자유를 위한 투사들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총포 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건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시민이

53개 도시에서 전쟁 반대와 푸틴 퇴진을 위한 시위를

벌였으나 정부는 무력 진압으로 러시아인 1800여 명을

체포했다.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 출신의 20세 소녀

올레시아 크립초바Olesya Krivtsova는 지난해 10월 SNS에

크림반도의 교량 폭발 사건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가

테러범과 극단주의자 명단에 올랐다. 크립초바는 현재

다리 한쪽에 전자 발찌를 차고 가택 연금 상태다.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다른

다리에 푸틴 얼굴을 형상화한 거미 이미지와 ‘빅 브라더가

지켜보고 있다Big Brother is Watching You’는 문구를

새기며 저항하고 있다.

2019 20년에 벌어진 홍콩 민주화 운동에서도 주역

대부분은 10 20대 학생이었다. 중국의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 심의로 발발한 해당 시위는 홍콩 인구의 약

4분의 1이 참가하는 대규모 운동으로 번졌다. 민주파

정당 데모시스토를 이끈 네이선 로Nathan Law, 조슈아

웡Joshua Wong, 아그네스 차우Agnes Chow, 이반 람Ivan Lam 등 학생운동가들이 주축을 이뤘는데, 이들은 2011년

설립한 학생운동 조직 ‘학민사조學民思潮’를 구성해

2014년 우산혁명을 주도했다. 이들은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국내외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했다. 2020년 7월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후 현재 홍콩의 학생운동가는

감옥에 수감 중이거나 석방되었다.

평등한 사회를 내 손으로

소프트 파워를 통해 사람들의 내면 깊숙이 액션을 일으킨

활동가도 있다. 구글은 매년 전 세계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과학 경시대회 ‘구글 사이언스 페어’를 개최한다.

2014년 ‘구글 사이언스 페어’에서 눈에 띄는 결선 진출자가

있었다. 1세대 인도 이민자인 미국의 트리샤 프라부Trisha

Prabhu는 2013년 한 소녀가 사이버 폭력으로 자살에 이른

이야기를 접했다. 어린 시절 사이버 왕따를 당한 적 있는

프라부는 확실한 사이버 폭력 예방을 위해 14세의 나이에

‘리싱크ReThink’ 프로그램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리싱크’

프로그램은 인터넷에 누군가를 폄하하는 말을 올리기 전

‘이 메시지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프라부가 평소 관심 있던 뇌과학적

관점에서는 청소년이 인터넷에 누군가를 비방하는 글을

쓰는 이유가 사고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덜 성숙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테스트 결과 경고문을 본 청소년

중 93%가 악성 메시지 업로드를 그만두었다. 트라부는

2021년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미만 30인(Forbes 30

Under 30)’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도 미국에서는 인종차별 문제로 인한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아시안계 미국인 위노나 궈Winona Guo는

10학년이던 2014년,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기피하자 불만을 갖게 되었다. 이후 친구

프리야 벌치Priya Vulchi와 비영리 단체 ‘추스Choose’를

공동 설립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을 인터뷰하며 인종과

관련한 이야기 200여 가지를 수집했다. 이를 모아

교육자를 위한 인종 문해력 교과서와 툴킷 <클래스룸

인덱스The Classroom Index>를 출간했다. 궈와 벌치는

고등학교 졸업 후 1년간 미국 50개 주를 여행하며 인종, 문화 및 상호 교차성에 관한 이야기 수백 가지를 모아

2019년 저서 <Tell Me Who You Are>를 펴냈다. 그들이

여행에서 배운 핵심 교훈 한 가지는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인종적 현실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고,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깊게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N

20 TREND

How to Be a Grown Up

An adult refers to a “fully grown” person. Being an adult means taking heavy responsibilities. The youth, who experienced freedom for the first time in their life, are just like a boat pitching and tossing in the storm. We have met young artists seeking to comfort the hearts and minds of our youth in this bittersweet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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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최지원, ‘뻐꾸기를 기다리며Waiting for a Cuckoo’, 2022, Oil on Canvas, 100×80.3cm, ThisWeekendRoom 제공

화가 최지원

화가 최지원의 단단하게 피어나는 블루

이태원 앤티크 골목을 지나다 보면 작은 도자기 인형을

마주하고는 한다. 정교한 도자기 소녀들은 푸른빛 광택이

감도는 하얀 피부에 미소를 지을 듯 말 듯 미묘한 표정을

띠고 있다. 완벽해 보이는 이 인형에게 영혼이 있다면 무슨

색일까? 1996년생 회화 작가 최지원은 최근 미술계의

주목을 받는 신진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는 도자기 인형이

지닌 매끄러운 표면과 물성에 매료되어 2019년부터

도자기 인형을 그렸다. 최지원의 그림 속 인형은 손을

대면 미끄러질 것처럼 매끄럽고 단단할 것 같지만 그들은

깨지기 쉬운 도자기다. “우리 삶 속에서 양면적 양태를

자주 목격하면서 도자기 인형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표면은 최지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티프다. 매끄럽고

단단한 표면은 완벽하지만, 이면에 공허한 감정이

자리한다는 의미에서 보여주려는 지점과 맞닿아 있다고.

“대상을 관찰할 때 근거리에서 대상의 촉각적 표면을

두 눈으로 흡수하듯 바라봐요. 마치 3D 스캔을 하듯이

말이에요. 이는 제가 붓질을 하고 싶게끔 만들어주는

회화적 욕망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그림 속 도자기

최지원, ‘블라인드 안에서Stuck in the Blinds’, 2022, Oil on Canvas, 145.5×227.3cm, ThisWeekendRoom 제공

인형은 무표정하다. 살아 있는 것 같지만 창백한 피부와

생기 없는 눈동자, 작은 입술이 일견 단호해 보이기까지

하다. 외강내유라고 했던가. 단단한 표면 뒤에는 눈물을

삼키고 있는 것 같다. “도자기에 영혼이 있기도, 없기도 합니다. 작업 초반에는 도자기 인형을 영혼이 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작업에 임하지만, 마무리 과정에서는 영혼이

깃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가 매끄러운 붓질을

통해 빚어내면 영혼이 생성되는 거죠.” 이제 차갑고

깊은 블루는 최지원의 특징적인 색이 되었다. 채도가

낮지만 강렬한 색을 화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는 차분하게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기에 선호한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활발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작가는 청춘이야말로 “치열하게 개인의 색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대학원을 졸업하고 두 차례의 단체전을 치른 그는 올해 또 한 번 도약한다. 최지원은 3월 3일 디스위켄드룸ThisWeekendRoom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열고, 아트페어와 베를린, 상하이 등에서 그룹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최지원, ‘말벌의 죽음The Death of Wasps’, 2022, Oil on Canvas, 162.2×130.3cm, ThisWeekendRo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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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용기를, 일러스트레이터 임유끼

괴로워하는 청춘에게는 자그마한 공감이 필요하다. 청춘

일러스트레이터 임유끼(@imyoukki)는 10~20대인 ‘나’와

주변의 이야기를 일러스트로 그려낸다. “삶의 행복도, 슬픔도, 기쁨도, 괴로움도 주변 관계의 사소한 것에서

시작됩니다. 일상에서 누구나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그림으로 풀어내는데, 사람들에게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주고 싶었어요. ‘나도

그랬지’ 하면서요.” 등장하는 인물과 분홍색 토끼 대부분은

소심하고 외롭고 우울한 면이 있다. 어릴 때부터 겁이

많고 깜짝깜짝 잘 놀라서 토끼 같았다는 작가는 사회에

나와 토끼를 페르소나로 삼게 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마치 약육강식 세계에서 초식동물인 토끼가

된 것 같았어요. 소심하고 외롭지만 역경을 꿋꿋하게

이겨내려는 의지의 토끼랄까요!” 작가의 긍정적 에너지는

그림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임유끼의 일러스트가 대중에게

공감을 얻은 것은 솔직함에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이 일기장에 적어준 글귀를 기꺼이 오픈하고, 불만

가득한 청춘의 모습과 아팠던 기억을 솔직하게 내보인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는 졸업 전시 작업물을 네이버

그라폴리오와 인스타그램에 연재하면서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SNS를 통해 주로 만나는 독자는

10 30대 여성. “SNS는 생각과 그림을 공유하기 쉽고, 독자의 즉각적인 반응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임유끼의 일러스트는 유독 텍스트가 강한데 독자가 그림만

있는 것보다 더 공감하기 쉽다는 피드백을 해준 후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작업 스타일을 바꿨다.

임유끼의 청춘은 어두운 긴 터널 같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안주하는 것이 아닌, 함께 있던 이들과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어둠을 즐겼다. “누군가 느긋하게 나를 기다려주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조급함은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이죠. 지금은 어둠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작업하는 것이

목표라는 임유끼는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힘들고 지칠

때 힘과 따뜻함을 얻길 바란다고 밝혔다. “남을 알아가는

이유는 곧 나를 알고 싶기 때문이에요. 제 이야기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를 알아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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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임유끼 © imyoukki
ARCHIVE
© imyoukki

영화감독 곽민승 © (주)인디스토리

영화감독 곽민승의 꿈을 잇는 힘

팬데믹으로 매일 집 안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25세 주리는 어느 날 갑자기 ‘가게를 돌보지 않으면

집을 나갈 것.’이라는 엄마의 통보에 김밥을 꾹꾹 눌러

말기 시작한다. 지난해 가을 개봉한 영화 <말아>는 잘난

것 없는 20대 청춘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낸 곽민승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독립영화를 만들어온 곽 감독은 여러 단편을 통해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덤덤하게 담아냈다. “<말아>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게도, 이 영화를 보게 될 어느 청춘에게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주리의 인생은 끝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저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죠.” 곽민승 감독은 영화에 고등학생, 20대, 사회 초년생을 등장시키는데, 모두 마음 한편에 불안을 품고 있다. 짝사랑하는 남자애와 이어질 수 있을까 불안하고(영화 <럭키볼>), 젊은 음악인은 월세를 낼 수 있을지 초조하다(영화 <밝은미래>). 중학생

영화 <말아 ROLLING>, 2022 cooperation ThisWeekendRoom (82 70 8868 9120) Imyoukki (@imyoukki) MINSEUNG KWAK (@minseungkwak)

영화 <입천장 까지도록 와그작>, 2021

때부터 음악을 했던 그는 자신의 20대 시절은 불안과 방황으로 가득했다고 고백했다. 진학한 음대에서 영화

연출에 대한 갈망이 생겼고, 첫 단편영화를 만들었으나

어느 영화제에서도 상영되지 못했다고. “20대는 꽤 우울하고 힘겨웠습니다. 낭만적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죠. 청춘은 매사에 위태롭고 불안함이 맴도는 시기예요. 온갖 문제로 시련과 고통을 겪죠.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세상에 맞서려는 의지가 어느 나이대보다 강렬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주변의

청춘에게 관심이 갔죠.” 막막하고 어둡던 청춘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비슷한 주변 또래 친구들, 동료들, 가족이 있어서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다가도 그들과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위안을 받습니다. ‘그래, 아직까지 우린 이 일을 해오며 살아내고 있잖아’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2021년 <입천장 까지도록

와그작>으로 장편의 가능성을 본 곽민승 감독은 연이어 <말아>를 만들었다. <말아>는 올해 일본 개봉을 앞두고 있다. “모쪼록 일본 관객에게 순탄히 공개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작년 말부터 구상 중인 영화가 새싹이 죽지 않고

천천히 성장하기를 고대합니다.” N

영화 <럭키볼 Luckybal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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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s about Youth

In spring, plants and trees begin to grow. Youth is the springtime of life. Generally, the word “youth” refers to the time of life between childhood and maturity, spanning from the late teens through the twenties. From a gripping novel portraying the agonies and frustrations of young people, to a heartwarming essay giving comfort to them in a calm voice, here are some works that give us a glimpse into the lives of youth and their fragments. Whether immature or inexperienced, youth itself is brilliant just the way it is.

26 FOCUS

내 안의 가능성에 확신을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이 문장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70년대 리처드 바크Richard

Bach의 소설 <갈매기의 꿈>(현문미디어)의 한 구절이다.

주인공 ‘조나단’은 생존이 아닌 자아를 실현하는 갈매기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역경을 극복해간다.

사회의 오랜 관습에 저항하고, 진정한 자아실현을 위한

비상을 꿈꾼다. 소설은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일에만 연연하는 청춘에게 ‘자유의지’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작가는 <갈매기의 꿈>에 “오늘의 작은 변화가

내일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썼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평범한 삶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청춘이라면 한 번쯤 꿈을 이루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도전할 필요가 있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청춘의 가장 큰 특권이기 때문이다.

주체적인 삶을 위하여

“수레바퀴에 깔릴 것인가, 힘껏 밀고 나갈 것인가.”

20세기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민음사)는 우리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누구나 겪어보았을 법한

청소년 시절 방황과 입지를 이야기하며, 19세기 말

삭막하던 독일 교육 체계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아버지의 권유로 수도원에 입학하지만, 점점 떨어지는 성적과 함께 몸과 마음이 병들기 시작한다.

결국 신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뛰쳐나온 한스는 우울증을 겪으며 방황하다 강물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다. 사실 한스 기벤라트의 모델은 헤세 자신이다.

수도원에서 도망친 뒤 시계 공장과 견습 사원으로 일하다

자살 기도를 한 젊은 날의 자신을 한스에 투영한 것.

작품에서 ‘수레’는 우리 인생을 뜻한다. 수레가 인생이라면

수레에 실을 것을 정하는 것도, 수레를 끄는 사람도 자신이

되어야 한다. ‘주체적인 삶’이야말로 청춘의 한가운데 서

있는 ‘한스’들에게 헤세가 전하고자 한 진정한 메시지가 아닐까. 인생은 늘 고난의 연속이다. 순간의 아픔에

함몰되고 좌절하기보다는 본인의 수레바퀴를 힘껏 밀고 달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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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things are not the worst things that can happen to us. Nothing is the worst thing that can happen to us.
Livingston Seagull> by Richard Bach

청춘의 열병

빌 게이츠가 “내 인생에서 가장 경이로운 작품”이라 평한

존 놀스John Knowles의 <분리된 평화>(문예출판사)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적 상황을 배경으로,

기숙학교에 모인 청춘들이 서로를 향해 품는 적의의

감정을 엮은 성장소설이다.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학생들은

우정과 스포츠, 신뢰 속에서 서로의 관계를 형성해간다.

그러나 우정 뒤에 감춰온 서로에 대한 적대심은 그들만의

비극적 갈등을 몰고 오고, 이는 친구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진다. 소설 속 소년들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어쩔 수 없이 경쟁 속에 살아가는 우리네 청춘과 똑

닮았다. <분리된 평화>는 표면적으로 전쟁이 주는 폭력을

드러내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무수한 경쟁을 강요받는

학생들의 아픔을 치밀하게 묘사했다. 더불어 적대감이

몰고 오는 비극적 결말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에게 올바른 삶의 기준과 가치에 대해

고민할 계기를 마련해준다.

삶과 죽음의 연결고리

1990년대에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의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문학과사상사)를 읽지 않고

20~30대를 보낸 청춘이 있을까. 감히 말하건대 그 당시

상실의 시대는 유행을 넘어 현상이었다. 소설에 나오는

비틀스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이 덩달아 인기를 끌기도

했으니 말이다. <상실의 시대>는 ‘청춘의 성장’이라는

보편적인 주제 속 하루키 특유의 문체가 담긴 연애소설로, 37세가 된 주인공 ‘와타나베’가 이국의 공항에서 18년

전의 연인 ‘나오코’를 소환하며 시작된다. 소설의 서사는

‘나오코’와 연루된 ‘와타나베’의 기억과 또 다른 연인

‘미도리’와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감당해야 했던 허무와

상처를 복원하는 구조를 따른다. 청춘과 죽음은 너무나도

상반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청춘은 밝고 희망적인

반면, 죽음은 어둡고 아득하다. 그럼에도 둘의 공통점은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것. 시간이 흐르면서 영원할 것

같던 청춘도 저물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는다. 주인공

‘와타나베’는 “삶의 한복판에서 모든 것이 죽음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산다는 것은 죽음과

가까워지는 일이다. 와타나베는 상실의 아픔을 받아들였고, 그 속에서도 끊임없이 사랑하며 성장했다. 그는 정말 청춘이었다.

분리된 평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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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Death is not the opposite of life, but a part of it.”
– <Norwegian Wood> by Haruki Murakami

우리 시대 청춘의 자화상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공감을 선사하는 소설이 있다.

김의경 작가의 첫 번째 장편 소설 <청춘 파산>(민음사)이

그렇다.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청춘

파산>은 경제적으로 파산 지경에 몰린 청춘의 초상을

하루살이 인생인 ‘백인주’의 삶에 투영해 그렸다. 인주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사채업자에게 쫓기며 살아가지만, 노력 끝에 법원으로부터 파산 면책을 받고, 빚 독촉으로

시달렸던 시간도 성장의 시간으로 끌어안는다. 경제적

파산은 청춘을 그 나이에 마땅히 누릴 것도 누리지

못하게 ‘청춘 파산’으로 몰고 간다. 빚만 졌다면 갚으면

되지만, ‘알바’에 빼앗긴 청춘에는 면책도, 회복도 없다.

하지만 <청춘 파산>은 제목과 달리 우울하지 않다.

명랑하고 경쾌하다.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라도 그것 또한

‘청춘’이라는 것.

청춘은 만들어가는 것

청춘이 반짝이고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청춘의 시절이 주는 힘과 위로가 있다. 김유담의 세 번째

장편소설 <커튼콜은 사양할게요>(창비)는 청춘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연극배우라는 꿈을 잠시 접고 취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입사원 ‘연희’부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도 배우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장미의

이야기까지. 첫 페이지의 첫 문장, “등장하자마자 퇴장하고

싶은 무대에 선 기분이다”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갓 직장

생활을 시작한 비정규직 청춘의 도리 없는 삶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청춘의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은 꿈을 이뤘든, 이루지 않고 다른 길을 찾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본인이 선택한 결과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커튼콜은 사양할게요>는 꿈에 도전하는 청춘뿐 아니라 그 시기를 지나온 모든 사람에게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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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ch the Hearts of Youth

자유와 평화의 음악 축제 <우드스톡 뮤직 앤 아트 페어>

미국의 전설적인 록 페스티벌 <우드스톡 페스티벌

Woodstock Festival>이 6 25전쟁 휴전 7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개최된다.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경기 포천시

한탄강 생태경관단지에서 열릴 <우드스톡 뮤직 앤 아트

페어 2023>은 ‘자유와 평화 그리고 사랑’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지미 헨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등 1960년대

록스타가 올랐던 무대를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미국 외의 국가에서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더욱 뜻깊다.

<우드스톡 뮤직 앤 아트 페어>는 1969년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미국 뉴욕 근교 농장에서 처음 열렸다.

장기화되는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 젊은이 사이에서는

반전사상과 허무주의가 퍼져 나갔고, 이런 문화를 반영한

것이 바로 <우드스톡 페스티벌>이다. 1969년 축제 마지막

날 공연에서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는 미국 국가

‘The Star-Spangled the Banner’를 로켓과 포탄이 터지는

것을 상징하는 강렬한 기타 선율로 반전 메시지를 전했다.

그 후로도 <우드스톡 페스티벌>은 개최 25주년과 30주년, 40주년을 기념하는 페스티벌이 계속해서 열렸다.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우드스톡 페스티벌>의 최종 라인업은 6월경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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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스톡 25주년 기념으로 1994년 뉴욕에서 열린 <우드스톡 페스티벌> © mark reinstein / Shutterstock.com

Music festivals are roaring back with artists from around the world, who are eager to bring live music back to audiences. Many of the biggest festivals are returning with events scheduled for spring to summer. Under the blazing sun, young people get lost in heart-pounding beats while eating, drinking and singing all along. They are willing to jump into the sea of festivals.

현대 공연 예술을 즐기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영국의 남서부에 위치한 서머싯주 필튼 마을의 워디 팜

Worthy Farm에서 열리는 현대 종합 예술 페스티벌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은 1970년

농장주 마이클 이비스가 처음으로 개최한 후 현재까지

열리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뮤직 페스티벌로 올해는

6월 21일부터 25일에 예정되어 있다. 록 음악 외에 레게, 힙합,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뿐 아니라 무용, 코미디,

연극, 서커스, 전시회 등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21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축제 현장에서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방영했다. 콜드플레이,

데이먼 알반 등이 참여했으나 현장 분위기를 만끽하지

못해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작년에는 빌리 아일리시, 폴 매카트니, 켄드릭 라마 등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뜨거운 공연을 펼쳤다. 올해는 아직 라인업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팬들은 벌써부터 어떤 아티스트가 무대에 오를지

한껏 기대하고 있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메인

스테이지인 피라미드 스테이지 외에 존 필 스테이지, 더 파크 스테이지 등 다양한 무대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현대 공연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축제인 만큼

메인 스테이지만 주목하며 기다릴 것이 아니라 축제

곳곳을 둘러보며 분위기를 만끽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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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모습 © Amy Laughinghouse / Shutterstock.com

캘리포니아 태양 아래 펼쳐지는 <코첼라 페스티벌>

미국 캘리포니아주 콜로라도 사막에 위치한 코첼라

밸리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은

미국의 대형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다. 줄여서 코첼라

페스티벌, 코첼라 페스트, 코첼라라고도 한다. 1999년부터

시작한 <코첼라 페스티벌>은 2012년 이후 4월 둘째

주와 셋째 주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 2주간 총 6일 동안

개최하며, 올해는 4월 14일~16일, 4월 21일~23일에 열릴

예정이다.

초기에는 록 위주의 음악을 선보였지만 점점 관객의

취향을 반영해 팝, 힙합,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음악

장르의 아티스트 라인업을 공개하고 있으며, LA와도

가까워 많은 셀러브리티가 즐기러 오는 페스티벌로도

유명하다. <코첼라 페스티벌>은 여러 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헤드라이너, 서브헤드라이너, 메인

스테이지, 서브 스테이지 총 4개의 스테이지로, 이 중

헤드라이너가 가장 큰 메인 스테이지다. 프린스, 레이디

가가, 라디오헤드 등이 역대 헤드라이너로 코첼라 무대를

장식했다. 올해는 국내 걸그룹 블랙핑크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관객의 기대감을 높였다. 또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설치 작품과 조형물이 함께해

축제의 재미를 더한다. 아티스트 돈 케널Don Kennell,

로버트 보스Robert Bose 등이 참여했으며, 올해는 쿰쿰

페르난도Kumkum Fernando, 매기 웨스트Maggie West

등이 코첼라의 에너지 넘치는 풍경을 만드는 데 일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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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코첼라 밸리에서 열리는 <코첼라 페스티벌>

뜨거운 열기 속으로, <후지 록 페스티벌>

일본 최대 규모의 록 페스티벌인 <후지 록 페스티벌

Fuji Rock Festival>은 ‘자연과 음악의 공생’이라는

테마로 매년 10만여 명이 찾는 음악 축제다. 니가타현

남단의 유자와 나에바 리조트에서 해마다 7월 또는 8월에

3일간 개최한다. 1997년 여름에 처음 열린 페스티벌은

200팀 이상의 뮤지션이 무대에 선 음악 이벤트로

자리매김했으며, 올해는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후지 록 페스티벌>의 특징은 푸른 하늘과 나무, 계곡에

둘러싸여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의 음악

팬은 자연에서 음악을 즐기며 열띤 에너지를 발산한다.

페스티벌 측은 지난 2월 1차 라인업으로 아티스트 31명과 헤드라이너 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리조Lizzo, 스트록스The Strokes가 헤드라이너로

이름을 올렸으며, 루이스 카팔디Lewis Capaldi, 루이스

콜Louis Cole, 위저Weezer, 밴드 바밍 타이거가 무대에

등장할 예정이다. 라인업은 추후 계속 업데이트되니, 자세한 목록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록 음악을 좋아한다면 록 음악의 대표 스타와 신인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세계 3대 록 페스티벌 중 하나인

<서머 소닉Summer Sonic>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2000년에 시작해 매년 8월 도쿄와 오사카에서 동시에 열린다. 그간 건스 앤 로지스, 비욘세,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뮤지션이 공연을 펼쳤다. 작년에는 포스트 말론, 원 오크 록, 영블러드, THE 1975 등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올해는 8월 19일과 20일 이틀간 열릴 예정으로

켄드릭 라마, 블러, 노엘 갤러거, 라우브 등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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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후지 록 페스티벌> © www. fujirockfestival.com

On the Road, Route 66

‘Route 66’, the most celebrated stretch of asphalt in the United States, rolls out from the heart of downtown Chicago, Illinois to Santa Monica in Los Angeles, California, covering over 2,400 miles (approx. 4,000 km). As the “Mother Road”, the iconic highway slides through endless farmland, forgotten towns and the spectacular desert of the American West during its nearly 100-year history. The road signs were a guiding light for travelers planning to begin their epic journey west toward the Pacific. Here’s the ultimate Route 66 road trip guide.

JOURNEY
writer RYU JIN
Motorcyclist on Historic US Route Running Through Monument Valley © Shutterstock.com

미국의 심장을 관통하는 길

거대한 미 대륙의 동과 서를 잇는 ‘루트Route 66’의

기원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848년, 캘리포니아주

서터스 밀Sutter’ s Mill에서 금광이 발견된 후 골드러시의

은총을 찾아 떠난 사람들의 험난한 여정이 펼쳐진 길.

‘루트 66’으로 불린 건 1926년,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정식 개통되면서부터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미시간 호수에서 출발하는 루트 66은 8개 주, 3945km 거리를 잇는 대장정의 길이다. 미주리주, 캔자스주, 오클라호마주, 텍사스주, 뉴멕시코주, 애리조나주를 거쳐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샌타모니카까지, 미 동서부의 주요 주와 중부 내륙의

소도시를 연결한다. 골드러시 시대의 흔적, 아메리카 인디언의 자취, 그랜드캐니언의 광활한 대자연과

자연스럽게 조우하는 여정 덕에 ‘미국의 심장과 영혼을

관통하는 길’이라고도 한다.

‘자유’ ‘여행’ ‘모험’이라는 단어의 교집합을 좇는 이들에게

루트 66은 종종 인생의 버킷 리스트로 꼽힌다. 이 길을

주제로 글과 노래를 남긴 예술가들이 그 열망을 부추긴다.

“If you ever plan to motor west, travel my way, take the highway that’ s the best. Get your kicks on Route Sixtysix.(자동차를 타고 서쪽으로 갈 계획이라면 내가 권하는

길로 가세요, 최고의 고속도로를 타세요. 66번 국도를

신나게 달리세요.)”로 시작하는 냇 킹 콜의 ‘Route 66’을

비롯해 밥 딜런, 척 베리, 엘비스 프레슬리가 이 길의

낭만과 애환을 흥얼거렸다. 루트 66에 ‘마더 로드(어머니의

길)’라는 별칭을 선사한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도 길 위에 오르기 전 읽어볼 만하다. 대공황과

모래 폭풍이 휩쓸어 폐허가 되다시피 한 고향을 떠나 더

나은 삶을 위해 서부로 이주하는 이들의 애환과 굶주림을

달래주던 길의 역사가 소설 속에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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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nberry General Store on Historic Route 66 ©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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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모습을 찾아서

미국인에게는 추억과 향수, 외지의 여행자에게는 설렘과

로망을 주는 루트 66은 한때 고속도로의 지위를 상실하고

지도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85년, 바스토와

뉴멕시코, 캘리포니아를 최단 거리로 연결하는 ‘I-40

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효용성이 없어진 탓. 그러나 이 길

위에 자신의 시간과 추억, 영혼의 일부를 두고 온 이들과 시민 단체의 끈질긴 노력, 그에 부응한 정부의 지원으로

루트 66은 2003년 ‘히스토릭 루트 66(Historic Route

66)’이라는 새 이름으로 복원됐다. 우리가 지금도 여전히

19~20세기의 감성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루트 66

위에 오를 수 있는 까닭이다.

히스토릭 루트 66의 ‘그때 그 시절’을 따라가고 싶다면

루트 66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길 위의 박물관을

놓치지 말 것. 시카고에서 남쪽으로 3시간, 일리노이주의

주도인 스프링필드의 작은 마을 ‘폰티악’에는 루트 66의

건설과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을 중심으로 도로의

주요 장소, 행사 등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는 ‘일리노이 루트

66 명예의 전당 및 박물관Route 66 Association of Hall of Fame & Museum’이 있다.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이름이 하나 더 있는데,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이름 중 한

명인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그가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인

1837~61년에 약 24년간 살았던 스프링필드에는 ‘링컨

홈 내셔널 히스토릭 사이트’로 불리는 생가와 에이브러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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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dillac Ranch, located along I-40, is a public art sculpture, Amarillo, Texas © YuniqueB / Shutterstock.com

링컨 도서관 & 박물관, 헌든 링컨 법률 사무소, 그리고

그의 무덤이 있는 오크리지 묘지가 방문객의 발걸음을 기다린다.

애리조나주의 오트맨Oatman은 100여 년 전 골드러시가

한창이던 서부 시대의 장면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소도시.

유령 마을Ghost Town으로 불릴 만큼 폐허가 된 마을은

히스토릭 루트 66의 부활과 함께 생기를 되찾았다.

그 시절의 카우보이가 걸어 나올 것 같은 선술집과 이발소, 가죽 가게 등에는 기념품점과 빈티지 숍,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스낵바 등이 들어섰고, 방목된 당나귀들이 마을을 지킨다. 오트맨의 랜드마크는 ‘오트맨 호텔Oatman Hotel’.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클라크 게이블이

1939년에 게일 롬바드와 결혼해 첫날밤을 보낸 곳으로, 지금은 ‘기념 사진’을 찍는 장소로 쓰인다. 그 옆 1달러

지폐가 덕지덕지 붙은 레스토랑도 놓치면 아쉬운 명소다.

그랜드캐니언과 라스베이거스 사이에 위치한 소도시

셀리그먼Seligman은 히스토릭 루트 66의 역사가 탄생한

마을이다. 이곳에서 이발소를 운영했던 에인절 델가디요가

1987년 ‘애리조나 루트 66 보호협회’를 만들고 쇠락한

옛길의 명성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지금의 히스토릭 루트 66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이발소였던 공간은 옛 정취를 간직한 기념품점으로, 그의 사촌이 운영했던 햄버거 & 아이스크림 가게

‘스노캡’은 여전히 여행자의 허기를 든든하게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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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s Gasoline Alley on historic Route 66 © Nick Fox / Shutterstock.com

마침내, 캘리포니아

도시와 산, 초원과 강, 숲, 계곡, 사막 사이를 지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길 위를 질주하다 보면 드디어, 루트 66의 마지막 주, 캘리포니아의 이정표가 보인다.

여유 있는 일정으로 로드 트립을 떠나온 이들은 신이 빚은

봉우리들이 조각상처럼 우뚝 선 장관으로 유명한 사암의

땅, 세도나Sedona나 광활한 모하비 국립보호지역Mojave

National Preserve에서 신비롭고 야성적인 대자연을

오감으로 만끽하는 하이킹을 즐긴다. 긴 여정과 운전에

지친 이들은 곧장 ‘마지막’으로 직진한다. 샌타모니카

피어Santa Monica Pier 위, ‘SANTA MONICA, 66, End of the Trail’이 차례로 적힌 표지판이 보이면 마침내

뜨겁게 달궈진 자동차 엔진과 안녕할 수 있다.

LA 로컬과 관광객의 사랑을 듬뿍 받는 샌타모니카에는

여독을 풀어줄 트렌디한 숙소가 즐비하다. 드넓은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호텔에 여장을 푼 후 샌타모니카

피어의 산책로를 천천히 걷거나 태평양의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로 기력을 채울 것. 자전거 한 대를

빌려 ‘더 스트랜드The Strand’로 불리는 ‘마빈 브로드

해안 자전거 트레일Marvin Braude Coastal Bike Trail을

산들바람의 속도로 누벼보는 것도 좋겠다.

퍼시픽 파크Pacific Park의 레트로한 풍경 속에서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대관람차 퍼시픽 휠, 롤러코스터, 범퍼카, 오락실 사이를 누비며 엔도르핀

솟는 한나절을 보내는 시간도 놓치지 말자.

루트 66 로드 트립의 여운을 오래 곱씹고 싶은 여행자는

LA에서 며칠 더 머무는 여정을 선택한다. 베르가모트

스테이션Bergamot Station은 그 ‘여유’가 허락된 이들이

향해야 할 곳. 온수기 공장과 창고를 개조한 ‘갤러리’의

집결지로 남부 캘리포니아 예술의 중심지로 손꼽힌다.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트렌디한 도시의 최신 흐름을

만나고 싶다면 다운타운에 위치한 로 디티엘에이Row

DTLA로 향할 것. 의류 공장이 떠난 빈 건물을 개조한

멀티플렉스 몰로, 건축물 6채 안에 디자이너 브랜드 숍, 라이프스타일 숍을 비롯해 이 도시에서 가장 핫한 카페, 식당 등이 몰려 있다. 매주 일요일엔 푸드 트럭 수십 대가 운집하는 마켓, ‘스모가스버그Smogasburg’가 열려

LA의 ‘로컬 바이브’와 미식을 한껏 즐길 수 있다. N

Feeling nostalgia and valuing heritage, many preservation groups have worked to save the traces of the old road and its numerical designation as “Historic Route 66”, preserving not only an iconic cultural landscape, but a historic American experience.

40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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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istoric Seligman Sundries in Seligman, AZ on Historic Route 66 © Andrey Bayda / Shutterstock.com A Sign Commemorates End of the Trail 66, Santa Monica, California © rawf8 / Shutterstock.com

WHERE EVERY MOMENT LASTS

IN THE GENTLE SPRING BREEZE

A gentle breeze from the south heralds the arrival of spring. In Jeju, bright yellow canola flowers are already in full bloom while the warm midday sunshine in Seoul marks the beginning of the delightful season.

43 SIGHT

THE SHILLA SEOUL’s outdoor swimming pool area ‘Urban Island’ opens on March 11. Urban Island is a landmark of THE SHILLA SEOUL, making the hotel a popular staycation destination.

44 SIGHT

Swim on a Spring Day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시작되었다. 제주는 이미 노란

유채꽃이 한창이고, 서울에서는 한낮의 따스함이 봄을

알린다. 봄기운과 함께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도심 속

휴식의 섬, ‘어번 아일랜드’가 3월 11일 드디어 오픈한다.

야외 수영장 어번 아일랜드는 따뜻한 야외 온수풀로

운영해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호캉스의 인기를 견인하는

서울신라호텔의 랜드마크다. 아직은 공기 중에 쌀쌀함이

남아 있지만, 어번 아일랜드는 최고 32 34℃의 야외

온수풀로 따뜻한 수온과 온열 선베드를 든든히 갖춰 초봄의

꽃샘추위에도 야외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메인 풀

근처에 위치한 히팅존은 근적외선 온열 시스템을 구비해

봄철 이용객에게 인기가 높다. 총 24좌석으로 운영하며, 선착순으로 착석 가능하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여름

성수기를 피해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다. 봄에 찾는 어번 아일랜드는 비교적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남산의 화사한 봄기운을 느끼며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한편, 어번 아일랜드 키즈풀은 4월 1일부터 이용

가능하니 아이와 이용할 계획이라면 참고하자.

어번 아일랜드에서 봄날의 수영을 즐기며 진정한 도심 속

호캉스를 만끽하고 싶다면, 서울신라호텔의 ‘어번 아일랜드’

패키지를 추천한다. 한낮에는 봄햇살과 봄바람을 맞으며

어번 아일랜드에서 수영을 즐기고, 저녁에는 아늑한 객실에 제공되는 레드 와인을 마시며,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는

고즈넉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번 아일랜드 패키지는

어번 아일랜드 올데이 입장 혜택과 레드 와인 1병, 그리고

월~목요일 체크인 시 발레파킹 1회 무료 혜택이 포함되어

있으며, 3월 11일부터 4월 30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MORE INFORMATION

‘어번 아일랜드'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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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라호텔

Healing Time with Family

푸릇해지는 풀잎과 곳곳에 피어나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반겨주는 제주에 봄이 왔음을 알린다. 봄을 느끼기에

제주만 한 곳이 없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제주의

자연 안에서 온 가족이 힐링 타임을 만끽하고 싶다면, 제주신라호텔의 ‘패밀리 그린 캠핑’에 주목할 것. 3월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패밀리 그린 캠핑은 부부와 아이가 따로

또 같이 힐링 타임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온 가족이

제주신라호텔의 글램핑 빌리지에서 자연 속 여유로운

캠핑을 즐기고, 아이는 자연을 관찰하는 ‘숨비 탐사단’을

체험할 수 있다.

제주의 자연과 어우러진 글램핑 빌리지는 봄의 푸른

에너지가 가득한 숨비정원을 산책하다 보면 만날 수 있다.

글램핑 내부에는 온 가족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테이블과 아늑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침대소파가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 온 가족이 봄날의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신선한 샐러드, 계절과일을 시작으로 클럽 샌드위치, 프렌치토스트 등 스페셜 런치 메뉴가 제공된다. 아이를

위한 ‘숨비 탐사단’ 프로그램은 런치 타임이 끝난 후

13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다. 7세부터 13세까지

참여 가능한 ‘숨비 탐사단’은 레저 전문가 G.A.O.와 함께

드넓은 숨비정원을 산책하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꽃, 풀, 나무, 열매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망원경, 폴라로이드

카메라, 돋보기 등으로 식물을 관찰하며 나만의 워크북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워크북에는 숨비정원의 식물에

대한 이야기와 숨비정원 지도가 담겨 있다. 숨비탐사단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느낀

생각을 담아 완성한 나만의 워크북은 아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줄 것이다. 아이가 숨비정원을 탐사하는 동안

부부는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여유로운 휴식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가 마련되어 있어 좋아하는

음악을 감상하며 여유를 즐기거나 텐트 옆에 위치한

해먹에 누워 들려오는 파도 소리, 새소리를 벗삼아 자연

자체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패밀리 그린 캠핑’은 ‘패밀리케이션Familycation’ 패키지

혜택으로 만날 수 있다. 성인 2인, 소인 1인 기준으로

12시부터 16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조식 또는 중식 성인

2인, 소인 1인, 패밀리 그린 캠핑(투숙 중 1회) 혜택이

제공되며, 3박 이상 투숙 시 객실 요금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MORE INFORMATION

제주신라호텔 ‘패밀리케이션’ 패키지

THE SHILLA JEJU is presenting a new program called ‘Family Green Camping’ for guests to spend some healing time in nature. The Family Green Camping is a family-friendly outdoor program for parents and kids to enjoy the beautiful nature and healing moments together or separately.

46 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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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cious Moment for Her

최근 몇 년 사이, 베트남 다낭은 국민 여행지로 거듭났다.

마치 제주도나 강원도를 찾듯 다낭으로 향한다. 다낭은

수도 하노이와 호찌민, 하이퐁에 이어 베트남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미케 해변을 따라 고급 리조트가

즐비하고, 골프 코스와 대규모 유원지 등이 있어 관광, 골프, 호캉스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매력적인 도시

다낭은 언제 여행을 해도 최고의 만족을 선사한다.

그리고 다낭을 선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신라모노그램 다낭이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현지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동시에

신라호텔의 품격을 느끼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신라모노그램 다낭을 선택한다. 신라모노그램 다낭은

겨울에도 따뜻한 온수풀을 갖춘 야외 수영장부터 키즈

놀이 공간, 그리고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편안하고 넓은 객실에서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고 싶다면

세심한 디테일이 담긴 모노그램 스위트 객실을 추천한다.

모노그램 스위트는 침실과 거실, 두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어 프라이버시와 넓은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객실 내에는 커피 머신이 비치되어 있어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편안한 소파에서 여유로운 휴가를 보낼 수 있다.

또 호텔 한가운데 높은 층에 객실이 위치해 호텔에서

전망이 가장 뛰어난 객실로 꼽힌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 밖에 펼쳐지는 논누억 해변의 아름다운 파노라마

전망이 모노그램 스위트의 가장 큰 매력이다.

3월 중순 신라모노그램 다낭을 방문한다면 유엔UN이

정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진행하는 다이닝 M

48 SIGHT

프로모션을 확인해보자. 세계 각국의 진미와 베트남

현지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로메스코 소스를 곁들인

구운 랍스터와 신선한 해산물 바비큐로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뷔페에는 스시 등 일식부터 한식 육류

메뉴까지 다양한 음식이 준비된다.

더불어 3월 8일 당일 저녁 6시부터 9시 반까지 진행되는

‘셀러브레이팅 허Celebrating Her’ 프로모션에서는

여성 고객에게 로제 와인을 무료로 제공해 특별한 저녁

시간을 선사한다. N

On March 8, SHILLA MONOGRAM Quangnam Danang provides a special promotion ‘Celebrating Her’ at Dining M to celebrate International Women’s Day. Complimentary rosé wine is offered to female guests on the day from 6 p.m. to 9 p.m.

49 cooperation THE SHILLA SEOUL (82 2 2230 3310) THE SHILLA JEJU (1588 1142) SHILLA MONOGRAM QUANGNAM DANANG (84 235 625 0088)
MORE INFORMATION 신라모노그램 다낭

CUSTOM WEDDING FOR A SPRING BRIDE

Spring is one of the best seasons to get married as the warm sunshine, stunning in-season flowers and blossoming branches make the wedding one of a kind. THE SHILLA SEOUL, the most sought-after wedding venue in the country, has everything to turn a spring bride’s dreams into reality with unique wedding ideas and personalized services, ranging from grand and classic weddings to private and romantic house weddings.

따스하게 내리쬐는 봄 햇살, 싱그럽고 풍성한

잎을 드리운 나무와 흐드러지게 핀 봄꽃.

서울신라호텔은 화사한 봄날의 신부를 위해

웅장하고 클래식한 호텔 웨딩의 정석부터 프라이빗하고 로맨틱한 하우스 웨딩까지 꿈에

그리던 모든 웨딩을 완벽하게 실현해준다.

수많은 신랑 신부가 원하는 웨딩 베뉴, 서울신라호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웨딩 세리머니와 피로연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완벽한 웨딩 공간을 갖추고 있다. 품격 있고

웅장한 예식이 가능한 다이너스티 홀, 전통의

아름다움과 모던함이 어우러진 영빈관, 가까운

이들만 초대해 프라이빗하게 진행할 수 있는

메모리즈 힐 등에서 나만의 웨딩을 실현할 수

있다. 여기에 각 분야 최고 전문가의 세심한

상담과 섬세한 맞춤,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완벽한 서비스를 통해 신랑 신부가 원하는 웨딩, 그 이상을 선사한다.

50 TOUCH

In Yeong Bin Gwan, a prestigious location that provides a more private and picturesque setting combined with the traditional beauty of Hanok in the heart of the city, you can throw a glamorous spring garden wedding and make your big day special and more personal.

호텔 웨딩의 정석, 다이너스티 홀

다이너스티 홀은 대형 웨딩을 위한 최적의 공간으로 성스럽고

웅장한 예식이 가능해 럭셔리 웨딩 플레이스를 원하는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공간이다. 특히 넓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콘셉트와 웨딩 규모에 따라 다채로운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더불어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실내

공간이면서도 꽃, 나무, 다양한 플랜트 소재를 활용한

데커레이션으로 가든, 숲길 같은 야외 웨딩 콘셉트를 연출할

수 있다. 여기에 샹들리에와 라이팅을 추가해 우아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특히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픽처레스크 웨딩Picturesque Wedding’은 샴페인 골드 컬러의

메탈 소재 구조물을 사용해 건축적이면서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이는 웨딩 스타일로 주목받는다. 여기에 조명과 나무, 꽃 등 자연적 소재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연의 숭고함과 건축적 미학이 돋보이는 새로운 웨딩

스타일로 다이너스티 홀의 웅장함과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다이너스티 홀은 픽처레스크 웨딩을 비롯한

서울신라호텔만의 특별한 시그너처 웨딩 디자인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한국적 전통미가 더해진 영빈관

좀 더 특별한 공간에서의 웨딩을 꿈꾸는 신랑 신부에게는 도심

속 한옥의 매력을 가진 영빈관이 인기다. 전통 기와와 처마가

돋보이는 영빈관에서는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세련된 웨딩을 연출할 수 있으며, 영빈관 전체를 나만의

웨딩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해 프라이빗한 웨딩이 가능하다.

또 영빈관은 1층에 240석 규모의 내정과 그 양옆으로 피로연을

할 수 있는 루비 홀과 토파즈 홀이 위치하고 있으며, 2층에는

600석 규모의 후정과 피로연을 위한 에메랄드 홀로 구성돼

다양하고 개성 있는 웨딩을 열 수 있다. 특히 봄, 가을에는

영빈관에서의 야외 웨딩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푸른 하늘과

잔디, 그리고 화려하고 풍성한 플라워가 어우러져 꿈꾸던

웨딩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또 반짝이는 조명과 은은한 달빛이

어우러져 저녁 예식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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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STING WITH SPRING VITALITY

THE SHILLA SEOUL’s Chinese restaurant PALSUN is introducing its new menu filled with the vitality and vivacity of spring when new buds sprout. This special course menu features famous energy-boosting ingredients including sea urchin roe, bird’s nest, dried abalone and whole sea cucumber combined with fresh ingredients in season.

봄기운을 가득 담은 중국 보양식

겨우내 추위에 움츠렸던 몸을 활짝 펴고, 화창한 봄을

맞이할 때다. 봄과 함께 겨울 내내 맛과 영양을 가득 축적한

식자재도 속속 식탁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봄의 맛과

영양을 한껏 느끼고 싶다면, 보양식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팔선의 봄 메뉴가 제격이다. 중식 명가의 품격을 만끽할 수

있는 서울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에서 봄을 맞아 신메뉴가

포함된 새로운 코스를 선보인다. ‘춘광만리春光萬里’,

‘새싹이 돋는 활기찬 봄기운이 세상을 밝게 한다’는

뜻이 담긴 봄 코스 메뉴의 이름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봄을 맞아 제철 식자재를 이용한 보양식 메뉴로

구성되었다. 주요 메뉴로는 게알소스 성게알 제비집, 사천식 통해삼, 17두 건전복이 있다.

먼저 제비집에 성게알과 게알소스를 곁들인 요리다.

부드러운 인도네시아산 제비집에 싱싱한 성게알과 특제소스로 맛을 낸 게알소스가 더해져 진한 풍미를 선사한다. 제비집은 금사연金絲燕이라는 바다제비가 분비한 타액과 깃털 등으로 만든 둥지로 옌워燕窩라고도 한다. 중국 명나라 때부터 먹기 시작했으며, ‘황제의 요리’로 알려진 고급 식자재다. 단백질, 아미노산이 풍부해

신체 기운을 북돋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사천식 통해삼은 가거도산 해삼을 통으로 부드럽게 쪄낸

뒤 다진 소고기를 넣은 매콤한 사천식 소스를 얹은 요리다.

날마다 해녀들이 바닷속에서 따온 가거도산 해삼은 다른

지역 해삼보다 육질이 쫀득하고 풍미가 깊다. 해삼에는

면역력 강화와 원기 회복에 도움을 주는 셀레늄, 사포닌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17두 건전복은 호주 청정 지역인 태즈메이니아산 건전복을

사용했다. 건전복을 일주일 정도 불린 뒤 육수와 함께

3일 정도 끓인 후 다시 쪄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다. 건전복을 끓인 육수에 건관자, 등갈비 등을 더해 특제소스를 만들어 끼얹었다. 여기에 능이버섯, 화고버섯,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다. 중국 내륙 지방에서는

싱싱한 전복을 먹기 힘들었기에 말린 전복을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전복은 고단백·저지방 식품이며, 타우린, 아르기닌, 메티오닌, 시스테인 등 아미노산이 풍부해 원기

회복에 도움을 준다. 건전복은 건조 과정을 통해 영양이 농축되고 맛이 배가된다.

팔선의 ‘춘광만리’ 코스는 4월 30일까지 맛볼 수 있다.

게알소스 성게알 제비집과 사천식 통해삼은 런치, 디너

모두 포함되며, 17두 건전복은 디너 코스에서만 선보인다.

54
GASTRONOMY
55 농축된
맛과 영양을 선사하는 17두 건전복
56 GASTRONOMY
사천식 통해삼과 게알소스 성게알 제비집

Along with the launch of its new spring menu, PALSUN presents Chinese liquor “Mengzhilan” to pair it with. This premium baijiu variety is produced by ‘Yanghedaqu’, one of China’s top ten spirit brands, boasting exceptional textures and remarkable depth of flavors.

부드럽고 깊은 풍미의 바이주

팔선은 ‘춘광만리’에 어울리는 술로, 중국 10대 명주인

‘양하대곡’의 프리미엄 브랜드 ‘몽지람夢之藍’ 3종을

제안한다. 몽지람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즐기는 술로도

유명하며, 중국에서 비즈니스 및 최상 예우를 갖추는

자리에 함께하는 술이다. 몽지람 시리즈는 토양에서

발효하는 과정부터 원료와 원액, 숙성 기간에 따라 맛과

향이 깊어지며, M3 크리스탈과 M6 플러스, M9으로

나뉜다. 역사가 오래된 양하주창의 제조 비법으로 이어진

100년 역사의 기주를 희석용으로 사용했다. 양하주창의

양하대곡은 본래 농향형 바이주로 분류되었지만, 2003년 몽지람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향형香型인

‘면유형綿柔型’으로 규정하고, 중국 당국의 공인까지 받았다. 면유형은 향이 면처럼 부드럽고 우아하면서도

길게 이어진다는 뜻이다. 모든 생산과정을 엄격하게

통제해 면유형 바이주의 특징을 유지하고 있다.

몽지람 M3 크리스탈은 양하주창이 면유형으로 규정한 첫

번째 바이주로, 면유형의 대표라 할 수 있다. M3는 기존의

향형香型 기준을 깨고 ‘도수가 높으나 독하지 않고, 도수가

낮으나 싱겁지 않으며, 부드러우면서 끝맛이 깔끔하고

향이 가득’해 바이주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중후하고

볼륨감 있는 풍미와 부드럽고 깊은 맛이 특징이다.

몽지람 M6 플러스는 중국 외교 무대의 공식 만찬주로

쓰일 정도로 맛과 향을 인정받은 최고의 바이주다. 2012년 <중국백주설계상>과 2013년 <홍콩국제명주전시회>

대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항저우 G20 정상회의 공식

만찬주로 선정되었다. 양하주창의 자랑인 100년 발효

토양에서 만든 백년기주를 사용해 최소 20년 이상 숙성한

원액으로 만든다. 묵직하지만 부드럽고, 깔끔하면서도

풍부한 향이 특징이다.

몽지람 M9은 양하주창의 최고 등급 제품이다. 양하주창의

백년기주를 원주로 사용하고, 최소 9000일 이상을 지하

토굴에서 숙성을 거친다. 오랜 시간이 증명하듯 입안 가득

퍼지는 맛과 향에서 최고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N

57 cooperation PALSUN (82 2 2230 3366)
면유형 바이주의 대표인 몽지람 M 시리즈

CHISELING THE JOYS AND SORROWS OF LIFE

Sculptor Hye-sung Hyun has spent over 40 years as a stranger, living abroad in many countries. Moving from Korea to Italy, from Germany to USA, the artist has been working with marble and sculpting her life out of stone. From her sculpture, infused with a ‘deep breath’ taken by the artist, we can encounter the ups and downs of life.

현혜성 작가

돌은 어떤 물질이 땅 위에 쌓여 열과 압력을 오랫동안

견뎌야 만들어진다. 즉, 지구의 살이자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 돌을 조각하는 사람은 단단한 껍질 속 시간의

장막을 걷어내고 심연 속 관념을 끌어내는 역행자다.

조각가 현혜성은 거침없다. 살을 가르듯 돌을 열어

감정을 양껏 먹고 자란 형상을 기꺼이 내보인다. 그

형상은 우리 주변의 모습을, 자연을 고스란히 닮았다.

사고의 자유를 주는 현혜성을 만나 그의 희로애락에

함께 잠겨보았다.

현혜성 1955년 서울 출생. 1980년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1982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이탈리아 카라라 아카데미, 독일 슈투트가르트 아카데미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이탈리아

<난토Nanto 조각 심포지엄> 일등상, 독일 <군델핑겐Gundelfingen

국제 조각 심포지엄> 이등상 등을 수상했다. 단단한 돌에서 자연의

모습을 끄집어내는 듯한 조각을 선보였으며, 2000년대 들어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로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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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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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 2020, Paper and Color, 40×40×23(h)cm

N. 현혜성의 조각 인생에서 돌을 빼놓을 수가 없다. 돌을

동반자로 삼은 계기가 무엇인가?

H. 대학을 졸업한 후 미술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 무작정

이탈리아로 향했다. 로마에서 다니던 학교가 경제난으로

문을 닫았다. 그 길로 이탈리아를 한 바퀴 돌며 방향을

모색했다. 도자기로 유명한 파엔차Faenza에서 이틀간

머물렀는데 세라믹은 너무 한적했다. 그때 카라라Carrara

돌산에 아카데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보니 미국

사람, 유럽 사람이 모두 모여 돌을 깎는 데 쇼크를 받았다.

그 ‘쇼크’, 나도 하고 싶었다. 카라라의 하얀 돌 틈에서

한번 견뎌보자고 마음먹었다. 매일 다른 작가들을

공부하고 나만의 색깔을 찾으려 밤잠도 못 이룬 채

악착같이 끄적거렸다.

N. 제주신라호텔에는 ‘내심의 향기’(1988), ‘바다

이야기’(1990), ‘숲의 소리’(1994) 세 작품이 있다.

카라라와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절, 그리고 대학원 졸업

이후의 작업 흐름에 따라 볼 수 있다. 주된 모티프인 자연을

다양한 모습으로 시각화했다.

H. 이탈리아에 가기 전 2년간 안면도에서 미술 교사를 했다. 지금은 리조트도 생기고 많이 변했지만, 당시

안면도는 김을 매던 순박한 작은 섬이었다. 그런 한국의

자연이 그리웠다. 이탈리아에 있을 때도 산과 바다, 물을 보며 지냈다. 독일의 숲도 한국과 이탈리아의 그것처럼 아름답다.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형태와 색깔은 자연에서 비롯된다. 자연, 아름다움, 그리움, 그걸 종합적으로 표현하려고 반복하다 단순해진다. 극대화시켜 조형화하니 내 언어가 되었다.

N. 대리석을 기반으로 하되 브론즈, 스테인리스, 테라코타

등 여러 재료를 사용해왔다. 그중에서도 무늬 있는

대리석을 주로 택했다.

H. 작가에게 재료에 대한 탐구와 실험은 기본이다. 다양한

재료를 써봤는데 돌은 맑아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대부분이 돌집인 유럽에서는 돌을 영원히 변치 않는

심벌Symbol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나무와 철은 뻑뻑하고

먹먹해 단절된 느낌이 든다. 브론즈는 남의 손을 거쳐야만

작업할 수 있어 완벽주의 기질이 있는 나와는 맞지 않았다.

돌 중에서는 일부러 무늬가 있거나 색이 있는 것을 쓴다.

대리석의 무늬는 철분이 섞인 건데 염산 처리를 하면

무늬만 남는다. 만지면 촉감에도 차이가 생긴다. 어정쩡한

애들을 깎고 녹이고 사포질하면 오히려 특별한 게 나온다.

그런 돌을 골라 다녔다.

N. 최근에는 대리석 대신 종이로 작업하고 있다. 대표작인

‘쿠션’ 시리즈를 종이로 만든 게 눈에 띈다.

H. ‘쿠션’은 돌의 아름다움에서 시작했다. 하얀 카라라

대리석을 만지면 보들보들한 자연의 살이 느껴진다. 기분

좋은 자연의 맛이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돌에 등을 기대고

싶어도 기댈 수가 없다. 나이가 드니 무겁고 힘에 부친다.

관절이 아파서 돌 하나를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러던 중

미국에 갔을 때 종이죽공예가 떠올랐다. 거기에서 착안해

발전시켰다. 조각이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워지니

머리도 가벼워졌다. 쿠션을 반으로 갈라 그 안에 나를

구성하는 것들을 넣었다. 안에 장난감이 든 초콜릿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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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ice bowl is important to me. Having a meal is a bread-and-butter issue, and we all have our own bowl. What matters is the stories of ordinary people about what they experience in everyday life. It is OUR stories.”

N. 2000년대 들어 자전적 이야기를 주로 표현했다. 거대한

쌀알과 그릇은 무슨 의미인가.

H. ‘DINNER’ 시리즈는 환희에 찬 인간과 배고픈 인간을

의미한다. 내게 돌은 먹고사는 문제이기도 하며 근본이다.

사람에게는 그릇, 즉 근본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고기, 돈 선물을 주로 하지만 유럽에서는 무조건 꽃이다.

내게는 꽃이 기쁨과 환희를 맥시멈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요소다. 그런데 한국에 들어오면 사회가 체스판 위의

경기 같다. 모든 것이 물질적인 것에 맞춰져 있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의무는 결과만 좇는 게 아닌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N. 국내외를 막론하고 석조가 사라지는 추세다. 돌은

자연에서 오는 재료지만 석조를 하려면 자연을 파괴해야만

하는 딜레마가 있다.

H. 이탈리아에도 돌산이 다 없어지고 몇 곳밖에 남지

않았다. 돌을 캐다 보니 산도 무너지고 좋은 돌도

이젠 거의 없다. 녹색당에서도 돌을 캐지 못하게 막고, 카라라의 작업장도 거의 문을 닫았다. 무엇보다 이제는

돌 조각하려는 젊은 사람이 없다. 돌산에 가면 손으로

돌을 깎는 대신 컴퓨터와 기계로 작업한다. 힘든 노동을

기피하고 물질적인 것에 의존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가.

앞으로 가는 것만이 플러스가 아니다. 물질에 매인 삶은

자연을 해친다. 부메랑처럼 언젠가 필연적으로 인간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N. 날개와 물고기 같은 모티프를 많이 사용할 만큼 자유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다. 오랜만에 한국에 온 감상은 어떤가?

H. 이탈리아와 독일을 거치면서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오래 살았다. 도라지, 고사리, 콩나물, 김치가 먹고 싶어

왔는데, 여기서 나는 언어를 잊어버린 외계인이 되었다.

한국어도, 이탈리아어도, 독일어도 한참 생각해야 나온다.

내가 낄 곳이 하나도 없구나 싶다. 그래도 이곳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지 않을까 해서 연필과 종이만 들고 조용히

혼자 실험 중이다. 수년에 걸쳐 매일 끄적거린 그림일기를

책으로 출판하는 게 마지막 소원이다. 언젠가 다 정리하고

가방 두 개만 들고 따뜻한 곳으로 훌쩍 떠날 거다. N

‘DINNER’, 2009, Marble, 40×40×17(h)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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