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42(사이) 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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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나루살롱 | 두여자 ‘두여자’는 그림을 그리는 신하정, 임진세의 프로젝트 그룹명입니다. 중곡동에서 마을예술창작소 '잼잼클럽' 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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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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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 11월의 나루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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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코너 | 작당모의 프로젝트, 3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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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헤맴의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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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53. 쓰장, 다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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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54. 자양5동, 소심한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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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55. 청연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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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조금씩 다양한 방법으로 내 삶을 실험하게 된 계기

지역문화 진흥사업 – N개의 서울 지원사업 <2020 광진 문화연구소> 나루사이 프로젝트 발행처

(재)광진문화재단

발행인

김경남

편집/총괄

임숙자, 문지은

기획/취재

김민희, 이슬기, 최윤아, 조주현

디자인

A32

사진

느린나무

주소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76 4층

전화

02-2049-4700

홈페이지

www.naruart.or.kr

발행일

2020. 11

본 출판물의 저작권은 (재)광진문화재단에 있습니다. 본 출판물에 실린 글과 사진에 대한 권리는 필자와 저작자에게 있으며, 전체 또는 일부를 발행인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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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 이달의 영화 × KU시네마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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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 이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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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ender | 광진구 문화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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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광진문화재단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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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광진문화연구소 네트워크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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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Letter “광진구라는 지역 안에서 흩어져 활동하는 예술가, 기획자들이 함께 모일 순 없을까? 함께 모여 우리가 머물고 있는 광진구 에 대해, 우리들의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 그리고 서로가 갖고 있는 취향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순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작 당모의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3년, 2018년 6월 시작된 작당모의 프로젝트는 어느새 2021년을 바라보고 있습 니다. 2018년, 2019년, 2020년. 3년이라는 터널을 지나오며 작당모의 프로젝트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작당모의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자들의 생각은 어떤지, 작당모의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왔는지, 작당모의 프로젝트가 지나 온 발자취를 나루사이 19호에 담아보았습니다. 이번 나루사이 19호를 위해 귀한 시간 내어주진 모든 작당모의러분들과 3년간 작당모의 프로젝트와 함께해준 모든 작당모의러분들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드리며, 12월에는 예전처럼 모두가 함께 모일 수 있길 다 시금 바래봅니다. 문지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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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헤맴의 다른 이름 글 | 이철

당신은 ‘청년’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름답고 활기찬 나날? 모든 게 새로운 설렘? 즐거운 대학 생활? 그런 아 름다운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면 당신은 청년이라 불리기엔 너무 이르거나 이미 늦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다가올 청년 의 때를 기대하고 있거나, 지나친 청년의 때를 그리워하고 있거나. 한 사람의 청년으로서, ‘청년’이란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오전 0시’가 떠오른다. 늦은 저녁 고즈넉한 방에서 홀로 맞이하는 자정 즈음. 하루 온종일 헤매다 정신을 차려보면 시간은 어느덧 오늘도 내일도 아닌 어정쩡한 자리에 걸쳐있다. 그 모습이 꼭 ‘청년’ 같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오늘이라 불리던 어제는 온 데 간 데 없고 갑자기 오늘이 된 내일만 남아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난 어린애였는데, 세상은 나를 내일이라 부른다. 어른이라, 한다. 오늘의 행방이 묘연해질 때 즈음이면 펜을 든다. 내일이 되어버릴 오늘을 서둘러 붙잡아보려고 글을 쓴다, 아니 헤맨다. 헤 맸던 하루만큼이나 헤매는 글을 적는다. 적고 또 적고, 헤매고 또 헤맨다. 내일이 되어버린 오늘, 어른인 척해야 하는 세상에 서, 헤매도 되는 유일한 일이니까, 글쓰기는. 필자가 다니는 장로회신학대학교는 종교 지도자를 양성하는 학교다. 종교 지도자는 흔들림 없는 어른이어야 한다. 비록 모 든 게 다 서툰 청년일지라도 교회에 가면 어른이어야 한다. 헤매는 건 용납될 수 없다. 그래서 장신대엔 어린 나이에 전도 사, 목사라는 이름표 달고 교회에서 어른처럼 행동해야 하는 학생들이 많다. 모든 게 다 서툴지만 그렇지 않은 척 해야 하는 청년들이, 장신대엔 참 많다. 마음껏 헤매고 싶은, 장로회신학대학교 청년들이 모여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다. 글을 쓸 때만큼은 헤매보자. 종교니 교회니 예수니, 뭐 그런 거 말고, 우리, 서로의 헤맴을 나누자. 모임 이름은 퍽 거창하게 “문예창작”이라 적어놓았지만 실은 자기네 들 헤매는 거 글로 적는 모임이다. ‘헤맴’은 ‘시’라는, ‘수필’이라는, ‘허구’라는 다른 이름을 갖는다. 그렇게 우리는 청년 어디 즈음을 배회하는 중이다. 주로 우리의 헤맴은 학교 앞 책방에서 이루어진다. 담쟁이넝쿨처럼 어딜 향하는지 모르는 우리의 헤맴이 기대어 쉴 수 있는 담장. 우리에게 책방열음은 헤매다 지친 꿈들이 쉬어가는 담장이다. 처음 작당모의에 대해 알게 된 곳은 책방열음이었다. 열심히 헤매는 우릴 보고 책방 사장님께서 “작당모의”라는 말을 꺼내 셨다. 언뜻 우리가 뭔가를 꾸미는 거라 오해하셨나, 싶었다. 작당모의란 말에서 사회 전복을 꿈꾸는 레지스탕스를 떠올렸으 므로. 듣고 보니 “작당모의”란 지역 문화 사업의 이름이었다. 꽤 상당한 금액을 지원해 준댔다. 필자는 어떤 일을 시작하든 일을 통해 얻을 이익보다는 일로 인해 져야 할 책임을 먼저 고려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작당모 의 참여를 망설였다. 우리에게 글쓰기는 헤맴 그 자체이기에.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분명 돈을 주는 데엔 그만큼의 대가를 요구하지 않겠는가. 누가 헤매는 일에 돈을 지원해주겠는가. 14


Life | 헤맴의 다른 이름

정보가 필요했다. 작당모의란 대체 뭐하는 거고, 광진문화연구소는 어떤 단체인가. 지원금을 주는 이유와 원하는 결과는 무 엇인가. 그렇게 5월 네트워킹 파티에 참여했고 거기서 또 다른 의미로 ‘헤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광진구의 지역 문 화예술인들. 지역 문화를 사랑하고 가꾸는 사람들.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며, 아, 작당모의라면 마음껏 헤맬 수 있겠다! 싶었다. 헤매는 일 그 자체가 ‘문화’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생각은 작당모의와 함께한 첫 번째 분기를 보내며 확신이 되었다. 작당모의를 통해 그저 몸짓에 불과했던 우리의 헤 맴은 문화라는 이름의 꽃이 되었다. 작당모의에 참여하여 우리의 헤맴을 보고서로 남기고 지원금을 받아 모임을 이어나가 며 우리의 헤맴은 ‘문화’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게 되었다. 지원금의 쓰임은 아주 다양했다. 무엇보다 우리 돈 안 내고 모임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큰 도움이 됐다. 지 원금 중 얼마를 사용해서 문학 분야 전문가를 만나 글쓰기에 대한 조언과 격려를 얻기도 했다. 아울러 우리가 쓰는 글에 도 움이 될 만한 책도 한 권 살 수 있었다. 바쁜 일과를 소화하면서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작당모의는 그 이유였다. 작당모의 전처럼, 우리의 글 쓰기가 단순히 우리끼리의 헤맴이었다면 모임이 이토록 풍성해질 수 있었을까. 작당모의에 참여하면서 우리의 헤맴이 하나 의 지역문화로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좀 더 당당히 헤맬 수 있었다. 더 당당한 헤맴의 끝에서, 한 사람은 “서울시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시 공모전”에 당선되어 자신의 글쓰기를 인정받았다. 또 한 사람은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미국에 있는 어느 회사에 보내기도 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으나 첫 걸음을 뗀 그의 글이 언젠가 세상을 놀라게 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구성원 중에 가장 글재주가 없는 나 같은 사람이 『나루42』에 글을 쓰고 있다니. 이렇듯 작당모의로 함께할 수 있었기에 우리의 헤맴은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었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문화예술인들과의 교류가 적었다는 점. 네트워킹 파티를 통해 학교 밖 다양 한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만나고 싶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원금보다 우리 모임을 더 풍성하게 해줄 거라 기대했던 네트워 킹 파티가 취소되어 아쉬웠다. 상황은 더 좋아질 테니 이러한 아쉬움은 자연스레 없어질 거다. 글을 마칠 때가 되니, 또 자정 즈음이다. 헤매다 스러져가는 하루의 숨소리가 또 한 번 잦아든다. 그래도 이제는 이전처럼 헤맨 것 때문에 가슴 시리진 않다. 오늘은 어제가 되지만 오늘을 헤아렸던 헤맴은 그대로 남아 있을 테니. “작당모의”라는 이름과 함께. 언젠가 ‘청년’이라는 ‘헤맴의 다른 이름’도 어제에 두고 오는 그때가 와도, 미련 없이 더 당당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철 올해로 스물다섯 째 해를 살고 있는, 청년이다. 요즈음 사회 분위기 때문에 밝히기 좀 민망하지만 개신교 목사다. 필자에게 있어 목사란 정 체성은 직업이라기 보단 성별이나 인종에 가까운 개념이므로 누군가 하는 일이 뭐냐 물으면 학생이라 대답하곤 한다. 광진구에 있는 장신 대를 다니고 있으니 학생이란 말도 영 틀린 건 아니다. 실은 못난 꿈이 하나 있는데, 시인이 되고 싶다. 시를 쓰면 시인이라고, 누가 말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스스로를 시인이라 소개하고 싶다. 독립출판으로 수필집 한 권 내본 적 있는데, 관심 있으시면 책방열음으 로 문의 주시길. 뭐, 누가 찾겠냐마는. 15


Society | 나루의 발견 #53 쓰장, 다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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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53

매년 새로운 시도와 함께 변화하는 N개의 작당모의 프로젝트. 앞으로 있을 크고 작은 변화 속에서도 그래도 있어주길 바라는 것은 ‘작당모의와 함께한 사람들’이 아닐까 나루사이 19호에서는 ‘작당모의’를 주제로 작당모의 프로젝트의 변화를 함께한 3년 차 작당모의러 ‘쓰장’과 ‘플로깅 프로젝트 다님길(이하 다님길)’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서당 삼 년이면 풍월을 읊 는다 했던가. 그들이 들려주는 솔직담백 작당모의 이야기! 함께 귀 기울여보자

우선 2020년 N개의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그러던 중 지역 내 주민, 활동가들과 연결해주며 자신

현재 진행하고 있는 모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

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지원해주는 <N개의 작당모

린다.

의 프로젝트> 신청 공고를 보게 되었다. 아직 체계적

다님길) 플로깅은 이삭을 줍다(Plokka Pup)라는 스

이거나 거창하지 않아 조금 부담스러웠던 플로깅 프

웨덴어와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조깅을 하면서

로젝트에 딱 인 것 같았다. (웃음)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환경보호운동을 말한다. ‘다님 길’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는 순우리말인데, 쓰레기

쓰장) 지구가 더 이상 쓰레기를 소화하지 못해 생태

를 줍는 행위를 통해 사람이 다니는 길을 정화 하자는

에 크고 작은 변화가 오고 있는 것 같다. 먼저는 할 수

의미에서 이름 지었다. 우리는 주로 광진구 내에 쓰레

있는 것, 나와 가까이 있는 것들을 바꿔보기 위해 '매

기가 많은 장소를 찾아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고 있

일 한 번만 쓰는 플라스틱'만이라도 줄여보고 싶다는

다.

생각을 했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자가 직접 포장재를 가져오거나,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쓰레기 없는 장을

쓰장) 쓰장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라는 운동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생태 문제에 관심이 있던 학

에서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쓰레기 배출량을 줄여서

생, 작가, 자영업자의 작은 작당모의가 계기였다.

숫자 0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다. 서구권에서 처음 시작한 활동인데, 한국어로 이름

두 모임 모두 환경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을 짓고 싶어 쓰레기 없는 장터, ‘쓰장’ 이라고 명명했

그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궁금

다. 모임은 일상 속 무심코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양이

하다.

엄청나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플라스틱과 일회용

다님길) 우리는 주로 만나서 다음 활동 장소를 정한

품을 만들어내지 않는 장터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물

다. 모두 광진구민이거나 직장이 광진구에 있어서 어

음에서 모임을 만들었다.

떤 장소가 유독 쓰레기가 많고 플로깅에 적합한지 잘 알고 있다.(웃음) 미리 장소를 정하기보다는 그때 그

모임을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이야

때 만나서 생각나는 곳을 선택하는 편이다.

기 듣고 싶다. 다님길) 우리도 시작은 ‘제로 웨이스트’였다. ‘제로

첫 번째는 뚝섬유원지 근처를 돌았고, 2번째 모임은

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관련 마켓에 방문

광진구 구의공원 쪽에서 진행했다. 실제로 활동을 해

해 용품도 구매했고, 일회용품 줄이기에도 동참했다.

보니 자질구레한 쓰레기들이 많이 발견되어 놀랐다.

그러다 문득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닌 지구에 도

담배꽁초, 양말 포장지, 강아지 간식, 만두 포장지 등

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던

상상 외의 쓰레기들이 발견되더라. 한 번은 쓰레기를

차에 플로깅을 처음 알게 되었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줍다 속초 설악산의 절 입장권을 발견했다. 서울에서

플로깅 모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막연하게 생각했

강원도의 절 입장권을 줍는데, 기분이 묘하고 이상했

다.

다. (웃음)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활동이지만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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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53

를 줍다보면 여러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길에다 쓰레기

업하는 것이다. 지난 8월에 참여 카페를 모집했고 선

를 버리는 것 자체가 화가 나기도 하고. 습관적으로

정된 카페는 프로젝트 기간 동안 플라스틱 빨대 대신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친환경 빨대를 사용했다. 우선 버려지는 빨대부터 줄 여보자는 취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현재 강 변에 있는 ‘공간 책바람’과 중곡동에 있는 ‘커피 홍당 무’ 두 곳에서 실행 중이다. 시즌 2는 ‘플라스틱 안 쓰장’ 이라는 주제로 10월 한 달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환경 관련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다님길) 열정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웃음) 또 유난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그렇게 노력한들 우리의 노력은 티끌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작은 노력일 수 있지만 그러한 노력이 큰 변화의 초석이 될 수 있지 않나. ‘다님길’의 실천이 긍 정적인 나비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웃음) ‘쓰장’의 경우 모임을 시작한지 오래되어 주위에서도 관심이 점점 커질 것 같다. ‘쓰장’의 활동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도 있을 것 같 은데. 쓰장) 현재 진행 중인 ‘매일 쓰장 프로젝트’가 생각보 다 반응이 좋다. 참여하는 분들도 스스로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플라스틱 대체품을 직접 사서 쓰시기까지 한다. 우리 주변만 해도 많이 바뀌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바꾸려는 움직임이 전보다 많 이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재밌는 일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웃음). ‘쓰장’ 멤버 중 한 명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동업하는 친구가 환경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 었는데 ‘쓰장’ 활동을 옆에서 지켜보더니 관심을 보이 더라. 그러더니 내년부터 카페에서 일회용 빨대를 사 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더라. (웃음) 아직 생

쓰장) 처음 이야기 나온 것은 광장동에 제로 웨이스 트 마켓을 열자였다. 그래서 준비했던 행사가 <내가 바라는 바당>으로 바다의 날을 기념해 책방에서 하루 동안 플라스틱과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쓰레기 없는 장터였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코로나가 터지면서 의 도치 않게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시국이 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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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단계긴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 도 많이 바뀌고 있다고 느껴진다. 일회용품 천국인 일상 속에서, 제로 웨이스트 라 이프를 실천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인지라 마켓은 힘들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웃

다님길) 고민되는 점은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아서 우

음) 그 후 모임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다 <매일 쓰장

리가 생각한 루트를 시간 내에 다 돌지 못하는 것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매일 쓰장 프로젝트

다. 참여하는 인원이 더 많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

>는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한 실행 프로젝트인데

는데, 책방열음 사장님을 통해 광진구에서 활동하고

시즌 1은 ‘좋은 빨대 쓰장’이라는 타이틀로 카페와 협

있는 또 다른 플로깅 모임을 알게 되었다. 그분들과


Society | 나루의 발견 #53

같이 활동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협업을

좋은 일한다고 칭찬해주는 분도 있고 옆에서 쓰레기

구상 중이다. 쓰레기 줍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있지만

버린 사람을 대신 욕해주는 분도 있었다. 우리가 계획

되도록 즐기면서 줍고 싶다. 한강이나 아차산 등을 방

하는 것 중 하나가 티셔츠 제작인데 우리가 하는 활동

문해 쓰레기를 주우며 인증사진을 찍는다든가 다양한

을 단번에 알 수 있는 티셔츠를 만들려고 한다. 우리

컨셉으로 활동 하고 싶은데, 이런 지점들이 현재 가장

활동 홍보도 되고 여러 의미로 좋을 것 같다.(웃음)

고민이다. 쓰장) <좋은 빨대 쓰장>을 진행하면서 웃기면서도 쓰장) 방향성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새

슬픈 일화가 있었다. 그 당시 플라스틱 빨대 대용품을

롭게 무언가를 기획해도 ‘이 시기에 이대로 진행하는

찾느라 여러 종류의 빨대를 샀었다. 그 중 베트남에서

것이 맞을까?’라는 물음이 계속 되더라. 위생상의 문

온 풀 빨대가 있었는데, 빨대를 잡으면 바사삭 부서졌

제로 일회용품 사용이 권장되는 시기이다 보니 일회

다. (웃음) 친환경적일지는 모르겠지만 빨대로서는 전

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생각도 들

혀 역할을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테스트하려고 이 빨

고. <좋은 빨대 쓰장 프로젝트> 같은 경우도 카페와

대, 저 빨대 아주 많이 구매했었는데 결론적으로 살아

협업을 하다 보니 사장님들이 우리 때문에 큰 타격을

남은 것은 몇 개 안됐던 것 같다. 비교적 홍보가 많이

입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

된 쌀 빨대, 파스타 빨대도 막상 써보니 실용적이지는

니 사람들의 시선을 계속 신경 쓰게 되고 조심스러워

않았다. 친환경 빨대라고는 하지만 되레 쓰레기를 만

진다. 방향성을 잡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숙제인 것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가 좋다고 남

같다. (웃음)

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니 추천할 때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웃음)

올해의 경우에는 코로나19라는 이슈 때문에 두 모임 모두 활동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부서지는 빨대로 음료를 마신다고 생각하니 상

그렇다면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상만 해도 정말 웃프다. (웃음) 실용성과 환경 두

있다면

마리 토끼를 잡은 제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님길) 플로깅을 하면 생각보다 주민들의 관심을 많

자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자. 작당모의

이 받게 되는 것 같다. 쓰레기를 줍고 있으면 어디서

프로젝트를 처음 알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나왔냐는 질문이 종종 들려오는데, 교회에서 왔냐는

다님길) 2018년도에 직장 상사의 제안으로 처음 작

말도 하시고 최근에는 보험회사 직원이냐는 소리도

당모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을

들었다. (웃음) 때로는 긍정적인 메아리도 들려온다.

만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데, 입사 초반이라 그분의 19


Society | 나루의 발견 #53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었다. (웃음) 그런데 막상 모임 에 참여해보니 생각 외로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 지

두 모임 모두 좋은 의미로 작당모의 늪에 제대로

역의 사람들이 여러 생각을 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열

빠진 것 같다. (웃음) 이미 알고 있듯 작당모의

심히 활동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고. 그렇게 18년

프로젝트도 매년 조금씩 변화했다. 3년차 작당

도를 지나 자연스레 19년도 작당 모의에 참여하게 되

모의러로서 작당모의 변화에 대한 생각을 말한

었고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마침 또

다면

올해 광진구로 이사 오게 되었다. 작당모의 프로젝트

다님길) 담당자분이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읽

에 열심히 참여하다 보니 광진구와의 접점이 계속 넓

는 것 같다. 18년도 작당모의는 광진구의 이슈에 관

혀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광진구 늪에 빠진 게 아닌

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면 19년도에는

가 싶다. (웃음)

그 이야기의 판을 깔아주었고, 20년도에는 모임 지원 까지 해주면서 점점 발전해 가고 있다. 해가 거듭될수

작당모의 프로젝트에 열심히 참여하다 보니

록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그 때문에 재

광진구와의 접점이 계속 넓혀지는 것 같다

미난 활동들이 더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N개의 작당모의 프로젝트는 앞으로 더 발전될 가능성

쓰장) 우리도 2018년도부터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알

이 무궁무진한 것 같다.

았다. 광진문화재단에서 광진구 예술가를 찾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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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를 보고 처음 참여하게 되었다. 그 당시 모임 장

작당모의 프로젝트 우수 참여자로서 <N개의 작

소가 A32 스튜디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처음

당모의 프로젝트>에 대한 장단점이 있다면 허심

에는 공간을 가는 길이 수상해서 대체 뭐하는 곳이지

탄회하게 말씀 부탁드린다.

싶었다. (웃음) 막상 공간에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아

다님길) 장점은 하고 싶은 걸 구애받지 않고, 쉽고 편

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여서 놀랐다. 그렇게 시간이 맞

하게 도전할 수 있어 좋다. 무엇이든지 실험적으로 시

을 때마다 모임에 참여하면서 지역 예술가들도 여럿

도해볼 수 있는 것 같다. 작당모의 프로젝트가 아니었

만나고, ‘쓰장’ 모임 원들도 자연스레 알게 되면서 활

다면 사람들을 모으는 것부터 어려웠을 것 같다. 실험

동까지 같이 하게 되었다.

실처럼 뭐든지 해볼 수 있어 좋고 그 점이 활력 넘쳐


Society | 나루의 발견 #53

작당모의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녹아든 답변 이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나누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질문까지 와버렸다. 두 모임 모두 앞으로의 활동을 어떻게 그려낼지 정말 궁금해 지는데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쓰장) <쓰레기 없는 장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최 종 목표일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살짝 후퇴했지만, 장터를 만들고자 했던 첫 시작의 이유는 쓰레기를 아 예 만들지 않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순간 생태위기에 대응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실천을 통해 뿌듯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정작 그 영향력은 낮다고 보는 것이다. ‘쓰장’ 활동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무언가 를 한다면 뿌듯함 이상으로 바뀌는 것들이 많다는 것 을 배웠다. 이렇게 나아가다 보면, 우리가 변하려고 서 즐겁다. 올해 N개의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살 아있음을 느꼈다. (웃음) 살짝 아쉬운 점은 지속성에 대한 고민일 것 같다. 이러한 작은 프로젝트도 좋지 만, 단발성이 아닌 기획부터 실행단계까지 장기적으 로 이어나갈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 이 있다.

하다 보면 우리가 바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을 까? 다님길)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것이 목표 다. 우리의 활동이 주목을 받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플로깅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다.

작당모의 프로젝트는 결과를 바라기보다는 과정의 기회를 주어서 좋은 것 같다 쓰장) 사실 모임을 진행하고 싶어도 쉽게 도전하기란 쉽지 않고, 사람을 모으는 것부터가 일이다. 지역에서 오래 살았다고 해도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작당모의 프로젝트가 그 계기가 되어서 좋다.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작당모의 프로젝트의 지원이 없 었다면 분명 팀이 와해되었을 것 같다. (웃음) 지원을 받지 않고 활동을 했다면 많은 것들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포기했을 것이다. 모든 것을 개인 돈으로 해 내기에는 한계도 있고. 여러 사업에 지원했었는데 유 일하게 작당모의 프로젝트만 당선되어 활발히 모임 을 할 수 있어 정말 감사했다. 더불어 작당모의 프로

글 최윤아 사진 느린나무

젝트는 결과를 바라기보다는 과정의 기회를 주어서 좋은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시기상 어쩔 수 없지만,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 나눌 수 없다는 부분이다. 변화된 2020년 작당모의 형태가 사람들과 주제 탐구도 하고 깊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다른 참여자들과의 소통이 많이 없는 것이 다소 아쉬운 것 같다.

플로깅 프로젝트 다님길 (이하 다님길) Instagram @plogging_at_ 쓰장 Instagram E-mail

@i3jang i3jang.project@gmail.com 21


Society | 나루의 발견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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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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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54 자양5동, 소심한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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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54

아주 먼 옛날, 내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은 바다였을까 산이었을까? 모두가 흘러가는 세월 속을 걸어가며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당연하다고 느끼는 바로 이 순간도 멀리서 바라보면 시간에 따라 무수히 변해가는 하나의 장면일 뿐이다. 광진구에는 지역의 변화와 공존을 유심 있게 관찰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자양5동’과 ‘소심한 사진관’이다. 오 래된 것들과 새로운 것들이 공존하는 자양동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가상의 동네를 예술로 재구성하는 ‘자양5동’ 부터 광진구를 하나의 사진관으로 바라보고 일상의 작은 단면을 소소하지만 심오하게 포착하는 ‘소심한 사진 관’까지. 골목 사이 숨은 보석을 찾아 헤매는 탐험가 두 작당모의러들을 만나보자.

먼저 ‘자양5동’과 ‘소심한 사진관(이하 사진관)’

데 ‘수상한’이라는 단어가 뭔가 초현실적이거나 기술

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이 엄청나게 뛰어나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껴 탈

자양5동) ‘자양5동’은 2019년에 결성된 팀으로 구성

락시켰다. (웃음) 팀명이 소소하지만 심오한 우리만의

원 대부분이 20여 년이 넘도록 광진구 자양동에 사는

지향점을 잘 드러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금의 ‘소심

지역주민이다. 자양동은 재건축 이슈로 공간과 사람

한 사진관’이 탄생했다.

들이 굉장히 많이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를 그냥 흘려 보내는 것보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싶은 마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 이야기를 나눠

음에 팀을 결성하게 되었다. 각자 관심 있는 주제를

보고 싶다. ‘N개의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하여 자양동 일대를 기록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궁금하다.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관) 우리 팀은 ‘N개의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통 해 올해 처음 만들어진 모임이다. 그래서 아직 다양

사진관) ‘소심한 사진관’은 이름에서부터 드러나듯이

한 활동을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가장 최근의 활동은

광진구를 하나의 사진관으로 보고 일상의 작은 단면

‘자양동 중국음식골목’ 일명 ‘건대 양꼬치 거리’ 출사

을 포착하는 팀이다. 미술을 전공하는 세 친구가 대학

였다. 주제는 자유롭게 두고 그 안에서 각자의 다양한

을 진학하게 되면서 서로의 작업을 자주 공유하지 못

시도들로 거리를 담았는데, 거울지를 이용해서 거울

하는 점이 항상 아쉬웠다. 이러한 서로의 마음이 닿아

지에 비치는 왜곡된 상을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파노

우리 지역을 매개로 활동하며 평소 관심이 있던 사진

라마 영상기법을 활용하기도 하는 등 여러 화면으로

을 주제로 모임을 해보면 어떨까하여 ‘소심한 사진관’

광진구를 포착하려 시도하고 있다.

을 시작하게 되었다. 두 팀 모두 이름이 무난하면서도 동시에 독특하 다. 특히 자양동은 4동까지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팀명을 짓게 된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자양5동) 말씀하신 것처럼 자양동은 4동까지 있다. 광진구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가끔 자양5동이 어디쯤 인 동네냐고 물으시기도 한다. (웃음) 자양5동은 가상 의 동네를 의미한다. 우리만의 새로운 시선으로 자양 동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팀명을 정했다. 사진관) 사진을 다루는 모임이니 ‘사진’이라는 키워 드가 들어갔으면 싶었고, 불리기 편안한 발음을 찾고 있었다. 후보 중에는 ‘수상한 사진관’도 있었다. 그런 25


Society | 나루의 발견 #54

소심한사진관 ‘건대 양꼬치 거리 출사’

자양5동) 우리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정리하면 자양

같고도 또 다른 두 팀의 앞으로의 활동이 정말

동, 청년, 문화예술, 기록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기대된다. ‘자양5동’, ‘소심한 사진관’이 ‘N개의

를 기준으로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각자가 생각

작당모의 프로젝트’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

하는 자양동의 이미지를 풀어 내보려 한다. 며칠 전

하다.

자양2동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기억에 남는 지

자양5동) 우리는 모임을 4년차 진행하고 있는데, 우

점들을 공유했는데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특히 오래

리끼리 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조금 더 많은 분과

된 가게의 간판들이 눈에 띄었는데, 세월이 느껴지는

함께 자양동을 기록하고 활동을 나누고 싶어졌다. 작

글자의 형태가 도드라져 보였다. 이렇게 익숙했던 동

당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팀을 적극적으로 홍보

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의미 있는 활동들을 계

할 수 있겠다고 보았고, 공간을 지원해준다는 점이 가

속 지속해나가려고 한다.

장 매력적이었다. 더불어 우리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 하는 다른 분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평소 관

다양한 주제들이 넘실대는 세상에서 특별히 우

심 있게 눈여겨보던 ‘소심한 사진관’ 팀과 함께 인터

리 동네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유가 있는지

뷰하게 되어 너무 즐겁다. (웃음)

사진관 동네는 직접적으로 우리가 살을 비비고 살아 가는 터전이기에 우리 지역을 지역주민이 직접 기록 하고 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지역을 지역주민이 직접 기록하고 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양5동) 같은 마음이다. 오래된 것들과 새로운 것들 이 공존하는 모습이 뚜렷한 광진구, 특히 자양동의 변 화와 공존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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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54

사진관) 같은 사진·영상 장르를 다루다 보니 우리 팀 역시도 ‘자양5동’ 활동을 재미있게 바라보고 있는 입 장이었다. (웃음) 언젠가부터 지역에서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광진문화연구소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하며 소식을 종종 받았다. 작당 모의 프로젝트 모집 공고를 보고는 이제는 때가 왔다 고 생각했다. (웃음) 혼자 시작하려면 막막했을 터인 데 덕분에 무리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로 자체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 다시 활동 이야기로 돌아가서 두 팀이 활동하면 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사진관) 양꼬치 거리를 촬영하는 도중 갑자기 가게 안에 있던 점원이 나오시며 ‘뭐 하시는 분이세요?’하 고 물었는데 당황한 나머지 ‘사진 찍는 분이에요.’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웃음) 자양5동) 우리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골목 사진을 찍고 있으니 어떤 분께서 이런 것을 왜 찍고 있는지 핀잔을(?) 주시더라.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한 다. (웃음) 그럴 때 활동 목적을 잘 설명하면 지역 주

특정 주제에 맞춰 10분씩 공연을 펼치는 예술제였는

민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또 하나의 찬

데 처음 접하는 공연 장르였기에 굉장히 신선한 시도

스라고도 느껴져 그런 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웃

라고 느꼈다. ‘소심한 사진관’도 참여를 고려하는 중이

음)

다. (웃음) 광진문화재단을 축으로 많은 활동의 기회

활동 선배다운 ‘자양5동’의 팁인 것 같다. (웃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광진구의 문화예술 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다. 사진관) 얼마 전 광진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지극정 성 프로젝트 <10분 예술제>를 관람하고 왔다. 매달

를 열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자양5동)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고 생각 한다. 특히, 광진문화재단이 매년 발굴하고 계시기에 일상에서 즐겁게 누리고 있다고 본다. 이 자리를 빌려 서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한다. (웃음)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하기를 바라며 지역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준비한 질문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두 팀이 앞 으로 다뤄보고 싶은 활동들이 궁금하다. 자양5동)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점인데 ‘소심한 사진 관’과 함께 협업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기록물로 다양한 창작활동을 시도해보고 싶 다. 한 친구는 자양동의 다양한 공간의 이미지들을 연 결해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해내는 영상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했고, 한 친구는 아쉽게도 곧 이사를 갈 예정 인데 유년 시절의 기억을 기반으로 자양동을 재구성 하는 작품을 계획 중이다. 27


Society | 나루의 발견 #54

사진관) 함께하는 프로젝트 기회가 있다면 우리도 대 찬성이다. (웃음) ‘소심한 사진관’은 아직 구체적인 목 표를 잡고 있지 않지만, 카페나 식당, 갤러리 등에서 작지만 알찬 전시로 작업을 공유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자양5동’, ‘소심한 사진관’의 나아갈 방향성이 너무나 궁금하고 기대된다. 드디어 마지막 질문 이다. 앞으로 두 팀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 엇인지 자양5동) 우리와 여기 ‘소심한 사진관’을 비롯해 청 년예술인들의 모임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 이다. 지역 청년들의 예술적인 움직임들이 지역문화 형성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생각하는데, 모쪼 록 지금처럼만 여러 모임이 지속되기를 바랄뿐이다. 지역 청년들의 예술적인 움직임들이 문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진관) 일상에서 쉽게 찍을 수 있는 사진과 관련된 실험을 최대한 해보고 싶다. 꼭 좋은 카메라와 장비들 이 아니더라도 편안하게 아마추어리즘을 즐기고 싶 다. 항상 접하는 생활권이지만 다른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 한 점을 ‘소심한 사진관’의 가치관으로 삼고 계속해서 활동해나가고 싶다.

글 이슬기 사진 느린나무

자양5동 Instagram

@jayang.5dong

E-mail

jayang.5dong@gmail.com

소심한사진관 E-mail 28

amy150@naver.com


Society | 나루의 발견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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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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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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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55 청연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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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55

이번 나루사이 19호에서는 ‘작당모의’를 주제로 2020 지역문화 진흥사업 N개의 서울 ‘광진문화연구소’ 속 세 부 프로젝트인 작당모의 프로젝트 참여자들을 만났다. ‘작당모의러’라고 불리 우는 참여자들은 2020년부터 모 임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며 광진문화연구소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20년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모임 중, 문화·예술로 서로의 관심사와 취향에 따라 유의미한 과정들 을 쌓아가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일상이 예술이 되고, 청년이 예술가가 되는 곳. 화려함과 기교, 저명함과 천재 성을 지양하며 우리만의 속도로 차차 나아가자는 ‘청년 일상예술연대’ 청연차차.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고, 그 가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연대하는 비슷하지만 모두 다른 색을 가진 차차의 벗들을 만나보았다.

'청연차차(이하 차차)'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

가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모든 진지한 삶의

드린다.

표현은 예술이다. 우리는 모두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청연차차’는 청년일상예술연대의 줄임말로 우리의

는 말처럼 일상에서 각자가 가진 창조성을 중심으로

걸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차차’ 걸어가자는 의

펼치는 행위 자체가 일상이 예술이 되는 방법이 아닐

미를 담아 지었다. 권위적이고 무겁기만 한 예술에서

까 싶다.

탈피하여 더욱 많은 청년이 예술가로 성장하고, 일상 이 예술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

아주 작고 사소한 모든 것들이

며 총 8명 구성원이 딴마음, 슈슈, 혜안, 온리뷰, 숲,

예술이 될 수 있다

하니비, 나폴리, 정율이라는 닉네임으로 함께 활동하 고 있다.

예술학과를 졸업했지만 나 스스로 예술가라고 말하기 에는 떳떳하지 않았고 겸연쩍었다. 이러한 정체성의

모임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혼란으로 힘든 시기에 ‘청연차차’를 만나 여러 활동을

2017년, 그림책협회에서 일하고 계신 선생님을 필두

해보니 준비되지 않았던 것은 내 마음뿐이었음을 알

로 두 청년이 더해져 팀을 꾸렸다. 각자 저마다의 이

게 되었다. 우리가 ‘청연차차’를 통해서 깨달은 것처럼

유로 일상 속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고, ‘회사 혹은 학

아주 작고 사소한 모든 것들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교만이 내 일상의 전부일까?’라는 물음에서 모임을 시

사실을 보다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작했다. 내가 가진 것들을 함께 나눌 순 없을까 고민 했고, 이를 계기로 느리지만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게 되었다. 모임을 지속하다보니 일상 예술을 나눌 수 있는 더 많은 사람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필요성이 느껴졌고, 범위를 넓혀 지금의 차차 모 습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일상예술이라는 말씀이 인상적이다. ‘청연차차’ 가 생각하는 일상이 예술이 되는 활동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술가라는 이름을 붙이면 늘 전문성이 따라오기 마 련이다. 그 가운데 청년은 항상 애매한 위치라고 생각 했다. 자격증을 딴다거나 학위가 있어야만 전문가라 고 인정하는 사회의 시선에 늘 물음표가 생겼다. 이 생각과 과정을 차차와 함께 나누다 보니 우리 모두 이 미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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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55

‘예술’이라고 하면 정말 높은 벽이 있는 것 같은

은 상황을 제시해도 모두가 각자만의 색깔로 풀어나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웃음) 그렇다면 ‘청

가는 것이 신기했다. 남양주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거

연차차’에선 일상을 예술로 바꾸기 위한 어떤 활

닐고 산책했던 활동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힘든 상

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황들이 많아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산책을 하니 생각

차차의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격주로 만나

이 정리되고 엄청 개운하더라.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

진행되는 ‘일상예술 호스팅’ 정기모임과 시즌 프로젝

더라도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이 모임의 존재 자체가

트 ‘차차의 사계’가 있다. ‘일상예술 호스팅’은 돌아가

매우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면서 기획자가 되어 한 시간 남짓의 활동을 준비하고 함께 실행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전공에 대해

휴식에 대한 여러 가지 개념이 있지만 ‘차차’의

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평소 잘 모르는 분야이지

활동들은 예술로 쉬는 것이 휴식인 것 같다. 이

만 해보고 싶었던 것을 시도하기도 한다. ‘차차의 사

제 부터는 우리가 오늘 이렇게 만날 수 있도록

계’는 춘, 하, 추, 동을 나눠 3개월 단위로 저마다의 목

연결고리 역할을 해준 ‘N개의 작당모의’이야기

표를 잡고 달성해보는 프로젝트다. 각자 개인의 가치

를 들어보고 싶다. 차차의 작당모의 프로젝트에

와 역량을 높이면서 지역과의 연대를 꿈꾸는 활동이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다.

모임 햇수가 3년 차가 되면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싶 었다. 또 지역의 다른 예술가분들이 어떤 활동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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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들을 들어보니 차차는 일상의 환기를 불러

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고. 팀원 모두가 광진구민

일으키는 모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 속 틈틈

은 아니지만 모두가 모이기 좋은 편의성을 따지나보

이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부지런함이 정말 멋있

니 자연스레 광진구를 기반으로 모임이 결성되었고

다.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차차’의 첫 공간도 광진구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 와

한번은 호스팅 프로그램으로 키워드를 가지고 짧은

중에 ‘N개의 작당모의 프로젝트’ 공고를 발견했고 운

극을 만들어보는 즉흥극을 진행했다. 슬픔, 기쁨, 분

명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우리가 생각하기에 ‘N개의

노, 즐거움 등의 다양한 감정 키워드와 여러 공간 키

작당모의 프로젝트’는 지역에 단단히 뿌리 내릴 수 있

워드를 합쳐서 장면을 만들어보는 활동이었는데 똑같

는 첫걸음 같았다.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작당모


Society | 나루의 발견 #55

의 프로젝트 전체 참여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사라

나갈 수 있을까?라고 의심하는 시선들이 많다. ‘청연

졌지만, 상황이 나아져 하루빨리 교류할 수 있는 자리

차차’는 이런 시선들을 대변하고 싶다. 우리가 환경적

가 생겼으면 좋겠다.

인 면에서 가난할지 몰라도 문화적으로는 절대 가난 하지 않다는 것을 ‘차차’를 통해 증명하고 싶고, 지금

‘N개의 작당모의 프로젝트’는

처럼 각자가 탐구하고 있는 예술 분야를 계속 발전시

지역에 단단히 뿌리 내릴 수 있는

켜서 실제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차차'가 되기를 바

첫걸음 같았다.

란다. (웃음)

저희도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자리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 (웃음) 앞으로 다뤄보고 싶

글 이슬기 사진 느린나무

은 활동은 무엇이 있는지 말해 달라. 지금까지는 ‘차차의 사계’ 프로젝트를 모임 내에서 공 유하는 것에 머물렀는데, 이번 여름 무중력지대 공간 을 빌려 ‘청연차차’를 소개하고 일상예술을 나누는 시 간을 가지려고 기획했었다. 결국 코로나19 상황으로 무산되었는데 지금까지도 너무 아쉽다. 모쪼록 지역 안에서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진행해볼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아 니지만 (웃음) 올해 안에 차차의 활동 내용과 사진을 담은 달력을 제작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다. ‘청연차차’가 나아가고 싶은 목표가 궁금하다.

E-mail

art-chacha@naver.com

청년 예술가라고하면 ‘과연 예술로 자신의 삶을 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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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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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조금씩 다양한 방법으로 내 삶을 실험하게 된 계기 <아티스트 웨이 – 종종살롱> 글 | 홍종희

“퇴사 환장파티” 우리 셋은 그렇게 뭉쳤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40대. 각자 다른 회사에 서 충실히 직장인의 삶을 살았던 우리는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떠나야했다.

'어쩌면 이번이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절호의 기회이니, 우울해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인생의 한 챕터를 접는 순간을 축복하고 즐거운 축제로 만들자'라는 생각에 코로나로 인해 실직한 주변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서 <퇴사 환장파티- 종종살롱>을 신나게 기획했다. 탁 트인 강변 산책길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 키고 우울한 기운과 어색함을 털어냈다. 축하 꽃다발과 케이크로 집안을 함께 장식하고,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위로했다. 각자 인생 곡을 목청껏 신나게 따라 부르면서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새로운 길을 힘차게 걸어 나가길 응원했다.

며칠 후, 이 모드를 이어가는 작지만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작년에 동네에서 진행했던 < 작당모의 프로젝트 - 나루 백일장>에 참여한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엔 직접 기획을 해보기로 하고 <아티스트 웨이 - 종종살롱>을 시작했다.

퇴사 후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몸과 마음. 의미 없게 시간을 흘려보내며 우울모드에 들어가지 않도록, 참가자들 의 마음가짐을 깨어있게 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평소 내가 영감 받았던 <아티스트 웨이>란 책을 기 반으로 매일 아침 3페이지씩 마음 가는대로 필사하며 나의 내면을 탐색하고, 일주일에 1번씩 주변 아티스트와 만나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아티스트 테이트’를 하는 것이 모임의 큰 골자였다. 더불어 각자 자신이 앞으로 하 고 싶은 일을 탐색하고 진행하면서 서로의 진전을 공유하고 응원하는 모임. 우린 이 모임을 퇴사 후 그렇게 시 작했다.

사실 <아티스트 웨이 – 종종살롱>은 퇴사 후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나를 지지 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제약회사, 디지털회사, 영화사에서 일하던 3명의 40대 여성 들. 퇴사, 가족 간의 갈등, 이별, 건강 이상 등 인생의 어퍼컷을 한꺼번에 맞는 것 같았다. 오직 회사라는 조직의 사각 링에서 룰에 맞추어 충실히 살아왔던 직장인들. 언젠간 이 링에서 벗어나 나만의 삶을 자유롭게 살 것이라 막연한 꿈만 꾸었던 이들이 맞이한 현실은 너무 현실적이라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매달 들어오던 월급이 끊 기니, 그동안 쉽게 즐겼던 외식과 취미 생활도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경제적 타격은 크지 않았지만 심적 타 격이 컸나 보다. 38


Life | 조금씩 다양한 방법으로 내 삶을 실험하게 된 계기

쪼그라드는 자신감과 지갑 속에 우리의 미래 설계도 색이 바래지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 에 여럿이 함께 하면 나을 것 같아 우리 셋은 쾌를 만들어 더 자주 뭉쳤다. 동네책방 날일달 월에 모여 갑작스러운 잡지사 폐간으로 구조조 정을 당하게 된 직장인 월터가 떠나는 인생 모 험 영화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도 함께 보며,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기도 했다. 스테인 드글라스 아티스트 신부님과 영화 평론가, 크 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주변의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조언도 받으며 앞으로의 삶에 대한 방향성도 함께 고민했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할 때 에는 자주 만나기 힘들었지만, 처음으로 zoom을 통해 화상으로나마 서로의 안부를 믿고 응원을 이어갔다. 상 황이 나아졌을 때에는 원주의 산골 책방으로 1박 2일 짧은 여행을 떠나 책을 원 없이 읽고, 밤에는 책방 주인과 함께 제2의 인생에 대한 워크숍 및 싱어롱을 하며, 잠시나마 자연과 함께 숨통이 트이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셋은 <아티스트데이- 종종살롱>을 통해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며, 조금씩 링 위에서 벗어난 각자 의 삶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가족의 이별을 애도하고 남겨진 짐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터전으로 이사를 했다. 광 진구, 강원도 원주 및 경기도 양평을 오가며 드로잉, 한지 그림 및 조명을 제작해보며 메이커를 꿈꿨다. 가족들 의 마음을 보듬고 고양이에게 위로를 받으며 에세이를 다시금 쓰기 시작했다. 동네 영상제작 청년과 함께 취향 을 담은 포토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나름 유튜버로 데뷔도 했다. 인디 뮤지션을 꿈꾸는 아들의 데뷔곡 뮤직비디오를 기획했다. 그렇게 <아티스트 웨이 - 종종살롱> 덕분에 조금씩 다양한 방 법으로 우리는 삶을 실험했다.

실험 속에서 우린 현실과의 타협으로 구직활동도 병행했다. 이내 곧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곧 시 작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작당모의 프로젝트 <아티스트 웨이 – 종종살롱>를 통해 불이 지펴진 내 삶의 태도, ‘아티스트처럼 창조하기’를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홍종희 광진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토박이. 어릴 적에는 잘 몰랐던 광진구의 거주 가치를 코로나 시대를 맞아서 제대로 느끼는 중이다. 낮 엔 어린이공원과 워커힐, 밤엔 조명이 아름다운 한강변을 산책한다. 동네 골목에서 길을 잃고 걷다 우연히 아티스트의 숨겨진 공간을 탐험 하길 좋아한다. 최근 크리에이터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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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 이달의 영화 엔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

(2013 / 켄 로치 / 장르 : 코미디, 드라마)

한창 영화를 찾아보던 20대 초반, ‘켄 로치’가 어떤 감독인지도 모르고 단지 해외 사이트의 평이 좋아서 보게 된 영화 <엔젤 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이하 엔젤스 셰어)는 2013년 내가 본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이자 지금도 다른 ‘켄 로치’의 영 화들과 같이 나에게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이다. 영국 서민들의 애환을 카메라에 담은 <엔젤스 셰어>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나 <미안해요, 리키>처럼 영국 서민들의 애 환을 카메라에 담고 있지만 현실 고발에 날을 바짝 세우기보다는 엉뚱하고 기발한 코미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는 위스키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 사회봉사 감독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데, 사회봉사 감독관 해리는 폭행으로 사회 봉사를 받고 있는 주인공 ‘로비’가 특별한 미각이 있음을 알아채고 ‘로비’를 위스키 시음 행사에 데려가면서 생기는 일을 다 루고 있다. 어느날 시음 행사에 굉장히 비싼 위스키가 출품된다는 정보가 발표되고 ‘로비’는 사회봉사 하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비싼 위스키를 몰래 훔친 후 돈을 벌어 갓 태어난 아이들에게 풍족한 생활을 물려주기로 결심하게 된다. ‘로비’와 그의 친구들이 위스키를 절도하는 행동 때문에 자칫 평가 절하되어 작품에 오점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켄 로치’ 감 독은 거장답게 이를 영리한 방법으로 무마시킨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들의 절도는 범죄보단 불합리하고 차별 받는 서민 계 층에 대한 일종의 보상과 위안으로까지 보이게 되고, 무게 있는 주제와 심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주인공의 행동이 익살스 러워 보이기까지 하다. ‘켄 로치’ 감독이 선택한 재치라는 묘사는 영화가 지나치게 엄숙해 지는 것을 막아주는 훌륭한 장점 이 된 것이다. 제목에도 적혀 있는 <엔젤스 셰어>라는 단어는 위스키 업계에서 쓰는 표현이라고 하는데, 증류나 보관 과정에서 증발되는 술을 뜻한다고 한다. 증발되는 술은 천사들에게 나누어지는 몫의 술이라는 것. 아마 <엔젤스 셰어>를 보고 난 뒤 생기는 감 정의 행복한 여운은 자신의 몫을 챙긴 천사들이 우리에게 베푸는 작은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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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 이달의 책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 네’ 남진의 「님과 함께」 가사 일부다. 노래 가사는 사랑하는 연인과 같이 살 고 싶은 화자의 소망을 담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우리 님’ 과 은행 대출을 갚으면서 평생 살거나, 혹은 2년마다 이삿짐 싸느라 바쁜 나 날을 보낸다. 신문과 뉴스를 거의 안 보는 사람들도 부동산 문제, 주택 문제를 모르지 않 는다. 특히 청년이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은 거의 이룰 수 없는 목표에 가깝 다. 이런 혹독한 현실에서 강화도로 직접 가서 집을 짓고, 텃밭 생활을 하고, 책방을 운영하는 청년 공동체가 있다. 바로 책방 시점의 운영자이자 『셋이 서 집 짓고 삽니다만』을 쓴 우엉, 부추, 돌김이다. 우엉과 부추는 친한 친구이자 직장 동료이며, 부추와 돌김은 신혼부부다. 서 로 맺은 관계는 각각 다르지만, 집 문제에 대한 고민은 비슷했다. 그 고민은 (우엉, 부추, 돌김 / 요즘문고)

강화도에서 집 짓고 셋이 거주하며 서점을 운영하려는 ‘시점 프로젝트’의 토

대가 되었다. 셋은 각자 모은 돈, 대출받은 돈, 정부 지원금 등 영혼까지 끌어 모아 보금자리이자 책방인 시점을 만들었다. 그 덕택에 서로 대출 공동체라고 일컫는다. 그렇다면 엄청난 지출을 감수하면서도 이들이 '시점 프로젝트'를 완수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에 돌김은 “결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작당모의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81쪽). 셋은 부 부 중심의 가족 구성 형태에서 벗어나, 혈연보다 진한 유대감으로 뭉친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다. 강화도에 있는 책방 시 점은 부부와 자식이 사는 집이 아닌, 뜻이 맞는 타인이 어울릴 수 있는 보금자리다. 주인 세 명 이외에도 많은 사람의 땀으 로 책방 시점이 탄생했다. '시점 프로젝트'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시점'(start point)이 되었다. 이들은 각자의 '시점'(view point)을 존중하면서도 함께하는 '시점'(time point)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시점이란 단어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듯, 여러 모습의 가족이 있다. 단지 법, 사회가 인정하지 않아도,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타인들이 있을 뿐이다. 글 한보경 (서점과 책을 좋아하는 책방열음 단골 손님)

*시점 부추에 따르면, 시점의 의미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곳"(view point), "지금 여기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time point), "살면서 시도하는 작은 시작점"(start point)이란 뜻이 담겨 있다(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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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광진문화재단 소식 광진문화재단과 함께하는 명사초청 강연

‘015 : 0(young) 아티스트, 15개의 서울’

남상일의 <우리소리 이야기>

<스퀘어 프로젝트> 통합 전시

광진문화재단이 코로나19로 지친 광진구민을 위해 명

오는 2일, 광진구 일상을 청년예술가의 시선으로 재

사초청 강연을 준비했다. 대한민국 대표 소리꾼 남

해석한 <스퀘어 프로젝트>가 나루아트센터 광장에

상일과 함께하는 이번 강연은 <우리소리 이야기>를

서 개최된다. <스퀘어 프로젝트>는 서울문화재단 ‘지

주제로 전석 무료로 진행될 예정이다. 예매 및 공연

역연계형 청년예술활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나루아

관련한 문의 사항은 광진문화재단 문화사업팀(02-

트센터 광장에서 처음 선보이는 공공예술 프로젝트이

2049-4700)으로 부탁드린다.

다. 2주간 상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청년예술가 5인의 조각, 도예, 공예, 설치부터 광진구 곳곳을 무대 로 활용한 무용 영상까지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

공연일시

11/27(금) 20:00

공연장소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

관람료

전석 무료

문의사항

02-2049-4700

안내사항

해당 공연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 경될 수 있으며 해당 공연은 마스크 착 용, 열 체크, 전자 출입 명부 작성, 객석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 수하며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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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다.

일시

11/2(월) ~ 11/15(일)

장소

나루아트센터 광장

문의사항

02-2049-4700


News | 광진문화연구소 네트워크 소식 자양스테이션 아티스트 라운지 11월

또로롱 하프소리가 들리는

<KOC 오페라 라보엠>

“하프 뮤직 박스” 원데이 클래스

살롱 오페라 <라보엠> 4인4색 인물열전

광진구 PMF 자양스테이션이 오페라 라보엠'으로 가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교육예술문화 복합공간 청춘

을밤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2020년 올해의 '아티스트

서당에서 <또로롱 하프소리가 들리는 ‘하프 뮤직 박

라운지'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본 공연은 가을밤 살롱

스‘> 원데이 클래스를 제공한다. 디즈니 영화에서만

콘서트 형식으로 색다르게 꾸며질 예정이다. 깊어가

들었던 곡을 하프로 들어보면 듣는 어린이와 어른 할

는 가을 밤, 젊은 4인의 성악가들이 들려주는 고품격

것 없이 모두 그 소리에 매료된다. 하프 클래스를 통

클래식 선율에 오롯이 빠지길 바란다.

해 잊고 있던 우리들의 상상력, 창의력, 새로운 감정, 희망,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일시

11/6 ~ 11/27(매주 금) 20:00

일시

11/28(토) 14:00 ~ 15:30

장소

PMF 자양스테이션

장소

자양동 청춘서당

관람료

일반 30,000 (공연+웰컴 드링크)

수강료

50,000

청소년, 대학생, 재관람, 자양아카데미 회원 20% 할인

문의

010-3292-8538/02-458-4840

인원 제한 있음. 어린이와 부모 2인 가격

문의

010-6320-9277

주요 커리큘럼

하프 연주 소개

www.parismusicforum.co.kr 상세보기

하프 연주 퀴즈, 창의 활동 뮤직박스 안에 하프 도안 뽑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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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독자 후기

Review | 편집 후기 문지은 작당모의 프로젝트 3년 돌아보기 끝! 과연 20호는 무엇의 3년 돌아보기일까요? 김민희 Winter is coming...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느린나무 당연하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항상 고마움을 잊지 않을게요. 이슬기 저 생일이에요. 그냥 그렇다고요(찡긋) 최윤아 벌써 나루사이 20호만을 남겨두고 있네요. 마지막까지 화이팅! 조주현 11월♥19호♥ 나루사이와 함께 하는 2020 가을♥ 패딩 꺼내기 전까지 짧은 가을을 즐깁시다♥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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