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42(사이) 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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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나루살롱 | 박성연 올 한해 발간된 나루사이(16~20호)에 등장했던 장소들을 각 호별로 모아 별자리를 만들었다. 익숙한 동네 구석구석 을 모아놓고 보니 별자리처럼 재미난 이야기가 생겨난 것 같다. 동네 사이사이를 대신 탐방해주는 나루사이. 이곳에 이야기가 모여 새로운 사이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sysysypark | 그림 그리는 사람. 남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이야기 수집을 좋아하는 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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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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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 12월의 나루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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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코너 | 나루사이 프로젝트, 3년의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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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1 | 나루사이, 시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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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사람과 책방을, 책방과 사람을 연결해준 나루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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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2 | 한 권의 나루사이가 여러분에게 도착하기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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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문화는 사람을 키우고, 사람은 문화를 키운다

지역문화 진흥사업 – N개의 서울 지원사업 <2020 광진 문화연구소> 나루사이 프로젝트

발행처

(재)광진문화재단

발행인

김경남

편집/총괄

임숙자, 문지은

기획/취재

김민희, 이슬기, 최윤아, 조주현

디자인

A32

사진

느린나무

주소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76 4층

전화

02-2049-4700

홈페이지

www.naruart.or.kr

발행일

2020. 12

본 출판물의 저작권은 (재)광진문화재단에 있습니다. 본 출판물에 실린 글과 사진에 대한 권리는 필자와 저작자에게 있으며, 전체 또는 일부를 발행인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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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 이달의 영화 × KU시네마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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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 이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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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ender | 광진구 문화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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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광진문화재단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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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광진문화연구소 네트워크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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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Letter

지난 19호에서 선보였던 ‘작당모의 프로젝트’ 3년의 기록 잘 보셨나요? 이번 나루사이 20호도 19호에 이어 3년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준비했습니다. 지역문화 사업의 또 다른 결과물, 바로 ‘나루사이’입니다. 이번 20호에서는 광진구의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담고 있는 월간지 ‘나루사이’ 기획 과정부터 제작 이야기, 미니 인터뷰 등을 담았습니다. 이 세상에는 ‘333법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뭐든지 처음 배우고 시작할 때 3주가 첫 고비이고, 그 고비를 잘 넘기고 나서도 3개월쯤 되면 한계를 느끼게 되는 것 말입니다. 한계를 꾹 참고 3년쯤 하면 아무리 둔하고 늦된 사람도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가게 되니 뭘 하나 시작할 거면 3년은 진득하게 지속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서당의 개조차도 풍월을 흉내 내는데 걸리는 3년. 그 3년에 ‘나루사이’가 접어들었습니다. 3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20권의 ‘나루사이’가 세상 에 나올 수 있도록 애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문지은 ※나루사이 19호 ‘이달의 책’ 코너에 게재된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출판사를 ‘요즘문고’에서 ‘900km’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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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1 나루사이, 시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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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1 | 나루사이, 시작에 대하여

걸음마를 떼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위태롭기 그지없다. 사실 일어서 본 적이 없으니 넘어지는 것은 당연하 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내딛어보자. 어쩌면 가벼운 호기심과 약간의 용기가 세상을 뒤집어 놓을 수 있다. ‘광진구’라는 지역과 사람, 사람과 문화, 문화 그리고 다시 지역까지. 그 사이사이를 들여다보는 지역문화 월간 지 <나루사이>. 매 호 다양한 지역 문화 콘텐츠를 담아내며 드디어 대망의 20호를 발행하게 되었다. ‘창조는 고민 속에서 나오고 발전은 고생 속에서 움튼다.’는 말처럼 <나루사이>와 함께 울고 웃으며 성장통을 함께한 두 기획자가 있다. <나루사이>의 시작을 함께한 기획자들을 만나 첫 걸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문지은 광진문화재단에서 여전히 그리고 아직도 (웃 음) <나루사이>를 만들고 있는 문지은이다. 2016년 재단에 입사해 2017년부터 지역문화사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사실 사업 초반에는 이렇게까지 꾸준하게 월 간지를 만들 계획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벌써 3년 차가 되었다. (웃음) 신보경 2018년, 광진문화재단에서 <나루사이> 1호 부터 6호까지 참여했던 신보경이다. 오늘 인터뷰를 통해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 기분이 참 좋다. 현재는 타 기관에서 문화예술교육사업을 운영하고 있 으며, <나루사이>를 통해 깨달은 기록의 중요성에 미 련을 버리지 못하고 (웃음) 웹진(Web-zine)사업을 자원해서 담당하고 있다. 현재 <나루사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 선배님들을 인터뷰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웃음) 이제 나루사이는 대망의 20호를 바라보 고 있다. 이 시점에서 나루사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문지은 인터뷰를 앞두고 오랜만에 2017년, 2018년

신보경 맞다. 그래서 당시 급하게 방향을 변경했고,

지역문화 사업 계획서를 들춰보았다. 그때만 해도

(웃음) 지역의 숨은 공간과 지역 예술가들을 소개하게

<나루사이>가 지금의 목적과 방향은 아니었다. 원래

되었다. 이 방향이 당시 우리의 상황에 더 어울린다고

취지는 매 달 2회씩 진행됐던 ‘작당모의 프로젝트’에

생각하기도 했고. 더불어, 지역문화 사업의 초창기였

서 나오는 다양한 광진구의 이야기 중 하나를 콘텐츠

던 2017년 연말, <문턱 없는 회의 – 인터뷰 북>을 발

로 뽑아 이에 대해 리서치하고 연구하는 보고서를 만

행해 배포했었는데, 마침 이 책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

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이어가

둘 생기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상황과 계기로 갑작스

던 중 지역을 깊게 다루는 콘텐츠에 대해 참여자들이

레 <나루사이>가 탄생하게 되었는데, 얼마나 느닷없

지루해하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것도

었는지 <나루사이> 1호를 만들 때에는 촬영 작가님도

재미없어 하는데, 이와 관련한 책을 만든다고 해서 과

없어서 내가 직접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하고 글도

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썼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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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1 | 나루사이, 시작에 대하여

우리가 모르는 순간에도 책을 통해서 계속 만나고 있었다. 제작하면서 <나루사이>의 형태도 조금씩 바뀌었다. 처음에는 광진구에서 발행하는 구청 홍보 소식지 ‘아 차산 메아리’처럼 신문 형태의 얇은 일회성 잡지를 생 각했는데, 편집 디자인을 맡아주신 디자인스튜디오 ‘A32’에서 굉장히 고급스럽고 예쁘게 만들어 주셨다. 우리 둘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정말 마음에 쏙 <나루사이>에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전혀

든 잡지였다. (웃음) 그렇게 지금의 나루사이의 모습

몰랐다. 당시의 냉철한 판단으로 오늘날의 <나

을 띠게 되었다.

루사이>를 만날 수 있음에 두 분에게 정말 감사 드린다. (웃음) 그렇다면 다양한 매체 중 잡지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문지은 일단 내가 넘겨보는 책 자체를 굉장히 좋아한 다. (웃음) 잡지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책으로 만들 어 놓으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 다는 점이었다. 지역의 다양한 공간에도 둘 수 있고. 그리고 지금은 흔해졌지만, 그 무렵에는 재단에서 지 역문화로 아카이빙을 시도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 다 른 사람들이 해보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겠다 싶어 시작하게 되었다. 신보경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웃음) 위에서 언급했 던 <문턱 없는 회의 – 인터뷰 북>을 만들 당시 지역 내에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 고, 잡지가 점점 손에서 손을 타면서 책 내에 소개된 공간들을 찾는 이들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

문지은 맞다. 그런데 <나루사이> 1호를 발행하고 보 니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사람들이 무가지인 줄 모르 고 가져가지 않는 불상사가 생겼다. (웃음) 보다 편히 사람들에게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2호부터는 표 지와 내지를 비교적 저렴한 것으로 바꾸는 에피소드 도 있었다. 주변에 <나루사이>를 접하는 분들 모두 빠지지 않는 칭찬이 디자인이 예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지 더욱 흥미로운 에피소드였다. (웃음) 개인 적으로 디자인만큼이나 정감 가는 것이 <나루사 이> 이름이다. <나루사이>를 작명하게 된 계기 가 궁금하다. 신보경 당시 여러 의견을 모아 매주 월요일에 회의 를 진행했다. 이름이 나와야 하는 시한이 굉장히 촉박

리가 모르는 순간에도 책을 통해서 계속 만나고 있었

했기에 앉으나 서나 계속 고민을 더 하면서 10개 정도

구나 하면서 잡지의 파급효과를 기대하게 되었다.

이름을 지었다. 그중 가장 유력한 후보에는 ‘광진사이’ 가 있었다. (웃음) 문지은 사실 어떻게 이름을 지었는지 잘 기억이 나 질 않았는데, ‘광진사이’를 듣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든 다. (웃음) 지역문화 관련 보고서를 만들려고 했을 당 시 지었던 이름이 ‘나루 실험실 – 사이 프로젝트’였는 데, ‘사이’라는 글자를 살리고 싶었었다. ‘너와 나 사 이’, ‘지역과 나 사이’가 담긴 의미로 서로의 간격을 좁 혀간다는 뜻을 담고 있었는데, 이를 살려 지역의 사이 사이를 들여다보는 월간지 <나루사이>로 최종 결정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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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1 | 나루사이, 시작에 대하여

역시 타이틀을 정하는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라

받아볼 수 있는,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나루사이>

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이제 본격적으로 <나루

가 되고 싶었다.

사이>에 대해 깊숙한 질문을 드리고 싶다. 기획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인쇄소 사장님들과의 눈치 싸움도 많았다. <나루사이>

신보경 책을 만드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편집 과정이

자체가 후가공이 많아 괜한 눈칫밥을 먹어야 했다. (웃

어려웠고 부담스러웠다. 또, 사람을 섭외하는 일이 가

음) 독자 분들이 작가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도록 <나

장 힘들었다. 모든 것이 생소했기에 거절하는 분도 많

루사이> 1호부터 13호까지 나루살롱 코너에 절취선을

았다. 이번 호에는 어떤 분을 섭외해야 할까 스스로

넣었는데, 정해진 예산 안에서 추가 작업을 요청하니

찾아보고, 결정하는 모든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하지

짜증을 많이 내셨다. (웃음)

만 시간이 흐르고 발굴한 문화 주체들이 쌓여 가다보 니 나중에는 인터뷰 순서가 밀려있는 지경에 이르기

그럼, 이제 <나루사이> 콘텐츠에 관해 이야기

도 했다. (웃음) 다시 돌이켜봐도 그간의 서러움을 날

나누고 싶다. <나루사이>에는 나루살롱, 특별기

려 보내는 벅찬 순간이었다.

고, 칼럼, 인터뷰, 문화 소식 등 지역의 이야기가 알차게 담겨 있다. 처음 <나루사이>를 제작할

문지은 나는 내부적으로 ‘지역문화 월간지를 만드는

때 카테고리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은데,

것’, 이 자체를 설득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재단에서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월간지를 만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사진이나 디자인에

문지은 <나루사이> 작명만큼이나 고민이 많았던 부

예산을 많이 들여 홍보물(인쇄물)을 제작해본 전례도

분이 카테고리다. 몇 주간 고심했던 기억이 난다. 일

없었기 때문이었다. ‘굳이 돈을 지불하고 사진을 왜

단 1호 잡지의 기준이었던 16페이지를 콘텐츠별로 나

찍느냐’, ‘더 적게 받고 내가 찍어주겠다’ 등의 이야기

누었고 작품 소개, 공간 인터뷰, 에세이는 필수로 넣

를 들어가며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무형의 가치를 이

고 싶었다. 지금은 자세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말

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 이렇게 힘든지 처음 알았

도 안 되는 아이디어들도 많았다. (웃음) 회의를 거듭

다. <나루사이>에 실리는 사람들은 본인의 얼굴도 나

하여 어렵사리 카테고리가 확정되었다.

오고, 공간도 소개되는데 적어도 당사자가 기분 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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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1 | 나루사이, 시작에 대하여

문지은 사실 지금의 <나루사이> 카테고리와 형태는 20호를 끝으로 안녕할 생각이다. 매 년 새로운 공간들 이 생겨나고 있지만 재단에서 이제 들여다 볼 만큼 다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그리고 초창기와 는 달리 이젠 다른 문화재단에서도 지역문화 사업의 결과물로 잡지를 많이 발행하고 있고, 지역 청년들이 나 문화그룹에서도 자체적으로 월간지를 만들곤 하더 라. 그래서 내년에는 <나루사이> 이름은 그대로 가되 포 맷을 바꿔 매 호 특정 주제를 가지고 풀어나갈 생각이 다. 또, 지금까지는 내부적으로 인터뷰 섭외부터 취재, 편집까지 모두 도맡아 했는데 2021년에는 지역에서 <나루사이> 기획에 의지가 있는 분들을 모아 매달 바 뀌는 편집위원회를 구성해보면 어떨까 싶다. 2021년을 앞두고 새롭게 바뀔 <나루사이>가 한층 더 기대된다. 추가로 바뀌는 계획은 또 없 는지 문지은 영상 매체를 추가해볼 생각이다. 지면으로 만 나던 <나루사이> 인터뷰를 짧게는 30초에서 1분 사 이의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시도하려 한다. 그리고 웹진 제작을 고려하고 있다. 물론 잡지 형태의 <나루 신보경 당시 확정된 콘텐츠에 대해 기억을 더듬어보

사이>를 없애는 것은 아니고 함께 가려 한다. 아무래

자면 매 달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소식들이 담긴 ‘들여

도 책의 특성상 한 번 인쇄물이 나오면 수정이 불가한

다보기’, 지역 문화 공간이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들

데, 웹진은 이 부분에서 아주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

어볼 수 있는 ‘나루의 발견’, 광진구에서 활동 중인 청

트랙킹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나루사이>

년/신진 예술가들을 위한 ‘나루살롱’. 자유로운 기고

가 매 달 1,000부씩 서울 전역에 배포되고 있는데, 정

지 ‘나루생활사’가 있었다.

말 1,000부를 모두가 읽을까에 대한 갈증이 계속 있 었다. 또한, 매 달 우리 PM들이 양손 가득 책을 들고

마침 인터뷰를 진행하는 오늘, <나루사이> 19

공간을 일일이 찾아가는 배포 문제도 크게 한 몫 한

호가 발행되었는데, 말씀주신 구조들이 크게 변

다. 이런 고민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웹을 활용

하진 않은 것 같다. <나루사이>의 첫 시작을 듣

해보면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

다 보니 왠지 살아있는 역사를 마주하는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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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웃음) 혹시 추가로 다뤘으면 하는 코너가 있

<나루사이>를 유튜브로 볼 수 있다니! 설레는

는지

마음이다. (웃음) 질문을 다시 <나루사이> 콘텐

신보경 2018년 원래의 기획대로 광진구 연구 보고서

츠 이야기로 돌려 보고자 한다. 두 분에게 있어

를 이젠 다루어도 좋을 것 같다. 몇 개월에 한 번씩 특

서 <나루사이> 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 혹

별 호여도 좋으니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조심스럽

은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게 의견을 내놓는다. 지역 주민 중 이야기를 가지고

신보경 <나루사이>하면 역시 디자인스튜디오 ‘A32’

있는 사람들의 칼럼을 모아서 실어도 좋고. 형식에 매

가 아닐까 싶다. 초창기 <나루사이>를 제작하는데 가

이지 않고 자유로운 방향으로 나아가 보는 것도 재미

장 기여도가 큰 팀이다. 1호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

있을 것 같다.

고. 그 외에는 MK갤러리, 닻 프레스, 화양사진관 등.


특별 인터뷰 #1 | 나루사이, 시작에 대하여

사실 모든 곳이 다 기억에 남는다. (웃음)

신보경 초창기 인터뷰를 다니며 광진구 문화예술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불모지다’, ‘없다.’ 등의 답변이

문지은 한 공간을 꼽는 것은 너무 어렵다. 정말 안 아

수두룩했다. 그런데 현재는 작은 모임들도 끊임없이

픈 손가락이 없을 정도로 (웃음) 다 좋았다. 사업의 특

생겨나고 있고, 점차 재미있는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성상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나루사이>부터 ‘작당모

는 것이 느껴진다. 앞으로의 광진구가 정말 기대된다.

의 프로젝트’까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이기 때 문에 (웃음) 지금까지도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다. <나루사이>가 앞으로

고 있다. 그래도 추려보자면 아무래도 제작에 힘써주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이 있는지

시는 분들이 마음에 남는다. 항상 고생해주시는 우리

신보경 <나루사이>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

PM 분들과 매 달 다음 호를 기대하게 만드는 디자인

고리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

스튜디오 ‘A32’, 언제나 좋은 사진을 찍어주시는 ‘느

어갔으면 좋겠고 나아가서는 사람들의 생각이 모이는

린나무 작가님’까지.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다.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늘 마음으로 응원하겠다.

<나루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 돌아왔 다. 광진구의 문화예술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문지은 드디어 화살이 내게 왔다는 생각이 드는 질문

하고 싶은 것, 담고 싶은 것들을 잘 지켜내서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는 잡지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다. (웃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마르지 않는 샘물 같다. 문화 자원과 청년, 지역에 관심 있는 활동가들

문지은 지금처럼만 흔들리지 않고 오래 남아주었으

이 정말 넘쳐나는데 이들을 담기에는 광진구라는 그

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것, 담고 싶은 것들을 잘 지켜내

릇이 아직 작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길을 열어주면

서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는 잡지로 남았으면 좋겠다.

날아다닐 분들이 눈에 훤한데 참 아쉽다. 부디 문화/

내용, 퀄리티, 디자인 그리고 나까지, (웃음) 모두 한

예술을 대하는 마음에 있어서 광진구의 품이 더 넓어

결 같이 잘 버티기를 바란다.

지길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문화/예술에 대한 자 원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잘 담아낼

글 이슬기 사진 느린나무

수 있을지, 함께 성장하고 키워나갈지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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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1 | 나루사이, 시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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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1 | 나루사이, 시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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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1 | 나루사이, 시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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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1 | 나루사이, 시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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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사람과 책방을, 책방과 사람을 연결해준 나루사이 글 | 이미지

작년, 휠체어를 타는 친구를 만났다. 친구와의 대화가 재미있었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거웠다.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 동안 느끼지 못하던 불편함을 느꼈다. 길이 불편했다. 울퉁불퉁 매끄럽지 않아 위험하게 느껴 졌다. 길에서 건물로 향하는 입구에는 얕은 턱이 있었는데, 걸을 땐 인지하지도 못하던 턱을 휠체어와 함께 가 니 높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친절한 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경사로로 길을 이어준다면 바퀴의 움직임 이 한결 수월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경사로, 이 작은 ‘오르막 길’은 누군가에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이라는 의미 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경사로에 대해 관심이 시작되었다. 광진문화재단에서 <나루사이> 인터뷰 문의가 왔다. 책방을 열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인터뷰라면 이루어 놓은 것이 많아 해줄 수 있는 말이 많거나, 특정 이슈에 관하여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제 막 책방을 시작해 이렇다 할 경험은 전무 했고, 전달할 메시지나 콘텐츠는 더욱이 없었다.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누군가 책방을 궁금해 해준다는 일이 사뭇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 게 걱정보단 호기심으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잘 보이고 싶어서 넘치는 말을 할 땐 버벅거렸고, 질문을 통해 책방의 의미와 목적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시간이 떨려서 어떻게 인터뷰 를 마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루사이>는 광진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광진구의 지역문화 잡지로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안내하 고, 문화/예술인들과 소상공인을 조명하는 잡지다. 그날 서툴렀던 첫 인터뷰와는 달리 지면으로 받은 인터뷰는 매끄럽고 친절했다. 질문에 답을 했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우리의 대답은 의미가 되었고, 작은 의미들이 모여 책 방의 이야기가 되었다. 광진구에서 책방을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예술의 범주에서 책방을 바라봐주었 다. 시작하는 것에 대해 의미를 주었고, 책방을 운영하는 운영자들에 대해 조명해주었다. 이렇게 광진구 골목골목 사이 길을 누비며 경사로를 쌓아 턱을 넘듯,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어왔다. 예술 가, 창작자, 기획자, 자영업자, 제조업자, 활동가, 연기자 그리고 모임과 단체까지 <나루사이>를 통해 만난 사 람들 모두 하는 일도, 생각도, 관심사도 달랐다. 하지만 이 잡지는 '지역에서 함께 사는 것'이라는 방향을 제시하 며 각기 다른 사람들의 길을 완만하게 이어주었다. 그렇게 지역의 잡지가 보여준 관심은 꾸준하게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나루사이>를 통해 만난 제작자들과 함께 광진구 경사로 부족을 이야기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책을 만들었다.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기획자와 나루사이에서 만난 예술가는 책방에서 새로운 모임을 만들었 다. 사람과 책방을, 책방과 사람을 연결해주고, 그 사이 새로운 길을 놓아주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지역 사이사이를 관찰하고 질문하며, 의미를 주고 함께 만들어가는 <나루사이>의 이야기 가 계속되면 좋겠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여러 다양하고 새로운 사이 길들도 기대해본다. 26


Life | 사람과 책방을, 챙방과 사람을 연결해준 나루사이

이미지 광장동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책이 좋아서 책방을 시작했는데, 요즘은 책보다 사람과 생태에 관심이 더 많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배리어 프리, 경사로를 꿈꾸는 자영업자다. 27


특별 인터뷰 #2 한 권의 나루사이가 여러분에게 도착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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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2 | 한 권의 나루사이가 여러분에게 도착하기까지

“All is well that ends well” 2020년 6월, 초록 빛깔의 <나루사이> 14호가 우리를 반겼던 것도 엊그제 같 은데 어느새 아듀(Adieu)를 외쳐야 할 때가 왔다. 시작보다 중요한 것이 끝이라고 했던가. 유난히 다사다난했 던 올해의 마지막은 다른 달보다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20호 <나루사이>에서는 올해의 <나루사이>를 재정비하는 시간으로 ‘무대 뒤 숨은 주역’과도 같은 광진문화 연구소 4인방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생생한 <나루사이> 제작 과정과 숨겨진 비하인 드 스토리! 드라마만큼이나 흥미진진했던 대담의 현장을 공개한다.

일시

2020. 11. 14(토)

답변을 들으니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사석에서

장소

광진문화재단 창작공간

도 물어보지 않은 질문인데 (웃음) ‘광진문화연

진행

광진문화재단 최윤아

구소’ 사업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참여

김민희, 염승희, 이슬기, 조주현

주현 친구를 통해 ‘괜찮은 일’이 있다고 해서 들어 보 았는데, (웃음) 마침 초, 중학교 시절 살았던 광진구에 서 진행하는 지역문화 관련 업무라고 해서 더욱 관심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웃음)

이 생겨 참여하게 되었다.

그럼 인터뷰 시작에 앞서 광진문화재단의 지역 문화 사업인 ‘광진문화연구소’ 일원으로 활동하

슬기 대학교에서 연극학을 전공했다. 여러 전공 과정

고 있는 여러분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중 예술교육 강의를 특히나 좋아했다. 재학 중 문화예

주 현 20 1 9 년 에 이 어 20 20 광 진 문 화 연 구 소 의

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문화재단의 존재를 알

PM(project manager)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주현이

게 되었고, 졸업 후 취업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다. 인터뷰를 담당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작당모

지역문화재단에서 다루는 다양한 문화 사업을 경험하

의 프로젝트’와 <나루사이> 속 나루살롱 및 이 달의

면서 우리 지역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콘텐츠를 가까

책 코너 섭외 업무를 맡고 있다.

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지역문화 사업이 가장 매력적 이라고 생각해 함께하게 되었다.

슬기 광진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2020 광진문화연 구소의 PM(project manager)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슬기다.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 무척 반갑다. 민 희 페 인 팅 을 전 공 한 작 가 이 자 P M ( p ro j e c t manager) 2년 차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희다. 현재 개인 작업과 함께 PM을 병행하고 있다. 주로 ‘작당모 의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브런치 운영 업무를 맡고 있다. 승희

광진문화재단 문화사업팀에서 근무 중인 염

승희다. 2019년에 ‘광진문화연구소’ PM(project manager)으로 활동한 바 있다. 광진문화재단과는 나 루아트센터 안내원을 시작으로 4년째 인연을 이어가 고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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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2 | 한 권의 나루사이가 여러분에게 도착하기까지

민희 우선 광진구에 위치한 세종대학교 회화과를 졸 업했다. 그러다보니 광진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나루 사이>를 관심 있게 보아 왔는데 좋은 기회로 참여하 게 되었다. 회화를 전공했다보니 주위에 같은 전공을 하거나 예술 활동을 지속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이 친 구들을 <나루사이>에 소개하고 싶어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 승희 대학교 재학 시절, 광진문화재단 문화사업팀에 서 인턴으로 일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광진문화연구 소’ PM 업무 제안을 받았다. <나루사이> 취재와 ‘작 당모의 프로젝트’ 기획/운영이 주요 업무였는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 흔쾌히 참여했다.

여러분들의 넘치는 매력만큼 계기 또한 각양각 색인 것 같다. (웃음) 이제 본격적으로 <나루사 이> 이야기를 해보자. 모두 잘 알고 있겠지만 <나루사이>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험난하다. 원고가 완성되어도 짧게는 4~5 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 다듬어져야 비로소 빛 을 볼 수 있지 않나.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 <나루사이> 제작 과정을 짧게 들려준다면

민희 일단 매우 체계적이고 철저하다. 섭외부터 편집 까지 꼼꼼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각 호 주제를 잘 이 해하고 컨택하는 과정이 중요한 만큼 단계별로 회의 하고, 팀원들끼리 매일 꾸준한 소통을 하고 있다. 각 호 주제별로 어울리는 작가와 필진을 섭외하고 자세 한 이해를 돕기 위한 청탁서를 만들고 송부 드린 뒤, 일정에 맞추어 콘텐츠가 완성된다. 승희 우선 매 호 주제에 맞는 공간이나 인물 등을 찾 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섭외가 완료되면, 사진 작 가님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개별적으로 수록 될 글과 그림을 받는다. 주제에 따라 특별 페이지를 구성하기도 하고. 기나긴 과정을 통해 초안이 완성되 면 검수와 편집과정을 거친 뒤 매 호 1,000권씩 발행 및 배포된다.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매 호 피땀 눈물로 빚어낸 귀한 잡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주현 매달 정기 회의를 통해 주제를 선정한다. 각자 회의 전 섭외 리스트를 준비해서 오는데, <나루사이> 에 이미 많은 곳을 다뤘다보니 매 달 섭외할 곳을 찾 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웃음) 따릉이를 타고 광진구 를 누벼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다. (웃음) 섭외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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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2 | 한 권의 나루사이가 여러분에게 도착하기까지

부담이 있어서 <나루사이>를 배포하며 골목골목을

듣고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관심도 갖게 되었고.

늘 눈여겨보곤 했는데, 내가 찾은 곳이 섭외로 이어져 실리게 되면 굉장히 뿌듯하더라. (웃음)

주현 최근에 팔레트 사진관 대표님과 짧게 미니 인터 뷰를 진행했다. 팔레트 사진관 대표님께서 <나루사이>

슬기 보시면 알겠지만 월간지를 발행하는 것 자체가

를 통해 이 근방에도 여러 다른 문화예술 공간이 있다

정말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나루사이를 담당한 이

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시더라. 팔레트 사진관이 위

후부터는 책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는 분들을 우러

치한 곳이 기사식당 거리라 근방에 다른 문화/예술 공

러보게 된다. (웃음) 제작 과정은 기획 회의부터 섭외,

간은 전무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루사이>를 통해

일정 조율, 인터뷰, 원고 작성 등 어느 하나 쉬운 일이

그 생각이 바뀌신 것 같았다. 최근에는 <나루사이>에

없다. 매 호 피땀 눈물로 빚어낸 귀한 잡지라고 생각

나온 달팽이 부엌도 다녀오셨다고 하셔서 왠지 모를

하면 될 것 같다. (웃음)

뿌듯함을 느꼈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과거 내가 살 던 자양동과 지금의 자양동이 많이 다른데, 아쉽기도 하지만 그 곳에 새로 생긴 문화/예술 공간들을 접할

피땀 눈물로 빚어낸 귀한 잡지라는 말에 공감한

때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두가 사력을 다했기에 지금의 <나루사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이

슬기 경기도 주민이다 보니 PM 활동 이전에는 서울

번 인터뷰를 통해 많은 분들이 잠시나마 우리의

을 잘 알지 못했다. 특히 광진구는 평소에 건대입구라

노고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웃음) 혹

고 부르는 것이 더 익숙했다. 광진구에 오면 ‘맛의 거

개인적으로 <나루사이>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되

리’나 ‘양꼬치 거리’만 주로 다니다보니 ‘스쳐가는 곳’

었거나 얻게 된 점이 있을까

의 이미지가 더 강했던 것 같다. 그런데 숨어있는 문

민희 광진구에 이렇게 다양하고 매력적인 장소들이

화 공간 발굴을 위해 여러 동들을 탐방하다 보니 자연

많았다니 새삼 놀랐다. 사실 길을 걷다 마주하는 수많

스레 광진구라는 동네를 깊이 살펴보게 되었다. 도심

은 공간들은 소비가 목적이다 보니 사장님들의 속사

에 있지만 산도 많고 강변도 있고. 교통도 너무 좋더

정이나 철학을 알기란 쉽지 않다. 크게 궁금해본 적도

라. 또, 광진구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분들을 많이 만

없었고.(웃음) 하지만 <나루사이> 인터뷰를 하면서

나면서 광진구가 살기 좋은 동네의 표본 같다는 생각

사장님들이 갖고 있는 철학이나 속 깊은 이야기들을

이 들었다. (웃음) 그래서 이제는 광진구 하면 ‘머무르 31


특별 인터뷰 #2 | 한 권의 나루사이가 여러분에게 도착하기까지

사이>의 순간 순간을 담아낸 ‘느린나무 작가’님도 빼 놓을 수 없다. 그 어떤 공간이더라도 그곳의 매력을 모조리 찾아내어 십분 발휘해주신 작가님 덕분에 우 리 <나루사이>가 훨씬 더 풍성해 질 수 있었던 것 같 다. 민희 일단 예쁘다. (웃음) 매 월 섭외하는 일러스트 작가님들과 표지의 콜라보는 볼 때마다 뿌듯하다. 슬기 무엇보다 광진구를 많이 알게 되어 좋았다. 지역 문화 사업을 하면서 ‘광진구에도 사람이 사는 구나’를 많이 느꼈다. (웃음) 나루사이란? 없어지면 안 될, 없어져서는 안 될 지역 잡지이다. 나루사이란? 하이퍼링크다. 알면 알수록 <나루사이>의 매력은 정말 무궁무 진한 것 같다. 그럼 막간 질문으로 <나루사이> 는 곳’으로 생각이 180도 변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를 한 마디로 정의 내려 본다면? (웃음)

광진구민이 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웃음)

민희 없어지면 안 될, 없어져서는 안 될 지역 잡지 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 동네 네트워킹에 관심이 많

승희 광진구에 6년째 거주 중인데 개인적으로 알고

다면 필수 구독해야 할 잡지이다. (웃음) 나도 혼자 작

있는 지역 문화공간보다 <나루사이>를 통해 알게 된

업하면서 외롭고 심심하고 슬플 때가 많은데, 그럴 때

곳들이 훨씬 많다. 일일이 시간을 내어 찾아보지 못

동네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한

하는 경우, 지역 내 의미 있는 공간과 존재를 직접 발

다. <나루사이>는 그런 측면에서 도움을 많이 주는

굴해주는 고마운 자료인 것 같다. 또, PM으로서 섭외

것 같다.

할 때부터 궁금했던 공간을 찾아가 직접 이야기 나누 는 과정을 통해 내가 우리 지역과 한층 가까워진 것

주현 <나루사이>는 ‘하이퍼링크’다. 웹페이지에서

같은 기분을 항상 느끼게 해주었다.

좋아하는 기능 중 하나가 손쉽게 다른 페이지나 문서 를 연결하는 ‘하이퍼링크’다. <나루사이>는 지역에서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나루사이>를 통해 광진구의 새로운 면 모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는 거주하는

나루사이란? 훌륭한 지역문화 소스다.

동네보다 광진구를 더 깊게 아는 것 같다. (웃음)

나루사이란? 지역과 문화재단을 이어주는

구체적으로 여러분이 생각하는 <나루사이>의

매개체다.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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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희 <나루사이>의 매력이라면 우선 표지의 색감이

승희 <나루사이>는 우리들이 매번 모이며 상의하고

먼저 떠오른다. 지난 1호부터 19호까지 꾸준히 디자인

각자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자 한 달간의 노

을 담당한 ‘A32’ 덕분에 우리 모두 “어떻게 이렇게 찰

력이 꾹꾹 눌러 담아진 결정체이다. 또 지역 내 많은

떡같이 색깔을 뽑지? 다음 호는 무슨 색일까?”하며

사람과 공간들이 서로 이어질 수 있게끔, 끊임없이 네

기다리곤 했다. ‘색감 맛집’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하지

트워킹의 단서가 되어주는 훌륭한 지역문화 소스라

않다. (웃음) 그리고 역시나 1호부터 지금까지 <나루

고 이야기하고 싶다.


특별 인터뷰 #2 | 한 권의 나루사이가 여러분에게 도착하기까지

슬기 지역과 문화재단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실

점점 늘고 있다. 이러다 한번에 150권을 드는 날도 올

제 <나루사이>를 접하고 먼저 연락 주시는 분들도 많

것 같다.

고, 인터뷰 섭외를 진행할 때도 마패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웃음) <나루사이>는 지역문화 사업에서 중심

주현 작년보다 사이즈가 커지고 두꺼워져서 배포할

이 되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때 두 손이 늘 무겁다. 그래도 사이즈가 커진 만큼 콘 텐츠도 다양해져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더 많다. 힘 든 순간은 잠깐인 것 같다. (웃음) 그 외에는 새로운

PM 활동을 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을 거라고

공간을 섭외하고 발굴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작년

생각한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

에 정말 많은 공간을 섭외해서 올해는 섭외할 공간이

하다.

없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올해도 우리가 해냈다. (웃

슬기 <나루사이> 인터뷰에서 너무나 다양한 모양의

음)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예술가부터 문화 사업체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이끌어 내야 좋은 글이 나올

승희 비가 오나 눈이오나 무더위, 강추위에도 굴하지

수 있기에 머릿속에서 열심히 문장을 굴린다. 상황에

않고! 인당 100권 정도의 <나루사이>를 매 달 맡은

맞춰 유연하게 인터뷰 하는 점이 매번 어렵게 느껴진

공간에 직접 배달하는 것이 아무래도 제일 힘들었다.

다.

(웃음)

민희 단연 배포다. (웃음) 이 부분은 모두가 공감할 것 같다. 체력적인 문제가 가장 큰데, 한 번에 많은 양

해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힘들었지만 우리가

을 들고 배포해야하기 때문이다. 지역문화 PM이라면

해냈기에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건강한 체력은 필수다. (웃음) 체력을 키우기 위해 평

같다. (웃음) 마침 오늘 이 자리에 <광진문화연

소보다 밥도 잘 챙겨먹는다. (웃음) 최근에 헬스를 시

구소> 담당자도 함께 했다. 담당자님께 건의하

작했는데 운동을 시작하고 <나루사이>를 드는 양이

고 싶은 게 있다면 33


특별 인터뷰 #2 | 한 권의 나루사이가 여러분에게 도착하기까지

킹이 되었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민희 콘텐츠적으로는 모두의 노고가 담겨있어 하나 만 꼽기는 어렵다. 오로지 디자인만 생각한다면 16호 가 가장 예쁜 것 같다. 이영환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 이 느껴져서 보기만 해도 감동 그 자체이다. 주현 <나루사이> 8, 9호가 가장 인상 깊다. 내가 담 당하는 곳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애착이 가는 것 같 다. ‘내가 <나루사이>에 조금이라도 일조를 했구나!’ 라고 느낄 수 있었던 호수다. (웃음)

<나루사이>는 섭외와의 전쟁과 함께 배포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웃음) <나루 사이> 배포처 대표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 다면 한 말씀 부탁한다. 민희 항상 친절하게 받아주시는 대표님들에게 감사 의 말씀 전하고 싶다. 종종 간식도 챙겨주시고 커피도 민희 섭외에 대한 예산이 추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이 있다. 섭외료가 없는 카테고리가 있다 보니 섭외할 때 거절도 많이 당했다. 죄송스럽기도 하고. 주현 독자 추천 코너나 퀴즈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우편이나 QR 코드로 피드백을 받는 것은 불편하고 흥미가 다소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QR 코드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나루사이>가 어느덧 20호 발행을 앞두고 있 다. 1호부터 20호까지, 유독 애착이 가는 호수가 분명 있을 것 같다. 나의 최애 <나루사이>를 꼽 는다면 승희 <나루사이> 9호다. 내가 담당한 인터뷰가 2 개나 실린 호이기 때문이다. (웃음)그 당시 ‘극단충동’ 을 인터뷰 했었는데 워낙 공연을 좋아하다보니 공연 에 몸담고 계시는 분을 인터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도 굉장히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 때의 인터뷰는 답변 하나하나가 다 기억이 날 정도 로 인상적이었다. 또 그 인연이 계속 이어져 올해 서 울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지역극장 모델 발굴 시범 사업>을 ‘극단충동’과 함께 하게 되었다. ‘광진문화연 구소’를 통해 이어진 인연이 또 다른 인연으로 네트워 34


특별 인터뷰 #2 | 한 권의 나루사이가 여러분에게 도착하기까지

주시는데 정말 감사드린다. 공간이 더욱 번창했으면 좋겠다. (웃음) 승희 만약 <나루사이>를 받고 무작정 쌓아두게 되는 경우, 부담 없이 필요한 개수를 요청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웃음) 최대한 다른 분들에게 많이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또 한 가지는 “망설이지 말고 협업을 시작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주현 매번 방문할 때마다 반겨주시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여러 배포처가 있지만 광진구 소재의 아파 트에도 배포하면 좋을 것 같다. 광진구에 살아도 직장 을 멀리 다니면 광진구를 제대로 알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분들이 <나루사이>를 자주 접했으면 좋겠다. 슬기 한 달에 한 번 방문하는데도 불구하고 늘 반겨주 셔서 감사하다. 가끔 공간 대표님께서 커피 한잔 하고 가라고 편하게 말씀해주시는데 거기서 오는 따뜻함이 있다. 전하고 싶은 말은 “주변에 적극적으로 <나루사 이>를 소개해주세요. 부탁드릴게요!”(웃음)

이 질문으로 오늘의 인터뷰를 마무리 하고자 한 다. PM활동에 관심을 갖는 독자도 있을 것 같은 데, PM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갖춰야 할 자질

주현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다량의 종이를 묶어주는

과 마음가짐이 있다면 조언해달라. (웃음)

링(Ring)같은 성향을 가진 분이면 좋을 것 같다. (웃

민희 나조차도 내가 자질이 있는지 의심되지만 건강

음) 지역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튼튼한 연결고리 같은

한 심신과 적극적인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여

자질이 필요하다.

러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해야하는 업무 특성 때문에 이 두 가지는 정말 필요하다. 또 사람을 끌어당기는

슬기 유연함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럴 수 도 있지”라

힘을 가진 분이 PM을 하면 매우 좋을 것 같다. 지극히

는 생각을 늘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비가와도 배포

개인적인 정보지만 PM 활동 이전에는 MBTI 검사가

할 수 있지”, “섭외가 안 될 수도 있지”, “배포처가 문

내향성으로 나왔는데 활동 시작하며 외향성으로 바뀌

닫을 수도 있지” (웃음)

었다. (웃음) 사람의 성향도 바꾸는 게 <나루사이>의 힘인 것 같다.

글 최윤아 사진 느린나무

승희 호기심과 체력!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체력은 필 수 요건이고 호기심은 있을수록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는 늘 체력도 동반되어야한다. (웃음) 사실 자 질이 없어도 PM 활동을 하면 없던 자질도 자연스레 생긴다. 이러한 자질을 기르고 싶은 사람도 들어오면 좋을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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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문화는 사람을 키우고, 사람은 문화를 키운다 글 | 이기완 (느린나무)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광진문화재단 지역문화 사업과 함께하며, 저의 사유를 대입시켜 3년 동안 사진을 담아왔습니다. 수많은 인터뷰에 동행하며 광진구에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는지, 어떤 태도와 지향을 품고 자신 만의 이야기 풀어내는지 혹은 풀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아왔습니다. 그분들을 보며 지역문화는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와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간혹 자신이 무엇을 하고자 이 공간을 만들었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 것은 아마도 자신의 이야기를 아직 만들어 가는 중이거나, 자신의 지향점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 기억에 남는 분들의 이야기를 잠시 나 누겠습니다. 필름 사진을 찍는 것이 좋아 취미로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고, 그 취미는 곧 필름 사진이 아닌 필름 현상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홀로 필름을 현상하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나 아닌 사람들 도 필름 사진에 관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그들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사람들이 필름 사진과 관련한 취미를 갖고 싶어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광진구 자양동에서 필름 현상소를 시작하며, 사진 을 조금 먼저 한 사람이 새로이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와 동행이 되어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필름 사진 만이 가진 감성과 감정들이 사진과 사람으로 이어지고,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또 건설업계에서 평생을 일하시다 자신이 가장 오래 해왔고, 가장 익숙한 나무로 공방을 만드신 분이 기억에 남 습니다. 생업이면서 취미이기도 한 공방. 켜켜이 쌓인 삶의 이야기를 목공이라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내 셨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골목길 속 귀여운 입간판들과 도마, 나무 잉어들은 익숙하지만 낯섦을 선사해 주었 습니다. 거대 자본으로는 할 수 없을 잔잔한 파동들이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이어지고, 그 이어짐은 소소한 감동 이 되어 우리에게 불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동네 아이들에게는 작은 꿈이 성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요. 개인적으로 ‘문화’란 개인이 가장 즐거웠던 아주 작은 습관과 아이처럼 몰입했던 순간들이 모여 시작되는 것이 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예쁘고 멋진 곳이 아닌 가장 일상적인 일들이 쌓이고 쌓인 곳, 나의 익숙했던 습관과 몰입해 온 순간들이 모여 사람으로 이 어지는 곳에서 문화가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광진구라는 곳에서 느낀 문화는 ‘건대’라는 이름과 젊은 친구들의 ‘술’ 문화였습니다. 다른 문화 생태 계가 있는지 조차 몰랐습니다. 이러한 곳에서 ‘사람이 문화’라는 관점을 가지고 광진구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 지 치열하게 고민한 사람은 바로 담당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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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문화는 사람을 키우고, 사람은 문화를 키운다

과거 공공기관들은 ‘문화’를 보았던 게 아니라, ‘행정적인 문화’를 보아 온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역 예술가나 기획자(활동가) 그리고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뷰 초반에만 해도 광진구 예술가들은 광진구를 ‘문화의 불모지’라고 여기며 본인들을 ‘문화 빈민’이라 칭하는 모습 을 자주 마주했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모습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역 내에서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문화 를 만들어가며 광진구에 대한 애향심과 자긍심을 느끼는 것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흔히들 사람과 사람의 이어짐이 없는 지역은 문화의 씨앗을 심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는 어디든 자양분과 씨앗이 있지만 그 곳에서 자양분과 씨앗을 찾고 키울 사람이 없다면 그 지역은 어느 누구도 지역에 애정과 관심이 없는 곳이라는 반증이 되겠죠. 아니면 키울 수 있는 사람을 키우지 못함일 수도 있고요. 두서없이 말했지만 이렇듯 개인이 가지고 있는 취향과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문화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광진구 안에서는 바로 이 <나루사이>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 지 보아 온 <나루사이>는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성장과 성숙 그리고 변화가 있었 습니다. 그래서 광진구와 구민들을 계속 담게 되나 봅니다. 마지막 문장 하나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감 사합니다. “문화는 사람을 키우고, 사람은 문화를 키웁니다.” 이 기 완 (느린나무)

충남 어느 시골에서 나무 한 그루 담아내는 동네 아재 37


Pick | 이달의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다이렉트 시네마’ 라는 장르는 다큐멘터리 감독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관찰만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장르를 일컫는다. 카메라에 진실을 담아내고자 최대한 자연스러운 방식이나 깊게 생각해보면 진심을 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카메라의 위치 그 자체로도 감독의 의도가 들어가게 되고, 편집을 통해 감독의 의도가 드러나기 때 문이다. 사실 ‘다이렉트 시네마’의 매력은 진실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로 포착한 사실과 도달할 수 없는 진실 사이의 간격만큼 관객을 사유하게 하는 것.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재료로 사유의 지점을 포착하는 것에 ‘다이렉트 시네마’의 참된 매력이 있다. 오늘 소개 할 영화는 언제 나 사유의 지점을 포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감독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다. 짧지 않은 206분의 러닝 타임 동안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은 오직 뉴욕 공립 도서관의 모습뿐이다. 하지만 이 도서관의 모습들은 꽤나 낯설게 느껴진다. 도서관이라는 단어에 갇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잘 생각 하지 않은 도서관의 기능인 ‘지역 문화/예술 공간’으로써 작동하는 모습 을 조명하기 때문이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의 시작은 세계적인 석학 ‘리처드 도킨스’가 도서관 본관 로비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 장면이 매우 흥미로운 이유는 도서관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오프닝에서 단 한 권의 책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이 영화에서는 책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즉, 감독은 의도적으로 책의 존재감을 없앰으로써 도 서관이 단순히 책을 대여해주고 읽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 아닌 지역 내 문화/예술의 허브로써 작동한다는 사실을 관객 들에게 알려준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우리가 문화/예술을 향유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의도를 감추고 도서관의 모습을 206분간 보여 준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도서관의 모습들은 고서적 큐레이션, 노년층의 IT 교육, 음악 공연 등의 다양한 모습들을 조명한 다. 관객들은 영화 속 도서관의 실제 모습을 보면서 도서관의 존재 이유부터 예술의 가치, 더 나아가 문화와 예술에 대해서 까지 자연스럽게 사유하게 된다. ‘나는 생각 한다. 고로 존재 한다’라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는 인간과 문화/예술의 관계를 가장 명확하게 정리한 문구가 아닐까 싶다. 데카르트의 명제야말로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추천하는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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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 이달의 책 저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릴 나루새를 생각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활예술

광진문화재단에서 발행하고 있는 <나루사이>는 광진구의 지 역문화를 담고 있다. 공간을 마련하여 문화적인 거점을 키워나 가는 사람들도 있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주 변 사람들과 경험하며 나누는 사람들도 있다. 지역문화를 이러 저러하게 정의하려는 시도들이 많지만,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 든 이 일련의 모습들이 바로 생활예술이 아닐까? 지금은 쉽사리 모여서 여러 활동들을 진행하기 어렵다. 서로 모여 나누고 경험 하는 문화 활동들이 광진구의 지역문화를 이어왔지만, 우리 모 두의 안전을 위해 서로 얼굴을 이전보다 덜 마주하면서 지역 속 문화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하던 찰나에 나의 구미를 당기는 책이 눈에 띄었 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활예술>. 마치 갈 곳을 헤매고 있 는 생활 예술인들에게 어떠한 방법들을 던져줄 것만 같은 책이 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과 표지를 보면서 기대했던 답은 끝내 얻지 못했다. 책장을 덮으면서 조금 실망한 것은 사 실이다. 하지만 이 책이 지금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코로 나’가 아닌 ‘코로나 이후’와 밀접하게 닿아있기 때문이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1장은 지금, 이 순간을 견디고 난 후에 우리가 마주할 생활 예술에 관해 얘기한다. 책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경험이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미적 경험의 본질적 성격을 잘 보여 준다’라고 주장하는 존 듀이의 말을 디딤돌로 삼 아 강화된 ‘언택트’ 기술로 그 모습이 달라질지언정, ‘팬데믹’의 반작용으로 코로나 시대 이후 우리가 마주해야만 하는 경험 중심의 일상적 예술을 바라고 있다. 2장은 본격적으로 생활예술 정책에 관련하여 얘기한다. 이전까지 진행되어 왔던 정책 들이 실제 시민들이 활동하는 데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3장은 현장 에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도서관/마을/커뮤니티에서 실제로 시민 중심의 생활예술이 어떻게 실천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짧은 소개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코로나 시대의 생활 예술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이전부터 제기되었던 생활 예술 전반에 관한 개선점을 딛고 쉽게 모이지 못하는 이 시기를 지나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바라본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인 것이다. 이 책은 앞으로 우리가, 또는 <나루사이> 및 지역문화 사업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 시대에 익숙하게 된 여러 언택트 기술들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는 않은지, 실질적인 경험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과 어 떠한 ‘예술’을 경험할 것인지…… 단숨에 흥미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나루사이> 독자들과 지역 문화 참가자들에게 의미 있는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하루빨리 도래하여 모두 함께 만나 그때의 생활예술을 마음껏 경험하는 순간이 오기를 희망한다.

글 박광택 (전 생산적헛소리 책방지기. 부산에서 독립 단편영화를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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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광진문화재단 소식 12월 <10분 예술제> 공연 안내 공연일시

2020. 12. 19(토) 19:30

공연장소

충동소극장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497-4 B1)

러닝타임

100분

관람연령

전체 관람가

문의처

02-2049-4712(광진문화재단 문화사업팀)

광진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지역 극장 활성화 프로젝트 제3회 ‘10분 예술제’가 12월 19일 충 동소극장에서 진행된다. <10분 예술제>는 매달 특정 주제 에 맞춰 1팀당 10분씩 공연을 펼치는 예술제로 다양한 예 술 장르를 한 공간에서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12월 에는 ‘꿈’이라는 주제로 5가지의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라 무관중 및 온라인 중계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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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광진문화연구소 네트워크 소식 [자양스테이션] 박소현과 친구들 Salon Concert 베토벤을 말하다

자양스테이션 ‘2020년 올해의 아티스트 라운지’는 매 월 이 달의 아티스트를 선정하여 매주 목요일 혹은 금요 일 저녁에 진행되는 살롱 콘서트이다. 올해 마지막 무대를 빛내줄 작품은 박소현과 친구들의 <베토벤 1432> 실내악 공연이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베토벤 현악 사중주 4번 등이 연주될 이번 공연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까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무대를 선사한다고 한다. ‘박소현 with friends’가 준비한 다양한 방법으로 베토벤을 즐길 관객들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

2020 . 12.3 ~ 12.24 (매주 목요일) 20:00

PMF 자양스테이션

관람료

상세보기

일반 30,000 (공연+웰컴 드링크) ※청소년, 대학생, 재관람, 자양아카데미 회원 20% 할인

홈페이지

010-3292-8538/02-458-4840 www.parismusicforum.co.kr 43


Review | 독자 후기

Review | 편집 후기 문지은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꺼야아↗ #We_will_be_back 김민희 나는 오늘도 외친다. 파이팅! 느린나무 벌써 나루사이 마지막 호라니.. 코로나 맥주 로 전전긍긍하면서 시작한 나루사이인데.. 아니야, 아니야 이건 분명 꿈 일거임.. 분명 이슬기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최윤아 Adieu 2020!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조주현 다가올 2021년에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라요♥ 나루사이.. 잠시만 안녕...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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