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42(사이) 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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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나루살롱 | 이영환

일러스트레이터 겸 그림책 작가.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인스타그램 @leeyounghwan_



03 Salon | 8월의 나루살롱 06 특별기고 | 시대와 호흡하는 문화예술계 이야기 08 Column | 나우 : 나를 있게 하는 우리 10 Society | 지역 연계 프로젝트, 그 후 16 Space | 나루의 발견 #42. 네모펜 스튜디오 22 Space | 나루의 발견 #43. 갤러리 사진적×식당 사사로운 28 People | 나루의 발견 #44. 도시적비둘기 32 Tour | 어슬렁 마을산책×광진구마을자치센터

지역문화 진흥사업 – N개의 서울 지원사업 <2020 광진 문화연구소> 나루사이 프로젝트 발행처

(재)광진문화재단

발행인

김경남

편집/총괄

임숙자, 문지은

기획/취재

김민희, 이슬기, 최윤아, 조주현

디자인

A32

사진

이기완

주소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76 4층

전화

02-2049-4700

홈페이지

www.naruart.or.kr

발행일

2020. 8

본 출판물의 저작권은 (재)광진문화재단에 있습니다. 본 출판물에 실린 글과 사진에 대한 권리는 필자와 저작자에게 있으며, 전체 또는 일부를 발행인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4


38 Life | 동네친구를 만나는 방법 40 Pick | 이달의 영화×KU시네마테크 41 Pick | 이달의 책 42 Calender | 광진구 문화달력 44 News | 광진문화재단 소식 45 News | 광진문화연구소 네트워크 소식 46 Review

‘2017 광진 문화나루터’라는 사업을 시작으로 2018년, 2019년, 2020년 ‘광진 문화연구소’까지. 서울문화재단의 <지역문화 진흥사업>의 일환으로 광진구에서 지역문화 사업을 진행한지도 어느덧 4년차가 되었습니다. 예술가와 호흡하는 건강한 지역 문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달려온 지 4년째.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봅니다. “지역과 예술가는 어떻게 호흡할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듯, <나루사이> 16호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역과 호흡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재단의 지역문화 사업을 통해 새롭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 분들의 인터뷰부터 수업, 공모전, 공간을 통해 지역과 함께 성장하 고 있는 이야기까지. 지역과 예술가가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지역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지역문화 사업 시작하며 지금까지 끊임없이 되새기는 문장이 있습니다. <나루사이> 16호는 이 문장과 함께 시작하려합니다. “광진구에서 흩어져 활동하고 있는 여럿이 정기적으로 모여 네트워크가 되고, 이 네트워크가 지역에 함께 모여 주체적으로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 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소소한 변화의 걸음을 함께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문지은 5


특별기고 시대와 호흡하는 문화예술계 이야기 정종건 | 광진문화재단 본부장

첫 번째 이야기,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전국에서 트롯 열풍이 불고 있다. 트롯 열풍에 앞서 남진, 나훈아, 장윤정과 박현빈, 홍진영, 김연자 등 수많은 트롯 스타들 이 있었지만 트롯 열풍의 서막은 아무래도 TV조선의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이 아닐까 쉽다. ‘미스 트롯’은 최고시청률 18.1%를 달성하며 송가인, 정미애 등의 스타를 배출했고 이어서 ‘미스터 트롯’은 최고시청률 29.2%를 달성하며 임영웅, 영 탁, 김호중 등 걸출한 스타를 배출하였다. 시청률전문조사기관인 TNMS는 전국 3,200가구에 거주하는 시청자 9,000명을 대상으로 TV 시청 데이터를 금년 1월 1일 부터 6월 29일까지 일별로 조사하였다. 집계한 결과 상반기 시청률 예능 전체 1위는 지상파를 제치고 '미스터 트롯'이 차지 했다. 종편 채널인 TV조선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그동안 아이돌 가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팬덤 문화가 예상치 못했 던 '트롯 팬덤'으로 형성되며, 중장년층의 팬심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미스터 트롯’ 출신 가수들이 방송 붐을 타고 일약 스 타로 떠오르며 가요계를 넘어 방송, 광고계 접수에 나섰다. TV조선의 판매 수입인 광고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광고 총량제에 의해 TV광고의 경우에는 프로그램 방송 총시간의 15% 를 광고로 편성할 수 있다. ‘미스터 트롯’의 경우에는 오후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세 시간 방송을 기본으로 유지하여 15초 짜리 광고 108개를 넣을 수 있었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의 광고 1개 단가가 1,350만원이다 보니 ‘미스터 트롯’은 지난 1월초 방송부터 3월 14일 마지막 생방송 순위 발표식까지 3개월 동안 도합 125억 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순수한 TV광고 매출로 약 100억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기타 협찬사 등의 수익으로 25억 원 정도를 거둬들였다고 한다. 3개월 125억 원의 광고매출은 잘나가는 중소기업이 올릴 수 있는 연매출이 연간 100억 원대임을 고려할 때 굉장히 높은 수 치다. 참고로 2019년 대표적인 방송사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SBS의 경우 영업이익 60억/매출액 7,505억, MBC는 영업적 자 966억/매출액 6,502억, JTBC는 영업적자 200억/매출액 3,254억, TV조선은 영업이익 144억/매출액 1,882억으로 나 타났다. ‘트롯 오디션’ 시리즈로 2년 연속 만루 홈런을 터뜨린 TV조선은 지난해 지상파를 포함한 전 방송사 중에서 가장 높은 영업 이익을 냈다. 2019년 주간지 ‘시사인’의 언론 신뢰도 조사결과 에 따르면 조선일보와 TV조선이 가장 불신하는 매체로 각 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터 트롯’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낯 설다는 기분이 든다. 어찌됐든 효자 프로그램 1개가 회사 이미지와 매출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미스터 트롯’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렇다면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프로그램인 소위 ‘킬러 콘텐츠’를 구상하는 문화예술계 종 사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1) 뉴데일리 2020. 4. 14 발췌 2) 성인남녀 1,019명을 대상으로 8월 19일부터 31일까지 가구 유선 전화 RDD 및 이동전화 RDD 병행.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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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문화예술 공연장 조금씩, 조금씩 문 열다. 지역문화재단들은 현재 대부분의 공연과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 달 마포문화재단에서는 국립오페라단의 오 페라 하이라이트 콘서트를 무관중 공연으로 전환하고, 영상을 네이버TV를 통해 송출하였다. 보령시 또한 보령머드축제 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였다. 보령머드축제의 메인 행사인 ‘집콕머드 라이브’를 온라인 양방향 체험 콘텐츠로 전환하여 K-POP 콘서트를 개최하였고, 이용자들은 스트리밍 솔루션 기술로 현장의 생생한 공연을 보고 그 반응을 실시간으로 담아 내었다. 광진문화재단에서도 7월 8일 예정되어있던 상주예술단체 클래시칸 앙상블의 공연을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코로나19로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관객들을 위해 실시간 온라인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번 공연은 베토벤 탄생 250 주년을 맞아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중 최고의 결작인 ‘크로이처 소나타’를 선보였는데, 인스타그램 채널로 관객들과 쌍방 향 소통하며 진행하였다. 뉴욕의 음악 명문 줄리어드 및 맨하탄 대학 출신의 연주자로 구성된 클래시칸 앙상블의 연주에 관 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현장에서 직접 보지 못해 무척 아쉬워하는 댓글들이 계속 올라왔다. 7월 15일에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특별공연도 있었다. 대면 공연과 더불어 광진문화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 간 중계도 함께 하였다. 철저한 방역 작업을 마친 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시행하며 진행된 공연이었다. 남도아리랑, 창 부타령에 주제에 의한 피리협주곡, 대금협주곡, 소리꾼 김나니의 쑥대머리, 새타령 등이 선보여졌다. 한 곡 한 곡 끝날 때 마 다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로 호응을 해주니 ‘이런 것이 바로 공연의 맛이구나!’하고 느껴졌고, 다시금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 께하는 현장의 중요성이 와닿았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박호성 단장은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관객들과 직접 만나 공연을 할 수 있어 너무 뿌듯하고, 재단에서 대면 공연의 결단을 내려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재단 입장에서는 수준 높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연주를 구민들에게 선사를 해주어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이어 7월 17일에는 서울시무용단의 대면공연이 이루어졌고, ‘거리두기 좌석제’ 시행을 통해 전체 600석 중 110석만을 오픈하여 진행했다. 철저히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한 셈이다. 7월 18일~19일 양일간은 ‘이승환 콘서트’가 있었다. 이승환 콘서트에서는 기획사측의 요청으로 전체 600석 중 300석을 오 픈하였는데, 오픈과 동시에 티켓이 매진되었다고 통보 받았다. 광진문화재단의 입장에서는 비상이었다. 만에 하나 불상사 가 발생한다면 그나마 열었던 공연장 숨통이 ‘도로 나무아미타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단에서는 전 직원 회의를 통해 도상 훈련을 실시하고,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방역체계를 꼼꼼히 확인하였다. 또한 공연 기획사측에 객석에서 마스크 벗기, 일어나서 노래 따라 부르기, 환호하기, 떼창 등을 자제할 수 있도록 거듭 요청했다. 관객들의 질서정 연한 관람 문화와 가수 이승환의 매너 등으로 양일간 콘서트는 불상사 없이 평온하게 잘 마무리 되었고, 관객들도 오랜만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현장에서 만나 즐거워하였다. 언택트 사회에서도 우리는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고 소통하기를 바란다. 비접촉 시대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문화와 예술을 즐기길 원한다. 코로나19가 우리들의 관람 문화를 바꾸고 있지만 ‘문화와 예술’이 시민들의 처진 어깨와 위축된 마음을 새 롭고 활기차게 만든다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 아닐까 싶다.

정종건 방송사 TV PD로 ‘보령머드축제’, ‘천안삼거리 흥타령축제’ 등을 연출하였다. 태안 허베이 기름유출 사태 때는 자원봉사자 활동과 주민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구름포 그 해 겨울>을 제작하였다. 가끔 시간 내어 책을 보다가 과분하게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광진문 화재단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3일간 ‘나루에 빠지다’ 콘서트 등을 기획하며, 광진구를 문화예술 1번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7


Column <나우 : 나를 있게 하는 우리> 광진구 늘푸른돌봄센터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위대한 복식클럽 김보름 | 세종대학교 문화산업경영 연계융합전공 교수

예술이라고 할 때 우리는 무엇을 떠올릴까? 오케스트라 연주자가 무대를 채운 클래식음악 공연장? 아니면 역사적인 작품 이 벽면 가득 걸려있는 미술관? 우리가 떠올리는 전형적인 예술은 대체로 내가 아닌,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에 살고 있는 특 별한 사람이 만들어낸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를 가진 무언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래리 샤이너가 <순수예 술의 발명>이라는 책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그 역사가 불과 300여년 남짓한 발명품일 따름이다. 그보다 훨씬 오랜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예술은 우리 삶 속에서 일상과 구분되지 않은 형태로 존재해왔 다. 때로는 종교적 의식으로 때로는 국가적 예식으로 그리고 훨씬 더 보편적으로는 보통 사람의 삶 속에서 예술은 우리의 일상과 구분되지 않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오래전 예술의 모습이 21세기에 들어와서 새롭게 재현되며 이전과는 다 른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 미들즈브러 현대미술관(Middlesbrough Institute Of Modern Art, MIMA)의 전 관장 알리스테어 허 드슨(Alistair Hudson)은 “훌륭한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뮤지엄 1.0 시대라면, 사람들이 와서 예 술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2.0 시대이다. 그리고 3.0 시대는 이미 마련된 구조에 참여하는 방식을 뛰어넘어 보다 적극적인 사용자 기반(usership)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뮤지엄 3.0 시대의 미술관은 모든 사용자 행동의 총합으로 그 최종적인 의미가 부여되고 창조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허드슨이 이야기하는 뮤지엄 3.0 시대는 관람객과 분리된 공간에서 단순히 감상의 대상으로 전시를 접했던 과거와 달리 관람객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방향으로 뮤지엄이 발전해가는 방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생각은 비단 뮤지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뮤지엄을 넘어서 21세기의 예술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나타낸다. 1990년대 이후 문화민주주의 개념의 보편화 와 더불어 세계 각국의 문화예술 정책은 엘리트 예술가 중심에서 탈피하여 창작자와 수용자가 구분되지 않고, 수용자가 이 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위치에서 창작자의 역할까지도 함께 하는 참여형 예술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오고 있다. 이 에 따른 참여형 예술의 확대가 반드시 이전의 엘리트 예술을 부정하거나 그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의 수 동적 감상 태도에서 벗어나 능동적 감상을 통해 이전과 다르게 예술을 수용하는 새로운 예술 소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다. 이처럼 최종적인 예술 소비자의 적극적 참여가 부각되는 흐름 속에서 지역과 커뮤니티의 역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욱 중 요해지고 있다. 이제는 예술가가 공연장이나 미술관과 같은 특별한 공간에서 자기만의 고고한 예술작품을 완성하고 소비자 가 찾아와 감상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공간을 직접 찾아가서 소비자와 함께 예술을 창작하고 향유하는 새

1)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0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 ‘변화하는 미술관: 새로운 관계들 발표자료에서 인용. <뮤지엄3.0 : 예술소비에서 생산의 기지로 : ‘창작 자로서의 관람객’, 영국 미들즈브러현대미술관>, Arte 365 웹진, http://arte365.kr/?p=55134. 검색일 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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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운 형태의 창작과 소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광진구 ‘늘푸른돌봄센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돌봄의 위대함을 노래하 는 음악클럽"은 이러한 흐름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우: 나를 있게 하는 우리>라는 공식명칭을 가진 이 프로젝트는 제약회사 ‘한국에자이’와 대중음악인 ‘이한철’이 함께 이 끌고 있는 지역커뮤니티 기반의 참여형 음악 프로그램이다. 나우의 이한철 총감독은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이후 인디뮤지 션을 거쳐 이제는 어느 누구나 힘들 때마다 “괜찮아 잘 될 거야~~”하고 흥얼거리는 국민가요 <슈퍼스타>로 명성을 얻어 왔다. <나우>에서 이한철 총감독은 지방자치단체, 기업, 복지기관, 음악기관 등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20여개의 파트 너와 더불어 질병이나 장애 혹은 고령 등의 이유로 예술과 가까이하기 힘들었던 많은 사람들이 예술의 향유자, 아니 더 나 아가 예술의 창조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한철은 “장애인, 중증질환자, 암 경험자, 어르신 등 나를 있게 하는 우리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나답게 살 때 모두가 더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어떤 여건에서도 즐거운 마 음으로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이야기한다. <나우> 프로젝트는 매년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예술을 만들어왔다. 2020년의 <나우>는 광진구의 늘푸른돌봄센터 와 "돌봄의 위대함을 노래하는 음악클럽"을 표방하며 <위대한 복식클럽>이라는 프로젝트를 함께 펼쳐가고 있다. 이 프로 젝트의 핵심은 누구나 일생에 걸쳐 경험하게 되는 '돌봄'이다. 어르신과 생활지원사들로 구성된 참여자들은 모두가 같은 위 치에서 돌봄의 위대함을 노래한다. 어르신 한 명과 어르신을 돌보는 생활지원사 한 명이 복식조를 이루어 서로의 경험과 생 각, 마음과 마음을 나누며 돌봄과 인생에 대한 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돌봄 서비스의 제공자(giver)와 수혜자(taker)는 음악을 창조하는 현장에서 더 이상 역할로 구분되지 않는다. 이들은 서로 호흡을 맞추는 동등한 역할의 듀오로서 공동음악 창작, 음원발매, 공연 등을 진행해간다. 이들의 노래에는 자신들이 겪어온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예를 들어 참여자들은 '어린시절의 나에게 - 청년시절의 나에게 - 중년시절의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랫말로 만드는 작업을 함께 해나간 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의 지나온 시절을 떠올리며 삶과 음악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한다. 그리하여 생생한 삶의 경험, 때로 는 웃음과 눈물이 곳곳에 스며든 가사가 만들어진다. 이로써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매 시간 시간이 참여하는 사람 모두에게 뭉클하고 감동적인 경험이 된다. 바로 나와 예술이 하나가 되는 시간이다. 이처럼 <나우>의 프로젝트는 비단 사회적 교류 만이 아니라 공동 음악창작과 악기연주를 통해, 돌봄이 서비스가 아니라 함께 하는 즐거움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 록 해준다. 그리하여 돌봄은 음악을 매개로 하여 삶을 함께 하는 동반관계로 발전해간다. 나아가 이들의 음악 활동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향유되는 과정에서 돌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 촉발제 역할까지도 하게 된다. <나우>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단지 한 음악인의 창의적 선행이나 부수적 활동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예술 이라 부르며 우리 삶에서 제외시켜 저 먼 곳에 두고 바라만 보았던 바로 그 예술을 우리의 삶 속으로 끌어들여, 우리의 삶이 예술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는 새로운 예술 창작과 향유의 방향이 어떠해야하는가를 함 축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술의 창작과 향유가 특정한 예술인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 것 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공간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돌봄센터와 같은 사회복지 공간과 더불어 우리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일의 공간과 생활의 공간이 모두 예술 창작과 향유의 장으로 변할 수 있다. 우리 삶의 터전이 되는 지역사회에 서 매일 만나는 건물과 거리와 공원과 그 밖의 모든 공간이 곧 예술의 공간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예술은 더 이상 특별한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다양한 모습으로 결합하여 우리 일상에 깊이 뿌리내려야 한 다. 이러한 방향에서 지역 문화재단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우리의 일상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일상이 되는, 이른바 ‘일상생활의 심미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계기와 기반을 제공하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김보름 현재 세종대학교 문화사업경영 연계융합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문화재단 시민문화팀 팀장, 영국 런던대학교 SOAS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대표 저서 및 역서로는 『뉴욕미술시장』 (2010), <미술가로 살아가기』 (2008) 등이 있으며, 미국 뉴욕대학 미술품감정연구 Certificate를 보유하고 있다. 9


Society | 지역 연계 프로젝트,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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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지역 연계 프로젝트, 그 후

이번 Society 코너에서는 ‘지역과의 호흡’이라는 주제 로 세종대학교 캠퍼스타운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연계 프로젝트를 수행한 학생들과 김보름 교수님의 이야기 를 담았다. 참여 학생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세종대

일시 2020. 7. 6(월)

학교가 위치한 광진구의 문화 자원을 조사하고, 참신하

장소 날일달월

고 기발한 지역 홍보 방안을 제시하였다.

진행 광진문화재단 문지은, 이슬기, 최윤아 참여 김보름(세종대학교 문화산업경영 연계융합전공 교수)

지역 연계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느꼈던 점이나 진행하

이승수(1조,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는 중에 알게 된 광진구의 새로운 점 등 지역에 대한 학

허소원(2조, 세종대학교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생들의 기탄없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던 대담의 현장.

박채연(3조, 세종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한낮의 열기보다 더 뜨거웠던 이들의 여름 이야기를 함

이정현(4조,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께 들어보자.

박성빈(5조, 세종대학교 음악과)

지은 바쁘신 와중에도 나루사이를 위해 시간을 내어 주 셔서 감사하다. 대담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는 자리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 그럼 본격적인 대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간략한 수업 소개를 교수님께 부탁드린다. 보름 이 수업은 세종대학교 문화산업경영 연계융합전

1조

공의 ‘문화홍보기획론’이라는 과목이다. 전공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자면 ‘연계융합전공’은 2개 이상의 전공 이 융합하는 새로운 교과과정이다. 쉽게 말해 오늘 이

승수 1조는 광진문화재단의 상주단체인 ‘클래시칸 앙

자리에 함께해준 학생들 모두 주전공이 따로 있고, 오

상블(이하 클래시칸)’의 공연 콘텐츠를 홍보하는 기획

로지 문화산업경영을 위해 모였다고 할 수 있다. ‘문화

안을 준비했다. 요즘 문화재단이나 공연예술단체 등 주

홍보기획론’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는 문화/예술 콘텐

요 문화예술기관들 모두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츠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이론을 배우는 수업인

온라인 채널을 필수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광진문화

데, 이왕이면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실습까지 해볼 수

재단이나 클래시칸의 경우 온라인 채널을 100% 활용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교내에서 진행하는 ‘세종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콘텐츠적인 면에서도

학교 지역연계 프로젝트’에 지원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개선점이 많이 보였다. 그냥 채널이 있으니까 하는 느

(웃음) 선정되어 수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낌도 들었고. (웃음)

지은 오늘 대담에 앞서 교수님께서 보내주신 프로젝트

지은 반반 인 것 같다. 잘 운영하고 싶은 마음 반, 있으

결과물을 받아 보았다. 조별로 정말 반짝이는 홍보 기

니까 하는 마음 반. (웃음) 그럼 혹시 이번 프로젝트 주

획안이 돋보였고, 특히 광진문화재단의 콘텐츠를 살린

제를 선정하기 전부터 클래식 장르에 관심이 있었는지,

프로젝트들에도 눈이 갔다. (웃음) 조별로 추진했던 프

혹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새로 클래식 장르에 대해

로젝트 설명과 해당 주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간략하

알게 된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게 부탁드린다. 조 순서대로 1조부터 부탁드린다. 11


Society | 지역 연계 프로젝트, 그 후 승수 사실 프로젝트 초반에는 클래식 장르에 대해 막

소원 2조에서는 ‘나만의, 당신만의, 세상에서 단 하나

연히 고루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내겐 있었다. 하지만

뿐인’이라는 슬로건으로 광진구 공방 축제 <서랍장>을

기획안을 준비하며 ‘클래시칸’의 공연을 찾아볼수록 그

기획했다. 간략하게 소개하면 광진구 소재의 공방들과

편견이 깨지기 시작하더라. (웃음) 광진문화재단이나

함께 자체 제작 상품 판매, 원데이 클래스, 체험 부스 등

클래시칸에서 SNS를 적극 활용해 홍보한다면 더 많은

의 축제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사람들이 나처럼 클래식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지 않을

우리 조에서는 제일 먼저 광진구 공방의 수를 조사했었

까하는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준비했던 것 같다.

는데, 네이버에 등록된 공방만 256개였다. (웃음) 이때 부터 우리 조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공방들을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삶의 쉼표가 필요한 이에게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공방 작가님들에게는 홍보 기회 및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마련하고자 축제의 형태를 선 택하게 되었다.

지은 우리가 더욱 노력해야겠다. (웃음) 2조는 광진구 공방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들었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지은 <서랍장>의 경우에는 지역문화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내게 굉장히 관심이 가는 프로젝트였다. 정말 기회가 된다면 함께 실행해 보고 싶을 정도다. 10 월에 광진구 예술가 및 기획자와 함께하는 플리마켓을 준비하고 있는데, 꼭 연락드리겠다. (웃음) 그럼 다음 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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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소개 부탁드린다.


Society | 지역 연계 프로젝트, 그 후

3조

5조

채연 우리 3조에서는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

성빈 우리 조는 광진구의 ‘아동친화코스’를 둘러보는

쉼터인 ‘서울생각마루’를 프로젝트 소재로 잡았다. ‘서

체험 프로그램인 ‘굿어스’를 기획했다. ‘굿어스’는 광진

울생각마루’는 ‘자벌레’라는 이름으로 첫 오픈을 하였

을 뜻하는 심볼 ‘굿’과 버스 안에서 함께 하는 우리라는

고, 작년 5월 노후화된 시설을 재정비해 ‘서울생각마루’

뜻의 ‘(b)us’를 합친 것이다. 버스를 타고 광진구의 아

란 이름으로 새롭게 리브랜딩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리

동친화코스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도 구

브랜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굉장히 거창해 보였는데,

성해보았다.

(웃음) 이용자들은 여전히 ‘서울생각마루’보다 ‘자벌레’ 라는 이름을 더 익숙해하더라. 우리도 그렇고. (웃음)

지은 광진구가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사실을 알고

‘서울생각마루’에 재미있는 요소나 콘텐츠가 있었다면

있는 사람이 많이 없을 텐데,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궁

하는 안타까움과 좋은 공간임에도 잘 알려지지 못한 아

금하다.

쉬움으로 해당 공간을 주제로 선정하게 되었다. 성빈 사실 나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웃음) 수업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광진구가 아동친화도시로서 아동친화팀도 꾸리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더라. 다만 구의 노력에 비해 아직 아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우리가 기획한 홍보 프로그램 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지은 너무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작년 지역 문화 사업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서울생각마루’에서 진행한 적이 있는데, 아직도 많은 분들이 ‘서울생각마 루’를 ‘자벌레’로 기억하고 계시더라. 헷갈려 하시기도 하고. 덕분에 모든 장소 안내에 ‘구. 자벌레’라고 적어야 만 했다. (웃음) 다음 조 소개로 넘어가보자. 4조와 5조 는 아동을 중심으로 기획안을 준비했던 것 같은데, 5조, 4조 순서로 설명 부탁드린다. 13


Society | 지역 연계 프로젝트, 그 후 지은 각 조마다 광진구 그리고 문화재단이 가진 포인트 를 잘 살린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 같다. 멋진 기획안을 준비한 만큼 프로젝트 중간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은 데,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도 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힘들거나 어려웠던 점 혹은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4조

정현 드디어 4조 차례다. (웃음) 우리 4조에서는 현재 서울 상상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상상 랜선놀이’ 프로 그램을 홍보 주제로 선택하였다. 기존 ‘상상 랜선놀이’ 에 스토리텔링, 캐릭터와 같은 다양한 재미 요소를 추 가하여 4조만의 새로운 ‘상상 랜선놀이’를 기획했다. 기 존의 단순한 놀이 방법이 아닌 나쁜 악당을 물리치는 스토리를 입히고, 중간 중간에 아이들에게 미션을 부여 해 성취감이나 상상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해보았다.

성빈 5조는 다른 조에 비해 예체대 소속이 많은 조였 다. 그러다보니 팀 프로젝트 자체가 처음에 너무 생소 하더라. 무엇보다 만나지 못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컸 다. 그래도 다양한 전공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어서 좋았고, 광진구의 많은 공간을 알게 되어 새 롭고 즐거웠다. 사실 광진문화재단의 존재도 프로젝트 를 준비하며 처음 알게 되었다. 내 전공이 음악과인데, 광진구에 문화재단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광진구하면 문화 불모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는데, 구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승수 1조였던 나 역시도 비슷하다. 조장이었던 나도 예 체대 소속이라 팀 프로젝트가 너무 낯설더라. 이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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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지역 연계 프로젝트, 그 후 조장으로 구심점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 하고,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 는 값진 경험을 얻은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도 다른 전 공을 가진 분들과 다양한 관점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 다. 채연 나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다양한 전공이 모여 있 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좋았 다. 특히 우리 3조의 경우에는 경영학을 배우고 들어온 친구들이 많아 SWOT나 STP와 같은 마케팅 전략을 수 립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지은 모두가 연계융합전공 홍보대사 인 것 같다. (웃음) 교수님께서 뿌듯해 하실 것 같다. 남은 2조와 4조의 의 견도 계속 들어보겠다. 정현 어려웠던 점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4조에 는 광진구에 거주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어서 힘들었 다. (웃음) 광진구에 살며 구의 상황을 직접 느껴본 사 람이 없다 보니 여러모로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나 역 시도 (웃음) 다른 전공을 가진 조원들과 함께 프로젝트 를 진행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생각이 모여 좋았던 것 같다. 소원 2조의 경우에는 ‘과연 사람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필요로 할까?’라는 고민이 가장 컸다. ‘우리 욕심만으로 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도 자주 들었다. 우리의 관심사와 수혜자 간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럼에도 기억 남는 것은 프로젝트에 과하게 몰입해 예산까지 신경 쓰는 우 리의 모습이었다. (웃음) 그래도 이런 새로운 프로젝트 를 언제 또 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더라. 구민들 을 위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기획해 보고 오늘처럼 재단과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웃음) 앞으로 인생을 살 면서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든 다. 지은 앞으로의 인생에 더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 올 것 이다. (웃음) 재단의 입장에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관내

대학생 그리고 20대가 바라보는 문화예술 홍보나 문화 재단에 대한 생각에 관해 듣게 된 좋은 기회였다. 어느 새 대담 시간의 끝이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광진문화재 단, 광진구 혹은 세종대에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말 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린다. 채연 광진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나루사이에 대해 이 전부터 알고 있었다. 주로 오프라인보다 브런치 채널을 통해서 보고 있는데,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뉴스레 터 서비스를 제공해보심이 어떨지 조심스레 제안해본 다. 힘들게 검색하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받을 수 있어서 요즘 많이 이용하는 추세이다. 광진문화재단 에서도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웃음) 구독 서비스를 진 행해 보면 어떨까하여 말씀 드린다. (웃음) 지은 좋은 의견인 것 같다. 나 역시도 나루사이 발간 형 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병 행 발간, 뉴스레터 등 배포 방식에 대한 고민이 많다. 향 후 기획 시 채연씨의 제안을 꼭 기억하도록 하겠다. (웃 음) 승수 이런 지역 연계 프로젝트가 접점이 되어 광진문화 재단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았으면 좋겠다. 이 자리만 봐도 예체대 전공자가 많다. 앞으로 광진문 화재단이 중심이 되어 예술가 혹은 예술학과 전공자들 의 구심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다. (웃음) 글 최윤아 사진 이기완 15


Space | 나루의 발견 #42 네모펜 스튜디오 16


Space | 나루의 발견 #42 옛 속담에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있다. 너무 가까이 있어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변을 세심 히 둘러보자. 어쩌면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평범한 일상 속 위대한 이웃들이 아주 가까이에 살아 숨 쉬고 있 는지도 모른다. 광진구에는 지역 주민의 곁에서 잔잔하게 호흡하고 있는 문화 공간이 있다. 바로 <2020년 광진구 캐릭터 공모전 대 상> 수상에 빛나는 ‘네모펜 스튜디오’와 사진과 그림 그리고 요리가 공존하는 ‘식당 사사로운 + 갤러리 사진적’이다. 네모난 종이 위 꿈을 그려가는 프리랜서 작가부터 문화가 함께하는 식탁까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긴 호흡으로 지 역과 함께하고 있는 두 곳을 만나보자.

‘네모펜 스튜디오’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처음엔 광진구 옆 강동구에 작업실을 꾸리고 신혼집도

광진구 능동에서 프리랜서 만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정

얻었다. 지금은 아이 넷을 가진 다둥이 엄마, 아빠인데

준영(이하 네모칸), 전영옥(이하 네모랑)이다. 우리는 세

(웃음) 아이들이 크면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곳에

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에서 선후배로 처음 만났

대해 고민하게 되더라. 환경도 중요하고. 그러다 어린

고, CC(Campus Couple)를 거쳐 부부가 되었다. (웃

이대공원도 있고, 학교(세종대) 다니며 익숙한 지역이

음) ‘네모펜 스튜디오’는 만화를 그리는 컷을 의미하는

었던 광진구로 자연스레 오게 된 것 같다.

‘네모’와 만화를 그리는 도구인 ‘펜’에서 따온 이름이다. 작가명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네모랑은 네모와 함께

많은 분들이 광진구의 어린이대공원과 이로 인한 자

하는 스토리를 담당하고 있고, 네모칸은 네모 칸 안의 그

연 친화적인 모습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도심

림 위주로 작업하고 있다.

속에 크게 공원이 자리 잡은 곳이 드물기도 하고. (웃 음) 그럼 이제 두 작가님의 작업에 대한 질문을 해보

두 분의 작업만큼 굉장히 귀여운 작가명이다. (웃음)

고자 한다. 지금까지 ‘네모펜 스튜디오’의 이름으로

아실지 모르겠지만 ‘네모펜 스튜디오’는 지난 나루사

진행해온 작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 15호를 통해 만난 '그림형제'분들에게 추천 받았다.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만화를 비롯해 캐릭터, 일러

추천 받자마자 바로 달려왔다. (웃음) 특별히 광진구

스트, SNS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부분 둘이 함께

그리고 능동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하고 있다. 따로 보다는 같이 하는 작업이 이젠 익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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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나루의 발견 #42 고 편하다. 네모칸이 영감이 떠올라 캐릭터를 만들면 네 모랑이 이에 맞춰 스토리를 짜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 도 있다. (웃음) 2015년에서 2016년까지 약 2년간 네 이트에서 <여자의 마음>이라는 만화를 연재한 적도 있 다. 아이들을 주제로 그린 만화도 있고, 부천시에서 진 행하는 출산장려 홍보용 만화지원사업에 당선되어 미 필적 육아 성장만화 <네시네 다이어리>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아동 전문출판사 예림당과 함께한 단행 본 <쓱읽고 딱아는 속담>을 제작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 주민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고, 최종적으로 지금 보시는 광이진이가 탄생했다. 가장 중요한 작업을 말씀하지 않으셨다. <2020년 광 진구 캐릭터·웹툰 공모전>에서 SNS 캐릭터 대상을 수상하신 것을 빼먹으셨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 하드린다. (박수) 지역을 대표하는 ‘광이’, ‘진이’ 캐 릭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창작 배경이 궁금 하다.

것이 공공연하게 허용되는 분위기라 아이들이 그 점을

공모전 소식은 SNS상에서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광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웃음) 평소 아이들과 그림을

진구에 사는 우리가 누구보다 이 지역을 잘 알고 있기

그리며 시간을 자주 보내는 편인데, 아이들의 순수한 그

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

림이 우리보다 더 나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사실 큰 영

한 믿음이 있었다. 광진구의 지명은 넓을 ‘광(廣)’에 나

감을 받는다. 광이진이를 제작하면서도 아이들에게 굉

루터 ‘진(津)’이 합쳐진 넓은 나루터라는 의미가 있다고

장한 자극을 받았다.

한다. 우리는 이 뜻을 따서 ‘광이’에는 한강과 배를 표현 한 나루터의 모습을 담았고, ‘진이’에는 광진구의 상징

결국 가족 모두가 함께 제작한 캐릭터라고 볼 수도

꽃인 진달래를 연상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 여러 컨셉을

있겠다. (웃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두 분 모

고민하던 중 튀는 캐릭터보다는 친숙함이 중요하다고

두 대학을 졸업하고 만화가의 길을 쭉 걸어오셨는데,

생각했다. 지역 주민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삶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만들고 싶었고, 최종적으로 지금 보시는 광이진이가 탄

예술이라고 하면 무언가 특이하고 특별한 삶이 있을 것

생했다. (웃음)

이라 흔히들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다른 사람들 과 똑같이 업이고 일이다. 모두가 그렇듯 일 하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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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바뀐 광진구 캐릭터라고 들었다. 광진구

힘들고, 그만 두고 싶은 순간이 있지 않은가. 예술가도

곳곳에서 만나게 될 ‘광이&진이’ 모습이 기대된다.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힘든 순간을 꼽자면 작업을 하

문득 엄마와 아빠가 함께 캐릭터를 만들고, 책을 만

지 않을 때가 단연 1순위다. 강제 슬럼프 같다고 할까.

드는 것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아이들

‘내가 능력이 없어서 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의 반응은 어떠한가?

‘계속 만화를 그려도 될까?’하며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일단 우리가 만화를 그리다 보니 집에서 만화책 보는

또, 가끔은 열정페이처럼 느껴지는 작업 요청이 힘들 때


Space | 나루의 발견 #42

가 있다. 우리는 이 분야에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마련되면 좋겠다.

아직 시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네모펜 스튜디오’의 가치 작가님 말에 동의한다. 아직 예술가의 능력을 뒷받침

관이나 지향점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고자

하지 못하는 현실이 재단의 입장에서도 아쉬울 때가

한다.

많다. 질문을 광진구로 돌려보겠다. 광진구 문화예술

그림을 통해 창조하며 나이 들고 싶다. 사람은 결국 본

에 대한 ‘네모펜 스튜디오’의 생각이 궁금하다.

인이 편한 것을 찾게 되어있다. 그림도 인생이랑 비슷

광진구에 거주한 지 햇수로 8년째다. 당장에 문화예술

한 것 같다. 붓으로 어려우면 펜으로 하면 되고, 펜으로

이슈가 많은 마포구까지는 어렵더라도 광진구도 비슷

어려우면 또 다른 도구를 찾으면 된다. 그림은 우리가

하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큰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생각한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충분하니 오

못하고 있어 그렇다고 본다. 우리 학과만 해도 꽤 많은

랫동안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함께 아이디어를

졸업생이 광진구에 분포되어 있다고 들었지만, 구체적

끄집어내고 실현하면서 언젠가 우리의 노후 이야기도

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담아보고 싶다. 모쪼록 앞으로도 ‘네모펜 스튜디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한번 열리고 끝나는 단발성 축제가 아닌 연장의 개념으로

글 이슬기 사진 이기완

지역 주민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마련되면 좋겠다. ‘서울동화축제’가 광진구 대표축제로 자리매김 한다고 했을 때 아주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지역 주 민으로서는 물론이고 작가로서 우리의 분야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당분간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축제를 즐길 수 없겠지만 작년만 해도 정말 재 미있게 즐겼다. 바람이 있다면, 한번 열리고 끝나는 단 발성 축제가 아닌 연장의 개념으로 지역 주민들과 네트

네모펜스튜디오 homepage nemopen.modoo.at 네모칸(정준영) 작가 e-mail junvirus@naver.com 네모랑(전영옥) 작가 e-mail arerua@naver.com 19


Space | 나루의 발견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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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나루의 발견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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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나루의 발견 #43 갤러리 사진적×식당 사사로운 22


Space | 나루의 발견 #43 먼저 ‘식당 사사로운’과 ‘갤러리 사진적’에 대한 간략 한 소개 부탁드린다.

우수한 작가들이 전시 공간이 없어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식당 사사로운’과 ‘갤러리 사진적’은 평소 요리를 즐기 던 한 친구와 사진과 갤러리에 관심이 많은 친구 둘이

시각 분야에 종사하며 늘 관심가는 분야 중 하나가 사

서 만든 사진이 있는 식탁이다. 총 4개의 테이블로 구성

진이었고, 사진가로 활동하다보니 정말 좋은 작품과 우

된 아담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계절별로 파스타

수한 작가들이 무수히 많은데 전시 공간이 없어 소개되

4종과 뇨끼, 리조또 등을 선보인다. 더불어 같은 공간에

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에 누구

서 매달 다양한 주제로 기획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나 쉽고 편하게 일상에서 작품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으 로 조용한 주택가 한가운데에 둥지를 틀 게 되었다. 식

갤러리와 식당의 만남은 주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없

당 운영은 이탈리아에서 10년간 유학하며 요리했던 노

는 곳이라 더욱 신기한 것 같다. 공간을 꾸리게 된 구

하우를 살려 갤러리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하다. 사실 우리는 대학 친구 사이다. 각각 쇼륨, 상업 전시,

사실 갤러리하면 북촌이나 삼청동을 떠올리기 마련

그래픽 디자인, 인쇄/출판 분야에서 전문가로 약 20여

인데, 광진구에 자리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년 근무했다. 그러던 중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

2004년부터 능동에서 살고 있는데 만족감이 매우 높

며 제대로 늙어가자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서로가 공

다. 서울 자체가 워낙 큰 도시이다 보니 대부분 공원과

감했다.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잡아야 할 시기가 다가온

의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능동은 어린이대공원이 있

것이다. 그렇게 함께 우리의 꿈을 실현해보자는 의지로

어 좋더라. 광진구 중에서도 아파트나 대형마트, 학교

지금 이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가 없는 유일한 동네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능동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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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나루의 발견 #43 1년간 12번의 전시라니 굉장하다. 앞으로 광진구에 자리매김하게 될 ‘갤러리 사진적’의 미래가 매우 기 대된다. (웃음) 공간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 소드가 있는지 궁금하다. 처음 ‘식당 사사로운’을 오픈하고는 정말 눈코 뜰 새 없 이 바빴다. 식당을 처음 운영하다 보니 정신도 없고, 손 님의 얼굴보다는 드시고 난 그릇만 쳐다보며 ‘맛있게 드 셨을까?’에 온 신경이 가 있었다. 처음 좌절을 느낀 것 은 내 예상보다 내 손이 너무 느리다는 것이었다. (웃 음)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레 손도 빨라지고, 여러 상황 들에 익숙해지더라. 이제야 손님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 작했다. (웃음) 손님과 내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 단골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는 감동의 순간을 자주 2030세대의 젊은 직장인이나 노년층이 많이 살고 있는

접하는 것 같다. 단골 중에 ‘우주’라는 아이를 키우는 가

것 같다. 그래서일까 서울 안에서 찾기 힘든 고요하고

족이 있는데,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아이가 너무 어려서

아늑한 분위기가 능동에는 있더라. (웃음) 특별한 이유

혼자 앉지도 못했다. 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혼자 먹

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곳에 자리 잡은 것 같다.

어보겠다고 숟가락을 들며 서 있기까지 한다. (웃음) 손 님과 내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또,

이번 16호에는 능동을 극찬하는 분들이 유난히 많으

인근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손님이 우연히 식사하

신 것 같다. 사실 오늘 인터뷰를 오며 능동을 처음 걸

러 들르셨다가 공간을 마음에 들어 하시고는 부인의 그

어 봤는데, 지하철역을 약간만 벗어나니 공원 둘레길

림 전시를 기획했던 적 있다. 누군가의 인생에 의미 있

에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더라. 정말 아늑한 동네

는 시간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 참 감사했고, 오랫동

인 것 같다. (웃음) 그렇다면 이번엔 ‘갤러리 사진적’

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의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소개를 부탁드 린다.

작가와 관람객, 오늘 인터뷰를 찾은 우리에게까지 의

2019년 6월 공간을 오픈하며 진행했던 첫 전시를 시작

미 있는 시간을 선사해 주시는 것 같다. 자연스레 마

으로 1년간 매달 다른 작가를 만나며 12번의 전시를 진

음이 따뜻해진다. 오랜 기간 광진구에 거주하시며 느

행했다. 매번 훌륭한 작품으로 갤러리를 채워주시는 작

껴지는 광진구의 문화예술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금은 사진

사실 바쁜 직장 생활로 광진구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

작가 김민수님의 ‘비탈리타스’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는 손에 꼽는다. 공간 운영을 시작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풀꽃들의 이야기이다. 갤러리

주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니 이제야 하나둘 보이기

이름이 ‘사진적’이지만 그림 전시도 함께 진행하고 있

시작하더라. 나루아트센터와 무중력지대 광진구 청년

다. 다가오는 8월에는 피아노 치는 그림책 작가 신유미

센터를 접하며 광진구가 청년문화예술에 많은 관심을

님의 ‘너는 소리’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전시와 더불어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작가의 작품을 관객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프 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공간을 1년간 운영해보니 우리가 가진 콘텐츠를 더 많 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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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나루의 발견 #43

마침 이런 시기에 이렇게 인터뷰를 찾아와주시니 더욱

곳들에 1인 가게나 공방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 같다. 우리가 아주 운이 좋다고

모두 외롭지 않게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는 연결의 끈

생각한다. (웃음) 1년간의 데이터와 더불어 모쪼록 우

이 생겼으면 한다. 젊은이만의 문화·예술 공간이 아닌

리가 지금껏 쌓아온 문화적 경험들이 이 공간을 넘어

4060대 장년층도 편안한 마음으로 드나들 수 있는 공

지역으로 촘촘히 확장되기를 바라본다.

간이 되면 좋겠다. 글 이슬기 사진 이기완

문화재단에 근무하는 우리도 문화예술 프로그램 참 여는 손에 꼽는 것 같다. (웃음) 여유를 가지고 지역 을 돌아볼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더라. 운영하신지 1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찾아 온 것도 능동을 둘러보지 못한 탓인 것 같다. (웃음) 어 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식당 사사로운’과 ‘갤러리 사 진적’ 공간을 운영하며 바라는 점이 있다면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조급해지는 순간들이 종종 찾

주소

아오는데, 무리하지 않으며 노년으로 사뿐히 가고 싶

운영정보

open 11:30am.~22:00pm.

식당 사사로운

매주 수~토요일,

다. 또, 지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식당 사사로운’을 주 4 일제(수~토)로 운영하고 있는데, 일요일에 쉬시는 이 웃 주민이 야박하다는 의견을 주셨다. (웃음) 이에 일

서울 광진구 천호대로112길 48-4

break 14:30pm.~17:00pm. 갤러리 사진적

매주 수~일요일

요일만 예약제로 받아 운영하기도 한다. 이렇게 앞으로

Instagram @sumokgeumto

도 지역 안에서 유연하게 살아가고 싶다. 요즘 이웃한

Blog blog.naver.com/sumokgeumto 25


Space | 나루의 발견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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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나루의 발견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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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나루의 발견 #44 도시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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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나루의 발견 #44 2019년 여름,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하고 광진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지역문화 진흥사업 - N개의 서울> 광진문화연 구소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예술가와 기획자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되었다. 지역 예술가그룹 ‘A32 스튜 디오(이하 A32)’와 광장동 독립서점 ‘책방열음(이하 열음)’은 여름을 닮은 뜨거운 열정 하나로 <실패월간>을 창간 했다. ‘실패는 패기다!’를 외치며 우리들의 인생에 크고 작은 실패를 응원하는 <실패월간> 창간 이후, 이들은 본격적인 활 동을 위해 프로젝트 출판사 ‘도시비둘기’를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지역 예술가와 기획자의 만남으로 시작해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와 실험을 통해 지역과 호흡하고 있는 ‘도시비둘기’의 이야기. 지금부터 만나보자.

세 분을 ‘도시비둘기’ 팀의 이름으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웃음)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도시 비둘기’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열음 ‘도시비둘기’는 광진구에서 독립책방 <책방열음> 을 운영하는 나와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지역 예술가 <A32 스튜디오>가 결성한 프로젝트 출판사다. 우리는 광진문화재단의 지역문화 사업 일환인 <작당모의 프로 젝트>를 통해 2018년도 처음 만났는데, 지역에서 활동 하는 예술가와 창작자들이 만나 기술과 재능을 공유할 수 있는 활동의 장이었다. 작당모의 프로젝트에서 우연 한 만남을 계기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다 지금의 ‘도시 비둘기’를 만들게 되었다. A32 도심 속에 살아있는 비둘기들은 많은 사람에게 욕 을 먹으면서도 잘 살아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웃음) 우리도 도시에서 살아가는 비둘기들의 야생성을 추구 하고 싶어 ‘도시비둘기’라고 이름을 지었다. 현재 크고 작은 실패를 응원하는 실패 각성 잡지 <실패월간>을 발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굿즈와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 하고 있다. 웃으실 지도 모르겠지만 재단의 입장에선 ‘도시비둘 기’ 팀 자체가 2017년부터 진행해왔던 지역문화 사 업의 결실인 것 같아 꽤나 감동적이다. 개별로 활동 하던 분들이 새로운 하나가 되다니. 너무 감사하다. (웃음)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다양한 매체 중 ‘출 판’이라는 분야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하다. A32 우리가 할 수 있는 기술을 종합해보았을 때 답은

모두 자신의 책을 만들고 싶다는 오랜 열망이 있기도 했 다. ‘도시비둘기’에서는 누군가의 성공이 아닌 ‘실패’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실패’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 가 있는지 A32 각자 개인 사업을 하면서 크고 작은 실패를 많이

출판이었다. <A32 스튜디오>는 지류 관련 디자인과

마주했다. 하지만 그 실패들이 모여서 결국 삶이 되고

인쇄가 가능하고, <책방열음>은 도서 판매가 가능하니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는 힘이 되더라. 이러한 우리들

자연스럽게 출판을 선택하게 되었다. 더불어 우리 셋

의 사례도 알리고, 다양한 실패담을 공유하다 보면 보 29


People | 나루의 발견 #44 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이든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 막 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미지 내가 <실패월간>에서 편집장을 담당하고 있는데, 글을 쓰거나 사연을 받으며 주제를 찾는 과정에서 사람 들에게 ‘실패’라는 것이 잘 와 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 견했다. “실패한 경험 있으세요?”하고 물으면 생각할 겨를 없이 곧바로 “실패한 것 없어요, 기억이 안 나요” 혹은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답하더라. 반면에 성 공한 업적은 잘 기억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많은 사 람이 ‘실패’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실패한 일에 대해 서는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신기했다. 이런 점 에서 ‘실패’라는 주제가 갖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 신의 삶을 돌이켜보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마도 이 런 점들이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 A32가 말한 ‘실패는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는 힘이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실패월간> 의 미 그대로 매월 다른 주제의 잡지를 발행한다고 들었 다. 각자 본업이 있기에 진행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A32 사실 월마다 결과물을 내는 것이 조금은 버겁지만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괜찮은 것 같다. 궁극적 으로 완벽한 책을 만들기 위해 작은 포맷의 잡지를 선 택하기도 했고. (웃음) 열음 글을 쓰거나 부탁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 았다. 책방을 운영하다 보니 대부분 서점을 방문하시는 분들이고, 글을 쓰고 싶은 분들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잡지의 인지도가 낮아서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적어 아쉽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독특한 일들이나 다양한 직업군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 은 욕심이 있다. 부디 더 많은 사람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마다 결과물 내는 것을 우리도 하고 있는데 조금 많이 버거운 것 같다. (웃음) 보통일이 아니다. <나루 사이>의 경우에는 매달 주제를 회의를 통해 정하고 섭외에 나서는데, <실패월간>은 어떤 식으로 발간되 는지 작업 순서가 궁금하다. 30

A32 <나루사이>와 비슷하다. 우선 회의를 통해 일상 적이고 계절감 있는 주제를 선별한다. 이후 편집장님이 글을 선별하고 편집을 마친 후 우리에게 파일을 넘겨주 고, <A32 스튜디오>에서 인쇄를 한다. 그리고 셋이 모 여 과자 한 봉지 까먹으며 가내수공업 시스템으로 잡지 를 접고, 포장을 한다.(웃음) 가내수공업 과정까지 <나루사이>와 작업 순서가 거 의 동일한 것 같다. 우리 모두 파이팅이다. (웃음) 들 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조만간 <실패월간> 단행본 출 간을 앞두고 계신다고 들었다. 정말 축하드린다. (박 수) 이 시점에서 세 분에게 <실패월간>이 갖는 의미 가 무엇인지 A32 사람들에게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계속 성공만 해도 너무 지루한 삶이 될 것 같다. (웃음) 그리고 ‘실패를 인정해라’라는 의미도 있다. 보통 사람 들은 누군가에게 지거나 혹은 세상에 졌을 때, 실패라고 인정하지 않고 상처를 덧대면서 어물쩍 넘어간다. 한 번쯤은 ‘그게 실패였다!’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무너지 지 않을 마음의 집을 잘 지을 수 있다고 믿는다. 열음 나는 <실패월간> 자체가 큰 의미를 갖지 않았으 면 하는 바람이다.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는 무거운 것 이 아니다’를 알리고 싶었기에 <실패월간>이 갖는 의 미는 ‘의미 없음’으로 정의하고 싶다. 앞으로도 편안하 고 가볍고 빈틈이 있는 무리하지 않는 잡지가 되고 싶 다.


People | 나루의 발견 #44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 같다.

우리가 참여하고 만났던 ’작당모의 프로젝트’가

작년 연말에는 <실패월간> 주제에 맞춰 경매 프로그

올해는 참여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램도 진행한 적 있다고 들었다. <실패월간>과 관련

움직인다고 들었다.

한 프로그램과 굿즈들은 어떻게 기획하는지 궁금하

그것 자체가 지역문화의 큰 변화라고 본다.

다. 열음 경매 프로그램은 <실패월간>을 더 많은 사람과

A32 우리가 참여하고 만났던 ’작당모의 프로젝트’가

나눠 보고 싶어 오프라인으로 기획한 행사다. 그 달 잡

올해는 참여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움직인다고 들었다.

지의 주제가 ‘소비 실패’였는데, 이와 연계하여 자신이

그것 자체가 지역문화의 큰 변화라고 본다. 그 와중에

소비 실패했던 물건을 가지고 나와서 경매하는 프로그

신기한 것이 이런 모임들의 규모가 커지지 않고, 작지

램을 진행했다. 아주 기발한 상품도 있었고 재미있는 일

만 다양하게 많아진다는 점이다. 언제가 광진구도 홍대

도 많았다. 기억 남는 것이 내가 물건을 여러 개를 냈는

나 성수처럼 성장할 것 같다. 실제 전보다 많이 변화되

데 아무도 사지 않더라. (웃음) 그 날도 실패한 것이다.

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를 이어준

그래서 여기 두 분이 모두 구매해갔다.

광진문화재단의 존재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지역 문화 사업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우리도 없었고. (웃음)

A32 계획 실패에 연관된 굿즈로 달력과 클립, 엽서 등 그 달의 주제에 맞춰 아이템들을 제작했다. 또, 사업에 실패하신 분들의 재고를 털어드리자는 취지에서 귀걸

마지막에 재단을 콕 찝어 주셔서 감사드린다. 언제

이나 옷을 잡지의 부록으로 함께 엮어 드리기도 했다.

말씀해주시나 기다렸다. (웃음) 어느새 마지막 질문

나름 실험적인 프로젝트다. (웃음) 지금은 잠시 쉬어가

이다. ‘도시비둘기’의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는 단계인데, 단행본이 나오면 다시 재개하여 더욱 다양

열음 단행본을 내는 것이 나의 꿈이었는데 이루게 되어

한 굿즈를 기획해볼 생각이다.

너무나 기쁘다. 이루고 싶은 작고 소소한 목표들이 많은 데, 거창한 무엇을 이루려 하지 않고 오늘을 충실하게

광진구는 주민 자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나아가고 싶다.

동네를 위해 많이 모이기도 하고, 지역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계속 나온다.

A32 <책방열음>과 함께하면서 동료가 한 명 더 생기 고, 오랜 기간 소망했던 꿈이 현실화되는 과정을 밟고

다시 질문을 ‘도시비둘기’ 팀 그리고 지역에서 활동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단행본을 하나씩 쌓아가며 누

하는 예술가, 기획자의 시선으로 돌려보고자 한다.

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다. ‘더 많은 실패

세분 다 광진구에 자리 잡은 지 그리고 광진문화재단

가 더 많은 사람에게’를 지향점으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지역문화 사업과 함께 호흡한지 꽤 되었다. 광진구에

사람이 <실패월간>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다. 열음 나는 어렸을 적부터 광진구민이었고, <책방열음> 을 시작한 지는 어느덧 3년 차다. 다른 지역에 살아본

글 이슬기

적이 없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광진구는 주민

사진 이기완

자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동네를 위해 많이 모이기도 하고, 지역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계속 나 온다. 이런 움직임들이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도 영향을

Home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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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칠 것이라 생각한다.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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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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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어슬렁 마을산책× 광진구마을자치센터 <7월 어슬렁 마을산책 > 일시 2020. 7. 8(수) 14:30 ~ 17:30 장소 우리술 제작소 수국(광진구 아차산로 49길 9, B1층)

7월의 어슬렁 마을산책은 우리술을 연구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우리술 제작소 ‘수국’에서 진행되었 다.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기 좋은 매개인 술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보고 함께 우리 술을 제작해보는 시간 을 가졌다. 32


Tour | 어슬렁 마을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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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어슬렁 마을산책×

광진구마을자치센터는 마을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마을 공간들을 주민에게 소개하고, 공간의 활동을 탐방하여 주민들이 산책하듯 들릴 수 있는 <어슬렁 마을산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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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어슬렁 마을산책×

"7월 어슬렁 마을산책 프로그램은 우리 술의 특징과 역사를 배우며 우리 술을 직접 만드는 경험을 통해 이웃과 한 번 더 만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했습니다." 이영선(광진구 마을자치센터팀장) 35


Tour | 어슬렁 마을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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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어슬렁 마을산책×

광진구마을자치센터의 <어슬렁 마을산책> 프로그램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전화(02-6949-6981) 혹은 블로그(https://blog.naver.com/gjmaza)를 통해 문의 부탁드린다. 37


Life 동네친구를 만나는 방법 강덕형

송파에서 초중고를 나와 신천을 중심지로 활동하던 내가 건대라는 동네에 처음 방문한건 17년 전 나에게 2,500원짜리 삼겹 살이 있다며 건대입구를 소개해준 친구 때문이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북적이던 사람들로 기억되던 그곳은 2,500원짜리 삼겹살이 싫증이 날 때 쯤 한동안 발길이 멈추었다.

아버지의 퇴직 후, 갑작스런 목욕탕 인수로 의도치 않게 광진구 주민이 되었다. 직업란이 목욕탕 집 아들로 바뀐 나는 어쩌 면 주변에 보기 힘든 유니크한 일을 하는 동시에 하향산업이라는 양면성을 가진 일을 하게 되었다. 생각지도 않게 목욕탕이 라는 공간을 운영하는 일을 맡게 되니 모든 것이 막막했지만 주변에 물어가며, 그리고 흔히 말하는 뒤통수도 맞아가며 일을 배웠다. 시작한 일이니 카운터부터 ‘차근차근 배워보자!’하며 하루 15시간씩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때는 답답해서 노트북 책상을 구입하고 일을 꾸며 나가기도 했다.

목욕탕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며 동네에 있는 손님들과 인사하게 되었고, 그렇게 동네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동네 에는 어떤 청년들이 있는지 궁금해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보고, 사회적 경제에 관심이 생겨 구청에 방문해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다 ‘광진러들’이라는 광진구 청년 모임을 알게 되어 모임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모이진 않았지만 일종의 느슨한 연대였고, 동네에서 무언가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였다. 그렇게 나는 ‘광진러들’을 통해 동네를 인터뷰하는 동네 잡지 <ㄱㅈㄱ>(광진구의 자음을 따옴)를 함께 만드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저마다 각자의 동네 속 가게 이 야기를 실었고, 나는 자연스레 목욕탕의 이야기를 담았다.

목욕탕에서 함께 일을 하는 동료와 파트너들은 주로 연세가 지극한 어르신들이었다. 스타트업 혹은 비슷한 연령대와 일하 던 이전의 조직과는 일하는 방식부터 분위기까지 달랐다. ‘목욕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에 나는 비슷한 또래의 청 년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카운터 업무에 자리가 생겨 채용공고를 올리게 되었는데, 주 업무는 ‘커뮤니티 매 니저’였다. ‘목욕탕이라는 동네 커뮤니티 공간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활성화 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나의 가치에 공감 해준 문화 기획자가 나타나 함께 일하게 되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하나씩 실행해 나갔다. 목욕탕이라는 공간 을 통해 동네 주민들과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동네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목욕탕 배 신춘문예’, ‘목욕런’, ‘실버영화관’, ‘티타임’, ‘콜라보 프로젝트’ 등등. 한계도 있었다. 많은 에너지와 힘을 들였지만 지속가능 한 변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목욕탕 운영이 안정화 될 때쯤 스스로 정체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 다. 성장에 대한 욕구와 새로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욕탕이라는 공간을 두고 멀리서 찾을 순 없었다. 동네 가 까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만 했다. 마침 동네 청년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집’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주거 공간과 월세 부담, 자주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 등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청년의 주거공간과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생 기기 시작했다. 38


목욕탕을 운영하며 관심을 가지게 된 공간과 커뮤니티, 청년 주거의 관심사가 합쳐져 자연스레 나는 쉐어하우스 사업을 시 작하게 되었다. 같이 준비하던 친구가 근방에 사는 동네 친구이기도 했고, 쉐어하우스에 사는 친구들이 동네 친구 같은 관 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이름을 ‘동네친구’로 지었다. 현재 ‘동네친구’는 15호 지점과 80여명의 입주자가 사는 청 년 주거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앞으로 나는 ‘동네친구’ 안에서 청년들이 즐겁게 살 수 있는 경험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이를 위해 올해에는 커뮤니티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으며, 화양동을 기점으로 타 동네까지 쉐 어하우스를 확장해 ‘타운형 커뮤니티 쉐어하우스’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올해 초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 ‘홈워크’를 화양동에 오픈했고 ‘동네친구’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청년 문제를 풀고 있지만 추후엔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시선에서 양육 문제 및 시니어 세대의 노년 문제를 동네친구 로 풀어보고 싶다. 모쪼록 우리들에게 만나면 즐겁고 힘이 되는 동네 친구가 곳곳에 있는 동네를 만들고 싶다. 앞으로 풀어 가야 할 일들이 많지만, 동네친구가 점점 더 많아진다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살기 좋은 동네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 을 것 같다. 커뮤니티를 통한 힘을 나는 믿는다.

강덕형 광진구에 이사 온지 5년차. 동네에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공간과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건강사우나, 비취보 석사우나, 동네친구 쉐어하우스, 홈워크 공간을 운영 중이다.

홈워크

동네친구 쉐어하우스

주소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33-34 2층

주소 https://localfriend.kr

전화 02-462-0997 홈페이지 https://homeworkcafe.co.kr

비취보석사우나

건강사우나

주소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553-501 지하 1층

주소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580-9 지하 1층

전화 02-447-0657

전화 02-456-2296

홈페이지 https://jewerlysauna.modoo.at/

홈페이지 https://healthsauna.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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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이달의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2017 / 아녜스 바르다, JR / 장르 : 다큐멘터리)

소외된 사람들을 이미지로 재조명 하는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는 영화의 공동 연출자이자 사진작가인 JR이 2011년부터 주도하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오늘 소개할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 나온 것처럼 사진을 찍고 그것 을 크게 인화해 벽화로 붙여 놓는 작업이다. 이 작업이 영화에서 흥미롭게 그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세상의 작은 목 소리들이 개인의 이야기로 머무는 것이 아닌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이야기로 치환된다는 점일 것이다.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는 쇠락한 탄광촌의 아주머니 이야기부터 공장 노동자, 항만 근로자의 아내, 그리고 JR과 아녜스 바르 다의 이야기까지도 개인을 넘어서는 혈연, 직장 동료, 이웃 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우리’로 치환된다.

사실 이 영화의 오프닝은 아이러니하게 시작한다. 영화의 시작에서 JR과 아녜스 바르다는 마주치고 있었음에도 마주치지 못한 개인의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둘을 이어준 것이 있었는데, 바로 ‘영화’와 ‘사진’이라는 예술이었다. 예술은 두 사람을 개인이 아닌 ‘우리’로 묶어주었고 ‘우리’가 가지는 힘으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또 다른 공동체를 더욱 풍요 롭게 만들었다. ‘사진’과 ‘영화’라는 이미지의 예술은 치환된 ‘우리’의 이야기를 풍요롭게 하고 또 다른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추천의 글을 쓰며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의 명장면을 되돌아보았다. 여러 장면 중,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공장 노동자들이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서로에 대한 유대감을 이야기 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노동자가 JR과 아녜스 바르다에게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 있는데, 노동자의 건조한 인사말에 덧붙은 한 마디가 우 리를 풍요롭게 하는 ‘예술’에 대해 묘사한 가장 명료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문장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예술은 사람을 놀라게 하죠?’ 글 40


Pick

이달의 책

내가 그리고 싶은 마을의 모습은 어떠한가

(성미산학교 / 교육공동체벗) 지난해까지 광진구에 살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사람들과 연을 맺는 특별한 기회들이 있었다. 지역 주민들과 무언가를 같이 나누고 싶은 사 람들, 내가 지나다니는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 뭐라도 만들었으니 조금이라도 나누어주고 싶은 사람들과 마주 보며 지낸 작 년은 서울에 살며 가장 지역적인 삶을 산 한 해였다. 그렇게 동네를 생각하다 문득 한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강석필 감독의 <소년, 달리다>는 두 명의 사춘 기 남자아이들에 관한 영화이다. 이들은 성미산 공동체에서 자란 친구들이다. 영화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보여주지만, 영화관에 앉아있던 당시 나의 시선은 그들이 자라온 배경, 즉 마포구 성미산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나와는 다른 청소년기를 보냈다. 나의 학창 시절은 노래 <네모의 꿈>의 가사처럼 네모난 교실에 앉아 네모난 칠판과 책상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영화 속 이들은 그것에 나 만큼 휘둘리지 않는 듯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처음으로 ‘성미산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알게 되었으며 다음의 책으로 인해 더욱 관심을 가지 게 되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마을 학교』는 성미산 마을의 대안학교인 성미산 학교의 교육과 활동을 다룬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은 ‘학교’라는 공간에서만 배우지 않는다. 학교는 마을로 확장되면서 마을 전체 구성원의 ‘삶’과 마주하면서 동네와 지역을 첨예하게 얽는 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대안학교’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읽었지만, 다시 읽었을 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바로 ‘지역 문화’이다. 『마을 학교』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마을이 만들어가는 성미산학교의 생태교육을 다루고 있으며 2부는 지속해서 마을을 꾸려가 는 활동들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3부는 마을 내에서 함께하는 모임 혹은 프로그램들을 다루고 있다. 이 중에서도 3부를 중점적으로 이 책 이 바라보는 동네의 문화적 네트워크를 짤막하게 엿보자. 학생들은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서 학교에서 배운 생태교육을 포함한 여러 배움을 실천하게 되는데, 이는 단지 ‘내 마을을 깨끗이 하자’라는 환경적인 부분에만 머물러있지 않는다. 학생을 포함한 마을의 사람들이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에 참가하면서 같이 무언가를 ‘쌓아’나간다는 것을 경험해 나가기도 하며,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학교 근처에 사시는 할머니를 위한 한글 교실을 열기도 한다. 또한 지속해서 높아지 는 임대료로 어려운 카페를 위해 매주 버스킹을 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성미산 학교’의 활동의 연장선상으로 보이지만, 마을과 지역의 문 제를 문화를 통해서 풀어나가는 노력이기도 하다. 이러한 모습들은 작년 광진구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지역 문화의 모습과 비슷하며, 비 록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수없이 논의했던 이야기들, 뚝섬의 쓰레기 문제, 어르신들의 여가시간 그리고 건대입구역의 청춘뜨락 등과도 맞닿 아 있다. 2020년, 지난해처럼 서로 모여 웃으며 여러 활동도 하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그리워지는 이 순간에 작은 규모로 똘똘 뭉친 마을의 이야 기를 읽어나가며 미래에 내가 그리고 싶은 나의 동네, 나의 지역, 우리의 광진구를 그려보면 어떨까?

글 ㅣ 박광택

동네책방 생산적헛소리 전 책방지기 현재 부산에서 독립영화를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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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end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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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광진문화재단 소식

‘클래식 샹들리에 in 나루’

광진문화재단 청년·신진 작가 전시 지원사업 <나루의 발견> 릴레이 전시

광진문화재단 상주단체 클래시칸 앙상블이 <클래식 샹들리

광진문화재단 청년/신진 작가 전시 지원사업 <나루의 발견

에 in 나루>로 나루아트센터에 찾아온다. 이번 공연은 한국

>을 통해 선정된 3팀의 릴레이 전시가 오는 8월부터 개최된

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 주최하는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

다. 이번 전시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진 작가의 예

방곡곡 문화 공감'의 일환으로 사업비 일부를 문예진흥기금

술계 진입을 지원하고 광진구의 시각 예술 활성화를 위해 마

으로 지원받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7월부터 11월까지

련되었다. 치앙마이 등을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을 그려낸 <

총 5회에 걸쳐 진행되며, 매회 다른 주제 아래 유명 협연자

하울과 미오의 그림여행> 전시를 시작으로 작가 지망생이

를 초청해 다채롭고 풍부한 클래식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느끼는 내면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작가 판타지>,

※정부의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에 따라 <클래식 샹들

광진구 곳곳의 흥미로운 장소와 소재를 그린 <보물찾기> 전

리에 in 나루>는 거리두기 객석제(띄어 앉기)로 진행됩니다.

시까지. 청년/신진 작가의 디딤돌이 되어 줄 이번 전시에 많 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

사전예약

일시

일시

7월 ~ 11월

장소

나루아트센터 전시실

관람료

전석 20,000원

장소

나루아트센터 전시실

관람연령

36개월 이상

관람료

무료

문의

02)2049-4700

문의

02)2049-4712

안내사항

관람객분들 모두 발열 체크, 손 소독, 문진표

안내사항

사전 예약자에 한하여 전시 관람이 가능하며,

작성, 마스크 착용 후 입장 가능합니다.

8. 1(토) ~ 9. 2(수) 평일 : 11:00 ~ 19:00 / 주말 : 10:00 ~ 19:00

관람객 모두 발열 체크, 손 소독, 문진표 작성, 마스크 착용 후 입장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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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광진문화연구소 네트워크 소식

집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스터디카페 <홈워크>에서 무인(無人) 형식의 물물교환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코로나19 로 인해 사회적 교류가 줄어든 청년들에게 ‘소통’과 ‘나눔’의 경 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나에게는 쓰임이 없지만 누군 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을 나누고 타인의 물건에 담긴 흥미로운 사연을 읽으면서 청년들이 일상에서 작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 기를 바란다.

장소

홈워크 (광진구 능동로 13길 75 2층)

일시

8월 1일부터 상시 운영

시간

09:00 ~ 24:00

내용

물물교환 플랫폼 <무인상점>

이용방법

타인이 놓고 간 물건 중 내게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원래 물건이 있던 자리에 내가 가져온 물건을 둔다. (준비된 포스트잇을 이용하여 물건과 관련된 사연이나 다음 주인에게 할 말 등을 짧게 적어 내는 것이 포인트)

참가비용

무료

특이사항

홈워크 아메리카노(1,500원) 강력 추천!! 45


Review

독자후기 1. <나루사이>를 어디서 만나셨나요? 카페512 2. <나루사이> 15호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콘텐츠가 무엇인가요? 나루의 발견 전시! 신진 예술가 발굴 사업이라 더욱 기대가 됩니다. 3. <나루사이>에서 다뤄주었으면 하는 내용이나 하고 싶은 말씀을 적어주세요!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문화재단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1. <나루사이>를 어디서 만나셨나요? 책방열음 2. <나루사이> 15호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콘텐츠가 무엇인가요? 나루의 발견 #39 이질적 공간 3. <나루사이>에서 다뤄주었으면 하는 내용이나 하고 싶은 말씀을 적어주세요! 광진구 고양이들과 긴밀한 사이를 맺고 있는 광진구 예술가의 인터뷰를 읽고 싶습니다.

Review

편집후기 문지은

다 내 탓이오. #마감 #한숨 #강수

김민희

장마 시작. 날씨 이야기만큼 만만한 것이 없지요.

이기완

상대를 믿고 신뢰하는 마음 자체가 능력이라는 것이라 나루42에 서 깨닫습니다.

이슬기

이번 달 나루사이도 한 숨 돌렸다.

최윤아

화려한 조명은 비를 감싸고.. 나는 마감의 (압박)을 감싸네..

조주현

나루사이 14, 15호가 발간되던 날의 강수확률은 각각 90%, 80% 였다. 이때 이번 16호 발간일의 강수 확률을 구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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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아트센터, 생산적헛소리, 책방열음, 건대 홈워크, 날일달월, 무중력지대 광진구 청년센터, 건국대학교 / 세종대학교 학생회관, 단지 커피, 서울시동부여성발전센터, 북카페세모, 블라인드아트홀, 아름다운가게, 알고탭하우스, 이재철도예공방, 플라이팬커피, 카페 512, A32, KU시네마테크, 달팽이부엌, 광진청소년수련관, 광진정보도서관 및 관내 도서관, 관내 주민센터 등 ※밑줄 친 곳에서는 나루사이를 가장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광진문화연구소 및 나루사이 프로젝트 소개 <광진문화연구소>는 서울문화재단의 ‘지역문화 진흥사업 – N개의 서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광진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지역문화 사 업의 명칭입니다. 광진구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문화 기획자, 문화예술 공간 운영자 등 문화/예술 분야 관계자들이 모여 하나의 네트 워 크가 되고, 이 네트워크가 주체가 되어 지역을 위한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함께 발걸음을 내딛는 사업입니다. 광진문화연구 소에서는 지역의 소소한 변화를 위해 총 4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모든 프로젝트는 광진문화연구소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 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 <나루사이 프로젝트>는 지역과 사람, 사람과 문화, 문화와 지역 그 사이 사이를 들여다 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역 월간지 <나루사이>를 발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2018년 8월, 1호를 시작으로 매달 꾸준히 발행되고 있으며, 광진구에 숨겨진 문화 공간 및 지 역 예술가 인터뷰, 작품 등 다양한 지역 문화 콘텐츠가 담겨져 있습니다.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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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 내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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